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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이 현안(라인야후 사태)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말하며 라인야후 사태를 회담 테이블에 먼저 올렸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야권이 라인야후 사태를 윤석열 정부의 외교 실패로 규정하며 ‘반일(反日) 공세’를 지속해 펼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윤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라인야후 사태를 먼저 거론해 ‘리스크 대응’에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尹 “불필요한 현안 되지 않도록 잘 관리 필요” 윤 대통령은 이날 1년 만에 방한한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양국 간에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회담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이후 6개월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불변이라는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이번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한일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해 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정상회의에서 라인야후 사태를 의제로 올린 것은 일본의 행정지도가 사실상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일본 정부의 의도라는 야권의 공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에 대한 지분 매각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을 일본 정상 차원에서 확답받음으로써 이 같은 논란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한일 관계와 별개 사안, 잘 관리해야’ 한다는 관전평이나 내렸다”며 “게다가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며 일본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일본의 새빨간 거짓말을 용인했다”고 비판했다.● 한일 수소협력대화·자원협력대화 6월 출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약 50분간의 회담에서 에너지, 경제안보, 중소기업·스타트업, 정보통신기술(ICT)·첨단기술 분야 등의 협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다음 달 중순 한일수소협력대화와 한일자원협력대화가 신설돼 출범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일 간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수소와 관련된 표준, 수소 에너지와 관련된 규격 그리고 정책 분야에서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핵심 광물 공급망 위기에 같이 협력을 꾀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내년에는 한일 관계를 한층 도약시키는 역사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총리와 제가 합심해서 준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양국 관계를 더욱 도약시키기 위해 윤 대통령과 제가 각각 정부 내에 지시를 내려서 준비를 추진할 수 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여당의 ‘소득대체율 44%’ 안을 수용하겠다”며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안부터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연일 압박을 이어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이 빠진 소득대체율 44%로는 재정 안정성 보장이 어렵다”고 맞서며 22대 국회 개원 뒤 9월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최우선 과제로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대통령실도 “여야가 시간에 쫓겨 결정하기보다 국민 전체, 특히 청년 세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고 21대 국회 처리론을 일축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29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처리 무산 책임론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정쟁과 시간에 쫓긴 어설픈 개혁보다 22대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며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국민적 공감을 얻어 처리하자”고 밝혔다. 이 대표가 전날 국민의힘 방안인 소득대체율 44% 수용 의사를 밝히자 “44%는 구조개혁이 함께 진행되는 걸 전제로 한 수치”라며 거부한 것. 구조개혁은 기초·퇴직·직역 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연계해 노후 소득 보장 구조를 새로 설계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21대 국회가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대타협으로 이뤄지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으니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며 “소득대체율에 대한 여야 주장의 차이는 각각 44%와 45%로 단 1%포인트에 불과한데 이 때문에 합의를 무산시킬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마저도 정부·여당이 또 다른 이유를 대면서 회피한다면 애당초 연금 개혁의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은 26일 “가능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의결하면 좋겠다. 27일이나 29일에도 할 수 있다”고 국민연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언급했다.野 “21대 국회서 모수개혁부터” 與 “22대 국회서 구조개혁까지” 李 “44%안 수용” 밝히며 거듭 압박김진표 “27, 29일에도 처리 가능”與 “구조개혁 없인 재정안정성 훼손”대통령실 “시간 쫓겨 정할 문제 아냐”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부터 합의해서 모수개혁부터 하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모수개혁은 구조개혁과 따로 놀 수 없다.”(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여야가 21대 국회 임기 막바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기초·퇴직·직역 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연계해 노후 소득 보장 틀을 새로 짜는 구조개혁 병행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당의 ‘소득대체율 44%’ 안을 수용하겠다”며 21대 국회 남은 임기 내 국민연금의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부터 하자고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는 구조개혁의 영향을 또다시 받을 수밖에 없다”며 22대 국회 개원 뒤 여야정 협의체 등을 구성해 9월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대통령실도 “여야 간 (소득대체율) 수치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어 22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야당의 압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기류다.● 野 “21대 국회서 모수개혁부터” 이 대표는 25일 연금개혁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소득대체율 44% 안 수용’이 “대의를 위한 큰 결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다. 우리 당과 시민사회 내에서도 (44% 안 수용에 대해) 이견이 많지만, 그로 인한 책임은 저희가 다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채 상병, 김건희 특검법 등 정치 공세만 하는 게 아니라 민생 이슈도 주도하는 ‘민생 리더십’ 부각을 위한 전략”이라며 “최근 민주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마냥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민생 이슈’를 발굴해 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44% 안’은 여당 내에서도 일부는 수용할 수 있어 여권 내 균열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모수개혁만 하면 구조개혁은 논의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에 대해선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부터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부수적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21대 국회 내에 1차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2차로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26일 “해를 넘길수록 더 큰 보험료 인상의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은 채 상병 특검법보다 훨씬 중요하다.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때문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27일이나 29일에도 할 수 있다”며 ‘원 포인트 본회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與 “22대서 모수·구조개혁 패키지로” 국민의힘은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간 열리는 22대 국회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추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가며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밝힌 ‘44% 수용안’에 대해서도 “43%로 해야 한다. 44%는 구조개혁과 함께 진행할 때 야당에 제시한 수치였다”는 입장이다. 추 원내대표는 “단순히 1%포인트 수치 문제가 아니다. 그것(수치)에 연계된 (구조개혁) 사안들이 지금까지 (여야 간에) 논의됐지만 진척이 없었다”며 거부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당초 43%를 밝혔고, 야당이 45%를 제시했었다. 1∼2% 차이에 누적 재정 수지(2093년 기준) 적자가 800조∼1500조 원가량 차이 난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구조개혁 없이 44%로 정하면 재정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금개혁안의 숫자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청년·미래세대의 이해 없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시간에 쫓겨 갑자기 정하는 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가 국민 의견을 모으고 숙의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하는 사안에 의도적으로 대통령실을 끌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부터 합의해서 모수개혁부터 하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모수개혁은 구조개혁과 따로 놀 수 없다.”(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여야가 21대 국회 임기 막바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기초·퇴직·직역 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연계해 노후 소득 보장 틀을 새로 짜는 구조개혁 병행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당의 ‘소득대체율 44%’ 안을 수용하겠다”며 21대 국회 남은 임기 내 국민연금의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부터 하자고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는 구조개혁의 영향을 또다시 받을 수밖에 없다”며 22대 국회 개원 뒤 여야정 협의체 등을 구성해 9월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대통령실도 “여야 간 (소득대체율) 수치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어 22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야당의 압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기류다.