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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40대 김모 씨는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검사비로만 18만 원을 썼다. 초등생 막내아이를 시작으로 네 자녀가 고열 증세를 보이더니, 자신과 남편까지 같은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동네 의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온 가족이 ‘A형 독감’ 양성 판정을 받았다. 독감 검사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인당 3만 원을 냈다. 반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처방받는 데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1인당 7000원밖에 내지 않았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봄 독감’이 빠르게 퍼지자 “독감 검사비가 부담된다”며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독감 검사 수요가 폭증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1인당 3만 원 부담… “건보 적용해야”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주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는 23명으로 집계됐다. 올봄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4.9명)의 5배에 가깝다. 초등생(만 7∼12세)은 이 수치가 43.1명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독감 검사를 받는 환자도 급증했다. 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와 비슷하게 이뤄진다. 면봉으로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 키트에 떨어트리면 10∼15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 검사료는 통상 3만 원 안팎.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검사를 제외하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녀가 있는 가정은 가족들이 한 번 검사를 받으면 그 비용만 10만 원 안팎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A 씨는 “치료약은 건보 적용이 되는데 그 약을 처방받기 위한 검사비는 비급여라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검사 결과가 양성인 경우에 한해서라도 건보 적용을 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타미플루는 드물지만 환각 등 부작용이 보고되는 약이기 때문에 처방 전 검사가 요구된다”며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 반대 측에선 “건보 재정 낭비” 우려건보 적용을 반대하는 쪽에선 비용은 큰 반면, 효과는 낮은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환자 부담금이 줄면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사람들이 독감 검사를 받으려 할 것이고, 불필요한 건보료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정된 건보 재정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병인 독감 검사에 추가 투입하기보다 중증, 응급 등 위중한 환자를 위한 ‘필수의료’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다. 동네 의원급 병원들도 건보 적용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급여화했을 때 수가(건강보험을 통해 병원에 지급되는 돈)가 지금 검사료보다 크게 깎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병원 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로선 독감 검사 급여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기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9세 이하 어린이 등 ‘고위험군’은 검사를 받지 않고 의심 증상만 있어도 타미플루 처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타미플루는 독감 환자의 중증 악화를 막아주는 약”이라며 “건강한 젊은층 등 저위험군은 굳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치료약도 일반 감기약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통령실이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부분 파업에 나서는 등 간호법으로 인한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이 의료대란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거부권 행사로 기울고 있는 것.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일 “간호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며 “직역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어 재의요구권 행사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엔 매우 조심스러운 기류였다. 간호법을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지만, 윤 대통령이 지난달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상황에서 잇따른 거부권 행사가 국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일 총파업을 예고한 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단체가 이날 연가 투쟁에 나서는 등 의료 현장의 파행이 현실화하면서 대통령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상황까지 번진다면 정부 입장에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날부터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에 간호법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 기간 동안 여야가 중재안을 바탕으로 간협과 다시 협의해 거부권 행사와 동시에 새로운 간호법 입법을 예고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간호사가 일하는 영역을 기존 의료기관에 더해 ‘지역사회’로 확대한 데 있다. 의협은 “간호사가 헬스케어센터 등을 단독 개원할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간협은 “의료법상 의사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확대해석은 억지”라고 반박하고 있다.대통령실 “간호법 갈등에 국민 피해 우려… 거부권 대상 해당” 尹, ‘간호법 거부권’ 행사 가닥“의료 현장과 조율”서 입장 변화, 의협 등 연가투쟁 돌입… 갈등 폭발잇단 거부권 부담… 與, 새 법안 검토‘간호사 업무 범위’ 쟁점 조정이 핵심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입장이던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의사와 간호사 간 직역 갈등이 파업 등 집단행동으로 이어져 의료계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지난달 말 간호법이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뒤에도 줄곧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며 “의료 현장과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이 3일과 11일 연가투쟁을 예고하고, 17일엔 연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거부권 행사하고 새 간호법 처리” 3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법은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이해관계가 엇갈려 직역(職域) 간 갈등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법안이라 거부권 행사 대상에 해당한다”며 “의료계 현장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재의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기엔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고 앞으로도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 방송법 등 야당 주도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 여당은 야당 및 대한간호협회(간협)와 추가로 논의를 거쳐 새로운 간호법 제정안을 