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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은 네덜란드 경제의 ‘메시’다.”미키 아드리안선스 네덜란드 경제기후정책장관은 28일(현지 시간) ANP통신에 자국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6000억 원)를 투입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내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ASML이 네덜란드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세계 최고 축구선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맞먹으며, 이런 중요한 기업의 본사 해외 이전을 막으려면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6일 베토벤 작전을 예고한 지 한 달도 안 돼 예산 규모와 사업 내용을 구체화해 반도체 지원 속도전에 나섰다. 25억 유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ASML 본사가 있는 아인트호벤을 관할하는 지방정부도 함께 조달한다고 소개했다. 국가 대표 기업을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가 ‘원팀’으로 총력을 쏟겠다는 취지다.ASML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다. EUV를 이용하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5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위해 꼭 필요한 장비라는 의미다. 28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3818억 달러로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에 이은 유럽 3위다.에인트호번 일대에는 ASML은 물론 필립스 등 주요 기술 기업이 자리했다. 또 ASML 본사 직원 약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이다. 에인트호번 일대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와 맞먹는 네덜란드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유다.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이 돈을 에인트호번 일대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쓰기로 했다.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역 고속도로와 철도를 새로 건설하고,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에인트호벤 공대에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ASML은 “에인트호번을 ‘기술 허브’로 키우기 위한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실패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부는 조만간 법인세 인하, 세금 감면 등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앞서 2018년 정부가 배당세를 강화하자 정유기업 셸, 소비재기업 유니레버 등이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이 제1당에 오르자 재계에서는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돼 고급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힘들고, 외국 기업의 투자 또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실제 우파 성향이 강화된 의회는 최근 고숙련 이주 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현지 기업가 설문에서는 ‘네덜란드를 사업하기에 매력적인 국가로 보지 않는다’는 답이 44%였다. 1년 전 28%보다 16%포인늘었다. ‘네덜란드를 떠날 것을 고려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13%에서 20%로 증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2010년부터 14년째 장기 집권 중인 ‘동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여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로 위기를 맞았다. 최측근 로간 언털 총리실 내각 장관이 검찰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부 폭로’를 계기로 장기집권 과정에서 축적된 시민들의 분노가 터지며 “총리 사퇴”를 외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오르반 총리는 집권 내내 반(反)난민, 반이슬람 노선 등 노골적인 극우 성향을 보이며 반대파를 탄압해 논란을 불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6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오르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려 시민 수천 명이 운집했다. 시위대는 밤늦게까지 의회로 행진하며 “오르반 총리는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석자는 횃불을 손에 쥐고 참석했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법조인 출신의 외교관이자 여권 내 스타 정치인으로 주목받던 머저르 페테르(43)가 오르반 정권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며 정계를 뒤흔든 데서 비롯됐다. 이날 머저르는 전 부인이자 오르반 총리의 또 다른 측근인 버르저 유디트 전 법무부 장관과 결혼 상태였던 지난해 1월 나눈 2분짜리 음성 파일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현직 법무부 장관이었던 버르저는 로간 장관이 집권 피데스당 유력 인사의 비리 수사를 두고 검찰에 증거 삭제를 지시한 정황이 있음을 언급했다. 머저르는 이 음성 파일을 검찰에 증거로 제출하며 “오르반 정권의 조직적인 수사 무마, 증거 인멸 정황 등이 담겨 있다. 그들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오르반 총리의 리더십을 뒤흔드는 스캔들”이라고 평가했다. 머저르와 버르저 전 장관은 젊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녀 정계의 파워 커플로 불렸다. 대중매체에도 종종 등장했지만 지난해 3월 17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연 끝냈다. 머저르는 이혼 후 본격적으로 반(反)오르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하며 지지 기반을 넓혀 왔다. 15일에는 피데스당을 대체할 새로운 보수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 오르반 총리의 반대파나 26일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르반 정권의 내부 상황을 속속들이 아는 머저르가 장기 집권을 청산하는 데 기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다만 의회 199석 중 피데스당(116석) 등 여권이 총 135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르반 총리의 사퇴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건의 형사 기소와 여러 민사 소송에 따른 법률 비용 급증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21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르면 2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우회 상장하기로 했다.