● 野 “21대 국회서 모수개혁부터”이 대표는 25일 연금개혁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소득대체율 44% 안 수용’이 “대의를 위한 큰 결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다. 우리 당과 시민사회 내에서도 (44% 안 수용에 대해) 이견이 많지만, 그로 인한 책임은 저희가 다 감수하겠다”고 강조했다.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채 상병, 김건희 특검법 등 정치 공세만 하는 게 아니라 민생 이슈도 주도하는 ‘민생 리더십’ 부각을 위한 전략”이라며 “최근 민주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마냥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민생 이슈’를 발굴해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44% 안’은 여당 내에서도 일부는 수용할 수 있어 여권 내 균열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모수개혁만 하면 구조개혁은 논의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에 대해 선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부터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부수적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21대 국회 내에 1차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2차로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26일 “해를 넘길수록 더 큰 보험료 인상의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진표 국회의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은 채 상병 특검법보다 훨씬 중요하다. 21대 국회에선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때문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27일이나 29일에도 할 수 있다”며 ‘원포인트 본회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與 “22대서 모수·구조개혁 패키지로”국민의힘은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간 열리는 22대 국회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추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서 여야정 협의체와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청년과 미래세대를 포함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가며 정기국회 내에서 처리할 것을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했다.여당은 민주당이 밝힌 ‘44% 수용안’에 대해서도 “43%로 해야 한다. 44%는 구조개혁과 함께 진행할 때 야당에 제시한 수치였다”는 입장이다. 추 원내대표는 “단순히 1%포인트 수치 문제가 아니다. 그것(수치)에 연계된 (구조개혁) 사안들이 지금까지 (여야 간에) 논의됐지만 진척이 없었다”며 거부했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당초 43%를 밝혔고, 야당이 45%를 제시했었다. 1~2% 차이에 누적 재정 수지(2093년 기준) 적자가 800조~1500조 원가량 차이 난다”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는 “구조개혁 없이 44%로 정하면 재정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금개혁안의 숫자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청년·미래세대의 이해 없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시간에 쫓겨 갑자기 정하는 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야가 국민 의견을 모으고 숙의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 하는 사안에 의도적으로 대통령실을 끌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민주당은 44%와 45% 사이에서 타협할 의사가 명확하게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의 최대 쟁점인 소득대체율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44%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 안과 민주당이 주장하는 45% 안은 단 1%포인트 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든,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다 만나든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전날에 이어 연이틀 연금개혁 카드로 윤 대통령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의 회담 제안에 대통령실은 “국회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국회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에 대통령이 여야와 섞여서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며 “여야가 대통령과 함께 의견을 정리하자고 회담을 제안했는데 이것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거절이란 표현을 사용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가 먼저 합의해서 안을 도출해줘야 정부도 종합적인 검토를 할 수 있으니 순서를 지켜 달라고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연금개혁을 위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담보다는 여야 간 합의와 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이 대표가 여야 합의도 전에 윤 대통령을 겨냥한 ‘연금 회담’을 제안하고 나선 것에 대한 불편한 기류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야 간 진전이 없었을 뿐 윤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도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합의도 없는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방적인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연금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참 나쁜 정치, 꼼수 정치”라고 했다.민주 “與, 연금개혁 진정성 없어” 국힘 “野, 특검법 노린 꼼수”[연금개혁 공방]국민연금 개혁안 놓고 연일 공방 “정부와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마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민주당의 연금개혁 처리 제안은) 해병대원 특검법, 양곡관리법, 민주유공자법 등 쟁점 법안 처리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적 수단에 불과하다.”(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여야는 24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틀 연속 던진 국민연금 개혁 이슈를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21대가 아닌 22대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것은 연금개혁의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연금개혁을 정략적 꼼수로 악용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여야는 상당 부분 이견을 좁혀 왔고 소득대체율만 합의하면 연금개혁은 크게 마무리가 된다”며 “민주당은 44%와 45% 사이에서 타협할 의사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1% 의견 차를 핑계로 그동안 논의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것은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회 연금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모수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 때를 놓치면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합의도 없는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방적인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참 나쁜 정치, 꼼수 정치”라고 반박했다. 이어 “연금개혁안을 22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 나갈 핵심 과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소득대체율을 44%까지 양보할 수 있다고 한 것과 관련해 “그렇게 하루아침에 말을 바꿔서 될 것이었으면 그 긴 시간 동안 논의가 왜 필요했겠느냐”며 21대 국회 임기 내 합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단순히 모수개혁의 숫자만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개혁을 동반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통화에서 “연금특위 개최는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간사 간 합의는 물 건너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연금개혁은 국가 미래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27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채택될 공동성명 문안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담을지를 놓고 3국이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이 명문화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24일 “과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회담에 참여하는 등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엔 북한이 헌법에 핵무력 강화를 명시하는 등 태도를 바꿨다”며 “중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역대 한중일 공동선언 8차례 중 6차례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표현이 담긴 바 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논의를 놓고는 일본 측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26일 방한한다. 정부는 공동성명에 한국인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기 위해 막판까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북-일 간 납치자 문제가 대화를 통해 조속히 해결되길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례도 거론된다. 북한과 일본은 기시다 총리 방북을 물밑 논의할 정도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남북 관계는 단절된 만큼 “중국이 두 사안을 다르게 볼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부 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며 “(연금개혁) 문제와 관련해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23일 밝혔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를 6일 남겨둔 상황에서 연금개혁안 처리 책임을 여권에 넘기며 압박에 나선 것. 국민의힘은 “28일 합의 없는 국회 본회의 강행에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이라며 22대 국회에서의 합의 처리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연금개혁안을 여야가 합의하는 게 우선”이라며 “여야 합의 사안을 왜 자꾸 다른 테이블에 올리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연금개혁 이슈를 언급하며 “사실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도 타결할 수 있다”며 “오늘 당신들(정부 여당) 안(案)을 받을 테니 처리하자는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의 제안을 토대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에는 합의를 했지만 현재 40%인 소득대체율 상승 폭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45%를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기존 43%에서 1%포인트 늘려 44%를 타협안으로 내놨지만 1%포인트 차이를 두고 더 이상의 의견 접근은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미 기존 입장(50%)에서 5%포인트를 양보했으니,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여당이 44%에서 1%포인트 더 양보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이미 연금개혁에 대해 명확한 의지를 밝혔는데도 영수회담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은 또 다른 거부권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한 바 없다. 