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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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5-07-16~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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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은 아무나 못해도 완주는 모두에게 열려 있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스포츠 문외한에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최강자로 거듭났다. 오영환 오클래스 코치(45) 얘기다. 그는 철인3종 국내 최강자다. 2004년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첫 완주로 입문한 뒤 지금까지 연령대별 170회 이상, 통합 100회 이상 우승했다. 철인코스(아이언맨코스, 킹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최고 기록은 2017년 코리아맨인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세운 8시간 53분 33초다.오 코치는 이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지만 사실 스포츠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부모님을 따라 스키와 스케이트, 수영 등을 해보긴 했지만 그리 잘하지는 못했다. 고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대학 체육과에 진학하려고 준비했고, 전문대 거쳐 한국체대 사회체육과로 편입하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공군에 입대했을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오 코치는 “사단장 공관 관리병으로 배치를 받았는데 운전병하고 둘만 생활하다 보니 시간 날 때 달릴 수 있었다. 비행장 한 바퀴 달리면 5km였다. 하루 일과 끝나고, 주말에 달리면서 그 묘미를 알게 됐다”고 했다.제대할 무렵인 2002년 친 동생의 제안으로 부산 오킴스 아쿠아슬론 대회 A코스(수영 1.5km, 달리기 10km)에 출전했다. 대학 수업 때 수영을 다시 배웠지만 3년 동안 하지 않아 사실상 초보였다. 군대에서 쌓은 달리기 실력만 믿고 출전했다.“바다 수영은 스윔 슈트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죠. 그래서 사촌 형의 스킨스쿠버 슈트를 빌려 갔더니 안 된다고 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수영복만 입고 입수했죠. 출발부터 수경이 벗겨졌고, 자유형, 배영, 평영 등을 번갈아 하다 간신히 완영했죠. 달리기는 수영보다는 쉽게 완주했어요.”2003년 복학해서는 매일 새벽 12~15km를 달렸다. 그는 “무언가 해야 했고,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쪄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라이프가드(수상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따며 수영 실력을 키웠고, MTB(산악자전거) 수업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67kg이던 체중이 58kg으로 줄었다.2004년 5월 강원 강릉 경포대에서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다. 오 코치는 “당시 수온이 섭씨 13도로 차가웠다. 그래서인지 수영이 1.2km로 짧았다”고 했다. 2시간 13분 57초 5위로 완주했다. 그의 철인3종 첫 완주다.“그때부터 철인3종에 빠졌어요. 재밌었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뒤 느끼는 희열감이 좋았어요.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이 다 특색이 다르잖아요. 어느 하나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죠. 그게 저의 승부욕을 더 자극했습니다.”2005년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허민호(35) 등과 팀을 만들어 훈련을 함께했다. 6살 때 철인3종에 입문한 ‘영재’ 출신인 허민호는 주니어 대표와 국가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걸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무대에 오르며 한국 트라이애슬론 새 역사를 썼다. 허민호 외에 올림픽 무대에 선 한국 트라이애슬론 선수는 없었다. 허민호는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2회 연속 혼성 릴레이 은메달을 땄다.당시 오 코치가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선수론 막내였다. “그냥 따라가며 배웠다”고 했다. 그즈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가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선수가 없어 오 코치도 운 좋게 실업팀에 입단하게 됐다. 그는 “일반 학생이 전문 선수가 된 것이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프로는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취미로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올림픽코스가 아닌 하프코스(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km) 이상을 보기 시작했다.2007년 6월 제주에서 열린 슈퍼맨대회(수영 3km, 사이클 140km, 달리기 30km)를 완주한 뒤 그해 8월 철인코스에 처음 도전했다. 그런데 사이클 155km 지점에서 펑크가 나 중도에 포기했다. 2009년 10월 충남 태안 국제그레이트맨 대회 철인코스에서 9시간 4분 21초로 1위를 차지했다. 철인코스 세 번째 완주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후 철인 코스를 포함해 출전하는 모든 코스에서 1, 2위를 독차지하고 있다.2015년부터는 철인3종 프로선수로도 등록해 활약하고 있다. 그해 여주 그레이트맨 대회에서 8시간 55분 16초를 기록해 국내 선수론 사상 처음 9시간 미만 기록을 세웠다. 오 코치는 2024년 독일에서 열린 챌린지 로쓰 대회에서 8시간 56분 2초를 기록해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 선수 최초로 9시간 미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아이언맨 인증 코치 자격증도 획득했다.2012년부터 동호인들에게 사이클 타는 법과 달리기를 지도하고 있다. 매일 새벽 6시부터 월수금은 사이클 타기, 화목은 달리기를 가르친다. 수영장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다 올해부터는 서울 강남 더논현스포츠센터에서 수영까지 3종목 모두를 지도하고 있다. 수영은 매일 가르치고 있다. 오 코치는 지도하는 시간 외에 따로 개인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 하루 최대 5시간까지 하기도 한다.오 코치는 올 초 산악스키 국가대표로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산악스키는 스키를 타며 눈 덮인 산을 오르내리는 고강도 스포츠다. 대학 시절 겨울 스포츠를 즐겼던 경험이 있어 선발전에 나갔고, 철인3종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참가 종목이 혼성계주였는데 여자 선수가 대회 직전 다치는 바람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대회 조직위의 선처로 혼자 뛸 기회를 얻었다.“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서 출전했어요. 공식 기록은 여자 선수가 뛰지 않아 ‘결장’이었지만 저로선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는 자부심을 얻었습니다. 산악스키도 철인3종처럼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훈련 과정과 완주 그 자체로 보람을 느낍니다. 이제 산악스키 알리기에도 나설 계획입니다.”오 코치는 대학 시절 스노보드 프로 자격증에 도전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스노보드가 그나마 제가 가장 잘하는 스포츠였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테니스 당시 마지막 기문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스노보드 타며 뼈 골절을 4회 당하는 등 부상도 많았다. 그래서 “이러다가는 몸이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에 스노보드를 포기하고 철인3종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오 코치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9시간 미만 기록을 세우는 게 목표다. 그는 “세계선수권에 여러 차례 출전했지만, 기록과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아 상위권 입상은 쉽지 않다. 순위보다는 8시간대 기록을 꼭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다음은 오 코치가 보는 철인3종에 대한 생각이다. “철인3종의 핵심은 밸런스입니다. 세 가지 스포츠의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합니다. 한 종목에서 오버페이스 해버리면 완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경기에서 우승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자신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철인3종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삶’을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제 자신의 삶에서도 ‘완주하는 삶’을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1등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재미가 아니지만, 완주의 재미는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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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인3종 도전 자체로 행복… 힘들지만 완주 땐 큰 희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동호인들을 지도하는 오영환 오클래스 코치(45)는 철인3종 국내 최강자다. 2004년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 완주로 입문한 뒤 지금까지 모든 코스에서 연령대별 170회 이상, 통합 100회 이상 우승했다.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최고 기록은 2017년 코리아맨인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세운 8시간 53분 33초다. 이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지만 오 코치는 사실 스포츠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부모님을 따라 스키와 스케이트, 수영 등을 해보긴 했지만 그리 잘하지는 못했다. 고교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대학 체육과에 진학하려고 준비했고, 전문대를 거쳐 한국체대 사회체육과로 편입하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공군에 입대한 후 달리기 시작했다. 사단장 공관 관리병으로 배치됐는데 운전병과 둘만 생활하다 보니 시간 날 때 달릴 수 있었다. 그는 “비행장 한 바퀴 달리면 5km였다. 하루 일과 끝나고, 주말에 달리면서 그 묘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제대할 무렵인 2002년 친동생의 제안으로 부산 오킴스 아쿠아슬론 대회 A코스(수영 1.5km, 달리기 10km)에 출전했다. 대학 수업 때 수영을 다시 배웠지만 3년 동안 하지 않아 사실상 초보였다. 군대에서 쌓은 달리기 실력만 믿고 출전했다. 그는 “슈트가 없어 사촌 형의 스킨스쿠버용 슈트를 빌렸는데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수영복만 입고 입수했다. 출발부터 수경이 벗겨졌고 자유형, 배영, 평영 등을 번갈아 하며 간신히 완영했다. 달리기는 수영보다는 쉽게 완주했다”고 회상했다. 2003년 복학해서는 매일 새벽 12∼15km를 달렸다. 그는 “무언가 해야 했고, 운동을 안 하면 살이 쪄서 달렸다”고 했다. 라이프가드(수상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따며 수영 실력을 키웠다. MTB(산악자전거) 수업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67kg이던 체중이 58kg으로 줄었다. 2004년 5월 강원 강릉 경포대에서 철인3종 올림픽코스에 출전했다. 오 코치는 “당시 수온이 13도로 차가웠다. 그래서인지 수영 구간이 1.2km로 짧았다”고 했다. 2시간 13분 57초 5위로 완주했다. 그의 철인3종 첫 완주다.“그때부터 철인3종에 빠졌어요. 재밌었죠.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뒤 희열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이 다 특색이 다르잖아요. 어느 하나만 잘해야 되는 게 아니죠. 그게 저의 승부욕을 더 자극했습니다.” 2007년 6월 제주에서 열린 슈퍼맨대회(수영 3km, 사이클 140km, 달리기 30km)를 완주한 뒤 그해 8월 철인코스에 처음 도전했다. 그런데 사이클 155km 지점에서 펑크가 나 중도에 포기했다. 2009년 10월 충남 태안 국제그레이트맨 대회 철인코스에서 9시간 4분 21초로 1위를 차지했다. 철인코스 세 번째 완주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후 철인코스를 포함해 출전하는 모든 코스에서 1, 2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2012년부터 동호인들에게 사이클 타는 법과 달리기를 지도하고 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월수금은 사이클 타기, 화목은 달리기를 가르친다. 수영장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돌다 올해부터는 서울 강남 더논현스포츠센터에서 수영까지 3종목 모두를 지도하고 있다. 오 코치는 올 초 산악스키 국가대표로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산악스키는 스키를 타며 눈 덮인 산을 오르내리는 고강도 스포츠다. 철인3종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참가 종목이 혼성계주였는데 여자 선수가 대회 직전 다치는 바람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대회조직위의 선처로 혼자 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될 것 같아 출전했다”고 말했다. 공식 기록은 여자 선수가 뛰지 않아 ‘결장’. 그는 “산악스키도 철인3종처럼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는다. 훈련 과정과 완주 그 자체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산악스키 알리기에도 나설 계획이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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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는 인생 축소판…기본기 중요하고 흥분은 금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박진경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52·한국학)는 중고교 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로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대학에 들어가서는 다른 길을 모색했다. 자연스럽게 테니스와 멀어졌다.2005년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암에 걸렸고, 몇 개월 새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에 충격을 받아 논문도 잘 써지지 않았다. 불면증까지 왔다. 그때 지인이 테니스를 치자고 했다.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라켓을 휘두르며 공만 쫓아가다 보니 그 시간만은 아버지 죽음 등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잠도 잘 잤고, 다시 논문 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그때부터 테니스를 그의 건강 지킴이이자 친구로 삼고 있다.“한동안 테니스를 잊고 살았었어요. 중고교 시절 테니스 선수였고, 대학도 특기생으로 들어갔는데…. 선수 생활하며 어느 순간 ‘난 엘리트 선수로는 성공하지 못하겠다’라는 판단을 했어요. 그때부터 테니스를 등한시했죠.”박 교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취미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복식 파트너 역할도 했다. 그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아버지께서 제가 테니스를 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복식 파트너로 삼았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언니 소개로 서울 진선여중에 테니스 선수로 입학했다. “제가 6학년 때 진선여중 2학년인 언니가 테니스 감독인 담임 선생님이 선수를 찾고 있다고 해 제게 테스트받을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막상 제가 테니스 선수를 한다고 하니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제가 공부도 잘했거든요. 제가 반 3등으로 들어갔는데 당시 담임 선생님이 어머니를 불러 ‘공부 잘하는 데 왜 운동을 시키냐?’고 했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 부모님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었죠. 특히 저와 함께 테니스를 치던 아버지께서 더 심하게 반대했죠. 담임 선생님이 제게도 운동을 그만둘 것을 권했죠. 하지만 당시 제 귀엔 전혀 들어오지 않았죠. 테니스가 너무 좋고 재밌었거든요.”반대를 무릅쓰고 테니스를 다시 시작했는데 중학교 2학년 1학기 때 라켓을 놓았다. 박 교수는 “아버지께서 ‘재능이 있다면 지금쯤 전국대회 4강은 가야 한다’며 운동을 그만두라고 했다. 당시 전 전국대회 16강, 8강 정도 갔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박 교수는 약 두 달 뒤에 다시 라켓을 잡았다. “테니스 생각만 났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늘 풀이 죽어 있던 박 교수를 본 어머니가 ‘그렇게 테니스가 좋으면 다시 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아버지께서도 ‘정말 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데 넌 능력이 안 된다. 나중에 부모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진선여고 2학년이 돼서야 “아버지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아버지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고만고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사실 스포츠에선 최고만 살아남잖아요. 그래서 저는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뒤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죠. 운동을 잠시 놓았다 다시 시작할 때 어머니께서 ‘그래도 공부를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해 틈틈이 공부한 게 큰 힘이 됐어요.