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장을 통해 최소 35억 달러(약 4조6900억 원)를 벌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의 경쟁자이자 트럼프 캠프보다 모금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자금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월가는 트루스소셜의 기업 가치를 최소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 트루스소셜의 모기업 ‘TMTG’는 상장을 목표로 이미 NYSE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DWAC는 TMTG 인수안을 주주 표결에 부치기로 했고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상장에 성공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보유 주식을 팔 수는 없다. 미 금융당국이 최대주주는 상장 후 6개월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을 부풀려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심 진행을 위해 필요한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건의 형사 기소와 여러 민사 소송에 따른 법률 비용 급증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이르면 2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우회 상장하기로 했다.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장을 통해 최소 35억 달러(약 4조6900억 원)를 벌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21일 보도했다. 11월 미 대선의 경쟁자이자 트럼프 캠프보다 모금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자금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월가는 트루스소셜의 기업 가치를 최소 60억 달러(약 8조 원)로 추정하고 있다.트루스소셜의 모기업 ‘TMTG’는 상장을 목표로 이미 NYSE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22일 DWAC는 TMTG를 인수안을 주주표결에 부치기로 했고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종목 코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을 딴 ‘DJT’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상장에 성공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장 보유 주식을 팔 수는 없다. 미 금융당국이 최대 주주는 상장 후 6개월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가 상장 후 해당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자산을 부풀려 대출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심 진행을 위해 필요한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공탁금 납부 기한인 25일을 넘기면 검찰이 부동산 등 그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의 정체성이 담긴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네 살인 제 딸이 커서 읽으면 좋겠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에 오른 아동소설 ‘기프티드 클랜(The Gifted Clans)’ 시리즈를 쓴 한국계 뉴질랜드 소설가 그레이시 김(38·김성은)이 최근 주한 뉴질랜드대사관 초청으로 양국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18일 서울 중구에 있는 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김 작가는 “한국 문화는 이야깃거리가 정말 풍부해 가져다 쓸 소재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세 살 때 뉴질랜드로 이민 간 그는 2019년부터 전업작가로 활동했다. 대표작 ‘기프티드 클랜’ 3부작(2021∼2023년)은 미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한국계 청소년 마법사들이 펼치는 모험담을 담았다. 2010년대생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NYT 어린이도서 부문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김 작가는 “도깨비와 호랑이가 나오는 이야기를 할머니가 자주 들려주셨다”며 “내 역할은 나만의 고유한 감각을 덧대 미래 세대에게 이야기의 바통을 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프티드 클랜엔 재치 있게 변주한 한국 소재들이 여럿 등장한다. 마법 능력이 없는 주인공을 지칭하는 표현은 ‘사람(saram)’이며, 아이들은 미국의 대표적 한국 마켓체인인 ‘H마트’ 치킨 코너를 통해 마법사원으로 들어간다. ‘귀신(gwisin)’ 전용 모바일 메신저로 돌아가신 할머니와 대화하는가 하면,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이 치유 능력을 지닌 ‘곰 종족’의 수호신으로 등장한다. 김 작가는 뜻하지 않은 계기로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뉴질랜드 외교관으로 약 10년 동안 중국과 대만 등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베이징에서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 뒤 몇 개월 동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생활을 하며 “어른이 된 뒤 잊고 지냈던 호기심과 마법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에서 보듯 최근 영미권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불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이민)’ 콘텐츠 열풍에 대해선 “디아스포라를 직접 경험하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인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는 보편적 감정이라 울림이 큰 것 같다”고 짚었다. 김 작가는 “기프티드 클랜 역시 가족에게 인정받고 마법 세계에 소속되려는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뤘다”며 “이민자 서사의 물결이 풍부해진 덕분에 즐거움과 마법에 대해 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1부 ‘The Last Fallen Star’(2021년)는 내년 한국어로 번역돼 국내 출간된다. 2, 3부 ‘The Last Fallen Moon’(2022년), ‘The Last Fallen Realm’(2023년)도 국내 출간될 예정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이 든 자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빈자의 대변인’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프란치스코 교황(88)이 첫 회고록을 출간한다. 교황은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의 세계가 밟아온 길을 짚어 봤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AP통신 등은 16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고록 ‘인생: 역사를 통해 본 나의 이야기’(사진)가 19일 출간된다”고 보도했다. 회고록은 교황이 이탈리아인 기자와 여러 차례 진행한 대담을 엮어 펴낸 것이다. 