이 안은 민주당의 안”이라고 반박하며 “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 속에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축했다.이재명 “소득대체율 45%는 尹정부 제안” 與 “그런적 없어, 민주당案” [21대 국회 막판 ‘연금 충돌’]이재명 연금관련 언급 진실공방野 “50→45% 양보했으니 수용을”… 與 “개혁지연 정부탓 돌리려는 꼼수”대통령실 “여야 합의가 우선”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한 바 없고, 이 안은 민주당의 제안이다.”(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이 대표가 23일 “여당 안도 받을 수 있다”며 21대 국회 내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제안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은 “뜬금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들여 연금개혁 지연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꼼수”라며 22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표의 회담 제의에 “역대 정부 최초로 연금개혁 논의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국회에 제공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밀도 있게 대화해 합의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야는 이날 연금개혁의 핵심 쟁점인 소득대체율을 두고도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던진 연금개혁 카드에 대해 국민의힘이 곧바로 반발하고 나서면서 연금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는 연금개혁 논의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1%포인트만 양보하면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비공식적으로 소득대체율 45%를 제안했지만 나중에 대통령실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대통령실 눈치를 본 여당이 43%를 제안하더니 나중에는 44%라는 궁색한 숫자를 고집하며 결국 판을 깼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우리가 50%에서 45%로 5%포인트를 양보했으니 국민의힘도 여당답게 1%포인트만 양보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5% 안은 정부가 제안한 바 없는 민주당의 안”이라는 입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대체율 45% 안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이날 “소득대체율 45%를 정부 안으로 제안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며 단일 개혁안을 내지 않고 24가지 시나리오를 제출했는데, 여기에도 소득대체율 45% 안은 없었다고 한다.● 尹 압박용 카드로 ‘연금개혁’ 꺼낸 野 이 대표가 21대 국회 임기를 6일 남겨놓고 연금개혁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결국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금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22대 국회로 넘기라는 뜻이 확고하다고 하더라도 여당이 용기를 내서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은 22대 국회로 넘기고, 임기 안에는 확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바 있다. ● 대통령실 “여야 합의가 우선”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회담 제안에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여야가 그동안 연금개혁과 관련해 오랫동안 논의를 해온 게 있으니 그걸 토대로 여야가 합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소득대체율 등 여야 간 이견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선 스탠스다. 이 같은 기류 속 여야가 21대 국회 회기 내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거짓과 말장난으로 민주당의 안을 통과시키려는 속셈”이라며 “소득대체율 44%의 대안에 대해 2주가 다 되도록 침묵하다가, 이제야 21대 국회에서 개혁을 꼭 해야 한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뜬금없이 윤 대통령을 끌어들여 연금개혁 지연을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꼼수”라고 보고 있다. 여당 당권주자들도 일제히 이 대표를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가 하겠다는 연금개혁은 ‘연금개악’, 연금제도 파탄”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얕은 속임수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했고, 나경원 당선인도 “이 대표가 또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는 해외 일부 품목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의 철회와 고령자의 운전자 자격 제한 정책 발표를 둘러싸고 혼선이 거듭되자 대통령실이 ‘레드팀(Red Team)’ 기능 강화에 나섰다. 정부 내에서도 정책 구상 단계부터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 의견 청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헛발질 정책’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풍과 부작용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국민 시각에서 정책 점검 역량 강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전문가와 관료의 관점이 아닌 국민과 민생의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볼 수 있는 ‘레드팀’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민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정책을 바라보고 점검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내에 레드팀 조직을 신설한다기보다는 레드팀 역할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정책 혼선이 반복되면서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한 스크리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를 반영해 레드팀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이라며 “상대편 입장, 국민 입장에서 정책을 살펴보는 단계가 보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젊은 행정관들에게 정책 관련 여론을 청취한 후 의견을 내는 역할을 강화해 부여하고, 비서관실별로 정책 현실성을 더 철저하게 따져보게 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에 공식적으로 제대로 된 레드팀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 근로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발표에 따른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대통령실 움직임에 발맞춰 보건복지부 등 일부 정부 부처에서도 레드팀 기능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임상준 차관을 중심으로 레드팀 성격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던 환경부도 사전 정책 점검 및 리스크 대응 역량 보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젊은 부처 과장이나 사무관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들으면서 정책을 국민 상식 수준에서 봐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구상 단계부터 국민 의견 청취” 정부도 정책을 발표했다가 반발 여론에 부딪혀 철회하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정책 구상 단계에서부터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거쳐 국민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는 그동안 정책 방향을 발표한 뒤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예고안을 만들었다. 이후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 의견을 또다시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사회 다변화로 이해관계자가 많아 조율이 어려운 과제들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정책 초기 구상 단계에서부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공무원은 “‘선(先) 정책 발표 후(後) 의견 수렴’이라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이해관계자가 많아 여러 입장이 표출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 구상 단계부터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거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여론을 효과적으로 수렴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저금리 대출 등 총 26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마련하기 위한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 지원과 연구개발(R&D) 투자도 대폭 늘린다. 다만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반도체가 곧 민생”이라며 “금융, 인프라, R&D는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선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18조1000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KDB산업은행 출자를 통해 17조 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반도체 투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민관 합동으로 조성되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는 현재 3000억 원 수준에서 1조1000억 원으로 늘린다. 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위한 도로·용수·전력 등 인프라 조성에도 2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 R&D, 인력 양성 투자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3조 원 수준에서 향후 3년간(2025∼2027년) 5조 원 이상으로 늘린다. 정부는 이번 지원 방안을 통해 발표한 금액의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들의 실제 수요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에 발표한 금융 및 재정 지원의 70∼80%는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환영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용수, 도로 등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조성겠다고 한 정부의 발표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지원 방안에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작 단계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경쟁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조금 지원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세액공제는 R&D와 설비 투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환급해 주는 것으로 보조금이나 다를 바 없다”며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를 연장해서 기업들이 R&D와 설비 투자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산단을 조성하는 인프라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것도 시간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세제 지원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세액공제를 통해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세수가 더 크게 늘면 더 두터운 복지를 할 수 있다”고 했다.