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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어음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불안에 대응해 정부가 올해 남은 기간 국고채 발행 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전방위 점검에 나섰다. 자금시장 경색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려 최대 150조 원을 웃도는 PF 대출이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국 5000여 개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 현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대출 현황과 사업 진행 상황, 수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권별 대출 현황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 계획)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필요 시 부실 사업장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 원이다. 2018년 말(59조5000억 원)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여기에 개발사업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포함하면 152조 원에 이른다. 특히 카드·캐피털,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이 전체의 74.8%(83조9000억 원)로 급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카드·캐피털 등 최근 PF 대출 연체율이 상승한 제2금융권의 부실 우려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가운데 우량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단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사업장도 가려낼 예정이다. 당국은 앞서 23일 ‘50조 원+α’ 규모의 자금시장 안정 방안을 통해 양호한 PF 사업장이 ‘브리지론’을 ‘본PF’로 전환할 수 있도록 10조 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2금융권은 개발사업 인허가 이전 단계에서 브리지론을 받은 뒤 본PF에서 들어온 돈으로 브리지론을 상환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800여 곳의 사업장이 브리지론을 사용했다가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재부 등이 공동 주최한 ‘KTB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시장 상황을 감안해 국고채 발행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올해 남은 기간 재정 여력을 고려해 국고채 발행량을 당초 목표보다 과감히 축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리 급등과 자금 경색 우려 등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국채 발행 물량을 줄여 금리는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행한 국고채는 144조2000억 원으로 올해 발행 한도(177조3000억 원)의 81.3%를 채웠다. 남은 두 달여 동안 발행 여력(33조 원)을 줄여 물량 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불안에 정부가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강원도는 금융당국과 상의 없이 레고랜드 어음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잇달아 지적했다. 정부는 전날 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해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한전채가 매달 2조 원 넘게 발행되고 은행채 발행으로 시중 채권자금을 다 빨아들였다”며 “아무런 대응을 않다가 뒷북 대책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어음 지급보증 거부를 발표하기 전 이를 알았는지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초기에 이번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이번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적격담보대출제도 등을 의결해 은행권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가 요구하는 금융안정대출 및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에 대해선 “처음에 너무 과도한 약을 쓸 수 없다. 추후 논의할 수는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 지사는 이날 강원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의 아니게 자금시장에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초래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국내 양대 플랫폼인 카카오, 네이버의 창업자와 SK그룹 총수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24일 국회 국정감사에 동반 출석해 사과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데이터센터 확보와 서버 이중화 관련 대처가 부족했던 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 중 “카카오가 미흡했다”며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이번 사태로 서비스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후 늦게 국감에 출석해 “예비용(백업) 전원까지 갖다놓은 것인데 여기서 화재가 났다니 잘못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화재 책임은 저희한테 있는 만큼 (카카오, 네이버 등) 고객사에 얘기해서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김 센터장에게 카카오의 피해보상 방안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카카오톡 등 무료 이용자에게도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김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어 일단 피해 접수를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4만5000여 건이 접수됐고,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리되는 대로 일반 이용자를 대표하는 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만들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다만 무료를 제외한 유료 서비스로만 한정할 경우 피해 보상 규모가 현재까지 약 4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관리 책임이 있는 SK㈜ C&C도 질책을 받았다. 발전기, 배터리,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을 지하 3층에 몰아넣었고 배터리실 상부로 전력케이블이 지나가는 등 설계상의 문제가 지적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이 났다고 해서 메인 전원 전체를 끊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물리적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납축전지를 쓰다가 2016년 리튬이온배터리로 교체하면서 이에 맞춰 소방 시설과 시스템 등도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성하 SK㈜ C&C 대표는 “화재 이전까지는 문제의식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 방안을 세우고 설비 공간의 재배치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카카오 먹통’ 사태 질의가 쏟아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무위 국감에서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중화가 미비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카카오뱅크도 본질적인 기능인 대출이나 이체에 지장이 생겨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산자위 국감에 출석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에 대해 “개별 피해 보상이 어려울 경우 기금이나 상생 등 다른 방법이 있는지 살피겠다”고 답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국내 양대 플랫폼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창업자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24일 국회 국정감사에 동반 출석해 사과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데이터센터 확보와 서버 이중화 관련 대처가 부족했던 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재발하지 않도록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 중 “카카오가 미흡했다”며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이번 사태로 서비스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한 SK C&C의 박성하 대표도 “엄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보상에 관해서는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할 생각”이라며 “SK그룹과도 관련된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선 김 센터장에게 카카오의 피해보상 방안을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카카오톡 등 무료 이용자에게도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김 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어 일단 피해 접수를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4만5000여 건이 접수됐고, 피해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정리 되는 대로 일반 이용자 대표하는 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체를 만들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 경영복귀 계획이 있는지 질문에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데이터센터 관리 책임이 있는 SK C&C도 질책을 받았다. 발전기, 배터리, 무정전전원장치(UPS) 등을 지하 3층에 몰아넣었고 배터리실 상부로 전력케이블이 지나가는 등 설계상의 문제가 지적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이 났다고 해서 메인 전원 전체를 끊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 물리적 설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납축전지를 쓰다가 2016년 리튬이온배터리로 교체하면서 이에 맞춰 소방시설과 시스템 등도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표는 “화재 이전까지는 문제의식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 방안을 세우고 설비 공간의 재배치를 고려하겠다”고 했다. 사전 통보 등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SK C&C의 박 대표는 화재 발생 이후 입주사에 서버 전원 차단 결정을 미리 알렸다고 했으나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사전에 전달 받지 못한 내용”이라고 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도 ‘카카오 먹통’ 사태 질의가 쏟아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무위 국감에서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중화가 미비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카카오뱅크도 본질적인 기능인 대출이나 이체에 지장이 생겨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산자위 국감에 출석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 피해지원에 대해 “세심하게 피해보상을 못 받을 수 있어 큰 틀에서 보호하는 방법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개별 피해보상이 어려울 경우 기금이나 상생 등 다른 방법이 있는지 살피겠다”고 답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최근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자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국책은행이 매입하는 회사채 규모를 16조 원으로 두 배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선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시장안정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회사채 및 단기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선 정부는 24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한다. 아울러 채안펀드를 20조 원 규모로 조성하기 위해 다음 달 초까지 금융권에 대한 추가 자금 요청을 끝낼 방침이다. 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매입하는 비우량 회사채 및 CP 한도를 현행 8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높이고 매입 대상에 증권사가 발행한 CP도 포함하기로 했다.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증권사가 발행한 ABCP 등의 상환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유동성 부족 겪는 증권사에 3조원 지원” 정부 ‘50조+α’ 안정 대책 레고랜드 관련 지자체 보증이행 확약우량 PF사업장에 10조 보증 지원금투업계 “금융안정대출 재가동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실 우려가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됐다. PF 사업의 ABCP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신규 사채를 발행해 만기 ABCP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를 위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한국증권금융이 3조 원을 지원한다. 증권금융은 증권담보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필요하면 지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또 우량한 PF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단기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가 10조 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두 기관이 내년까지 각각 5조 원의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다.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채무 보증을 거부하면서 시장 경색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은 대출 담보 대상에 국채 이외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투자업계는 한은 측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금융사에 대출해 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의 재가동을 요청했다. ‘50조 원+알파’ 지원책이 발표되면서 시장 불안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대책에 비우량 회사채 및 부동산 PF와 관련된 ABCP 매입 등이 포함돼 시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사채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행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회사채 금리가 따라 오르고 기업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이와 관련해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데 대한 미시적인 조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국내 대형 증권사에서 회사채 발행 업무를 하는 A 씨는 최근 한 대기업의 재무팀 담당자를 만난 후 성과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기업의 회사채 만기가 왔기에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발행을 상의하러 갔지만 기업 측에서 이전보다 눈에 띄게 오른 금리 때문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전에는 1∼2%의 금리 정도면 회사채 발행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두세 배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며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도 요즘 자금 조달이 막혀 답답해한다”고 전했다. 