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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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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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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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아빠 한달 출산휴가 의무화” 野 “셋 낳으면 1억 대출 탕감”

    총선을 83일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저출산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에 더해 아빠 출산휴가를 의무화하겠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3자녀를 낳는 부부에게 1억 원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했다. 인구소멸 위기 앞에 저출산 의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여야가 정책역량을 집중했지만, 여당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지 실효성이 의문”, 야당에는 “재원 마련 계획 없는 28조 원 투입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 강남구의 한 스타트업 업체에서 공약 발표식을 열고 “부총리급의 인구부를 신설해 흩어져 있는 인구 관련 정책을 통합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여기에 흡수된다. 특히 아빠에게도 1개월 유급 출산휴가를 의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은 기존 15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리고, 연 5일 유급 초등 3학년 이하 자녀돌봄휴가를 신설하기로 했다. 총 소요 재정은 연 3조 원으로 추산했다. 기존 정책 강화에 집중한 것이지만, 지금의 정책들은 주로 공무원과 대기업 직장인 위주로 활용되고 있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국회 저출산 종합대책 발표 행사에서 “결혼, 출산, 양육 등 과정에서 모든 신혼부부의 기초자산 형성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거대책으로 자녀가 2명인 가구에는 24평, 3명인 가구에는 33평의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 원을 10년 만기로 대출해주고, 출생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는 ‘결혼·출산지원금’ 제도도 공약했다. 민주당은 해당 공약을 이행하는 데 매년 28조 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지만 재원 마련 방법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與 “육아휴직 급여 210만원”… “中企엔 적용 쉽지않아” 지적 국힘, 육아휴직때 동료에 ‘업무대행 수당’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엔 법인세 감면 국민의힘이 18일 내놓은 저출산 대책인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은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를 ‘아이맞이 아빠휴가’로 개명해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현재 150만 원에서 최저임금 수준인 210만 원으로 60만 원 인상하는 등 육아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마음 놓고 한 달 휴가를 쓸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3조 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마련 방안도 관건이다. 국민의힘은 고용보험기금과 조세수입 일부 등을 이용해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스타트업에 빨간색 조끼와 빨간색 장갑을 착용한 택배기사 복장으로 저출산 공약이 담긴 ‘국민택배’ 상자를 든 채 등장했다. 한 위원장은 “저출생 문제는 부부간 육아부담 격차,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와 관련 있다”며 “격차 해소는 저출생 문제 해결과 동행사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저출산 공약을 발표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선 “좋은 걸 다 모아서 1년에 28조 원 재원이 어디서 나오는지 상관없다는 식의 정책을 제공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남성 출산휴가 기간을 늘린 것은 선진국에 비해 유급 출산휴가 사용이 적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출생아 100명당 유급 출산휴가 사용자는 2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60명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민의힘은 신청만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육아휴직 기간에는 육아휴직 급여의 75%만 받고 나머지는 복직 후 6개월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사후지급금 제도는 즉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복직 후 바로 퇴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휴직 기간 소득을 낮춰 저소득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에는 법인세를 감면하기로 했다. 또 육아휴직 시 외국인 인력을 대체인력으로 활용하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를 늘려 주겠다고 밝혔다. 대체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업무가 가중되는 동료에게 주는 ‘육아 동료수당’을 신설한다. 하지만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도 육아휴직은 대기업 정규직만 주로 사용하는 상황”이라며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직원도 당연하게 쉴 수 있도록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무제라고는 하지만 결국 근로자 본인이 신청해야 하는데 대체인력이 마땅치 않은 중소기업 직원들이 ‘한 달 쉬겠다’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자영업자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이란 개념 자체가 애매해 현실적으로 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野 “2자녀땐 24평 공공임대”… “年28조로 가능” 현실성 논란민주, 8~17세에 월 20만원 아동수당고교 졸업때까지 월 10만원 펀드 지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발표한 ‘세 자녀 출산 시 1억 원 대출금 탕감’ 등 저출산 종합대책은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현금을 지원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고소득층 부부와 저소득층 부부를 똑같이 지원하는 게 형평성에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저출산 대책 소요 예산으로 한 해 28조 원을 제시한 것을 두고도 전문가들은 “해당 예산으론 어림없다.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저출산 대책에는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2자녀 출산 시 24평, 3자녀 출산 시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임대주택들은 약 10년간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에게 분양된다. 또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해주는데, 한 명을 낳으면 바로 무이자로 전환되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 50%,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을 감면해준다. 재산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 고소득 가정까지 일괄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많은 세금을 내는 사람을 제외한다는 건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제도와 출산 시(0세)부터 고교 졸업 시(18세)까지 매월 10만 원씩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해주고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찾을 수 있게 하는 공약도 포함됐다. 해당 지원금은 증여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펀드 수익 전액에도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민주당은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확대(본인 부담금 현행 최대 85%에서 20% 이하로 축소), 미혼모·부 및 비혼 출산 가정 아이돌봄 무상 바우처 지원 등도 대책으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연간 28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현재 정부의 한 해 저출생 대책 예산 규모인 20조∼30조 원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예산 중 70% 이상이 주거 지원 예산이며 실제 양육·돌봄지원 사업의 예산은 2022년 기준 13조2000억 원에 불과했다. 결국 민주당 공약을 실제 추진하려면 현재 신혼부부 및 청년층 대상 주거지원 예산을 대폭 축소하거나 보육시설 개선 등 기존 저출산 정책 예산 상당 부분을 삭감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이 키우기 어려운 사회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 현금성 지원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실효성을 지적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아동 수당 월 20만 원은 ‘아이 학원비’ 정도로 인식될 뿐 출산 유인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자녀 가구에 제공한다는 공공임대 주택 입지에 대해 “교통 요지 등에 주택을 공급하는 건 쉽지 않다”며 “부산 광주 등 지방 대도시 인근에 짓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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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3명중 1명 아침밥 걸러… 美의 2배

    국민 3명 중 1명은 아침밥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되는데 전문가들은 “아침 식사를 거르면 성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29일 공개한 ‘202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58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 식사 결식률이 34%로 집계됐다. 2013년에 23.9%였는데 9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22년 결식률은 전년 대비 2.3%포인트 급증했는데,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상승률(5.1%)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침 결식률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15.2%로 한국의 절반 미만이었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젊을수록 아침을 굶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0대(19∼29세) 결식률이 59.2%로 가장 높았고, 30∼49세가 41.9%로 뒤를 이었다. 12∼18세 청소년도 37.7%는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만,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아침밥을 챙겨 먹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침을 굶으면 이후 음식을 섭취할 때 몸이 지방을 더 많이 축적하고 점심이나 저녁에 폭식할 우려도 커진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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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3명 중 1명 아침밥 거른다… “○○병 위험”

