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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서 동네 마트를 운영하는 박모 씨(38)는 최근 10년 동안 내오던 연금보험을 담보로 1500만 원의 보험계약대출을 받았다. 인근 전셋집의 계약 종료를 한 달 앞두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3000만 원 올려달라고 요청해온 탓이다. 박 씨는 “설 명절 전후로 평소 대비 2배 이상은 뛰어야 할 매출이 올해에는 1.5배에도 못 미쳤다”며 “더 이상 현금을 융통할 곳이 마땅치 않아 노후 밑천인 연금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경기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이 60조 원에 육박하고, 보험 해약·효력상실 환급금도 2년 연속 40조 원을 돌파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급전’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카드론과 리볼빙 잔액도 43조 원을 넘긴 상황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22개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59조5499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9월 말(57조1821억 원) 대비 2조 원 넘게 급증한 수치다. 보험계약대출은 가입자가 본인의 계약을 담보로 받기 때문에 별도의 심사가 없고 신용등급과도 무관하다.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단기간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찾는다. “돈 나올 곳 없어”… 손해 감수하고 보험해지 40조, 카드론 35조 불황에 보험대출 60조보험계약대출 1년만에 11조 늘고원금 못 건지는 보험 해지도 증가금리 20% 육박 리볼빙 잔액 7조… “정책자금 활용-가산금리 낮춰야” 보험계약대출 증가세는 뚜렷하다. 2020년 11월 말 기준 45조8969억 원 수준이던 국내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2022년 48조 원을 훌쩍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60조 원에 육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년 사이 대출 총액이 약 11조 원 증가했다는 것은 대출 신청 자체가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지난해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고 변액보험 등 특별계정의 보험계약대출이 통계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원금 못 건지는 보험 해약 급증 보험 계약을 아예 해지해 버리거나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34)는 최근 매달 40만 원씩 4년 넘게 내던 저축성 보험을 깨버렸다. 지금껏 낸 원금은 2000만 원을 넘지만, 해지 환급금은 1500만 원 수준. 김 씨는 “앞서 보험계약대출을 일으킨 금액을 제외하면 수중에 떨어진 돈은 300만 원 정도”라며 “원금을 잃는 것이 아깝지만,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이자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22개 생명보험사가 지급한 보험 해약·효력상실 환급금은 총 42조562억 원 규모다. 전년 동기(46조7796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2020년(38조585억 원), 2021년(38조2894억 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해약 환급금은 가입자가 보험 계약 해지를 요청했을 때, 효력 상실 환급금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사로부터 돌려받는 돈이다. 국내 한 생명보험사 지점장은 “보험사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뗀 후 나머지를 굴려 만기 이후 줄 돈을 마련하기 때문에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원금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보험을 깨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급전 창구 카드빚도 ‘위험 수위’ 고금리·고물가 이중고에 서민들의 급전 수요는 카드사로도 몰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35조8063억 원으로 1년 전(33조6404억 원)보다 2조1659억 원(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볼빙 이월 잔액(7조4233억 원)도 1612억 원 불어났다. 리볼빙은 일시불로 물건을 산 뒤 카드 대금의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는 서비스로,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이들 카드사의 리볼빙 금리는 연 15.66∼18.13% 수준이다. 문제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이 ‘빚 돌려막기’까지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1년 새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277억 원에서 1조5935억 원으로 55% 이상 급등했다. 기존 대출을 미처 상환하지 못해 더 높은 금리와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하고도 대출을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진 서민들을 위해 다양한 자금조달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황형 대출의 증가는 원금을 상환할 수 없는 서민들이 고금리로 대출을 연장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상황이 불법 사금융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책 자금을 활용하거나 가산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의 주택을 언제 경매로 넘길지 결정하는 ‘연체 일수’ 기준을 마련한다. 대출을 연체한 채무자가 갑작스럽게 길거리에 나앉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사별로 제각각이던 기준을 ‘6개월 이상 연체 시’로 통일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주택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주담대 연체 기준을 설정해 10월 시행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의 시행령에 못 박을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인채무자보호법에는 연체 채무자의 이자와 추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겨 있다”며 “주담대가 연체됐을 때 해당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연체 채무자의 주거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주담대를 실행한 채무자의 대출 상환이 연체될 경우 금융사는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해당 주택을 경매로 넘길 수 있다. 