“숙명여대 행정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했다. 199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어려울 때였죠. 아버지는 유학을 반대했어요. 제가 장학금을 받는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죠. 그래서 제가 ‘그럼 한 학기만 도와달라’고 하고 비행기에 올랐어요. 어머니도 ‘한 학기만 하고 돌아오라’고 했죠. 열심히 살길을 찾았고, 두 번째 학기부터 장학금을 받았어요.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테니스 선수 경험 덕분에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스포츠 문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화를 더 광범위하게 연구하는 일리노이대 커뮤니케이션 학과로 옮겨 세계의 문화를 더 심도 있게 공부했다. 2008년 ‘육체 식민주의: 식민지 조선의 의학, 재생산, 그리고 인종’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운동선수 시절부터 인간의 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문화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대학 때부터 제가 테니스 선수론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사실상 테니스랑 이별을 선언했죠. 다른 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테니스를 전혀 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유학하러 가서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데 테니스 수업을 해주면 좀 더 쉽게 받을 수 있었죠. 그래서 수업을 해주긴 했지만, 테니스에 열정적으로 매달리진 않았어요. 지인들이랑 따로 테니스를 치지는 않았거든요.”박 교수가 박사 학위를 받을 때쯤 ‘한류’ 여파로 한국학이 붐을 이뤘다. “저도 귀국하기보다는 한국학으로 미국에서 교수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때 서던캘리포니아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게 됐죠. 당시 UC버클리대에서도 강의해달라고 했고, 운이 좋게도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한국학은 아니지만 아시아 여성 연구하는 사람을 교수로 뽑는다는 겁니다. 조건이 아시아 언어를 2개 이상 하고 여성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었죠. 지원서를 냈는데 됐습니다.”박 교수는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1년 했고,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조교수로 4년 강의한 뒤 2013년 한국외국어대에 둥지를 틀었다. 귀국 초기엔 한국에 다시 적응하느라 테니스를 제대로 치지 못했다. 동호회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테니스코트 확보도 쉽지 않았다. 지인들과 간간이 어울려 치다 2019년쯤 김문일 전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78·현우서비스 대표)이 운영하는 효천클럽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주 2~3회 테니스를 치고 있다.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 근육운동과 달리기도 하고 있다.“테니스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제일 중요한 게 체력과 뛰는 겁니다. 뭐든 기본이 잘돼 있어야 합니다. 테니스도,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기에 충실하면 중간 이상은 합니다. 유학 시절 테니스가 절 살렸다고 생각해요. 라켓으로 공을 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요. 재충전되는 느낌이랄까. 회원들과 어우러져 치는 것 그 자체로도 너무 재밌어요. 체력이 좋아져 연구에 집중도 잘 되죠. 제 또래에선 제가 체력이 가장 좋아요. 이런 테니스를 이젠 평생 절대 놓을 수 없죠.”박 교수에게 이제 테니스는 삶 그 자체가 됐다. 그는 “학생들로부터 제가 테니스에 비유해서 설명을 많이 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테니스는 인생의 축소판 같아요. 순발력도 필요하고, 지구력도 필요하죠. 공격해야 할 때도 있고, 수비적으로 나가야 할 때도 있죠. 경기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분석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도록 자신을 컨트롤하기도 해야 하죠. 테니스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웁니다.”박 교수는 이렇게 테니스를 치며 연구에 더 집중했다. 내년 9월엔 하버드대 출판부를 통해 영문 서적도 출간한다. 그는 “박사 학위를 모태로 한 책”이라고 했다. 책 제목은 ‘Bodies for Empire: Biomedicine, Race and Women’s Disease in Colonial Korea(제국의 몸: 식민지 조선의 의학, 인종, 그리고 부인병)’이다. 박 교수는 “박사 학위 논문 쓸 때처럼 테니스 치면서 영문 서적 출간 스트레스를 이겨냈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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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서 공부 안 돼 고민하던 때 테니스가 절 살렸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05년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암에 걸렸고, 몇 개월 후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에 충격을 받아 논문도 잘 써지지 않았다. 불면증까지 왔다. 그때 지인이 테니스를 치자고 했다. 라켓을 휘두르며 공만 쫓아가다 보니 그 시간만은 아버지의 죽음 등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잠도 잘 잤고, 다시 논문 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박진경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52·한국학)는 그때부터 테니스를 그의 건강 지킴이이자 친구로 삼고 있다.“한동안 테니스를 잊고 살았었어요. 중고교 시절 테니스 선수였고, 대학도 특기생으로 들어갔는데…. 선수 생활하며 어느 순간 ‘난 엘리트 선수로는 성공하지 못하겠다’는 판단을 했어요. 그때부터 테니스를 등한시했죠. 미국 유학 시절 잠시 장학금을 받기 위해 테니스 수업을 했지만 열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박 교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취미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복식 파트너 역할도 했다. 그는 “테니스를 좋아하는 아버지께서 제가 테니스를 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복식 파트너로 삼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언니 소개로 서울 진선여중에 테니스 선수로 입학했다. “제가 6학년 때 진선여중 2학년이던 언니가 테니스 감독인 담임 선생님이 선수를 찾고 있다며 제게 테스트받을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테니스 선수를 한다고 하니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제가 공부도 잘했거든요. 특히 저와 함께 테니스를 치던 아버지께서 더 심하게 반대했죠.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했는데 중학교 2학년 1학기가 됐을 때 아버지께서 ‘재능이 있다면 지금쯤 전국대회 4강은 가야 한다’며 운동을 그만두라고 했어요. 당시 전국대회 16강, 8강 정도 갔었죠. 그래서 그만뒀어요.” 박 교수는 약 두 달 뒤에 다시 라켓을 잡았다. “테니스 생각만 났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늘 풀이 죽어 있던 박 교수를 본 어머니가 ‘그렇게 테니스가 좋으면 다시 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아버지께서도 ‘정말 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데 넌 능력이 안 된다. 나중에 부모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진선여고 2학년이 돼서야 “아버지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아버지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고만고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뒤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죠. 운동을 잠시 놓았다 다시 시작할 때 어머니께서 ‘그래도 공부를 완전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해 틈틈이 공부한 게 큰 힘이 됐어요.” 숙명여대 행정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했다. 199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테니스 선수 경험 덕분에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스포츠 문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로 옮겨 세계의 문화를 더 심도 있게 공부했다. 2008년 ‘육체 식민주의: 식민지 조선의 의학, 재생산, 그리고 인종’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운동선수 시절부터 인간의 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문화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1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었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조교수로 4년 강의한 뒤 2013년 한국외국어대에 둥지를 틀었다. 귀국 초기엔 한국에 다시 적응하느라 테니스를 제대로 치지 못했다. 동호회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테니스 코트 확보도 쉽지 않았다. 지인들과 간간이 어울려 치다 2019년쯤 김문일 전 테니스 국가대표 감독(78·현우서비스 대표)이 운영하는 효천클럽을 알게 됐고,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주 2, 3회 테니스를 치고 있다.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 근육운동과 달리기도 한다.“테니스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제일 중요한 게 체력과 뛰는 겁니다. 뭐든 기본이 잘돼 있어야 합니다. 테니스도,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기에 충실하면 중간 이상은 합니다. 유학 시절 테니스가 절 살렸다고 생각해요. 라켓으로 공을 치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날아가요. 재충전되는 느낌이랄까. 회원들과 어우러져 치는 것 그 자체로도 너무 재밌어요. 체력이 좋아져 연구에 집중도 잘되죠. 이런 테니스를 이젠 평생 절대 놓을 수 없죠.”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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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마비로 뒤틀린 오른발, 맨발 걷기로 쫙 펴졌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경기 파주시 문산 토박이 원종연 씨(63)는 2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60여 년을 장애(오른쪽 다리 지체 3급)를 안고 살았다. 오른발이 까치발처럼 꼬여 오른쪽으로 뒤뚱뒤뚱 걸어야 했다. 50년 넘게 체형 교정은 물론 마사지, 요가 등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8년 전 모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맨발 걷기를 알게 됐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맨발로 걸어 이젠 제대로 걷게 됐다.“방송을 보고 바로 ‘이것이다’고 생각했죠. 맨발로 걸어서 다양한 병이 치유된 것을 보고 저도 희망을 봤습니다. 진짜 발을 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했지만 이루지 못했어요. 체형 교정술로 조금 나아졌고, 신발에 교정 깔창을 깔아 그나마 덜 절뚝거렸었죠. 방송을 보고 이웃집 언니랑 바로 산정호수(경기 포천)로 가서 맨발로 걸었어요. 엄청 아팠죠. 그래도 참고 걸었습니다. 깔창은 다 버렸습니다. 깔창은 그때뿐이고 빼면 다시 절뚝거리니까요.”맨발로 걸으니, 몸이 달라졌다. 그동안 괴롭혔던 소화불량이 사라졌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다 보니 장이 뒤틀려 소화가 안 됐다고 했다.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고 했다. 맨발로 걸으니, 방귀도 자주 나왔다. 그는 “약 7개월 걸었을까. 오른쪽 허리 부근에서 뭔가가 위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왔다. 뭔가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계속 걸으니 또 그랬고, 그 간격이 짧아졌다”고 했다.“다리가 길어진다는 느낌이 왔을 때부터 맨발 걷기를 맹신하기 시작했죠. 하루 2~3시간은 기본이었죠. 아침에도 걷고, 저녁에도 걷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걸었어요. 정말 한 겨울에도 눈 없는 맨땅을 찾아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눈이 오면 쌓이지 않게 치우기도 했어요. 저에겐 제대로 걸을 수 있다면 못 할 게 없었습니다. 계속하다 보니 절뚝거리는 정도가 줄었죠. 오랜만에 절 만나는 지인들이 다 깜짝 놀랐죠. 지난해부터는 전혀 절뚝거리지 않고 걷고 있습니다.”7월 23일 경기 파주 아동동 학령산을 찾은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맨발 걷기의 효과를 제대로 본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국내에 맨발 걷기를 소개해 활성화하고 있다. 직접 맨발 걷기 효과를 체험한 그는 2006년 그동안의 경험담을 담은 ‘맨발로 걷는 즐거움’이란 책을 펴내는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은 물론, 포털 카페에 모임을 만들어 맨발 걷기를 알렸다. 2016년부터는 서울 대모산에서 ‘맨발 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2시간씩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맨땅을 맨발로 걸으면 접지(Earthing) 효과를 볼 수 있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우리 몸에 30~60mV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땅과 맨발로 만나는 순간 0V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된다.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가 빠져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맨발 걷기 접지의 항산화 효과로 불린다.박 회장은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띤 상태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몸속을 돌아다니며 전압을 올린다.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그러한 상처를 공격하여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맨발과 맨땅의 접지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몸의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우리 몸에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는 이유가 활성산소의 역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설명했다.맨발 걷기는 지압 효과(Reflexology)도 볼 수 있다. 지압은 고대 중국과 이집트 등지에서 사용했고 1913년 윌리엄 피츠제럴드 박사가 몸의 특정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연관 부위에 마취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피츠제럴드 박사는 신체의 각 부위를 10개의 동등한 수직구역으로 구분하고 한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해당 부위의 모든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존 세러피’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자연 지압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맨발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최근 맨발 걷기의 효과가 국내에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소장 고장면 대전 국립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와 여수요양병원(원장 표연근), 삐땅끼의원(원장 유제성)이 공동 연구한 결과, 혈액내 적혈구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7월 10일 밝혔다.연구팀은 총 6주간에 걸쳐 다양한 연령대와 질환군을 포함한 임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혈액 내 적혈구 분산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실험 대상은 20대 대학생부터 60~70대 생활습관병(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보유 환자들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맨발로 30분 걷기 전후의 혈액을 채취해 광학현미경 및 제타포텐셜(Zeta Potential·표면 세포간 밀어내는 힘) 분석기를 이용해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분석 결과, 맨발로 30분 걷기 전에는 적혈구가 뭉쳐 ‘연전쌓기(rouleaux formation)’ 형태를 보였으나, 걷기 후에는 적혈구가 완전히 분산된 모습이 관찰됐다. 반면, 신발을 신고 동일한 시간 동안 걷기를 실시한 경우, 혈액 내 응집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 제타포텐셜 수치는 평균 -1.59mV에서 -2.8mV로 개선되어, 혈류의 유동성 및 안정성이 향상되었음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이는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접지(Earthing)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나트라 등)’는 논문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당시 논문에서도 적혈구 제타포텐셜을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고장면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맨발로 지면에 접지되면 자유전자가 인체로 유입되며 전압이 0V로 안정되고, 이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멜라토닌은 항산화, 항염증, 유전자 보호, 면역조절, 혈류 개선 등 다방면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생리활성 물질”이라고 덧붙였다.