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박희창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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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희창 기자입니다.

ramblas@donga.com

취재분야

2024-04-21~20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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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금투세 줄다리기 시즌2… ‘개미’들만 또 속 타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놓고 두 번째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1년 4개월 전 막을 내렸던 첫 번째 판에서 ‘2년 유예’를 관철시켰던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는 폐지를 들고나왔다. 대통령이 연초부터 직접 나서 공식화한 목표다. 반대편에 선 야당은 그때처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사이 국회의원을 다시 뽑았지만 여소야대는 똑같다. 폐지는 법을 고쳐야 해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와 정부 안팎에선 둘 다 한 발씩 물러나 금투세 시행이 한 번 더 유예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물론 아직까진 양쪽 다 유예에 선을 긋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에 대해 “비겁한 결정”이라며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유예든 폐지든 금투세 시행을 미뤄 부자들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2025년부터 금투세가 차질 없이 시행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첫 번째 판에서도 정부·여당과 야당은 합의 직전까지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두 번째 줄다리기는 언제쯤 끝날까. 앞선 판을 복기해 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정부는 2022년 9월 금투세 시행 일자를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확실하게 시행이 미뤄진 건 그해 12월 23일로 시행 딱 9일 전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도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그때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줄다리기 때처럼 다른 세제 개편 사항이나 내년 예산안 쟁점들과 얽히면 협상용 카드로 쓰이며 올 연말까지 결론이 안 날 수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속이 탄다. 30대 직장인 A 씨는 “다들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고 해서 국내 주식을 정리하고 미국 주식으로 넘어가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해 번 돈이 1년에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내는 구조다. 실제로 세금 부담이 커진 큰손들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면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채권에 투자하는 이들은 더 문제다. 현재 채권 자본차익(매매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지 않는데, 금투세가 시행되면 자본차익이 250만 원만 넘어가도 세금을 내야 한다. 시행에 맞춰 돈을 쓴 곳들도 속이 타긴 매한가지다. 금투세 도입이 결정된 2020년 말부터 3년 동안 국내 10개 증권사가 컨설팅비와 전산 구축비 등으로 투입한 비용만 총 450억 원이라고 한다. 금투세를 걷는 방법 중 하나가 원천징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관련 전산 시스템 등을 개발, 구축해야 한다. 국세청도 금투세 과세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미 230억 원을 썼다. 첫 번째 줄다리기가 한창일 때 한 자본시장 전문가가 했던 말이 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마저 쉽게 뒤집힌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없고 불안정성이 높다’고 여길 수 있어요.” 다시 되풀이된 금투세 뒤집기는 예측 가능성이 없는 국내 정책을 또 한 번 확인시켜줬다. 연말까지 질질 끌지 않고 빠르게 결판을 짓는 게 그나마 남은 신뢰를 지키는 길임을 정부도 여야도 기억해야 한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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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겉포장만 번지르르하고, 구체성 없는 ‘청년 대책들’ [광화문에서/박희창]

    웹툰 작가가 처음으로 초등학생 장래 희망 ‘톱 10’에 든 건 4년 전이었다. 11위로 밀려났던 2021년을 제외하곤 지난해까지 계속 10위였다. 자유롭게 일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도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일 것이다. 실제로 최근 1년 내에 연재를 한 적이 있는 웹툰 작가의 연간 총수입은 평균 6477만 원(2023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이었다. 지난주 정부가 청년 친화 서비스 업종을 육성하겠다며 내놓은 방안에 웹툰 작가 지원책을 담은 건 일견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내용을 짚어볼수록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첫 번째 정책과제로 내건 ‘웹툰 표준계약서 고도화’는 창작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계약을 맺을 때 표준계약서 양식을 사용하지 않는 웹툰 작가의 비율은 지난해 절반이 넘었다. 2021년에는 이 비율이 25%에 그쳤다. 하지만 활용도를 어떻게 높이겠다는 건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상황”이라고 했다. 표준계약서 활용도 점검만 고도화 대책 중 하나로 담아놨다. 하지만 활용도는 이미 매년 하고 있는 웹툰 작가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고도화는 단지 계약서 조항을 손보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표준계약서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 웹툰 작가들이 계약을 맺는 플랫폼 기업 등보다 협상력이 낮은 탓도 있는데, 이에 대해선 아무런 내용이 없다. 심지어 지난해 표준계약서를 모른다는 웹툰 작가의 비율은 33%로 전년보다 4.6%포인트 늘었다. “활용도가 낮은 이유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은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내부 회의에서 할 말이다. 정부는 웹툰 작가의 정신건강 진단 및 관리도 지원하기로 했다. ‘웹 콘텐츠 창작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악성 댓글, 비난성 의견 등에 자주 노출돼 정신질환 위험이 우려된다.’ 정부가 자료에서 설명한 심리상담 지원 강화의 이유다. 웹툰 작가의 77%가 댓글로 작품에 대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달아놨다. 하나의 직업군을 정신질환 위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근거로는 충분치 않다. 웹툰 분야의 취업과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와도 어떻게 연결되는지 의아하다. 수많은 청년 친화 서비스 업종 중 웹툰을 비롯한 웹 콘텐츠 분야를 선정하게 된 과정 자체도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2030자문단 등이 제출한 의견을 바탕으로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업종 후보군을 뽑아 선정했다고 했다. 청년보좌역과 1, 2기 2030자문단을 모두 합하면 40여 명이다. 40여 명의 목소리가 후보군을 도출하는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이야기를 들은 방식도 “비공식적인 편한 자리”였다. 올 들어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4·10총선용이라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청년’ 같은 키워드만 있고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는 정책들까지 계속 급하게 발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포장은 번지르르한데 ‘보여주기’에 그쳐 실효성은 기대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면 이런저런 무성의한 정책들보단 정부 조직 정점에 있는 대통령실의 말이나 행동 하나에 표심이 더 크게 왔다갔다 한다는 걸 알 때도 됐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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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표 안 돼 미뤄진 공룡 플랫폼법… 깜깜이 논란 해소가 급선무

