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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1∼3월)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 톱10 중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지로 가진 차량이 7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엔 톱10 중 4종만이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있던 것에 비춰 보면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이 1년 새 눈에 띄게 심화된 셈이다. 8일 시장분석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승용차 판매 상위 10위 중에 하이브리드가 있는 모델은 쏘렌토(기아), 싼타페(현대자동차), 카니발(기아), 스포티지(기아), 그랜저(현대차), 투싼(현대차), 아반떼(현대차) 등 7종이다. 지난해 1분기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그랜저, 아반떼, 스포티지, 쏘렌토 등 4종뿐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각 모델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톱10 중에 판매량 6위(1만6998대) 쏘렌토만 하이브리드 비중이 60.4%로 50%를 넘겼다. 하지만 올해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비중이 50%를 넘는 모델이 5종에 이른다. 1분기 판매 톱3 중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쏘렌토(73.5%), 싼타페(69.2%), 카니발(53.8%)이 1분기 전체 판매량 1∼3위를 휩쓸기도 했다. 잘 팔리는 차량은 대체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전체 신차 중에 하이브리드 비중은 올 1분기 28.5%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7.8%였는데 10.7%포인트 늘었다. 판매 대수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지난해 1분기에는 6만8249대에서 올해 1분기 9만9496대로 45.8% 증가한 것이다. 전기차가 ‘충전 인프라 부족’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지면서 하이브리드 쪽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일제히 하이브리드 제품군 강화에 나섰다. 기아는 올해 6개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2028년에는 9개로 늘리는 계획을 5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내년에는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가 하이브리드로 출시될 예정이다. 현대차의 경우엔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를 내년에 하이브리드 모델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는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이 1종도 없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포드도 최근 2030년까지 모든 전기차 모델에서 하이브리드를 함께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아우디도 게르노트 될너 CEO가 올 1월 “2025년까지 다양한 신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전기차 이외에도 완전히 새로운 세대의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7∼12월)에 중형 SUV 하이브리드 모델(프로젝트명 오로라1)을 출시해 그동안의 내수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전략을 짰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우위 시장이 최소 3∼4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으면 당장 판매량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의 하이브리드 제품군 강화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전기차 판매 글로벌 1위 업체인 테슬라가 올해 1분기(1∼3월)에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판매 실적을 내면서 테슬라 주가가 4% 이상 급락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겹친 대외 악조건 속에 지난해부터 세계 전기차 시장에 불어닥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차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며 희비가 엇갈렸다.● 테슬라 판매 실적 전망치 밑돌아 테슬라는 2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기(42만2875대) 대비 8.5% 떨어진 38만6810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5만7000대보다 7만 대 이상 밑돌았다. 분기 실적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떨어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이 붕괴됐던 2022년 2분기(4∼6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저조한 판매 실적에 대해 테슬라는 홍해 물류대란과 독일 공장 생산 중단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기차 리더십이 약화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판매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인 에마누엘 로스너는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차량 인도 실적은 소비자 수요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한다”며 “올해 테슬라가 완만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했다.● 하이브리드 진영, 도요타 고공행진 반면 하이브리드차 강자로 꼽히는 일본차 브랜드는 고공행진 중이다. 도요타는 올 1분기 미국에서 지난해 동기(46만9558대) 대비 20.3% 증가한 56만5098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혼다도 33만3824대로 지난해 동기(28만4507대) 대비 17.3%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1년간 시가총액이 31조1900억 엔(약 277조 원) 늘어 일본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지난달 일본 기업 사상 첫 시총 60조 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도요타의 강세는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굳어진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분기 미국에서 전년 대비 0.8% 감소한 37만9202대를 판매하며 평년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캐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현대차는 동남아와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려 극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순수 전기차 판매 글로벌 2위인 중국 비야디(BYD)가 태국,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지에 신규 생산 시설 건설 계획을 내놔 향후 현대차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향후 3, 4년간 전기차 자체가 판매가 주춤할 것이기때문에 테슬라도 성장세 둔화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며 “동남아, 인도, 유럽 등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 ‘전기차의 고난’을 견디는 기업이 결국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포르쉐의 대형 세단인 파나메라가 7년 만에 완전변경모델(풀체인지)로 돌아왔다. 