연구 발표에는 다수의 SCI 논문이 인용됐다. Banerjee et al. (2020), Slominski et al. (2020) 등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적혈구와 내피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세포막 전위를 회복시키며 혈류 흐름을 개선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전기기술자인 클린트 오버가 접지 원리를 발표했고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 등 의사들과 공동 작업해 그 치유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어싱(Earthing)이라는 책으로 엮기도 했다.연구팀은 맨발걷기를 실천한 환자들의 체감적 변화도 함께 기록했다. 실제 참가자들 중 일부는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표 안정화, 요실금 개선, 통증 감소, 심리적 안정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박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7월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2025 맨발 걷기 국민운동 지원 법률 제정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550여명의 과학자, 교육자, 법률가 등 전문가와 일반 국민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호영 국회부의장(국민의힘)과 서영교 한준호 박균택 염태영 안도걸 문정복 박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원종연 씨는 “맨발로 걷는다고 바로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소아마비로 인한 장애는 오랫동안 굳어서 딱딱해요. 용광로에서 쇠를 녹이는 것처럼 바로 해결되지 않아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전 발을 펴기 위해 안 한 게 없어요. 그러다 맨발 걷기를 만났고, 맨발로 7년 넘게 걸어서야 효과를 봤어요. 7년 넘게 걸으면서 각 부위 근력이 필요해 근육운동도 별도로 했습니다. 저의 변신 모습을 보고 ‘아 나도 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맨발로 걸으면 바뀐다는 확고한 ‘믿음’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원 씨는 서예도 배웠고, 탁구도 쳤다. 요가를 배워 파주 법원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요가 강사도 20년 넘게 하고 있다. 그에게 장애는 넘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그는 “제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이 도와줘 이룬 것”이라며 “제가 장애인이라고 무시했다면 결코 못 했을 일”이라고 말했다.동생 원종봉 씨(59)는 “누나가 변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원종봉 씨도 신장이 좋지 않아 이식수술을 받았고, 맨발 걷기로 건강을 회복했다. 원종연 씨 중고교 동창인 박태숙 씨(63)도 “종연이는 다리가 불편해도 늘 웃음 많고 긍정적이었다. 안쓰러웠는데 이렇게 변한 것을 보니 정말 기적이 따로 없다.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파주지회장인 박경운 경기 연천경찰서 백학파출소 경감(56)은 “원종연 님과 약 30년 전 탁구 친 적이 있다. 당시엔 기울어짐의 정도가 너무 심해 안쓰러워했다. 최근 만났는데 정말 못 알아볼 정도로 변했다”고 말했다.원종연 씨는 교감 신경 이상으로 왼쪽 볼이 붉어지는 현상도 맨발로 걸으면서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땐 부모님을 원망했다. 왜 내게 제대로 된 다리를 주지 않았느냐고. 그 다리가 지금은 부모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바뀐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제 변신이 그들에게 신뢰를 준 셈이다. 이젠 저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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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친구 아쉬워 간 배드민턴장, 건강과 남편 다 찾았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김성민 씨(37)는 2012년 집(서울 은평구) 근처에서 자전거 타고 가다 ‘은평 뉴타운 배드민턴 클럽 신입회원 모집’이란 현수막을 보고 배드민턴에 발을 들인 뒤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배드민턴 덕분에 남자 친구가 생겼다. 함께 전국대회에서 준우승도 했다. 나란히 취업도 했다. 그리고 결혼에 골인했다. 배드민턴으로 함께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서울 노원구에 살다 이사를 왔는데 동네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대학원에만 오갔고, 간간이 자전거를 탔는데 그날따라 배드민턴이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대학 때 배드민턴 수업을 받고 ‘재밌다’는 기억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죠.”아줌마 아저씨들하고 그저 네트를 넘기는 수준으로 치다 2013년 현재 남편 이종현 씨(37)를 만나게 됐다. 당시 그 근처 군부대에서 학사 장교로 근무하던 이 씨도 퇴근 후 취미생활로 배드민턴을 치려고 클럽을 찾았다. 동갑내기인 둘은 자연스럽게 배드민턴을 함께 쳤다. 둘은 공통점이 많았다. 운동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둘 다 체육을 전공했다. 김 씨는 중앙대 체육과를 나와 중앙대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이 씨는 공주사대 체육과를 졸업했다. 모두 체육 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어느 날 서로 ‘우리 함께 대회 나가보지 않을래’라며 의기투합했고, 함께 준비하게 됐죠. 너무 재밌었어요. 코트 사용 시간이 저녁 7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였는데 7시도 되기 전에 도착해 기다렸어요. 주 7일 쳤죠. 쉬는 날엔 오전 오후에도 스케줄을 잡아 쳤어요.”대회에 출전하면서 젊은 세대도 배드민턴을 많이 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클럽에서 훈련할 땐 중년 이상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회 현장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출전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클럽 혹은 동아리가 아닌 끼리끼리 다니는 크루로 활동한다. 서로 연결해 주는 소모임이란 앱에서 ‘오늘 어디서 배드민턴 칠 사람 모인다’하면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친다”고 했다.열심히 훈련했지만 대회에서 좋은 성적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전문 기술을 배워야 했다. 김 씨는 “체육 교사가 되고 싶은 우리에게 배드민턴이 향후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개인 레슨까지 받았다”고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뒤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은평구 대회에서는 최하부에서부터 최상부까지 다 우승했다. 2017년 제주에서 열린 김만덕배 전국 배드민턴대회 혼합복식에서 준우승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트로피만 수십 개다. 이 씨는 2016년, 김 씨는 2018년 체육 교사가 됐다. 둘은 2022년 백년가약을 맺었다.“배드민턴 치며 체력도 좋아졌고, 체육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졌어요. 함께 배드민턴 맘껏 치며 연애도 했지만,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남편은 애초 고향인 전북 전주 쪽으로 교사임용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저를 만나면서 서울에서 시험을 봤어요. 배드민턴이 저희 부부를 묶어준 셈이죠.”2018년부터는 훈련은 같이하되 대회 출전은 따로 하고 있다. 김 씨는 “어느 순간 대회에 함께 출전하면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 싸우게 됐다. 그래서 싸우지 않기 위해서 대회 출전은 각자 다른 파트너를 구해서 따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배드민턴과 탁구, 테니스 등 대회는 가급적 많은 사람이 참가하도록 복식 혹은 흔한 복식 위주로 열리고 있다. 그는 “하지만 남편과 취미가 같으니 좋은 점이 많다. 서로 싸워도 크루(팀) 훈련은 갈 수밖에 없고, 함께 셔틀콕을 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린다”라고 했다.배드민턴의 매력은 뭘까. 김 씨는 “전 낚시를 해보지는 않았는데 사람들이 고기가 물었을 때 느끼는 손맛에 이끌린다고 한다. 배드민턴도 셔틀콕을 때릴 때 손맛이 짜릿하다. 그리고 상대가 내 플레이를 예측하고 날 속이려고 플레이하면 역으로 내가 페인트를 써 상대를 제압할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 복식이나 혼합복식에서 파트너와 함께 힘을 합쳐 승리를 이뤄내면서 얻는 성취욕도 크다.교육 현장에서도 배드민턴을 활용하고 있다. “지금 남녀 공학 고등학교에서 2학년을 맡고 있는데 수업 시간에 배드민턴을 지도하고 있어요. 1학기엔 배드민턴을 가르쳤고, 2학기엔 최근 떠오르고 있는 피클볼을 지도할 생각입니다. 제가 배드민턴을 치다 보니 라켓 종목을 가르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요. 수업 시작할 때 일단 제 실력을 보여줘요. 그럼 ‘뭐 여선생님이 얼마나 잘 치겠어?’라며 건들거리는 남학생들이 찍소리 못하죠. 충성심도 달라져서 수업도 쉽게 진행할 수 있어요. 쉬는 시간에 랠리 좀 쳐 달라는 학생들도 있죠.”팀도 만들었다. 제주를 오가며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아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실력도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이 형성됐다고 했다. 서울은 물론 제주, 충남 천안, 경기 성남 등에 회원들이 퍼져 있다. 김 씨가 팀을 만든다는 소식에 스포츠용품업체 요넥스가 ‘우리가 물품을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그래서 팀명을 ‘요넥스온’으로 지었다. 그는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끼리 훈련을 함께하기도 하고, 야유회도 가지만 주로 대회 때 만나는 모임으로 보면 된다. 회원은 20명인데 꾸준하게 참여하는 회원이 15명이다. 전국 대회에서 만나 복식, 혼합복식팀을 이뤄 경기에 나간다”고 했다.김 씨는 6년 전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배드민턴을 더 즐겁게 치기 위해서다. “배드민턴만 치다 보니 어느 순간 어깨가 아프고, 무릎에도 통증이 왔다. 그래서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부상 없이 라켓을 맘껏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배드민턴 치는 것과 별도로 매일 유산소 운동(트레드밀 경사 걷기)을 하고, 주 2회 근육운동하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근육운동의 매력에 빠져 보디프로필도 두 차례 찍었다. 유산소 운동인 배드민턴을 치며 근육운동까지 하고 있어,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운동을 하든 코어(Core)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어 근육은 인체의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이다. 일반적으로 등, 복부, 엉덩이, 골반 근육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코어 근육을 키우면 몸의 균형이 잡힌다. 코어가 잘 발달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걷거나 달리는 폼이 완전히 다르다. 코어가 부실한 사람은 밸런스가 깨져 엉성하게 걷고 달린다. 부상도 많다”고 설명한다.라켓 등 기구 스포츠의 경우 카운터 스윙(반대쪽 스윙)으로 몸의 밸런스를 만들어주는 훈련도 해야 한다. 골프와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야구 등 한쪽을 주로 쓰는 운동의 경우 반대로도 스윙하는 훈련을 해야 몸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고 부상을 줄일 수 있다. “이젠 눈을 감아도 배드민턴이 생각나요. 이렇게 좋은 것을 평생 하려면 아프지 않아야 하잖아요. 그럼 꼭 각 관절 부위 근육을 강화하는 보강 운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은 기본이고요. 이런 것을 무시하면 엘보를 비롯해 어깨, 무릎에 이상이 옵니다. 그런 사람들 많이 봤어요. 귀찮고 싫어도 해야 합니다. 아프지 않아야 즐겁게 오래 배드민턴 칠 수 있습니다.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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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드민턴 치다 남편 만나 함께 전국대회 준우승도 했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배드민턴 덕분에 남자 친구를 만났다. 함께 전국대회에서 준우승도 했다. 나란히 취업도 했다. 그리고 결혼했다. 김성민 씨(37)는 2012년 서울 은평구 자신의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은평 뉴타운 배드민턴 클럽 신입회원 모집’이란 플래카드를 봤다. 이를 계기로 배드민턴에 발을 들이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서울 노원구에 살다 이사를 왔는데 동네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다니던 대학원만 오갔고, 간간이 자전거를 탔는데 그날따라 ‘배드민턴’이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대학 때 배드민턴 수업을 받고 ‘재미있다’고 했던 기억이 있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했죠.” 처음에는 중년 아줌마 아저씨들 하고 그저 네트를 넘기는 수준으로 배드민턴을 치다 2013년 현재 남편 이종현 씨(37)를 만나게 됐다. 당시 배드민턴 클럽 근처 군부대에서 학사장교로 복무하던 이 씨도 퇴근 후 취미생활로 배드민턴을 하려고 클럽을 찾았다. 동갑내기인 둘은 자연스럽게 배드민턴을 함께 쳤다. 둘은 공통점이 많았다. 운동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둘 다 대학에서 체육을 전공했다. 김 씨는 중앙대 체육과를 나와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이 씨는 공주사대 체육과를 졸업했다. 모두 체육 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서로 ‘우리 대회에 나가 보지 않을래’라며 의기투합해서 함께 준비하게 됐죠. 무척 재미있었어요. 코트 사용 시간이 오후 7시 반부터 10시 반까지였는데 오후 7시도 되기 전에 코트에 와서 기다렸죠. 주 7일을 쳤어요. 쉬는 날엔 오전 오후 각각 스케줄을 잡아 쳤고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야 했다. 김 씨는 “체육 교사가 되고 싶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개인 레슨까지 받았다”고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뒤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은평구 대회에서는 최하부에서부터 최상부까지 다 우승했다. 2017년 제주에서 열린 김만덕배 전국배드민턴대회 혼합복식에서는 준우승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집한’ 트로피만 수십 개다. 이 씨는 2016년, 김 씨는 2018년 각각 체육 교사가 됐다. 둘은 2022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배드민턴 치며 체력도 좋아졌고, 체육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졌어요. 함께 배드민턴을 맘껏 치며 연애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죠. 남편은 고향인 전북 전주 지역에서 교사임용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저를 만나면서 서울에서 시험을 봤어요. 배드민턴이 저희 부부를 한데 묶어준 셈이죠.” 2018년부터는 훈련은 같이하되 대회 출전은 따로 하고 있다. 김 씨는 “어느 순간 대회에 함께 출전하면 서로 기대치가 달라 싸우는 일이 생겼다. 싸우지 않기 위해 대회에는 각자 다른 파트너를 구해서 따로 출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남편과 취미가 같으니 좋은 점이 당연히 많다. 서로 싸워도 배드민턴 크루(팀) 훈련은 갈 수밖에 없고, 함께 셔틀콕을 때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했다. 배드민턴의 매력은 뭘까. 김 씨는 “낚시를 해 보지는 않았는데 고기가 미끼를 물었을 때의 손맛에 이끌린다고 한다. 배드민턴도 셔틀콕을 때릴 때 손맛이 짜릿하다. 상대가 내 플레이를 예측하고 날 속이려 하면 역으로 내가 페인트를 써서 제압할 때의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복식이나 혼합복식에서 파트너와 힘을 합쳐 승리해 얻는 성취욕도 크다. 김 씨는 6년 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배드민턴을 더 즐겁게 치기 위해서다. 그는 “배드민턴만 치다 보니 어깨가 아프고 무릎에 통증이 왔다. 그래서 근육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로 지금까지 부상 없이 라켓을 맘껏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매일 유산소 운동(트레드밀 경사 걷기)과 주 2회 근육 운동을 한다. 근육 운동의 매력에 빠져 보디 프로필 사진도 두 번 찍었다. “눈을 감아도 배드민턴이 생각나요. 이렇게 좋은 것을 평생 하려면 아프지 않아야 되잖아요. 그럼 관절 부위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준비 운동과 정리 운동은 기본이죠. 이런 것들을 무시하면 엘보를 비롯해 어깨, 무릎에 이상이 옵니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귀찮고 싫어도 해야 합니다. 아프지 않아야 즐겁게 오래 배드민턴을 할 수 있습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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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 키우며 댄스스포츠로 유산소 운동…인생이 즐거워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71세인 강찬수 씨는 5월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에 출전했다. 7명 중 6위를 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15년 넘게 피트니스센터에서 몸 관리해 오면서 단 한 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도전을 감행해 거둔 성적이라 의미 있었다.“4개월여 음식 조절하며 집중적으로 훈련했어요. 힘들었죠. 85kg이던 체중이 75kg까지 줄었죠. 대회 당일 무대에 올라 여러 포즈 중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당황하기도 했지만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강 씨는 50세 넘으면서 당뇨병 전 단계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 친구들과 매일 아침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을 찾았다. 