교황이 어린 시절 경험부터 전쟁과 독재 등 역사적 사건들이 준 영향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교황은 회고록에서 신학생 시절에 우연히 만난 한 여성에게 한눈에 반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삼촌 결혼식에서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머리가 핑 돌았다”며 “일주일 동안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었고 기도도 잘 못했지만 다행히 (감정이) 지나갔다”고 떠올렸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가정을 꾸린 부모가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던 모습이 자신에게 큰 인상을 남긴 사실도 전했다. 축구를 좋아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와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바티칸에서 마라도나를 만난 교황은 “어느 쪽이 ‘죄지은 손이냐’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핸드볼로 넣은 결승골로 평생 ‘신의 손’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교황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꼽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도 깊이 있게 다뤘다.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와 일본 원폭 투하, 아르헨티나 페론 정권 독재, 9·11테러 등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이 삶의 고통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내면의 혐오와 증오를 뿌리 뽑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했다. 교황은 가톨릭 내부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나는 최악의 모욕에는 귀를 막고 있다”며 “바티칸은 유럽에 남은 마지막 절대왕정 같다. 교회 내 권모술수는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보수파의 반발에도 동성 연인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 2013년 77세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만성 호흡기 질환 등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며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다. 결실을 맺어야 할 프로젝트가 많다”고 답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이 든 자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빈자의 대변인’이라 불리며 사랑받는 프란치스코 교황(88)이 첫 회고록을 출간한다. 교황은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우리의 세계가 밟아온 길을 짚어 봤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AP통신 등은 16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고록 ‘인생: 역사를 통해 본 나의 이야기’(사진)가 19일 출간된다”고 보도했다. 회고록은 교황이 이탈리아인 기자와 여러 차례 진행한 대담을 엮어 펴낸 것이다. 교황이 어린 시절 경험부터 전쟁과 독재 등 역사적 사건들이 준 영향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교황은 회고록에서 신학생 시절에 우연히 만난 한 여성에게 한눈에 반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삼촌 결혼식에서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머리가 핑 돌았다”며 “일주일 동안 다른 생각을 하기 힘들었고 기도도 잘 못했지만 다행히 (감정이) 지나갔다”고 떠올렸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 가정을 꾸린 부모가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던 모습이 자신에게 큰 인상을 남긴 사실도 전했다.축구를 좋아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와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바티칸에서 마라도나를 만난 교황은 “어느 쪽이 ‘죄지은 손이냐’고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핸드볼로 넣은 결승골로 평생 ‘신의 손’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교황은 회고록에서 자신이 꼽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도 깊이 있게 다뤘다. 제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와 일본 원폭 투하, 아르헨티나 페론 정권 독재, 9·11테러 등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교황이 삶의 고통을 줄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내면의 혐오와 증오를 뿌리 뽑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평했다.교황은 가톨릭 내부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움직임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그는 “나는 최악의 모욕에는 귀를 막고 있다”며 “바티칸은 유럽에 남은 마지막 절대왕정 같다. 교회 내 권모술수는 즉각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2월 보수파의 반발에도 동성 연인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공식 승인했다.2013년 77세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만성 호흡기 질환 등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황은 “나는 건강하다”며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다. 결실을 맺어야 할 프로젝트가 많다”고 답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하원이 13일(현지 시간)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 소유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 전체 인구 3억4000만 명 중 절반인 1억7000만 명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초강수를 둔 것이다. 법안이 현실화되려면 상원 의회까지 통과해야 하지만, 연방의회 차원에서 휴대전화 앱(애플리케이션)을 퇴출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미 정치권은 그간 미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바이트댄스를 통해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경계 수위를 높여 왔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로 본격화한 양국 간 기술 냉전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개인정보 수집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틱톡 퇴출은 11월 미 대선의 쟁점으로도 부상했다.