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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실 대리(28)는 어렸을 때 주말 조기축구에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공을 찼다. 운동을 좋아했다. 검도를 5년 하며 2단증을 땄다. 엘리트 선수는 아니었지만 초교에서 고교 때까지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했다. 축구부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축구선수가 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여자축구팀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공을 차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드넓은 잔디 구장에서 공을 차며 놀아주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축구는 즐거운 놀이 그 자체였습니다. 축구를 잘 해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운동장에 골대가 없어 저에겐 충격이었죠. 어린 시절 운동을 즐기던 기억 때문에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제가 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가 된 것입니다. 꿈만 같았죠.” 서울시립대 여자축구팀은 명칭은 WFC-BETA로 동아리팀이다. 코치가 스포츠과학과 남자 선후배들이었지만 볼 컨트롤부터 패스, 킥, 슈팅, 세트피스 연습 등 축구를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주 2회 정기 훈련, 방학 때 지방 전지훈련, 그리고 개인 훈련까지 “이를 악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 여자축구 동아리계에서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 꼴찌가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2017년 한 포털에서 우리 팀을 주제로 ‘꽃길싸커20’이란 프로그램을 찍었어요. 여자 생활체육 인식 제고와 여자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웹예능이었어요. 2000년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 출신 양현정 감독이 꼴찌 팀을 맡아 조금씩 성장하는 스토리였어요. 그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팀이 알려져 응원을 받게 됐죠. 계속되는 패배와 부상 등 좌절 속에서도 공에 집중하며 축구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KADA에 입사한 뒤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클럽팀 활동을 접었다. 그 대신 평일 야간에는 KADA에서, 주말에는 동네에서 남성들과 함께 풋살을 하고 있다. 그는 “여성 회원이 적다 보니 남성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 열심히 공을 쫓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했다. 권 대리의 주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수비수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골을 터뜨릴 때의 짜릿함은 그 어떤 기쁨보다 크다”고 했다. 축구하며 많이 다치기도 했다. 2018년 서울권 대학 축구 클럽대회 준결승전에서 상대 수비의 거센 몸싸움에 밀려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됐다. 2022년 남자들과 함께 뛴 풋살 경기 땐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벌써 수술대에 2번이나 올랐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정강이뼈가 부러졌을 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 열기를 이어받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응원전이 펼쳐졌죠. 전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경기를 휠체어 타고 나가 응원했어요. 1-2로 졌지만 뜨겁게 ‘한국 승리’를 외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클럽 활동은 잠시 멈췄지만 때때로 그의 축구 본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선수와 구장을 연결해 주는 ‘플랩풋볼’을 통해 틈날 때마다 참여 쿼터가 남아 있는 곳을 찾아 경기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플랩풋볼로 연결돼 경기에 나갔다. 그날 내 플레이가 좋았는지 같이 뛴 선수들이 그들 팀에서 함께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도핑방지위원회(WADA) 총회(12월 1∼5일)를 준비하느라 잠시 참여를 미뤄 놓았다. 축구할 기회는 줄었지만 언제든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만들고 있다. 전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해 필라테스를 한다. 5km 이상을 달리며 지구력도 키운다. 달리기를 할 땐 불가리안 스쾃, 스쾃 점프, 한 발 뛰기, 런지, 피칭 등 보강 운동도 하고 있다.“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대구 FC의 브라질 특급 세징야입니다.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 중거리 슛, 크로스 등 전천후 능력을 과시하며 펼치는 날카로운 공격력이 예술입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국땅에서 10년 가까이 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점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일과 축구에서 꾸준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2005년 3월 13일 열린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당시 대한축구협회 이사였던 ‘녹색 그라운드의 야생마’ 김주성 씨(60)가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1980, 90년대 한국 축구를 풍미했던 그가 ‘105리의 가시밭길’을 완주한 이유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진출을 기원하기 위해서다.김 씨는 부산 대우를 최강으로 이끌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보쿰에서 뛴 축구스타 출신. 1986 멕시코, 1990 이탈리아, 1994 미국 월드컵에 출전했고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72경기 출전, 10골을 기록했다. 1988년부터 3년 연속 아시아축구기자연맹 선정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던 그는 1999년 은퇴한 뒤 축구행정가로 나섰다.김 씨는 최고의 축구 선수였지만 당시 5년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해 1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에 대비해 아프리카 팀을 분석하러 출장을 갔을 때도 운동화를 준비해 가 뛰었을 정도로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몸 만들기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김 씨는 풀코스를 완주하기 전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를 찾아 몸 상태를 정밀 체크해 풀코스를 뛸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운동부하검사(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와 운동체력, 건강체력검사를 받은 결과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완주했다.올 11월 15일 열린 2025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컵 대회에서 40대 동호인이 수영 테스트 도중 사망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이날 사고 이후 홈페이지에 대회 취소를 알리는 글을 올리고 “초보자 수영 테스트 중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한 분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 사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최근 마라톤대회를 비롯해,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트레일러닝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마라톤을 비롯한 메이저 마라톤대회는 3만 명 모집 참가 신청이 10분 만에 끝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자기 몸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달리면 불상사를 당할 수 있다. 2018년 8월부터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면서 강조해 왔는데 다시 한번 내 몸 상태를 제대로 아는 방법을 전한다.겉으로 건강하다고 속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한때 건강했다고 해서 계속 건강하다는 보장도 없다.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를 생각하고 무작정 스포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스포츠 상해나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운동을 시작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큰 외부 자극 없이 운동하다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대부분 심장이 원인이다. 뇌 출혈 등도 원인이지만 사망하는데 심장병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인간은 20대 초에 체력을 최고점을 찍고 이후 서서히 약화된다.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은 물론 근육도 빠져 나간다. 의학적으로 30대 중반 이후에는 새로 생기는 세포보다 죽는 세포가 더 많다.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체력 저하는 30대, 40대, 50대, 60대…. 10년 단위로 떨어지는 폭이 더 크다. 그리고 운동에 가장 중요한 심장도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기본적인 걷기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점점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을 위해선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 없다. 자세만 바르다면 몸에 크게 스트레스(부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걷기가 좋은 운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신체에 아주 가벼운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체내의 반응도 그렇게 크지 않다.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를 비롯해 사이클(로드 및 MTB), 축구, 농구 등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려고 할 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의 진단 없이도 스포츠를 맘껏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만에 하나 ‘내가 불행의 주인공’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따라서 반드시 격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포츠과학에 따라 자기 몸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해 주는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신체가 특정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스포츠과학에 운동부하검사와 운동처방이라는 것이 있다. 신체가 운동 강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운동부하검사고, 이 결과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제시해주는 게 운동처방이다.운동처방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1. 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본적인 신체 검진(신체구성, 심박수, 혈압)을 한다.2. 운동부하검사(신체 특히 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를 실시한다.심전도(ECG)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뒤 트레드밀(러닝머신)이나 에르고미터(고정식 자전거)에서 운동의 강도를 높이며 심장의 상태를 점검한다. 운동 강도(심박수로 측정, 보통 분당 180회가 최대 운동 강도)에 따라 심장의 반응을 알아본다. 이때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허혈, 부정맥, 혈압이상 등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버틸 수 있는 최대 운동 강도가 분당 심박수 120이 안될 경우엔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3. 기초체력 테스트를 한다. 운동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체력이 있는데 심폐지구력, 유연성, 근력, 근지구력 등 건강 체력과 민첩성, 순발력, 평형성 등 운동 체력으로 나뉜다.4. 신체의 구성 및 의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지방 분포와 근육의 양, 골격의 상태 등을 알아보고 혈액 검사를 통해 적혈구 백혈구의 수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 등을 알아본다. 질병의 유무도 확인한다.5. 이밖에 남녀노소, 체중, 신장 등의 차이에 따른 자세한 운동 능력을 테스트한다.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몸 상태에 대한 종합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운동처방사는 이를 토대로 피검자에게 적당한 운동방법과 양을 처방하게 된다. 검사과정은 꼭 초보자만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받아보면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특히 중년 이후 운동에 문외한이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꼭 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보다 베테랑들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초보자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만두거나 병원을 찾는데 베테랑은 ‘이러다 말겠지’ 하며 무시하다 불상사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이 아무리 튼튼해도 무리하면 이상이 오는 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말은 운동의 베테랑이라 해도 절대 몸 상태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운동하다 가슴이 답답해지나, 어지러움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바로 멈춰야 한다. ‘뭐 이러다 말겠지’라고 달리면 불상사로 이어진다. 너무 덥거나, 추울 땐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요즘 각 종합병원엔 스포츠재활 혹은 스포츠건강클리닉이란 과가 따로 있고, 대부분 운동부하검사 및 처방을 해주고 있다. 사설 스포츠건강클리닉에서도 운동처방을 해준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에서도 해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소성희 한국자살예방협회 자살예방교육 전문 강사(60)는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42.195km를 5시간 조금 넘어 완주했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 ‘스포츠 천국’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고 직장 잡아 사는 동안에도 운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그로선 한마디로 천지개벽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제가 살면서 풀코스까지 완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2020년 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서울 여의도고교 동문 선배를 만난 게 절 달리게 만들었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해 이민 생활을 접고 2018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들이 있는 뉴질랜드를 오갈 때였죠. 여의도고 6년 선배님이 사모님과 함께 온 거에요. 딸을 뉴질랜드로 시집보내고 약 한 달 머물게 됐죠. 제가 두 분이 심심하실까 봐 근처 산으로 트레킹을 함께 다녔어요. 그게 인연이 돼 평생 해보지 않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어요.”소 강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함께 달리자고 한 것이다. 그 선배는 ‘너마클(여의도고 동문 마라톤클럽)’에서 회장도 하며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너마클은 여의도의 한글 이름이 너섬인 것에서 따온 것이다. 너섬마라톤클럽의 줄인 말이다. 너마클은 일요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전국의 대회를 정해서 출전하는 모임이다. 그는 “여름엔 오전 6시 30분, 겨울엔 오전 7시에 모여 달린다고 했다. 