    “그게 표에 도움이 돼요?” 한 여당 의원은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 경촉법)을 두고 이같이 평가했다. 그의 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제정을 돌연 무기한 연기한 이유 중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당초 공정위는 의원 입법 형식으로 빠르게 법 제정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권에선 정보기술(IT)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굳이 논란을 키워 4월 총선 표를 깎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플랫폼 경촉법과 달리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 법안들은 이미 여당 의원들이 발의를 마쳤다. 플랫폼 경촉법은 공정위가 “법 제정이 늦어지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다”고 했던 법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소수의 공룡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미리 지정하고 끼워팔기 등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일부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자를 몰아내기 위해 해온 반칙들을 사전에 방지해 부당하게 독점력을 키우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법의 기본 뼈대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 제도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법 제정 자체를 백지화하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디테일에 대해선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15일 “플랫폼 경촉법과 관련해 주요 파트너들이 공식, 비공식 우려 사항을 제기하고 있다”며 “통상 마찰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규제가 통상 문제가 돼 한국의 통상 정책 역량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적하며 플랫폼 경촉법을 예로 들었다. 플랫폼 경촉법을 둘러싸고 통상 마찰 우려가 커지는 건 운영체제(OS)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구글,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미 재계를 대변하는 미 상공회의소는 플랫폼 경촉법에 대해 무역 합의를 위반할 수 있다며 공개 반대에 나섰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경우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엔 손해이고 중국 공산당에는 선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플랫폼 경촉법에서 금지하게 될 불공정 행위들은 현행법으로도 제재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별도 법 제정 추진에 나선 데는 이미 강화된 독점력을 되돌릴 수 없을 때 제재가 이뤄져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쟁사인 ‘원스토어’에 게임사들이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한 구글에 대한 제재는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 5년 만에 이뤄졌다. 구글은 421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지만 경쟁사 제거 비용치고는 적다는 말들이 나온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필요한 법인 셈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경촉법 제정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두 달 가까이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금지되는 행위를 했을 때 적용되는 제재는 정부만 알고 있다. 다시 의견 수렴을 거치게 된 참에 정부안을 명확히 밝혀 ‘깜깜이 입법’ 논란부터 걷어내야 한다. 그것이 업계와 국회를 설득하고 통상 마찰 우려를 해소해 크게 꺾인 법 추진 동력을 다시 살려내는 출발점이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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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절망적금 된 희망적금… 그 이유 함께 따져봐야

    그에게 ‘청년희망적금’은 희망 한 조각이 됐다. 올해 서른한 살 직장인 A 씨는 “설렌다”고 했다. 다음 달 23일이면 매달 50만 원씩 2년을 부은 적금이 만기가 된다. 정부 지원금까지 더해져 난생처음으로 1300만 원이 넘는 목돈이 통장에 들어온다. 그가 가입한 희망적금은 은행 기본금리에 정부가 주는 장려금과 비과세 혜택을 합쳐 연 최고 10%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원금에 얹어지는 이자는 111만 원으로, 시중은행의 연리 3%짜리 적금보다 75만 원가량 더 많다. 적금을 들었던 모든 청년들이 희망을 찾은 건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청년희망적금 중도해지자는 86만1309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출시 당시 2주간 가입한 이들이 약 290만 명이었다. 10명 중 3명은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깬 셈이다. ‘출생연도별 신청 5부제’까지 운영했는데도 첫날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 먹통이 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던 걸 떠올려 보면 생각보다 높은 중도해지율이다. 7명과 3명의 선택이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A 씨는 “1시간 반 넘게 걸리지만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한 게 컸다”고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그가 받는 월급은 2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회사 근처에 집을 얻었다면 월세로만 최소 50만 원을 내야 했다. 지난해 5월 적금을 깬 20대 B 씨는 “적게 벌 때는 한 달에 120만 원을 버는데 주거비로만 80만 원 가까이 나가니 다달이 50만 원씩 적금을 넣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부모 찬스’를 쓴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고물가까지 겹쳐 본인 벌이로는 생활비도 빠듯하니 아버지가 납입일에 맞춰 자녀의 통장에 매달 50만 원씩을 입금해줬다는 것이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금수저’는 쓸 건 쓰면서 혜택까지 챙긴 셈이다. 상대적 박탈감은 ‘청년절망적금’이라는 말을 다시 불러냈다. 이 적금은 연봉이 3600만 원 이하인 청년만 가입할 수 있었다. 연봉이 낮으면 저금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흙수저’라도 연봉이 높으면 가입이 안 돼 2년 전에도 희망 대신 절망을 넣어 부르기도 했다. 청년희망적금이 흥행에 성공하자 이 정부도 희망적금의 확장판인 ‘청년도약계좌’를 내놨다. 5년 만기인 이 상품은 매달 70만 원씩을 넣으면 최대 5000만 원가량을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인기는 희망적금에 못 미쳤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계좌를 개설한 청년은 51만 명으로 정부 예상치의 17%에 그쳤다. 희망적금 만기를 앞둔 이들 중 도약계좌로 목돈 만들기를 이어가겠다는 청년이 신청 첫날 6만 명이 넘었지만 “5년 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모르는데 어찌 갈아 타냐”는 말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잇달아 증시 부양책을 내놓으며 증권시장이 “누구나 자기 능력으로 오를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가 된다”고 했다. 2년 전 희망적금 최초 가입자가 정부 예상보다 약 8배 많았던 건 2030세대가 기회의 사다리로 삼았던 주식과 코인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컸다. 주식과 코인 투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돈을 잃을 위험도 늘 안고 있다. 청년들이 이들 투자 대신 위험이 전혀 없는 적금을 선택했는데도 보장된 이자를 기다릴 여유조차 없었던 이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 수 있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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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과제라는 말부터 납득 어려운 금투세 폐지 [광화문에서/박희창]

