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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차를 몰고 경기 외곽 교외 도로를 달리는데 커다란 노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새벽 나무에서 탈출한 싱싱한 복숭아’ ‘20개 만 원!!’…. 마침 빨간 신호에 걸려 멈춘 차에서 노점 매대를 힐끗 보니 갓난아기 머리만큼 큰 복숭아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세상에 저렇게 크고 예쁜 복숭아를 1만 원에 팔다니! 전날 ○마트에서 복숭아 한 박스를 4만 원 넘게 주고 샀던 터라 구매욕이 동했다.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런데 웬걸, 상인이 매대 밑 구석에서 1만 원짜리라며 주섬주섬 꺼낸 것은 흡사 자두 크기를 방불케 하는 생기다 만 복숭아였다. 속으로 ‘속았네! 속았어!’를 외치며 빈손으로 차로 돌아왔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별로 없다는 단순한 이치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값싼 교육, 그 질은? 교육부와 교육청을 취재한 지난 1년간 여름에 있었던 이 ‘복숭아 사건’을 떠올릴 일이 많았다. ‘고교 무상교육’부터 ‘무상교복’ ‘반값 등록금’ ‘대학 입학금 폐지’에 이르기까지 유독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려는’ 교육정책이 많았던 탓이다. 싸면서도 질 좋은 교육이면 좋았겠지만 실상은 대부분 가격을 낮춘 만큼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는 게 문제다. 최근 논쟁이 일고 있는 ‘고교 무상교육’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고교 무상교육은 이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 때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뾰족하지 않아 무산됐던 사안이다. 현 정부는 다시 ‘2020년 고1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22년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지난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갑자기 이를 원래 계획보다 1년 앞당겼다. 교육계에서는 그때부터 이미 “총선용”이란 지적이 나왔던 터였다. 교육부 직원들조차 ‘장관 취임식 날 처음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된 고교 무상교육은 이달 9일 정부와 여당이 “올해 2학기 고3부터 시작하겠다”고 확정 발표한 이후에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무상교육에 쓸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통해 고교생 자녀 1명을 둔 국민 가구당 연평균 158만 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생색내고 있지만 사실 그 돈은 그만큼 다른 교육 투자를 포기해야만 만들 수 있는 돈이다. 고교 무상교육에는 연간 2조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도 없이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버렸다. 그나마도 2024년까지 얘기고, 2025년 이후로는 아무런 재원 마련 대책이 없다. 당장 수년간 매년 1조 원의 예산을 고교 무상교육에 쓰게 된 시도교육청들은 “학교 시설 등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편성했던 예산까지 당겨다 써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지금도 교육의 질적 투자는 ‘미미’ 교육은 국가의 그 어떤 분야보다 가격 경쟁력만큼이나 질적 수준 향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분야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질적 제고를 위해서는 거의 투자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교육예산은 얼마나 비생산적으로 쓰이고 있을까. 먼저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국가 예산 중 교육 분야에 책정된 돈은 총 74조9163억 원으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7조 원 가까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교육부가 잘해서 예산을 더 준 것은 아니고 내국세의 20.46%가 자동으로 지방교육재정으로 교부되게 돼 있다 보니 세수가 늘면서 자연히 교육재정이 늘어나게 됐다. 물론 세수가 적게 걷힌 해에는 그만큼 교육재정도 따라 줄기 때문에 기존 연도에 진행하던 사업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교육청의 빚이 급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튼 75조 원에 이르는 이 천문학적인 교육 예산은 80%가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간다. 결국 각 지역 시도교육청을 운영하는 교육감들이 얼마나 현명하게, 생산적으로 돈을 쓰느냐가 한국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셈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의 예산 집행을 ‘감시’하는 눈길은 많지 않다. 오죽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감이 모든 학교 입구에 500만 원짜리 전자동 신발 모래털이를 놓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떠돌 정도다. 그나마 교육부가 운영하는 지방교육재정알리미 사이트 정도가 보통 국민들이 시도교육청의 돈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 올라온 최근 3년간의 시도교육청별 예산 집행 결과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지방교육재정의 약 절반(평균 46.7%)은 교사 등 인건비에 쓰임을 알 수 있다. 나머지 절반은 교육감의 성향이나 지역별 예산 편성 관행에 따라 그 사용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학부모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교육의 질적 개선에 투자되는 돈은 미미했다. 학력 신장, 외국어 교육 등 교수·학습활동 지원에는 평균 5.9%의 예산이 투자됐고, 보건·급식·체육활동에 대한 예산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2016년 기준으로 서울과 인천은 교육과정 부문 투자 비중이 제일 적어 0.14%에 그쳤다. 서울은 경기와 함께 기초학습부진아 지도(0.03%) 부문에서도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이 지역주민들의 선거를 통해 뽑히는 선출직인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질적 투자에 대한 비중은 줄이고 ‘학교 인테리어 개선’ 등 눈에 보이는 시설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으로 교육재정 압박이 커지면 그나마 무늬라도 유지해온 교육의 질적 투자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격차 커지는 포용국가의 역설 현재 정부가 한국에 고교 무상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안 하는 나라는 우리뿐(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은 △민간기업 학자금 지원 △공무원 자녀 학비 보조수당 △저소득층 학비 지원 등을 통해 전체 고교생의 60%가량이 현재도 무상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며 “고교 무상교육은 그간 민간기업이 부담해온 고교 학자금 일부를 정부 예산으로 대체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교 무상교육을 둘러싼 논쟁은 과연 지금 한국에 필요한 복지가 ‘보편적 복지’이냐 ‘선별적 복지’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보편적 복지란 잘살든 못살든,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누구에게나 똑같이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선별적 복지란 어려운 계층과 낙후된 지역의 국민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서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 힘쓰는 것을 말한다. ‘포용적 국가 건설’을 모토로 하는 현 정부는 ‘모든 가정에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주거나 ‘모두에게 고교 무상교육’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정책을 펴면 펼수록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선별적 복지에 쓸 돈은 줄어든다. 정부에 예수와 같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펼칠 능력이 있지 않는 한,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를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으니 보편적 복지가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는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위정자의 자세일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학생 100명에게 10만 원씩 나눠주면 학생들은 그 돈으로 각자 피아노학원을 다니거나 외식을 할 것이다. 그러나 100명에게 나눠줄 10만 원을 모아 1000만 원을 만들고 이를 학교 음악교육에 투자하면 모든 학생이, 또 그 다음 해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모든 학생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거대한 공공의 가치를 무시하고 당장 개인의 눈앞에 던져줄 적은 효용의 과실로 환심을 사려는 것을 우리는 ‘포퓰리즘’이라 부른다. 지금 정부는 1만 원만 강조하며 정상적인 복숭아 대신 자두만 한 복숭아를 내밀 심산은 아닌가. ‘모든 것엔 그 값이 있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임우선기자 imsun@donga.com}
