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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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4-05-05~2024-06-04
건강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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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3%
  • “맨발로 해변을 걷고 29년 앓은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이 호전됐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올해 일흔한 살인 박상옥 씨는 “요즘 세상이 이렇게 행복한지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며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맨발로 걸은 뒤 1995년부터 29년 앓아온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걸으면서 병이 걸린 뒤 처음으로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됐다.SPS는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으로 최근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을 불렀던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56)도 진단받고 고생하고 있다고 알려진 병이기도 하다. SPS는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면서 뼈를 깎는 듯한 경련을 일으키며 악화된다. 이 병은 백만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세 배쯤 많다. 나이를 가리지 않지만 40대가 좀 더 위험한 거로 알려졌다.“1995년 처음 증세가 나타났어요. 골반 이하부터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1998년부터는 아예 걸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무슨 병인지도 몰랐어요. 병원에 갔더니 목뼈부터 척추 전체에 다 염증이 있다고 했죠.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염증은 치료해서 다 나았는데 몸이 작동이 안 되는 겁니다. 발가락이 오므라져 걸을 수가 없었고, 발을 땅에 디디면 자석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질 알았어요. 그때부터 전혀 걷지를 못했습니다.”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다시피 하며 10여년이 흘렀고 2012년 서울대병원에 가서야 SPS라는 진단을 받았다.“서울대병원에 갔는데 의사들이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젊은 의사 두 명이 저를 보도시 들어 올렸어요. 그때도 검사에서는 이렇다 할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척수에서 항체가 발견됐다고 하면서 SPS라고 한 겁니다. 의사가 ‘공부할 때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하는 겁니다. 병원에서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줬어요. 심할 땐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로 맞았고, 평상시 집에선 약으로 먹었죠. 그래도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걷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부지지수였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하루에 세 번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기도 했다. 움직이지 못하니 1형 당뇨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박 씨는 지인들을 통해 지난해 맨발 걷기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는 “맨발로 걷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누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데려다줄 사람이 없었다. 딸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간간이 집 근처 산에 올랐는데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올라서 맨발 걷기를 했어요. 기분이 좋았죠. 딸을 졸라 하나개해수욕장에 왔어요. 지난주까지 9일 정도 맨발 걷기를 했는데 사람의 도움 없이 지팡이 들고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어요.”박 씨는 최근 일이 있어 하나개해수욕장을 4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만 있었더니 증세가 악화됐다. 오늘(5월 30일) 다시 찾았더니 바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웃었다.국내에 맨발 걷기 열풍을 몰고 온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2)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그리고 접지(Earthing)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맨땅이 좋고 땅 중에서는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발 걷기를 하면 활성산소가 배출되고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맨발 걷기는 맨땅에서 해야 효과가 있고, 땅은 황톳길이 가장 좋다. 그리고 황톳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곳이 해변 바닷물이 촉촉한 모래사장이다. 박동창 회장의 말이다.“일반적으로 바닷가에서 하는 접지를 슈퍼 어싱(Super Earthing)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그 효과가 다른 곳에 걷는 것에 비해 5천 배가 더 좋다라고 하지만 다 과장된 얘기입니다. 제가 회원들하고 2022년 9월에 인천 하나개해수욕장에 와서 그 효과를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바닷물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서울 대모산의 흙길보다 3.7배가 좋았습니다.”박 회장이 이 실험을 한 뒤 하나개해수욕장은 맨발 걷기의 메카로 떠올랐다. 하나개해수욕장엔 전국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주로 병을 이기려는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선 전세 버스를 타고 단체로 맨발 걷기 투어를 오기도 한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썰물 땐 갯벌이 3km까지 이어져 맨발로 걷기 좋게 변한다.박상옥 씨를 만난 5월 30일 하나개해수욕장엔 암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5년 전에 폐암 4기로 진단받은 65세 한 남성은 “제가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만 50번을 받았다. 그런데 맨발 걷기를 2년 하면서 더 이상 암이 퍼지지 않았고,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마치 새살이 돋듯 암이 갈라졌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 고지혈, 전립선, 녹내장 등 ‘종합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약을 하나도 안 먹고 있다고 했다.3년 전에 폐암 2기 진단을 받은 윤종훈 씨(56)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아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그는 “수술을 하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만 받았다. 2년전부터 맨발 걷기를 알고 지속적으로 실시한 뒤엔 뇌까지 퍼졌고 암이 더 퍼지지 않고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는데 아주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하나개해수욕장엔 ‘맨발 아미사 힐링하우스’도 생겼다. 아미사는 ‘암을 이긴 사람들’이란 뜻으로 맨발 걷기로 병을 이기러 오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됐다.박상옥 씨는 “검사를 했는데 맨발 걷기를 한 뒤 제 몸에서 좋은 세포를 공격하는 세포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 당초 7만5000이었는데 3만 정도로 줄었고, 최근엔 6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SPS의 원인에 대해 인체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자가면역 반응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항체는 근육 운동을 제어하는 척수의 신경 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SPS 환자에게는 글루탐산 탈카르복실효소라 불리는 효소를 공격하는 항체가 존재한다. 박 씨의 경우도 이 항체가 준 것으로 보인다.박 씨는 “해변 맨발 걷기 하나로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정말 기적이다. 평생 맨발로 걸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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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든일곱에 매일 등산 2시간, 막걸리 2병도 거뜬…나이를 거꾸로 먹는 설균태 회장[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아버지 어머니께서 50대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셔 제가 유전적으로 단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 산악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당시 공무원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축구 동호회가 인기가 있었는데 전 축구에 소질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산에서 뛰어논 기억이 있어 등산은 친근하게 다가 왔습니다.”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87)은 등산 마니아다. 50년간 산을 올랐다. 3년 전 경기 남양주 수동면으로 이사를 왔다. 근처 축령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재무부 공무원 시절인 1974년부터 등산을 시작한 그는 “산을 오른 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했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현직을 떠난 뒤엔 매주 평균 5회 이상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대모산 등 수도권 산행이 주를 이뤘지만, 설악산 한라산 등 원정 등산도 자주 갔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주말 산행은 2일간 평균 8km, 요즘은 한 번 산행에 6km를 걷고 있다. 지금까지 산을 타며 걸은 거리가 총 5만2000km정도 된다. 지구 한 바퀴(4만km)를 돌고 1만2000km를 더 걸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재부무 출신들로 매월 마지막 목요일 산에 오르는 ‘말목산악회’를 만들었고, 회장을 맡아 27년째 이끌고 있다.“좋은 공기 마시며 산을 올라서 인지 정말 몸이 달라졌어요. 병원을 다니며 치료해도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절 고생시키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산을 타면서 사라졌죠.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사람들 많을 때 눈 앞에 모기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도 없어졌어요.”설 회장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말목산악회 등 등산 모임에 단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나 눈이 와도 산에 올랐다. 아내 손인자 씨(56)는 “주위분들이 괴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설 회장은 매일 아침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양쪽 다리 전체를 움직여 엄지 발가락을 부딪히는 일명 ‘발끝치기’를 1000개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60개 한다. 50년간 등산하며 큰 부상이 없었던 배경에 이런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50년전 함께 등산을 시작한 회원들 중 유일하게 설 회장만 아직도 산을 타고 있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Slow and Steady wins the race)’다. 건강도 길게 보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건강하다고 자신하다 망가지기 쉽다. 건강 지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나이가 들어 갈수록 느낄 수 있는 것은 건강 관리도 때가 늦지 않도록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저는 30대부터 준비해 왔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산을 오르내리며 걷는 등산이 참 좋다고 느낍니다. 가끔 평지도 걷지만 같은 유산소운동이라도 평지를 2시간 걷는 것과 산을 2시간 걷는 것은 운동 후에 느끼는 쾌감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설 회장의 말처럼 등산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등산은 산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불릴 정도로 운동으로 치면 강도가 높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7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으로 지구력 강화에 효과가 좋다.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1시간 이상 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강한 자극과 약한 자극이 반복되는 운동으 할 때 더 건강해진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 보다는 3~5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큰 효과가 있다.설 회장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50~60대 회원들과 산행할 때도 선두그룹에 합류해 정상까지 거뜬히 오른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는 “2년 전 병원에서 골밀도 조사를 했는데 5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설 회장은 서른 한 살차 나는 아내와 매일 축령산을 2시간 이상 탄다. 그는 상처한 뒤 8년전 지금의 아내와 재혼했다. “둘이 취미도 비슷하고 잘 맞았다”고 했다. 그는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봤지만 이렇게 남양주 수동면처럼 잣나무로 이뤄진 휴양림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강원도 말고는 못봤다. 건강을 관리하기 참 좋은 곳이다”고 했다.“산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무와 꽃, 바위, 계곡의 물…. 자연하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또 산은 늘 변해요.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으로 물들죠. 눈 덮힌 산도 예술이죠. 이런 좋은 자연 속에서 걸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이쪽으로 이사와 너무 행복합니다.”설 회장은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재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재경(財經)문학회’를 만들어 역시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시조, 수필 등을 묶어 ‘재경문학’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올초 8호를 발행했다. 그는 수필을 쓴다. 수필로 등단도 했다. 기억력 퇴보를 막기 위해 한자를 다시 공부했고, 4년 전 한국어문회 한자 능력 1급 자격증을 획득했다.재무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설 회장은 국민카드 수석 부사장, VISA International 국제이사, 전북신용보증재단 초대 이사장, 교보생명보험 사외 이사,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수석특별위원, 삼성화재보험 고문, 여수광양항만공사 감사위원장, IBK 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올초엔 성균관 고문단(전국 37명) 초대 회장에 선출 되는 등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아직 막걸리 2병도 마신다”며 “100세 넘어서도 산을 타겠다”며 활짝 웃었다.“100세까지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100세까지 사는 게 중요합니다. 