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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자문으로 정식 임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각종 민형사 소송으로 선거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호들을 향해 그들이 가지지 못한 ‘공직’을 미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모양새다.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 CEO는 올 3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공화당 의 유명 기부자 겸 유대계 억만장자 넬슨 펠츠의 저택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당시 머스크 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경제 관련 정책은 물론 국경 안보 및 불법 이민 대책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고 한다.이 자리에서 머스크 CEO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유지시켜 달라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으로, 테슬라가 주요 수혜 대상이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 부정적인 데다 석유기업 등 전통 에너지 업계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한다면 IRA를 폐기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머스크 CEO 대선 부정투표 및 개표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계획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 후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휴대전화로 종종 전화를 걸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머스크 CEO는 최근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명예회장,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과 만나 올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할 방법도 논의했다.두 사람의 관계는 줄곧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여러 명의 다른 후보와 함께 백악관 자문 그룹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첫 해인 2017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히자 반발하며 자문역에서 사임했다. 이후 양측은 수 차례 공개 비판도 주고받았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사진)이 28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UAE 현직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이은 답방이다. 두 정상은 문재인 정부 당시 삐걱거렸다는 평가를 받은 양국 관계를 정상화한 데 이어 양국 국방 방산 협력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무인기 등 도발 위협을 받고 있는 UAE는 그동안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요격 무기뿐만 아니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에 포함되는 방공 시스템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UAE 측에서 29일 이런 방산 관련 일정을 가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방한한 무함마드 대통령과 창덕궁 부용지 일원을 산책하고 전통 공연 관람, 차담 등을 함께했다. 29일 이뤄질 공식 회담에서는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UAE가 약속한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에 대한 평가와 함께 추가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에너지와 국방·방산, 건설, 첨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도 경제 협력 논의를 위해 28일 무함마드 대통령과 만났다. 이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 총수들을 포함한 기업인 20명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1시간가량 간담회를 진행했다. 재계에서는 UAE가 추진하는 탄소 중립 스마트시티인 ‘마스다르 시티’ 관련 협력 및 바라카 원전 이후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나왔다.‘오일머니’ 의존 낮추려 산업 다각화-중동개혁… 빈 살만에 영향 줘 [UAE 대통령 첫 국빈 방한]‘MBZ’ 무함마드 UAE 대통령은MB와 ‘원전 인연’ 오늘 자택 방문맨시티 구단주인 만수르가 동생 이름 앞글자를 딴 ‘MBZ’로 널리 알려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63)은 ‘오일머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산업 다각화, 여성의 사회 진출 등 중동 주요국에 부는 국가 개혁 바람을 주도한 인물이다. 28,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그는 왕세제 시절인 2006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방문일 정도로 한국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 초대 대통령의 셋째 아들로 영국 샌드허스트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자이드 전 대통령의 첫째 아들이자 자신의 형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별세하자 3대 대통령이 됐다. 2014년 할리파 전 대통령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이후 8년간 그가 국정을 운영했다. 2009년 한국이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할 당시 아부다비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이 먼저 한국 측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2011년 한국의 첫 비(非)분쟁지대 파견 사례인 아크부대의 UAE 파병을 이끌어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외교 회의에서 스스로 커피를 따라 마시는 등 중동 왕족의 전형성을 탈피한 모습을 보였다. 필요하다면 미국 하급 관리와도 직접 만났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과도 친밀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집권하자 “오랜 친구 MBZ의 집권을 축하한다”고 반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때는 미국의 이란 견제 정책에 적극 동참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MBS’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39)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로도 유명하다. UAE의 경제 실권자로 꼽히는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국가안보보좌관은 무함마드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영국 축구팀 맨시티 구단주로 유명한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부총리 또한 그의 또 다른 동생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29일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찾기로 했다. 이명박재단은 “이번 만남이 UAE 측 요청으로 성사됐다”며 타국 현직 정상이 퇴임 10년이 넘은 전직 대통령을 만나자고 청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관객들이 정말 많이 그립습니다.” 난치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56·사진)이 다시 한번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는 23일(현지 시간) 공개된 TV 다큐멘터리 ‘아이 엠 셀린 디옹’ 예고편에서 “멈추지 않겠다. 걸을 수 없다면 기어서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25일 미국 아마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프라임비디오’에서 공개하는 다큐멘터리는 디옹이 2022년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 ‘전신근육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 진단을 받은 뒤의 투병기를 담았다. 디옹은 예고편에서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 등으로 사랑받았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목소리는 내 인생의 지휘자”라고 했다. 