입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강행 처리된 간호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대신 여당이 야당과 협의해 새 법안을 내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정이 냈던 중재안을 바탕으로 야당, 간호협회와 다시 협의할 예정”이라며 “여야가 서로 타협해서 새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핵심 쟁점은 ‘간호사 업무 범위’ 의협과 간무협 등 13개 의료계 직역단체가 연합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각각 다른 배경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의협은 간호법이 제1조에서 간호사가 일하는 영역을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규정한 탓에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가 의사 없이도 ‘헬스케어 센터’ 등을 열어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대한응급구조사협회와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의료계 소수 직역 단체들도 ‘지역사회’라는 단어 때문에 엑스레이 촬영이나 응급구조 등 기존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간호사에게 침해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협은 “가짜 뉴스”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간호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단독 개원이나 타 직역 업무 침해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간무협은 “간호법은 고학력자가 간호조무사가 되는 것을 막는 차별적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간호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또는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돼 있다. 이에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간호조무사가 되는 걸 막는 ‘학력 상한’이 존재한다는 것이 간무협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간협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라 해도 별도의 교육 과정을 거친 경우엔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이 생기므로 차별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반발하는 의사단체 등이 3일과 11일 연가투쟁 등 집단행동에 나선다. 간호법 재논의(거부권 행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7일에는 연대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의료 대란’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면서 의원→중소병원→대형병원 순으로 파업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 3일 연가투쟁 돌입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보건의료 관련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로드맵’을 발표했다.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오후 전국 각 시도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하겠다”며 “이를 위해 각 직역들이 소속 의료기관에 연가를 내거나 기관 차원에서 단축 진료를 시행하는 등 집회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3일 국민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큰 불편이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쟁 로드맵이 지난 연휴(4월 29일∼5월 1일)에 정해진 뒤 이튿날인 2일 발표된 만큼 의료기관의 참여율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협 비대위의 설명이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3일 연가투쟁은 주로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연가투쟁이 예정된 11일에는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11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의원과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문을 닫아달라고 독려할 생각”이라며 “(3일이) 간호조무사 중심이라면 11일은 의료기관 원장들도 함께해 달라는 쪽으로 권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7일 연대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환자들의 큰 불편이 우려된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도 이때까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동참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사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간호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대리 수술, 대리 처방이 합법적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일단 총파업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의료 현장 지켜달라” 요청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9일과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그 법률안을 재의에 부치고,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일 경우 재의결된다. 거부권이 현실화되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대한간호사협회(간협)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다만 간협은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파업으로 맞대응하지는 않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제3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보건의료인 여러분께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 현장을 지켜달라”며 “휴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지부는 지방 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 등을 통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정부가 전국 주요 국립대 병원의 소아 담당 의료진 증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서울대 어린이병원 등 10개 국립대 병원에서 소아 담당 의료진이 얼마나 추가로 필요한지를 조사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인력 156명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충원 규모는 관련 부처와 기획재정부 간의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어린이 진료는 주요 필수의료 분야 중에서도 병원 입장에서 적자가 가장 심한 분야다. 