포르쉐코리아는 3세대 파나메라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3일 밝혔다. 2017년 2세대 파나메라를 한국에 선보인 이후 7년 만에 3세대가 출시되는 것이다. 파나메라는 국내에서 관심도가 높은 모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1818대가 팔렸다. 포르쉐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파나메라 판매 시장이다. 파나메라는 가솔린 모델인 ‘파나메라4’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로 구성돼 있다. 파나메라4는 다음 달부터,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는 올 하반기(7∼12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다. 포르쉐코리아는 터보 E-하이브리드보다 한 등급 낮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는 총 680마력에 달하는 시스템 출력을 가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2초에 불과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5km다. 최고 출력이 360마력인 파나메라4의 경우엔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에 5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270km다. 신형 파나메라4의 가격은 1억7670만 원, 터보 E-하이브리드는 3억910만 원으로 책정됐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40 다크 에디션’(사진) 한정판 차량 44대가 판매를 시작한 지 4분 만에 완판됐다고 3일 밝혔다. 2일 오전 10시 온라인에서 판매가 개시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마감된 것이다. 볼보자동차 측은 XC40은 6개월 이상 대기해야 구매할 수 있는 인기 모델인 반면에 이번 한정판 모델은 즉시 출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했다. XC40은 2017년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볼보자동차 브랜드 최초의 콤팩트 SUV다. 2020년부터 4년 연속으로 유럽 프리미엄 콤팩트 SUV 판매 1위 기록을 이어왔다. 이번에 한정판으로 나온 ‘XC40 다크 에디션’은 최상위 트림인 ‘얼티메이트 다크’를 기반으로 해 기존 모델에는 없었던 블랙 디자인을 차량 곳곳에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기아가 최근 10년간 있었던 세계 주요 자동차 시상식에서 전기차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5∼2024년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월드카 어워즈,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과 독일·영국·캐나다 올해의 차 등 6곳의 주요 시상식에서 총 66개의 상을 차지했다. 2위인 독일 폭스바겐그룹(33회)을 두 배 차이로 따돌리며 압도적으로 많은 트로피를 챙긴 것이다. 6곳의 시상식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총 274개의 상이 수여됐는데, 현대차그룹 브랜드들이 24.1%를 차지한 셈이다. 브랜드별로 따지면 현대차가 28회, 기아가 27회, 제네시스가 11회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이 2020년 선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모델들이 ‘싹쓸이’ 1등 공신이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가 각각 10회와 6회 수상했고, 기아의 EV9과 EV6는 각각 6회와 4회 트로피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E-GMP가 탑재된 차량(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9)으로 월드카 어워즈의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수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지난 달 취임한 이후 첫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의 군살을 빼고 여성 임원을 전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포스코홀딩스는 2일 지주사 내 2개 총괄 조직 산하 13개 팀을 9개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또한 이번 조직개편으로 총괄은 기존 2개에서 3개로 늘렸다. 이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내 철강팀·수소사업팀, 포스코의 탄소중립전략실이 각자 나눠서 수행하던 탄소중립 업무를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산하에 신설되는 ‘탄소중립팀’이 통합 관리하게 된다. ESG팀과 법무팀도 ‘기업윤리팀’으로 통합했다.또한 그룹의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술총괄’도 신설해 신사업 투자나 벤처육성 기능을 맡겼다. 이차전지소재 사업관리 기능을 강화하고자 전략기획총괄 산하에 ‘이차전지소재사업관리담당’도 신설했다.여성 임원들의 약진도 돋보엿다. 포스코홀딩스 경영지원팀장에 여성으로는 포스코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사업회사 대표를 맡았던 이유경 엔투비 사장이 보임됐다. 탄소중립팀의 탄소중립전략담당 자리는 김희 포스코 탄소중립전략실장이 맡게 됐다. 또한 사업회사 포스코는 생산기술본부를 폐지하고 포항제철소장, 광양제철소장을 본부장급으로 격상시켜 각 제철소별 책임경영을 강화한다. 제철소장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오후 인도 뉴델리 시내 최대 상권인 ‘코노트 플레이스’ 한복판. 바삐 움직이는 현지인들과 흙먼지 사이로 ‘SAMSUNG’ 간판이 보였다. 하루 최대 700명이 찾는 삼성전자의 체험 매장인 뉴델리 익스피리언스 스토어다. 라훌 싱 스토어 운영 담당 디렉터는 “여긴 100년 전 영국 식민 시절부터 있던 건물이다. 과거엔 GM과 포드가 자동차를 팔았는데, 지금은 삼성이 입주해서 스마트폰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 팔린 스마트폰은 1억4810만 대다. 스마트폰 종주국인 미국(1억830만 대)보다 많고 중국(2억6170만 대)보다 적은 글로벌 2위 시장이다. 삼성전자로선 시장 점유율 1.8%로 급락한 중국을 대신할 가장 중요한 국가가 바로 인도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아시아 7개국이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원(Natural resources) 부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수출 전진기지(Export hub)인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성장하는 세계 시장(World market)인 태국 필리핀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대중(對中) 수출액은 8.4% 감소한 반면 ‘아시아 뉴(NEW) 7개국’ 대상 수출액은 15.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46.9%), 인도네시아(19.5%), 인도(18.9%), 베트남(11.0%), 말레이시아(10.4%) 등 대부분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 성장하는 시장 등 혜택을 누리기 위해 아시아 뉴7에 잇따라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아시아 뉴7은 중국 시장의 대체지를 찾아 서진하는 한국, 미국 제재를 피해 남하하는 중국, 아시아 시장 수성에 나선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시아 뉴7 국가들은 자원 부국일 뿐 아니라 안정된 생산기지라는 공급망 측면, 성장하는 수출 시장이란 측면 등에서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 재편 구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20억 인구 ‘아시아 뉴7’, 424억달러 흑자 시장 넘어 생산기지로 [창간 104주년]떠오르는 황금시장 선점 경쟁GDP 9300조원 폭발 성장 시장… 낮은 인건비-풍부한 자원도 매력국내 10대그룹 속속 생산기지 구축… 한국 직접투자 5년간 3441억 달러인구 20억5000만 명, 국내총생산 6조8857억 달러(약 9300조 원). 니켈과 코발트 등 풍부한 천연자원….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뉴(NEW) 7개국’이 가진 가치다. 한국은 지난해 뉴7 국가에 중국보다 더 많은 수출을 했다. 