현재 디옹은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패션잡지 보그 프랑스 인터뷰에서 “주 5일씩 운동과 물리치료 등에 전념하고 있다”며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관객들이 정말 많이 그립습니다.”난치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56·사진)이 다시 한번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는 23일(현지 시간) 공개된 TV 다큐멘터리 ‘아이 엠 셀린 디옹’ 예고편에서 “멈추지 않겠다. 걸을 수 없다면 기어서라도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달 25일 미국 아마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프라임비디오’에서 공개하는 다큐멘터리는 디옹이 2022년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 ‘전신근육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 진단을 받은 뒤의 투병기를 담았다. 디옹은 예고편에서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 등으로 사랑 받았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목소리는 내 인생의 지휘자”라고 했다. 현재 디옹은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패션잡지 보그 프랑스 인터뷰에서 “주 5일씩 운동과 물리치료 등에 전념하고 있다”며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의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인 23일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2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金門)섬, 마쭈(馬祖)섬은 물론이고 대만 본섬까지 에워싸는 ‘대만 포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훈련 장소까지 직접 지도로 공개하며 위협에 나선 것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며 군사훈련을 감행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20일 취임식 이후 라이 총통을 향해 “독립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 역시 “전쟁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전군에 비상 대비 태세를 지시하는 등 중국에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라이 총통은 같은 날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타오위안 군사기지를 찾아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미국, 일본 등도 중국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中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대만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사령부는 23일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진먼섬 등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중국 전투함 15척, 해안경비대 함정 16척,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기 등 각종 항공기 42대가 동원됐다. 중국은 이번 훈련의 이름을 ‘리젠(利劍·예리한 검)’으로 붙였다. 이번 훈련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그려진 포스터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 대만을 겨냥해 만든 ‘071형 상륙함’ 등이 포함됐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며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 세력은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를 것”이라고 험악한 표현으로 경고했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의 목적은 크게 총 세 가지다. 먼저 대만 최대 도시 타이베이를 겨냥해 집권 민진당과 라이 총통에게 정치적 위협을 가하고, 제1항구이자 남부 거점도시 가오슝항을 봉쇄해 대만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만 본섬 동부를 막아 해외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 유사시 퇴로를 끊는 것이다. 중국은 2022년 8월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때도 전례 없는 대만 포위 훈련을 펼쳤다. 당시 대만과 가까운 남동부 푸젠성 핑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화염을 내뿜었다. 이번 훈련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본섬이 아닌 다른 섬까지 포함했을 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 가까운 진먼섬 마쭈섬과 대만 본섬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형태로 훈련 범위가 더 넓어졌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 같은 해 8월 라이 총통이 당시 부총통 자격으로 각각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비슷한 훈련을 실시했다.● 대만 “비이성적 도발”… 美 “역내 국가, 함께해야” 대만 국방부는 이날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규정에 따라 지상군, 해군, 공군을 투입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대만 국방부는 해군의 ‘반차오(班超)’함이 중국 인민해방군 ‘사오싱(紹興)’함을 감시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신주(新竹)공군기지에서 전투기도 출격시켰다. 라이 총통은 타오위안(桃園)기지의 해병대 66여단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외부의 도전과 위협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도 중국을 견제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같은 날 중국의 행보를 “공개 규탄한다(condemn it publicly)”며 “미국은 물론이고 역내 국가가 (중국을) 비난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2023년에도 대만 침공 작전을 연습했다고도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 역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동조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중국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이 열린 지 사흘 만에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훈련은 중국 본토와 가까운 진먼다오(金門島) 마쭈다오(馬祖島)는 물론 대만 본섬까지 에워싸는 ‘대만 포위’ 성격이 짙다. 중국이 대만과 인접한 훈련 장소까지 직접 지도로 공개하며 위협에 나선 건 2022년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조치로 훈련을 감행했던 때 이후 처음이다.지난 20일 취임식 이후 라이 총통을 향해 “독립 본색을 드러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만도 “전쟁을 회피하지 않겠다”며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당분간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中 국방부 “독립 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동부전구 사령부는 23일 “이날 오전 7시 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남부·동부, 진먼다오 등에서 육해공군 및 로켓군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을 ‘연합 리젠(利劍·예리한 검)-2024A’로 명명한 중국은 대만을 직접 겨냥했다. 리시(李熹)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독립’ 분리세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자 외부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중국군은 이번 훈련에 투입할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그려진 포스터도 공개했다. 중국이 개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둥펑(東風)과 대만을 겨냥해 만든 071형 상륙함 등이 포함됐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의 목적은 크게 총 3가지다. 먼저 대만 북부의 타이베이를 겨냥해 집권당이 민주진보당(민진당)에 정치적 위협을 가하고, 남부 제1항구인 가오슝항 봉쇄로 무역에 타격을 준다. 