그럼 준비해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늦어도 오전 5시나,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2020년 여름 마음을 다잡고 너마클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너마클 전체 모임을 하지 못하고 3~4명 소그룹 훈련을 했다. 당시는 실내 기준으로 4명 이상 모이지 못할 때였다. 야외는 그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도 됐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소그룹으로 달렸다. 경기 성남 분당 사는 선배들과 탄천을 달렸다.“전 열심히 뛰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다른 회원들은 날씬했는데 전 살이 잘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2021년 여름 매일 빠른 속도로 10km씩 3개월 걸었죠. 그때 체중이 많이 빠졌고, 이후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해 11월 언택트로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선배의 페이스메이커 속에 하프코스를 2시간 30분에 완주했죠. 그제야 마라톤의 맛을 좀 알게 됐습니다.”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어깨와 발, 허벅지 등이 아파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다.“제가 늘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요.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어깨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염증이 심하다고 해 주사를 맞았어요. 당시 달리기를 그만둘까도 고민했었는데 너마클 선배님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정모에서 뛰는 것만으로 운동이 된다고 해서 계속할 수 있었죠. 너마클 선후배님들이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저를 계속 달리 게 만들었죠.”스포츠 심리학적으로 마라톤 등 힘든 스포츠를 할 땐 동호회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 혼자 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고 기분에 따라 운동을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호회에 나가면 서로 격려하며 할 수 있고, 아니면 다소 강압적으로라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소 강사도 고교 동문들로 이뤄진 너마클 덕분에 더 잘 달릴 수 있었던 셈이다.몸 이곳저곳이 아프면서 몸 상태를 더 좋게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래서 휄든크라이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필라테스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휄든크라이스는 움직임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자기계발법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재활에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근육을 키우면서도 약한 부위를 더 강화했다. 그는 “경기도 과천 힐앤필 PT&필라테스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힐앤필 PT&필라테스는 재활PT를 전문으로 하는 박태윤 트레이너가 ‘1대1 PT’로 운영하고 있다.소 강사는 코로나19가 완화된 2023년부터 너마클 전체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던 대회들도 열렸다. 하프코스를 주로 달리다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지난해 초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연세가 89세인지라 수술도 하고 재활에 5개월 정도 걸렸죠. 그때 어머니 간호하려 병원을 오가다 보니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죠. 당시 메이저대회 참가 접수가 쉽지 않던 때였는데 운 좋게 춘천마라톤 풀코스 참가 접수도 된 상태였죠. 8월쯤부터 제대로 훈련할 수 있었는데 10km도 버거운 몸 상태가 된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훈련할 수밖에 없었죠.”소 강사는 선배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주중엔 하루 10km 달리고 하루 쉬고를 반복했다. 그는 “선배님이 주중에 10km를 달리면 하루 쉬어야 잘 달릴 수 있다”고 했다. 주말엔 길어야 16km 달렸는데 하프, 28km까지 달렸다. 풀코스를 달리려면 대회 전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 최소 2회 이상 해야 한다. 오르막이 많은 춘천마라톤 코스를 감안해 언덕 훈련도 했다.“제가 풀코스를 완주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죠. 선배님들과 얘기하며 편안하게 달렸어요. 30km 넘어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스프레이 파스 뿌려가며 달렸죠. 사람들이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뒤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요. 달릴수록 힘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달릴수록 힘이 생겨요. 그래서 삶이 더 활기차졌어요.”소 강사는 뉴질랜드에서 중독 상담사로 구세군(The Salvation Army)과 술과 마약 치료소에서 근무했었고, 한국에 와서는 자살예방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소 강사는 2일씩 워크숍 개념으로 군부대 간부, 정신건강센터 사회복지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적 자살예방 훈련(ASIST·Applied Suicide Intervention Skills Training program) 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그냥 자살예방에 대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생들에게 직접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방법을 훈련한다”고 했다.소 강사는 올해부터 너마클 회장을 맡고 있다.“너마클은 달리면서 마일리지를 모아 기부도 하는 모임입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요. 회원은 40명이 좀 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25명 정도 됩니다.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고 너무 좋습니다. 올 5월에 학교 총동문회 행사에서 ‘너마클은 사랑입니다’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회원들이 20명 넘게 참석해 환호해 줬죠.”소 강사는 11월 16일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두 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하프 코스만 2시간 25분에 달렸다. 그는 “얼마 전 딸 결혼시키느라 훈련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독감도 걸렸다. 역시 마라톤은 정직하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 달릴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훈련 열심히 해 내년 2월 오사카 마라톤에선 다시 풀코스를 완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소성희 한국자살예방협회 자살예방교육 전문 강사(60)는 지난해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다. 2020년 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만난 서울 여의도고 동문 선배 덕분이다.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는 물론이고, ‘스포츠 천국’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고 직장 잡아 사는 동안에도 운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 한마디로 천지개벽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부터는 여의도고교 동문 마라톤클럽 ‘너마클’의 회장까지 맡고 있다.“뉴질랜드에 있을 때 한번은 여의도고 6년 선배님이 사모님과 함께 온 거예요. 딸을 뉴질랜드로 시집보내고 약 한 달 머물게 됐죠. 제가 두 분이 심심하실까 봐 근처 산으로 트레킹을 함께 다녔어요. 그게 인연이 돼 평생 해보지 않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어요.”소 강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 선배가 함께 달리자고 한 것이다. 그 선배는 너마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너마클은 일요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전국 대회를 정해서 출전하는 모임이다. 소 강사는 “여름엔 오전 6시 30분, 겨울엔 오전 7시에 모여 달린다.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늦어도 오전 5시나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고민이 됐다”고 했다.2020년 여름 마음을 다잡고 너마클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너마클 전체 모임을 하지 못하고 3, 4명 소그룹 훈련을 했다. 당시는 실내 기준으로 4명 이상 모이지 못할 때였다. 야외는 그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도 됐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소그룹으로 달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선배들과 탄천을 달렸다.“전 열심히 뛰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다른 회원들은 날씬했는데 전 살이 잘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2021년 여름 매일 빠른 속도로 10km씩 3개월 걸었죠. 그때 체중이 많이 빠졌고, 이후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해 11월 언택트로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선배의 페이스메이커 속에 하프코스를 2시간 30분에 완주했죠. 그제야 마라톤의 맛을 좀 알게 됐습니다.”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어깨와 발, 허벅지 등이 아파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다. 하지만 “너마클 선후배들의 응원 덕분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이는 인원수 제한이 완화된 2023년부터 너마클 전체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던 대회들도 열렸다. 하프코스를 주로 달리다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지난해 초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연세가 89세인지라 재활에 5개월 정도 걸렸죠. 그때 어머니 간호하러 병원을 오가다 보니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죠. 당시 메이저 대회 참가 접수가 쉽지 않던 때였는데 운 좋게 춘천마라톤 풀코스에는 참가할 수 있었죠. 8월쯤부터 제대로 훈련할 수 있었는데 10km도 버거운 몸 상태가 돼 있더군요. 더 열심히 훈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소 강사는 선배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주중 2, 3회 10km씩 달렸다. 그는 “선배님 조언에 따라 하루 10km를 달리면 다음 날 쉬었다”고 했다. 주말엔 하프, 28km까지 달렸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대회 전에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최소 2회 이상 해야 한다. 오르막이 많은 춘천마라톤 코스를 감안해 언덕 훈련도 했다. 소 강사는 5시간 조금 넘어 완주했다.“제가 풀코스를 완주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죠. 선배님들과 얘기하며 편안하게 달렸어요. 30km 넘어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스프레이 파스 뿌려가며 달렸죠. 사람들이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뒤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요. 달릴수록 힘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달릴수록 힘이 생겨요. 그래서 삶이 더 활기차졌어요.”소 강사는 16일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두 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하프코스만 2시간 25분에 달렸다. 그는 “얼마 전 딸 결혼시키느라 훈련을 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독감까지 왔다. 역시 마라톤은 정직하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 달릴 수 있다”며 웃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올해 71세인 강준환 수원한마음병원 원장은 2022년 10월 8일 미국 하와이 코나에서 열린 아이언맨(Ironman·철인) 세계선수권대회 완주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출전 자격 획득부터 대회 완주까지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코나 세계선수권은 1978년부터 열리는 세계 최고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대회다. “코나 대회는 세계 최고라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죠. 아무나 출전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다른 대회 연령대별 1위를 해야 가능했죠. 2022년 8월 14일 ‘아이언맨 카자흐스탄’에 출전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빈집 털이’라고 아세요?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65~69세 그룹에 12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8명이 불참했죠. 4명이 출전해 2명이 완주했는데 제가 15시간54분58초로 2분 빨리 들어왔죠. 기가 막히지 않나요.”그해 10월 8일 코나에서도 16시간58분14초로 완주했다. 철인코스는 17시간 넘어 들어오면 철인 칭호를 받을 수 없다. 1분 46초 차이로 세계 최고 대회에서 ‘철인’이 된 것이다.학창 시절 유도와 태권도 같은 스포츠를 즐긴 강 원장은 “운동 DNA를 타고났는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수영은 1986년 입문했다. 그는 “경기도립 수원병원(현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일할 때 수원에 실내수영장이 처음 생겼다. 바로 등록했다”고 했다.“수영은 호흡 트는 게 중요합니다. 1km 이상 장거리 수영할 때 호흡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전 빠르진 않지만, 천천히 오래가는 능력을 일찌감치 키웠습니다. 나중에 이 능력이 철인3종 할 때 큰 장점이 됐습니다. 사이클과 마라톤을 잘하면서도 수영 때문에 철인3종 완주 못 하는 사람들 많거든요.”달리기는 1990년대 후반 집을 서울로 옮기면서 시작했다. 서울사대부고(서울대사범대부설고) 동창들이 양재천을 달리고 있어 합류했다. 그는 “처음 달릴 때 1.5km 지점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10km를 달리며 기량을 키웠다.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13년 가을 기록한 4시간 46초.“2002년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겁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이클을 장만했죠. 그해 처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는데 제한 시간(3시간 30분)을 넘겨서 실격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그해 다시 올림픽코스에 도전해 제시간에 들어왔다. 2005년 북한 금강산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열린 대회였다. 올림픽코스와 하프코스(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주로 출전하던 그는 2013년 철인코스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첫 출전 땐 제한 시간 17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2014년 7월 제주 대회 때 개인 최고 기록인 15시간45분에 골인했다. 지금까지 철인코스와 하프코스를 10회씩 완주했다.“제 나이에 기록, 순위는 의미 없어요. 완주가 목표입니다. 다만 철인코스를 선호합니다. 제한 시간이 17시간이라 하프코스(8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넉넉한 만큼 천천히 쉽게 완주할 수 있어요. 올림픽코스는 좀 여유 부리다 보면 제한 시간을 넘겨요. 철인코스는 17시간 안쪽으로 완주할 수 있어요.”철인3종 제한 시간은 올림픽코스의 경우 국제 규정은 4시간 30분인데 국내에선 대부분 3시간 30분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강 원장은 철인3종에서 욕심은 금물이라고 했다. “코나에 갔을 때 저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중도에 포기했어요. 다들 제가 힘들어서 중도 포기할 것이라고 했죠. 그런데 전 완주했고 그 친구가 포기했죠. 철인코스 같은 장거리 경주에선 실력보다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전 천천히 즐깁니다. 