제게는 등산이 최고의 건강법입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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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등산 덕분에 여든일곱에도 매일 2시간 산행 거뜬”[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설균태 성균관 고문회장(87)은 3년 전부터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 살고 있다. 집 근처 축령산을 오르기 위해서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공무원 시절인 1974년부터 등산을 시작한 그는 “산을 오른 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졌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땐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 2회, 현직을 떠난 뒤엔 매주 평균 5회 이상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50대의 이른 나이에 돌아가셔서 제가 유전적으로 단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재무부에 산악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가입했죠. 당시 축구 동호회도 인기가 있었는데 전 축구에 소질이 없어서 못 하고 있었습니다. 시골 출신이라 산에서 뛰어논 기억이 있어 등산은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대모산 등 수도권 산행이 주를 이뤘지만, 설악산 한라산 등 원정 등산도 자주 갔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주말 산행은 2일간 평균 8km, 요즘은 한 번 산행에 6km를 걷고 있다. 지금까지 산을 타며 걸은 거리가 총 5만2000km 정도 된다. 지구 한 바퀴(4만 km)를 돌고 1만2000km를 더 걸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매월 마지막 목요일 산에 오르는 ‘말목산악회’를 만들었고, 회장을 맡아 27년째 이끌고 있다. “좋은 공기 마시며 산을 올라서인지 정말 몸이 달라졌어요. 병원에 다니며 치료해도 밤마다 잠을 못 이루게 절 고생시키던 알레르기성 비염이 산을 타면서 사라졌죠. 고혈압 등 성인병은 물론 사람들 많을 때 눈앞에 모기 같은 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飛蚊症)도 없어졌어요.” 설 회장의 건강 비결은 꾸준함이다. 말목산악회 등 등산모임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나 눈이 와도 산에 올랐다. 8년 전 재혼한 아내 손인자 씨(56)는 “주위 분들이 괴물이라고 한다”고 했다. 설 회장은 매일 아침 ‘기초체력 훈련’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양쪽 다리 전체를 움직여 엄지발가락을 부딪치는 일명 ‘발끝치기’를 1000개 한다. 윗몸일으키기도 60개 한다. 50년간 등산하며 큰 부상이 없었던 배경에 이런 세심한 관리가 있었다. 50년 전 함께 등산을 시작한 회원 중 유일하게 설 회장만 아직도 산을 타고 있다. 그는 “‘느려도 착실하면 이긴다’는 말이 있다. 건강도 길게 보고 꾸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자신하다 망가지기 쉽다. 건강 지키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회장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머리 대고 물구나무서기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 팔굽혀펴기를 주기적으로 한다. 그는 “2년 전 병원에서 골밀도 검사를 받았는데 50대 초반 수준으로 나왔다”고 했다. 설 회장은 아내와 매일 축령산을 2시간 이상 탄다. 그는 “수도권 여기저기를 돌아다녀 봤지만 이렇게 남양주 수동면처럼 잣나무로 이뤄진 휴양림이 있고, 계곡이 아름다운 곳은 강원도 말고는 못 봤다. 건강을 관리하기 참 좋은 곳이다”라고 했다. “산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나무와 꽃, 바위, 계곡의 물…. 자연하고 교류하는 느낌이랄까. 또 산은 늘 변해요.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단풍으로 물들죠. 눈 덮인 산도 예술이죠. 이런 좋은 자연 속에서 걸으니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설 회장은 정신 건강에도 관심을 가졌다. 재무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재경(財經)문학회’를 만들어 역시 회장을 맡고 있다. 회원들이 창작한 시와 시조, 수필 등을 묶어 ‘재경문학’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올 초 8호를 발행했다. 그는 수필을 쓴다. 기억력 퇴보를 막기 위해 한자를 다시 공부했고, 4년 전 한국어문회 한자 능력 1급 자격증을 땄다. 재무부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설 회장은 국민카드 수석 부사장, IB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등을 지냈고 올 초엔 성균관 고문단(전국 37명) 초대 회장에 선출되는 등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등산으로 다진 체력 덕분에 아직 막걸리 2병도 마신다”며 “100세 넘어서도 산을 타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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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르디올라의 맨시티, 英 프로축구 136년 사상 첫 4연패

    맨체스터시티(맨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4연패를 달성하며 잉글랜드 프로축구 136년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20일 열린 2023∼2024 EPL 최종 38라운드 안방경기에서 필 포든이 2골을 터뜨린 데 힘입어 웨스트햄을 3-1로 꺾었다. 23연속 무패(19승 4무) 행진을 한 맨시티는 28승 7무 3패로 승점 91을 기록해 이날 에버턴을 2-1로 제압한 아스널(승점 89)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이로써 맨시티는 2020∼2021시즌부터 4연속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1888년 리그가 출범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에서 4연패는 처음이다. 1992년 EPL이 출범하기 전 허더즈필드 타운(1924∼1926년), 아스널(1933∼1935년), 리버풀(1982∼1984년)이 각각 3연패 했고, EPL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두 차례 3연패(1999∼2001년, 2007∼2009년)를 이뤘다. 맨시티는 2017∼2018시즌부터 7시즌 동안 EPL에서 6차례 정상에 올라 통산 8회 우승으로 맨유(13회)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BBC를 포함한 영국 언론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력을 조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2017시즌 맨시티에 부임한 이래 총 17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맨시티는 2018∼2019시즌엔 EPL,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그컵 등 최초로 국내 3관왕이 됐다. 지난 시즌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인터밀란(이탈리아)을 물리치고 구단 사상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해 EPL, FA컵 등 트레블(3관왕)을 달성했다. 25일 맨유와의 FA컵 결승전에서 이기면 우승컵 하나가 더 추가된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조만간 맨시티를 떠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해 이스탄불 경기가 끝난 뒤 난 ‘이제 끝났다.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계약은 남아 있었고, ‘아무도 (EPL) 4연패는 하지 못했으니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다음 단계는 뭘까?”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다. 맨시티의 간판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은 이날 골을 넣진 못했지만 27골을 기록해 지난 시즌에 이어 2연속 득점왕이 됐다. 2003∼2004시즌 이후 20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아스널은 맨시티의 벽에 막혀 2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토트넘의 손흥민(사진)은 셰필드와의 방문경기에서 도움 1개를 기록해 3-0 승리를 도왔다. 손흥민은 시즌 17골 10도움으로 2019∼2020시즌(11골 10도움), 2020∼2021시즌(17골 10도움)에 이어 개인 세 번째 ‘10골 10도움’을 달성했다. 5위(승점 66)를 한 토트넘은 다음 시즌 UCL 아래인 유로파리그에 나간다.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은 이날 메스와의 프랑스 리그1 최종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해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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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타고 30kg 넘게 감량…건강과 행복을 얻었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애를 낳고 우울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체중도 급격히 오르고, 힘이 없었죠. 걷기조차 힘들어 1km 거리도 차를 타고 다녔어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검진을 받아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죠. 한의사가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유했죠. 제가 수영 강사 자격증도 있었지만, 애를 키우고 있어 자전거를 택했어요. 실내수영장엔 소독약을 많이 뿌리는데 샤워해도 젖먹이에게 안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수영을 피했죠.”이미란 케이벨로(K-Velo) 대표(54)는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산악자전거(MTB) 국가대표까지 한 뒤 지금은 자전거 문화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다.1995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지만, 자전거 타기는 쉽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배운 뒤 “탈 만하다”고 생각해 밖으로 나왔더니 사람은 물론 차와 전봇대에 부딪힐까 무서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산자락으로 가서 탔다. 익숙해지다 보니 산도 올랐다. 자연스럽게 몸이 건강해졌고 우울증도 사라졌다.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라는 이치를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동아대 체육대 경기 지도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전 어릴 때 유난이 몸이 약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까지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아보지도 못했죠. 건강한 사람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땐 육상부, 중학교 땐 배구부, 고등학교 땐 카누부에 들어가 운동했어요. 대학도 체육대를 갔죠. 결혼하고 애를 낳기 전까지 건강했어요.”이 대표는 자전거로 건강을 되찾은 뒤 자전거에 큰 매력을 느꼈다. 틈만 나면 탔다. 자전거는 특히 무릎 등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코어 근육 운동은 물론 유산소 운동까지 됐다. 그는 자전거를 타며 체중을 30kg 이상 줄였다. 잘 배우면 남녀노소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였다. 이 좋은 자전거를 널리 퍼뜨리고 싶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터를 잡은 울산에 자전거 교실을 만들었다. 그는 “자전거는 위험해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가르쳐 주는 곳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안전하게 타는 법에 초점을 뒀다. 이 대표는 “빨리 타는 것보다 잘 서는 게 중요하다. 제일 먼저 균형을 잡고 브레이크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했다.“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 자전거 가르칠 때 뒤에서 잡아주다 잘 타면 놓고 따라가지 안잖아요. 아이가 겁이 나서 넘어지면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입니다. 자전거로 균형을 잡을 수 있으면 브레이크 잡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속도 내며 잘 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멈춰 사고 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중고교 MTB 선수들도 키웠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시킬 요량이었다. 그는 “내가 경기 지도학과를 나와 가르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MTB의 박세리를 만들어 자전거를 대중화시키고 싶었는데 키우던 유망주가 서울로 가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했다. 박세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맨발 투혼’을 보이며 US오픈에서 우승했고, 이후 ‘박세리 키즈’가 나오는 등 골프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그때까지 골프는 부자들의 스포츠를 알려져 있었다. 정말 박세리의 우승은 골프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런 선수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결국 이 대표가 늦은 나이에 MTB 선수가 됐다. MTB로 산을 타면서 대회에 출전했고 두각을 나타내면서 선수로 자전거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MTB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뒤엔 자전거 교육에 매진했다.자전거 탈 때 지켜야 할 기본은 뭘까?“안전입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서야 합니다. 서울 한강 공원 등은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은 인도인지 자전거길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자전거가 서야 합니다. 안전이 우선이죠. 그리고 자전거 탈 때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잡을 땐 꼭 소리를 쳐야 합니다. ‘먼저 지나갑니다’ ‘왼쪽으로 지나갑니다’ ‘오른쪽으로 지나갑니다’… 그래야 앞에 가는 사람이 대비할 수 있습니다.”2008년 서울로 올라온 이 대표는 자전거 교육 강사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LS네트웍스 바이클로 서울 송파점장으로 일했다. 자전거를 판매하면서 회사 도움으로 바이클로 아카데미를 만들어 원장도 맡았다. 2016년엔 자전거 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개발해 운영하는 케이벨로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외 아름다운 자전거 길을 통해 누구나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을 자전거 관광 대국으로 만드는 것도 목표다. 케이벨로(K-velo)는 ‘코리아(Korea)’와 자전거라는 뜻의 ‘벨로(Velo)’의 결합어로 대한민국 자전거 문화발전과 자전거 여행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다”고 설명했다.“4대강 주변에 자전거길이 형성됐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전거길을 만들어 전국 어느 곳이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자전거 인구는 늘 것이고 그럼 올바른 자전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하루 당일치기, 1박 2일 등 국내 여행이 가능해졌어요. 해외로 나가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대도 됐죠.”어떤 콘텐츠를 만들까?“전 자전거 문화를 엮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자전거와 관련된 사람들을 묶고, 또한 자전거와 지역을 묶고, 스포츠와 이벤트, 교육까지 최고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바이클로아카데미의 원장으로 일하면서 대기업의 시스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문화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죠.