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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사학회는 3일 오전 10시 반부터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대강당에서 제9회 미술사학대회 ‘미술시장과 창작’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서양미술사학회, 한국미술사교육학회, 한국미술이론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후원으로 열린다. 이번 학술대회는 미술작품의 제작과 소비에서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미술시장에 주목한다. 1부에서는 서양 고대부터 중국 근대까지 미술시장이 창작에 미친 영향을 다룬 논문 4편이 발표된다. 주제는 ‘아테네 도기화와 고전기 그리스 도기 시장’(조은정·목포대), ‘대(大) 루카스 크라나흐: 사회적, 종교적, 심미적 요구를 충족시킨 수완가’(한유나·서울대), ‘불석제 불상의 조성과 이운을 통해 본 조선후기 불상 조성의 일면(유대호·조계종 총무원), 19세기 상하이 미술시장과 창작의 대중성 모색(이희정·명지대) 등이다. 2부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2020년까지 한국과 홍콩 아트페어에 관한 주제 발표 4편이 이어진다. ‘한국 현대미술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한 예술성의 변화와 확장 사례 연구’(김민아·앨라배마대), ‘아시아의 미술시장과 수묵화의 당대성’(문정희·국립타이난예술대), ‘경매 재거래로 본 이우환의 작품값 경향’(조상인·서울경제), ‘미술작품에서 미술콘텐츠로: 미술시장과 미술산업’(장수희·덕성여대) 등이다. 한국미술사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는 동서고금 미술시장이 작품 창작이나 생산에 미친 양상을 살펴보며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한 행사”라며 “향후 미술시장과 관련한 제도나 정책을 논의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4650만(홍콩달러), 4750만, 4800만!” 지난달 28일 홍콩 완차이구 하버로드 컨벤션센터의 크리스티 경매장.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회화 작품 ‘꽃’을 두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자 장내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작품은 하나지만 원하는 사람은 여럿. 높아진 가격에도 50만, 100만 홍콩달러씩 호가가 계속 올랐다. 경매사는 객석을 향해 “저녁 약속이 있다면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농담을 건넸다. 결국 ‘꽃’은 5845만5000홍콩달러(약 98억 원)에 주인을 찾았다.● 바스키아-쿤스 블루칩 최고가 주도지난달 28, 29일 열린 크리스티홍콩의 ‘20·21세기 미술 경매’에서는 구사마에 대한 아시아의 여전한 사랑이 돋보였다. 경매에 나온 구사마의 작품은 모두 낙찰돼 총 2억1600만 홍콩달러(약 365억 원)를 기록했다. 20·21세기 미술 경매 낙찰가 총액은 12억 홍콩달러(약 2026억 원)였다. 지난해 5월(18억 홍콩달러)에 비하면 다소 주춤한 수준이다. 지난해는 팬데믹과 경기 부양으로 미술 시장이 달아올랐으며, 이 때 기록은 크리스티 아시아 역사상 두 번째로 높았다.이번 경매에서 최고가 순위를 이끈 건 ‘서양 블루칩 작품’이었다. 장미셸 바스키아의 ‘블랙’은 6260만 홍콩달러(약 105억 원)에 낙찰됐다. 이어 제프 쿤스의 ‘성스러운 하트’(6087만5000홍콩달러·약 102억 원),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의 산책로’(5119만5000홍콩달러·약 86억 원) 순이었다. 크리스티안 알부 20·21세기 미술 공동 대표는 “아시아 경매에서 처음 선을 보인 쿤스와 마그리트 작품이 모두 아시아 컬렉터에게 팔렸다”고 밝혔다. ● 온·오프라인 경매 결합 실험이번 경매는 홍콩이 팬데믹 이후 올해 3월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고 나서 열린 것이다.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본격적으로 실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온라인 경매 참가자를 위한 세심한 연출이 눈길을 끌었다. 경매사는 물론이고 전화 응찰을 위한 좌석에도 방송국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생중계에 나올 것을 대비해 남성 직원도 화장을 하라거나, 카메라가 비추면 미소를 지으라는 지침도 내려온다고 한다. 이번 경매의 온라인 생중계는 29개국에서 760만 명이 시청했다. 경매 신규 구매자 중 절반은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컬렉터였다. 중국 본토 구매자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출품작 전시 공간에는 오프라인 고객을 위해 쿤스와 구사마의 조각을 비롯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미술관처럼 화려하게 배치됐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작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큐레이팅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에서 한국 작품으로는 미국 컬렉터 제럴드 파인버그가 소장했던 이우환의 ‘다이얼로그’가 관심을 모았다. 이 작품은 경합 끝에 1126만5000달러(약 19억 원)에 판매돼 ‘다이얼로그’ 시리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박서보의 ‘묘법 No. 15-76’(약 13억 원), 김창열의 ‘물방울’(8억5000만 원), 이우환의 ‘조응’(5억7000만 원), 정상화의 ‘무제’(1억6000만 원)도 낙찰됐다.“사람-자본-물건 흐름 자유로운 홍콩에 내년 자체 경매장”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태총괄“亞구매자들 제네바 파리 뉴욕대신홍콩서 작품 보고 살수 있게 할 것” 크리스티, 필립스, 소더비 등 세계 3대 경매사는 홍콩의 정치 불안정과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에도 불구하고 최근 홍콩에서 사옥을 확장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크리스티는 내년 여름 홍콩 센트럴 지역에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더 헨더슨’ 타워로 옮겨 4개 층, 4645㎡(약 1405평) 공간을 이용할 예정이다. 그간 홍콩 컨벤션센터를 며칠간 임대해 경매를 열었는데 이제는 자체 건물에서 경매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프랜시스 벨린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28일 만나 사옥을 확장 이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아시아 구매자들이 쓰는 금액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아 구매자가 쓴 돈이 18억 달러라면, 그중 절반은 제네바 런던 파리 뉴욕에서 사용했다”며 “그 작품들을 아예 홍콩으로 가져와 언제든 보고 사고팔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했다. 크리스티홍콩은 2019년부터 뉴욕 런던 파리처럼 홍콩에 자체 경매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다만 코로나19 등으로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 벨린 사장은 “홍콩의 관습에 따라 풍수지리 전문가도 불러 사옥 장소를 보여주었고 아주 좋은 위치라고 확인받았다”며 “평면도를 보고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까지도 세세하게 봐주었다”며 웃었다. 그에게 홍콩의 이점에 대해 묻자 자유로운 흐름과 두터운 컬렉터 층을 꼽았다. “홍콩에서는 사람들의 이동은 물론이고 자본과 물건의 흐름이 굉장히 자유롭습니다. 서구룡문화지구를 포함한 미술 생태계도 성장하고 있고요. 게다가 중국 광둥성, 홍콩, 마카오와 대만에 두터운 컬렉터 층이 있어 아시아 미술 시장을 공략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입니다.” 서울도 프리즈 아트페어를 유치하는 등 아시아의 미술 허브를 꿈꾸고 있다. 그는 서울 역시 홍콩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흐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도 여러 강점이 있지만 수입세와 부가가치세가 없는 상업 중심지를 찾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뉴욕에서 월요일에 보낸 작품을 화요일 오후 홍콩 경매장에 전시하고, 목요일에 다시 뉴욕에 보내는 것을 홍콩에서는 최소한의 서류로 할 수 있죠. 홍콩은 자유항이니까요.”홍콩=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그간 소개드렸던 예술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독특한 지역의 예술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인도 북부 우다이푸르 지역의 18~19세기 회화입니다.종이에 그려진 이 그림들은 워싱턴 국립아시아미술관 새클러갤러리에서 특별 전시로 공개가 되었는데요. 보존을 위해 이번에 전시가 되면 몇 년 동안은 다시 밖으로 나오기 힘든 것들이라고 합니다.제가 전시 종료 2주 전 방문해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특별한 작품이어서 사진으로라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도 인도 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큐레이터 투어를 통해 알게 된 이야기를 최대한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새로 살게 된 수도를 찬양하다 위 작품은 인도 북부 우다이푸르 지역에서 이전까지 그려진 것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회화입니다. 