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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에게 물어보니 학급 운영이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학생이 있다면서 ‘출근할 때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했어요.”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여교사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로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생전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의 동료 교사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이 학교에 근무했거나,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고인이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동료 교사 B 씨는 “A 씨가 학부모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 수십 통을 받았다고 했다. ‘교무실에도 이 번호는 알려준 적 없는데 소름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를 바꿔야겠다’고 했다”고 노조에 밝혔다. 이 교사에 따르면 최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가해자 또는 피해자 학부모가 ‘전화 폭탄’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 교사 C 씨는 “연필로 이마를 그은 사건과 관련해 한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A 씨에게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이 모인 맘카페에서도 “고인이 맡은 반에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A 씨가 다녔던 학교에 극성 학부모들이 많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수년 전 이 초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한 교사는 “민원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한 학부모로부터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변호사야’라는 말도 들은 적 있다”고 노조 측에 밝혔다. 몇 년 전 이곳에서 교육봉사를 했다는 한 현직 교사도 “아이들이 학원 버스에 제대로 탑승했는지 학부모들이 일일이 확인한다. 교사들이 운동장부터 교문까지 같이 가주지 않으면 ‘민원 폭탄’이 들어온다”고 동아일보에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처음 제정돼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교육부가 직접 손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건 처음이다.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동료 교사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담벼락은 전국 교사들이 보낸 화환 약 1500개로 둘러쌓였다. 2년차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교사 A 씨의 명복을 비는 이들은 담벼락 곳곳에 추모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 수천 개를 붙였다.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공식 분향소에도 조문객과 화환이 밀려들었다. 강남구 분향소에서 만난 김세원 씨(23)는 “올 9월 발령을 앞둔 예비 초등학교 교사인데 먼저 발령받은 동료들로부터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며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펑펑 울다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는 이틀 동안 1000명이 넘는 동료 교사들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 A 씨가 다녔던 초교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교사들은 이 학교가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으며 ‘신규 임용 교사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렸다고 증언했다. 동료 교사 D 씨는 “경력이 많지 않은 교사들이 일하기 매우 힘든 학교였다. 후배 교사가 울면서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다른 동료 교사 E 씨는 “A 씨의 학급에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어 고인이 매우 힘들어 했다”고 노조 측에 전했다. A 씨의 지인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아이들 하나만 생각하면서 살았다. 지난 주 (숨진 A 씨를) 만난 친구가 ‘평소처럼 밝았다’고 해서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황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A 씨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A 씨의) 일기장에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글과 함께 갑질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우울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의 지인들은 “집이 아니라 자신이 일하던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장과 교감을 포함한 해당 초교 교사 60여 명 전원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교육부는 경찰 조사와 별개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해당 교의 학부모 갑질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교사 87% “1년 내 이직·사직 고민” A 씨가 다녔던 초교 뿐 아니라 서초구 및 강남구 일대의 학교는 높은 학구열과 극성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전·출입 현황을 보면 지난해 서초·강남구에서 다른 자치구로 옮긴 교사는 346명인 반면 반대의 경우는 298명으로 전출 간 교사보다 전입 온 교사가 48명 적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올 3월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한해 ‘5년 이상 근무(1개 학교 이상 근무) 후 전출’ 규정을 ‘10년 이상(2개 학교 이상 근무)’으로 변경하는 행정예고까지 했다. 교사 단체는 A 씨의 사망이 학생 인권을 강조하다 교권 침해가 발생해 생긴 일이란 입장이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도 “학생 인권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비통한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올 5월 발표한 ‘교육현장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26.6%였다. 또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였다. 이중에서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5%에 달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여교사 A 씨(23)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교사가 생전에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오며 ‘교권 침해’(교육활동 침해) 의혹이 제기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교권 침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의 다른 초교에서 6학년 남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교사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교육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부모 악성 민원 탓”… 학교는 의혹 반박20일 해당 초교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담임교사였던 A 씨는 이틀 전(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정확한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A 씨의 일기장에는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해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사였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동료 교사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지난주에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고 피해 학부모가 교무실에 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항의했다”는 성명을 냈다. 또 “A 교사가 ‘학부모가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해 수십 통 전화해 소름 끼친다. 