    “명시적으로는 포함이 안 됐습니다만….” 이틀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보고에 참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을 들으며 일단 의문 하나는 해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했을 때부터 풀리지 않던 의문이었다. 윤 대통령 발표 직후 기재부는 “금투세 폐지는 현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라고 했다. 하지만 공약집이나 국정과제 자료집을 다시 들춰봐도 금투세 폐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침 금투세 폐지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냐는 질문이 나왔고 최 부총리가 확인해줬다. 모든 질문들에 답이 ‘명시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간 금투세와 함께 논의해 왔던 증권거래세는 개편 방향을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와 증권거래세가 패키지로 묶여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금투세 폐지 관련 입법 사항을 논의할 때 같이 논의하겠다”고 했다. 여야와 정부는 2022년 금투세 도입을 내년 1월로 2년 미루면서 증권거래세율도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코스피의 경우 증권거래세율은 0%가 적용된다. 금투세 폐지가 불쑥 던져진 정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점이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번 돈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주식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면서 증권거래세까지 매기는 건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왔고, 이를 반영해 금투세 도입과 함께 증권거래세가 인하돼왔다. 정부는 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어떤 조합이 바람직한지 짚어볼 것이라고 했다. 증권거래세의 방향성조차 정하지 않고 금투세 폐지라는 폭발력 있는 세법 개정 사항을 연초부터 발표한 까닭을 알 수 없다. ‘부자 감세’가 아닌 ‘투자자 감세’라는 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최 부총리는 “금투세 폐지는 1400만 투자자를 위한 투자자 감세”라고 말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하게 되고 이로 인한 주가 하락 등 피해는 개미투자자까지 보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일리 있지만 부자 감세가 아닌 건 아니다. 지난해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낸 사상 최고 수익률이 12% 정도다. 개인투자자가 연간 12% 수익률을 내 5000만 원 이상을 벌려면 원금만 4억 원 넘게 필요하다. 금투세 폐지의 이유로 들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에 대한 최 부총리의 설명도 이어졌지만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미국도 주식 시세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학개미들까지 투자를 늘리는 건 국내보다 세 부담이 높아도 투자자 권익 보장 등 투자 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주주 환원율을 제고해 투자 매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세제상 이점으로 승부해 국내 증시를 키우겠다는 건 퇴행적이다. 최 부총리는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1분이라도 더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와 함께 ‘총선용 표심잡기 3종 세트’가 아니라면 고민이 담긴 구체적인 답들을 내놨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포함 안 돼 있지만 국정과제”라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들로는 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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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스스로 ‘경제 사령탑’이라고 답 못 한 경제부총리 후보자

    “이 정부는 경제 컨트롤타워가 누굽니까?” 으레 그랬듯 ‘경제부총리’를 떠올렸다. 19일 열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경제부총리가 할 겁니까. 경제수석이 할 겁니까. 정책실장이 할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경제수석에 더해 대통령실에 장관급인 정책실장 자리까지 새로 만들어져 부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되지 못하고 밀린다는 우려가 많다는 것이었다. ‘경제부총리’라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최 후보자는 “아직 취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드리기는 이르다”고 했다. 대신 ‘사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각에서는 제가 내각에서 할 일, 대통령실에서는 또 정책실장이 할 일을 해서 잘 조율해 나가겠다”며 말을 마쳤다. 야당 의원들이 앞서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질문들보단 답하기 쉬워 보였는데도 최 후보자의 답변은 조심스러웠다. 대통령의 경제 참모를 공식적으로 사령탑이라고 하는 건 본 적이 없다. 최 후보자에게 맡겨진 역할은 분명 경제 사령탑이다. 대통령이 제출한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에는 “글로벌 복합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안정적인 경제 운용을 위한 경제 사령탑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대상자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갖춘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쓰여 있다. 최 후보자의 겸손함을 보여주는 일화로 넘기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건 최근 경제 정책들이 최종 결정되는 과정을 봤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국내 주식 거래로 얻은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으로 높이는 데 부정적이었다. 대통령실발(發)로 기준 완화 보도가 이어졌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2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불과 9일 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완화됐다. 대통령실이 밀어붙였다고 한다. 대통령실 MZ세대 행정관들이 주식 양도세 폐지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시장 불확실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에게 강하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받아들여 대통령실이 검토를 거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것이다. 그 말대로라면 경제 원칙은 뒷전으로 두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증시 부양에 나선 셈이다. 지금까진 한 종목의 보유 금액이 10억 원을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해 세금을 물렸다. 이 때문에 큰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는 게 개미들의 주장이다. 최 후보자는 한 달 전까지 대통령실 경제수석이었다. ‘천재 관료’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그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역학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가 경제 사령탑을 자임하지 못한 건 그렇기 때문에 더 우려스럽다. 경제 정책을 통솔하고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팔로어(follower)’가 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최 후보자는 2016년에는 기재부 차관으로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25억 원(코스피 기준)에서 15억 원으로 낮추는 데 앞장섰다. 경제 사령탑인지 팔로어인지는 그의 취임 후 행보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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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표 되는 법은 속전속결하면서… 공급망 대응은 질질 끄는 국회