앞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전학을 교육감이 책임지고 추진해 적기에 적절한 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성폭력 피해 학생을 ‘문제아’로 보는 학교들의 거부로 성폭력 피해 청소년 중 상당수가 전학 갈 학교를 찾는 데 애를 먹어 왔다.(본보 2018년 8월 21일자 A1면 참조)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예방 보완 대책’의 후속 조치를 이같이 마련했다고 16일 밝혔다. 먼저 교육부는 기존 학교를 떠나 새로 전학 갈 학교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성폭력 피해 학생들의 전·입학 방법을 개선했다. 이번 학기부터 성폭력 피해 학생에 대해 학교장이 교육감에게 학교 배정을 요청하면, 교육감은 학교를 지정한다. 지정받은 학교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전·입학을 허락하도록 교육청 전학 지침이 개정됐다. 또 학교폭력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앞으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및 학교장의 보호조치 결정이 나오기 이전이라도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학교폭력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교를 나오지 못했던 학생에 대해 출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나중에라도 학교폭력 여부를 확인해 사실로 판단되면 피해 학생의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할 방침이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달 10일은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던 날이다. 안타까움과 경이로움, 부러움과 허탈함이 뒤섞여 밀려왔다. 이유는 그날 있었던 두 가지 일 때문이다. 먼저 이날은 규제에 성장을 억제당하고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현실을 보도한 날이었다. 요약하면, 수도권 인구 과밀을 막기 위해 37년 전 만든 ‘수도권정비계획법(수도권법)’ 때문에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마저 총정원의 규제를 받고 있다. 또 이 때문에 가장 전도유망한 분야라고 여겨지는 컴퓨터공학부조차도 십수 년째 매년 주전공생을 55명밖에 못 키운다는 내용이었다.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줄을 서고, 가르치고 싶다는 교수들이 대기 중인데도 인재를 못 키우는 국내 대학의 현실을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더 심각했다. 세계 컴퓨터과학 분야 대학평가 순위에서 서울대는 116위였다. 우리나라 1년 고등교육 전체 예산은 세계 컴퓨터과학 분야 1위인 중국 칭화대 예산의 두 배밖에 안 됐다. 돈도 얼마 안 주고, 인재도 마음껏 못 뽑게 하면서, 대학의 질주를 막는 규제만 주렁주렁 달아 놓은 게 우리 정부의 고등교육 전략처럼 느껴졌다. 더욱 절망적인 건 교육부조차 이런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내 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어디에 물어도 ‘수도권법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런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같은 날 오후 10시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찍은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연구진을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팀의 작품은 경이로웠다. 이런 멋진 일을 생각해낸 주인공들이 궁금해 정보를 찾다가 아이디어를 냈다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생 케이티 바우먼의 3년 전 TED 영상을 보게 됐다. 그녀는 자신이 추진하는 블랙홀 촬영 프로젝트에 대해 무척이나 열정적인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내용보다 그 태도가 더 인상적일 정도였다. 블랙홀과 우주에 대해 말하는 다른 TED 강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앤드리아 게스 교수, 행성과학자 캐럴린 포르코, 스탠퍼드대 물리학 교수 패트리샤 버챗, 다트머스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제디다 이슬러….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는 점이다. 시쳇말로 불만과 피로에 ‘절어 있는’ 국내 대학원생이나 교수들과는 ‘아우라’가 달랐다.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회적 수요가 엄청난 컴퓨터공학 분야조차 마음껏 키우지 못하는 한국 대학의 오늘을 생각하면,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블랙홀까지’ 저토록 안정적으로, 즐겁게 연구하는 미국 고등교육 여건이 부럽기만 했다. 이들이 초원 위를 자유로이 뛰노는 말이라면, 국내 연구진은 비좁은 축사에 갇힌 소 같은 신세나 다름없었다. 수년 전 IBM의 브레인에 해당하는 미국 왓슨연구소에 갔을 때, 현지에서 만난 한 한국인 연구자는 혹시 나중에라도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좋은 자리여도 한국에선 결코 지금 같은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보장받을 수 없을 거예요. 당장 결과가 없으면 추궁당할 거고요.” 슬프게도, 그의 지적은 오늘도 유효해 보인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지원하면 일반고에 중복 지원할 수 없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현재 중3 학생들은 올해 12월 고교 입시(후기)에서 자사고와 일반고를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문에서 “중복 지원 금지 조항은 학생 및 학부모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19학년도부터 자사고를 후기학교로 규정하고, 자사고 지원자에게는 평준화 지역 후기학교 중복 지원을 금지해 자사고 불합격자가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헌재는 자사고를 후기학교로 규정해 자사고의 전기 학생선발권을 박탈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0조 1항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정족수(6명)에 1명이 모자라긴 했지만 재판관 9명 중 다수인 5명(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들은 “일반고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교 서열화를 완화해야 하는데 손쉬운 자사고 규제를 택해 전체 고교의 하향평준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이호재 hoho@donga.com·임우선 기자}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이 각 시도교육청에서 진행 중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올해 전국에서는 전체 자사고 42곳 중 24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우선 외견상으로는 자사고, 일반고 동시 선발과 중복 지원 금지 이슈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다. 각 시도교육청들도 11일 헌재 결정 이후 자사고 재지정 평가와 관련해서는 언급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날 헌재의 결정 취지 등에 비춰 보면 교육당국의 향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이번 결정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와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중복 지원 금지 조치가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헌재가 판단한 것 자체가 자사고의 존재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결정문에서는 동시 선발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이 “사립학교 교육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보장하는 것은 사립학교 제도의 본질적 요체”라고 밝힌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들 재판관은 “자사고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대신에 일반 사립고보다 폭넓은 자율권을 향유하고 학생선발권에 대한 규제도 되도록 받지 않아야 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수 학생 선점과 고교 서열화 완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재판관의 의견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 원인이라는 교육당국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4월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에게는 긴장되는 시기다. 