현행법에는 연체 기준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금융사별로 2개월에서 6개월 등 자의적인 판단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내부 규정을 두지 않고, 각 영업점의 담당 직원이 연체 채무자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 경매로 넘길 시기를 판단하기도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집을 매입한 ‘영끌족’이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늘어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2∼3개월 정도 연체가 이어지면 영업점에서 여신을 관리하는 부서로 이관하고, 대출 상환 방안을 고민한 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마지막에 경매로 넘긴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한국보다 앞서 채무자 보호 체계를 구축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경매 신청 연체일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금융위 직원들이 일본 금융감독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은 1990년 버블 경제 붕괴를 거치며 연체 채무자가 급증한 경험이 있고, 이후 사회적으로 금융사가 연체 채무자 부담 완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 일본 금융사는 채무자가 주담대를 연체했을 때 기한이익상실(EOD·대출 만기 전 자금 회수)을 6개월까지 유예해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기한이익상실을 6개월 유예해주기 시작하자 오히려 대출 회수가 더 원활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현재 경매신청 연체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사들과 논의 중이고, 일본의 6개월 유예 기간 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비스를 개시한 전세대출 갈아타기는 이달 7일 낮 12시까지 3869명이 6788억 원의 신규 대출을 신청했다. 대출 실행이 완료된 8명의 대출자는 금리가 평균 1.35%포인트 하락해 1인당 연간 192만 원의 이자 절감 효과를 봤다.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도 지난달 9일 출시 이후 이달 7일 낮 12시까지 2만3598명이 4조2000억 원의 신규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총 5156명의 대출이 실행됐고, 평균 1.55%포인트 금리 하락으로 이자 부담을 1인당 연 294만 원씩 줄였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지금까지 12만4103명이 총 2조9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해 금리를 평균 1.6%포인트 떨어뜨렸고, 1인당 연 57만 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됐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당국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분식 회계가 ‘고의’가 아닌 ‘중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검찰 고발이나 주식 거래 정지 등 최악의 결과를 간신히 피했지만, 회계 부정과 관련해 역대 최대인 160억 원 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날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위반 의혹과 관련한 안건을 논의하고 금융감독원의 요구보다 한 단계 낮은 중과실 처분을 내렸다. 회계 위반 관련 징계 수위는 고의, 중과실, 과실로 나뉜다. 회계 위반 징계로 고의 처분을 받을 경우 검찰 고발과 함께 주식시장에서의 거래도 정지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 셈이다. 다만 과징금 규모는 역대 최대인 160억 원대로 전망된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때 내려진 역대 최대 과징금(45억4500만 원)의 3배를 넘는 규모다. 금융위는 “감사인 지정 3년, 전 대표이사 해임 권고, 검찰 통보 등의 조치가 결정됐다”며 “과징금 부과액은 향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위반 당시 감사를 담당한 삼정회계법인은 과징금에 더해 손해배상공동기금 10% 추가 적립과 두산에너빌리티의 감사 업무 1년 제한 처분을 받았다. 과징금 규모는 마찬가지로 추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된다. 금융위 산하 감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두산에너빌리티의 회계 처리가 회계 부정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증선위는 두산에너빌리티 회계 부정의 구체적인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증선위원들은 뒤늦게 손실을 반영한 두산에너빌리티의 행위를 회계상 고의 분식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인도 자회사인 두산파워시스템스인디아(DPSI)가 2016년 수주한 2조8000억 원 규모의 ‘자와하르푸르 및 오브라-C 화력발전소’ 공사의 손실을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쳐 미리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DPSI의 순손실 규모는 2017년(319억 원)과 2018년(291억 원), 2019년(444억 원)까지만 해도 수백억 원대였다가 2020년 갑자기 3314억 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주 초기부터 이런 손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회계 처리하지 않았다고 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주처와 원가 상승 부담 분담을 두고 이견이 있어 회계 반영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고 반박해왔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앞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 해당 기업은 추진 배경 등을 공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의 이사회 논의 내용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 자본시장 체질 개선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계획의 일환이다. 6일 금융위원회는 ‘M&A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투자자 보호를 위한 M&A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발표한 ‘기업 M&A 지원 방안’을 구체화한 것으로 금융위는 3분기(7∼9월) 중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간 M&A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속돼 왔다”며 “관련 제도 개선은 주주가치 존중 문화 확산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먼저 합병 관련 공시가 강화된다. 합병 추진 배경이나 합병 상대방 선정 이유 등이 공시 항목에 포함된다. 합병 목적, 합병가액 등과 관련된 ‘이사회 의견서’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또 합병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외부평가 제도를 개선해 합병가액 산정 과정에 관여한 기관은 외부평가 기관으로 선정할 수 없도록 했다. 비계열사 간 합병가액 산정 방법의 규제는 완화해 합병가액을 자본시장법상 계산법이 아닌 당사자 간 협의에 의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는 3가지 정책 방향의 일환이다. 