    국민 3명 중 1명은 아침밥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되는데 전문가들은 “아침 식사를 거르면 성인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29일 공개한 ‘202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 58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 식사 결식률이 34%로 집계됐다. 2013년에 23.9%였는데 9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22년 결식률은 전년 대비 2.3%포인트 급증했는데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상승률(5.1%)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침 결식률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15.2%로 한국의 절반 미만이었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젊을수록 아침을 굶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0대(19~29세) 결식률이 59.2%로 가장 높았고, 30~49세가 41.9%로 뒤를 이었다. 12~18세 청소년도 37.7%는 아침을 챙겨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비만,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아침밥을 챙겨 먹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침을 굶으면 이후 음식을 섭취할 때 몸이 지방을 더 많이 축적하고 점심이나 저녁에 폭식할 우려도 커진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침 식사를 주 2회 이하로 하는 경우 비만율이 13.9%로 주 5회 이상 아침을 먹는 사람(9.8%)보다 높았다. 조희경 정수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서울대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아침을 굶는 학생의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7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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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집, 작년 1969곳 감소… “車 15분 거리도 빈자리 없어”

    서울 서대문구에서 두 딸을 키우는 엄마 김모 씨(37)는 이달 이사를 준비하다 딸들의 보육 문제로 곤경에 처했다. 큰딸은 5세반, 작은딸은 3세반에 보내야 하는데 두 반을 동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이사 갈 집 근처에 한 곳도 없었기 때문. 인근 시설들에 문의해 보니 “원래 다 운영했는데 아이가 줄어들어 반 개수를 줄였다”는 답이 돌아왔다. 3, 5세반을 모두 운영하는 가장 가까운 시설은 차로 15분 거리인데, 그나마도 빈자리가 없어 대기를 걸어야 한다. 육아휴직 중인 김 씨는 이사를 마치고 복직을 해서 새 집 대출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는데 계획이 어그러질까 속이 탄다. 12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총 2만8954곳으로 2022년 12월(3만923곳)보다 1969곳 줄었다. 매일 5.3곳씩 문을 닫은 셈. 매해 12월 조사에서 어린이집 수가 3만 곳 아래로 줄어든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2월(3만7371곳)과 비교하면 4년 새 22.5% 급감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심각한 저출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감염을 우려해 가정 보육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이 때문에 김 씨처럼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저출산 탓에 아이가 줄어 어린이집이 폐업하고, 이를 지켜본 젊은층이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며 다시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자녀 계획이 없는 이유’ 1위로 ‘양육 및 교육 부담’(24.4%)이 꼽혔다.“육아휴직 끝나는데…” 아이 맡길곳 없어 출산 기피 어린이집 작년 1969곳 감소경기 하남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최근 3년 새 가정 어린이집 2곳이 문을 닫았다. 저출산으로 입소 희망 아동은 줄어드는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월세 부담이 커진 탓이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가정 어린이집 한 곳도 다음 달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갑자기 폐원 통보를 받은 부모들은 부랴부랴 새 어린이집을 찾아야 한다. 주민 정모 씨는 “지난해 이사 와서 이제 반 분위기에 적응했는데, 새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 또 적응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럽다”고 말했다. 저출산의 여파는 가정 어린이집부터 찾아왔다. 2019년 1만7117곳이었던 가정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1만692곳으로 38% 급감했다. 가정 어린이집은 주로 0, 1세의 아주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출산율이 줄면 이곳부터 여파가 미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도 같은 기간 1만2568곳에서 8886곳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 기간 국공립 어린이집 1863곳을 늘렸지만 쪼그라드는 ‘보육 인프라’를 유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분주히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렸지만, 기존에 있던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7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저출산 현상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선 보육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딸을 키우는 김모 씨는 “이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아직 미혼인 젊은이들이나 신혼 부부들이 본다면 누가 아이를 낳아 키우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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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청년 정신검진 이상땐 첫 진료비 면제 검토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여성 A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립·은둔 청년’에 속했다. 이직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2022년 초부터 실의에 빠져 수 개월 동안 집에 누워만 있었다. 그러다 용기를 내 서울시 청년마음건강센터를 찾았는데 정신건강검사 결과 우울증은 물론 초기 환각 증세까지 보이는 ‘고위험군’이란 결과가 나왔다. A 씨는 센터의 안내로 2022년 7월부터 6개월 동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검사 결과 정상으로 분류된 후 다시 취업에 성공했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A 씨처럼 정신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난 청년을 대상으로 첫 진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 방안’에서 국가가 20∼34세 청년에게 2년에 한 번씩 우울증과 조울증·조현병 검진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이상이 발견된 경우 지원 대상이 된다.● 정신과 첫 진료비 전액 지원 정부는 기존에도 청년 대상 정신건강검진을 진행했지만 주기가 10년이라 너무 길고 검진 항목도 ‘우울증 검사(PHQ-9)’뿐이었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악화된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2025년부터 검진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조울증과 조현병 증세가 있는지 확인하는 ‘조울증·조현병 검사(CAPE-15)’도 검진 항목에 추가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복지부는 국가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이들이 진료를 받아야 정책이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고위험군에게 ‘첫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첫 진료 비용은 상담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만∼5만 원가량이다. 정부는 이미 국민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의심 소견이 나올 경우 첫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만성 질환을 조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고혈압, 당뇨뿐 아니라 정신질환 의심 환자도 첫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정신질환도 초기 대처가 중요” 코로나19 확산 등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마음 건강은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0만 명을 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동네 병원)에서 사용된 총진료비는 9910억 원으로 10년 전의 3.3배가 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70%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도 조기 진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 경과가 좋은 것처럼 정신질환도 초기에 진료를 받아야 완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복지부는 정신건강검진 결과지에 거주지 인근 정신건강의학과를 안내하는 QR코드를 삽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의원들은 대기 환자가 몇 주씩 밀려 있을 때가 많다. 정신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받은 사람은 대기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특별 클리닉’ 등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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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거주 의무 폐지, 정부 말 믿고 분양받았는데…” 4만7000가구 혼란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593채 규모의 ‘e편한 고덕 어반브릿지’. 2021년 수도권 공공택지에 분양한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입주 후 5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는 첫 대상 중 한 곳이다. 