마지막으로 대만 본섬 동부를 막아 해외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차단하고, 유사시 퇴로를 끊는 목적이다. 장츠(張弛)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대 교수는 관영 CCTV 인터뷰에서 “대만이 바다로 둘러싸인 외딴 섬으로 일단 포위되면 경제가 붕괴돼 죽음의 섬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인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2년 8월 팰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전격 방문했을 당시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며 전례 없는 대만 포위 훈련을 펼쳤다. 당시 훈련에서 중국은 둥펑 미사일 11발을 대만을 향해 쏴 일부가 대만 상공을 통과한 뒤 일본 인근 해역에 떨어졌다. 또 대만과 가까운 중국 동부 푸젠성 핑탄에서 벌인 실탄 사격 훈련을 벌여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굉음과 화염이 직접 목격되기도 했다. 이번 훈련은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본섬이 아닌 다른 섬까지 포함했고, 중국 본토 쪽에 있는 진먼다오와 마쭈다오과 대만 본섬 사이를 완전히 가로막는 형태로 훈련 범위가 더 넓어졌다.중국은 지난해 4월 차이잉원(蔡英文) 전 대만 총통이 중앙아메리카 순방 도중 미국을 경유하자 또 한차례 포위 훈련을 실시했고, 4개월 뒤인 8월 라이칭더 당시 부총통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규모 훈련을 감행한 바 있다. ● 대만도 즉각 대응…美 “역내 국가들 함께 나서야”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의 포위 훈련에 대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대만군은 해군, 공군, 지상군을 파견하며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중국의 훈련은 대만해협의 안정을 해치고 중국의 헤게모니적 본성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총통부도 “중국의 일방적 군사 도발이 지역 평화를 위협해 안타깝다”면서 대만인들을 향해 “민주주의와 안보 수호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능력을 가져야한다”고 호소했다.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제한 뒤 “미국은 물론 역내 국가들이 (중국을) 비난해야 강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역시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은 일본 안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팝스타 마돈나(65)가 멕시코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유품을 착용한 사진(사진)을 올리자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특혜 대여’ 논란이 일었다. 박물관 측이 “소장품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소동은 일단락이 됐다. 21일(현지 시간) 마돈나가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방문 중에 나의 영원한 뮤즈 프리다 칼로의 옷과 장신구를 입어보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의상과 소품에서 어느 것이 칼로의 유품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직후 멕시코에서는 칼로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만든 ‘카사 아술’ 측이 개인에게 소장품을 대여해줬다는 의혹이 일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박물관은 “우리는 개인에게 소장품을 대여해주지 않고, 마돈나가 착용한 의상 중 우리 소장품은 없다”고 일축했다. 박물관은 또 마돈나가 이번 멕시코 방문 때 박물관을 찾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 레포르마는 마돈나가 지난달 20일 칼로의 증손녀 자택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 문화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돈나가 멕시코계 가수도 아닌데 20세기 멕시코 예술의 상징적 존재로 통하는 칼로의 유품을 너무 쉽게 다뤘다는 것이다. 마돈다는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나 디트로이트주에서 자랐고 아버지는 이탈리아계, 어머니는 프랑스와 캐나다계로 알려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럽연합(EU)이 역내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IMEC에 25억 유로(약 3조7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며 첨단기술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로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다. IMEC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초미세 공정 관련 기술 협력을 하는 주요 연구소이자,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문한 곳이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팹리스(설계업체)의 팹리스’로 불리는 ARM을 보유한 영국은 범정부적 반도체 컨트롤타워를 출범하고 반도체 기술 및 공급망 강화에 나선다. 22일 로이터통신은 IMEC가 유럽 반도체법에 따라 EU로부터 25억 유로를 지원받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IMEC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인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칩을 연구할 수 있는 파일럿 라인(시험 생산을 위한 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MEC는 3∼10년 뒤 상용화될 반도체 관련 기술과 장비 등을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소다. 반도체 업계 ‘슈퍼을’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서 EUV 핵심 기술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인텔과 IMEC 연구소 둘뿐이다. 선진 장비와 기술의 최전선인 셈이다. IMEC와 파트너십을 맺은 반도체 업체들은 600여 곳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네덜란드 ASML, 미국 램리서치 등이 연구소에 상주 직원을 두고 있다. 2022년엔 이 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벨기에에 있는 IMEC를 방문했다. 당시 이 회장은 귀국길에 기자들을 만나 “IMEC 등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느낄 수 있었다”며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IMEC와 EUV 공정 및 2나노 후면전력공급(DSPDN) 기술 등을 협력하고 있다. EU가 IMEC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는 반도체 첨단 기술 개발의 핵심기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다. IMEC에서 개발한 기술과 장비를 반도체 기업들이 활용하게 해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뤼크 반 덴 호브 IMEC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기술 없이는 칩을 생산할 수 없다”며 “유럽은 칩 생산을 하기보다는 연구의 중심이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자산(IP) 분야의 강국인 영국은 반도체 컨트롤타워를 출범한다. 20일(현지 시간) 영국 정부는 ‘영국 반도체 인스티튜트’를 설립한다고 발표하며 “영국이 반도체 연구개발과 설계 등의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는 데 일조할 중요한 한 발짝”이라고 밝혔다. 이 기관은 10억 파운드(약 1조7300억 원) 규모 국가 반도체 전략의 집행, 산학연 협력 관리, 해외 투자 유치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영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꼽히는 반도체 IP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ARM을 보유하고 있다. IP는 물론이고 화합물 반도체 분야 등 자국이 앞선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내부에서는 한국과의 반도체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 유명 연구소인 앨런튜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반도체 생산 5대 강국에 속해 영국이 부족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채워줄 파트너로 적합하다”며 “반도체 산업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팝스타 마돈나(65)가 멕시코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유품을 착용한 사진을 올리자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특혜 대여’ 논란이 일었다. 