학부모들 민원으로 힘들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강남 지역 맘카페에서도 ‘해당 교사가 맡은 반에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있었다’는 글이 잇따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침해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A 씨의 유족은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원인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며 “새내기 교사에게 초1 담임을 줬다는 것 자체가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당 초교 교장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학급에서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고, 1학년 담임도 본인이 희망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3선 국회의원을 부모로 둔 학부모에게 시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교장은 “거론되는 정치인의 가족은 해당 학급에 없다”고 밝혔다. 해당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가 없다”고 해명했다.● 교문에 추모 화환, 국화꽃… 애도 이어져사건이 발생한 초교 교문 앞에는 20일 교사, 학부모, 시민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에서 보내온 추모 화환 수백 개가 놓였고 벽에는 추모 메시지가 붙었다. 교사 유모 씨(31)는 “언제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 같아 안타까웠다”며 울먹였다. 다른 초교 교사 조모 씨(29)는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지켜주는 제도가 없어 힘들어하는 교사가 많다”고 전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오후 해당 학교를 찾았다가 교사들 항의를 받았다. 장 차관은 “학생 인권만 너무 강조하다 보니 교사들이 위축된다. 교권을 보호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의 지시에 따라 21∼23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A 씨의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일부 학부모는 추모 분위기를 불편해했다. 온라인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한 초교 교사가 카카오톡 프로필을 추모 사진으로 바꿨더니 학부모가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 교사들, 민원 스트레스로 정신과 찾기도경찰은 A 씨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정황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권 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초6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의 남편에 따르면,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교사에게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선생님이 차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의 한 초교에서도 특수학급을 맡은 교사가 여학생에게 머리카락을 뜯기고 의자에서 넘어졌다. 이 교사는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학생이 선생님을 싫어해서 한 행동”이라며 교사를 탓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520건 중 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46%(241건)로 가장 많았다. 한 초교 교사는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아무 잘못도 없는 애를 미워한다”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 교사 보호 장치 없어… “공교육 붕괴”교육계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권 침해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으로 처분 종류가 규정돼 있지만 학부모는 관련 내용이 없다. 결국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도 사과를 권고하는 선에서 그치는 일이 많다. 교장이나 교감이 피해 교사 편에 서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 따라 교권 침해 발생 시 교장은 피해 교사에게 특별휴가나 병가를 허용하고,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가 ‘학교가 문제를 은폐한다’며 교육청이나 국민신문고에까지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많아 학교장도 쉽사리 교사를 돕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양천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학부모 민원에 의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교사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은 알지만 무조건 교사 탓을 하는 부모들 때문에 학생지도에 몸을 사리게 된다. 결국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지적한다. 한 교사는 “수업 중에 돌아다니는 학생에게 ‘자리에 앉아’란 말 외엔 할 수가 없다. 잘못했다가는 신고당한다”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일대가 상습 침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청주시)가 지정하는 ‘침수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오송읍 일대는 19일 현재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았다. 각 지자체장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침수위험지역으로 정해 배수시설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오송읍 일대는 2017, 2020년 미호강이 범람했던 상습 침수 지역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침수위험지역을 검토하는 풍수해종합계획에 이곳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오송읍 일대의 침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홍수지도에는 침수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돼 있었다. 또 환경부는 2013∼2015년 청주시와 간담회를 2번 갖고 공문을 보내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지역이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중앙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면 재난 대비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침수위험지역 미지정이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반발하는 걸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일대가 상습 침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청주시)가 지정하는 ‘침수위험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오송읍 일대는 19일 현재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각 지자체장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침수위험지역으로 정해 배수 시설 확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사고가 난 오송읍 일대는 2017년 7월, 2020년 7월 미호강이 범람해 건물과 차량 등이 침수된 상습 침수 지역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침수위험지역을 검토하는 풍수해종합계획에도 이곳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하천 범람 가능성 등을 보고 풍수해종합계획을 짜는데 (청주시가) 오송읍 일대는 침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만든 홍수지도에는 침수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돼 있었다. 미호강이 범람할 경우 궁평2지하차도는 물론 오송역 주변 아파트 단지 인근까지 침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2013~2015년 청주시와 2번 간담회를 갖고 공문을 보내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지역이 사전에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행안부 규정상 위험지역의 경우 배수펌프 용량을 늘리거나 교통차단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지원금을 받는다”며 “지원금으로 재난 대비 시설을 사전에 갖췄다면 무방비 상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의 침수위험지역 미지정이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함은구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학과장은 “정부에서 침수가 예상되는 곳이라고 공시하면 인근 땅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민 반발이 심해 지자체에선 침수위험지역 선정을 꺼려한다”고 했다.