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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사용하지 않아요.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요.” 22세의 그는 또래 친구들이 일상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에 크게 관심이 없다고 했다. 특별한 취미도 없다는 그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투자한 것은 골프다. 그런 그에게 “골프를 잊고 지내는 순간이 있기는 한가”라고 물었다. “밤에 집에 가면 TV를 봐요. 그때는 골프를 잠시 잊습니다. 나름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아닐까요. 하하.” 쳇바퀴 같은 일상이지만 그는 불평하지 않는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3111점)를 질주 중인 서형석의 얘기다. 프로 5년 차를 맞아 기량이 만개한 그는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톱10을 4차례 기록했다. 약 두 달의 휴식기를 가진 KPGA투어는 29일 개막하는 부산경남오픈을 시작으로 하반기에 들어간다. 골프밖에 모르는 ‘골프 바보’ 서형석은 휴식기에도 꾸준히 연습장을 찾았다. 경기 용인 해솔리아CC에서 만난 그는 “막상 쉬려고 하니 상반기 막판에 스윙이 커지고, 퍼팅이 일관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휴식기에 스윙을 교정하고 쇼트 게임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8시 반에 연습장에 도착해 하루 6시간 이상 스윙 훈련,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했다. 일주일에 2, 3번은 새벽에 9개 홀을 돌며 실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까지 서형석은 무명에 가까웠다. 통산 우승 1회에 불과했던 그는 지난해까지 제네시스 포인트 톱10에 들었던 적이 없다. 서형석은 올 시즌을 앞두고 독하게 체력 훈련을 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40일 정도 전지훈련을 하면서 하체 근력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강한 체력이 생기니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고 부상도 막을 수 있었다.” 여기에 백스윙이 커지면서 오른쪽 팔꿈치가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윙을 간결하게 바꾼 것도 효과를 봤다. 지난해 그린 적중률이 67.234%로 81위였던 그는 이번 시즌 75.817%로 5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2009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골프 신동’으로 출연해 “타이거 우즈(미국)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꿈은 변함이 없다. 서형석은 “언젠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싶다. 곧바로 (PGA투어로) 가기는 쉽지 않다. 우선은 유럽 무대에서 뛰면서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대상 1위에게는 다음 시즌 유러피안투어 출전권과 보너스 상금 1억 원, 제네시스 차량 1대가 주어진다. 서형석은 “하반기에 최소 1승은 더해서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를 지켜내고 유럽 땅을 밟고 싶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발길이 훈련장으로 향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용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고공 폭격기’ 김신욱(31·상하이 선화)과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8·발렌시아)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향한 여정을 함께할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10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2위의 약체 투르크메니스탄이 한국(37위)을 상대로 밀집수비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을 카드로 김신욱이 발탁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은 이후 김신욱을 대표팀에 뽑지 않았다. 빠른 공격 전개를 강조하는 그의 전술에 스피드가 떨어지는 김신욱은 맞지 않다고 봤기 때문. 하지만 1월 열린 아시안컵 8강전을 돌이켜 보면 제공권이 뛰어난 김신욱이 대표팀에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던 한국은 0-1로 뒤진 후반 막판에 전방으로 수차례 롱 패스를 시도했지만 제공권을 장악할 공격수가 없어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신 공격수 김신욱(196cm)은 헤딩 패스로 동료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또 코너킥에서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지친 상대 수비수를 떼어낸 뒤 직접 득점을 할 수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공격 루트 다변화를 위해 김신욱이 필요하다. 또 그는 최근 아시아권에서는 (득점력이) 확실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올 시즌 중국에서 8골 4도움(7경기)을 기록하며 절정의 골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기존 대표팀 공격수인 황의조는 보르도(프랑스) 이적 후 무득점에 그치고 있고, 지동원(마인츠)은 무릎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고 있다. 유망주 이강인이 2차 예선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이강인은 3월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평가전에서 쓸 수 있는 교체 카드 6장 중 3, 4장만 사용하고, ‘새 얼굴’이 아닌 이미 A매치에서 실험한 적이 있는 선수를 교체 투입하는 경우가 많아 선수단 운영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선수층 확대를 위해서는 상대 국가의 전력이 최종 예선보다 떨어지는 2차 예선에서 이강인 등 유망주들을 테스트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왼발로 시도하는 날카로운 크로스와 침투 패스가 장기인 이강인은 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세트피스 키커로 활용될 수 있다. 이강인은 6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뒤 발렌시아에서 프리 시즌 실전 경기를 소화하며 기량을 키웠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강인의 볼 키핑 능력과 시야 등은 대표팀 선배들과 비교해도 발군이다. 성인 무대 경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대표팀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투르크메니스탄전에 앞서 다음 달 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조지아와의 평가전을 추진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평가전과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은 26일 발표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속공 때 달려 나가면 가끔 내 앞에 아무도 안 보이던데….”(김선형·31·SK) “형, 제가 악착같이 따라갈게요. 제가 ‘달리는 센터’잖아요.”(김종규·28·DB) 국제농구연맹(FIBA) 중국 농구월드컵(31일 개막)을 앞둔 한국 농구대표팀이 훈련 중인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19일 만난 ‘번개 가드’ 김선형과 ‘대표팀 최장신(207cm)’ 센터 김종규는 ‘전술 궁합’을 맞춰보느라 분주했다. 둘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의 정상 등극에 기여한 ‘금메달 콤비’다. 빠른 발을 가진 김선형의 돌파와 장신 센터지만 스피드가 좋은 김종규의 속공 플레이는 세계적 강호들을 위협할 한국의 무기다. 5년 전 스페인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이 5전 전패할 당시 멤버였던 둘이기에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김종규는 “세계 무대의 벽이 5년 새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팀을 상대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FIBA 랭킹 32위 한국은 아르헨티나(5위), 러시아(10위), 나이지리아(33위)와 B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1994년 캐나다 대회(3승 5패·순위 결정전 포함) 이후 25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선형은 “10점 차 이상 벌어지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경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가 초조해진 4쿼터에 승부를 볼 수 있다. 