● 트럼프 반대에도 하원 통과 ‘일사천리’ 미 하원은 이날 ‘외국의 적(適)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안’(틱톡 금지법)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가결했다. 5일 발의에서 이날 하원 통과까지 단 8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이트댄스가 165일 안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앱스토어에서는 더 이상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다. 사실상 지분 강제 매각과 시장 퇴출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 법은 공화당 소속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의원, 민주당 간사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등 20여 명이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표결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 반대를 선언했지만 친(親)트럼프 강경파까지 대거 틱톡 퇴출에 찬성표를 던졌다. 백악관은 즉각 환영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의 개인정보와 광범위한 국가안보가 위협에 처해 있다”며 상원 통과를 주문했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의회에서 틱톡 금지법이 통과되면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우량기업을 마구잡이로 탄압할 수 있다면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라며 “남의 좋은 물건을 보고 법적 근거를 만들어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완전히 강도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싱가포르계인 쇼우지 추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이 금지되면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영세 사업자들의 주머니에서 수십억 달러를 빼앗아 가게 될 것”이라며 “상원의원들에게 당신들의 의견을 전해 달라”고 젊은층에 여론전을 폈다. 지난해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 30세 미만 성인(18∼29세)의 3분의 1이 “주로 틱톡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美 대선 변수로 부상한 ‘틱톡 퇴출’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킬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틱톡 금지법의 하원 통과 자체로 미중 기술 경쟁의 상징이 된 ‘틱톡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초 틱톡 규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중인 2020년 틱톡의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다만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일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통한 매각 협상을 추진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현재 틱톡에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줄곧 틱톡 규제를 천명했지만 지난달 11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이 열렸을 때 젊은층 표심을 노리고 틱톡에 선거 홍보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자금난 때문에 틱톡 규제 반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매체는 그가 재집권할 경우 바이트댄스의 주요 주주인 제프 야스 SIG 공동대표가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야스로부터 대선 자금을 얻으려고 연일 틱톡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비밀 대화 기능과 높은 보안성으로 유명한 메신저 텔레그램이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최근 전 세계 이용자(MAU·한 달에 한 번은 서비스를 쓴 이용자) 9억 명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현재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인 파벨 두로프(40·사진)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로프는 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나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라며 IPO로 조달한 돈을 ‘회사의 독립성 유지’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성을 지키려면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2년 전 광고와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고 같은 맥락에서 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혹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로프 CEO는 상장 장소와 시기에 대해 “여러 선택지를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텔레그램은 2013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출시됐다. 러시아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벗어난 것이다. 현재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와츠앱, 위챗, 페이스북 메신저에 이어 네 번째로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비밀 대화 기능과 높은 보안성으로 유명한 메신저 텔레그램이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최근 전 세계 이용자(MAU·한 달에 한 번은 서비스를 쓴 이용자) 9억 명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현재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인 파벨 두로프(40)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두로프는 11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나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라며 IPO로 조달한 돈을 ‘회사의 독립성 유지’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독립성을 지키려면 수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2년 전 광고와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고 같은 맥락에서 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혹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로프 CEO는 상장 장소와 시기에 대해 “여러 선택지를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텔레그램은 2013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출시됐다. 러시아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벗어난 것이다. 현재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와츠앱, 위챗, 페이스북 메신저에 이어 네 번째로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일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한 프랑스가 의학적 도움을 받아 존엄사할 수 있는 ‘조력 사망(Aid in dying)권’ 입법도 추진한다. 