성인 환자를 볼 때보다 환자당 의료진이 더 많이 필요한 반면에 수가(건강보험으로 병원에 지급되는 진료비)는 낮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어린이가 가장 많이 찾는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경우 연간 적자가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월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 어린이병원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정부 재원으로 보전해주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과 입원 진료 수가 개선 등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만성적인 어린이병원 인력난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호소가 많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방문했을 당시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건의가 있었고, 이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간호법 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간호사와 의사의 갈등이 ‘의료 대란’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해 온 의료계 직역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의료계 직역단체가 연합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간호법 제정안 통과 직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과 대한간호협회(간협)를 규탄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간협은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일고의 고려도 하지 않은 채 원안만 고집함으로써 (간호법 제정이) 직역 이기주의임을 명백하게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간호법과 함께 야당 주도로 통과된 일명 ‘의사 면허 박탈법(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13개 직역단체장들은 이날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의사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시점은 다음 달 중순이 될 전망이다. 의협은 다음 달 9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지까지 지켜본 뒤 회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최근 회원 설문조사에서 83%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또 다음 달 1일 전국 동시다발 집회, 2일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를 예고했다. 간호조무사 단체는 의사단체보다 먼저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간무협은 다음 달 초부터 회원들이 연가를 사용하고 농성을 벌이는 ‘연가 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곽지연 간무협회장은 25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이 극심해진다’는 이유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해 온 보건복지부도 27일 국회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와 여당의 간호법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야당 주도로 의결돼 매우 안타깝다”며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해 24시간 의료현장을 점검하기로 했다. 반면 간호법 제정을 요구해 온 간협은 “매우 뜻 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환영했다. 간협은 “(간호법이) 보건의료체계를 위협한다는 일부 의료기득권 세력의 주장은 기우일 뿐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내년부터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도 의대 교수처럼 의료 행위와 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임상 간호교수 제도가 시행된다. 간호사를 많이 채용한 병원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간호등급제’ 개선안도 올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27일 간호법 제정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혀 간호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복지부가 간호사 처우 개선안으로 ‘달래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육 간호사에 ‘교수’ 자격 부여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임상 간호교수제 도입이다. 교육전담간호사 등이 병원에서 환자를 간호하면서 간호대 겸임교수로서 실습과목 강의를 병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내년 시행될 예정으로, 병원 내에서 의대 교수처럼 간호대 교수를 볼 수 있게 된다. 교육전담간호사 배치를 위한 정부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신규 간호사의 병원 적응을 돕기 위해 1년간의 임상 교육·훈련체계도 도입한다. 정부는 간호사의 근로여건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환자 수 대비 간호사 수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가장 중한 환자들이 입원하는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간호사 1명당 환자 수가 16.3명에 이른다. 정부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 대 5’를 목표로 병원 내 간호인력 충원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를 위해 간호사를 많이 뽑을수록 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수가(건강보험으로 병원에 지급되는 의료비) 체계를 개편하고, 지방 병원에는 간호사를 뽑을 때 추가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간호사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기존 3교대 방식의 근무 형태 외에 △낮 또는 밤 고정 근무 △12시간씩 2교대 근무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간호조무사도 현재 1명이 환자 30∼40명을 담당하는데, 환자 8명당 1명 수준까지 개선하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간호대 정원 확대 기조를 유지하되, 정부와 간호계, 병원계가 참여하는 ‘간호인력 수급위원회’를 마련해 매년 증원 인원을 결정하기로 했다. 2023학년도 기준 간호대 입학 정원은 약 2만3000명으로, 현재도 매년 700명씩 늘고 있다.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처방, 시술 등 의사 업무를 수행해 온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복지부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간호계는 PA 간호사들이 겪는 법적 지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함께 1차 의료기관, 중소병원 등이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를 개설해 방문형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3년간 실시한다. 방문형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 범위는 의료법상 면허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27일 표결 앞두고 긴장 고조정부는 27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간호계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 직역단체들이 일제히 반대하는 간호법 제정을 강행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는 이유다. 이러한 배경 탓에 정부가 25일 간호인력 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이 ‘간호계 달래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다음 달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에 맞춰 발표하겠다던 일정을 2주 이상 앞당긴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간호계는 이번 대책 발표와 별개로 간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5년 전에도 비슷한 대책 발표가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었고, 이번에도 구체적인 재정 충당 계획은 빠져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간호조무사 1000여 명은 25일 연가를 내고 국회 앞에서 농성하는 ‘연가 투쟁’을 벌였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이날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곽 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간호법으로 보건의료계 갈등을 촉발한 국회는 이날도 평행선을 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박정율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외과 교수(65·사진)가 세계의사회(WMA) 신임 의장으로 선출됐다. 21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고려대병원에 따르면 박 교수는 20일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의장에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며 3회 연임이 가능하다. 