강원도 레고랜드 채권 부도 사태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시장 불안감 등의 여파로 기업들이 유례없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는 찬바람이 분 지 오래고, 기준금리 인상과 증시 침체로 은행 대출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 상태다. 유동성이 바닥난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은 부도설에 휩싸이고 있다.○ 얼어붙은 채권시장… 기업 자금난 증폭회사채 발행 업무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최근 기업들의 자금난이 매우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B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다가 중간에 포기한 기업들이 올해 셀 수도 없이 많다”며 “투자자 부족에 실망한 기업들이 시중은행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고금리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1분기(1∼3월) 7조4478억 원에 달했지만 3분기(7∼9월)엔 2727억 원으로 급감했고 10월부터 시작된 4분기(10∼12월)엔 ―2조4943억 원까지 추락했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0월 1조 원 이상 회사채 발행 대기업은 14개사로 총액은 34조8054억 원에 달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이 회사들의 발행 총액은 28조5883억 원으로 6조 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SK와 LG, 현대자동차 등 ‘큰손’ 대기업 그룹이 발행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회사채 인기가 떨어지면서 금리는 치솟고 있다. 회사채 3년물(AA―등급) 금리는 올 초 2.46%였지만 지금은 5.5%가 넘는다. 심지어 최상위 신용등급으로 시장에서 국채와 같은 대접을 받는 한전채의 발행금리가 5% 이상으로 치솟은 상태다. C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 경색으로 요즘 시장에서는 모집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미(未)매각도 속출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자금난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 같다”고 푸념했다. 급한 기업들은 채권 시장에서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리지만 역시 사정이 여의치 않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치솟는 데다 은행들이 위험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들도 필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올 3분기 은행채 순발행액은 15조508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배에 달했다.○ 건설사들은 ‘연쇄 부도’ 우려도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시장에서는 일부 중소 건설사 및 증권사의 부도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충남 지역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납부 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한 탓에 1차 부도가 났다. 이달 말까지인 유예기간 내 상환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최종 부도의 가능성이 큰 상태다. 최근 회사채 대란은 강원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을 위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계기가 됐다. 이 채권은 원래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했지만 나중에 그 약속을 어겨 결국 부도 처리되고 시장에 큰 충격을 남겼다. D증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담당자는 “지방정부가 갚겠다고 약속한 채권조차 부도 처리되는데 일반 건설사가 발행하는 채권에 누가 관심을 주겠냐”며 “요즘 여의도는 돈을 구하러 다니는 건설사 직원들로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 중소 건설사로부터 시작돼 1군 건설사로 번진 ‘연쇄 도산’이 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 긴급 채권 매입… 허위 루머도 단속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은 1조6000억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즉각 가동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전반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 대응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여유 재원으로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해 기업들의 돈 가뭄을 막을 방침이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0조 원 규모로 조성됐고 2020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20조 원으로 증액됐다. 금융위는 당시 조성된 자금 가운데 남아있는 1조6000억 원을 늦어도 다음 주에 투입하고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 건전성 규제도 완화해 유동성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금감원은 ‘합동 루머 단속반’을 가동해 증권사, 건설사 부도 등 근거 없는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를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악성 루머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가 적발되면 신속히 수사기관에 넘길 것”이라고 했다.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제로백. ‘0’을 뜻하는 영어 ‘제로’에 숫자 백(100)을 붙여 놓은 이 단어는 차의 가속력을 보여주는 숫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으로 초반 가속력을 측정하는 것이다. 가족용 차라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겠지만 스포츠카라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겠다. 최근 기아는 전기차인 EV6 GT 모델(사진)에서 제로백이 3.5초라는 점을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뛰어난 가속력을 보여준다는 마케팅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대량 생산된 차 가운데 3.5초보다 빠른 차는 없었다. EV6 GT는 가장 폭발적인 초반 가속력을 가진 국산차가 맞다. 하지만 EV6 GT의 제로백에는 초반 가속에서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유리한 전기차의 특성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 사실이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부터 최대의 힘을 내지 못한다. 게다가 속력을 높일 때 필수적인 변속 과정도 빠른 가속을 방해한다. 그래서 내연기관차는 5초 안팎의 제로백만 보여줘도 가속력이 준수하다고 인정받아 왔다. 반면에 전기차는 페달을 밟는 그 순간부터 모터가 최고의 힘을 낼 수 있고 변속도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EV6 GT의 비교 대상을 기존의 국산차가 아니라 해외 전기차로 놓으면 구도가 상당히 달라진다. 전기차의 세계에서는 고성능을 내세운 경우라면 2∼3초 안팎의 제로백을 보여주는 모델이 적지 않다. 가격이 2억 원에 못 미치는 테슬라의 ‘모델S’ 플레이드 모델은 2.1초의 제로백으로 대당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내연기관 슈퍼카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그럼에도 이번 ‘제로백 마케팅’에는 작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다채로워지는 전기차의 마케팅 포인트다. 