승부처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패턴 플레이를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김종규는 라건아(30·현대모비스·199cm)와 함께 골밑에서 격전을 벌여야 한다. 김종규는 지난 시즌 프로농구에서 국내 선수 평균 리바운드 1위(7.39개)를 기록했다. 그는 “상대가 나보다 크고 빠르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을 것이다. 리바운드를 한 개라도 더 잡고, 속공 시 전력을 다해 뛰겠다는 각오다. 게다가 내 옆에 든든한 동반자 라건아 형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출신 라건아는 지난해 특별 귀화했다. 김종규는 “대표팀에서 팔씨름으로 나를 꺾은 상대는 건아 형이 처음이다. 골밑 파워에서 내가 부족한 부분은 건아 형이 메워주고, 나는 속공 가담과 외곽 수비에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보통 1경기에 ‘미친 선수(맹활약하는 선수)’가 1, 2명이면 무조건 승리한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는 6명쯤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슛이 폭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김종규는 “슛 거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을 했다. 최근에는 100개의 슈팅 연습을 하면 30개는 3점슛을 쏜다. 기회가 오면 외곽에서도 팀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포인트 가드인 ‘사령관’ 김선형은 월드컵에서 한계에 부닥쳐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스페인 대회가 끝난 이후 스킬 트레이닝, 미국프로농구(NBA) 영상 분석 등을 통해 개인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의 강점인 슛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켜 좋은 슛 기회를 만드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 게임 리딩을 하면서도 기회가 오면 자신 있게 코트를 휘저을 것이다. 덩크슛 등 화려한 플레이도 자신 있게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4일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현대모비스 초청 4개국 국제대회에 출전해 리투아니아, 앙골라, 체코 등 월드컵 참가국을 상대로 모의고사를 치른다. 김선형은 “예방주사를 세게 맞을 수도 있겠지만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팀과 내가 모두 성장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양=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가 열린 18일 경기 양평 더스타휴 골프장(파71). 공동 2위 그룹에 2타 앞선 선두(12언더파)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박민지(21)에게 전반 9개 홀은 ‘냉탕’이었다. 전날 8언더파를 몰아 치며 코스레코드를 작성한 샷 감각을 이어가지 못하고 보기 2개와 버디 1개를 묶어 1타를 잃었다. 그러는 사이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김자영(28)이 전반에 2타를 줄이며 12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2등으로 쫓아가는 상황이 되니 공격적으로 경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박민지는 후반부터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때 5명이 공동 선두에 나서는 등 혼전이 계속된 후반에 박민지는 3개의 버디를 낚았다. 그는 11번홀(파4)과 13번홀(파5) 버디로 김자영과 공동 선두에 복귀했고, 16번홀(파4)에서 약 3m짜리 버디를 낚으며 단독 선두를 되찾았다.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지만 세 번째 샷을 핀에서 약 1.2m 거리에 붙인 뒤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박민지는 1타 차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5)에 나섰다. 이날 7언더파의 맹타를 휘두르며 경기를 마친 이다연과 장하나, 김자영이 공동 2위로 추격 중이었다. 앞선 2차례 우승 당시 모두 연장 끝에 우승했던 박민지지만 이날은 연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자영이 파로 경기를 마무리한 가운데 세 번째 샷을 핀에서 2m 거리에 붙인 박민지는 가볍게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199타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9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한 그는 우승 상금 1억2000만 원을 획득했다. 박민지는 “매년 1승씩은 거두자는 목표를 달성해 기쁘다. 이제 2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지의 어머니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이 은메달을 따는 데 주역이었던 김옥화 씨(61)다. 박민지는 “항상 대회에 동행하는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8위(10언더파)로 대회를 마친 상금 선두 최혜진(20)은 대상 포인트와 평균 타수 1위를 탈환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쿵. 쿵. 짝. 쿵. 쿵. 짝.” 17일 K리그1 대구의 안방인 DGB대구은행파크는 관중이 발과 손으로 만들어 내는 웅장한 소리로 가득했다. 대구의 팬들이 자랑하는 ‘발 구르기 응원’이다. 관중석 바닥이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진 것을 이용해 발 구르기와 박수로 상대 팀의 기를 죽이는 응원을 개발한 것이다. 이날 대구는 9590명의 팬 앞에서 전반 2분에 터진 수비수 정태욱의 골을 앞세워 경남을 1-0으로 제압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7위 대구는 경기당 평균 관중이 3518명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새 경기장 효과와 ‘다크호스’로 떠오른 경기력에 힘입어 경기당 1만377명의 관중(전체 좌석 1만2419석)을 동원하고 있다. 무려 195%의 상승률이다. 올 시즌 대구를 비롯해 각 구단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K리그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1(1부)과 K리그2(2부) 모두 17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전체 관중 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K리그1은 154경기 만에 누적 관중 125만575명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전체 관중 수(124만1320명·228경기)를 돌파했다. 관중 수 집계는 초청권 등을 제외한 유료 관중을 기준으로 한다. 17일 기준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812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평균 5216명) 대비 55.7% 증가했다. K리그2도 117경기 만에 누적 관중 31만2488명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관중 수(31만627명·182경기)를 넘었다.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요동치는 순위 경쟁이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당초 K리그1은 지난 시즌 우승 팀 전북의 독주가 예상됐으나 시즌 전 김보경, 윤영선 등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한 울산이 상승세를 타면서 치열한 선두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18일 현재 전북이 승점 56으로 1위, 울산이 승점 55로 2위다. 인기 구단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라이벌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도 흥행을 뒷받침했다.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 수 1위(1만7776명)인 서울 관계자는 “기존의 슈퍼매치(서울-수원) 외에 전북과의 라이벌전, 격렬한 경기가 펼쳐지는 대구와의 경기 등이 새로운 흥행 카드로 자리 잡으면서 관중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7월 K리그 선발팀과 유벤투스(이탈리아)의 친선경기에서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단 1초도 출전하지 않아 ‘노쇼 파문’을 일으킨 것이 흥행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경기가 K리거를 더 많은 팬들에게 알린 측면도 있다. 