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6대가 15분 사이에 90대 여성을 연달아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벌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운전자들은 “주차장 내부가 어두워 사고 사실을 인지조차 못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 57분경 광진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A 씨(97·여성)가 주차장 진입로를 걸어 내려오다 차량에 치였다. 50대 운전자가 몰던 이 차량은 주차장에서 좌회전을 해 지상으로 나오려다 A 씨를 치었고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이어 지상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던 차량 5대가 연달아 A 씨를 치고 지나갔다. 신고는 첫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5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사고 당일 오후 4시 12분경 마지막 6번째 차량 운전자가 뭔가 밟은 것 같아 확인해 A 씨가 쓰러져 있는 걸 보고 119에 신고한 것. 경찰은 1차 조사에서 최초로 A 씨를 치고 간 운전자를 비롯해 6명 모두 “사람을 친 사실조차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아파트 주민으로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며 “인근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를 입수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차량 6대 모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대형 승용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최초로 A 씨를 치고 간 운전자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나머지 5명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협의로 입건해 조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겁니다.” 15일 오전 충북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 씨(45·사진)는 세종시 자택에서 증평군청에 출근하기 위해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거센 비를 볼 때만 해도 불안했는데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날 때 갑자기 흙탕물이 밀려들며 물살에 휩쓸렸다. 차에서 빠져나온 정 씨는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차량 지붕으로 기어 올라갔다. 이후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를 듣고 떠내려가던 중년 여성을 잡아 끌어올렸다. 물이 더 차오르자 정 씨와 중년 여성은 헤엄쳐 대피를 시도했다. 힘이 다해 가라앉을 뻔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화물차 기사 유병조 씨(44)가 정 씨를 난간 쪽으로 끌어올렸다. 난간을 끌어안고 버티던 정 씨는 다른 여성 2명이 떠내려가는 걸 보고 난간 쪽으로 잡아 올렸다. 불과 3, 4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난간을 잡고 버티다가 구조될 수 있었다.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정 씨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모두가 서로 토닥이며 챙겨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더 많이 살아 나왔어야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참사 희생자 8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박모 씨(76)의 발인을 30분 앞두고 장례식장이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자녀는 “엄마가 가는 거 못 보겠다”며 주저앉았다. 운구차에 박 씨의 관이 실리자 박 씨의 남편은 붉어진 눈시울로 하염없이 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바라봤다. 서원구의 다른 장례식장에선 취업 후 친구들과 함께 전남 여수로 여행을 가려다가 참변을 당한 안모 씨(24)와, 가족들과 생일 모임을 앞두고 있던 조모 씨(32)의 영결식도 열렸다.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을 상대로 원인 규명 요청 등 합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뒤 유족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장례식장에선 취업 후 친구들과 함께 졸업 여행을 가려다 숨진 안모 씨(24)의 발인이 진행됐다. 안 씨는 친구와 함께 여수 여행을 하기 위해 오송역으로 가던 중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참변을 당했다.안 씨는 마지막 순간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버스 안까지 물이 들어찬 사진을 보내며 ‘살려줘 제발’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유가족들의 슬픔을 더했다. 안 씨의 외삼촌은 “취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애통해했다.이날 서원구의 다른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박모 씨(76)의 발인을 30분 앞두고 장례식장이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자녀는 “엄마가 가는 걸 못 보겠다”며 주저앉았다.운구가 시작되자 유족과 지인 20여 명은 고개를 숙인 채 영정사진을 따라갔다. 운구차에 박 씨의 관이 실리자 박 씨의 남편은 붉어진 눈시울로 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바라봤다.이날 참사 희생자 14명 중 8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을 상대로 원인 규명 요청 등 합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둘째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35년 만에 처음 가족 여행 가는 날이었는데….”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58)의 부인 박모 씨(60)는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된 남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고) 당일 낮 12시에 퇴근 후 여행을 가기 위해 전날 여행지에서 남편이 신을 가죽 신발도 사고, 먹을 음식도 구입했다”며 “떠나지 못한 가족 여행이 남편과의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됐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새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선 이 씨를 비롯해 침수 사고로 숨진 피해자 시신 5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침수된 747번 시내버스를 운전했던 이 씨는 퇴근 후 둘째 아들 사돈댁과 다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인은 “남편은 9년간 버스 운전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휴가를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면서 “그랬던 남편이 올 10월에 둘째 아들이 결혼하니까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던 것”이라며 침통해했다. 사고 당일 이 씨는 평소처럼 관절통이 심한 부인을 위해 10분간 안마해주고 출근길에 올랐다고 한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 오전 지하차도 침수 소식을 접한 뒤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부인 박 씨는 “애들 아빠가 평소 다니는 노선을 나도 잘 아는데 저 길이 아니니까 설마 (사고 지하차도에)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 이 씨 가족들은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부인 박 씨는 “전해 듣기론 남편이 마지막까지 승객들에게 ‘빨리 탈출하라’고 외쳤다고 한다”며 “사고 당일 원래 다니던 도로가 통제됐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우회한 것 같다”면서 울먹였다. 이날 이 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들은 “이 씨는 오전 6시 첫차 운행을 맡으면 두세 시간 일찍 나와 동료들이 마실 커피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A 씨는 “모든 동료와 원만하게 잘 지냈고, 봉사 활동도 활발히 해 주위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청주시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관광하러 가는 봉사활동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 정리 봉사활동 등에도 앞장서 표창장도 여럿 받았다고 한다.물 빠진 지하차도 온통 진흙탕… 시신 14구 수습 분당 8t씩 배수… 모습 드러내구겨진 철판 등 참혹한 현장 생생 14명이 숨지며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참사로 기록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이 17일 새벽 언론에 공개됐다. 공개된 지하차도 입구는 강물과 함께 쓸려온 모래 등이 쌓이며 온통 진흙탕이었다. 발을 옮길 때마다 장화 발목까지 잠기는 데다 미끌거려 제대로 걷기 힘든 수준이었다. 