    “5000만 원 받고 1억 원 더.” 내년 시행을 앞둔 ‘혼인·출산 증여 재산 공제’는 이 열두 글자로 요약된다. 현재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돈을 받을 때 10년간 5000만 원까진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추가로 1억 원까지 증여세를 안 내도 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미리 증여해 준 재산이 없다면 결혼이나 출산 때 1억5000만 원을 받아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내고 기재위에서 의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두 달이다. 조만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확정될 예정이다. ‘부자 감세’라고 반대했던 야당이 입장을 바꾸면서 처리가 빨라졌다. 야당의 합의 조건인 미혼 출산이 더해지면서 원래 정부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이들까지 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결혼은 안 했지만 아이를 낳은 사람도 자녀가 태어난 날부터 2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받은 1억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를 물지 않는다. 찬반은 엇갈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9월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인 증여 재산 공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56.6%(20∼50세 미혼 성인 기준)였다. 반대하는 이들은 43.4%를 차지했다.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증여받을 재산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을 넘었다. 결혼이나 출산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30%를 밑돌았다. 정부는 결혼과 출산에 보탬이 되기 위해 제도를 도입한다고 했다. 세금 면제 혜택은 증여액이 많을수록 커진다. 기재위 검토보고서는 3억 원을 결혼 자금으로 받을 때 현재는 증여세로 4000만 원을 내지만 공제 제도 시행 이후에는 2000만 원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재산이 많은 부자들에게 유리한 구조인 것이다. 기재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검토 내용을 들은 국회의원 중 누구도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다. 엇갈리는 민심, 누진 구조의 문제점 등이 있는데도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여야는 웬일로 다투지 않았다. 여야의 합심은 요소수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올 들어 10월까지 한국에 수입된 산업·차량용 요소 중 중국산은 92%에 달한다. 2022년보다 20%포인트 불었다. 중국산 요소 가격이 싸기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다시 커졌다. 중국은 내년 3월까지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내년 연간 요소 수출량을 평소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요소수 대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2년간 정부 대응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기업들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비축 물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급망 기본법은 1년 2개월째 국회에 머물러 있다. 신설 위원회 소속 등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입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혼인·출산 증여 재산 공제를 빠르게 처리한 데는 여러 셈법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본인의 재산을 물려줄 때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내년 4월 총선에서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수도 있다. 이제라도 잠깐 짬을 내 국가를 위한 손익계산을 해봐야 한다. 지금도 늦었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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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2030 개미 표심 잡기…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원칙

    1400만 ‘개미’ 표심을 잡기 위한 대통령실과 정부의 발걸음이 바쁘다.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 이튿날 전격 시행한 데 이어 이젠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를 검토 중이다. 주식으로 번 돈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바꿔 초고액 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에게는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주식 한 종목을 10억 원 넘게 갖고 있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코스피는 1%) 이상이면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낸다. 주식 양도세 완화는 이미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 담겼던 사항이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0억 원 이상으로 높이려 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얽히면서 무산됐다. 야당이 금투세 시행을 2025년까지 미뤄 주는 조건으로 주식 양도세 현행 기준 유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금투세 시행 유예가 더 급했던 정부와 여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주식 양도세 완화를 다시 꺼내든 바탕엔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연말마다 국내 증시에선 큰손들이 주식을 팔아 치우는 모습이 반복돼 왔다.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보유액을 과세 기준 밑으로 낮추려고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의 ‘매도 폭탄’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그간 개미들 사이에선 애꿎은 소액 투자자만 피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올 연말에는 대량 매도를 줄여 주가 하락을 피해 간다면 개미들의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공매도 전면 금지 역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들을 의식한 정치적 조치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개미들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공매도를 활용해 주가를 떨어뜨려 돈을 벌고 있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국제 기준에 맞지 않게 한국만 공매도를 금지하는 건 이상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 한다”는 여당의 목표가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 안팎에선 개미들 중에서도 2030세대를 노린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은 증시 부양으로 개미 표심을 잡아야 할 만큼 절박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30세대에겐 투자 수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 개인 투자자 중 20, 30대는 전체의 33%인 464만 명이었다. 21대 총선이 치러지기 직전이었던 2019년 말(145만 명)보다 3배 이상으로 불었다. 문제는 경제 정책의 정치 과잉이 도가 지나쳐 원칙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금을 더 깎아주겠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주식 양도세 완화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훼손한다. 그러나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처음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것처럼 양도세 완화 또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 고쳐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또 “정치 과잉 시대에 유불리를 안 따지겠다”며 선거를 위한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만 벌써 그 말을 잊은 듯하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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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내년 ‘세수 펑크’ 가능성 큰데, 총선용 예산 늘려도 되나

    2024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내년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말들이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세수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세수가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확실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9조1000억 원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실제로 걷힌 세금과 비교하면 올해 세수는 55조 원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펑크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 3분기(7∼9월)에도 대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하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전체 국세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들의 실적을 토대로 걷는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1년 내내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법인세는 올해만큼 걷히기도 쉽지 않다. 세수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내년 세수 부족에 힘을 싣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8월 세수 오차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경기의 급변동이 세수 오차의 주된 요인”이라며 “경기 국면 전환 시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면 당해 연도뿐만 아니라 이후 2, 3년간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며 전망한 내년 국세 수입은 367조4000억 원이다. 내년에 세금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만 더 걷힌다고 해도 20조 원 모자란다. 그런데도 여당은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첫발을 떼기도 전에 민생 예산을 늘리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최근 정부 예산안을 ‘리빌딩’ 수준으로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우선 현재 5조 원가량 편성돼 있는 소상공인 예산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내년 총선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총선 민심을 잡을 수 있도록 예산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이장과 통장에게 주는 수당을 10만 원씩 올려주는 데도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유의동 국힘 정책위의장은 24일 이장과 통장에게 지급하는 월 기본수당 기준액을 40만 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식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들고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장 수당 20만 원, 통장 수당 10만 원 인상’이 자신들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공약이 실현될 수 있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받았다. 한 가정도 살림을 살 때 들어오는 돈이 줄면 씀씀이를 줄인다. 내년 정부의 총지출은 657조 원에 육박한다. 세수 펑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들어오는 돈보다 나갈 돈이 더 많다. 정부는 그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쪽지 예산’ 등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 중동 사태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얼마나 많은 총선용 선심 예산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며 씀씀이를 키울지 지켜볼 일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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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한전 하루 이자 비용만 118억… 시급한 전기료 결정 독립 기구