정부가 작년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키로 하자 일부 입주 예정자는 전월세를 놓는 것을 전제로 자금 계획을 짰다. 하지만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되면서 실거주가 어려워진 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를 내린 전월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전입신고만 할 목적으로 부랴부랴 내놓은 ‘편법 매물’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실제 입주를 시작하고 나면 시세보다 1억 원 정도 저렴한 매물도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단지는 서울 9개 단지(7647채), 경기 50개 단지(3만221채), 인천 13개 단지(9727채) 등 총 4만7575채 규모다. 1월 경기 과천시 과천수자인(174채)을 시작으로 올해 11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1만2032채) 등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이사도 힘든데 속만 태우고 있다”며 “정부 말만 믿고 미계약분을 분양받았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실거주 의무의 경우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원 포인트’로 추가 협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월 말 3개 단지(1644채)를 시작으로 2월에도 1929채 입주가 예정돼 있어 1월 25일까지는 법안이 통과돼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규제개혁 1호’ 과제였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도 이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형마트들이 주말 휴무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했지만, 골목상권 보호를 앞세운 야당 반대에 부닥친 채 본회의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직장인 김모 씨(28·강원 춘천시)는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배송을 받을 수 있길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 역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야당 측은 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단계에선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료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아쉬워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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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합성니코틴 年200억 면세… 59% 차지한 中업체 배불려

    액상형 전자담배의 원료인 합성 니코틴에 천연 니코틴처럼 세금과 부담금을 부과하면 5년간 1000억 원 이상을 걷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 니코틴, 담배세 전혀 안 내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수입된 전자담배 용액은 모두 378t인데 이 중 합성 니코틴은 98t으로 26%를 차지한다. 현재 천연 니코틴에는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고 여기에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가 추가된다. 그런데 합성 니코틴에는 이 같은 세금과 부담금이 하나도 부과되지 않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내년부터 합성 니코틴에 천연 니코틴처럼 세금과 건강증진부담금 등을 매길 경우 5년간 1012억 원을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담배업계에선 합성 니코틴 원액을 희석해 전자담배 액상을 만들고 세금과 부담금은 최종 액상에 매겨지는 만큼 실제 세수 확대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천연 니코틴의 경우 완제품인 경우가 많은데 합성 니코틴의 경우 1t으로 평균 약 90t의 전자담배 액상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광고를 할 때도 일반 담배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팔아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합성 니코틴의 59%는 중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업계에선 “규제 사각지대에서 중국 기업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합성 니코틴 과세·규제 틀에 넣어야”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로 규정하고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합성 니코틴은 아직 독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담배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경각심이 덜하다 보니 국민 건강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계명대 의대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한국 성인의 전자담배의 종류에 따른 사용 행태와 금연 계획’ 논문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이용자는 금연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아 흡연을 지속할 확률이 연초 담배 사용자의 1.8배에 달한다. 최 의원은 “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합성 니코틴을 과세와 규제의 틀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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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 가입자 건보료, 자동차에 부과 폐지”

    이르면 다음 달부터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던 재산보험료 기본 공제금액이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른다. 자동차에 매기던 건보료도 폐지된다. 지역가입자 약 353만 가구 중 94.3%(약 333만 가구)가 월평균 2만5000원, 연 30만 원가량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소득은 없지만 집이나 자동차를 보유해 건보료를 과도하게 납부해 온 고령층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와 은퇴자는 소득 외에도 재산과 자동차에 건보료가 부과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은퇴한 어르신은 소득이 줄었는데도 건보료가 오히려 늘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된 과도한 보험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1982년, 자동차보험료는 1989년 도입됐다. 당시엔 지역가입자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실시한 조치였다. 하지만 소득 파악이 투명해지면서 부과 체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건보료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은퇴자나 지역가입자도 납득할 수 있는 부과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은퇴한 2.5억 집주인 건보료 月14만→10만원… 재산공제 상향 지역가입자 건보료 내달부터 개선소득에만 물리는 직장가입과 달리 재산-車에도 부과해 형평성 논란은퇴후 1주택자 과도한 부담 덜어건보료 수입 年9831억 줄어들 전망 70대 은퇴자 김장수(가명) 씨는 매달 14만3360원을 건강보험료로 내고 있다. 연금소득 월 100만 원 외에 다른 수입은 없지만 거주 중인 아파트에 ‘재산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약 2억5000만 원으로 과표 기준은 공시가의 약 60% 수준이다. 하지만 김 씨가 받을 수 있는 기본 공제는 5000만 원에 불과해 나머지 금액에는 보험료가 매겨진다. 은퇴 전에는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이마저도 회사와 절반씩 내 부담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보험료 납부가 버겁다고 느낀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김 씨의 건보료는 10만3120원으로 4만240원(28.1%)이 줄어든다. 정부와 여당이 5일 발표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개선 방안’에 따라 재산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이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처럼 ‘소득’ 중심 개편 현재 건보 지역가입자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물리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모두 건보료가 부과된다. 보유 주택이 없어도 전월세 보증금까지 보험료가 매겨진다. 이 때문에 건보료 부과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 항목은 소득 58.17%, 재산 41.44%, 자동차 0.39%로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보료의 비중이 41.83%에 이른다. 특히 은퇴 후 소득이 없는 1주택자는 보유 주택 가격 때문에 경제적 능력에 비해 과도한 건보료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정이 이날 발표한 개선안은 건보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꿔 직장가입자와 형평성을 맞추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부과 체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353만 가구 중 330만 가구의 재산보험료가 월평균 9만2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약 2만4000원(26.1%) 인하될 것으로 추산했다. 예를 들어 약 2억4000만 원의 주택을 보유한 지역가입자는 그동안 재산 과표가 1억 원으로 책정돼 월 재산보험료를 5만5849원 냈는데, 공제 금액이 1억 원으로 늘면 재산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4000만 원 이상 자동차에 부과되던 건보료는 완전히 폐지된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약 9만6000가구가 월평균 2만9000원을 내고 있다. 최대 부과 금액은 4만5223원이다. 재산 및 자동차 보험료 개선에 따른 최대 인하 금액은 월 10만1072원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 후 “주요국 가운데 재산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고 자동차에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가입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 수익 年 1조 줄어도 부과 체계 개선이 우선” 이번 부과 체계 개편으로 연간 건보료 수입은 9831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를 통해 충분히 (경감 금액을) 조달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건보 누적 적립금은 약 25조 원이다. 