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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대규모 정보기술 기업) 견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한 아마존이 자사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품 가격을 좌지우지하며 10억 달러(약 1조3600억 원)의 부당이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WSJ에 따르면 FTC는 아마존이 ‘프로젝트 네시’ 알고리즘을 사용해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을 추가해 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을 수정했다. FTC는 아마존이 자사에 의존하는 온라인 소매업체를 희생시켜 자사 플랫폼과 서비스를 부당하게 홍보하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아마존을 고소했다.프로젝트 네시는 경쟁업체들이 아마존의 상품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따라올 수 있는지를 시험해 가격 인상 폭을 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알고리즘이다. 경쟁업체가 아마존 수준까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경우 이 알고리즘을 상품 가격을 다시 정상 가격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아마존은 이 알고리즘을 아마존 상의 가격 급등이나 트렌드를 감시하는 데 사용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FTC는 이 알고리즘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라는 지위를 이용해 아마존이 업계 전반의 상품 가격을 인상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도록 유도했다고 봤다. 특히 알고리즘은 아마존의 초과 이익 창출에도 기여했다. 한 소식통은 아마존이 이 알고리즘을 사용해 10억 달러의 이득을 봤다고 WSJ에 전했다. WSJ는 “이 알고리즘은 아마존이 쇼핑 품목 전반에 걸쳐 수익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아마존 측은 “프로젝트 네시는 가격 매칭이 너무 낮아서 지속 불가능하게 되는 비정상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막으려는 단순한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였다”며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아 몇 년 전에 폐기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FTC는 “아마존은 부풀려진 상품 가격을 다른 모든 경쟁업체의 가격 하한선으로 사용하게 했다”며 “우리는 아마존이 불법 독점 행위를 제거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 국토안보부 장관 등을 지낸 존 켈리 전 실장(사진)이 2일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의, 헌법, 법치를 경멸하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그가 현재 야당 공화당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을 두고 “신이여, 도와주소서”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켈리 전 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은 충동적인 언행과 의사결정으로 유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어하는 이른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지만 모두 내쳐졌다. 켈리 전 실장은 이날 CNN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가리키는 ‘골드스타 패밀리’에 대한 비난과 폄훼를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사회가 왜 참전용사를 기리고 우대하는지를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았고 참전용사에게 종종 ‘패자(loser)’, ‘멍청이(suckers)’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가리켜 “포로로 잡힌 매케인은 전쟁 영웅이 아니다. 나는 잡히지 않은 사람이 좋다”는 막말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조종사로 참전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격추된 패자”라고 조롱했다. 20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파리 근교의 미군 묘지에 묻힌 미군 병사들의 무덤을 방문하는 일정도 취소했다. 이에 켈리 전 실장은 조국을 위해 봉사한 이타적인 사람을 조롱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 군 통수권자가 되면 안 된다며 “신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God help us)”라는 말로 성명을 마무리했다. CNN은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 또한 비슷한 비판을 해 왔다며 어떤 미 대선주자도 내부자로부터 이렇게 많은 비판을 받은 일이 없다고 꼬집었다. 여러 건의 민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은행 대출을 쉽게 받으려고 뉴욕 소재 부동산, 영국 골프장 등의 자산 가치를 22억 달러(약 3조 원) 부풀려 보고한 혐의로 제기된 민사 재판에 출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에 출석하는 사진을 직접 공개하며 자신의 대선 재출마를 방해하기 위한 “이 시대 최고의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2억5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에게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도 미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대규모 정보기술 기업) 견제를 전쟁처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비대화된 빅테크가 시장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 왔다. 26일(현지 시간) FTC는 시애틀 연방법원에 제출한 172쪽 분량의 고소장에서 아마존이 자사에 의존하는 온라인 소매업체들을 희생시켜 플랫폼과 서비스를 부당하게 홍보하고 있다고 고소 사유를 밝혔다. FTC는 “아마존은 경쟁 기업과 판매자의 가격 인하를 막고 상품 품질을 떨어뜨리며, 판매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해 혁신을 억압함으로써 공정 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FTC는 이어 아마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온라인 소매업체가 아마존 검색 결과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경쟁 기업을 배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경쟁 업체의 상품 품질이 더 좋더라도 아마존 상품을 먼저 검색 결과에 나타나게 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FTC는 “이대로 방치된다면 아마존은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의 높은 수수료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FTC 위원장(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판매자들은 수익 2달러당 1달러를 아마존에 지불한다”며 “독점자 아마존은 쇼핑객과 판매자가 더 나쁜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독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FTC가 문제 삼은 관행은 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반박했다. FTC는 올 들어 아마존을 상대로 4번 소송을 제기했지만 반독점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FTC가 승소하면 아마존은 기업 분할 등이 불가피하다. 