어떤 점이 다르냐면 첫 번째,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를 그렸다는 점, 두 번째는 인물 중심이 아닌 풍경이라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이 지역에서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묘사하는 그림이나, 지난주 살펴 봤던 다빈치의 작품 같은 초상화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에 보이는 그림은 사람은 아주 작게 그려져있고 마치 지도처럼 풍경이 잘 보이죠.위 그림은 호수 위에 왕이 만든 궁전을 아주 자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궁전의 구조가 어떻게 됐는지 또 어떤 나무가 있었는지를 마치 기록하듯 사실적으로 표현했죠.그림을 크게 확대해서 보시면 궁전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물론, 물 속에 헤엄치는 물고기까지 자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그렇다면 왜 이 때부터 우다이푸르 지역의 왕족은 사실적인 그림을 주문하기 시작한 걸까요? 바로 이곳이 왕국의 새로운 수도였기 때문입니다.우다이푸르가 수도가 된 것은 16세기 입니다. 이곳은 과거 수도보다는 비가 불규칙하게 내렸지만 산이 있어 침략을 막기에 유용했습니다.왕국 사람들은 불리한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호수와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최대한 저장했죠. 그리고 이 때 만든 호수 위에 하얀 성도 짓습니다. 그림 속 궁전이 바로 이 성이죠.왕과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 지역은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물이 가득한, 건조한 북서부 인도의 오아시스가 되었습니다.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이곳 사람들은 풍족해진 수도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시작합니다.회색은 기쁨의 색 건조한 지역이었던 만큼 언제 비가 오느냐가 아주 중요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전시된 작품을 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회색’이 우중충한 어둠이 아니라 아주 즐겁고 기쁜 감정을 나타내는 색이었다는 점입니다. 위 그림은 비가 마구 내리는 우기(몬순)에 왕이 말을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기 때문에 하늘은 잔뜩 흐리고, 건조했던 지역이 검은 물로 가득 차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불편하거나 위험한 모습이 아니라, 아주 만족스럽고 흐뭇한 광경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면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까지 세세하게 그어 내려서 묘사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유난히 비가 풍족하게 내린 우기에는 왕을 찬양하고 축복하는 회화가 그려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색채라는 것이 문화와 지역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서양 문화권에서는 노랑색을 두려움이나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도 있죠.감정을 공유하며 결속을 다지다그런데 이 때 우다이푸르의 왕족이 현실을 담은 그림을 그렸던 이유가 또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미학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첫 번째 미학적 이유는, 인도 예술의 역사와 관련이 됩니다. 인도의 철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예술이 어떠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분위기’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봤다고 합니다.즉 종교에 관한 이야기나 인물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지형과 색채를 더욱 현실적으로 반영하면서 이 때 회화는 그곳 사람들이 공유하는 분위기를 담게 됩니다.분위기뿐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며 땅에 대해 갖는 끈끈한 연결고리를 인도에서는 ‘바바’(bhava)라고 합니다. 새 수도를 사람들이 사랑하게 만드는 것을 예술이 해 주고 있었던 것이죠.또 인도 철학자들은 안목이 있는 사람이 좋은 작품을 보면 ‘바바’를 느끼고, 더 나아가서는 최고의 미적 경험인 ‘라사’를 맛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작품에 완전히 몰입해 본질에 닿는 경험이 바로 ‘라사’이죠. 인도의 엘리트와 지성인들은 예술을 통해 이것을 경험하는 것을 가치있는 일로 생각했습니다.두 번째 이유는 당시 인도의 정치적 변화입니다. 18세기 북부 인도는 무굴 제국(1527~1857)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그들과 힘겨루기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우다이푸르 같은 지방 정부는 도시를 건설하고 예술을 움직여 새로운 동맹과 귀족들의 충성을 확보하려고 했죠.위 그림에서 묘사된 것은 왕과 귀족들이 형형 색색의 안료를 뿌리며 즐기는 ‘홀리 축제’의 장면입니다. 이렇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도 유대 관계가 생겼겠죠. 그런데 축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이 축제를 궁정 화가가 그림으로 기록하고, 그림이 완성되면 참석자들은 궁전 내 갤러리로 모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왕과 귀족들이 한 자리에서 그림을 감상했던 것이죠. 행복했던 기억을 담은 그림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참석자들은 감정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을 글로 담아 그림 뒷면에 기록했다고 합니다.이런 모습은 사실 지금 현대인의 일상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도 즐거운 기억을 사진과 ‘인증샷’으로 남기고 되새김질을 하니까 말이죠. 물론 이 때 그림은 아주 값비싼 것이었지만 말입니다.왕과 주변 사람들을 끈끈하게 연결해주는 이미지의 힘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미술관을 둘러보던 중 유난히 관객이 많은 방을 발견했는데요. 그곳 한 가운데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회화가 별도의 유리장에 전시되어 앞 뒷면을 모두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이 작품은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전시된 유일한 다빈치의 그림입니다. 즉 미국에서 다빈치를 보려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린다는 이야기죠. 어떤 작품이고 또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들려드리겠습니다.문밖 자연으로 나온 여인이 작품은 그려진 당시의 관점에서 두 가지 차별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옆모습이 아닌 측면을 비스듬히 보고 있는 여인의 자세이고, 두 번째는 그 배경이 실내가 아닌 야외라는 점입니다.이때 보통 초상화는 완전히 측면에서 본 것이 흔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치 인물이 내 앞에 앉아있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 더 극명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이 혼자 외출하는 것이 드문 시기였는데, 드넓은 자연 속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가 됐죠. 도대체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길래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걸까요?그림 속 여인은 피렌체의 부유한 은행가의 딸 지네브라 데 벤치(1457~1521)로 추정됩니다. 이 그림은 그녀가 16세일 무렵 그려졌고, 당시 다빈치는 22세였습니다. 다빈치 역시 아직 젊은, 베로키오 공방의 조수이자 견습생에서 별도의 주문을 받기 시작할 때였죠. 그럼에도 입체적인 얼굴과 머리칼, 또 나무와 자연의 사실적 묘사가 다빈치 특유의 기교를 보여줍니다.그럼 다빈치는 왜 지네브라의 초상을 그렸을까? 답은 간단합니다. 이때 대부분의 화가는 의뢰받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 역시 인생의 특별한 때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 주문되었습니다.우리가 지금도 생일이나 졸업, 결혼 등 중요한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이 그림은 지네브라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남긴 ‘셀피’와도 같습니다.연구에 따르면 이 작품은 지네브라의 약혼을 축하하며 그려졌습니다. 지네브라의 곱슬머리 뒤로 펼쳐진 나무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요. 당시 여성의 미덕을 상징했으며, 지네브라의 이름과도 발음이 비슷한 향나무(juniper)입니다.이 그림의 뒷면에는 ‘아름다움이 미덕을 빛낸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덕을 갖춘 지네브라가 아름답기까지 해 빛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문구를 감싸고 있는 나뭇가지는 월계수와 종려나무인데요. 이 두 나무는 당시 피렌체 주재 베네치아 외교관인 베르나르도 벰보의 상징이라고 합니다.데 벤치와 벰보가 시를 편지로 주고받은 기록이 지금까지 전해집니다. 이에 따라 그림 속에는 두 사람의 우정도 담겨 있다고 연구자들은 봅니다. 데 벤치에 대한 애정으로 그림을 다 빈치에게 의뢰한 사람이 벰보라는 추측도 있습니다.