다만 가톨릭 영향력이 큰 프랑스로선 종교계 반대에 부딪히면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10일 일간 라크루아와 리베라시옹 공동 인터뷰에서 “5월 존엄사를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수명 만료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진단부터 죽음까지 동행할 것”이라며 “말기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에 전폭 투자해 인간성과 형제애의 혁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현재 한국처럼 말기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은 허용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이 극심한 성인 환자일 경우 존엄사를 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스스로 판단해 조력 사망을 요청해야 하며, 알츠하이머(치매)나 정신질환 환자 등은 제외된다. 그 대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심사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조력 사망을 신청하면 숙려 기간 2일을 가진 뒤 의료기관이 15일 이내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존엄사가 허락된 환자는 집이나 병원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세상과 작별할 수 있다. 조력 사망과 더불어 통증 치료나 호스피스 제도 강화 등 완화 의료에도 집중 투자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달 말 ‘완화의료 10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관련 분야에 투입하는 정부 지원을 연간 16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에서 10년 안에 26억 유로로 늘릴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죽음을 돕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운 권리나 자유의 창출이라기보단 ‘죽음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4일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권을 명시한 프랑스가 의학적 도움을 받아 존엄사할 수 있는 ‘조력 사망(Aid in dying)권’ 입법도 추진한다. 다만 가톨릭 영향력이 큰 프랑스로선 종교계 반대에 부딪히면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일간 라크루아와 리베리시옹 공동인터뷰에서 “5월 존엄사를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수명 만료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진단부터 죽음까지 동행할 것“이라며 “말기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의료에 전폭 투자해 인간성과 형제애의 혁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프랑스는 현재 한국처럼 말기 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은 허용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이 극심한 성인 환자일 경우 존엄사를 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스스로 판단해 조력 사망을 요청해야 하며, 알츠하이머(치매)나 정신질환 환자 등은 제외된다.대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심사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조력 사망을 신청하면 숙려 기간 2일을 가진 뒤 의료기관이 15일 이내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존엄사가 허락된 환자는 집이나 병원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세상과 작별할 수 있다.조력 사망과 더불어 통증 치료나 호스피스제도 강화 등 완화 의료에도 집중 투자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달 말 ‘완화의료 10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관련 분야에 투입하는 정부 지원을 연간 16억 유로(약 2조3000억 원)에서 10년 안에 26억 유로로 늘릴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죽음을 돕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운 권리나 자유의 창출이라기보단 ‘죽음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올해 X(옛 트위터)는 ‘동영상 퍼스트’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 소셜미디어 X가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TV로 영상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는다. 2022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인수한 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던 X가 ‘거실 속 TV 전쟁’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8일(현지 시간) “X가 이번 주 TV용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X 관계자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이 앱은 유튜브가 내놓은 TV용 앱과 똑같은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며 “유튜브를 따라잡기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CEO 역시 X에서 이 보도에 대한 질문에 “곧 온다(Coming Soon)”고 답을 달았다. 유튜브의 거실 진출은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성공을 보여왔다. 정보기술(IT) 분석 업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유튜브 사용자의 절반 가까이(45%)가 TV로도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2020년만 해도 TV로 유튜브를 보는 이용자는 20% 수준이었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으로 영상을 보는 습관을 들인 이용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후발 주자인 X가 유튜브는 물론이고 넷플릭스 등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견뎌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7월 트위터는 사명을 ‘X’로 바꾸고 금융 기능을 결합한 ‘슈퍼앱’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X는 최근 보수 성향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하는 등 영상 부문에서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06년 ‘트위터’로 등장한 X는 게시글당 280자 제한을 둔 문자 기반 소셜미디어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초기 소셜미디어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밀리다가 2022년 10월 머스크 CEO에게 인수됐다. 