어두운 지하차도에는 소방차와 작업 차량의 불빛만 번쩍거렸다. 지하차도를 가득 채웠던 6만 t의 강물은 80%가량 배수됐다고 했다. 외부에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등을 설치하고 만 하루 넘게 분당 8t의 물을 배수한 덕분이었다. 취재진이 들어가는 와중에도 배수 호스는 꿈틀거리며 끊임없이 흙탕물을 외부로 날랐다. 하지만 지하차도를 100m가량 걸어 들어가니 지하차도 중심부에는 여전히 흙탕물이 가득했다. 해양경찰청 대원들이 들어가니 목까지 찰랑거릴 정도였다. 차량은 보이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구겨진 철판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등은 “흙탕물이 시야와 이동을 막아 구조 작업에 애를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진이 지하차도를 나온 후 한나절이 더 지난 오후 3시경 소방 관계자는 “드디어 가장 높은 곳 수심이 무릎에 닿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배수도 사실상 끝났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시신 14구를 수습한 소방 당국은 신원 확인이 완료된만큼 지하차도 수색을 종료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지하차도 폐쇄회로(CC)TV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실종자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터널 내부에 있던 차량 17대도 이날 오후 모두 견인됐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둘째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35년 만에 처음 가족 여행 가는 날이었는데….”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내버스 운전기사 이모 씨(58)의 부인 박모 씨(60)는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싸늘한 주검이 된 남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고) 당일 낮 12시에 퇴근 후 여행을 가기 위해 전날 여행지에서 남편이 신을 가죽 신발도 사고, 먹을 음식도 구입했다”며 “떠나지도 못한 가족 여행이 남편과의 마지막 가족 여행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이날 새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선 이 씨를 비롯해 침수 사고로 숨진 시신 4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침수된 747번 시내버스를 운전했던 이모 씨는 퇴근 후 둘째 아들 사돈댁과 다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부인은 “남편은 9년간 버스 운전을 하면서 단 한 번도 휴가를 쓴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며 “그랬던 남편이 올 10월에 둘째 아들이 결혼하니까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던 것”이라며 침통해 했다.사고 당일 이 씨는 평소처럼 관절통이 심한 부인을 위해 10분간 안마해주고 출근길에 올랐다고 한다. 가족들은 사고 당일 오전 지하차도 침수 소식을 접한 뒤 이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부인 박 씨는 “애들 아빠가 평소 다니는 노선을 나도 잘 아는데 저 길이 아니니까 설마 (사고 지하차도에)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다”고 했다.이 씨 가족들은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다. 부인 박 씨는 “전해 듣기론 남편이 마지막까지 승객들한테 ‘빨리 탈출하라’고 외쳤다고 한다”며 “사고 당일 원래 다니던 도로가 통제됐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우회한 것 같다”며 울먹였다.이날 이 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직장 동료들은 “이 씨는 새벽 6시 첫 차 운행을 맡으면 두세 시간 일찍 나와 동료들이 마실 커피를 준비하던 사람이었다”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 A 씨는 “모든 동료와 원만하게 잘 지냈고, 봉사 활동도 활발히 해 주위의 존경을 받던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소 청주시에서 어르신을 모시고 관광하러 가는 봉사활동과 어린어보호구역(스쿨존) 교통 정리 봉사활동 등에도 앞장서 표창장도 여럿 받았다고 한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충남과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극한 호우’가 내리면서 4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선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버스 승객 등 1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송지하차도에 고립된 차량이 더 있어 역대 최악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0명, 실종자는 9명에 달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으로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후 12년 만에 최대 피해다. 특히 오송지하차도는 15일 오전 8시 30분경 집중호우로 불어난 미호강 물이 제방을 무너뜨리고 지하차도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오전 8시 45분 신고 접수 후 단 2분 만에 물이 터널 구간 길이 436m인 지하차도를 가득 채우며 버스 1대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차량 15대가 고립됐다.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경고하는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금강홍수통제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청주시 흥덕구청과 경찰에 주민 및 교통 통제 등을 요청했지만 침수 직전까지 오송지하차도 진입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산림이 밀집한 경북에선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진 곳에서 토사가 밀려 내려오는 산사태 피해가 집중되면서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곳곳에서 댐이 넘쳐 흐르는 월류, 하천 범람, 주택 침수 등이 이어지면서 8852명이 대피했고, 5541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폴란드 등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화상 집중호우 점검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기상청, 산림청 등 유관기관은 위험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파해 달라”고 주문했다.지하차도 2회 통제요청에도 지자체-경찰 방치… 강변엔 모래제방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변 침수 4시간 30분전 홍수경보 발령완전 침수때까지 차량 진입 안막아… 충북道 “통제시간 확보할 수 없었다”목격자 “모래 제방서 강 범람 시작”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의 범람 가능성을 통보받고도 지하차도의 통행을 통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송 지하차도 인근에 교각(미호천교)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기록적 폭우 속에서 미호강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참사 역시 전형적인 ‘인재(人災)’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수경보에도 교통 통제 없어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발생 4시간 30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상향 발령했다. 또 2시간여 뒤인 오전 6시 30분경에는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가 흥덕구에 전화해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흥덕구청에 지자체 관련 매뉴얼에 따라 주민 통제 조치를 내려 달라고 했다”며 “환경부에도 같은 내용을 알렸다”고 했다. 흥덕구는 청주시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고 오전 8시 45분 침수 신고가 접수된 지 2분 만에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될 때까지 교통 통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홍수 위기 상황은 상위 기관인 충북도 등에도 전파된 걸로 안다. 도에서 하위 기관인 시나 구에 통제를 지시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자연재난재해 매뉴얼에는 ‘침수 및 범람 지역의 주민 대피와 통행 제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cm 정도 차올라야 교통 통제를 하는데 제방이 무너지기 전까진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특보가 내려진다고 무조건 도로를 통제하진 않는다. 도로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결정하는데 단시간에 물이 차면서 차량 통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행복청 관계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 감리회사 단장이 오전 7시 56분경 경찰에 ‘궁평 지하차도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량을 통제해 달라’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조치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나갔지만 인근 다른 도로에서 통제를 했다”고 말했다.