축구팬 김민준 씨(34)는 “K리그 선수들이 화끈한 골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이탈리아 최강팀을 상대로 무승부(3-3)를 거두는 것을 보고 K리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2-0 한국 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우승 등을 통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 조현우(대구) 등 K리거들의 활약과 김보경 등 유튜버로 변신한 선수와 팬들의 소통도 팬들의 발길을 축구장으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리드의 우승이 슬로 플레이 논쟁에 완전히 파묻혔다.” 패트릭 리드(29·미국)는 12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대회의 최대 화제는 리드가 아니라 라운드 내내 불거진 브라이슨 디섐보(26·미국)의 ‘느림보 플레이’에 쏠렸다. ‘필드의 물리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디섐보는 10일 2라운드 16번홀에서 약 65m 거리의 샷을 하는 데 3분가량을 소비했다. 8번홀 그린에서는 2m 조금 넘는 거리의 버디 퍼팅에 2분 넘게 시간을 보냈다. 동료 선수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제히 디섐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유럽의 강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디섐보의 느린 플레이를 비난했다. 자신의 처지를 항변하던 디섐보는 “이제부터 슬로 플레이의 문제아가 아닌 해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PGA투어 측도 경기 진행 속도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슬로 플레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공공의 적’ 슬로 플레이 골프에서 슬로 플레이 문제가 최근의 얘기는 아니다. 이미 10∼20년 전부터 “슬로 플레이가 골프를 죽인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야구 등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골프도 ‘스피드 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긴 하다. 올해부터 규칙을 개정해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거나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준비된 골퍼부터 먼저 샷을 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선수들이 ‘거북이 플레이’를 한다. 동반자나 팬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골프 경기 운영 매뉴얼에는 3인 플레이의 경우 첫 번째 선수는 50초, 나머지 2명의 선수는 40초 이내에 샷을 하게 되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차는 경고, 2차는 1벌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일 뿐 강제 규정은 아니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국내 대회의 경우 10년이 넘도록 슬로 플레이로 인해 벌타를 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빠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는 “슬로 플레이어는 많아도 ‘패스트 플레이어’는 찾기 힘들다. 슬로 플레이는 다른 선수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 강력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느린 플레이가 몸에 배어있는 선수들 중에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주말골퍼도 예외 아니다 주말 골퍼들 역시 복장 터지는 슬로 플레이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10년 경력의 캐디 A 씨는 “골프는 사실 매너나 에티켓을 먼저 배워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무작정 필드에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다. 결국 동반자에게 배우는 셈인데, 동반자도 에티켓이나 매너를 모르니 가르쳐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몇 가지 기본만 지켜도 경기의 흐름이 원활해질 수 있다. 내가 칠 타이밍에 맞춰 미리 준비하기, 거리에 맞게 2, 3개 클럽 챙겨가기, 그린에서 스스로 라이 읽기만 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안성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주말 골프의 경우 불안감이 늑장 플레이의 가장 큰 원인이다. 완벽하게 하고 공을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신중하게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 그건 연습장에서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대충, 과감하게 치는 게 훨씬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도 “슬로 플레이는 골프를 못 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나온다”며 “너무 스코어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느림보’ 탈출을 위한 7계명▼1. 자기 차례에 맞춰 미리 준비하라2. 루틴을 최소화하라3. 클럽을 2, 3개 들고 샷 지점으로 가라4. 멀리건은 전·후반 1개씩만5. 못 찾을 공은 애초부터 포기하라6. 단순하고 과감하게 쳐라7. 빨리 걸어라이헌재 uni@donga.com·정윤철 기자}

15일 리버풀과 첼시(이상 잉글랜드)의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이 열린 터키 이스탄불의 베식타시파크. 1-1로 맞선 연장 전반 5분. 사디오 마네가 득점한 리버풀이 2-1로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듯했다. 하지만 리버풀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연장 전반 11분. 문전으로 쇄도하던 첼시의 태미 에이브러햄이 리버풀 골키퍼 아드리안의 손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은 것이다. 조르지뉴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첼시는 환호했고, 동점의 빌미를 제공한 아드리안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아드리안은 승부차기를 통해 ‘영웅’으로 거듭났다.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그는 첼시의 5번째 키커 에이브러햄의 슈팅을 감각적으로 막아내 5-4 승리를 이끌었다. 리버풀이 14년 만에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슈퍼컵은 전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리버풀)과 UEFA 유로파리그 우승팀(첼시)이 맞붙는 경기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아드리안은 주전이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웨스트햄(잉글랜드)에서 뛰었던 그는 리버풀이 이 경기 9일 전에 주전 골키퍼 알리송의 백업으로 영입한 선수다. 아드리안은 알리송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덕분에 대타로 출전해 승부차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아드리안은 “리버풀 입단 환영 선물을 받은 것 같다. 리버풀을 위해 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리드의 우승이 슬로 플레이 논쟁에 완전히 파묻혔다.” 패트릭 리드(29·미국)는 12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대회의 최대 화제는 리드가 아니라 라운드 내내 불거진 브라이슨 디섐보의 ‘느림보 플레이’에 쏠렸다. ‘필드의 물리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디섐보는 10일 2라운드 16번홀에서 약 65m 거리의 샷을 하는데 3분가량을 소비했다. 8번홀 그린에서는 2m 조금 넘는 거리의 버디 버팅에 2분 넘게 시간을 보냈다. 동료 선수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제히 디섐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와 유럽의 강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디섐보의 느린 플레이를 비난했다. 자신의 처지를 항변하던 디섐보는 “이제부터 슬로 플레이의 문제아가 아닌 해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PGA투어 측도 경기 진행 속도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슬로 플레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공공의 적’ 슬로 플레이 골프에서 슬로 플레이 문제가 최근의 얘기는 아니다. 이미 10~20년 전부터 “슬로 플레이가 골프를 죽인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야구 등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골프도 ‘스피드 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긴 하다. 