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오래전부터 준비한 한일 문화 교류 행사가 10월 들어 잇따라 개막하고 있다. “외교는 경색돼도 한일 문화 교류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4일 한일 양국의 전통 소리와 음악, 무용이 어우러지는 공연 ‘동행’이 열린다. 2012년부터 8회째로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열리는 공연이다. 공연을 주최하는 민간 문화 교류 협의체 한일문화교류회의의 정구종 위원장은 “외교, 경제 갈등에도 불구하고 문화 교류는 ‘운명적 이웃’인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는 창구라는 측면에서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피날레로 한일 창작 협연 ‘휘황(輝煌)’을 선보인다. 한국의 생황(이한석)과 판소리(안숙선, 장서윤), 일본의 비파(구보타 아키코)와 전통 가면무용인 ‘노(能·사쿠라마 우진)’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강상구 씨가 곡을 만들었다. ‘노’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예능으로 1400년 전 백제인 미마지가 일본 나라현 사쿠라이시에 있는 쓰치부타이(土舞臺)에서 기악무를 전수한 것이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동행’의 한국 공연단은 5일 사쿠라이시를 방문해 미마지의 업적을 기리는 공연도 펼친다. 한일문화교류회의는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파트너십 선언에 따라 양국 문화계 인사가 1999년 설립했다. 이번 공연은 주오사카 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일한문화교류기금이 후원한다. 일본의 문화재가 대한해협을 건너오고, 한국의 문화재가 건너가는 양국 박물관의 공동 전시나 순회 전시도 잇따르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역박)과 공동 특별전시 ‘미역과 콘부(다시마)―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을 2일부터 2020년 2월 2일까지 연다. 민속박물관과 일본 역박을 비롯한 양국 연구자들이 2015년부터 5년 가까이 함께 해변을 걷고, 어촌과 시장을 찾아다니며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한 전시다. 한국과 일본의 생선가게 비교를 시작으로 ‘미역과 다시마처럼 다른 듯 닮은’ 해산물 소비 문화와 어업, 바다 관련 신앙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일본 국가지정중요민속문화재 ‘청새치 작살 어구’와 ‘마이와이’(풍어 때 선주가 나눠주는 축하복)이 전시에 나오고, 일본 전통 다시마 채취선인 ‘이소부네’ 등 볼거리가 적지 않다. 구루시마 히로시(久留島浩·65) 일본 역박 관장은 1일 서울 종로구 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관계가 적어도 12세기까지 말할 수 없이 긴밀했다는 것을 올해 우리 박물관을 개편하면서 새삼 깨달았다”며 “지금은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좋지 않지만 양국이 문화 교류를 계속해 나가면 언젠가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시는 내년 3∼5월 일본 지바현에 있는 역박에서도 선보인다. 국립진주박물관(관장 최영창)도 1일 한일 문화 교류 특별전 ‘조선 도자, 히젠(肥前)의 색을 입다’를 개막했다. 히젠은 일본 규슈 북부 사가현과 나가사키현 일대의 옛 지명으로 임진왜란 이후 조선 도공들이 자기를 만들며 일본 자기의 발생지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사가현립 규슈도자문화관이 소장한 ‘백자 청화 국화·넝쿨무늬 접시’ 등 등록유형문화재를 비롯해 규슈 소재 8개 기관이 소장한 히젠 자기 71점을 선보인다. 국내외에서 모두 200여 점이 나오는 이번 전시는 12월 8일까지 열린다. 일본의 여러 박물관이 소장한 가야 문화재도 국립중앙박물관이 올 12월 여는 ‘가야본성―칼과 현’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이 전시도 내년에 일본 역박과 규슈국립박물관을 순회하며 열린다.조종엽 jjj@donga.com·정성택 기자}

800세가 넘은 ‘돌리는 불교 경전’이 국보가 된다. 문화재청은 경북 예천군 용문사의 윤장대(輪藏臺)와 이를 보호하는 건물인 대장전(大藏殿)을 국보로 승격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두 문화재는 현재 보물이며, 이를 한 건의 국보로 통합한다. 윤장대는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회전식 경장(經藏)으로 전륜장이라고도 한다. 용문사 윤장대는 고려 명종 3년(1173년) 국난(김보당의 난) 극복을 위해 조응대선사(祖膺大禪師)가 발원하고 만든 것으로, 대장전 내부에 좌우 대칭으로 1좌씩 설치돼 있다. 각각 8각형의 불전(佛殿) 형태로, 가운데 목재기둥을 축으로 돌릴 수 있다. 8면의 창호 안쪽에 경전을 넣는 공간이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적어도 17세기까지 여러 차례 수리됐다. 윤장대를 한 번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신앙이 전해져왔다. 문화재청은 “용문사 윤장대는 간결함과 화려함을 대비한 한편 음양오행과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을 내재한 조형물이라는 점에서 독창적이고 예술적”이라며 “건축과 조각, 공예, 회화 등 당대 기술과 예술적 역량을 결집한 종합예술품”이라고 밝혔다. 용문사 대장전은 경장을 보관하는 국내 유일한 건축물이다. 맞배지붕 건물로 8차례 이상 중수를 거치면서 현재는 17세기 말 모습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만들 당시 규모와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대들보의 단면이나 짧은 기둥의 모양에서 여말선초의 양식이 확인된다. 국보 가운데 건축물은 지금까지 24건이며, 대장전이 국보가 되면 2011년 ‘완주 화암사 극락전’ 이후 8년 만의 국보 건축물 탄생이다. 문화재청은 “건립시기, 의미, 특징 등을 종합해 볼 때 윤장대와 대장전 두 보물은 일체성을 갖는 문화재로 한 건으로 통합해 국보로 승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보 승격은 예고 기간(30일) 의견 수렴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내 사상 최대의 말 모양 토기와 성대한 제사 흔적이 경북 경주시 금령총에서 새로 발굴됐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어린 왕족이 묻힌 것으로 추정했던 이 무덤이 왕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민병찬)은 “일제강점기 발굴했던 금령총을 최근 다시 발굴한 결과 호석(護石) 둘레에서 30여 개의 제사용 토기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금령총은 5세기 후반∼6세기 전반에 축조한 신라 고분으로 역사 교과서에도 사진이 자주 등장하는 국보 제91호 ‘기마인물형 토기’ 한 쌍이 출토된 곳이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높이가 56cm에 이르는 말 모양 토기가 머리부터 앞다리까지 출토됐다. 