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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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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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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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부터 중증-경증 나눠 설치

    지난달 12일 찾은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의 간사이대 의대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대학병원 응급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응급실에 온 환자들이 초기 치료를 받는 공간에는 ‘초료(初療)’라는 글자가 붙은 침대가 3개뿐이었다. 이 중 1개 침대에만 대퇴골 골절로 실려온 환자가 누워 있었다.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일본 대학병원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갈 수 있는 응급실을 철저히 분리해 ‘응급실 과밀화’를 막는다. 간사이대 의대 고도구급구명센터는 입구부터 둘로 나뉘어 있다. 왼쪽 입구는 심정지, 외상, 뇌졸중 등 중증 응급환자를 실은 구급차만 들어갈 수 있는 ‘구급차 전용’이다. 오른쪽 입구는 구급차 대신 걸어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가는 ‘구급 외래 전용’이다. 구급 외래 전용 입구로 들어온 환자들이 필요한 진료를 받는 공간이 따로 있어 구급차를 타고 온 환자들과 섞이지 않는다. 일본은 구급차에 탄 환자의 이송 병원을 선정할 때 구급대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한국처럼 경증환자가 무작정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달라고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구급대원은 지역별로 지방정부, 소방, 병원이 함께 참여한 협의체에서 만든 ‘이송·수용 규칙’을 따른다. 고쿠시칸대 의대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뇌출혈, 화상, 절단, 심정지 환자 등은 대학병원 응급실 같은 3차 병원으로, 맹장염 폐렴 복통 구토 환자 등은 2차 병원 응급실로 보낸다”고 설명했다. 다나카 교수는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은 당번을 짜서 야간에 발생한 심한 감기 환자 등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경증환자가 무작정 119를 부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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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표류환자 받을 때까지 모든 병원에 경보

    ‘깡! 깡! 깡!’ 이달 6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오사카부 스이타시에 자리한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내에서 크고 날카로운 경보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응급실에 있던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돌아볼 정도로 큰 소리였다. 이 알람은 오사카부에서 한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탄 채로 30분 넘게 갈 병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황임을 알리는 소리였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의료진 책상에 놓인 단말기에는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이 입력한 환자의 주요 증상과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의 바이털 사인(활력 징후)이 바로 떴다. 응급실 의료진은 이 정보를 토대로 환자를 수용할지 여부를 이 단말기에 입력했다. 그제야 알람은 잦아들었다. 알람이 울리고 의료진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이었다.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에서는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이 환자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로 ‘뺑뺑이’를 돌고 있을 때 인근 병원의 모든 응급실에 알람을 울리는 이 시스템의 명칭은 ‘마못테(まもって) 네트워크’다. ‘마못테’란 일본어로 ‘지켜줘’라는 뜻이다. ‘지금 환자가 갈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니 어느 병원이든 이 환자를 받아서 생명을 지켜달라’고 외치는 셈이다. 이는 구급대원이 병원 수십 곳에 일일이 전화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수용 여부를 문의해야 하는 한국의 응급환자 이송 과정과는 확연히 달랐다. 올해 3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보도한 ‘표류, 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에서 뇌출혈 환자인 이준규 군(13)은 8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답변을 받으면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228분을 표류했다. 다리가 골절된 박종열 씨(39)는 23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통보를 받고 378분을 떠돌다 다리를 잃었다. 생사(生死)를 헤매는 환자의 골든타임은 구급대원이 전화를 돌리는 사이 흘러가 버렸다. 일본도 한국처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달 11∼15일 기자가 오사카부 현지에서 만나거나, 이달 3∼18일 화상, 이메일 등을 통해 인터뷰한 의료진들은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표류’하는 일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장을 맡고 있는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마못테 네트워크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환자가 구급차 뺑뺑이를 도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日, 앱에 이송 가능 병원 자동표시… 韓, 구급대원이 일일이 전화日, 구급대원이 환자증상 입력하면이송 병원 거리순으로 즉시 파악韓, 이달 발표 필수의료 개선책에도‘구급차-병원 연결 시스템’은 빠져 지난달 13일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응급실). 이곳에 실려 온 중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응급중환자실 안에 들어서자, 의료진 책상 위에 놓인 태블릿PC 크기의 검은색 단말기가 보였다. 이 단말기에는 ‘마못테(まもって) 네트워크’라고 적혀 있었다.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중환자실과 간호사 스테이션에 마못테 단말기가 1대씩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부의 구급대원은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병원 4곳이 거절하거나 갈 병원을 30분 이상 찾지 못하면 이 마못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구급대원이 마못테 네트워크에 환자의 주요 증상 등을 입력하면 단말기에서 알람이 크게 울리는 동시에 해당 환자에 대한 정보가 뜬다. ● 경보 울리는 일본 vs 전화 돌리는 한국환자의 정보를 보고 병원은 ‘수용 가능’ 또는 ‘불가능’ 버튼 중 하나를 누른다. 병원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알람은 계속 울린다. 이 병원 나카오 슌이치로 응급의학과 의사는 “알람이 요란하게 울려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놓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처음 도입된 마못테 네트워크는 ‘구급차 뺑뺑이’라는 위기 상황에 처한 응급환자의 존재를 오사카부 전체 병원에 동시에 알리는 시스템이다. 구급대원이 응급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를 병원에 한 번에 ‘일 대 다(多)’로 문의하는 셈이다. 그중 한 곳이라도 수용 가능 버튼을 누르면 환자는 더 이상 표류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구급대원이 환자의 수용 가능 여부를 병원에 ‘일 대 일’로 문의한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수용 여부를 묻는 과정을 환자를 받는 병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그 사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게다가 한국의 구급대원은 시시각각 변하는 응급실 상황을 바로 인지하기가 어렵다. ‘수용이 어렵다’고 통보했던 A병원에 구급대원이 다른 병원에 차례로 전화를 돌리는 동안 환자를 받을 여력이 생기더라도, 다시 A병원에 전화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다. ● 환자 증상 입력→이송할 병원 자동 표시오사카부는 마못테 네트워크를 울리기 전에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빠르게 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환자의 증상을 입력하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순으로 병원 목록이 자동으로 뜹니다.” 지난달 12일 일본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의 간사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에서 만난 가지노 겐타로 응급의학과 교수는 구급대원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했다. 2013년 도입된 오리온(ORION·Osaka emergency information Research Intelligent Operation Network system)이다. 이 앱을 켜자 환자의 성별, 나이, 주요 증상 등을 입력하는 화면이 떴다.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라면 심장병 병력 및 호흡 곤란 여부 등을 입력하는 식이다. 입력이 끝나자 환자의 증상과 정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이송할 수 있는 병원 목록이 거리순으로 떴다.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구급대원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정하는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이 과정이 구급대원의 ‘머릿속’에서 이뤄진다. 구급대원이 사전에 숙지한 각 병원의 위치와 병원별로 치료가 가능한 진료과목을 바탕으로 전화를 걸 병원을 직접 추리고 있다. ●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한국일본보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한 한국에서 왜 이런 시스템을 쓰지 않을까. 정부가 이달 19일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도 구급차와 병원을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다. 국내서도 마못테 네트워크와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시도했지만, 끝내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9년 운영됐던 응급의료체계 개선 협의체서는 구급대원의 환자 이송을 병원 2곳이 거절하면, 시도 119 종합상황실이 단체 메신저로 인근 응급실에 수용 요청을 보내는 방안이 논의됐다. 만약 환자를 받겠다는 응급실이 없으면 지역에서 가장 큰 응급실로 일단 이송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소방의 무분별한 이송을, 소방당국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환자의 정보를 병원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 결국 최종 보고서에서 빠졌다. 오리온 같은 시스템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송경준 보라매병원 공공부원장(응급의학과 교수)은 “이송할 병원의 목록을 추려내는 건 사람보다 컴퓨터가 훨씬 더 잘한다”며 “그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6월부터 충북도가 국토교통부 지원사업으로 오리온 시스템과 유사한 자동화 시스템인 ‘스마트 응급의료 시스템’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충북스마트시티챌린지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김상철 충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이송 단계에서 병원과 소방 사이의 적극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적인 지원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민간 병원의 참여도 늘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사카=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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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도 15년전 ‘표류’ 속출… 당번병원이 응급환자 무조건 받는 ‘도쿄룰’ 도입