전문가들은 가입자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기본공제를 1억 원, 2억 원 등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궁극적으로는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만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건보 재정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우선 부과 체계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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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집도의 “1.4cm 자상… 어려운 수술이라 서울이송 수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피습을 당해 입은 상처가 ‘1.4cm 자상’이라고 서울대병원 집도의가 4일 오전 공개 브리핑에서 직접 밝혔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당초 수술 당일 브리핑을 예정했다가 취소한 뒤 이틀 만에 처음 마이크 앞에서 수술 내용 등을 설명했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 대표 상처는 1.4cm 자상” 집도의인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의 상처는 왼쪽 목 빗근(흉쇄유돌근) 위 1.4cm의 자상(찔린 상처)이다. 이 대표의 상처를 두고 ‘1cm 열상’, ‘1.5cm 열상’ ‘2cm 창상 또는 자상’ 등의 주장이 제기됐는데 서울대병원 차원에서 정확한 상처 크기와 종류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민 교수는 “목 부위는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 중요한 기관이 몰려 있어 상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깊이, 어느 부위를 찔렸는지가 중요하다”며 “(사건 초기엔) 기도 손상이나 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흉기는 피부와 근육을 관통하고 그 아래 내경정맥에 닿아 혈관 둘레의 60%가량이 손상된 상태였다. 다행히 내경정맥 바로 밑에 있는 내경동맥과 뇌신경, 기도, 식도에는 칼날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내경동맥이 손상됐다면 수 분 내에 숨질 수 있고, 뇌신경이 손상되면 마비 증세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난이도 높은 수술이라 전원 받아들여” 수술의 핵심은 내경정맥의 찢긴 부위를 봉합하는 ‘혈관재건술’이었다. 민 교수는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상처 부위를 충분히 세척한 뒤 내경정맥 상처 9mm를 꿰맸다”고 밝혔다. 동시에 근육 동맥 등 작은 혈관이 파열돼 ‘헤모클립’이라는 도구로 지혈시켰다. 이후 수술 부위에 생길 수 있는 피딱지, 고름을 몸 밖으로 빼내기 위한 배액관을 삽입한 뒤 상처를 봉합했다. 수술은 2일 오후 4시 20분경부터 오후 6시경까지 진행됐고, 이 대표는 수술 준비 시간 등을 포함해 약 2시간 동안 전신마취 상태였다. 민 교수는 부산대병원에서 이송된 경위에 대해 “목 정맥 혈관재건수술은 난이도가 높아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해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대병원 김영대 권역외상센터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이 대표의 가족과 비서 등으로부터 서울대병원 이송을 원한다고 들었다. 일부 직원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며 반대했지만 센터장으로서 이송은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해 이송시킨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의사회도 4일 성명을 내고 “상태가 위중했다면 당연히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수술 후 41시간 반 만에 브리핑 당초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 수술 중인 2일 오후 5시 10분경 출입기자단에 이 대표 수술 경과 등에 대한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이후 이 대표의 상처 크기와 성격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3일 “갑자기 브리핑이 취소된 게 이해되지 않는다. 병원 측이 윤석열 정권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서울대병원은 수술 종료 41시간 30분 만인 4일 오전 11시 반 공식 브리핑을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환자 동의 없이 의료 정보를 발표할 수 없었다. 환자의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회복 후 동의를 얻고 브리핑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핑은 질의응답 없이 5분 45초 만에 종료됐다. 전날 오후 일반병실로 옮겨진 이 대표는 4일 병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의 목소리가 수술 전과 다르다. 4일 오전까지도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새해 인사를 했다”며 “이 대표는 병상에서 죽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빠른 시간 내 당무 복귀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의료진 판단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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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집도의 “1.4cm 자상…난이도 높아 전원 받아들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피습을 당해 입은 상처가 ‘1.4㎝ 자상’이라고 서울대병원 집도의가 4일 오전 공개 브리핑에서 직접 밝혔다. 서울대병원 측은 당초 수술 당일 브리핑을 예정했다가 취소한 뒤 사흘 만에 처음 마이크 앞에서 수술 내용 등을 설명했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 대표 상처는 1.4㎝ 자상”집도의인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의 상처는 왼쪽 목 빗근(흉쇄유돌근) 위 1.4㎝의 자상(찔린 상처)이다. 이 대표의 상처를 두고 ‘1㎝ 열상’, ‘1.5㎝ 열상’ ‘2㎝ 창상 또는 자상’ 등의 주장이 제기됐는데 서울대병원 차원에서 정확한 상처 크기와 종류를 밝힌 것이다.하지만 민 교수는 “목 부위는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 중요한 기관이 몰려 있어 상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깊이, 어느 부위를 찔렸는지가 중요하다”며 “(사건 초기엔) 기도 손상이나 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흉기는 피부와 근육을 관통하고 그 아래 내경정맥에 닿아 혈관 둘레의 60%가량이 손상된 상태였다. 다행히 내경정맥 바로 밑에 있는 내경동맥과 뇌신경, 기도, 식도에는 칼날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내경동맥이 손상됐다면 수 분 내에 숨질 수 있고, 뇌신경이 손상되면 마비 증세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난이도 높은 수술이라 전원 받아들여”수술의 핵심은 내경정맥의 찢긴 부위를 봉합하는 ‘혈관재건술’이었다. 민 교수는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상처 부위를 충분히 세척한 뒤 내경정맥 상처 9㎜를 꿰맸다”고 밝혔다. 동시에 근육 동맥 등 작은 혈관이 파열돼 ‘헤모클립’이라는 도구로 지혈시켰다. 이후 수술 부위에 생길 수 있는 피딱지·고름을 몸 밖으로 빼내기 위한 배액관을 삽입한 뒤 상처를 봉합했다. 수술은 2일 오후 4시 20분경부터 오후 6시경까지 진행됐고, 이 대표는 수술 준비 시간 등을 포함해 약 2시간 동안 전신마취를 받았다.민 교수는 부산대병원에서 이송된 경위에 대해 “목 정맥 혈관재건수술은 난이도가 높아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해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하지만 부산대병원 김영대 권역외상센터장은 동아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지만 이 대표의 가족과 비서 등으로부터 서울대병원이송을 원한다고 들었다. 일부 직원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며 반대했지만 센터장으로서 이송은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해 이송시킨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 의사회도 4일 성명을 내고 “상태가 위중했다면 당연히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수술 후 41시간 반 만에 브리핑당초 서울대병원은 이 대표 수술 중인 2일 오후 5시 10분경 출입기자단에 이 대표 수술 경과 등에 대한 브리핑을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이후 이 대표의 상처 크기와 성격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3일 “갑자기 브리핑이 취소된 게 이해되지 않는다. 병원 측이 윤석열 정권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도 했다.결국 서울대병원은 수술 종료 41시간 30분만인 4일 오전 11시 반 공식 브리핑을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환자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할 수 없었다. 환자의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회복 후 동의를 얻고 브리핑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핑은 질의응답 없이 5분 45초만에 종료됐다.전날 오후 일반병실로 옮겨진 이 대표는 4일 병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의 목소리가 수술 전과 다르다. 4일 오전까지도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새해 인사를 했다”며 “이 대표는 병상에서 죽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빠른 시간 내 당무 복귀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의료진 판단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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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목 부위 내경정맥 손상… 예상의 2배인 2시간 응급수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왼쪽 목 부위에 1.5㎝ 크기의 상처를 입었다. 이 대표는 목에 있는 경정맥을 다쳤고,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전신마취 상태에서 2시간가량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 대표의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치명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경정맥 손상…관 삽입 후 수술” 민주당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후 3시 45분경 수술실에 들어갔다. 이어 상처가 난 부위의 피부를 절개해 정확히 어느 부분까지 다쳤는지 확인하고, 다친 부위에 대한 봉합 등을 진행했다. 의료진은 당초 수술에 1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2시간가량 걸렸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겉보기에 상처가 크지 않고 의식이 있다고 해도 정확한 상태는 수술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외상 환자의 경우 뒤늦게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혈전(피딱지) 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됐고,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생각보다 많아서 관을 삽입한 후 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상처에서 피가 나면 지혈을 위해 상처 부위 주위에 피딱지가 생기는데, 이 피딱지를 제거한 뒤 훼손된 혈관을 봉합했다는 뜻이다. 