그는 “뭐 체계적으로 운동하기보다는 그냥 러닝머신 위를 걷고 달리다 가끔 역기를 드는 수준이었다”고 했다.10년 전 몸에 이상이 왔다. 그는 “눈동자에 이상이 생겨 쓰러졌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혈압이 200mmHg가 넘게 나왔다. 당뇨병 전 단계 판정 당시 약 처방도 받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약을 먹지 않았다. 그게 화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약을 먹으면서 유산소 운동을 위해 북한산 등 수도권 산도 오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틈틈이 등산했다.“서울 불광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족두리봉 쪽으로 오르죠. 거기서 정릉, 성북동, 구기동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죠. 무리하지 않고 다양하게 탈 수 있는 산이 북한산입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강 씨가 체계적으로 근육운동을 시작한 것은 4년 전부터다. 진광식 파고다헬스클럽 관장이 “제대로 운동해 보라”며 이인혜 트레이너(60)를 소개해 줬다.“관장님이 보기에 제가 슬렁슬렁 운동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관장님이 ‘체형 비율이 좋으니 열심히 운동해서 대회에도 나가 보라’고 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죠. PT(개인 트레이닝)를 받기 전에는 무작정 힘만 썼다면 그때부터는 부위별 근육을 체계적으로 만들었어요.”크게 상체 및 하체, 코어로 나눠 세밀하게 훈련받았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은 그냥 힘만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부위별로 세세하게 운동한 뒤에야 근육이 만들어지고 윤곽도 뚜렷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한동안 대회 출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뇨가 있어 식이요법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 도전 안 하면 영원히 출전 못 할 것 같아 도전했다”고 했다.“그동안 노력의 결실도 보고 싶었죠. 돌이켜보면 제가 보석 사업을 하며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그때마다 체력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이젠 운동은 꼭 해야 하는 하루의 중요한 일과가 됐습니다. 심신 건강의 원동력이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력이었죠.”현재로선 식이요법이 힘들어 대회 출전을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큰 딸 부부랑 함께 사는 데 딸이 닭가슴살을 포함해 매일 ‘저염 저탄 고단백’ 도시락을 싸줬다. 딸이 아이들 돌보며 내 도시락까지 챙기다 보니 내가 봐도 너무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보다 먹기 싫은 닭가슴살을 먹는 게 더 고통이었다”고 했다. 대회가 끝난 뒤 체중은 80kg으로 살짝 올랐지만 운동으로 이 체중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강 씨는 최근에 댄스스포츠도 시작했다. 그는 “아내가 배우라고 했다. 아내가 작은딸, 아들과 미국에 살고 있다. 그쪽에선 파티할 때 함께 춤추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했다. 그래서 학원에 등록해 댄스를 배우고 있다. 왈츠와 탱고, 자이브, 룸바, 차차차 등을 추다 보면 2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오전엔 무산소 운동인 근육 운동을 하고 오후엔 주 3회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무산소 운동인 근육운동을 하면서도 유산소 운동(달리기 걷기 등산 춤)을 적절하게 해줘야 지방을 잘 태워 근육의 선명도를 높일 수 있다. 댄스스포츠는 유산소 운동으로 볼 수 있다. 허리와 복부 근육도 많이 쓴다. 이 때문에 자세가 교정되고 근육의 탄력도가 높아진다. 규칙적으로 댄스스포츠를 하면 체중도 감소한다. 체중과 나이, 성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시간에 약 350칼로리를 소비한다. 격렬하게 출 땐 1시간에 700칼로리 이상 에너지를 태운다. 이는 시속 8km로 1시간 달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에너지소비량이 높다.무엇보다 댄스스포츠는 춤 동작을 외워야 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파트너의 움직임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것도 뇌를 활성화한다. 운동량도 높지만 순간적으로 뇌가 처리하는 데이터양도 엄청난 셈이다. 나이 들수록 머리를 잘 활용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댄스스포츠는 치매 예방에 좋은 운동으로 볼 수 있다.강 씨는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 주말엔 등산 대신 지인들과 어울려 스크린 골프를 친다. 그는 “덥기도 하고, 필드 나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스크린 골프는 시원한 실내에서 친구들과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강 씨는 “미국에 가게 되면 아내를 포함해 가족, 지인들과 필드에 나가서 골프를 즐긴다. 그땐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인생을 살면서 보통 친구들이라고 불리는 ‘또래 집단’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강 씨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스크린 골프를 치고, 댄스스포츠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같은 연령대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 살 수 없다. 어울려 살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강 씨처럼 골프, 댄스스포츠, 헬스클럽 등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게 즐거운 삶에 큰 도움이 된다.“요즘 너무 행복합니다. 당뇨 때문에 운동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나이에 제가 가장 건강합니다. 제 또래 친구들 10명 중 9명은 관절이 좋지 않거나 병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요. 전 매일 운동하며 춤도 추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이런 게 삶의 즐거움 아닌가요.”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근육운동으로 몸이 바뀌면 자기 존중감이 상승한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근육을 만들며 몸을 관리하면 건강은 물론 자존감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근육을 키우는 데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2018년 9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쓴 ‘로보캅 근육으로 무장한 82세 최고령 보디빌더’의 주인공 서영갑 씨(89)는 “근육엔 나이가 없습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노인들에게도 근육 운동의 효과는 크다.1990년 미국의사협회 저널(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90세 어르신들의 고강도 근육훈련(부제 골격에 미치는 효과)’가 발표된 이후 노인들도 근육운동을 하면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당시 JAMA에는 90세를 넘긴 남녀 9명을 대상으로 8주간 강도 높은 근력 훈련시켰다. 보스턴 소재 재활센터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대상이었고 몸이 좋지 않지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 실시했다. 그 결과 근력이 174%±3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걸음걸이도 4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에서는 저 강도보다는 고강도 근력훈련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나이 들수록 근육운동을 하면 몸을 젊어지게 만든다. 근육이 생기면 자세가 좋아진다. 걸음걸이도 똑바르게 된다.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한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근육은 젊음을 되돌리는 ‘회춘약(回春藥)’으로 불린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온다. 나이 들면서 근육운동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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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 키우며 자신감 쑥… 71세에 보디빌딩 대회 출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71세의 강찬수 씨는 올 5월 미스터서울 & 미즈서울 선발 대회 마스터스 60세 이상부(部)에 출전했다. 7명 중 6위를 했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15년 넘게 피트니스센터에서 몸을 관리해 오면서 단 한 번 생각지도 못한 도전을 감행해 거둔 성적이라 의미 있었다. “4개월여 음식 조절을 하며 집중적으로 훈련했어요. 힘들었죠. 85kg이던 체중이 75kg까지 줄었죠. 무대에 올라 여러 포즈 중 한 동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당황하기도 했지만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 강 씨는 50세를 넘으면서 당뇨병 전 단계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 친구들과 매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을 찾았다. 그는 “체계적으로 운동하기보다는 그냥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걷고 달리다 가끔 역기를 드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10년 전 몸에 이상이 왔다. “눈동자에 이상이 생기며 쓰러져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혈압이 200mmHg 넘게 나왔어요. 당뇨병 전 단계 판정 당시 약을 처방받았는데 ‘운동을 열심히 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해 먹지 않았습니다. 그게 화근이었죠.” 그때부터 약을 복용하면서 유산소 운동을 위해 북한산을 비롯한 수도권 산들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면서 틈틈이 등산을 한 것이다. 강 씨가 체계적으로 근육 운동을 시작한 것은 4년 전이다. 진광식 파고다헬스클럽 관장이 “제대로 운동해 보라”며 이인혜 트레이너(60)를 소개해줬다. “제가 슬렁슬렁 운동하는 것처럼 보였나 봐요. 진 관장님이 ‘체형 비율이 좋으니 열심히 운동해서 대회에도 나가 보라’고 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한마디로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죠. PT(개별 트레이닝)를 받기 전에는 무작정 힘만 썼다면 그때부터는 부위별 근육을 체계적으로 만들었어요.” 상체와 하체, 코어로 나눠 세밀하게 훈련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은 그냥 힘만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부위별로 세세하게 운동하자 근육이 만들어지고 윤곽도 뚜렷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한동안 대회 출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뇨가 있어 식이요법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 도전하지 않으면 영원히 출전 못 할 것 같아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력의 결실도 보고 싶었죠. 돌이켜보면 보석 사업을 하며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그때마다 체력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이젠 운동은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과가 됐습니다. 심신 건강 원동력이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력이었죠.” 현재로선 식이요법이 힘들어 다시 대회에 출전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큰딸 부부와 함께 사는데 딸이 매일 닭가슴살을 비롯해 ‘저염 저탄 고단백’ 도시락을 싸줬다. 딸이 아이들 돌보며 내 도시락까지 챙기는 건 내가 봐도 너무 힘들었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것보다 먹기 싫은 닭가슴살을 먹는 게 더 고통이었다”고 털어놨다. 강 씨는 최근 댄스스포츠도 시작했다. 아내가 배우라고 권했다. 그는 “아내가 작은딸, 아들과 미국에 살고 있는데 그쪽에선 파티할 때 함께 춤추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라고 하더라. 그래서 학원에 등록해 배우고 있다. 왈츠와 탱고, 자이브, 룸바, 차차차를 추다 보면 2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 그는 오전엔 무산소 운동인 근육 운동을 하고 오후엔 주 3회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유산소 운동(달리기 걷기 등산 춤)을 한다. 근육 운동을 하면서도 유산소 운동을 적절하게 해줘야 지방을 잘 태워 근육의 선명도를 높일 수 있다. 요즘은 무덥기 때문에 주말에 등산 대신 지인들과 스크린 골프를 친다. 그는 “덥기도 하고, 필드 나가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스크린 골프는 시원한 실내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요즘 무척 행복합니다. 당뇨 때문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던 운동 덕분에 결과적으로 친구들 중에 제가 가장 건강합니다. 친구 10명 중 9명은 관절이 좋지 않거나 병에 걸려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해요. 저는 매일 운동하며 춤도 추는데 말이죠. 이런 게 삶의 즐거움 아닌가요.”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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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도 고친다는 ‘맨발걷기 효과’, 국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암도 고친다는 ‘맨발걷기’의 효과가 국내에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소장 고장면 대전 국립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교수)와 여수요양병원(원장 표연근), 삐땅끼의원(원장 유제성)이 공동 연구한 결과, 혈액내 적혈구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10일 밝혔다.맨발걷기는 접지(Earthing) 효과를 보기 위해 맨발로 맨땅을 걷는 것이다. 접지는 말 그대로 땅과 접촉하는 것이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우리 몸에 30~60 ㎷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땅과 맨발로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된다.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가 빠져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맨발걷기 접지의 항산화효과로 불린다.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은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띤 상태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몸속을 돌아다니며 전압을 올린다.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그러한 상처를 공격하여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맨발과 맨땅의 접지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몸의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우리 몸에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는 이유가 활성산소의 역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일부에선 ‘유사 과학’이나 ‘사이비’라고 비판했다. 연구팀은 총 6주간에 걸쳐 다양한 연령대와 질환군을 포함한 임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혈액 내 적혈구 분산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실험 대상은 20대 대학생부터 60~70대 생활습관병(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보유 환자들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맨발로 30분 걷기 전후의 혈액을 채취해 광학현미경 및 제타포텐셜(Zeta Potential·표면 세포간 밀어내는 힘) 분석기를 이용해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분석 결과, 맨발로 30분 걷기 전에는 적혈구가 뭉쳐 ‘연전쌓기(rouleaux formation)’ 형태를 보였으나, 걷기 후에는 적혈구가 완전히 분산된 모습이 관찰됐다. 반면, 신발을 신고 동일한 시간 동안 걷기를 실시한 경우, 혈액 내 응집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 제타포텐셜 수치는 평균 -1.59mV에서 -2.8mV로 개선돼 혈류의 유동성 및 안정성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접지(Earthing)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나트라 등)’는 논문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는 결과와 일치한다. 당시 논문에서도 적혈구 제타포텐셜을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 이런 결과는 20대 대학생들, 50대 고혈압 환자, 50대 당뇨 및 고지혈 환자, 유방암 환자 등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고장면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맨발로 지면에 접지되면 자유전자가 인체로 유입되며 전압이 0V로 안정되고, 이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멜라토닌은 항산화, 항염증, 유전자 보호, 면역조절, 혈류 개선 등 여러 방면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생리활성 물질”이라고 덧붙였다.