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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1층 주사실 캐비닛 위엔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서랍을 여니 주사제 앰플에 주사바늘이 꽂힌 채 나뒹굴었다. 일회용 주사제를 여러 환자에게 나눠 쓴 흔적이다. 수술 도구를 소독할 때 쓰는 고압 증기 멸균기는 녹이 슬어있었다. 사무장병원을 조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2017년 3월 충남 당진시 W요양병원 조사를 나갔다가 마주한 광경이다. 입원실 상태는 더 참혹했다. 환자가 맞는 포도당 수액은 사용기한이 10개월가량 지나있었다. 의료용품 보관함에서 나온 멸균 증류수와 의료용 장갑 등 256개 의료용품 가운데 사용기한이 지나지 않은 건 한 개도 없었다. 이 요양병원은 2015년 9월 개원했는데, 영양 수액의 유통기한은 2014년이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수액을 싼값에 사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셈이다. 건보공단은 의사 박모 씨(53)를 대리 원장으로 앉히고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건보 진료비 42억 원을 빼돌린 임모 씨(58)를 경찰에 넘겼다.● 사무장병원의 주요 타깃, 요양병원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면허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은 투자비 회수를 위해 제대로 된 의료 인력이나 시설을 갖추지 않고 진료비를 부풀리는 데만 집중해 과잉진료 등 각종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다. 특히 사무장병원 중 가장 심각한 곳은 ‘사무장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은 본래 외과 수술 등을 받은 뒤 회복을 위해 입원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 요양병원이 적은 비용으로 오래 입원할 수 있어 노인들의 ‘장기 숙소’처럼 활용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노인 요양원에 입소하려면 치매 등 질환의 중증도를 인정받아야 하는 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은 등급 없이도 입원할 수 있는 점도 노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 요양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환자를 등급별로 구분해 하루 일정액의 치료비(약 5만~9만 원)를 일괄 지급하는 ‘일당 정액수가제’를 적용 받는다. 의료 행위마다 진료비를 매기는 일반 병원의 ‘행위별 수가제’와는 다르다. 요양병원에선 세부적인 진료 명세를 청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진료비나 약제비를 아끼면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다.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의 주요 타깃이 되는 이유다. 치매와 뇌졸중 등으로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노인 환자가 주로 입원하다 보니 기본적인 위생조차 지키지 않아도 신고나 고발을 피할 수도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기관 1531곳 중 요양병원은 277곳으로 18.1%다. 하지만 이들이 빼돌린 돈은 모든 불법 개설 기관의 부당 청구액 2조5490억4300만 원 중 절반이 넘는 1조3368억9200만 원이다.● 사무장 요양병원 사망자, 일반 병원의 7배 의료계에선 사무장 요양병원들이 환자를 사실상 빈사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를 과다 투여하는 일이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환자들이 난동을 부리면 간병 부담이 커지는 만큼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필요하게 많이 투약한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 내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2년 5145명에서 2017년 1만239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환자를 ‘돈벌이’로만 인식하는 사무장 요양병원의 ‘야만성’은 지난해 1월 45명이 화재로 숨진 경남 밀양시 세종요양병원 사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병원 행정이사 우모 씨(60·여)는 장례식장의 매상을 올리기 위해 간호사들에게 “환자의 인공호흡기 산소 투입량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희생자가 많았던 이유도 병상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면서 비상구를 틀어막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장 요양병원이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사무장 요양병원 내에서 숨진 환자는 병상 100개당 연평균 165.9명으로 일반 병원(21.9명)의 7배 수준이었다. 환자들이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고 가정해 분석한 ‘중증도 사망비’도 사무장 요양병원이 일반 병원보다 11.6% 높았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박성민기자 min@donga.com}
“‘감마GTP’(간 수치의 일종)가 높으시네요. 술을 줄여야 해요.” 사람들은 하얀 가운을 입고 건강검진 결과를 유창하게 설명하는 이모 씨(33)를 ‘의사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서울지역 A병원과 B병원 이름이 적힌 이 씨의 명함 두 개는 모두 가짜였다. 의사 면허가 없는 그에게 ‘의사’ 역할을 맡긴 곳은 하모 씨(45)가 운영하는 불법 출장검진 기관이었다. 이 불법 출장검진 기관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A, B병원 명의를 빌려 관공서나 기업에서 출장검진을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비용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총 17억 원을 챙겼다. 출장검진 때 채혈 직전 환자들에게 15만 원가량의 ‘혈액종합검사’도 끼워 팔았다. 혈액형이 틀리거나 남성 혈액으로 난소암 검사를 하는 등 검사는 엉터리였다. 일반인이 돈벌이를 위해 의료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활개치고 있다. 불법 의료기관에서 환수해야 할 금액은 2005년 5억5000만 원에서 지난해 6489억9000만 원으로 1180배로 늘었다. 지난해 직장 가입자 월평균 건보료가 10만6243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1만 명의 1년 치 건보료가 불법 의료기관으로 흘러간 셈이 된다. 건보 재정을 축내는 주범인 사무장병원은 국민 건강에도 치명적인 위협이다. 감기 환자에게 권장되지 않는 항생제 처방 비율은 사무장병원이 43.9%로 일반 병원(37.8%)보다 높았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건희 기자}

전북 전주시의 A한방병원에선 2012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직원과 환자 사이에 은밀한 제안이 오갔다. 어깨나 무릎이 아파서 찾아온 노인 환자들에게 간호조무사 박모 씨(50·여)와 오모 씨(46·여)가 “침을 무료로 맞고 용돈까지 벌 수 있다”고 말을 꺼내는 게 첫 단계였다. 환자가 관심을 보이면 형식적으로 혈압을 재고 소변 검사를 했다. 그러고 나면 가벼운 어깨 결림으로 병원을 찾았던 환자는 중증 허리디스크에 시달리는 입원 환자로 둔갑했다. 이런 환자가 실제로 입원하는 일은 없었다. ‘가짜 입원환자’ 494명은 귀가했다가 미리 약속한 날에만 찾아와 무료로 침을 맞고 실손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퇴원 확인서를 받아갔다. A한방병원은 이들의 입원료와 각종 검사 및 치료비 명목으로 매일 수백만 원의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 이런 식으로 A한방병원이 4년여간 빼먹은 건보 진료비는 총 34억6193만 원에 달했다. 건보공단 조사 결과 이 한방병원은 의료진 자격이 없는 김모 씨(61)가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위장해서 세운 ‘사무장병원’이었다.○ 50만 명분 건보료 빼먹어 현행법상 의료인 자격이 없는 사람이 면허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면 사무장병원이 된다.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사를 내세워 약국을 꾸리면 ‘면허대여 약국’으로 모두 불법 개설 기관이다. 