중국과의 무역에선 적자를 봤지만 뉴7과는 423억9000만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뉴7이 중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뉴7 국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한중일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 20억 인구의 신흥 시장 “인도 14억 명의 인구는 14억의 기회다. 두꺼운 청년층은 경제 혁신의 원천이 될 것이다.” 지난해 4월 유엔인구기금의 안드레아 워즈나르 인도 대표는 인도 인구가 중국을 넘어섰다고 발표하며 이같이 선언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는 올해 들어 14억4000만 명을 넘어서며 중국(14억3000만 명)을 앞질렀다. 이 외에 인도네시아(2억8000만 명), 필리핀(1억2000만 명), 베트남(9900만 명) 등도 인구 강국이다. 경제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한국은 대중(對中) 무역에서 180억 40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반면 27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베트남과 112억 흑자를 낸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뉴7과의 무역수지는 4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를 지난해 뉴7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뉴7을 둘러싼 한중일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18.0%를 기록했지만 2위 비보(17.0%), 3위 샤오미(16.5%) 등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에선 자동차 시장 1, 2위를 두고 현대자동차와 도요타가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는 6만7450대(시장 점유율 18.27%)를 판매하며 5만7414대(15.53%)에 그친 도요타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뷰티 시장(한국 37%, 일본 21%), 스마트폰 시장(오포 18.0%, 삼성 17.4%)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10대 그룹 생산기지로 우뚝 아시아 뉴7에는 국내 10대 그룹 소속 기업들의 생산기지도 대거 진출해 있다. 한국보다 낮은 인건비, 재료가 되는 자원 확보의 용이성, 매년 커지는 소비시장 등이 매력이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첸나이 공장에서 스마트폰과 냉장고,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싱가포르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에 자동차 공장을, LG전자는 베트남에 가전 공장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현지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해 현지 시장에 판매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남아시아, 아프리카로까지 수출하고 있다. 이에 뉴7 대상으로 한국 기업들이 집행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도 증가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뉴7에 대한 FDI 금액은 △2009∼2013년 1372억 달러 △2014∼2018년 1971억 달러 △2019∼2023년 3441억 달러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굵직한 위기 직후에 일시적으로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는 증가세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제재와 높아진 인건비 등으로 베트남에 공장을 대거 옮기는 흐름이 거셌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트남을 필두로 하는 아시아 뉴7 생산기지는 중국과 달리 선진적인 개방 시장이어서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데 전혀 걸림돌이 없다”며 “최근 일본, 중국 기업들이 뉴7 국가에 대거 진출하면서 인력 및 자원 조달 측면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뉴델리=곽도영 기자 now@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중일 대표기업들이 ‘아시아 뉴(NEW) 7개국’에서 가장 격렬하게 경쟁을 펼치는 산업군은 ‘자동차, 가전 및 전자제품’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기업들은 한류로 만들어진 ‘한국에 대한 호감도’의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고 중국은 ‘가격경쟁력’, 일본은 ‘시장선점 효과’를 앞세워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본보가 지난달 18∼22일 KOTRA에 의뢰해 ‘아시아 뉴7’ 15개 도시에 근무하는 KOTRA 무역관장 전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한중일이 현지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산업군’(복수응답)에 대해 60.0%(9명)가 자동차라고 답했다. ‘가전 및 전자제품’이라는 응답은 53.3%(8명), 스마트폰과 철강은 각각 20.0%(3명)였다. ‘한중일이 현지에서 경쟁력을 지닌 산업을 각각 뽑아 달라’는 질문(복수응답)에도 자동차 산업은 세 나라에서 모두 ‘톱3’에 꼽혔다. 무역관들은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산업을 자동차(8명), 스마트폰(6명), 반도체(6명)라고 봤다. 중국에 대해선 소비재(9명), 가전(7명), 자동차(4명) 순으로 답했다. 일본은 자동차(10명), 기계(4명), 금융(3위) 순서였다. 한중일의 대표 자동차 회사들은 뉴7 국가에서 정면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인도나 동남아는 전통적으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텃밭이지만 한국과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탈환에 나섰다. 중국 비야디(BYD)는 이미 태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고, 올 하반기(7∼12월) 태국에서 신규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11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신규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이장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무역관장은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전기차 판매가 1위였다”며 “하지만 BYD의 연간생산 15만 대 규모 전기차 공장 착공이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예정돼 있는 등 앞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뉴7 국가를 공략할 때 중국·일본에 비교우위를 갖는 요소(복수응답)를 묻자 ‘높아진 한국 선호도’ 80%(12명), ‘기술력’ 53.3%(8명) 순서로 답변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93.3%(14명)는 ‘아시아 뉴7’의 한류 열풍이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사업하는 데 여전히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답했다. 김운태 베트남 다낭 무역관장은 “시장 규모 및 성장세를 감안할 때 이제는 영화 및 드라마 제작 단계부터 ‘아시아 뉴7’을 겨냥한 포석이 필요하다”며 “한국 드라마 및 영화에 노출된 제품이나 패션을 모방하려는 심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이 ‘아시아 뉴7’ 지역에서 비교우위를 지닌 요소에 대해선 ‘빨랐던 시장선점’이라는 답변이 66.7%(10명), ‘기술력’은 60.0%(9명)였다. 