박물관 측이 “소장품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소동은 일단락이 됐다. 21일(현지 시간) 마돈나가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방문 중에 나의 영원한 뮤즈 프리다 칼로의 옷과 장신구를 입어보는 마법같은 경험을 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의상과 소품에서 어느 것이 칼로의 유품인지 밝히지는 않았다. 직후 멕시코에서는 프리다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만든 ‘카사 아줄’ 측이 개인에게 소장품을 대여해줬다는 의혹이 일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박물관은 “우리는 개인에게 소장품을 대여해주지 않고, 마돈나가 착용한 의상 중 우리 소장품은 없다”고 일축했다. 박물관은 또 마돈나가 이번 멕시코 방문 때 박물관을 찾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 레포르마는 마돈나가 지난달 20일 프리다의 증손녀 자택에 방문했다고 전했다.일각에서는 멕시코 문화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돈나가 멕시코계 가수도 아닌데 20세기 멕시코 예술의 상징적인 존재로 통하는 칼로의 유품을 너무 쉽게 다뤘다는 것이다. 마돈다는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나 디트로이트주에서 자랐고 아버지는 이탈리아계, 어머니는 프랑스와 캐나다계로 알려졌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달고 맛있습니다. 최음제 같은 ‘퐁당 마약’ 걱정도 없습니다.”친구들과 ‘1갤런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는 미국 뉴욕주 마리스트칼리지 4학년 케이트 킨 씨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이 폭탄주는 1갤런(약 3.8L) 생수병에 물을 절반만 넣고 나머지를 보드카 1병, 에너지음료, 숙취해소제로 채워 만든다. 도수 높은 술의 향과 맛을 에너지음료로 희석해 인기가 좋다.최근 이 술은 동영상 소셜미디어 틱톡 등에서 ‘필름 끊기게 달리는 술’이라는 뜻의 축약어 ‘BORG(보그)’로 불리고 있다. 이 술을 마시는 이른바 ‘인증 챌린지’도 유행하고 있다. 벌컥 마시다 병원에 대거 이송되는 일도 적지 않다. 올 3월에는 매사추세츠주(州) 에머슨대에서 열린 야외 파티에서 보그주를 마시던 학생 28명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실려 갔다. CNN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보그주 한 병에 미국 성인 권장 1회 알코올 섭취량의 약 17배에 달하는 알코올이 들어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파티 분위기에 보그주를 남기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점이다. 숙취해소제 업체들도 유행에 편승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사용한 제조법 영상을 올리며 적극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업체 ‘부오이’가 자사 틱톡에 올린 ‘보그 만드는 법’ 영상은 좋아요 약 21만 개를 받고 약 4만 번 공유됐다. 부오이는 영상에서 “물이 절반이고 숙취해소제도 넣어 숙취가 적은 점이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소셜미디어에서 보그주 언급량이 급격히 늘었다. 처음 소셜미디어에 관련 콘텐츠가 등장한 것은 2020년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탓에 최근에야 유행하고 있다. Z세대 사이에서도 대학을 졸업한 2000년대 초반 출생은 모르는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브리나 그리말디 씨(24)는 “직장에서 21세 인턴이 ‘요즘 대학 파티에서 유행하는 술’이라고 알려줘 처음 알게 됐다. 나는 2020년에 대학을 졸업해 몰랐다”고 CNN에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사진)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 연설에서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앞세워 “세계는 대만이 필요하고, 대만 역시 세계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합병 시도’에 맞선 세계의 지지를 호소했다. 14억 인구의 중국의 압력에 맞서 2400만 인구의 대만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한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반도체 방패)’를 내세운 것이다.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만은 단순히 세계에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이미 세계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 속 대만 반도체 산업의 비중 때문에라도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자리한 대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날 취임사에선 인공지능(AI)의 폭발적 성장으로 TSMC를 보유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첨단 반도체 제조와 AI 혁명의 중심”이라며 “글로벌 민주국가를 위한 공급망의 핵심이자 세계 경제 발전 및 인류 번영의 키”라고 말했다. 대만을 ‘실리콘 섬’이라 부르며 “향후 ‘AI 섬’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라이 총통은 “대만 기업들이 반도체와 AI, 군사, 보안, 차세대 통신 등 ‘5대 핵심 산업’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며 “해외로 나간 관련 기업들도 다시 돌아와 고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반중 성향이 강한 라이 총통은 이날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직접 ‘독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양안(중국과 대만) 대화와 교류의 문은 열어두되, 중국에 흡수 통일되지 않도록 대만의 현 체제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일갈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은 2021년 8월 집권한 뒤 이란의 초(超)강경·보수 노선을 주도해 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를 잇는 보수파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하메네이 사후(死後) 최고지도자에 오를 유력 후보로 줄곧 거론된 이유다. 하메네이는 2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부통령이 50일 이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입법부, 사법부 수장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사망으로 하메네이의 뒤를 이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가 권력투쟁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범 처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 1960년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라이시 대통령은 10대 시절 하메네이로부터 신학을 배웠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1979년 이슬람혁명에도 참여했다. 혁명이 성공한 뒤 검사로 활동했던 그는 1988년에 정치범 5000여 명의 사형 집행을 주도해 ‘테헤란의 도살자’란 별명이 붙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친이라크 성향을 보였다는 죄목이었다. 2019년 미국은 이를 근거로 라이시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2017년 대선부터 대권에 도전했지만 당시엔 서방에 유화적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후 2021년 대선에서 권좌에 올랐다. 이후 대외적으로는 로하니 정권의 친서방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내부적으로는 신정일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특히 2022년 히잡 의문사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때 앞장서서 관련자들을 탄압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올 3월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41%를 기록하며 여실히 드러났다. 