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UR이후 57조 쏟아붓고도 농가부채율 10년새 2배로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8시 36분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전후해 농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정부는 농어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선 1992년부터 98년까지 농어촌구조개선자금 42억원을 쏟아부었다. 또 1994년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농어촌특별세(2004년 이후 폐지)를 신설해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을 농업 부문 등에 지원하고 있다.

이만큼 투자를 하면 한국 농업이 우루과이라운드의 거센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게 정부의 청사진이었다.

도하라운드가 출범한 지금 57조원이 넘는 돈을 수혈받은 한국 농업의 현주소는 어떤가.

정부는 투자 결과 1980년대 1%대였던 농림어업의 부가가치성장률이 1990년대 들어 2%대 이상으로 높아졌고 농업부분의 생산성지표가 향상됐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빚더미에 올라앉은 농가의 현실 앞에서 정부의 이 같은 자화자찬은 무색하기만 하다.

1990년 자산 대비 5.9%였던 농가부채 비율은 지난해 12.0%로 높아졌다. 1990년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대비 97.4%였던 농가소득은 작년 80.5%로 떨어졌다.

1992∼98년 13조원 이상의 정부자금을 투자한 쌀농업의 가격경쟁력은 미국 중국 태국산 등에 비해 여전히 약 6분의 1∼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력 강화 지원자금이 이처럼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것은 방만한 운영과 지나치게 생산기반 확대에 매달린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쌀 재배면적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오히려 증가해 왔다.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면서 농촌지역에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도 만연했다. 1998년 7월에는 공무원과 영농사업자 등이 결탁해 농어촌구조개선자금을 사채놀이와 부동산투기 등에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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