● 임시제방 관리도 ‘부실’ 의혹 지하차도와 불과 400∼500m가량 떨어진 미호강 제방도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근에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행복청이 진행하면서 미호강변에 임시제방을 쌓은 상태였다. 미호강 범람 당시 상황을 목격한 장모 씨(68)는 “모래로 제방을 쌓고 방수포로 덮은 곳에서 물이 넘치더니 제방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행복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수경보가 발령되며 미호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자 작업자 6명과 굴착기 1대를 투입해 오전 6시 반부터 임시제방 보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전 8시 10분경 미호강이 제방을 넘어서면서 작업을 중단하고 경찰 측에 통보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홍수를 대비해 미호강의 과거 100년 최고 홍수 수위보다 1m 높게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렸다”고 했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침수 시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시설은 올 9월에야 설치될 예정이었고,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하차도 안에 설치된 4개의 배수펌프가 침수 전까지 작동되다 물이 밀려드는 순간 전기가 끊겨 작동을 멈췄다”고 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바르샤바=장관석 기자 jks@donga.com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목요일(13일)이 아들 생일이라 오늘 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에 마련된 30대 남성 조모 씨의 빈소를 지키던 그의 부모는 “연락이 안 되기에 늦잠 자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흐느꼈다. 청주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 씨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벌어진 15일 출근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참변을 당했다. 조 씨 부모는 “사고 전날 주말에 맛있는 거라도 먹자며 통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통곡 끊이지 않는 빈소 16일 청주 곳곳에 마련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빈소에는 유가족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하나병원에 차려진 안모 씨(24)의 빈소에는 외삼촌 이모 씨(49)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조카가 대학 졸업 전에 보건 분야에 취업했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사고를 당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 씨는 전날 친구와 전남 여수로 졸업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폭우 때문에 버스가 원래 다니는 길 대신 오송 지하차도로 경로를 바꿔 친구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사람 돕는 걸 좋아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먼저 오송역에 가 있던 친구들에게 통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전한 게 마지막이었다. 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결혼 2개월차 새신랑인 김모 씨(30)는 임용시험을 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을 해 지하차도에 들어섰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 때문에 차량이 지하차도에서 침수됐다. 처남은 간신히 헤엄쳐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끝내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의 빈소엔 그가 가르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은 조문 중 단체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씨의 이모부 유모 씨(54)는 “착한 성격에 좋은 선생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주성모병원에 빈소가 차려진 김모 씨(70)의 남편 유모 씨(75)는 “아내는 매주 토요일마다 하나뿐인 여섯 살 손자를 돌보러 서울로 갔다”며 “15일도 손주를 돌보러 가다가 그런 일을 당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연락 안 돼” 실종자 가족들 전전긍긍이날 오후 하나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은 병원으로 구급차가 올 때마다 달려가 얼굴을 확인했다. A 씨는 “조카가 전날 KTX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며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닌지 구급차가 올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했다. 큰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는 김모 씨(75)는 “오창읍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는 아들이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사고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졌는데 왜 하천 근처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박모 씨는 “지난해 경북 포항 주차장 사고처럼 지하 시설 사망 사고는 매년 반복되는데 개선이 안 되다 보니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목요일(13일)이 아들 생일이라 오늘 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30대 남성 조모 씨의 빈소를 지키던 그의 부모는 “연락이 안 되기에 늦잠 자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흐느꼈다. 청주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 씨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벌어진 15일 출근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참변을 당했다. 조 씨 부모는 “사고 전날 주말에 맛있는 거라도 먹자고 통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통곡 끊이지 않는 장례식장 16일 청주 곳곳에 마련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장례식장에는 유가족들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이날 하나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안모 씨(24)의 빈소에는 외삼촌 이모 씨(49)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조카가 대학교 졸업 전에 보건 분야에 취업했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사고를 당했다니 믿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 씨는 전날 친구와 전남 여수시로 졸업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폭우 때문에 버스가 원래 다니는 길 대신 오송지하차도로 경로를 바꿔 친구와 함께 사고를 당했다. 이 씨는 “어릴 때부터 사람 돕는 걸 좋아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먼저 오송역에 가 있던 친구들에게 통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전한 게 마지막이었다.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30)는 임용고시를 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하다가 지하차도에 들어섰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 때문에 차량이 지하차도에서 침수됐다. 처남은 간신히 헤엄쳐 물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끝내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의 장례식장엔 그가 가르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조문 중 단체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씨의 이모부 유모 씨(60)는 “착한 성격에 좋은 선생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흐렸다. ● “연락 안 돼” 실종자 가족들 전전긍긍 이날 오후 하나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은 병원으로 구급차가 올 때마다 달려가 얼굴을 확인했다. A 씨는 “조카가 전날 KTX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며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닌지 구급차가 올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했다. 