오랫동안 전기차의 최대 장점은 경제성이었다. 휘발유·경유 가격보다 훨씬 낮은 충전 요금에 각국 정부의 구매 보조금이 더해지면서 높은 경제성으로 각광받았다. 전기차 대중화는 자연스레 보조금 축소와 충전 요금 현실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전기차는 이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로 테슬라는 첨단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개척할 때 현대차그룹은 높은 공간 활용도를 주무기로 내세우기도 했다. 분당 2만1000번까지 회전하는 고성능 전기 모터를 쓰는 EV6 GT는 기존의 EV6보다 더 비싸다. 당연히 덜 ‘경제적’이다. 그럼에도 대중 브랜드인 기아가 이런 차를 내놓는 것은 전기차 시대에도 ‘잘 달리는 차’를 찾는 수요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있는 전기차는 무게중심 측면에서도 고성능차 구현에 유리하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 중 하나인 머스탱이 첫 전기차 모델 ‘마하-E’를 내놓으며 가장 부각시킨 것 역시 강렬한 주행 성능이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최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 자금난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이 1조6000억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즉각 가동하기로 했다. 또 은행 건전성 규제도 완화해 유동성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레고랜드 사태’ 등에 따른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전반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 대응 노력을 강화했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채안펀드 여유재원 1조6000억 원으로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해 기업들의 돈 가뭄을 막을 방침이다. 채안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0조 원 규모로 조성됐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20조 원으로 증액됐다. 금융위는 당시 조성된 자금 가운데 남아 있는 1조6000억 원을 늦어도 다음 주 중 투입하고 순차적으로 펀드 자금을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또 이날 금융감독원, 5대 시중은행과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갖고 은행 건전성 규제의 일종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도 유예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로 85%까지 낮췄던 LCR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면서 현재 92.5%, 내년 초 95%로 끌어올려야 했는데, 내년 6월까지 92.5%를 유지해도 된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최근 LCR 달성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회사채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감원은 ‘합동 루머 단속반’을 가동해 증권사, 건설사 부도 등 근거 없는 루머를 유포하는 행위를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악성루머를 이용한 시장교란 행위가 적발되면 신속히 수사기관에 넘길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과 관련해서도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 송파구에서 작은 식당을 하는 김모 씨(38)는 지난해 10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3년 전만 해도 3000만 원 이상은 손에 쥐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피해갈 순 없었다.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보험 약관 대출 등으로 7000만 원 넘게 빚을 내며 버텼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이 부족했던 김 씨는 결국 얼마 전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저축은행 대출 금리가 10%가 넘고 기존 대출 이자도 부담되지만 어쩔 수 없이 500만 원을 더 빌렸다”며 “빚을 어떻게 다 갚을지 막막하다”고 했다.한국은행의 연이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올 들어 중·고소득 가계는 부채 줄이기에 나선 반면 김 씨 같은 저소득층은 오히려 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생계형 대출을 늘린 저소득층,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고금리 시대의 부실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13일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가계대출을 받은 가구당 평균 대출액은 9387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9342만 원)보다 0.5%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8388만 원)과 비교하면 11.9% 증가했다.가구당 평균 대출액을 가계 추정소득 모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연소득 3000만 원이 안 되는 저소득 가구에서만 대출이 늘었다. 연소득 1000만∼2000만 원 미만 가구의 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말 3026만 원에서 올해 8월 말 3166만 원으로 140만 원 불었다. 2000만∼3000만 원 미만 가구는 5213만 원에서 5224만 원으로 11만 원 늘었다. 금융 이력이 부족해 소득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이른바 ‘신파일러(Thin Filer)’ 가구는 304만 원이나 증가했다.이와 달리 연소득 3000만 원 이상 가구는 평균 대출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연소득 1억 원 이상 가구는 1433만 원, 7000만∼8000만 원 미만 가구는 673만 원의 대출이 줄었다. 연소득 4000만∼5000만 원 미만 가구도 340만 원 감소했다.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여유가 있는 중·고소득 가구는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을 줄이며 자산 관리에 나선 반면 취약계층은 물가 급등, 경기 악화 등이 겹치면서 오히려 생계형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올 들어 은행 가계대출은 감소세를 이어간 반면 중·저신용자가 많이 찾는 저축은행 대출이 늘어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904조320억 원으로 올 들어 6조 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40조395억 원으로 2조1800억 원 넘게 불었다.8월 현재 은행권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6%이지만 저축은행은 10.62%나 돼 생계형 대출에 나선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만큼 금융 복지의 관점에서 저소득층 채무 재조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 채무자들이 부실화되거나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신용정책을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한국은행이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12일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예·적금 금리를 올리며 ‘예금 금리 5% 시대’를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1∼6월)까지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대출은 최대한 줄이고 예·적금 등 안전자산을 적극 활용한 재테크 전략을 세우라고 주문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13일부터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연 최고 3.8%에서 4.8%로 1%포인트 인상한다. 