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조기착공 배경]고속철에 표심 실리나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0분


정부가 27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2년 앞당겨 추진키로 한 것은 △사업의 효율적인 진행 △지역주민들의 요구 충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한 국가경제의 활성화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교통부는 “3만명의 인력과 5000억원 상당의 장비가 투입된 1단계 사업이 올해 말로 노반공사 등을 포함해 대부분 끝나므로 2004년까지 인력과 장비를 놀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조기 착공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2단계 사업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사실상 차기 정부로 미루고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가 생색을 낼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2단계 사업의 핵심은 동대구∼경주∼부산 구간(130.4㎞)의 노선 신설도 있지만 더 큰 사업은 대전과 대구 두 도시의 도심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의 문제.

92년 착공된 후 설계 변경과 부실공사 논란 등으로 상당 기간 표류한 뒤 최근 수년간 1, 2단계 공사가 늦어진 것은 두 도시의 도심 통과 방법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金泳三) 정부에서 대전 통과구간을 지하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전 대구 도심 통과 문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건교부는 대구∼부산 구간 신설 노선에 대한 착공이 2년 빨라지면 경부고속철도 전 구간의 개통이 당초 2010년에서 2008년으로 2년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 도시의 도심 통과 방법에 대한 논란 때문에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경부고속철도 사업중 대구∼부산 구간 신설 노선 공사는 ‘물류 병목’을 해소하는 데 시급한 구간도 아니다. 철도와 도로의 물류 용량이 포화상태에 있어 공사가 더 시급한 구간은 대전∼대구 구간이다. 또 대전∼대구 구간 고속철도 운영을 위해서는 대전과 대구의 도심 통과 구간 문제 해결이 급선무이다.

지상으로 철로를 놓을 경우 도시가 양분된다는 등의 지역 민원으로 정부는 지하화를 잠정 결정했지만 지하 60m에 철로를 놓고 역사를 짓는 경우 화재나 홍수 등의 재난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경주로 돌아가는 노선에 대해서도 경제성이 떨어지고 통과시간이 늘어나며 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안에 대해 한 발짝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2단계 조기 착공’만을 발표해 실제로 완공시기가 앞당겨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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