특히 내신 성적 위주로 뽑는 학생부 교과전형을 노리는 학생들이라면 학년의 첫 중간고사 준비를 면밀히 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학생부 교과전형 선발 인원과 비율이 늘어난 데다, 교과 성적의 반영 비중 자체도 커졌기 때문에 내신 관리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고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0일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에 따르면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서울), 한양대(서울)를 비롯해 대부분 대학이 학생부 교과전형에서 내신성적만을 반영한다. 비교과 영역을 반영하더라도 대부분 출결 및 봉사활동 내역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거의 없다.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교과 성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신 따기에 유리한 일반고나 지방고 수험생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가톨릭대는 학생부 교과로 270명, 국민대는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으로 457명을 뽑는다. 숙명여대와 숭실대도 각각 학생부 교과로 260명과 475명을 뽑는다. 단 이들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2020학년도 아주대 학업우수자 전형에서는 20%를 반영하던 비교과를 폐지하고 교과 성적만 반영한다. 국민대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은 면접을 폐지해 단계별 전형을 학생부 교과 100% 전형으로 변경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는 학생부 교과전형으로는 세종대가 460명, 아주대가 290명, 한국외대(서울)가 204명, 한양대(서울)가 288명을 뽑는다. 일부 학생부 교과 전형은 교과 성적과 함께 면접이나 서류를 반영하기도 한다. 지난해 신설돼 150명을 선발하는 중앙대 학교장추천 전형은 학생부 비교과 외에 자기소개서를 근거로 학업 및 다양한 교내 활동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평가한다. 서류평가 비율도 40%로 타 대학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고려대(서울) 학교추천Ⅰ전형은 단계별 전형을 실시해 2단계에서 면접을 반영한다. 지난해에는 면접 반영 비율이 100%였지만 올해는 50%로 줄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원자 간 내신이 비슷할 경우 합격자 선발에 영향을 미치므로 인재상, 평가 기준 등을 참고해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는 전화숙 교수는 강의실을 돌아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다. “컴퓨터 기반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잖아요. 학생들은 엄청 몰리는데 우리 학과 입학정원은 몇 년째 55명으로 고정돼 있어요. 답답하지만 규제 때문에 방법이 없어요.” 전 교수가 말하는 규제는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도권법)이다. 37년 전 생긴 이 법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학교 등 ‘인구집중 유발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총정원을 늘리지 못하는 건 이 법규정 때문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시대 흐름을 거슬러 계속 축소돼 왔다. 전 교수는 “처음 교수가 됐을 때만 해도 학과 학생들이 90명 정도 됐는데 정부의 연구중심대학 정책에 따라 학부 정원이 줄어들었다”며 “50명대가 된 게 15년쯤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컴퓨터공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급속도로 커졌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도 해가 다르게 늘었다.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는 학년별로 주 전공 학생 55명 외에 복수전공 학생 55명, 부전공 학생 55명, 자유전공 학생 30명 등 2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전 교수는 “실제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학생은 이보다 3, 4배 많았는데 규정상 주 전공 학생 수만큼만 복수·부전공 허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학부의 모든 예산과 기자재, 공간과 교수진은 ‘주 전공 정원’을 기준으로 배분된다는 점이다. 55명을 기준으로 책정된 자원을 그 4배에 달하는 인원이 공유하다 보니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하지 못한다. 5일 동아일보 기자가 찾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실습실에서는 학생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컴퓨터 한 대를 번갈아 나눠 쓰고 있었다. 실습 컴퓨터가 부족해서다. 최대 60명이 정원인 이론수업은 100명이 듣는다. 학생들이 전공필수과목 수강 신청에 실패해 반발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전 교수는 “수년간 정원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안 된다’뿐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들이 규제에 짓눌리는 동안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고등교육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칭화(淸華)대의 1년 예산은 4조6000억 원으로 우리나라 1년 전체 고등교육예산(10조 원)의 절반에 달한다. 칭화대 컴퓨터과학기술과는 지난해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전 세계 컴퓨터 과학 분야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화중(華中)과학기술대(6위), 저장(浙江)대(9위) 등 다른 중국 대학 11곳도 40위 안에 들었다. 반면 한국은 KAIST가 41위에 겨우 올랐고, 성균관대(72위) 고려대(80위)만이 100위 안에 들었다. 서울대는 116위였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실습실이 정말 부족해요. 주 전공, 복수·부전공, 자유전공 학생까지 합하면 컴퓨터공학부 수업을 듣는 학생이 1000명에 육박하는데, 장비는 주 전공 기준이라 5분의 1도 안 되니까요. 교수님도 부족해서 실습 과목은 조교들이 봐주세요.”(한상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생회장) 4, 5일 서울대를 찾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은 한결같이 대학 정원 규제로 빚어지는 갖가지 학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고 하기엔 너무 열악해 보였다.○ 추락하는 대학 경쟁력 자바를 이용해 카드게임을 만들어 보는 이날 수업에 참석한 학생은 50명. 그러나 컴퓨터는 30대에 불과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실습실 컴퓨터를 놔두고 각자의 노트북을 꺼냈다. 학생들은 “실습실 PC는 2인 1조로 번갈아 사용해야 하는데 안 친한 친구랑 앉으면 신경전이 벌어져 노트북을 쓰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실습실 컴퓨터에는 프로그래밍에 적합한 리눅스 운영체제(OS)가, 개인 노트북에는 윈도가 깔려 있다 보니 학생들의 화면 구동 속도가 제각각이었다. 입학정원 55명에 맞춰 구성된 교수진이 실제 정원의 4배에 이르는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분반을 하게 되고, 그만큼 교수당 강좌수가 늘어났다. 