금융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 확립 △국내외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주주가치 존중 문화 확산 등을 큰 축으로 일관되게 관련 제도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총 11개 세부 과제에는 M&A 제도 개선을 포함해 불법 공매도 근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대체거래소(ATS) 출범 등이 담겼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검찰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뒤집고 기소한 것이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2020년 6월 이 회장은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고, 수사심의위는 10 대 3의 압도적 표차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권고에 불복하고 이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수사는 2016년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출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고,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관여했다는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2018년 분식회계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고 참여연대와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당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이를 주도했다. 2019년 검찰은 삼성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확대했다. 같은 해 8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사팀장(특수4부장)으로 임명되며 부당 합병 수사도 함께 진행했다. 그러나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하기까지 1년 5개월이나 걸렸고, 증거인멸과 부당 합병 의혹까지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회장 기소 당시 3차장검사가 공석이라 직무대리를 맡은 2차장검사 결재 없이 이 원장과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결재만 이뤄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이 회장 조사 때 묻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추가했고, 이 회장 측은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여권과 갈등을 겪고 있었고 한때 3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좌천된 상태였다. 이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영 혁신, 국민 경제 발전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3년 전 시중은행에서 공공기관으로 옮긴 정모 씨(34)는 이직 전까지 창구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그는 “지수가 30% 넘게 떨어지지 않으면 5∼6%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떨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고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 상한선은 막혀 있고 손실 하한선은 없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지점에서 제시한 목표 판매량을 채워야 해 손쉽게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며 “팔면서도 내심 불안했다”고 고백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임직원의 절반 넘는 인력이 ELS 판매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의 임직원이 보수가 높은 ELS 판매에 주력하면서 5대 은행이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수수료만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각 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에서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 인력(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을 보유한 임직원은 총 4만2831명이었다. 이는 5대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약 8만2000명) 대비 약 52%에 해당한다. 은행원이 업무 중에 파생상품을 취급, 판매하기 위해선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은행원의 절반 이상이 해당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회사의 ‘권고 사항’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은 △승진 심사 시 가점 부여 △영업점 직원의 필수자격증 권장 △관리자 승진 위한 자격 포인트 등의 형태로 파생상품 투권인 취득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 자격증을 소지한 은행원이 ELS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차장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석 달 정도만 공부하면 웬만해선 다 딸 수 있는 자격증”이라며 “소지 유무를 가지고 ELS 상품 이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5대 은행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ELS를 고객에게 판매해 6815억7000만 원의 수수료 이익을 남겼다. 2021년 가입한 투자자들이 수익은커녕 원금 회수를 걱정하는 처지와 상반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설 연휴 직후 2차 현장점검에서 ELS 판매사 조사를 신속히 끝낸 뒤 이달 중 큰 틀의 배상기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ELS 판매사에서 재가입을 명분으로 적합성 원칙을 지키지 않고 그냥 ‘믿고 가입하세요’라며 스리슬쩍 권유했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자율배상을 이끌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배상기준안은 손실의 60% 배상을 권고했고 금융사는 40% 배상에 동의하는 상황이라면, 40%라도 먼저 피해자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배상 규모에 대한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들이 수긍하는 부분은 자발적으로 일부라도 드릴 수 있다면 당장 유동성이 생겨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 및 재구조화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손실 인식을 회피하는 금융사는 시장에서 퇴출도 불사할 정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사진)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년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PF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요구하고, 손실 인식 적정성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하면서 “올해부터는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원칙에 가까운 방식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뚫고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공매 등을 통한 부실 사업장의 정리에도 속도를 높인다. 