건보 진료비는 건보공단 부담금과 환자 본인 부담금으로 나뉜다. 진료비가 1000원이라면 건보공단이 700원, 환자가 300원을 내는 식이다. 적발되면 불법 개설 기관을 운영한 동안 건보공단뿐만 아니라 환자로부터 받은 진료비까지 전액 징수 대상이 된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불법 개설 기관은 총 1531곳이다. 첫해인 2009년엔 6곳이 적발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엔 170곳이 불법 개설 기관으로 판명돼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요양병원을 포함한 일반 병·의원이 988곳(64.5%)으로 절반이 넘었고, 한방 병·의원 261곳(17.1%), 치과 병·의원 143곳(9.3%), 약국 139곳(9.1%) 등이 뒤를 이었다. 그간 불법 개설 기관이 빼먹은 건보 진료비와 약제비는 총 2조5490억4300만 원이다. 지난해에만 6489억9000만 원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으로 빠져나갔다. 불법 청구 금액이 지난 5년간 연평균 1027억 원씩 증가한 결과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 8년 만에 당기 적자를 기록해, 전체 적립금의 규모가 2017년 20조7733억 원에서 지난해 20조5955억 원으로 줄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적립금은 계속 줄어들다가 2026년 바닥나 1조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개설 기관만 제대로 단속해도 건보 재정이 고갈되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금 뽑으려 과잉 진료 ‘돈줄’인 사무장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쓴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거나 고가의 약을 처방하는 것은 기본이다. 가족이나 지인을 ‘유령 환자’로 둔갑시키고 실제로는 하지 않은 수술비를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충남 논산시의 B요양병원은 콩팥 투석 환자에게 1명당 20만∼50만 원을 쥐여주고 이들을 입원 환자로 꾸며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99억 원의 건보 진료비를 받아 챙겼다. 아예 설립 단계부터 보험 사기범과 결탁해 가짜 입원 환자를 늘리는 사례도 흔하다. 환자를 유치해온 브로커에게 진료비의 10∼20%를 떼어주거나 월 300만 원을 주고 영업사원으로 고용해 조직적으로 환자를 끌어모은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암 환자만 골라 받은 뒤 비싼 약을 허위로 처방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2013년부터 정부가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진료비의 본인 부담을 낮춘 점을 사무장병원이 환자와 결탁해 악용한 것이다. ‘바지 원장’을 앉힌 지 5개월 만에 10억 원을 챙긴 한 한방병원은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 “입원 환자 명단에 이름만 올리고 (외출해서) 개인 일을 봐도 된다”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진료비 부풀리기는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나타났다. 건보공단이 2017년까지 적발된 사무장의원의 의료 행태를 분석한 결과, 환자 1명당 평균 외래 진료비가 34만8000원으로 일반의원(12만5000원)의 2배가 넘었다. 환자 1명당 입원 일수도 사무장의원은 15.6일, 일반의원은 8.6일로 차이가 컸다. 전문가들은 사무장병원이 수사당국의 감시를 피하면서도 이익을 늘리기 위해 갈수록 교묘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건보 혜택이 적용되는 환자는 ‘박리다매’로 저렴하게 치료하되 건보공단이 파악할 수 없는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등의 방식이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사무장병원의 수법이 국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
건강보험 재정을 빼먹는 사무장병원의 ‘바지 원장’인 의사와 ‘돈줄’인 사무장은 공생 관계다. 의사는 큰 노력 없이도 월 500만 원이 넘는 월급을 챙길 수 있고, 사무장은 건보 진료비를 청구하며 은행 이자보다 높은 투자금 대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사무장병원에 이름을 빌려주는 의사 중 대다수는 진료 업무를 보기 어려운 고령의 의사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6월 사이에 적발된 사무장병원의 의사 206명 중 70대 이상은 18%인 37명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의사 중 70대 이상의 비율(3%)보다 6배 수준으로 높다. 사무장병원에 가담한 고령의 의사는 직접 진료를 하지 않고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진료를 떠넘기는 일이 많다. 경기 성남시에선 치기공사 출신 사무장 A 씨가 78세 치과 의사의 이름을 빌려 치과 의원을 차린 사례가 있었다. A 씨가 직접 환자를 보다가 엉뚱한 이를 뽑는 일까지 벌어졌다. 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병원이나 약국을 차릴 형편이 되지 않는 젊은 의사나 약사가 타깃이 되기도 한다. 2012년 5월 “월 700만 원을 줄 테니 약사 면허를 빌려 달라”는 사무장 B 씨(57·여)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른바 ‘면허대여(면대) 약국’에서 일하다가 2014년 12월 적발된 약사 C 씨(31)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C 씨는 현재 B 씨와 함께 건강보험 약제비 50억2119만 원과 지연 이자 등 총 60억 원을 갚아 나가고 있다. 사무장과 의사는 주로 온라인 구인 사이트에서 만난다. 25일 한 사이트에서 “원장님을 모십니다”라는 문구로 검색해보니 새로 개설하는 병원에서 원장으로 일할 의사를 찾는다는 글이 20건 넘게 나타났다. 김양균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의사가 사무장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려면 정부가 병의원 개업비용을 낮은 이자로 보조하되 에듀파인 같은 국가관리회계 시스템으로 진료비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꽃샘추위가 찾아온 22일 낮 12시 반.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중학교에는 점심시간 내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학교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실로 돌아간 게 전부였다. 학생 수 감소로 내년 2월 폐교가 확정된 공진중 교정은 전교생이 체험학습을 갔다는 착각이 들 만큼 고요했다. 공진중은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지난해 1학년이었던 공진중 학생들은 전원 2학년이 되기 전에 인근 다른 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현재 남아있는 건 3학년 47명뿐이다. 이들이 1993년 개교한 공진중의 마지막 졸업생이다. 공진중에서 1.4km 떨어진 염강초도 내년 2월이면 문을 닫는다. 올해 신입생을 받았지만 내년에 전교생이 인근의 가양초와 염경초로 분산 배치된다. 한 주민은 “이 동네에 더 이상 학생이 없으니 어쩔 수 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같은 날 기자가 찾은 서울 은평구 은혜초에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운동장 구석에는 낙엽이 수북했고, 축구 골대는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 정오가 다 됐는데도 은혜초 교문 앞 문구점은 문을 열지 않았다. 문구점 사장은 “점심시간이면 아이들로 왁자지껄했는데 지금은 바람소리만 들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3월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법인이 자진 폐교를 추진하면서 재학생이 모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저출산으로 인한 폐교가 지방을 넘어 서울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교육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는 교육 공간인 동시에 지역의 구심점이라 학생 수가 줄었다고 무작정 폐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병호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저출산으로 학교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막상 자기 동네 학교가 사라진다면 대다수가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립학교가 폐교하면 법적 분쟁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은혜초는 서류상으로는 현재까지 폐교되지 않은 상태다. 