[민주경선표심분석]‘지역바람’ 광주 無風… 대전선 태풍

  • 입력 2002년 3월 17일 18시 22분


민주당의 광주(16일) 대전지역(17일) 경선 결과는 한국 정치의 병폐인 지역대결 구도의 해소 가능성과 심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복합적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민주당 광주·대전 대선후보 경선결과

이름누적득표수
(득표율)
광주득표수
(득표율/순위)
대전득표수
(득표율/순위)
1이인제1,779(39.4)491(31.3)②894(67.5)①
2노무현1,237(27.4)595(37.9)①219(16.5)②
3한화갑648(14.4)280(17.9)③77(5.8)④
4김중권565(12.5)148(9.4)④81(6.1)③
5정동영283(6.3)54(3.4)⑤54(4.1)⑤
무효88 4 11
총계4,600 1,572 1,336

광주에서 영남 출신인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예상 밖의 1위를 차지한 것은 해소 가능성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하루 뒤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연고지인 대전에서 몰표를 받음으로써 지역별 ‘표 쏠림’ 현상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광주의 선택〓당초 지역 연고나 조직력에서 노 후보는 이인제 한화갑(韓和甲) 두 후보에 비해 열세(劣勢)인 것으로 분석됐으나 막판에 ‘대안론’이 크게 먹혔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당내 경선이긴 하지만 호남 지역에서 영남 출신 후보가 이긴 것은 90년 11월 함평-영광 보궐선거에서 경북 출신인 이수인(李壽仁) 전 의원이 당선됐던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30년만의 일.

63년 민정이양 직후 실시된 제5대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에서 경북 출신인 공화당 박정희(朴正熙) 후보가 당시 야당이던 민정당 윤보선(尹潽善) 후보에게 무려 34만표차로 이긴 것이 마지막이었다. 함평-영광 보선 때는 ‘아무나 DJ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된다’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의미 부여가 어렵다.

이 같은 광주 경선 결과에는 “영남이든 충청이든 본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꺾을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다.

실제 영남과 충청 출신인 노무현 이인제 김중권(金重權) 후보의 표가 78.7%에 이른 반면 호남 출신인 한화갑 정동영(鄭東泳) 후보의 표를 합해야 고작 21.3%에 불과했던 점은 이런 심리를 단적으로 입증한 대목이다.

광주 선거인단이 ‘충청+호남 연대론’을 주장해온 이인제 후보보다 동서간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의 대선구도를 흔들 수 있다고 말해온 노 후보의 본선경쟁력에 손을 들어준 점도 의미심장한 흐름이다. 이 같은 전략적 선택이 향후 전남 전북은 물론 ‘수도권 대회전’에서 호남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전의 몰표〓이인제 후보가 대전 경선에서 얻은 67.5%의 득표율은 지금까지 네 차례의 지역 경선 중 초유의 기록이다. 제주 울산 광주 등 다른 어느 지역보다 두드러진 ‘특정후보 몰아주기’ 양상으로 이 후보는 꺼져가던 ‘대세론’의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됐다.

여기에는 충청 출신인 이 후보의 부진에 따른 지역 선거인단의 ‘위기의식’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50%대로 예측됐던 이 후보의 득표율이 70%에 육박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 추세로 볼 때 이 후보는 23일 충남, 24일 강원 경선 때까지는 1위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30일 노 후보의 연고지인 경남과 31일 전북 경선을 전후해서는 경선 판세가 또 한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전에서의 이 후보에 대한 몰표가 노 후보의 연고지인 경남 경선에서 어느 정도 반작용을 불러일으킬지가 관심사다. 결국 양강의 선두다툼은 경선중반 이후까지도 지역이 바뀔 때마다 순위도 달라지는 혼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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