2020년 검색엔진 시장 독점을 이유로 미 법무부가 구글에 대해 제기한 소송도 12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구글이 웹브라우저나 스마트폰 등에 자사 검색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애플, 삼성전자 등에 검색엔진 광고 수익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경쟁 기업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안토니오 랭걸 캘리포니아공대 행동경제학 교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웹브라우저 디자인을 수정해 사용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려고 했지만 구글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랭걸 교수는 “구글은 삼성전자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항의했고, 삼성전자는 디자인 변경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메타는 지난해 7월 가상현실 피트니스 게임 ‘슈퍼내추럴’을 만든 업체 위딘 언리미티드 인수 문제를 두고 FTC에 제소당했다. 메타만의 기술로 충분히 가상현실 앱을 만들 수 있음에도 스타트업을 흡수해 시장 경쟁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메타의 인수가 불공정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메타의 손을 들어줬다.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특보를 지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는 26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구글 소송 등을 언급하며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전쟁”이라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일본 홋카이도에 기술 지원 거점을 신설한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 첨단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미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이 해외 반도체 기업을 잇달아 끌어들이고 있다. 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ASML은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공장을 짓고 있는 홋카이도 지토세시(市) 인근에 2024년까지 기술 지원 거점을 지을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연합 회사다. ASML은 홋카이도 기술 지원 거점에 직원 50명을 두고 라피더스 공장 설립을 지원하며 완공 후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제공하고 보수 및 점검에 협력할 예정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이 생산한다. ASML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공장을 신설 중인 일본 구마모토에도 기술 지원 거점을 확장했다. 닛케이는 “미중 갈등으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대기업이 일본에 잇따라 거점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ASML 일본 법인 관계자도 “지정학적 상황을 배경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에게 ASML의 한국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도 미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대규모 정보기술 기업) 견제를 전쟁처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비대화된 빅테크가 시장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왔다.26일(현지 시간) FTC는 시애틀 연방법원에 제출한 172쪽 분량 고소장에서 아마존이 자사에 의존하는 온라인 소매업체들을 희생시켜 플랫폼과 서비스를 부당하게 홍보하고 있다고 고소 사유를 밝혔다. FTC는 “아마존은 경쟁 기업과 판매자의 가격 인하를 막고 상품 품질을 떨어뜨리며, 판매자에게 과도한 요금을 부과해 혁신을 억압함으로써 공정 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FTC는 이어 아마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온라인 소매업체가 아마존 검색 결과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경쟁 기업을 배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경쟁 업체 상품 품질이 더 좋더라도 아마존 상품을 먼저 검색 결과에 나타나게 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FTC는 “이대로 방치된다면 아마존은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아마존 높은 수수료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마존 저격수’로 불리는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판매자들은 수익 2달러당 1달러를 아마존에 지불한다”며 “독점자 아마존은 쇼핑객과 판매자가 더 나쁜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독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FTC가 문제 삼은 관행은 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반박했다.FTC는 올 들어 아마존을 상대로 4번 소송을 제기했지만 반독점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FTC가 승소하면 아마존은 기업 분할 등이 불가피하다.2020년 검색엔진 시장 독점을 이유로 미 법무부가 구글에 대해 제기한 소송도 12일부터 진행 중이다. 구글이 웹 브라우저나 스마트폰 등에 자사 검색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애플, 삼성전자 등에 검색엔진 광고 수익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경쟁 기업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안토니오 랭글 캘리포니아공대 행동경제학 교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웹브라우저 디자인을 수정해 사용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려고 했지만 구글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랭글 교수는 “구글은 삼성전자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항의했고, 삼성전자는 디자인 변경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메타는 지난해 7월 가상현실 피트니스 게임 ‘슈퍼내추럴’을 만든 업체 위딘 언리미티드 인수 문제를 두고 FTC에 제소당했다. 메타만의 기술로 충분히 가상현실 앱을 만들 수 있음에도 스타트업을 흡수해 시장 경쟁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메타의 인수가 불공정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메타의 손을 들어줬다.