    “일본 도쿄에는 구급대원의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병원 5곳이 거절하거나 갈 병원을 30분 이상 찾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서 당번 병원을 정해 반드시 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하는 ‘도쿄 룰’이 있습니다.” 도쿄 고구시칸대 의대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15년 전 ‘구급차 뺑뺑이’로 응급환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면서 도쿄 룰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당번 병원은 ‘표류’ 환자를 받기 위해 미리 병상을 비워둬야 한다. 당번 병원이 환자를 받으면 정부에서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를 지급한다. 일본도 처음부터 중증·응급환자 병원 이송 시스템이 지금처럼 잘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도 ‘구급차 뺑뺑이’와 같은 의미의 ‘구급차 다라이마와시(たらい回し·대야 돌리기)’라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2008년 도쿄에서 구급차에 탄 임산부가 8개 병원에서 수용 곤란 통보를 받은 뒤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의료계와 협력해 응급의료체계 개혁에 나섰다. 같은 해 도쿄의 자택에서 흉통을 호소하던 90대 여성이 11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사망한 일도 있었다. 당시 일본 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일반적인 질병을 앓고 있는 응급환자들도 ‘구급차 뺑뺑이’를 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응급의료 난민’이라고 불러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정부가 화답하면서 지금의 응급의료체계가 구축됐다. 일본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 소방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가 발달돼 있다. 이 협의체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시행한다. 오사카부의 마못테 네트워크와 오리온 시스템, 도쿄도의 도쿄 룰 등이 그 예다. 지난달 12일 만난 간사이대 의대 부속병원 가지노 겐타로 응급의학과 교수는 “협의체에서 함께 응급환자 이송 규칙을 정하고 이송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내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08년과 2013년, 마못테 네트워크와 오리온 시스템이 각각 도입될 때도 반발이 있었다. 지금의 한국에서처럼 의료계는 소방의 무분별한 이송을, 소방은 환자의 정보를 병원과 연동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구급차 뺑뺑이로 사망하는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대의를 위해 일본 소방당국과 의료계는 뜻을 모았다.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가타야마 유스케 응급의학과 의사는 “소방과 병원의 합의가 이뤄진 지역부터 먼저 시스템을 도입하고 점차 오사카부 전역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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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보다 의사 1.7배 많은 獨, 의사들이 “더 늘려라”

