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간 첩보전은 '공개된 비밀'…범인 규명-관계악화 없어

  • 입력 2002년 1월 20일 18시 15분


강대국 간의 첩보전에서 범인이 밝혀지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범인이 밝혀져도 강대국 간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는 경우도 드물다.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스파이 행위는 서로가 아는 비밀이기 때문.

미국과 러시아 간에 가장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됐던 시절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1985년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 공사가 완공될 즈음 대사관 내에서 소련제 각종 첩보장비가 발견됐으나 미국은 공사를 중단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이듬해인 1986년 9월 미국은 유엔 주재 소련대표부가 간첩 및 첩보활동에 관여했다며 직원 25명을 추방했다. 소련은 그 보복으로 한달여 뒤인 10월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 5명을 맞추방했고, 미국은 사흘 후 소련 외교관 55명을 추가로 내쫓았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러시아를 위해 첩보활동을 한 혐의로 로버트 핸슨을 체포하고 워싱턴 주재 러시아 외교관 50여명을 추방했다. 러시아도 미국 외교관 수십명을 추방하는보복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핸슨은 워싱턴 주재 러시아대사관 지하에 도청을 위한 비밀 땅굴을 팠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더 이상 공론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덮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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