권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수술이 잘 끝났다면 합병증 위험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혈관을 다친 것이니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보다 추가 출혈 위험성이 낮다면 1주 안팎이 흐른 다음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동맥 안 닿아 치명상 피했다 이 대표가 다친 경정맥은 뇌에서 사용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목 부위 혈관이다. 목에는 여러 가닥의 경정맥이 있는데, 이 가운데 큰 혈관을 다치면 출혈이 다량 발생하고 급기야 생명까지 위독해질 수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이 대표의 상처는 칼에 ‘베인’ 게 아니라 ‘찔렸다’는 점에서 겉보기엔 1.5㎝ 크기라도 상처의 깊이에 따라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내경정맥보다 피부와 가까운 쪽에 있는 외경정맥 손상만으로도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피가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흉기가 뇌로 신선한 피를 올려 보내는 ‘경동맥’까지 닿지 않아 치명상은 피했다. 경동맥은 목에서 내경정맥 바로 안쪽을 지나간다. 경동맥을 다치면 극심한 출혈이 발생하고 수분 내에 숨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경동맥을 다쳤다면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피가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나와 사실상 응급처치가 소용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6시 반경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진에 따르면 피습 부위가 경동맥이 아니라 경정맥이어서 천만다행”이라며 “하마터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매우 긴박하고 엄중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의 상처가 목 측면이라 성대와 척추 신경 등 목소리와 움직임에 필요한 신경도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목 앞쪽을 지나가는 성대를 다치면 발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척추 신경을 다치면 몸을 움직이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지만 이 신경은 척추뼈 안에 있어서 자상으로 다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언론 브리핑 취소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지혈과 파상풍 주사 접종 등 기본적 응급처치를 받았다. 또 부산대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상처 부위에 대한 검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측은 당초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것을 권고했으나 이 대표 측의 의견에 따라 병원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수술과 입원 준비를 하다 환자와 가족 측 요청으로 이송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수술 실적 등의 면에서 전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곳으로 서울대병원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며 “의학적 측면만 보면 서울대병원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 가족 등은 보호자가 있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대병원 측은 이 대표가 수술을 받고 있던 오후 5시 10분 언론 브리핑을 예고한 뒤 1시간 40분여 만에 취소했다.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당초 수술 경과에 대해 소상히 알려드리고자 했으나 환자의 개인정보가 워낙 민감하다 보니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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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목 부위 경정맥 손상…2시간 혈관재건술 후 회복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왼쪽 목 부위에 1.5㎝ 크기의 자상(찔린 상처)을 입었다. 이 대표는 목에 있는 경정맥을 다쳤고,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은 뒤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전신마취 상태에서 2시간 가량 응급 수술을 받았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 대표의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치명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경정맥 손상…관 삽입 후 수술민주당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후 3시 45분경 수술실에 들어갔다. 이어 상처가 난 부위의 피부를 절개해 정확히 어느 부분까지 다쳤는지 확인하고, 다친 부위에 대한 봉합 등을 진행했다.의료진은 당초 수술에 1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론 2시간 가량 걸렸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겉보기에 상처가 크지 않고 의식이 있다고 해도 정확한 상태는 수술을 해 봐야 알 수 있다. 외상 환자의 경우 뒤늦게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집도의가 보호자에게 전한 말이라면서 “혈전(피딱지) 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됐고,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생각보다 많아서 관을 삽입한 후 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상처에서 피가 나면 지혈을 위해 상처 부위 주위에 피딱지가 생기는데, 이 피딱지를 제거한 뒤 훼손된 혈관을 봉합했다는 뜻이다. 권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수술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수술이 잘 끝났다면 합병증 위험은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혈관을 다친 것이니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보다 추가 출혈 위험성이 낮다면 1주 안팎이 흐른 다음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동맥 안 닿아 치명상 피했다이 대표가 다친 경정맥은 뇌에서 사용한 피를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목 부위 혈관이다. 목에는 여러 가닥의 경정맥이 있는데, 이 가운데 큰 혈관을 다치면 출혈이 다량 발생하고 급기야 생명까지 위독해질 수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이 대표의 상처는 칼에 ‘베인’ 게 아니라 ‘찔렸다’는 점에서 겉보기엔 1.5㎝ 크기라도 상처의 깊이에 따라 위험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내경정맥보다 피부와 가까운 쪽에 있는 외경정맥 손상만으로도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피가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흉기가 뇌로 신선한 피를 올려 보내는 ‘경동맥’까지 닿지 않아 치명상은 피했다. 경동맥은 목에서 내경정맥 바로 안쪽을 지나간다. 경동맥을 다치면 극심한 출혈이 발생하고 수 분 내 숨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경동맥을 다쳤다면 응급처치를 하더라도 피가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쳐 나와 사실상 응급처치가 소용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6시 반경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진에 따르면 피습 부위가 경동맥이 아니라 경정맥이어서 천만다행”이라며 “하마터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매우 긴박하고 엄중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또 이 대표의 상처가 목 측면이라 성대와 척추 신경 등 목소리와 움직임에 필요한 신경도 별다른 손상을 입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목 앞쪽을 지나가는 성대를 다치면 발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척추 신경을 다치면 몸을 움직이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지만 이 신경은 척추뼈 안에 있어서 자상으로 다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서울대병원, 언론 브리핑 취소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서 의식이 있는 상태로 지혈과 파상풍 주사 접종 등 기본적 응급처치를 받았다. 또 부산대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상처 부위에 대한 검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측은 당초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것을 권고했으나 이 대표 측의 의견에 따라 병원을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수술과 입원 준비를 하다 환자와 가족 측 요청으로 이송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는 수술 실적 등의 면에서 전국에서 1, 2위를 다투는 곳으로 서울대병원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며 “의학적 측면만 보면 서울대병원으로 옮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 가족 등은 보호자가 있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대병원 측은 이 대표가 수술을 받고 있던 오후 5시 10분 언론 브리핑을 예고한 뒤 1시간 40분여 만에 취소했다.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당초 수술 경과에 대해 소상히 알려드리고자 했으나 환자의 개인정보가 워낙 민감하다보니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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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세대 위한 연금개혁… ‘총선후 7주’가 마지막 기회다[기자의 눈/이지운]