    지난달 19일 오전 독일 함부르크시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응급실. 발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진 50대 남성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오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 4명이 입구로 달려 나왔다. 의료진은 일사불란하게 응급 처치를 한 뒤 단 5분 만에 환자를 입원 병동으로 올려보냈다. 해외에서도 고되고 위험한 필수의료 분야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분야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독일에선 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는 ‘표류’를 볼 수 없었다. 토비아스 셰퍼 응급실 부과장은 “우리 병원은 인근 권역에서 가장 위독한 환자를 주로 수용하지만, 일손이 모자라 중증 환자를 받지 못한 적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런 일은 독일 어디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은 독일은 일찌감치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 덕을 보고 있다. 2021년 기준 독일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가 4.5명으로, 한국(2.6명)의 1.7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번째로 많다. 그럼에도 독일 의사협의회는 지금도 ‘의대 정원을 더 늘리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의사들의 근로 시간이 짧아지면서 실제 진료 여력은 오히려 줄었고, 이를 중증 응급환자 치료에 우선 배치하면서 경증 수술 등은 대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니엘 뢰르만 귀터슬로시 보건자문위원은 “독일인들은 여전히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전후로 의사 부족이 심해질 것을 2006년 예측했다. 이후 2007년 7625명이었던 의대 정원을 2019년 9420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필수의료 의사들은 “병상당 의사 수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추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일본 오사카대 의대 부속병원 고도구급구명센터에서 만난 오다 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사가 늘었지만,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의사 증원만으로는 안 되고, 필수의료를 살릴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중증·응급 환자의 ‘표류’라는 국내 필수의료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올 8월부터 10월까지 일본과 독일, 캐나다, 호주, 미국 등 5개국의 병원과 구급대 등 현장 15곳을 방문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 전문가 44명을 인터뷰했다. 해외에선 미리 의사를 확충해 오면서 중증·응급 환자와 의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환자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 국립대병원의 진료 역량을 키우는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졸속 추진으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했던 역대 정부의 의료 개혁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국 의료 현장에서 만난 의사와 정책 당국자들은 “중요한 건 실행 의지와 세밀한 설계”라고 말했다.日, 의대생 18% 지역의무근무… 獨, 개원 제한해 수술실 이탈 막아 日 지역의사 장학생, 10년 의무근무獨 필수의료진, 개원의보다 큰 보상日-獨도 고된 수술의사 기피 늘어“의대 정원확대만으론 해결 어려워”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다는 의지를 19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늘어난 의사가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진짜 과제다. 이들이 서울로 몰리거나 피부미용 분야로 빠져나가면 중증 응급환자의 ‘표류’가 해결되기는커녕 국가 의료비 지출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방문한 독일과 일본, 캐나다 등에서는 필수의료로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다.● 수술 의사 이민 받고 ‘개원의 총량제’ 실시한 독일 독일은 ‘개원의 총량제’를 통해 진료 과목마다 해당 지역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개인병원의 수를 정해두고 있다. 무분별한 ‘개원 러시’로 대형병원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해지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독일은 인구 1000명당 수술 전문의는 1.47명으로, 한국(0.71명)의 2배가 넘었다. 지난달 19일 함부르크시 에펜도르프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모나 린트샤우는 “대형병원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는 개원의보다 통상 더 많은 보상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개원의 허가증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네의원을 열고 피부미용 시술이나 물리치료 등을 하는 게 수입이 훨씬 낫다. 수술 의사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정책에도 독일 내에서 의사들의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이다.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토비아스 셰퍼 부과장은 “특히 뇌를 수술하는 신경외과 전문의는 일이 고되고 당직도 잦아 젊은 의사들이 꺼린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족한 수술 의사를 해외에서 유치하고 있다. 한국계 독일인인 신장내과 전문의 한성국 씨는 “이민 의사를 위한 전문 어학시험과 자격시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지역의사제로 급한 불 꺼 일본은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면서 ‘지역의료 확보 장학금’을 도입했다.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주되 통상 10년 안팎 병·의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의무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이는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했다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보류한 ‘지역의사제’와 유사하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07년엔 지역의료 확보 장학금을 받는 의대생이 183명으로, 전체 의대생의 2.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엔 1679명(전체의 18.2%)으로 크게 늘었다. 급격히 줄어들던 농촌 지역 의사도 2010년부터 반등해 2018년엔 8년 전보다 12.1% 증가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지역 의료 붕괴’의 급한 불을 끄는 데엔 도움이 됐을지언정, 필수의료 과목 기피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쿄 고쿠시칸대 의대의 다나카 히데하루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도 피부과, 성형외과가 큰 인기를 끄는 반면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은 ‘4K’(일본어로 ‘힘들다·더럽다·위험하다·멋없다’의 준말) 직업으로 여겨져 의사들이 기피한다”라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대우를 높이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낙수 효과만으로는 필수의료 문제 해결 안 돼” 이는 의대 정원 확대의 ‘낙수(落水) 효과’만으로는 필수의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필수의료 분야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응급 환자부터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호주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앤드루 제이미슨 지역의료국장은 “우리도 의사들이 소도시 근무를 꺼린다. 대신 대형병원의 숙련된 의사들이 ‘원격 협진’을 통해 부족한 지역 의료 인력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입학 때 성적뿐 아니라 의사가 되려는 이유와 봉사활동 경력 등 인성 평가를 실시하는 캐나다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권역 급성기 분야 책임자 스콧 뱅크스는 “캐나다에서도 피부미용 분야 의사가 돈을 더 잘 벌기는 하지만 이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가 인력난을 겪지는 않는다”라며 “만약 의대 졸업생 대다수가 소득을 위해 비필수의료 분야를 택한다면 그건 의대 입학생 선별의 실패다”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오사카·함부르크·캘거리·퍼스·보스턴=특별취재팀}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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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의료사고 국가배상… 산부인과 지원율 74→94% 상승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 말미에 필수과목 의료진이 겪는 ‘형사 리스크(위험)’를 완화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현직 의사의 15.8%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법적 보호 부재’를 꼽았다. ‘낮은 수가’에 이은 필수 의료 기피 사유 2위다. 취재팀이 8∼10월 방문한 5개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은 의료사고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한국에 비해 탄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다. 책임보험 의무 가입 국가인 캐나다의 경우 보험료가 연 500만 원 수준인데, 이 중 약 80%를 주정부가 부담한다. 의사가 부담하는 돈은 한 해 약 10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이클 불러드 앨버타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기자에게 “보험료 액수가 크지 않은 건 애초에 의료 소송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의사가 의사협회에 가입할 때 자동으로 책임보험에 가입되며, 보험료는 협회 가입비로 충당된다. 미국은 뉴욕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등 일부 주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고, 가입 의무가 없는 주에서도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의료기관에 책임보험 가입 의무가 없고, 가입률도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예 국가가 의료사고 배상 책임을 지는 국가도 있다. 대만은 2014년부터 출산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의사 과실이 전혀 없더라도 국가가 환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만은 이 제도 시행 이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74%에서 94%로 상승했다. 영국은 정부기관인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소송국’을 운영하며 개별 의사나 의료기관을 대신해 의료소송에 대응하고, 거의 모든 배상 책임도 전적으로 국가가 진다. 취재진이 방문한 국가들에선 의료진이 현장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면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가 깔려 있었다. 가지노 겐타로 일본 간사이대 의대 부속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진을 처벌하는 법률은 없다. 의사가 그런 식으로 처벌받게 되면 환자를 아예 받을 수 없고, 의료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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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응급땐 옆병원 예약수술 미루고 우선 살려