하지만 이후로도 지난해 12월 기준 X의 기업가치가 인수 당시보다 71.5% 폭락했을 정도로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의 반유대주의와 극우적 발언으로 대형 광고들이 대거 이탈하는 ‘오너 리스크’로 더 큰 어려움에 빠졌다는 게 현지 시장의 평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보수적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헌법상 가족의 범위를 확장하는 개헌을 추진했지만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가족을 돌볼 의무를 여성에게만 지우지 않고 가족 구성원 전원이 함께 들어야 한다고 변경한 헌법 조항 또한 국민투표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됐다. 9일(현지 시간) 리오 버라드카 아일랜드 총리는 전날 국민투표에 부친 두 가지 헌법 개정안이 “부결될 것이 분명하다”며 실패를 인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본인 또한 성소수자인 버라드카 총리는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계 여성의 날’이었던 8일 아일랜드는 두 가지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아일랜드 헌법에서 가족의 정의는 ‘결혼에 기초한 사회 기본 단위’다. 정부는 ‘결혼에 기초한’을 ‘결혼이나 다른 지속적인 관계에 기초한’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 동거 부부가 꾸린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자는 취지다. 또 다른 개헌안은 “여성의 개정 내 생활 없이는 (사회의) 공공선을 달성할 수 없다. 어머니들이 경제적 필요 때문에 노동에 종사해 가정 내 의무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게끔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가족 구성원이 유대관계에 따라 서로에게 제공하는 돌봄 없이는 사회적 공공선을 달성할 수 없다. 이 같은 돌봄이 제공될 수 있게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정을 돌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은 대부분 이번 개헌에 찬성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 개헌에 찬성한 국민은 3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8일 국민투표에서 가족의 범위를 확대한 조항은 32.3%, 가족 내 돌봄 의무를 나눠 들게 한 조항은 26.1% 만이 찬성했다. 투표자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개헌할 수 있다. 국민이 변화를 거부한 원인으로는 정부의 소통 실패가 지적된다. 개정안이 공개되자 국민 사이에서는 “표현이 어려워 의미를 모르겠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또 정부는 헌법 개정으로 일상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번 부결은 혼란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국민투표 투표율은 44.4%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아일랜드는 보수적 가톨릭 국가지만 평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받아들였다. 국민투표의 역사가 이를 반영한다. 아일랜드 헌법은 1937년 가톨릭 교리를 바탕으로 작성됐지만 1995년 이혼, 2015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2018년엔 낙태 금지 조항을 폐지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비(非)백인이 집을 구하지 못하게 막던 시절에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하숙을 연 흑인 부부가 있다. 하숙은 1900년대 초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휴양지 코로나도에서 일하던 비백인들의 거처가 됐다. 거스와 에마 톰슨 부부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부는 1939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며 자택을 팔아 당장 큰돈을 손에 쥐는 대신 중국계 이민자 동 씨 가족에게 빌려줬다. 마침내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찾은 이들은 미국 정착에 성공했다. 85년 뒤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전직 교사 론 동(86)과 차남 로이드 주니어(82)는 샌디에이고주립대의 흑인학생지원센터에 500만 달러(약 66억6000만 원)를 기부했다. 톰슨 부부가 베푼 은혜를 잊지 않은 것이다. 형제는 자식을 두지 않았는데 말년에 재산을 정리하다 거액을 흑인 사회에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론 씨는 “톰슨 부부는 생전에 정말 많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줬다. 부부의 뜻을 잇고 싶어 흑인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내놓기로 했다. 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형제의 요청에 따라 대학은 지원센터 이름을 ‘거스 앤드 에마 톰슨 센터’로 바꾸기로 했다. 대학 측은 “더 많은 학생이 무사히 학업을 마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톰슨 부부는 1860년대 켄터키주에서 흑인 노예로 태어났다. 둘은 1880년대에 코로나도로 이주해 마구간을 운영했다. 당시 이 지역에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비백인이었다. 부부는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도 어렵게 사는 이웃을 앞장서 도왔다. 특히 시정부가 비백인을 상대로 주택 임대와 판매를 금지하자 헛간을 하숙으로 개조해 운영했다. 규제의 소급 적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이용해 규제 시행 이전부터 소유한 부동산을 활용하는 묘책을 쓴 것이다. 동 씨 가족은 코로나도로 이주하며 톰슨 부부와 연을 맺게 됐다. 원래 동 씨 가족은 캘리포니아주 시골에 살았다. 형제의 아버지는 농부로 일했다. 동 씨 부부는 형제와 현재는 사망한 두 딸을 키우기에 보다 나은 환경을 좇아 코로나도로 이주했지만 적당한 거처를 구하지 못해 떠돌았다. 그런데 1939년 톰슨 부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며 가족에게 “나중에 당신들에게 팔겠다”는 약속과 함께 집을 빌려줬다. 마침내 안정을 찾은 덕택에 미국 사회 정착에도 성공했다. 장남은 교사, 차남은 세금대리인으로 자리 잡았다. 동 씨 가족은 1955년 집과 헛간을 부부로부터 매입했다. 이번 기부금은 이 집과 아파트로 재개발한 헛간을 팔아 마련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싫어! 쿠키가 점점 작아져. ㅠㅠ.” 미국 어린이들의 친구로 사랑받아 온 ‘쿠키몬스터’가 평소와 달리 세상사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자 백악관이 화답하고 나섰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교육 애니메이션 ‘세서미 스트리트’의 1969년 원년 멤버인 쿠키몬스터는 4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우연히’ 다음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내놨다. 쿠키몬스터가 지적한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존 가격은 유지하면서 제품 용량 등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판매 방식이다. 