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이러한 경험과 시스템 안에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비즈니스 콘텐츠를 찾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요즘엔 MTB보단 사이클을 많이 탄다. “자전거길이 잘 정비돼 사이클로도 어디든 다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전안전부가 전국 자전거길을 만들 때 자문위원을 했고,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전국 아름다운 자전거길 30선도 만들었다. “직접 가서 타보고 그 지역 관광지 및 휴식처, 음식점 등을 소개했다”고 했다. 공모를 통해 전국 130여개의 자전거길을 다양하게 평가해 엄선했다. 조만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업그레이드된 전국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60선도 선보일 예정이다.“당시 한국관광공사 레저 관광부 쪽 하고 일했는데 레저 관광은 사실상 걷기밖에 없었죠. 그래서 자전거를 끌어들인 융합 레저 관광을 시도한 겁니다. 자전거길만 아니라 강, 바다에서 카누 등도 탈 수 있는 복합 레저 관광 개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2020년 국내는 물론 해외 자전거 투어를 기획해 시도하려고 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됐다. 해외 자전거 투어는 시도조차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해외 자전거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몽골, 홍공, 호주, 벨기에 등 전 세계로 자전거 투어를 확장하고 있다.사업으로 바쁘지만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그는 “자전거를 일찍 배우면 80, 90대에도 탈 수 있다. 그럼 활동 반경이 넓어져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건강한 노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자전거는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자전거를 타려면 손과 발은 물론 몸 전체를 써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눈으로 봐서 판단을 해야 하죠. 온몸을 움직이니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머리도 계속 써야 해 치매 예방에 좋습니다. 해외에선 자전거 타기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도 발표됐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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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자전거로 산후 우울증 극복… 평생 스포츠이자 삶 됐죠”

    이미란 케이벨로(K-velo) 대표(54)는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산악자전거(MTB) 국가대표까지 지낸 뒤 지금은 자전거 문화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우울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체중이 급격히 늘고 힘도 없었죠. 걷는 것조차 힘들어 1km 거리도 차를 타고 다녔어요.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검진받아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죠. 한의사가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 보라고 권했죠. 제가 수영 강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애를 키우고 있어 자전거를 택했어요. 실내수영장엔 소독약을 많이 뿌리는데 샤워해도 젖먹이에게 안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수영을 피했죠.” 1995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지만 자전거 타기는 쉽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배운 뒤 탈 만하다고 생각해 길거리로 나왔더니 사람은 물론이고 차와 전봇대에 부딪힐까 무서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산자락으로 갔다. 익숙해지다 보니 산도 올랐다. 자연스럽게 몸이 건강해졌고 우울증도 사라졌다. 그는 “건강을 회복하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동아대 체육대 경기지도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사실 건강엔 자신이 있었다. “전 어릴 때 유난히 몸이 약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까지 운동장에 나가 뛰어놀지도 못했죠. 건강한 사람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땐 육상부, 중학교 땐 배구부, 고등학교 땐 카누부에 들어가 운동을 했고 체육대학까지 갔죠. 결혼하고 아기를 낳기 전까지 건강했어요.” 이 대표는 자전거에 큰 매력을 느꼈다. 틈만 나면 탔다. 자전거는 특히 무릎 등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코어 근육 운동은 물론 유산소 운동까지 됐다. 자전거를 타며 체중을 30kg 이상 줄였다. 그는 “자전거는 내게 건강과 행복을 줬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의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잘 배우면 남녀노소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이 좋은 자전거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늦은 나이에 MTB 선수가 됐다. MTB로 산을 타면서 대회에 출전했고 두각을 나타내면서 선수로 자전거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MTB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뒤엔 자전거 교육에 매진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터를 잡은 울산에 자전거 교실을 만들었다. 그는 “자전거는 위험해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가르쳐 주는 곳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안전하게 타는 법에 초점을 뒀다. 이 대표는 “빨리 달리는 것보다 안전하게 잘 서는 게 더 중요하다. 제일 먼저 균형을 잡고 브레이크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2008년 서울로 올라온 이 대표는 자전거 교육 강사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LS네트웍스 바이클로 서울 송파점장으로 일했다. 자전거를 판매하면서 회사 도움으로 바이클로아카데미를 만들어 원장도 맡았다. 2016년엔 자전거 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개발해 운영하는 케이벨로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4대강 주변에 자전거길이 생겼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전거길을 만들어 전국 어느 곳이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자전거 인구는 늘어날 것이고 그럼 올바른 자전거 문화와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하루 당일치기, 1박 2일 등 국내 여행도 가능해졌어요. 해외로 나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대도 됐죠.” 이 대표는 행정안전부가 전국 자전거길을 만들 때 자문위원을 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전국의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선도 만들었다. 그는 “직접 가서 타보고 그 지역 관광지, 휴식처, 음식점 등을 소개했다”고 했다. 공모를 통해 전국 130여 개의 자전거길을 다양하게 평가해 엄선했다. 조만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60선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업으로 바쁜 중에도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지키고 있는 그는 “자전거를 일찍 배워두면 80, 90대에도 탈 수 있다. 그럼 활동 반경이 넓어져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건강한 노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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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셔틀콕 때리기 25년, 체중도 25년째 75kg… 다이어트 필요 없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나이 20년 이상 차이 나면서도 동등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있을까? 체력 기술 등을 감안한다면 축구 야구 농구 등 거친 스포츠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배드민턴은 달랐다. 박청호 고양배드민턴클럽 고문(74)은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20년 넘게 젊은 후배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다.박 고문은 2000년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해 올해로 25년째로 접어들었다. 젊었을 때 태권도를 2단까지 땄고, 서른 후반부터 조기 축구를 즐겼다. 딱 50세가 되던 해 우연히 배드민턴을 접한 뒤 평생 스포츠가 됐다.“어느 날 지나가다 비닐하우스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분을 봤어요. 셔틀콕을 넘기는 게 쉬워 보였죠. 제가 운동에서는 한 가닥한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게 봤죠. 라켓을 달라고 해서 쳐봤는데 쉽지 않았죠. 셔틀콕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세게 치는 것도 안 됐죠. 그래서 오기가 나서 치기 시작했죠.”매일 아침 배드민턴장으로 향해 2~3시간 셔틀콕을 쳤다. 실력이 쉽게 향상되지는 않았다. 한 3개월 친 뒤 경기도 고양시 대회에 나가 간신히 1승을 했다. 아마추어 동호인대회는 연령대별 수준이 D~A조까지 나눠져 있는데다 복식과 혼합복식 부문만 열려 실력 못지 않게 파트너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우승하기까지는 5년이 넘게 걸렸다. 박 고문은 “우리 땐 C조부터 시작했다. C조 첫 우승이 5년 걸렸고, A조까지 가는 데는 7년 정도 걸렸다. 각 조에서 우승해야 한 단계 올라간다”고 했다.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딴 메달만 20여개다. 금메달이 대부분이지만 은메달 동메달도 있다. 박 고문은 지난해 열린 제34회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배드민턴 혼합복식 70대부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 대회는 시 대표로 선발돼야 출전할 수 있는데 박 고문이 처음 선발돼 금메달까지 따 기억에 남는다.박 고문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이사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뭐 어떤 대회든 잘하기 위해선 자기 실력만 좋아선 안 됩니다. 파트너의 실력도 좋아야 합니다. 같은 동호회에서도 찾기도 하지만 소문 듣고 다른 동호회에 가서 쳐본 뒤 계속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이사 가는 사람도 있죠. 전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지만 다른 동호회에 실력 좋은 분 있으면 기꺼이 호흡을 맞추기는 합니다.”배드민턴은 얼마나 해야 고수가 될까?“배드민턴은 운동 신경을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연륜이 중요합니다. 힘과 기술보다도 얼마나 쳤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상대를 분석해야 하고 상대의 플레이에 따라 전략 전술을 변경하면서 해야 합니다. 다양한 잔기술도 써야 하죠. 최소 5년은 꾸준하게 쳐야 좀 친다는 소리 듣습니다.”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몸 이곳 저곳을 돌려주고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그는 “언제든 라켓을 휘두를 수 있는 몸을 만든다.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지기 때문에 관절을 잘 돌려주고 근육을 풀어준다”고 했다. 3km짜리 가벼운 아령으로 팔과 어깨 근육도 강화시킨다.이런 노력 덕분에 아직 단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배드민턴과 테니스, 탁구 등 라켓 종목의 경우 무리하면 팔꿈치와 어깨에 이상이 온다. 한쪽을 많이 쓰는 편측 운동이라 반대쪽 근육 보강 등 꾸준하게 관리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경기 때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특히 무릎에도 무리를 줄 수 있다. 박 고문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등산도 많이 하며 하체도 단련하고 있어 아직 무릎도 괜찮다”고 했다.박 고문은 고양배드미턴클럽 최고수다. 그는 “전 40, 50대랑 쳐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3시간 이상 배드민턴을 친다. 늘 선수들 플레이를 보고 연구해 응용한다. 그는 “과거 남자 국가대표였던 하태권을 좋아했고, 지금은 여자 국가대표 안세영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고 했다. “어떤 운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예측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를 예상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셔틀콕을 넘겨준 것에 따라 상대의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올지 예상이 가능합니다. 먼저 움직여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판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동안 경험상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선 예상이 가능합니다. 저의 장기는 드라이브를 날린 뒤 리턴 오는 것을 푸시로 밀어 넣어 상대를 제압하는 것입니다. 배드민턴에서 느끼는 희열은 큰 대회에 나가서 셔틀콕을 쳤는데 그게 제가 마음먹은 곳으로 들어갔을 때입니다.”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치면서 체중 75kg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배드민턴은 지속적인 체력, 빠른 풋워크 등이 필요한 전신운동으로 근육 발달, 유연성 강화 등에 도움이 되면서,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되는 스포츠다.배드민턴의 운동강도는 7MET(Metabolic Equivalent) 정도로 고강도에 해당된다. MET는 체중 1kg이 1분 동안 사용하는 산소소비량 mL를 의미한다. 우리 근육 세포는 근수축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할 때 산소를 쓴다. 신체가 특정 활동을 할 때 산소를 많이 소비하면 그만큼 에너지를 태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산소 1L를 소비할 때 5kcal의 에너지를 태운다. MET 개념을 잘 알면 어떤 활동을 할 경우 우리 몸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를 알 수 있다.1MET는 3.5mL다. TV 시청과 수면이 1MET 활동이다. 70kg인 사람이 10분 TV 시청을 하면 얼마의 에너지를 소비할까? 3.5(mL)X1(MET)X70(kg)X10(분)=2350mL. 이는 2.35L이고 1L는 5kcal을 소비하니 2.35X5=12.24kcal. 70kg인 사람이 TV를 10분 시청하면 12.24kcal을 소비하는 셈이다.70kg 체중인 사람이 배드민턴을 친다면 20분에 171.5 kcal을 소비하게 된다. 경기장 너비가 6.1m이고 거리가 6.7m인 박스 안에서 빠른 움직임을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소모하는 에너지량은 더욱 많다. 이런 이유로 약 20~25분 정도가 소요되는 1게임을 하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때문에 체중감량에 매우 좋은 운동이다.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가족적인 분위기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했다. 배드민턴클럽의 경우 150명 이상이면 1부, 100명 미만이면 2부다. 배드민턴 수준이 아니라 단순히 규모로 평가하는 기준이다. 그는 “우리 클럽은 100명이 안 돼 2부다. 다른 클럽은 200~300명, 큰 클럽들은 800명까지 되는데 너무 많아 서로를 알기가 어럽다. 우리 클럽은 인원이 적은 대신에 모든 회원들의 얼굴을 다 알고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가장 중요한 게 초보자들 대우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에선 실력 있는 회원이 초보자들과 난타를 잘 쳐주지 않아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달라요. 저부터 솔선수범해 초보자들에게 난타를 쳐줍니다. 그래야 초보자들도 재미를 느끼고 클럽에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집니다.”고양시 고양동 토박이인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 회장까지 역임한 뒤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여기가 제 평생 놀이터다. 누워있지 않고 라켓을 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나와서 회원들과 어울려 칠 것”이라며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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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배드민턴 25년 친 덕분에 일흔 중반에도 4050과 게임해요”