    4분기(10∼12월)가 시작됐지만 이번 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때를 되돌아보면 최종 결정까진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분기 전기요금은 2분기가 한 달 반이나 지나 결정됐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이 조정안을 만들어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부 산하의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물가안정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4일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4분기에 kWh(킬로와트시)당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료비 연동제를 2021년 시행하면서 정부가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면 올해 45.3원을 인상했어야 하는데 그것에 못 미쳤다”며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전기요금은 19.4원(전력량 요금 기준) 인상됐다. 실제로 요금이 25.9원 오르면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전기요금은 8000원가량 오른다. 한전 사장이 전기요금을 꼭 올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데는 한전의 ‘빚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탓에 2021년부터 올 상반기(1∼6월)까지 쌓인 한전의 적자는 47조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차입금은 131조4000억 원까지 불어났고, 하루에 이자로만 약 118억 원을 내고 있다. 1년이면 4조3070억 원이다. 올해도 수조 원대의 영업손실이 날 한전은 내년이면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추가 한전채 발행마저 막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건 결국 제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서다. 전 정부 때인 2021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급등했지만 요금은 한 차례 3원 인상되는 데 그쳤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던 지난해 1분기(1∼3월)에도 요금을 동결하고 인상을 뒤로 미뤘다. 에너지 가격 변동분을 전기 생산 원가에 반영하도록 한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네 차례 요금 인상이 이뤄졌지만 전기료가 원가에 못 미쳐 전기를 팔수록 손해인 구조는 여전하다. 김 사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독립 기구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도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금통위에서 결정한다. 설령 인상되더라도 어느 누구도 정부 탓으로 비판하지 않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전기요금도 독립된 기관에서 연료비 원가에 따라 결정하면 정부는 부담을 덜 수 있고 국민도 납득하기 쉽다는 취지다. 전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한 인사는 “전기요금은 사실상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와 기재부가 협의해 결정한다고 해도 서민 경제와 밀접한 전기요금을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결정할 순 없었을 것이다. 그는 보고를 받은 대통령이 참모들과 논의해 전기요금을 결정했다고 회고했다. 전기료가 ‘정치요금’이 된 데는 이 같은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 공기업 한전의 부채는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한전 설립 이후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 정치와의 분리를 강조하는 건 아이러니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결정할 독립 기구 도입이 시급한 건 맞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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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무늬만 역대 최저 예산 증가율… 건전 재정이라 할 수 있나

    지난달 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강조했던 숫자 중 하나는 ‘2.8%’였다. 내년 예산 증가율로,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치라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경제 상황, 재정 수요, 국민 기대 등을 종합하면서 건전 재정 끈을 놓지 않는 지점이 어디까지인지 검토하다가 역대 최저인 2.8%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증가율을 0%로 묶어 올해와 같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2.8%만 놓고 보면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정부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년 예산 증가율은 전 정부 5년 평균치보다 5.9%포인트나 낮다. 2005년 이후에 이보다 낮은 증가율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다 정부는 모든 사업을 재검토해 총 23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고 역설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7조 원, 보조금 사업 예산은 4조 원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2년 연속 20조 원 넘는 지출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증가 폭의 단위를 원으로 바꿔보면 역대 최저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짠 내년 예산은 656조9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8조2000억 원 늘어난다. 최대 46조 원 넘게 증가하기도 했던 전 정부 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적은 규모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짰던 2017년 예산 증가액보다는 크다. 2017년 예산은 전년보다 14조3000억 원 늘었다. 퍼센트(%)로 따지면 3.7%였다. 박 정부에서 예산 증가액이 내년 예산 증가액보다 컸던 건 2015년 예산안 하나뿐이었다. 전체 예산 자체가 커진 점을 활용해 역대 최저치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2016년 380조 원대였던 총지출은 올해 630조 원을 넘어섰다. 같은 2.8%라도 630조 원일 때가 증가액이 더 많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통해 ‘알뜰하게 쓰면서 지키는 재정’ ‘살뜰하게 챙기는 민생’ 등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쓸 데는 쓰겠다고 자신하면서 동시에 역대 최저 예산 증가율까지 내걸 수 있었던 건 매년 예산을 크게 늘렸던 문재인 정부 덕분이기도 한 셈이다. 내년에 걷힐 세금이 크게 줄어들어 ‘쓰면서 지키는 재정’을 떠받치기 위해 빚도 낸다. 경기 부진으로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보다 33조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입보다 지출이 45조 원이나 많은 적자 예산을 짰다. 모자란 돈은 적자 국채를 81조 원 넘게 발행해 메운다. 결국 내년 나랏빚은 올해보다 62조 원 더 늘어나 1200조 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자평한다. 이 숫자들이 건전 재정을 가리키고 있는 건지 의아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예산안으로 내년 재정적자는 GDP의 3.9%로 불어난다. 아직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지만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것도 지키지 않았다. 정부는 23조 원이라는 지출 구조조정의 세부 내역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말만 넘쳐나는 건전 재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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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잡으려다 누더기 된 세제… 무너진 조세원칙 바로 세워야 [광화문에서/박희창]