이 원장은 “지금은 PF 대주단의 전체 협의가 없으면 경·공매가 어렵다”며 “유의미한 소수가 원한다면 경·공매가 가능하도록 구조화 작업을 하는 등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사업장의 토지가 경·공매로 시장에서 저렴하게 매각될 경우 분양가격이 14% 하락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리지론 사업장의 낙찰가율이 시세 대비 60% 내외인 만큼 토지 매입 비용 감소에 따른 사업비 절감이 분양가 하락 효과로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제2의 태영건설’ 사태를 대비해 주요 건설사의 재무 상황도 꾸준히 점검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여러 건설사를 챙겨 보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1∼6월)에 태영건설급의 유동성 문제가 있는 곳은 없다”고 전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당국의 현장 검사 결과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다수 드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적절한 판매 사례가 일부 사실로 확인되면서 해당 금융사에 대한 징계 조치와 투자자에 대한 배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배상기준안을 마련해 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하되 일부 금액은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배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암 보험금·노후 자금도 투자 권유” 이복현 금감원장(사진)은 4일 KBS 방송에 출연해 “불완전판매 내지는 고령층을 상대로 한 부적절한 판매가 있었던 것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며 “현장점검 과정에서 상당한 사실 관계를 금융회사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금융상품 유형별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은 사례들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노후 보장형 자금이라든가 암 보험 같은 것을 받은 소비자는 가까운 시일에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명확히 예측된다”며 “이때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면 안 되는데, 그런 분들에게 (ELS를) 권유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금소법상 적합성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소법상 적합성의 원칙이 있다”며 “설사 소비자가 투자를 결정했어도 ‘최초 권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상품 판매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업점을 찾은 고객에게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판매’를 한 증권사도 있었다. 이 원장은 “창구 방문 고객에게는 상품 설명을 하고 녹취해서 남겨둬야 하는데, 이게 번잡하니까 고객의 휴대전화로 직원이 직접 (상품 가입 과정을) 눌러주며 판매한 경우도 있다”며 “비대면 판매의 대전제를 어긴 것이라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과거 10년 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품을 안내해 과거 ‘20년 기준’ 원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수익률) 이런 것들을 누락한 상태로 설명하는 등 개별 사안 중 상당히 불법적인 요소가 강한 것들이 확인된다”고 비판했다.● 금융사 ‘자율 배상’도 압박 금감원은 지난달 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주요 ELS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진행하며 불완전판매 사실 관계를 파악해 왔다. 설 연휴가 종료된 뒤에는 추가 검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판매 규모와 손실액이 크고, 민원·분쟁 건수도 급증한 탓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및 민원 신청 건수는 약 3000건에 달한다. 배상기준안은 크게 불완전판매 주요 유형별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2차 검사를 진행해 이달 중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방안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분쟁조정 절차와 별개로 금융사들이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등 대규모 손실 사태 때도 손해액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배상하도록 금융사들에 제시한 바 있다. 배상기준안이 발표되면 각 상품 판매사들은 해당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피해 조정에 나서게 된다. 다만, 금감원의 조정 결정은 법적 의무가 없는 ‘권고’ 사항에 그친다. 금융회사가 배상기준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번 ELS 사태는 비록 고령층이 많이 투자했지만 투자 경험자가 많고 워낙 오랫동안 시장에서 팔렸던 상품인 만큼 손실 책임을 금융사들에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설 연휴 뒤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의 PF 충당금 적립 적정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4일 KBS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은) 늦어도 올해 3분기(7∼9월)까지 구조조정의 틀이 잡힐 것”이라며 “욕심대로라면 연내 마무리를 짓겠다”고 말했다. 원활한 구조조정 및 PF 사업성 확보를 위한 분양가 인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체 비용의 60%에 달하는 토지 가격을 경·공매를 통해 낮춰 분양가격이 14% 이하로 떨어지면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업성이 낮은 PF 사업장은 금융사가 손실 가능성에 따라 충당금 적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재차 확인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가 충분하게 예상 손실을 반영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1∼6월) 본격적인 금리 인하로 스타트업 등 성장 투자 수요가 커질 때 금융사들이 ‘좀비 기업’에 깔고 있던 자금이 나와서 성장성이 높은 곳으로 돈이 갈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설 이후 주요 대형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의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PF 부실 대비 충당금 적립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PF 부실에 대비해 제2금융권에 지난해 말 결산 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요구해왔는데, 이런 요구가 잘 반영됐는지를 살피겠다는 취지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주요 시중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로 금융당국이 은행의 ELS 판매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거쳐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고, 차후 시장 안정성 및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이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고 ELS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관련 제도와 상품 판매 관련 내부 통제 등을 재정비한 뒤 판매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29일 홍콩H지수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이유로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취급하지 않고 있고, 우리은행 역시 ELS 판매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의 ELS 판매 중단을 포함해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ELS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질의에 “상당 부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고위험 상품을) 어떤 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실질에 맞는 것인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내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단기 실적주의가 부동산 PF 등 고위험·고수익 분야로의 쏠림 현상을 가져왔다고 판단하고 법 위반 사항을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30일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성과보수 체계가 미흡한 증권사 17곳을 대상으로 지배구조법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여러 증권사가 지배구조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증권사는 성과보수 이연 기간과 비율 등을 위반했고, B증권사는 아예 성과보수 전액을 일시 지급했다. C증권사는 성과보수를 부동산 PF 담당 부서 단위로만 구분해 지급함에 따라 임직원별 이연 지급되는 성과보수가 구분되지 않기도 했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 증권사나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 증권사는 임원·금융투자 업무 담당자의 성과급 40% 이상을 3년 넘게 이연 지급해야 한다. 이때 이연 첫해 지급액은 기간별 균등 배분액을 넘을 수 없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전쟁과 신(新)냉전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새롭게 고조되고 고금리와 경기 둔화, 부동산발(發) 잠재 리스크 등 경제 및 금융 시계도 불투명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적과 동지의 구분이 어려운 시기에는 ‘원칙과 기본’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금 우리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대’에 직면해 있다”며 금융업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 관리로 기존의 예측 범위를 넘어선 여러 잠재 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의 자산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립해야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최근 커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글로벌 경기 부진 등 제2금융권의 여러 위협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경영·사업 효율화, 내부 통제, 소비자·정보 보호 등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AI)의 확산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AI를 활용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금융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모든 산업과 서비스의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할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불과 1년 전 취임사에서 100만 사용자를 얘기했던 ‘챗GPT’를 지금은 매주 전 세계 1억 명이 사용한다”며 “NH농협금융지주도 올해부터 사업과 서비스 모든 영역에서 생성형 AI를 ‘실장(實裝·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올해 AI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고 그룹 슈퍼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의 ‘일상 금융 회사’에서 ‘인생 금융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계열사를 구분해 찾을 필요 없이 하나의 접점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 ‘원스톱 플랫폼 서비스’로 그룹 시너지를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은행 중심의 슈퍼 플랫폼과 증권 자산관리, 증권형 토큰(STO) 플랫폼 등 자회사별 주력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나갈 예정이다. 경영과 사업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이 회장은 “머지않아 금융회사는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기반의 자금 공급과 생태계 조성, 기업의 ESG 전환을 지원하는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올해 NH농협금융지주는 ESG를 경영과 사업에 실질적으로 접목하는 원년으로 생각하고 진심을 가지고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NH농협금융지주도 모든 경영 활동에서 ‘E(환경) First’ 원칙을 적용한다. 기업과의 거래에도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도 확충한다. 이 회장은 “저탄소·녹색금융 등 농협만의 특화된 잠재력과 가치를 접목해 새로운 기업 금융 창출의 기회로 삼겠다”고 전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진출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10개국에서 네트워크 확충으로 경쟁력 강화에 힘쓸 방침이다. 앞으로는 인도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의 사업 확대에 관심을 키우고 지역 전문가와 글로벌 전문 인력 육성에도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이 회장은 “이루고 싶은 분명한 꿈이 있다”며 “NH농협금융지주가 어디에서든 고객의 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끊김 없이 제공해 인생의 긴 여정에서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금융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농협이라는 ‘특수성’에 머물거나 안주하지 않고 ‘특별한 인생 금융회사’로 거듭나는 NH농협금융지주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덧붙였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우리금융그룹이 지난 한 해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올해는 우리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고객과 시장이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경영 목표를 ‘선도 금융그룹 도약, 역량집중·시너지·소통’이라고 밝히며 그룹의 발전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 임 회장은 “차별화된 선택과 집중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그룹 시너지를 더욱 강화하면서 고객, 직원 모두와 활발히 소통하는 기업 문화 혁신을 이룰 것”이라며 “반드시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가지 핵심 전략도 제시했다. 먼저 그룹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기반’ 확보를 강조했다. 임 회장은 특히 우리금융이 가졌던 ‘기업금융’ 명가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것을 주문했다. 임 회장은 “우리가 대표이자 최고라고 자부하던 기업금융 분야에서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및 혁신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언급됐다. 