중국은 ‘가격경쟁력’이 93.3%(14명), ‘끈끈한 화교 네트워크’와 ‘공격적인 투자’가 각각 40.0%(6명)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들이 뉴7 국가에서 직접 생산하기에 유망한 분야는 ‘의료기기’(8명), ‘친환경에너지’(8명), ‘가공식품’(7명) 순서로 답변이 나왔다. ‘아시아 뉴7’에 수출하기 좋은 산업은 ‘의료기기’(13명), ‘화장품’(12명), ‘가공식품’(9명) 순이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지난달 27일 찾은 경기 화성시 남양읍 현대자동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덥고 건조하고, 시끄럽더니 또 엄청 조용하기도 한 곳’이다. 섭씨 영하 40도∼60도의 환경을 구현해 극한의 날씨가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환경풍동시험실’은 이날 맛보기용으로 온도를 35도에 맞췄는데도 숨이 턱 막히고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반면 습도에 민감한 2차전지를 다루는 ‘배터리 분석실’은 취재진을 위해 습도를 낮추는 드라이룸 기능 작동을 멈췄는데도 다른 공간보다 현저히 건조하단 느낌이 들었다. 근처 ‘상용시스템시험동’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적막감이 흘렀다. 조용한 환경에서 차량 소음을 확인하기 위해 7.5m 높이로 쌓아 놓은 흡음재 1만3000개가 모든 소리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는 모터와 인버터 등이 내는 ‘위이잉’ 하는 특유의 기계음이 시험실을 가득 채웠다. 1995년에 세워져 1만4000여 명이 근무 중인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기아 차량의 성능과 품질을 지켜내는 보루와 같은 곳이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중 ‘월드카 어워즈’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까지 3년 연속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수상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것도 남양기술연구소가 버티고 있는 덕분이다. 전동화 시대를 맞이해 남양기술연구소는 전기차의 품질과 성능 비교우위를 이어가야 하는 특명도 안고 있다. 미국 테슬라, 중국 비야디(BYD)가 급부상하고 있고,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샤오미도 최근 첫 전기차 ‘SU7’을 선보이는 등 전기차 업계에는 강한 경쟁자들이 수두룩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빠르게 전환해 선두권 업체들에 응수하면서 동시에 안전·품질 이슈를 철저히 관리해 아직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부족한 후발 업체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전년 대비 17∼20% 늘어난 4조1391억 원을, 기아는 2조6092억 원을 집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는 2026년까지 3년간 R&D에 31조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남양기술연구소 직원들은 품질과 안전에서 차별성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하는 환경풍동시험실에서는 수소전기 트럭인 ‘엑시언트’를 앞에 두고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의 기류를 만들어 고속 주행 시에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이강웅 현대차그룹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현대차에서 상용차 개발을 담당하는) 마틴 자일링어 부사장도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왔는데 벤츠에도 이 정도의 규모의 장비는 없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이 동원되기도 한다. 운전석에 장착된 로봇이 사람 대신 기어, 액셀,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로봇 팔이 차량의 문을 일정 강도로 여닫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분한 내구성 데이터 확보를 위해 로봇이 24시간 내내 몇 달간 시험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남양연구소에서는 타사 제품에 대한 벤치마킹 작업도 진행된다. 배터리 분석실에서는 품질 문제에 대해 사전 협의를 거친 국내외 제조사들의 배터리를 분해한 뒤 물질 간 결합을 분석하는 라만분광분석기로 살펴보기도 했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서도 수입차 구동 시스템을 살피는 시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런 것까지 살펴보느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품질 이슈와 관련해 세세하게 살피고 있다”며 “전기차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작은 차이로부터 더 큰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화성=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제철은 지속가능한 철강사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글로벌 지속가능 철강협정(GSSA) 등 탄소 배출에 관한 규제가 속속 추진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대제철은 2050년에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직간접 탄소 배출량을 12% 감소하겠다는 탄소 중립 로드맵을 지난해 공개한 바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서는 예전처럼 철강 산업을 영위해 나가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현대제철도 탄소 저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모양새다. 현대제철은 먼저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고급 강재 생산을 목표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1단계로는 기존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화된 쇳물을 고로 전로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하게 된다. 2단계에서는 현대제철 고유의 신(新)전기로 신설이 검토된다. 신전기로 건설이 완료되면 탄소 배출이 약 40% 줄어든 강재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신전기로는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 전기로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형태를 지니게 된다. 기존의 철 원료를 녹이는 작업부터 시작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 신전기로의 핵심이다 . 더불어 현대제철의 독자 기술을 활용한 저탄소 제품 생산 체계인 ‘하이큐브’ 기술이 생산 공정에 적용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 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수소 융합 생산 체제다. 이렇게 생산된 저탄소 제품들은 현대제철의 고유 브랜드인 ‘하이에코스틸’로 명명돼 글로벌 주요 고객에게 제공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전기로를 활용해 자동차 강판을 생산·공급했던 경험이 있다. 2022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1.0GPa(기가파스칼)급 전기로 저탄소 고급 판재의 시험 생산에 성공해 하이큐브로 대표되는 탄소 중립 철강 생산 체제 전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 현대제철은 현재 한국형 에너지 효율 혁신 파트너십인 ‘KEEP30’에 참여해 실질적인 에너지 관리 체계 수립 및 혁신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향후 고로 공정 중에 발생하는 탄소의 저감 기술 개발 및 에너지 절감에도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올해 창립 128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변화 DNA’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계·자동화, 반도체와 첨단소재 등의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두산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SMR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개의 SMR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등 글로벌 SMR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끈끈하게 이어오고 있다. 