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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하루 앞둔 14일(현지 시간) 유세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자신의 리더십을 과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인디애놀라 심프슨칼리지에서 열린 유세에서 당내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에 대해 “잘못된 사고와 정책을 갖고 있는 데다 충분히 터프하지 않다”며 “미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거친 인물들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거친 인물’로 예를 든 이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김 위원장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고 터프하다”며 “그러나 그는 나를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 정말 잘 지냈고 (북한과 미국은) 안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당시 북한과 전쟁을 벌이려고 하고 있었다.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핵무기를 쌓아놓고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과 김 위원장이) 대단한 일을 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해당 유세는 북한이 올해 첫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지 12시간 정도 지난 시점에 진행됐다. 임기 중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에 뛰어든 뒤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한 ‘관리 능력’을 강조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민사소송 공개 증언에서도 “내가 북한과 협상하지 않았다면 핵 홀로코스트(대학살)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독재자와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고 말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현존하는 세계 군주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인 52년 동안 재임했던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83)이 14일(현지 시간) 왕위에서 물러났다. 여왕의 뒤를 이어 맏아들인 프레데릭 왕세자(55)가 프레데릭 10세로 즉위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은 수도 코펜하겐 크리스티안보르 궁전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프레데릭 10세가 지켜보는 가운데 퇴위 선언문에 서명했다. 여왕은 “국왕께 신의 가호가 있길”이라 말한 뒤 궁전을 떠났다. 덴마크에서 군주가 스스로 물러나는 건 1146년 수도원에 들어간 에릭 3세 이후 약 900년 만이다. 1972년 즉위한 마르그레테 2세는 70년간 재위했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한 뒤로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였다. 실용적이고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성향으로 덴마크 왕실의 현대화를 훌륭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대관식을 따로 열지 않는다. 대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궁전 발코니에서 프레데릭 10세를 덴마크, 그린란드, 페로제도의 새 국왕으로 선포했다. 새로운 왕은 궁전 앞에 모인 국민들을 상대로 한 첫 연설에서 “덴마크 국민을 하나로 단결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프레데릭 10세는 덴마크 오르후스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육·해·공군에서 군생활을 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반(反)중국·독립주의 성향이 강한 대만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5) 후보가 13일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한국은 대만 미국 일본 등으로부터 “민주주의 진영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대만 문제에 관해 선명한 입장을 보이라”는 외교적 압박을 받을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좀 더 직접적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거나 대만을 무대로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 정세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통령실은 14일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정부는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 원칙을 그대로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되길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만 관련 기본 입장은 변함없다”며 “이번 대만 총통 선거 결과로 우리 정부의 기조나 정책을 바꿔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대만이 한미일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다면 199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후 대만과는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해온 우리 정부가 대중, 대미 외교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 위협이 강화될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을 이용해 대중국 억지력을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중국이 대만 군사위협 수위를 높여 대만해협을 봉쇄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를 가로지르는 대만해협은 국제 교역의 주요 항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 한국 교역 또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탄생한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다. 물리적 형태가 없고 은행 같은 중개자도 필요하지 않다. 코인 거래소를 통하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 아직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사토시 나카모토’란 가명으로만 알려져 있는 신원 미상의 인물이 발명했다. 당시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총발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했다. 발행량이 제한적이라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없고, 이것이 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행된 비트코인은 약 1956만 개다. 돈을 주고 사거나 ‘채굴’로 불리는 복잡다단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컴퓨터로 암호화된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과정이 금광을 캐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탄생은 제도권 금융에 대한 불신, 탈(脫)중앙화 움직임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리먼브러더스 같은 선진국 대형 금융사도 파산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믿는 제도권 금융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고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거래 기록은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에 기록된다.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이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 장부를 분산함으로써 특정 금융사나 개인이 해당 자산을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의 첫 실물 거래는 2010년 이뤄졌다. 당시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의 한 남성이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2판을 구매했다. 