이 때문에 그의 사망이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수면 위로 불거지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CNN 방송은 “라이시는 손에 피를 많이 묻혀 많은 이란 국민들은 (그의 사망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악천후-헬기 노후 등이 추락 원인인 듯”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뒤 20∼24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원인은 19일 기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다.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그가 탔던 헬기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약 600km 떨어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이 공동으로 건설한 아제르바이잔 내 기즈갈라시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길이었다. 라이시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정부 요인들은 헬기 3대에 나눠 타고 있었는데, 그를 태운 헬기만 추락했다. 해당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 말레크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9명이 탑승했다. 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거센 비와 짙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나머지 2대의 탑승자들도 “탑승 당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를 당한 헬기는 미국산 ‘벨 212’ 기종이다. 1968년 첫 비행을 했고 이란엔 1976년경 도입됐다. 수십 년이나 된 낡은 헬기인 데다 오랜 경제 제재로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하며 미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와 밀착했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이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갑자기 숨졌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의 사후(死後)에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그의 부재가 이란의 미래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중동을 넘어 국제 정세에까지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8월 취임한 뒤 미국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는 데 매우 부정적이었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5개국이 체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합의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줄곧 하마스 후원자를 자처했고, 올 4월에는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사상 첫 직접 공격도 단행할 만큼 전쟁에 깊숙이 관여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라이시의 사망으로 이란이 (서방을 향해) 강경한 방향으로 치닫고, 중동을 지역 전쟁 직전까지 몰고 가던 변혁의 시대는 일단 일단락을 짓게 됐다”면서 이란과 국제사회에 ‘불확실성’을 안겼다고 평했다. 다만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 노선이 여전히 건재한 하메네이의 승인으로 이뤄졌고, 보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만큼 이란의 대외 노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美 상원의원 “라이시 없는 세상, 더 안전” 라이시 대통령의 전임자로 ‘유화파’로 꼽히는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은 2015년 미국 등 서방 5개국과 핵합의를 맺었다. 이란이 핵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서방은 이란에 각종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 지원을 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란에 적대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에 이어 7개월 뒤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은 그해 11월 핵합의 복원을 위한 대화 재개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이끄는 이란은 물밑 접촉 과정에서 합의 복원에 부정적이었다. 일각에선 이란이 이스라엘 등에 대리 공격을 강화하기 전 서방에 긴장 완화 ‘눈속임’을 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 사망 직전인 이달 14일에도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고문과 아브람 페일리 이란 특사는 중재국인 오만에서 회담을 나눴다. 양측 대표단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는 않고 오만 당국자가 양측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미국은 회담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이란 당국자는 최근 몇 주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그의 사망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각에서는 그가 ‘핵합의 복원의 장애물’로 작용했다면서 그의 사망을 반겼다. 야당 공화당의 대(對)이란 강경파 릭 스콧 상원의원은 1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라이시 없는 세상이 더 안전하고 더 나아졌다”고 썼다.● 하마스 “순교자” vs 이스라엘 “우리와 무관” 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전쟁 발발 후 하마스를 비롯해 이른바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으로 불리는 친이란 무장단체 후원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스리랑카 방문 중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75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영토를 강탈해 왔다”며 “찬탈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은 이런 이란의 지원 속에 각각 이스라엘과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사망이 확인되자 하마스는 그를 ‘순교자’로 칭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모범적 지도자였다”라고 애도했다. AP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며 초강경 이미지를 구축해 왔고, 중동에서 이스라엘 견제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면서 “그의 사망으로 중동 긴장이 불가피해졌다”라고 논평했다. 그간 종종 이란 고위 인사 암살에 관여했던 이스라엘은 서둘러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번 사고는 우리가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이스라엘 배후설’ 같은 음모론을 의식한 반응으로, 자칫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음모론이 친이란 무장단체의 활개에 불을 붙일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란과 밀착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섰던 중국과 러시아는 20일 그의 사망을 애도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중국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회동한 뒤 한 달 뒤 중국의 중재로 중동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를 재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라이시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이 이란 국민에게는 엄청난 상실”이라며 “중국은 좋은 친구를 잃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를 ‘뛰어난 지도자’로 칭하며 애도 성명을 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에게 종속돼 있지 않습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20일 취임사에서 1947년 제정된 대만 헌법 1장을 읽어 내려갔다. “중화민국의 주권은 국민 전체에 있고, 중화민국 국적을 가진 자는 국민”이라고 힘줘 말하자 대만 총통부 앞에 모인 수천 명이 큰 박수로 화답했다. 라이 총통이 헌법 조항을 직접 읽은 건 대만이 이미 헌법과 법률, 군대를 가진 만큼 중국의 ‘92년 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시하려는 의도였다. 