    10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응급관제센터. 벽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 인근 모든 대형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의 포화도가 표시돼 있었다. 표시된 수치는 전부 100%가 넘었다. 모든 병상이 사용 중이고, 그보다 많은 환자가 대기 중이라는 뜻이다. 이 센터 제이미 나니아 선임은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한국과 비슷한 ‘의사 부족 국가’다.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가 2.8명으로 한국(2.6명)과 비슷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적다. 경증·비응급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으면 8시간 넘게 대기하기 일쑤다. 가벼운 수술 예약은 1년씩 밀려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응급실 상황은 한국과 다를 바 없지만 캐나다선 중증·응급환자가 빈 병상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숨지는 일이 드물다. 11일 만난 앨버타주 보건성 수석의료책임자 마크 매켄지 씨는 2013년 도입한 ‘수술 전략 임상 네트워크(SCN)’를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앨버타주 병원은 전부 SCN에 소속돼 있어 수술 예약 환자의 응급도와 중증도를 인공지능(AI)으로 판단한 다음 더 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을 곧장 투입한다. 예컨대 A병원에 응급환자가 왔는데 그 병원에 전문의나 빈 수술실이 없으면 인근 B병원에 예정된 수술을 미루고 응급환자를 먼저 살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술을 받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냈던 비응급 환자의 입원이 취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수술이 미뤄진 일반 환자가 불만은 없는지 묻자 매켄지 교수는 “대다수 시민은 ‘나도 언젠가 생명이 위태하면 순서를 양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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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정원 단계적 확대로 속도조절… 증원규모 내년 3월까진 확정

    정부는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 지역 필수의료 회복을 위해선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구체적인 확대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의사단체 및 각계 전문가와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증원 규모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이번에는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원 확대 논의 속도 붙을 듯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논의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만큼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토대로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보건복지부는 당초 다음 달 2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이달 26일로 일주일 앞당겼다. 2025학년도부터 의대생을 더 많이 뽑으려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4월에는 각 대학이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정원 확대를 원하는 의대들로부터 신청을 받는 수요 조사부터 조만간 시작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의대의 수용 역량과 입시 변동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원 수나 물리적 여건 등이 필요하다”며 “숫자를 결정하게 되면 목표가 되는 숫자와 현실에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정원을 확대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1000명 증원’ 등 과감한 정원 확대 의지를 보이던 정부가 의료계와 조율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 구축” 정부가 의사 증원 속도전에 나선 이유는 지금 당장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앞으로 의사 부족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향후 10여 년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로 진입하면서 병원 갈 일이 많은 노인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는 의사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활동 중인 의사 중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많다. 이들이 차례로 은퇴하면 의사 부족이 더 심해지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의료 수요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즉 언젠가는 지금 늘린 의대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동적인 미래 의료 수요를 미리 평가해 정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월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이와 같은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가 5년 단위로 내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에서 의대 정원을 조정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네덜란드의 의료인력자문위원회,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구다.● 경실련 “의협 투쟁에 뒷걸음쳐선 안 돼” 정부가 구체적인 의대 증원 숫자를 밝히지 않자 강경 투쟁 노선을 천명했던 의협도 반응을 자제했다. 의협은 이날 성명을 냈지만 의대 정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일부 의사단체는 비인기 진료과목에 더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필수의료 분야는 ‘낙수(落水) 효과’ 탓에 떠밀린 인재들만 가도 좋은 곳이 아니다. 이번 대책보다 훨씬 강력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에선 더 강경한 ‘의대 증원 드라이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의협의 강경 투쟁 방침에 정부가 뒷걸음치며 지난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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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증원 규모’ 직접 밝히려던 尹, “중재자 역할을” 조언에 선회한듯

    정부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에 머물러 있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구체적인 규모와 발표 시점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1000명 이상 확대안’을 발표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지만 이번 주 들어선 “당장 숫자를 내놓지는 않는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러한 정부의 기류 변화를 두고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정원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당초 300∼500명대 증원 방안을 구상 중이었다.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함께하는 의료현안협의체, 환자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12월쯤 확대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추석 직전 윤 대통령이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발표 시점도 이달 중으로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이런 기류가 알려지자 의협은 정부가 합의되지 않은 확대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 들며 강력 반발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7일 “정부가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들과 2만 의대생들은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의료계 전문가들도 대통령실에 “의사들의 반대가 거셀 텐데 대통령이 숫자를 확정해 발표하면 이후 타협의 여지가 없어진다. 대통령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통령실은 19일 필수의료 관련 정책 발표는 진행하되 의대 정원 확대 숫자는 밝히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정부 내에선 “대통령실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 전환용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서두르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의사인력전문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도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숫자 논의를 한 적이 없는데 ‘1000명’ 정원 확대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전했다. 이번 정부 들어 주요 정책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발표됐다가 동력을 잃고 마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은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해 갑자기 만 5세 입학이 공식화되며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주 52시간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최종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아직까지 개편안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역시 세밀한 조율 없이 불쑥 튀어나오면서 의협을 필두로 각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8일 전남 지역 의대 신설을 요구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 시위를 벌였다. 의료계 반발을 넘어 의대 증원이 확정되더라도 증원 방식을 두고 ‘2라운드’갈등이 벌어질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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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 예산 5년째 동결…첫 상담까지 평균 53.4일 걸려