수소 분야에서도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나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두산에너빌리티는 1월 경남 창원에 국내 첫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했다. 이곳에선 수소버스 200대 분을 충전할 수 있는 하루 5t의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 400MW(메가와트)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 완료도 목표로 내걸었다. 2019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소 시험에 성공했다. 더불어 국책과제로 50% 수소 혼소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두산퓨얼셀은 대표적인 수소 활용 분야인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주력인 발전용 인산형연료전지(PAFC)를 비롯해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등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의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 반도체 테스트 분야에서는 두산테스나가 국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두산테스나는 최근 이미지센서 후공정 전문기업인 ‘엔지온’을 인수하기도 했다. 두산테스나는 엔지온 인수를 통해 CIS 관련 반도체 후공정 밸류체인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제조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이후 현재 업계 최다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사용 편의를 위한 직관적 인터페이스를 인정받아 2018년부터 줄곧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또한 북미, 서유럽 등 해외 시장 판매가 늘어나면서 국내 협동로봇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도 진입했다. 두산로보틱스는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도 참가해 재활용품 분류 솔루션 ‘오스카 더 소터’가 물체를 집은 뒤 스스로 종이컵, 플라스틱 용기, 캔 등의 특성을 학습하고 분류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소형건설장비 1위 기업인 두산밥캣은 완전 전동식 장비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잔디깎이 제품을 내놓는 등 건설장비 부문 글로벌 최고기업으로서 기술혁신을 지속해가고 있다. 특히 두산밥캣은 이번 ‘CES 2024’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업계 최초 무인·전기 굴절식 트랙터 ‘AT450X’를 공개했다. ‘AT450X’는 농업 신기술 소프트웨어 회사인 애그토노미와 공동개발한 제품이다. 당시 좁고 비탈진 공간을 무인으로 주행하는 모습을 공개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이 자리에서는 CES 혁신상 2관왕에 오른 완전 전동식 스키드 로더 ‘S7X’, 조종석을 없앤 무인 콘셉트 로더 ‘로그X2’, 무인 잔디깎이 등도 함께 선보여 기술력을 뽐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빠르게 변화하는 모빌리티 시장 환경 속에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해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였지만, 이제는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거듭나겠단 것이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는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가장 명확하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당시 현대차가 꺼내 든 화두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 대전환’이었다. 이는 현대차가 앞으로 수소 에너지 생태계 및 소프트웨어·AI 기술력을 앞세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번 CES에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슈퍼널, 모셔널, 제로원, 포티투닷 등 그룹 내 7개사가 총출동해 역대 최대 규모 부스를 꾸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CES 2024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대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그룹 중장기 전략 ‘SDx’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목표로 하는 SDx는 모든 이동 솔루션 및 서비스가 자동화, 자율화되고 끊김 없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도시 교통을 소프트웨어와 AI 중심으로 재정의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나 이동 등 일상 속의 다양한 상황과 환경, 맥락을 종합적으로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각자의 필요와 목적에 맞는 가장 최적화되고 자유로운 이동 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과 기기, 도시 인프라가 연결된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목표다. 현대차는 CES 2024에서는 로봇 제작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도 선보였다. AI를 바탕으로 모든 상자에 대해 스스로 세운 규칙에 따라 트레일러와 배송용 컨테이너를 비우기 때문에 사전에 별도의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트레치는 최대 무게 약 22.7kg의 상자를 운반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준공식을 열었던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도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생산 기술이 대거 접목된 곳이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혁신지구에 위치한 HMGICS는 지능형·자동화된 제조 플랫폼을 갖춰 다품종 유연 생산의 ‘제조 혁신’을 주도하고자 세워졌다.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베드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AI와 로봇 기술을 HMGICS의 제조 시스템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생산 시설 내부를 바쁘게 오가는 노란색 ‘AI 키퍼’다. 해당 기기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AI 기술을 접목한 일종의 ‘조립 품질 검사원’ 역할을 수행한다. AI 키퍼는 작업자가 여러 부품을 차량에 조립할 때 가까이 다가가 이를 촬영한 뒤 비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조립 품질을 확인한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HMGICS 내부에 ‘AI 안전 카메라’라고 불리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작업 공간으로 사람이 진입하면 이 카메라가 사람을 자동으로 인식해 경고를 발동하고 해당 공간의 로봇 작동을 멈추는 역할을 한다. 