당시만 해도 ‘법정 화폐가 아니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2017년 미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의 선물(先物) 거래를 허용하는 등 제도권 시장에 일부 진입하면서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이제 주요국 정부, 유명 대기업, 세계적 부호들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가상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미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15만8245개,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1만500개를 갖고 있다. 미 연방정부 또한 최소 21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했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미 저술가 로버트 기요사키는 10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조만간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5만 달러(약 2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하면서 ‘실체 없는 거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비트코인이 사실상 제도권 자산으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2022년부터 이어진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가 끝나고 ‘크립토 스프링’(대세 상승장)을 맞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금융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가상자산의 실체에 대한 논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으로 자금이 쏠릴 경우 자본시장의 성장성은 오히려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올해만 1000억 달러 유입될 것” 11일 가상자산 업계와 금융시장 일각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의 미 증시 입성으로 기관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회계 규정이나 규제 탓에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지 못했던 헤지펀드, 연기금, 전문투자자문사(RIA) 등 기관들의 제도권 투자가 대폭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투자은행(IB) 스탠다드차타드(SC)는 8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올해에만 최대 1000억 달러(약 131조 원)가 유입될 것”이라며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를 일반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미 증권거래위의 이번 결정이 가상자산 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높은 관심이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낙관적으로는 첫 6개월에 200억 달러 유입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사용하게 될 미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비트코인 40만 개가량(약 180억 달러 규모)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 거래소에 200만 개의 비트코인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내 전문투자자문사의 운용 자금 114조 달러 가운데 0.1%만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된다고 해도 1140억 달러에 달한다. ● “금융 불안정성 높이는 역사적 실수” 다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으로 금융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투기 가능성이 높은 가상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산하 경제 분석업체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야니스 지오카스 수석이사는 “비트코인의 악명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주류 투자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투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AP통신에 경고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반대표를 던진 캐럴라인 크렌쇼 상원의원도 “투자자 보호를 더욱 희생시킬 수 있는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베터마켓의 데니스 켈러허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승인은 역사적인 실수”라며 “미 증권거래위의 조치는 이 가치 없는 금융 상품에 대해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는 여전히 합법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주류인 미 증시에 입성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한국 정부의 속내도 편치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ETF로 유입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국민의 여유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라며 “국내 자본시장을 통해 국내 기업을 성장시키고 경제적 과실로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것들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탄생한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다. 물리적 형태가 없고 은행 같은 중개자도 필요하지 않다. 코인 거래소를 통하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개인 간 거래도 가능하다. 아직까지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사토시 나카모토’란 가명으로만 알려져 있는 신원미상의 인물이 발명했다.당시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총 발행량을 2100만 개로 제한했다. 발행량이 제한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없고, 이것이 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행된 비트코인은 약 1956만 개다. 돈을 주고 사거나 ‘채굴’로 불리는 복잡다단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컴퓨터로 암호화된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과정이 금광을 캐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는 의미다.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탄생은 제도권 금융에 대한 불신, 탈(脫)중앙화 움직임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리먼브러더스 같은 선진국 대형 금융사도 파산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믿는 제도권 금융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고 취약한지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거래 기록은 ‘블록체인’이라는 장부에 기록된다.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이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 장부를 분산함으로써 특정 금융사나 개인이 해당 자산을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비트코인의 첫 실물 거래는 2010년 이뤄졌다. 당시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의 한 남성이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2판을 구매했다. 당시만 해도 ‘법정 화폐가 아니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2017년 미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의 선물(先物) 거래를 허용하는 등 제도권 시장에 일부 진입하면서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이제 주요국 정부, 유명 대기업, 세계적 부호들도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가상화폐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미 소프트웨어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15만8245개,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1만500개를 갖고 있다. 미 연방정부 또한 최소 21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했다.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미 저술가 로버트 기요사키는 10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조만간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5만 달러(약 2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에 나설 야당 공화당 후보를 뽑기 위한 첫 경선이 15일 중부 아이오와주(州)에서 열린다. 