아시아에서 세계의사회 의장을 배출한 건 1987년 일본인 의사가 선출된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박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뇌정위기능, 척추질환, 노인질환 분야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2019년부터 세계의사회 재정·기획위원장을 지냈고, 세계의사회 파견이사로도 활동했다. 2018년부터 의협 부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박 교수는 세계의사회 이사회와 총회를 관장하게 된다. 1947년 설립된 세계의사회는 약 12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는 국제 의료 기구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인플루엔자(독감) ‘봄 유행’이 4년 만에 돌아왔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감염증 환자가 급증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21일 밝혔다. 이날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주(9~15일) 외래환자 1000명 당 독감 의심환자 비율(의사환자 분율)은 18.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독감 유행 주의보 발령 기준인 4.9명과 비교하면 4배에 가까운 수치다. 4주 전까지만 해도 11.7명까지 떨어져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유행 규모가 58% 증가했다. 방역당국은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기침이나 인후통이 있는 경우 ‘독감 의심 환자’로 본다. 현재 독감은 특히 초등생 사이에서 가장 크게 확산 중이다. 7~12세의 경우 지난주 독감 의사환자 분율이 38.2명까지 치솟았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가운데 3월 초중고교가 개학하면서 아이들의 대면 접촉이 늘어나 유행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통상 독감 유행은 겨울철 크게 확산한 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3월 이후 한 차례 반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감의 봄 유행 자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 수칙이 생활화되면서 2019년을 마지막으로 지난해까지는 봄 유행이 없었다. 올해는 3년 동안 유지되던 마스크 착용 지침이 해제되면서 봄 독감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독감뿐만 아니라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도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리노 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최근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지난주 이러한 급성 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로 입원한 환자 수는 220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 123명에 비하면 18배로 높아진 수치다. 질병청은 “실내 마스크 해제와 3월 개학시기가 맞물려 호흡기감염증 환자가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외출 전후 손 씻기, 기침예절 실천, 씻지 않은 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등 개인위생수칙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산후조리원을 포함한 영·유아 보육시설과 요양시설 등에선 개인물품 공동사용 금지, 유증상자 출입 제한 등 감염 예방 조치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프로젝트명 ‘MAYAG(마약)’. 최근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 ‘필로폰 음료’를 나눠주는 사건이 벌어지는 등 국내 마약 사건이 급증하자 경찰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손잡고 ‘MAYAG’이라는 명칭의 ‘펀딩 수사’에 착수했다. 펀딩 수사는 특정 범죄 분야 수사를 위해 인터폴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각국 수사기관들과 정보 공유 및 합동 단속·검거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경찰청은 이달 10일부터 2026년 4월까지 3년 동안 인터폴과 마약사범 검거 및 공조 수사를 시작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펀딩 수사를 위해 경찰청은 3년간 총 15억 원을 인터폴에 지급한다. 인터폴도 회원국들로부터 받은 분담금 일정액을 투입한다. 한국이 마약 범죄와 관련해 펀딩 수사를 실시하는 건 처음이다. 한국 경찰이 지급한 자금은 마약사범 검거·단속 등 작전비용, 첩보 수집 비용, 마약수사관 교육훈련 등에 쓰인다. 특히 이번 펀딩 수사는 한국에서 유통되는 마약의 주 생산지인 동남아 국가에 대한 마약 유통 단속 및 수사 역량 강화, 중국·일본 내 도피사범 검거에 초점을 맞췄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한국 경찰이 마약 범죄 척결을 위해 강력한 펀딩 수사 의지를 보이자 인터폴이 프로젝트 명칭으로 마약의 한국어 발음을 영문자로 옮긴 ‘MAYAG’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2020년부터 3년 동안 온라인 아동 성착취물 범죄 단속에 약 26억 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경제사기범죄 단속에 약 17억 원의 펀딩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경제사기범죄 합동 단속에는 미국, 일본, 호주, 프랑스, 영국 등 30개국이 참여했는데 50여 명의 해외 도피사업을 붙잡아 국내 송환하고 약 1500억 원의 범죄 피해금을 동결하는 성과를 냈다. 경찰은 마약 분야 외에 국제도피사범 단속에 대해서도 향후 3년 동안 펀딩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차례 진행한 바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 펀딩 수사도 재개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지역 사회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19일 질병관리청은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 2명이 확인돼 국내 총 확진자가 1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들 대부분이 클럽 등 ‘고위험 시설’에서 낯선 사람과 밀접 접촉한 뒤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17번째, 18번째 환자는 각각 서울과 경기에 사는 내국인으로, 18일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확진자 모두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역사회 감염 추정 환자 13명 중 서울 거주자(5명)가 가장 많았고 경기 3명, 경남 2명, 경북 대구 전남 각 1명씩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1명, 나머지는 내국인이었다. 질병청은 “대표적인 엠폭스 고위험 시설은 클럽, 목욕탕, 숙박시설”이라고 밝혔다. 감염자 대상 역학조사 결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낯선 사람과 만나 성(性) 접촉 등을 한 사례가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17개 시도에 각각 5개 이상의 엠폭스 입원치료 병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19일 브리핑에서 “엠폭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위험도가 높은 감염병은 아니지만, 감염을 숨기려고 할 경우 확산 우려가 있다”며 “의심 증상자들이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로 진료와 신고를 기피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체의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시음, 배우 유아인 마약 투약 등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18일 범정부 합동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는 의사가 환자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할 때 의무적으로 환자의 과거 투약 이력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마약 수사를 확대한다. 