연구 발표에는 다수의 SCI 논문이 인용됐다. Banerjee et al. (2020), Slominski et al. (2020) 등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적혈구와 내피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세포막 전위를 회복시키며 혈류 흐름을 개선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전기기술자인 클린트 오버가 접지 원리를 발표했고,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 등 의사들과 공동작업해 그 치유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어싱(Earthing)이라는 책으로 엮기도 했다.연구팀은 맨발걷기를 실천한 환자들의 체감적 변화도 함께 기록했다. 실제 참가자들 중 일부는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표 안정화, 요실금 개선, 통증 감소, 심리적 안정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은 박동창 회장의 도움을 받아 맨발걷기 효과를 본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했다.2020년 9월 26일 “간암 말기 환자 ’완치‘ 기적”…맨발걷기의 놀라운 효과, 2021년 5월 11일 “맨발걷기, 코로나 예방 치유에 효과 있다”, 2022년 9월 10일 “말기암 판정 2개월 만에 완치…맨발걷기가 기적 만들어”, 2023년 8월 12일 “맨발걷기로 파킨슨병 호전,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2024년 1월 27일 “맨발로 걸어 몸이 좋아졌죠…겨울엔 비닐하우스에서 걸어요”, “맨발로 해변을 걷고 29년 앓은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이 호전됐어요”이번 연구팀은 16일 국회에서 열릴 ‘맨발걷기 혈액건강 임상실험 결과 발표회’(이개호 의원실 주최)에서, 혈액 내 적혈구 구조의 실제 변화가 수치와 영상으로 입증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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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있기에 대한민국 한바퀴 4544km 돌았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으로 올해 75세인 임정국 정태성 김익원 최동주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3월부터 대한민국 한 바퀴 걷기에 나섰다. 시간 날 때 모여서 걸었고, 올해 4월 4544km 대한민국 한 바퀴 완보에 성공했다.“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모여서 뭘 못 하게 막았죠. 저흰 살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흰 바이러스와 무관한 대한민국 한 바퀴를 걷기로 했죠.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했고, 결국 함께 이뤘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회사 생활을 하던 정 씨를 빼고 나머지 세 명은 사업을 하며 자주 만나면서 산행하던 사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4명이 당구를 쳤고, 자연스럽게 매주 1~2차례 서울 근교 대모산과 청계산, 관악산, 북한산 등을 올랐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어렵던 때 동해안 해파랑길이 잘 조성됐다고 얘기하다가 “그럼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자”고 뜻을 모았다. 평소 등산을 좋아해 대한민국 산을 거의 다 탄 임 씨가 대장을 맡았다. 임 씨는 “요즘 유행하는 100대 명산을 정해 놓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최소 100대 명산 70봉 이상은 올랐다”고 했다.다음은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지냈던 정 씨의 말이다. “이런 거 있죠. 은퇴하고 친구들 만나니 너무 좋았어요. 대학 및 해외에서 근무하던 시절, 운동을 위해 산을 탔지만 친구들하고 전국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이 좋았어요. 걸으면서 얘기도 많이 했죠. 걷는 것의 의미,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갑론을박 싸우면서도 내린 결론은 함께 걸으면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2021년 부산 오륙도를 출발해 강원 고성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길 750km, 2022년 부산 오륙도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파랑길 1470km, 2023년 해남 땅끝마을에서 인천 강화평화전망대까지 서해랑길 1800km, 2024년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고성통일전망대까지 DMZ 평화의 길 524km.“전국을 걷다 대한민국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해파랑길은 주요 해수욕장과 일출 명소가 있고, 관동팔경을 두루 거치는 해변길이 아름다워요. 남파랑길은 한려수도와 다도해 섬들이 낭만적입니다. 서해랑길은 해 지는 바다를 보며 갯벌 속 생태계도 느낄 수 있죠. DMZ평화의 길은 아픈 역사의 상흔도 있지만 살아 있는 생태자원을 만날 수 있죠.”“코로나19 시절엔 걷다가 식사 시간이 됐는데 식당이 없어 낭패당한 적이 많았어요. 시골엔 식당도 별로 없는데 있는 식당도 문을 다 닫았던 시절이죠. 잠을 잘 데가 없어서 이집 저집 두드리고 다니기도 했죠. 그 지역 이장을 찾아가 신세 지기도 했어요. 최근엔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건물 지어서 침대 10여개 넣은 시설이 생기기도 했는데 예약하지 않으면 재워주지도 않아요. 걷다 보면 꼭 제날짜를 마추긴 힘들거든요.”이들은 대한민국 한 바퀴를 ‘K둘레길’로 명명했고, “전국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K팝, K푸드, K영화에 이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약 4000km보다 길다. 마라톤 42.195km 풀코스의 100배 이상이다. 해파랑길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맞먹는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에 ‘코리아 둘레길’로 자세하게 코스가 설명돼 있다.“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고 목표를 달성했다는 게 가장 뿌듯했죠.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제일 큰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요. 그리고 뭐든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어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70세 훌쩍 뛰어넘은 우리도 해냈다고요.”제일 길게 함께한 게 13박 14일. 개인 일정을 맞추다 보니 이후 짧게는 2박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을 걸었다. 총 함께한 기간이 180일이다. 배운 것도 많다. 80세를 향해 가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에 식사, 8시에 출발, 오후에도 6시에 걷기 종료, 7시 식사, 8시에 잠자리 드는 6·7·8’ 원칙을 지키며.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 성취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본 중요한 계기가 됐다.“시작 전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죠. 함께하니 기우였습니다. 함께 걷다 보니 따라갈 수 있었요. 함께 걷지만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자신과 몇 시간씩 대화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지?’ ‘잘 산 것인가?’ ‘향후 어떻게 살지?’ 숱한 고민을 하면서 제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물론 ‘후회한 것도 있지만 이만하면 잘 살아왔다’는 결론에 이릅니다.”운도 좋았다고 했다. “저희가 180일을 걸었는데 비를 딱 두 번만 맞았어요. 이젠 저희도 나이가 있어 혹서기, 혹한기를 피해서 갔는데 그래도 비를 두 번만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죠. 대한민국 둘레길의 명소도 다 가봤죠. 걷는 길목에 있는 맛집도 다 가봤습니다.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어요.”하지만 대한민국 한 바퀴를 걸으면서 농어촌의 현실도 그대로 느꼈다. 노인들만 있고,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과 학생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임 씨는 “한 지역에서 노인을 만났는데 ‘학교도 멀고, 병원도 멀다. 누가 이런 곳에서 아이들을 키우겠냐’고 하더라”고 했다.이들 4인방은 산행 및 걷기 위해 평소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운동도 한다. 이들은 “4년 넘게 걷다 보니 해가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헬스클럽에 간다. 뭐 가금 역기를 들기도 하지만 근육운동이라기보다는 여기저기 돌리는 유연성 운동을 주로 한다. 그거라도 해야 걷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이들은 고교 전체 산악회 ‘휘산회(휘문고 산악회)’, 고교 졸업 동창 산악회 ‘60휘산회(60회 휘문고 산악회)’ 등 매주 말 산행하는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따로 모여 산을 타거나 걷고 있다. 과거같이 하루 종일 산행하지는 않는다. 3~4시간 타고 식사하고 헤어진다.이들 휘문고 4인방은 요즘도 대한민국을 주제별로 걷고 있다. 경북 청송에서 강원 영월까지 외씨버선길, 강원 치악산 둘레길, 경기 양평 물소리길…. 임 씨는 “전국에 걷기 코스가 정말 많다. 우리가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했다.“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면서 얻는 성취감, 안 해보면 몰라요. 한 발씩 걸어 4544km를 다 걸었잖아요.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지만 정도 많이 들었어요. 사실 친구들 없었으면 못 했죠. 평생 함께 걸을 겁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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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 동창들끼리 걸어서 대한민국 한 바퀴 돌았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서울 휘문고 60회 동기동창으로 올해 75세인 임정국 정태성 김익원 최동주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3월부터 대한민국 한 바퀴 걷기에 나섰다. 시간 날 때 모여서 걸었고, 올해 4월 4544km 대한민국 한 바퀴 완보에 성공했다.“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모여서 뭘 못 하게 막았죠. 저흰 살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흰 바이러스와 무관한 대한민국 한 바퀴를 걷기로 했죠.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했고, 결국 함께 이뤘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던 정 씨를 빼고 나머지 세 명은 사업을 하며 자주 만나면서 산행하던 사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4명이 당구를 쳤고, 자연스럽게 매주 1∼2차례 서울 근교 대모산과 청계산, 관악산, 북한산 등을 올랐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어렵던 때 동해안 해파랑길이 잘 조성됐다는 얘기를 하다가 “그럼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자”고 뜻을 모았다. 평소 등산을 좋아해 대한민국 산을 거의 다 탄 임 씨가 대장을 맡았다. 임 씨는 “요즘 유행하는 100대 명산을 정해 놓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최소 100대 명산 70봉 이상은 올랐다”고 했다. 다음은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지냈던 정 씨의 말이다.“이런 거 있죠. 은퇴하고 친구들 만나니 너무 좋았어요. 대학 및 해외에서 근무하던 시절, 운동을 위해 산을 탔지만 친구들하고 전국을 걷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이 좋았어요. 걸으면서 얘기도 많이 했죠. 걷는 것의 의미, 걷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갑론을박 싸우면서도 내린 결론은 함께 걸으면 심신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021년 부산 오륙도를 출발해 강원 고성통일전망대까지 해파랑길 750km, 2022년 부산 오륙도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파랑길 1470km, 2023년 해남 땅끝마을에서 인천 강화평화전망대까지 서해랑길 1800km, 2024년 강화평화전망대에서 고성통일전망대까지 DMZ 평화의 길 524km.“전국을 걷다 대한민국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해파랑길은 주요 해수욕장과 일출 명소가 있고, 관동팔경을 두루 거치는 해변길이 아름다워요. 남파랑길은 한려수도와 다도해 섬들이 낭만적입니다. 서해랑길은 해 지는 바다를 보며 갯벌 속 생태계도 느낄 수 있죠. DMZ평화의 길은 아픈 역사의 상흔도 있지만 살아 있는 생태자원을 만날 수 있죠.” 이들은 대한민국 한 바퀴를 ‘K둘레길’로 명명했고, “전국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K팝, K푸드, K영화에 이어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약 4000km보다 길다. 마라톤 42.195km 풀코스의 100배 이상이다. 해파랑길은 산티아고 순례길과 맞먹는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에 ‘코리아 둘레길’로 자세하게 코스가 설명돼 있다. 제일 길게 함께한 게 13박 14일. 개인 일정을 맞추다 보니 이후 짧게는 2박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을 걸었다. 총 함께한 기간이 180일이다. 배운 것도 많다. 80세를 향해 가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에 출발, 오후 8시에 잠자리 드는 6·7·8’ 원칙을 지키며.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 성취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본 중요한 계기가 됐다.“시작 전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죠. 함께하니 기우였습니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자신과 몇 시간씩 대화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지?’ ‘잘 산 것인가?’ ‘향후 어떻게 살지?’ 숱한 고민을 하면서 제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물론 ‘후회한 것도 있지만 이만하면 잘 살아왔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들 휘문고 4인방은 요즘도 대한민국을 주제별로 걷고 있다. 경북 청송에서 강원 영월까지 외씨버선길, 강원 치악산 둘레길, 경기 양평 물소리길…. 임 씨는 “전국에 걷기 코스가 정말 많다. 우리가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했다.“목표를 정하고 달성하면서 얻는 성취감, 안 해보면 몰라요. 한 발씩 걸어 4544km를 다 걸었잖아요.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지만 정도 많이 들었어요. 사실 친구들 없었으면 못 했죠. 평생 함께 걸을 겁니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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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2막은 시니어 모델…필라테스로 몸 만들고 있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어느 순간 저에게 ‘은퇴한 뒤 뭐 할 거예요’라는 질문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영어과 교수로 살아온 저는 은퇴하다는 영어 단어 Retire를 색다르게 해석하고 싶었죠. Re-tire, 타이어를 다시 끼우자. 연식이 된 차에 타이어를 바꿔 끼고 인생 2막을 시작하자는 뜻이죠.”8월 정년 퇴임을 앞둔 서경희 한국외대 영어대학 ELLT학과 교수(65)가 선택한 새 타이어는 시니어 모델이다. 그는 “그동안 머리를 써 살아왔다면 이제 몸을 쓰는 삶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몸을 쓰니 심신의 건강도 따라와 더 좋다. 자세가 좋아지고 걸음걸이가 달라지니 자신감도 넘친다”고 했다.서 교수는 8년 전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수업하고 나면 목과 어깨, 허리가 아팠다. 거북목에 허리 측만이었다.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병원도 찾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인의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주 2회 1시간씩 몇 년 꾸준히 하다 보니 통증이 사라졌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꾸준히 했던 그에게는 필라테스가 딱 맞는 운동이었다.“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어요. 아주 어렸을 땐 ‘얘는 오래 못 살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그래도 아파서 출석하지 못하는 날이 있어 개근상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어요. 초등학교 때 체육은 언제나 ‘미’였죠. 미국에서 공부할 때 체력이 너무 약해 따라가기 힘들어 운동을 시작했죠. 처음엔 에어로빅체조, 나중엔 짐(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 혼자 체력 관리했어요. 그래도 천성이 어디 가겠어요. 몸이 그다지 건강하진 못했죠. 그런데 필라테스를 만나면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한국에 돌아와서 교수를 하면서도 꾸준하게 체력 관리는 했다. 아파트 짐에서 운동하고 PT(Personal Training)를 받았기도 했다. 그는 “하지만 뭔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필라테스는 오랫동안 그를 괴롭히던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을 사라지게 했다. 몸자세도 반듯해졌다. 서 교수가 찾고 있는 이솝 필라테스 이은형 원장은 “서 교수님은 몸매는 날씬했는데 코어 근력이 부족했다. 특히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목과 어깨 등이 긴장돼 있었다. 그래서 코어 근력을 키우면서 어깨와 등 부분의 유연성을 강화했더니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했다.필라테스는 20세기 초 독일 출신의 요셉 필라테스(Joseph Pilates)가 개발한 운동법이다. 반복적 동작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근육을 강화한다. 몸의 중심부인 코어 근육(복부, 등, 엉덩이, 허벅지 등) 및 관절 근육을 강화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 최근 어르신들에게 좋은 운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진 시니어들에게 적당한 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다음은 이은형 이솝 필라테스 원장의 말이다.“필라테스는 코어를 기반으로 해서 우리 팔과 다리로 뻗는 힘을 키워줘요. 