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씨 작년5월 긴급체포때 검사들 "구속수사" 건의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38분


지난해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43·구속 수감) 회장의 금융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지검 특수2부 검사들은 자체 회의를 통해 이 회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상부에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당시 “검찰에 청탁해 사건을 잘 처리해 주겠다”며 이 회장에게서 20억원을 받는 등 모두 30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있는 광주 J산업개발 대표 여운환씨(47)를 구속, 배후 수사를 하고 있다.

▽검사들 구속 건의〓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16일 “특수2부 검사들은 지난해 5월 이씨를 전격적으로 긴급 체포할 당시 회의를 통해 ‘이씨의 횡령 혐의가 인정되며 구속 수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아 위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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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도 14일 서울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당시 특수2부에서는 이씨의 구속을 관철하기 위해 상부에 강력히 건의했으나 상부의 지시에 의해 풀려난 것으로 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긴급 체포된 다음날인 지난해 5월10일 석방됐으며 이덕선(李德善) 당시 특수2부장은 서울지검장이 정기 인사로 교체된 지 열흘 뒤인 7월25일 이 회장을 자신의 전결로 불구속입건 처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덕선 부장(현 군산지청장)은 “진정사건은 고소사건과는 달리 부장검사의 전결사안이며 이씨에 대한 석방과 불구속입건 처리는 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검찰 고위간부 관련 의혹〓이 지청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 고위 관계자들의 영향력 때문에 이 회장이 석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검찰 고위 인사들의 가족 형제 등에게 취직 등의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접근,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 고위 간부는 “이씨를 개인적으로 몇 차례 만났고 조카뻘이 그의 계열사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건에 영향을 준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조카가 그 회사에 취직한 사실을 최근까지 몰랐으며 이씨가 내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몇 차례 호통을 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고위 간부도 지난해 이 회장의 석방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뚜렷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또 검찰총장 출신인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했던 것으로 알려져 로비의혹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또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은 “이씨가 최근 내 동생에게 계열사 사장을 시켜주겠다고 접근해 온 일이 있으며 나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팔고 다닌다는 정보가 있어서 중수부에 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석호·이명건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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