올해부터 규칙을 개정해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거나 남은 거리에 관계없이 준비된 골퍼부터 먼저 샷을 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선수들이 ‘거북이 플레이’를 한다. 동반자나 팬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골프 경기 운영 매뉴얼에는 3인 플레이의 경우 첫 번째 선수는 50초, 나머지 2명의 선수는 40초 이내에 샷을 하게 되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차는 경고, 2차는 1벌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장 사항일 뿐 강제 규정은 아니다.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국내 대회의 경우 10년이 넘도록 슬로 플레이로 인해 벌타를 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빠른 플레이를 선호하는 선수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이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는 “슬로 플레이어는 많아도 ‘패스트 플레이어’는 찾기 힘들다. 슬로 플레이는 다른 선수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 강력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느린 플레이가 몸에 배어있는 선수들 중에는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주말골퍼도 예외 아니다 주말 골퍼들 역시 복장 터지는 슬로 플레이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10년 경력의 캐디 A씨는 “골프는 사실 매너나 에티켓을 먼저 배워야 하는데 그런 과정 없이 무작정 필드에 나오는 사람이 너무 많다. 결국 동반자한테 배우는 셈인데, 동반자도 에티켓이나 매너를 모르니 가르쳐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몇 가지 기본만 지켜도 경기의 흐름이 원활해 질 수 있다. 내가 칠 타이밍에 맞춰 미리 준비하기, 거리에 맞게 2, 3개 클럽 챙겨가기, 그린에서 스스로 라이 읽기만 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안성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주말 골프의 경우 불안감이 늑장 플레이의 가장 큰 원인이다. 완벽하게 하고 공을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너무 신중하게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 그건 연습장에서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대충, 과감하게 치는 게 훨씬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김재열 SBS골프 해설위원도 “슬로 플레이는 골프를 못 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나온다”며 “너무 스코어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느림보’ 탈출을 위한 7계명> 1. 자기 차례에 맞춰 미리 준비하라2. 루틴을 최소화하라3. 클럽을 2, 3개 들고 샷 지점으로 가라4. 멀리건은 전·후반 1개씩만 5. 못 찾을 공은 애초부터 포기하라6. 단순하고 과감하게 쳐라7. 빨리 걸어라}

‘오전 4시 49분. 시작해 보자.’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킹’ 르브론 제임스(35)는 13일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과 함께 운동 영상을 올렸다. 헬스장에서 후드티를 입고 새벽 훈련을 시작한 제임스는 흥겨운 힙합 음악에 맞춰 준비 운동을 한 뒤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2시간여의 운동을 마치고 매트에 누운 그는 이미 후드티를 벗어던질 정도로 온몸이 후끈 달아오른 상태였다. 얇은 반팔 상의는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고된 훈련에도 제임스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늘도 환상적이었어.” 2003∼2004시즌에 데뷔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지만 제임스는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막강한 파워와 운동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기량 향상과 컨디션 관리를 위해 매년 150만 달러(약 18억 원)를 투자한다. 제임스는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비시즌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씩 개인 훈련을 하는데 매일 오전 5시에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즌이 시작된 뒤에는 주말을 포함해 일주일 내내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새벽 훈련을 위해 매일 오후 10시경 잠자리에 드는 제임스는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하루 30분씩 요가 수업도 받고 있다. 제임스는 개인 트레이너뿐만 아니라 전담 요리사와 안마사도 있다. 자택에는 체육관과 빠른 체력 회복을 돕는 고압 산소실도 마련돼 있다고 한다. 식단 관리에도 신경 쓰는 그는 “경기 전에는 닭가슴살과 소량의 파스타를 섭취한다. 과일, 샐러드도 함께 먹는다. 다만 피자 등 기름진 음식은 꾹 참았다가 경기가 끝난 뒤에 먹는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지난 시즌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더 단단한 각오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평균 27.4득점, 8.5리바운드, 8.3어시스트로 기록상으로는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시즌 도중 사타구니 부상으로 데뷔 이후 가장 적은 경기(55경기)를 소화했고, 팀도 서부콘퍼런스 10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제임스는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 시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2019∼2020시즌 NBA 정규리그는 10월 23일 막을 올린다. 제임스가 이끄는 레이커스는 개막전에서 LA 클리퍼스와 맞붙는다.정윤철 trigger@donga.com·조응형 기자}

김재홍 대한컬링경기연맹 신임 회장(69)이 1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김 회장은 “컬링의 저변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호남, 강원, 충청,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컬링 전용 연습장을 건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임기 중 실업 및 대학 팀을 2개 이상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현재 용인대가 컬링팀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컬링 공동체 구성원의 화합도 강조했다. 그는 “컬링계 내부 소수의 독점과 전횡은 좋지 않다. 예산과 회계 집행도 원리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임기는 2020년 12월까지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4번홀(파3)에서 약 2.5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패트릭 리드(29·미국·사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값진 버디로 단독 선두를 되찾고 포효한 리드는 더는 흔들리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리드가 12일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 내셔널GC(파71)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1차전 노던 트러스트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했다. 단독 선두로 이날 4라운드를 출발한 리드는 13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2위로 떨어졌으나 14번홀 버디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뒤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선두를 굳혔다. 2위 에이브러햄 앤서(멕시코·15언더파)와는 1타 차. 지난해 4월 마스터스 우승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던 리드는 1년 4개월여 만에 PGA투어 통산 7승을 달성했다. PGA투어는 “‘캡틴 아메리카’ 리드가 불같은 에너지를 가진 선수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리드는 2016년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에서 유럽의 강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싱글 매치를 승리하는 등 미국의 우승을 이끌어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을 얻었다. 125명이 출전한 노던 트러스트의 결과를 반영한 페덱스컵 포인트 순위에 따라 상위 70명이 PO 2차전 BMW챔피언십(8월 15∼18일·현지 시간)에 출전한다. 