최근 미국도 오레오 한 통의 과자량이 2019년보다 6%나 주는 등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 논란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영향력을 지닌 쿠키몬스터가 나서자 백악관은 즉각 반응했다. 같은 날 백악관은 X에 동요를 흉내내 “‘바’는 바가지 를 쓴(ripped off) 소비자”라고 한 뒤 “대통령은 기업이 슈링크플레이션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런 뒤 다음 날인 5일 바이든 대통령은 ‘불공정·불법 가격 타파’ 패키지를 발표했다. 일각에선 쿠키몬스터의 불평이 백악관과 사전 교감 아래 이뤄진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작사 ‘세서미 워크숍’은 X 게시 전 백악관과 조율했는지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하는 세서미 스트리트는 그간 여러 차례 ‘친(親)민주당 성향’이란 공화당 측 공격을 받아 왔다. 2021년에도 X에 “백신을 맞아 건강해지자”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정권 홍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슈퍼 화요일’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생활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은 현재 실업률이 낮고 증시도 호황이나, 거침없이 오르는 물가에 소비자 불만이 크다. 2022년 미 식비 지출은 가처분소득의 11.3%로, 1991년(11.4%)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5일 ‘불공정·불법 가격 타파’ 패키지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연설에서 “쓰레기 수수료(junk fee)를 없애 소비자가 연간 총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 원) 절감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 상한선을 낮추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중고차 거래 등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다.” 15∼17일 실시되는 러시아 대선에 출마하려다 4일 대법원의 출마 불허로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진보 성향 정치평론가 보리스 나데즈딘(61·사진)이 최근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사에 한 말이다. 그는 출마는 좌절됐지만 반전(反戰)운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대선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외에 3명의 후보가 더 나선다. 그러나 경쟁력 없는 이들만 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5선 ‘대관식’으로 여겨진다.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정적(政敵)이었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의문사한 후 야권 인사의 씨가 말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리학자 출신의 나데즈딘은 나발니와 달리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전쟁 종식을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다. 그는 개전 7개월 만인 2022년 9월 NTV 방송에 출연해 종전과 평화협상을 촉구하며 유명해졌다. 지난해 10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도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하는 ‘특별군사작전’을 언급하며 “이 작전은 치명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에서는 원외 정당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전국 행정구역 85곳 중 40곳 이상에서 총 10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나데즈딘은 전쟁을 반대하지만 푸틴 정권이 두려워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젊은 층과 변방 지역 유권자를 집중 공략했다. 혹한으로 유명한 극동 사하 자치공화국의 야쿠츠크에서는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에도 그의 지지자 수백 명이 매일 줄을 서서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 수도 모스크바 등 대도시의 호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달 8일 “나데즈딘이 받은 서명 중 오류 비율이 15%로 허용치(5%)를 넘겼다”며 후보 등록을 불허했다. 나데즈딘이 반발하자 4일 대법원은 “선관위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나데즈딘이 대선에 나서면 반전 여론에 불이 붙으며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흠집이 날까 아예 출마를 막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서방의 규탄도 이어졌다. 4일 유럽연합(EU) 등 43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성명을 제출해 “푸틴 정권은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투명한 국제 조사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다.”15~17일 실향 정치평론가 보리스 나데즈딘(61)이 최근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사에 한 말이다. 그는 대법원 판결로 출마는 좌절됐지만 반전(反戰)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이번 대선에서는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간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정적(政敵)이었으며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했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달 의문사한 후 러시아 내 야권 인사의 씨가 말랐다는 평가도 나온다.물리학자 출신의 나데즈딘은 나발니와 달리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면서도 전쟁 종식을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다. 그는 개전 7개월 만인 2022년 9월 NTV 방송에 출연해 종전과 평화협상을 촉구하며 유명해졌다. 지난해 10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도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하는 ‘특별군사작전’을 언급하며 “이 작전은 치명적 실수”라고 비판했다.러시아에서는 원외 정당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전국 행정구역 85곳 중 40곳 이상에서 총 10만 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나데즈딘은 전쟁을 반대하지만 푸틴 정권이 두려워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젊은 층, 변방 지역 유권자를 집중 공략했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수도 모스크바 등에서도 호응이 뜨거웠다. 혹한으로 유명한 극동 사하 자치공화국의 야쿠츠크에서는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에도 매일 그를 지지한다는 사람 수백 명이 줄을 서서 대기했다.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8일 “나데즈딘이 받은 서명 중 오류 비율이 15%로 허용치(5%)를 넘겼다”며 후보 등록을 불허했다. 