    난임 여성 A 씨는 유산을 경험한 후 우울증을 얻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은 “유산은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으로 이어졌고, 고통스러운 난임 시술을 다시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도 시달렸다. A 씨는 지난해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찾아 7차례 상담을 받고 마음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한결 마음의 짐을 덜었다. 그는 “난임 시술을 계속 받고 있는데, 상담을 받으며 ‘엄마’로서가 아니더라도 나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는 난임 부부들에게 심리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2018년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에 설립됐다. 난임 시술이 최근 5년 새 48% 급증하는 등 난임 부부가 늘면서 센터를 찾는 발길도 이 기간 3배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센터 예산은 설립 이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운영난이 심화되고, 상담을 원하는 난임 부부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472명이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 상담을 요청했다. 이 추세대로면 연말이 되면 신청자 수가 7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첫해 267명 대비 3배 수준으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올해 센터를 처음 찾은 사람은 첫 상담까지 평균 53.4일을 대기해야 한다. 2020년까지만 해도 대기 없이 상담받을 수 있었다. 원인은 예산 부족에 있다. 정원이 10명인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에 올해 배정된 예산은 5억7600만 원이다. 5년 전 설립된 후 5억6700만 원으로 동결되다 올해 고작 900만 원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요가 폭증함에도 상담 인력을 늘릴 수가 없다. 상담사 한 명이 매달 맡는 상담 서비스 건수가 2018년 32.9건에서 올해 123.8건으로 급증했고, 장기간 대기를 피할 길이 없어졌다.가파른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산 동결은 사실상 삭감과 같다. 직원들의 연차가 높아지면서 인력을 새로 뽑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인건비 부담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업비, 운영비가 삭감되고 있다. 센터 개소 이후 사업비는 1억6870만 원에서 2980만 원으로,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운영비도 4640만 원에서 1781만 원으로 감축됐다. 센터 관계자는 “‘힐링 캠프’나 ‘숲 치유 프로그램’ 등 참여형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호응도 좋았고 원하는 상담자도 많은데, 예산 부족으로 충분히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중앙 센터 외에도 7곳의 권역별 난임·우울증상담센터를 열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역시 개소 이후 예산이 한 번도 인상된 적 없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권역별 센터 7곳 중 4곳이 수도권에 쏠려 있어 비수도권 난임 부부의 접근성은 더욱 열악하다. 담당 부처인 복지부는 이들 센터에 대한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 있지만 번번이 재정 당국 차원에서 삭감되고 있다. 강선우 의원은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 중 60%는 고립 및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며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분들께 임상적 시술을 넘어 충분한 정서적 지원도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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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정원 한번에 1000명 늘려야” vs “매년 5%씩 점진 확대를”

    정부가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분명히 한 가운데, 당장 이번 주 구체적인 증원 규모까지 밝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일 발표에선 기본적인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방향만 밝히고, 증원 규모는 논의를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300∼1000명’ 등 증원 규모가 언급된 뒤 의사단체들이 강경 투쟁을 예고하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은 크게 우선 연 300∼500명을 늘리는 등의 점진적 방안과 1000명 이상을 한 번에 늘리는 급진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열린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에서도 정원 확대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원 규모와 속도에 대해선 전문가들 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10년 뒤 2만7000명 부족… “특단 조치 필요”의대 정원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려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향후 10년 안에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게 될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35년에는 활동 중인 의사 수가 필요한 인원 대비 2만7232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의대 신입생이 의사로 활동하기까지는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정원을 5500명 늘려야 30년 뒤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란 추계를 내놨다. 김 교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즉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해 5%씩 늘리면 2030년 1000명 증원”반면 점진적인 증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30년까지 매년 5%씩 늘려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대로면 2030년에는 한 해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약 1000명 많은 4098명이 된다. 1000명 증원이라는 목적지는 같지만, 점진적으로 늘려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권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면 은퇴하는 의사가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려 의사 증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의대 증원이 대학 입시에 미칠 영향, 이공계 인재 이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갑자기 정원이 1000명 늘면 이때 입학생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졸업 후 취업도 어려워져 ‘버림받은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한 번 늘린 뒤 계속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수요가 차츰 줄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재평가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의대 교수 1명당 학생 수 1.6명 정부는 이번에 늘리는 의대 정원을 한 해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들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를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게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습 위주 교육이 많은 의대 특성상 최소한의 인원이 보장돼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대의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으로 나타났다. 교수당 학생 수는 한 해 정원이 적은 의대일수록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 해 정원이 40명인 울산대 의대의 경우 전임 교원은 650명인데 학생 수는 240명에 불과해 이 비율이 0.37명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일부 의대는 교수 대비 학생 수가 ‘개인과외’ 수준”이라며 “의대 정원을 지금 확대해도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하기 위한 역량은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미니 의대들의 정원을 확대함으로써 전체 의대 정원을 500명가량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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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정원 한번에 1000명 늘려야” vs “매년 5%씩 점진 확대를”

    정부가 19일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몇 명을 늘릴지 구체적인 규모는 이날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일 발표에선 기본적인 정원 확대 방향만 발표하고, 증원 규모는 논의를 거쳐 확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300~1000명’ 등 증원 규모가 언급된 뒤 의사단체들이 강경 투쟁을 예고하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은 크게 우선 연 300~500명을 늘리는 등의 점진적 방안과 1000명 이상을 한 번에 늘리는 급진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대수 전문가는 정원 확대에 찬성하면서도 증원 규모와 속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10년 뒤 2만7000명 부족, 특단 조치 필요” 의대 정원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려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향후 10년 안에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게 될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35년에는 활동 중인 의사 수가 필요한 인원 대비 2만7232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의대 신입생이 의사로 활동하려면 졸업 후 인턴, 전공의 수련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하루라도 빨리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정원을 5500명 늘리고 30년간 유지해야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란 추계를 내놨다. 김 교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라며 “의대 정원을 최소 연 1000명 이상 즉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해 5%씩 늘리면 2030년 1000명 증원” 반면 점진적인 증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이 시급한 건 맞지만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30년까지 매년 5%씩 늘려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대로면 2030년에는 한 해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약 1000명 많은 4098명이 된다. 1000명 증원이라는 목적지는 같지만, 점진적으로 늘려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권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면 은퇴하는 의사가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려 의사 증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의대 증원이 대학 입시에 미칠 영향, 이공계 인재 이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한 번 늘린 뒤 계속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수요가 차츰 줄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지적을 받아들여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재평가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으로 늘렸다가 다시 줄인다면 이 기간 입학한 의사들은 ‘버림받은 세대’가 돼 두고두고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 1명당 학생 수 1.6명 정부는 이번에 늘리는 의대 정원을 한 해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들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를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게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습 위주 교육이 많은 의대 특성상 최소한의 인원이 보장돼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대의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으로 나타났다. 교수당 학생 수는 한 해 정원이 적은 의대일수록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 해 정원이 40명인 울산대 의대의 경우 전임 교원은 650명인데 학생 수는 240명에 불과해 이 비율이 0.37명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일부 의대는 교수 대비 학생 수가 ‘개인과외’ 수준과 다름없다”며 “의대 정원을 지금 확대해도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하기 위한 역량은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미니 의대들의 정원을 확대함으로써 전체 의대 정원을 500명가량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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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의대 정원 4000명선 확대 검토… 의협 “증원 강행땐 파국”