한 교수는 “원래는 9학점 강의를 해야 하는데 12학점을 가르치기도 한다”며 “외부에서 큰 연구과제를 맡으면 수업 감면을 해주도록 돼 있지만 말뿐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학 중 정부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서울대조차 현실이 이랬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수도권 재개발과 신도시 추진을 계속해 나가면서 대학은 인구가 집중된다는 이유로 성장을 막는 건 난센스”라며 “지방대를 살릴 뾰족한 수가 없으니 잘하는 대학까지 발목을 잡아 격차를 줄이려 하는데, 결국 한국의 고등교육 경쟁력은 다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숙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은 “이젠 전 세계 이공계 학회 어딜 가도 중국 학생과 교수들로 채워져 있다”며 “지방과의 형평성에만 안주하기에는 중국과 너무나 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 “자율” vs 대학 “통제 벗어날 길 없다” 교육부는 “수도권법이 ‘국민경제 발전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규모 신설 및 증설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학에 이런 해석을 적용한 적은 없다”며 “인구가 줄어 지방대들이 망해 가는데 수도권 대학 정원을 풀면 뒷감당을 누가 하느냐”고 말했다. 국가 인재 양성이 중요해도 지방들이 다 들고일어날 일을 할 공무원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정해진 총정원 내에서 학과 간 구조조정을 하는 건 자율”이라며 “주요 대학들이 구조조정은 하지 않고 이름값에 기대 ‘학부 장사’를 하려 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대학이 학원도 아니고 시류에 안 맞는다고 비인기 학과를 다 없앨 순 없지 않냐”고 항변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진짜 인재가 필요한 분야면 정책적으로 키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지방대 타격을 줄이자고 잘하는 대학도 제 살 깎기 하라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대학을 규제한 만큼 지방대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기조에 따라 등록금이 10년 이상 동결되다 보니 이제는 기본적인 시설 확보나 교원 확충마저 어렵다는 대학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지방의 한 전문대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대학들이 물가상승분에 상응해 등록금을 올릴 수 있지만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의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단서를 달아 사실상 교육부가 법이 보장한 대학들의 재정권을 박탈했다”며 “직업교육이 중요한 전문대에서는 특히 실습이 중요한데 돈이 없어 7, 8년 전 장비로 스케일링 실습을 하는 보건학과가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공무원들이 이렇게 대학을 규제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며 “한국의 고등교육 예산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인데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될 시간 동안 엄마가 준 용돈은 똑같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어떤 해는 취업률이 중요하다 하고 그다음 해는 창업이 중요하단 식입니다. 평가지표가 매년 바뀌어 정신이 없어요. 그래도 등록금이 동결이라 정부 예산을 받아야만 살 수 있으니…. 교육부 공무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거죠.” 지방대 A 기획처장의 말이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이 일제히 5일 마감시간을 코앞에 두고 서울시교육청에 자사고 재지정 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자사고들은 당초 “교육당국이 자사고를 죽이려 예년과 달리 평가기준을 대폭 높였다”며 지난달 29일 마감시한까지 재지정 평가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이에 시교육청은 “미제출 시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며 5일 오후 5시로 제출시한을 연장했다. 서울시 자사고 교장연합회는 이날 평가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현 중3 학생과 학부모의 고입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고서 제출의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자사고들이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행정소송을 내기 위해 뒤늦게 보고서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를 제출해야 향후 법적 다툼 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자사고 교장연합회는 “만약 수용할 수 없는 평가 결과가 나오면 행정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겠다”며 “평가를 빙자해 정치 논리로 자사고를 죽이려는 서울시교육청의 부당한 운영성과 평가지표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30%라도 넘었으면 했는데 못 넘었네요. 작년에는 그래도 절반 이상 취업했는데…. 지난해 취업률보다 30%나 떨어졌어요.” 3일 서울지역 A특성화고 관계자는 취업률 최종 결과를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매년 전국 특성화고의 최종 취업률은 4월 1일자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특성화고 교사와 졸업생들은 마지막까지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취업할 곳을 찾아 동분서주해왔다. 하지만 잇따르는 안전사고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조기 취업길이 막히고 경기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취업절벽’을 극복하지 못한 특성화고가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5.1%에 그쳐 전년(74.9%)보다 9.8%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조만간 공개될 올해 취업률은 더욱 충격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수도권 특성화고 교사는 “우리 학교는 취업 명문인데도 취업률이 작년 대비 20%가량 빠졌다”며 “올해 취업률이 발표되면 어마어마한 충격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 폭락 전망 올해 수도권 특성화고를 졸업한 강모 씨는 지난해 기업 수십 군데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선배들이 대거 합격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봐도 채용을 아예 안 하거나 하더라도 고졸은 안 뽑는 기업이 태반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나를 포함해 취업에 실패한 친구 중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도 않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졸업은 했는데 취업도, 대학 진학도 실패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특성화고 졸업생 이모 씨는 “재학생일 때는 선생님이 꾸준히 취업처를 알아보고 면접 지도도 해 주지만 졸업하고 나면 기댈 곳이 없다”며 “사립은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시니 그나마 나은데 공립을 졸업한 학생들은 완전히 취업 알선의 끈이 끊긴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B특성화고 3학년 박모 양은 “중3 때 뉴스에서 ‘특성화고 나오면 취업 잘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진학했는데 갑자기 정책도 바뀌고 공중에 붕 뜬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취업 위해 왔는데…” 대입 준비하는 학생들 전례 없는 특성화고의 취업 한파는 학교 현장의 교실 분위기까지 확 바꿔 놓았다. C특성화고 교사 장모 씨는 “올 신학기 확 달라진 교실 공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일반고로 전학가거나 특성화고에 남더라도 대입을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엄청 늘었어요. 작년 선배들 보니까 안 되겠다 싶은 거죠.” 실제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특성화고를 다니다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777명에 달했다. 서울 특성화고 한 곳의 규모가 통상 6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학교 1곳이 통째로 일반고로 바뀐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도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는 서울마저 전체 70개 특성화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개교가 ‘미달 사태’를 겪었다.○ 동아일보 취업특강서 “취업 의지 다져” 이런 침체된 직업교육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특성화고를 돌며 ‘찾아가는 청년드림 취업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함께 특성화고를 방문해 재학생들에게 취업 노하우를 제공하는 연중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삼일상고에서 개최된 첫 회 특강에 이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여상 대강당에서 열린 강의에서는 한화생명 우리은행 등 우량 기업에 취업한 이 학교 졸업생들이 나와 고3 후배들을 위해 취업 노하우를 들려줬다. 