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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의 탈출은 어렵지 않다. 흑 49에 백 50의 ‘기대기 전법’을 이용하면 충분히 타개할 수 있다. 하지만 흑의 벽이 두터워질수록 우상 쪽 백 4점이 점점 허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흑 55가 타이밍 좋은 응수타진. 마치 벌처럼 백의 약점을 콕 찌르는 수다. 백 56, 58로 보강을 했는데도 아직 흑 A로 끊는 약점이 남아 있다. 흑 61까지는 선수가 된다. 백 62까지 놓여야 완전히 흑의 포위망을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가 어렵다. 흑이 쌓은 벽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지금까지 일궈 놓은 흑 호조의 분위기를 우세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흑 63은 어려운 수. 부분적인 수읽기는 득실을 확실하게 가릴 수 있지만 이렇게 망망대해처럼 넓은 상황에서 적절한 선을 찾아내는 건 정확한 계산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 실제 인간은 그런 선을 계산으로 찾는 게 어렵기 때문에 오랜 경험에 의한 감으로 대처해 왔다. 하지만 알파고는 정말 계산을 통해 찾아낸다. 백은 즉시 64로 뛰어들어 흑 집이 커지는 걸 방해한다. 여기서 참고도 흑 1로 뒤에서 받으면 집은 지킬 수 있지만 백 16까지 좌변이 너무 넓어져 흑이 좋지 않다. 그렇다면 흑은 반격에 나서야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백은 우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그런데 백 34가 예상을 벗어난 수였다. 붙임을 좋아하는 알파고라 하지만 인간의 발상에선 쉽게 떠오르지 않는 수. 백 36을 선수하고 38로 내려 뻗은 수가 새롭다. 알파고니까 새롭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인간끼리의 대국이었다면 ‘너무 옹색하다, 저자세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수다. 기세 좋게 참고 1도 백 1로 끊으면 흑 2로 끊어 백의 다음 수가 여의치 않다. 이렇게 변화가 그다지 백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앞서 백 34를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백은 38, 흑 39를 교환하고 40으로 끊으면 타개에 어렵지 않다고 본 듯하다. 흑 41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보통은 참고 2도 흑 1을 선수하고 3으로 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백 4가 선수여서 14까지 백이 쉽게 수습하는 모양이다. 흑 47까지는 외길 수순. 흑이 깔끔하게 넘어가고 백은 양쪽으로 곤마가 생긴 형태여서 백이 궁지에 몰린 것 같다. 백 48로 탈출했으나 백의 앞날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13처럼 꽉 이어두는 것이 가장 간명한 대응. 백이 18까지 실리를 차지하도록 하고 대신 선수를 잡아 흑 19로 달려간다. 흑 19는 직관적으로 좋은 곳임을 알 수 있다. 우상 백 한 점이 외로워졌다. 그러나 백도 22로 벌려 좌하 흑 한 점을 공격하는 자세를 만들었다. 우상 쪽과 쌍둥이처럼 닮은 형태다. 우하에서 ○의 놀라운 붙임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형태를 보면 백이 최소한 손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도 충분히 성립한다는 결론이다. 흑 23은 알파고가 선보인 ‘이른 삼삼 침입’이다. 이제 돌이켜보면 갇혀 있던 생각의 벽을 뚫어줬다는 점에서 알파고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백 24로 막는 방향이 중요하다. 참고도 백 1로 막는 것은 좋지 않다. 백 9까지 교환하고 흑 10으로 상변을 벌리면 우변 모양과 어울려 흑이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백 30을 두지 않고 좌변 쪽을 벌려 모양을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전처럼 두면 우변 흑 세를 멀리서 견제할 수 있는 모양이다. 