이 작품은 즉 아름답고 지적인 데 벤치의 약혼을 축하하는 외교관의 선물이었던 것이죠. 다 빈치는 그런 그녀의 지성을 과감한 구도와 풍경으로 돋보이게 만들고 있습니다.여행 가방으로 실어 온 작품작품의 내용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미국으로 오게 되기까지의 스토리입니다. 이 미술관의 큐레이터 데이비드 앨런 브라운이 2018년 현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 작품은 미술관이 1967년 구매해 무려 ‘아메리칸 투어리스터’ 캐리어에 담아 가져왔다고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그 이유는 작품을 최대한 조용히 가져오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원래 유럽 리히텐슈타인의 왕족이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다빈치의 작품, 특히 유화는 세계적으로 몇 점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50년대에 발견된 ‘살바토르 문디’가 2017년 경매에서 5000억 원에 팔려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죠.내셔널 갤러리는 이 작품을 약 500만 달러(약 60억 원)에 구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재정난을 맞이했던 리히텐슈타인 왕가가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빈치의 그림을 팔았다고 하네요. 오랫동안 이 작품에 눈독을 들였던 내셔널갤러리가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입니다.왕족이 돈이 부족해 판 그림을 떠들썩하게 가져올 수는 없었습니다. 미술관은 이 작품을 캐리어에 담아 비행기로 가져옵니다. 물론 화물칸에 싣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캐리어를 위한 별도의 비행가 좌석을 구매했고, 그 옆을 큐레이터가 지키며 그림을 조용히 모셔 왔다고 전해집니다.그리고 이때 미술관의 결정은 다빈치를 보기 위해 수백만 명의 관객이 찾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미술관을 짓는 것은 쉽지만, 좋은 소장품과 전시로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것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우리는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을 보고 싶을까? 그것을 걸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김민기자 kimmin@donga.com}

서울 종로구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영국 화가 캐서린 안홀트의 개인전 ‘사랑, 인생, 상실’이 열린다. 이 전시는 2021년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화가 톰 안홀트가 최선희, 최진희 대표에게 “내가 존경하는 훌륭한 화가가 있다”며 자신의 어머니 캐서린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두 대표는 톰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영국 데번의 작업실을 방문했고 작품에 반해 전시를 열기로 했다. 갤러리 1층에는 아들 톰의 정물화 4점과 엄마 캐서린의 작품이 마주 보고 걸려 있다. 전시 큐레이팅도 아들이 직접 맡아, 자신의 작품이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임을 이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 그는 “캐서린의 작품은 푸딩처럼 따뜻하고 푸근하다”며 “그녀는 한없이 베풀 줄 아는 사람이기에 그림에서도 보는 이에게 이렇게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캐서린은 몇 차례 그룹전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신 책 200여 권을 낸 유명 동화 작가인 남편 로렌스 안홀트의 책에 삽화를 그리며 협업해 왔다. 부부가 만든 그림책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은 2019년 창작 뮤지컬로 만들어져 한국에서 공연됐다. 전시에서 볼 수 있는 20여 점의 신작은 인상파 스타일의 일러스트다. 데번 시골길 풍경과 여행을 다니거나 미디어를 통해 본 사람들의 일상을 밝은 색채로 담았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담은 초상에서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6월 24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박영하 개인전, 학고재 신관서 개막 박영하 화가의 개인전 ‘내일의 너’가 서울 종로구 학고재 신관에서 17일 개막했다. 박 작가는 박두진 시인(1916∼1998)의 삼남이다.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작가는 “아버지의 삶을 통해 작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10년 만의 국내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회화 34점과 드로잉 8점 등 총 42점을 선보인다. 전시된 작품의 제목은 모두 ‘내일의 너’이다. 이는 부친이 던져준 화두로 영원히 새롭게 작업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박 작가는 “예술가는 사회보다 한발 앞서야 하고, 이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고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어두운 색조의 물감을 두껍게 올렸고 그 위로 붓이 지나간 자국이 드러나 질감이 두드러진다.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물감과 안료 분말을 섞어 색칠했다. 특정 사물을 묘사하기보다는 회화 자체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작가는 말했다.獨 샤이비츠 개인전도 본관서 열려 같은 날 학고재 본관에서는 독일 작가 토마스 샤이비츠의 개인전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가 시작됐다. 회화 21점과 조각 2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이 시대에 회화의 문법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는 컴퓨터 프로그램 포토샵에 관한 그림이다. 포토샵을 개발한 놀 형제가 만든 합성 사진을 변형한 회화로, 기하학적 형상과 수직·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선들이 구획을 나눈다. 작가는 포토샵의 등장으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복사하고 붙여 넣으며,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것이 시각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을 회화에 담았다. 전통적 미술사 속 이미지는 물론 만화, 대중매체, 게임,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재를 차용한 것도 특징이다. 컴퓨터 게임에서 나올 법한 색채와 과거 미술 작품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녔던 토끼가 한 작품 안에 함께 있는(작품 ‘에픽 게임즈’) 식이다. 두 전시 모두 6월 17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달 27일 미술 기자들에게 단체 메일이 도착했다.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하는 제 지인이 리움미술관 카텔란의 작품을 먹었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사진과 영상이 첨부돼 있었다. 주인공은 대학생 노현수 씨. 영상에서 그는 바나나를 은색 테이프로 벽에 붙여 만든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떼어내 먹고 있었다.노 씨의 행동은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창의적이지 않다’거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카텔란의 바나나가 관객의 먹잇감이 된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9년 미국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한 예술가가 ‘배가 고팠다’며 바나나를 먹어 언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노 씨도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팠다”고 말했다.노 씨의 행동을 둘러싸고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인 것이 어떤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작업까지 예술이 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바나나, 출발은 개념미술미술관 혹은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건드려서는 안 된다. 관객이 만져볼 수 있는 작품도 최근엔 등장하지만 극소수다. 그런데 작품을 만지는 것도 모자라 먹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바나나 자체가 아니라 작가가 그것을 붙이기로 한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이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 대목에서 마르셀 뒤샹의 작품 ‘큰 유리’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유리 패널 두 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1927년 전시를 위해 운송되던 중 충격을 받아 금이 가고 말았다. 