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김수현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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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남동부 탈환작전 박차…헤르손서도 주민 저항 거세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초기 빼앗긴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탈환 작전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전략 요충지인 헤르손에서도 탈환을 돕는 주민들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헤르손 주민들은 최근 도시 주변에서 미사일 공격과 폭발음이 들리는 등 우크라이나군의 ‘총공세’가 이어지면서 러시아군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이 심각해질수록 정전(停電)도 잦아졌고, 인터넷 연결도 극히 어려워졌다. 한 40대 주민은 “이곳 주민들은 전선에서 벌어지는 일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군의 탈환과 도시의 해방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 내부에서도 주민들을 중심으로 러시아군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러시아가 임명한 한 헤르손 농업 담당 고위 관료가 애인과 함께 살해당했다. 친(親)러시아 키릴 스트레모우소우 헤르손주 부지사 역시 우크라이나 반격 하루 만에 러시아로 도주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다만 위기감을 느낀 러시아군의 감시 경계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은 이전보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지역 상인은 “우리는 의견조차 말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다른 주민은 “러시아 점령 이후 거리 곳곳에 보드카 가판대가 늘어났다”라며 “정부라 칭하는 자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주민들이 술에 취해 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헤르손은 친러시아 반군 지역인 돈바스와 크름반도를 잇는 길목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침공 초기인 올 3월 우크라이나 도시 중 최초로 함락됐으며 이후 현재까지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유일한 주도(主都)다. 앞서 러시아는 이 지역을 2014년 크름반도 강제병합처럼 주민투표를 통해 공식 병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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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상팔하’ 리커창 퇴진 가능성… 젊은피 ‘치링허우’ 약진도 관심[글로벌 포커스]

    시진핑(習近平·69)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와 상무위원 등 차기 지도부를 결정할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다음 달 16일 열린다. 시 주석의 3연임이 유력해 그가 내놓을 집권 3기의 청사진과 차기 지도부 구성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이 이번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한 마오쩌둥(毛澤東·1949∼1976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3연임을 하는 지도자가 된다. 그는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로 선출됐고 5년 후 제19차 당 대회에서 유임돼 현재까지 10년 동안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유지했다. 당 대회가 10월에 열린다는 사실이 그의 3연임 확정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후 전 주석에서 시 주석으로 권력이 이양된 시점의 당 대회는 모두 그해 11월에 개최됐다. 최고 지도자 교체를 포함해 대대적인 인적 개편이 이뤄지면서 당 대회가 늦춰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지도자의 연임이 결정될 때는 모두 10월에 열렸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3연임에 이어 종신 집권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홍콩 밍(明)보 등은 중국공산당이 이번에 그에게 ‘인민 영수’라는 칭호를 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대한 영수’로 불렸던 마오쩌둥처럼 굳이 공식 직책을 맡지 않더라도 배후에서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로 군림할 발판을 마련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오쩌둥의 말이 당의 결정 및 법 위에 군림했듯 시 주석도 강력한 통치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무위원 7인 구성에 주목중국공산당의 내부 구조는 극단적인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가장 밑바닥에 당원 약 9515만 명이 있다. 이 중 불과 2300여 명이 지역별 대표자로 선출된다. 이들이 5년에 한 번씩 베이징에서 당 대회를 열고 당 중앙위원회 위원 370여 명을 선출한다. 이 중에서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이 뽑히고, 또 그중에서 7명만이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을 얻는다. 중국은 절대 권력을 휘두른 마오쩌둥 사후 그가 주도한 문화대혁명 같은 폐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무위원 중심의 집단 지도 체제를 택했다. 이것이 1인 최고 권력자가 있는 서방 정치 체제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해 왔다. 상무위원 7인 중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 국무원 총리 등 2명은 당연직이다. 나머지 인원 및 구성은 유동적이다. 전체 인원도 마오 시절에는 5명이었고 후 전 주석 시절에는 9인이었지만 시 주석이 취임한 후 7명으로 줄여 고정했다. 국가주석과 총리 외에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국무원 부총리,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이 있다. 시 주석 3연임 여부와 함께 이번 당 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현 상무위원 7인 중 시 주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거취다. 리커창(李克强·67) 총리, 리잔수(栗戰書·72)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왕양(汪洋·67) 정협 주석, 왕후닝(王호寧·67)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趙樂際·65)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韓正·68) 국무원 부총리 중 그간 지도부 교체 시 관례로 적용됐던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 이하는 유임, 68세 이상은 퇴진)’를 적용하면 시 주석, 리 위원장, 한 부총리 등 3명이 물러나야 한다. 스스로 칠상팔하 원칙을 무너뜨린 시 주석을 제외하면 두 자리는 확실하게 빈다는 의미다. 이 외 경제 노선을 두고 시 주석과 미묘한 차이를 보여온 리 총리의 퇴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확실하게 비는 두 자리에 차기 지도자 그룹이 등장할 것이 유력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상무위원 입성이 가능한 인물로 후춘화(胡春華·59) 부총리, 천민얼(陳敏爾·62) 충칭시 당 서기, 딩쉐샹(丁薛祥·60) 중앙판공청 주임, 리창(李强·63) 상하이시 당 서기 등을 꼽는다. 모두 현 지도부에 비해 상당히 젊다. 후 부총리는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힌다. 그는 후진타오 전 주석, 리커창 총리가 속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이다. 시 주석이 집권 후 공청단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이 오히려 그의 상무위원 입성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3연임에 대한 공청단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그를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딩 주임은 시 주석의 확실한 지지를 통해 상무위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시 주석이 상하이 당 서기로 재임하던 시절 비서장을 지냈다. 2013년 중앙판공청 부주임에 발탁되면서 시진핑 정권의 핵심 파워엘리트로 부상했다. 시 주석이 참석하는 거의 모든 행사나 일정은 딩 주임의 손을 거치므로 ‘시진핑의 그림자’로도 불린다. 천 서기는 시 주석이 저장성 당 서기 시절 구축한 인맥 겸 최측근을 일컫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5년 전인 19차 당 대회 때부터 상무위원 진입이 점쳐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리 서기 역시 지금까지 상하이시 당 서기 대부분이 상무위원으로 승격했다는 점, 시 주석의 최측근이라는 점, 경제 분야 전문가라는 점 등을 들어 상무위원 진입 및 상무부총리 임명이 점쳐진다. 하지만 최근 일부에서는 천 서기, 리 서기 등 두 사람의 상무위원 진입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는 확진자 1명만 나와도 해당 구역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0) 코로나’ 정책으로 올 상반기 두 달간 도시 전체가 전면 봉쇄됐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최고 책임자인 리 서기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천 서기는 중국의 주요 산업지대인 충칭이 올 7, 8월 두 달간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공장 가동 중단, 정전 등을 겪으며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점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1970년대생 ‘치링허우’ 약진 주목차차기 최고 지도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중앙위원회 및 정치국 위원의 면면도 관심이다. 특히 시 주석의 종신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당 대회에서 19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치링허우(七零後)’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나온다.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손발을 맞췄던 1950, 60년대생 대신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 장기 집권에 대한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한다는 의미다. 중국 인터넷 매체 텅쉰왕 등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중국 중앙정부와 본토의 31개 성(省)급(베이징 등 4개 직할시 및 성, 자치구) 정부에서 부부장(차관)이나 당 부서기, 직할시 부시장·부성장, 자치구 부주석 등 주요 보직을 맡은 치링허우는 108명에 이른다. 이 중 상당수는 20차 당 대회에서 370여 명을 선출하는 중앙위원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전 19차 당 대회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에 선출된 치링허우가 2명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중앙위원회 입성이 유력한 치링허우의 선두 주자는 3월 상하이시 당 부서기에 오른 주거위제(諸葛宇傑·51)다. 상하이 출신으로 줄곧 상하이에서 공직 경력을 쌓아왔다. 산둥성 지난시 당 서기인 류창(劉强·51)도 금융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농업은행 출신으로 2016∼2018년 중국은행 부행장을 지냈고 최근 지난시 수장이 됐다. 쓰촨성 당 위원회 상무위원 겸 몐양시 당 서기인 차오리쥔(曹立軍·50)도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후난성에서 오랜 공직 경력을 거쳐 2020년 쓰촨성 부성장으로 발탁됐고, 이번에 성 당 위원회 상무위원이 됐다. SCMP는 지방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108명 모두 대졸이며 94.4%(102명)가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53.7%(58명)는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미국, 영국 등 유학 경험자도 21.3%(23명)나 된다며 “치링허우는 엘리트 집단 겸 전문가 그룹”이라고 진단했다. ○ 당 대회 주요 의제, 공동부유-대만이번 당 대회의 주요 의제로 시 주석이 주창한 양극화 해소 전략 ‘공동부유(共同富裕)’가 거론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8월 이 단어를 처음 언급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각한 빈부격차가 공산당과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하지만 올 들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잇따른 대도시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 등으로 1분기(1∼3월)와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국의 목표치를 밑돌자 경제에 부담을 주는 공동부유의 속도 또한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공동부유가 다시 국정의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30일 당 최고 정책 결정 기구인 정치국 회의는 이번 당 대회의 주요 의제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내실 있게 추진’, ‘적극적으로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추동’,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전면 추진’ 등을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시 주석 역시 지난달 공산당 이론지 ‘추스’ 기고를 통해 “공동부유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그 자체가 사회주의 현대화의 중요 목표”라고 주장했다. 경제 부담에도 공동부유 기조를 고수할 뜻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의 당위성도 강조할 것이 유력하다. 지난달 2, 3일 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시 주석 측은 ‘대만을 해방해 통일 대업을 이루고 미국이라는 강력한 적에 맞서려면 강력한 지도자의 오랜 집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5년 뒤인 2027년은 인민해방군의 건군 100주년이다. 실제 대만을 통일할 수 있느냐는 차치하고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인식을 전 국민에게 심어주고 이것을 장기 집권의 도구로 삼겠다는 속내가 역력하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외교전략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은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의 최대 의제가 대만 통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지만 국공 내전에서 패한 장제스 총통이 대만으로 건너갔기에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은 동시에 중국의 분할을 의미한다”며 “시 주석이 마오쩌둥조차 하지 못했던 대만 병합을 달성한 지도자로 남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함부로 무력을 쓸 수 없으니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2026년 대만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친중 세력이 당선되도록 정보전을 포함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시 주석은 이미 중국 내부에서도 미중 갈등을 타개할 대표적 인물로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 3기에도 대외적으로 강경한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중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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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 인질로 잡히다 [김수현의 세계 한 조각]