즐기다 보면 결승선이 나와요. 무리하면 여지없이 제한 시간을 넘겨요.”격한 운동이다 보니 많이 다치기도 했다. 그는 “사이클 타다 넘어져 쇄골이 골절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부위를 다쳤다. 하지만 철인3종계에선 훈장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강 원장은 아직도 체력이 탄탄하다. 올 8월 24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튀르키예 보스포루스해협 횡단 수영 대회에 참가해 6.5km를 완영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 참가자 2800여 명 가운데 70대 이상 58명 중 18위를 차지했다. 기록도 제한 시간인 2시간보다 훨씬 빠른 1시간34분30초였다. 한국인 참가자 12명 중 가장 연장자였지만 꼴찌도 면했다. 강 원장은 “평생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 나이에 꼴찌를 하지 않아 그냥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빨리 흐르는 물살을 잘 타면 빨리 가고 그렇지 못하면 늦을 수 있었죠. 코스도 직선 코스가 아니고 세 굽이 정도 도는데 그때 물살을 잘 타지 못하면 힘들 수 있었어요. 전 물살을 잘 탔습니다.”강 원장은 요즘 사이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 3회 훈련한다. 전문 강사의 지시를 받으며 스마트 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하고 시뮬레이션 앱 ‘즈위프트’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훈련 효과 증대, 부상 방지 등을 위해 실내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수영과 마라톤은 주말에 하거나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한다. 사이클 훈련 마친 뒤 트레드밀에서 3km 정도를 가볍게 뛰기도 한다. 사이클도 대회를 앞두고도 야외 적응 차원에서 실외에서 달린다. 솔직히 이젠 철인코스 완주가 다소 버겁기도 하다. 지난해 철인코스를 완주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올림픽코스도 가끔 제한 시간 안이 들어오지 못한다. 아내를 포함해 지인들도 철인코스 출전을 말린다. 하지만 그는 “코나에서 90세인 일본 사람을 봤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청춘이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제 나이대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젊은데도 허리가 굽은 환자들도 있죠.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생생해요. 완주의 성취감도 있지만 헤엄치고 사이클 타고 달릴 때 무아지경에 빠진 듯 황홀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강준환 수원한마음병원 원장(71)은 올 8월 24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튀르키예 보스포루스해협 횡단 수영 대회에 참가해 6.5km를 완영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 참가자 2800여 명 가운데 70대 이상 58명 중 18위를 차지했다. 기록도 제한 시간인 2시간보다 훨씬 빠른 1시간34분30초였다. 한국인 참가자 12명 중 가장 연장자였지만 꼴찌도 면했다. 강 원장은 “평생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 나이에 꼴찌를 하지 않아 그냥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빨리 흐르는 물살을 잘 타면 빨리 가고 그러지 못하면 늦을 수 있었죠. 코스도 직선 코스가 아니고 세 굽이 정도 도는데 그때 물살을 잘 타지 못하면 힘들 수 있었어요. 전 물살을 잘 탔습니다.” 학창 시절 유도와 태권도 같은 스포츠를 즐긴 강 원장은 “운동 DNA를 타고났는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수영은 1986년 입문했다. 그는 “경기도립 수원병원(현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일할 때 수원에 실내수영장이 처음 생겼다. 바로 등록했다”고 했다. 달리기는 1990년대 후반 집을 서울로 옮기면서 시작했다. 서울대사범대부설고 동창들이 양재천을 달리고 있어 합류했다. 그는 “처음 달릴 때 1.5km 지점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10km를 달리며 기량을 키웠다. “2002년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겁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이클을 장만했죠. 그해 처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는데 제한 시간(3시간 30분)을 넘겨서 실격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해 다시 올림픽코스에 도전해 제시간에 들어왔다. 2005년 북한 금강산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했다. 올림픽코스와 하프코스(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주로 출전하던 그는 2013년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첫 출전 땐 제한 시간 17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2014년 7월 제주 대회 때 개인 최고 기록인 15시간45분에 골인했다. 철인코스를 지금까지 10회 완주했는데 2022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코나 세계선수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계 최고 대회라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죠. 아무나 출전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다른 대회 연령대별 1위를 해야 가능했죠. 2022년 8월 14일 ‘아이언맨 카자흐스탄’에 출전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빈집 털이’라고 아세요?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65∼69세 그룹에 12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8명이 불참했죠. 4명이 출전해 2명이 완주했는데 제가 15시간54분58초로 2분 빨리 들어왔죠. 기가 막히지 않나요.” 그해 10월 8일 코나에서도 16시간58분14초로 완주했다. 철인코스는 17시간 넘어 들어오면 철인 칭호를 받을 수 없다. 1분 46초 차이로 세계 최고 대회에서 철인이 된 것이다. “제 나이에 기록, 순위는 의미 없어요. 완주가 목표입니다. 철인코스를 선호합니다. 제한 시간이 17시간이라 하프코스(8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넉넉한 만큼 천천히 쉽게 완주할 수 있어요.” 강 원장은 요즘 사이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 3회 훈련한다. 전문 강사의 지시를 받으며 스마트 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하고 시뮬레이션 앱 ‘즈위프트’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수영과 마라톤은 주말에 하거나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한다. 솔직히 이젠 철인코스 완주가 다소 버겁다. 아내를 포함해 지인들도 철인코스 출전을 말린다. 하지만 그는 “코나에서 90세인 일본 사람을 봤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청춘이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제 나이대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젊은데도 허리가 굽은 환자들도 있죠.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생생해요. 완주의 성취감도 있지만 헤엄치고 사이클 타고 달릴 때 무아지경에 빠진 듯 황홀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2023년 3월 5일 오전 운동하는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맨발로 흙길을 걷고 있었다. ‘맨발로 걸으면 좋나요?’ ‘따라와 봐요. 알려줄게’. 따라나섰더니 ‘가장 좋은 게 잠을 잘 잔다’고 했다. 당시 수면 장애가 다시 시작된 경기 연천경찰서 백학파출소 박경운 경감(56)은 다시 “정말 잠을 잘 자나요?”라고 물었다. ‘해보면 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 밤 근무를 위해 낮에 오수(午睡)를 청하는데 정말 기적같이 1시간 꿀잠을 잤다. 정신도 맑아졌다. 박 경감은 그때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970일 넘게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32년 차 경찰공무원인 박 경감은 2016년부터 경찰청 경찰 생명지킴이(자살 예방) 동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년 전 자살 직전까지 갔던 경험을 되살려 경찰들의 자살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닉네임은 ‘긍정폴’이다. 경찰은 전체 공무원의 두 배가 넘는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강원 영월 출신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산을 뛰어다니며 놀았고,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사회생활 하면서도 축구와 탁구, 테니스, 족구 등을 즐겼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에 육체 건강은 큰 의미가 없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그를 ‘자살할까?’라는 상태로까지 몰고 갔기 때문이다.“경찰공무원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을 무렵 아주 깊은 정신적 절망을 경험했습니다. 그 당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당시 저에겐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삶을 놓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박 경감은 임용 초기에 지역 경찰로 교대근무 6~7년, 수사형사 부서에서 3~4년 일했다. 야근할 때 그냥 평범한 야근이 아니고, 살인과 강도, 폭력, 변사, 자살, 정신질환자 대응 등 상처 가득한 각종 사건을 늘 마주해야 했다. 범인 검거를 위해 밤새 잠복하기도 했다. 그 긴장감과 초조함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트라우마까지 생길 정도였다.“경찰 교대근무는 지역 경찰, 상황실 등 국민과 접점에서 8시간, 12시간, 24시간 교대근무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국민 누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각종 범죄나 사건, 사고 등 위급한 상황이 항상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찰공무원처럼 교대근무를 하는 직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대근무는 사람의 생체시간,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근무 구조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교대근무는 발암물질 2등급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죠.”최근 10년간 경찰공무원 자살률은 일반 공무원보다 2배에서 2.5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찰공무원의 돌연사율(심근경색 등)은 일반 공무원보다 1.8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일반 국민보다 2배 이상 높다.“어느 순간 불면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입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각종 사건, 사고 처리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과 열악한 교대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정신이 무너졌습니다. 자살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 경찰 선배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받으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박 경감은 “제가 그동안 연구한 결과 자살하는 이유는 딱 세 가지로 압축된다. 힘들고, 어렵고, 억울하면 자살한다. 그래서 힘든 동료가 있으면 다가가서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경찰 선배가 그에게 했던 것처럼. 그 경찰 선배가 힘내라며 건넨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이란 책도 도움이 됐다.“처음엔 너무 뻔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그 책을 여러 차례 반복해 보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긍정적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2023년 다시 불면증이 찾아왔는데, 그때 우연히 맨발 걷기를 만난 게 그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50대 초반 나이라 컨디션도 떨어지고, 체중은 늘었죠. 전반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지던 때 다시 수면 장애가 찾아온 것입니다. 과거를 떠올리며 수면제 등 약에 의존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불면증은 사라지지 않았죠. 그때 맨발로 걷는 어르신들을 만나게 됐습니다.”당시 1시간 정도 함께 걸었다. 따라가면서 ‘사실상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는 맨발 걷기 효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정말로 잠을 잘 잔 것이다. 박 경감은 “야근 근무가 잡힌 날은 오후에 억지로 잠을 자는데 정말 꿀잠을 잤다”고 했다. 맨발 걷기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3)이 쓴 맨발 걷기 관련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실천했다. 그날 이후 하루도 안 거르고 맨발로 걷고 있다. 평균 하루 3시간 이상 걸었다. 맨땅이 드러난 곳이면 운동장, 공원, 가로수 아래, 바닷가, 갯벌, 계곡, 맨발 산행도 실천하고 있다.맨발 걷기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관련 책을 다수 출간한 박동창 회장은 “맨발로 걸으면 지압 효과와 접지(接地·Earthing) 효과로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 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접지가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다. 맨발 걷기 접지의 항산화 효과”라고 말했다.박 경감은 수면 장애를 완전히 극복했다. 환절기마다 그를 괴롭혔던 고질병 비염도 사라졌다. 잇몸도 건강해졌다. 전립선 비대증 약도 끊었다. 자살 예방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홍보하고 있다.“맨발 걷기는 경찰 자살 예방의 ‘로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우울증 증상에는 그림자처럼 불면증이 따라옵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해지면 심신을 아주 힘들게 하고, 피폐하게 만들거든요. 당연히 자살 충동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고, 분명하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맨발 걷기 전문가들은 맨발 걷기를 ‘천연신경안정제’라고 설파하기도 합니다. 또한 임상 연구에서 맨발 걷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안정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보고도 있어요. 한 시간 맨발 걷기를 처음 시작한 날 대자연 맨땅에서 꿀잠이라는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았고, 그날 이후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맨발 걷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고장면 대전 국립 한밭대 교수(64·화학생명공학과·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소장)는 “맨발 걷기가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맨발 걷기는 우리 몸에 각종 호르몬이 풍성하게 나오게 하는데 멜라토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통상 멜라토닌이 뇌의 중과선에서 나오면서 동시에 도파민도 같이 나옵니다. 도파민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핵심 호르몬이죠. 그래서 마음이 평안한 정신 상태가 되어 우울증이 사라집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안정화합니다. 한마디로 맨발 걷기는 멜라토닌 도파민 등의 생성을 촉진하여 긍정적인 정신을 강화하고, 코르티솔을 안정화해 우울증을 치료해 결국 자살을 방지하게 됩니다.”박 경감은 경찰청 생명 지킴이 동료 강사를 하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자살 예방 전문 강사로 위촉받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살 예방 기본 강의 교안을 나누면서 덧붙여 수면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맨발 걷기를 실천할 수 있게 자료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맨발 걷기를 실천한 경찰들 모두 다 효과를 봤다고 한다”고 했다.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경기 파주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경감은 맨발 걷기의 실천을 강조했다.