학교법인이 폐교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단 폐교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시교육청이 검찰에 법인을 고발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폐교는 이제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초등 1년생이 태어난 해(2013년)의 연간 출생아는 40만 명대다. 2017년부터 연간 출생아는 30만 명대로 떨어졌다. 2017년 이후 태어난 ‘30만 명대 세대’가 학교에 진학하면 폐교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구학 전문가의 추계모델로 분석한 결과 2030년에는 초등학교 10곳 중 3곳(29.5%)이 필요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은 2018년 이후 태어난 출생아들로 초등학교의 전(全) 학년이 채워지는 시기다. 이마저도 지난해 출생아(32만6900명)와 학교당 학생 수가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한 결과다. 내년 출생아가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제 사라지는 학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2033년에는 현재 중학교의 28.0%, 2036년에는 고교 41.1%가 남아돌 것으로 예측됐다. 교사 수 선발 인원 감축도 불가피하다. 폐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미 전국 산부인과 의원은 2005년 1907곳에서 2017년 1319곳으로 30.8%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첫 여성전문 병원인 서울 중구 제일병원이 진료를 중단했다. 전국 어린이집도 2014년 4만3742곳에서 지난해 3만9171곳으로 줄었다. 산부인과와 어린이집이 사라진 지방에선 젊은 부부가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하고 있다. ‘30만 명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는 2040년대면 노동력 감소가 현실화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급증해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체계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2060년까지 합계출산율이 1.38명, 노년부양비가 82.6%로 각각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고갈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급감한 출생아 수를 고려하면 고갈 시점이 더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현역병으로 입대할 20대 남성이 줄어들면 병역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인구 감소는 주택 공급, 도로와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정책학과 교수)은 “인구 감소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데 정부는 5년마다 바뀌고 당장 급한 현안에 휘둘려 저출산 이슈에 너무 둔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저출산 문제는 충격이 닥칠 때에는 이미 늦고 국민이 받는 피해도 너무 엄청난 국가적 재앙”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호경 kimhk@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시는 2017년 관악구에서 4086명(중위 추계)의 아이가 태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같은 해 관악구에서 태어난 아이는 2931명에 그쳤다. 추계보다 무려 28.3%나 적게 태어난 것이다. 결혼 적령기(20∼39세)인 구민은 전년보다 300여 명 증가했지만 대다수가 신림동 고시촌 등에 혼자 살며 출산은커녕 결혼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점을 간과해 벌어진 일이다. 이에 관악구는 2017년 두 명 이상을 낳은 가정에 ‘출산축하금’ 20만∼100만 원을 주기 위해 3억3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도 이 중 8200만 원을 쓰지 못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4일 전국 시군구별 출생아 수(2017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관악구처럼 통계청과 광역자치단체의 추계 대비 실제 출생아 수가 20% 이상 적었던 시군구가 35곳이나 됐다. 빗나간 예측 탓에 저출산의 충격이 유난히 컸던 지역이 많다는 얘기다. 추계 대비 실제 출생아의 비율이 가장 낮았던 지역은 충남 금산군이었다. 통계 당국은 2017년 금산군에서 335명이 태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30.5% 적은 233명이 태어났다. 대전 동구는 추계 대비 29.6%, 전남 무안군은 29.3%, 대전 중구는 28.7%나 출생아가 적었다. 실제 출생한 아이들의 수가 예상 추계와 가장 크게 차이가 났던 곳은 경기 화성시다. 9043명이 태어날 거란 예상보다 2039명이 적은 7004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그 다음으로는 수원시 1924명, 용인시 1650명 순으로 추계 대비 출생아 수가 적었다. 이는 통계 당국의 출생아 수 예측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지역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이 주거와 취업, 출산 인프라 등으로 제각기 다른데도 불구하고 인구 추계에는 전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모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아예 인구 예측이 빗나가면서 벌어지는 행정 계획의 차질을 줄이기 위해 자체적인 인구 추계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으며, 치매 환자 1명을 관리하는 데 연간 2074만 원이 들어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앙치매센터는 건강보험 진료 명세와 복지 서비스 이용 현황 등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2017년 기준 70만5473명으로 추정된다고 20일 밝혔다. 같은 해 65세 이상 인구 706만6201명 중 약 10%다. 하지만 치매로 추정되는 60세 이상 환자 중 치매상담센터에 등록해 관리되는 비율은 52.1%로 절반 조금 넘은 수준에 그쳤다. 치매센터는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2024년 103만 명으로 100만 명을 돌파한 뒤 2039년 207만 명, 2050년 303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치매 환자에게 들어가는 의료비와 요양원 입소비 등 치료 비용과 조기 퇴직으로 잃게 되는 소득 등을 포함하면 전체 치매 환자 관리 비용은 2017년 기준 14조6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국내총생산(GDP)의 0.8%가 치매 환자 관리에 쓰이는 셈이다. 이 비용은 매년 급격히 늘어나 2050년엔 43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해 예상 GDP의 1.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에게 최고 등급의 훈장이 수여된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어 설을 하루 앞두고 응급의료 업무에 매달리다 과로로 숨진 윤 센터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또 지난해 12월 31일 진료시간 이후에 찾아온 정신질환자를 돌보다가 환자의 흉기에 숨진 임 교수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국민훈장은 국민의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무궁화장은 5등급의 국민훈장 중 가장 높은 1등급이다. 근정훈장은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에게 수여되며, 5등급 중 청조근정훈장이 1등급이다. 