중국을 더 자극하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직접 ‘독립’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정치·군사적 위협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취임식 내내 대만이 세계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권위주의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 中 향해 “무력 도발 멈춰라”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우려부터 짚고 넘어갔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과 회색지대 전술(전쟁보다 낮은 수준의 정치적 도발)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최대의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의 야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국을 방어하려는 결연한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선 “굴복하지도 도발하지도 않겠다”면서 “대결 아닌 대화, 봉쇄보다는 교류를 선택하자”고 제안했다. 상호 관광 재개와 중국 학생의 대만 진학 등 우선 협의할 분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라이 총통은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의 첫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독립’을 명시하지 않았다. 차이 전 총통은 당시 “1992년 양안 기구가 다양한 공감대를 갖고 합의를 이룬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언급한 반면에 라이 총통은 ‘하나의 중국’과 관련된 내용을 아예 넣지 않았다. 대신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31번이나 반복했으며, ‘중화민국 대만’도 3번 언급해 중국과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중화민국은 차이 전 정부가 새로 채택한 국호로, 대만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극도로 싫어하는 표현이다. 중국은 라이 총통의 취임 연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일갈했고,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입장문에서 “대만 ‘독립 일꾼’의 본성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참석을 위해 카자흐스탄에 있던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도 “독립 주장은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 가장 위험한 변화”라고 쏘아붙였다. ● 3연속 집권 민진당, ‘차이 정부 계승’ 강조 집권당인 민진당은 대만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3번 연속 같은 당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 취임식 초반에 공개된 기념 영상에는 왼쪽에는 차이 전 총통, 오른쪽에는 라이 총통의 모습을 편집해 함께 넣었다. 두 사람이 함께 걷거나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 등도 보여주며 정권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차이 전 총통은 라이 총통 부부를 총독부로 맞이할 때부터 1시간가량 함께했다. 이후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도 모든 청중에게 중계됐다. 취임식 단상에 올라 전현직 총통들이 함께 환호를 받는 순간에 샤오메이친 부총통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 만찬엔 대만 가정식 요리와 대만에서 만들어 세계에서 유행한 버블 밀크티 등 8가지 메뉴가 제공됐다. 라이 총통이 고향인 타이난에서 즐겨 먹던 ‘고구마 금귤롤’과 대만 소수민족의 요리에서 착안한 소스가 가미된 요리도 마련됐다. AFP통신은 “중국 본토와 다른 대만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전했다. 이날 취임식엔 51개국의 대표단을 포함해 해외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미국은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전직 관리로 대표단을 구성했고, 일본은 여야 의원 37명이 포함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냈다. 한국은 이은호 주타이베이 대표부 대표가 참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취임식 직전 성명을 통해 “라이 총통과 정치 전반에서 협업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축하했으며,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대만 우정이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은 2021년 8월 집권한 뒤 이란의 초(超)강경·보수 노선을 주도해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를 잇는 보수파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하메네이 사후(死後) 최고지도자에 오를 유력 후보로 줄곧 거론되는 이유다.하메네이는 2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부통령이 50일 이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입법부, 사법부 수장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사망으로 하메네이의 뒤를 이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가 권력투쟁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범 처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1960년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라이시 대통령은 10대 시절 하메네이로부터 신학을 배웠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1979년 이슬람혁명에도 참여했다. 혁명이 성공한 뒤 검사로 활동했던 그는 1988년에 정치범 5000여 명의 사형 집행을 주도해 ‘테헤란의 도살자’란 별명이 붙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친이라크 성향을 보였다는 죄목이었다. 2019년 미국은 이를 근거로 라이시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2017년 대선부터 대권에 도전했지만 당시엔 서방에 유화적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후 2021년 대선에서 권좌에 올랐다. 이후 대외적으로는 로하니 정권의 친서방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내부적으로는 신정일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했다.라이시 대통령은 특히 2022년 히잡 의문사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때 앞장서서 관련자들을 탄압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올 3월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41%을 기록하며 여실히 드러났다. 때문에 그의 사망이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수면 위로 불거지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CNN방송은 “라이시는 손에 피를 많이 묻혀 많은 이란 국민들은 (그의 사망에) 눈물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악천후-헬기 노후 등이 추락 원인인 듯”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뒤 20~24일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원인은 19일 기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다.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그가 탔던 헬기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약 600km 떨어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이 공동으로 건설한 아제르바이잔 내 기즈갈라시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길이었다.라이시 대통령를 비롯한 이란 정부요인들은 헬기 3대에 나눠 타고 있었는데, 그를 태운 헬기만 추락했다. 해당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9명이 탑승했다.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거센 비와 짙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나머지 2대의 탑승자들도 “탑승 당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를 당한 헬기는 미국산 ‘벨-212’ 기종이다. 1968년 첫 비행을 했고 이란엔 1976년경 도입됐다. 