큰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는 김모 씨(75)는 “오창읍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는 아들이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면서 “엄마에게 매일같이 연락하는 효자였는데, 사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폭우에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사고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졌는데 왜 하천 근처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박모 씨는 “장모님 마지막 위치가 오송지하차도로 표시되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안 된다”며 “지난해 포항 주차장 사고처럼 지하 시설 사망 사고는 매년 반복되는데 개선이 안 되다 보니 피해자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한국전력에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라고 하고, 관리사무소는 들은 게 없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법적으로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 12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 씨(27)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한전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책임을 미루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KBS 수신료 위탁 징수를 맡은 한전은 전기요금과 별개로 KBS 수신료 전용 청구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전기요금을 내는 경우 이날부터 고객센터(123)에 전화하면 전기요금만 자동이체하고 TV 수신료 계좌는 별도로 안내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다. 한전은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등을 통합 징수해 온 만큼 관리사무소가 별도 수납 시스템을 갖춰야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북구 아파트의 한 관리사무소는 “(분리 징수 내용을) 뉴스로만 들었고 한전 측에서 따로 공지나 공문을 받은 게 없다”며 “공문이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는데 주민들 전화는 계속 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관리사무소 역시 “아직 관련 공문이나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주민들에게 현재로서는 따로 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에도 TV 수신료 분리 납부 방법에 대한 문의가 오전부터 빗발쳤다. 한전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약 7만 건의 고객 문의가 접수됐는데 이는 평소 대비 15%가량 늘어난 것”이라며 “이 중 70%가량인 약 5만 건이 분리 납부 관련 문의였다”고 밝혔다. 문의가 늘면서 전화 연결도 잘 안 됐다. 강북구 주민 조모 씨(27)는 “한전에 전화 연결이 안 돼 오전부터 몇 번이나 시도했다”며 “오후에 7분 이상 기다린 끝에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전 측은 “12일 오전 전국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수납계좌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안내했다”며 “일부 관리사무소와 소통이 잘 안 이뤄진 것 같은데 전국 한전 사업소에서 관리사무소 2만8000곳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분리 징수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분리 징수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기까지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한국전력에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라고 하고, 관리사무소는 들은 게 없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법적으로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 12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 씨(27)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한전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책임을 미루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KBS 수신료 위탁 징수를 맡은 한전은 전기요금과 별개로 KBS 수신료 전용 청구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전기요금을 내는 경우 이날부터 고객센터(123)에 전화하면 전기요금만 자동이체하고 TV 수신료 계좌는 별도로 안내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다. 한전은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등을 통합 징수해 온 만큼 관리사무소가 별도 수납 시스템을 갖춰야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북구 아파트의 한 관리사무소는 “(분리 징수 내용을) 뉴스로만 들었고 한전 측에서 따로 공지나 공문을 받은 게 없다”며 “공문이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는데 주민들 전화는 계속 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관리사무소 역시 “아직 관련 공문이나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주민들에게 현재로서는 따로 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에도 TV 수신료 분리 납부 방법에 대한 문의가 오전부터 빗발쳤다. 한전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약 7만 건의 고객문의가 접수됐는데 이는 평소대비 15% 가량 늘어난 것”이라며 “이 중 70% 가량인 약 5만 건 가량이 분리 납부 관련 문의였다”고 밝혔다. 문의가 늘면서 전화 연결도 잘 안 됐다. 강북구 주민 조모 씨(27)는 “한전에 전화 연결이 안 돼 오전부터 몇 번이나 시도했다”며 “오후에 7분 이상 기다린 끝에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전 측은 “12일 오전 전국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수납계좌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안내했다”며 “일부 관리사무소와 소통이 잘 안 이뤄진 것 같은데 전국 한전 사업소에서 관리사무소 2만8000곳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분리 징수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분리 징수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기까지 3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적금을 해지해 엔화를 200만 원어치 샀어요. 1년 뒤에는 적금 이자보다 엔화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어서요.” 올해 취업한 권유진 씨(23)는 10일 오전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원-엔 환율부터 확인한다고 했다. 권 씨는 “1년 넘게 들었던 적금을 깨 엔화를 산 후 시중은행 엔화 통장에 넣어놨다”며 “처음엔 일본 여행 경비로 쓰려고 했는데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걸 보고 투자 목적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갈 때마다 50만 원어치씩 엔화를 구매했다고 한다. 8년 만에 엔화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사이에선 엔화를 구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외환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엔테크에 몰리는 2030세대 엔화 환율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청년들 사이에선 “초저금리 시대에 예·적금보다 엔화 투자가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4)는 아르바이트 주급을 매주 저금하는 대신에 받을 때마다 엔화로 환전하고 있다. 이 씨는 “일주일에 20만 원어치씩 두 달 동안 엔화를 사 모았다”며 “지금까지 160여만 원을 투자했는데 적금 이자를 연 4, 5% 받느니 1년 정도 묵혀 두고 원-엔 환율이 1000원대로 올라가면 파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대학생 한모 씨(23)도 최근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저금해 뒀던 1000만 원으로 엔화를 샀다. 한 씨는 “절반은 여행 경비로, 나머지 절반은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구매했다”며 “앞으로 400만∼500만 원을 추가로 엔화 사는 데 쓰려 한다”고 했다. 직장인에 더해 대학생들까지 이른바 엔테크에 나서면서 수수료를 줄이는 비결도 공유되고 있다. 