올해는 글로벌 긴축과 3고(高)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완화되는 등 지난해보다는 경영 환경이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임 회장은 “‘폭풍우에 대한 대비는 바다가 고요할 때 하라’는 말처럼 위험 요인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 그룹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며 “정교한 시계 비행을 통해 위험 시그널을 놓치지 않고 돌발적인 리스크에 면밀히 대비한다면 더욱 탄탄하게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룹 시너지’ 영역 확대도 선도 금융그룹 도약의 발판으로 꼽혔다. 임 회장은 “각 자회사의 모든 영역별 업무가 연계된 만큼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시너지의 범위도 연결·확장해 나가야 한다”며 “자회사 간의 교류와 협업 사업 추진으로 시너지 성과를 보다 활발히 창출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금융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정보기술(IT)’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올해 하반기(7∼12월) 출시 예정인 ‘유니버설 뱅킹앱(New WON)’의 완성도 높은 성공적 출범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증권형 토큰(STO)’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 트렌드에도 선제 대응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문화 혁신 고도화’와 ‘사회적 신뢰도 상승’을 언급했다. 임 회장은 “올해에는 기업 문화 건강도 진단 등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 관리와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 가동 등 체감할 수 있는 변화 확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또 그룹 내 내부 통제 체계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시스템을 실효성 있게 업그레이드하고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 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임 회장이 밝힌 그룹 경영 목표를 바탕으로 19일 임직원 380명이 참여한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을 개최했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24년은 저와 여기 계신 경영진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해인 만큼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며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한 손에는 나침반을, 다른 한 손에는 스톱워치를 들고 우리금융의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나가자”고 당부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KB금융그룹의 성장은 국민 모두 함께 행복하고, 그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식에서 우리 주변의 이웃과 함께 성장하고 사랑받아온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4가지 경영 방침도 제시했다. 특히 재무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고객과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사회-고객-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가치가 KB금융그룹의 기업 가치 향상을 이끌고, 이는 곧 주주 가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취지다. 그는 “이런 기업만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고, 이것이 대한민국 금융의 표준”이라며 “KB금융지주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영역을 끊임없이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KB금융그룹이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제시한 4가지 경영 방침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 전략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과 관련해 ‘KB 고객’을 ‘국민, 그리고 사회 전체’로 재정의하고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B금융그룹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지주 및 은행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본부를 ‘ESG 상생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모든 사업 영역에서 고객을 섬기는 철학을 바탕으로 상품 판매 원칙을 재정립하기 위해 ‘대(對)고객 상품판매 철학/원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은행 소비자보호그룹 산하에는 ‘투자상품관리부’를 신설해 ‘공동 상생 전략’에 앞장설 예정이다. 양 회장은 모든 순간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KB’가 돼야 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는 “모든 금융 상품과 서비스 기능을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만들어 어떤 플랫폼이든 고객 맞춤형으로 탑재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비대면 채널 영업방식’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고, 고객의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한 ‘임베디드(내장형) 금융’ 확대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위한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신명나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일한 만큼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현장 직원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며 “그룹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영업 담당 현장 직원 중심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주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을 위해 ‘KB 브랜드’ 자체가 ‘금융의 표준이자 고유의 가치’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양 회장은 “‘미래 사업’에 대한 담대한 도전을 이어 나가는 전략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계열사별 성장 전략을 재정비해 은행뿐만 아니라 비(非)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이런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올해 1월 열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넘버원(No.1) 디지털금융그룹’이라는 중장기 지향점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역할을 찾는 것이 KB의 시대적 소명”이라며 적극적으로 상생 금융을 실천하자고 언급했다. 또 “‘생존하는 것이 곧 성장’하는 시대를 맞아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회피할 경우 강도 높은 제재도 예고했다. 