    박청호 고양배드민턴클럽 고문(74)은 2000년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해 올해로 25년째 접어들었다. 젊었을 때 태권도를 2단까지 땄고, 30대 후반부터 조기축구를 즐겼다. 50세가 되던 해 우연히 배드민턴을 접한 뒤 평생 스포츠가 됐다. “어느 날 지나가다 비닐하우스에서 배드민턴 치는 분을 봤어요. 셔틀콕을 넘기는 게 쉬워 보였어요. 제가 운동은 한가락 한다고 생각하니 좀 우습게 봤죠. 라켓을 달라고 해서 쳐봤는데 쉽지 않았어요. 셔틀콕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세게 치는 것도 안 됐죠. 그래서 오기가 생겨 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배드민턴장으로 가 2∼3시간 쳤다. 실력이 쉽게 늘지는 않았다. 3개월 정도 친 뒤 경기 고양시 대회에 나가 간신히 1승을 했다. 아마추어 동호인대회는 연령대별 수준이 D∼A조까지 나뉘어 있는 데다 대회는 참가자 수를 늘리기 위해 복식과 혼합복식 부문만 열려 실력 못지않게 파트너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우승하기까지 5년 넘게 걸렸다. 박 고문은 “우리 땐 C조부터 시작했다. C조 첫 우승에 5년 걸렸고, A조까지 가는 데는 7년 정도 걸렸다. 각 조에서 우승해야 한 단계 올라간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딴 메달만 20여 개다. 금메달이 대부분이지만 은메달 동메달도 있다. 지난해 열린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배드민턴 혼합복식 70대 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 대회는 시 대표로 선발돼야 출전할 수 있는데 그가 처음 선발돼 금메달까지 따 기억에 남는다. “배드민턴은 운동신경을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할 필요도 있지만 연륜이 중요합니다. 힘과 기술보다도 얼마나 쳤느냐가 곧 실력입니다. 들어가기 전에 상대를 분석해야 하고 상대 플레이에 따라 전략 전술을 바꿔야 합니다. 다양한 잔기술도 써야 하죠. 최소 5년은 꾸준하게 쳐야 좀 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박 고문은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몸 이곳저곳을 돌려주고 스트레칭으로 풀어준다. 그는 “언제든 라켓을 휘두를 수 있는 몸을 만든다.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지기 때문에 관절을 잘 돌려주고 근육을 풀어준다”고 했다. 3km짜리 가벼운 아령으로 팔과 어깨 근육도 강화한다. 이런 노력 덕에 아직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배드민턴과 테니스, 탁구 등 라켓 종목은 무리하면 팔꿈치와 어깨에 이상이 온다. 한쪽을 많이 쓰는 편측 운동이라 반대쪽 근육 보강 등 꾸준하게 관리해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 경기 때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무릎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박 고문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등산도 하며 하체도 단련하고 있어 아직 무릎도 괜찮다”고 했다.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 최고수다. 그는 “40, 50대랑 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3시간 이상 배드민턴을 친다. 늘 선수들 플레이를 보고 연구해 응용한다. 그는 “과거 남자 국가대표였던 하태권을 좋아했고, 지금은 여자 국가대표 안세영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고 했다. 박 고문은 고양배드민턴클럽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가족적인 분위기로 운영되는 곳”이라고 했다. 배드민턴클럽의 경우 회원 수가 150명 이상이면 1부, 100명 미만이면 2부다. 배드민턴 수준이 아니라 단순히 규모로 나누는 기준이다. 그는 “우리 클럽은 100명이 안 돼 2부다. 다른 클럽은 200∼300명, 큰 클럽들은 800명까지 되는데 너무 많아 서로를 알기가 어럽다. 우리 클럽은 인원이 적은 대신 모든 회원의 얼굴을 다 알고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게 초보자들 대우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에선 실력 있는 회원이 초보자들과 난타를 잘 쳐주지 않아요.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달라요. 저부터 솔선수범해 초보자들에게 난타를 쳐줍니다. 그래야 초보자들도 재미를 느끼고 클럽에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어요.” 고양 토박이인 그는 고양배드민턴클럽 회장까지 지낸 뒤 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여기가 제 평생 놀이터다. 라켓을 들 수 있는 힘만 있으면 나와서 회원들과 어울려 칠 것”이라며 웃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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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에만 공 차고도 건강 회복…축구는 내 평생 건강 지킴이”[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사업하고 주말엔 신앙 생활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었죠. 40세 중반을 넘기자 두통, 고혈압 등 증세나 나타나며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더군요. 폐렴도 걸리는 등 잔병도 많았죠. 무엇보다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그래도 운동할 생각은 못 했는데 딱 55세 때 경기도 양평 토목 공사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 축구 하는 것을 보는데 저에게도 함께 하자고 해서 시작했죠.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죠. 그래서 함께했죠. 오랜만에 하니 힘들었는데 그날 밤 정말 푹 잔 겁니다. 거짓말 같았죠.”이태용 부동산개발업체 지티엘 대표(66)는 40대 중반부터 악화된 건강을 되찾기 위해 50대 중반부터 축구를 시작해 10년 넘게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잠깐 축구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중고교 대학, 군대 시절까지 축구는 친구 동료들과 어울려 즐기는 스포츠였다. 30년 넘게 잊고 살던 축구가 50대 중반부터는 그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경기도 양평에서 축구하면서부터 토요일은 축구 하는 날이 됐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처음엔 하기 힘들었다. 뛰다 발이 엉켜 넘어지는 일도 잦았다. 그래서 집에 고정식 자전거를 사다 놓고 탔다. 스트레칭 체조와 자전거 타기로 몸을 한 7개월쯤 만들자 ‘과거 실력’이 나왔다. 드리블과 트래핑이 자유롭게 됐고, 스피드도 나왔다. 학창시절 미드필더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골도 많이 잡아냈다. 요즘도 60대 중반임에도 경기할 땐 25분 경기를 3회 이상 소화할 정도로 탄탄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사업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 주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을 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토요일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공차며 땀을 쫙 빼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몸도 완전히 달라졌다.“몸이 허약하다는 게 겨울엔 추위를 잘 타고, 여름엔 더위를 잘 타요. 여름의 경우 에어컨 냉방 속에서만 사니 목이 아프고 컨디션이 안 좋아졌죠. 여름에 감기도 걸리고…. 축구를 지속적으로 하면서는 추위 더위도 잘 이겨냈죠.” 축구는 사실상 토요일에만 한다. 평일엔 사업으로 바쁘고 일요일엔 교회 장로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꾸준한 운동이 건강 비결이라고 하는데 주말 운동만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2022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말 전사(Weekend Warrior·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사람)’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심박수로 따지면 분당 142박동 이상의 운동이다. 축구도 대표적인 격렬한 스포츠다. 이 대표의 경우 매주 25분 경기를 3경기 이상을 소화하기 때문에 준비운동부터 따지면 WHO기준에 부합하는 운동량이다. 준비운동에는 전력질주도 포함돼 있다.‘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등산은 한번 하면 1,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주말 등산만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이 대표는 주말 축구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이 대표는 2022년 창단한 유나이티드원과 서울 용산60대상비군축구팀, 두 팀에서 뛰고 있다. 유나이티드원은 축구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이 어우러진 동호회다. 이 대표가 단장을 받고 있다. 축구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박경훈 K리그2 수원 삼성 단장을 비롯해 김주성, 이상윤(축구 해설위원), 김삼수 등 국가대표 출신이 많다. 용산60대상비군은 구별로 축구대회에 출전할 때 용산구를 대표할 수 있는 팀이다. 유나이트드원은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용산60대상비군은 토요일 경기를 한다. 이 대표는 박 단장하고 함께 두 팀에서 뛰고 있다. 이 대표는 용산60대상비군은 매주 나가지만 유나이티드원은 한 달에 2회 이상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상 평일엔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뭐 솔직히 제가 언제 대표선수 출신들하고 함께 뛰어 보겠어요. 실력은 안 되지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원이 60대 팀이지만 연습 경기를 할 땐 40~50대 팀하고 붙죠. 한 경기 하고 나면 정말 몸은 녹초가 되지만 축구 실력은 예순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늘고 있습니다.”박경훈 단장은 “이 대표님은 실력도 좋지만 열정이 대단하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와서 축구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팀에서 공격형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이영무(전 고양 Hi FC 감독), 조광래(대구 FC 사장) 등 기술과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로 꼽듯 활기차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현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는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좋아한다. 그는 “제가 60대 후반 나이대에선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웃었다.이 대표는 축구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부상 방지다. 그는 “축구는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태클과 몸싸움 등 거친 동작이 많다. 그래서 웬만하면 거친 동작이 나올 상황이면 미리 피한다. 승부욕도 좋지만 안 다쳐야 오래 축구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 대표는 축구를 한동안 잊고 살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축구를 오래한 분들은 무릎이나 발목 등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통증을 참고 축구를 하시죠. 전 한 30년 축구를 하지 않아서인지 관절은 아직 끄떡없어요.”이 대표는 축구를 본격 시작한 뒤 건강을 되찾았다. “온갖 스트레스도 공차면 날아간다”고 했다. 여러 약을 먹다 이젠 가족력이 있는 고혈압 약만 복용한다. 그는 “뛸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공을 차겠다”며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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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두통 불면증 날리려 찬 공, 평생 건강 지킴이 됐죠”

    초등학교 때 잠깐 축구 선수로 뛰었다. 중고교, 대학, 군대 시절까지 축구는 친구 동료들과 어울려 즐기는 스포츠였다. 이후 사업 등으로 30년 넘게 잊고 지냈던 축구가 50대 중반부터는 그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태용 지티엘 대표(66)는 40대 중반부터 악화된 건강을 되찾기 위해 50대 중반부터 축구를 시작해 10년 넘게 주말마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며 주말엔 신앙 생활을 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었죠. 40대 중반을 넘기자 두통, 고혈압 등 증세가 나타나며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더군요. 폐렴이 걸리는 등 잔병도 많았죠. 무엇보다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병원을 자주 찾았죠. 그래도 운동할 생각은 못 했는데 딱 55세 때 경기 양평의 토목공사 현장에서 마을 사람들이 축구 하는 것을 보는데 저한테 함께 하자고 하는 겁니다.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죠. 그래서 함께 했죠. 오랜만에 하니 힘들었는데 그날 밤 정말 푹 잔 겁니다. 거짓말 같았죠.” 그때부터 토요일은 축구 하는 날이 됐다.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처음엔 공 차는 게 힘들었다. 뛰다 발이 엉켜 넘어지는 일도 잦았다. 그래서 집에 고정식 자전거를 사다 놓고 탔다. 스트레칭 체조와 자전거 타기를 병행하며 7개월쯤 몸을 만들자 ‘과거 실력’이 나왔다. 드리블과 트래핑이 자유롭게 됐고, 스피드도 나왔다. 학창 시절 미드필더와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었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골도 많이 넣었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축구 하러 못 갈 수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해요.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토요일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공 차며 땀을 쫙 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이 대표는 유나이티드원과 서울 용산60대상비군축구팀, 두 팀에서 뛰고 있다. 2022년 창단한 유나이티드원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도 포함된 동호회다. 이 대표가 단장을 맡고 있다. 박경훈 K리그2(2부 리그) 수원 삼성 단장과 이상윤 축구 해설위원, 김삼수 등 국가대표 출신들도 있다. 용산60대상비군은 구별로 축구대회에 출전할 때 용산구를 대표할 수 있는 팀이다. 유나이티드원은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에, 용산60대상비군은 토요일에 경기를 한다. 이 대표는 박 단장과 두 팀에서 함께 뛰고 있다. 이 대표는 용산60대상비군은 매주 나가지만 유나이티드원은 한 달에 2회 이상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상 평일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제가 언제 국가대표 출신들하고 함께 뛰어 보겠어요. 실력은 안 되지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원이 60대 팀이지만 연습 경기를 할 땐 40, 50대 팀하고 붙죠. 한 경기 하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축구 실력은 예순 후반임에도 늘고 있습니다.” 박 단장은 “이 대표님은 실력도 좋지만 열정이 대단하다. 토요일엔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했다. 