나데즈딘이 반발하자 4일 대법원 또한 “선관위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서방의 규탄은 계속되고 있다. 4일 유럽연합(EU) 등 43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성명을 제출해 “푸틴 정권은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국제 조사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시아 관영 언론 ‘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 편집장이 “독일이 자체 개발한 타우루스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크림대교 공격을 논의했다”는 독일군 고위 간부의 녹취를 공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즉각 “독일이 러시아의 원수가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독일 당국은 러시아 측의 도청을 의심하며 유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앞둔 지난해 5월부터 독일에 장거리공대지유도탄 타우루스의 지원을 줄곧 요청했다. 하지만 미사일 지원이 러시아와의 직접 교전을 뜻할 수 있다는 독일의 우려로 아직 성사되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관영 언론이 해당 녹취를 공개한 것을 두고 미사일 지원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발발 후 줄곧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서방 주요국의 분열을 노리는 러시아의 노림수란 분석이 나온다.● RT “獨, 타우루스로 크림대교 공격 논의” 시모냔 편집장은 1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38분가량의 녹취를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해당 녹취에서 독일의 잉고 게르하르츠 연방공군 참모총장, 프랑크 그레페 준장, 장교 2명 등 4명이 지난달 19일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에서 “크림대교는 매우 좁은 목표물이어서 타격하기 어렵지만 타우루스를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게르하르츠 참모총장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루스 지원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자신이 장관에게 “(지원을 둘러싼 각종) 정치적, 기술적 문제를 브리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잇는 다리다. 푸틴 대통령은 이 다리를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는 상징물로 애용해 ‘푸틴의 자존심’으로도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정권의 나팔수나 다름없는 관영 언론의 편집장이 해당 녹취를 공개한 것은 러시아 당국과의 사전 교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독일에 설명을 요구한다. 답을 회피하면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제2차 세계대전 등 양국이 벌인 각종 전쟁 등을 의식한 듯 “독일이 다시 원수로 변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독일 국방부는 2일 “공군 내부 대화가 도청당했다”고 논의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고강도로 조사하고 있다”며 유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러, 서방 주요국 분열 노려 폭로” 타우루스는 사거리가 500km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 전투기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줄곧 이 미사일을 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독일을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전체로 확대될 수 있고, 러시아군이 해당 미사일 부품을 수거해 역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숄츠 정권의 반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독일 일각에서는 미사일 지원과 서방의 분열을 동시에 노리려는 러시아의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전술’(재래식 무기와 해킹, 가짜뉴스 등 비재래식 무기를 결합한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군 대령 출신인 우파 기독민주당의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타우루스 지원을 저지하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파병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발언한 뒤 독일이 서둘러 선을 긋는 등 서방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노렸을 수 있다. 크림반도 일대를 둘러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일 크림반도의 페오도시야 항구 근처에서 강력한 폭발이 여러 건 보고됐다. 일대의 도로 교통 또한 일시적으로 통제됐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약 6주 전 홍해 일대에서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고 서서히 가라앉았던 영국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2일 완전히 침몰했다. 침몰한 배에서 유출된 각종 기름은 물론이고 싣고 있던 비료 4만1000t 때문에 일대의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홍해 일대는 희귀 산호초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군락지로 유명하다. 3일 미군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1월 19일 후티의 공격을 받은 루비마르호는 하루 전 완전히 뒤집힌 채 가라앉았다. 당시 이 배는 비료를 싣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불가리아로 향하고 있었다. 공격 직후 선원들은 배를 포기하고 이웃 국가 지부티로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배는 침몰하고 말았다. 후티의 공격으로 타국 민간 선박이 침몰한 것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처음이다. 후티의 잇따른 공격으로 홍해 일대에 매립된 해저 통신 케이블 또한 위험에 처했다. 이미 지난달 24일 이 지역 해저 케이블 3개가 훼손됐다. 이로 인해 동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 등 일대 일부 국가의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일부 통신 전문가들은 루비마르호의 침몰도 이번 케이블 파손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훼손된 케이블을 소유한 동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의 통신회사 시콤 측은 “빨라도 4월이 돼야 수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미·반이스라엘 성향의 후티는 중동전쟁 발발 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며 서구 주요국 민간 선박을 공격해 홍해발(發) 물류 대란을 초래했다. 후티는 이들 국가가 이스라엘을 편든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