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특보를 지낸 팀우 컬럼비아대 교수는 26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구글 소송 등을 언급하며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전쟁”이라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일본 홋카이도에 기술 지원 거점을 신설한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등 첨단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놓고 미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이 해외 반도체 기업을 잇달아 끌어들이고 있다.2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ASML은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공장을 짓고 있는 홋카이도 지토세시(市) 인근에 2024년까지 기술 지원 거점을 지을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연합 회사다.ASML은 홋카이도 기술 지원 거점에 직원 50명을 두고 라피더스 공장 설립을 지원하며 완공 후에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제공하고 보수 및 점검에 협력할 예정이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ASML이 생산한다. ASML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대만 TSMC가 공장을 신설 중인 구마모토에도 기술 지원 거점을 확장했다.닛케이는 “미중 갈등으로 동아시아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해외 대기업이 일본에 잇따라 거점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ASML 일본 법인 관계자도 “지정학적 상황을 배경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에게 ASML의 한국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지하철을 이용한 가벼운 여행이 사별의 아픔을 달래줬습니다.” 지난해 70여 년을 함께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배기만 씨(91·경기 양주시)는 최근 지하철로 수도권 곳곳을 누비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무력한 기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하철 주요 노선을 꿰고 있다는 배 씨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지하철 요금을 내야 했다면 이렇게 자주 이용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NYT는 23일(현지 시간) ‘한국의 시니어 전철 이용객에겐 여정 자체가 즐거움이다(For South Korea’s Senior Subway Riders, the Joy Is in the Journey)’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을 소개했다. 노인들이 지하철을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행 자체로 대하고 있다며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 공짜로 타는 노인)’도 전했다. 이들끼리 공유하는 일종의 규칙도 소개했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하고, 자리 양보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급적 젊은층 앞에는 서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NYT는 “노인 인구 증가로 무임승차 대상이 현재 연간 서울 지하철 이용객의 15%를 차지한다”고 했다. 다만 지하철 적자가 늘어나면서 이 제도를 없애거나 기준 연령을 올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지하철을 이용한 가벼운 여행이 사별의 아픔을 달래줬습니다.”지난해 70여 년을 함께 한 아내를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배기만 씨(91·경기 양주시)는 최근 지하철로 수도권 곳곳을 누비며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지하철을 타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무력한 기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하철 주요 노선을 꿰고 있다는 배 씨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지하철 요금을 내야 했다면 이렇게 자주 이용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NYT는 23일(현지 시간) ‘한국의 시니어 전철 이용객에겐 여정 자체가 즐거움이다(For South Korea’s Senior Subway Riders, the Joy Is in the Journey)’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을 소개했다. 노인들이 지하철을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행 자체로 대하고 있다며 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지공거사(地空居士·지하철 공짜로 타는 노인)’도 전했다. 이들끼리 공유하는 일종의 규칙도 소개했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를 피하고, 자리 양보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급적 젊은층 앞에는 서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NYT는 “노인 인구 증가로 무임승차 대상이 현재 연간 서울 지하철 이용객의 15%를 차지한다”고 했다. 다만 지하철 적자가 늘어나면서 이 제도를 없애거나 기준 연령을 올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야후저팬 등 일본 뉴스 검색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언론사에 현저히 싼 기사 이용료를 지불하는 건 독점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공정위는 이 기업들에 기사 이용료 결정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캐나다와 프랑스 등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정당한 보상 없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 감독 당국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공정위는 전날 뉴스 콘텐츠 배포 분야에 관한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신문사 및 출판사 220곳, 소비자 2000명, 검색·포털 사이트 등 뉴스 플랫폼 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다. 조사 결과 야후저팬 등 플랫폼 기업들이 각 언론사에 지불하는 기사 이용료는 2021년 기준 조회 수 1000회당 평균 124엔(약 1100원)이었다. 