리드는 1차전 우승으로 페덱스컵 랭킹이 50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노던 트러스트를 공동 38위(5언더파)로 마친 임성재와 안병훈은 각각 페덱스컵 랭킹 26위, 61위로 BMW챔피언십에 나선다. 노던 트러스트에서 부진했던 김시우(84위)와 강성훈(컷 탈락)도 각각 페덱스컵 랭킹 53위, 42위로 2차전 진출을 확정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후반 45분.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든 석현준(28)은 팀 동료 불라예 디아가 내준 볼을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골문 왼쪽 구석에 꽂혔다. 석현준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 두 팔을 벌리며 환호했다. 프랑스 리그1 스타드 드 랭스의 석현준이 2019∼2020시즌 유럽 주요 정규리그 한국인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1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석현준은 팀이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2-0 승리를 이끄는 쐐기 골을 터뜨렸다. 2009년 네덜란드 아약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다양한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해 ‘저니맨’(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으로 불리는 석현준은 새 시즌 개막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스타드 드 랭스에서의 두 번째 시즌으로,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22경기에서 3골을 넣는 데 그쳤지만 이번 시즌에는 일찌감치 마수걸이 골을 터뜨리며 주전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27·보르도)는 이날 앙제와의 방문경기에 선발로 출격해 리그1 데뷔전을 치렀다. 자신의 주 포지션인 최전방 원톱 대신 2선 중앙 공격수로 출전한 황의조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활발한 돌파와 적극적인 슈팅을 보여줬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황의조는 후반 23분 교체 아웃됐고 보르도는 1-3으로 패했다. 황의조는 “데뷔전이기에 많은 준비를 했는데 패배해서 아쉽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경기가 남은 만큼 ‘이제 시작이다’라는 마음을 갖겠다”고 말했다. 한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이강인(18)은 안방인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인터밀란(이탈리아)과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후반 34분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이날 경기에 앞서 20세 이하 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상)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해 안방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발렌시아는 인터밀란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7로 졌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서 득점에 성공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월요일(5일) 저녁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잠을 정말 많이 잤어요. 시차 적응은 아직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젊음의 힘’이랄까?(웃음)” 프로 2년 차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최혜진(20·롯데)에게서 ‘겁 없는 스무 살’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KLPGA투어 전반기에 4승을 거두며 다승 1위를 질주 중인 최혜진은 9일부터 제주 오라CC에서 열리는 후반기 첫 대회 삼다수 마스터스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에게 이 대회는 아픔을 딛고 다시 날아오를 기회이기 때문이다. 8일 만난 그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내 모습은 중요하지 않다. 제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다”라고 말했다.○ “다시 출발점에 섰다” 최근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프랑스)과 브리티시여자오픈(영국)에 연달아 출전한 뒤 귀국했다. 2주가 넘는 ‘원정’에 대비해 즉석밥, 김치를 챙겨가고 출국 전까지 스윙을 가다듬은 그였다. 하지만 그는 에비앙챔피언십에서는 공동 49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컷 탈락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에서 상승세를 탄 뒤에 출전하다 보니 기대를 많이 했어요. 연습 라운드 때 감각도 좋았는데 실전에서 무너지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직 나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상도 있었다. 그에게 “인스타그램에 ‘눈 잘 뜨고 다니자’는 해시태그를 올린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부상 때문이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에비앙챔피언십을 앞두고 코스를 도는데 러프에 파묻혀 있던 스프링클러를 못 보고 밟아 오른쪽 발목을 세게 삐었어요. 테이핑을 하고 얼음찜질도 했는데도 아프더라고요.” 아쉬움 속에 귀국했기에 마냥 쉴 수는 없었다. 잠을 자다가 눈이 떠지면 경기 용인 자택 근처 헬스장을 찾아 땀을 흘렸다. 별명이 ‘펭귄’인 그는 얼음 위에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서 목표 지점을 향해 걷는 펭귄처럼 실패를 딛고 일어서겠다는 각오다. “나 스스로 만족할 수준의 선수가 될 때까지 노력할 겁니다. 쇼트게임도 보완하고, 큰 무대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심장을 가진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정과 존경심은 잠시 접어둘 것” 최혜진은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LPGA투어 메이저 퀸’ 고진영(24), KLPGA투어 다승 공동 2위(2승) 조정민(25)과 한 조로 경기를 펼친다. 그는 “정민 언니는 ‘절친 선배’, 진영 언니는 ‘롤 모델’이기에 (1라운드가) 기대된다”면서도 “나도 열심히 경기를 펼쳐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정민과 최혜진은 용인에서 함께 운동을 하면서 친해졌다. 그래도 양보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조정민은 “휴식기 동안 타구 분석이 되는 트랙맨 장비를 장만해 세밀한 훈련을 했다. 상반기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진영처럼 장차 LPGA투어 진출을 꿈꾸는 최혜진은 “진영 언니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영어 공부도 하고, 훈련도 체계적으로 하면서 (미국 진출을) 준비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배우면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거주 중인 제주도로 ‘금의환향’해 가족들과 아귀찜을 먹으며 재충전한 고진영은 “(최)혜진이는 LPGA투어에 와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다. KLPGA투어에서 함께 경기한 지가 꽤 된 것 같은데…. 요즘 (혜진이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재밌게 경쟁해 보겠다”고 말했다.제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박인비 프로 말대로 하니까 공이 굴러가는 게 확 달라지네.” 7일 제주 오라CC 연습 그린에서는 곳곳에서 이런 감탄사가 나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 프로암을 앞두고 ‘골프 여제’ 박인비(31)가 일반인 참가자들에게 ‘원 포인트 레슨’ 행사에 나선 때였다. ‘컴퓨터 퍼팅’을 앞세워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LPGA투어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우승)’을 달성한 박인비는 참가자 5명에게 레슨을 했다. 퍼팅 방향이 일정치 못한 참가자를 보고는 “퍼터를 지면에 최대한 가깝게 붙인다는 느낌으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팔을 곧게 펴 퍼팅을 하고, 거리 조절이 일정치 못했던 참가자에게는 “팔을 자연스럽게 구부리고 백스윙과 팔로 스루의 크기를 같게 하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박인비의 조언에 따라 한결 나아진 퍼팅으로 공을 목표 지점으로 보냈다. 