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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노동조합 파업에 대응만 하다 정작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대기업 A 임원)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파업에 보다 ‘관대한 기준’이 적용될 경우 불법 파업이 더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약자들의 교섭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쟁점1: 하청업체 근로자와 원청 간 교섭10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과 관련한 핵심 쟁점 중 첫 번째는 ‘사용자의 범위 확대’에 있다. 사용자는 대법원 판례에 의해 지금까지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자’로 해석돼 왔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더라도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실질적 영향을 끼치면 모두 사용자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간접·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원청 기업이 근로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원청과의 교섭권은 이들의 산업 안전과 처우 개선을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지난해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농성까지 벌인 택배노조도 하청 대리점이 아닌 본사와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협력사가 5000개가 넘는다”며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을 대상으로 임금 협상을 요구하면 교섭이 가능하기나 할까”라고 반문했다. 삼성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도 1차 협력업체만 수백 곳에 이르고, 2∼3차로 범위를 넓히면 1000개가 훌쩍 넘는다. 김동욱 세종 변호사는 “항공모함에 여러 비행기가 실려 있듯이 여러 납품업체를 거느린 업체를 ‘기함기업’이라고 하는데 이들에 미치는 영향이 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민 태평양 변호사는 “대법에서 사용자 범위에 대한 판례가 확정되는 데 5년까지도 걸린다. 그동안 산업계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쟁점2: 합법적 파업 대상 확대 노란봉투법에서 노동쟁의를 벌일 수 있는 발동 조건을 대폭 넓힌 것도 논란거리다. 기존에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다툼을 노동쟁의로 정의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에서는 해당 문구에서 ‘결정’이라는 표현을 빼버렸다. 이전에는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에 대해 의견이 불일치할 때 노동쟁의가 발생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노사 합의에 의해 결정할 사안이 아닌 ‘해고자 복직’ ‘부당 징계 철회’ ‘회사 소재지 이전’ 등에서도 노사 간 의견이 불일치하면 파업이나 태업, 피케팅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지금은 사용자가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노동자가 대처할 수단이 없어 단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사안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테이블에 올린 뒤 관철되지 않으면 쟁의권을 남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중견기업들도 걱정이 크다. 경기의 한 가전 부품업체 대표는 “대기업 노조 파업과 농성이 길어지면 협력업체 피해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쟁점3: 회사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 강화 경영계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노동자의 불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도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본다.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노조 개개인이 회사에 얼마의 손해액을 발생시켰는지 회사가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명찰을 떼고, 복면이나 마스크를 쓴 채 회사를 점거하거나 폭력행위를 한 경우 폐쇄회로(CC)TV로 가해자를 식별하기 어렵다”며 “형사고발을 해도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손해배상까지 막히면 노조의 불법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가 사업장을 불법으로 점거해도, 불법 폭력으로 공장 가동을 멈춰 막대한 손실을 끼쳐도 치외법권의 특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것이 기업의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를 막기 위한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손배 가압류 폭탄’으로 노조를 윽박지르던 ‘나쁜 관행’을 막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제와 국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법안이) 충분한 숙의 없이 처리되는 상황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은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법안 공포를 촉구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개정안은) 그동안 생성되고 축적돼 왔던 판례를 반영한 정도의 법”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경제단체들은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노사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함께 노란봉투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노란봉투법은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야당은 반드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호소했다. 경제계는 특히 ‘사용자 범위’가 크게 확대돼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임금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총은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 체계로 구성돼 있다”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성명서에서 “경제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길 요청한다”고 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노란봉투법은 우리나라 산업 현장의 근간과 질서를 흔들고 오랫동안 쌓아온 법률 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국내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지금이라도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로 노사 관계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러한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도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법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바에 따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했던 경제 6단체는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며 연이틀 우려를 표시했다. 경제 6단체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란봉투법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중소기업 전문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임금 결정 방식에 따른 노란봉투법 도입 효과’ 보고서를 통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연간 일자리는 19만3000개(0.84%), 실질 GDP는 연간 8조7000억 원(0.4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질설비투자는 8000억 원(0.45%), 실질소비는 7000억 원(0.05%)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연구원 측 주장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계는 비상이 걸렸다.