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는 해외 일부 품목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의 철회와 고령자의 운전자 자격 제한 정책 발표를 둘러싸고 혼선이 거듭되자 대통령실이 ‘레드팀(Red Team)’ 기능 강화에 나섰다. 정부 내에서도 정책 구상 단계부터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 의견 청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헛발질 정책’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풍과 부작용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것이다.●대통령실 “국민 시각에서 정책 점검 역량 강화”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전문가와 관료의 관점이 아닌 국민과 민생의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볼 수 있는 ‘레드팀’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민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정책을 바라보고 점검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내에 레드팀 조직을 신설한다기보다는 레드팀 역할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정책 혼선이 반복되면서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한 스크리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를 반영해 레드팀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이라며 “상대편 입장, 국민 입장에서 정책을 살펴보는 단계가 보강될 것”이라고 전했다.이에 젊은 행정관들에게 정책 관련 여론을 청취한 후 의견을 내는 역할을 강화해 부여하고, 비서관실별로 정책 현실성을 더 철저하게 따져보게 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에 공식적으로 제대로 된 레드팀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 근로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발표에 따른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대통령실 움직임에 발맞춰 보건복지부 등 일부 정부 부처에서도 레드팀 기능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임상준 차관을 중심으로 레드팀 성격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렸던 환경부도 사전 정책 점검 및 리스크 대응 역량 보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젊은 부처 과장이나 사무관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들으면서 정책을 국민 상식 수준에서 봐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정책 구상 단계부터 국민 의견 청취”정부도 정책을 발표했다가 반발 여론에 부딪혀 철회하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정책 구상 단계에서부터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거쳐 국민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정부 부처는 그동안 정책 방향을 발표한 뒤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예고안을 만들었다. 이후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 의견을 또다시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는 식이었다.하지만 사회 다변화로 이해관계자가 많아 조율이 어려운 과제들이 늘어나는 만큼 정부가 정책 초기 구상 단계에서부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공무원은 “‘선(先) 정책 발표 후(後) 의견 수렴’이라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며 “이해관계자가 많아 여러 입장이 표출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정책 구상 단계부터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거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여론을 효과적으로 수렴할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정부 여당이 결단만 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이 처리될 수 있다”며 “(연금개혁) 문제와 관련해 영수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고 23일 밝혔했. 21대 국회 임기 종료(29일)를 6일 남겨둔 상황에서 연금개혁안 처리 책임을 여권에 넘기며 압박에 나선 것. 국민의힘은 “28일 합의 없는 국회 본회의 강행에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이라며 22대 국회에서의 합의 처리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연금개혁안을 여야가 합의하는 게 우선”이라며 “여야 합의 사안을 왜 자꾸 다른 테이블에 올리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이 대표는 이날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연금개혁 이슈를 언급하며 “사실 21대 국회 끝나기 전에도 타결할 수 있다”며 “오늘 당신들(정부 여당) 안(案)을 받을 테니 처리하자는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여야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의 제안을 토대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에는 합의를 했지만 현재 40%인 소득대체율 상승 폭을 두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45%를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기존 43%에서 1%포인트 늘려 44%를 타협안으로 내놨지만 1%포인트 차이를 두고 더 이상의 의견 접근은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민주당은 이미 기존 입장(50%)에서 5%포인트를 양보했으니,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여당이 44%에서 1%포인트 더 양보해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하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이미 연금개혁에 대해 명확한 의지를 밝혔는데도 영수회담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은 또 다른 거부권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한 바 없다. 이 안은 민주당의 안”이라고 반박하며 “연금개혁은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 속에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축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국가통합인증마크(KC) 없는 해외 일부 품목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이 사흘 만에 철회된 데 이어 고령자의 운전자 자격 제한 정책 발표를 둘러싸고도 혼선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정책 조율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에서는 정부 내 레드팀(Red Team)의 부재 때문에 정책 혼선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드팀은 ‘헛발질 정책’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역풍과 부작용을 점검하기 위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조직을 뜻한다. 정책 추진에 따른 파장을 예상하고 대응할 정무 역량을 갖춘 인사들이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들에 부족한 탓에 정책 리스크 대응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대로 된 레드팀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주 69시간 근무’ 논란 이후 대통령실 내에서 정책 조정 기능 강화 필요성이 거론됐고 이후 정책실장 신설 등으로 기능을 보강했지만 레드팀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소속 젊은 행정관들에게 정책에 대한 다양한 여론을 청취하고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긴 적은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젊은 행정관들이 의견을 내면서 비공식적으로 일종의 레드팀 역할을 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의견을 들어보자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최근에는 젊은 행정관들의 목소리를 듣는 분위기도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에도 레드팀이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해외 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 내에서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왔음에도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한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소관 부처가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면서 레드팀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여당 의원은 “정책 의사 결정 과정의 경직화 분위기가 정부 여당을 휘감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정책 엇박자는 공매도 재개를 두고도 드러났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시사한 뒤 시장이 들썩이자 대통령실은 22일 “불법 공매도 해소, 투자자 신뢰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레드팀조직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고, 조직을 혹독하게 검증하는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팀. 의사 결정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역풍 등을 미리 점검하는 기능을 한다.정책리스크 대응 전문가 없어… “제 기능 못하는 정무 복원 시급”[정책 혼선, 구멍난 대응체계] ‘레드팀’이 안보인다추경호 “당과 정책협의 촉구” 당일… 정부, ‘고령자 운전자격 제한’ 발표국조실 “직구금지, 홍보 가능한 이슈”… 보고 받은 대통령실, 정무 판단 놓쳐與지도부 잦은 교체, 당정 소통 약화 21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애초에 당에 보고가 되지 않았던 내용을 언론을 통해 범부처 종합대책으로 접한 데다 전국 500만 명에 달하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뒤늦게 경찰청은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정부는 국민 민생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 입안 과정에 당과 충분히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음에도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여당과 협의 없이 당일 오후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하는 취지의 정책을 발표했다.● 국조실, 대통령실에 “해외 직구 금지는 홍보 이슈” 22일 여권에 따르면 정부 정책을 둘러싼 혼선이 계속되고 있는 구조적 원인으로 레드팀(Red Team) 부재와 함께 정책 추진에 따른 영향과 파급력을 두루 살필 정무 역량을 겸비한 인사가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 부족한 것이 꼽힌다. 국민 여론이나 예상 반응, 정책의 부작용이나 역풍 가능성을 정책 구상 초기부터 살펴봐야 하는데 이런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해 정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주 69시간 근무 정책 발표로 불거진 논란으로 정책 리스크 대응 필요성을 대통령실이 절감했다”며 “이 시기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해 시스템 개편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책 조정 기능 강화를 위해 대통령실에 입성했던 이관섭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맡던 때다. 