    2021년 3월 둘째 주 인터넷 교보문고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책은 ‘주택과 세금’이었다. 한 권에 7000원인 이 책은 초판 1만 부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 20여 일 만에 4만 부를 더 찍었다. 책에는 취득부터 임대, 양도, 상속 등 집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단계별 세금과 계산 구조가 정리돼 있었다. ‘양포세’(양도소득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주택 세제가 복잡해지자 국세청이 발간한 세금 해설서가 이례적으로 인기를 끈 것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선 부동산 관련 세제는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부동산 양도세 알기 쉽게 새로 쓰기’를 개정안에 담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과열됐을 때는 과세 강화를, 침체됐을 때는 세제 지원 확대를 위한 개정이 누적돼 양도세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했다. 집을 한 채라도 샀다 팔면 다 내는 세금인데도 워낙 어려워 혼란을 초래하는 만큼 쉽게 고쳐 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행 조문은 암호나 마찬가지다. 양도세를 가늠해 보려고 법을 찾아보면 ‘양도소득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에 세율을 적용해 양도소득 산출세액을 계산한다’는 게 계산의 출발점이다. 게다가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취득세 등은 ‘필요경비’로 보고 빼준다는 사실은 조문을 몇 개 더 읽어 내려가야 알 수 있다. 계산에 포함되는 내용들이 흩어져 있어 계산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없다. 이번에 정부는 대략적으로라도 양도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계산 구조 등을 설명하는 개관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본인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1주택자에 해당되는지 역시 법을 읽어 봐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1주택자로 비과세를 적용받으려면 집값이 12억 원이 넘지 않고 2년 넘게 보유하면서 거주 기간도 2년 이상(조정대상지역 기준)이 돼야 한다. 하지만 보유, 거주 기간의 계산 방법 등 관련 사항들은 논리적 연관성 없이 여러 항에 분산돼 있다. 정부는 논리적 체계에 따라 조문을 다시 배열하면서 관련 내용은 같은 항에서 규정하고 복잡한 사항은 도표로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계산 구조도 복잡한데 가독성마저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더 커진다. 지난해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돌려준 세금 중 양도세는 4300억 원이었다. 2016년보다 2.6배 불어난 규모다. 전체 국세 환급금은 6년 새 1.8배 늘었다. 되돌려준 양도세가 유독 큰 폭으로 늘어난 건 복잡해진 부동산 양도세제와 무관치 않다. 잘못 부과된 세금을 바로잡아 달라며 조세심판원에 접수된 양도세 심판청구 건수는 2016년 731건에서 2019년 1142건까지 치솟았다가 줄고 있다. 한 세무당국 관계자는 “세금은 사회과학”이라고 했다. 사칙연산만으로 세금이 계산되는 게 아니고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현실론을 감안해도 부동산 세제가 누더기가 된 데는 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 탓이 크다. ‘예외의 예외’를 덧붙이며 고치다 보니 전문가들도 놓치는 지점들이 생겼다. 이제는 더 이상 세제를 정치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원칙을 세워야 한다. 부동산 양도세 새로 쓰기에서 멈춰선 안 된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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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일하는 노인 매년 늘지만… 체계적 고용정책 안 보인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초 학생들의 기초학습을 도와줄 강사를 모집했다. 1명을 뽑는 데 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8 대 1이었다. 교사로 40년 가까이 일하다 퇴직한 선생님뿐만 아니라 대학원까지 마친 고학력자들도 서류를 제출했다. 선발 과정을 담당한 A 교사는 “일흔이 넘었는데 지원서를 낸 분도 있었다”며 “은퇴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 자체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미 한국의 55∼79세 10명 중 6명은 일을 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5월 55∼79세 고령층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2%였다.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이 60%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3년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65세 넘어서도 일하는 노인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취업자는 326만5000명으로 2017년보다 50% 넘게 증가했다.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9%에 육박한다.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건 수가 많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한 만큼 불가피하다. 이들이 여전히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돈’이 크다. 실제로 전체 고령층 가운데 지난 1년 동안 연금을 받은 이들의 비율은 50.3%에 그쳤다. 이들이 한 달에 받은 전체 연금 수령액은 평균 75만 원이었다. 생활비 등 돈이 필요해 일을 해야 하는 노인들이 많은 셈이다. 고령층의 얇은 주머니 사정은 최근 늘고 있는 65세 이상 여성 취업자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65세 이상 여성 취업자는 167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4000명 늘었다. 6월 전체 취업자는 33만3000명 증가했는데 이들 중 43%가 고령층 여성인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올 들어 숙박, 음식점업에서도 동시에 취업자가 늘고 있고 이들 업종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거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여성 취업자 가운데 일부는 저임금 일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취업에 나서고 있을 수 있단 뜻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을 생활비 측면으로만 들여다보면 놓치는 부분도 있다.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55∼79세 가운데 ‘일하는 즐거움’을 그 이유로 꼽은 이들은 35.6%에 달했다.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도 ‘일의 양과 시간대’(29.6%)를 ‘임금 수준’(20.5%)보다 더 많이 꼽았다. 나이 들어서도 본인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며 일하고 싶은 이들도 많다는 뜻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나이가 같더라도 성별이나 교육 수준, 자산 등에 따라 일자리를 대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지난해 노인 일자리를 비롯해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전체 예산은 약 32조 원이었다. 하지만 예산 편성, 배분 과정에서 체계적인 고령층 고용정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65세 넘어서도 일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는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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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박희창]서민가계 박탈감 키울 수 있는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 대책