수십 년이나 된 낡은 헬기인데다, 오랜 경제 제재로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에 따른 사망은 미국과 이란이 최근 중동 긴장 완화를 위해 물밑 접촉에 나서는 민감한 시점에 발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강경 노선을 진두지휘해온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가 7개월 넘게 이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어떤 여파를 불러올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17일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 고문과 아브람 페일리 이란 특사는 14일 중재국인 오만에서 회담을 나눴다.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는 않았지만 오만 당국자가 양측을 오가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담은 이스라엘이 지난달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이란이 같은 달 13일 미사일과 자폭 드론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사상 처음으로 공격하며 중동 지역 위기감이 고조된 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8월 취임한 뒤 역내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를 재개하는 등 이슬람권 국가들과 화해를 모색했지만 미국 및 이스라엘과에 대해선 적대 국면을 강화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이라크, 레바논, 예멘 등 중동 각국의 시아파 정권과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무장단체를 물밑에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이란의 사상 첫 이스라엘 본토 공격을 주도하는 등 이스라엘에 관한 각종 초강경 정책을 이끌었다. 앞서 이스라엘이 같은 달 1일 시리아 다마스커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자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가해 보복했다. 6일 후 이스라엘 또한 이란 군사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하는 등 양측의 긴장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전쟁 발발 후 수 차례 “이스라엘을 벌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하마스를 두둔했다. 지난달 스리랑카 방문 중 성명에서는 “이스라엘 정권이 75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을 탄압하고 영토를 강탈해왔다”며 “찬탈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그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후 라이시 대통령을 ‘순교자’로 칭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모범적 지도자였다”고 애도했다.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하마스에 대한 지원의 의미로 홍해에서 서구 민간 선박 공격을 주도한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는 모두 이란으로부터 자금과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 AP통신은 “중동 각지에서 친이란 무장단체가 활개치고 있다”며 그의 사망이 중동전쟁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논평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광부 아들로 자수성가한 그는 스스로를 ‘독립 운동가’로 규정할 만큼 반(反)중국 성향이 강하다. 같은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할 수 없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격화됐고, 이에 따른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도 고조된 환경에서 취임하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연일 군사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품은 반도체 업계도 지켜야 한다. 그는 이를 고려한 정책 방향을 주요 장관직 인사를 통해 제시했다. 경제 수장에는 첫 반도체 업계 출신을 선임해 주축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고, 외교안보에서는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에 사실상 반대하는 ‘현상 유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中, 총통 취임 앞 항공모함 항해로 위협 중국 국방부는 라이 당선인의 취임을 나흘 앞둔 17일 예사롭지 않은 군사 위협을 가했다. 항공모함 푸젠함의 시험 항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전자식 사출형 항공모함이다. 갑판에서 전투기를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전투기를, 더 자주 날려 보낼 수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꼽힌다. 배 이름도 대만을 마주 보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 땄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 직전 푸젠함의 시험 운행 결과를 공개한 것은 대만은 물론 미국에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푸젠함의 시험 운행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항공 모함 건조는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년 겸 자신의 세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 당선인 집권 기간 중에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17일 “시 주석은 대만 점령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 등 관련국들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TSMC 최대 협력사 CEO, 경제장관 발탁 새 내각 인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던 경제부장(장관)에 지명된 궈즈후이(郭智輝·71)다. 그는 TSMC에 반도체 웨이퍼 등 각종 장비 및 소재를 납품하는 최대 협력사 충웨(崇越)그룹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업계 경력만 30년이 넘는다. 그의 지명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만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궈 지명자는 20대 시절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80년대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의 일본 출장 당시 통역 겸 운전기사로 동행했다. 라이 당선인은 궈 지명자를 비롯해 경제 고위급 6명 중 5명을 정치 이력이 없는 산업계 출신, 학자 등으로 인선했다. 민진당 관계자는 대만중앙통신에 “1기 경제 내각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때 대만의 기본을 확고히 하고 새 국면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방점을 뒀다. 린자룽(林嘉龍) 외교부장 지명자는 미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민진당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미 오하이오대 박사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격인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낸 우자오셰(吳釗燮) 현 외교부장은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으로 이동한다.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 지명자는 과거 NSC 비서장 시절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대만 라이칭더 정부가 20일 여소야대 정국에서 출범하는 가운데 국회 격인 입법원에서 의회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법안을 놓고 여야 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반중(反中) 성향 집권 민진당과 친중(親中) 성향 제1야당 국민당이 향후 국방비 증액 등 핵심 의제에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만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17일 제1야당 국민당은 제2야당 민중당과 공조해 대(對)정부 청문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직권행사법’ 개정안을 비롯한 이른바 ‘5대 국회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법안 낭독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민진당 의원들은 “입법부의 권력 남용”이라며 법안 표결을 막기 위해 단상 점거를 시도했다. 