좌상 귀를 선수로 도려낸 흑은 33으로 굳혀 백 한 점을 압박하는 동시에 우변을 놀이터로 만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변을 방치해선 안 된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 대 알파고의 대결을 보면 알파고가 좋아하는 행마가 몇 가지 있다. 이른 삼삼 침입, 어깨 짚음, 붙임, 소목에서 눈 목자 굳힘과 두 칸 높은 굳힘 등이다. 그런 의미에서 흑 7의 한 칸 높은 굳힘은 흔치 않은 수. 그러나 알파고가 두는 수의 외형상 특징에 의미를 두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알파고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의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자재함’이다. 백 10이 그렇다. 보면 숨이 턱 막힌다는 느낌이다. 도대체 이런 수가 있을 법한가. 알파고가 붙임을 좋아하니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백 10을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따지고 보면 백 10이 엉뚱한 수는 아니다. 참고 1도를 보자. 흑 1로 받으면 백 2를 선수하고 4로 달려간다. 발 빠른 행마법으로 백이 훤해 보인다. 실전처럼 흑 11로 받으면 역시 백 12로 되젖힌다. 이어 참고 2도 흑 1로 받으면 흑 9까지 피차 불만이 없다. 결국 백 10은 인간이 낯설게 느낄 뿐 좋은 활용이라는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 바둑은 패싸움으로 승부가 갈렸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전에는 알파고가 패싸움에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실제 드러난 알파고의 패싸움 실력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이 바둑에서도 능수능란한 패싸움 실력을 보여줬다. 흑의 불행은 좌하 귀에서 시작됐다. 참고 1도 백 1, 3(실전 50, 52)으로 타개를 시도할 때 흑은 4로 늘었어야 했다. 그러면 흑 12까지 좌하 백을 공격하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실전 53, 55로 단수 치고 이은 수가 실수. 결국 59까지 패 모양이 만들어지면서 흑의 부담이 매우 커졌다. 백은 즉시 패를 하지 않고 참고 2도 백 1(실전 60)로 우상 귀부터 건드린 것이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 백 9까지 선수한 뒤 11로 패를 걸어간 것이 정확한 수순이다. 좌하 패는 흑이 이겼지만 그 대가로 백 13, 15로 우상을 돌파하면서 백이 확실한 우세를 차지했다. 이후는 백의 독주나 마찬가지였다. 71=51, 137=60. 182수 끝 백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형세가 불리하다고 보고 ●로 젖혀 백 대마를 잡으러 간 상황. 흑 51까지 꾹꾹 눌러가자 백이 밖으로 탈출하는 길은 사라졌다. 백 52는 모양의 급소. 알파고는 이런 수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여기서 흑이 참고 1도 1, 3을 두면 중앙에서 백은 눈 모양을 갖출 수 없다. 하지만 백 4, 6을 선수하고 8로 젖히면 16까지 거꾸로 흑을 잡을 수 있다. 흑 53은 불가피한데 55로 계속 틀어막은 수는 어땠을까. 참고 2도를 보자. 실전 흑 55보단 흑 1로 끊는 것이 더욱 강력한 공격이었다. 흑 5까지 중앙에서 백이 한 집을 만드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된다고 해도 백을 잡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전처럼 백 56으로 중앙에서 후수 한 집을 쉽게 마련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 백은 중앙에서 선수 한 집만 추가로 만들면 살 수 있다. 흑 57 때 백이 어떻게 타개할까 궁금했는데 백 58로 끼우는 수를 들고나왔다. 과연 백 대마를 타개하는 묘수일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상 귀 흑의 삶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흑 알파고는 9로 둬 좌상 흑을 포기한다. 인간이라면 엄청나게 고민할 상황인데 알파고는 망설임이 없다. 분명한 건 백 10으로 귀를 잡아 실리에서 백이 다시 앞서게 됐다는 것이다. 