“자존심이나 선입견, 편견으로 인해 맨발 걷기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동료 경찰들을 바라볼 땐 아주 안타깝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실천하는 사람과 실천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실천할 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해보니 효과를 봤습니다. 맨발 걷기의 핵심 효과 중 하나가 만병의 근원이자 끊임없이 신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10만 km가 넘는 신체 내 혈관의 혈행을 최적화시켜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줍니다. 실천해보세요. 정말 좋아집니다.”박 경감은 ‘우린, 자판 필사하고 책 쓰기 도전합니다’란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어싱이나 필사나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는 부제로 9꼭지를 썼다. 그는 “인세가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저에게 귀속되는 수익금은 경찰 자살 예방 사업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창휴 가천대 길병원 교수(56·심장혈관흉부외과)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트렌스제주 100마일(160km)에 출전해 36시간 만에 완주했다.다. 그는 지난해부터 트레일러닝에서 함께 뛰며 다치거나 위험에 빠진 러너들을 돕는 ‘레이스 메딕(Race Medic)’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살면서 가장 싫은 게 운동이었고, 축구와 야구 등 스포츠도 보지 않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가?.“약 15년 전 잠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캐나다로 가족들과 함께 연수 갔는데 돌아올 시점에 아이들이 남겠다고 했죠. 쉬는 날 할 일이 없다 보니 너무 지루해서 집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서 삶이 바뀌었죠.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길을 잘 만들어 놓아 전국 어디든 자전거 타고 갈 수 있었죠. 서울~부산 종주는 물론 4대강 등 전국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죠.”최 교수가 자전거를 열심히 타자 자연스럽게 소문이 났고, 대학 자전거동아리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해달라고 했다.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라이딩하다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듀애슬론(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나가게 됐다. 그는 “자전거와 달리기는 완전히 달랐다. 500m나 1km는 달리겠는데 5km 넘으면 힘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라톤을 공부하며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2년이었다.시간 날 때마다 병원 주변을 달렸다. 3개월 훈련하고 10km에 출전했다. 하프코스도 뛰었고, 1년 뒤 가을 4시간 50분에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그때부터 동아마라톤 등 메이저대회 마라톤을 섭렵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 50분.“로드 마라톤에 흥미가 떨어질 때쯤 지인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있다는 겁니다. ‘도로 달리기도 싫은데 무슨 산을 달리냐?’고 했죠. 그 친구가 산 달리기가 더 재밌다고 강조했죠. 그래서 모든 러너들의 성지 서울 남산으로 가서 달려봤죠.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죠. 올라갈수록 풍광이 좋았어요. 산에선 달리는 주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다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긴장감이 좋습니다. 오르막을 오를 땐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와 꽃, 개울, 바위 등 자연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2016년부터 산을 달렸다. 산을 달리는 게 더 좋았지만, 병원 일 때문에 근처 로드에서 운동해야 할 때도 많았다. 2019년 말부터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했다. 2023년 10월 트렌스제주에서 100km를 19시간 44분에 완주했다. 코리아 50K, 장수트레일레이스 70K는 물론 일본과 중국, 홍콩 등 국내외 대회 중장거리를 꾸준히 뛰었다. 지금까지 100km만 5회 완주했다. 기록은 20시간 안팎. 이젠 ‘달리는 철각 의사’로 불린다. 매일 새벽 5~10km를 달리고 주말에는 대회 출전이나 장거리 훈련을 하고 있다.최 교수는 장거리를 선호한다.“산 장거리 100km 이상을 달릴 땐 상승고도와 거리를 감안해 체력 안배도 잘해야 합니다. 전 체력을 60~70%만 쓰려고 노력합니다. 주말 이후에는 또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너무 피곤한 상태가 되면 곤란합니다. 저에게 기록은 의미 없습니다. 그냥 즐겁게 달립니다. 제가 100km 이상에 자주 나가는데 생각해 보면 제 일도 비슷합니다. 수술 한번 들어가면 최소 6시간입니다. 많게는 10시간 넘게 걸리죠. 수술하기 전 환자 상태를 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위험 요소를 제거합니다. 트레일러닝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리기 전 코스를 유심히 분석해 어떤 위험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위험한 구간은 대회 전 직접 가서 달려보기도 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출전합니다.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그래도 20시간 가까이 달리면 힘들지 않을까?“제 개인적인 성향에도 맞습니다. 저는 짧은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트레일러닝을 20시간 정도 달리면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지지만 정신도 맑아집니다. 산에서 바짝 긴장하며 20시간 동안 달려보세요. 그럼, 직업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확 날아가죠.”달리다 보니 다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레이스 메딕으로 나선 이유다.“산에서 러너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봤죠. 가벼운 찰과상과 골절 등 외상성 손상부터 탈진, 심혈관 이상 등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 대회에선 30대가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레이스 중간 각 CP(Check Point)에 응급요원들이 있지만 산길에선 바로 투입이 쉽지 않아 참가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제가 달리는 대회에서는 대회 주최 측과 협의해 레이스 메딕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혼자선 안 되겠다 싶어 올해부터는 달리는 의사들을 모아 함께 하고 있습니다.”최 교수는 운동 및 스포츠 현장에서 왜 의사가 있어야 하는지를 직접 체감했다.“외상성 손상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체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은 참가자들이 모를 수가 있어요. 과도하게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진 상태가 된다든가, 열이 너무 올라간다든가, 너무 물을 많이 마셔서 저 나트륨 혈중 상태가 온다든가.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컨디션에 따라 호흡곤란이나 쇼크가 와 쓰러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필요합니다. 세계 대회에 나가면 의사들이 트레일러닝대회를 기획 단계부터 개입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모든 대회에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레이스 메딕은 대회 스태프가 아니고 참가자이면서 응급 상황엔 러너들을 돕는 순수 자원봉사자다. 레이스 메딕으로 봉사키 위해선 중급 이상의 트레일런 완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최 교수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레이스 메딕 자원봉사자들을 모았다. 현재 약 20명이 활동한다. 대회 땐 10명에서 15명의 의료진(의사 한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산악구조대 소방공무원 등)이 간단한 기본 의료 장비를 메고 달리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무전을 받으면 최근 거리에 있는 레이스 메딕이 뛰어가 돕는다. 올해는 경기 동두천 코리아 50K 등 4개 대회에서 시범 운영하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참가자가 위험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산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먼저 위험 구간 등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조심하게 됩니다. 또 응급 처치 키트, 서바이벌 블랭킷 등 대회 조직위가 꼭 지참하라고 하는 것은 준비해야 합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극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혹시 다치면 배번에 적혀 있는 레이스 메딕으로 전화 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최 교수는 “레이스 메딕이 참가자들에게 ‘주변에 의사들이 달리고 있구나’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향후 더 많은 의료진을 모아 함께 달리며 러너들의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활짝 웃었다.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창휴 가천대 길병원 교수(56·심장혈관흉부외과)는 가장 싫은 게 운동이었다. 축구와 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도 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은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하며 다치거나 위험에 빠진 러너들을 돕는 레이스 메딕(race medic)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변신이다. “약 15년 전 잠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캐나다로 가족들과 연수를 갔는데 돌아올 시점에 아이들이 남겠다고 한 거죠. 쉬는 날 할 일이 없으니 지루해서 집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서 삶이 바뀌었죠.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길을 잘 만들어 놔서 전국 어디든 자전거로 갈 수 있었어요. 서울∼부산 종주는 물론이고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습니다.” 최 교수가 자전거를 열심히 탄다는 소문이 나자 이 대학 자전거동아리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해 달라고 했다.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라이딩을 하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듀애슬론(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나갔다. 그는 “자전거와 달리기는 완전히 달랐다. 500m나 1km는 달리겠는데 5km 넘으면 힘들었다.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2년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병원 주변을 달렸다. 3개월 훈련하고 10km 경주에 출전했고 이어 하프코스도 뛰었다. 1년 뒤 가을 4시간 50분에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그때부터 동아마라톤 같은 메이저 대회를 섭렵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 50분. “로드 마라톤에 흥미가 떨어질 때쯤 지인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알려 주는 겁니다. 처음에는 ‘도로 달리기도 싫은데 무슨 산을 달리냐’고 했죠. 그래도 그 친구는 산 달리기가 더 재밌다는 거예요. 그래서 모든 러너의 성지라는 서울 남산을 달려 봤습니다.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올라갈수록 풍광이 좋았고, 산길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지루하지 않았죠.” 2016년부터 산을 달렸다. 도로보다 산이 더 좋아졌지만 병원 일 때문에 근처 도로나 공원에서 운동해야 할 때도 많았다. 2019년 말부터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2023년 10월 트랜스제주 대회에서 100km를 19시간 44분에 완주했다. 코리아 50K, 장수트레일레이스 70K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홍콩 등 국내외 대회 중장거리를 꾸준히 뛰었다. 지금까지 100km만 5회 완주했다. 기록은 20시간 안팎. 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트랜스제주 100마일(160km)도 달렸다. 이제는 ‘달리는 철각 의사’로 불린다. 매일 새벽 5∼10km를 달리고 주말에는 대회에 출전하거나 장거리 훈련을 한다. “달리면서 트레일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봤습니다. 가벼운 찰과상과 골절 같은 외상성 손상부터 탈진, 심혈관 이상처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 대회에선 30대 러너가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레이스 중간중간 체크포인트(CP)에 응급요원이 있지만 산길에선 바로 투입되기 쉽지 않아 참가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제가 달리는 대회에서는 주최 측과 협의해 레이스 메딕 역할을 합니다. 혼자선 안 되겠다 싶어 올해부터는 의사들을 모아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레이스 메딕은 대회 스태프가 아니고 참가자이면서 응급 상황에 러너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다. 레이스 메딕이 되려면 중급 코스 이상의 트레일러닝 완주 경험이 있어야 한다. 10명에서 15명의 의료진(의사 한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산악구조대원 소방공무원 등)이 기본 의료 장비를 메고 달린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무전을 받으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레이스 메딕이 뛰어가 돕는다. 올해는 경기 동두천 코리아 50K를 비롯한 4개 대회에서 시범 운영하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참가자 스스로 위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위험 구간을 비롯한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조심하게 됩니다. 또 응급처치 키트, 서바이벌블랭킷 같이 대회 조직위원회가 지참하라고 한 것은 꼭 준비해야 합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극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다치면 배번에 적혀 있는 레이스 메딕 휴대전화로 전화 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환경·에너지 장비 기업 지앤비에스 에코 박상순 회장(65)은 (사)한국SS스포츠진흥협회를 만들어 테니스 유망주를 키울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는 “난 테니스로 다시 태어났다. 건강도 되찾았고, 그 덕분에 사업도 많이 성장했다. 테니스에 큰 신세를 진 것이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다시 테니스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사연은 이렇다. 박 회장은 2011년 합작했던 프랑스 본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국내 법인도 그 영향권에 들었고, 결국 지분 다 팔고 나오는 과정에서 배신을 당하는 등 심신이 피폐해졌다. 2013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그는 그즈음 20년 가까이 등한시했던 테니스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심신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한 3년 넘게 시달리다 보니 그때 저를 만난 사람들이 다 ‘얼굴이 왜 그렇게 망가졌냐?’고 걱정했었죠. 제가 봐도 얼굴이 엉망이었어요.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였습니다.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을 봐도 그랬습니다. 당시 제가 1980년대 후반 서울 송파에 신혼살림을 차릴 때 테니스를 시작했던 기억이 떠올랐죠. 2015년쯤 그 시절 함께 했던 형님을 찾아가 다시 라켓을 잡아야겠다고 했고, 함께 테니스 치면서 저를 다시 찾게 됐어요.”테니스는 게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잡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공을 쫓아 뛰어다니다 보면 땀을 흠뻑 흘렸고, 그렇게 2~3시간 코트를 누비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샤워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무엇보다 온전히 테니스만 생각하다 보면 회사의 복잡한 일들을 잠시 잊을 수 있고, 머리가 맑아지니 해결책도 잘 떠오른다”고 했다.