올해 한화생명에 취업한 이선빈 매니저는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한 번씩 온다”며 “그래도 힘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최다빈 우리은행 행원은 “임원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위주로 질문이 나온다”며 “자신이 쓴 소개서 한 문장 한 문장마다 3, 4개씩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달달 외우라”고 조언했다. 두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들도 무대에 올라 취업 노하우를 전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차장은 “어떤 소재를 잡아 자기를 소개하든 결론은 우리은행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은 한화생명 인사팀 차장은 “경제·금융 기사를 많이 읽어야 한다”며 “상식은 토론이나 면접에서 드러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여상 3학년 최민주 양은 “선배가 와서 설명해 주니 모든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며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얻게 돼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김재형 기자}

“30%라도 넘었으면 했는데 못 넘었네요. 작년에는 그래도 절반 이상 취업했는데…. 지난해 취업률보다 30%나 떨어졌어요.” 3일 서울 지역 A특성화고 관계자는 취업률 최종 결과를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매년 전국 특성화고의 최종 취업률은 4월 1일자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특성화고 교사와 졸업생들은 마지막까지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취업할 곳을 찾아 동분서주해왔다. 하지만 잇따르는 안전사고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조기취업길이 막히고, 경기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취업절벽’을 극복하지 못한 특성화고가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5.1%에 그쳐 전년(74.9%)보다 9.8%포인트가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조만간 공개될 올해 취업률은 더욱 충격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수도권 지역 특성화고 교사는 “우리 학교는 취업 명문인데도 취업률이 작년 대비 20%가량 빠졌다”며 “올해 취업률이 발표되면 어마어마한 충격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 폭락 전망 올해 수도권 지역 특성화고를 졸업한 강모 씨는 지난해 수십 군데 기업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선배들이 대거 합격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봐도 채용을 아예 안하거나 하더라도 고졸은 안 뽑는 기업들이 태반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나를 포함해 취업에 실패한 친구들 상당수가 ‘울며 겨자먹기’로 원치도 않는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졸업은 했는데 취업도, 대학 진학도 실패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특성화고 졸업생 이모 씨는 “재학생일 때는 선생님이 꾸준히 취업처를 알아보고 면접 지도도 해 주지만 졸업하고 나면 기댈 곳이 없다”며 “사립은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시니 그나마 나은데 공립을 졸업한 학생들은 완전히 취업 알선의 끈이 끊긴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B특성화고 3학년 박 모양은 “3월 밖에 안됐는데도 너무 불안하고 막막하다”며 “중3 때 뉴스에서 ‘특성화고 나오면 취업 잘 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진학했는데 갑자기 정책도 바뀌고 공중에 붕 뜬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했다.● “취업 위해 왔는데…” 대입 준비하는 학생들 전례 없는 특성화고의 취업한파는 학교 현장의 교실 분위기까지 확 바꿔놓았다. C특성화고 교사 장모 씨는 “올 신학기 확 달라진 교실 공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학진학을 위해 일반고로 전학가거나, 특성화고에 남더라도 대입을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엄청 늘었어요. 작년 선배들 보니까 안 되겠다 싶은 거죠.” 장 씨는 “조기취업이 막히면서 취업은 빨라야 10월에나 가능한데, 수시원서는 9월에 내다보니 분위기 자체가 진학 준비로 가고 있다”며 “정부가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내놨지만 조기취업을 금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풀지 않으면 특성화고의 존재 의미는 물론 국내 직업교육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특성화고를 다니다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777명에 달했다. 서울 특성화고 한 곳의 규모가 통상 6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학교 1개가 통째로 일반고로 바뀐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도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는 서울마저 전체 70개 특성화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개교가 ‘미달사태’를 겪었다.● 동아일보 취업특강서 “취업 의지 다져” 이런 침체된 직업교육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특성화고를 돌며 ‘찾아가는 청년드림 취업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함께 특성화고를 방문해 재학생들에게 취업노하우를 제공하는 연중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삼일상고에서 개최된 첫 회 특강에 이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여상 대강당에서 열린 강의에서는 한화생명, 우리은행 등 우량 기업에 취업한 이 학교 졸업생들이 나와 고3 후배들을 위해 취업 노하우를 들려줬다. 올해 한화생명에 취업한 이선빈 매니저는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일이 뜻대로 되질 않아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한번씩 온다”며 “그래도 힘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최다빈 우리은행 행원은 “임원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위주로 질문이 나온다”며 “자신이 쓴 소개서 한 문장 한 문장 마다 3~4개씩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달달 외우라”고 조언했다. 두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들도 무대에 올라 취업 노하우를 전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차장은 “어떤 소재를 잡아 자기를 소개하든 결론은 우리은행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은 한화생명 인사팀 차장은 “경제·금융 기사를 많이 읽어야 한다”며 “상식은 토론이나 면접에서 드러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여상 3학년 최민주 양은 “선배가 와서 설명해주니 모든 말이 피부로 와 닿는다”며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얻게 돼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 속에 올해 전문대 지원자가 전년보다 10만 명 이상 늘며 인기를 끈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이 요구하는 실무 위주 교육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입학 경쟁률도 전년보다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이런 내용의 올해 전문대 입시 분석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올해 전문대 모집정원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여파로 전년 대비 1608명이 줄었지만 전체 지원자 수는 153만6237명으로 지난해(142만7617명)보다 10만8620명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경쟁률도 2018학년도 8.4 대 1보다 높아져 9.3 대 1이었다. 올해 전문대 학과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누린 학과는 간호학과였다. 매년 전공별 지원율 1위의 선호도를 보인 간호학과는 올해는 인기가 약간 줄어 지난해(15%)보다 2.2%포인트 낮아진 12.8%의 지원율을 보였다. 