높이 약 25cm인 국보 제91호와 제작 기법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입을 벌려 혀를 내민 모습과 얼굴, 턱, 목, 발굽 등의 부위가 정밀하게 표현돼 있는 점이 다르다. 각 부위의 비율도 실제 말과 비슷하다. 제사용 토기 위에서 발견됐으며, 등과 배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된 듯한 흔적으로 보아 의도적으로 깨뜨려 무덤에 봉헌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석 둘레에서 굴과 조개 등 당대 봉헌물이 담긴 큰 독이 일정한 간격으로 30개 넘게 발견된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금령총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직경이 종래 알려진 것보다 8m가 긴 28m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금령총보다 더 큰 인근 서봉총 등도 호석 둘레에서 제사용 독을 발견했지만 금령총처럼 많지는 않다. 제사용 토기 안팎에서는 말, 소 등의 동물 뼈, 뚜껑접시(개배·蓋杯), 흙 방울, 유리구슬 등도 출토됐다. 신광철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토기가 출토된 층으로 보아 무덤을 만드는 과정과 완성된 뒤에 성대한 제사를 여러 번 지낸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금령총이 왕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령총에서는 신라 금관(보물 제338호)을 비롯해 금제 방울과 허리띠, 옥팔찌, 큰 칼 등 왕릉급 무덤에서 나오는 유물이 확인됐다. 그러나 장신구가 대체로 소형이어서 왕릉이라기보다 어린 왕족이 묻힌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발굴 현장을 살펴본 박광춘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5세기 들어서는 왕릉급 무덤에서만 출토되는 기대(器臺·밑이 둥근 항아리를 올려놓는 받침)도 나왔다”며 “출토된 제의용 토기로 제사의식의 규모를 추정할 때 왕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령총은 이번 조사에서 땅을 파지 않고 만든 지상식 적석목곽묘(돌무지덧널무덤)로 밝혀졌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봉토와 돌무지를 걷어내고 매장 부분만 조사한 탓에, 금관이 출토된 다른 신라 무덤과 달리 지하식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었다. 경주박물관은 내년 매장 부분까지 다시 발굴할 예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나무 향기가 확 나서 마치 숲속에 온 것 같네요!” 새로 탈바꿈한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비전 작은도서관에 27일 주민 조휘정 씨(41)가 들어서며 말했다. 동 주민센터였던 건물에 2008년 생겨난 이 도서관은 1만3000여 권의 장서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소통하는 사랑방 역할을 해 왔다. 11년이 지나며 시설은 차츰 낡아졌다. 그러던 차에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도서관을 리모델링했다. 철제 서가를 비롯한 각종 가구를 모두 원목 소재로 바꿨다. 얼룩진 벽은 도배하고 노후 장비는 수리하거나 새로 마련했다. 손은경 도서관장(53)은 “더 따뜻하고 포근해졌다면서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이다. 6년째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는 조 씨는 “도서관이자 쉼터인 이 공간이 밝아져 기쁘다”며 웃었다. 기존에 없던 어린이실도 따로 만들었다. 도서관은 전라초등학교, 전주동중학교와 인접해있다. 인근 어린이집 원생들도 정기적으로 온다. 이날 열린 개관식에서 새 단장을 가장 격렬하게 반긴 이도 ‘도서관에서 떠든다’는 눈치를 더 이상 안 봐도 되는 아이들이었다. 이도원 군(전라초 2)은 “친구들과 놀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어린이실이 새로 생긴 게 제일 좋다”고 말했다. 어린이실은 서가 아래 구석 공간을 두고, 푹신한 빈백(bean bag) 의자를 마련해 아이들이 편하고 느긋하게 지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도 서가 공간과 분리했다. 기존에는 책을 읽으러 온 이용자들과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뒤섞여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2008년부터 새로 만들거나 리모델링한 작은도서관은 이번이 79번째다.전주=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름은 ‘작은’ 도서관이지만 이곳에서 청소년이 꿈을 키우고 주민들이 많은 걸 채워나갈 걸 생각하면 사실은 정말 큰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27일 열린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비전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개관식에서 허인 KB국민은행장(58)은 이렇게 말했다. KB국민은행은 2008년부터 12년째 전국 각지에 작은도서관을 조성하는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허 행장은 “후원을 계속해 대한민국에 작은도서관 수백 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은도서관 후원의 바탕이 된 철학이 있는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이라고 했다. 독서는 사람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다. 국민은행은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키우는 걸 돕고자 한다. 특히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책과 함께 미래를 향한 꿈과 희망을 펼치기를 바라고 있다.” ―후원을 꾸준히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하나를 해도 일회성이 아니라 10년, 20년, 30년씩 꾸준히 해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7년부터 해온 청소년 교육 사업(‘청소년의 멘토 KB!’)