박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 등 뛰어노는 것을 즐겼다. 사회생활 하면서 잠시 잊었지만, 결혼한 뒤 테니스 치는 처남들을 보며 라켓을 잡았다. 송파에 있는 테니스동호회에 가입해 개인 지도까지 받으며 쳤다. 회사에 다니다 보니 주중보다는 주말에 몰아서 쳤다. 1990년 말부터는 사업상 골프 칠 일이 많아 한동안 테니스를 사실상 잊고 살았다.“당시는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갔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골프도 열심히 쳤죠. 최고 스코어가 2언더입니다. 당시 동반자들은 레귤러 티에서 칠 때 전 백 티에서 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골프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날려주진 않더라고요. 한때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고생했고, 골반이 틀어지기도 했죠.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살고 싶어서 다시 테니스로 돌아온 것입니다.”테니스를 다시 시작한 뒤에는 골프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지 않고 공휴일과 주말에는 테니스코트로 달려간다. 집이 경기 성남시 판교인데 그 일대는 테니스코트가 없어 서울 송파로 이동해 치고 있다. 사업상 해외 출장이 많은데 공휴일과 주말 전날이나 당일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고, 귀국한 뒤 코트로 향한다.“처음 테니스를 칠 땐 승리욕이 앞섰습니다. 복식을 많이 치지만 가끔 단식도 쳤는데 저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잡으려고 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참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즐겁게 재밌게 치는 게 좋았는데…. 이젠 승부보다는 테니스를 즐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 2가지 원칙을 세웠다. 매일 1시간 이상 걷고, 목요일 이후 주말까지는 절대 음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반사 신경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곤 술도 자제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회사에 마련된 피트니스센터에서 가볍게 상·하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박 회장은 테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도 시작했다. 2022년 고교 2학년이던 테니스 유망주 명세인(20)을 2년간 2억 원을 후원했다. 명세인은 세계 투어를 뛰며 세계 주니어순위를 끌어 올려 미국 대학의 손짓을 받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스탠퍼드대에 진학했다. 명세인은 박 회장 지인의 딸로 어릴 때부터 지켜보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성장하면 후원해 주겠다’고 했고, 회사가 2021년 코스닥에 상장된 뒤 약속을 지킨 것이다. 박 회장은 투자한 결과가 좋게 나타나 너무 기뻤다. 박 회장이 한국SS스포츠진흥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테니스 유망주를 키울 계획에 나선 이유다. 개인 후원을 하면 양도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세제 혜택도 없었다.“유망주를 후원하며 주니어테니스의 현실을 봤더니 형편없더라고요.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테니스 등 스포츠의 현실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테니스의 경우 선수 전용 코트가 부족하고, 지도자들의 수입도 불안했어요. 후원자도 거의 없었죠. 테니스 선수가 해외 투어 뛰려면 1년에 1억 원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테니스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습니다.”박 회장은 이 단체를 통해 테니스 유망주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일대 보육원에서 테니스 교육 사업도 병행한다. 경기 의왕시 안성시 등 보육원 후원도 하고 있는데 지켜보면서 새롭게 얻은 아이디어다.“보육원의 아이들은 만 19세가 되면 정착 지원금 1000만 원을 받고 퇴원해야 하는데 대부분 자립해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테니스 유망주를 발굴해 선수로 육성하며 지도자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레슨 코치가 되면 그래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어 독립에 도움이 될 겁니다.”박 회장은 함께 테니스 치는 선후배들을 위해서 대회도 만들었다. 2022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제1회 박상순배 전국투어 테니스대회’를 만들었다. 처음엔 친목을 위해 만들었는데 아시아투어를 뛰는 유망주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 이름을 ‘박상순배 아시아투어 테니스대회’로 바꿨다. 일본 가고시마, 중국 상하이 등을 다녀왔다. 그는 “아시아 투어를 뛰는 유망주들을 응원하러 가서 우리들끼리도 자체 대회를 한다. 상금도 걸렸다. 즐겁게 재밌게 테니스 치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이제 유망주들을 위해 더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며 사업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박 회장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남양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환경·에너지 장비 기업 지앤비에스 에코 박상순 회장(65)은 2011년 합작하던 프랑스 본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국내 법인도 그 영향권에 들어서, 결국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을 다 팔고 나왔다. 그 과정에서 배신을 당하는 등 심신이 피폐해졌다. 2013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그는 그즈음 20년 가까이 등한시하던 테니스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심신 건강을 되찾았다. “3년 넘게 시달리다 보니 그때 저를 만난 사람들마다 ‘얼굴이 왜 그렇게 망가졌냐’며 걱정했죠. 제가 봐도 제 얼굴이 엉망이었으니까요. 그때, 1980년대 후반 서울 송파구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테니스를 시작한 기억이 떠올랐죠. 2015년, 그 시절 함께했던 형님을 찾아가 다시 라켓을 잡아야겠다고 말하고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저를 되찾게 됐어요.” 테니스는 게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잡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공을 쫓아 뛰어다니다 보면 땀을 흠뻑 흘렸다. 그렇게 2∼3시간 코트를 누비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샤워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무엇보다 온전히 테니스만 생각하다 보면 회사의 복잡한 일들을 잠시 잊을 수 있고 머리가 맑아지니 해결책도 잘 떠오른다”고 했다. 박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비롯해 뛰어노는 것을 즐겼다. 사회생활 하면서 잠시 잊었지만, 결혼한 뒤 테니스를 하는 처남들을 보며 라켓을 잡았다. 송파구에 있는 테니스동호회에 가입해 개인 레슨까지 받으며 주말에 몰아서 쳤다. 그러다 1990년 말부터는 사업상 골프 칠 일이 많아 한동안 테니스를 사실상 잊고 살았다. “당시는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갔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골프도 열심히 쳤죠. 베스트 스코어가 2언더입니다. 그런데 골프가 스트레스를 완전히 날려 주진 않더라고요. 허리를 다치기도 했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살고 싶어서 테니스로 돌아온 겁니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한 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프는 치지 않고 주말엔 테니스 코트로 달려간다. 집이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에는 테니스 코트가 없어 송파구로 이동해 치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있을 때는 주말 전날 저녁이나 당일 새벽 귀국하는 날로 일정을 잡아 코트로 향한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 2가지 원칙을 세웠다. 매일 1시간 이상 걷고, 목요일 이후 주말까지는 절대 음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반사신경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곤 술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틈나는 대로 회사에 마련된 피트니스센터에서 가볍게 상하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도 시작했다. 2022년 고교 2학년이던 테니스 유망주 명세인(20)을 2년간 2억 원 후원했다. 명세인은 세계 투어를 뛰며 세계 주니어 랭킹을 끌어올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스탠퍼드대에 진학했다. 박 회장은 “테니스로 다시 태어났다. 건강도 되찾았다. 그 덕분에 사업도 많이 성장했다. 테니스에 신세를 진 것이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다시 테니스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사단법인 한국SS스포츠진흥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테니스 유망주를 키울 계획이다. “유망주를 후원하며 주니어 테니스 현실을 봤더니 형편없더라고요.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테니스 같은 스포츠의 현실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테니스 선수 전용 코트가 부족하고 지도자들 수입도 불안정했어요. 후원자도 거의 없었죠. 조금이나마 테니스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박 회장은 이 단체를 통해 테니스 유망주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일대 보육원에서 테니스 교육 사업도 병행한다. 그는 “보육원 아이들은 만 19세가 되면 정착 지원금 1000만 원만 받고 퇴원해야 하는데, 자립해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테니스 유망주를 발굴해 선수로 육성하며 지도자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레슨 코치가 되면 안정적인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유망주들을 위해 테니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사업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7남매의 셋째 아들 이호성 씨(65·전남 무안군청 계약직 공무원)는 요즘 어머니 노순자 씨(91)만 보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2년 전만 해도 어머니가 만기발병 알츠하이머 치매로 기억이 희미해져 가족을 알아보지 못했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했다. 가족들을 손톱으로 할퀴는 등 폭행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혼자 잘 걷지도 못했다. 하지만 2023년 8월부터 맨발로 맨땅을 걷기를 시작해 2년이 넘은 지금은 모든 증세가 사라졌고, 스틱을 짚고 혼자서 걷고 있다.이호성 씨의 말이다.“가족들이 다 생업이 있다 보니 치매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치매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님의 동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이강일 나사렛국제병원 이사장님 사례를 들며 파킨슨병도 맨발로 걸으면 호전되니 치매도 호전될 것이다’는 말에 자식 된 도리로 저것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이강일 이사장은 9년 전 파킨슨병에 걸려 고생하다 2022년부터 맨발걷기를 해 병세가 크게 호전된 인물이다. 2023년 8월 22일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자세하게 다뤘다.아들 이 씨는 자신이 식당을 운영하던 전남 목포시 옥암동에 있는 초당산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가 맨발걷기를 시작했다. 초당산엔 2003년부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왕복 약 200m 맨땅 길이 마련돼 있었다.“어머니께서 한두 발짝 걸으면 주저앉았어요. 그래서 잘 끊어지지 않는 혁대를 어머니 허리에 묶어 제가 들어 올려 끌다시피 해 걷게 했습니다. 200m를 두 바퀴 도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어요. 그럼 어머니께서 기진맥진해 더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억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저는 물론 아버지 등 가족들 이름을 지속적으로 말하게 했죠. 근처에 나무를 둘러싼 대리석 구조물에 돌을 하나씩 올리며 매일 몇 개냐고도 물었습니다. 그럼 하나, 둘 지팡이로 짚어가며 세셨죠. 29개째 올릴 때 어머니의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 약 6개월 됐을 때입니다.”노 씨는 2019년 대장파열로 인한 대수술 이후 의식과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섬망증이 왔고, 2022년 말 뇌경색에 이은 중풍으로 오른쪽 팔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결국 2023년 초 지방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 6개월 뒤 다시 서울 종합병원에서도 똑같은 진단을 받았다. 아들 이 씨가 어머니와 함께 그해 8월 17일부터 맨발 걷기를 시작한 이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30분 이상 맨발 걷기를 했다.노 씨는 “참 천한 생활하다 저세상에 갈 뻔했는데 아들 때문에 이제야 제대로 살고 있다. 아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노 씨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누구예요?’라는 질문에 “이재명”, ‘맨발 걷기 회장님 성함은요?’라면 “박동창 회장님”이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맨발 걷기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 이양주 씨(91)의 중풍 및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도 치유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도 2019년쯤 뇌경색에 이은 중풍이 와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고, 그 이후 폐쇄성 폐질환으로 기침을 심하게 했다. 폐쇄성 폐질환은 호흡기의 기류 흐름이 폐쇄되어 공기의 유입량이 줄어들고, 공기의 흐름이 나빠져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폐 섬유화가 진행되고 기침도 많이 한다. 아버지 이 씨는 “아들이 시키는 대로 맨발로 걷기만 했는데 심장도 좋아지고, 밥도 잘 먹고, 몸이 너무 좋아졌다”고 했다. 심하던 기침 증세도 사라졌다.아들 이 씨의 말이다.“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목포시 석현동에 따로 사시는데 서로 밥도 해서 드시고, 빨래도 하시며 큰 문제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집안일은 물론 바느질도 하셔요. 제가 무안군청에서 일하고 가면 해가 집니다. 그럼 어머니께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저를 기다리셔요. 매일 저녁에 함께 걷는 게 즐거우신 것 같아요.”고장면 대전 국립 한밭대 교수(64·화학생명공학과·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소장)는 “맨발 걷기와 치매는 상관관계가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교수의 설명이다.“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멜라토닌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멜라토닌은 뇌 중앙에 솔방울처럼 생겨 송과체(松果體)라고 불리는 곳에서 나오는 호르몬인데 뇌 신경세포 사이를 다 지나가면서 깨끗하게 청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에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단백질이 끼게 되면 치매가 걸리는데 그것을 청소해 줍니다. 아크릴아마이드가 끼면 신경 전달물질이 서로 교류를 못하기 때문에 치매가 옵니다. 따라서 맨발걷기가 치매 환자들을 회복시킬 수 있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겁니다. 맨발걷기의 공통적인 특징 중의 하나가 잠을 잘 자는 것인데 그것도 멜라토닌 효과입니다. 세포를 쉬게 하고 수면을 하게 만듭니다.”고 교수는 올 7월 맨발 걷기가 혈액내 적혈구에 유의미한 변화를 줬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연구 결과, 맨발로 30분 걷기 전에는 적혈구가 뭉쳐 ‘연전쌓기(rouleaux formation)’ 형태를 보였으나, 걷기 후에는 적혈구가 완전히 분산된 모습이 관찰됐다. 