이 대표는 60대 후반에도 25분 경기를 3회 이상 소화할 정도로 탄탄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팀에선 공격형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이영무(전 고양 Hi FC 감독), 조광래(대구 FC 사장) 등 기술과 체력이 좋은 선수들을 최고의 선수로 꼽듯 활기차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현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는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을 좋아한다. 그는 “제가 60대 후반 나이대에선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축구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부상 방지다. 그는 “축구는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 태클과 몸싸움 등 거친 동작이 많다. 그래서 웬만하면 거친 동작이 나올 상황이면 미리 피한다. 승부욕도 좋지만 안 다쳐야 축구를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축구를 10년 이상 해오면서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 “축구를 하기 전에는 여름엔 더위, 겨울엔 추위에 약했는데 이젠 잘 버틴다. 온갖 스트레스도 공 차면 날아간다”고 했다. 여러 약을 먹다 이젠 가족력이 있는 고혈압 약만 복용한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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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근육 어때요? 낼 모레 환갑입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미국에서 아이들 키울 때 식당을 운영하면서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었죠. 한국으로 돌아와 골프 치다 디스크가 터진 겁니다. 수술도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죠. 의사 선생님이 ‘만성 통증이니 그러려니 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죠. 삶의 질이 완전히 엉망이 됐죠. 그때 친구가 파고다헬스클럽을 소개시켜 주면서 ‘제대로 운동해 봐라’고 했어요.”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이인혜 씨(59)는 전공이 음악이다. 클라리넷 전공으로 선화예고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했고, 결혼하며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아이들 다 키우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허리 디스크가 터졌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근육 운동을 시작해 이제는 보디빌딩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한국으로 돌아온 게 2011년, 수술은 2012년 1월에 했다. 그리고 약 3년 고생하다 근육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수술하면 오래된 충치 뺀 것처럼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침대에서도 굴러야 일어날 정도로 아파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사는 게 우울했다. 근육 운동이 제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게 2014년이었다. 파고다헬스클럽 진광식 관장이 운동 재활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살 때 취미 삼아서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근육을 만든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처음엔 엎드리는 것도 못했어요. 운동하며 내 몸이 엉망진창이 됐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달리고 코어 운동, 그리고 각 부위 근육 운동을 했죠. 한 1년쯤 했을까요. 허리 근육이 강화되자 허리가 부드러워졌고 통증도 가라앉았어요. 몸도 건강해지니 자신감도 생겼죠. 그런데 괜찮아지니까 조금 소홀해질 수도 있잖아요. 한 일주일 운동 안 하면 바로 허리가 뻣뻣해졌어요.”운동을 소홀히 해 허리가 아프면 다시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것처럼 달리기 먼저 하고 코어 운동, 각 부위 근육 운동을 반복했다. 그렇게 또 며칠을 하면 허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는 “한 3년 지났을 땐 진짜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오면 또 아팠다. 그럼 다시 우울해진다. 그래서 그때 ‘아 이젠 평생 운동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생각했다”고 했다.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운동에 매진했다. 2016년이었다. 매일 하루 최소 2시간 이상 근육 운동에 매달렸다.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를 찾아 운동 역학, 해부학, 운동생리학 등 이론 공부도 했다. 그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생활체육 보디빌딩 지도자 자격증 시험을 본다며 함께 하자고 했다. 허리 통증 없애는 데 급급했던 그로선 별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다들 자격증을 딴다고 하기에 함께 시험공부를 시작했고 합격했다.2017년부터 트레이너로 일했다. 그는 “지도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데 관장님이 ‘자꾸 가르쳐 봐야 지도력도 는다’며 수업을 맡겼다”고 했다. 그는 “직접 지도해보니 저처럼 허리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 또 저처럼 좌절감을 겪고 온 분도 많았다.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그냥 제 경험담 얘기하고 함께 운동했는데 아팠던 분들이 좋아지면서 저도 많이 배웠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운동을 통해 통증도 잡고 건강해지니 재활에 관심 가지게 됐죠. 그래서 다시 코치아카데미를 찾아 재활 공부를 했습니다.”2019년 스포츠재활트레이너 자격증도 획득했다. 자연스럽게 몸이 아픈 회원들은 이 씨가 도맡아 지도했다. 그는 “아픈 부위를 잘 풀어주고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통증을 잡을 수 있다. 디스크는 물론 오십견 등 다양한 부위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지난해엔 보디빌딩 심판 자격증도 획득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대회 출전은 하지 않았다. 그는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하고 똑같이 훈련하고 자세 훈련, 워킹까지 배웠지만 출전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이자 아내이다 보니 쉽게 비키니 입고 무대에 설 수 없었다. 운동의 성과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보디프로필 사진은 몇 차례 찍었다.“제가 심판을 나가보면 용기 있게 나오는 분들이 있어요. 뭐 있잖아요. 운동을 열심히 해도 축 늘어진 살도 보이고…. 어떻게 보면 좀 안쓰러워 보여요. 그러면서도 존경심이 생깁니다. 전 아직 그런 용기를 내진 못하겠습니다.”이 씨는 다음 목표도 정했다. 바로 실버들의 건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저도 나이를 먹었다. 이젠 함께 늙어간다. 100세 시대에 더 노인들의 건강이 중요해질 것 같다. 그래서 노인 피트니스에 대해 공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음악으론 최고의 엘리트 코스인 선화예중과 선화예고, 그리고 미국 대학에서도 전공했던 음악을 왜 그만뒀을까? 그는 “학창 시절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기도 했는데 결정적으로 호흡 문제로 그만뒀다. 코에서 바람을 막고 입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먼 훗날 알고 보니 너무 그 주변 근육을 혹사해서 근육이 제대로 힘을 못 썼다. 운동을 해보니 알겠다”고 했다.음악과 운동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차이가 없어요. 열심히 투자한 만큼 얻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소질에 따른 차이는 있겠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음악가, 운동선수가 아니라 즐긴다면 꾸준히 여유를 가지고 하면 됩니다. 저는 지도하는 회원들에게 월수금 배우면 화목토는 혼자 나와서 복습을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는 회원이 있고 안 하는 회원이 있죠. 나중에 그 차이는 확연하게 나타납니다. 꾸준하게 하는 사람은 몸이 탄탄해집니다.”웨이트트레이닝 초보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뭐가 있을까?“무리하지 말고 매일 하는 겁니다. 가늘고 길게 가야 합니다. 초보자는 절대 처음부터 무거운 것을 들 수 없습니다. 운동 최고의 목표가 ‘매일 한다’가 돼야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처음에 30분도 못하던 운동을 체력이 쌓여 1시간 이상 할 수 있게 되죠. 그럼 조금씩 욕심을 내면 됩니다. 근육 운동은 부위에 따라 다양한 운동 방법이 있기 때문에 할 게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매일 새로운 운동을 찾아 나갈 수 있어요. 다 배운 것 같은데 동작을 살짝만 바꿔도 또 다시 해야 하죠. 그러다 보면 계속 파고 또 파고…. 지루할 틈이 없어요.”이 씨는 새벽 일찍 출근해 오후 3시까지 트레이너로 일한 뒤 개인 훈련을 1시간30분에서 2시간 하고 집으로 가는 게 루틴이 됐다. 그는 지금 너무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한때 사이클을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넘어져 다친 뒤엔 위험하다고 판단해 요즘은 잘 타지 않는다.“가끔 ‘10년만 더 일찍 운동을 시작했더라면 훨씬 더 건강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허리가 아픈 것을 계기로라도 이렇게 운동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행복한 거죠. 이제 100세 시대가 됐어요. 건강해야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 마시고 지금 바로 운동을 시작하세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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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통증 잡으려 근육운동… 주부에서 헬스 트레이너 변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이인혜 씨(59)는 클라리넷 전공으로 선화예술고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했고, 결혼한 후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아이들 다 키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골프를 치다 허리 디스크가 터졌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근육 운동을 시작해 이제는 보디빌딩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들 키울 때 식당을 운영했는데 그때 허리가 삐끗한 적이 있었죠. 그게 골프 치다 터진 겁니다. 수술도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죠. 의사 선생님이 ‘만성 통증이니 그러려니 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죠. 삶의 질이 완전히 엉망이 됐죠. 그때 친구가 파고다헬스클럽을 소개해 주면서 ‘제대로 운동을 해보라’고 했어요.” 2011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2012년 1월에 수술했고 3년가량 고생하다 근육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수술하면 오래된 충치를 뺀 것처럼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침대에서도 굴러야 일어날 정도로 아파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사는 게 우울했다. 근육 운동이 제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게 2014년이었다. 파고다헬스클럽 진광식 관장이 운동 재활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살 때 취미 삼아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근육을 만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엔 엎드리는 것도 못 했어요. 운동하며 내 몸이 엉망진창이 됐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달리고 코어 운동하고 각 부위 근육 운동을 차례대로 했죠. 한 1년쯤 했을까요. 근육이 강화되자 허리가 부드러워졌고 통증도 가라앉았어요. 괜찮아지니까 조금 소홀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럼 바로 허리가 뻣뻣해졌어요. 한 3년 지났을 땐 진짜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오면 또 아파요. 그럼 다시 우울해지죠. 그래서 그때 ‘아 이젠 평생 운동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생각했죠.”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운동에 매진했다.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 근육 운동에 매달렸다. 2016년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를 찾아 운동역학, 해부학, 운동생리학 등 이론 공부도 했다. 그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생활체육 보디빌딩 지도자 자격증 시험을 본다며 함께 하자고 했다. 허리 통증 없애는 데 급급했던 그로선 별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다들 자격증을 딴다고 하기에 함께 시험 공부를 시작했고 합격했다. 2017년부터 트레이너로 일했다. 그는 “지도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데 관장님이 ‘자주 가르쳐 봐야 지도력도 는다’며 수업을 맡겼다”고 했다. 그는 “직접 지도해 보니 저처럼 허리 아픈 사람이 많았다. 또 저처럼 좌절감을 겪고 온 분도 많았다.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제 경험담을 얘기하고 함께 운동했는데 아팠던 분들이 좋아지면서 저도 많이 배웠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운동을 통해 통증도 잡고 건강해지니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래서 다시 코치아카데미를 찾아 재활 공부를 했습니다.” 2019년 스포츠 재활트레이너 자격증도 따면서 몸이 아픈 회원들은 이 씨가 도맡아 지도했다. 그는 “아픈 부위를 잘 풀어주고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통증을 잡을 수 있다. 디스크는 물론이고 오십견 등 다양한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엔 보디빌딩 심판 자격증도 획득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보디빌딩 대회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하고 똑같이 훈련하고 포즈, 워킹까지 배웠지만 대회 출전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씨는 새벽 일찍 출근해 오후 3시까지 트레이너로 일한 뒤 개인 훈련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하고 집으로 가는 게 루틴이 됐다. 그는 “지금 너무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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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금메달 따면 상금 받는 종목 생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상금을 받는 종목이 처음으로 생긴다. 세계육상연맹(WA)이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부터 육상 종목 금메달리스트에게 상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WA는 10일 “파리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들에게 상금으로 5만 달러(약 6800만 원)씩 주기로 하는 획기적인 결정을 했다. 우리 연맹은 올림픽에서 상금을 지급하는 최초의 국제경기단체가 된다”고 밝혔다. 파리 올림픽 육상 종목에 걸려 있는 금메달은 모두 48개여서 WA가 지급할 상금 총액은 240만 달러(약 32억5000만 원)다. W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받는 수익금으로 금메달리스트들에게 줄 상금을 충당한다. IOC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각 국제경기단체에 대회 수익금을 나눠주고 있다. WA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부터는 은, 동메달리스트들에게도 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서배스천 코 WA 회장(사진)은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딴 메달에 금전적 가치를 매기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 덕에 우리가 얻는 이익을 되돌려 주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며 상금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또 “상금 지급은 선수들의 의욕을 키우는 것과 올림픽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WA의 이번 결정은 육상 외 다른 종목들의 올림픽 상금 지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WA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8위 선수들에게 상금을 주고 있다. 