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연구기관은 해당 법이 시행되면 국내총생산(GDP)이 0.45% 감소하고, 일자리 19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국경제인협회는 “경제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길 요청한다”고 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노란봉투법 시행은) 국내 산업생태계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지금이라도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주길 건의한다”고 호소했다. 노란봉투법 통과를 놓고 재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사용자의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노동자와 근로계약관계를 맺은 이들을 사용자라고 불렀는데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자’도 사용자에 포함되도록 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임금 교섭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된다는 얘기다.경총은 “국내의 자동차 산업, 조선업, 건설업 등은 협력업체와의 수많은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다”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키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또한 노란봉투법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때 기업의 입증 책임을 강화해 사실상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업으로선 마지막 제지 카드인데 이것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중소기업전문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임금결정방식에 따른 노란봉투법 도입 효과’ 보고서를 통해 노란봉투법 시행 후 연간 일자리는 19만3000개(0.84%), 실질 GDP는 연간 8조7000억 원(0.4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질설비투자는 8000억 원(0.45%), 실질소비는 7000억 원(0.05%)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연구원 측 주장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인도가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에서 생산하자) 캠페인을 통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자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일 정도로 제조업이 약하지만 인도는 앞으로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8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인도에 몰린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8위(493억 달러)다. 2013년에는 280억 달러로 14위였는데, 2014년 모디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시작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덕에 외국인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인도 정부는 전자장비나 의약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이 인도에 공장을 세우면 5년 동안 매출 증가분의 4∼6%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준다. 특히 반도체 공장이 설립되면 중앙정부가 건립 비용의 50%를, 주 정부가 20%를 지급하며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여기에 월평균 약 20만 원에 달하는 낮은 임금에다 중위 연령이 27세로 ‘젊은 노동력’이 많다는 점 때문에 인도는 새로운 ‘세계의 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자동차 기업들이 인도로 몰려가고 있다. 경제 성장 덕분에 일반 대중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인도의 연간 자동차 내수 시장이 476만 대로 글로벌 톱3 시장으로 커졌다. 이 중 380만 대 규모인 승용차 판매는 2030년에는 500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에서 판매 2위 자리를 지키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공장 설비를 크게 늘렸다. 연간 77만 대를 생산했던 현대차 첸나이 공장을 올 6월에는 82만 대 생산 규모로 약 6.5% 늘렸다. 올 8월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탈레가온 공장(연산 13만 대)을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정부 허가를 받는 등 후속 조치를 올해 안에 마친 뒤 2025년부터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연산 37만 대)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연 132만 대를 생산하게 된다. 해외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미국 테슬라가 인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테슬라는 중국에 이은 ‘제2 아시아 공장’을 인도에 건설하는 방안을 놓고 인도 정부와 막바지 협상 중이다. 만약 성사되면 2만4000달러 수준의 저가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공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르노-닛산 연합은 올 초 인도 현지 공장에 790억 엔(약 69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1위 자동차 업체인 마루티스즈키는 2025년에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구자라트주에 1조7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자동차 산업 이외 기업들 중에선 포스코가 현지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도 아다니 그룹과 지난해 1월 친환경 제철소 건설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또 LG전자는 올 1월 말 뉴델리 인근 푸네 지역 공장에 3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0만 대 규모의 프리미엄 냉장고 신규 생산 라인 증설을 마쳤다. 인도에 진출한 대기업 관계자는 “시장이 큰 데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인도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한 중국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위험요소도 있기에 기업들이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그룹 기술고문이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아직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우위를 지키려면 국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비어만 고문은 2018년 12월∼2021년 12월 3년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맡아 현대차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현대차에서 7년간 근무한 그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해 “상사이면서 친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비어만 고문은 7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을 살펴보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스마트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현대차그룹은 상황을 예측하고 민첩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중국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기차 원자재 공급과 제조 규모 확대 등의 장기 전략을 세웠다”며 “전기차 기술만 놓고 보면 현대차는 여전히 앞서 있지만, 이를 이어가려면 지속가능한 지역별 공급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은 