반면, 신발을 신고 동일한 시간 동안 걷기를 실시한 경우, 혈액 내 응집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 제타포텐셜 수치는 평균 -10mV에서 -30mV로 개선돼 혈류의 유동성 및 안정성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이는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접지(Earthing)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나트라 등)’는 논문에서 자세히 제시한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당시 논문에서도 적혈구 제타포텐셜을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맨발 걷기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관련 책을 다수 출간한 박동창 회장은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와 접지효과(Earthing)로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 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접지가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다. 맨발걷기 접지의 항산화 효과”라고 말했다.한편, 노순자 씨의 아들 이 씨도 맨발 걷기로 우울증을 극복했다. 그는 “어머니가 맨발 걷기를 할 즈음, 제 소유의 원룸 빌딩이 불에 타는 등 전 재산을 잃어버리게 돼 힘들었다. 우울증약까지 먹고 있었는데 어머니 아버지랑 걷다 보니 말끔히 다 사라졌다”고 했다.전남 무안에서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됐던 고필호 씨(49)가 맨발걷기로 감각을 회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 씨는 2014년 9월 교통사고로 경추 3, 4, 5, 6번에 손상을 입어 사지 마비가 왔다. 9년 동안 재활에 매달려 운동 능력은 약간 회복했지만 감각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다 2023년 맨발걷기를 만나 사실상 거의 모든 감각을 되찾았다.고 씨의 말이다.“밤에 불 꺼지면 팔,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제 몸의 위치를 못 찾았어요. 맨발걷기를 알게 돼 시작한 지 두 달쯤 됐을 때 9년 노력한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봤습니다. 어느 날 해변에 앉아 있는데 다리가 따끔한 겁니다. 모기가 문 것이에요. 그 느낌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맨발걷기가 제 감각을 깨웠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펜션 앞이 갯벌이라 쉽게 맨발로 걸을 수 있었는데…. 너무 늦게 맨발걷기를 알았습니다.”고 씨는 자신이 아들과 함께 펜션 등을 운영하는 무안 하늘별바다 유한회사에 24시간 맨발로 황토 위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게르(몽골의 전통 가옥)를 만들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을 수 있는 실내 걷기장 및 연수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내 시설도 만들었다. 바로 갯벌로 나가서 맨발로 걸을 수도 있다. 지난달에는 ‘제2회 하늘별바다 황토갯벌 맨발축제’를 열기도 했다.목포·무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3년 해병대(병 1150기) 제대를 앞두고 마라톤 42.195km 풀코스 완주를 버킷리스트의 하나로 삼았다. 그해 6월 제대한 뒤 10km, 8월 하프코스, 그리고 9월 서울수복기념 해병대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4시간 20분에 완주했다. 첫 풀코스 완주였다. 이후 달리기에 빠졌고, 지금은 전북 장수 일대 산을 달리는 ‘장수트레일레이스’를 개최하고 있다. 김영록 락앤런(ROCKNRUN) 대표(33)는 산악마라톤으로 침체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어를 때부터 달리고 땀 흘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축구와 농구 등 운동은 다 했죠. 마라톤 완주한 뒤 달리기가 제게 딱 맞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달리기는 잡 생각을 하지 않고 저에게만 몰입힐 수 있어 좋았죠. 그래서 꾸준히 달렸어요.”대학생이라 주로 저녁에 달렸다. 2015년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100km를 완주했다. 2016년부터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사막 마라톤에 빠졌다. “복학해 국토대장정 등 다양한 도전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 제주도 한라산을 달리는 대회를 알게 됐어요. 한라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해 겸사겸사 신청했는데 그게 트레일러닝대회였어요. 3일 동안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였죠. 그때 태극기를 달고 달리는 분이 있었어요. 국가대표도 아닌데…. 여쭤 보니 사막 마라톤 나갈 때 입는 복장이라더군요. ‘사막을 달린다고?’ 휴학하고 돈을 모아 2016년 4월 나미비아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출전했죠.”힘들지만 사막을 정복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성취감도 대단했다. 2017년 중국 고비 사막, 2018년 남미 칠레 아타카마 사막도 달렸다. 2019년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도 완주했다.사막 마라톤은 극지 마라톤으로 사하라, 고비, 아타카마에 더해 남극 마라톤까지를 세계 4대 메이저 대회로 부른다. 다 완주하면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램 달성이라는 칭호가 따른다. 사하라사막 마라톤은 당초 이집트 사하라사막에서 열렸는데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이어져 나미비아로 옮겨 치러지고 있다. 현재는 ‘나미브 레이스(Namib Race)’로 열리는데 대회 관계자들은 다시 사하라사막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사하라사막 마라톤이라고 계속 부르고 있다.UTMB는 프랑스 샤모니를 출발해 이탈리아. 스위스를 돌아오는 알프스산맥을 달리고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린다. 174km에 누적 상승고도 9900m인 UTMB를 포함해 OCC(101km, 6050m), TDS(148km, 9300m), OCC(57km, 3500m), MCC(40km, 2350m), ETC(15km, 1200m), PTL(300km, 2만5000m) 등 7개 대회가 열린다. 참가자는 대회 출전 자격 인덱스(스톤)를 채운 사람들 중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추첨해 달릴 수 있게 한다. 보통 각 부분에 전체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하는데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UTMB에 약 2500명 등 전체 1만 명가량만 달릴 수 있게 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8년 대학 졸업하고 호주 브루니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호주 트레일러닝 대회도 참가하고 돈도 벌기 위해서였다. 2019년 UTMB 완주하고 호주로 돌아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내는 달리기를 전혀 해보지 않았다는데 잘 뛰었다. 알고 보니 고향 장수에서의 어릴 때 삶이 산을 걷고 뛰는 것이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함께 달렸다.“2019년 12월 아내 시골집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서울에서 학교 다니던 아내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생활이 심해지자 그해 12월 장수로 내려가서 잠시 산다고 해 함께 내려왔죠. 그리고 지금까지 쭉 살고 있습니다. 귀촌한 셈이 됐죠.”김 대표는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특기를 살려 ‘장수러닝크루’를 만들어 함께 달렸다. 장안산(1237m) 등 산이 즐비하고, 장수종합운동장, 왕복 20km인 승마체험장 승마 로드 등 달릴 곳이 많았다. 청년들이 모이니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러다 장수군의 청년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어린이 마라톤대회를 개최했고, 자연환경이 좋은 장수의 산을 달리는 대회를 만들면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22년 9월 제1회 장수트레일레이스를 개최했다. 시작은 200여 명으로 미미했지만 반응은 좋았다. 장안산을 비롯해 팔공산(1149m), 백운산(1278m) 등을 지나는 청정코스가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4년째인 올해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열린 제6회 장수트레일레이스엔 1963명이 참가했다. 장수군민이 2만 명 남짓이니 그 10분의 1가량이 달린 셈이다. 그동안 메인인 장수트레일레이스(20km, 38km, 100km, 170km)를 비롯해 애견과 함께 달리는 캐니크로스 장수,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기간에 열리는 레드푸드레이스 등 다양한 대회를 만들었다. 어느 순간 장수가 트레일러닝의 성지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군민들도 자발적으로 도와준다. 최훈식 군수님을 포함한 장수군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이젠 지역의 대표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할 기반을 갖췄다”고 했다.김 대표는 “언젠가 대회를 만들겠다는 막연한 계획은 가지고 있었지만, 장수에 올 때 대회를 만들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살다 보니 장수에 달리기 좋은 곳이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만들게 됐다”고 했다. 사실 그는 많은 대회를 참가하면서 대회 운영 방식을 몸으로 체득했고, 국내에 극지 마라톤을 소개하고 트레일러닝대회를 만든 유지성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54) 밑에서 일하면서 트레일러닝 전문가가 됐다. 그는 “사막 마라톤에 출전할 때 유지성 대표님을 알게 됐디. 유 대표님이 2015년 경기도 동두천에 코리아 50K란 트레일러인 대회를 만들 때도 스태프로 참여했고,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기도 했다”고 했다.장수트레일레이스는 행정안전부 ‘2025년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향후 3년간 국비 6억 원을 지원받는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마을 또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김 대표는 이 지원금으로 ‘장수 샤모니 트레일 빌리지(Chamonix Trail Village)’를 조성할 계획이다. 장수를 UTMB를 개최하는 프랑스의 샤모니-몽블랑 같은 곳을 키우겠다는 각오다.“아직 해야 할 게 많습니다. 숙소와 식당 등 부족 점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편하게 묵고 먹게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달릴 때 안전도 더 신경 써야 하고요. 프랑스 샤모니는 주민 전체가 대회를 치른다고 보면 됩니다. 나와서 박수 쳐 주고, 식당도 늦게까지 운영해주는 등 대회 때는 모든 게 참가자들을 위해 돌아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어요. 트레일러닝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습니다. 군민들을 포함해 장수군 전체가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장수도 샤모니처럼 될 겁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기대해주세요.”김 대표의 마라톤 풀코스 최고 기록은 지난해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59분 2초로 마스터스 마라토너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다. 대회를 개최할 땐 준비로 바빠 자주 달리지 못하지만 매일 30분에서 1시간 짬을 내 장수읍 일대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경기 시흥에서 자란 김 대표가 아내 박하영 씨(28)와 함께 산 달리기 하나로 장수를 탈바꿈시키고 있다.장수=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3년 해병대(병 1150기) 제대를 앞두고 마라톤 42.195km 풀코스 완주를 버킷리스트의 하나로 삼았다. 그해 6월 제대한 뒤 10km, 8월 하프코스, 그리고 9월 서울수복기념 해병대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를 4시간 20분에 완주했다. 첫 풀코스 완주였다. 이후 달리기에 빠졌고, 지금은 전북 장수 일대 산을 달리는 ‘장수트레일레이스’를 개최하고 있다. 김영록 락앤런(ROCKNRUN) 대표(33)는 산 달리기로 침체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는 “마라톤 완주 후 달리기가 제게 딱 맞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꾸준히 달렸다”고 했다. 대학생이라 주로 저녁에 달렸다. 2015년 제주국제트레일러닝대회 100km를 완주했다. 2016년부터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사막 마라톤에 빠졌다. “복학해 국토대장정 등 다양한 도전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 제주도 한라산을 달리는 대회를 알게 됐어요. 한라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해 겸사겸사 신청했는데 그게 트레일러닝대회였어요. 3일 동안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였죠. 그때 태극기를 달고 달리는 분이 있었어요. 국가대표도 아닌데…. 여쭤 보니 사막 마라톤 나갈 때 입는 복장이라더군요. ‘사막을 달린다고?’ 휴학하고 돈을 모아 2016년 4월 나미비아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출전했죠.” 힘들지만 사막을 정복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성취감도 대단했다. 2017년 중국 고비 사막, 2018년 남미 칠레 아타카마 사막도 달렸다. 2019년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170km도 완주했다. 김 대표는 “2018년 대학을 졸업하고 호주 브루니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호주 트레일러닝 대회도 참가하고 돈도 벌기 위해서였다. 2019년 UTMB를 완주하고 호주로 돌아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내는 달리기를 전혀 해보지 않았다는데 잘 뛰었다. 알고 보니 고향 장수에서의 어릴 적 삶이 산을 걷고 뛰는 것이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함께 달렸다.“2019년 12월 아내의 시골집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서울에서 학교 다니던 아내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생활이 심해지자 그해 12월 장수로 내려가 잠시 산다고 해 함께 내려왔죠. 그리고 지금까지 쭉 살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특기를 살려 ‘장수러닝크루’를 만들어 함께 달렸다. 청년들이 모이니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러다 장수군의 청년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어린이 마라톤대회를 개최했고, 자연 환경이 좋은 장수의 산을 달리는 대회를 만들면 성공할 것 같았다. 2022년 9월 제1회 장수트레일레이스를 개최했다. 시작은 200여 명으로 미미했지만, 반응은 좋았다. 장안산(해발 1237m), 팔공산(1149m), 백운산(1278m) 등을 지나는 청정코스가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4년째인 올해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2박 3일간 열린 제6회 장수트레일레이스엔 1963명이 참가했다. 장수군민이 2만 명 남짓이니 그 10분의 1가량이 달린 셈이다. 그동안 메인인 장수트레일레이스(20km, 38km, 100km, 170km)를 비롯해 애견과 함께 달리는 캐니크로스 장수,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기간에 열리는 레드푸드레이스 등 다양한 대회를 만들었다. 어느 순간 장수가 트레일러닝의 성지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군민들도 자발적으로 도와준다. 최훈식 군수를 포함한 장수군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이젠 지역의 대표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성장할 기반을 갖췄다”고 했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행정안전부 ‘2025년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향후 3년간 국비 6억 원을 지원받는다.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마을 또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김 대표는 이 지원금으로 ‘장수 샤모니 트레일 빌리지(Chamonix Trail Village)’를 조성할 계획이다. 장수를 UTMB를 개최하는 프랑스의 샤모니-몽블랑 같은 곳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경기 시흥에서 자란 김 대표가 아내 박하영 씨(28)와 함께 산 달리기로 장수를 변화시키고 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2000년 독일 전 외무 장관 요슈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를 읽고 ‘나도 한번 달려볼까’라는 생각을 했죠. 