가장 많이 지불하는 곳은 251엔(약 2200원), 최저는 49엔(약 440원)으로 5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 기업들이 기사를 통해 얻은 전체 광고 수입에서 언론사에 기사 이용료로 지출하는 금액의 비율은 1곳당 평균 약 24%에 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언론사의 60%는 일본 내 1위 사업자인 야후저팬으로부터 기사 이용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언론사 중 63%가 현재 뉴스 플랫폼이 지급하는 기사 이용료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아사히신문은 “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에 기사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개별 계약을 맺는 언론사는 적정 가격 수준과 결정 근거를 알 수 없어 공정한 협상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본 공정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야후가 언론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독점금지법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밑도는 대가를 지급하는 경우를 불공정한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 공정위는 “뉴스가 국민에게 적절히 제공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하다”면서도 플랫폼 기업들이 기사 이용료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스 플랫폼과 언론이 충분히 교섭해 기사 이용료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야후저팬 측은 “해당 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본 뒤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일본 공정위는 2021년 2월에도 유사한 보고서를 내면서 야후저팬에 기사 이용료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지방 언론 등은 조회 수에 근거해 기사 이용료를 지불하고, 포털 메인에 기사를 노출시키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후저팬은 기사에 ‘좋아요’ 버튼 등 뉴스 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고, 반응이 좋은 기사에는 상응하는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야후 재팬 등 일본 뉴스 검색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언론사에 현저히 싼 기사 이용료를 지불하는 건 독점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공정위는 이들 기업들에 기사 이용료 결정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캐나다와 프랑스 등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정당한 보상 없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 감독 당국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공정위는 전날 뉴스 콘텐츠 배포 분야에 관한 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일본의 신문사 및 출판사 220곳, 소비자 2000명, 검색·포털 사이트 등 뉴스 플랫폼 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다. 조사 결과 야후 재팬 등 플랫폼 기업들이 각 언론사에 지불하는 기사 이용료는 2021년 기준 조회 수 1000회당 평균 124엔(약 1100원)이었다. 가장 많이 지불하는 곳은 251엔(약 2200원), 최저는 49엔(약 440원)으로 5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들 기업들이 기사를 통해 얻은 전체 광고 수입에서 언론사에 기사 이용료로 지출하는 금액의 비율은 1곳당 평균 약 24%에 그쳤다.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언론사의 60%는 일본 내 1위 사업자인 야후 재팬으로부터 기사 이용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언론사 중 63%가 현재 뉴스 플랫폼이 지급하는 기사 이용료에 ‘불만이 있다’고 답했다. 아사히신문은 “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에 기사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개별 계약을 맺는 언론사는 적정 가격 수준과 결정 근거를 알 수 없어 공정한 협상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일본 공정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야후가 언론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독점금지법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비용을 크게 밑도는 대가를 지급하는 경우를 불공정한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일본 공정위는 “뉴스가 국민에게 적절히 제공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하다”면서도 플랫폼 기업들이 기사 이용료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스플랫폼과 언론이 충분히 교섭해 기사 이용료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야후재팬 측은 “해당 보고서를 면밀히 살펴본 뒤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일본 공정위는 2021년 2월에도 유사한 보고서를 내면서 야후 재팬에 기사 이용료 산정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지방 언론 등은 조회 수에 근거해 기사 이용료를 지불하고, 포털 메인에 기사를 노출시키는 방식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후 재팬은 기사에 ‘좋아요’ 버튼 등 뉴스 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하고, 반응이 좋은 기사에는 상응하는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결혼한 지 52년 된 78세 K-드라마 중독자 할머니입니다.”미국 텍사스주(州) 알링턴에 사는 사회인류학자 프리실라 레이천 린은 최근 배우 안효섭(28·사진) 사진을 내건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받았다. 넷플릭스로 드라마 ‘나빌레라’를 본 뒤 한국 드라마에 빠진 린은 ‘사내맞선’까지 섭렵하고 그의 팬이 된 터였다. 좋아하는 한국 배우들 소셜미디어를 드나들던 린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느꼈다. 자신이 배려심 많고 신중하며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배우들이 알아봐준 것 같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DM 왕래를 이어나가던 린은 이런 답장을 받았다. “구글 챗(메신저 앱)에서 만나자. 우리만의 공간이다(The line’s private).” 린은 바로 응했다. 이후 강박적으로 앱을 드나들며 답장이 왔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안 씨라고 믿었던 상대방은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했다. 소셜미디어로 접근해 호감을 산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 ‘로맨스 스캠’이었던 것이다. 린은 바로 대화를 그만뒀다.린은 이 같은 경험을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실었다. 린은 “K-드라마 작품 목록을 늘려가며 많은 배우들을 짝사랑 명단에 추가했다”면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속을 수밖에 없던 이유를 털어놨다. 이어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바보 같았다”며 “사기꾼이 나를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에 굴욕감을 느꼈다”고도 했다.자칫 한류 스타에 대한 팬심을 악용한 피싱 범죄의 피해자가 될 뻔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린은 “노부인에게 낭만적인 환상은 남겨 달라. 난 아직도 (K-드라마) 화면에 붙어 있다”면서 이같은 사기에 주의를 당부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헌터 바이든은 다른 시민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어떤 정부 기관이나 공무원도 특정인(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53·사진)가 자신의 탈세 관련 정보를 공개한 미 국세청을 고소하며 변호인단이 고소장에 밝힌 고소 이유다. 