현대차에 대한 산업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비어만 고문은 “중국의 경제 전략이 자국의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우호적인지 비춰볼 때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현명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동화와 수소 기술 분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산업계와 정부 간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계속 이어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글로벌화의 한계도 분명하기에 지역 기반의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희토류 물질의 대체재를 찾는 등의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현대차에 합류한 독일 출신의 비어만 고문은 현대차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고성능 차량을 개발하는 독일 BMW M연구소 소장을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차에서도 고성능 차량을 만드는 N브랜드를 성장시켰다. 비어만 고문이 합류한 이후인 2017년에 N브랜드 첫 차인 ‘i30N’이 출시돼 현대차에서는 ‘N브랜드의 아버지’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그는 2021년 12월 기술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도 독일에 머물면서 올 9월 출시한 현대차 최초의 전동화 고성능 차량인 ‘아이오닉5N’ 개발에 관여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비어만 고문은 “아이오닉5N은 전기차의 주행 경험뿐 아니라 전통적인 고성능 차량의 놀라운 주행 경험을 모두 제공한다”며 “이것은 최초의 ‘소프트웨어 중심의 N브랜드’(SDN)다”라고 말했다. 7600만 원으로 책정돼 고성능 차량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오닉5N의 가격과 관련해 “접근하기 쉬운 운전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운전의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 부분에서 우리가 명백하게 최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어만 고문은 함께 일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친구 같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어만 고문은 “정 회장은 항상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다”며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정 회장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에게 늘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 회장은 상사이면서 동시에 친구”라고 덧붙였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8월 복권 이후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선택한 것은 경기 용인시 기흥캠퍼스의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달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서도 R&D단지 건설 현장을 다시 찾았다. 1년여 사이 두 차례나 현장을 찾음으로써 미래 삼성전자 전략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곳이라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이 단지에 약 2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 사업 분야에 걸친 첨단 기술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미래 ‘브레인’ 역할을 맡는다는 얘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는 최근 주목받는 ‘마더팩토리 전략’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마더팩토리는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을 다시 자국으로 유치하자는 ‘리쇼어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생산 기반은 해외로 확장하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를 비롯한 전 세계 생산기지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모체(母體) 공장인 마더팩토리는 국내에 두는 투트랙 전략을 의미한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은 9월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첨단 산업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더팩토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현지 장비·설계업체와 협업하기 위해 마더팩토리 전략의 글로벌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더팩토리 중심의 글로벌 생산전략 SK하이닉스는 D램 핵심 생산라인이 있는 경기 이천캠퍼스를 첨단 R&D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역할을 SK하이닉스에서는 이천캠퍼스가 맡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이천캠퍼스와 낸드플래시 중심의 청주캠퍼스,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인 용인캠퍼스 등을 삼각 축으로 삼아 국내 마더팩토리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중동으로까지 생산기지를 넓힌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자동차 업계에서도 마더팩토리 전략은 유효하다. 현대자동차는 울산 공장 내 부지에 약 2조 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기아는 약 1조 원을 투입해 경기 화성 오토랜드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올해 착공해 2025년 준공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생산 설비도 점차 전기차 라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 기지를 미국, 체코, 인도네시아 등으로 빠르게 넓히는 와중에 이들의 생산 혁신을 가장 앞서 주도하는 역할을 울산에 맡기기 위해서다. 미래 주력 차종이 될 전기차 생산 전략을 울산을 중심으로 짜겠다는 것이다. 기아가 화성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은 목적기반모빌리티(PBV)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PBV 전용 공장을 짓는 것은 세계 최초로, 화성 공장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PBV 생산을 선도하는 마더팩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해외엔 합작공장, 국내엔 ‘마더라인’ 확대 산업계에서 ‘마더팩토리’ 전략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강국들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공급망 내 주요 기업들을 자국으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거스르기 힘든 기업들은 각각 인접국과 우호국을 활용하는 ‘니어쇼어링’이나 ‘프렌드쇼어링’이란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기술 및 인력 유출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 마더팩토리가 주로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서 강조되는 배경이다. 