보건복지부는 4월 7일 ‘보건의 날’을 앞두고 5일 열리는 기념행사에서 윤 센터장의 장남과 임 교수의 부인에게 각각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윤 센터장은 설 연휴 기간에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귀가하지 않고 일하다가 지난달 4일 집무실에서 급성 심장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고 애도했다. 복지부는 윤 센터장이 2002년부터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이끌며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출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등을 주도해 국내 응급의료 체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주변 사람의 자살 징후를 일찍 알아챌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만드는 등 환자에게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임 교수는 2012년 심한 우울증에 빠진 뒤 스스로 투병한 과정을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2016년 발간해 많은 환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임 교수의 모교인 고려대 교우회는 ‘참의료인상’을 특별 제정해 5월 5일 임 교수에게 수여할 계획이다. 정부와 국회는 윤 센터장과 임 교수의 뜻을 담은 정책과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지부는 윤 센터장의 숙원이었던 지역 맞춤형 이송지도 마련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처럼 경각을 다투는 환자가 시설과 장비가 미비한 병원을 전전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많다는 고민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폭력성이 강한 정신질환자를 보호자가 아닌 법원의 판단으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 도입 등을 비롯해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33건 발의돼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에게 최고 등급의 훈장이 수여된다.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어 설을 하루 앞두고 응급의료 업무에 매달리다 과로로 숨진 윤 센터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또 지난해 12월 31일 진료시간 이후에 찾아온 정신질환자를 돌보다가 환자의 흉기에 숨진 임 교수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기로 의결했다. 국민훈장은 국민의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무궁화장은 5등급의 국민훈장 중 가장 높은 1등급이다. 근정훈장은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에게 수여되며, 5등급 중 근정청조훈장이 1등급이다. 보건복지부는 4월 7일 ‘보건의 날’을 앞두고 5일 열리는 기념행사에서 윤 센터장의 장남과 임 교수의 부인에게 각각 훈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윤 센터장은 설 연휴기간에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귀가하지 않고 일하다가 지난달 4일 집무실에서 급성 심장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무실 한편에 오도카니 남은 주인 잃은 남루한 간이침대가 우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고 애도했다. 복지부는 윤 센터장이 2002년부터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이끌며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도입 △권역외상센터 출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등을 주도해 국내 응급의료 체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주변 사람의 자살 징후를 일찍 알아챌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만드는 등 환자에게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임 교수는 2012년 심한 우울증에 빠진 뒤 스스로 투병한 과정을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2016년 발간해 많은 환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임 교수의 모교인 고려대 교우회는 ‘참의료인상’을 특별 제정해 5월 5일 임 교수에게 수여할 계획이다. 정부와 국회는 윤 센터장과 임 교수의 뜻을 담은 정책과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지부는 윤 센터장의 숙원이었던 지역 맞춤형 이송지도 마련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처럼 경각을 다투는 환자가 시설과 장비가 미비된 병원을 전전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많다는 고민에 따른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폭력성이 강한 정신질환자를 보호자가 아닌 법원의 판단으로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 도입 등을 비롯해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33건 발의돼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올림픽공원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골인한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10km 코스는 ‘펀 런(Fun Run·즐거운 달리기)’을 즐기는 참가자들로 붐볐다. 그 가운데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63)도 있었다. 50대 초반 시절 풀코스를 여러 차례 완주하다 약 6년 전부터 달리기를 멈췄던 그는 이번 대회를 복귀 무대로 택했다. 1시간9분14초의 기록으로 완주한 그는 “모처럼 뛰어 힘들었지만 역시 뛰고 나니 기분이 좋다”며 “마라톤 정신은 한마디로 욕속부달(欲速不達)이다. 빨리 가고자 하면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는 논어 말씀이다. 인생도 마라톤도 모두 그렇다. 세상 모든 일에는 절제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74년 덕수상고를 졸업한 조 처장은 1980년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했고 같은 해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지난해 7월에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올 초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그는 “10년 뒤 100회 대회 때는 10만 명이 뛰는 더 큰 달리기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때까지 열심히 뛰어 그 10만 명 중 한 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의 출연진도 단체로 출전했다. 출발에 앞서 개그맨 이용식 씨는 “마라톤에 출전하려고 보름간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얼마나 뺐냐고요? 한 근(600g)요!”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선 4km가량 달리다가 근육 경련이 일어나 포기했던 이 씨는 완주를 다짐했지만 다시 한번 결승선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마라톤 경험이 풍부한 MC 정은아 씨는 1시간15분을 기록했다. 동아마라톤 10km 부문은 결승점을 앞둔 2km 구간이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하는 풀코스와 코스가 겹친다. 정 씨는 “40km가량 달려온 진정한 마라토너들을 곁눈질로라도 옆에서 보며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감격했다. 1시간16분 만에 완주한 가수 레이디 제인 씨는 “혼자서 달릴 땐 5km도 못 가서 지치곤 했는데 오늘은 정신을 차려보니 7km 지점이더라”라며 “여러 사람과 함께 달리며 서로 격려를 하는 게 동아마라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이헌재 uni@donga.com·조건희·송혜미 기자}