그 뒤를 △재활(8.4%) △시각디자인(10.9%) △제과제빵(8.5%)이 이었다. 전문대교협은 “2017년 기준 전문대 취업률은 69.8%로 일반대보다 7.2%포인트나 높았다”며 “최근 극심한 청년실업 속에 전문대를 통해 취업에 유리한 역량을 키우려는 학생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입시에서는 △드론 △로봇 등 신산업 관련 학과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드론 학과의 충원율은 전년도(93.1%)보다 2.6%포인트 상승한 95.7%를 기록했고, 로봇 학과의 충원율은 전년도(82.8%)에 비해 14.9%포인트나 상승한 97.7%를 나타냈다. 올해 입시에서는 만학도와 성인재직자의 전문대 진학이 급증했다. 전체 신입생 17만5210명 가운데 25세 이상 입학자 수가 1만990명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756명이 40세 이상이었다. 전문대교협은 “정원외로 모집한 만학도 및 성인재직자의 지원규모도 2년 전보다 21%가 늘었다”며 “재학기간이 짧고 등록금이 저렴한 전문대가 재취업에 강점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옛날 어느 나라에 종달새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다. 이들은 높이, 멀리 날며 노래하는 것을 멋지게 여겼다. 매일 학교에 모여 그 방법을 익히고, 성실히 연습했다. 종종 열리는 ‘멋진 종달새 뽑기’ 대회는 이들의 비행 의지를 높였다. 그런데 어느 날 몇몇 종달새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비행기가 날고, 스피커가 노래하는 시대에 날갯짓과 노래 연습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들은 “미래에 필요한 것은 비행기를 뛰어넘을 ‘창의성’”이라며 획일적인 교육과 평가를 없애라고 주장했다. 종달새들은 비행과 노래 연습 대신 뭘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성실한 연습이 바보 같은 일로 여겨지면서 이를 그만두는 새들이 늘었다. 종달새에 비유한 이 우화(寓話)가 상징하는 바를 눈치챘다면 한국의 교육 현실에 관심 있는 독자다. 지난 수년간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가들이 주도해온 교육정책의 키워드를 두 개 정도 꼽자면 ‘반(反)지식주의’와 ‘반(反)평가주의’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암기 위주의 지식교육은 시대착오적이며, 이를 평가하는 중간·기말고사나 학업성취도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집단적 시험(일제고사)을 ‘적폐’라고 여겨왔다. 이런 생각은 2017년 학업성취도평가를 사실상 폐지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발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자문위는 “전국의 모든 중3과 고2가 ‘국영수’ 시험을 의무적으로 보는 건 새 정부가 지향하는, 경쟁을 넘어서는 협력교육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집단평가’에 대한 진보의 포비아는 입시에서 멀어 부담이 적은 학교, 즉 초등학교에서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정책화됐다. 현재 초등학교에는 중간, 기말 등 정기고사가 없다. 기초학력 미달학생 현황 등을 진단하기 위해 초6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학업성취도평가도 진보교육계의 요구에 따라 2013년 가장 먼저 폐지됐다. 담임교사 판단에 따라 반별로 보는 ‘단원평가’가 학생들의 교육 이해도를 평가할 유일한 진단장치인데, 시행 빈도와 문제 난이도가 교사와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인 결과를 낳았다. 초등학교는 한 인간이 일생에 걸쳐 배움을 계속해나갈 기초 토대를 만드는 곳인 만큼, 어찌 보면 초중고교 가운데 가장 명확하고 균질한 지식 중심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최근 교육계에서는 ‘교사 주도 교육’이 마치 ‘학생 중심 교육’의 반대말처럼 여겨지며 폄훼돼 왔다. 요즘 교사들은 배경지식이 백지에 가까운 ‘초딩’들을 모아놓고도 학생 주도 수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학생은 창의성의 재료로 쓸 기초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중학교에 진학한다. ‘상당수’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초등학생의 학력을 진단할 균일한 평가 자체를 없앴기 때문에 알 수조차 없게 됐다. 중학교 교사들이 저마다 토로하는 ‘난감한 상황’을 통해 그 심각성을 유추할 따름이다. “한 교시 내내 민주주의에 대해 토론식 수업을 했어요. 그런데 수업이 다 끝나갈 때쯤 한 아이가 손을 들고 물어요. ‘선생님, 근데 민주주의가 뭐예요?’라고요. 미치는 거죠.” 한 중학교 윤리교사의 말이다. 이번 주, 교육부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동안 미뤄온 지난해 중고교생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기초학력 보완대책을 함께 내놓겠다고 밝힌 걸 보면 기초학력 미달 수치가 꽤나 충격적인 수준임을 예상할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을 줄이기 위해서는 초등 단계에서부터 균질한 평가도구로 학생들의 이해도를 진단하고 구멍을 메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진보 정부의 ‘철학’은 ‘집단적 평가’와 ‘학력 중심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종달새의 날개는 이렇게 꺾인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이번 ‘광화문에서’ 칼럼은 광화문이 아닌 ‘집에서’ 썼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3월 한 달간 회사를 휴직했기 때문이다. 휴직을 결정하기까지 내적 갈등이 많았다. 교육팀장을 맡으면서 알게 된 교육계 지인들은 아이의 초등 입학이 최대 고비라며 휴직을 권했다. 한 가까운 교사 지인은 ‘휴직을 안 하면 인생의 후회로 남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동료 기자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는 것도 싫었지만 낮밤 없는 기자의 삶에서 입학할 때라도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아이에게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안 했으면 애는 둘째 치고 내가 못 버텼겠다’ 싶은 상황이 많다. 초등 입학 자녀를 둔 모든 부모에게 국가가 한 달간의 휴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여성 경력 단절 및 저출산 심화를 막기 위한 ‘0순위’ 정책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입학식 날부터 벌어졌다. ‘입학식만 치르면 다음 학교 방문은 3월 셋째 주 학부모 총회쯤이겠지’ 생각했는데 “내일 오전에는 학부모 연수가 있으니 강당으로 모이라”는 공지가 울려 퍼졌다. 휴직 안 했으면 어쩔 뻔. 아니나 다를까 당장 오후에 같은 워킹맘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야, 너희 애 학교도 학부모 연수한대? 나 내일 어떻게 해? 멘붕이야!” 다음 날에는 대학교 수강 신청보다 치열하다는 방과 후 수업 수강 신청이 있었다. 친한 동네 선배맘 왈 “인기 강좌는 3초면 마감되니 긴장하라”고 했다. 아이는 ‘마술’과 ‘줄넘기’ 수업을 꼭 듣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등교한 터였다. 심장이 쫄깃해졌다. 만약 실패하면 다음 방과 후 신청이 있기까지 석 달간 ‘고개 숙인 엄마’로 살아야 했다. 신청 개시 시간 20분 전부터 정좌하고 앉아 초속 클릭을 시도한 덕에 ‘마술’ 신청에 성공했다. 하지만 ‘줄넘기’ 수강은 실패했다. 만약 휴직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을 게 뻔했다. 쏟아지는 보도자료와 브리핑, 취재 스케줄을 감당한 뒤 저녁 늦게 퇴근 즈음에나 ‘맞다! 오늘 수강 신청이었는데!’ 하고 소리쳤을 것이다. 적어낼 서류와 준비물도 계속 쏟아졌다. 엊그제는 ‘쓰레받기 길이가 15cm인 미니 빗자루 세트’를 사기 위해 동네 문방구와 마트 4곳을 헤맸다. 학교 유인물에는 ‘너무 커도, 작아도 안 좋고 15cm 정도를 권한다’고 돼 있었는데 품절인지 어딜 가도 10cm와 20cm만 있었다. 워킹맘의 지원군 ‘○팡 ○켓배송’도 싹 다 일시품절이었다. 만약 휴직하지 않았다면 오후 10시나 돼서야 호러영화의 주인공처럼 문을 연 문방구를 찾아 헤맸을 판이다. 엄마가 아닌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워킹맘의 자괴감은 대단한 일에서 오는 게 아니다. 아이가 홀로 빗자루 없이 등교해야 할 때, 제출 서류를 며칠째 못 보낸 걸 알았을 때, 아침부터 밤까지 야근 후 다시 새벽 2시까지 대리운전을 뛰는 심정으로 일과 육아를 해내도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해야 할 때, ‘아무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나는 과연 무엇인가’란 감정과 함께 무너지는 것이다. 지난해 2, 3월에 회사를 그만둔 초등 저학년 워킹맘 1만5841명(보건복지부, 경력단절여성 실태조사)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이런 아픔이 있었으리라 본다. 휴직을 해 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만으로도 워킹맘에게는 경력 단절의 고비를 넘길 처방이 되는 듯하다. 