백 12, 14는 기억해 둬야 할 사활의 맥이다. 물론 흑은 15, 17이라는 구명줄이 있다. 그러나 백 12, 14 자체가 끝내기로 이득이다. 수순 중 백 18로 보강하지 않고 참고 1도 백 1로 흑을 잡으러 가면 흑 6까지 거꾸로 백이 잡힌다. 이제 중앙 일대가 정리되면 형세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럴 때 선수가 중요한데 귀중한 선수를 백이 잡고 있다. 백 20, 22 때 흑이 좌변을 지키는 것은 순순히 패배의 길로 가는 것이다. 흑은 23으로 끊어 백의 응수를 물어본다. 여기서는 무조건 24로 늘고 싶은 곳. 하지만 흑 25가 절묘한 맥이다. 여기서 참고 2도 백 1로 두는 건 흑 4까지 백이 낭패 본다. 흑 29까지 흑은 소정의 전리품을 얻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알파고가 전보에서 세력을 확장할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백 ○는 뒷북 치는 수가 돼버렸다. 흑 93으로 백의 진로를 막을 때 백 94는 묘한 응수타진. 흑은 95 대신 참고 1도 흑 1로 올라서서 백을 포위하고 싶지만 백 2, 4면 백 모양이 매우 탄력적으로 된다. 이렇게 백을 잡으러 가다 실패하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95로 물러서 자중했다. 백은 그 틈을 이용해 96, 98의 두터운 행마로 흑 진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흑도 103으로 하변 백 석 점을 손에 넣은 뒤 107로 뛰자 아까 백의 세력에 묻혀 죽기 직전이던 상변 흑 5점이 부활했다. 물론 그 와중에 백 104로 우변을 내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흑의 성과가 더 크다. 백도 이젠 안전 위주의 행마만 할 수 없는 상황. 아까부터 노리던 백 108로 뛰어들어 좌상 흑을 노린다. 참고 2도를 보면 흑이 귀에서는 살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흑 11로 붙이는 반격의 수가 있다. 이러면 흑백 간에 대마 싸움이 벌어진다. 자, 흑은 어떻게 받을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 패를 내준 백은 이제 우상에서 대가를 찾아야 한다. 백 76부터 우상 한 점을 움직인 건 살리자는 뜻이 아니다. 이를 이용해 중앙을 더 두텁게 만들자는 뜻이다. 이른바 ‘노루 친 막대기, 3년 우려먹는다’는 말처럼 우상 한 점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백 86까지 되고 보니 상변 흑 5점은 거의 폐석 수준이다. 백은 좌하 패를 미끼로 만족스러운 이익을 얻었다. 이제 반상을 전체적으로 둘러보자. 상변 백 세력과 하변 흑 세력이 서로 맞서고 있다. 그런데 상변 백은 약점이 없고 탄탄한 반면 하변 흑의 모양은 허술하고 뒷맛이 적지 않다. 이런 차이가 지금 형세를 대변하고 있다. 흑 89는 좋은 감각. 하중앙을 크게 경영해야 흑은 희망이 있다. 여기서 백의 완착이 나온다. 백 90은 부분적으로 선수지만 지금처럼 세력과 세력이 맞붙은 상황에서는 세력부터 키우는 게 필요했다. 참고도 백 1로 상중앙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했다. 알파고도 타이밍을 놓친 셈인데, 그만큼 알파고가 완벽하진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흑이 91을 두자 흑 모양의 폭이 넓어졌다. 타이밍을 놓친 뒤 둔 백 92는 이제 참고도처럼 세력을 확장하는 수가 아니라 흑 세력을 삭감하는 수가 됐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63은 인내의 한 수. 덜컥 참고 1도 흑 1로 받으면 백 2, 4로 우상 백이 쉽게 연결해 간다. 백 64, 66으로 움직이는 것은 좌하 귀 패를 염두에 둔 ‘팻감 만들기’다. 팻감을 막기 위해 손해를 볼 순 없기 때문에 흑 67, 69로 반발한 것은 당연한 진행. 이제 충분히 팻감을 만들었다고 판단한 백 알파고는 70으로 패를 결행한다. 사실 백 70 대신 참고 2도 백 1처럼 먼저 찔러보는 것도 방법이었다. 이때는 흑 2로 받아야 하는데 백 3으로 패를 걸어간다. 백 5가 반상에서 유일한 팻감이어서 백 9까지 패를 이길 수 있다. 이 그림은 백이 좋다. 7=○. 하지만 백 알파고는 패를 이기는 대신 우상에서 대가를 얻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흑은 백 72의 팻감을 받을 길이 없어 73으로 패를 해소했고 백은 우상 귀를 뚫었다. 이 결과의 이해득실은 어떨까. 