한 관계자는 “이 시기 정책 리스크 대응에 어느 정도는 체계가 잡혔다”면서도 “4·10총선 국면과 이후 대통령실 내 참모 교체가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해외 직구 금지 정책 발표 전 국무조정실은 “대국민 안전 강화를 위해 홍보할 수 있는 이슈”라고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반발 등 정책 발표가 가져올 역풍을 살펴보지 않은 단선적 보고였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역시 국민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제동을 걸지 못한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서 안전을 강화하는 만큼 홍보할 수 있는 이슈라고 대통령실에 보고를 한 것으로 안다”며 “파급력이 크고 민감한 이슈였는데 이를 정무적으로 잘 판단했다면 대통령실에서 시정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정책 총괄·조정 역할을 하는 국무조정실이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 직구 정책 철회 사태에선 TF 협의부터 발표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미인증 제품 직구 금지’라는 단정적 표현 사용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며 “정책 위험 요인에 대한 분석만을 담당하는 인원을 두는 등 정책이 어떻게 수용될지 정무적 완성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부처 실무자에게까지 정무적 판단을 요구하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조급함도 정책 혼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직구 정책 철회’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국민 안전에 손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안전 대책을 빨리 내놓으려다가 시간에 쫓겨 설익은 정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정책 조정-정무 판단 기능도 약화” 여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준석 초대 당 대표부터 최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까지 9차례 지도부가 바뀐 것이 당정 간 소통과 정책 조정, 정무 조정 기능 약화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5월 정부 출범 후 2년간 여당은 4차례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치고, 권한대행 직무대행 체제를 5차례 겪는 등 당 지도부 와해 및 재구성을 수시로 겪었다. 이런 과정에서 당정 정책 조정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도 여러 번 교체됐다. 당정 간 소통 연속성이 자연스럽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당정 소통 상황을 잘 아는 한 전임 지도부 관계자는 “그립을 쥐고 정부에 압박하고 군기도 잡을 정책위의장이 계속 바뀌는데 정책위에서 무슨 힘이 생기겠느냐”며 “정부가 만약 당의 눈치를 살폈다면 이런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총선 참패 이후 당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다 황우여 비대위가 출범하기까지 기간 동안 당정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점이 노출되자 새 원내지도부는 당정 소통 강화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정책 조율을 위한 부처 장관과의 면담을 확대하고 당 정책조정위원회(정조위)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너무 편하게 일을 했다”며 “이제부터는 직접 장관이나 부처 사람들이 와서 정책을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조위의 경우 22대 국회 개원 이후 국회 상임위원회가 구성된 뒤 활동할 수 있어 한동안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6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를 시사하며 시장이 들썩이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관련 내용을 일축했다.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금감원장이 언론에 언급해 시장에 혼란이 생기자 대통령실이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불과 이틀 전 대통령실이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 대책 발표에 따른 혼란을 공식 사과한 데 이어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두고도 혼선이 일면서 정부 정책 전반의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 혼란에 용산, 공매도 재개설 일축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 특별하게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했다. 지난달 발표한 방침에 따라 불법 공매도를 점검·차단할 전산 시스템이 완비될 때까지는 공매도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자금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주가가 내려야 이익을 내기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며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런 주장을 수용해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증시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대통령실이 기존의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은 최근 이 원장이 다음 달 공매도 일부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며 야기된 시장 혼란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투자 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며 “6월 재개와 관련해 기술적이나 제도적 미비점이 있더라도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 어떤 타임 프레임으로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내 혼선에 정책 신뢰도 ‘흔들’ 문제는 이 원장의 발언 내용이 금감원 내부에서도 정리된 바 없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관련 보도 직후 설명자료를 통해 “공매도 재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아직까진 재개 시점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금감원장의 발언은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개인적인 희망’ 정도로 말씀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혼란은 고스란히 시장으로 전가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공매도 재개라니 과연 사실일까”, “총선 끝났다고 바로 약속을 어기나” 등 개인 투자자들이 이 원장의 발언에 의문을 표하는 내용의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외신들 역시 “공매도 일부 재개”라는 이 원장의 발언을 속보로 내보냈다. 금융업계에서는 공매도 재개와 같이 우리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을 두고 정부 내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정책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식 석상에서의 금감원장 발언을 ‘개인적인 의견’으로 바라볼 시장 참여자가 몇이나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금감원장의 발언이 오해였다 하더라도 이를 고치는 것은 금감원장이어야지 대통령실에서 마치 반박하는 듯한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 스스로 투자자들의 혼선을 유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공매도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한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논란 끝에 철회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당이 현재 고위 당정협의회와 별도로 주요 정책을 사전 조율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매주 개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당정회의 강화도 검토된다. ‘오락가락 탁상행정’ 난맥상이 또다시 벌어지자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 조율을 강화하기 위해 당정 협의체를 확대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과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해 주요 정책을 사전 조율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매주 개최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정책들은 대통령실에서 스크리닝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실장과 여당 정책위의장, 주요 정책에 관련된 관계 부처 차관 등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이번 주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며 “주요 정책에 대한 당정 간 협의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는 매주 일요일 개최되고 있는 고위 당정협의회와는 별도로 당정 간 주요 정책을 사전에 조율하기 위해 매주 열릴 계획이다.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실무 당정회의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정책위의장과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정협의회를 진행하는 한편 22대 국회 개원 이후 정책위 산하 6개 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해 분야별 비공개 실무 당정을 내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가 참여하는 민당정(민간·여당·정부) 간담회도 늘려 여론 수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실무 당정회의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정책위 산하 6개 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해 분야별 비공개 실무 당정을 내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가 참여하는 간담회도 늘려 여론 수렴을 강화할 방침이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이 뒤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 근로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발표에 따른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단순하게 당정 간 회의를 몇 번 늘린다고 국민 여론이나 반응을 정책에 기민하게 반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유해성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의심되는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해 각 부처가 직접 물건을 구매해 안전성을 검사하는 방식이다. 수입 통관을 담당하는 관세청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인력을 동원해 직구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서겠다는 것. 유해성 검사 결과는 이르면 올 6월 말부터 공개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중인 ‘소비자24’ 사이트에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도 판매 중지를 요청하기로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한동훈 비대위’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생각이 찬성표 쪽으로 가 있다”고 밝히면서 여당의 이탈표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공개적으로 특검법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의원이 안철수, 김웅 의원에 더해 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28일 예상되는 재의결에서 여권 이탈표가 17표 이상 나오면 가결된다. 여당은 추경호 원내지도부, 전임 윤재옥 원내지도부까지 나서 의원들에게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설득 중이다. 