을 비롯해 구직자와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연결하는 ‘KB굿잡’ 같은 다른 사회공헌 사업도 마찬가지다.” ―작은도서관이 공동체 활성화의 거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서관의 독서문화 프로그램뿐 아니라 성인 대상의 인문학 강좌, 부모 교육, 경제금융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지역에 공동체 공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작은도서관이 어울림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 같다. 오지 부대와 관사에 군인과 가족을 위한 작은도서관 조성도 후원하고 있다. 군인들의 자긍심이 높아졌고, 부대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의 ‘문자 중독’이라고 들었다. 어릴 적 어떤 책을 읽었나. “여러 친구와 서로 집집마다 놀러 가서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 때 위인전을 주로 읽었다. 고난을 이기려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과 함께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서 감명을 많이 받았다.” ―독서 운동에 대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도서관이 집에서 먼 곳에 있는 지역이 생각보다 많다. 여력이 있어서 집에 책이 많으면 좋겠지만 모두가 그러기는 어렵지 않나. 국민은행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도서관을 확충해 나갔으면 좋겠다. 자신이 직접 겪지 않은 것을 배우고 느끼면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길은 독서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전주=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상(1910∼1937)은 ‘이상’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 ‘종생기(終生記)’에서 묘비명에 ‘一千九百三十七年(1937년) 丁丑(정축) 三月(삼월) 三日(삼일)’이라고 적었다. 이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1937년 4월 13일이 된다. 실제 이상이 일본 도쿄대 부속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건 1937년 4월 17일. 서울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이상은 스스로 자신의 종생을 정해 놓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오래도록 이상 문학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의 작업을 총결산한 책이다. 이상의 인간적 면모와 작품 세계를 조명하면서 이상의 학적부부터 그림과 텍스트까지 저자가 수집한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했다. 작품의 실험성과 전위성으로 다양한 해석이 충돌하고, 범상치 않은 궤적으로 삶이 신비화되는 이상과 그의 문학의 실체에 다가가도록 돕는다. 절판된 저서 ‘이상 텍스트 연구’를 대폭 수정하고 새로 밝혀진 사실을 보완했다. 저자는 “사물에 직접적이고 감각적으로 접근하는 이상의 시는 세계에 대한 인식과 사물을 대하는 주체의 시각을 새롭게 변형시킨다”며 “이상의 문학은 모더니티를 초극하는 경지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명성교회 목회직의 부자(父子) 세습을 사실상 인정했다. 예장 통합교단은 경북 포항시 기쁨의 교회에서 26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목사(73)의 아들 김하나 목사(45)가 2021년 1월 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교단은 참석한 총대(總代) 1204명 가운데 920명(76.4%)의 찬성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명성교회 수습안’을 의결했다. 교단은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교회법상 불법이라는 총회 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일정 부분 수용했고, 당분간 김하나 목사를 대신해 서울동남노회가 11월 3일 파송(파견)하는 임시당회장이 교회 운영을 맡는다. 총회장인 김태영 목사는 “수습안은 법을 초월한 면이 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만든 안”이라고 밝혔다. 김삼환 목사가 1980년 설립한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이 10만 명에 달하는 예장 통합 교단의 대표적인 교회다. 예장 통합노회가 2013년 ‘교회 세습 금지’를 교단 헌법으로 결의했지만 김삼환 목사가 정년퇴임하고 2년 뒤인 2017년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면서 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목회직 세습을 반대해 온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힘 있고 돈 있는 교회는 교단 헌법도 초월한다는 추악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대 한반도의 ‘가족 순장(殉葬)’ 습속이 DNA 분석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영남대 박물관(관장 정인성 교수)은 경북 경산시 ‘임당 고총’에서 출토된 고(古) 인골의 유전자 분석 결과 무덤에 함께 순장된 이들이 부부와 딸, 부녀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시간차를 두고 다른 무덤에 순장된 남매도 있었다. 이들은 무덤 주인의 가족은 아니고 순장된 사람들끼리 가족이었다. 김대욱 영남대 박물관 학예연구원은 10월 4일 경북 경산시 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 학술세미나 ‘고대 인골 연구와 압독국(押督國) 사람들’에서 ‘임당 고총에서 확인된 가족 순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문에 따르면 경산시 조영동의 5세기 고분에서는 무덤 주인의 인골 외에 순장된 이들의 유골 4개체가 출토됐다. DNA 분석 결과 이 가운데 3개체는 부부와 어린 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덤의 주곽(主槨)에 무덤 주인과 함께 순장된 2명 가운데 1명이 4∼8세의 여아였는데, 부곽(副槨)에 순장된 2명이 이 여아의 부모로 확인된 것이다. 