다른 예·적금 상품 금리도 일제히 0.3∼0.5%포인트 올린다. NH농협은행도 14일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0.5%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를 0.5∼0.7%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농협은행의 예·적금 상품 최고 금리가 연 4.2∼4.3%인 점을 감안하면 연 5%에 육박하는 예·적금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다. KB국민, 신한, 하나은행도 연 최고 4.1∼4.5%인 예금 금리를 조만간 인상할 계획이다. 최근 단위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연 7%대 이자를 주는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이 출시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의 빅스텝 이후 이 같은 특판 상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아진 위험자산보다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3개월, 6개월 단위로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가입해 추가 금리 인상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소규모 여윳돈이라도 최근 금리가 높아진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투자할 곳을 찾는 게 좋다”며 “보유 현금이 많다면 저축성보험도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보유 자산을 팔아서라도 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봉제 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중도 상환 수수료를 계산해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활용하되 기본적으로는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매각해 대출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환경이 불안하다고 자산을 모두 예·적금으로만 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송재원 신한 PWM서초센터 PB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유 자금으로 지금부터 주식 분할 매수에 나선다면 내년 이후 증시가 반등할 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한국은행이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12일 시중은행들도 잇달아 예·적금 금리 올리며 ‘예금 금리 5% 시대’를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1~6월)까지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대출은 최대한 줄이고 예·적금 등 안전자산을 적극 활용한 재테크 전략을 세우라고 주문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13일부터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연 최고 3.8%에서 4.8%로 1%포인트 인상한다. 다른 예·적금 상품 금리도 일제히 0.3~0.5%포인트 올린다. NH농협은행도 14일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0.5%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를 0.5~0.7%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농협은행의 예·적금 상품 최고 금리가 연 4.2~4.3%인 점을 감안하면 연 5%에 육박하는 예·적금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다. KB국민, 신한, 하나은행도 연 최고 4.1~4.5%인 예금 금리를 조만간 인상할 계획이다. 최근 단위농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에서는 연 7%대 이자를 주는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이 출시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의 빅스텝 이후 이 같은 특판 상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높아진 위험자산보다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3개월, 6개월 단위로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가입해 추가 금리 인상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소규모 여윳돈이라도 최근 금리가 높아진 ‘파킹통장’에 넣어두고 투자할 곳을 찾는 게 좋다”며 “보유 현금이 많다면 저축성보험도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보유 자산을 팔아서라도 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봉제 하나은행 CLUB1 PB센터 팀장은 “중도 상환 수수료를 계산해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활용하되 기본적으로는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매각해 대출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 환경이 불안하다고 자산을 모두 예·적금으로만 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송재원 신한 PWM서초센터 PB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유 자금으로 지금부터 주식 분할 매수에 나선다면 내년 이후 증시가 반등할 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11일 첫 상품으로 금융안심보험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손보는 빅테크 기업이 설립한 최초의 디지털 손보사로, 카카오가 지분 40%, 카카오페이가 60%를 갖고 있다. 올 4월 금융당국에서 보험 인가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공식 출범하게 됐다. 이날 출시한 ‘함께하는 금융안심보험’은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온라인 직거래 사기 등 온라인 금융범죄를 대비할 수 있는 단체보험이다. 금융감독원의 피해 환급금 결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보험금을 신청하고 보상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따라 기존 보험에 비해 보험금을 받는 시점이 2개월 이상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올해 안에 단체가 아닌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금융안심보험도 출시할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0조 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이 발견된 은행들에 이어 NH선물에서도 7조 원이 넘는 이상 외화 송금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다른 선물사나 증권사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9일 NH선물에서 거액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가 발생한 정황을 파악하고 지난달 19일부터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NH선물에서 2019년 8월부터 올 7월에 걸쳐 발생한 이상 외화 송금 규모는 50억4000만 달러(약 7조2000억 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법인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기관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조사 결과 중국 국적의 외국인 투자법인 대표가 원-달러 선물거래 명목으로 NH선물에 법인 명의의 위탁 계좌를 만들어 외화 송금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금 인출→외국인 투자법인 계좌에 모음→NH선물에 개설된 법인 위탁 계좌로 이체→NH선물이 은행에 개설한 투자전용 대외계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법인의 미국 계좌로 송금’ 과정을 거쳤다. 