이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약류 관리 종합 대책 추진 성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방 실장은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을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역량을 총결집해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투약 이력 조회 의무화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등 오남용 우려가 큰 약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가령, 의사가 환자에게 펜타닐을 처방할 때 반드시 과거 처방 기록을 확인해야 하고, 과다 처방이나 상습 처방으로 의심되면 처방을 거부할 수 있다. 의사가 이력 조회 의무를 위반했을 때 취해질 조치는 추후 시행령으로 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검찰, 경찰, 관세청 등 유관 기관 인력 840명 규모로 꾸려지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도 조만간 출범시킬 계획이다. 특수본은 특히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등을 포함해 온라인 마약 거래, 대규모 밀수출입 등을 중점 수사할 예정이다. 방 실장은 “검찰이 마약 수사를 대부분 해왔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마약 소지, 투약을 다룰 수 없게 됐다”며 “범부처 협의체와 합동수사본부 공조를 통해 마약 사범을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가칭)를 이른 시일에 설치해 검찰의 마약 수사 기능을 복원하겠다고 보고했다. 과거 마약·조직범죄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 강력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반부패·강력부로 통합되면서 조직이 축소됐다. 정부는 ‘다크웹(Dark Web)’을 통한 마약 거래에도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다크웹은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비밀 웹사이트로 최근 마약 해외 직구에 악용되고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온몸의 근육이 점차 약해지는 ‘근이양증’을 앓아 온 한 청년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곽문섭 씨(27·사진)가 지난달 24일 대구 남구 영남대병원에서 폐, 간, 양쪽 콩팥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7일 밝혔다. 곽 씨는 6세 때 근이양증 진단을 받아 초교 2학년 때부터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야 했다. 성인이 될 무렵에는 간신히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근력만 남았지만, 가족의 응원 덕에 경북대 컴퓨터학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취직도 했으며, 글쓰기와 홍보 포스터 제작 등 재능기부 활동도 했다. 그는 신체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며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온 곽 씨가 지난달 10일 갑자기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자 가족들은 고심 끝에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가족들은 기증원에 “어려서부터 몸이 불편했던 곽 씨의 일부가 누군가의 몸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곽 씨의 어머니는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산 아들아.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 줘. 엄마는 문섭이가 따뜻하고 예쁜 봄날 먼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게”라며 작별을 전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국내 확진자가 3명 더 추가돼 총 13명으로 늘었다. 추가 확진자 모두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 없는 지역 감염자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중 한 명은 ‘첫 2차 감염자’로 판정됐다. 이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번째 확진자는 서울에 사는 내국인으로, 인후통과 피부 병변 증세를 보여 14일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번째 환자는 경남 거주 내국인으로, 같은 날 피부 병변 증세를 보여 스스로 질병청 콜센터(1339)에 신고해 검사를 받은 후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내 감염 경로가 명확히 파악된 ‘2차 감염’ 첫 사례도 확인됐다. 13번째 확진자는 12번째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다. 질병청은 12번째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을 역학조사 한 끝에 13번째 확진자가 의심 증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고, 15일 확진 판정을 내렸다. 이달 들어 확인된 엠폭스 확진자 8명은 모두 지역 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되지만, 실제 감염 경로가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된 건 13번째 확진자가 처음이다.질병청은 이달 확인된 엠폭스 확진자 8명 중 5명에게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를 처방했다. 질병청은 지난해 테코비리마트 504명분을 구매해 비축해뒀다. 질병청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과 피부 및 성 접촉을 삼가고, 의심 환자와 접촉한 경우 질병청 콜센터로 상담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 직역단체들 간의 ‘끝장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13개 의료계 직역단체가 연합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16일 오후 서울시청 일대에서 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한 가운데 총파업 결의대회를 벌였다. 이들은 “간호법과 의료인면허박탈법을 통과시킨다면 보건의료 체계를 지키기 위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간호법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라”며 27일로 상정을 미뤄둔 상태다. 간호법을 둘러싸고 의료계 분열이 격화되는 이유를 팩트체크 형식으로 정리했다. ① 간호사 단독 개원 가능해지나=의협은 간호법 제정 시 간호사가 의사 없이 ‘헬스케어 센터’ 등을 개원해 단독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간호법 제정안 1조에 간호사의 업무 수행 무대를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의협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단 표결을 앞둔 현재 간호법 제정안 내용대로라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은 불가능하다. 간호사 업무(제10조 2항)를 의사의 지도하에 수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협은 간호법 제정이 간호사 단독 개원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일단 간호법이 제정되면 향후 법 개정이나 시행령 제정 등을 통해 간호사가 단독 개원할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간호법에 명시되면 간호사들이 의료기관을 떠나 지역사회로 빠져나가면서 병원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②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타 직역 업무 침해하나=간호법이 시행되면 간호사가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게 될 거란 우려도 있다. 이 또한 간호법 제정안 자체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내용이다. 간호법상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정(제10조 1∼4항) 자체가 현재 의료법에 명시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측은 간호법을 통해 의료계 내 간호사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며 직역 간 업무 침해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③ 대학 나오면 간호조무사 못 하나=간호법은 간호사와 함께 ‘간호 인력’의 다른 축을 담당하는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법이기도 하다. 