조영동의 또 다른 5세기 고분 부곽에서 발견된 인골 2개체도 부녀 사이로 밝혀졌다. 10세 안팎의 여아와 아버지가 나란히 순장된 것이다. 5세기 말과 6세기 초의 서로 다른 무덤에서 각각 발견된 유골이 남매 사이로 밝혀지기도 했다. 김대욱 연구원은 “DNA 분석으로 고대 경산 지역 가족 순장의 습속을 파악했다”면서 “경주를 비롯한 신라 지역과 고령을 비롯한 가야 지역 고총에서 확인된 다수의 순장자들 중 일부도 가족일 가능성이 짙어졌다”고 밝혔다. 자식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정확히 절반씩 물려받지만 촌수가 멀어질수록 특정한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은 떨어진다. 이를 이용하면 인골의 촌수를 알 수 있고, 어머니가 자식에게 전달하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일치 여부를 통해 모계친족도 가릴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정충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발표문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 무덤의 주인으로 보이는 일부 성인 남성들은 부계 친족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전장 유전체(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자료를 분석해 순장자 사이의 직접적 혈연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해 경남 창녕군 송현동 고분에서 출토된 남성 순장자 4명이 같은 모계혈족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번 분석 결과가 순장자들의 신분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장된 이들을 노예나 전쟁 포로로 보던 견해 대신 시종이나 시동(侍童), 호위무사, 재산 관리자 등 무덤 주인과 가까운 사이라고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순장자를 위한 제사 유물이 부장되거나, 각종 장신구를 착용한 순장자의 유골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임당 고총’은 신라에 병합된 소국 압독국 지배층의 무덤이라고 학계는 파악하고 있다. 1980년대 3차례 대규모 발굴조사에서 인골 259구가 출토됐다. 2012년부터 인골 분석이 시작됐고, 지난해 9월부터는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사 과학연구소에서 DNA 분석을 진행했다. 인골 시료 46점 가운데 35점에서 DNA가 추출됐다. 영남대 박물관은 최근 가톨릭대 의과대학 연구팀과 함께 5세기 말 임당동 고분에 묻힌 21∼35세가량의 여성 인골을 컴퓨터단층촬영(CT)해 얼굴을 복원하기도 했다. 박물관은 ‘고인골, 고대 압독 사람들을 되살리다’ 특별전을 11월 29일까지 열 예정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태국의 가면극 공연 등 아시아 무형유산을 소개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국립무형유산원(원장 김연수)은 ‘2019 인류무형유산 초청공연’으로 태국의 가면극 ‘콘(khon)’과 부탄의 ‘드라메체(Drametse) 가면북춤’ 공연을 10월 4일과 5일 전북 전주시 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소공연장에서 개최한다. 태국의 국립예술단, 부탄의 왕립공연예술단이 선보이는 이 공연들은 태국과 부탄에서 각각 유일한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종목이다. 무형유산원은 “두 나라가 왕실 중심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 전승하는 대표 연희이며, 규모나 출연진의 기량 측면에서 최고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국제 콘퍼런스도 10월 4일 열린다. 이달 27∼29일에는 영화제인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를 개최한다. 개막작으로는 전통의 사생관(死生觀)을 다룬 김태용 감독의 ‘꼭두 이야기’를 국립국악원 단원들의 실황공연과 함께 상영한다. 이를 비롯해 8개국 26편의 영화와 공모전 수상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임권택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서고, 폐막작으로는 원본 필름이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 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년 개봉)를 상영한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작품이 대규모로 전시되는 작품전, 아리랑·남사당놀이·판소리를 접목한 공연을 볼 수 있는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도 10월 11∼13일 무형유산원에서 펼쳐진다. 국내외 무형유산 전문가 40여 명이 시민생활과 무형유산의 가치를 논하는 ‘세계무형문화유산 포럼’은 10월 10∼12일 열린다. 모든 행사는 무료.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색동치마를 입은 모습의 단군 영정이 공개된다. 단군문화포럼(대표 이애주)은 2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대전시실에서 ‘독립운동의 상징, 단군 영정 전시회’를 개최한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즈음의 단군 조각상, 대종교를 창시한 나철의 편지를 비롯한 관련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화기(畵記)에 ‘광서 9년(1883년) 계미 10월 봉안’이라고 적혀 있는 단군 영정이 전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위 폭 51.5cm, 아래 폭 49cm, 높이 80cm로 천에 그렸으며, 우하단 화기에 ‘시주 을해생 김전(金奠), 을축생 이두성(李斗聖), 편수(片手·사찰의 건축, 단청, 목공 기술자) 을묘생 김관오(金觀伍)’라고 적혀 있다. 전시를 주관한 단군학자료원 임채우 원장은 “영정의 색동치마는 고구려 수산리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의상과 유사하다”면서 “충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부여 단군 영정보다 더 오래된 현존 최고(最古)의 단군 영정이며, 1910년 대종교에서 그린 단군 영정의 모본(母本)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선 후기 단군 신앙은 오늘날 북한 지역인 구월산 삼성사, 묘향산 단군굴, 평양 숭녕전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숭녕전에는 영정을 모시지 않았고 단군굴은 참배가 쉽지 않았기에, 이 영정이 삼성사에 있던 것이라고 임 원장은 추정했다. 19세기 삼성사에 단군 영정이 봉안돼 있었다는 건 옛 한시에서도 확인된다. ‘광무 9년’(1905년)이라고 새겨진 천부경 각석도 전시에 나온다. 