실제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폼팩터(형태) 제품과 전고체 배터리 등 고부가 미래기술의 R&D 투자는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월 충북 청주 오창공장에 6000억 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마더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신규 마더라인에서 차세대 제품인 ‘파우치 롱셀 배터리’의 시범 생산 및 양산성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전 세계 생산라인에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6월부터 5800억 원을 투자해 ‘4680 원통형 배터리’ 마더라인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3월 국내 최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경기 수원연구소 내에 착공했다. SK온은 8월 충남 서산공장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기존의 네 배로 확대하고 마더팩토리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포스코 자주노동조합이 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려 했으나 법원 결정에 의해 효력이 정지됐다. 6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3부(부장판사 이윤호)는 지난달 31일 민노총 금속노조가 포스코 자주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본안의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업노조로 변경하기로 한 포스코 자주노조의 결의는 효력이 정지된다.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포스코지회 소속이었던 포스코 자주노조는 올 6월 2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조직 형태를 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변경하기로 결의했다. 금속노조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지 않으며 노조비만 걷어간다는 것이 포스코 자주노조의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경우 조직형태 변경 결의는 소속 노동자들의 지위 내지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며 “포스코지회 규칙은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도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기 때문에 유효한 조직형태 변경 결의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을 받아든 포스코 자주노조는 11일 총회를 열고 온라인으로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조합원 투표에 나설 계획이다. 개표는 12일 진행한다. 하지만 정관상 총회를 열 수 있는 주체인 포스코지회(포스코 자주노조) 지회장, 수석부지회장, 사무장 모두 금속노조로부터 징계를 받아 권한이 중지됐다. 금속노조는 ‘권한 없는 자가 소집해 열리는 총회는 무효’라는 입장이어서 법정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경북 포항시 포스코퓨처엠 인조 흑연 공장은 안팎이 모두 분주하다. 공장 건물 안쪽에선 연간생산 8000t 규모로 준공된 공장을 조기 가동하려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밖에서는 이 공장 바로 옆에서 연산 1만 t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인조 흑연 생산공장 가동과 증설에 속도를 내는 것은 ‘미중 갈등’과 맞물려 있다. 중국이 12월부터 고순도 천연 흑연 등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자 정부와 포스코퓨처엠은 그 대책으로 포항 공장 조기 가동에 힘을 모은 것이다. 흑연 수급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일 “포항 인조 흑연 공장은 내년 상반기(1∼6월) 양산 예정인데, 조금이라도 가동을 앞당기려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해외에선 자원 확보, 국내선 소재 국산화글로벌 시장에서 강화되는 ‘프렌드쇼어링’도 주요한 배경 중 하나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서 인조 흑연을 생산하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 대상이 된다. 프렌드쇼어링이란 우호국이나 동맹국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말한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나 반도체 등의 생산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배제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맞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이런 국제 정세에 따라 동맹국에 생산시설을 이전하거나 원자재 수입 노선을 동맹국으로 바꾸는 등의 행태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공급망 다양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흑연(포스코인터내셔널), 아르헨티나에서 리튬(포스코홀딩스)을 확보했다. STX는 인도네시아서 니켈 광산 지분 20%를 인수한 데 이어 모잠비크에서도 흑연 판매권 추가 계약을 논의 중이다.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각각 캐나다, 칠레 등지에서 직접 리튬 구매계약을 맺는 등 공급망 안정화는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사례처럼 국산화 역시 프렌드쇼어링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화유코발트, 거린메이 등 중국 업체들이 국내에 합작 공장을 세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양극재 수출은 2022년에는 전년 대비 602% 증가한 13억3300만 달러(약 1조7800억 원), 올해 1∼8월은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한 19억960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미국의 양극재 수입국 중 한국은 2021년 5위에서 지난해 2위로, 올해는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반면 중국은 각각 2위, 4위, 5위로 하락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앞으로 중국이 미국 견제용으로 ‘자원 무기화’ 카드를 자주 꺼내들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프렌드쇼어링은 기업 혼자 할 수 없기에 정부와 힘을 합쳐 원료 추가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방 국가에 상대국 기업 진출일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는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에 16억 달러(약 2조1400억 원) 규모의 세포 배양 제조시설 설립을 발표했다. 일본 외무성의 ‘해외 진출 일본계 기업 거점 수 조사’ 등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거점 수는 2017년 3만2349개에서 2021년 3만1047개로 4% 줄었다. 반대로 미국(8606개→8874개), 태국(3925개→5856개), 인도네시아(1911개→2306개) 등 다른 국가로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크게 늘었다. 대만 팹리스 기업 미디어텍이 미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디자인 센터를 설립하는 등 미국-대만 간 ‘반도체 동맹’도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내에서도 프렌드쇼어링 전략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미 국민의 69%가 프렌드쇼어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9%에 불과했다. 미국은 애플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공급망 주요 단계를 중국이 아닌 대만, 인도, 베트남 등으로 이전했다. 스페인(76%), 이탈리아(71%), 독일(69%), 프랑스(59%) 등에서도 프렌드쇼어링에 대한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친밀도 하락과 대중, 대러 수입 제품의 비호감도가 커진 점이 이유로 분석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수 상품이나 재료 원료를 전체적으로 조사해 공급망별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가 대체 가능 원료를 지닌 나라와 원조나 문화 교류 등을 제안하면서 물밑 교섭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운전이 재밌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7월 영국 웨스트서식스에서 열린 자동차 축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내놓은 ‘아이오닉5N’ 시승평이다. 9월 정식 출시된 현대차의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N은 정 회장의 표현대로 ‘운전의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나온 차량이다. 고사양 차량을 출시하는 ‘N브랜드’답게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에 달한다. 출발한 뒤 3.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정도로 출력이 좋다. 