조각 작품이 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고였는데, 뒤샹은 오히려 “작품이 더 좋아졌다”며 그대로 전시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아이디어가 작품을 결정짓는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렇게 세상이 정한 가치가 아니라 나의 기준과 논리에서 중요한 것도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 바로 ‘개념미술’이다.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미술관에 놓고 전시한 작품 ‘샘’(1917년)이 대표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이미 100년 전 발표돼 미술사에 기록된 작품을 패러디하고 있다. 두 작품의 차이점은 이에 대한 반응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뒤샹의 ‘샘’은 전시 직후 미술계의 분노를 샀고,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변기가 예술이라는 그의 도발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미술관에 자연스럽게 입성해 보호를 받는다. 최종철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뒤샹의 샘은 미술관이라고 하는 예술 제도의 권위를 공격해 예술을 혁신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카텔란은 오히려 제도와 결탁해 자신의 명성과 작업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번 해프닝에 대해 다른 해석도 제시했다. 그는 “대학생의 치기 어린 행동 때문에 바나나의 진부함이 가려져 안타깝다”며 “그의 행동을 통해 오히려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오해되는 동시대 미술의 모순적 현상에 대해 고민해 볼 계기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해당 작품에 우리 사회가 주목할 만한 의미가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센세이셔널리즘과 미디어사람들에게 충격을 줘서 주목을 받는 ‘센세이셔널리즘’을 시도한 작가들은 최근 50년간 늘어났다. 거대한 상어 사체를 포르말린 용액에 담가 전시한 데이미언 허스트, 자신의 피를 뽑아 두상 조각을 만든 마크 퀸 등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yBa·젊은 영국 미술가들)가 그들이다. 1980년대 말 공장에 이들 작품이 전시되자 ‘이렇게 엽기적인 것도 예술이냐’며 논란과 화제를 일으켰다. 마크 퀸의 피 두상 작품 ‘셀프’는 작가가 조금씩 뽑은 피를 모아 얼려 5년마다 한 점씩 제작해 냉동 상태로 전시했다. 1996년 만든 ‘셀프’ 작품은 청소부가 실수로 냉동 장비의 전원 코드를 뽑는 바람에 녹아서 사라지면서 또다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을 소장했던 사람이 바로 yBa를 키운 화상이자 광고 재벌인 찰스 사치다. 사치는 20대에 광고회사 ‘사치 앤드 사치’를 설립했고, 영국 보수당의 선거 슬로건 ‘노동당은 일하지 않는다(Labor is not working)’ 등을 히트시키며 회사를 글로벌 대기업으로 키웠다. 이런 미디어적 전략을 활용해 그는 충격적인 작품을 내세워 yBa들을 알리고 그 가치도 높였다. 그 후로 처음의 충격을 넘어설 만한 작품이 나오지 못하면서 yBa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센세이셔널리즘’ 전략은 그 후로 여러 예술가들이 활용했다. 카텔란도 2016년 구겐하임 미술관에 18K 금으로 만든 변기를 전시해 주목받았다. 영국 출신 예술가 뱅크시는 2018년 경매에서 낙찰된 자신의 작품을 절반만 파쇄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제프 쿤스는 1989∼1991년 포르노 배우와 성관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과 조각으로 발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작품 가격, 시대-미학적 가치 등에 따라 변화그렇다면 센세이셔널리즘을 선보이는 모든 작품이 주목을 받는 것일까? 카텔란, 쿤스, yBa를 비롯한 작가들의 관련 작품들이 지닌 공통점은 ‘유명하게 비싼 가격’이다. 이번 해프닝에서도 단순한 바나나가 아니라 ‘1억 원짜리 바나나’를 먹었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총 3개 에디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12만 달러(약 1억5000만 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진다. 비싼 작품이기 때문에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 작품의 가격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19세기 인상파 작가들이 활동하던 프랑스에서는 아카데미의 가장 권위 있는 화가였던 윌리암아돌프 부그로의 작품이 컬렉터들이 가장 원하는 작품이었고, 당연히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보다 훨씬 비쌌다. 그러나 모네가 그린 작품들은 지금 수백억∼수천억 원에 거래되지만 부그로의 작품은 억대에 그친다. 미술 작품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술 작품은 크게 미술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 미디어적 가치, 감성적 가치 등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센세이셔널리즘에 기댄 작품들은 이 중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되는 ‘미디어적 가치’로 가격이 형성된다. 만약 이 작가들이 향후에도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내놓아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면 이 가치는 유지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는 순간 작품의 가치도 하락한다. 즉, 지금 비싼 작품이라고 해서 꼭 중요한 작품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예술 작품에 대한 미학적 판단은 가격이나 유명도와 꼭 동일한 것은 아닌 별도의 영역”이라며 “우리 사회가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면 작품에서 어떤 감동을 받았고 미학적 통찰을 얻는지를 진지하게 토론하고 기준을 세워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1905년 12월 어느 날. 당시 미국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는 찰스 랭 프리어(1854∼1919)로부터 편지를 받습니다. 미국의 수도라는 위상에 걸맞은 미술관을 워싱턴에 짓는 것을 돕고 싶으며, 이를 위해 미술품과 건물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5개월의 협상 끝에 프리어의 뜻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가 이 무렵까지 수집한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2250점을 포함해 사망하기까지 모은 미술품들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프리어가 세상을 떠난 뒤인 1923년, 그가 남긴 9500여 점의 미술품을 토대로 아시아 미술 전문 기관인 ‘프리어 갤러리’가 워싱턴에 세워졌습니다.학교 대신 시멘트 공장 갔던 소년프리어는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많은 아시아 미술품을 수집하고 그것을 정부에 기증한 것일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는 미국이 한창 개발되던 19세기 말, 기차 제조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력가였습니다. 그러나 타고난 부자가 아닌 자수성가한 인물이었습니다. 1854년 미국 뉴욕 킹스턴 지역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4세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중학교를 다 마치지 않았을 때 시멘트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었죠. 그러다 철도 사업을 하던 상사의 눈에 띄어 관련 업계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예술품 수집을 시작한 것은 1890년 무렵. 이때 미국의 경제 사정 악화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프리어는 신경 쇠약을 앓게 됩니다. 1899년 은퇴한 그는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예술에 눈을 떴습니다.제임스 휘슬러와의 만남이달 초 방문한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은 100주년을 맞아 프리어가 일생 동안 교류했던 사람들에 관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은 미국 출신 화가 제임스 휘슬러와의 만남이었습니다. 미술관의 미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 다이애나 그린월드는 “프리어의 소장품 중 1000여 점이 휘슬러의 작품이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휘슬러 컬렉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휘슬러의 작품에 반한 프리어는 그가 있는 영국 런던을 직접 찾아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미술에 큰 관심을 가졌던 휘슬러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프리어의 휘슬러 사랑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미술관에 영구 설치된 ‘피콕 룸’입니다. 피콕 룸은 1876년 런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영국의 운수 사업가 프레더릭 릴랜드의 의뢰로 만들어졌지만 릴랜드는 최종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당초 약속했던 값의 절반만 휘슬러에게 지불했습니다. 