지난해 열린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1위 상금은 7만 달러, 2위는 3만5000달러, 3위는 2만2000달러였다. 8위에게는 5000달러를 줬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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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테니스 친 덕에 일흔 중반에 탁구와 골프도 즐겨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초·중학교 시절엔 운동을 피했다. 5살 때 들판에서 뛰어놀다 오른쪽 팔꿈치를 크게 다치는 바람에 왼팔로만 살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미비한 의료 시술로 인해 더 이상 오른팔이 성장하지 않았다. 왼팔에 비해 3분의2 밖에 안 됐다. 이 때문에 학창시절 초기엔 스포츠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목이균 도요코퍼레이션 회장(74)은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올해로 51년째 테니스를 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가 스포츠마니아로 변신한 때는 고교 1학년 때다.“대전고에 들어갔는데 유도를 주 2시간 무조건 배워야 했어요. 당시 사범님께 ‘전 팔이 이래서 못하겠습니다’ 했더니 ‘일본에서는 다리 하나 없는 사람도 목발 짚고 유도해서 검정 띠를 땄다’며 시켰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되더라고요. 고교 진학 체력장 20점 만점에 12점밖에 못 받았던 제가 결국 검정 띠를 땄습니다.”목 회장이 스포츠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그는 “유도를 하면서 하체 근력이 발달하자 다른 스포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양한 스포츠에 관심을 가졌고 파고들었다. 유도 이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게 탁구다. 그는 “우리 땐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에리사, 정현숙 때문에 탁구에 빠져 지냈다”고 설명했다.“저는 유도를 배운 뒤 사실상 스포츠맨이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살아왔어요. 운동 그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건강한 신체가 주는 자부심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사회생활에서도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살았죠.”고교 시절 또 다른 특별한 경험이 목 회장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당시 우리 집에서 하숙하던 분이 있었죠. 경기고에 서울대 공대를 나온 분이었는데 검도도 검정 띠였죠. 머리도 좋은데 운동도 잘했어요. 바둑도 잘 뒀고. 그분을 보고 저도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운동량(運動量)을 최대(最大)로’라는 문구를 써 책상 앞에 붙였습니다.”운동량을 최대로는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에도 새겨져 있다. 그만큼 모든 운동을 열심히 했고 다른 모든 것에도 최선을 다했다. 목 회장은 고려대 입학해 2학년까지 유도부로 활동했다. 대학 시절은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탁구와 테니스, 배드민턴, 골프까지 즐겼다. 운동 감각이 뛰어나 입문한 스포츠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테니스의 경우 대회에 자주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각종 아마추어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했다.목 회장은 1974년부터 테니스를 쳤다. 고교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탁구를 즐기고 있었는데 대학 친구가 테니스를 친다고 자랑하기에 함께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당시 테니스도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고려대 상대 동기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있었는데 연구원 코트에서 테니스를 친다고 자랑을 했다. 그래서 KIST로 달려가 배우면서 치게 됐다”고 회상했다.탁구와 테니스는 완전 달랐다. 가벼운 탁구채 생각하듯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니 잘 맞지 않았다. 뛰는 거리도 훨씬 많았다. 그는 “탁구는 잔 근육을 잘 써야 한다면 테니스는 큰 근육을 잘 써야 했다. 탁구대보다 훨씬 큰 테니스 코트에서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했다. 그는 새벽에 테니스 치고 출근했고, 퇴근한 뒤 또 쳤다. 하루 2~3시간 쳤다. 테니스 교본 하나 들고 독학으로 배우면서 배웠다. “한마디로 테니스에 미쳐 살았다”고 했다. “저는 오른팔을 다쳤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왼팔로 해야 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하는 개인 레슨도 없었죠. 한 팔만 써야 하니까 저 만의 노하우가 필요해 연구하면서 쳤습니다.”그는 육체적 장애보단 정신적 장애가 더 문제라는 얘기를 자주 하면서 살아왔다.“육체적 장애보다 정신적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특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개척하려고 하는 정신력과 의지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최대 지름길입니다.” 1989년 골프를 시작하면서는 테니스를 가끔 쳤다. 증권 및 투자 회사를 다녔고, 웅진루카스투자자문 대표이사 사장까지 했던 그로선 사업상 필드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골프를 잘 치려면 테니스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인들과 테니스도 치면서 골프를 즐겼다. 그의 골프 베스트스코어는 이븐파. 요즘엔 다시 테니스에 집중하느라 골프를 가끔 쳐 스코어가 들쭉날쭉 하지만 맘먹으면 80대 초반 스코어도 칠 수 있다고 한다.한땐 배드민턴에도 빠졌었다. 하지만 네트 앞으로 떨어지는 셔틀콕을 잡기 위해 무리하다 무릎이 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배드민턴은 잘 치지 않는다.목 회장은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제가 핸디캡이 있어서인지 너무 승부욕이 강했어요.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는데 저한테 진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난 핸디캡이 있어도 너희들에게 지지 않아’라는 생각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죠. 친구들이 ‘너는 승부욕이 너무 강해’라고 늘 말했는데…. 뒤늦게 그것을 깨달았죠. 거의 예순이 다 돼서. 그때부터는 모든 스포츠를 즐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목 회장은 자신의 호 ‘아천(雅泉·맑은샘)’을 건 테니스대회도 만들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아천배시니어테니스대회다. 테니스 치며 희로애락을 경험한 그가 자신의 분신과 같은 테니스의 즐거움을 다른 동호인들과 나누고자 대회를 만들었다. 그는 “바둑에 ‘부득탐승(不得貪勝)’이라는 말처럼 이기는 것에 욕심을 내지 말고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갖고, 기쁜 마음으로 즐겼다 갈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김문일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명예회장이 어느 통계를 보고 테니스가 모든 운동 중에 가장 장수하는 스포츠라고 하더군요. 그럴 것 같아요. 운동도 되고 함께 치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고…. 평생스포츠로는 최고입니다.”덴마크와 미국 연구팀이 8577명을 대상으로 1991년부터 2017년까지 2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테니스가 장수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중에 4448명이 사망했다. 연령과 성별, 흡연의 영향 등 보정을 해도 운동을 하는 사람은 모두 평균 여명이 길었다. 테니스가 9.9년으로 가장 길었고, 2위가 배드민턴으로 6.2년이었다. 축구는 4.7년으로 3위.왜 테니스를 하는 사람이 장수 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운동과 함께 사회적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테니스는 혼자서 못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수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테니스 등 라켓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의 사망 리스크가 낮았다.​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고문인 목 회장은 연맹 정기 모임,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 테니스 치는 ‘화목회’ ‘아파트 조기회’ 등에 나가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 가족들하고도 친다. 그는 테니스를 치며 건강의 중요성을 체감한 뒤 1990년대 가족들도 테니스에 입문시켰다. 특히 프로바둑기사인 아들 목진석 씨(44)와도 자주 테니스를 즐긴다. 그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테니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4년 전부터 살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단지내 테니스 코트에서 주민들과 테니스를 친다. 비가 오면 탁구장으로 간다. 그는 “요즘 아내하고 치는 탁구도 즐겁다”고 했다. 테니스로 단련된 탄탄한 체력 덕택에 지금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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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50년 친 테니스 덕에 70대에도 여러 스포츠 즐겨요”

    목이균 도요코퍼레이션 회장(74)은 1974년부터 테니스를 쳤다. 고교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탁구를 즐기고 있었는데 대학 친구가 테니스를 친다고 자랑하기에 함께 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네 번 이상 테니스를 치며 건강한 노년을 즐기고 있다. “우리 땐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이에리사, 정현숙 때문에 탁구에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테니스가 유행할 때쯤 고려대 상대 동기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있었는데 연구원 코트에서 테니스를 친다고 자랑하는 겁니다. 그래서 KIST로 달려가 저도 배우면서 치게 됐죠.” 목 회장은 고교 시절부터 스포츠 마니아였다. 그런데 테니스는 탁구와 많이 달랐다. 가벼운 탁구 라켓을 휘두르듯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니 잘 맞지 않았다. 뛰는 거리도 테니스가 훨씬 많았다. 그는 “탁구가 잔 근육을 잘 써야 한다면 테니스는 큰 근육을 잘 써야 했다. 탁구대보다 훨씬 넓은 테니스 코트에서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했다. 그는 새벽에 테니스를 치고 출근했고, 퇴근한 뒤 또 쳤다. 하루 2∼3시간 쳤다. 테니스 교본을 하나 들고 독학으로 배웠다. 그는 “한마디로 테니스에 미쳐 살았다”고 했다. “저는 오른팔을 다쳐 모든 걸 왼팔로 해야 합니다. 당시엔 지금처럼 개인 레슨도 없었죠. 한 팔만 써야 하니까 저만의 노하우가 필요해 연구하면서 쳤습니다.” 목 회장은 다섯 살 때 오른쪽 팔꿈치를 크게 다친 뒤로 왼팔에 의지해 왔다. 당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더 이상 오른팔이 성장하지 않았다. 왼팔의 3분의2밖에 안 됐다. 이 때문에 학창 시절 초기엔 스포츠와 담을 쌓고 지냈다. 그런 그가 고교 때 스포츠 마니아로 변신했다. “대전고에 들어갔는데 유도를 주 2시간 무조건 배워야 했어요. 당시 사범님께 ‘전 팔이 이래서 못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일본에서는 다리 하나 없는 사람도 목발 짚고 유도해서 검정 띠를 땄다’며 시켰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되더라고요. 고교 진학 체력장에서 20점 만점에 12점밖에 못 받았던 제가 결국 검정 띠를 땄습니다.” 목 회장이 스포츠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그는 “유도를 하면서 하체 근력이 좋아지자 다른 스포츠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때부터 다양한 스포츠에 관심을 가졌고 파고들었다. 고려대에 입학해 2학년까지 유도부에서 활동했다. 탁구와 테니스는 물론 배드민턴, 골프까지 즐겼다. 운동 감각이 뛰어나 입문한 스포츠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테니스의 경우 대회에 자주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1989년 골프를 시작하면서는 테니스를 가끔 쳤다. 증권, 투자 회사를 다녔고 웅진루카스투자자문 사장까지 지냈던 그로서는 사업상 필드에서 만나야 할 사람이 많았다. 그는 “골프를 잘 치려면 테니스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인들과 테니스를 치면서 골프도 즐겼다. 그의 골프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요즘엔 다시 테니스에 집중하느라 골프를 가끔 쳐 스코어가 들쭉날쭉하지만 마음먹으면 80대 초반 스코어를 칠 수 있다고 한다. “저는 유도를 배운 뒤로 사실상 스포츠맨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운동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건강한 신체가 주는 자부심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사회생활에서도 항상 자신감을 갖고 살았죠.”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고문인 목 회장은 연맹 정기 모임, 그리고 화요일 목요일에 테니스 치는 ‘화목회’ ‘아파트 조기회’ 등에 나가서 테니스를 치고 있다. 가족들과도 테니스를 친다. 그는 테니스를 치면서 건강의 중요성을 체감한 뒤 1990년대에 가족들도 테니스에 입문시켰다. 특히 프로 바둑기사인 아들 진석 씨(44)와도 자주 테니스를 즐긴다. 목 회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테니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4년 전부터 살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단지 내 테니스 코트에서 주민들과 테니스를 친다. 비가 오면 탁구장으로 간다. 그는 “요즘 아내와 치는 탁구도 즐겁다”고 했다. 테니스로 단련된 탄탄한 체력 덕에 지금도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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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한계에 도전, 자존감 없으면 불가능” 왜 사람들은 극한 스포츠에 도전할까?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1.최근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바클리 마라톤’에서 최초의 여성 완주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클리 마라톤은 마라톤 42.195km 풀코스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 대회로 나침반 등 어떤 장비도 없이 산길이 대부분인 160km를 60시간 안에 완주해야 한다.BBC 등 외신에 따르면 두 아이의 어머니 겸 수의사인 영국인 재스민 패리스 씨(41)가 3월 22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프로즌헤드 주립공원에서 열린 바클리 마라톤에서 제한 시간을 불과 99초 남긴 59시간 58분 21초에 결승점을 통과했다. 이날 35명의 참가자 중 패리스 씨를 포함해 5명이 완주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혹독한 조건으로 2017∼2023년에는 단 1명의 완주자도 나오지 못했다. 패리스 씨를 포함해 역대 완주자가 20명인데 여성은 패리스 씨가 유일하다. 패리스는 2016년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을 완주하는 등 세계 각지 극한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했다.#2.김규만 굿모닝한의원 원장(66)은 1986년 처음 산악자전거(MTB)를 접한 뒤 4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그는 1994년부터 티베트 고대 왕국인 라다크를 MTB 타고 3회나 횡단과 종단을 시도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해발 3000~5000m 고개에 수없이 좌절했지만 약 800km를 달렸다. 