또 전·후륜에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해 매끄러운 드리프트를 구현하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물론 일반 도로에서 시속 260km로 달리다 드리프트를 하면 경찰에 붙잡혀 가니 아무런 소용이 없는 기능 아니냐 반문하는 이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달 27∼29일 경기 수원시 일대에서 서킷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아이오닉5N을 타봤다. 아이오닉5N은 여느 고성능 차량과는 다르게 가족이 함께 타는 ‘패밀리카’로서 손색이 없었다. 기존 ‘아이오닉5’보다 외형이 크다. 차의 좌우 크기를 의미하는 전폭은 50mm, 앞뒤 거리를 뜻하는 전장은 80mm 더 커졌다. 택시로도 많이 쓰이는 아이오닉5보다 크기 때문에 뒷좌석에 앉았을 때 공간이 넓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신 차의 높이를 뜻하는 전고는 20mm 낮아져 디자인이 날렵해졌다. 공기저항을 덜 받는 효과도 있다. 트렁크 용량은 480L로 아이오닉5보다 작지만 일주일치 장을 몰아서 봤음에도 크게 부족하단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이오닉5N은 일반 도로에서도 운전자가 마치 카레이서가 된 기분이 들도록 하는 장치를 여럿 갖고 있었다. 우선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라는 기능을 통해 RPM(분당회전수), 속도, 토크 등의 주행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가상 음향이 제공됐다. 외부 스피커와 8개의 실내 스피커를 통해 내연기관차 같은 배기음을 들을 수 있었다. 더불어 ‘Ne-시프트’를 작동시키면 운전자 앞 유리에 등장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RPM 게이지가 나타나 마치 8단 변속 내연기관 레이싱카를 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빠르게 달려 과열되는 것을 대비해 모터나 배터리 온도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한번 눌러보니 모터와 배터리 모두 24도로 표시돼 있었다. 전기차 화재 이슈 때문에 괜히 불안할 때도 있었는데 온도를 직접 확인하니 다소 마음이 놓였다. 7600만 원으로 나온 차량 가격도 고성능 기능이 집약된 것치고는 부담이 커 보이진 않는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여겨질 수 있다. 포르셰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 GTS’(최대 598마력)는 1억8750만 원으로 아이오닉5N(최대 650마력)보다 1억 원 이상 비싸다. 다만 고성능 기능을 추가하다 보니 공차 중량이 2.2t이나 된다. 차가 무겁다 보니 아무래도 연료소비효율이 좋지 않았다. 정부에 신고한 복합 연비는 kWh당 3.7km다. 아이오닉5의 연비가 트림에 따라 복합 4.4∼5.2km인 것과 차이가 있다. 카레이서의 기분을 느끼고 싶은 운전자에게는 아이오닉5N이 꽤 만족스러울 것 같다. 다만 가격이나 연비를 놓치기 힘든 소비자라면 아이오닉5라는 좀 더 합리적인 선택지를 권하고 싶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포스코 노사가 12시간에 걸친 밤샘 마라톤 회의를 통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3차 조정회의를 거쳐 이날 오전 3시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전날 오후 3시에 회의가 시작된 지 12시간 만이다. 이날 0시까지 결론이 안 나는 바람에 결국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며 포스코 노조가 창립 55년 만에 파업권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이 직접 중재에 나서 재개된 노사 교섭에서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안을 통해 정년을 넘긴 직원 중 재채용 비율을 70%로 하고, 처우는 연봉 5700만∼6000만 원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기본급 17만 원 인상 △400만 원 상당 주식 지급 △일시금(비상경영 동참 격려금) 250만 원 △격주 4일 근무제 도입 등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조정회의에서 기본급 인상과 관련해 막판까지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밤샘 회의를 할 정도로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합의안은 추후 포스코의 복수노조 중 대표교섭노조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조 조합원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중국 정부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이 3개월 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펴낸 ‘중국 흑연 수출 통제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시행 시 일시적으로는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과거 사례로 보면 3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수출 재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했던 2006년 9월 사례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당시 9월과 10월에는 중국의 흑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4%, 4.8% 감소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다시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수출 통제도 결국 12월에 시작하면 내년 1분기(1∼3월) 내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협회는 “중국은 세계 최대 흑연 순수출국으로, 자국 내 수요만으로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어 한국으로의 수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사태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에 공장을 둔 우리 배터리 기업으로의 수출 허가가 지연·반려될 가능성도 있다”며 “모잠비크, 브라질, 일본 등으로 흑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배터리 산업에서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해 공급망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만드는 자동차는 앞으로 달라질 것이다. 차 안에서 편안하게 영상도 보고, 게임도 하고, 쇼핑도 하는 그런 차.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되는 차. 도로뿐 아니라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 현대차그룹은 회사가 미래에 내놓고자 하는 이러한 차량을 현실화하고자 연구개발(R&D)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6월 있었던 ‘2023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10년간 R&D 분야에 47조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아의 경우에는 이에 앞선 올 4월에 ‘2023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의 투자액 32조 원 중 미래 사업 비중을 45%로 잡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미래 먹거리’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차량의 개발을 위해선 2020년 3월 지분을 50%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모셔널은 올해 안에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전 세계 중요 거점에서 순차적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넓혀 나가겠다는 전략을 짰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을 위해선 지난해 8월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계열사인 포티투닷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역할을 맡겨 SDV 기술 개발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할 계획이다.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인 ‘목적기반차량’(PBV)을 위해서는 기아가 경기 화성시에 PBV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 양산이 목표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연구·개발 전담 법인인 ‘슈퍼널’을 2020년 미국에 설립했다. 