그러나 4·10총선 여당 낙선 의원 58명 중 “양심에 따라 표결하겠다”, “이탈하지 말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찬성 가능성을 열어둔 의원들이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실도 여당 내 이탈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의원 7, 8명을 상대로 접촉하며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단일대오 이상 없다” 직후 유의동 이탈 유 의원은 이날 공개적으로 “특검법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법리적으로도 특검법을 수용했을 때 여권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3선인 유 의원은 총선에서 경기 평택병에 출마해 낙선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당론 수준으로 진행하던 단일대오에는 큰 이상 기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직후 유 의원이 찬성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앞서 찬성 의사를 밝힌 안 의원은 통화에서 “찬성 입장에 변화가 없다. 이탈표가 아닌 소신 투표”라고 강조했다. 2일 특검법 국회 표결 때 이미 찬성표를 던진 김 의원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추가 이탈표를 막기 위해 전현직 원내지도부가 힘을 합쳐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윤 전 원내대표, 그리고 제가 선두에 서서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다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찬성은) 지극히 일부 의원”이라며 “전체적으로는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임 원내부대표들도 담당 의원들을 나눠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앞서 해외 출장 조사로 파악된 의원 2, 3명의 출장도 취소시켰다. 하지만 58명에 달하는 여당 낙선 의원들이 변수다. 낙선한 한 수도권 의원은 “나는 소신대로, 양심에 따라 투표할 것”이라며 찬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재의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돼 현장 표 단속도 쉽지 않다.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구속 수감된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의원 295명이 모두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197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의석수는 180석, 국민의힘 등 범여권은 115석이다. 국민의힘 의원 중 17명이 이탈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되는 것이다.● 민주당 “與 의원 7, 8명 접촉 중”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재추진되면 여당 이탈표 기준이 더 낮아진다. 22대 국회 국민의힘 의석수는 21대(113석)보다 5석 적은 108석이고, 범야권은 192석이다. “될 때까지 하겠다”는 야당이 특검법을 재발의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에서 8표만 이탈하면 통과되는 것. 이미 여당 당선인 중 안 의원에 더해 김재섭, 한지아 당선인이 찬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낙천·낙선한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데 이어 당선인들과도 꾸준히 식사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이탈표 방지 등 윤 대통령이 여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성격도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하면 여당 이탈표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주일간 여당 이탈표 끌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태세다.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인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발적인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특검법의 당위성 등을 계속 알리며 여당 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임 원내수석부대표였던 박주민 의원은 “(찬성이) 가능해 보일 법한 의원 7, 8명을 선정해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다”고 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추진하다 논란 끝에 철회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당이 주요 정책을 사전 조율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앞으로 매주 개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 당정회의 강화도 검토된다. ‘오락가락 탁상행정’ 난맥상이 또다시 벌어지자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주요 정책에 대한 조율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 “정책에 대한 국민 반응 확인 과정 강화”대통령실에 따르면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과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해 주요 정책을 사전 조율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매주 개최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한테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정책들은 대통령실에서 스크리닝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 여론이나 반응이 어떨지에 대해서 확인하는 과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매주 일요일 개최되는 고위 당정협의회와는 별도로 당정 간 주요 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도 정례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책실장과 여당 정책위의장, 주요 정책에 관련된 부처 차관 등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이번 주부터 개최할 예정”이라며 “중요 정책에 대한 당정 간 협의를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국민 여론 수렴을 위한 실무 당정회의도 강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도 정책위원회 의장과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정협의회를 진행하는 한편 22대 국회 개원 이후 정책위 산하 6개 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선임해 분야별 비공개 실무 당정을 내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가 참여하는 민당정(민간·여당·정부) 간담회도 늘려 여론 수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이번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을 둘러싼 혼선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전임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선 이후 당이 여러 차례 어수선한 국면을 맞고 최근에는 선거도 치르면서 당정 협의 기능 자체가 약화된 것이 이번에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당정 간의 기계적인 설명과 협의가 아니라 중요 현안을 사전에 보고하고 논의하는 채널이 정상화 돼야한다”고 강조했다.●“회의 몇 번 늘린다고 국민 여론 반영되겠는가”여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이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 근로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발표에 따른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단순하게 당정 간 회의를 몇 번 늘린다고 국민 여론이나 반응을 정책에 기민하게 반영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책 수요자에 가까운 젊은 행정관이나 행정요원 등의 의견을 미리 듣는 절차 등을 강화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정부의 소통 확대를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은 정부가 사회 변화에 맞춰서 발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라며 “민간의 이야기를 자주 들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했던 거 같다”고 했다.한편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유해성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의심되는 해외 직접구매(직구) 상품에 대해 각 부처가 직접 물건을 구매해 안전성을 검사하는 방식이다. 수입 통관을 담당하는 관세청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인력을 동원해 직구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나서겠다는 것. 유해성 검사 결과는 이르면 올 6월 말부터 공개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중인 ‘소비자24’ 사이트에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도 판매 중지를 요청하기로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주요국 정상들이 인공지능(AI)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삼성과 네이버가 참석한다. 글로벌 AI 규범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한국 기업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21일과 22일 ‘AI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리시 수낵 총리와 공동으로 주재하는 ‘정상 세션’이 21일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주요 7개국(G7) 싱가포르 호주 등 9개국 정상(대리 참석 포함)과 유엔·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 수장 그리고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참석한다. 빅테크 기업에는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와 더불어 삼성과 네이버가 포함됐다. 지난해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첫 회의에는 구글,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메타, MS, 아마존웹서비스(AWS), 앤트로픽·미스트랄AI, 인플렉션AI 등 9개 빅테크 기업이 참석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AI 안전성에 대한 합의, 다시 말해 누구를, 어디까지 규제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각국 정부와 기업과의 합의는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올해 국내 기업이 포함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AI 안전성과 더불어 AI 국제기구 설립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가 더욱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자력 분야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AI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담당하는 국제기구 설립이 논의될 예정인데, 한국 기업의 의견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그동안 새로운 AI 규범 정립에 있어 혁신과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이런 윤 대통령의 제안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여 이번 AI 정상회의 의제로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 “정상 세션에서 안전하고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AI를 위한 합의문 채택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22일에는 19개국 이상의 장관급 인사들이 서울 홍릉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직접 만나 진행하는 ‘장관 세션’이 예정돼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의 미셸 도넬런 장관이 공동으로 의장을 맡는다. 