한 씨는 “블로그 등을 참고해 수수료가 없는 앱을 찾아 엔화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외환 투자 변동성 커” 엔화에 몰리는 투자금 때문에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급등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8601억2038만 엔(약 7조88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말(6795억8340만 엔·약 6조2304억 원)에 비해 26.5%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환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율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전반적인 추세가 있는데 환율은 주식보다 훨씬 변동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이 제한적인 청년들이 환율 차익을 얻기 위해 자산의 상당수를 투입해 엔화 투자를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투자는 일반적으로 기대수익이 크지 않아 노련한 투자자들은 엔화에 ‘몰빵’하는 대신에 관련 주식이나 국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고 했다. 안지은 하나은행 PB부장도 “엔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우려되면 예금 외에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적금을 해지해 엔화를 200만 원어치 샀어요. 1년 뒤에는 적금 이자보다 엔화 수익률이 더 높지 않을까 싶어서요.” 올해 취업한 권유진 씨(23)는 10일 오전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원-엔 환율부터 확인한다고 했다. 권 씨는 “1년 넘게 들었던 적금을 깨 엔화를 산 후 시중은행 엔화 통장에 넣어놨다”며 “처음엔 일본 여행 경비로 쓰려고 했는데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걸 보고 투자 목적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원-엔 환율이 900원 초반대로 내려갈 때마다 50만 원어치씩 엔화를 구매했다고 한다. 8년 만에 엔화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사이에선 엔화를 구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외환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엔테크에 몰리는 2030세대 엔화 환율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청년들 사이에선 “초저금리 시대에 예·적금보다 엔화 투자가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4)는 아르바이트 주급을 매주 저금하는 대신 받을 때마다 엔화로 환전하고 있다. 이 씨는 “일주일에 20만 원어치씩 두 달 동안 엔화를 사 모았다”며 “지금까지 160여만 원을 투자했는데 적금 이자를 연 4, 5% 받느니 1년 정도 묵혀두고 원-엔 환율이 1000원대로 올라가면 파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대학생 한모 씨(23)도 최근 원-엔 환율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저금해 뒀던 1000만 원으로 엔화를 샀다. 한 씨는 “절반은 여행 경비로, 나머지 절반은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구매했다”며 “언제 다시 반등할지 몰라 모아둔 과외비 400만~500만 원까지 추가로 엔화 사는 데 쓰려 한다”고 했다. 직장인에 더해 대학생들까지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나서면서 수수료를 줄이는 비결도 공유되고 있다. 한 씨는 “블로그 등을 참고해 수수료가 없는 앱을 찾아 엔화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 전문가 “외환 투자 변동성 커”엔화에 몰리는 투자금 때문에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급등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8601억2038만 엔(약 7조8856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말(6795억8340만 엔·약 6조2304억 원)에 비해 26.5% 늘어난 것이다.다만 전문가들은 외환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는 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율은 전문가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식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전반적인 추세가 있는데 환율은 주식보다 훨씬 변동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이 제한적인 청년들이 환율 차익을 얻기 위해 자산의 상당수를 투입해 엔화 투자를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투자는 일반적으로 기대수익이 크지 않아 노련한 투자자들은 엔화에 몰빵하는 대신 관련 주식이나 국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고 했다. 안지은 하나은행 PB부장도 “엔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우려되면 예금 외에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다”고 조언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고속도로를 10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백지화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7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A 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백지화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 넘게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이 정치권 공방 때문에 한순간에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008년부터 추진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이 최근 가시화되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이날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정부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에 포함됐었던 병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신모 씨(63)는 “주말에 차가 하도 막히니 예약한 손님들도 못 오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팔당댐에 선착장이라도 만들자고 주민들끼리 얘기할 정도”라며 “우리의 숙원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노모 씨(71)도 “지금은 서울 잠실까지 20㎞ 거리가 1시간 넘게 걸리는데, 고속도로가 들어왔으면 25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며 “장관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백지화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주민 이모 씨(70)는 “우리 마을에 70∼80년 산 어르신들도 이 일대 땅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권 사람들이 국민의 편익 시설을 갈취하고 훼방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평군과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양평군은 이날 오전 전진선 군수와 12개 읍면 이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장협의회장들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백지화 반대 10만 명 서명 운동과 국민청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평군의회도 이날 임시회를 열고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적 의원 7명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5명만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은 불참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상경 투쟁’을 주장하고 있어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 이모 씨(65)는 “강상면 주민들은 주말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그냥 죽어야 한다. 