국민당 소속 한궈위(韓國瑜) 입법원장을 향해 달려드는가 하면 약 2m 높이 단상에 기어오르다가 추락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 6명이 부상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하자 한 원장은 결국 산회를 선포하고 21일 표결 절차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대만은 올 1월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선거 결과 민진당은 총통 선거에선 승리했지만 입법원 선거에선 113석 중 51석을 차지해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났다. 국민당은 52석으로 제1당이지만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진 못해 민중당(8석)과 공조해 총통 취임에 앞서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난투극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진당은 입법원의 절차적 부당함에 맞서 마지막까지 싸웠다. 정당 간 합리적 논의가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은 “이것이 여야 화합의 표현이냐”고 비판했고,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주석도 “앞으로 4년간 여야가 계속 티격태격하길 원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여야가 중국에 대한 태도 등 대외 노선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데다 역대 두 번째 여소야대 국면이라 라이 당선인의 집권 4년 동안 험로가 예상된다. 라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진당이 ‘국민당 대부’인 장제스 초대 총통의 군 부대 내 동상 철거를 재개할 뜻을 밝히면서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이 2018년 발족한 ‘과도기 사법위원회’는 지난달 장 초대 총통의 반대파 학살 등을 근거로 군 부대 내 남은 동상 760여 개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권위주의 숭배의 상징이 아닌 역사의 구성 요소”라며 보존하겠다고 맞서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광부 아들로 자수성가한 그는 스스로를 ‘독립 운동가’로 규정할 만큼 반(反)중국 성향이 강하다. 같은 집권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첫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6년과 비교할 수 없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격화됐고, 이에 따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도 고조된 환경에서 취임하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은 연일 군사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품은 반도체 업계도 지켜야 한다. 그는 이를 고려한 정책 방향을 주요 장관직 인사를 통해 제시했다. 경제 수장에는 첫 반도체 업계 출신을 선임해 주축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부흥시키고, 외교안보에서는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에 사실상 반대하는 ‘현상 유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中, 총통 취임 앞 항공모함 항해로 위협중국 국방부는 라이 당선인의 취임을 나흘 앞둔 17일 예사롭지 않은 군사 위협을 가했다. 항공모함 푸젠(福建)함의 시험 항해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푸젠함은 중국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전자식 사출형 항공모함이다. 갑판에서 전투기를 쏘아올리는 방식으로 더 많은 전투기를, 더 자주 날려 보낼 수 있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꼽힌다. 배 이름도 대만을 마주보는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 땄다. 중국이 라이 당선인의 취임식 직전 푸젠함의 시험 운행 결과를 공개한 것은 대만은 물론 미국에도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푸젠함이 대만 위협 등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번 시험 항해 성공으로 양안 평화를 더욱 확실하게 했다”라고 과시했다. 미국 등 서방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 건군 100년 겸 자신의 세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 당선인 집권 기간 중에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AFP통신은 17일 “시 주석은 대만 점령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대만과 미국 등 관련국들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TSMC 최대 협력사 CEO, 경제장관 발탁새 내각 인선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던 경제부장(장관)에 지명된 궈즈후이(郭智輝·71)다. 그는 TSMC에 반도체 웨이퍼 등 각종 장비 및 소재를 납품하는 최대 협력사 충웨(崇越)그룹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업계 경력만 30년을 넘는다. 그의 지명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만의 분위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궈 지명자는 20대 시절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했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1980년대 대만 최고 부호로 꼽히는 궈타이밍(郭台銘) 폭스콘 창업자의 일본 출장 당시 통역 겸 운전기사로 동행했다. 라이 당선인은 궈 지명자를 비롯해 경제 고위급 6명 중 5명을 정치 이력이 없는 산업계 출신, 학자 등으로 인선했다. 민진당 관계자는 대만중앙통신에 “1기 경제 내각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될 때 대만의 기본을 확고히 하고 새 국면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에 방점을 뒀다.린자룽(林嘉龍) 외교부장 지명자는 미 예일대 박사 출신으로 민진당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미 오하이오대 박사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격인 대만대표부 대표를 지낸 우자오셰(吳釗燮) 현 외교부장은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으로 이동한다. 구리슝(顧立雄) 국방부장 지명자는 과거 NSC 비서장 시절 강경한 반중 성향으로 중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정부가 20일 친미·반중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26, 27일로 확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만 문제에 민감한 중국을 의식해 내린 결정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당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우호적 여건 조성’ 등을 전제 조건처럼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회담 보도자료에 “3국은 정상회의 조건을 조성하고 준비를 서두르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당시 우리 정부에선 이 ‘조건’이 민주주의 정상회의(3월)나 대만 총통 취임식(5월)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우리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부 대표단 미파견 결정에 변수가 된 건 아니라는 것. 이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취임식과 연계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거론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한국은 앞서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양국은 대사관이 아닌 상주대표부를 설치해 외교관계를 유지 중이다. 정부는 앞서 대만 총통 취임식 때도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이번에 브라이언 디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전직 고위관료 중심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한다. 일본도 초당파적인 친대만 국회의원 모임인 ‘일화(日華) 의원 간담회’ 소속 의원 30여 명이 대만으로 향한다. 중국 측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1박 2일 일정만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