박인비가 건넨 “잘하셨어요”라는 칭찬을 들은 참가자들은 “‘족집게 강사’ 박인비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팬들과 소통하며 하루를 보낸 박인비는 9일 1라운드가 시작되는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의 KLPGA투어 대회 첫 승을 노린다. 그는 매치플레이 방식의 대회에서는 1승(2018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거둔 적이 있다. 올해로 6회째인 삼다수 마스터스에 개근한 박인비는 “이제 코스 자체가 눈에 많이 익었다. 골프 꿈나무들도 많이 경기장을 찾는 대회인 만큼 예전보다 더 열심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인비와 이번 시즌 LPGA투어 ‘메이저 퀸’ 고진영(24) 등 해외파들에게 맞설 국내파들의 각오도 단단하다. 특히 이번 대회는 KLPGA투어 후반기 첫 대회이기 때문에 다승, 상금 등 각 부문에서 경쟁 중인 국내파들의 ‘내부 경쟁’도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KLPGA투어 전반기에 4승(다승 1위)을 거두며 ‘대세’로 자리 잡은 최혜진(20)은 후반기 첫 대회를 통해 완벽한 독주 체제를 갖추겠다는 각오다. 최혜진은 1라운드에서 KLPGA투어 다승 공동 2위(2승) 조정민(25), 고진영과 한 조로 대결을 펼친다. 최혜진은 “영국에서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마치고 돌아와 컨디션이 염려가 됐지만 다행히 샷 감각이 나쁘지 않다. 오라CC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경험을 쌓은 코스인 만큼 후반기 시작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인비 김아림(24)과 한 조에 편성된 ‘디펜딩 챔피언’ 오지현(23)이 무관에 그쳤던 전반기 부진에서 벗어나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퀸’에 오르며 금의환향한 고진영(24)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번 시즌 2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ANA 인스피레이션, 에비앙 챔피언십)을 달성하며 5개 메이저 대회를 합산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을 확정한 고진영은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제2의 고향’ 제주를 찾았다. 제주공항 도착 직후 고진영은 후원사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마련한 축하 행사에 참석했다. 공사 직원 10여 명은 ‘고진영 누나 에비앙 우승을 축하드려용∼’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고진영은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고진영은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다 9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고진영이 국내 대회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10개월 만이다. 본보는 고진영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마치고 영국에서 출국하기 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6일 제주공항에서도 고진영을 만났다.○ 골프 벌레에서 메이저 퀸으로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에 오른 데 이어 투어 2년 차인 이번 시즌 3승을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번 시즌 LPGA투어에서 행복한 경험을 많이 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과 세계랭킹 1위는 예상조차 못한 성과라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하다(웃음).” 고진영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단독 3위로 마쳤다. 아쉽게 메이저 3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아쉬움은 이미 털어낸 듯했다. 마치 보디빌더 같은 포즈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고진영은 이렇게 썼다. ‘(LPGA투어 활동을 한) 100일 동안 골프 벌레여서 행복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부족함을 찾았으니….’ 고진영은 5월 말 US여자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2개월여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생일(7월 7일)에도 미국 시카고에서 스윙 코치인 이시우 프로와 훈련을 했다.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제주도를 찾은 기분이 어떤가. “짧은 기간이지만 ‘힐링의 장소’ 제주도를 찾게 돼 기쁘다. 내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지만 고씨 본관이 제주이기 때문에 제주는 내 뿌리가 시작된 곳이다. 제주에 오면 고향에 온 기분이다.” 제주에는 고진영의 아버지 고성태 씨(56)와 어머니 김미경 씨(50)가 살고 있다. 아버지 고 씨는 복싱 선수 출신이다. 아버지는 자신을 닮아 운동선수로는 작고 삐쩍 마른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 골프를 시작하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줄넘기와 헬스 운동을 시켜 단단한 근력을 갖추게 했다. 딸의 LPGA투어에 이따금 동행하는 고진영의 부모지만 올해 고진영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할 때는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현장에 계시지 않을 때 우승을 해 많이 속상하실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던 고진영이다. ―제주에서 부모님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뭔가. “꼭 안아드리고 싶다. 내가 외동딸이다 보니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항상 많은 걱정을 하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너무나 그리웠던(?) 떡볶이를 먹고 싶다.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니까…. 가족들과 탕 요리도 같이 먹고 싶다.” 고진영은 “비시즌에 협재해수욕장과 함덕해수욕장 등 경관이 좋은 해변의 카페에 가서 운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흑돼지 맛집도 자주 찾아간다”고 덧붙였다. ○ 행복 골퍼의 비결은 고진감래 ―이번 시즌 시작 전에 자신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사실 시즌 시작 전에는 메이저 우승에 대한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 5위 안에 들자는 생각뿐이었다. 다만 나 스스로 골프 완성도를 높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세계 1위를 질주 중인 고진영의 성적표는 A+라도 줄 만하다. LPGA투어 상금(228만1131달러), 평균 타수(69.03타),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207점)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평소 고진영은 “행복한 골퍼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좌우명은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사자성어 ‘고진감래’다. 늘 고된 훈련을 참아내는 고진영의 끈기가 그린을 당당히 정복하는 그의 행복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스윙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이번 시즌 한때 스윙이 흐트러졌을 때는 스윙 코치를 미국으로 초빙해 정말 많은 훈련을 했다. 평소 ‘양보다 질’을 중시해왔지만 이번에는 양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남다른 집념 덕분에 고진영은 어떤 상황에서도 루틴과 스윙 리듬이 한결같은 골퍼로 거듭났다. 에비앙 챔피언십 당시 고진영이 선두와의 4타 차 열세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을 차지한 비결이다. ―경기를 할 때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골프 클럽을 잡을 때마다 신중한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기 도중 ‘하고 싶은 샷’과 ‘할 수 있는 샷’, ‘해야 하는 샷’을 놓고 갈등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하고 싶은 샷은 우선 절제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선택지 중 한 개를 캐디와 함께 선택한 뒤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여왕의 비밀 무기는 껌과 책? ―에비앙 챔피언십 때 경기 도중 껌을 씹으며 그린 위를 걸어간 게 화제가 됐다. “대회 마지막 날 제가 보기(12번홀·파4)를 기록했다. 그랬더니 캐디(데이비드 브루커)가 껌을 건네더라. 