이후 1904년 경매에 나온 이 방을 프리어가 구매했고, 27개 상자에 해체해 담아 미국으로 옮겨와 이때 엄청난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 방에 청화백자를 놓았지만 프리어는 이것이 너무 뻔하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그 대신 프리어는 휘슬러의 작품 속 안개가 낀 풍경처럼 어딘가 낡은 듯한 분위기를 좋아했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아시아 각 지역의 도자기들을 다시 배치했습니다. 여기에는 고려청자도 포함되었습니다. 1908년 사진을 복원해 당시 현장을 지금 워싱턴에서 볼 수 있습니다.예술로 유산을 남기다이 피콕 룸을 비롯한 수많은 유산을 프리어는 미국 정부에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 기증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아주 자세한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 또 다른 흥미로운 점입니다. 프리어는 기증 서약을 할 무렵 2000여 점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사망한 후에는 이 기증품이 9000여 점으로 불어났습니다. 자식이나 아내가 없었던 그는 자신이 가졌던 재산의 대부분을 미술관 운영비에 쓰도록 합니다. 건물은 물론이고 미리 작품과 어울릴 법한 모양을 구상하고 알맞은 건축가를 만나 의뢰해 두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산이 아시아 미술을 연구하는 데 쓰이도록 했으며, 새롭게 세워질 미술관에 전문 큐레이터를 채용하는 것도 조건으로 삼았습니다. 프리어가 기증한 건물 내에 소장품 외 다른 것을 전시하거나 외부로 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습니다. 또 프리어 갤러리는 그가 기증한 것 외에 다른 기부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작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장품을 늘리는 것만 가능합니다. 프리어가 자신의 컬렉션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특히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휘슬러의 작품을 중심으로 예술의 맥락을 선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것 같다고 그린월드 큐레이터는 이야기했습니다. 삶에서 이룰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성취 가운데, 프리어는 예술로 자신의 유산을 남기길 원했고 그것을 얼마나 철저히 추구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미국 시민들은 프리어의 기증을 통해 아시아의 수많은 명품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자료 연구까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술에 대한 사랑이 여러 사람의 기쁨으로 번져 나가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워싱턴에서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금요일 오전 7시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하시면 이메일로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김환기(1913∼1974·사진)는 최근 몇 년간 경매 소식으로 유명했고 정작 작품 세계를 조명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소개되지 않았던 김환기를 보여주려 합니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18일부터 열리는 기획전 ‘한 점 하늘…김환기’에 대해 전시를 담당한 태현선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이 15일 이렇게 말했다. 호암미술관이 1년 반 동안의 내부 재단장을 마친 후 첫 전시에서 선택한 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김환기다. 호암미술관의 1, 2층 전시실 전관에서 작품 약 120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1930년대 중반부터 김환기가 세상을 떠난 1970년대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그의 예술세계를 살펴본다. ● 사위 윤형근 집에서 기록 발견전시에는 지정문화재로 등록된 ‘론도’(1938년)부터 전면 점화를 처음 알린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1970년),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당시 환율로 약 132억 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우주’(Universe 5-IV-71 #200) 등 대표작이 포함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김환기의 유품과 편지, 청년 시절 사진, 스크랩북 등의 자료 100여 건이다. 이 자료는 김환기의 장녀이자 윤형근 화백(1928∼2007)의 부인인 김영숙이 자택에 보관하던 것으로, 전시 준비 과정에서 발견됐다. 태 실장은 “유족이 김환기가 소장했던 달항아리를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가 자료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자료를 그저 할아버지가 남긴 물건으로 생각했던 유족들은 2018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윤형근 회고전을 계기로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 전시 이전에는 윤형근과 김환기의 자료가 뒤섞여 있었는데, 준비 과정에서 이들을 분류하고 확인한 것. 윤형근의 아들 내외가 스크랩북과 편지의 존재를 알려주는 등 미술관 측에 도움을 주면서 이번 전시에 미공개 유품과 자료가 공개될 수 있었다. 태 실장은 “그간 제작 연도가 미상이었던 ‘여인들과 항아리’ 관련 기록을 발견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작은 수첩에 ‘늦도록 벽화. 달걀 두 개 먹고 종일 제작. 나대로의 그림으로 밀고 가자’란 짧은 글이 적혀 있었고 1960년에 기록된 것이어서 자연스레 제작 연도가 파악됐다. 그는 “김환기가 신문에 그린 삽화가 꼼꼼히 기록된 스크랩북과 스케치북도 4권이나 나와 향후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대 아우르는 기획전 개최소장품 전시가 주를 이뤘던 호암미술관이 내부를 재단장한 건 이곳에서 전시했던 ‘이건희 컬렉션’ 고미술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데 따른 것이다. 전시실 층고를 최대한 높이고 다양한 전시가 가능하도록 조명과 구조를 바꿨다. 이번 전시를 마친 뒤 올해 말 두 달간 소장품 기획전을 열고, 내년부터 상·하반기 두 차례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고미술은 물론이고 국내외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인다. 현재는 미술관 앞 정원인 ‘희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앞으로 전시만으로도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게 한다는 것.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하나의 미술관, 두 개의 장소’로 전시 및 프로그램을 통합 기획·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9월 10일까지 열리며 관람 2주 전부터 온라인 예약을 받는다. 현장 발권도 가능하다. 1만4000원.용인=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안녕하세요.오늘은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을 만든 장본인, 찰스 랭 프리어(1854~1919)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국립아시아미술관은 미국 워싱턴에 처음으로 생긴 미술관으로(1923년 설립), 올해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 미술관이 생기도록 소장품은 물론 건물까지 기증한 사람이 바로 찰스 랭 프리어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1905년 12월 어느 날. 당시 미국의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찰스 랭 프리어로부터 편지를 받습니다. 미국의 수도라는 위상에 걸맞은 미술관을 워싱턴에 짓는 것을 돕고 싶으며, 이를 위해 미술품과 건물을 기증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5개월의 협상 끝에 프리어의 뜻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가 이 무렵까지 수집한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2250점을 포함해 사망하기까지 모은 미술품들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프리어가 세상을 떠난 뒤인 1923년, 그가 남긴 9500여 점의 미술품을 토대로 아시아 미술 전문 기관인 ‘프리어 갤러리’가 워싱턴에 세워졌습니다.학교 대신 시멘트 공장 갔던 소년프리어는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많은 아시아 미술품을 수집하고 그것을 정부에 기증한 것일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는 미국이 한창 개발되던 19세기 말, 기차 제조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재력가였습니다. 그러나 타고난 부자가 아닌 자수성가한 인물이었습니다.1856년 미국 뉴욕 킹스턴 지역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4세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중학교를 다 마치지 않았을 때 시멘트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었죠. 그러다 철도 사업을 하던 상사의 눈에 띄어 관련 업계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그가 예술품 수집을 시작한 것은 1890년대 무렵. 