간호법 제정안에선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이 고졸 이하로 제한돼 있어 ‘대학 나온 간호조무사’는 배출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간호사법’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간협은 “원래 의료법에 있는 자격 규정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 내홍으로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호법 내용 대부분은 이미 의료법에 명시된 내용인 만큼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가 얻을 이익도, 다른 의료인들이 입게 될 손해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직역 이기주의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간호사 간 업무가 사실상 달라지지 않는데도 간호법 논쟁이 직역단체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정쟁으로 소모되고 있다”며 “의료계 파업이 현실화되면 국민의 생명권만 위협받게 된다”고 비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투표에 부쳐 결국 부결됐다.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법은 무기명 투표 결과 재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거부권 행사 뒤 재투표에 부친 법안이 부결되면 폐기된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115석 국민의힘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 예상돼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해 안건 추가를 강행한 것. 민주당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두 건 모두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자 안건 추가로 본회의 상정을 시도한 것. 국회법상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이 가결되면 국회의장의 동의 없이도 해당 추가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여야 간 추가 논의를 요구하며 표결을 거부하고 27일 열리는 다음 본회의로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여야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는 합심해 하루 만에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野, 의사일정 바꿔 간호법 강행 시도… 대통령실 “거부권 유도 속셈”이해관계 첨예한 간호법 ‘입법 독주’金의장 제동에 27일로 표결 미뤄져부결 예상 양곡법 재투표도 몰아붙여與 “尹에 부정적 타격 가하려는 의도” “표결하라!”(더불어민주당 의원들) “꼼수다!”(국민의힘 의원들) 김진표 국회의장이 13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서자 여야 의원들이 김 의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 상정 여부가 김 의장 손에 달렸기 때문. 김 의장이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면서 간호법 상정을 미루자, 민주당은 거야(巨野)의 의석수(169석)를 앞세워 간호법 안건 추가를 시도했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를 단상으로 불러 논의한 끝에 “정부와 관련 단체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음 본회의(27일)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이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일단 제동을 건 셈.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일제히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 강행 시도에 여당 “꼼수” 민주당은 이날 2월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간호법 제정안 표결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 강행을 위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 카드를 내세웠다. 김 의장이 본회의 전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처리를 미룬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의사일정 변경안 가결로 무기명 재투표에 부쳐진 결과 재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으로 부결돼 폐기됐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일반 법안보다 통과 요건이 까다롭다.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하는 한 야권이 모두 찬성라더라도 법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을 알면서도 민주당이 끝내 표결에 올린 것.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부결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입법권을 전면 부정하고 무시한 윤석열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자기편만 보고 하는 정치의 하나의 단면”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의석수를 앞세워 의사일정 변경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 때 이탈표를 우려해 대정부질문에 앞서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안건 순서를 변경했다. 지난해 9월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안건에 추가해 단독으로 가결시켰다. ● 대통령실 “간호법, 단체들 간 이해관계 첨예”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간호법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간호법이 강행 처리되면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본회의 직회부 방식으로 처리한 두 번째 법안이 된다. 여야가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 간 갈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의 핵심 쟁점은 기존에 간호사의 활동 범위를 ‘지역사회’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대한간호협회 측은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에 따라 간호사가 의사 없이 진료뿐만 아니라 개원까지 하게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간호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곡관리법과 달리 간호법은 (직역) 단체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며 “(간호법에 대한) 여야 협상이 잘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한다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무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표결하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꼼수다!” (국민의힘 의원들)김진표 국회의장이 13일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서자 여야 의원들이 김 의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 상정 여부가 김 의장 손에 달렸기 때문. 김 의장이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면서 간호법 상정을 미루자 민주당은 거야(巨野)의 의석수(169석)을 앞세워 간호법 안건 추가를 시도했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단상으로 볼러 논의 끝에 “정부와 관련 단체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음 본회의(27일)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출신인 김 의장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일단 제동을 건 셈.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일제히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 강행 시도에 여당 “꼼수”민주당은 이날 2월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간호법 제정안 표결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 강행을 위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 카드를 내세웠다. 