이 각석의 발견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10월 4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개최된다. ‘단군학 총서’ 발간 기념 학술대회도 앞선 이달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물 분자는 1930년대 헝가리 과학자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의 몸에 보통 11∼13일 정도 머문다. 하지만 스위스 제네바 호수라면 10년 정도,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라면 300년 이상 갇혀 있을 수도 있다. 미국 뉴욕 폴스미스대 자연과학부 교수가 호수의 세계를 다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책 ‘월든’으로 유명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월든 호수는 수영하는 이들이 본 소변 탓에 여름이면 인(燐)의 함유량이 2배가량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을 좋아하는 조류가 이 호수에 번성하고 있다. 바다라는 이름이 붙은 갈릴리호,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호, 시베리아 바이칼호 등을 소재로 호수의 생태계를 과학적으로 조명했다. 21세기의 ‘월든’이라고 할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내 유일의 문화재, 박물관 전문 전시회인 ‘2019 국제문화재산업전’이 열린 19일 경북 경주시 보문로 화백컨벤션센터. 3D시스템즈코리아와 대구의 기업 CTOK의 컨소시엄 부스에서 기자가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를 쓰자 눈앞에 유적 발굴 현장이 돌 하나하나의 모양까지 그대로 펼쳐졌다. 조이스틱으로 특정한 두 지점을 지정하니 자동으로 거리가 표시됐다. 광대역 스캐너를 사용해 발굴 현장을 3차원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가상현실(VR)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요즘 발굴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선박이나 공장 등 복잡한 구조물을 스캔하는 데 쓰였지만 문화재로 영역을 확장했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스캔해 가상으로 조합하고, 빠진 조각을 3차원(3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김창현 CTOK 대표(42)는 “발굴 현장에서 놓친 부분을 나중에 언제든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면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매우 빨리 재현할 수 있어서 수천 명이 VR에 함께 접속해 모두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회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문화재 보존, 방재, 수리·복원, 디지털 헤리티지, 박물관 관련 업체 등 81개 기업이 235개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3D 스캔과 VR 등으로 이를 재현하는 기업들의 부스가 특히 관심을 모았다. 남한에서는 거의 멸종된 크낙새가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되기도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관하는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문화유산기술연구소는 디지털 원형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으로 재현하는 기업이다. 수원 화성, 석굴암 등을 3D 데이터로 만들어서 VR로 재현하기도 했다. 핵심은 정밀도다. 2mm 단위로 문화재 겉면을 점 정보로 파악해 이를 입체로 구현한 뒤 사진 데이터와 종합한다. 김진산 문화유산기술연구소 연구원(33)은 “미래를 위해 수천만 기가픽셀의 고해상도로 저장한다”며 “아주 작은 금이 하나 가더라도 원래의 모습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문화유산도 우리 기술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로 보존되고 있다.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와 위프코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을 비롯해 아세안 6개 국가의 유적을 3D 데이터로 실측하고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했다. 전시장 지하의 실크로드 디지털체험관에서는 7세기 실크로드의 거점 도시 사마르칸트의 모습이 가상현실로 펼쳐졌다. 문화재디지털복원가인 박진호 씨(47)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상현실과 결합해 고대의 가상 인물과 관람객이 대화하게 되고 디지털 유산 기술의 발전은 과거를 체험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진으로부터 문화재를 지키는 면진장치 기술(참솔테크), 지능형 문화재 재난방재 시스템(한국아이티에스)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재 관련 기술도 선보였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문화유산은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유물일 뿐 아니라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보물로, 지역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경북도, 경주시가 주최한 이번 전시는 21일까지 계속된다. 전시회 기간 ‘디지털 문화유산 국제포럼’을 비롯한 콘퍼런스 13건이 개최된다. 부대 행사인 문화재 취업박람회에서는 문화재 관련 창업 및 취업자가 준비생들과 경험을 나누는 토크 콘서트, 취업 컨설팅도 열린다.경주=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발해가 멸망한 뒤에도 오랫동안 부흥운동을 펼쳤던 발해 유민의 역사를 다룬 연구서가 발간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도형)은 해동성국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발해가 926년 거란의 침입을 받고 멸망한 뒤 유민의 동향을 담은 ‘새롭게 본 발해 유민사’(1만5000원·사진)를 최근 펴냈다. 편찬 책임자인 임상선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은 거란이 발해를 멸망시킨 뒤 세운 동단국(東丹國)을 조명했다. 