슈퍼널은 AAM 기체를 개발하는 동시에 관련 생태계도 함께 구축해 AAM의 안정적인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업의 경계를 넘어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하는 개념인 ‘오픈이노베이션’에 2017년부터 2023년 1분기(1∼3월)까지 200여 개 이상 스타트업에 1조30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수치는 모셔널이나 슈퍼널 등 굵직한 해외 투자는 제외한 수치다. 또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선 총 30개의 스타트업이 분사하기도 했다.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800억 원, 신규 채용 인력은 800명 이상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중국 정부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이 3개월 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펴낸 ‘중국 흑연 수출 통제의 영향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 시행 시 일시적으로는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과거 사례로 보면 3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수출 재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중국이 흑연 수출 통제를 시행했던 2006년 9월 사례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당시 9월과 10월에는 중국의 흑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4%, 4.8% 감소했다. 하지만 11월부터는 다시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수출 통제도 결국 12월에 시작하면 내년 1분기(1~3월) 내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협회는 “중국은 세계 최대 흑연 순수출국으로, 자국 내 수요만으로는 초과 공급이 발생될 수 있어 한국으로의 수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다만 향후 사태가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에 공장을 둔 우리 배터리 기업으로의 수출 허가가 지연·반려될 가능성도 있다”며 “모잠비크, 브라질, 일본 등으로 흑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배터리 산업에서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개발해 공급망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24일 오후 1시경 경기 성남시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적재 불량이 의심되는 4.5t 흰색 트럭이 들어서자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차량 적재함 부근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 이 사진은 한국도로공사(도공) 서울영업소 사무실로 실시간 전송됐다. 근무자인 유재순 주임은 사진을 꼼꼼하게 확인한 후 적재물이 제대로 결박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불량을 확인한 유 주임은 ‘고발 버튼’을 눌러 내부 시스템망에 위반 사실을 등록했다. AI 카메라가 이미 차량번호를 확보했기 때문에 별도의 신분 확인이나 차량번호 입력은 필요없다. 유 주임은 “AI 카메라를 통해 원스톱 적발 및 등록이 가능해졌다”며 “이곳에서만 매달 평균 200여 대의 적재 불량 차량을 적발해 경찰에 넘긴다”고 말했다. 도공은 올 5월부터 AI 카메라로 화물차 적재물이 제대로 실렸는지 확인하는 ‘AI 적재 불량 판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는 적재함 문이 개방돼 있거나, 짐을 감싸는 덮개가 없는 위험 화물차의 사진 약 300만 장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적재 불량 의심 차량을 자동 분류하고 있다.● AI 카메라 도입 후 단속 실적 2.4배로 증가 기존에는 사람 눈으로 일일이 모든 차량을 확인해 적재 불량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의심스럽다고 분류한 차량만 사람이 들여다보고 적재 불량 여부를 판별한다. 실제로 AI 시스템은 5∼7월 19개 영업소, 48개 차로에서 적재 불량 의심 차량 94만 대를 분류해냈다. 도공 관계자는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불량 적재 차량 적발에 드는 인력이 98.5% 절감된다”고 했다. AI가 사람보다 꼼꼼하게 잡아내다 보니 적발 실적도 늘었다. AI 시스템을 도입한 19개 영업소는 올해 3863건을 적발한 후 경찰에 제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34건)의 2.4배로 늘어난 것이다. 정확도도 크게 높아졌다. 도공이 경찰에 통보한 차량 중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지난해 5∼7월 40.8%에 불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82.1%가 됐다. 다만 도공은 트럭의 적재 불량을 현장에서 단속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AI 카메라가 적재 불량을 잡아내더라도 바로 시정하는 대신 모아서 주기적으로 경찰에 제보하고 있다. 도공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적재 불량을 적발하더라도 해당 차량이 계속 도로를 달리게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낙하물 사고 등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속도로 파손 탐지에도 AI 활용 AI 카메라는 고속도로 파손을 찾아내는 것에도 활용된다. 도공은 2020년 AI 카메라가 장착된 ‘포장파손 자동탐지장비’를 도입했다. 승합차 전면부에 달려 있는 AI 카메라가 도로 표면을 비추면서 도로가 파인 ‘포트 홀’을 감지하는 것이다. 다양한 포트 홀 사진을 학습한 AI 카메라는 시속 60km 이상으로 달리면서 3개 차로의 도로 파손 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본보 기자는 24일 AI 자동탐지장비가 장착된 도공 차량에 동승했다. 차량이 경기 용인시 남사진위 나들목(IC)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데 10여 분 만에 ‘도로 파임이 발견됐습니다’라는 안내음과 함께 화면에 실제 포트 홀 사진이 떴다. ‘5개 차로 중 2차로에 위치해 있다’, ‘가로 28cm, 세로 28cm 크기’ 등 상세한 정보도 제공됐다. 이 내용은 곧장 도공 본사 서버로 전송됐다. 이날 남사진위 나들목과 안성 나들목을 왕복하는 약 30분 동안 AI 카메라는 4개의 도로 파임을 잡아냈다. 도공은 앞으로도 AI 등을 적극 활용하며 장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도공은 올해 도로 포장 파손을 탐지하는 차량 후면부에 ‘라인 스캔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응력완화줄눈 점검을 위해서다. 여름철 열기에 콘크리트가 솟아오르는 걸 막기 위해 도로를 5∼10cm 간격으로 띄어 놓은 게 응력완화줄눈이다. 이 간격이 줄어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라인 스캔 카메라를 통해 탐지 작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준상 도공 정보통신기술(ICT)융합연구실 연구위원은 “첨단 기술을 장착한 탐지 차량이 더 많아지고 데이터가 쌓이면 도로의 포장 상태를 등급화해 시급한 도로부터 보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속도로 안전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비행 드론이 도로 점검… 위급땐 “대피하세요” 안내도 도로公, 드론 1대 시범운영 중차 막혀도 이동-점검에 지장 없고사람 손 안닿는 교량점검도 가능 최근 통영대전고속도로 상공에는 드론이 지상 40∼60m에서 매일 9시간씩 날아다닌다. 이 드론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한국도로공사(도공)에서 띄운 것으로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비행한다. 그러다 교통사고나 화재 등의 상황이 생기면 관제실에 즉각 전달한다. 또 드론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안내도 한다. 도공은 ‘자율비행드론’ 1대를 시범도입했다. 시범운영 지역에선 고속도로 관리 및 비상 상황 대처가 더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도공 직원들이 차를 타고 직접 순찰했다. 문제는 차가 막힐 경우 곳곳을 이동하며 살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특정 구간만 비추고 있어 구석구석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드론은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며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영봉 도공 차장은 “지금은 드론 영상을 사람이 보고 대처해야 하지만 내년 말 도입 예정인 기술을 활용하면 위급 상황에 드론이 알아서 알람까지 보내주게 된다”고 말했다. 