미국에서 개인의 납세 정보는 법으로 엄격히 보호받는 만큼 헌터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헌터는 이날 국세청 관계자들이 자신의 납세 정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등 기밀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의 탈세 혐의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하원 탄핵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헌터 측이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헌터는 2017, 2018년 약 120만 달러의 세금을 누락하는 등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14일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된 그는 조만간 탈세 혐의로도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헌터 측은 국세청 관계자들이 자신의 납세 자료를 의회에 공개하기 전부터 CBS, 폭스뉴스 등 언론을 통해 납세 정보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지목된 국세청 조사관 게리 섀플리와 조지프 지글러 측은 “법에 의해 허가된 내부고발자 공개 절차를 제외하고는 납세자의 기밀 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 조사관은 올 5월 미 하원에 비공개로 출석해 헌터에게 탈세 혐의가 있음에도 법무부가 기소를 막았다고 증언했고, 이는 법에 따른 내부고발이라는 얘기다. 헌터의 소송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의 명분을 상쇄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이번 소송은 (헌터가 보인)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이지만, 동시에 그가 그만큼 법적으로 포위된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내 나이에 대해 주목하는 걸 알지만 나를 믿어라. 나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출마한다”며 ‘1·6 의회 난입 사태’ 선동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재선 도전 의지를 강조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53)이 불법으로 총기를 구매하고 소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 관련 기소 무마 의혹으로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게 된 가운데 헌터가 기소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 시간) 미 델라웨어주(州) 연방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헌터 바이든이 각성제, 마약 또는 기타 통제된 물질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이에 중독된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 총기를 소지했다”고 밝혔다. 헌터는 2018년 10월 델라웨어 총기 상점에서 권총 구매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총기를 구매해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법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가 무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다. 헌터는 2017년과 2018년 합계 최소 300만 달러(약 40억 원)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약 120만 달러의 세금을 누락한 혐의와 권총 불법 소지 혐의로 올 6월에 기소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특검과 헌터의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거래) 과정을 문제 삼아 기소를 반려했다. 당시 헌터는 탈세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총기 불법 소지 혐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로 특검과 합의했지만 법원이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무효화시킨 것. 이에 따라 특검은 헌터에 대해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14일 다시 기소했고, 탈세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로 헌터는 정식 재판에 회부될 것으로 보여 “현직 대통령의 자녀 중 첫 기소”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번 기소는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 조사와 맞물려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헌터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에서 부당 이득을 취했으며, 헌터의 탈세 혐의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에 바이든 행정부가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12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CNN은 “바이든의 재선 도전 도중 극적인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생겼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미 대선에서 법정 드라마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2020년 대선 당시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4차례 기소된 상황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53·왼쪽)이 불법으로 총기를 구매하고 소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 관련 기소 무마 의혹으로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게 된 가운데 헌터가 기소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14일(현지 시간) 미 델라웨어주(州) 연방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헌터 바이든이 각성제, 마약 또는 기타 통제된 물질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중독된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 총기를 소지했다”고 밝혔다. 헌터는 2018년 10월 델라웨어 총기 상점에서 권총 구매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총기를 구매해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법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가 무기를 소지하는 것은 불법이다.헌터는 2017년과 2018년 합계 최소 300만 달러(약 40억 원)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약 120만 달러의 세금을 누락한 혐의와 권총 불법 소지 혐의로 올 6월에 기소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 특검과 헌터의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거래) 과정을 문제 삼아 기소를 반려했다. 