그래서 우리가 전체적으로 몸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줍니다. 운동선수 및 무용수 재활로도 활용될 뿐만 아니라 체형 교정,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몸의 밸런스를 찾아주기 때문에 시니어분들에게 좋습니다.”서 교수는 몸이 좋아지면서 2018년엔 보디프로필도 찍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추가해 주 4~5회 3개월 운동한 뒤 찍었다. 40층짜리 빌딩 계단도 올랐다. 몸은 힘들었지만 잘 만들어진 몸을 보니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필라테스로 자세가 좋아지면서 은퇴 뒤 몸을 활용한 삶도 고민하게 됐다. 그게 시니어 모델이다. 그는 “어렸을 때 종이에 그림 그려 인형에 옷 입히는 것을 좋아했다.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학자로 33년을 살았다. 이젠 머리가 아닌 몸을 쓰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모델 수업은 백화점 문화센터에 가서 받는다. 서 교수는 “비용도 저렴하고 꼭 모델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른 자세로 걷고 싶은 분들이랑 함께해서 좋다”고 했다. 자세 바르게 하고 걷는 법을 배운다. 그는 “벽에 몸을 대고 서 있기, 발 사이에 테니스공 넣고 뒤꿈치 들기 등 자세 훈련을 평소 요리하면서도 한다. 이젠 수시로 자세를 바르게 잡는 게 습관이 됐다. 모델 훈련을 하다 보면 굳이 무대에 서지 않아도 내 자세를 꾸준하게 관리하게 된다”고 했다.서 교수는 요즘 뒤꿈치 들기를 건강을 위해서 많이 하고 있고, 주위 지인들에게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종아리 근육은 흔히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심장에서 흘러나와 종아리까지 내려온 피를 다시 뿜어 올리기 위해선 종아리 근육이 큰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 종아리 근육이 자연 감소하는 게 문제인데 뒤꿈치 들기 동작 운동이 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발뒤꿈치를 바짝 들어 올려 잠깐 멈춘 뒤 다시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 운동을 요리할 때 등 수시로 하고 있다.3년 전부터 시니어 모델로 무대에도 섰다. 지금까지 약 10번 정도 출연했다. 서 교수는 2023년 11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미스 스쿠버 세계대회초청 쇼에 출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당시 전 세계 500여 청중들 앞에서 패션쇼 하는 그 자체에 정말 감격했다”고 했다.필라테스는 그의 건강 지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귀에 생기는 가장 악성 질병인 ‘메니에르병’에 걸린 적 있었는데 필라테스 덕분에 쉽게 나았다. 메이에르병은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이명(귀울림), 이충만감(귀가 꽉 찬 느낌) 등의 증상이 동시에 발현되는 질병이다. 서 교수는 “당시 휴직을 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었다. 그런데 균형감각을 바로 잡아주는 필라테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필라테스를 주로 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다른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 시간 날 때 집(서울 강남구 삼성동) 근처 양재천이나 남산을 걷는다. 아파트 짐도 자주 들러 근육운동을 한다. 조만간 다시 보디피로필을 찍을 계획이다. 그는 “한 번 찍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이젠 시간도 많아질 것이니 다시 시도하고 싶다. 물론 운동을 많이 해야 하고 식단도 조절해야 되기 때문에 큰 결심이 필요하다”며 웃었다.“과거엔 미인의 기준으로 예쁜 피부와 얼굴을 봤다면 요즘은 자세를 봐요. 운동 열심히 해 만든 자세는 건강 그 자체죠. 나이는 먹더라도 건강한 자세를 만들면 훨씬 젊어 보이죠. 필라테스는 저에게는 차에 주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죠. 연식은 오래됐지만 필라테스로 몸 잘 만들고, 시니어 모델이란 새 타이어로 다시 씽씽 달릴 준비에 너무 행복해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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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 뒤 시니어 모델 변신 위해 필라테스로 몸 만들었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서경희 한국외대 영어대학 ELLT학과 교수(65)는 8년 전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수업하고 나면 목과 어깨, 허리가 아팠다. 거북목에 허리 측만이었다.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병원도 찾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인의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주 2회 1시간씩 몇 년을 꾸준히 하다 보니 통증이 사라졌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꾸준히 했던 그에게는 필라테스가 딱 맞는 운동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어요. 초등학교 때 체육은 언제나 ‘미’였죠. 미국에서 공부할 때 체력이 너무 약해 따라가기 힘들어 운동을 시작했죠. 처음엔 에어로빅체조, 나중엔 짐(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해 혼자 체력 관리를 했죠. 그래도 천성이 어디 가겠어요. 몸이 그다지 건강하진 못했죠. 그런데 필라테스를 만나면서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교수를 하면서도 꾸준히 체력 관리는 했다. 아파트 짐에서 운동하고 PT(Personal Training)를 받기도 했다. 그는 “하지만 뭔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필라테스는 오랫동안 그를 괴롭히던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을 사라지게 했다. 몸자세도 반듯해졌다. 서 교수가 찾고 있는 이솝 필라테스 이은형 원장은 “서 교수님은 몸매는 날씬했는데 코어 근력이 부족했다. 특히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목과 어깨 등이 긴장돼 있었다. 그래서 코어 근력을 키우면서 어깨와 등 부분의 유연성을 강화했더니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필라테스는 반복적인 동작을 통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면서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법이다. 몸의 중심부인 코어 근육(복부, 등, 엉덩이, 허벅지 등) 및 관절 근육을 강화해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 최근 어르신들에게 좋은 운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진 시니어들에게 적당한 운동으로 평가된다. 몸이 좋아지면서 2018년엔 보디프로필도 찍었다. 서 교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추가해 주 4∼5회 3개월 운동한 뒤 찍었다. 40층짜리 빌딩 계단도 올랐다. 몸은 힘들었지만 잘 만들어진 몸을 보니 보람도 있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필라테스로 자세가 좋아지면서 은퇴 뒤 몸을 활용한 삶도 고민하게 됐다. 8월 은퇴를 앞둔 그는 “어느 순간 ‘은퇴한 뒤 뭐 할 거예요’라는 질문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은퇴하다’는 영어 단어 ‘Retire’를 색다르게 해석하고 싶었다. ‘Re-tire’, 타이어를 다시 끼운다. 연식이 된 차에 타이어를 바꿔 끼고 인생 2막을 시작하자는 뜻이다”라고 했다. 그가 선택한 새 타이어가 시니어 모델이다. “제가 어렸을 때 종이에 그림 그려 인형에 옷 입히는 것을 좋아했죠.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죠. 어쩌다 보니 학자로 33년을 살았네요. 그동안 머리를 쓰고 살아왔다면 이젠 몸을 쓰는 삶도 좋을 것 같아요. 특히 몸을 쓰니 심신의 건강도 따라와 더 좋아요. 자세가 좋아지고 걸음걸이가 달라지니 자신감도 넘쳐요.” 모델 수업은 백화점 문화센터에 가서 받는다. 서 교수는 “비용도 저렴하고 꼭 모델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바른 자세로 걷고 싶은 분들과 함께 해서 좋다”고 했다. 자세 바르게 하고 걷는 법을 배운다. 그는 “벽에 몸을 대고 서 있기, 발 사이에 테니스공 넣고 뒤꿈치 들기 등 자세 훈련을 평소 요리하면서도 한다. 이젠 수시로 자세를 바르게 잡는 게 습관이 됐다. 모델 훈련을 하다 보면 굳이 무대에 서지 않아도 내 자세를 꾸준히 관리하게 된다”고 했다. 3년 전부터 무대에도 섰다. 지금까지 10번 정도 출연했다. 서 교수는 2023년 11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열린 미스스쿠버 세계대회 초청쇼에 출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당시 전 세계 500여 명의 청중 앞에서 패션쇼를 하는 그 자체에 정말 감격했다”고 했다. “과거엔 미인의 기준으로 예쁜 피부와 얼굴을 봤다면 요즘은 자세를 봐요. 운동 열심히 해서 만든 자세는 건강 그 자체죠. 나이는 먹더라도 건강한 자세를 만들면 훨씬 젊어 보이죠. 필라테스는 저에게 차에 주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죠. 연식은 오래됐지만 필라테스로 몸 잘 만들고, 시니어 모델이란 새 타이어로 다시 씽씽 달릴 준비에 너무 행복해요.”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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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딩크 감독 보고 ‘산스장’에서 근육운동…10kg 넘게 뺐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솔직히 의사이면서도 제 건강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거스 히딩크 감독님 수술한 뒤 계속 데이터로 건강을 관리해 주면서 ‘아 나도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히딩크 감독님은 오른쪽 무릎 수술한 2014년 68세였고, 왼쪽 무릎 수술한 2022년 76세였습니다. 그분이 수술한 이유는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였죠. 감독님이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해 보였죠. 히딩크 감독님의 생체 나이는 60대 수준입니다. 아직도 활발하게 운동할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근육 때문이었습니다.”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6)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79)의 무릎을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로 완치시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뛰어다닐 수 있게 된 히딩크 전 감독은 다시 축구는 물론 골프,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운동을 등한시하던 송 원장도 이런 히딩크 감독을 보고 2년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송 원장은 “운동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5분이면 오를 수 있는 싸리고개공원에 오르니 운동 기구가 다 갖춰져 있었다. 내게 딱 맞는 장소였다”고 했다. 요즘 웬만한 공원에는 다양한 운동 기구가 갖춰져 있어 일명 ‘산스장(산 공원에 있는 헬스장)’으로 불린다.“낮엔 환자 보고, 저녁 약속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시간을 낼 수 있는 때가 점심시간밖에 없었죠. 또 ‘오늘 하루 운동하지 말까’하는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도 점심시간 활용이죠. 그래서 매일 점심때 공원을 찾아 짧게는 15분, 많게는 30분 운동했어요.”그렇게 1년을 넘게 하자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 송 원장은 근육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40세 넘어 운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운동이다. 그런데 환자들을 지켜보니 대부분 그 뜻을 잘 모르고 있더라. 운동하라면 그냥 무작정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관절 부위에 근육이 없는 사람들은 더 망가진다”고 했다. 다양한 연구 결과 30세 이후 근육량이 매년 1~1.3%, 근력이 2.6~4.1%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0세 이후에는 근육량과 근력 감소율이 더 높아진다. 특히 근력의 경우 50세 이후에는 매년 15% 이상 떨어진다.“근육이 많이 붙으니 자연스럽게 체중이 빠졌죠. 물론 음주를 줄이는 등 식이요법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한 달에 1kg씩 빠지는 겁니다. 운동은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못된 운동으로 찾아오는 관절염 환자들이 정말 많아요. ‘무릎 건강을 지키려면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면, 환자들 자의적인 판단으로 그냥 걷는 운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오다리나, 슬개골에 문제가 있으면 관절염이 더 악화합니다. 그래서 꼭 의사의 진단을 받고 근력 운동을 해야 합니다.”송 원장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은 별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중요한 것은 엉덩이와 햄스트링, 대퇴, 장딴지 등 코어 근력을 강화해야 무릎과 고관절 등 움직일 때 중요한 관절이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관절 부위 근육을 키운 뒤 걷든, 탁구나 테니스를 쳐아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산스장 기구만 잘 활용해도 코어 근육 키울 수 있다”고 했다.송 원장은 환자들에게도 산스장에서 운동할 것을 권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운동 기구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신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벤치프레스, 숄더프레스, 레그프레스 등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기구에 더해 다양한 시설이 있다”고 했다. 파도타기(기구에 올라 몸을 좌우로 흔들어 허리 및 하체 강화하는 시설), 어깨유연성운동(자동차 핸들 같은 것을 양손으로 잡고 돌리는 시설), 공중걷기(기구 위에서 양다리를 쭉 뻗어 걷는 시설) 등이 있다.“피트니스센터에 가서 하는 운동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생활 속 운동이 실행하기 쉬워요. 집 근처 공원을 지나다 잠시 들러 15분 정도만 매일 투자하면 몸은 바뀝니다. 요즘 산스장 시설엔 사용법도 잘 나와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하면 됩니다. 또 무리하게 1~2시간씩 하는 운동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줘요. 잘못하면 다칠 수도 있죠.”“우리가 일상생활 하면서 쓰는 근육이 아니라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키워야 관절이 튼튼해질 수 있어요. 관절 주위에는 다양한 근육이 있는데 그 근육을 키우지 않고 특정 운동을 하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죠. 그래서 걷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겁니다. 스쾃, 런지, 레그 프레스, 레그 컬…. 다양한 운동으로 하체를 강화하면 무릎은 튼튼해집니다.”송 원장은 “우리 인체는 정말 신비롭다”고 했다. 무릎 관절염이 걸리면 허벅지 근육이 자연스럽게 빠진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에서도 오래전부터 나온 결과고, 환자를 치료하며 임상적으로 직접 봤다. 그는 “그런데 관절염이 치료되면 운동을 안 해도 다시 허벅지 근육이 붙는다”고 했다. 송 원장은 “그래서 관절염을 예방하는 게 건강한 삶에 중요하다. 그리고 관절염이 왔을 경우 잘 치료해야 히딩크 감독님처럼 평생 운동하며 살 수 있다”고 했다.송 원장은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지금까지 2700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했다.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은 분만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아픈 무릎에 이식시키는 치료법이다. 연골이 재생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 재생시킨다.“현재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강남제이에스병원에서만 할 수 있어요. 우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젠 100% 성공률을 자랑합니다. 다른 병원에서도 시도하기도 했지만 실패율이 높아 잘 안 하게 됐죠. 이 수술은 무릎 관절염에 있어선 정말 신세계를 열어줬습니다.”송 원장은 히딩크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다시 전했다. 그는 “솔직히 히딩크 감독님 없었으면 이 치료법은 세상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연은 이렇다.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출한 히딩크 전 감독은 2013년 10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송 원장을 만났다. 당시 11월 벨기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로 예약까지 한 상태에서 송 원장으로부터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법에 대해 들은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약 한 달 뒤 송 원장에게 “줄기세포 수술을 받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송 원장도 이 수술법을 개발했지만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 때다.송 원장은 “당시 히딩크 감독이 ‘혹 줄기세포 수술이 실패하면 인공관절이 가능하냐’고 물어왔다”고 회상했다. 줄기세포 수술을 가능하게 한 무릎 연골 재생 치료제 ‘카티스템’이 2012년 식약청 허가가 났고 송 원장도 뒤늦게 이 혁신적인 치료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지만 시술은 하지 못했었다. 송 원장은 “감독님에게 솔직하게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술을 막 시도하는 시점이라고 얘기했더니 영문으로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인공관절 수술하면 테니스와 골프 등을 즐기지 못할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히딩크 감독은 2014년 1월 송 원장에게 제대혈 줄기세포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새 인생을 살고 있다. 