국내 3000개가 넘는 PF 사업장을 개별 평가해 ‘사업성’에 따라 충당급 적립 비율에 차등을 두는 등 부실 PF 정리를 위한 ‘총력전’에 나설 방침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25일 저축은행과 캐피털, 상호금융 업계 임원들을 불러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은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본PF’ 대출 전환이 어려운 ‘브리지론’ 상태의 사업장은 회계 결산 시 예상 손실을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할 것을 요구했다. 본PF로 전환된 사업장 역시 공사 지연, 미분양 등의 수준에 따라 충당금을 쌓아줄 것을 주문했다. PF 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고정(30%), 회수의문(75%), 추정손실(100%) 등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기존에는 이자 유예나 만기 연장 등으로 ‘정상’ 혹은 ‘요주의’ 수준에서 관리되던 대출이 앞으로는 대거 ‘고정’ 이하로 변경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조만간 부실 사업장 분류 기준과 충당금 적립 방안 등 구제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 3000개가 넘는 국내 PF 사업장별 ‘등급’ 산출로 PF 대출의 충당금 적립률을 조정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사업장별로 어느 사업장의 상태가 어떤지를 다 관리하면서 보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사업장이 충당금을 얼마나 더 적립해야 하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지난해 말 기준 결산 검사에서 금융회사가 이런 요구를 적절히 지켰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충당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않은 금융회사는 금융당국이 가진 모든 권한 범위 내에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PF 연체율은 2022년 말 1.19%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2.4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도 130조3000억 원에서 134조3000억 원으로 4조 원 증가했다. 한편, PF 부실로 건설사에 자금 경색이 발생하면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날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부동산 PF 위험에 대한 고찰·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PF 사업은 시공사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시공사의 책임준공이나 조건부 채무 인수를 요구한다. 구조적으로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구조에서) 건설사의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되면 PF 방식의 부동산 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없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사업장까지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며 “PF 부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가와 시장원리에 기반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이달 말 특례보금자리론의 종료에 맞춰 30일부터 6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론’을 재출시한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공급 규모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계획 대비 7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약 27조 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 대출’이 새로 출시되는 등 주택담보대출 수요 확대가 가계부채 관리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금자리 등 정책 모기지 40조 공급 25일 금융위원회는 보금자리론 개편 및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금융공사(HF)가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 분할 상환 주담대 상품으로, 연간 10조 원(최대 15조 원)이 공급된다.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공급계획(39조 원) 대비 약 74% 줄어드는 셈이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라면 6억 원 이하의 주택을 매입할 때 보금자리론으로 최대 3억6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나 다자녀(3자녀 이상) 가구 등에는 완화된 요건이 적용된다. 대출 금리는 특례 보금자리론보다 0.3%포인트 낮은 연 4.2∼4.5% 수준이다. 취약 계층의 경우 대출 금리가 3%대 중반으로 낮아진다. 대출 만기는 39세 이하(신혼부부 49세)는 최대 40년, 34세 이하(신혼부부 39세)는 최대 50년까지 가능하다. 보금자리론과 별도로 이달 29일에는 신생아 특례 대출이 27조 원 규모로 공급된다. 2년 내 출산한 무주택 가구가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9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저 1.6%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 가계부채 재차 확대 우려 신규 정책 모기지 상품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서울 주요 입지의 공인중개업소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미 신생아 특례 대출 출시를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황모 씨(33)는 “대출 금리가 높아서 집을 언제 사야 하나 고민이 많다가 마침 신생아 특례 대출이 출시돼 이용하려 한다”며 “8억 원대 아파트 위주로 매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정책금융상품 공급이 가뜩이나 위험한 가계부채 수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특례 보금자리론이 당초 계획을 훌쩍 넘는 44조 원이 공급되며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 준 정책 모기지였는데 무주택자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최근 5대 금융지주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밝혔지만, 자칫 정책 모기지 상품이 과도하게 공급되면 정부가 설정한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보금자리론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공급 규모를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원칙이 지켜지는 범위에서 정책 모기지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지난해 특례 보금자리론처럼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다음 달부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해 국내 증시의 오랜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해결에 나선다. 정부 주도의 증시 부양 정책에 힘입어 주식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조치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참여도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부가보다 싼 코스피 24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낮을수록 기업의 주식이 저평가됐음을 뜻한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은 0.9배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58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41배)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다음 달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은 PBR이 낮은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구성된다.