국내에서 투어를 할 때는 껌을 씹어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지만 혹시나 이런 모습을 팬들이 불편해하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껌의 효과 덕분이었을까. 당시 고진영은 곧바로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를 반전한 끝에 우승에 성공했다. 홍정기 차의과대 스포츠의학대학원장은 “껌을 씹는 행동은 골퍼들이 극한 상황에서 루틴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압박감이 상당할 텐데 골프장 밖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나. “LPGA투어 생활을 하다 보면 여가시간이 한정적이다. 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가까운 관광지를 찾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울 때는 호텔 로비나 카페에서 독서를 한다. 외동딸이기에 어려서부터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철학책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휴식은 짧고 대회는 다시 코앞이다. 9일부터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하는데…. “매주 대회에 참가하고 다시 이동하는 바쁜 투어 일정 속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 스스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그는 KLPGA투어 프로필에 ‘생일에 7이 두 번 나와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더욱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려 한다.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모처럼 만나는 국내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 내게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는 에비앙 챔피언십처럼 소중한 대회다. 2017년처럼 ‘제2의 고향’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좋겠다.” 제주 대회를 마친 뒤에 고진영은 가족들과 시간을 좀 더 보낸 뒤 캐나다에서 열리는 CP 위민스 오픈(8월 22∼25일·현지 시간)에 맞춰 출국할 예정이다. 24세 황금돼지띠 고진영은 요즘 한층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래서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는지도 모른다.제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5번홀(파5)에서 안병훈(28·사진)의 티샷은 페어웨이 오른쪽 수풀로 들어갔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안병훈은 1벌타를 받고 볼을 드롭했다. 결국 4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10m가 넘는 거리의 파 퍼트가 실패하면서 보기를 했다. 1라운드부터 이어진 안병훈의 ‘노보기 행진’이 69번째 홀에서 마감된 순간이다. 3라운드까지 줄곧 선두를 달리다가 4라운드에서 J T 포스턴(미국)에게 1타 차 선두를 내준 상황에서 발생한 이 실수는 치명적이었다. 안병훈은 16번홀(파3) 버디로 1타 차로 뒤쫓았지만 18번홀(파4)에서 또다시 티샷 실수로 보기를 범하면서 끝내 추격에 실패했다. 안병훈은 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C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3위에 올랐다. PGA투어에서 준우승만 3차례 기록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노렸으나 뒷심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우승은 대회 내내 단 1개의 보기도 범하지 않은 포스턴(22언더파)에게 돌아갔다. 포스턴은 PGA투어에서 45년 만에 72개 홀 노보기 우승을 달성했다. 안병훈은 “드라이버로 친 공이 그렇게 멀리 나갔을 줄은 몰랐다. 운도 없었다. 15번홀 보기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안병훈은 “이번 주의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플레이오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하겠다”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페덱스컵 랭킹 상위 125명이 출전하는 플레이오프 1차전(노던트러스트)은 8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안병훈의 현재 페덱스컵 랭킹은 57위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17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브리티시오픈(디오픈)에서 생애 세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조던 스피스(26·미국)는 ‘차세대 황제’로 불렸다. 23세 11개월 27일의 나이였던 스피스가 타이거 우즈(미국·24세 6개월)보다 빠르게 메이저 3승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 디오픈 이후 스피스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CC(파70)에서 열린 윈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는 7오버파 77타로 무너졌다. 한때 ‘컴퓨터 퍼팅’을 앞세워 세계 1위에 올랐던 스피스(현 세계 랭킹 37위)지만 이날 버디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고 보기 1개와 더블 보기 3개를 범하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PGA투어는 “스피스가 1라운드(6언더파)와 2라운드(3언더파)만 해도 오랜 슬럼프를 탈출하는 듯했지만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미국 골프닷컴에 따르면 스피스는 이날 그린에서 출전 선수들의 평균보다 3.4타를 더 쳤고, 10개 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놓쳤다. 공동 78위에 그친 스피스는 2차 컷에 걸려 최종 라운드 합류에 실패했다. PGA투어는 2라운드까지 컷 통과자가 78명이 넘으면 3라운드에서 4라운드 출전자를 줄이는 2차 컷 제도를 운영한다. 스피스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부진했던 하루였다”고 말했다. 안병훈(28)은 3라운드까지 17언더파 193타로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PGA투어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안병훈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았다. 그는 1라운드부터 54홀을 도는 동안 보기를 단 하나도 범하지 않고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공동 2위 그룹에 1타 앞선 안병훈은 “최종 라운드에서 내 생애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허벅지 근육 운동과 바벨을 이용한 코어 강화 운동부터 드리블과 슈팅 훈련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운동 방법과 난이도를 유튜브를 통해 친절히 설명하는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30)의 모습이다. 올해 3월 자신의 이름 앞 글자를 따 ‘KBK Football TV’를 유튜브에 개설한 김보경은 구독자 수 1만5000여 명을 보유한 ‘스타 유튜버 강사’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리그에서 뛰며 경험을 쌓은 그는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터득한 훈련법과 경기 영상 분석 방법 등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런데 점차 축구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도 (내 훈련법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모두가 이해하기 쉽게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자막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며 운동하는 ‘홈 트레이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김보경의 유튜브 영상에는 “돈 주고도 못 배울 국가대표 강습! 최고!” 등의 댓글이 달린다. 최원근 씨(29)는 “김보경의 운동법을 따라해 본 뒤 조기 축구에 나갔다. 