이후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1800km도 종단했다. 중앙아시아의 타클라마칸 사막 종단, 4개의 거대 산맥을 지나가는 카라코룸 하이웨이 등도 MTB 두 바퀴로 달렸다. 100km 울트라 마라톤과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195㎞)도 수 차례 완주했다. 그는 “고통이 극에 달하면 희열이 된다. 그것을 한번 느끼면 못 잊는다. 한의사가 참 답답한 직업이다. 매일 진료 봐야 하는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뻔한 일상에서 재밌게 일탈하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저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것, 정말 정신이 번쩍 나는 일이다”고 말했다.#3.마케팅 전문가 김지원 씨(39)는 지난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한 뒤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입상했다. 지난해 4월 성남누비길 40km에서 5위(6시간12분), 6월 거제 100K 50km에서 4위(8시간5분), 9월 금수산 21km에서 3위(3시간52분)를 차지했다. 10년 넘게 사이클을 탔던 그는 “유럽의 알프스 산맥 170km를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그는 “‘산 100km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 직접 해보면 된다. 고통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 완주하면 자신감도 치솟는다. 고통은 몇 시간이지만 완주의 기쁨은 몇 년, 혹은 평생에 걸쳐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근 국내에서도 극한에 도전하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를 비롯해 사막 250km를 6박7일간 달리는 세계 4대 마라톤(사하라사막, 고비사막, 아타카마사막, 남극마라톤), UTMB, 그리고 50km 100km 트레일러닝 등에 참가자들이 몰리고 있다. 오래전부터 극한의 대명사인 철인3종 철인코스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서도 이런 극한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많이 썼다. 그들은 “그냥 좋아서” “극한을 넘어서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고 했다.도대체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왜 하는 것일까? 스포츠 심리학자인 김병준 인하대 교수에게 물었다. 김 교수는 “최고 난이도의 인간 수행력을 보여주는 도전이다. 이런 도전은 하루아침에 도전하거나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의지가 필요하다. 심리학적으로 네 가지 정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 첫째가 자기효능감이다. 김 교수는 “이런 도전을 하는 사람은 자기효능감이 무조건 높다. 자기효능감은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인데 실제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한 반복 훈련으로 최고 난이도 과제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 둔다. 자기효능감이 높고 생각이나 행동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효능감은 매일 매일의 작고 꾸준한 훈련으로 키운다”고 설명했다.두 번째가 자기결정성, 즉 내적 동기가 높다. 김 교수는 “외적인 이유로 도전을 하면 일시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지만 이처럼 최고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내면에서 나오는 강한 동기, 즉 자신이 스스로 하겠다고 결정했을 것이고, 힘든 신체적 퍼포먼스 그 자체를 어느 정도 즐기고 있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하겠다고 결정을 내렸고, 그 활동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성향이다”고 말했다.세 번째가 통제감의 전이다. 이런 사람들은 최고난이도에 도전하고 성취해낸 자신감으로 삶과 직업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김 교수는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다는 통제감(sense of control)이 도전과 성취에서 얻어지고, 이 통제감으로 삶을 살아가므로 행복도, 삶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고 분석했다.네 번째는 그릿(Grit) 성격. 그릿은 성공과 성취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끈기 있는 태도”를 말한다. 김 교수는 “최고난이도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성격적으로 그릿 소유자일 것이다. 회복 탄력성, 내적 동기, 끈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수행의 영역이다. 한 번 마음 먹으면 몇 번 좌절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탁월한 성취를 해내는 성격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김규만 원장은 “고통이 극에 달하면 희열이 된다”고 했고, 김지원 씨는 “고통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찾아온다”고 했다. 이들이 극한에 도전하는 이유가 있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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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100km 달려보셨나요? 고통 참으면 더 큰 기쁨 와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지난해 초 우연히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봤는데 제 심장이 뛰는 겁니다. ‘그래 저거야. 나도 달려야지’하며 산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포인트를 주는 대회에 출전해 UTMB에 출전할 자격을 갖췄는데 추첨에서 떨어져 못 갔어요. 올해 다시 도전할 겁니다.”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 170km를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다. 전 세계에서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참가 기준이 다소 까다롭다. 러닝 스톤을 쌓는 등 자격을 갖춘 뒤 추첨에서 당첨돼야 출전할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 김지원 씨(39)는 지난해 트레일러닝에 입문한 뒤 트랜스 제주 트레일러닝대회 50km를 완주해 러닝 스톤 2개, 홍콩 트랜스 란타우 트레일러닝 100km 완주해 러닝 스톤 3개를 받았다. 러닝 스톤 5개면 그동안 출전한 사람들의 평균이라 기대했는데 추첨에서 떨어진 것이다.김 씨는 최근 태국으로 한 달간 마라톤 및 트레일러닝 여행을 다녀왔다. 이곳저곳 여행 다니며 태국의 산을 달렸다. 사이클에 빠졌던 2016년에는 유럽에서 석 달 지내면서 피레네산맥과 알프스산맥을 자전거 타고 오르내렸다. 그는 뭐에 끌리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UTMB 완주에 집중하고 있다.사이클을 10년 넘게 탄 김 씨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4월 성남누비길 트레일러닝 대회 40km에서 5위(6시간12분), 6월 거제 100K 50km에서 4위(8시간5분), 9월 금수산 트레일러닝 21km에서 3위(3시간52분)를 차지하는 등 대부분 출전 대회에서 입상했다. 그는 “사이클을 10년 넘게 타다보니 완전 바닥부터 운동한 건 아니다. 훈련법이나 사용하는 근육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하체를 쓴다는 점은 똑같다”고 했다.학창 시절 달리기를 잘했다. 초중고를 다닐 때 계주가 열리면 선수로 나갔다. 반에서 1~3등 안에는 꼭 들었다. 달리는 본능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산을 달린다는 게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무엇보다 저 자신에 집중할 수 있어요. 자연에서 달리면 그 속에서 한없이 자유로워진 저 자신을 느낄 수 있어요. 살면서 느끼는 모든 걱정도 사라져요. 무념무상, 현생으로부터 자유를 찾죠. 또 사이클은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풍경을 즐기기 쉽지 않은데 트레일러닝은 산, 나무, 풀, 바위 등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아요.”김 씨는 원래 사이클마니아였다. 그는 “10여 년 전이었다. 미니벨로를 타고 한강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핸들이 밑으로 굽어진 자전거를 타고 저를 획 지나쳐 갔다. ‘어 뭔데 이렇게 빠르지’라는 생각에 알아봤더니 사이클이더라. 그래서 바로 사서 타고 다녔다”고 했다. 김 씨는 주 3회 이상 사이클을 탔고 주말엔 100km 이상 질주했다.대회도 수십 차례 출전했다. 100km 내외의 장거리 대회인 그란폰도부터 10km 오르막을 타는 힐크라임 대회 등 가리지 않았다. 그는 “체중이 가벼워서 다운힐이나 평지 주행은 조금 불리하지만, 오르막은 강한 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사이클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상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거리 사이클대회 그란폰도에 출전할 기회를 잡았다. 2017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마라토나 돌로미티 138km를 완주했다. 한국 여성 최초 완주였다. 그는 2022년까지 이 대회에 두 번 더 출전했다.“한국에선 유사한 환경이 없어서 훈련하기가 어려워요. 유럽은 평지가 없이 무조건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이고, 업다운이 거듭되지 않고 매우 긴 오르막과 또 마찬가지로 긴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거든요. 해발 2000~3000m 고지대에서 오르막이 10km 이상이에요. 상상이 되세요? 마라토나 돌로미티 대회는 상승고도만 4300m입니다. 차로 가도 힘들어요. 유럽에서 3개월 있으면서 알프스산맥 등을 사이클을 타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유럽에서 힘들어 하는지를 알게 됐죠. 그런 곳에서 사이클 타는 사람들은 정말 달랐어요.”2019년 5월엔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고성 아이언맨 70.3에 출전하기도 했다.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의 하프(수영 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를 마일 단위로 표현한 하프 아이언맨 대회다. 김 씨는 5시간57분에 아이언맨 70.3을 완주했다. 그는 “수영은 이미 배웠고 사이클을 타다 보니 철인3종이 눈에 들어와 달렸다”고 했다.김 씨는 아이언맨 70.3을 달리고 두 달쯤 지나 큰 사고를 당했다. 대회 출전 준비하며 사이클 타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는 “앞니도 깨지고 얼굴이 거의 망가졌었다.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대회 출전을 자제하며 즐기면서 타고 있다”고 했다. 산을 달리면서도 사이클을 타긴 하지만 이제 트레일러닝이 최애 운동이 됐다.“이런 것 있죠. ‘산 100km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 직접 해보면 되잖아요. 고통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찾아와요. 완주하면 자신감도 치솟고요. 고통은 몇 시간이지만 완주의 기쁨은 몇 년, 혹은 평생에 걸쳐 유지할 수 있죠.”김 씨는 주중엔 서울 도림천 등을 5~10km 달리고, 주말엔 주로 관악산 둘레길을 질주한다. 그는 “관악산 둘레길은 32km 정도 되는데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는 어떻게 훈련할까?“페이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몸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저강도로 운동합니다. 50km 대회라면 30km 정도를 완주하는 걸 목표로 뛰어요.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에 주안점을 둬요. 그러다 대회가 3~4일 남으면 아예 푹 쉽니다. 스트레칭 정도만 하고 카보로딩이라고 해서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계속 근육에 저장하는 작업을 하죠. 일종의 에너지원 보충이죠. 그리고 대회 당일에는 페이스를 확 올려서 뜁니다. 그리고 버티는 거죠.”내리막을 달릴 때 위험하진 않을까?“위험하니 조심히 달려야죠. 발을 빨리빨리 떼고 보폭을 짧게 해서 체중을 양 무릎에 왔다갔다 빨리 옮겨주는 게 가장 좋아요. 한 발에 오래 체중을 실으면 부하를 주는 시간이 길어져서 무릎 등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요. 잔 발로 빨리 뛰어 내려가면 체중이 무릎에 주는 부하를 분산시킬 수 있어요.”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도착 직전’이라고 했다. 그는 “가령 100km 코스라면 10km 정도 남았을 때가 가장 기쁘고 설렌다”고 했다. 실제 골인보다 골인이 눈앞에 확실히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 더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또 가장 조심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정을 억지로 억누른다. 마음은 마구 들떠 있지만 그걸 그대로 놔둬서 흥분하면 다칠 수 있다”고 했다.그는 4월부터는 산악안전 봉사조직인 ‘몬츄라 마운틴 패트롤’로 활동한다.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과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산에 가보면 정말 쓰레기가 많아요. 산행 등 아웃도어 활동 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LNT(Leave No Trace)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아하는 산을 오래 다닐 수 있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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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달리는 것 보고 심장 뛰었죠… 트레일러닝에 푹 빠졌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마케팅 전문가 김지원 씨(39)는 최근 태국으로 한 달간 마라톤 및 트레일러닝 여행을 다녀왔다. 사이클에 빠졌던 2016년에는 유럽에서 석 달 지내면서 피레네와 알프스산맥을 자전거 타고 오르내렸다. 그는 한 가지에 끌리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에 참가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초 UTMB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제 심장이 뛰는 겁니다. ‘그래 저거야. 나도 달려야지’ 하며 산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포인트를 주는 대회에 출전해 UTMB에 출전할 자격을 갖췄는데 추첨에서 떨어져 못 갔어요. 올해 다시 도전할 겁니다.” 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 170km를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로 참가 기준이 까다롭다. 다른 대회에 출전해 러닝 스톤을 쌓는 등 자격을 갖춘 뒤 추첨에서 당첨돼야 출전할 수 있다. 김 씨는 지난해 트랜스 제주 트레일러닝대회 50km를 완주해 러닝 스톤 2개, 홍콩 트랜스 란타우 트레일러닝 100km를 완주해 러닝 스톤 3개를 받았다. 러닝 스톤 5개면 그동안 출전한 사람들의 평균이라 기대했는데 추첨에서 떨어진 것이다. 사이클을 10년 넘게 탄 김 씨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4월 성남누비길 40km에서 5위(6시간12분), 6월 거제 100K 50km에서 4위(8시간5분), 9월 금수산 21km에서 3위(3시간52분)를 차지하는 등 출전 대회에서 대부분 입상했다. “산을 달린다는 게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요. 자연에서 달리면 그 속에서 한없이 자유로워진 저 자신을 느낄 수 있어요. 살면서 느끼는 모든 걱정도 사라져요. 무념무상, 현생으로부터 자유를 찾죠. 또 사이클은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풍경을 즐기기 쉽지 않은데 트레일러닝은 산, 나무, 풀, 바위 등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아요.” 김 씨는 원래 사이클 마니아였다. 그는 “10여 년 전이었다. 미니벨로를 타고 한강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핸들이 밑으로 굽어진 자전거를 타고 저를 획 지나쳐 갔다. ‘어 뭔데 이렇게 빠르지’ 하고 알아봤더니 사이클이더라. 그래서 바로 사서 타고 다녔다”고 했다. 김 씨는 주 3회 이상 탔고 주말엔 100km 이상 질주했다. 그리고 한 사이클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상품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거리 사이클대회 그란폰도에 출전할 기회를 잡았다. 2017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마라토나 돌로미티 138km를 완주했다. 한국 여성 최초 완주였다. 그는 2022년까지 이 대회에 두 번 더 출전했다. 그는 “유럽 알프스 등에서 3개월 있으면서 사이클을 타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유럽에서 힘들어하는지 알게 됐다. 유럽은 해발 2000∼3000m 고지대에서 오르막이 기본 10km가 넘었다. 그런 곳에서 타는 사람들은 정말 달랐다. 마라토나 돌로미티 대회는 상승고도만 4300m다”라고 했다. 김 씨는 2019년 대회 출전을 준비하며 사이클을 타다 사고를 당한 뒤부턴 대회 출전을 자제하고 있다. 그는 “앞니도 깨지고 얼굴이 거의 망가졌었다. 가족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대회 출전보다는 그냥 즐기면서 타고 있다”고 했다. 산을 달리면서도 사이클을 타긴 하지만 이제 트레일러닝이 ‘최애 운동’이 됐다. “이런 것 있죠. ‘산 100km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 직접 해보면 되잖아요. 고통을 참으면 더 큰 기쁨이 찾아와요. 완주하면 자신감도 치솟고요. 고통은 몇 시간이지만 완주의 기쁨은 몇 년, 혹은 평생에 걸쳐 유지할 수 있죠.” 김 씨는 주중엔 서울 도림천 등을 5∼10km 달리고, 주말엔 주로 관악산 둘레길을 질주한다. 그는 “관악산 둘레길은 32km 정도 되는데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4월부터는 산악 안전 봉사조직인 ‘몬츄라 마운틴 패트롤’로 활동한다.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과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한 봉사활동이다. “산에 가보면 쓰레기가 정말 많아요. 산행 때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LNT(Leave No Trace)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아하는 산을 오래 다닐 수 있죠.”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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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축제, 서울의 봄을 열다