금감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중개업자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에 나서면서 이 같은 외화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외화 송금의 95% 이상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달아올랐던 지난해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은 앞서 은행 12곳을 검사해 현재까지 총 72억2000만 달러(약 10조3000억 원) 규모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를 확인한 바 있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차익거래를 위해 가상자산 매각 대금을 국내에 모아서 해외로 송금했다는 점에서는 NH선물과 은행권 외화 송금이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NH선물에서는 국내 무역법인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법인이 송금 주체였고 증빙이 필요한 사전 송금 방식 대신 증빙이 필요 없는 투자금 회수 형태로 외화가 송금된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선물사, 증권사에서도 유사한 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면 법인 이름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KDB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방안을 연말까지 확정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증시 급락 속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공매도를 두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법령을 핑계로 금융당국이 공매도 위반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대해 김 위원장은 “법인명 정도는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법적으로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 필요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매도 금지 필요성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아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금이라도 투자자 보호와 증시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해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체적 언급이 힘들다”고 했다. 또 “공매도나 시장 조치는 상황을 보며 전문가와 협의해 그때그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태양광 대출의 부실 우려와 관련해선 금융감독원 실태 조사 이후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담보 평가나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금융당국이 볼 필요가 있어 금감원이 실태 파악을 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제도 개선 측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태양광 대출이 30조 원이 넘는데 대부분 변동금리이고 전력 판매 단가도 떨어져 큰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말까지 산은의 부산 이전 방안을 확정할 수 있냐는 질의에 김 위원장은 “산은과 얘기해 그런 식으로 하려 한다. 연말까지 안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선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 문제나 투자자 보호 장치 미흡 등도 잇달아 거론됐다. 김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제도 허점이 많다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국회에 관련법이 14개 올라와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대기업 직장인 이모 씨(39)는 1억2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은행을 찾아가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했다. 5년 전 대출받을 당시 연 1.7%이던 금리가 최근 3.9%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취업, 승진 등으로 소득이 늘거나 빚을 성실하게 갚아 신용도가 개선된 대출자가 금융회사에 이자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실제 금리를 낮추지는 못했지만 이 씨는 월급이 오르면 다시 한번 금리 인하를 요구해볼 생각이다. 이 씨는 “앞으로 대출 이자가 계속 오를 텐데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보이면 요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이 씨처럼 은행에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하는 대출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에만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한 대출금액이 9조 원을 웃돌며 지난해 연간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 상반기 “대출 금리 낮춰 달라” 9조 원 넘어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가계 대출자가 금리 인하를 요구한 대출 총액은 9조2796억 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에서 금리 인하 요구권을 신청한 대출 규모는 2020년 7조3620억 원, 지난해 10조8784억 원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서도 신청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최고 금리마저 연 7%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요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국민은행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하지만 상반기 신청액 가운데 실제 금리가 인하된 대출은 34.0%(3조1578억 원)에 그쳤다. 은행 관계자는 “제도가 알려지면서 소득 증가, 신용점수 상승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금리 인하 요구권을 일단 신청해보는 ‘허수’ 신청자가 많아진 것도 한몫 한다”고 했다. ○ 평균 0.41%포인트 금리 인하돼또 상반기 금리 인하 요구권이 받아들여진 대출을 분석한 결과 평균 금리 인하 폭은 0.41%포인트로 집계됐다. 치솟는 대출 금리에 비해 인하 수준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신용도가 높은 우량 대출자보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점수 901∼1000점의 고신용 대출자는 금리 인하 폭이 평균 0.20%포인트에 그친 반면에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는 501∼600점 대출자는 평균 1.90%포인트, 601∼700점 대출자는 평균 1.24%포인트가 인하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폭이 더 크다”며 “금리 인상기에 금융 취약계층을 배려하려는 정책 기조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를 처음부터 낮출 여력이 있는데도 고객들이 금리 인하 요구권을 행사해야만 조정에 나선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 의원은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의 금리 인하 폭이 큰 차이가 난다”며 “은행들이 처음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중·저신용자에게 유독 가혹한 것은 아닌지 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금융당국이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이달 중순 10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한다. 또 패닉 장세가 나타나면 증안펀드 투입에 앞서 공매도 금지에 먼저 나설 방침이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 재가동을 위해 유관 기관과 실무 협의 및 약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증시가 추가로 급락하면 곧바로 펀드 자금을 투입해 시장 변동성을 낮출 계획이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 기관들이 마련하는 기금이다.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폭락했을 때 10조7000억 원 규모로 조성됐지만 이후 증시가 빠르게 반등해 실제 투입되지는 않았다. 