동단국은 설립 직후부터 발해인의 계속된 저항을 받았다. 이에 우차상(右次相·고위 관직의 하나) 야율우지가 “남은 무리(발해 유민)가 조금씩 번식하면 아마도 후환이 될 것(遺種浸以蕃息 恐爲後患)”이라고 건의했고, 동단국은 928년 요양(랴오양·遼陽) 지역으로 옮겨졌다. 임 연구위원은 “이를 거부한 발해 주민들이 고려와 여진으로 달아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발해가 멸망한 지 200년 가까이 지나서도 발해인들은 반요(反遼) 투쟁을 벌였다. 요나라 때 발해인의 성격을 검토한 나영남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1115년 금의 건국에 자극받은 고욕이 요나라에 반란을 일으켰고, 이듬해에는 고영창이 대발해 황제를 칭하고 한때 요동의 50여 개 주를 함락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에서 발해인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사서에 ‘요양발해인’으로 기록된 장호(?∼1162)는 금 태조부터 무려 5명의 황제 아래에서 관료로 일했고 남양군왕 등의 작위를 받기도 했다. 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는 “고위 관직을 지낸 이들의 수와 봉작(封爵) 측면에서 발해인들은 금 조정에 상당한 족적을 남겼다”고 했다. 황인규 동국대 교수는 승려와 신도, 사원과 유적으로 나누어 발해 유민이 문화적 정체성을 지켰던 ‘발해 불교’의 흔적을 조명했다. 임상선 연구위원에 따르면 중국 학계가 발해를 자신의 역사로 간주한 건 오늘날 ‘국민’의 개념에 가까운 ‘중화민족’을 주장하면서부터다. 임 연구위원은 “발해 유민은 발해 멸망 이후 약 200년간 어디에 살건 거란인, 송(宋)인, 고려인이 아니라 발해인으로 자칭했고 그렇게 분류됐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추석을 맞아 전통문화에 빠져 볼 기회도 많다. 문화재청은 12∼15일 경복궁과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조선 왕릉을 무료로 개방한다. 경복궁에서는 대취타 정악과 풍물연희를 공연하는 ‘고궁음악회’(13∼15일), 궁중 약차와 병과를 시식할 수 있는 ‘생과방’ 체험(12∼15일)이 열린다. 창덕궁에서는 13일 봉산탈춤과 줄타기, 풍물굿판이 벌어진다. 덕수궁에서는 전통춤 공연(13일)과 대한제국 외국공사 접견례(14, 15일)가 펼쳐지고, 창경궁은 야간 고궁음악회(12∼14일)를 연다. 12∼15일 덕수궁과 세종대왕유적관리소(경기 여주시)에서는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종묘에서는 ‘해설과 함께하는 종묘 모형 만들기’(15일)를 진행한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연휴 기간 농악, 강강술래, 처용무, 가곡, 강릉단오제 등 다양한 전통공연을 선보인다. 오방색 팔찌와 전통문양 장신구 만들기, 굴렁쇠·투호 등 전통놀이 체험행사와 무형문화유산 활용 연극놀이 등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4, 15일 추석 한마당 ‘한가위만 같아라’를 개최한다. 줄타기를 비롯한 전통공연과 송편 빚기 등 세시·민속놀이 체험, 공예 체험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강원 춘천시 국립춘천박물관은 12일과 14, 15일 투호, 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등 전통놀이와 사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 서울 중구 ‘한국의 집’은 13∼15일 특별공연 ‘한가위 풍경(豊慶)’을 연다. 김광숙 명창과 채상소고춤의 김운태 명인, 이춘희 명창과 고깔소고춤의 임성준 명인, 김일구 명창과 오고무의 이주희 명인 등이 무대에 오른다. 전북 전주시 전주한옥마을은 13, 14일 한가위 특별공연 마당창극 ‘진짜 진짜 옹고집’과 마당놀이 ‘별주부가 떴다!’를 연다. 경기 용인시 전통문화 테마파크 한국민속촌에선 12일부터 환생을 모티프로 한 축제 ‘신묘한 마을’을 즐길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립중앙도서관은 8일 별세한 시사만화가 김성환 화백을 회고하는 전시 ‘고바우 영감, 하늘의 별이 되다’(사진)를 10월 31일까지 서울 서초구 도서관 열린마당에서 개최한다. 김 화백은 1996년 국립중앙도서관에 만화 원화, 병풍, 도자기 등 376점을 기증했다. 도서관은 기증품으로 ‘고바우문고’를 설치했다. 이번 회고전에는 대표적 소장품인 ‘꺼꾸리군·장다리군’ ‘고사리군’ ‘고바우 현대사’와 만화 원화 병풍, 고바우 캐릭터를 이용한 한국화, 도예작품 등을 전시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해외 박물관이 소장한 우리나라의 옛 그림이 국내에서 복원을 마치고 전시된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우리 손에서 되살아난 옛 그림’ 전시를 1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한다. ‘국외문화재 소장 기관 활용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보존 처리한 회화와 자수, 병풍 등 12점을 해외로 다시 돌려보내기 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품인 ‘산시청람도(山市晴嵐圖)’는 드물게 전해지는 조선 초기 산수화로 안개 낀 도시와 산촌의 모습을 묘사했다. 당대에 널리 제작했던 소상팔경도 중 하나다.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품.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변형된 형태의 기존 장황(粧8·전통 표구)을 제거하고 족자 형태로 새롭게 장황했다.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 소장 작품인 소나무와 표범, 까치를 그린 민화 ‘표작도(豹鵲圖)’와 흥선대원군의 ‘난초도’도 전시에 나온다. ‘난초도’는 검은 비단에 금색 안료로 그렸는데 보존 처리 과정에서 구리 성분의 안료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기존 장황과 배접지(褙接紙)를 해체하다가 숨어있던 글씨를 찾기도 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소장한 ‘백동자도(百童子圖)’ 병풍 역시 새로 단장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전각이 있는 정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병풍. 5폭씩 나뉘어 2개의 병풍으로 전해졌으나 원래 형태인 10폭으로 복원했다. 영국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이 소장한 ‘자수 화초길상문’ 병풍, 독일 로텐바움 박물관이 소장한 ‘자수 화조도’ 병풍도 복원을 거쳐 전시에 나온다. 독일 장크트오틸리엔 수도원 선교박물관 소장 혁필화(革筆畵·가죽 붓으로 그린 그림) 등 20세기 초 서화 5점도 볼 수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부터 8개국 21개 기관이 소장한 국외문화재 36건을 보존 처리하고 복원했다. 