    한국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17일 10개국 141명의 엘리트 선수와 3만8000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은 마라톤 대회를 4개 등급(플래티넘, 골드, 엘리트, WA)으로 나눠 인증하는데, 서울마라톤은 한국에서 유일한 플래티넘 라벨(최고 등급) 대회다. 이날 국제 부문에선 남녀부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했다. 남자부의 제말 이메르 메코넨이 2시간6분8초로, 여자부의 피크르테 웨레타 아드마수가 2시간21분32초의 기록으로 1위를 했다. 남자부는 1, 2, 3위가 1초 간격을 두고 차례로 결승선을 지났을 만큼 접전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동문까지 이르는 풀코스에 1만8000명,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을 출발해 되돌아 오는 10km 코스에 2만 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해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17일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대회 구간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서울마라톤을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회 개최와 진행에 도움을 준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필리핀 부부도 94년생 동호회도 “잊지못할 코스” 서울 질주 서울마라톤 겸 94회 동아마라톤칠레 부자 “환상 코스서 최고 추억”시각장애러너 “온 세상이 느껴져”… 15번째 참가 60대 “30번 더 뛸 것”이영표-션-박재범도 완주 환호성 산수유가 노랗게 봉오리를 터뜨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변을 따라 색색의 옷을 입은 마라토너가 달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평소 회사원으로 붐비던 무교동 거리도 이날만큼은 마라토너의 차지였다. 이날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은 칠레와 필리핀,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과 국내 러닝크루들로 북적였다. 풀코스(42.195km) 약 1만8000명, 10km 코스 약 2만 명 등 총 3만8000명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국 최대 규모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봄을 맞이했다.● 러닝크루의 ‘성지’로 자리 잡은 도심 축제 2000년생 막내부터 1980년생 ‘큰 형님’까지 2040세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보라매 트랙 러닝크루(BTRC)’는 이번 대회에 50명이 동반 참가했다. 오전 7시 40분경 출발 지점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준비운동을 하던 크루 구성원 이정윤 씨(28)는 “넉 달 동안 추운 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게 연습했다”며 “3시간 30분 이내로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힘차게 목표를 외쳤다. 1994년생 개띠 동갑내기 120명이 모인 러닝크루 ‘멍뭉런’은 이날 풀코스에 17명, 10km에 1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마다 한강공원에 모여 10km부터 차근차근 강도를 높이며 훈련해 왔다고 한다. 올 7월 결혼하는 강재훈 씨(30)와 신문희 씨(30)에겐 이번 대회가 ‘웨딩 동반주’가 됐다. 머리에 흰색 리본을 단 신 씨는 “사랑하는 예비 남편과 아프지 않게 재밌게 뛰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산마라톤클럽과 구리마라톤, 보령마라톤, 제주마라톤클럽, 천안러너스, 광주철인클럽 등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이날 생애 첫 풀코스를 완주한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47)는 “완주는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에 맞는 땀과 노력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가수 션(52)도 풀코스를 완주하고 푸르메재단과 함께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311만 명에 달하는 가수 박재범(37)도 이날 자신의 SNS에 10km 완주 인증샷을 올렸다.● 외국인도 시각장애인도 “최고의 코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필리핀에서 온 19년차 부부 톰 씨(47)와 메일린 씨(46)는 “인터넷에서 ‘한국에서 유명한 마라톤’을 찾아보다 동아마라톤을 알게 됐다”며 “오늘이 한국 여행의 피날레”라고 말했다. 칠레인 무리엘 씨(34)는 고국에서 온 아버지와 함께 10km 코스에 참가하며 “도심 속 코스가 너무 재밌다”면서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남겨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로 15번째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정재각 씨(69)는 “언덕 없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평탄한 코스로 짜여 20년 전부터 러너에게 최적의 무대였다”며 “앞으로도 30번 넘게 계속 참가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VMK시각장애인마라톤동호회장 이민규 씨(40)와 회원 홍은녀 씨(45)는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왼팔을 끈으로 묶은 채 안내를 받아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들은 주 2, 3번 10km씩, 토요일에는 16km씩, 한 달 평균 150km를 뛰며 훈련했다고 한다. 홍 씨는 “달리다 보면 보이지 않아도 온 세상이 느껴진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관중의 응원 소리가 주는 쾌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영인 씨(40)는 2시간 57분 만에 풀코스를 주파해 ‘서브스리’(3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를 달성했다. 목표를 세운 지 2년 만이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와중에 중심을 잡아준 게 마라톤이었다고 한다. 김원용 씨(70)는 기존 개인 기록보다 2분 빠른 1시간 2분 만에 10km를 완주했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재하 군(12)은 아버지 이진형 씨(40)와 10km를 약 56분 만에 완주했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이 군은 “앞으로도 꾸준히 아빠와 달리기 연습을 해 최고의 지구력을 가진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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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만 했는데 복근이 생겼죠… 조만간 3시간 9분대도 도전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체력도 키우고 나른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무작정 혼자 달렸어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눈에 보이는 아무 운동화를 신고 달렸더니 주위에서 ‘조깅화나 마라톤화를 장만해 달리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스포츠용품점을 찾았는데 마라톤화를 사는 사람들에게 10km 단축마라톤 참가권을 주는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참가했죠.”아동복 디자이너 위하라 씨(37)는 2018년 계속 반복되는 야근에 체력이 떨어지자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붐이 일고 있었고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시작했다고 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마스터스마라토너계에서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3월 17일 열리는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출전하는 그는 “이번엔 3시간 15분 이내가 목표다. 그리고 싱글(3시간 10분 미만)을 향해 달리겠다”고 했다.2018년 여름 달리기 시작해 그해 9월 열린 아디다스 마이런 서울 10km를 59분에 완주했다. 그는 “달리는 게 너무 재밌었다. 달리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하프코스도 나갔고, 풀코스도 완주했다”고 했다. 학창시절 체육 시간을 좋아하긴 했지만 특별한 스포츠를 즐기진 않았다. 그런데 몸을 쓴다는 게 이렇게 큰 즐거움을 가져다줄지 몰랐다. 그는 달리기를 시작한 뒤 요가와 헬스, 등산, 패들보드, 클라이밍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다.“전 달리기가 메인이고 다른 운동은 달리기를 잘하기 위한 보조 운동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달리는 친구들이 다양한 운동을 즐기더라고요. 달리기가 하체 위주다 보니 상체도 단련시킬 필요가 있어서 요가와 클라이밍 등을 했죠. 일단 어떤 운동이든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집니다. 기분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2019년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기록은 5시간4분22초. 그해 9월 아디다스 마이런 서울 10km에서는 1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했다. 위 씨가 10km에서 급성장하고 있어 대회 조직위가 페이스메이커를 맡겼다. 그의 10km 최고기록은 41분대.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땐 산으로 갔다. 실내 스포츠 시설은 물론 대부분 실외 시설이 폐쇄됐고, 마라톤 대회도 취소됐기 때문이다. 집(서울 관악구 신림동) 근처 관악산은 물론 도봉산, 북한산, 북악산 등 수도권 산에 올랐다. 서울 한강에서 패들보드를 타기도 했다. 그는 “패들보드 위에서 요가도 했다”고 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자 다시 출전했다. 그가 지금까지 완주한 풀코스는 모두 13번. 그중 최고기록은 지난해 11월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17분36초. 그는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6위로 입상을 해 더 기억이 남는다. 다른 데는 1~3위, 혹은 5위까지 상을 주는데 이 대회는 6위까지 상을 줬다”고 말했다.“제 풀코스 기록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아디다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록이 좋아졌어요. 마라톤 국가대표 유승엽 코치님이 지도해주셨어요. 역시 전문가에게 배우니 효과가 좋네요. 올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을 앞두고는 포카리스웨트가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에서 여자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권은주 감독에게 지도 받고 있어요.”위 씨는 “친구들이 ‘이런 자세로 어떻게 좋은 기록을 내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는데 권 감독님도 자세 교정에 초점을 두고 가르쳐 주고 있다”고 했다. 마라톤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며 달려야 하는데 위 씨는 다소 통통 튀는 주법에 허리를 뒤로 제치며 어색하게 달린다고 했다. 권 감독이 그것을 바로잡아 주고 있다고 했다. 1997년 2시간 26분 12초의 여자마라톤 한국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 감독은 요즘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을 지도하고 있다.위 씨는 포카리스웨트 프로그램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함께 훈련하고 있다. 그리고 평일 스케줄을 받아 소화하고 있다. 그는 “권 감독님께서 시간주를 많이 줬다”고 했다. 주로 트랙에서 60분, 80분, 100분 달리기다. 거리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세에 집중하며 달리는 것이다.위 씨는 혼자 달리기도 하지만 지인들과 함께 질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주 목요일 저녁엔 여성마라톤 동호회 필레이디에서 달린다. 매월 첫 주 금요일은 ‘1987 RRR’,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는 ‘톢톢’이란 동호회에서 달린다. 나머진 친구들끼리 편하게 달린다. 대회를 앞두고 훈련 과정에서 꼭 해야 하는 LSD(Long Slow Distance)가 아니면 보통 5~15km를 달린다. LSD는 30km이상 달리는 장거리 훈련이다.위 씨는 요즘 젊은이들 달리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이런 것 아세요. 젊은 친구들은 달리면서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지도를 만들어요. 일종의 GPS아트라고 하죠. 요즘은 스마트와치 등으로 달린 지역이 지도로 표시되거든요. 저도 코로나 19 때 혼자 달리면서 지도 정말 많이 그렸어요. 그리고 특정 날짜에 맞춰 달리기도 있어요. 3·1절엔 3.1km 혹은 31km, 광복절인 8·15엔 8.15km…. 친구 생일날 달리기. 예를 들어 5월 6일이라면 5.6km를 달리는 겁니다. 그냥 달리기보다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며 달리죠. 정말 재밌어요.”달리면서 봉사도 많이 하고 있다.“달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게 됐어요. 톢톢 러닝크루에서 연탄봉사를 4년째 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을 도와 함께 뛰는 빛나눔가이드러너로 활동하기도 했죠. 지난해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마라톤에서 가이드러너를 했습니다.”달리면서 많은 게 바뀌었다.“원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체질이 아니라 체중엔 변화가 없는데 체력이 좋아졌어요. 무엇보다 그냥 달리기만 했는데 없던 복근도 생겼죠. 한마디로 건강해졌어요. 제가 원래 아침밥도 잘 안 먹고 아침잠도 많았는데 달리면서 아침형 인간이 됐어요. 마라톤 대회가 아침 일찍 열리니 안 먹고 뛰면 힘들잖아요. 그렇다 보니 억지로 아침밥을 먹는 습관도 생겼죠. 친구들과 새벽 달리기도 즐깁니다.”위 씨는 “향후 보스턴, 뉴욕, 시카고, 베를린, 런던, 도쿄 등 세계 6대 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달리기가 진짜 정직한 운동이라서 좋아요. 노력한 만큼 기록으로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더 달리게 됩니다. 함께 ‘의샤’ ‘의샤’하며 뛰는 분위기도 좋아요. 제가 원래는 펀런(즐겁게 달리기) 주의자였는데 최근 기록이 좋아지면서 기록에도 욕심을 부리고 있어요. 무엇보다 달리는 게 즐거워요. 평생 달릴 겁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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