    17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일 의대 정원 확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증원 규모와 방식 등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기존에 거론되던 350∼500명을 넘어 전체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되면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이 4000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가 합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한다면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15일 경고했다. 의협은 지금까지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과목에 의사들이 쏠려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료계와의 합의 없이 의대 증원을 확정할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부는 필수 응급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과감한 의사 증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韓 의대 졸업생 수, OECD 꼴찌 수준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가입국 전체 평균(3.7명)의 70%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체 의사 수가 적은데도 매년 새로 배출되는 의사 수도 OECD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생 수는 7.26명으로 OECD 39개국 중 38위에 불과했다. OECD 가입국들의 한 해 평균 의대 졸업생 수는 한국의 2배에 가까운 10만 명당 13.5명(2019년 기준)이었다. 라트비아가 인구 10만 명당 27.56명으로 의대 졸업생 수가 가장 많았고 영국 13.52명, 미국 8.54명 등으로 집계됐다. 독일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한 해 의대 졸업생 수가 12.4명에 이르는데도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0명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월 보건복지부와 의협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현재 의사 인력의 업무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2050년 기준 약 2만20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국내 활동 의사 수는 지난해 기준 11만2321명이다. 권 연구위원은 2030년까지 매년 의대 정원을 5%씩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장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도 줄어들게 되므로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재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치권 등에선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대가 한 곳도 없는 전남 등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졸업생들이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1일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대해 의무 복무의 위헌성 우려, 입학 불공정성 우려 등을 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란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이 늘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3년 전 의료대란 반복 우려 정부와 의협은 올해 초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지난달까지도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해 왔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 정원을 단독으로 발표할 경우 의료계와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400명 확대를 추진하자 의료계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의대생의 국가고시 거부 등으로 맞섰다. 결국 정부는 정원 확대를 백지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재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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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기피과목 지방 전공의 “서울로” 이탈 잇따라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에는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가 23명 있다. 그런데 이 중 서울에 있는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2명뿐이다. 나머지는 지역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에 취업한 의사들이다.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이자 ‘기피 과목’으로 꼽히는 소청과와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서울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소재 수련병원 소청과 전공의의 65%, 산부인과 전공의의 63%가 지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과 34%가 지역 출신인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처럼 소청과,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서울 유출이 심각한 탓에 지방의 필수의료 공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 중 나이나 증상에 무관하게 모든 소아 환자 응급진료를 24시간 할 수 있는 곳은 22.5%에 불과하다.서울 병원 소청과 인력난… ‘지방의사 상경 → 지역 의료공백’ 악순환 병원 ‘기피과목’ 지방 전공의, 서울 쏠림 심화 대구 A대학병원은 지난해 말 소아 응급환자 진료를 대폭 축소했다. 밤에 소아 응급환자가 와도 기존에 이 병원에 다니던 환자가 아니면 더 큰 병원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유는 당직을 서고 입원환자를 돌볼 소청과 전공의가 없어서다. 원래 12명이 근무해야 하지만 남은 건 1명뿐. 그나마도 퇴직을 앞둔 4년 차여서 올해 말이 되면 이 병원엔 소청과 전공의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들은 입원 환자를 밤낮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보살피는 일을 한다. 따라서 병원에 전공의가 없으면 응급실은 물론 입원병동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다. A병원은 현재 교수 7명이 번갈아 당직을 서며 소청과 병동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 병원의 한 소청과 교수는 “교수들마저 업무 부담을 못 이겨 병원을 나가려고 ‘들썩들썩’ 한 것 같아 걱정”이라며 “소청과 야간 당직 자체를 없애자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야간 당직이 없어지면 사실상 입원병동 운영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말 가천대 길병원이 소청과 입원병동 문을 닫았던 것도 전공의 부족을 버티지 못해서였다.● 서울에서 지역으로…인력 부족 악순환 소청과와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서울로 쏠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 있는 병원들도 자교, 또는 서울 소재 의대 졸업생들만으로는 필요한 전공의 수를 다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병원 중에서도 올해 초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인력을 100% 충원한 건 4곳뿐이었다. 이른바 ‘빅5’ 병원 중에서도 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올해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의대를 나온 새내기 전공의들은 더 좋은 시설과 예산을 갖춘 서울 병원으로 떠나고, 지역 대학병원들은 비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번 전공의 모집이 미달된 병원은 이듬해도 전공의들이 지원을 꺼리게 된다는 점도 악순환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병원에 선배 전공의가 부족하면 그만큼 새로 들어가는 전공의가 맡아야 할 업무 부담은 커지고, 체계적인 수련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소청과 전공의 2년 차 B 씨는 “12명이 하던 일을 3명이 하다 보니 환자 1명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하기보다 시키는 일만 하기도 급급하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소청과를 지망하는 전공의들이 전략적으로 서울의 대형 병원에 함께 손을 잡고 지원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하는 병원에 인력이 부족해 전공의 한 명이 떠안게 될 업무가 많아질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기 과목 ‘피안성’은 정반대 현상 반면 대표적인 인기 과목인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에선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피부과 전공의가 11명인데, 전원이 서울 소재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다. 안과(22명 중 20명)와 성형외과(19명 중 18명) 전공의도 90% 이상이 서울 소재 의대를 나온 의사들이다. 서울의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는 피부과 전공의의 66%는 서울 소재 의대 졸업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60%)와 성형외과(65%)도 3명 중 2명꼴로 서울에 있는 의대를 나온 전공의로 채워졌다. 반면 소청과와 산부인과에선 이 비율이 각각 35%, 37%에 불과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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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층 오늘부터 독감백신 접종… 코로나 백신과 함께 맞아도 돼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1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11일부터 고령층 대상 독감 무료 접종이 시작된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무료로 독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고령자는 올해 만 65세 또는 그 이상이 되는 사람이다. 출생 연도로는 1958년생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이 중 만 75세 이상(1948년생까지)은 11일부터 전국 보건소와 지정의료기관에서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만 70∼74세는 16일부터, 만 65∼69세는 19일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예방접종이 가능한 지정의료기관은 전국에 약 2만 곳이 있다. 본인의 주소지와 무관하게 어디서든지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중복 접종을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등본, 건강보험증 등을 지참해야 한다. 독감 백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날에 맞아도 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19일 시작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수고로움을 줄이기 위해 19일 이후에 의료기관을 찾아 한 번에 두 가지 백신을 모두 맞는 것도 권장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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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 환자 4년새 28% 급증… 고령화 영향… 女증가율 높아