또한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 ‘AGV’는 차체를 생산 작업이 이뤄지는 셀에 정확하게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다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AMR’의 경우에는 차량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유기적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HMGICS 생산 공정을 뒷받침하고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3년 연속 ‘세계 올해의 차’(WCOTY)를 수상하면서 글로벌 정상급으로 올라선 전기차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시상식이 열린 ‘뉴욕 오토쇼’ 현장에서 기아는 새로운 준중형 세단인 ‘K4’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현대차는 그룹 내 모델 가운데 북미 판매량 1위인 ‘투싼’ 신차를 북미 최초로 공개하며 미국 뉴욕을 뜨겁게 달궜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의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9’이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제이컵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월드카 어워드에서 WCOTY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총 38개 후보가 격돌한 올해 평가에서 볼보의 ‘EX30’, BYD의 ‘실’과 최종 경합을 벌인 끝에 최고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2020년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시작으로 2022년 ‘아이오닉5’, 지난해 ‘아이오닉6’ 등 이번까지 최근 5년 새 4차례 WCOTY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됐다. WCOTY는 ‘북미 올해의 차’(NACTOY)와 ‘유럽 올해의 차’(COTY)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으로 꼽힌다. 29개국 자동차 전문기자 100명이 비밀투표로 선정한다. 올해 1월에도 NACTOY로 선정된 EV9은 세계 3대 자동차 상 중에서 두 개를 거머쥐었다. 현대차그룹의 첫 준대형 전기 SUV로 출시된 EV9은 99.8kWh(킬로와트시)의 대용량 배터리에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여유로운 실내 공간 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V9은 월드카 어워드의 세부 시상에서 ‘세계 올해의 전기차’로도 뽑혀 2관왕에 올랐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N’도 ‘세계 올해의 고성능 자동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뉴욕 오토쇼에서 기아 K4의 실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준중형 세단인 ‘K3’와 중형 세단인 ‘K5’로 제품군을 꾸렸던 기아가 두 차급 사이에 K4 모델을 신설한 것이다. K3는 올해 하반기(7∼12월) 중 단종된다. K4는 현대차의 ‘아반떼’와 비슷한 차급이기 때문에 사회초년생들을 공략할 만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K4에는 운전자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기아 AI 어시스턴트’가 탑재됐다. K4는 올 하반기 북미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출시 계획은 따로 잡히지 않았다. 현대차 모델 가운데 북미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투싼’의 부분변경모델도 뉴욕 오토쇼를 통해 북미 시장에 처음 공개됐다. 2021년 처음 출시한 현대차의 북미 전용 픽업트럽인 ‘싼타크루즈’의 상품성 개선 모델도 이번에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여기는 C13 파견! 다리 전체가 무너질 듯합니다!” 무전기를 통해 12초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진 것은 26일 오전 1시 29분이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로 컨테이너선이 불을 깜빡거린 채 다가오다 교각에 충돌한 것을 본 교통당국 관계자의 신고였다. 경찰은 즉시 다리 양끝에서 진입 차량을 멈춰 세웠다. 1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1977년 건설된 노후 교량인 이 다리는 이날 싱가포르 국적의 ‘달리’호와 충돌한 뒤 20초 만에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 있던 인부 8명이 수십 m 아래 퍼탭스코강으로 추락했다. 2명이 구조됐으나 실종된 6명 중 1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도 사망했을 것으로 외신은 추정했다. 교통 당국과 경찰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더라면 사고는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미국 내 최대 자동차 수송 항구 겸 석탄 수송 2위 항구인 볼티모어항의 운영은 무기한 중단됐다. 미 동부 물류 활동이 앞으로 몇 달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조종 능력 상실… 충돌 20초 만에 ‘와르르’ 달리호는 길이 300m, 폭 48m에 약 97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달리호는 충돌 약 4분 전부터 배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교각으로 방향을 튼 뒤 1분 만에 충돌했다. 항만 관계자들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닻을 내리고 왼쪽으로 방향타를 돌리도록 지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들은 충돌 직전에 당국에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조난신호(Mayday call)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 빌딩 높이의 대형 선박이 시속 14.8㎞로 교각을 들이받은 여파로 20초 만에 총 길이 2.6km 다리에서 56m 구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47년 된 이 다리에 교각 보호물이 없었던 것도 피해를 키웠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다리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로 볼 줄 상상도 못했다. 마치 액션영화 장면 같았다”고 했다. 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사고 초기 조사 메모에서 “충돌 전 선박 추진체의 동력은 상실된 상태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비상 발전기로 선박의 조명은 다시 켜졌지만 엔진은 복구되지 않아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선박은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지난해 6월에도 추진체, 보조 기계 관련 결함을 지적받았다.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항에서도 충돌 사고를 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가 곧 선박의 결함 여부를 포함해 사고 조사를 할 예정이다. ● “美 동부 해안 오가는 물류 흐름 차질” 볼티모어항은 미 동부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기지다. 지난해 800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르는 5230만 t의 국제 화물을 처리한 물동량 기준 미 9위 항구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 및 소형트럭 약 84만7000대를 하역하며 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매김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이 모두 이용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석탄 수출의 27%를 수출한 석탄 수송 2위 항구이기도 하다. 다리 붕괴 전 최소 12척의 선박이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볼티모어항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볼티모어항과 이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컨테이너선과 차량들이 대체 항구를 찾거나 우회로를 택하면 운송 시간 및 비용 증가, 병목 현상 등이 뒤따를 수 있다. 