    대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50대 후반 A 씨는 “헛살았다”고 했다. 그의 큰아들은 내년 4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5000만 원을 줄 테니 전셋값에 보태라고 말해놨다. 딸에게도 결혼할 때 같은 금액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10년간 5000만 원까진 세금을 안 내고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다. A 씨는 “다들 자식 한 명한테 1억 원이나 1억5000만 원씩 결혼자금으로 턱턱 주냐”며 “그래도 노후에 먹고살 돈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노모의 생활비와 병원비도 본인 몫이라고 덧붙였다. A 씨의 넋두리가 길게 이어진 건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 때문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늘려 주기로 했다. 결혼하는 자녀에겐 5000만 원 넘게 쥐여 줘도 일정 금액까지 증여세를 매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얼마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건지, 어디까지가 결혼자금에 해당하는지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1억 원이나 1억5000만 원으로 공제 한도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결혼과 출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현실을 짚어봐도 공제 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결혼할 때 부모한테 5000만 원 넘는 돈을 지원받는 자녀들이 상당히 많지만 국세청에선 2억, 3억 원 이하의 자금은 출처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아 단속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25만 명 아래로 떨어진 만큼 저출산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재부의 설명대로라면 지금도 5000만 원 넘게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고 세금을 안 낸 신혼부부들이 많지만 태어나는 아기 수는 사상 최저인 셈이다. 부자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합법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아끼며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으니 결혼하라고 하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까. 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는 건 부모한테 손 벌리기 어려운 청년들이다. 자녀에게 1억 원 넘는 돈을 주고도 생활비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부모도 많지 않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5억3500만 원이었다. 여기엔 본인이 살고 있는 집값도 포함돼 있다.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경우에는 4억8300만 원에 그쳤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육박했다. 부모가 성인 자녀한테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재산은 2014년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1994년부터 바뀌지 않고 쭉 3000만 원이었다. 당시 기재부가 밝혔던 개정 이유는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공제 수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였다. 정부가 결혼자금에 한해서라지만 10여 년 만에 다시 증여세 공제 한도 확대에 나서면서 저출산 대응을 내건 건 손부끄러운 일이다. 많은 자녀와 부모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준다. 차라리 결혼자금을 두고 일부 부자들의 탈세가 빈번하지만 국세청 인력을 마냥 늘리긴 어려우니 이참에 양성화하겠다는 게 더 설득력 있는 자세다.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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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통화스와프 8년만에 재개”… 전액 달러방식 될듯

    한국과 일본이 8년 만에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비상시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통화스와프 재개를 발표할 예정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상대국에 맡기고 사전에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빌려오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한일 양국은 2001년 7월 처음으로 2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맺은 뒤 2011년 11월 700억 달러까지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계약을 잇달아 종료한 결과 2015년 2월 양국 간 협정이 완전히 끝났다. 최근 한일 셔틀 외교 복원으로 양국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경제·금융 분야에서도 8년 만에 양국의 협력이 복원된 것이다. 이번 통화스와프 협정은 한국이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일본의 달러화를 빌려오는 구조를 협의하고 있다. 그간 한국은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맺을 때 원화와 엔화를 교환하거나 원화를 제공하고 엔화와 함께 달러화를 빌려오는 방식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이 원화를 맡기면 일본은 달러화를, 일본이 엔화를 제공하면 한국도 달러화를 빌려주는 형식으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 규모는 최소 20억 달러에서 최대 100억 달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가 아닌 달러 스와프로 추진되면서 비상시 달러를 확보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한국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은 상황에서 해외 투자가들이 국내에서 자금을 빼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달러화 강세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달러 강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일본과 달러화 스와프가 체결돼 있으면 심리적 안정효과를 누릴 수 있고, 위기 시 달러 유동성을 긴급하게 늘릴 수 있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일 통화스와프의 구체적인 내용은 29일 양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장관 회의에선 국제금융 의제와 제3국 인프라 공동 진출, 금융안전망 관련 협력, 금융·조세 협력 방안 등도 논의할 예정이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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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 메가스터디-시대인재-종로학원-유웨이 세무조사

    국세청이 메가스터디를 비롯한 대형 사교육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정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정조준하고 나선 가운데 사교육 업체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날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종로학원, 유웨이 등 대형 입시학원 본사에 조사관들을 보내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조사는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가스터디는 “세무조사를 받고 있으며 최대한 협조해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위원들과 사교육 업체 간 유착을 비판하며 대책을 주문한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26일 대통령실은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사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세무조사와 별도로 교육 당국도 대형 학원들을 대상으로 합동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입시학원들은 세무조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A입시학원 관계자는 “다른 학원들도 세무조사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B학원 관계자도 “특정한 몇 곳에 한정된 조사는 아닌 것 같다”며 “당분간 수험생 모집이나 입시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도 수사나 조사를 받는 일 없도록 조심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C학원 관계자는 “매년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데 지금 시기에 나온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무 당국이 학원가 ‘일타 강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국세청은 2010년 말 ‘족집게 논술’ 등 불법·탈법 고액 과외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학원과 스타 강사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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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회복 기대 꺾이고… 엘니뇨에 물가는 들썩