이 때 미국의 경제 사정 악화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프리어는 신경 쇠약을 앓게 됩니다. 1899년 업계에서 은퇴한 그는 여행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예술에 눈을 떴습니다.제임스 휘슬러와의 만남현재 워싱턴 국립아시아미술관은 100주년을 맞아 프리어가 일생 동안 교류했던 사람들에 관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미국 출신 화가 제임스 휘슬러와의 만남이었습니다.미술관의 미국 미술 담당 큐레이터 다이애나 그린월드는 “프리어의 소장품 중 1000여 점이 휘슬러의 작품이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휘슬러 컬렉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휘슬러의 작품에 반한 프리어는 그가 있는 영국 런던을 직접 찾아 만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미술에 큰 관심을 가졌던 휘슬러의 영향을 받았습니다.프리어의 휘슬러 사랑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미술관에 영구 설치된 ‘피콕 룸’입니다. 피콕 룸은 1876년 영국 런던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영국의 운수 사업가 프레데릭 리랜드의 의뢰로 만들어졌지만, 리랜드는 최종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당초 약속했던 값의 절반만을 휘슬러에게 지불했습니다. 이후 1904년 경매에 나온 이 방을 프리어가 구매했고, 27개 상자에 해체에 담아 미국으로 옮겨왔고 이 때 엄청난 화제가 되었습니다.영국에서는 이 방에 청화백자를 놓았지만 프리어는 이것이 너무 뻔하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대신 프리어는 휘슬러의 작품 속 안개가 낀 풍경처럼 어딘가 낡은 듯한 분위기를 좋아했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아시아 각 지역의 도자기들을 다시 배치했습니다. 여기에는 고려 청자도 포함되었고, 1908년 사진의 모습을 복원한 현장을 지금 워싱턴에서 볼 수 있습니다.예술로 유산을 남기다이 피콕 룸을 비롯한 수많은 유산을 프리어는 미국 정부에 남겼습니다. 그런데 이 기증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아주 자세한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 또 다른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프리어는 기증 서약을 할 무렵 2000여 점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사망한 후에는 이 기증품이 9000여 점으로 불어났습니다.자식이나 아내가 없었던 그는 자신이 가졌던 재산의 대부분을 미술관 운영비에 쓰도록 합니다. 건물은 물론 미리 작품과 어울릴 법한 모양을 구상하고 알맞은 건축가를 만나 의뢰해 두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산이 아시아 미술을 연구하는 데 쓰이도록 했으며, 새롭게 세워질 미술관에 전문 큐레이터를 채용하는 것도 조건으로 삼았습니다.프리어가 기증한 건물 내에 소장품 외 다른 것을 전시하거나 외부로 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습니다. 또 프리어 갤러리는 그가 기증한 것 외에 다른 기부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작품 구매를 통해 소장품을 늘리는 것만 가능합니다. 프리어가 자신의 컬렉션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특히 그는 자신이 사랑했던 휘슬러의 작품을 중심으로 예술의 맥락을 선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것 같다고 그린월드 큐레이터는 이야기했습니다. 삶에서 이룰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성취 가운데, 프리어는 예술로 자신의 유산을 남기길 원했고 그것을 얼마나 철저히 추구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결국 미국의 많은 시민들은 프리어의 기증을 통해 아시아의 수많은 명품 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관련 자료 연구까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술에 대한 사랑이 여러 사람의 기쁨으로 번져 나가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뉴스레터 구독 신청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계절에 따라 오고 가는 철새를 보며 인간은 감상에 젖는다. 한 장소에서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과 달리 저 멀리 나는 철새에게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한데 어떤 철새는 인간이 마라톤을 126회 연속으로 달리는 정도의 거리를 난다는 것을 아는가. 유년 시절부터 새 관찰을 50년 넘게 해 온 저자는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장거리를 나는 새들의 놀라운 능력에 관한 최신 연구를 유려하게 풀어낸다. 오랫동안 조류 연구는 새들이 둥지에 머무는 번식기에 집중됐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철새의 다리에 초소형 위치 추적기를 붙이고, 세계 곳곳에서 확보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한데 모으는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지면서 철새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철새들은 필요에 따라 뇌를 반으로 나눠 반쪽씩 번갈아 잠을 자며 몇 달 동안 이어지는 비행의 수면 부족을 해결한다. 또 300km 떨어진 곳의 불빛을 볼 수도 있으며, 극심한 기아 상황에 몰려도 건강을 유지하기도 한다. 저자는 철새를 연구하는 방법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새들의 놀라운 능력을 위협하는 건 역시 인간이다.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생긴 뒤 붉은어깨도요새 7만 마리가 자취를 감췄고, 환한 도시의 불빛은 새들의 방향 감각을 해친다. 저자는 철새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현장 탐사를 통해 함께 전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재단법인 천만장학회(이사장 문정일)가 예술계 인재를 후원하는 공모전 ‘천만 아트 포 영(ChunMan Art for Young)’ 수상자 전시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삼천리 본사 1층에서 열린다. 천만장학회는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평면 입체 설치 뉴미디어 디자인 등 시각예술 전 분야에서 작품 공모를 진행했다. 켈리 롱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 로라 브레이브먼 전 뉴욕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 등 국내외 전문가가 심사를 거쳐 515명 지원자 중 30명을 선발했다. 최고상인 천(天)은 정주원, 지(地)는 최재혁·노오경, 해(海)는 송석우·곽지수 작가가 받았다. 조유경 외 작가 24명은 인(人)을 수상했다. 수상자들은 천(天) 장학금 1000만 원, 지(地) 700만 원, 해(海) 500만 원, 인(人) 300만 원을 받는다. 또 전시 기간 중 투표를 진행해 인기상 1명에게는 추가 장학금을 제공한다. 천만장학회는 삼천리그룹 창업주 이장균 회장의 아들 이천득, 이만득(현 삼천리그룹 회장) 형제가 사재를 출연해 1987년 5월 1일 설립했다. 두 형제의 이름을 따 만든 천만장학회는 형편이 어렵지만 성적이 뛰어난 고등학생을 후원하는 등 장학 사업을 해왔으며, 시각 예술 공모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2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 방의 주인이었던 찰스 랭 프리어(1854∼1919)는 아시아와 서양 미술을 같은 선에 놓고자 했습니다. 미국 화가가 디자인한 방에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시리아 도자기까지 놓았죠.”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의 큐레이터 다이애나 그린월드가 미술관의 가장 화려하고 역사적인 공간 ‘피콕 룸’(The Peacock Room·공작새의 방)을 소개하며 말했다. 피콕 룸은 NMAA에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약 9500점을 기증한 재력가 프리어의 디트로이트 자택 방을 해체해 미술관으로 옮겨온 것이다. 프리어의 대규모 기증으로 1923년 미국 내셔널 몰에 처음으로 생긴 미술관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 미술관인 NMAA가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NMAA는 1일부터 14일까지 100주년 기념 축제를 개최하며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전시관과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언론사로 유일하게 이곳을 찾았다.● 고려청자와 휘슬러의 만남직접 찾은 피콕 룸에는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1834∼1903)의 회화 ‘도자기 나라의 공주’가 걸려 있고, 공작새 두 마리가 노니는 벽화가 푸른 배경에 금빛 물감으로 그려져 있었다. 아시아의 창호를 연상케 하는 격자무늬 진열장에는 고려청자, 중국 균요 자기, 일본 사쓰마 자기와 시리아 라까 자기 등 아시아의 문화재급 도자기가 놓여 있었다. 피콕 룸의 정식 명칭은 ‘파란색과 금색의 조화: 피콕 룸’. 이 방은 1876년 영국 리버풀에서 휘슬러가 처음 만들었고, 프리어가 1904년 매입해 27개 상자에 담아 배로 미국에 가져왔다. 