    당신이 잠든 사이, 오늘 밤에도 세상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입니다. 지난밤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세계 각국의 소식들, ‘세계 한 조각’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바뀌는 세상만사, “잠깐! 왜 이러는 거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2022년 3월 어느 밤. 누군가의 절규가 겨울 어둠을 날카롭게 찢습니다. “원자력발전소를 그만 공격하세요! 당신들은 이 세상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외침이 무색하게도 공격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날 원자로 6기 변압기가 포탄에 맞아 화염에 휩싸입니다. 원자로 4기 외벽에는 대형 구경 총탄 흔적도 보입니다. 자칫 전기가 끊긴다면 원자로 냉각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던 상황입니다. 이날 밤 러시아군은 유럽 최대 규모 자포리자 원전이 있는 우크라이나 에네르호다르 일대를 점령합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3월 23일 자 기사 ‘우크라이나에서 인질로 잡힌 원자력발전소(In Ukraine, a Nuclear Plant Held Hostage)’에는 러시아군이 원전 직원들에게 자행한 대규모 인질극이 소개됩니다.○ 인질로 잡힌 자포리자 원전 “우리는 문자 그대로 총구에 겨눠진 채 일하고 있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에서 NYT에 전달된 익명의 메시지 일부입니다. 러시아군이 진입한 이후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 500명의 감시 아래 놓입니다. 원전 건물 지붕 곳곳에는 러시아군 저격수가 항시 직원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잔혹하기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친위대 로스그바르디야로 추정됩니다. 전시(戰時)에도 원전은 멈출 수 없습니다. 전력을 제공하기 위해, 안전을 지키기 위해 원전을 가동해야 합니다. 8월 말 현재 원전에는 직원 약 9000명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까지 최소 직원 2명이 포격으로 숨졌습니다. 영국 BBC방송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기사 ‘자포리자 원전 근무자들: 러시아 총구가 우리를 겨누고 있다’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옵니다. 원전 직원과 에네르호다르 주민들은 증언합니다. “약값이 우크라이나군 장악 지역보다 4배 가까이 뛰었다. 의사도 부족하고 현금인출기(ATM)도 운영을 중단했다. 매일 포격이 떨어진다. 인터넷은 끊겼다. 교대 근무를 마치고 ‘납치’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원들은 현재 러시아 인질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지난달 25일 자 기사 ‘우크라이나 원전 직원 증언: 입막음하려 러시아군이 우리를 고문한다’에는 러시아군이 자행하는 고문 실상에 대한 증언이 나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자포리자 원전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군이 직원들을 가두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얘기입니다. “경영진은 잡혀 있습니다. 러시아군에 의해 지하실로 끌려갔다 오면 그 누구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찰단이 방문하면 모든 통제실에는 러시아 인사들이 배치될 것입니다. 그들은 ‘키이우 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다리고 있다며 크게 외칠 것입니다.” 원전에 갇힌 직원들로부터 텔레그래프에 전달된 메시지 내용입니다.○ 우크라이나 전력 20% 생산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원전이 전체 전력 생산의 51%를 차지합니다. 옛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에서 독립하겠다는 노력이 빚은 결과입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州)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원전입니다. 1984년 원자로 1기 가동을 시작으로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전까지 모두 6기의 원자로가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약 20%를 생산했습니다. 현재는 2기만 운영 중입니다.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는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225km 떨어져 있습니다. 드니프로강을 경계로 왼쪽은 러시아가 오른쪽은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상태입니다. 러시아군은 올 3월부터 최전선인 이곳을 점령하고 있지만 원전은 꾸준히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거듭되는 포격으로 원전 내부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여러 사건이 반복되면서 안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일각에서는 이번 점령이 러시아의 ‘전술적 핵전략’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자포리자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험이 커질수록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핵무기’보다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원전을 점령하는 것 자체가 우크라이나군에게 거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 ‘멜트다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원자로 멜트다운(melt down, 노심 용융·爐心鎔融, 원자로 냉각장치 이상으로 고열이 발생해 원자로 바닥을 녹이는 현상)입니다. 포격에 의한 원자로 파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전문가들은 1m 두께 콘크리트 벽이 감싸고 있는 원자로가 포격으로 붕괴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말합니다. 방사능 폐기물을 모아두는 격납시설 역시 안전합니다. 정밀 타격을 하지 않는다면 벽이 무너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가장 큰 위험은 정전(停電)입니다. 원전에 전력 공급이 차단되면 냉각시스템 작동이 중단되고 이 상태가 길어지면 과열된 원자로가 내부에서 녹아내리는 멜트다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포리자 원전이 붕괴되더라도 과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태만큼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만약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그 범위는 최대 반경 30km로 추정됩니다. 더 이상 에네르호다르를 볼 수 없을지 모릅니다. 인재(人災)도 우려됩니다. 5개월 넘은 감시 생활과 예측할 수 없는 포격에 자포리자 원전 직원들은 신경쇠약 직전 상태라고 합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원전 위기대응 센터를 봉쇄하고 자신들 벙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직원들만 포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쾅’ 소리가 들리면 그 후 모두 도망칩니다.” 이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포격으로 인한 진동으로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호소합니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군의 위협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적어도 직원 100명이 구금됐으며 이 중 10명은 실종 상태라고 말합니다. ‘지인이 러시아군에 납치됐다’라는 소문도 돕니다. 한 직원은 WP에 말했습니다. “매일매일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전쟁은 원전에 적합하지 않다” IAEA 사찰단은 마침내 1일 자포리자 원전을 방문했습니다. 방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원전을 향한 포격이 멈추지 않자 사찰단은 원전 20km 거리에서 약 3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습니다. 이날 원전을 둘러본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원전의 ‘물리적 완전성’이 수차례 손상됐다"라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IAEA는 추가 조사를 위해 이달 3일까지 자포리자에 머물 예정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6개월을 넘었습니다. 도덕이 존재할 틈이 없는 전시 상황에도 인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합의는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에네르호다르 주민과 원전 직원의 안전을 기원합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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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전기-가스요금 또 동반 인상… 올해만 세번째