    “4월 10일 총선이 끝나고 5월 29일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전까지 7주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최근 만난 한 연금 전문가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막을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일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려 있다”며 ‘3대 개혁 과제’를 언급했다. 이 중 연금개혁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국민연금을 되살려 국민 노후를 책임질 수 있게 하는 중대 과제였다. 현행대로라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돼 2055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지난해 연금개혁 논의는 말 그대로 ‘용두사미’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국민연금 운영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개혁 시나리오를 24가지 늘어놨다. 그중엔 받는 돈은 그대로 둔 채 내는 돈만 2배로 올리거나, 반대로 내는 돈은 그대로 둔 채 받는 돈만 늘리는 비현실적인 방안도 있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자문그룹에서조차 “국민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고 말할 것 같다(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이런 맹탕 계획안을 내놓은 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정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가 “돈을 더 내 달라”고 말할 엄두를 못 낸 것이다. 하지만 정부 안을 비판한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안을 서두르자”고 발 벗고 나선 의원은 없었다. 역시 4월 총선을 앞두고 ‘표 떨어질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두 가지 안 역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국민연금을 탈퇴할 수 있게 해 달라” “고갈되기 전에 지금까지 낸 돈만이라도 돌려 달라”와 같은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정부와 국회가 총선 이후 ‘마지막 7주’ 안에 파국을 막을 최소한의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 논의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보험료율 인상이 가장 급한 만큼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을 2%포인트 정도라도 올려 개혁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일각에서도 총선 직후 연금개혁이 속도를 낼 것에 대비해 준비하는 분위기가 있다. 새해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막판 스퍼트를 기대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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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절 저녁 내내 모은 폐지 7900원… 주6일 주워도 손에 쥐는건 月16만원

    “우리 나이에 성탄은 무슨…. 애들도 바쁘고. 한 푼이라도 벌려면 나와야지.” 26일 아직 동이 틀 기미조차 없는 새벽 서울 광진구 주성자원 앞. 도로가 고물상 앞으로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캄캄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위태롭게 노인들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물상 철문을 지난 노인들이 힘에 부친 듯 리어카를 털썩 내려놓았다. 조인열 씨(79)는 크리스마스였던 전날 저녁 식당가를 돌며 리어카에 박스를 차곡차곡 쌓아 모았다고 했다. 조 씨가 이렇게 모은 폐지의 무게는 198kg. 리어카 무게까지 합치면 270kg에 이르는 짐을 끌고 왔지만 그가 손에 받아 든 건 7900원뿐이었다. 조 씨는 지난주 폐지를 줍다 빙판길에서 넘어져 무릎을 다쳤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조 씨는 “병원에 꼭 가 보시라”는 기자의 말엔 끝내 대답하지 않은 채 빈 리어카를 챙겨 고물상을 나섰다.● 월급 15만9000원…최저임금 13% 이날 고물상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철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이선규 씨(66)는 전날 종일 돌아다녀 두 대 분량의 폐지와 고철을 주웠다. 다리에 장애가 있는 이 씨는 원래 엿장수 일을 했으나, 사람들이 더 이상 엿을 사지 않아 3년 전부터 폐지를 줍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폐지 가격이 너무 떨어져 힘들다”며 “집에 가서 잠깐 자고 오전 10시쯤 다시 나와 폐지를 주울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를 팔러 나온 김병년 씨(73)는 “한때 kg당 200원씩 하던 폐지가 이젠 kg당 40원까지 떨어졌다”며 한숨을 지었다. 전날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리어카 한가득 폐지를 싣고 가던 반병권 씨(81)는 “새벽부터 모았는데 1만 원 조금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대상으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올해 수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들은 하루 평균 5.4시간씩 주 6일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월평균 15만9000원을 벌고 있었다. 시급으로 따지면 올해 최저임금 9620원 대비 13%에 불과하다. 폐지 수집 노인 10명 중 8명 이상은 경제적 목적 때문에 폐지를 줍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노인 중 과반(54.8%)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폐지를 줍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5.3%가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을 꼽았다. 폐지 수집 노인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도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 노인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1.4%에 불과했다. 특히 폐지 수집 노인 중 39.4%가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노인 대상 조사 결과(13.5%) 대비 2.9배에 이르는 수치다.● 내년 1분기 폐지 수집 노인 전수조사 복지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지 수집 노인 지원 대책을 28일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전국 4282개 고물상에 오는 폐지 수집 노인 전체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내년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앞선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에 폐지 수집 노인이 약 4만2000명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이렇게 전국 폐지 수집 노인들의 명단을 확보한 뒤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돈을 벌고 싶어 하는 노인들에게는 폐지 수집보다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다른 노인 일자리 사업을 소개하고, 개인별로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있는지 확인해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폐지를 수집하고자 하는 노인들에 대해선 월 약 20만 원을 월급처럼 지급하거나 주워 온 폐지의 양에 비례해 지원금을 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성훈 주성자원 대표는 “무작정 어르신들에게 ‘폐지 줍지 말라’고 하는 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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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탄절 내내 폐지 주워 7900원… 주6일 리어카 끌어도 월16만원 벌어

    “우리 나이에 성탄은 무슨…. 애들도 바쁘고. 한 푼이라도 벌려면 나와야지.” 26일 아직 동이 틀 기미조차 없는 새벽 서울 광진구 주성자원 앞. 도로가 고물상 앞으로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캄캄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위태롭게 노인들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물상 철문을 지난 노인들이 힘에 부친 듯 리어카를 털썩 내려놓았다. 조인열 씨(79)는 크리스마스였던 전날 저녁 식당가를 돌며 리어카에 박스를 차곡차곡 쌓아 모았다고 했다. 조 씨가 이렇게 모은 폐지의 무게는 198kg. 리어카 무게까지 합치면 270kg에 이르는 짐을 끌고 왔지만 그가 손에 받아 든 건 7900원뿐이었다. 조 씨는 지난주 폐지를 줍다 빙판길에서 넘어져 무릎을 다쳤지만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조 씨는 “병원에 꼭 가 보시라”는 기자의 말엔 끝내 대답하지 않은 채 빈 리어카를 챙겨 고물상을 나섰다.● 월급 15만9000원…최저임금 13% 이날 고물상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철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이선규 씨(66)는 전날 종일 돌아다녀 두 대 분량의 폐지와 고철을 주웠다. 다리에 장애가 있는 이 씨는 원래 엿장수 일을 했으나, 사람들이 더 이상 엿을 사지 않아 3년 전부터 폐지를 줍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폐지 가격이 너무 떨어져 힘들다”며 “집에 가서 잠깐 자고 오전 10시쯤 다시 나와 폐지를 주울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를 팔러 나온 김병년 씨(73)는 “한때 kg당 200원씩 하던 폐지가 이젠 kg당 40원까지 떨어졌다”며 한숨을 지었다. 보건복지부는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대상으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올해 수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집 노인들은 하루 평균 5.4시간씩 주 6일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월평균 15만9000원을 벌고 있었다. 시급으로 따지면 올해 최저임금 9620원 대비 13%에 불과하다. 폐지 수집 노인 10명 중 8명 이상은 경제적 목적 때문에 폐지를 줍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노인 중 과반(54.8%)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폐지를 줍는다고 답했다. “용돈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29.3%로 뒤를 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85.3%가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을 꼽았다. 또한 폐지 수집 노인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도 다른 노인에 비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 노인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1.4%에 불과했다. 특히 폐지 수집 노인 중 39.4%가 우울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노인 대상 조사 결과(13.5%) 대비 2.9배에 이르는 수치다.● 내년 1분기 폐지 수집 노인 전수조사 복지부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폐지 수집 노인 지원 대책을 28일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전국 4282개 고물상에 오는 폐지 수집 노인 전체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내년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앞선 실태조사를 통해 전국에 폐지 수집 노인이 약 4만2000명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이렇게 전국 폐지 수집 노인들의 명단을 확보한 뒤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돈을 벌고 싶어 하는 노인들에게는 폐지 수집보다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다른 노인 일자리 사업을 소개하고, 개인별로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있는지 확인해 연결해준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폐지를 수집하고자 하는 노인들에 대해선 월 약 20만 원을 월급처럼 지급하거나 주워 온 폐지의 양에 비례해 지원금을 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성훈 주성자원대표는 “무작정 어르신들에게 ‘폐지 줍지 말라’고 하는 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지자체가 자생적으로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모든 어르신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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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 가족 돌보는 아이, QR코드로 도움과 연결해주세요”