좌하 귀에서 흑이 빵빵 따낸 것도 좋지만 우상 귀가 뚫리면서 상변 흑 5점이 완전 고립된 피해가 더 크다. 여기서 백이 승기를 잡았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일단 우변에서 손을 빼고 하변 ○부터 응수를 물었다. 그러나 백은 48로 우변을 단단히 지켰다. 우변에선 흑이 입은 손해가 막심하다. 그렇다면 하변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구해야 한다. 흑 49가 최강의 공격이고, 백은 50, 52로 한 점을 포기하지 않고 귀를 활용해 변화를 구해본다. 이렇게 서로 끊을 때는 먼저 단수를 치지 말라는 것이 일반적인 기리(棋理)로 꼽힌다. 그런데 알파고는 흑 53으로 단수부터 치고 나선다. 알파고가 인간의 기리를 바꾸는 것일까. 하지만 이 대목만큼은 인간의 기리가 옳아 보인다. 참고도 흑 1을 보자. 기존 기리처럼 이렇게 뻗어두는 게 정수. 흑 9까지가 예상되는데 흑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귀의 실리도 지키고 하변 백 석 점도 거의 제압한 모양이다. 흑 59까지 패의 형태가 돼서 흑의 부담이 커졌다. 물론 백도 당장 패를 결행하긴 어렵다. 팻감이 없기 때문. 그래서 백 60으로 우상귀에서 팻감을 만드는 공작을 시작했다. 흑 61은 강수. 팻감을 의식해 귀에서 백이 사는 수단을 허용하면 흑으로선 더 어려워진다. 백 62가 참으로 기묘한 수. 평상시라면 있을 수 없는 수지만 지금은 화끈한 팻감을 만들 수 있는 수다. 흑의 응수가 계속 어렵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에 백은 귀를 지키지 않고 34로 뻗었다. 흑의 의도를 거스른 것. 흑은 35로 백을 한 번 더 시험에 들게 한다. 여기서 백이 참고 1도 1로 끊으면 역시 흑의 그물에 걸려든다. 백은 귀를 포기하고 38로 상변 백과 연결을 확실히 했고, 대신 흑은 귀를 차지하는 타협이 이뤄졌다. 백 40 때 흑이 손을 뺀 것도 눈여겨볼 대목. 초보에겐 너무 고급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흑이 중앙으로 나가면 백도 좌변으로 벌려 안정하는데 흑은 이렇게 결정짓는 게 싫다는 뜻이다. 상황이 변하면 좌변에서 다른 모양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 42는 자체로도 좋고 귀의 흑이 아직 미생이어서 선수의 의미도 있다. 그렇지만 흑은 과감하게 손을 빼서 흑 43으로 우변 공략부터 도모한다. 여기서 백 44가 기발한 수. 막상 흑 45와 백 46의 교환 이후가 어렵다. 참고 2도가 보통인데 흑이 만족스럽다고 할 순 없는 결과. 어려우면 손 빼라는 기훈처럼 흑은 47로 하변 백 공략에 나서며 전선(戰線)을 옮겼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18을 둔 뒤 백 20으로 귀에서 막는다. 백 20으론 21의 곳을 눌러 막는 것도 두터워 보이는데 흑이 20의 곳으로 밀고 들어가면 실속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대신 흑 21 때 백 22로 물러서는 것이 정수. 흑 25까지 백 두 점은 뜯기지만 백 22, 24로 벽을 만들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백 26으로 상변에 즉각 뛰어든 것이 박력 있는 수법. 흑도 27로 중앙을 막고 나선 것이 좋은 대응이다. 백 30. 이런 수가 인간에겐 참 애매하다. 백 30처럼 선수하는 것이 이득일까. 인간은 명쾌하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흑 31이 놓이자 흑의 약점이 없어졌고 백 30이 흑의 두터운 모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형국이다. 인간의 기존 이론대로라면 백 30은 악수 내지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수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뒀기에 ‘뭔가 계산이 섰겠지’라는 긍정이 있을 뿐이다. 백은 32로 상변 백과 좌상 쪽을 연결하려고 한다. 흑으로선 쉽게 백을 연결시켜주면 너무 싱겁다. 흑 33이 알파고의 전매특허와 같은 수법. 백이 귀를 지키기 위해 참고도 백 1로 받으면 흑 2로 이단 젖히는 수가 있다. 8까지 흑이 성공한 모습. 그렇다면 백은 다른 응수를 찾아야 하는데….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알파고는 화점을 많이 두는데 이번엔 소목 위주다. 흑 5의 굳힘도 색다르다. 참고 1도 흑 1로 먼저 걸치는 수를 요즘 많이 둔다. 백 10까지 흑은 발 빠르고 백은 두텁다. 