인천 서구는 지난해 5월 총 6억5500만 원을 들여 넷째아이를 낳은 관내 가정에 500만 원을 주겠다며 ‘출산 장려금 지원 사업’ 신설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서구와 인접한 계양구 역시 이에 질세라 넉 달 뒤 “셋째만 낳아도 720만 원을 주겠다”며 예산 16억8700만 원을 책정했다. 복지부는 두 사업 모두 동의했다.○ 복지부, 현금복지 제동권 포기 지난해 지방자치단체가 현금 살포성 복지 사업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지자체의 복지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권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2013년 1월 전면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사회보장 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반드시 복지부 장관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지난해 1월 이전에는 복지부는 타당성이 낮거나 기존 사업과 중복되면 제도 변경을 요구하거나 ‘부동의(不同意)’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지침을 바꿔 ‘부동의’ 결정 자체를 없앴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며 ‘협의 완료’ 또는 ‘재협의’ 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복지부의 적폐청산위원회 격인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2017년 11월 출범하며 ‘지자체 사회보장 자치권 강화 방안 마련’을 적폐 청산 과제로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 절차를 완료한 복지 제도(신설 및 변경)는 총 3689건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는 협의 대상 1994건 중 복지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사업은 393건(19.7%)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협의가 완료된 1695건 중에선 복지부가 부동의나 대안 권고, 재협의 결정을 내린 경우는 143건(8.4%)에 그쳤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복지부가 스스로 제동권을 포기한 이후 지자체가 현금 복지를 대폭 확대해 지방재정 자립도와 지역 균형발전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지자체 협의 결과도 제각각 지난해 지자체가 신설한 현금성 복지 사업 중에는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 적지 않다. 인천 남구는 성매매 여성 1명당 생계유지비 등 명목으로 2260만 원을 지원하는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 사업을 신설했다. 소외된 여성들을 긴급지원하려는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금 지원이 수혜 여성들의 탈(脫)성매매를 보장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바우처나 자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에 부합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정부가 이미 시행하는 제도와 유사한데도 복지부의 협의 결과가 제각각인 점도 논란이다. 65세 이상 1만1000여 명에게 월 10만 원의 지역화폐를 주는 서울 중구의 ‘어르신 공로수당’은 기초연금(65세 이상에게 월 25만 원)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복지부가 재협의를 요구했다. 반면 강원도가 신생아에게 4년간 월 30만 원을 주겠다며 내놓은 ‘출산 장려수당(총 예산 148억8700만 원)’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도입한 아동수당(만 6세 미만에게 월 10만 원)과 유사한데도 복지부 협의를 통과했다.○ “지방의회의 견제 역할 살려야” 현금성 복지를 확대하는 정책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1.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에 한참 못 미친다.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 입장에선 출산 및 결혼 장려금이라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복지 지출의 속도와 효과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5년 OECD 회원국의 연간 평균 복지 지출 증가율은 1.9%로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한국은 복지 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7.7%로 경제성장률(4.3%)을 훌쩍 뛰어넘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은 중앙 정부가 전국적으로 확대한 현금성 복지의 지방 분담금(약 23%)을 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신규 복지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정무성 교수는 “지방의회와 주민이 스스로 현금성 복지 확대를 견제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사회보장 협의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조건희 becom@donga.com·김호경 기자}
경기도는 올해 상반기 중 ‘청년 면접수당’을 도입하기로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마쳤다. 18∼39세 도민이 취업 면접을 보면 집안 형편을 따지지 않고 면접 1회에 현금 5만 원(최대 30만 원)을 주는 사업이다. 여기에 투입할 예산은 총 150억 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차비라도 쥐여주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제도에 찬성한 비율은 46.4%로 절반이 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사업이 지난해 한 해에만 489건이나 새로 생겼다. 여기에 쓰이는 예산만 43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17일 복지부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지난해 신설된 지자체의 복지사업은 모두 722건으로, 이 중 67.7%인 489건이 현금이나 지역화폐(상품권)를 직접 주는 방식이었다.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사업은 과열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 특정 지자체가 결혼장려금을 내세워 전입을 유도하면 경계를 맞댄 이웃 지자체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비슷한 제도를 신설하는 식이다. 지난해에만 ‘돌맞이 축하금 50만 원’ 등 6건의 현금성 복지사업을 신설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도 현금 지급보다 보육시설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당장 주민을 뺏기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지자체 간 현금 복지 경쟁은 자칫 ‘인구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현금 복지는 정부가 일괄적으로 하고, 지자체는 지역민의 요구에 맞춘 서비스 제공형 복지에 힘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박성민 min@donga.com·조건희 기자}