    올해 10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 동시에 오른다. 4월과 7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동반 인상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공기업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당초 정부가 결정한 인상 폭보다 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 손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인상 폭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29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가스공사 등은 올해 10월 이후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인상 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단가인 원료비(기준연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등을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앞서 기재부와 산업부, 가스공사는 0원이었던 정산단가를 올해 5월에 MJ(메가줄·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23원, 7월에 1.9원, 10월에 2.3원으로 각각 인상하기로 지난해 말 결정했다. 호주, LNG 수출 규제 검토… 韓 가스 가격 더 뛸듯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 하지만 가스공사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수금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자 당초 예정된 정산단가 인상 외에 기준연료비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7월에도 예정된 정산단가 인상 외에 기준연료비를 MJ당 0.44원을 추가 인상한 바 있다. 가스공사 미수금이란 발전 연료의 매입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더 높아 가스공사 입장에서 입게 되는 손실금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인상해야 했을 판매단가를 올리지 못해 가스공사가 미수금만큼 손실을 입은 셈이다. 올해 들어 상반기(1∼6월)까지 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1087억 원이다. 지난달 LNG 현물 수입 가격은 t당 1034.7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7.7% 급등해 역대 최대치인 1월(1138.14원)에 근접했다. 29일 일본 NHK에 따르면 호주 정부가 LNG 수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국제 LNG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호주산 가스는 한국 전체 LNG 수입의 약 30%를 차지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세)도 가스요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그만큼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 규모가 늘면 향후 가스공사 재무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에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판매단가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10월에 가스요금뿐 아니라 전기요금도 인상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과 10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올리기로 결정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지난달 조정요금은 최대 인상 폭인 5원 올랐다. 올해 한전의 적자가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10월 예정된 기준연료비 인상에 더해 추가 인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손실 규모가 폭증하며 연료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공 행진 중인 최근 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공공요금의 인상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참석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한 국회의원 질의에 “가격 정상화 문제는 에너지 충격이 있어서 단기간에 하기보다는 긴 시간을 두고 완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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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킥보드 불법질주… 사고 해마다 2배로

    12일 오전 8시 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5번 출구 앞 횡단보도. 출근시간 바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직장인 사이로 전동킥보드 한 대가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를 건널 땐 하차한 후 끌고 가야 하지만 전동킥보드에 올라탄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켜본 1시간 동안 총 12대의 전동킥보드가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내려서 끌고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동킥보드와 보행자가 부딪힐 뻔한 상황도 반복됐다. 회사원 정승민 씨(25)는 “뒤에서 갑자기 달려오는 전동킥보드와 부딪힐까 봐 아찔할 때가 많다”며 “속도가 워낙 빠르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늘 긴장된다”고 했다. 이날 취재팀과 함께 현장을 점검한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동킥보드가 보행자와 마주 보고 주행할 경우 큰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작지만, 보행자 뒤쪽에서 달려오는 경우 사고 위험이 현저히 높아진다”며 “횡단보도에선 반드시 전동킥보드를 끌고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정 강화에도 급증하는 PM 사고16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신촌역 1번 출구 앞 횡단보도 상황도 비슷했다. 전동킥보드 1대에 2명이 올라타 ‘곡예 질주’를 하는가 하면, 운전자 대부분은 헬멧도 쓰지 않은 상태로 주행했다. 이날 30분 동안 8명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PM) 공유 시장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9일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공유 PM 규모는 2019년 2만2720대에서 지난해 8만8500대로 급증했다. 공유 PM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도로교통법 위반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경찰이 적발한 PM 관련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7만3565건에 달했다. 이에 경찰은 올 5월 말부터 두 달간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지난해 5월 13일부터 PM 운전자는 원동기장치 면허를 반드시 소지해야 한다. 1·2종 자동차 운전면허증이 있는 경우에만 원동기장치 면허 없이 PM을 운행할 수 있다. 무면허 PM 운전자에겐 범칙금 10만 원이 부과되고 운전면허 취득도 1년간 금지된다. 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주행하면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PM을 탈 때는 헬멧(안전모)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2인 이상이 동승할 수 없다. 안전모 미착용에 대해선 범칙금 2만 원, 정원 초과 운행에는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인도 등 보행로에선 PM을 주행할 수 없으며 자전거도로나 일반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운행해야 한다. 관련 규정이 대폭 강화됐지만 PM 관련 사고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PM 사고 건수는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지난해 1735건으로 매년 약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PM과 보행자 간 사고도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 663건으로 급증했다.○ “도로 확충, 속도 제한 필요” 현실적으로 일반도로나 자전거도로에서 PM을 운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풍선 효과’로 인도 주행이 많아지며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PM이 통행할 수 있는 도로를 늘려주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속도 제한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소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PM을 이용한다는 직장인 박모 씨(26)는 “인도 주행 금지 규정을 알고 있지만 자전거도로는 거의 없고 차도에선 차량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인도로 달리곤 한다”며 “현실적 측면을 고려해 도로 환경이나 교통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글로벌교통협력센터장은 “일본은 최근 PM 등에 대해 최고 시속 6km를 조건으로 인도 주행을 허용하고 있다”며 “보행자 평균 속도가 시속 4km라는 점을 고려해 PM의 속도를 현저히 낮추는 대신에 인도 주행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에는 PM의 속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PM은 시속 25km를 넘지 않게 설계돼 있는 대신에 별도로 속도 제한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야간만이라도 제한 속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0년 PM 사고는 낮 12시∼오후 4시에는 149건 발생했지만 오후 8시∼밤 12시에는 207건 발생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심야 시간에는 PM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를 식별하기가 주간보다 훨씬 어렵다. 주간보다 천천히 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PM이 (불가피하게) 인도 주행을 하는 경우 보행자가 인도에서 어느 방향으로 이동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보행자를 최대한 피해서 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특별취재팀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채연기자 ycy@donga.com}

    • 202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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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전선 뛰어든 우크라 여성들… 무기 나르고 지뢰 제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반년이 넘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전쟁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전투 직접 참여, 지뢰 제거, 군사물자 수송, 용접, 소방 업무 등을 여성이 주도하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또한 깨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도 키이우 인근 체르니히우에서 살고 있는 한나 씨(34)는 최근 지뢰 제거 훈련에서 조교로 활동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마리우폴 출신으로 스위스의 한 광산 재단에서 일했다. 러시아가 체르니히우에서 퇴각한 후 러시아군이 설치한 지뢰를 없애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뢰 제거는 제거 과정에서 나오는 전자파 등이 여성의 생식 계통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그간 여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분야다. 이런 분야에서 한나 씨를 포함해 많은 여성이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전투에 직접 참여하는 여성도 급증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군인의 약 22%가 여성이다. 2020년(15.6%)보다 큰 폭으로 늘었고 인원수로는 5만 명이 넘는다. 2016년부터 최전선에서 복무했다는 한 여성 의료진은 “여성 군인들이 기관총 사수는 물론 지휘관으로도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투 참여가 가능한 18∼60세 남성의 출국을 금지했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여성들이 직접 폴란드 등 이웃 국가로 나가 수송차에 각종 군수품 및 지원 물자를 가득 싣고 복귀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와 키이우를 오가며 이틀 내내 트럭을 몰았다는 예우헤니야 우스티노바 씨(39)는 “침공이 시작된 날부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여성도, 남성도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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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 후 대학 내 인종적 다양성 감소