피셔 장관이 살을 빼기 위해 달려 112kg에서 75kg으로 감량한 것도 감명 깊었지만, 두 다리의 운동을 통해서 자신감을 걷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간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이명현 변호사(62)는 2001년 1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달린다를 읽고 체코의 마라톤 영웅 에밀 자토펙이 남긴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는 명언의 의미를 직접 체험하고 싶었죠. 그런데 달리는 것과 안 달리는 것은 천지 차이였습니다. 솔직히 중고교 시절부터 운동을 많이 했다고 자부했는데 달리는 것은 달랐어요. 5km를 목표로 달렸는데 3km만 뛰고 택시 타고 돌아왔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죠. 그리고 동호회를 찾았죠.”분당 탄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분당검푸마라톤’에 가입해 함께 달렸다.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달리니 더 쉽게 뛸 수 있었다. 바로 마라톤에 적응했다. 그해 2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제1회 금강산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27km를 완주했다. 그는 “아버지가 북한에서 내려오셔서 참가가 더 뜻깊었다. 그리고 난생 첫 마라톤에 도전해 함박눈 내리는 가운데 야외 온천장으로 골인할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2개월 뒤 42.195km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 30분에 완주했다.“단순함 속에 진리가 있었죠. 팔을 저으며 달리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그것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있습니다.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정신적으론 편안해진다고 할까요. 슬픔도 정화됩니다. 그때부터 마라톤에 빠져 살았죠. 변호사로서 원고나 피고를 대리하며 싸우고 난 뒤 승패에 따라 정신적으로 황폐해질 수 있었는데 마라톤 덕분에 극복했습니다.”이 변호사는 일찌감치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했다. “중고 시절부터 축구와 농구 등 운동을 좋아했어요. 전 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사법고시 보면서 알았어요. 고려대 법대 다닐 때 농구 팬이었고, 사법고시 공부할 때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인기에 농구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죠. 공부하다 막히면 공 들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농구하고 돌아오면 공부가 잘됐어요. 공부하면서 오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극복했죠. 주변에 함께 농구한 친구들의 사법고시 합격률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높았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운동하면 머리가 더 활성화돼 공부가 잘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더라고요.”매일 달릴 수는 없었다. 주중에 1, 2회 10~15km 달리고, 주말에 동호회에서 20~30km 긴 거리를 달렸다. 그는 “당시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있었다. 그냥 땀 흠뻑 흘리며 즐겼다. 남들이 다 도전하는 ‘서브포(4시간 이내)’, ‘서브스리(3시간 이내)’는 의미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최고 기록은 2009년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38분 16초이다.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마라톤 동호회인 ’달리는 변호사 모임(달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2015년 풀코스를 완주한 뒤 한동안 등산에 집중했다. 이 변호사는 “풀코스를 40회 넘게 달리니 권태감이 찾아왔다. 그래서 주말마다 지리산 설악산 등 백두대간 위주로 산을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등 성인병 증상이 나타나면서 다시 달렸다. 그는 “등산은 주말에만 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량이 부족했다. 달리기는 시간 날 때마다 할 수 있으니 좋았다”고 했다.2017년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대회 50km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10시간 정도에 완주한다. 딸들하고도 함께 달리기도 했다. 그는 “달리면 좋다며 딸들을 데리고 훈련하거나, 하프코스 등 짧은 코스에 참가했다. 지금은 다들 바빠 함께 달리지 못한다”고 했다. 3년 전부턴 40년 피던 담배도 끊었다. “어느 순간 담배 피우면 구역질이 났다”고 했다. 그 무렵부터는 혼자 명상하며 달린다.이 변호사는 마라톤 풀코스를 50회 가까이 완주한 ‘철각’이지만 최근엔 대회 출전보다는 혼자 사색하며 달리는 재미에 빠져 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안 풀릴 때 달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학창 시절 축구와 농구를 즐기는 등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명상하며 달리면 더 좋다”고 강조했다.“달리면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난제도 잘 풀리죠. 이젠 생활 속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 3~4회 10~15km 가볍게 달리고 있습니다.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달리기는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합니다. 심신 건강에 정말 좋습니다.”이 변호사는 대회 출전은 풀코스보다는 간간이 하프코스나 10km에 출전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이 마라톤대회에 많이 참가하는 바람에 참가 신청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굳이 대회 풀코스에 참가하지 않고 혼자 달리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이들이 많이 달리는 현상은 참 좋다”고 했다.“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는 실직한 중장년층들이 마라톤하며 삶의 의지를 다졌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마라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죠. 최근 젊은이들이 마라톤과 트레일러닝 등 달리기에 빠진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갈 곳이 없어 산과 도로를 달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배경이 뭐든 보기 좋습니다.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건강도 얻을 수 있죠. 풀코스 완주하면 성취감도 느끼죠. 그래서 많이 달리는 것 같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이명현 변호사(62)는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50회 가까이 완주한 철각이지만 대회 출전보다는 혼자 사색하며 달린다. 이 변호사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일이 안 풀릴 때 달리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학창 시절 축구와 농구 같은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명상하며 달리면 더 좋다”고 강조했다.“운동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사법고시 보면서 알았어요. 고려대 법대 다닐 때부터 농구 팬이었고, 사시를 준비할 때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인기에 농구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죠. 공부하다 막힐 때 공 들고 나가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면 공부가 잘 됐어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극복했죠. 함께 농구한 친구들의 사시 합격률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높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운동하면 머리가 더 활성화돼 공부가 잘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더라고요.” 이 변호사는 2000년 전 독일 외교장관 요슈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를 읽고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피셔 장관이 달려서 몸무게를 112kg에서 75kg으로 감량한 것도 감명 깊었지만, 두 다리 운동을 통해서 자신감을 갖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간 점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 책을 통해 ‘한번 달려 볼까’ 생각하다가 2001년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달렸다.“체코 마라톤 영웅 에밀 자토페크가 남긴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는 명언의 의미도 직접 체험하고 싶었죠. 달리는 것과 안 달리는 것은 천지 차이였습니다. 운동을 많이 했다고 자부했는데 달리는 것은 달랐어요. 5km를 목표로 했는데 3km만 뛰고는 택시 타고 돌아왔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죠. 그래서 동호회를 찾았죠.” 그해 1월 분당 탄천 일대에서 활동하는 ‘분당검푸마라톤’에 가입해 함께 달렸다.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니 더 쉽게 뛸 수 있었다. 바로 마라톤에 적응했다. 그해 2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제1회 금강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27km를 완주했다. 그는 “난생처음 마라톤에 도전해 눈발을 맞으며 야외 온천 골인 지점으로 들어올 때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아버지께서 월남하신 분이어서 대회 참가가 더 뜻깊었다”고 했다. 2개월 뒤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4시간 30분에 완주했다.“단순함 속에 진리가 있었죠. 팔을 저으며 달리는 단순한 동작이 마음의 평화를 줍니다.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정신적으론 편안해집니다. 슬픔도 정화됩니다. 그때부터 마라톤에 빠져 살았죠. 변호사로서 원고나 피고를 대리하며 싸운 뒤 승패에 따라 정신적으로 황폐해질 수도 있었는데 마라톤 덕분에 극복했습니다.” 매일 달릴 수는 없었다. 주중 한두 번 10∼15km를 달리고, 주말엔 동호회에서 20∼30km를 달렸다. 그는 “당시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피웠는데 그냥 땀 흠뻑 흘리며 즐겼다. 남들이 다 도전하는 ‘서브포(4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는 의미가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최고기록은 2010년 세운 3시간 38분이다. 그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변호사 모임(달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2015년 풀코스를 완주한 뒤에는 한동안 등산에 집중했다. 이 변호사는 “풀코스를 40회 넘게 달리니 권태감이 찾아왔다. 그래서 주말마다 지리산 설악산을 비롯해 백두대간 위주로 산을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 증상이 나타나면서 다시 달렸다. 2017년부터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 50km 종목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딸들과 함께 달리기도 했다. 그는 “달리면 좋다고 설득하며 딸들을 데리고 훈련하거나 하프코스 같은 짧은 코스에 참가했다”고 했다. 3년 전부턴 40년간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어느 순간 담배를 피우면 구역질이 났다. 그 무렵부터는 혼자 명상을 하며 달린다.“달리면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고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난제도 잘 풀리죠. 이젠 생활 속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 3, 4회 10∼15km를 가볍게 달리고 있습니다.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달리기는 ‘신이 내린 축복’입니다. 심신 건강에 정말 좋습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주변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운동하느냐”고 질문했을 때, “술 마시려고”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솔직히 필자도 그 부류에 속한다. 건강을 챙기려는 목적도 있지만 약속이 많아 운동하지 않으면 살이 찌기 때문에 매일 새벽 달리고 있다. 술을 마신 뒤 집에 가서 1시간 이상 걷거나, 1시간 이상 걸어서 집에 가기도 한다.이런 ‘운동 핑계 술고래들’에게 8월 말 희소식이 전해졌다. ‘간연구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열심히 운동하면 간 관련 사망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게재된 것이다. 당시 일부 소개되긴 했지만, 기사화가 거의 되지 않아 이번에 다시 자세히 전한다.저널은 당시 ‘건강한 식단과 신체활동을 늘리면 알코올로 인한 간 관련 사망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미국 내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알코올 관련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평가할 때 다른 생활 습관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이 연구에 참여한 인디애나 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 및 간장학과 수석 연구원인 나가 찰라사니 박사(Naga Chalasani, MD)는 “높은 수준의 신체활동이나 식단을 준수하는 것이 모든 음주 패턴에 걸쳐 간 관련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신체활동은 과음자와 폭음자의 간 사망 위험을 각각 36%와 69% 감소시켰고, 건강한 식단은 각각 86%와 84% 감소시켰다”라고 밝혔다.이 연구는 미국 국민건강 및 영양 조사(NHANES)에 참여한 성인 6만 334명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국립 사망 지수(National Death Index)와 연계해 분석했다. 또한, 알코올 남용 및 중독에 관한 국립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지침에 따라 가벼운 음주, 적당한 음주, 과음으로 분류된 음주량, 건강 식단 지수(Healthy Eating Index), 신체활동 수준에 대한 정보를 포함했다.매일 마시는 알코올의 양이나 폭음은 간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데, 건강한 식단과 신체활동 증가는 과음이나 폭음 등 모든 음주 패턴에 걸쳐 간 관련 사망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관련 간 사망 위험이 더 크지만, 술을 마시더라도 신체활동을 높이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 간을 보호할 수 있다.‘간연구 저널’은 건강한 식단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빈 칼로리( Empty Calories)’가 많은 고형 지방과 알코올, 첨가당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곡물, 해산물, 식물성 단백질 등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식사가 간 관련 사망 위험을 낮춘다.최근 국제학술지 ‘Nutrients’에 발표된 한국 연구팀(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양궁모 교수, 연세대학교 원주 의과대학 정범선 교수,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류톰 교수)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지방간 환자의 전체 생존율을 높이고 간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50만여 명을 최대 18년간 추적 관찰하며, 주 4회 이상 중강도~고강도 운동을 한 그룹과 주 3회 미만으로 활동이 적은 그룹을 비교했다. 그 결과, 규칙적으로 운동한 그룹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그룹보다 전체 생존율이 약 1.1~1.2배 높았으며,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 환자에서 이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또한, 운동 시간이 길고 강도가 높을수록 사망률 위험이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선형적 경향이 확인됐다. 반대로 신체활동이 부족한 환자들은 사망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 연구는 운동이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을 넘어 지방간과 알코올 관련 간질환 관리에 핵심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송홍선 국립경국대학교 교수(55·운동생리학)는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운동하면 다양한 효소가 활성화되는데 그로 인해 지방 대사를 개선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며,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함으로써 간 내 지방 축적과 손상을 줄인다. 