매일 아침, 배낭을 메고 교문 속으로 사라지는 작은 등을 지켜보는 것, 학교를 마치고 나온 아이의 손을 잡는 것, 그 시간 속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위안을 얻는 것이다. 160조 원을 쏟아붓고도 허탕 친 현금지원성 정책보다 초등 입학 한 달 휴직이 더 사려 깊은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예고한 사립유치원의 무기한 개학 연기가 4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교육부 조사에서 전국 3875개 사립유치원 가운데 381곳(9.8%)이 개학연기 투쟁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유총은 “자체 조사 결과 1533곳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밝힌 개학 연기 참여 수치가 최대 4배 이상 차이 나는 상황에서 개학 연기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개학 연기는 물론이고 폐원 투쟁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유총은 이날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 시스템)을 수용하겠다며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참살하려 한다”며 “단, 교육부가 한유총과의 대화를 받아들일 경우 개학 연기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화를 원한다면서 폐원 투쟁을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한 불법 투쟁을 강행할 경우 엄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 경기 인천의 시도교육감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4일 개원하지 않는 유치원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5일에도 미개원 시 즉시 고발조치할 것”이라며 “한유총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개학일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주말 내내 이어진 혼란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시도교육청별로 공개된 개학 연기 유치원 명단을 확인하고, 지역별 맘카페를 통해 유치원 측에서 받은 개학 연기 문자를 공유하기도 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2일부터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긴급돌봄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해당 학생들은 거주지 인근 국공립유치원 등에 수용된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사립유치원의 무기한 개학 연기를 예고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개학 연기는 물론 폐원투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이날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을 수용하겠다며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참살하려 한다”며 “교육부가 한유총과의 대화를 받아들일 경우 개학 연기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화를 원한다면서 폐원투쟁을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를 볼보로 한 불법 투쟁을 강행할 경우 엄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양측이 ‘강(强) 대 강’ 구도로 맞붙으면서 일부 유치원이 개학 연기에 들어갈 경우 정부의 엄단이 현실화하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또 서울·경기·인천 교육감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4일 개원하지 않는 유치원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5일에도 미개원시 즉시 고발조치 할 것”이라며 “한유총이 위협을 지속할 경우 한유총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개학 연기 참여 유치원 수를 놓고는 한유총과 교육부의 집계가 엇갈렸다. 한유총은 자체 집계 결과 1533곳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한 반면 교육부는 190곳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발표해 양측이 최대 8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학부모들은 개학일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주말 내내 이어진 혼란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시도교육청별로 공개된 개학 연기 유치원 명단을 확인하고, 지역별 맘카페를 통해 유치원 측에서 받은 개학 연기 문자를 공유하기도 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2일부터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긴급돌봄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해당 학생들은 거주지 인근 국공립유치원 등에 수용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4일로 예정된 유치원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28일 선언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설립 투자금 등 사유재산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게 핵심 이유다. 전체 사립유치원(4100여 곳)의 78%(3200여 곳)가 속한 한유총 유치원들이 개학 연기를 강행할 경우 새 학기 돌봄 공백과 보육대란으로 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전체 회원 유치원의 68%에 달하는 2274개 원이 개학 연기를 요구해왔다”며 “끊임없이 정부에 대화를 요구했음에도 교육부가 거부해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을 때까지 개학을 미룰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사유재산권 인정 △‘유치원 3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 철회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다만, 한유총은 이날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한유총의 무기한 개학 연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삼는 불법 개학 연기를 철회하라”며 “집단 휴업을 강행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입학 연기에 참여하는 유치원에 대해 감사에 나서고 감사를 거부할 경우 즉각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개학이 연기되면 국공립 유치원, 초등 돌봄교실, 어린이집 등을 총동원해 사립유치원생을 돌보는 ‘긴급돌봄’ 체계를 발동하기로 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28일 무기한 개학 연기를 발표한 데 대해 교육부가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새 학기 ‘돌봄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개학을 하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던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 불안해하고 있다. 교육부는 한유총이 개학 연기를 강행할 경우 감사, 형사고발 등 ‘엄정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또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한유총에 공문을 보내 개학 연기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계속하면 법에 따라 설립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한유총과 교육부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일부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 공금으로 명품백을 구입하는 등의 비리가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한유총은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전체 사립유치원으로 일반화하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사립유치원을 향한 여론이 악화하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의무 적용 등을 골자로 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유치원 3법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최장 330일간의 심의 기간에 놓여 있다. 이에 교육부는 국회를 통과할 필요가 없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달부터 200명 이상 대형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도입을 의무화했다. 한유총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대화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한다. 