백 6, 흑 7로 서로 굳히기 경쟁에 나섰다. 이론적으로 흑이 나쁘지 않은 모양. 귀 굳힘한 세 곳이 모두 ‘눈목자 굳힘’인 것이 이채롭다. 알파고는 소목에서 눈목자 굳힘을 좋아한다. 백 8 역시 굳힘이지만 화점에서 눈목자 굳힘을 하면 삼삼 침입이 남게 돼 날일자로 한 칸 좁힌 것. 흑 9는 적극적인 수법. 백10으로 갈라치자 흑은 바로 11, 13으로 두었다. 좁은 듯 보이긴 하다. 백 14에 대해 참고 2도 흑 1로 즉각 뛰어들고 싶다. 백도 4, 6으로 귀와 연계해 타개하려고 할 것이다. 서로 어려운 수읽기 싸움이다. 백 16은 일종의 잽. 툭 쳐보면서 흑의 반응을 살핀다. 여기서 응수가 이 판의 골격을 좌우할 수도 있다. A로 받는 것은 굴복이기 때문에 흑 17로 올라선다. 흑백 모두 조심스럽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인간이 못 보는 ‘맹점’이 있는 걸까. 막판 흑 대마가 잡힌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흑 163, 165 둘 중 한 수로 좌변 흑 대마를 살렸으면 미세하지만 흑이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참고 1도를 보자. 흑 1로 두고 3, 5면 대마가 사는 데는 문제가 없다. 끝내기가 뛰어난 알파고의 실력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우세는 얼마든지 지킬 수 있다. 흑 대마가 죽는 수순을 알파고가 보지 못했다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결국 대마를 살리면 진다고 보고 좌상 귀를 차지하며 버텼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판단이 옳은 것이었는지는 알파고의 판단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다. 아무튼 인간의 판단과 알파고의 판단의 괴리를 이번 판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가 워낙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니까 알파고가 하는 건 다 맞다는 식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과연 알파고는 완벽한 것일까. 예를 들어 실전 백 102와 같은 수는 납득하기 어렵다. 당연히 참고 2도 백 1∼5로 계속 흑을 공격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변화의 여지도 없고 백의 모양도 실전보다 100배 낫다. 그래서 알파고가 아직 완벽하진 않다는 결론이다. 인간보다 뛰어나지만 바둑을 완전히 정복하진 못했다는 것이다. 159=75.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제 어려운 자리는 다 없어졌다. 끝내기만 죽죽 해나가면 된다. 흑 63은 우하 쪽에 있는 흑의 약점을 보강한 것. 백 64는 실리로 크고, 좌변 흑에게 살아가라고 압박하는 수. 그런데 여기서 흑 알파고의 사고 회로에 이상 증후가 생긴 것일까. 좌변이 살아야 하는 시점에 갑자기 흑 65, 67로 귀에서 살겠다고 나선 것. 여기서는 참고 1도 흑 1로 받으면 안전했다. 흑 1은 얼핏 보면 집 내는 수처럼 보이지 않지만 ‘가’ ‘나’ 등이 모두 선수가 되기 때문에 추가 한 집을 내는 게 어렵지 않다. 이어 백 8까지 예상되는데 미세하지만 흑이 우세하다. 그런데 귀에서 살자고 하는 바람에 백 72가 선수로 들었고, 백 74로 끊는 수가 성립했다. 부분적으로 흑 75는 참고 2도 1로 두는 것이 최선. 이렇게 되면 패가 나는데 백의 꽃놀이패여서 흑이 감당할 수 없다. 결국 76의 파호로 흑 대마가 졸지에 비명횡사했다. 우상 귀 변화 이후 줄곧 대세를 이끌어오던 흑 알파고가 어이없게 침몰한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흑 ●로는 참고 1도처럼 귀에서 먼저 사는 수도 있었다. 물론 백 6이 선수여서 상변 흑 말이 약간 당하긴 하지만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이렇게 둬도 흑이 유리한데 흑 ●는 좀 더 이득을 보자는 뜻이다. 백 42로 두어 44를 선수한 것은 기분이 좋은데 백의 다음 수가 마땅치 않다. 모르면 손 빼라는 격언처럼 백은 우하 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백 46은 선수. 흑이 손 빼면 백 A로 패를 내는 수가 있다. 백 48은 우하 흑 집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것. 흑 53의 보강은 필요한 수. 여기서 손을 빼면 참고 2도 백 1이 있다. 