    지난해 폐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1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폐암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만6428명이었다. 2018년 9만1192명이었던 데 비해 4년 만에 27.7% 급증한 수치다. 폐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많이 걸리는 질병이다. 흡연과 음주, 나쁜 식습관 등 발암 요인에 오랜 기간 노출될수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폐암 환자 중 84%가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특히 70대 폐암 환자가 전체의 34%로 가장 많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근에 폐암 환자가 증가세인 것 역시 우리 사회의 고령화 경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폐암은 상대적으로 흡연율이 더 높은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해 왔다. 지난해에도 전체 폐암 환자 중 7만564명이 남성으로, 여성(4만5864명) 대비 2만5000명가량 많았다. 하지만 여성 폐암 환자의 최근 4년간 증가율이 36.5%로 남성(22.5%)보다 높은 점은 우려스럽다. 남성 흡연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여성의 흡연율은 6∼7%로 정체돼 있는 최근 추세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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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세미만 심야 진료비 환자부담, 700∼3000원 오른다

    정부가 ‘의료 공백’ 위기에 처한 소아청소년과(소청과)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22일 발표했다. 소아 중증 응급 환자 진료비, 소아 심야 진료비 등을 올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소아 의료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예산 355억 원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 사이 심야 시간대에는 6세 미만 아동 환자의 진찰료가 평균 1만4000원가량 오른다. 기존에도 ‘심야 가산’ 100%가 적용됐는데 추가로 100%를 더 얹어 주는 것. 소아는 성인보다 병원비 본인부담금 비율이 낮기 때문에 실제 추가 부담금은 1세 미만이 약 700원, 1세부터 5세까지는 3000원 안팎이다. 이 시간대엔 약국 조제비도 오르는데, 환자의 추가 부담금은 평균 7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아 중증 응급 환자 진료비도 인상된다. 1세 미만 중증 응급 환자는 관찰료(응급실 기본 진료비)를 2배로 올리고, 1세부터 8세 미만 환자는 50% 인상한다. 기존 5만 원대였던 관찰료가 최대 10만 원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단, 소아 중증 응급 환자는 본인 부담 비율이 5%뿐이어서 환자가 체감하는 인상 폭은 최대 3400원 수준에 그친다. 내년 1월부터는 소아 환자 입원료도 인상된다. 현재는 1세 미만 영아 입원 환자의 입원비가 성인보다 30% 비싸게 책정됐는데 내년부터 50% 비싸진다. 복지부는 신생아실, 모자(母子)동실 입원료도 50%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단, 2세 미만 영유아는 입원비가 전액 국가 부담이라 환자가 내는 돈은 없다.소아과 전공의 내년부터 月100만원 수당… 의협 “개선책 긍정적” 소아과 의료공백 대책일부선 “의료진 보호 법적 장치 필요” 정부는 22일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추가 대책도 내놓았다. 현재 전국 12곳에 지정된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14곳으로 늘리고, 내년도 시설 및 장비 지원금 61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존 동네병원 등이 야간 및 휴일에 진료받을 수 있는 ‘달빛 어린이병원’으로 지정, 운영됐을 때는 연평균 운영비 지원금을 2억 원까지 늘린다. 소청과는 올해 전공의 지원율이 정원의 16%에 그친 ‘기피 전공’이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소청과 전공의와 전임의(펠로)에 대해 월 100만 원의 수련 보조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청과 개원의 평균 소득이 모든 진료과목 중에서 가장 낮다는 점을 감안해 소청과 병·의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대책도 구상 중이다. 소청과 전문의가 6세 미만 아이를 진료하면 기본 진료비에 더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정책 가산’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전액 국가 부담인 국가 예방접종, 영유아 정기검진은 병원에 지급하는 보상 금액을 늘릴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인 후속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0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손모 씨(33)는 “동네 소아과 의원들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몇백 원 더 내는 것이 낫다. 의료 인프라가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 이 정도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 보호자의 ‘갑질’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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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실 CCTV’ 25일부터 의무화… 영상 최소 30일 보관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할 때 수술실 내부를 촬영하도록 하는 ‘수술실 폐쇄회로(CC)TV’ 제도가 25일부터 시행된다. 대리 수술, ‘유령의사’ 수술, 의사의 환자 성추행 등이 잇따라 벌어지자 논란 끝에 도입된 제도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법이 시행돼도 모든 수술 장면을 녹화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전신마취나 수면마취(진정) 등으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수술에 한해,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CCTV를 가동해야 한다. 환자 요청이 있어도 무조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응급 수술, 위험도가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에 현저히 방해가 되는 경우 등에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촬영 영상도 아무나 볼 수는 없다. 수사나 재판을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요청하는 경우 등에만 열람이 허용된다. 의료기관은 촬영된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며, 이 기간 열람·제공 요청을 받으면 열람할 때까지 삭제할 수 없다. 정부는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 대해 수술실 CCTV 설치 비용을 최대 3870만 원까지 지원한다. 의료기관이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수술을 하는데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영상을 임의로 유출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제도가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이달 초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반면 환자단체들은 “촬영 거부 사유가 너무 넓어 입법 취지에 반한다”며 제도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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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 표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법사위 통과