결국 간경변 발생도 예방하고, 간질환으로 인한 생존율을 향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미국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53%)이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며, 매년 약 17만 8000명이 과도한 음주로 사망한다. 알코올 섭취의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으며, 과음 및 폭음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과 특정 원인으로 인한 사망(예: 암, 간질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국내에서도 2022년 5033명이 알코올 관련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의 주된 원인은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알코올 관련 사망자 중 77.4%인 3900명이었다.운동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국내 암 환자 21만 5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운동하지 않은 환자보다 중강도 운동을 한 환자는 사망률이 25%, 고강도 운동을 한 환자는 3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된 임상 연구에 따르면 항암 치료를 마친 뒤 3년간 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한 대장암 환자들은 재발 위험이 28%, 사망 위험은 37% 감소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제 고향이 전북 정읍 입암이라는 골짝이었죠. 앞집이 고창군에 속하는 경계 지역이라 입암초·중학교까지 가는 데만 40~50분 걸어야 했죠.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 동안 편도 10리(4km) 가까운 거리를 걸어 다녔어요. 겨울엔 땔감 나무를 구하러 산을 오르내렸죠. 어렸을 땐 그저 걷는 게 힘들고 짜증 났는데 결과적으론 제 체력을 탄탄하게 만들어 줬죠.”이강연 씨(62)는 2012년 3월 열린 서울마라톤 겸 제84회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3시간 56분 15초에 완주했다. 당시 49세였던 그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4시간 벽을 깼고, 지금까지 풀코스만 113회 완주한 ‘철녀’가 됐다. 그는 “어려서 많이 걸어서인지 체력이 좋아 걷고 뛰는 데는 자신 있었다”고 했다.이 씨는 약 30년 전에 건강을 위해 가볍게 조깅을 시작했다. 등산도 하고 걷는 것을 즐겼는데 운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달렸다. 그러다 2011년 5월 용화사(서울 중랑구)에 다녀오는 길에 중랑천에서 ‘마라톤 교실 회원 모집’ 현수막을 보고 가입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기본기부터 배웠고, 제대로 달릴 수 있었다”고 했다. 거의 매일 새벽 달렸다. 주말에는 하프코스(21.0975km) 이상을 달렸다. ‘초보인데 그렇게 달려도 됐느냐’고 물었더니, “체력이 좋아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얼마 안 돼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생업(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동의보쌈)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때 달리기 없었으면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새벽 4, 5시에 식당에 나가 장사 준비하고 나가서 달렸다. 그는 “고기 삼고, 김치 담고, 반찬 준비하면 두세 시간 훌쩍 지나간다. 준비 마치고 허리를 펴면 잘 펴지지 않아 손으로 지지할 것을 잡고 일어나야 한다. 그래도 달리고 나면 모든 피로가 날아가고,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언젠가 식당에 온 손님이 ‘왜 그렇게 달리세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손님은 식사 왜 하세요?’라고 되물었죠. 손님이 ‘살기 위해서죠’라고 하기에 ‘저도 살기 위해 달려요’라고 말했어요. 달리고 나면 어떤 힘든 일도 다 지나가요. 세상에 못 넘을 힘든 일은 없어요. 체력도 좋아지니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죠. 식당이 이만큼 잘 된 것은 마라톤의 힘이 큽니다.”이 씨는 마라톤 대회 풀코스만 출전한다. 주말 장거리 훈련 대신 달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3일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고, 지금까지 113회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2017년 동아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 46분 13초. 더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늘 20%의 힘을 남기도 완주한다. 대회를 완주한 뒤 다시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언제나 생생하다.국내 최고 명문 대회인 동아마라톤은 2012년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가을엔 춘천마라톤을 달렸다. 춘천마라톤을 10회 이상 출전하면 인정해 주는 ‘명예의 전당’에도 가입했다. 2020년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뒤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땐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근처에서 혼자 출발해 완주하는 ‘공원사랑마라톤’에서 달렸다. 코로나19 시절에도 한 달에 1~3회 풀코스를 완주했다.“코로나19가 대한민국 사회를 참 많이 바꿨어요. 코로나19 전에는 술 마시는 손님들이 자리를 뜨지 않아 새벽까지 장사하는 경우가 많았죠. 물론 코로나19로 장사가 안돼 힘들었지만, 코로나19가 끝난 뒤엔 이젠 오후 9시 정도면 손님들이 알아서 술판을 정리하고 집에 갑니다. 술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씨는 2016년부터 해외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있다. 그해 세계 최고 명문 미국 보스톤마라톤을 완주했다. 보스턴은 남녀 연령대별로 기준 기록을 충족하지 못하면 출전할 수 없다. 그는 당시 여자 50~55세 기준 기록인 4시간 이내 기록을 가지고 있어 출전할 수 있었다. 2018년엔 베를린 마라톤, 지난해엔 일본 도쿄 마라톤을 완주했다. 지금까지 해외 마라톤에만 10회 넘게 다녀왔다.“해외 마라톤 출전은 시간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는 저 스스로에게 주는 휴가입니다. 장사하느라 바쁘게 살다 보니 저를 챙길 시간이 없었죠. 그래서 해외에 나갈 땐 저를 위로하는 시간으로 생각합니다. 천천히 도시를 감상하며 즐겁게 달립니다. 해외에선 풀코스를 4시간 30분 안팎으로 천천히 달리고 있어요.”풀코스 100회를 넘기면서는 일종의 책임감이 생겨 몸 관리에 더 철저해졌다.“처음엔 주위에서 ‘대단하네요’라고 하면 겸손해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저의 어깨를 무겁게 했습니다. 제가 운동을 등한시하면 달리는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몸을 관리했죠. 그리고 가급적 풀코스 100회 완주를 숨겼는데 이젠 당당하게 말해요. 그리고 더 몸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잘 달리다 보니 주위에서 여성 마스터스마라토너에게는 꿈의 기록인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에 도전하라고 하지만 손사래를 친다. 시작은 장사 때문이었지만 이젠 습관이 돼 즐겁게 달리는 게 더 좋다.“돌이켜보니 제가 장사했던 게 다치지 않은 비결인 것 같아요. 시간이 많아 기록에 도전했다면 어딘가 결딴 났을 겁니다. 저도 뭔가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거든요. 늘 힘을 남겨둬야 했기에, 제가 ‘펀런(즐겁게 달리기)’의 맛을 알게 된 것 같아요.”이 씨는 63토끼띠마라톤클럽에서도 활동하는데 “함께 달렸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무리하게 달린 회원들은 지금 다 달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엔 수요일과 일요일 동호회 정기 모임에서 달린다. 주말 대회가 있을 땐 대회 출전으로 훈련을 대신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심 장사를 끝내고 브레이크타임 때 매일 달렸지만, 최근엔 다소 버거워 평일 낮에는 컨디션이 좋을 때 1시간 정도 달린다.부상 방지를 위해 평상시 틈날 때마다 운동한다. 스트레칭 체조를 자주 하고, 허벅지 안쪽 근육을 키우기 위해 무릎 사이에 공이나 휴지 뭉치를 넣고 힘주기 운동을 한다. 뒤꿈치 들어올리기(캐프레이스)는 10년째 하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으로 온몸을 풀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부상 없이 오래 달린다”고 강조했다.“기록 욕심은 없지만 일흔까지 ‘서브 포(4시간 안쪽 기록)’를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힘이 닿는 데까지 달리고 싶어요. 건강히 오래 살아야 의미 있죠. 달려야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중국 장쑤성 옌청(鹽城)을 들어봤는가. 중국 여행을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곳이다. 중국의 경제 도시 상하이에서 북쪽으로 300여 km, 역사적으로 유명한 난징에서 동북쪽으로 260여 km 떨어진 도시로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알려질 만도 했지만 그동안 ‘여행 불모지’로 남아 있었다. 사실 옌청은 1990년대부터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시작한 지역이다. 한중 옌청 산업협력단지 등에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기아자동차, SK온, 현대모비스, SK에코플랜트 등 1000여 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한국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거리에 한국어로 된 표지판이 보일 정도로 ‘친한국적 도시’다. 옌청시에서는 ‘코리아타운’까지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하고 있다.옌청은 한자 그대로 ‘소금 성’이었다. 애초 바다였고, 땅이 떠오르며 사람들이 몰려 마을이 생겼다. 사람들은 소금을 만들어 삶을 이어갔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도 만들어졌다. 기원전 119년 한(漢) 나라 무제(武帝) 때 얀두수안(鹽凟懸)이란 군현을 설치하며 역사에 처음 등장했고, 2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옌청의 대표적인 명소는 황하이센린(黃海森林)공원과 다쭝후(大宗湖)이다. 옌청 동타이(東台)에 위치한 황하이센린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대역사다. 1965년 모래와 먼지밖에 없던 황무지에 메타세쿼이아 한 그루를 시작으로 1133ha(1133만㎡)의 중국에서 가장 넓은 인공 숲을 조성했다. 숲을 관통하는 편도 1차선 도로가 무려 13.14km에 달할 정도다. 80%에 가까운 수종이 메타세쿼이아로 구성된 가운데 600여 종류의 나무와 꽃 등으로 형성돼 있다. 공기중 음이온 농도가 높아 ‘천연 산소방’으로 불리고 있다.황하이셰린 중앙에 높이 솟은 전망 타워가 인상적이다. 싱가포르 슈퍼트리 회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이 철골 구조물은 높이 40m에 달한다. 360도 유리 바닥 전망대에 오르면 숲 전체를 전망할 수 있지만 발밑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다리가 오싹해진다. 숲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게 주다 보니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새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삼림 목장. 나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맑은 물과 풍부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습지 산책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뗏목을 타고 숲을 즐길 수도 있다. 아름다운 삼림을 가로지르는 미니 기차, 소풍과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 등 다양한 삼림건축물을 감상하는 곳도 있다. 공원내에 5성급 호텔을 비롯해 다양한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옌청의 또 다른 볼거리는 약 600km의 해안선을 따라 조성돼 있는 4533㎢ 습지 공원이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다쭝후다. 호수 면적은 약 26∼30㎢. 남북 길이 5.5㎞, 동서 폭 6㎞의 타원형 수면이 넓게 펼쳐져 있다. 다쭝후는 국가 관광지이자 국가급 습지(濕地) 공원으로 지정된 생태 명소다. 호수 안에는 전통 선착장과 유람선 터미널, 산책로와 전망대, 생태체험관, 그리고 지역 특산품을 파는 상점이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 바로 공원 ‘수상미로(水上迷路)’다. 중국 최대 갈대 미로로 물길 총연장은 7.86㎞에 달한다. 갈대와 수초가 얽혀 만든 수로망은 과거 소금 운송선이 복잡한 수로를 헤쳐 나가던 풍경을 재현한 것이다.동타이시시(東台西溪) 텐센위안(天仙緣) 관광구에선 칠선녀(七仙女)란 야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옌청에서 발원한 중국 고대 설화인 ‘동영(董永) 전설’을 바탕으로 한 ‘칠선녀와 동영의 사랑’ 이야기다. 한국인에게는 ‘선녀와 나무꾼’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다. 수상 야외극장에서 공연되는데 그 스케일이 엄청나다. 와이어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들의 장면, 수면 위 배에서 재현되는 동용과 칠선녀의 만남 등은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실경(實景)’ 공연을 연상케 한다. 황하이센린과 다쭝후 외에도 옌청에는 다양한 명소가 있다. 습지박물관은 서해 연안 습지의 생태와 철새 이동을 주제로 한 전시와 함께 파노라마 영상관에서 두루미 떼의 장관을 체험할 수 있다. 옌청시박물관은 소금의 역사와 전매 제도의 변천, 고대 유물 전시로 옌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하이탕유안(海棠園)은 해당화가 피어있는 도심 속 전통 정원으로 정자와 연못, 돌다리가 어우러진 휴식 공간이다. 옛 거리는 소금 상인의 발자취가 남은 거리로, 전통 상점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중국의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즐비하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향료를 뺀 맞춤형 음식을 제공한다.글·사진 옌청=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옌청은 여행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골프 코스는 4~5년 전부터 한국 골퍼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일찌감치 진출한 국내 기업 임직원 및 가족, 지인들이 골프장을 찾으면서 알려졌고, 일부 여행사들도 골프 투어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주 2회이던 직항 노선을 올 9월부터 주 3회로 늘리면서 옌청은 새로운 골프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1시간 50분의 짧은 비행시간, 저렴한 비용, 그리고 도전적인 코스 설계가 매력적이다.옌청의 대표적인 골프장은 타이조우(泰州) 화키와청(華僑城)CC와 셰양도(射陽島)CC, 옌청 하이빈(海濱)국제CC가 있다.타이조우 화키와청CC는 2010년에 개장한 7354야드 18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습지 공원 속에 조성돼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한국 골퍼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페어웨이는 평탄하고 잔디 상태도 우수하다. 쉬운 듯 보이면서도 어렵다. 그린도 까다롭다. 실력자들도 방심하다가는 쉽게 타수를 잃는다.세양도CC 옌청 골프를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이다.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가 좁다. 워터해저드와 벙커 등 다양한 장애물이 흥미를 더한다. 세양강을 끼고 설계된 18홀, 7311야드 규모의 최상급 코스다. 정부 산하 연무그룹이 관리하고 있다.하이빈국제CC는 총 27홀 규모의 챔피언십 코스다. 아시아 최대 해안 습지대에 위치해 있다. 삼면이 수로로 둘러싸여 마치 섬 속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매년 300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에 있어 골프와 함께 생태 경관까지 즐길 수 있다. 코스는 페어웨이가 평탄하고 굴곡이 심하지 않아 초보자도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다만 중국 옌청 골프장들은 대중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클럽하우스 등 시설들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라커 수도 적고, 사우나 시설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한국 골퍼들이 많이 찾을 것에 대비해 시설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 옌청 여행 상품을 기획한 씨티항공여행사는 최근 중국 파트너를 통해 타이조우 화키와청CC와 한국총판 계약을 했다.글·사진 옌청=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