그린월드 큐레이터는 “과거 이 방엔 중국 청화백자가 놓여 있었으나 프리어가 다양한 아시아 지역의 도자기로 바꾸었다”며 “현 모습은 1908년 사진을 참고해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콕 룸은 지난해 30년 만에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9월 재개관했다. 프리어는 휘슬러와 가까이 지내며 아시아 미술에 눈을 떴다. 1892년부터 사망한 1919년까지 한국 중국 일본과 이슬람 국가 도자기 1300여 점을 수집했다. 한국 미술품은 1890년대 일본 갤러리 야마나카 앤드 컴퍼니의 뉴욕 분점에서 처음 접했고 1907년에는 조선의 미국인 외교관이었던 호러스 알렌의 도자기 컬렉션도 매입했다. 그는 이렇게 모은 미술품들을 비교하며 감상했다. NMAA는 프리어의 이런 정신을 받들어 아시아 미술의 다양성과 연결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다. 체이스 로빈슨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김건희 여사가 미술관을 찾았다. 예정에 없었지만 양해를 구한 뒤 김 여사에게 피콕 룸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피콕 룸을 보는 순간 탄성을 질렀다”며 “피콕 룸으로 우리 미술관의 소장품과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 연구 박차” 미술관에 따르면 소장품 중 한국 미술품은 총 800여 점이다. 이는 중국(1만3000점), 일본(1만5000점)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국보급 문화재들이 포함돼 있다. 고려청자가 다수를 차지하며, 고려 불화도 3점이 있다. 고려 불화는 세계적으로 200여 점이 남아 있다. 한국관에서는 전 세계에 단 3점뿐인 명품 ‘청자 진사 주전자’를 볼 수 있었다. 나머지 두 점은 한국의 리움미술관, 독일 함부르크 미술공예박물관에 있다. 리움 소장품은 국보다. 담당 큐레이터 키스 윌슨은 “청자 진사 주전자의 붉은빛은 동(銅)을 안료로 사용해 내는데, 가마의 온도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까다로운 기법”이라며 “12, 13세기 고려의 선진 기술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로빈슨 관장은 “미술관은 현재 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내외 관련 기관과 협업하고 한국 미술 소장품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2025년말 ‘이건희 컬렉션’ 2개층에 대규모 전시”NMAA 관장-큐레이터 인터뷰“외부 소장품 기획전 최대규모 될 것韓작가 2인, 미술관 새 100년 열어” “한국 현대미술 작가 두 명이 우리 미술관의 향후 100년의 문을 열게 됩니다.”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2일(현지 시간) 만난 현대미술 큐레이터 캐럴 허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올해 10월 NMAA에 새롭게 문을 여는 현대미술 갤러리의 개관전인 ‘박찬경 개인전’의 전시 기획을 맡았다. 미술관 곳곳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 축제에는 갓 만들기, K팝 댄스 클래스 등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김치 만들기 강좌는 가장 먼저 신청 표가 매진될 정도였다. 허 큐레이터와 체이스 로빈슨 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로빈슨 관장에게 먼저 NMAA에서 선보일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25년 말∼2026년 초 새클러 갤러리 2개 층을 이용할 예정으로, 외부 소장품 기획전으로는 가장 큰 규모”라며 “컬렉터 이건희의 비전은 물론이고 우리 미술관 소장품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NMAA에서 열린 뒤 미국 시카고미술관,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으로 순회할 예정이다. 허 큐레이터가 담당하는 박찬경 개인전에서는 ‘늦게 온 보살’ ‘후쿠시마’ ‘소년병’ ‘모임’ ‘시민의 숲’ 등 영상·설치 작품 5점을 선보인다. 허 큐레이터는 “1980년대 어두운 역사부터 세월호 사고, 또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까지 다루는 박찬경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시대와 지역 간의 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2024년에는 미술관 입구에 한국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공간은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얼굴’과도 같은 곳이다. 약 30년 전까지는 근대 일본 조각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허 큐레이터는 “워싱턴의 역사적 공간인 내셔널 몰과 맞닿은 아주 상징적이고 중요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로빈슨 관장은 한국의 미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이유로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 경제 문화적 성장을 꼽았다. 그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위원회’를 비롯한 전국적 단체가 결성되는 등 한국계 미국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미술관도 위원회와 협업해 올가을 추석 페스티벌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로빈슨 관장은 세계적으로 K팝, 한국 음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문화는 일반인이 어렵게 느끼는 미술관에 쉽게 다가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관객들이 아시아 문화를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워싱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23년 8월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암태도 농민들은 지주 문재철에게 7∼8할(70∼80%)에 달하는 소작료를 4할(40%)로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철이 소작료 강제 징수에 나섰고 일제 경찰은 농민들을 위협했다. 1924년 7월 7일 암태도 농민 500여 명이 배 10척을 타고 전남 목포로 향했다. 이후 농민 13명이 구속되자 이번엔 단식투쟁에 나섰다. 1920년대 항일운동으로 꼽히는 ‘암태도 소작항쟁’이다. 항쟁 100주년을 맞아 암태도의 옛 암태농협창고에서 벽화로 그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서용선 작가(72·사진)를 6일 현장에서 만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신안군이 서 작가에게 옛 암태농협창고에서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창고를 둘러본 서 작가는 송기숙 작가의 장편소설 ‘암태도’에서 그린 암태도 소작항쟁을 떠올렸다. 관련 논문 및 자료를 찾고 현지 주민 인터뷰를 통해 작품 주제를 정했다.● 가까이 정밀하게, 멀리서 조망하듯 묘사서 작가는 암태도 소작항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약 330㎡ 규모의 옛 암태농협창고 벽면의 그림들은 모두 보는 시점이 달랐다. 가장 먼저 보이는 입구 오른쪽에는 3·1운동과 동학에 관한 인물과 장소가 상징적으로 묘사됐다. 그 다음엔 배를 타고 목포로 떠나는 농민들을 가까이서 본 모습으로, 또 목포 시내 풍경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형태로 표현됐다. 돋보기 혹은 망원경을 번갈아 사용하며 당시 현장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식투쟁에 나선 농민들의 모습. 다른 부분은 옛 창고의 콘크리트 벽면 위에 바로 그림을 그렸지만, 이 장면은 흰 배경 위에 얼굴을 그려 표정이 더욱 극적으로 드러난다. 서 작가는 “당시 여성 농민 고백화가 ‘우리만 돌아간 데도 소작권을 다 빼앗긴 몸으로 살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연설했던 기록이 있다”며 “죽음을 무릅쓰고 목포지청까지 나온 심정을 생생하게,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다양한 이들 작업 참여단식투쟁 작품 옆으로는 항쟁 주도자들의 재판 장면이 펼쳐진다. 이 그림은 서 작가가 드로잉 밑그림만 그리고 25개 조각으로 나눠 여러 사람이 색칠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목수현 근현대미술연구소장, 박치호 안혜경 작가, 주부 홍미경 서혜숙 씨 등 다양한 이들이 손을 보탰다. 사건의 의미가 여러 참여자들의 몫으로 확대된 것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서태석(1885∼1943)이다. 독립운동가인 서태석은 7년간 암태도 면장을 지내며 신망받던 인물로 소작인회를 조직했다. 그와 함께 동아일보 목포지국에서 일했던 독립운동가 박복영이 암태도 소작항쟁의 주도적 역할을 맡았고, 동아일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소작료는 4할로 타결돼 농민들이 승리했다. 이후에도 독립운동을 이어가던 서태석은 수차례 수감 생활과 고문으로 정신분열증을 앓게 된다. 서 작가는 “동네 서당에서 큰 소리를 치는 등 증상이 심했다. 누이가 있던 압해도 밭두렁에서 숨졌는데, 일설에 의하면 벼를 움켜쥐고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런 장면은 벽면에 크고 강렬하게 묘사됐다. 창고의 출구 옆에 그려진 마지막 장면에서 암태도 소작항쟁은 서태석이라는 한 인간이 겪었던 인생의 한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서 작가의 작업은 현재 60∼70% 진행된 상태다. 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암태도 소작항쟁을 알리고, 일제의 압제와 수탈에 맞섰던 농민들이 당시 느꼈을 여러 감정을 다각도로 표현해 역사를 사람들의 이야기로 풍부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완성된 작품은 항쟁 100주년을 맞는 8월쯤 공개될 예정이다. 