당시 조성한 증안펀드에서 출자사에 돌려주고 남은 1200억 원과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 기관이 조성하는 7600억 원 등 8800억 원은 증시가 급변동하면 우선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10월 중순쯤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 조성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증시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공매도 금지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증안펀드를 투입해야 할 상황이 되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먼저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증안펀드 자금으로 공매도 물량을 받아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앞서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 이탈 등 부작용을 감안하면 공매도를 금지하더라도 한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금융당국이 증시 급락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이르면 이달 중순 10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재가동한다. 패닉 장세가 이어져 증안펀드 투입이 임박하면 공매도 금지 조치를 먼저 취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 재가동을 위해 증권 유관 기관과 실무 협의 및 약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과 수급 개선을 위해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 기관들이 조성하는 기금이다.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폭락했을 때 10조7000억 원 규모로 증안펀드가 조성된 적이 있지만 이후 주가가 빠르게 반등해 실제 투입되지는 않았다. 당시 조성한 증안펀드에서 남은 1200억 원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 기관이 조성하는 7600억 원 등 8800억 원은 증시가 급변동하면 먼저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이 악화되면 증안펀드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며 “금융회사들의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10월 중순쯤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 조성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증시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공매도 금지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되사서 갚는 매매 기법으로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안펀드 재가동 이후에 실제 시장에 펀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공매도 금지 조치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증안펀드 자금을 투입해 공매도 물량을 받아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만 공매도 금지에 나서더라도 한시적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의 부작용을 감안하면 공매도를 금지하더라도 한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새출발기금 출범식을 마친 뒤 주식시장이 어느 정도 폭락했을 때 공매도 금지와 증안펀드 투입이 되는지 묻자 “그건 한 사람이 판단할 수 없고 전문가들과 이야기해 봐야 한다. 우리도 긴장해서 보고 있다”고 답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산은이 보유한 HMM(옛 현대상선)의 인수합병(M&A)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최근 해상 운임의 급락으로 HMM의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각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안팎에서도 HMM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HMM은 2016년 채무재조정을 통해 산은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산은은 HMM 지분 20.69%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한국해양진흥공사(19.96%)와 신용보증기금(5.02%)까지 더하면 정책기관이 45.67%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까지 더하면 공공 보유 지분은 약 74%에 이른다. 3일 금융위원회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혁신 계획’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HMM을 지분 매각 대상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출자 목적이었던 유동성 지원이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고, 매각할 때 정부(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우조선과 금호타이어,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등 17개사 지분은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HMM 조기 매각설에 일단 선을 그은 모양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도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HMM을 대우조선해양처럼 지금 바로 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원칙적으로는 HMM의 민영화가 필요하지만, 시기는 신중하게 정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8월 해수부 업무보고에 “HMM의 공공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 민영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은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HMM 매각은 여러 단계로 진행되지만, 속도는 시장 전망보다 더 느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기 민영화 가능성이 제기됐던 건 HMM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HMM은 2020년(9807억 원)에 이어 2021년 7조3775억 원의 흑자를 내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쌓인 영업손실 누적액 3조8401억 원을 모두 털어냈다. 올해도 상반기(1∼6월)까지 6조85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운 운임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HMM 실적 전망은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0일 1922.95를 기록하며 16주 연속 떨어졌다. 약 2년 만에 2000 선 밑으로 내려오면서 올해 최고점을 기록한 1월 7일보다 약 62% 하락했다. 소비 심리 악화, 최근 기업들의 재고 상승과 이로 인한 생산 감소 가능성 등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해상 운임의 추락은 곧 HMM의 실적 하락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HMM 주가는 1만85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말(2만6900원) 대비 31.2%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도 HMM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내년 HMM의 영업이익이 1000억 원에 못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HMM의 실적 악화가 예고되면서 기업 가치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때 15조 원을 넘나들었던 HMM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약 9조 원까지 떨어졌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HMM의 몸값도 당분간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HMM이 2026년까지 15조 원을 투자해 선박,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해운 전략자산을 확보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세계 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HMM을 매수할 만한 후보도 없다. 