전시 작품을 소장한 해외 박물관 관계자와 보존 처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포지엄도 26일 국립고궁박물관 본관 강당에서 연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밭이 한참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김을 매지요.”(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는데 굳이 으리으리한 집이 필요할까. 넓이 6평(약 19.8m²) 안팎의 미니 전원주택이나 세련된 농막이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상당한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전원주택에도 소형화, 실속화 바람이 부는 셈이다. 2016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소장(43)은 2013년 경기 양평군에 작은 농막을 설계했다. 건축주는 은퇴를 앞둔 60세가량의 전문직 부부. 이들은 작은 밭을 장만한 뒤 농사일을 하다 잠시 쉴 수 있는 저렴한 공간을 원했다.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농막으로 쓰는 게 보통이지만 부부는 “모양도 예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신 소장이 다른 곳에 계획했던 창고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해 크기만 작게 만들었다. ‘철골 각파이프’를 바닥에 깔고 EPS 복합패널로 건물을 지은 뒤 양철 골강판으로 외부를 감쌌다. 약 18m² 넓이인 이 농막의 건축비는 1400만 원가량. 신 소장은 “지붕 중앙의 선(한옥의 용마루)이 벽면과 평행하지 않고 틀어진 설계여서 작업비용이 올라갔는데, 단순하게 만들었다면 1000만 원으로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막은 가설건축물축조 신고만 하면 지을 수 있지만 법에 따라 면적이 20m²를 넘으면 안 된다. 오수처리시설(정화조) 설치는 금지 규정이 없지만 지자체가 대체로 불허한다. 화장실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마치 인턴처럼 전원생활을 체험해 보려는 이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작은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한아름 씨(39)는 지난해 양평군 서종면에 7평(약 23.1m²)짜리 세컨드 하우스를 지었다. “시간 날 때만 오는데 굳이 큰 집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텃밭도 가꿀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가 잔디에서 뛰고 흙을 만지며 놀아서 정말 좋아요.”(한 씨) 요즘은 오픈마켓 앱에서도 집을 판다. 농막이 아니라면 주택 신·증축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축설계기업이 거실과 주방, 화장실을 갖춘 이동식 미니 목조주택을 선보이기도 했다. 간삼건축이 만든 스타트업 간삼생활디자인은 지난해 공장에서 제작해 배달하는 20m² 안팎의 모듈형 목조주택 ‘ODM’을 출시했다. 고기밀성 단열재를 사용했고 냉난방 설비가 포함됐으며 수납형 냉장고 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기본형 제작비는 4000만∼6000만 원대. 여기에 운송비, 전기와 상·하·오수관 설치비용 등이 추가로 든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노현수 씨(57)는 5년 전 제주시 구좌읍에 마련한 땅에 ODM을 구매해 올 7월 설치하고 세컨드 하우스로 쓰고 있다. 노 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무엇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며 “은퇴 후 제주도에 살기로 결정한다면 ODM을 추가로 구입해 2, 3개를 함께 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세컨드 하우스의 증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원주택지로 선호되는 양평군의 주택 수는 2015년 3만6899채에서 2017년 4만1689채로 13% 늘었다. 이는 주민등록인구(10만8316명→11만5105명) 증가율(6.3%)보다 높다. 인접한 가평군도 마찬가지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44)는 “‘5도2촌’(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시골에서 보내는 생활 스타일)이나 ‘4도3촌’ 하는 분들이 주로 ODM을 구매한다”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작은 세컨드 하우스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종엽 jjj@donga.com·김기윤 기자}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밭이 한참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김을 매지요…왜 사냐건 웃지요.”(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는데 굳이 으리으리한 집이 필요할까. 넓이 6평(19.8㎡) 안팎의 미니 전원주택이나 세련된 농막이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상당한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전원주택에도 소형화, 실속화 바람이 부는 셈이다. 2016년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소장(43)은 2013년 경기 양평군에 작은 농막을 설계했다. 건축주는 은퇴를 앞둔 60세 가량의 전문직 부부. 이들은 작은 밭을 장만한 뒤 농기구를 보관하고, 농사일을 하다 잠시 쉴 수 있는 저렴한 공간을 원했다. 컨테이너를 갖다 놓고 농막으로 쓰는 게 보통이지만 부부는 “모양도 예뻤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신 소장이 다른 곳에 계획했던 창고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해 크기만 작게 만들었다. ‘철골 각파이프’를 바닥에 깔고 EPS 복합패널로 건물을 지은 뒤 양철 골강판으로 외부를 감쌌다. 약 18㎡ 넓이인 이 농막의 건축비는 1400만 원 가량. 신 소장은 “지붕 중앙의 선(한옥의 용마루)이 벽면과 평행하지 않고 틀어진 설계여서 작업 비용이 올라갔는데, 단순하게 만들었다면 1000만 원으로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막은 가설건축물축조신고만 하면 지을 수 있지만 법에 따라 면적이 20㎡를 넘을 수 없다. 오수처리시설(정화조) 설치는 금지 규정이 없지만 지자체가 대체로 불허한다. 