    미국의 명문 공립대학 2곳에서 과거 입시 과정에서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폐지한 이후 대학 내 인종적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 캘리포니아대(UCLA)와 미시간대는 최근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 이후 수백 만 달러의 재정 투자를 통해 학생들의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혹독하게 실패했다’”고 시인한 보고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어 “(지원자가 많은) 명문대에서 적극적 우대조치 없이 인종 다양성을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적극적 우대 조치’란 교육, 고용 등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 집단을 우대하는 사회적 정책이다.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당시 최초로 인종·성별·종교·장애 등으로 불리한 입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현재 미 50개 주 중 41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두 대학은 적극적 우대조치를 폐지한 이후 대학 내 흑인, 원주민 등 소수인종 비율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시간대의 흑인 학생 등록 비율 역시 전체 학생의 4%대다. 적극적 우대조치가 폐지되기 전인 2006년 7%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 때 1% 수준까지 올랐던 미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언) 학생 비율 역시 지난해 0.11%로 급락했다. 미국에서 최초로 적극적 우대조치를 폐지한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하다. 지난해 캘리포니아대 신입생 6931명 중 흑인은 258명(3.7%)으로, 우대 정책이 폐지된 1996년 이전 7%의 절반 수준이다. 지역 내 다른 주립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2018년 캘리포니아주 전체 주립대의 흑인 학생 등록 비율은 4%로 1997년(8%)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두 대학의 이번 의견서는 올 10월 적극적 우대조치 폐지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이란 단체는 “적극적 우대조치에 따라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미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낙태권 폐지 등 연일 보수적인 판결을 내린 대법원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소수 우대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 202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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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웜비어 장학금’ 첫 수혜자는 美정착 탈북민 이서현씨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가 아들의 이름으로 수여하는 초대 장학금 수혜자로 미국 정착 탈북민을 선정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웜비어 씨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사진)는 탈북민 이서현 씨에게 장학금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프레드 씨는 “북한 고위 엘리트 출신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북한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며 이 씨를 계기로 다른 탈북민 학생들에게도 장학금 수여를 계속 할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다. 이 씨는 VOA에 “이번 장학금은 북한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희생된 모든 사람에게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북한 내 민주주의 체계를 세우고 번영하는 나라로 발전시키는 길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북한 내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에서 고위직을 지낸 리정호 씨의 딸이다. 이들은 2014년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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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윔비어 부모, 탈북민에 장학금…“北정권에 강력한 메시지 되길”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윔비어 씨의 부모가 아들의 이름으로 수여하는 초대 장학금 수혜자로 미국 정착 탈북민을 선정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이날 윔비어 씨의 아버지 프레드 윔비어 씨는 탈북민 이서현 씨에게 장학금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프레드 씨는 “북한 고위 엘리트 출신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북한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아들이 남긴 유산이 북한 정권에 더 강력한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며 이 씨를 계기로 다른 탈북민 학생들에게도 장학금 수여를 계속 할지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다. 이 씨는 VOA에 “이번 장학금은 북한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희생된 모든 사람들에게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며 “북한 내 민주주의 체계를 세우고 번영하는 나라로 발전시키는 길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북한 내 외화벌이를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에서 고위직을 역임한 리정호 씨의 딸이다. 이들은 2014년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했다. 앞서 이 씨는 한 강연에서 “북한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하고 자유를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밝힌바 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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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美협력업체, ‘아동노동법 위반’ 고발 당해

    미국 노동부가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현지 협력업체인 차량 부품회사 ‘SL 앨라배마’에 대해 아동노동법을 위반한 혐의로 22일 고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SL 앨라배마는 현대차의 차량 부품 협력업체인 한국 기업 ‘SL’의 미국 현지 자회사다. 지난달 현대차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 ‘스마트(SMART)’의 미성년자 불법 고용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에 유사한 의혹이 나온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SL 앨라배마가 지난해 11월부터 만 16세 이하 미성년자를 ‘억압적인(oppressive) 아동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등 노동 규정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고 밝혔다. 거론된 미성년자들은 주로 헤드라이트, 후미등 등을 만드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SL 앨라배마 측은 로이터에 미성년자 고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고용한 주체는 외부 인력업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 역시 “어떠한 현대차 법인에서도 불법 고용 행태를 용인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미국 연방 및 주의 모든 법규를 준수하는 정책과 절차를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미 연방법과 앨라배마주 법은 미성년자의 안전을 이유로 대부분의 공장에서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가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 내 현대차 사업장에서의 노동 관행에 대한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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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노동부 “현대차 美협력업체, 아동노동법 위반”

    미국 노동부가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현지 협력업체인 차량 부품회사 ‘SL 앨라배마’에 대해 아동노동법을 위반한 혐의로 22일 고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SL 앨라배마는 현대차의 차량 부품 협력업체인 한국 기업 ‘SL’의 미국 현지 자회사다. 지난달 현대차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 ‘스마트(SMART)‘의 미성년자 불법 고용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에 유사한 의혹이 나온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SL 앨라배마가 지난해 11월부터 만 16세 이하 미성년자를 ‘억압적인(oppressive) 아동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등 노동 규정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고 밝혔다. 거론된 미성년자들은 주로 헤드라이트, 후미등 등을 만드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SL 앨라배마 측은 로이터에 미성년자 고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고용한 주체는 외부 인력업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 역시 “어떠한 현대차 법인에서도 불법 고용 행태를 용인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미국 연방 및 주의 모든 법규를 준수하는 정책과 절차를 세워놓고 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현행 미 연방법과 앨라배마주 법은 미성년자의 안전을 이유로 대부분의 공장에서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가 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로이터는 “미국 내 현대차 사업장에서의 노동 관행에 대한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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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홍콩, 김치…한중 MZ세대 20명의 못 다한 이야기