참석자들은 AI 안전성 확립 역량 강화와 지속 가능한 AI 발전 촉진이라는 주제로 논의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 정상 세션에 중국 정상은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국제 정세를 의식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가운데, 이 대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증하는 당정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월 7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정부는 관련 회의를 20여 차례 열고도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10총선 참패 뒤 정부·여당은 “민생과 정책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정 소통 부재, 관료식 탁상행정 등이 맞물린 총체적 난맥상이 윤석열 정부 출범 3년 차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다고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전했다. 성 실장은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회의에서 “정책 발표 전 정책이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질책의 의미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 보고 자리에서 “정책 의도가 왜 제대로 전달이 안 됐느냐”며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들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뒤 ‘당정 사전 협의’ 질문에 “나는 처음 들었다”고 했다. 당정 협의가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책 혼란이 벌어진 뒤 뒤늦게 대통령실과 여당이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여당에선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 69시간 근로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강행에 따른 현장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구조적 원인인 수직적 당정 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즉흥적인 정책 추진부터 고쳐야한다”고 비판했다.주69시간-만5세 입학 혼란 겪고도… ‘당정 소통 부재’ 되풀이 [직구금지 철회 후폭풍]직구금지, 당정협의 없었다TF “소비자 반발 예상” 우려에도… 정부, 20차례 회의때 의견수렴 안해추경호 “협의 종이쪼가리 왔을수도”… ‘주1회 고위당정 정례화’ 흐지부지 “정부·여당이 집권 3년 차에도 당정 협의를 시스템화하겠다는 뒷북 지적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둘러싼 ‘오락가락 탁상행정’ 난맥상을 두고 20일 여당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당정 협의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여당 지도부가 뒤늦게 문제 제기 방식으로 수습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수직적 당정 관계 속 여당이 정부로부터 정책을 보고받고 정책 도입에 따른 파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정무적 기능이 상실됐다”는 말이 나온다.● “고질병처럼 반복되는 당정 소통 부재”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국민 민생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충분히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정 사전 협의’를 묻는 질문에 “당에 종이 쪼가리가 왔을 수 있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협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국민들이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고 반발하자 뒤늦게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당연히 당정 협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보고 대상인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이 교체 시기여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정책 수립 기간과 22대 총선 일정이 맞물리면서 당정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정책 도입 과정에서 “당정 소통 부재가 고질병처럼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뒤인 2022년 7월 정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을 내놨다가 “유아 발달을 고려 안 했다”는 역풍에 정책을 철회했다. 이후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의 근로 시간 개편안 등 설익은 정책 발표로 ‘69시간 근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여당도 주 2회 고위 당정 정례화를 대안으로 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정은 또 ‘주 1회 고위 당정 정례화’를 들고나왔지만 총선 국면이 다가오면서 없던 일이 됐다. 고위 당정협의회도 1월 14일 이후 4개월 가까이 열리지 않다가 총선 이후인 이달 12일에 재개됐다. ● 소비자 반발 우려에도 의견 수렴 과정 無 정부가 올해 3월 7일 출범한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 내부에선 직구 금지 정책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부 관계자는 TF에서 2017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 당시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의 반발이 거셌던 사례를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의류나 장신구 등에 KC 인증을 의무화한 ‘전안법 개정’이 예고되자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은 “KC 인증 비용 부담이 늘어 가격 인상 우려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TF가 출범 뒤 정책 발표까지 2개월 동안 20차례 회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 구상 단계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등을 상대로 여론 수렴 공청회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장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민심과 괴리된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6일 정책 발표 당시 뒤늦게 “법 개정 전에 공청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위해성이 큰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 “6월 중 반입 차단 시행” 등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반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구상한 정책 의도와는 별개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주요 정책 결정 및 발표 과정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의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정책을 내놨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가운데 이 대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증하는 당정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월 7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정부는 관련 회의를 20여 차례 열고도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10총선 참패 뒤 정부여당은 “민생과 정책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겠다”고 약속했지만 “당정 소통 부재, 관료식 탁상행정 등이 맞물린 총체적 난맥상이 윤석열 정부 출범 3년 차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이 전했다. 성 실장은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회의에서 “정책 발표 전 정책이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된다”며 “정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당정협의 등을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질책의 의미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 보고 자리에서 “정책 의도가 왜 제대로 전달이 안 됐느냐”며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들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회의 뒤 ‘당정 사전 협의’ 질문에 “나는 처음 들었다”고 했다. 당정 협의가 없었음을 인정한 것이다.하지만 정책 혼란이 벌어진 뒤 뒤늦게 대통령실과 여당이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여당에선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69시간 근로제’,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 설익은 정책 강행에 따른 현장 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구조적 원인인 수직적 당정관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아마추어 국정이 윤석열 정부의 특질”이라고 비판했다.주69시간-R&D예산 헛발질 겪고도… 협의없이 밀어붙이고 뒷수습“정부 여당이 집권 3년차에도 당정 협의를 시스템화하겠다는 뒷북 지적만 되풀이하고 있다.”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둘러싼 ‘오락가락 탁상행정’ 난맥상을 두고 20일 여당 관계자는이 같이 말했다. 정부가 당정 협의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여당 지도부가 뒤늦게 문제제기 방식으로 수습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수직적 당정관계 속 여당이 정부로부터 정책을 보고 받고 정책 도입에 따른 파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정무적 기능이 상실됐다”는 말이 나온다.● “고질병처럼 반복되는 당정 소통 부재”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국민 민생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충분히 협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정 사전 협의’를 묻는 질문에 “당에 종이 쪼가리가 왔을 수 있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협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에 익숙한 국민들이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고 반발하자 뒤늦게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이다.정부 소식통은 “당연히 당정협의를 거쳤어야 했는데 보고 대상인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이 교체 시기여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정책 수립 기간과 22대 총선 일정이 맞물리면서 당정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주요 정책 도입 과정에서 “당정 소통 부재가 고질병처럼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3개월 뒤인 2022년 7월 정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을 내놨다가 “유아 발달을 고려 안했다”는 역풍에 정책을 철회했다. 이후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철저히 당정 협의를 거친 정책들만 발표되도록 시스템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년 뒤인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의 근로 시간 개편안 등 설익은 정책 발표로 ‘69시간 근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여당도 주2회 고위 당정 정례화를 대안으로 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정은 또 ‘주 1회 고위 당정 정례화’를 들고 나왔지만 총선 국면이 다가오면서 없던 일이 됐다. 