김 의장이 본회의 전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처리를 미룬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의사일정 변경안 가결로 무기명 재투표에 부쳐진 결과 재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으로 부결돼 폐기됐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의 요구를 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일반 법안보다 통과 요건이 까다롭다.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하는 한 야권이 모두 찬성라더라도 법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을 알면서도 민주당이 끝내 표결에 올린 것.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부결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입법권을 전면 부정하고 무시한 윤석열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자기 편만 보고 하는 정치의 하나의 단면”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서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의석수를 앞세워 의사일정 변경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표결 때 이탈표를 우려해 대정부질문에 앞서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안건 순서를 변경했다. 지난해 9월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안건 추가해 단독으로 가결시켰다. ● 대통령실 “간호법, 단체들 간 이해관계 첨예”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는 반드시 간호법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간호법이 강행 처리되면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에 이어 본회의 직회부 방식으로 처리한 2번째 법안이 된다.여야가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사단체와 간호사 단체 간 갈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의 핵심 쟁점은 기존에 간호사의 활동 범위를 ‘지역사회’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대한간호협회 측은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에 따라 간호사가 의사 없이 진료는 물론 개원까지 하게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대통령실은 간호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곡관리법과 달리 간호법은 (직역) 단체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며 “(간호법에 대한) 여야 협상이 잘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한다는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 무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내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7번째, 8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10일과 11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은 두 환자는 증상이 발현되기 전 3주 동안 해외여행을 한 적이 없어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된다. 6번째 환자가 나온 뒤 나흘 만에 확진자가 2명 추가되면서 방역당국은 엠폭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번째, 8번째 엠폭스 확진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내국인이다. 이들은 피부 병변과 발열, 오한 등 증상을 느끼고 스스로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앞서 확진된 6번째 확진자와 접점이 없었다. 즉,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지만 검사는 받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더 있다는 뜻이다. 또 역학조사 결과 7번째, 8번째 확진자는 잠복기(3주) 동안 다른 사람과 밀접 접촉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방역당국이 정의하는 밀접 접촉은 성적 접촉이나 피부 접촉 등을 뜻한다. 단순히 공기 중에 비말(침)이 튀어 타인의 몸에 닿는 것 정도로는 전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세 명의 확진자가 각각 다른 경로로 감염된 만큼 엠폭스 지역사회 전파가 이미 상당 기간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간호사의 지위와 업무를 의사와 구별해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1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와 국민의힘이 11일 중재안을 내놨다. 의사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법안명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안(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꾸고 간호사의 지위, 업무 등은 기존 의료법에 그대로 둔다는 내용이다. 간호계는 “수용 불가”라며 반발했다. 의사단체는 원안이 통과되면 ‘파업 불사’를 예고했고, 간호사단체는 “(원안 통과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맞섰다. 어느 쪽이든 의료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가 ‘진퇴양난’에 몰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 당정 중재안, 의사단체 요구 수용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는 국회에서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간호법 중재안을 내놨다.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패스트트랙)가 결정된 원안과는 다른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비(非)간호사 의료인 단체들은 간호법이 자신들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고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중재안은 우선 법 명칭을 ‘간호법’에서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꿨다. 또 간호사의 업무 등 주요 내용은 기존에 있는 ‘의료법’에 그대로 놔두고 처우 관련 내용만 새 법에 넣기로 했다. 또 원안은 간호 서비스의 혜택 범위를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폭넓게 규정했지만, 중재안은 ‘지역사회’를 삭제해 적용 범위를 줄였다. 현재 의료기관 외에 각 지역 행정복지센터(옛 주민센터) 등 비의료기관에도 간호사들이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을 위한 건강 관리 및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혈압 체크 등의 ‘의료 행위’는 할 수 없다.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요구 때문에 간호계는 서비스 범위 확대를 요구해왔고 원안에는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반영됐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간호사 업무 영역이 확대되면 결국 ‘간호사 병원’까지 개원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다. 중재안은 의사단체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간협, 회의장 박차고 나가… “강력 투쟁”이날 간담회에서는 고성이 오간 끝에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이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간협은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간호법이 통과되기 어렵다고 겁박까지 하는 상황”이었다며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 학생들은 끝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중재안은) 간호사 처우 개선 내용을 보강했고 간호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여야 합의하에 처리된 내용인데 무슨 대안(중재안)을 갖고 온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며 13일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당정은 이날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중재안도 내놨다. 