    중국 청년들이 보는 한국은…“외모 중시하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문화강국홍콩 시위 때 사회적 토론 덜 이뤄져 아쉬워韓아이돌, 중국 팬덤 배려해주면 좋을 것”한국 청년들이 보는 중국은…“예전엔 기회의 땅, 지금은 리스크의 땅‘우영우’ 등 K콘텐츠 유출·표절도 심각국가차원 총력전이 가능한 건 위력적”동아일보와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의 2030세대 20명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중 관계를 주제로 양국 젊은이들 간 토론의 장을 마련하려면 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먼저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는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10명과, 중국 관련 전공자이거나 중국 체류 경험이 있는 한국인 10명이다. 이들은 서로의 정치체제에 대한 평소 생각과 현재의 한중관계, 홍콩 민주화 시위, 한복·김치 논란 등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쉬카이(25·남·중국인)―한국에 관한 이미지는 어떤가요?“외모를 중시한다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크기는 작지만 세계적 존재감이 강한 나라고요. 특히 중국에 한국의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가 매우 유명하죠. 저도 대학교 때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한국 댄서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한국이 김치와 한복 등 중국에서 기원한 문화를 훔쳤다’는 생각에 동의하나요?“아뇨. 김치도 한국 전통 음식이고, 한복도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의 나이 지긋하신 분들도 ‘한국’ 하면 김치라고 말하세요. 물론 기원에 대한 논란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각 나라가 발전해온 역사에 따라 관용의 자세가 필요해요.”▼ 임모 씨(27·여·중국인)―최근에 한국과 관련해 접한 소식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윤석열 대통령에 관련한 뉴스에 ‘친미’ 이슈가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한국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친미 행보를 보이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이번 대선 결과가 한국의 ‘친미반중’ 정서를 대변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국인으로서 한국에 사는 것이 조금 걱정돼요.”▼ 왕태얼(20·여·중국인)―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보편적 이미지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중국이 인구 14억의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있는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민족국가인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아요.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같고요. 단순히 정치 형태만 두고 북한처럼 가난한 공산주의 국가라고 오해하는 거죠.”―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중국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대자보를 붙인 경험이 있어요. 중국의 폭력적 진압이 비참하고 암담했어요. 다만 그때 일부 홍콩 사람들이 대륙 사람들을 비하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일은 한국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았어요. 아마 한국에 있던 중국인들은 ‘중국 사람들만 홍콩을 비난하고 있다’는 보도행태에 감정이 상했을 거예요.”▼ 진모 씨(29·여·중국인)―한국의 문화콘텐츠 중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많아요. 주변 한국 분들이 ‘너는 한국인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이 보는 중국인’이라고 할 정도예요. 특히 나영석 피디의 콘텐츠가 진심이 느껴져서 좋아해요. 저도 나중에 한국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콘텐츠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요.”―한중관계와 관련한 한국과 중화권 연예인들의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방탄소년단이 한미우호 공로로 밴플리트상을 받으면서 6·25전쟁을 언급할 때 중국을 말하지 않은 건 아쉬웠어요. 물론 아이돌도 자기 생각을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중국 팬들이 한국 아이돌 콘텐츠를 굉장히 많이 소비하는데도, 이들의 감정을 배려해줬다면 좋았겠죠.”▼ 고모 씨(27·남·중국인)―한국에서 사는 중국인으로서 차별을 겪은 적이 있나요?“한국은 여전히 ‘단일민족’처럼 민족중심적 표현을 사용해요. 인터넷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짱깨’라는 표현을 볼 때마다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이것이 유학생으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선입견을 없앨 방법을 고민해야겠죠.”▼ 원모 씨(26·여·중국인)―홍콩 민주화 시위 때 한국 유학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사실 조금 놀랐어요. 학교 안에 홍콩 관련된 대자보가 올라오거나 커뮤니티에 홍콩 이미지가 뜨면 중국 학생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여기가 중국이 아닌데도 대자보 앞에서 홍콩 문제라는 정치적인 이슈로 대학생들이 토론하고 충돌하는 일이 생겨서 놀랐죠.”▼ 유모 씨(21·여·중국인)―한국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아이돌 연습생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이미지요. 아이돌뿐 아니라 학생들도 너무 열심히 공부해요. 한국에 온 뒤에 처음으로 지난 학기에 대면수업을 했는데, 한국 학생들은 PPT도 잘 만들고. 발표도 잘하고. 과제도 너무 열심히 해요. 물론 열심히 하는 중국 학생도 있지만, 발표과제 같은 경우엔 한국 학생들이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기술도 더 좋은 것 같아요.”▼ 양모 씨(22·남·중국인)―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10점 만점에 5.5점정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도 괜찮다고 봐요. 사드문제, 베이징올림픽 문제 같은 것들이 또 나오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겠죠. 한국 사드배치가 어떤 목적으로 이뤄졌든, 중국에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에요. 세대별로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아요.”▼ 한모 씨(22·남·중국인)―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중국 청년들은 홍콩 시위를 ‘민주화’ 시위로 보진 않아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중 청년들간에 ‘민주화란 무엇인가’ ‘중국과 한국의 체제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사회적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감정적으로만 치우쳤던 게 아쉬워요.”―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부당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보세요?“천안문사건의 여파 때문에 아직도 폭력적인 나라로 비춰지는 것 같아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로는 안전과 질서가 갖춰졌다는 이미지가 조금 생겼지만요. 다만 홍콩 시위 진압의 경우엔, 한쪽이 폭력을 쓰니 다른 쪽도 폭력을 쓰며 ‘에스컬레이트’된 것이겠죠. 하지만 중국은 군대도 파견을 안했고, 시위대 역시 인명사고를 줄이려 서로 자제했다고 생각해요.”▼ 란모 씨(25·여·중국인)―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중관계에 크게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저도 중국인으로서 감정이 조금 남아있어요. 사실 스포츠 영역에서 중국과 한국의 사이가 별로 안 좋잖아요. 중국인 입장에서 보기엔, 과거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도 반칙 행위가 몇 번 있었다보니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한국인이 중국에 대해 오해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많죠. 조선족이 나오는 영화 때문에 중국은 인신매매, 장기매매가 벌어지는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중국인은 다 부자라거나 중국 여자는 다 고집이 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가 아니라고 설명해도,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임동준(24·남·한국인)―중국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해주세요.“음식처럼 문화적인 게 먼저 떠오르고요, 정치적인 이미지는 G2강국? 그런데 선진국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중국계 일본인 친구가 말하길 중국인은 애국심이 강하대요. 그래서 다른 나라의 우수함이나 여러 가지 이념의 공존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어떻게 하면 양국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중국은 한국을 속국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수천 년을 중국과 갑을관계로 보냈지만, 현대에는 서로 간의 존중이 필요하죠. 그런데 중국은 여전히 속 좁은 인식과 행동을 보이는 것 같아요. 중국이 좀 더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한별(23·여·한국인)-BTS의 밴플리트상 수상소감 논란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얼마나 미쳤다고 생각하나요?“청년층의 주 관심사인 K팝 이슈와 역사가 결합되면서 분노가 폭발한 것 같아요. 중국 친구들은 BTS에 실망했다고 한 반면 한국 친구들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관한 소감이라고 했죠. 자기 나라를 건드리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민족주의적 감정 때문인 것 같아요.”―중국은 강대국이라는 말에 대해 동의하시나요?“동의해요.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강력하고, GDP나 군사력 측면에서도 상위권이니까요.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옆에 있다는 건 한국에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됐을 거예요. 중국 내 한류 열풍도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기회였을 거고요.”▼ 주모 씨(25·여·한국인)―한중관계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요?“중국은 한국과 정치 체제가 다르고, 국민들에게 민족주의 감정을 고취시키면서 ‘중국몽’같은 목표들을 제시하는데,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죠. 양국의 사회문화적 교류가 늘어서 서로 이해도가 높아지면 정치·경제 분야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박모 씨(25·남·한국인)―중국과 중국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를 말해주세요.“중국이라는 국가를 생각하면 감옥, 중국인을 생각하면 본인이 감옥에 있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국에서 살면서 또래친구들이 정치교육을 받고 공산당을 찬양하는 것을 보며 자라서 그런 프레임으로 중국을 보게 된 것 같아요.”―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중 관계는 ‘21세기 버전 조공’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시대처럼 한국이 중국에 정치적·영토적 주권을 상실하진 않았죠. 하지만 현재의 중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한국을 조공국가로 여기는 것 같아요. 중국이 바뀌지 않으면 한중관계가 바뀌기 어렵고, 반대로 중국의 태도가 바뀌면 손쉽고 빠르게 바뀔 수 있을 거예요.”▼ 최모 씨(22·여·한국인)―중국학을 전공하면서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바뀌었나요?“과거엔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나라, 세련되지 못한 나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중국에 대해 공부한 뒤에는 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나라로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에서는 할 수 없는 총력전을 국가단위로 할 수 있는 나라이니까요.”―2017년 한국의 사드 배치는 한중 청년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사드는 정치 이슈였지만, 결과는 문화·예술분야의 한한령으로 두드러졌죠. 이 분야에 가장 예민한 게 청년 세대에요. 여기에 ‘중국이 과연 한국 문화 콘텐츠 없이 살 수 있겠냐’라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혐중 정서가 나타난 것 같고요.”▼ 도모 씨(21·여·한국인)―유학생으로서 느끼기에, 중국 청년들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큰가요?“굉장히 커요. 이번엔 코로나19로 도시를 봉쇄하면서 조금 불만들이 생겼지만요. 중국 대학에서 유학생은 안 듣고 중국인만 듣는 수업이 사상·군사·체육수업 3가지예요. 시진핑 정치 철학 같은 사상수업을 계속 배우면 국가에 대한 충성도나 자긍심이 클 수밖에 없죠.”▼ 전유진(25·여·한국인)―중국인들과 소통하면서 갈등을 겪으신 부분이 있나요?“아무리 친한 중국인 친구더라도, 김치나 한복 이야기를 하면 가끔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요. 김치가 ‘한국의 파오차이’라는 말을 들으면 ‘분노 버튼’이 눌리는 기분이에요. 다른 친구는 ‘한국이 너무 민족주의적이다’라고 말하지만 저는 ‘중국만큼 심한 곳이 있냐’며 반격했어요.”―현재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이 한창 붐이었던 입학 당시에는 ‘중국어를 배우면 굶진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중국어를 해도 취업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과 중국이 발전적인 논의 대신 하나의 키워드에 꽂혀서 계속 소모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모 씨(32·남·한국인)-최근에 접한 중국 관련 뉴스 중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중국이 외국 회사와 벌이는 상표권 분쟁 뉴스를 봤어요. 해외 진출의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미리 탐색해 이들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전에 미리 상표권을 등록해 분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었죠. 중국은 ‘대국’이지만 그들에게 ‘대국의 국격’이 있는지는 의문이에요.”-앞으로 한중 관계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시나요?“부당한 요구를 하는데 굳이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 정권에서 중국에 저자세로 임했음에도 별 실익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조공무역’이 실패한 거죠. ‘기회의 땅’도 옛말이에요. 고통스럽겠지만 중국 시장에 의존하지 않아도 결국 적응할 수 있겠죠.”▼ 문경언(29·남·한국인)-중국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계속 접하게 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쓰레기 김치, 쓰레기 만두 등 불량 음식 파동이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굳이 확인해볼 생각도 안 해요. ‘와 대박이다’ 하고 그냥 받아들이면서 ‘중국은 원래 이런 나라’라는 부정적 편견이 강화돼요. 이런 이미지를 바꾸려면 저희보단 중국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해요.”-자신의 나라가 상대 국가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시나요?“K콘텐츠 표절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봐요. 정식 유통된 적도 없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아이템들이 중국에서 유행이래요. 한국 영화가 중국으로 유출돼 몇 백억이 날아갔다는 이야기도 비일비재한데 중국 정부가 딱히 막을 생각이 없어 보여요.”▼ 박윤상(32·남·한국인)-중국에 대해 어떠한 이미지를 가지고 걔신가요?“저는 유소년기 전부를 중국에서 보냈고, 스스로를 친중파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인’은 사소한 것을 따지기보다는 큰 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호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초기에 정보공개 등 대응이 미흡했는데도 자국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니 ‘크기가 크다고 대국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중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말에 동의하나요? “이제는 기회보다는 오히려 리스크가 많다고 생각해요. 과거엔 많은 분들이 중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부를 축적해왔지만, 이제 그런 기회들이 점점 줄고 있어요. 게다가 중국은 공산당의 일당전제주의 국가이다보니 정책적인 변수가 너무 심하고요.”관련 기사MZ세대 79% “中 싫다”… 北-日보다 호감도 낮아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899/1韓 2030세대 52% “한미동맹 강화하되 中견제 신중해야”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947/1“中선 말 잘못하면 생명 위협” vs “韓, 누구나 대통령 비난해 놀라”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772/1“한중 미래세대 충돌, 양국관계 위험 신호… 한한령 해제 등 문화 교류부터 늘려가야”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0822/115076806/1특별취재팀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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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 미래세대 충돌, 양국관계 위험 신호… 한한령 해제 등 문화 교류부터 늘려가야”