읍내 병원까지 가는 데 1시간은 족히 걸린다”며 “서울에 가서 규탄 시위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전 군수는 “가짜뉴스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하고 국토교통부는 사업 전면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스럽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을 장관의 감정적인 말 한마디로 바꾸는 것 자체가 ‘국정 난맥상’”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양평=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고속도로를 10년 넘게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백지화라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7일 오후 경기 양평군 강상면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A 씨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백지화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 넘게 기다려온 지역 숙원사업이 정치권 공방 때문에 한순간에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2008년부터 추진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이 최근 가시화되면서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이날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국토부의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에 포함됐었던 병산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신모씨(63)는 “주말에 차가 하도 막히니 예약한 손님들도 못 오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팔당댐에 선박장이라도 만들자고 주민들끼리 얘기할 정도”라며 “우리의 숙원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복덕방을 운영하는 노모 씨(71)도 “지금은 잠실까지 20㎞ 거리가 1시간 넘게 걸리는데, 고속도로가 들어왔으면 25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라며 “장관 말 한마디로 하루 아침에 백지화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주민 이모 씨(70)는 “우리 마을에 70~80년 산 어르신들도 이 일대 땅이 김 여사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권 사람들이 국민의 편익 시설을 갈취하고 훼방을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양평군과 주민들은 조직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양평군은 이날 오전 오전 전진선 군수와 12개 읍면 이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장협의회장들은 범군민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백지화 반대 10만 명 서명 운동과 국민청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평군의회도 이날 임시회를 열고 백지화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적 의원 7명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5명만 참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은 불참했다.특히 일부 주민들은 ‘상경 투쟁’을 주장하고 있어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민 이모 씨(65)는 “강상면 주민들은 주말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그냥 죽어야 한다. 읍내 병원까지 가는데 1시간은 족히 걸린다”며 “서울에 가서 규탄시위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전 군수는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가짜뉴스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하고 국토부는 사업 전면 중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나 안타깝고 한심스럽다”며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을 장관의 감정적인 말 한마디로 바꾸는 것 자체가 ‘국정 난맥상’”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양평=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핵종인 세슘이 10년간 국내 해안의 세슘 농도를 1%가량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추산했을 때 일본이 방출할 오염수 내 삼중수소 역시 낮은 수준으로 유입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5일 한국해양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해류 및 수온 등의 변화에 따른 세슘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다. 5분 간격으로 수집한 해양 환경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0년 ㎥당 0.01Bq(베크렐) 수준의 세슘이 국내 해안에 유입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내 해안의 평균 세슘 농도는 약 1Bq로 10년간 세슘 농도가 1%가량 높아진 셈이다. 바다의 아래 수심대를 의미하는 아표층에서는 방출 시점으로부터 9년 후 0.01Bq 수준의 세슘이 유입됐다는 결과치가 도출됐다. 조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역시 비슷한 경로와 시기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뒤 0.001Bq 수준의 삼중수소가 우리 해역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옥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책임연구원 역시 삼중수소 확산 시뮬레이션 결과 조 교수와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책임연구원은 “2년 후 0.0001Bq의 삼중수소가 국내 해역에 일시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이나, 4∼5년 후부터 10년 후까지 0.001Bq로 수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0.001Bq은 국내 해역 삼중수소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사람이 100억 년을 매일 먹어야 1년간 방사선 허용량에 도달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방사성 물질이 우리 해역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북태평양 환류 때문이다. 북태평양 환류는 북태평양 전체를 시계 방향으로 느리게 도는 해류다. 김 책임연구원은 “방출된 오염수가 구로시오 해류와 북태평양 해류를 따라 미국 서부를 거쳐 우리나라 해역으로 돌아오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인공방사능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자연방사능보다 해롭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은 “근거 없다”는 의견을 냈다. 김규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핵종의 붕괴 방식,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 생물 체내에 농축되는 방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핵종의 출처가 자연인지 인공인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어제 하루 매출이 4만3000원이었어요. 평소의 10∼20% 남짓인데 일본에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걱정입니다.” 4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수산업자는 한산한 시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량진에서 40년 넘게 수산물을 판매했는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보다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자 국내 수산시장 상인들은 “안 그래도 오염수 괴담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매출이 더 떨어지게 생겼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둘러본 노량진수산시장엔 입구 근처 가게를 둘러보던 손님 4, 5명을 제외하곤 손님 발길이 끊긴 모습이었다. 수산시장 상인들은 “여름이 원래 비수기이긴 하지만 오염수 괴담 때문에 손님 발길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오염수 방류 전이고 국산 수산물이 안전하다고 설득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수산시장 측은 궁여지책으로 시장 내 모니터를 통해 국산 수산물의 경우 철저한 방사능 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수산시장에서 일해 온 차덕호 씨(54)는 “오염수 괴담이 퍼진 후 2주째 적자라 직원 3명 월급을 주려고 적금까지 깼다”며 “나도 먹고 우리 가족도 먹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잘 안 통한다”고 했다. 어민들도 울상이다. 경남 고성군에서 새우 양식장을 운영하는 최창명 씨(61)는 “올 1월에 새우 20만 마리를 풀었는데 예전 같으면 6월이면 출하가 모두 끝났지만 올해는 거의 안 나갔다”며 “남은 새우는 냉동시키거나 헐값에 내놓아야 해 투자비의 20%도 못 건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군 어업인들로 구성된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 등 4개 단체 구성원 1000여 명은 이날 오후 남해군 창선면 단항 일원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천명조 한국수산업경영인 남해군연합회장은 “정부는 지금이라도 피해 어민과 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만들고 수산물 소비를 촉진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남해=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