    “할머니가 드셔야 하는 약의 종류가 매일 다르거든요. 하나씩 제가 분류해 드려야 해요.” 조손가정에서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학교 1학년 민수(가명·13)는 매주 서로 다른 색의 알약 수십 개를 분류해야 한다. 민수와 동생 민철이를 길러 주신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민수는 집을 나간 부모를 대신해 할머니 병 수발을 들고 있다. 할머니 약 챙기기는 기본이고, 집 청소와 마트에서 장 본 짐 옮기기도 민수의 몫이다. ●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아동민수처럼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도리어 가족을 돌봐야 하는 아동을 ‘가족돌봄아동’ 또는 ‘영 케어러(young carer)’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내에는 가족돌봄아동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민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돌봄아동에 대한 지원 체계가 없고, 서울과 부산 중구 등 4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조례를 마련해 지원할 뿐이다. 반면 해외에선 일찍이 가족돌봄아동을 법적으로 명확히 정의해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경우 아동과 가족법에 따라 가족 등에게 돌봄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의향이 있는 사람 중 18세 미만을 ‘영 케어러’로, 18∼24세를 ‘영 어덜트 케어러(young adult carer)’로 규정한다. 영국 정부는 이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긴급 지원도 제공한다. 호주 역시 25세 이하 ‘영 케어러’에게 연간 3000호주달러(약 265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병부터 양육, 아르바이트까지중학교 1학년 지혜(가명·13)도 민수와 같은 가족돌봄아동이다. 지혜는 건강이 좋지 않은 할머니를 대신해 초등학교 4학년인 동생을 돌본다. 아침에 동생을 깨워 학교에 보내는 것도, 하교 후에 주변에서 챙겨 준 반찬으로 동생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지혜가 매일 해야 하는 일이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은 지난해 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만 7∼24세 아동·청소년 1494명을 대상으로 가족돌봄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46%(686명)가 가족돌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상당수가 학업과 가족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를 통해 확인된 가족돌봄아동 중 13.4%는 본인이 집에서 돌봄노동을 하는 유일한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고, 돌봄노동을 할 다른 가족도 있지만 본인이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경우도 22.4%에 이르렀다. 초록우산의 이번 조사 결과 가족돌봄아동 중 50%는 1년 이상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5년 이상 가족을 돌봐 온 경우도 28%에 이르렀다. 돌봄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이 이 시기에 해야 할 학업이나 진로 설정, 정서 발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가족돌봄아동 3명 중 1명(36%)은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진로·진학(24%)과 학업(12%)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도 적지 않았다.● 만화 그려진 약 봉투로 가족돌봄아동 발굴더 큰 문제는 가족돌봄아동의 경우 다른 취약계층에 비해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적을뿐더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서울시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돌봄아동의 76%는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외부 지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민수나 지혜 같은 아이들 중 상당수가 ‘효자, 효녀’라고만 불릴 뿐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초록우산이 대한약사회와 함께 ‘돌봄 약 봉투’ 캠페인을 지난달 시작한 건 이렇듯 지원에서 소외돼 있는 ‘숨은 가족돌봄아동’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초록우산은 전국 약국 400여 곳에 특수 제작한 약 봉투를 배포했다. 일반적인 약 봉투라면 약국 이름이 쓰여 있을 자리에 가족돌봄아동들이 겪는 어려움을 캐리커처 형태로 그려 넣었다. 아픈 가족을 대신해 약을 타러 온 가족돌봄아동이 “내 이야기구나” 하며 쉽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초록우산 관계자는 “보통 아이들과 다르게 가족돌봄아동의 하루 동선엔 약국이 빠지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분석에 따라 이 같은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 1명이 가족을 돌보는 기간 동안 평균 4380개의 약 봉투를 수령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돌봄 약 봉투 캠페인을 통한 가족돌봄아동 지원 신청은 내년 3월 말까지 가능하다. 돌봄 약 봉투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지원 신청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고,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다. 가족돌봄아동 당사자가 아닌 약사나 이웃 주민도 대신 신청할 수 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아동들이 직면한 가족돌봄 문제는 가정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관련법 제정 등을 통해 공적인 복지 서비스 영역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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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암환자들에 노래 깜짝 선물한 ‘악뮤’

    “누구 사랑 먹고 그리 이쁘게 컸니? Mommy or your daddy or them both(엄마, 아빠, 아니면 둘 다)?”(악뮤, ‘Love Lee’) 남매 가수 ‘악뮤(AKMU)’가 연말 소아 환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서울대병원은 악뮤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 로비에서 깜짝 콘서트를 열고 환자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악뮤는 ‘Love Lee’ 등 올해 발매한 신곡부터 ‘오랜 날 오랜 밤’, ‘200%’ 등 대표곡으로 50분간 병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이어 갔다. 악뮤와 서울대병원은 외부인보다는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최대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공연 전날이 돼서야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홍보를 최소화했다. 이날 공연에는 환자와 보호자 250여 명이 로비를 가득 메운 채 공연을 지켜봤다. 악뮤는 공연 중 어린 관객들로부터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한 어린이 환자가 ‘거위의 꿈’을 신청하자 악뮤는 본인들의 곡이 아닌데도 즉석에서 화음을 맞춰 노래를 불렀다. 멤버 이수현(24)은 “‘후라이의 꿈’이 뭐야, 꿈은 ‘거위의 꿈’이지. 후라이보단 거위야”라며 유쾌하게 신청곡을 받아 관객을 웃게 했다. ‘후라이의 꿈’은 악뮤가 4월 발매한 신곡이고, ‘거위의 꿈’은 1997년 그룹 카니발이 발표한 곡이다. 공연이 끝난 뒤 악뮤는 소아암 병동을 찾았다. 면역력이 떨어져 병실 밖 음악회에 참석하지 못한 환자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악뮤는 보호구를 착용하고 그들의 오랜 팬인 정서희 양(15)이 입원한 무균실을 찾아 정 양의 ‘최애’곡인 ‘다리 꼬지 마’를 들려줬다. 정 양은 “입원 기간 동안 악뮤의 음악이 마음의 치유제가 돼 줬다. 오늘 받은 응원을 통해 앞으로도 힘내서 치료받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어린 환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취지로 악뮤가 먼저 병원에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이후 악뮤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어 음악회를 준비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큰 위안과 응원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태 병원장은 “앞으로도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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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실명위기 미숙아, 안과의사 찾아 200km 거리 서울로

    임신 25주 만에 태어나 비수도권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미숙아 기쁨이(가명)는 생후 3개월 차인 6월 망막에 출혈이 생겼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영영 시력을 잃을 수 있는 ‘미숙아망막증’이 의심됐지만, 병원에 이 병을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 기쁨이는 인공호흡기를 단 채 200km 이상 떨어진 서울 소재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안과는 흔히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인기 전공과목 중 하나다. 매년 새내기 의사들이 이들 전공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정작 이들 과목에서도 소아 진료나 중증·응급 질환 진료 인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의료 회복을 위해선 단순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비인기 과목에 대한 지원만 늘릴 게 아니라 ‘풍요 속 빈곤’에 빠진 인기과목에 대한 정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 부족에 미숙아망막증 ‘서울 쏠림’ 심각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숙아망막증을 진단받은 신생아는 총 1만1999명이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20명 중 1명(4.8%)은 이 병으로 치료를 받은 셈이다.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미숙아망막증 진료 인프라가 붕괴된 상태다. 대전의 경우 2013년엔 미숙아망막증 환자 379명을 진료했지만 지난해엔 44명밖에 보지 못했다. 울산 경북 전남 등은 지난해 미숙아망막증 진료 건수가 20건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기쁨이처럼 ‘원정 진료’를 받는 신생아가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 지난해 서울 소재 병원에서 진료한 미숙아망막증 환자는 총 5313명이었는데, 주소지가 서울인 미숙아망막증 환자는 2068명에 불과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원정을 온 미숙아망막증 환자만 3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실제로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을 운영하면서도 미숙아망막증을 볼 수 있는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교수 1명이 여러 병원의 NICU를 돌며 미숙아망막증을 진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김상진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소아 안과 분야는 고가의 특수 장비가 필요하고, 인력도 성인 환자를 볼 때보다 두세 배로 필요한데 책정된 진료비는 낮아 병원들도 투자를 꺼린다”고 말했다. ● 의사 부족해 시술로 충분한 환자 수술하기도다른 인기 과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판독하는 영상의학과는 대표적인 인기 과목이지만, 영상 ‘인터벤션(중재)’ 분야는 인력난에 허덕인다. 