암태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배우 강수연(1966∼2022)의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이 6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고인의 생전 작품을 상영하는 추모전은 6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7∼9일 메가박스 성수에서 각각 진행된다. ‘씨받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처녀들의 저녁식사’ 등을 상영한다. 영화 상영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김여진, 박중훈, 예지원이 참석해 관객과 대화를 나누며 강수연을 회고한다. 이달 중순에는 강수연 추모집도 발간된다. 강수연의 앨범에 있던 미공개 사진을 비롯해 봉준호 감독, 배우 설경구 등 영화인의 추모글이 수록된다. 추모전을 기획한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동호)는 학술서 발간을 비롯해 추모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수연은 지난해 5월 7일 뇌출혈로 별세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들이 2025년 11월∼2026년 1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전시된다.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 특별전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이 전시에서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사진)를 비롯한 미술품 250여 점이 소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미국 스미스소니언재단과 양국 문화기관의 교류와 협력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스미스소니언재단 소속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진행된 체결식에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과 머로이 박 스미스소니언재단 부총장이 참석했다. 양해각서에 따라 문체부 산하 23개 국립박물관·미술관 등 국내 문화예술기관과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기관인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21개 문화예술기관은 학예 연구와 전문성 함양을 위한 인력 교류, 예술·역사·고고학·문화·보존과학 등 분야의 공동 연구, 전시 및 소장품 대여, 역사·문화 관련 대중 프로그램 공동 주최 등에서 협력하게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1945∼2006)과 이태석 신부(1962∼2010)를 기리는 특별전 ‘바로 우리’를 기념한 앨범(사진)이 28일 공개된다. 가수 이이언, 밴드 크르르, 함병선, 황푸하, 김사월 등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타이틀곡 ‘We All In This Together’로 참여한 이이언은 “지금의 인류는 무인도에 표류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독립적 개인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됐다”며 “가장 연약하고 취약한 곳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밴드 크르르는 첫 번째 트랙 ‘그림일기’, 함병선은 봄날의 따스했던 기억을 담은 ‘우수수’로 참여했다. 함병선은 “(음악을 만들며) 누군가 날 꼭 안아주었던 일을 떠올렸다”며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여러분의 마음도 그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푸하가 작사·작곡한 마지막 곡 ‘용감한 사랑’은 김사월이 편곡과 특별참여로 함께했다. 이 곡의 가사 ‘모든 총부리 녹여 빛나는 나팔 만들어 불자’는 대목은 내전으로 피폐해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청소년 브라스밴드를 만들었던 이태석 신부의 삶을 연상케 한다. 음원은 28일 오후 6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공개되고, LP 앨범도 6월 15일 나온다. ‘바로 우리’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도 곡을 들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태석 신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부활’과 이종욱 전 사무총장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백신 황제 이종욱, 나는 행동한다’도 상영된다. 전시는 5월 8일까지 이어지며 윤형근 김창열 천경자 박서보 등 유명 작가와 콰야 잠산 김지희 기안84 등 신진 작가, 이갑철 민현우 이다영 등 사진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95세에 처음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올해 98세가 된 정옥희 씨가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는 다음 달 2일까지 정옥희 개인전 ‘자연의 풍경’을 개최한다. 3년 반 동안 정 씨가 그린 수채화 200여 점 중 50여 점을 골라 선보인다. 1925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7남매를 키워 온 정 씨의 그림에는 기억 속 시골의 정겨운 풍경과 집, 사람들과 동물들이 소박하게 펼쳐져 있다. 박명인 미술평론가는 “인물이나 인간과 같이 생활하는 동물들은 가식이 없고, 마음이 가는 대로 연상되는 대로 묘사해 순수하다”고 평했다. 5년 전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이 정 씨가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됐다. 입원 중 “일제강점기 초등학생 때 그림을 잘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정 씨의 사위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이 수채화 물감과 붓을 선물했던 것. 이들 받아든 정 씨는 휠체어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매일 혼자 2∼3시간씩 그림에 집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됐을 때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덕분에 건강까지 회복하면서 100세를 앞두고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 무료.}

동그란 구슬이 굴러가며 노란 원뿔, 긴 복도, 원형 공간을 지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나선 램프, 원형 정원 등 주요 건축물을 빗대어 만든 모형이다. 작품은 건축가 박희찬이 만든 ‘리추얼 머신’. 그는 “과천관 특성상 동선을 따라 순례하듯 전시를 보는 관객을 순례자에 빗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젊은 모색’전이 올해는 ‘미술관을 위한 주석’이라는 주제로 27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는 김경태, 김동신, 김현종, 뭎(손민선 조형준), 박희찬, 백종관, 씨오엠(김세중 한주원), 오혜진, 이다미, 정현, 조규엽, 추미림, 황동욱 등 13인(팀)이 참여해 미술관의 공간, 전시, 경험을 사유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들은 미술관 공간의 특성, 전시 과정에서 생기는 디자인적 요소, 미술관에 대한 관객의 경험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그간 ‘젊은 모색’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개성 있게 보여준 것과 달리, 미술관이라는 큰 주제가 좀 더 두드러진다. 1981년 ‘청년작가전’으로 시작된 ‘젊은 모색’은 이불 최정화 서도호 등 유명 작가를 배출해왔다. 특히 주제를 먼저 정하고 작가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2년간 주목받는 신진 작가를 선정하고 그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라는 고유한 특성이 있었다. 이번에는 장르가 건축, 디자인, 사진, 영상으로 한정됐다. 정다영 학예연구사는 “건축 디자인을 그간 다룬 적이 없었고, 장소로서 미술관을 탐색하는 전시를 꾸리려다 보니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9월 10일까지. 입장료 2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리움미술관은 한국미술사학회와 29일 오전 10시 ‘조선백자 연구의 현재’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은 세션 1,2로 나누어져 있고 연구자 6명의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조선시대 백자에 대해 논의한다. 현재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과 연계된 세미나다. 오전 시간에는 백자 기종별로 담긴 의미에 초점을 둔 세션 1 발표가 이어진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의 구혜인 박사가 ‘조선 왕실 혼례용 백자용준의 용도와 조형’을 발표한다. 이화여대 윤효정 교수는 ‘조선 왕실의 주기와 다기로 사용된 백자 잔과 받침’ 연구를, 경기도자박물관 김경중 학예연구사는 ‘백자 ‘제(祭)’명 접시의 변천‘ 연구를 발표한다. 심포지엄 후반부인 세션 2에서는 백자를 둘러싼 다양한 논점을 다룬다. 박정민 명지대 교수는 ‘조선 전기 관요 백자의 최대 소비지, 한양도성’을, 김은경 덕성여대 교수는 ‘다채백자와 단색백자 - 조선 후기 신(新)채색 백자의 출현과 전개’를,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정은진 학예원은 ‘근대 일본인에 의한 조선백자 수집과 연구’를 발표한다. 학술대회는 온라인을 통해 사전 예약 후 참가할 수 있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