드론은 고속도로 교량 점검에도 활용된다. 6100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 드론’이 전국 교량의 안전을 점검 중이다. 드론을 활용하면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곳도 촬영해 점검할 수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도 탑재돼 사진을 찍은 위치 정보까지 기록된다. 이를 활용하면 촬영한 사진을 3차원 디지털 화면으로 재구성해 전체 교량의 안전을 살필 수 있다. 도공은 지난해 교량 36개를 드론으로 점검했는데 점검 시간이 개당 평균 51시간 18분 소요됐다. 드론이 아닌 사람이 할 때 평균 60시간 18분이 걸렸던 걸 감안하면 약 15%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여기에 드론은 0.2㎜에 불과한 미세 균열까지 잡아낼 수 있어 기존 방식보다 약 10% 많은 손상 부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윤기덕 도공 차장은 “드론을 활용하며 교통통제 없이 정확하게 균열을 체크할 수 있다”며 “한 번에 두 대가 동시에 자율주행으로 비행하며 효율을 더 높이는 기술을 연내에 개발해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현대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의 판매 호조를 앞세워 3분기(7∼9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아직 4분기(10∼12월)가 남았음에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만으로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기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26일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열고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1조27억 원, 영업이익 3조8218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 146.3% 늘어났다. 역대 3분기 중 이번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실적이다. 아직 모든 기업의 실적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올 1분기부터 이어가던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실적 1위 자리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분기(4조2379억 원)보다는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해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은 멈췄다. 특히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0.4% 늘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9조8198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3분기에 이를 넘어섰다. 4분기도 3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0조 원대를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증권사들은 15조 원대 연간 영업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SUV와 제네시스 브랜드가 판매 호조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현대차 전체 판매량 중 50.6%였던 SUV의 비중이 올해는 54.7%로 커졌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도 4.9%에서 5.1%로 늘었다. 올 3분기 SUV와 제네시스의 판매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주요 권역별로 보면 북미 권역에서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6% 늘어난 26만7000대가 팔렸다. 유럽에서도 15만1000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다만 중국 실적은 저조하다. 전년 동기 대비 33.2% 감소한 5만2000대를 파는 데 그쳐 중국에선 좀처럼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의 전기차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전기차 판매량 상승세가 꺾이자 몇몇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주에 있는 전기 픽업트럭 공장의 개장을 2024년에서 1년 연기했고, 미국 포드는 연간 60만 대의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현대차의 경우에도 국내 전기차 판매량 비중이 3분기는 7.4%로 지난해 동기 대비 4.5%포인트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허들이 있어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생산 기일이나 개발을 늦추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사 중인) 미국 전기차 공장의 2024년 하반기 전기차 양산 일정도 늦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12개 분기 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올 3분기(7∼9월)를 기점으로 국내 조선 ‘빅3’가 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나 모두 흑자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한화오션은 3분기에 매출 1조9169억 원, 영업이익 741억 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2020년 4분기(10∼12월)부터 계속됐던 적자 행진을 끝내고 12개 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한화오션이 5월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이후로 따지면 첫 흑자 전환이다. 한화오션까지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조선 빅3는 3분기에 모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이미 각각 올 2분기(4∼6월)와 1분기(1∼3월)부터 흑자로 바뀐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에 HD한국조선해양은 1621억 원, 삼성중공업은 543억 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6일, 삼성중공업은 27일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조선 3사가 동시에 분기 흑자를 달성한 것은 2012년 4분기가 마지막이다. 그사이 조선업계는 장기 불황에 시달려 왔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박 수주가 줄었고, 이후 3사가 앞다퉈 수주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적자가 나며 위기가 가속화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나자 2021년부터 빅3는 연간 선박 수주 목표량을 다 채우기 시작했다. 2년 전 수주했던 물량들에 대한 선박 인도가 이제야 본격화되면서 흑자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빅3는 한동안 흑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로 인해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3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에서 중국 조선사보다 더 경쟁력이 높다. 조선 업황이 어려울 때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이뤄지던 ‘저가 수주’ 싸움도 최근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빅3는 이미 향후 3년 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 요즘은 오히려 돈이 되는 선박만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사이클이 있는 사업”이라며 “흑자로 전환할 때 기술 개발을 제대로 해놓고 포트폴리오를 잘 짜서 다시 돌아올 하향 국면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기아가 중형 세단 K5의 3세대 상품성 개선 모델인 ‘더 뉴 K5’의 사전계약을 25일 시작했다. 2010년 처음 출시된 K5는 2015년에 2세대, 2019년에는 3세대가 나왔다. 기아는 ‘더 뉴 K5’의 전·후륜 서스펜션을 최적화해 민첩한 주행 성능은 유지하되, 노면 잔진동과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승차감을 한층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체와 앞유리가 만나는 부분의 소재를 보강하고, 기존에는 앞유리와 앞좌석에만 있던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뒷좌석까지 확대해 정숙성을 높이기도 했다.