“오늘 마라톤에 출전하려고 보름간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얼마나 뺐냐고요? 한 근(600g)이오!” 17일 개그맨 이용식 씨가 이렇게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씨는 이날 열린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 10㎞ 부문에 참가하기 위해 출발점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 씨는 지난해(제89회) 동아마라톤에선 4㎞가량 달리다가 근육 경련이 일어나 포기했지만 이번엔 반드시 완주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이날 동아마라톤 10㎞ 부문엔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이하 ‘몸신’)의 출연진이 단체로 출전했다. ‘몸신’ MC 정은아 씨 말고는 마라톤을 제대로 뛰어본 경험을 가진 출연진은 거의 없었다. 배우 송옥숙 씨는 “마라톤은 처음이지만 평소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1시간 정도 편하게 뛰기 때문에 걱정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오전 올림픽공원엔 1만5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축제 분위기였다.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당 41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양호했다. 기온은 8도 안팎으로 다소 쌀쌀했지만 준비 운동을 하자 금세 몸이 달아올랐다. 최근 갑상선 항진증의 합병증인 안병증에서 회복해 건강을 되찾고 있는 서유리 씨는 “(중간에 쓰러져) 실려 나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체력장에서 ‘특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좋았던 학창시절의 건강을 되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전 10시경 출발 신호가 울리자 ‘몸신’ 출연진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일제히 차량이 통제된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에도 출연한 ‘몸신’ 전문가 패널 김도균 씨는 “평소 출퇴근하던 차도 위를 두 다리로 달리니 기분이 정말 좋다”며 “이게 도심 마라톤의 매력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가수 레이디 제인 씨는 1시간 16분 만에 완주했다. 그는 “혼자서 달릴 땐 5㎞도 못 가서 지치곤 했는데 오늘은 정신을 차려보니 7㎞ 지점이더라”라며 “여러 사람과 함께 달리며 서로 격려를 하는 게 동아마라톤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MC 정은아 씨는 1시간 15분을 기록했다. 이번 동아마라톤 10㎞ 부문은 결승점을 앞둔 2㎞ 구간이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한 풀코스 참가자들과 코스가 겹친다. 정 씨는 “40㎞ 가량 달려온 진정한 마라토너들을 곁눈질로라도 옆에서 보며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감격했다. 마라톤은 ‘무릎이 상하는 운동’이라는 오해와 달리 불필요한 체지방을 감소시켜 관절과 근육의 부담을 줄여준다. 심혈관계와 면역계에도 도움이 돼 전반적인 건강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여기에 균형감각과 뇌 신경기능까지 높이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신’ 전문가 패널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마라톤은 에너지의 원천인 심폐 기능을 다질 수 있어 좋은 운동”이라고 권했다. 대한영양사협회장을 지낸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몸신’ 전문가 패널)는 “마라톤을 준비하려면 평소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대회 참가 3일 전부터 바나나나 단팥빵 등으로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A 교수(48·이식혈관외과)는 최근 이틀째 집에 가지 못했다. 13일 하루 종일 장기 이식 수술에 매달리다 간신히 짬을 내 저녁을 들기 시작할 즈음 대동맥이 파열된 응급환자가 실려 왔다. 온몸에 환자의 피를 뒤집어쓴 채 밤을 새워 혈관을 잇고 나니 14일 예약된 수술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A 교수가 몸을 혹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령화로 병원의 수술 환자는 늘고 있지만 수술하는 외과 의사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의사들이 고되고 돈이 안 되는 외과 지원을 기피한 결과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8299명(2017년 기준) 중 50대 이상이 4554명(54.9%)으로 절반이 넘는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418명(29.1%)으로 가장 많다. 이어 40대(2231명·26.9%), 60대 이상(2136명·25.7%) 순이다. 외과계에선 실제 메스를 잡고 장시간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한선을 통상 60세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6000여 명에 그친다. 2027년에는 2400여 명이 수술실을 떠나고, 2037년에는 4600여 명이 퇴직한다. 반면 빈자리를 메울 젊은 피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새로 취득한 의사는 2014년 171명에서 지난해 162명으로 줄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추이를 유지한다고 희망적으로 가정해도 수술 현장에 새로 유입될 의사는 2027년까지 1500여 명, 2037년까지 3200여 명으로 은퇴 예정 의사보다 1000명가량 적다. 의사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술 절벽’이 10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2017년부터 전공의(레지던트)의 수련 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수술 현장의 일손은 더 부족해졌다. 지방 병원에선 일손 부족이 이미 현실화됐다. 더 큰 문제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각종 외과 수술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하반기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0∼2017년 간·갑상샘·대장·위·유방·폐암 등 6대 암 수술환자를 집계한 결과 50대 이하는 6만8990명에서 5만6462명으로 줄어든 반면 60대 이상은 5만1309명에서 6만871명으로 증가했다. ‘유병장수(有病長壽)’하며 수술을 받는 노인 환자가 늘었고, 그에 따라 외과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지휘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흉부외과를 전공한 전담의가 문종환 교수(40) 1명뿐이었다. 흉부외과를 전공하려는 젊은 의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건설 장비에 깔려 폐가 짓눌리는 등 심한 가슴 부상을 입은 환자를 수술하려면 흉부외과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문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온콜(on-call·비상대기)’ 상태로 지냈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의 이런 사례는 ‘수술 의사 절벽’ 사태를 코앞에 둔 한국의 재난적 의료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한 해 동안 외상 환자 2454명이 수술 의사 등을 찾지 못해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임상현 아주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제대로 된 수술 의사 1명을 키우는 데 적어도 15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때를 놓친 게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애로를 토로했다.○ 외과는 거들떠도 안 보는 젊은 의사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의 가족 앨범에는 아이들 사진이 담겨 있지만 정작 사진 속에 안 교수 본인은 없다. 큰맘 먹고 가족과 여행을 가다가 응급 콜을 받고 혼자 병원으로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나도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데 후배들에게 차마 ‘환자 살리는 보람을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이 외과와 흉부외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시간 걸리는 외과 수술은 강인한 체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응급 수술이 잦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딴 세상 얘기다. 언제 뇌사 장기 기증자가 나타날지 몰라 항상 응급 이식 수술에 대비해야 하는 간담췌외과, 이식혈관외과 등 장기 이식 분야도 그렇다. 의대생은 학부 과정 6년을 마치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수련의(인턴)로서 1년간 다양한 진료과목을 경험한 뒤 전공을 선택한다. 대다수가 실습 과정에서 힘든 외과 수술 현장을 목격하고 일찌감치 외과 지원을 접는다. 