화장실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정식으로 전원주택 건축을 결심하기 전 마치 인턴처럼 전원생활을 체험해보려는 이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 작은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한아름 씨(39)는 지난해 양평군 서종면에 7평(약 23.1㎡)짜리 세컨드 하우스를 지었다. 주말 등 틈이 날 때 가족과 쉬다 간다. “사는 것도 아니고 시간 날 때만 오는데 굳이 큰 집이 필요하지 않더라고요. 텃밭도 가꿀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가 잔디에서 뛰고 흙을 만지며 놀아서 정말 좋아요. 주말마다 어디로 놀러갈지 고민 안 해도 되고요.”(한 씨) 요즘은 오픈마켓 앱에서도 집을 판다. ‘이동식 주택’을 검색하면 가격도 모양도 천차만별인 집들이 상당수 나타난다. 이동식 주택은 기초 공사를 통해 고정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농막이 아니라면 주택 신·증축에 따른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건축설계기업이 거실과 주방, 화장실을 갖춘 이동식 미니 목조주택을선보이기도 했다. 건축이 만든 스타트업 간삼생활디자인은 지난해 공장에서 제작해 배달하는 20㎡안팎의 모듈 형 목조주택 ‘ODM’을 출시했다. 고기밀성 단열재를 사용했고 냉난방 설비가 포함됐으며 수납형 냉장고 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기본형 제작비는 4000만~6000만 원대. 여기에 운송비, 전기와 상·하·오수관 설치비용 등이 추가로 든다. 경북 구미시에 사는 노현수 씨(57)는 5년 전 제주시 구좌읍에 마련한 땅에 ODM을 구매해 올 7월 설치하고 세컨드 하우스로 쓰고 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땅에 예쁘고 작은 집을 지으려고 여러 곳을 알아보던 차에 판교의 쇼룸에서 ODM을 보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노 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무엇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며 “은퇴 후 제주도에 살기로 결정한다면 ODM을 추가로 구입해 2, 3개를 함께 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세컨드 하우스의 증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원주택지로 선호되는 경기 양평군의 주택 수는 2015년 3만6899호에서 2017년 4만1689호로 13% 늘었다. 이는 주민등록인구(10만8316→11만5105명) 증가율(6.3%)보다 높다. 가평군도 마찬가지다. 강원 인제군은 주민등록인구는 줄었는데 오히려 주택 수가 늘었다. 이윤수 간삼생활디자인 대표(44)는 “‘5도2촌’(닷새는 도시에, 이틀은 시골에서 보내는 생활 스타일)이나 ‘4도3촌’하는 분들이 주로 ODM을 구매한다”며 “해외와 마찬가지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작은 세컨드 하우스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문화재청이 2015년부터 심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국가무형문화재 승무(제27호), 태평무(제92호), 살풀이춤(제97호) 보유자를 6일 인정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무형문화재위원회의 검토 결과에 따라 승무에 채상묵 씨(이매방류), 태평무에 양성옥·이명자·이현자 씨(강선영류)와 박재희 씨(한영숙류), 살풀이춤에 김정수·정명숙 씨(이매방류)와 김운선·양길순 씨(김숙자류) 등 9명을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 무형문화재위는 “다수의 보유자를 인정해도 (문화재로서) 전형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고, 무용 종목의 활성화와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2015년 11, 12월에도 세 부문 보유자를 심사했지만 조사위원 명단의 사전 유출 논란이 일었다. 이듬해 2월에는 태평무 부문만 양성옥 씨를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으나 무용계에서 반발이 일어나 인정이 보류됐다. 문화재청은 올해 3월 보유자 인정 작업을 재개했다. 세 부문의 후보자를 11명으로 추린 뒤 기량 검증과 인정을 둘러싼 찬반 주장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영상기록으로 기량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반발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현재 승무는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가 유일한 보유자이며, 태평무와 살풀이춤은 보유자가 없다. 승무 보유자인 정재만 선생이 2014년 별세한 데 이어 승무와 살풀이춤 보유자였던 이매방 선생이 2015년 작고했다. 태평무의 유일한 보유자였던 강선영 선생마저 2016년 세상을 떠났다. 보유자 인정 여부는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무형문화재위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보유자가 새로 인정된다면 태평무는 31년, 살풀이춤은 29년, 승무는 19년 만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미국 DC코믹스 만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조커’가 7일(현지 시간)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슈퍼히어로를 다루는 코믹스 영화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연출한 ‘조커’는 슈퍼히어로 배트맨의 숙적인 희대의 악당 조커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연약한 외톨이였던 조커가 악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뤘다. 특히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필립스 감독도 “피닉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에선 다음 달 2일 개봉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드레퓌스 사건을 영화화한 ‘장교와 스파이’에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마르틴 에덴’에 출연한 이탈리아 배우 루카 마리넬리, 여우주연상은 ‘글로리아 문디’의 프랑스 배우 아리안 아스카리드가 받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