제한 사유를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로 한정하고 면허 제한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골자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마약중독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10명 중 한두 명은 타의로 마약을 처음 투약한 뒤 중독에 이른 사례입니다.” 7일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59)은 최근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과 관련해 “누군가 건넨 음료가 마약인 줄도 모르고 복용하거나, 마약인 줄 알았더라도 강요로 복용하는 등 범죄로 인한 마약 입문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센터장이 상담을 했던 20대 여성 A 씨도 그런 사례였다. A 씨는 3년 전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나 친밀감을 쌓아가던 중 그가 건넨 자양강장제를 마셨다. 그는 “자양강장제에 필로폰을 타 두었고, 그걸 마셨으니 너는 이제 마약 사범”이라며 A 씨를 협박해 A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했다.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A 씨는 일주일 만에 탈출해 공중전화로 중독재활센터(1899-0893)로 전화를 걸었고 센터와 경찰의 도움으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박 센터장은 “타의로 마약을 투약하게 됐다면 증거 확보를 위해 즉각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차례 마약이 몸에 투약된 경우 통상 7일이 지나면 소변 샘플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를 망설이다 보면 2차, 3차 투약으로 이어져 중독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마약을 투약하게 된 경우는 이를 입증하면 처벌 받지 않는다. 이러한 범행은 채팅 앱 등을 통해 익명으로 만난 사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한다. 범행을 당하더라도 신분 노출을 우려해 경찰 신고를 주저하기 쉬운 성소수자나 가출 청소년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박 센터장은 “본인이 마약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억지로 마약을 투약시켜 ‘공범’으로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마약 판매상이 수요 창출을 위해 마약을 권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마 등을 구매하던 기존 구매자에게 필로폰처럼 중독성이 더 강력한 마약 1, 2회분을 무료로 제공하며 유혹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센터장은 “‘더 강한 것’을 해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마약 사용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마약 판매상은 말단 유통책이 포함된 투약자 명단을 만들어 두고 본인이 검거됐을 때 경찰에 제출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박 센터장은 “‘큰손 고객’은 보호한다. 본인이 출소 후 다시 약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10대 시절 마약을 처음 접해 25년 동안 중독 상태였던 마약 경험자이기도 하다. 2002년 마약을 끊은 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중독재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처럼 마약을 조직적인 사기 범죄에 이용한 사례는 처음 봤다”며 “유사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더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20대 여성 A 씨는 3년 전 랜덤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 남성을 만났다. 친근하게 다가온 그가 건넨 자양강장제를 받아 마신 게 화근이었다. A 씨가 음료를 마시고 나자 남성은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자양강장제에 필로폰을 타 두었고, 그걸 마셨으니 너는 이제 마약 중독자”라며 A 씨를 윽박질렀다. 남성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마약 사범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해 A 씨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감금했다.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A 씨는 일주일 만에 탈출해 공중전화로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1899-0893)로 전화를 걸었다. 센터는 A 씨가 당한 범행을 관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 씨의 전화를 받았던 박영덕 센터장(59)은 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마약 중독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 10명 중 1, 2명은 타의로 마약을 처음 투약한 뒤 중독에 이른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과 같이 누군가 건넨 물질이 마약인 줄도 모르고 복용하거나, 마약인 줄 알았더라도 강요로 복용하는 등 범죄에 의한 마약 입문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타의로 마약을 투약하게 됐을 경우 즉시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에 따르면 이러한 범행은 랜덤 채팅 앱 등을 통해 익명적으로 만난 사이에서 가장 자주 발생한다. 범행을 당하더라도 신분 노출을 우려해 경찰 신고를 주저하기 쉬운 성소수자나 가출 청소년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박 센터장은 “본인이 마약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억지로 마약을 투약시켜 ‘공범’으로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마약 판매상이 수요 창출을 위해 마약을 권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마 등을 구매하던 기존 구매자에게 필로폰처럼 중독성이 더 강력한 마약 1, 2회분을 무료로 제공하며 유혹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 센터장은 “‘더 강한 것’을 해 보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마약 사용자들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행위”라고 말했다. ‘던지기(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구매자가 찾아가게 하는 거래 방식)’를 하는 말단 유통책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박 센터장은 “마약 판매상은 이런 식으로 투약자 명단을 만들어 두고 본인이 검거됐을 때 경찰에 제출하는 용으로 사용한다”며 “‘큰 손 고객’은 보호해 두고 본인이 출소 후 다시 약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마약을 투약하게 됐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센터장은 “증거 확보를 위해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한 차례 마약이 몸에 투약된 경우 7일이 지나면 소변 샘플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신고를 망설이다 보면 2차, 3차 투약으로 이어져 중독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피해를 애초에 당하지 않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낯선 사람이 주는 음료나 약은 절대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10대 시절 마약을 처음 접해 25년 동안 중독 상태였던 마약 경험자이기도 하다. 2002년 약을 끊은 이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중독재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처럼 마약을 조직적인 사기 범죄에 이용한 사례는 처음 봤다”며 “유사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게 보호하는 장치를 더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