전공의(레지던트) 3, 4년을 마치고 1∼3년간 임상강사(펠로)로 활동하며 외상외과나 항문외과 등 세부 전공을 다시 익혀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A 씨(30)는 “한때 외과 의사의 길을 동경했지만 솔직히 (외과) 선배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집계한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국 외과 및 흉부외과 레지던트 지원자는 929명으로 정원(1243명) 대비 충원율이 74.7%에 그쳤다. 이 기간의 외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 취득자는 851명이었다. 레지던트에 지원하고도 10명 중 1명은 중도에 포기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서울의 ‘빅5 병원’도 다른 지방 의대 출신을 외과 레지던트로 뽑은 지 오래다. 수도권 병원의 간담췌외과 B 교수는 “지난해에도 한 제자가 ‘평생 (외과 의사를) 할 자신이 없다’며 레지던트 과정을 포기했는데 붙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위험도 높고 보상 적어 인기 낮아 외과 및 흉부외과의 인기가 낮은 이유는 업무 강도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의료소송 등 각종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높고, 재직 중 급여가 성형외과 등 다른 개원의에 비해 적으며, 퇴직 후 개원이 쉽지 않은 등 복합적 문제가 있다. 복지부가 몇 해 전부터 외과 레지던트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거나 봉급을 올려주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수술을 할 자격과 실력을 모두 갖춘 외과 전문의 중에는 메스를 놓고 일반의(전문의가 아닌 의사)처럼 의원을 차려 감기 환자를 진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형병원에서 수술하는 것보다 삶의 질이 훨씬 높고, 수입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엔 외과 수술비가 턱없이 낮은 건강보험 수가 체계가 있다. 대한외과학회가 분석한 2017년 기준 국내 외과 수술 평균 수가는 미국의 18.2%, 일본의 29.6% 수준이었다. 같은 수술을 해도 미국 외과 의사가 100만 원을 받을 때 한국에선 18만2000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순섭 이대목동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집 나간’ 수술 의사를 다시 대형병원으로 불러들이거나 젊은 의사를 끌어오려면 외과 수술 수가 현실화를 비롯한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이 2010년 이후 8년 만에 당기 적자를 냈다. 건보 보장 항목을 늘린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여파다. 7년 후인 2026년에는 건보 재정이 고갈돼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보 재정은 수입(62조1159억 원)보다 지출(62조2937억 원)이 많아 1778억 원의 당기 적자를 기록했다. 건보 재정은 2010년 1조2994억 원의 당기 적자를 낸 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줄곧 흑자였다. 건보 적립금은 2010년 1조 원에서 2017년 20조7733억 원으로 계속 늘어났으나 지난해 20조5955억 원으로 줄었다. 건보 적립금 감소는 2017년 문재인 케어 시행 초기부터 예측됐다. 보건복지부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나 2, 3인실 입원비 등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에 건보 혜택을 추가로 주면 2022년까지 건보 재정 30조6000억 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건보료의 급격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올해 건보료율은 6.46%다. 월급이 100만 원인 직장인은 월 6만4600원(사업주가 절반 부담)을 건보료로 낸다는 뜻이다. 지난해보다 0.22%포인트를 올려 8년 만에 최대 인상률이었다. 하지만 복지부의 계획대로 매년 건보료율을 0.15∼0.26%포인트 올려도 건보 적립금은 2026년 바닥나 1조5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막으려면 2027년에 건보료율을 8.33%로 올려야 한다. 현행법상 건보료율 상한은 8%로, 법 개정까지 해야 할 처지다. 치매 환자 돌봄 서비스나 요양원 입소 등에 쓰이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이미 2016년부터 당기 적자다. 지난해에도 수입 6조657억 원, 지출 6조6758억 원으로 6101억 원 적자를 기록해 적립금이 1조3698억 원으로 줄었다. 2022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장기요양보험료는 건보료의 8.51%로 책정돼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장기요양보험료율도 2027년 10.64%로 올려야 한다고 전망했다. 재정 안정 방안은 건보 의료비를 덜 쓰거나 보험료를 더 걷는 방법뿐이지만 둘 다 쉽지 않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요양기관의 부당 이득금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 환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부당 이득금의 적발 대비 환수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농도 미세먼지 습격이 잦아져 필수 아이템이 된 마스크를 판매하면서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 마스크로 속여 팔다 적발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 마스크를 미세먼지용으로 광고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2017년 135건에서 지난해 87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1, 2월 두 달 동안 무려 680건이 적발됐다. 식약처는 일정한 시험을 거쳐 0.6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에 ‘KF80’ 등급을, 0.4μm 크기를 각각 94% 및 99% 이상 차단할 수 있는 마스크에 ‘KF94’와 ‘KF99’ 등급을 준다. 현재까지 95개 업체의 543개 제품이 KF 등급을 받았다. 명단은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등급이 없는 일반 마스크를 팔면서 황사나 미세먼지 차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면 형사고발 조치를 당할 수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의료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규제로 인한 문제는 없나요?”(기자) “글쎄요. 무슨 규제 얘긴지…. 어려움은 없었는데 그게 바로 제가 이스라엘에서 창업한 이유겠죠.”(지브라 메디컬의 CEO 에얄 구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지브라 메디컬’의 인공지능(AI)은 3000만 건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및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를 토대로 지방간, 유방암, 뼈엉성증(골다공증), 뇌출혈 등의 질병 징후를 감지한다. 6일 찾은 텔아비브 이칠로프 병원에서는 지브라가 실제로 응급실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의사들은 “AI 닥터가 환자들의 CT와 엑스레이를 먼저 판독해 환자의 진료 순서를 정해주고 응급환자도 선별한다”며 “며칠 전에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47세 남성의 뇌출혈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수많은 의료 개인정보가 환자 진료에 적극 쓰일 수 있도록 돕는다. 올 2월에는 이칠로프 병원에 이어 나머지 이스라엘 최대 병원 2곳에서도 지브라 메디컬 사용을 승인했다. 이 병원 3곳이 이스라엘 환자의 90%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이스라엘 병원에서 대부분의 환자는 AI 의사를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다. AI 닥터는 곧 인도로 수출될 전망이다. 인도 최대 의료그룹인 아폴로 병원도 지브라의 AI 닥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진 이스라엘 얘기일 뿐이다. 한국에선 AI 의사를 개발하려면 민형사상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 환자의 건강정보를 AI 진료에 활용하려면 이를 최대한 익명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데다, 익명화 수준에 대한 기준도 의료법 등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건강정보를 활용하려면 환자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딥러닝(심층기계학습) 기반의 AI 의사를 개발하기 위해 최소 수만 명의 건강정보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것이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누군가 소송을 당해 법원 판단을 받기 전까지 모든 의료용 AI 연구자가 교도소 담장을 걸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웅 쏘카 대표는 11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내 유니콘 기업 투자액의 95%가 해외자본이란 점을 금융사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문제는 자본이 아니라 규제다. 해외자본이 저렇게 많은데도 왜 유니콘 기업이 6개밖에 안 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루살렘·텔아비브=장윤정 yunjung@donga.com / 조건희·신동진 기자}