지팡이와 휠체어에서 벗어나 아프기 전 즐기던 테니스와 스쿼시, 골프, 축구를 맘껏 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2022년 반대쪽 무릎도 수술받았고, 이젠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의 홍보 대사를 자처하고 나서고 있다. 히딩크 감독 수술 성공이 알려지면서 송 원장도 힘을 받아 많은 사람에게 수술해 줄 수 있었다. 송 원장에게도 큰 행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히딩크 감독에게도 엄청난 행운이었다.강남제이에스병원은 중동은 물론 미국에서도 이 수술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2014년 처음 중동 환자들을 치료했고, 지금은 왕족들이 적극적으로 수술받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수술은 한국에서 하고, 의사들이 현장을 방문해 관리해 주는 시스템으로 중동에 K-의료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에도 진출했다. 알음알음 찾아온 환자들이 소문을 내 미국 현지 설명회 기회를 달라고 해 5월 다녀왔다.송 원장은 다시 강조했다.“무릎이 아프면 움직이지 못합니다. 움직이지 못하면 절대 건강할 수 없습니다.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00세 시대, 건강하게 살아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닙니까? 무릎이 튼튼해야 운동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튼튼한 무릎을 위해 근육운동은 필수입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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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히딩크 감독 보고 근육운동 시작… 10㎏ 넘게 뺐어요”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56)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79·네덜란드)의 무릎을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로 완치시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뛰어다닐 수 있게 된 히딩크 감독은 다시 축구는 물론이고 골프, 테니스를 즐기며 건강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운동을 등한시하던 송 원장도 이런 히딩크 감독을 보고 2년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솔직히 의사이면서도 제 건강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히딩크 감독님 수술한 뒤 계속 데이터로 건강을 관리해 주면서 ‘아, 나도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히딩크 감독님은 오른쪽 무릎 수술한 게 68세이던 2014년이었고, 왼쪽 무릎은 76세였던 2022년에 수술했습니다. 그분이 수술한 이유는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였죠. 감독님이 활짝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너무 행복해 보였죠. 히딩크 감독님의 생체 나이는 60대 수준입니다. 아직도 활발하게 운동할 수 있는 이유는 탄탄한 근육 때문이었습니다.”송 원장은 “운동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5분이면 오를 수 있는 싸리고개공원에 오르니 운동 기구가 다 갖춰져 있었다. 내게 딱 맞는 장소였다”고 했다. 요즘 웬만한 공원에는 다양한 운동 기구가 갖춰져 있어 일명 ‘산스장’(산 공원에 있는 헬스장)으로 불린다.“낮엔 환자 보고, 저녁 약속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을 낼 수 있는 때가 점심시간밖에 없었죠. 또 ‘오늘 하루 운동하지 말까’ 하는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길도 점심시간 활용이죠. 그래서 매일 점심때 공원을 찾아 짧게는 15분, 많게는 30분씩 운동했어요.”그렇게 1년을 넘게 하자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 송 원장은 근육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40세 넘어 운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근육운동이다. 그런데 환자들을 지켜보니 대부분 그 뜻을 잘 모르고 있더라. 운동하라면 그냥 무작정 걷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럼 관절 부위에 근육이 없는 사람들은 더 망가진다”고 했다. 다양한 연구 결과 30세 이후 근육량은 매년 1∼1.3%, 근력은 2.6∼4.1%가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0세 이후에는 근육량과 근력 감소율이 더 높아진다. 특히 근력의 경우 50세 이후에는 매년 15% 이상 떨어진다.“근육이 많이 붙으니 자연스럽게 체중이 빠졌죠. 운동은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잘못된 운동으로 찾아오는 관절염 환자가 정말 많아요. ‘무릎 건강을 지키려면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면, 환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그냥 걷는 운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다리나, 슬개골에 문제가 있으면 관절염이 더 악화됩니다. 그래서 꼭 의사의 진단을 받고 근력운동을 해야 합니다.”송 원장은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은 별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걷기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중요한 것은 엉덩이와 햄스트링, 대퇴, 장딴지 등 코어 근력을 강화해야 무릎과 고관절 등을 움직일 때 중요한 관절이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관절 부위 근육을 키운 뒤 걷든, 탁구나 테니스를 해야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산스장 기구만 잘 활용해도 코어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송 원장은 “우리 인체는 정말 신비롭다”고 했다. 무릎 관절염에 걸리면 허벅지 근육이 자연스럽게 빠진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에서도 오래전부터 나온 결과이고, 환자를 치료하며 임상적으로도 직접 봤다. 그는 “그런데 관절염이 치료되면 운동을 안 해도 다시 허벅지 근육이 붙는다”고 했다. 송 원장은 “그래서 관절염을 예방하는 게 건강한 삶에 중요하다. 그리고 관절염이 왔을 경우 잘 치료해야 히딩크 감독님처럼 평생 운동을 하며 살 수 있다”고 했다.송 원장은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지금까지 2700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했다. 제대혈 줄기세포 수술은 분만 후 아기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아픈 무릎에 이식시키는 치료법이다. 연골이 재생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 재생시킨다. 그는 “무릎이 아프면 움직이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면 건강할 수 없다. 튼튼한 무릎을 위해 근육운동은 필수”라고 다시 강조했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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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발로 100대 명산 도전…사람들이 제가 더 젊어졌대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정신적으로 힘들 때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란 책을 봤어요. 그때 ‘바로 이것이다’는 생각이 들었죠. 100대 명산을 알고는 있었지만 오를 생각은 안 했거든요. 당시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했고, 산도 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로 100대 명산을 맨발로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산을 타자고 마음먹었죠. 힘든 일이 있을 땐 목표를 정해놓고 정진하면 잘 견딜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거든요.”박필전 씨(68)는 2023년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2000년부터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고, 산도 달렸다. 사업을 하며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도 마라톤을 완주한 정신으로 번번이 재기한 온 그로선 새로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맨발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오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2023년 5월 시작해 장마철과 겨울 약 4개월 빼고 1년 3개월 만에 명산을 중복해서 100회 올랐다. 중복하지 않으면 명산 83봉 완등. 지금까지 125차례 명산을 올랐다. 박 씨는 “주로 주말에 산을 타는데 일정상 멀리 못 가게 되면 가까운 산에 올랐다. 집(서울 서초구 방배동) 근처 관악산만 8번 올랐다”고 했다. 100번째 맨발 등정은 지난해 11월 지리산에서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산중 지리산이 가장 좋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산세가 아주 깊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은 마치 어머니 품속 같다”고 했다. 6월 5일엔 다시 지리산을 오른다.사실 맨발 산행은 2006년 처음 했다. 그는 “언젠가 등산하다 신발을 벗었는데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2006년 5월 울릉도 성인봉을 맨발로 올랐다. 그게 내 인생의 첫 맨발 100대 명산 완등이었다. 그때부터 산을 맨발로 달렸다. 하지만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2016년 처음 맨발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맨발로 아스팔트를 달릴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달린다 맨발로(백우진 저)’ 등 각종 책에서 아스팔트를 뛰어도 된다고 해서 달렸다”고 했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47회 완주했는데, 세 번을 맨발로 달렸다. 맨발 최고 기록은 4시간 52분이다.2018년부터 맨발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발바닥이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안 아프다. 맨발로 달리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뾰족한 곳을 피하기 위해서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달린다. 그러다 보니 운동량도 더 많다.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마라톤엔 2000년 입문했다. “2000년 3월 동아마라톤에 무작정 출전했어요.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남들도 다 하기에 무작정 풀코스에 참가해 뛰었죠. 무리한 선택이었죠. 한 번도 제대로 달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고생했어요. 25km에서 포기하고 3일을 앓아누웠어요. 그런데 육체적 고통은 엄청났지만 마음만은 평온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한마디로 마라톤에 미쳐 살았죠. 그때 알았어요. 인도 신비주의자들에겐 마라톤 명상이라는 게 있었어요.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수련해야만 마음이 더 편해진다는 겁니다.”박 씨는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다 뒤늦게 고려대 철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달리면서 도를 닦는다”고 표현한다. “마라톤은 수련의 하나였죠. 산에 들어가 도를 닦기도 했고 명상에 빠져보기도 했지만 마라톤 만큼 심신을 ‘해탈’에 이르게 하는 게 없었어요. 마라톤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지금은 맨발 등산으로 도 닦고 있습니다.”박 씨가 맨발로 산을 본격적으로 오른 뒤 몸이 또 달라졌다. 그는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외모가 달라졌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는데 피부가 좋다. 피곤함도 덜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젊어졌다고 한다. 진짜 10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다”며 웃었다. 맨발 맨땅 걷기는 접지(Earthing) 및 지압(Reflexology) 효과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우리 몸에 3~6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땅과 맨발로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된다.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가 빠져나간다. 맨발 걷기 접지의 항산화효과다. 활성산소는 양전하를 띤 상태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다. 몸속을 돌아다니며 전압을 올린다.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그러한 상처를 공격하여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맨발과 맨땅의 접지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몸의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우리 몸에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는 이유가 활성산소의 역기능에서 비롯된 것이다.2010년 미국의 전기기술자인 클린트 오버가 접지 원리를 발표했고,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 등 의사들과 공동작업해 그 치유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접지(Earthing)’라는 책으로 엮었다.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나트라 등)’는 논문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 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 또한 적혈구 제타전위(Zeta Potential·표면 세포간 밀어내는 힘)를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지압은 고대 중국과 이집트 등지에서 사용했고 1913년 윌리엄 피츠제럴드 박사가 몸의 특정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연관 부위에 마취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피츠제럴드 박사는 신체의 각 부위를 10개의 동등한 수직 구역으로 구분하고 한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해당 부위의 모든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존 세러피’라는 이름으로 학계에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자연 지압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맨발 걷기를 권장하고 있다.박 씨는 맨발 등산으로 마음의 여유도 찾았다. 그는 “잘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내가 맨발로 산에 오르며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하니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족탈주(足脫走) 쾌변숙면(快便熟眠).’ 맨발로 달리면 배변도 잘되고 잠도 잘 온단다.“진화생물학적으로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맨발로 달렸어요. 최근 들어서야 신발이라는 것을 신고 달렸죠. 맨발로 달리면 앞꿈치로 착지합니다.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하잖아요.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멀리 있어요. 게다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동안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낮은 곳에 머물죠. 발에 공급된 피가 종아리로 허벅다리로 올라오려면 중력을 떨쳐야 합니다. 맨발 앞 착지는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반대편(정맥) 혈액 순환을 촉진함으로써 심장박동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맨발 달리기가 인간에게 좋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무엇보다 ‘맨발의 아베베’로 알려진 에티오피아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마라톤 풀코스에서 우승했고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신발을 신고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이뤘다. 인간이 맨발로 달려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박 씨는 “겨울하고, 비 올 땐 맨발로 산에 오르면 위험하다. 추위는 발에 악영향을 주고, 젖은 산은 미끄러워 발바닥을 다친다”고 했다.박 씨는 맨발로 산에 오르기 위해 체계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화·목요일 새벽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에서 맨발로 10km를 달린다. 월·수·금요일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2~3시간 한다. 그리고 2분 전력 질주, 1분 조깅을 7~8회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을 주 2회 한다. 주말엔 맨발로 산을 오른다. 그는 “이제 30년 젊게, 30년 오래 사는 게 목표”라며 “하루 3만보를 걷고 달리는 등 매일 3시간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박 씨가 맨발로 산을 오른다는 소식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처음엔 ‘뭔 다큐멘터리’라고 했지만 산을 오르며 고민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타려고 매년 7~8만 명이 온다는데 말에 한국 산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맨발로 대한민국의 명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전 세계 산악인들이 신기해하며 관심을 가질 것이란 분석이다.“대한민국처럼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나라가 없어요. 아침에 전철 타고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오른 뒤 내려와서 서울 명동에서 쇼핑하고, 광장시장 같은 곳에서 다양한 음식에 술 한잔할 수 있는 곳….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죠. 한국은 대부분 산이 도시 가까이 있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찾는 이유라고 합니다. K-푸드, K-팝도 있는데 K-마운틴도 만들어야죠. 한 300만 명 오면 한국 경제도 달라지지 않을까요?”박 씨는 8월부터 맨발로 100대 명산에 오르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박 씨는 이젠 마라톤 풀코스를 맨발로 달리진 않을 계획이다. 너무 힘들다. 그는 “하프코스를 맨발로 10회 달렸는데 딱 맞았다. 향후 하프코스 100회를 완주할 것”이라고 했다. 6월 14일 마라톤 하프코스에 출전한다.박 씨는 인터뷰 말미에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건강 하려면 아이처럼 움직이는 게 중요합니다. 늙는다는 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다음에 행복 하려면 아이처럼 웃어야 합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앉아 있어요. 얼굴에 웃음도 없어요. 아이들을 보세요. 하루 종일 웃으면서 움직입니다. 그래서 건강합니다. 밝게 웃으며 운동합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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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맨발로 100대 명산 도전… 10년은 더 젊어졌어요”