당시 헌터는 탈세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총기 불법 소지 혐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로 특검과 합의했지만 법원이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며 무효화시킨 것.이에 따라 특검은 헌터에 대해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14일 다시 기소했고, 탈세 혐의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로 헌터는 정식 재판에 회부될 것으로 보여 “현직 대통령의 자녀 중 첫 기소”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이번 기소는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 조사와 맞물려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은 헌터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에서 부당 이득을 취했으며, 헌터에 대한 탈세 혐의에 대한 사법처리 과정에 바이든 행정부가 영향을 미치려 했다며 12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CNN은 “바이든의 재선 도전 도중 극적인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생겼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내년 미 대선에서 법정 드라마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2020년 대선 당시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4차례 기소된 상황이다.이기욱기자 71wook@donga.com}

중국이 공무원과 공기업·기관 직원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 것에 대해 미국이 “미 기업에 대한 보복”이라며 사실상 경제 보복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중국의 희귀 광물 수출 통제 조치보다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를 더 본격적인 대응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 중국의 공무원 등에 대한 아이폰 사용 제한 조치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보복의 일환인 것 같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중국의 아이폰 사용 규제 조치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첨단기술에 제한적으로 적용되지만 중국은 이를 빌미로 민간기업 애플에 무차별 보복을 가한다고 본 것이다. 중국은 공무원 등에게 아이폰 대신 자국산 제품을 쓰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와 관련해 “중국은 애플 등 외국 브랜드 구매를 금지하는 법률과 규정을 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보안을 매우 중요시한다”면서 “애플 스마트폰의 보안 사고에 대한 많은 언론 보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보안 문제를 새롭게 제기했다. 그의 발언은 보안 위험이 있는 아이폰을 사실상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로 중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애플과 중국 화웨이가 중국에서 미중 경쟁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중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22일 출시되는) 아이폰 15보다 화웨이 신규 스마트폰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뉴스 포털 시나닷컴이 화웨이 새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와 ‘아이폰 15’ 중 어떤 것을 구매할지 물은 설문조사 결과 화웨이가 6만1000표, 애플이 2만4000표를 얻었다는 것. 메이트 60 프로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규제 속에서 7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칩이 탑재돼 있다. 중국에서는 “메이트 60 프로 출시가 미국의 제재에 대한 중국의 승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일어나서 그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때다.” 2012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밋 롬니 상원의원이 13일 차기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령으로 의원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롬니 의원은 1947년생으로 올해 76세다. 2025년 1월 임기가 끝난 뒤 다시 당선된다면 다음 임기 중 80대가 된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로 81세다. 맞수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보다 네 살 아래인 77세. ‘새 세대’를 앞세운 롬니 의원의 솔선수범은 미국에서 일고 있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노년층이 정치·사회 전반을 장악한 체제)’ 논란에 더 큰 불씨를 지필 것으로 보인다.● 롬니 “80대 남성은 요즘 이슈 몰라”롬니 의원은 지역구인 유타주(州) 여론조사에서 50%대 중반의 탄탄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날의 이슈는 중국, 기후변화, 인공지능과 같은 것들이다. 80대 남성들은 이러한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른다”며 “우리(70, 80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발짝 물러나 각 당이 다음 세대의 누군가를 뽑게 해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애독하는 것으로 알려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73)도 고령 정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그네이셔스는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에 다시 출마해선 안 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바이든은 취임 연설에서 ‘우리의 시대가 끝나갈 때 후손들은 우리가 의무를 다했고 부서진 땅을 치유했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했다”며 “대통령님, 아마도 지금이 그 의무를 다한 순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든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을 때 82세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의 나이 문제는 단순히 폭스뉴스 기사가 아니다. 미국 전역 저녁식사 자리의 대화 주제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단 보수층에서 공격용으로 꺼내는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그네이셔스는 “바이든은 2024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퇴함으로써 기회가 있다”며 사퇴를 권했다.