해운업계에서는 10조 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현대자동차, 포스코, CJ 등 대기업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택한 만큼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HMM의 민영화는 대우조선보다 더 지난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4일 시작하는 국감에 기업인들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대거 출석한다. 당초 주요 그룹 총수들도 증인과 참고인 신청 명단에 들어 있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총수들은 제외됐다.○ 기업 CEO들 줄줄이 국감장에3일 정치권 및 재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당초 더불어민주당이 신청 명단에 올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했다. 삼성의 경우 종합국감 때 세탁기 품질 불량 조치 관련 내용을 질의하기 위해 증인을 조율 중이다. 현대차는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4일 국감장에 불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을 질문할 예정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국감 증인으로 확정됐다. 최 회장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의 원인과 대응책에 대해 답변할 예정이다. 정무위원회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을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게임 최적화 강제 서비스(GOS) 사태’ 등의 질의를 위한 증인으로 채택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때 출석할 예정이다. 같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페이 서비스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빠졌다. 최 대표를 증인 신청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네이버의 사전 개선안 제출로 질의가 불필요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산자위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 나온다. 산자위에서는 가맹점들과의 상생경영, 환노위에서는 배달 라이더들의 산업재해와 관련해 각각 증인으로 채택됐다. ○ 금융지주 회장들 대신 은행장들이 총대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등 5대 시중은행장도 나란히 정무위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무위는 이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로 횡령, 유용, 배임 등 은행에서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와 내부통제 강화 등 향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내세웠다. 올해 우리은행에서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드러난 가운데 은행 전반에서는 10조 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에 대한 검사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에선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국감장에 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등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미리 잡혀 있던 일정이다. 국감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문 표절’ 국감 증인 채택된 총장들 “해외 출장”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한 증인들의 해외 출장에 대해선 “도피성 출장”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나왔다. 교육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김 여사의 표절논문 핵심 증인으로 채택된 국민대, 숙명여대 총장 등이 4일 국감을 앞두고 해외 출국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임홍재 국민대 총장은 이날 몽골로 출국해 10일 귀국하고, 2일 네덜란드로 출국한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김 의원을 비롯한 야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국민대 숙명여대 증인들은 도피성 해외 출장을 즉각 중단하고 국정감사에 출석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국회 교육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달 23일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기재 의혹과 관련해 임 총장과 장 총장 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단독 채택한 데 대해 여당은 “반민주적 폭거로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6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상이 주택 가격 4억 원 이하까지로 확대된다. 또 21일부터는 서민에게 낮은 금리로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을 변동금리로 받았을 경우 고정금리로 변경할 수 있도록 6개월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3일 금융위원회는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 원 이하인 1주택자를 대상으로 6일부터 17일까지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부터 주택 가격 3억 원 이하인 1주택자의 신청을 받은 데 이어 6일부터는 주택 가격 요건을 완화해 접수하는 것이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 원 이하인 대출자가 신청할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의 대출 금리는 연 3.8∼4.0%(만기 10∼30년)이고 저소득 청년층(만 39세 이하·연소득 6000만 원 이하)은 0.1%포인트씩 낮은 3.7∼3.9%가 적용된다. 기존 대출 잔액 내에서 최대 2억5000만 원까지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 금융위는 17일까지 4억 원 이하 1주택자를 대상으로 접수를 진행한 뒤에도 신청 규모가 25조 원에 못 미치면 주택 가격 요건을 더 높여서 2단계 접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 이용자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도입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1일부터 6개월간 디딤돌 대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고, 현재의 원리금 상환방식을 ‘원금균등’이나 ‘체증식’(대출 초기 원금 상환액이 적고 이자 비중이 큰 방식)으로 바꾸는 게 허용된다. ‘생애주기형 구입자금 전환대출’도 새롭게 도입한다. 그동안은 결혼 전 기존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던 만 30세 이상 단독 가구주가 결혼 후 더 큰 집으로 이사하려면 기존 대출을 전부 상환해야 신혼부부 우대 디딤돌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애주기형 구입자금 전환대출을 신청하면 신혼부부 우대 디딤돌 대출로 바로 갈아탈 수 있고, 0.2%포인트 우대금리 혜택도 추가로 받는다. 또 4일부터는 전세대출을 저리에 지원하는 청년, 신혼부부 대상 버팀목 대출 한도도 늘어나 청년은 보증금 3억 원 이하 주택에 2억 원까지 대출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보증금 1억 원 이하 주택에 7000만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했다. 신혼부부의 경우 수도권은 보증금 4억 원 이하 주택에 최대 3억 원, 지방은 보증금 3억 원 이하 주택에 최대 2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