    “한국과 중국의 미래 세대가 서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곧 양국 관계를 지탱할 버팀목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최근 격해지는 반중 정서에 대해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체제가 다른 한국과 중국을 유지해 준 것은 문화·정서적 유대감인데 양국 간 연결고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신호”라며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사드 보복 등 문제에서 양국 정부가 갈등의 주체였다면 지금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양국 시민들이 직접 충돌하고 있으며 민간 차원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인적 교류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인터넷 공간에서만 서로를 접하는 2030세대가 일부 극단적인 의견을 상대국의 보편적인 정서로 받아들이며 논란이 빠르게 확산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경우 정부의 중재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보복으로 취한 한국의 대중문화 진출을 막는 이른바 ‘한한령’을 풀지 않으면서 한중 간 문화·관광산업 교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국 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교류의 질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상숙 국립외교원 연구교수는 “단순히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상대방의 정체성과 변화된 사회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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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2030세대 52% “한미동맹 강화하되 中견제 신중해야”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 방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 2030세대가 가장 많이 한 답변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되 중국 견제에는 신중해야 한다”(51.7%)였다.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33.6%)가 그 다음이었고,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 중국 견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답은 12.3%였다.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한국 MZ세대들이 반중국 정서가 강하지만 반도체 등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략에 한국 정부가 앞장서 동참하면 경제적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의 78.8%가 중국을 경제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론조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2030세대 심층 인터뷰에서 문경언 씨(29)는 “전기차 등 미래 산업에서 거대한 중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답은 1.7%에 불과했다. 미국을 경제적 측면(94.1%)과 안보적 측면(93.2%)에서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 꼽았다. 2030세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에 강경한 인식을 보였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벌인 데 대해 76.6%가 “정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는 70.6%가 “정당하다”고 응답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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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 79% “中 싫다”… 北-日보다 호감도 낮아