● 美 76% “대통령직 나이 상한선 필요” 내년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론토크라시 논란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뜨겁게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81)는 기자회견 중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30여 초간 허공을 응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 4월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주립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허공에 대고 악수를 하려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물컵을 한 손으로 들지 못하거나 계단을 휘청거리며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정치의 고령화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WP에 따르면 미 상원과 하원의 평균 연령은 각각 65세, 58세다. 양원 합쳐 535명 중 80대 이상 의원이 21명이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당)과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이 90세로 최고령이다. 40세 이하 의원은 양원 통틀어 18명이다. 이 때문에 대선 주자들은 고령 정치를 저격하는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75세 이상 정치인은 의회 임기 제한을 두고 정신능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80세에게 대통령은 맞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인들도 정치 고령화를 우려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이달 2∼5일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대통령직에 나이 상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처음엔 폭우가 내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자정이 되자 폭발음이 들리며 댐이 터졌습니다.” 11일(현지 시간) 0시경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데르나에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발생한 대홍수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라자 사시 씨(39)는 12일 로이터통신에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밤중에 댐이 무너질 당시 딸과 함께 집에 있었던 사시 씨는 순식간에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물을 피해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의 나머지 가족들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13일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피해가 집중된 데르나의 사망자가 이날 기준 6000명에 이르며, 실종자는 1만 명이 넘는다고 현지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지중해 항구 도시인 데르나의 인구는 12만5000명이다. 영국 BBC방송은 “쓰나미 같은 홍수가 도시를 통째로 바다로 휩쓸고 갔다”고 보도했다. 데르나 주민 사피아 무스타파 씨(41)는 “현관 쪽은 이미 물에 차 있어 이웃집 지붕으로 건너가 가까스로 집이 무너지기 전 탈출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홍수로 어머니를 잃은 살리아 아부바크르 씨(46)는 “물이 3층짜리 아파트 천장까지 밀려 들어왔다.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가족을 구할 순 없었다”고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댐이 터지면서 마치 거대한 벽처럼 생긴 물기둥이 튀어나와 모든 걸 없애 버렸다.” 북아프리카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를 덮친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아흐메드 압달라 씨는 12일 AP통신에 물이 집을 집어삼키던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10일 폭풍 ‘대니얼’이 상륙하면서 쏟아진 폭우로 데르나 인근의 댐 2곳은 순식간에 차올랐고, 댐이 연이어 터져 버리면서 생긴 엄청난 급류에 건물과 사람들은 순식간에 지중해 바다로 휩쓸려 갔다. 인구가 12만5000여 명인 이 소도시에서만 최소 6000명(13일 기준)이 숨지고 1만여 명이 실종됐다. 영국 BBC방송은 댐이 무너진 뒤의 상황을 보도하며 “쓰나미 같은 홍수가 도시를 통째로 바다로 휩쓸고 갔다”고 묘사했다. 오트만 압둘잘렐 리비아 동부(반군 정부) 보건부 장관은 “이번 비극은 데르나와 정부의 능력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 내전으로 홍수 대비 인프라 황폐화 이번 폭풍이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배경에는 리비아의 정치 불안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이후 시작된 내전이 10년 넘게 지속되며 홍수 대비 기반시설이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돼 유사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데르나에는 대니얼이 상륙한 10일부터 하루 170mm의 폭우가 내렸다. 이 지역의 9월 평년 강수량은 10mm다. 불과 하루 동안 한 달간 내릴 비의 17배가 쏟아진 것이다. 엄청난 강우량에 데르나 인근의 댐 두 곳이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 주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졌다. 리비아에선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한 이후 2011년 카다피 지지 세력과 반군인 리비아국민군(LNA)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이 상황을 틈타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이 데르나를 점령했고, 2019년 LNA가 데르나를 탈환하기 위해 전투를 치르면서 댐 등 기반시설 일부가 파괴됐지만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아흐메드 마드루드 데르나 부시장은 “댐들이 2002년 이후로 정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엔 리비아특사를 지낸 스테퍼니 윌리엄스는 “이 지역에선 댐, 담수 공장, 전력망, 도로 등이 파괴된 채 방치돼 있다”며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알리는 경보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WP에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 분열, 경제 불안, 기반시설 황폐화 등이 하나의 재앙으로 합쳐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홍수 사태 전부터 폭풍과 홍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이 역시 간과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학술지에 실린 보고서에는 ‘큰 홍수가 발생하면 두 댐 중 하나가 붕괴돼 데르나 주민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수온 2도 넘게 상승…폭풍 부른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중해 수온이 평년보다 2, 3도 올라갔다는 점을 꼽는다. 지표와 해수 기온이 따뜻할수록 증발하는 수증기 양이 많아져 보다 강력한 사이클론이 발달할 수 있다. 