고위 당정협의회도 1월 14일 이후 4개월 가까이 열리지 않다가 총선 이후인 이달 12일에 재개됐다. ● 소비자 반발 우려에도 의견수렴 과정 無정부가 올해 3월 7일 출범한 해외직구 종합 대책 태스크포스(TF) 내부에선 직구 금지 정책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부 관계자들은 TF에서 2017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 당시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의 반발이 거셌던 사례를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의류나 장신구 등에 KC 인증을 의무화한 ‘전안법 개정’이 예고되자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은 “KC인증 비용 부담이 늘어 가격 인상 우려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정부 TF가 출범 뒤 정책 발표까지 2개월 동안 20차례 회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정책 구상 단계에서 소비자와 소상공인 등 상대로 여론 수렴 공청회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장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민심과 괴리된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정부는 16일 정책 발표 당시 뒤늦게 “법 개정 전에 공청회를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위해성이 큰 제품은 안전 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 금지”, “6월 중 반입 차단 시행” 등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반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부가 구상한 정책 의도와는 별개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주요 정책 결정 및 발표 과정에 대해서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정부가 유모차, 완구 등 80개 품목에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없는 해외 제품은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사흘 만인 19일 사실상 철회했다.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는 16일 발표를 놓고 ‘직구 원천 차단’ 논란이 불거지자 “안전성 조사 결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6월부터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 입안과 발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되레 소비자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위해성이 없는 제품에 대한 직구는 전혀 막을 이유가 없고 막을 수도 없다”며 “정부는 해외 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 차단하려고 계획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해성이 확인된 특정 제품에 한해 직구를 차단하려 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직구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한 KC 인증에 대해서도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며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소비자는 지금과 같이 유모차, 완구, 피규어 등을 직구로 살 수 있고, 정부가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을 추후 공개하면 해당 제품만 직구가 금지된다. 앞서 정부는 16일 어린이용(34개), 전기·생활용품(34개), 생활화학제품(12개) 등 80개 품목에 KC 인증이 없으면 직구를 금지한다고 보도자료에 명시해 “개인 해외 직구 상품에 KC 인증을 의무화해 사실상 직구를 차단했다”는 논란이 확산됐다.“직구 못하나” 탁상행정 논란 커지자, 정부 “발표에 오해 소지” [KC 미인증 직구 금지 사실상 철회]‘직구 금지’ 사흘만에 사실상 번복…소비자 “금지 품목 범위 모호” 비판“6조원 직구시장 민감성 모른채韓기업 보호하다 혼란 키워” 지적도 “국민 안전과 위해(危害) 차단을 강조하려다 보니 (16일 정부 발표) ‘워딩’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사과드리고 바로잡는다.”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19일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사실상 철회하며 몸을 낮췄다. 소비자와 정책 수요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해외 직구 문제를 놓고 정부가 중국발 이커머스에 대응하고 국내 산업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에 집중하다 되레 국민 혼선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 사흘 만에 철회…‘졸속 정책’ 지적에 혼란 가중 국무조정실은 이날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정부가 추진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에 대해서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 발표 이튿날인 17일 정부가 “해외 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규제”라는 논란이 더 커지자 일요일인 19일 추가 브리핑으로 진화에 나선 것. 여론의 반발이 거세고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계속되자 대통령실도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안전성 조사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직구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위해성이 없는 제품의 직구는 막을 이유도 막을 수도 없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위해성 조사를 집중적으로 해서 알려 드린다는 것이 정부의 확실한 입장”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16일 유모차·완구 등 어린이 제품(34개), 전기 온수매트 등 전기·생활용품(34개)에 대해 KC 인증이 없으면 해외 직구를 금지한다고 했다. 가습기 소독제 등 생활화학 제품 12개 품목은 신고·승인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직구도 금지한다고 했다. 이는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한 국내 반입 차단으로 해석돼 “개인의 해외 직구를 원천 차단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에게 프렌들리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규제를 위한) 체계적인 근거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또 “소비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있었다”며 “향후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관련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구 금지’ 정책 발표 사흘 동안 소비자들은 ‘혼란’ 16일 정부 발표 자료에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의 충격 완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 노력을 강화한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를 차단하고 국내 유통·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이번 정책이 되레 소비자 혼란만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으로부터 국내 유통·제조업체를 보호하는 명분에 집중하다 6조 원대에 이르는 직구 시장에 대한 민감성을 인식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 발표 뒤 사흘 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선 금지 품목의 범위를 두고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만화영화 캐릭터의 피규어를 사 모으는 게 취미인 ‘키덜트’(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 직장인 윤모 씨(34)는 “같은 피규어라도 성인용 제품은 직구할 수 있고 어린이용 제품은 직구할 수 없다고 하는데, 소비자로서 두 제품의 차이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초 정부가 추진한 ‘KC 미인증 직구 금지’는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직구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을 보호할 수 있었던 수단”이라며 “무작정 80개 품목을 규제한다고 발표하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KC마크안전·보건·환경·품질 등과 관련한 13개 부처 법정 강제 인증 마크를 하나로 통합한 국가통합인증마크(KC·Korea Certification)를 뜻한다. 다양한 인증 마크로 인한 소비자 혼란을 해소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친 제품들은 KC 인증을 받아야 국내에 유통될 수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여야가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일제히 참석하면서 정치권에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여야는 5·18 정신을 기리는 데는 이견이 없을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개헌 방식이나 범위를 두고는 입장 차를 보였다. 개헌 방법과 수위를 두고는 각 정당 생각이 다르고 폭발력도 큰 이슈라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야권은 일제히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압박하며 이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수록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 尹 “대한민국,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다”며 “1980년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나누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5·18 유가족들과 기념식장에 동반 입장한 윤 대통령은 헌화, 분향 및 묵념에도 함께했다. 기념식 마지막엔 참석자들과 함께 일어나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齊唱)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원하는 사람만 부르도록 하는 합창(合唱)으로 하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 때부터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부르는 제창으로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 자리에서 양옆의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손을 잡고 흔들면서 노래를 불렀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오른쪽 주먹을 쥐고 팔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기념식에 함께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기간 3년 연속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與野, 5·18 원포인트 개헌 두고 공방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야권은 맹폭을 퍼부었다. 이 대표는 기념식 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때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 한마디 말이 없었던 건 아쉽다”며 “개인이 돈 10만 원을 빌릴 때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는데 주권을 위임받는 대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사기죄보다 엄중한 범죄 행위”라고 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인 우원식 의원도 “5월 정신을 헌법에 또렷하게 새겨야 한다”고 했다. ‘5·18 폭정 종식’이라고 적힌 넥타이를 메고 참석한 조국 대표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실천에 옮기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의 ‘원포인트 개헌’ 요구에 국민의힘은 “(5·18 정신의) 모든 것을 녹여내는 개헌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 포괄적 개헌의 필요성에 힘을 실은 것.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헌법 전문 수록 언급이 없었던 점에 대해선 “여러 번 이야기했으니까 기념사에서 또 언급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다른 말을 더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19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이미 약속한 것”이라며 “확고한 의지에 변함없고, 올해 기념사에 언급되지 않은 것과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기념식이 끝날 무렵 윤 대통령에게 오월 정신을 헌법에 수록해 달라고 말하니 ‘잘 챙겨보겠다’는 답변을 들어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