교육부에 대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25일에도 총궐기 집회를 열었으나 교육당국의 태도 변화가 없어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사실상의 공적사용료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공적사용료는 토지, 건물 등 개인의 사유재산을 국가가 공적 용도로 사용할 때 지급하는 일종의 시설사용료다. 한유총 측은 설립자 개인이 만든 사유재산인 사립유치원을 국가가 사실상 공공 목적인 ‘학교’로 사용하므로 공적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을 포함해 비영리 교육기관은 법적으로 공적사용료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유총은 또 정부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사 인건비를 전액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사립 초중고교는 정부가 교사 인건비 전액을 지급한다. 사립유치원은 약 60만 원에 이르는 교사 처우개선비만 지원받는다. 한유총은 ‘유치원도 학교라면 사립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대우해 달라’고 말한다. 교육당국은 ‘초중학교와 달리 유치원은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어서 사립유치원에 인건비 전액을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유총과 교육당국이 ‘강(强)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자녀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직장맘’들은 갑자기 휴가를 써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경기 용인시에서 만 5세 아들을 기르고 있는 곽모 씨(41·여)는 “아이가 유치원 가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휴원한다고 하면 아이돌보미를 금방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한유총이 개학을 연기하는 것은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5일 한유총을 공정거래법·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교육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고 한유총을 너무 몰아세웠다”고 지적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한유총은 일단 협상 시한으로 정한 3일까지 교육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실제 무기한 개학 연기에 나설 방침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4일 이후에도 교육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개학 연기와 총궐기 집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로 돌봄 공백이 생기면 관계 부처와 협의해 긴급 돌봄체계를 발동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임시 돌봄 공간과 교사를 마련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
이번 신학기부터 수업료와 방과 후 학교 수강료, 급식비까지 모든 학교 교육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다. 학부모의 현금 납부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초중고교의 교육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제도를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교육비란 수업료와 입학금, 학교운영지원비 및 방과 후 학교 수강료, 급식비, 체험학습비 등을 포함한다. 교육부는 “그간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지정한 은행계좌를 개설해 교육비를 현금 납부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 교육비를 분할 납부할 수 있게 돼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학교 입장에서도 교육비를 현금으로 받지 않아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행정업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교육비 납부에 참여하는 신용카드사는 BC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신한카드 등 4개 사다. 학교에서 먼저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으면 학부모가 신용카드사에 연락해 자동납부를 신청하면 된다. 학부모가 카드사에 할부 신청을 하면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가맹점 수수료는 전액 학교 또는 교육청에서 부담한다. 교육부는 2016년 34개 학교에서 신용카드 교육비 납부를 시범 도입한 뒤 지난해 전체 고교로 확대한 바 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쓰기 싫다 하지만 끝도 없이 쓴다. 잡겠다고 하지만 갈수록 멀어진다. 바로 한국의 ‘사교육비’다. 다음 달이면 지난 한 해 한국의 초중고교 사교육비가 집계돼 발표될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매년 3월 15일 전후로 국내 초중고교 사교육비 통계를 발표해 왔다. 올해 수치는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찍으리라 본다. 2017년 이후 현 정부가 내놓은 교육 정책 대다수가 의도와는 달리 사교육계를 번창시키는 ‘단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초등부터 보자. 가장 큰 헛발질은 ‘초등 1, 2학년 방과 후 영어’ 금지였다. 어린이집·유치원에서 해온 영어를 갑자기 초등학교에서 못 하게 하니, 학부모들은 황당함과 불안감을 토로하며 학원을 찾았다. 많은 학부모가 ‘다른 건 몰라도 회화는 좀 됐으면’ 하고 바라는 상황에서, 학원들은 ‘쏟아지는 고객들’에 소리 없이 환호했다. 현장을 둘러보면 초등 저학년 반을 20∼30%씩 증설한 학원이 적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선 10만 원이면 됐을 수업을 30만 원 넘게 내고 다녔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영어 학습의 기회에서 원천 배제됐다. 이 정책의 더 큰 문제는 비단 영어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란 점이다. 초등 저학년 학부모들은 중고교에 비해 국영수 사교육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정책을 계기로 많은 학부모가 일찍이 ‘학원의 맛’을 보게 됐다. 학원들은 학교 수업과 달리 ‘레벨 테스트’를 보고, 분반을 한다. 중간중간 또다시 테스트를 봐 끊임없이 경쟁시켜 나간다. 여기서 학부모들은 그간 몰랐던 ‘자녀의 위치’를 알게 된다. 내 아이가 A, B, C를 할 때 다른 아이는 영어로 일기를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간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것도 학원에 들어서는 순간 ‘문제적 상황’이 된다. 현장을 보면 영어에서 느낀 이런 ‘위기감’이 수학 등 다른 과목 사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경우가 많았다. 학원에 갈 생각도 없던 많은 학부모를 정부가 나서 ‘사교육의 러닝머신’ 위에 올려 태운 셈이다. 올라가긴 쉬워도 내려오긴 힘든, 그 무한 트랙 위에 말이다. 현 정부가 열심인 혁신학교나 중학교 자유학년제도 사교육 활성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혁신학교의 취지와 교육 방식에 공감하는 학부모들조차도 ‘그래도 혁신 다니면 공부는 엄마가 따로 챙겨야지’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자유학년제 역시 교과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더욱 학원을 찾는 양상이 나타난다. 취재 중 만난 한 중학생 학부모 말마따나 “학교에서는 ‘죙일’ 놀고 하교 후에 ‘열공’” 하는 희한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현장에서 보기엔 현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도 사교육 경감에 별 영향을 못 줬다. 오히려 외고·자사고를 준비하던 학생들마저 ‘마지막 남은 성지’인 영재학교·과학고 입시를 노리면서 일부 지역의 사교육은 초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영재학교·과학고는 모든 종류의 고교 입시 가운데 가장 극단적 강도의 수학·과학 선행을 요구한다. 사교육 비용도 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렇게 해 두면 설령 일반고 가도 내신 1등급 쉽게 따죠. 남들 내신 공부할 시간에 비(非)교과 스펙 만들고요.” 강남 학부모의 이 말은 현재 대한민국 고교에서 유효한 입시전략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역대급 국어 문제’도 나왔다. 한 사교육업체 회장은 사석에서 “교육부 안에 사교육 진흥을 위한 비밀조직이 있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상은 높은데 구현 능력이 부족한, 안쓰러운 교육 정책의 현주소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