    “중국 하면 감옥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중국인은 스스로가 감옥에 갇혀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중 수교 30주년인 24일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한중 2030세대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한국인 박모 씨(25)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 MZ세대들의 부정적 인식은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11∼14일 전국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호감도를 ‘매우 비호감’(0점)부터 ‘매우 호감’(10점) 척도로 평가해 달라고 물었을 때 나온 중국에 대한 평균 호감도는 2.73점에 그쳤다. 미국(6.76점)은 물론이고 일본(3.98점), 북한(2.89점)보다 낮았다. 중국에 대해 비호감 평가(10점 만점 중 0∼4점) 비율은 응답자 중 78.8%에 달했다. 0점을 준 비율이 3점을 준 비율(21.8%)과 비슷한 20.5%였다. 응답자들은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4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중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과 신장위구르 등 인권 침해 문제’(35%), ‘첨단기술·인재·정보 유출과 지식재산권 침해’(29.3%), ‘중국 공산당의 일당 통치 등 정치체제’(26.4%),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18.8%) 순이었다. 별도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 전모 씨는 “김치 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한다면 내가 평생 누린 문화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중 관계가 나쁘다는 평가도 58.9%에 달했다. 한중 관계가 좋다는 평가는 5.3%에 그쳤다.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압적 외교 및 태도’(52.9%)가 관계 악화 원인으로 가장 많이 제시됐다. 호감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가 없다”(31%)는 답변이 자연환경과 역사유적(32.1%)이라는 의견과 비슷한 비율로 많이 꼽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2030세대의 부정적 인식이 여과 없이 확산되면 미래 한중 관계의 가교가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교류가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진다고 젊은층들이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14%) 및 무선(86%) 전화 면접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8%포인트다.“中, 경제-안보 韓 압박 말아야 관계개선” 60%… “호감 0점” 21% MZ세대가 보는 중국-韓中관계“中 고압적 외교 탓 관계악화” 53%… “10년뒤 관계 더 나빠질 것” 30%20~24세 78% “中 가고 싶지 않아”… “中과 경제협력 해야” 79% 동의안보협력 두고는 찬반 의견 팽팽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2030세대의 75.3%는 한중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중국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60.2%)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현재 한중 관계가 나쁜 원인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고압적 외교 및 태도’(52.9%)를 가장 많이 꼽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의 MZ세대들은 중국이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국이 해야 할 일을 요구하는 모습을 양국 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이 응당 해야 할 5가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20∼24세 78% “중국 가고 싶지 않다”공세적으로 변한 중국의 외교정책을 탈권위주의 시대에 자란 한국 MZ세대들이 특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인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이 힘이 커지며 매우 공세적인 태도로 바뀌었고 (사드) 보복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행태가 젊은 세대에겐 일종의 ‘꼰대 문화’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 20∼39세 성인 남녀 4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중국에 비호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한복이나 김치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48.2%)을 꼽았다. 중국이 역사와 문화에서 한국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깔려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별도로 동아일보와 성균중국연구소가 진행한 심층인터뷰에 응한 임동준 씨(24)는 “역사적으로 수천 년간 갑을관계로 지냈다는 인식에 중국이 한국을 속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은 향후 한중 관계에 대한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에서 10년 뒤 한중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0%로 나타났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51.9%는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했지만 58.9%가 현 한중 관계를 나쁘다고 평가한 것을 감안하면 ‘나쁜 한중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본 셈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은 중국인에 대한 비호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매우 비호감’(0점)부터 ‘매우 호감’(10점) 척도로 평가해달라고 물었을 때 0점 비율이 22.8%로 가장 높았다. 평균 점수는 2.64점, 비호감이라고 답한 비율은 74.4%에 달했다. ‘중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65.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20∼24세는 방문 의사가 없다는 답변이 78%로 특히 높았다. 호감도와 상관없이 중국의 긍정적 요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긍정적인 면이 없다’는 대답이 31%로 ‘중국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회와 성장 잠재력’(24%)보다 많았다. 가장 비중이 높은 답은 ‘자연환경과 역사유적’(32.1%)이지만 “긍정적 요소가 없다”는 답과 별 차이가 없었다.○ 78.8% “中과 경제협력 필요” 그럼에도 응답자의 78.8%가 ‘중국이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하므로 협력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경제 협력의 이유로는 “인구가 많고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42.3%),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36.7%)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반면 안보적 측면에서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49.7%)와 그렇다(48.7%)는 비율이 팽팽했다. 다만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8.3%인 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27.2%였다. 안보 협력 대상이 아닌 이유로는 ‘중국이 주변국과 정치·경제·안보 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38.9%)이라는 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40.8%)가 가장 많았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가 현실적 감각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행태가 개선되면 한중 관계가 모멘텀을 찾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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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선 말 잘못하면 생명 위협” vs “韓, 누구나 대통령 비난해 놀라”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가 탄압을 받은)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태를 보며 중국은 말을 잘못 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나라라는 생각에 불신이 커졌습니다.”(한국인 직장인 동석·가명) “건드리면 안 되는 특정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중국에 살면서 자유롭지 않다는 느낌은 못 받았습니다. 한국은 지나치게 자유로운 것 같아요. 누구나 대통령 비난을 많이 해서 놀랐어요.”(중국인 대학원생 슈잉·가명) 12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국제관에선 ‘너무 다른’ 한국과 중국의 2030세대가 만나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동아일보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과 중국의 2030세대 6명씩을 선정해 두 차례에 나눠 토론을 진행했다. 참가자 명단은 별도로 실명으로 밝히되,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참가자들이 공개를 원하지 않아 가명으로 표기한다.○ 정치체제·표현의 자유 두고 격렬 논쟁한중 젊은이들이 가장 격렬하게 맞붙은 주제는 양국의 정치체제였다. ―슈잉: 한국에선 정당들의 목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정당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고, 한국을 대표할 목소리가 없어요. 근데 중국은 그게 보여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동석: 국가가 꼭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하나요? 지금은 국민 수준이 높아져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예요. (한국에선 중국과 달리) 문제가 생기면 선거로 심판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지윤도 입을 열었다. ―지윤: 정치는 원래 시끄러워야 해요. 비판도 필요하고요. 한국은 중국공산당처럼 지도자 한 명이 모든 것을 이끌어가길 원치 않아요. ―슈잉: 국제 이슈가 있을 때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이 입장을 말하면 믿음이 가요. 그런데 한국에선 정부 발표를 야당이 부정하고 가끔은 (정부) 스스로도 부정하고…. 제가 이렇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사상교육을 너무 잘 받았다’고 하는데 저는 실제로 한국의 정치체제가 전혀 부럽지 않아요. 토론은 양국 지도자를 바라보는 한중 청년들의 상반된 시각으로 이어졌다. ―동석: 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얻고 있는 80%라는 지지율이 과연 진정한 지지를 뜻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타오: 한국에서는 퇴임한 대통령을 너무 심하게 ‘청산’해서 혼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중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한국 대통령’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 ―수현: 정치 보복이 반복돼온 것은 아쉽지만 평등한 사회에선 전직 대통령이라도 죄를 지으면 처벌하는 게 당연합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선 당시 한국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홍콩 지지’ 대자보를 훼손한 사건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옌: 중국 입장에선 한국 학생들이 ‘반정부 폭동’을 지지하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어요. ―정원: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통의 창구를 닫아버린 건 책임져야 합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융: 사드 배치는 미국이 패권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서연: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방패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주변국들은 대부분 핵무기라는 ‘칼’까지 가지고 있지 않나요? ○ 김치·한복 논란 간극 못 좁혀한국 2030세대들은 최근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논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중국 젊은이들은 “과장된 논란”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웨이: 한국 김치와 중국 쓰촨 파오차이(泡菜·채소절임)는 결국 비슷한 문화를 바탕으로 다르게 발전한 것인데 굳이 기원을 따지며 싸워야 할까요? ‘굳이’라는 표현에 한국 측 토론자들의 눈썹이 올라갔다. ―서연: 충분히 논쟁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중국이 벌여왔던 동북공정의 기조가 ‘(지금) 우리 지역, 우리 민족에게 일어났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는 거잖아요. ―지윤: 한국인은 김치볶음밥에 김치찌개를 김치와 먹는 사람들이에요. 어릴 때부터 공유하던 한복과 김치가 사실 중국 것이었다는 주장은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에요. 중국 토론자들은 “배추김치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음식”이라며 “정상적인 중국인이라면 ‘조선족이 중국의 소수민족이기에 한복도 중국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복·김치 논란은 한국의 오해”라는 중국 토론자들과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주장”이라는 한국 토론자들 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 “민간 교류·대화 막히면 안 돼”한중 MZ세대들은 뜨겁게 논쟁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편견을 일부 인정해 공감대를 넓혀가려는 모습도 보였다. ―수현: ‘중국인은 교양이 없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워낙 큰 나라에서 벌어진 지엽적인 사례들이 부각됐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융: 중국은 서양 열강의 침략과 내전을 겪다 보니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 체제에 순응하는 데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토론자들은 한중 관계를 개선하는 길은 결국 대화와 교류라는 점에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연우는 “정부 사이 정치적 긴장 관계로 민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막히지 않도록 다양한 교류 플랫폼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웨이는 “언론이 양국의 정보를 좀 더 다양하게 보도한다면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2030 심층토론 참석자한국인: 문경언(29) 박기배(25) 유시진(32) 임동준(24) 전유진(24) 최한별(22)중국인: 가오천(27) 란닝(25) 쉬카이(25) 왕태얼(20) 원아이롄(26) 한청쉬엔(22)참가자 명단은 실명으로 밝히되 기사에서 발언자는 참가자들의 의사에 따라 가명으로 표기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특별취재팀▽ 홍정수 김민 김수현 이채완 기자 (이상 국제부)▽ 공동기획: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 202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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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쓰촨성, 전력난에 공장 스톱… 반도체-배터리 공급난 우려

    60년 만의 최고 수준 폭염으로 최근 전력 수요가 폭증한 중국 남서부 쓰촨(四川)성에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주요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의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의 핵심 생산지인 쓰촨성의 가동 중단으로 해당 제품의 가격 인상 및 공급 불안정이 우려된다. 쓰촨성에는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생산하는 애플의 최대 위탁 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 미 반도체 기업 인텔 등 세계적 대기업의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미 CNN에 따르면 쓰촨성 당국은 14일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성 내 21개 도시 중 19개 지역에서 15일부터 20일까지 6일간 모든 산업 전력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력 공급 악화로 가정용 전기까지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해 산업용 전기 공급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만 폭스콘과 미 반도체 제조사 인텔 등 글로벌 기업 공장들의 생산이 일제히 중단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리튬 생산도 평균 생산량의 약 30% 수준으로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중국 경제지 ‘21세기경제보도’가 16일 전했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요 배터리 공급원이자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기업인 중국 CATL의 가동도 멈췄다. 중국에서는 이달 들어 남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가뭄으로 이 지역의 수력 발전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6일부터 이날까지 남서부 지방의 강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16일 창장강(長江·양쯔강) 유역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5일간 총 5억 t의 물을 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6일 미 뉴욕 상업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MMBTU(열량 단위)당 9.329달러를 나타냈다.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8월 이후 1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 내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을 사실상 중단해 미국산 가스의 유럽 수출이 증가하면서 미국 내 가스 공급 부족을 일으켜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복원 가능성이 겹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을 기록했다. 16일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6.53달러를 기록했다. 1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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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레반 “남성에 일자리 넘겨라”… 취업-교육 기회 뺏긴 아프간 여성