국민연금의 기금 투자 수익률이 지난해처럼 마이너스로 이어지면 기금 고갈 시점이 정부의 공식 추계보다 무려 10년 이상 앞당겨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반면 수익률을 목표보다 1%포인트만 높여도 보험료율을 3%포인트 인상한 것과 같은 재정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불리려면 투자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3%로 인상하거나 기초연금을 현행 월 25만 원에서 월 40만 원으로 올리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편안에선 기금 투자 수익률을 연간 4.5∼4.9% 수익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기금 고갈 시점을 2057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기금 수익률이 ―0.92%로 폭락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11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국민연금연구원의 계산식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마이너스 수익률이 이어지면 기금 규모는 2026년 706조235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4년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고갈 예상 시점보다 13년 빨라지는 것이다. 심지어 수익률이 정부의 가정처럼 연간 4.5∼4.9% 수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기금 고갈 시점은 2055년으로 정부 추계보다 2년 앞당겨진다. 지난해 투자 손실이 워낙 커 기금 규모가 당초 기대(671조3830억 원·지난해 말 기준)보다 32조 원가량 줄어든 638조80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률이 △연간 4%일 때 고갈 시점은 2053년 △3%일 때 2050년 △2%일 때 2048년으로 수익률이 1%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고갈 시점은 2, 3년 당겨졌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국민연금 기금운용평가단장)는 “세계적으로 주식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져 (연금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수익률을 기본 가정보다 약 1%포인트 올려 5.7%로 유지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2058년으로 1년 늦춰진다. 이는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높여야 가능한 효과다. 보험료 인상은 지난 22년간 번번이 실패했을 정도로 국민적 저항이 크다. 기금 고갈 시점은 △투자 수익률이 6%일 때 2059년 △7%일 때 2062년 △8%일 때 2065년 등으로 각각 늦춰진다. 전문가들은 기금 투자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 투자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금의 34.7%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비중은 12%로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41.6%)보다 훨씬 작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대체투자 분야별로 세분된 전문성이 필요한데, 국민연금은 이런 전문 인력이 캐나다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승희 의원은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의 경영 참여보다 대체투자 확대 등 투자처 다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워킹대디’ 심모 씨(36)는 마트에서 일본산 식품을 고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포장지 뒷면 원산지 표기 칸에는 ‘일본’이라고만 적혀있을 뿐 2011년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福島)현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생산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 씨는 영어로 적힌 제조업체의 이름을 힘겹게 일본어로 번역해 검색해 보고 나서야 제품을 장바구니에 넣곤 한다. 11일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8년이 되는 날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원전 사고 지역 인근에서 만든 식품을 피하기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하고 있다. 현행법상 수입 식품의 포장지 겉면엔 국내 수입 및 판매업체의 주소를 적도록 돼있지만 정작 현지 제조업체의 경우엔 업체명만 표시해도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육아 커뮤니티에선 “해외 검색엔진으로 찾아보니 아이가 먹던 식품이 후쿠시마 인근에서 제조된 것이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일본산 식품의 바코드를 카메라로 찍으면 해당 제조사의 모든 제조공장 위치를 화면에 띄워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나왔다. ‘RadDog’(방사선을 찾는 개라는 뜻)이란 이름의 이 앱은 출시 2개월 만에 3만여 명이 내려받을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일본 내 생산 공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에서 반경 160km 안에 있으면 개가 ‘멍!’ 하고 짖는 경고 화면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 강남구의 한 수입식품 매장에 진열된 일본산 식품 34개를 대상으로 시연한 결과 14개에서 경고 메시지가 떴다. 이 앱을 개발한 황찬유 씨(29)는 “마트에서 일본산 식품을 고르다가 부실한 원산지 표시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고 직접 앱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쿠시마와 인접한 지역의 농산물 27개 품목과 수산물 전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고, 가공식품은 들여올 때마다 방사능이 검출되는지 정밀 검사하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가 부실하다”는 소비자의 지적이 이어지자 식약처는 다음 달부터 일본산 식품의 제조업체 주소를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제품의 겉면이 아닌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만 공개하는 방식이라 소비자들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한편 일본의 소비자들도 후쿠시마산 제품을 기피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청이 최근 실시한 ‘식품의 방사성물질 관련 의식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현이 원산지인 식품의 구매를 망설인다’는 이들은 5176명 중 646명으로 약 12.5%였다.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일본인들도 여전히 후쿠시마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뜻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