폭스바겐도 성명에서 “볼티모어항 인근 교통 경로가 변경돼 선적 처리 후 운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한국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주로 미 서부 항구를 이용한다”며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한 빨리 이 항구를 다시 가동할 것이다. 5만 개의 일자리가 이 항구에 달려 있다”며 조만간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연방정부가 재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당시 2년 후 새 다리가 개통된 점을 들어 빨라도 재개통에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권오갑 HD현대 회장(사진)이 27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 조선소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타국 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이날 행사에는 HD현대중공업 및 HD현대미포의 협력사 등에서 근무하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 42명이 참석했다. 회사 경영진 중에서는 권 회장 외에 HD현대중공업 이상균 노진율 사장, HD현대미포 김형관 사장 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권 회장은 “회사는 여러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때 건강하게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근로자 루스탐존 씨는 “회사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많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잘 적응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사내에 ‘외국인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통역 지원 인력을 상주시켜 외국인 근로자들의 소통을 돕고 있다. 특정 식재료를 먹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위해선 맞춤형 글로벌 식단도 제공한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헤이 기아. 엉따(엉덩이 따뜻하게) 해줘!” 기아의 ‘카니발’ 2열 우측 좌석에 앉아 있던 도중 문득 봄바람이 아직 좀 쌀쌀하다고 느껴져 ‘엉따’를 요청해봤다. 대화할 때 정도의 평범한 데시벨(dB)로 말했는데 카니발은 차량 내 음악과 서너 명이 내뱉는 잡담 소리를 뚫고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곧바로 열선시트 작동 버튼에 노란색 불빛이 들어오며 엉덩이가 따뜻해졌다. 별로 춥지도 않은데 무슨 ‘엉따’냐 눈을 흘기던 동승객의 좌석도 혹시 같이 뜨거워진 것은 아닌지 살피니 그렇지는 않았다. 어느 좌석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발화자를 귀신같이 찾아내 2열 우측 열선시트만 작동시킨 것이다. 27일 서울 서초구 시내에서 카니발 신차에 새롭게 장착된 ‘멀티존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해봤다. 멀티존 음성인식은 2열에서도 ‘헤이 기아’라고 부른 뒤 요청 사항을 말하면 맞춤 서비스가 작동되는 신기술이다. 이는 지난해 말 3년여 만에 출시된 카니발의 상품성 개선 모델에 현대자동차·기아 차량 중 최초로 장착됐다. 7∼9인승 카니발은 승객이 많은 가족용 차량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지녔다. 그동안의 차량은 음성 명령 기능이 주로 1열에서만 작동했고, 2열에선 천장에 달린 음성인식 요청 버튼을 손으로 누른 뒤 명령어를 외쳐야 했다. 그나마도 ‘2열 우측 자리 엉따 해줘’라고 구체적으로 부탁하지 않으면 괜한 사람의 엉덩이를 달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형 카니발에는 탑승자의 목소리를 감지하는 지향성 마이크 네 개가 차량 1열 좌우, 2열 좌우 천장에 달려 있다. 지향성 마이크는 특정 방향에서 입력되는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탑승자가 ‘헤이 기아’라고 부르며 요청 사항을 말하면 네 개의 마이크가 소리를 분석해 발화자가 위치한 쪽에 맞춤 응대를 해주는 것이다. 멀티존 음성인식은 명령어를 0.4초 만에 인식하지만 차량이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이에 대해 반응하는 과정에서 응답속도가 1.5초까지 늘어날 수 있다. 노재근 현대차그룹 책임연구원은 “차량 내부 음악이나 영상 음원은 마이크에 입력되지 않도록 하거나, 주변 대화나 주행 소음을 분리하는 기술을 적용했다”며 “차량 내에서 90dB 크기로 6시간 동안 미디어가 재생되는 도중에 멀티존 음성인식의 오인식은 2번만 발생해 인식률이 약 9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설명대로 멀티존 음성인식은 주변이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인식률이 높은 편이었다. “나 더워”라고 명령어를 입력하자 앞좌석에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공조와 통풍시트 설정을 변경할게요”라는 대답과 함께 조치가 취해졌다. 옆 사람과 대화하던 도중에 갑자기 “헤이 기아. 테일게이트(트렁크) 열어줘”라고 말해도 곧바로 뒤 트렁크가 활짝 열렸다. 다만 앞좌석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다른 기능이 작동되는 도중에 2열에서 음성명령을 시도하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멀티존 음성인식은 카니발 신차의 시그니처 트림(4252만 원)과 그래비티 트림(4405만 원)에 기본 옵션으로 장착돼 있다. 황승현 현대차그룹 책임연구원은 “현재는 더 뉴 카니발에 적용했지만 추후 제네시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라며 “하드웨어 성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전 차량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여기는 C13 파견! 다리 전체가 무너질 듯 합니다!”무전기를 통해 12초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진 것은 26일 오전 1시 29분이었다.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로 컨테이너선이 불을 깜빡거린 채 다가오다 교각에 충돌한 것을 본 교통당국 관계자의 신고였다. 경찰은 즉시 다리 양끝에서 진입 차량을 멈춰 세웠다. 1분 3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이날 싱가포르 국적의 ‘달리’호와 충돌한 뒤 20초 만에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 있던 인부 8명이 수십 m 아래 퍼탭스코강으로 추락했다. 2명이 구조됐으나 실종된 6명 중 1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나머지도 사망했을 것으로 외신은 추정했다. 교통당국과 경찰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더라면 사고는 자칫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미국 내 최대 자동차 수송 항구 겸 석탄 수송 2위 항구인 볼티모어항의 운영은 무기한 중단됐다. 미 동부 물류 활동이 앞으로 몇 달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조종 능력 상실… 충돌 20초 만에 ‘와르르’달리호는 길이 300m, 폭 48m에 약 9700개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달리호는 충돌 약 4분 전부터 배의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더니 교각으로 방향을 튼 뒤 1분 만에 충돌했다. 항만 관계자들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닻을 내리고 왼쪽으로 방향타를 돌리도록 지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원들은 충돌 직전에 당국에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조난신호(Mayday call)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 빌딩 높이의 대형 선박이 시속 14.8㎞로 교각을 들이받은 여파로 20초 만에 총 길이 2.6km 다리에서 56m 구간이 와르르 무너졌다.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다리가 저렇게 무너지는 것을 실제로 볼 줄 상상도 못했다. 마치 액션영화 장면 같았다”고 했다.미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사고 초기 조사 메모에서 “충돌 전 선박 추진체의 동력은 상실된 상태였다”고 파악한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비상 발전기로 선박의 조명은 다시 켜졌지만 엔진은 복구되지 않아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이 선박은 2015년 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했다. 