이어 백 3이 갈지자로 비틀거리는 것 같은 행마지만 멋진 수다. 흑 4로 지킬 수밖에 없을 때 백 5면 흑이 곤란해진다. 어쨌든 우하 흑 집도 온전하게 지켜 흑 우세는 여전. 흑 55로 패를 걸어간 것이 의외처럼 느껴지지만 백 60까지 굴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여기까지 흑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59=●.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의 공격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흑 27은 놓쳐선 안 되는 급소. 중앙 한 점이 끊기는 게 싫다고 참고 1도 흑 1로 잇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백 2가 악수지만 이렇게 연결을 차단해 놓고 백 4를 두면 흑이 수습을 장담하기 어려운 형태다. 흑은 중앙 한 점을 주긴 했지만 31에 둬 선수로 좌변을 살렸다. 미션 완료. 이래서는 흑이 조금이라도 앞서는 형세다. 흑 33도 침착한 수. 참고 2도처럼 지금 당장 백 좌상 귀로 들어가서 사는 것은 욕심이다. 백 6까지 상변과 귀의 흑 돌 중에 하나는 무사하지 못하다. 더구나 백 34로 지켜도 흑 35가 있어 귀가 모두 백 집이 되긴 쉽지 않다. 백 34는 사실 버틴 수. 귀만 생각하면 A로 좁게 지켜야 하지만 불리하기 때문에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흑 37도 철통같은 방비. 백 38로 귀를 가일수했지만 뒷맛은 여전히 나쁘다. 결국 흑 41이 손에 돌아와서 흑은 큰 차이는 아니지만 결승선에 거의 다가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강렬한 반격에 백도 더 이상 물러설 순 없다. 백 10이 혼신을 다한 카운터펀치. 여기서 흑이 참고도처럼 1로 나가서 9까지 끊는 진행을 택하면 반상은 대형 싸움판으로 변한다. 이 그림은 흑이 불리하진 않다. 하지만 유리한 흑이 굳이 그럴 필요 없다. 흑 11로 슬쩍 물러서 백의 예봉을 피한다. 백 12로 흑 ○ 한 점을 잡은 것이 작지 않다. 하지만 흑은 우상에서 흘러나온 대마와 좌변의 흑 돌만 큰 탈 없이 수습하면 승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손해는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흑 13부터 17까지 좌변 흑 돌을 일단 정비해 놓고 드디어 흑 19로 흑 대마를 확실히 연결시켰다. 여기는 실리로도 짭짤한 곳. 우하에 형성된 흑 집이 40집이 넘는다. 백 집은 다 합쳐도 40집이 될동말동하다. 게다가 좌상 귀는 아직도 삼삼이 비어 있어 온전한 백 집이라고 보기 힘들다. 백은 ‘닥치고 공격’ 외엔 대안이 없는 상황. 백 24로 좌변 흑에 대한 공격에 나선다. 은근히 까다로운 수인데, 좌변 흑은 눈 모양이 풍부해 쉽게 잡힐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알파고의 타개 능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중반전이 마지막 고비를 향해 치닫고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89로 뛰어나가자 상변 흑의 수습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백 90은 온건한 응수. 참고 1도 백 1로 끊는 수도 생각해볼 수 있다. 흑 6까지 예상되는데 실전보다 백이 낫다고 보기 어렵다. 참고 1도의 백 모양이 생각보다 약점이 많기 때문이다. 흑은 백 한 점을 잡고 99로 뛰어 확실하게 살아둔다. 그렇다면 백은 여기서 쌓은 두터움을 바탕으로 우상에서 흘러나온 흑을 공략해서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 백 100이 공격을 위한 팡파르. 그런데 돌연 백 102로 후진 기어를 넣은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였다. 백 102는 형세가 유리할 때 분란을 없애기 위해 두는 수. 지금처럼 돌격 앞으로 하는 상황에선 너무 느슨한 수였다. 참고 2도 백 1, 3으로 흑을 계속 몰아붙였어야 했다. 실전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백이 공격을 한 템포 늦추자 흑은 103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어 105, 109로 역공에 나선다. 마치 칼자루를 바꿔 쥔 양상이다. 실리도 부족한 백이 주도권도 놓쳤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