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 테러 대참사]전문가들 증시 향방싸고 이견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2분


국내 증시의 향방이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더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기술적으로 반등할 것인지 어느 누구도 쉽게 단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현재로선 추가하락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가 많지만 이들도 낙폭이 워낙 컸기 때문에 반등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자칫하다간 저점에서 주식을 처분해 개인들만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선 현시점의 가장 큰 악재로 ‘미국 증시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증시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잘 버텨왔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미국 증시가 개장돼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국내 증시는 또 한번 급락의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악재는 하나인데 영향은 두 번 받을 수도 있다는 것. 박 팀장은 종합주가지수가 단기적으로 480 이하까지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미국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미래에셋증권의 이정호 과장은 박스권의 하향조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과장은 “미국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지 않아 국내 증시도 지난 1년간 500∼600 박스권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 테러사건으로 미국의 소비가 급격히 둔화돼 지수는 460∼500의 새로운 박스를 형성해 내년 1·4∼2·4분기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사상 최대의 지수하락률을 기록하면서도 힘 한번 못 써본 코스닥시장은 더더욱 불안한 입장.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공황상태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지수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정치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으로 보여 당분간은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1100억원대 순매도에 그친 외국인투자자들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신중한 모습. 한 외국계증권사 리서치헤드는 “주가가 이미 폭락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추가적인 대량 매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각 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 세계 증시가 조만간 반등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테러사건이 단기에 마무리 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충격이 적겠지만 장기화할 경우에는 유가인상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훈·이완배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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