지난해 6월에도 추진체, 보조 기계 관련 결함을 지적받았다. 2016년 벨기에 앤트워프항에서도 충돌 사고를 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가 곧 선박의 결함 여부를 포함해 사고 조사를 할 예정이다. ● “美동부 해안 오가는 물류 흐름 차질”볼티모어항은 미 동부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핵심 물류 기지다. 지난해 800억 달러(약 107조 원에 이르는 5230만 t의 국제 화물을 처리한 물동량 기준 미 9위 항구다.특히 지난해 자동차 및 소형트럭 약 84만7000대를 하역하며 미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매김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이 모두 이용한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석탄 수출의 27%를 수출한 석탄 수송 2위 항구이기도 하다. 다리 붕괴 전 최소 12척의 선박이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볼티모어항을 출항할 예정이었다. 볼티모어항과 이 다리를 이용하지 못하는 컨테이너선과 차량들이 대체 항구를 찾거나 우회로를 택하면 운송 시간 및 비용 증가, 병목 현상 등이 뒤따를 수 있다. 폭스바겐도 성명에서 “미 북·동부와 중부 대서양에 있는 미국 딜러들을 위해 차량 약 10만 대를 실어 보냈다”면서 “볼티모어항 인근 교통 경로가 변경돼 선적 처리 후 운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한국 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은 주로 미 서부 항구를 이용한다”며 국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한 한 빨리 이 항구를 다시 가동할 것이다. 5만 개의 일자리가 이 항구에 달려 있다”며 조만간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또 “연방정부가 재건 비용 전액을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이번 사고와 비슷한 2018년 이탈리아 제노바 다리 붕괴 당시 2년 후 새 다리가 개통된 점을 들어 이번에 빨라도 재개통에 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테슬라 대항마’로 기대를 받으며 2020, 2021년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상장 폐지 및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저가 경쟁, 중국 업체의 부상 등 업계에 불어닥친 ‘삼중고’를 버텨내지 못하고 자금줄이 말라가는 것이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피스커는 25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로부터 상장 폐지 통보를 받았다. NYSE는 성명을 통해 피스커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장에 더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NYSE는 일정 기간 평균 주가가 1달러를 밑돌면 상장 폐지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피스커의 주가는 1월 12일 1.03달러에 턱걸이한 후 계속 1달러를 밑돌았다. 이날 피스커 주식은 연초 대비 94.5% 하락한 0.09달러로 거래가 정지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피스커가 파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나스닥에 상장한 전기차 업체 가운데 지난해 6월 미국 로즈타운모터스가, 지난달 영국 어라이벌이 파산 신청을 하는 등 줄파산의 암운이 드리웠다. 다음 상장 폐지 타순은 수소·전기 트럭 업체인 니콜라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콜라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4일 1.01달러 이후 이날(0.74달러)까지 줄곧 1달러를 밑돌고 있다. 미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두 번에 걸쳐 상장 폐지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일제히 경영난에 빠진 핵심 원인은 전기차 수요 둔화다. 이들 업체가 증시에 상장했을 때인 2020, 2021년만 해도 기대감이 들끓었지만 현재 전기차의 성장은 둔화됐다. 충전 인프라 부족,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등의 문제가 겹친 탓이다. 그러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인 중국 BYD와 미국 테슬라는 할인 경쟁을 펼치면서 업계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와 함께 지리자동차, 니오, 엑스펑 등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급부상하면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외부 수혈을 통해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피스커만 해도 이달 중순 기존 투자자로부터 1억5000만 달러의 자금 조달 약속을 받았으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리비안은 지난해 10월 15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자금 조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루시드는 25일(현지 시간)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PIF)의 계열사로부터 10억 달러를 추가 수혈해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앞서 2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우디가 유일한 생명줄”이라고 평가하는 등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지난해 말 기준 루시드의 현금 보유액은 14억 달러, 리비안은 79억 달러다. 두 회사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각각 28억 달러, 54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를 줄이거나 신규 투자를 유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경영난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스스로 철회했다. 한국타이어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삭제한다고 25일 공시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일부 후보자가 일신상의 사유로 후보를 사임함에 따라 해당 안건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2012년 처음 한국타이어 사내이사에 선임된 후 12년 만에 사내이사 직함을 맡지 않게 됐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철회에 대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200억 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배임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뒤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은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RSG(Red Sea Global)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RSG는 사우디의 ‘기가 프로젝트’ 5개 중 하나인 홍해 프로젝트의 추진 주체다.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이 전액 출자한 RSG는 홍해 해안선을 따라서 자연친화적인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홍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MOU를 통해 RSG가 개발하고 있는 홍해 지역의 움마하트 제도 리조트 단지와 아말라 지역에서 전기차 및 수소 전기차를 실증할 계획이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RSG 개발 단지 전체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