폭풍 대니얼은 그리스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후 튀르키예 인근에서 소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따뜻한 해수를 쫓아 지중해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폭풍의 이동 속도가 느렸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대니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은 해수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기 위해 느리게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의 기후과학자 카르스텐 하우스타인은 “지중해 기온이 평년과 비슷했다면 대니얼이 이 정도로 발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해안가 지역 중 유독 데르나에 피해가 집중된 이유에 대해 NYT는 “데르나와 연결된 가파르고 거대한 골짜기가 빗물을 모으는 깔때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머스크는 내면의 악마에 의해 움직인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면서 전기차 테슬라와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지금의 머스크를 이룬 동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머스크는 아버지와 또래들에게서 학대와 폭력을 당할 때마다 ‘나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고 되뇌며 견뎌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다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악마’를 기르며 머스크는 공감 능력을 잃은 대신 냉혈한 사업가가 됐다. 전기 ‘일론 머스크’(사진) 발간을 하루 앞둔 11일(현지 시간) 아이작슨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특징으로 모험심을 꼽았다. 머스크는 일이 잘 풀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극적인 것에 중독돼 있다는 것. 사업 초기 자금난에 시달리던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현재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머스크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는 얘기다.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아마도 지루함을 못 견뎌 트위터 인수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며 “공감 능력이 없는 그에게 트위터는 적합하지 않아서 나는 그것(인수)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10대 아들 네 명은 자신들은 쓰지 않는 트위터를 왜 인수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아들들에게 “다음 (미국) 대선을 뒤흔들기 위해 인수했다”고 말했다는 머스크는 아이작슨에게 “2024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다만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트럼프 팬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트럼프를 깊이 경멸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인형처럼 재미없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전기가 전한 특종 중 하나로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군이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머스크가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끄라고 지시한 것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상 제공했지만 이 드론 공격이 러시아의 핵 반격을 불러 핵전쟁으로 번질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전기에는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 사이가 틀어진 배경도 나온다. 지난해 3월 게이츠는 머스크에게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위해 기부를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2021년 게이츠의 테슬라 주식 공매도 사례를 들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제작하는 테슬라에 투자하는 게 기후변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부하면서 게이츠를 ‘위선자’라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머스크는 내면의 악마에 의해 움직인다.”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면서 전기차 테슬라와 화성 탐사를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지금의 머스크를 이룬 동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머스크는 아버지와 또래들에게서 학대와 폭력을 당할 때마다 ‘나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고 되뇌며 견뎌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건 다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악마’를 기르며 머스크는 공감 능력을 잃은 대신 냉혈한 사업가가 됐다.전기 ‘일론 머스크’ 발간을 하루 앞둔 11일(현지 시간) 아이작슨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머스크 특징으로 모험심을 꼽았다. “머스크는 일이 잘 풀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극적인 것에 중독돼 있다”는 것. 사업 초기 자금난에 시달리던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현재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머스크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는 얘기다.아이작슨은 “머스크는 아마도 지루함을 못 견뎌 트위터 인수 계획을 세웠다”며 “공감능력 없는 그에게 트위터는 적합하지 않아서 나는 그것(인수)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10대 아들 네 명이 자신들은 쓰지 않는 트위터를 왜 인수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그런 아들들에게 “다음 (미국) 대선을 뒤흔들기 위해 인수했다”고 말했다는 머스크는 아이작슨에게 “2024년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다만 아이작슨은 “머스크는 트럼프 팬은 아니다”며 “(오히려) 트럼프를 깊이 경멸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인형처럼 재미없다”고 평가했다.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전기가 전한 특종 중 하나로 크림반도에 주둔한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군이 드론(무인항공기)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머스크가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끄라고 지시한 것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상 제공했지만 이 드론 공격이 러시아의 핵 반격을 불러 핵전쟁으로 번질까 두려워했다고 한다.전기에는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 사이가 틀어진 배경도 나온다. 지난해 3월 게이츠는 머스크에게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위해 기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2021년 게이츠의 테슬라 주식 공매도 사례를 들며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제작하는 테슬라에 투자하는 게 기후변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부하면서 게이츠를 ‘위선자’라고 지적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