    “탈레반은 제가 남자 형제에게 제 일자리를 넘기길 원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여성은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지 꼭 1년이 되는 15일 영국 BBC방송에 동료 여직원이 자신에게 보냈다는 메시지를 조심스레 보여줬다. 두 사람은 모두 탈레반 집권 전 재무부 등 국가 요직에서 근무하던 고위 공무원이었지만 현재 무직 상태다. 탈레반이 권력을 잡자마자 여성 공무원들에게 “당신의 일을 남자 친척에게 넘기라”며 직장을 그만둘 것을 강요한 탓이다. 탄압이 두려워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은 이 여성은 자신 역시 현 직장을 얻기 위해 석사 학위를 따고 17년을 일했지만 ‘제로(0)’ 상태가 됐다며 허탈해했다. 막무가내식 일자리 빼앗기를 용인하는 것은 스스로를 배신하는 행위임을 잘 알지만 탈레반이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취업 기회 뺏긴 아프간 여성1996∼2001년 첫 집권 당시 여성 교육 및 취업 금지 등 세계가 경악할 만한 억압 정책을 폈던 탈레반은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 사회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해 재집권 직후 “여성의 일자리 및 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곧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탈레반은 권력을 장악하자마자 남녀 학생의 교실을 분리하고 여학생 교육을 금했다. 전국 곳곳에 ‘여성은 얼굴을 포함해 신체 전부를 가리고 다니라’는 커다란 포스터를 붙였다. 여성의 머리를 감싸는 이슬람 전통 복장 히잡 착용도 의무화했다. 신체 전부를 가리는 전통 복장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길거리에서 사살되는 일도 벌어졌다. 여성은 항상 집에 머물러야 했다. 남성을 대동하지 않고는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이후 부르카 착용까지 의무화했다. 탈레반은 올 3월 중고교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새 학기 첫날 돌연 말을 바꿔 여학생 등교를 금지했다. 18세 소하일라 양은 BBC에 “나를 포함해 모든 아프간 여학생에게 힘든 1년이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1등이었는데 학교에 가지 못해 너무 슬프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1년간 집에서만 지냈다는 페레슈타 알리야르 양(18)도 뉴욕타임스(NYT)에 “집이 내 세계의 전부”라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 46만 원 예상”세계에서 가장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프간 경제는 더 큰 수렁에 빠졌다. 탈레반의 억압 정책, 세계적 물가 상승, 가뭄 등으로 생활고가 극심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탈레반 집권 전 493달러(약 64만 원,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서 올해 350달러(약 46만 원)에 불과할 것으로 미 아프가니스탄재건감사관실(SIGAR)은 예측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올해 아프간 성인 남성 실업률을 29%로 추정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9∼12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20가구 중 한 가구만 음식이 충분할 정도로 식량난도 상당하다. NYT는 “빵집 주변에는 혹시라도 공짜 빵을 받지 않을까 하고 여성들이 몰려 있다. 한때 사무실에서 일하던 남성들은 시장에서 야채나 중고물품 등을 판매하며 겨우 약간의 음식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집권 전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나 가족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했다는 누르 모하마드 씨는 BBC에 “총격전보다 무서운 것이 가난과의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철군 결정 및 과정이 졸속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 공화당 의원들은 14일 자체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카불 함락에 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성급히 철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최소 12만 명의 카불 시민이 미국으로 피란했어야 하지만 카불 공항에는 불과 36명의 미 영사관 직원들만 있었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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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사고 줄이는 자동제동장치… “100% 안전하진 않아 과신 금물”

    “끼익∼!” 시속 40km로 달리던 승용차가 마찰음을 내며 급제동했다. 차량은 키 1m 남짓의 더미(사람을 본뜬 인형) 30cm 앞에서 가까스로 멈췄다. 비상자동제동장치(FCA·Forward Collision Avoidance)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더미를 그대로 치고 갔을 뻔한 순간이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2시 반 충남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에서 진행한 FCA 실험의 한 장면이다. ‘AEBS(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로도 불리는 FCA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실수 등으로 전방의 보행자 등과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만 작동하는데, 최근 보편화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서 보행자 안전을 지키는 핵심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 따르면 FCA만 잘 활용해도 보행자 사고 확률을 25∼27% 감소시킬 수 있다. 동아일보와 현대모비스는 FCA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보행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운전 습관을 파악하기 위해 3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해 실험해 봤다.○ “서행하면 더 안전하게 작동”FCA는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카메라와 레이더,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제동 명령에 따라 감속하는 전자식 주행안전장치(ESC)로 구성된다. 각각 전방의 사물이나 보행자 위치를 인지한 뒤 이동 속도와 충돌 예상 시간(TTC·Time To Collision)을 계산해 차량의 속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차량에 따라 같은 장치를 활용해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시청각 경고 알림 시스템’이 작동하기도 한다. 1차 실험은 FCA를 장착한 차량이 교차로에서 저속(시속 10∼30km)으로 좌회전할 때 자전거가 맞은편에서 시속 10km로 달려오는 상황을 가정했다. 차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할 때 자전거가 튀어나오자 제동장치가 작동했고, 차는 자전거에 닿기 1초 전쯤인 50cm 앞에서 멈췄다. 제동의 강도는 안전벨트를 맨 운전자의 몸이 운전대로 한껏 쏠릴 만큼 강했다. 통상 카메라와 레이더는 100m 안팎의 대상을 인지하며 충돌까지의 예상 시간(TTC)을 계산하는데, TTC가 1초 미만이면 급제동 기능이 작동한다. 이준영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서행한다면 ECU가 경고 및 제동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 좀 더 안전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보행자 인식 카메라도 사각지대 존재2차 실험은 같은 교차로에서 어린이 모형이 갑자기 뛰어드는 상황을 가정했다. 1차 실험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는 저속으로 달렸지만 60cm 앞에서야 멈출 수 있었다. 차량이 시속 30km 이상으로 주행했다면 충돌을 피하긴 어려워 보였다. 제동이 걸린 이후 차량이 밀려 나가는 거리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FCA가 작동해 급제동이 걸렸을 때 놀란 운전자가 실수로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조작하거나,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세게 밟기도 한다. 이 경우 FCA는 자신이 오인한 것으로 판단해 제동을 풀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차량의 인지 기능을 맡는 카메라의 화각이 100도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안장모 현대모비스 AV주행시스템 섹터장은 “보통 휴대전화 카메라의 화각(촬영 범위)이 100도인데, 여기서 벗어나는 위치에 있는 보행자나 자전거 등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FCA도 100% 안전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했다.○ “첨단기술과 안전운행 습관 어우러져야”마지막으로 차량이 시속 40km 속도로 직진하던 중 전방에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황을 실험했다. 어린이 더미를 카메라가 처음 인지한 순간 TTC는 2초를 가리켰고, 어린이와의 거리는 15m 정도였다. 이후 급제동이 시작됐고 차량은 더미와 30cm 거리만 남겨둔 채 멈춰 섰다. 만약 차량 속도가 더 빨랐거나 더미가 앞으로 넘어졌다면 FCA가 작동했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ADAS를 ‘완전자율주행’ 기술로 오인하거나 지나치게 과신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승기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ADAS는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보조하는 시스템”이라며 “관련 기능을 켜놓은 채 운전대에서 손을 놓는다든지 휴대전화를 보는 건 남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법 행위”라고 말했다. 차량의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밤이나 폭우가 내릴 때는 FCA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더 주의해서 운전해야 한다. 김 연구원은 “어떤 상황에서 비상자동제동장치가 작동하는지 매뉴얼 등을 보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며 “첨단안전기술을 숙지하고 주변을 잘 살피며 서행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만큼 안전한 운전은 없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강승현 사회부 기자 byhuman@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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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시리’, 한국 소개에 “일본제국령 조선” 논란

    애플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시리’가 한국을 소개하는 내용에 ‘일본제국령(領) 조선’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는 9일 시리가 ‘한국에 대해 알려줘’라는 사용자 질문에 치명적 오류가 있는 내용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이 질문을 하면 시리는 ‘한국은 동아시아에 위치한 지역 또는 헌법상 국가로 현대사에서는 한반도 또는 조선반도의 일본제국령 조선을 이르는 말이다. 화국을 이르는 경우가 많으며, 근현대사에서 한국은 고종이 수립한 대한제국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는 글과 함께 음성으로 답변한다. 이 글에서 ‘화국’은 뜻이 불명확하다. 반크 측은 특히 ‘일본제국령 조선’이라는 대목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반크 측은 “한국 현대사는 1945년 8·15 광복 이후를 말한다”며 “시리는 광복 후에도 한국이 마치 일본 제국령 조선을 이르는 것처럼 잘못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크 측은 “애플에 시리의 한국 정보 오류 시정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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