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측방 주차 거리 경고, 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안전·편의 장치도 기본 옵션으로 탑재했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된 더 뉴 K5는 트림에 따라 2784만∼3954만 원으로 책정됐다. 차량의 실제 출시는 다음 달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글로비스는 스마트 물류 기술 연구개발(R&D) 공간인 ‘지-랩(G-Lab)’을 경기 안양시 평촌 첨단산업단지에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1168㎡(약 354평) 공간을 갖춘 지-랩을 회사의 물류 역량이 결집된 핵심 연구개발 시설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화 설비 시스템 △이동형 로봇 △다관절 로봇 △인공지능·머신비전 등을 4대 연구 목표로 삼고 있다. 내년부터 지-랩에서 본격적으로 각 사업군과 연계된 과제를 수행해 기술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BD)의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입이 확정되면 스트레치가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 전 실시되는 실증 작업을 지-랩에서 진행할 예정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이달 초 전 세계 시장 중 한국에서 최초로 출시된 BMW 5시리즈 완전변경모델(8세대)이 ‘베스트셀링카’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까. 5시리즈라고 하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수입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이 차량은 올해도 9월까지 국내에서 1만6252대가 팔리며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입차 모델별 판매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유독 사랑을 받는 5시리즈가 2017년 이후 6년 만에 완전변경모델로 등장하니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달 5일 인천 영종도 인근에서 5시리즈 8세대 가솔린 모델(530i)을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은 ‘몸을 키워 왔네’였다. 앞선 BMW 5시리즈 7세대와 비교해보면 ‘6년 새 차급이 달라진 거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히 덩치가 커졌다. 7세대보다 전장은 95㎜, 너비 30㎜, 높이 35㎜씩 늘어났다. 앞뒤 바퀴의 축간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도 20㎜ 길어져 뒷좌석이 더욱 넓게 느껴졌다. 5시리즈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5시리즈를 구매할 때 가장 많이 비교하는 대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보다 전장이 120㎜,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G80보다는 65㎜ 더 길게 나왔다. 한마디로 5시리즈가 준대형 차량 중에서는 가장 덩치가 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실내를 선호해 대형 세단인 BMW 7시리즈를 선택했던 이들은 앞으로 5시리즈도 비교선상에 놓고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MW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부의 ‘키드니 그릴’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앞선 세대보다 키드니 그릴이 커진 덕에 멀리서 봐도 한눈에 BMW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심지어 키드니 그릴 테두리에 ‘아이코닉 글로우’라고 불리는 램프가 적용돼 밤에도 키드니 그릴의 존재감이 선명하게 느껴지도록 했다. BMW의 플래그십(기함) 세단이라고 할 수 있는 7시리즈에 적용됐던 것이 5시리즈에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BMW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의 소유자임을 더 드러낼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과시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BMW 5시리즈 특유의 주행감은 여전했다. 가속 페달이 발의 압력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듣고 곧바로 원하는 속도를 냈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가 잘 나간다’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튀어나가는 힘이 경쾌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즉각 속도가 나기 때문에 ‘운전하는 즐거움이 있는 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수입차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의 아쉬움은 5시리즈도 피하지 못했다. T맵이나 네이버지도 등의 국내 업체들 내비게이션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고속도로 급커브 구간이나 어린이 보호구역 등 알려주는 정보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5시리즈의 내장 내비게이션은 안내가 늦거나 정보량이 적을 때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답답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결해 평소에 쓰던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5시리즈는 가솔린·디젤 모델로 나왔으며 트림에 따라 가격은 6880만∼8870만 원으로 책정됐다. 함께 출시된 5시리즈의 전동화 모델인 i5의 가격은 9390만∼1억3890만 원이다.인천=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3.3% 늘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한 조업 중단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세계적인 철강 불황 상황에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조2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3% 늘었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은 19조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힌남노 영향으로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는 일을 겪었다. 침수 시설을 순차적으로 복구해 올 1월 20일에야 완전한 정상 조업에 나설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2분기(4∼6월)까지 5개 분기 연속 2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던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9200억 원을 기록하며 주춤한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 실적은 2분기 대비해선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5.5%, 7.7%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 부진이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포스코홀딩스의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올 2분기에 1조210억 원이었지만 3분기에는 8530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포스코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2차전지 소재 사업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해당 사업을 맡은 포스코퓨처엠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4.6% 감소한 371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다만 3분기 매출은 1조2857억 원으로 22.1% 증가해 3개 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분기 매출 8조459억 원, 영업이익 311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58% 증가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