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일본 벤치마킹해 주주환원 유도 프로그램의 모델이 된 것은 일본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만들 때 일본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며 “세제 혜택으로 수요를 키우고 주가 조작 엄벌 등으로 불공정 해소에도 나섰으니 남은 것은 기업이 스스로 주주 중심의 경영을 펼치며 자사 주가가 평가 절하된 이유를 고민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상장 폐지도 가능하다며 ‘강제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의 대대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23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본 상장기업의 배당 계획을 집계한 결과 예상 배당액(15조2200억 엔)이 역대 최대치였던 전년보다 1000억 엔 늘었을 정도다. 덕분에 일본 주식 시장은 역대급 활황이다. 이날 기준 일본 증권 시장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22일 종가 기준 3만6546.95엔으로 ‘거품경제’ 시기였던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한국 코스피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띄우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약발이 듣지 않는다. 코스피는 이날도 전날보다 0.36% 내린 2,469.69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7.0% 하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는 결국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금융이나 정유 등 내수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반강제적’으로라도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의 무분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사의 충당금 적립 실태를 점검해 PF 손실 회피로 얻은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한 금융사에는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23일 이 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부동산 PF의 연착륙 추진 방향 등을 공유했다. 특히 부실 사업장의 속도감 있는 정리를 당부했다. 그는 “정상 추진이 어려운 곳마저 만기를 연장하는 등 부실 사업장 정리가 더디다”며 “(이런 경우) 금융 분야의 생산적 자금 배분이 저해됨은 물론이고 실물경제의 선순환도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사가 PF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사업성 없는 곳은 원칙적으로 금융사가 지난해 말 결산 시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해야 한다”며 “과거 최악의 상황에서의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사의 PF 관리 실태를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는 이르면 2분기(4∼6월) 부실 채권을 추가로 매각한다. 상호저축은행의 연체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6.15%까지 치솟는 등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12월 사상 처음으로 12개 저축은행이 1000억 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공동 매각한 이후 두 번째다. 저축은행 업계의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NPL) 규모가 7조 원에 달해 올해 매각 물량은 지난해 말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2차전지 등 신사업을 추진한다며 투자자를 속여 큰 수익을 거둔 ‘주가조작꾼’들이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런 불공정 거래에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이 연루됐을 가능성을 포착하고 집중 조사에 나섰다. 18일 금감원은 지난해 신규 사업을 가장한 불공정 거래 행위 7건을 적발해 엄정 조치했고 현재 13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사업을 추진할 능력이나 의지는 없으면서 2차전지 등 주식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유망 사업’에 진출한다는 허위 정보로 투자자를 속이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런 불공정 거래는 특히 무자본 M&A 세력의 경영권 인수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적발된 7건의 불공정 거래 행위 중 3건은 무자본 M&A 세력의 경영권 인수 과정이나 인수 후 6개월 이내에 발생했다. 현재 조사 중인 13건의 사례에서도 7건은 불공정 거래 행위 직전 최대주주가 변경돼 금감원이 무자본 M&A 세력의 연루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국 역량을 집중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주가 조작 세력에 엄정한 조치를 이어가겠다”며 “해외 금융당국 및 국내외 유관 기관과의 협조로 신규 사업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금융위원회가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 및 중개가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가상자산 변동성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7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네 번째 민생 토론회에 앞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관련 질문에 “현행법상 어렵다”며 이같이 답했다. 금융위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돼 처음 거래된 11일(현지 시간) 이후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 발행·중개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정부는 2017년 말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 매입, 담보 취득, 지분 투자를 금지했다. 투기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으로도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ETF 출시를 위해서는 ‘기초자산’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아직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소유하게 되면 건전성이 이슈가 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게 되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소유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방향성을 갖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 여러 상황을 보면서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선 열어 뒀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