그랬더니 파워가 향상돼 상대 선수와 부딪힐 때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2, 3회 실시하는 개인 훈련 스케줄에 맞춰 영상을 촬영하는 김보경은 “주위에서 ‘그 좋은 걸 남들한테 다 알려줘도 되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경로를 하나 더 열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탁구 국가대표 출신 김정훈(37)은 ‘국가대표 김정훈 탁구클럽’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해당 채널 구독자인 김기수 씨(23)는 “탁구 연습장을 찾아가는 수고를 덜고, 각종 기술을 유튜브를 통해 손쉽게 공짜로 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정훈은 “현역에서 은퇴한 뒤 탁구 클럽을 운영하면서 아마추어들을 만나 조언을 해준 적이 많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유튜브로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탁구채를 들고 공을 치며 아마추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포핸드와 백핸드 등 기본 기술부터 루프 드라이브 등 고급 기술까지 83개의 강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탁구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과 ‘김정훈을 이겨라’라는 명칭의 이벤트 경기를 펼치기도 한다. 유튜브엔 이른바 ‘홈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이 많다.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출신 박선호(35)가 운영하는 ‘백만킬로 사이클아카데미’, 광저우 아시아경기 수영 은메달리스트 박선관(28)이 개설한 ‘PSKTV’, 2012 런던 올림픽 유도 동메달을 획득한 조준호(31) 등이 운영하는 ‘Hanpan(한판) TV’ 등 종목도 다양하다. 유튜브 홈 트레이닝은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종식 원광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생활체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지속성은 지도자의 지도 효율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최고 자리에 올라섰던 전문가들이 직접 가르치는 유튜브는 지도 효율성이 높아 생활체육인들의 운동 지속 의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김승민 인턴기자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유벤투스가 한국 팬을 무시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은 일절 수용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호날두 노쇼’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보낸 항의 서한에 대한 유벤투스의 대답이다. 유벤투스는 1일 연맹과 주최사 더페스타에 동시에 보낸 A4 용지 두 장 분량의 답변서에서 “우리는 우수한 선수들로 훌륭한 경기를 치렀지만 한국 측 때문에 일정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유벤투스는 “연맹이 경기 날짜를 지난달 27일에서 26일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면서 모든 일정이 빡빡해졌고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또 “인천공항에서 빠져나가는 데만 1시간 50분이 걸렸으며, 호텔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데도 2시간이 소요됐지만 우리가 요청한 경찰 호위는 없었다”고 답변서에 썼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한국 축구팬들을 분노케 한 ‘호날두 노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외면한 채 “세계적 선수와 재능 있는 신인들을 포함한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섰으며 예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한 명이었다. 한국 일정 48시간 전에 중국 난징에서 경기를 치르며 쌓인 근육 피로 때문에 호날두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팀 의료진의 조언이 있었다”고 해명하는 데 그쳤다. 연맹은 이에 대해 “호날두의 45분 출전 조항이 이번 사태의 핵심인데도 유벤투스는 본질을 벗어난 핑계와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후안무치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연맹은 “처음부터 리그 일정으로 인해 27일 경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26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은 유벤투스”라고 반박했다. 인천공항 입국 시간이 길었다는 유벤투스의 변명에 대해서도 지난달 31일자 동아일보 보도를 인용해 “선수단 전원 입국심사에 26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고 했다. 교통체증에 대해서는 “오후 6시 30분까지 유벤투스가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통보했지만 유벤투스가 늑장 출발했다”고 주장했다. 유벤투스가 지난달 31일 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구단은 이탈리아어로 올린 글에 ‘서울에 제때 도착했다(puntualmente arrivato a Seul)’고 표현했지만 영문 홈페이지에는 ‘최종적으로 서울에 도착(final stop in Seoul)’이라고 달리 표현했다. 자국에서 유리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착 시점을 왜곡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연맹은 1일 더페스타에 위약금 청구 관련 내용증명 서류를 보냈다. 위약금 액수는 2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원주 takeoff@donga.com·정윤철 기자김승민 인턴기자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주재용 인턴기자 한동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제가 성격이 유쾌한 편이거든요. 맛있는 것 먹으면서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어요.” 지난달 29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참사’를 겪은 김효주(24·롯데)는 과거의 아픔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31일 영국에 머물고 있는 김효주가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었다. 그는 또 “계속 우승 기회가 오고 있다. 아직 그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에비앙챔피언십 4라운드 13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며 3년 6개월여 만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던 그는 14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 턱에 박히면서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이로 인해 동갑내기 친구 고진영에게 선두를 내준 그는 끝내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공동 준우승에 그쳤다. 당시 김효주는 두 차례 시도 끝에 벙커를 벗어난 뒤 3퍼트를 했다. 차라리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으면 어땠을까. 이 경우 1벌타를 받고 벙커 안에서 볼과 홀을 연결한 후방선 2클럽 이내에 드롭하거나, 1벌타를 받고 티잉 구역으로 돌아가는 방법 등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효주는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늘 같은 결정을 할 수 없는 게 골프다. 다만 그 당시에는 공의 상태 등을 고려해 충분히 벙커를 탈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지난달 30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1∼4일)이 열리는 영국에 도착했다. 그의 소속사 관계자는 “김효주가 런던에 도착해 마사지를 받고, 아버지 김창호 씨(61)가 만들어 준 한식을 먹으며 기분 전환을 했다”고 전했다. 최근 상승세를 탄 김효주가 부활을 완성하는 데 있어 마지막 열쇠는 우승이다. 그는 최근 4개 대회(팀 경기 제외)에서 두 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모두 톱10을 기록했다. 평균 퍼트 수는 27.68개로 LPGA투어 1위다. 김효주는 “브리티시여자오픈도 내가 한 시즌에 치러야 할 수많은 대회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부담을 떨쳐내겠다. ‘천재 소녀의 부활’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내가 언제든지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1위에 복귀한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2013년 박인비 이후 6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3승에 도전한다. 또 그는 5위 안에만 들면 경쟁자들의 성적에 관계없이 한 시즌 5대 메이저대회 성적을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품게 된다. 고진영은 “또 우승을 한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3개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뤄낸다면 ‘가문의 영광’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