    박필전 씨(68)는 2023년 사업상 큰 어려움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2000년부터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고, 산도 달렸다. 사업을 하며 여러 차례 실패하면서도 마라톤을 완주한 정신으로 번번이 재기해 온 그로선 새로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맨발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오르는 프로젝트였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100대 명산이란 책을 봤어요. 그때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100대 명산을 알고는 있었지만 오를 생각은 안 했거든요. 당시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했고, 산도 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로 100대 명산을 맨발로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산을 타자고 마음먹었죠. 힘든 일이 있을 땐 목표를 정해 놓고 정진하면 잘 견딜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거든요.” 2023년 5월 시작해 장마철과 겨울 약 4개월 빼고 1년 3개월 만에 명산을 중복해서 100회 올랐다. 중복하지 않으면 명산 83봉 완등. 박 씨는 “주로 주말에 산을 타는데 일정상 멀리 못 가게 되면 가까운 산에 다시 올랐다. 집(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가까운 관악산만 8번 올랐다”고 했다. 100번째 맨발 등정은 지난해 11월 지리산에서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산 중 지리산이 가장 좋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산세가 아주 깊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은 마치 어머니 품속 같다”고 했다. 사실 맨발 산행은 2006년 처음 했다. 그는 “언젠가 등산하다 신발을 벗었는데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2006년 5월 울릉도 성인봉을 맨발로 올랐다. 그게 내 인생의 첫 맨발 100대 명산 완등이었다. 그때부터 산을 맨발로 달렸다. 하지만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2016년 처음 맨발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맨발로 아스팔트를 달릴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달린다, 맨발로’(백우진 저) 등 각종 책에서 아스팔트를 뛰어도 된다고 해서 달렸다”고 했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47회 완주했는데, 세 번을 맨발로 달렸다. 맨발 최고 기록은 4시간 52분이다. 2018년부터 맨발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발바닥이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안 아프다. 맨발로 달리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뾰족한 곳을 피하기 위해서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달린다. 그러다 보니 운동량도 더 많다.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박 씨가 맨발로 산을 본격적으로 오른 뒤 몸이 또 달라졌다. 그는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외모가 달라졌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는데 피부가 좋다. 피곤함도 덜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젊어졌다고 한다. 진짜 10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다”라며 웃었다. 맨발 맨땅 걷기는 접지(땅의 자유전자를 받아 활성산소가 중화되는 현상) 및 지압 효과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씨는 체계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화·목요일 새벽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에서 맨발로 10km를 달린다. 월·수·금요일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2∼3시간 한다. 그리고 2분 전력 질주, 1분 조깅을 7∼8회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을 주 2회 한다. 주말엔 맨발로 산을 오른다. 박 씨가 맨발로 산을 오른다는 소식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자는 제안이 왔다. 그는 “처음엔 ‘뭔 다큐멘터리’라고 했지만 산을 오르며 고민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타려고 매년 7만∼8만 명이 온다는데 K-마운틴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맨발로 대한민국의 명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전 세계 산악인들이 신기해하며 관심을 가질 것이란 생각이다. “대한민국처럼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나라가 없어요. 아침에 전철 타고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오른 뒤 내려와서 서울 명동에서 쇼핑하고, 광장시장 같은 곳에서 다양한 음식에 술 한잔할 수 있는 곳….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죠. 한국은 대부분 산이 도시 가까이 있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찾는 이유라고 합니다.” 박 씨는 8월부터 맨발로 100대 명산에 오르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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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력 좋으면 의료비 절감… 연구결과로 증명됐다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하형주)이 ‘국민체력100’ 사업이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한국스포츠과학원 박수현 선임연구위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국민체력100’ 사업의 참여자 데이터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 건강 정보자료와 결합해 국민 체력 인증 등급에 따른 만성질환 및 의료비 간의 관계를 심층 분석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68만 건의 ‘국민체력100’ 체력 측정 자료를 가명 처리 후 국민 건강 정보자료와 연계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약 15만 4000명에 대한 의료비 분석과 약 3만 7000 명의 성인(만 19세~64세) 및 어르신(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만성질환 발병 위험을 분석했으며, 평균 추적 기간은 3.5년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력 인증 등급이 높아질수록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아졌으며, 의료비 지출액은 등급이 낮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1~3등급의 체력 인증 등급을 받지 못한 ‘참가’ 등급을 받은 참가자의 경우에는 1등급을 받은 참여자보다 2.13배의 당뇨병, 3.54배의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높았다. 아울러, 1등급 참가자 대비 성인은 연간 11만2227원, 어르신은 56만1700원의 의료비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이번 연구는 국민 체력 수준이 만성질환 예방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향후 생애주기별 맞춤형 체력 관리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수현 선임연구위원은 “본 연구는 국민체력100 체력 인증 등급에 따른 만성질환 발병 위험과 의료비 변화를 살펴봄으로 체력 수준으로 건강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국민체력인증센터를 방문해 체력 수준 측정과 맞춤형 운동 처방 프로그램을 받는다면 효과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 결과를 강조했다.국민체력100’ 사업은 본격 도입된 지난 2012년 이후 전국 76개 국민체력인증센터를 통해 연간 17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국민 건강 증진과 스포츠 복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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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개월에 22kg 감량…달리면서 얻는 선순환 효과 너무 좋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8년 8월. 허벌라이프에서 실시한 90일 익스트림 바디체인지 시즌4가 열렸다. 마침 병원에서 살을 빼라고 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던 상황. 당시 가정주부였던 이호영 씨(45)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리고 바디체인지 ‘톱10’에 들어 결선에 오르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몸이 변하자 주위의 시선이 달라졌다. 자신감도 충만해졌다. 좋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더 운동에 더 매진하고 있다.“38세에 자다가 심장이 아파 깜짝 놀랐죠. 무슨 병은 아닐까 걱정하며 병원에 갔어요. 그런데 의사가 운동하라는 겁니다. 당시 줌바를 하고 있었던 저로선 당황했죠. 사실 그때 한 2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거든요. 어쨌든 비만에 의한 지방간에 체지방, 콜레스테롤 등 수치가 모두 안 좋게 나와 살을 빼라고 했죠.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독한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병행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때 우연히 바디체인지 대회가 열리는 것을 알게 돼 저의 승부욕을 자극했죠.”음식 조절을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점핑(트램펄린 위에서 뛰는 운동)과 달리기를 했다. 6개월 만에 22kg을 감량했고, 바디체인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회는 90일간 치러졌지만 이 씨는 전체적으로 6개월을 준비했다. 다이어트 전후가 명확하게 달라지자 ‘동네 인싸(인사이더)’가 됐다. 그는 “첫째 학교 엄마들 사이에서 ‘너무 예뻐졌다’고 소문이 났다”고 했다.“이런 것 있죠. 결혼한 뒤 일을 그만뒀고, 아이들 키우며 살림만 했던 제가 갑자기 유명해졌어요. 그동안 저 자신은 없었는데 제 존재가 사람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겁니다. 자존감이 올라갔죠. 안 만나던 학창 시절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죠. 건강해지면서 삶의 활력까지 찾은 겁니다.”유명해지면서 허벌라이프에서 뉴트리션 자격증을 딴 뒤 프리랜서 다이어트 코치를 하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운동하는 모습 사진을 올리자 문의가 쏟아졌다. 그는 “너무 신기했다”고 했다. ‘탑걸크루즈’ 등 달리기 동아리에서 참여해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기 직전 둘째 아이가 아팠다. 그래서 신경을 써야 했고, 자연스럽게 대외 활동을 중단했다. 우울증에 불면증까지 찾아왔다. 약까지 먹었다. 삶이 피폐해졌다.사실 이 씨는 육아를 위해 개인의 삶은 모두 뒤로 미뤄 놓은 상황이었다. 그는 “2008년 첫째 아이 임신한 뒤 태교를 위해 공부를 했다. 그해 10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이듬해 2월 첫째 딸을 낳았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계속 장롱 속에 있었다. “아이들 자라는 모습 놓치고 싶지 않고 어릴 때 아이들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고 싶었다”는 그 이기에 둘째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남편이 그를 댄스 학원에 데리고 갔다. 이 씨는 “내가 춤을 좋아했는데 남편이 다시 춤을 춰 보라며 끌고 갔다”고 했다. 그곳에서 다이어트 댄스를 추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그는 “5일 정도 됐을 때 거울 속에 온전한 내 모습이 보였다. 그동안은 모든 게 희미하게 보였는데 생기 넘친 나를 발견했다”고 했다. 둘째도 건강을 회복해 잘 자라고 있다.“매일 3시간씩 춤을 췄어요. 약도 끊었죠. 7개월가량 열심히 준비해 댄스 강사 자격증까지 땄어요.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자격증을 가지니 또 다른 자신감이 생겼어요. 스포츠센터에 취업도 했죠. 부정적인 기운이 없어지고 건강한 삶을 되찾으니 다시 달리기가 생각이 났어요.”2022년의 일이었다. ‘갱런(인생갱생러닝)’ 등 과거 달리던 동호회를 찾았다. 그때 ‘저스트트레일’이란 동호회를 만나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이 씨는 “백은주란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트레일러닝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백은주 씨(45)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23년 2월 10일 자로 썼던 인물로 당시 트레일러닝에 빠져 지내고 있었다.“우연한 기회에 은주랑 해외 대회에 함께 출전했죠. 나이도 같아 친구가 됐어요. 은주는 아들 둘, 전 딸 둘,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당시 은주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었고, 제게도 권유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트레일러닝을 접했죠.”달리기를 오래 하긴 했지만 마라톤 10km와 하프코스만 완주했던 그가 그해 서울 관악산 38km를 회원들과 함께 달렸다. 새벽 일찍 시작해 저녁놀이 질 때까지 달렸다. 이 씨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완주하니 눈물이 났다. 꼴찌로 들어오는 내게 박수 쳐주는 회원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산 38km를 완주한 뒤 자신감을 얻어 2023년 3월 동아마라톤 겸 서울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4시간 35분 32초. 풀코스 최고기록은 지난해 10월 세운 3시간 54분 02초. 이 씨는 다시 ‘달리기 인싸’가 됐다. 그는 “마라톤에서도 계속 도전하면서 기록이 줄어들면서 저 자신에 만족했다. 제가 늘 노력하며 기록을 단축한 저 자신을 인정했다”고 했다.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다. 2023년 트렌즈제주 50km를 완주했고, 지난해엔 8월엔 삼삼(33)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이 씨는 “마라톤은 아스팔트 위를 달려 지루하지만 트레일러닝은 산을 달려 흥미롭다. 나무와 꽃, 개울, 바위 등을 감상하며 달리다 보면 6~7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했다.“동네 아줌마였던 제가 탑브라 입고 달려도 2·30대 못지않은 몸매를 과시하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죠. 특히 아줌마들이 ‘결혼해 아이 낳고도 몸매를 저렇게 잘 관리할 수 있을까’라며 부러워해요. 제가 그들에게는 희망이 됐어요. 그래서 절대 이 몸매를 잊어버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달리면서 얻는 선순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어요.”가족들도 이 씨의 달리기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남편도 15년 넘게 달린 마스터스 마라토너. 이 씨는 “첫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둘째 유모차에 태우고 가족 전체가 달린 적이 있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엄마가 달리기에 열심인 것에 거부 반응이 없다. 또 한때 우울하게 지내다 다시 밝아지니 더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달리기는 저의 정신력도 키워주고 있어요. 제 멘탈을 관리한다고 할까요. 올해부터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거든요. 달리기는 저 자신을 이기고,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공인중개사 일을 하다 보면 도시 곳곳들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힘도 안 들고 재밌어요.”이 씨는 장기적으로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 트레일 몽블랑)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올 2월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와 함께 일본 와카야마 우메노사또 트레일러닝 대회 27km를 완주하고 왔다. 그는 “해외의 산은 한국의 산하고 달랐다. 한국 산은 잘 정비가 돼 있다면 일본산은 자연 그대로였다.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왔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했다. UTMB에 출전하려면 다른 대회에서 스톤(포인트의 일종)을 쌓아야 한다.이 씨는 주로 새벽에 운동한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목요일 새벽엔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달리는 바나나스포츠클럽에 참가한다. 수요일 저녁엔 여의도 갱런에 나간다. 주말엔 대회에 출전하거나 산을 달린다. 그는 “달릴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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