    환자가 병원에서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로 공론화된 이후 14년 만에 마지막 문턱만을 남겨놓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최종 처리가 다음 본회의로 미뤄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본회의가 속개되지 않고 산회하면서 심사 기회를 얻지 못한 탓이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3997만 명에 달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가입자가 병원이나 약국에서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한 절차 탓에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만 연평균 276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가입자가 병원에서 전산상 신청하는 것만으로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본회의에 계류된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보험업계는 법안이 처리되면 업무 효율성과 더불어 보험 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과 의료법 위반 소지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법은 의사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진료기록이나 조제 기록부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라는 취지”라고 반발했다.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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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출산 ‘보호출산제’ 본회의 통과만 남아

    임신부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한 후 태어난 아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이 내용을 담은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7월 19일부터 보호출산제가 시행된다. 보호출산제는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신고 없이도 즉시 출생 등록이 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가 6월 국회 문턱을 넘으며 필요성이 커졌다. 출생통보제는 ‘수원 영아 살해’ 사건처럼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오히려 위기 상황에 처한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 법 제정안은 보호출산을 최후의 수단으로 상정하고, 임신부가 보호출산을 선택하기 전에 최대한 직접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 법이 제정되면 정부는 위기 임신부가 상담, 정보 획득, 서비스 연계 등을 받을 수 있는 지역상담기관을 지정해야 한다. 전국에 10여 곳 설치될 지역상담기관은 복지시설과 연계해 위기 임신부가 출산 전후에 주거와 돌봄을 지원받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담 절차를 거쳤음에도 실명으로 출산하기 어려운 위기 임신부는 보호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임신부가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관리번호’를 부여받는다. 가명과 관리번호는 출산 당시뿐만 아니라 산전 검진에도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드는 의료비는 전액 지원된다. 보호출산으로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7일 동안은 숙려 기간으로, 산모는 아이를 정말로 입양 보낼 것인지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후 아이가 지자체로 인도돼 입양 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아이가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산모가 보호출산을 철회할 수 있다. 보호출산을 하는 임신부는 자신의 이름과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 이 서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는 2020년 처음 발의됐으나 아이를 쉽게 포기할 수 있고 나중에 아동이 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계류된 상태였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다만 이때 생모가 서류 공개에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 사항을 제외한 채 공개된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16일 보호출산제 관련 간담회에서 “모든 아동의 신속한 출생 신고와 아동 유기 방지를 위해 의료기관 출생 통보와 보호출산은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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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행 ‘손 뗐다’던 위키트리, 양평원장 시절 블로그 글 ‘복붙’ 기사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공동 창간한 온라인 뉴스 매체 ‘위키트리’가 2015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 블로그의 글을 그대로 복사해 기사로 내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에는 김 후보자가 외부 매체에 연재한 글을 위키트리가 홍보하기도 했다. 모두 김 후보자가 양평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점이다. 위키트리는 2015년 7월 13일 ‘양평원, 2014 공공기관 경영평가 A등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런데 통상 육하원칙에 따라 서술되는 기관 동정 기사와 달리 이 기사의 문체는 ‘축하해 주세요!’ ‘자랑 사진 투척합니다∼!!’ 등을 사용하고, ‘홍홍홍’과 같은 의성어도 사용됐다. 말미엔 ‘#김행원장님’이라는 해시태그도 달려 있다. 통상적인 기사 작법과 다른 이 기사와 글과 사진 구성에서 완전히 동일한 게시물이 양평원 블로그에도 올라 있다. 이 게시물은 위키트리에 해당 기사가 올라가기 8분 전에 게재됐다. 양평원 블로그에 글이 게재된 직후 위키트리가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해 기사로 내보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위키트리는 같은 해 3월 2일에도 양평원 블로그 글을 그대로 기사로 내보냈다. 위키트리는 또 2014년 김 후보자가 외부 매체에 연재하는 글을 홍보하는 기사도 20차례 이상 내보냈다. 이들 기사 하단의 ‘기자 홈’ 버튼을 클릭하면 ‘김행’이라는 바이라인(기자 이름)과 함께 김 후보자 개인 메일 주소가 뜬다. 이 가운데는 “결론은 예뻐야” 같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의 기사도 있었다. 2013년을 기점으로 위키트리 운영에서 손을 뗐다는 김 후보자 측 설명과 달리 위키트리가 계속해서 김 후보자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동아일보는 김 후보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2013년 남편의 위키트리 주식을 시누이에게 판 것으로 나타나 주식 ‘파킹’(잠깐 맡김)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20일 입장문에서 “결단코 ‘주식 파킹’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다문화 혐오 및 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해 다문화 정책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의 자격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2012년 위키트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국의 입양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문화 아동을 두고 ‘튀기’라고 지칭했다. 같은 해 다른 방송에선 “너무 가난하거나 남자가 도망갔거나 강간을 당해 (여성이)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tolerance·관용)가 있다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발언에 대해 “모든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김 후보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을 찾아 “잼버리 파행 책임 소재는 감사원 감사로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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