인터벤션은 피부를 절개하는 대신 혈관 등에 가느다란 기구를 넣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뇌혈관 질환 등을 치료하는 시술이다. 하지만 영상의학과 내 다른 분야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고 당직이 잦아 신규 전임의(펠로)가 2019년 25명에서 올해 12명으로 급감했다. 수도권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영상 인터벤션을 할 의사가 없어 간단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를 수술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정형외과 전문의도 도수치료나 동결건(이른바 ‘오십견’) 등 개원가 수요가 높은 탓에 소아나 중증외상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를 찾기 어렵다. 특히 골격 기형을 가진 아이를 수술하는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는 전국에 20여 명에 불과하다. 올해 61세인 조태준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가운데 상당수는 5년 안에 은퇴한다”라며 “이대로 방치하면 가물에 콩 나듯 지원자가 나타나도 가르칠 사람이 없어서 포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성형외과도 마찬가지다. 안면 외상이나 기형 환자를 상대로 재건 수술을 하는 의사는 대표적인 ‘3D 직종’이다. 특히 뇌종양 제거 후 재건 수술은 난도가 높고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에 의사의 부담이 크다. 정지혁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성형외과 교수는 “국내 최고라는 우리 병원도 소아성형외과만 다루는 펠로를 구하지 못해 다른 분야와 순환근무를 시켜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과목 아닌 질병 따라 필수의료 재정의해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9월 기준 국내에서 활동 중인 ‘피안성’ 전문의 8577명 중 가장 중증인 환자들이 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830명(9.7%)뿐이다. 최근 5년 새 ‘피안성’ 전문의는 1158명 늘었는데, 늘어난 의사 중 95%(1100명)가 동네 의원에서 근무한다. 소아·중증·응급 분야에서 일하면 업무 부담은 큰데 보상은 적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안과를 예로 들면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의 소득(약 1억5000만 원)은 동네 의원 의사의 3분의 1 수준이다.정부는 필수의료 회복을 위해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비인기 과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 사이 인기 과목 내에서 소아나 중증·응급 진료를 보는 하위 분과들은 오히려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어떤 과목을 전공했는지가 아닌 ‘어떤 질환을 진료하는가’로 필수의료의 정의를 새로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이 낮지만 생명이 오가는 진료를 하는 의사에 대해선 전공에 관계없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병원 현장에서 나타나는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게 정부가 할 역할이란 지적도 나온다. 소아 사시 환자를 진료하는 김응수 중앙대 광명병원 안과 교수는 “병원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은 환자를 보지만 병원에 가져다 주는 수익은 하위권”이라며 “이런 구조가 개선돼야 소아·중증 진료 인프라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종헌 의원은 “단순히 일부 과목에 대한 투자만 늘릴 게 아니라 국민 생명에 꼭 필요한 진료 분야들을 꼼꼼하게 따져 세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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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노모 10년 간병 50대 여성, 5명에 새 생명 선물

    따뜻한 마음씨로 주변 사람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던 50대 여성이 뇌사 뒤 장기기증으로 다섯 생명을 구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세진 씨(59·사진)가 지난달 1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에서 심장과 폐, 간, 좌우 콩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전력공사에서 환경미화 근로자로 일하던 박 씨는 10월 27일 퇴근 후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 온 고인의 뜻을 받들어 뇌사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박 씨의 가족과 지인들은 그를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늘 도움을 아끼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10년간 간호하면서도 힘들다는 불평보다는 주변 사람을 살뜰하게 챙기는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박 씨의 남편 김영도 씨는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아 미안해. 다음에 더 좋은 세상에서 호강시켜 줄 테니 하늘에서 잘 지내. 당신을 만나 고마웠고,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하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리며, 주신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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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문화 포용하는 사회… “건강한 공동체 만들어요”

    전남 고흥에 사는 라마이 짠티마 씨(46·태국 출신)에게 아들 김태원 군(14)은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종일 찬 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고된 일을 한 후에도 집에 돌아와 아들의 얼굴을 보면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아들과 도란도란 사는 일상이 그에겐 마치 꿈만 같다.● 낯선 한국-가정 폭력도 이겨내라마이 씨에게 김 군이 이렇게 애틋한 건 두 사람이 11년간 떨어져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이주해 이듬해 김 군을 낳았지만, 남편의 가정 폭력이 나날이 심해졌다. 결국 2011년 아들과 함께 남편의 집에서 나와야 했다. 홀로 생계를 꾸려야 했던 라마이 씨는 아들을 친정어머니가 있는 태국으로 보냈다. 라마이 씨는 남편과 헤어졌지만 연로한 시어머니를 보살피며 한국에 적응해 갔고, 지난해 김 군을 한국으로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라마이 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13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다문화 가족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라마이 씨는 상금 500만 원과 모국 방문 비용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나를 친딸처럼 아껴주셨던, 돌아가신 시어머니께 영광을 돌린다”며 “상금은 아들 학비로 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은 한국을 모든 문화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만드는 데 공헌한 이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올해도 다문화 가족 구성원과 공로자 등 개인 10명과 단체 3곳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결혼이주여성 해결사-선생님 역할가족 부문 우수상은 결혼이주여성들의 빠른 한국 적응을 돕는 ‘이주 선배’들에게 돌아갔다. 우수상 수상자 박은혜 씨(29)는 7년 전 한국인 남편을 만나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강원 영월군 가족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한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초기 결혼이주여성들에겐 관공서에서 행정 처리를 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을 때가 가장 난감한데, 박 씨는 지역 내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마다 동행하며 이들의 입과 귀가 되어 준다. 박 씨는 최근 친정어머니가 투병 중인 한 결혼이주여성을 도와 함께 병원에 다니고 있다. 이 여성은 어머니가 폐암 진단을 받아 꾸준히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어려운 의학 용어 탓에 의사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 씨는 자신의 차로 여성과 어머니를 태우고 원주시 소재 병원을 오가며 통역을 해주고 있다. 박 씨는 “경찰서나 법원에 갈 일이 생기면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장 막막해한다”며 “나도 한국어가 서투를 땐 같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 내가 힘이 돼줄 수 있어 보람차다”고 했다.● 언어 코치로 다른 이주여성 정착 도와또 다른 가족 부문 우수상 수상자인 량단 씨(43·중국 출신)는 대구 중구 가족센터에서 이중언어 코치로 일한다. 량 씨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엄마 나라’ 말과 글을 가르치는 방법을 지도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배우기 쉽지 않은 만큼 엄마가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녀들의 선생님이라면, 량 씨는 ‘선생님들의 선생님’인 셈이다. 그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 중에선 엄마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엄마 나라의 말을 배우며 점차 자부심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성상환 심사위원장(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학회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다문화 가족 구성원이 115만 명에 이르렀다”며 “다문화라는 구분 없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펼치는 다문화 가족과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라고 말했다.제13회 동아 다문화상 수상자▽가족 부문-대상: 라마이 짠티마 씨 가족(전남 고흥군·태국출신)-우수상: 박은혜 씨 가족(강원 영월군·베트남 출신) 량단 씨 가족(대구 달성군·중국 출신)▽공헌 부문(개인)-우수상: 안복현 씨(원곡초 교장) 김연 씨(경기 파주시 가족센터 특성 화팀장·중국 출신) 김지윤 씨(전북 군산시 가족센터 통·번역사·베트남 출신) 임혜미 씨(경기 양평군 가족센터 통·번역사·베트남 출신)▽공헌 부문(단체)-우수상: 경기 구리시 가족센터-특별상: 경기 안산시 글로벌청소년센터 충남 서산시 가족센터▽청소년 부문-우수상: 강아나르 씨(가천대 글로벌캠퍼스 유럽어문학과 1학년) 최은지 양(진도국악고 3학년) 유성민 군(저동고 1학년)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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