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원 탈당]'영남후보론' 수면위로 떠오르나

  • 입력 2002년 2월 28일 18시 44분


“정계개편은 이미 시작됐다.”

28일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의 탈당 소식을 접한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내연해온 ‘영남후보론’과 ‘제3후보론’의 불씨가 당겨졌다며 이처럼 단언했다.

물론 그의 탈당이 가질 파괴력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정치권 안팎의 견해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그의 탈당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단순한 1회성 파괴력이 아니라 정계개편의 ‘응집의 핵’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점이다.

특히 한나라당내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金德龍) 의원까지 탈당대열에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의 내홍(內訌)이 더욱 증폭되면서 정계개편은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영남후보의 한사람으로 거론되고 있는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까지 ‘제3세력’의 결집에 가세할 경우 정계개편은 한층 빠른 속도로 가시화될 것이 예상된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해 박 부총재를 참여시키는 신당 창당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정몽준’ 조합의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은 이미 이같은 정계개편 논의가 그동안 여권핵심부를 중심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깊숙이 논의돼왔다는 사실이다.

박 부총재가 탈당선언을 하면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물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김윤환(金潤煥) 민국당 대표 등을 두루 만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나 민주당내 최대모임인 중도개혁포럼 회장인 정균환(鄭均桓) 의원도 거듭 정계개편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은 모두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한 측근은 “박 부총재의 탈당이 이 총재에 대한 영남권 지지기반의 균열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악재(惡材)’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도 “박 부총재가 예상외의 파괴력을 발휘하면서 정계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박근혜 변수’가 결국은 거품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여권주자-박근혜의 삼자대결구도에서도 이총재가 상당한 격차로 여권주자를 앞선다는 결과들이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영남권 등에서 정권교체 요구가 드센 상황에서 박 부총재의 파괴력은 크게 발휘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덕룡 의원을 제외하고는 동반 탈당할 의원이 없고 ‘제2의 이인제’ 효과도 크게 먹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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