    하반기(7∼12월)를 눈앞에 둔 가운데 여전히 경제 상황에 회복 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산업 현장에선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침체 하반기 성장)’ 흐름이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7∼9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BSI가 91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분기 조사 결과(94)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BSI가 100보다 높을수록 전 분기 대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을수록 반대다. 올 2분기(4∼6월)에 크게 올랐던 긍정 전망이 하반기로 접어들며 오히려 꺾이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내수(94→90), 수출(97→94) BSI가 모두 낮아졌다. 업종별로도 주력 업종인 정보기술(IT)·가전(83), 전기(86), 철강(85) 등에서 기준치를 크게 하회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98), 화장품(93) 업종도 부정 전망이 더 많았다. 주력 업종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던 주요 기관들의 전망과는 다른 흐름이다. 정책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에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를 웃돌 것으로 전망돼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데다 재정 투입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여름 7년 만에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더해 이상 기후로 식량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겨우 둔화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설탕 가격이 뛰는 등 ‘밥상 물가’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인다. 경기 부양 재정 여력 역시 충분치 않다. 올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 원 줄었다.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 수출, 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경제 정책을 운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국민들께서 변화의 결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들이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高물가-中 소비둔화로 3분기까지 침체”… 기업 실적 전망 하향 한은 “물가 다시 뛰어 연말 3%안팎”中시장 ‘리오프닝’ 예상보다 지체기업 62% “상반기 목표달성 어려워”3분기 실적전망도 3개월 만에 낮춰 #1. 삼성전자는 올해 기대작인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1.3배로 잡았다. 전작 출시 때 전년 대비 1.5배로 잡았던 것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다. 가전 사업에서도 가동률 조정, 수익성 제고 등 ‘체질 개선’이 하반기(7∼12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최소 3분기(7∼9월)까지는 시장 침체가 지속될 거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선 올 들어 주요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5월 누적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5만69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 구매력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전망하는 드라마틱한 우상향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업계에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서 주요 지표들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307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상반기(1∼6월) 영업실적도 당초 목표에 미달한다고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올해 계획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응답 기업의 43.5%가 ‘소폭 미달’을 예상했고, 18.9%는 ‘크게 미달할 것’이라고 응답해 62.4%의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대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하향 조정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4조4189억 원에서 이달 26일 기준 3조647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는 ―1054억 원에서 ―2791억 원으로 적자 전망이 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1조5290억 원에서 1조2507억 원으로, 에쓰오일은 6427억 원에서 5265억 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었다. 이 외에 삼성SDI, CJ제일제당, 현대제철, LG생활건강 등 다수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새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지속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19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경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3%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으로 기대됐던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재개)이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 및 재화 소비 둔화 추세가 이어지며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발표한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별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원자재(원유, 천연가스, 석탄) 가격이 10% 상승하면 전 산업의 생산 비용은 0.6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내수 소비도 둔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소비 진작을 위한 통화 정책이나 수출 둔화 문제를 해소할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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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4일부터 10만달러까지 증빙없이 해외송금

    다음 달 4일부터 따로 증빙 서류를 내지 않고 해외에 보낼 수 있는 돈이 연간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약 1억3200만 원)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을 7월 4일 공포,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1999년 외국환거래법 제정 당시 정한 기준이 24년 만에 바뀌는 것이다. 은행에서만 가능하던 개인 환전도 증권사에서 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 메리츠, 삼성, 신한투자, 키움, 하나, 한국투자, NH투자, KB증권 등 9개 증권사에서 가능하다. 현재는 기업들만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KB증권 등 네 곳에서 환전할 수 있다. 기업의 외화 조달 편의를 높이기 위해 대규모 외화 차입 신고 기준은 연간 30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상향된다. 아울러 정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따라 외환 거래와 관련해 자본거래 신고 의무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 대신 경고로 대신할 수 있는 기준액은 건당 5만 달러 이내로 확대된다. 형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자본거래 신고 의무 위반 기준액은 1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높아진다. 외국환 거래와 관련된 사후 보고 의무 위반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200만 원으로 낮아진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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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 배수로 정비해 밭작물 확대… ICT도 접목”

    정부가 쌀 재배가 중심이 되는 논에 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배수 개선 대상지를 32만 ㏊로 확대한다. 농업용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수로에 대한 디지털 계통도를 만드는 등 수자원 관리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2032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올 2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앞으로 농업생산기반 정비계획을 10년마다 세우고 5년에 한 번씩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정비계획에 따라 밭작물 재배지역 배수 개선 대상지는 현재 30만3000㏊에서 1만7000㏊ 늘어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논에 쌀 대신 밭작물을 심으려면 침수가 안 되도록 물을 빨리 빼주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배수로를 통해 물이 원활히 빠질 수 있도록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경지 침수 위험지도 제작을 검토하고, 간척지에 쌀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도록 하는 타 작물 재배구역 단지는 올해부터 지정해 운영한다. 아울러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체 수로 10만4000㎞에 대해 내년까지 디지털 계통도를 만든다. 물 흐름과 들녘별 용수 과잉, 부족량을 파악하기 위한 방편이다. 500만 t 이상의 대규모 저수지는 2025년까지 비상수문 등을 확충해 치수 능력도 확대한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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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올해 성장률 전망 0.1∼0.2%P 낮출듯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낮춰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경기는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1∼0.2%포인트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초 전망을 소폭 하향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6%에서 1.4%로 낮췄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달 말 지표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한 달 동안의 생산과 소비, 투자 현황을 보여주는 ‘5월 산업활동 동향’은 이달 30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들 지표를 토대로 올 2분기(4∼6월) 성장률을 추정한 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이 체감하는 반도체 경기는 13개월 만에 전달보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업종별 전문가 1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월 반도체 업황 현황 전문가서베이지수(PSI)는 105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3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지난해 5월(114)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었다. PSI는 100(전달과 동일)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달 대비 업황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다는 뜻이다. 7월 반도체 업황 전망 PSI도 119로 한 달 전보다 39포인트 상승하며 100을 넘어섰다. 반도체 업황 전망 PSI가 100을 웃돈 것은 지난해 6월(123) 이후 13개월 만이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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