이 경선은 당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코커스(caucus·당원대회)’ 방식으로 치른다. 코커스는 아메리칸 원주민 알곤킨족의 언어로 ‘원로’, ‘추장회의’ 등을 뜻한다. 코커스에 참석한 당원들은 공개토론을 벌인 뒤 손을 들거나 줄을 서서 자신이 지지하는 주자를 알린다. 그런 다음 공화당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주자에게 해당 주의 대의원을 전부 몰아 준다. 민주당은 각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할당한다. 미 대선은 1789년 처음 실시됐지만 각 당 대선 후보를 당원 등의 의사를 반영해 선출한 역사는 불과 5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은 전쟁 반대를 외치는 후보를 원했다. 반면 당 수뇌부는 대도시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반전을 외치지도 않고, 지지율 또한 낮은 휴버트 험프리를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결국 실제 대선에서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에게 패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는 “지도부가 아닌 당원이 직접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에 민주당은 밑바닥 당심을 중시하는 쪽으로 후보 선출 방식을 개혁해 1972년 아이오와주에서 현재 방식의 첫 코커스를 열었다. 공화당도 4년 뒤 같은 곳에서 비슷한 형태의 코커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아이오와주는 1976년 대선 이후 양당을 통틀어 미 50개 주 중 가장 먼저 경선이 열리는 지역이 됐다. 첫 경선지라는 상징성으로 주목받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의 승자가 반드시 백악관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20년 대선 때 이 지역 민주당 승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이었다. 2016년 공화당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바이든 대통령까지 포함한 진정한 의미의 첫 경선을 치른다. 바이든 대통령이 “300만 명 인구 중 90%가 백인인 아이오와주가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변경을 주장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1000만 명 인구 중 21.5%가 흑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이곳 경선에서 처음 승리한 여세를 몰아 민주당 후보가 되고 대선에서도 이겼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처음으로 쓴 시를 낭송하려고 지역청소년센터에서 떨고 있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 순간 제 인생이 바뀌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인공지능(AI) 챗GPT가 미국 하버드대에 입학할 수 있을까.’ 오픈AI가 생성형 AI 챗봇 ‘챗GPT’를 출시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도발적인 실험을 했다. 하버드대 등 미 명문대가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격인 에세이의 단골 질문 ‘자신의 성장을 촉발한 사건 등을 서술하라’에 대해 챗GPT는 어떤 글을 작성했는지를 살펴봤다. WP가 미 아이비리그 대학입시 전문가인 애덤 응우옌 씨에게 챗GPT가 작성한 549개 단어로 이뤄진 자소서 검토를 요청한 결과, 해당 글은 “쉽게 읽히고 문법적 오류가 거의 없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합격 가능성에 대해선 “너무 평범해 지원자에게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란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에세이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지만, 디테일한 측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난다는 게 전반적인 총평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작은 조각들(little pieces)을 썼다”고 했는데,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아 의미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원자가 처음 낭송했다는 시가 어떤 내용인지도 에세이에 담기지 않았다. 챗GPT는 “낭송 이후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고 해놓고, 돌연 “이 센터에서 인종차별 같은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쓴 것도 뜬금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응우옌 씨는 “에세이가 절반쯤 지나면서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방식에 짜증이 났다”며 “AI는 이처럼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글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사회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시 쓰기와 연결시켰다’거나 ‘공부와 취미의 균형을 맞추려 오래된 엽서를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 등은 글의 흐름에서 다소 벗어나고 관련성이 떨어졌다. ‘(시를 통해) 성적도 좋아지고 인간관계도 돈독해졌다’와 같은 마무리는 “매우 진부하다”고 촌평했다. 응우옌 씨는 WP에 “AI가 일상적인 글쓰기는 몰라도, 아직 대입 에세이 같은 (자신을 구체적이고 독창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특별한 작문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글짓기에 자신 없는 이들이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참고자료 정도로 이용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단순히 영감을 얻는 수준 이상으로 AI의 글을 활용했다간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처음으로 쓴 시를 낭송하려고 지역청소년센터에서 떨고 있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 순간 제 인생이 바뀌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인공지능(AI) 챗GPT가 미국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을까.’ 오픈AI가 생성형 AI 챗봇 ‘챗GPT’를 출시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도발적인 실험을 했다. 하버드대 등 미 명문대가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격인 에세이의 단골 질문 ‘자신의 성장을 촉발한 사건 등을 서술하라’에 대해 챗GPT는 어떤 글을 작성했는지를 살펴봤다. WP가 미 아이비리그 대학입시 전문가인 애덤 응우연 씨에게 챗GPT가 작성한 549개 단어로 이뤄진 자소서 검토를 요청한 결과, 해당 글은 “쉽게 읽히고 문법적 오류가 거의 없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합격 가능성에 대해선 “너무 평범해 지원자에게 큰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란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에세이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지만, 디테일한 측면에서 부족함이 드러난다는 게 전반적인 총평이다. 예를 들어 “나는 작은 조각들(little pieces)을 썼다”고 했는데, 이 게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이지 않아 의미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원자가 처음 낭송했다는 시가 어떤 내용인지도 에세이에 담기지 않았다.챗GPT는 “낭송 이후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고 해놓고, 돌연 “이 센터에서 인종차별 같은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쓴 것도 뜬금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응우옌 씨는 “에세이가 절반쯤 지나면서 한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방식에 짜증이 났다”며 “AI는 이처럼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글을 정리한다”고 말했다.이밖에 ‘사회학 수업에 배운 내용을 시 쓰기와 연결시켰다’거나 ‘공부와 취미의 균형을 맞추려 오래된 엽서를 모으는 취미를 가졌다’ 등은 글의 흐름에서 다소 벗어나고 관련성이 떨어졌다. ‘(시를 통해) 성적도 좋아지고 인간관계도 돈독해졌다’와 같은 마무리도 “매우 진부하다”고 촌평했다.응우옌 씨는 WP에 “AI가 일상적인 글쓰기는 몰라도, 아직 대입 에세이 같은 (자신을 구체적이고 독창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특별한 작문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글짓기에 자신 없는 이들이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참고자료 정도로 이용하길 제안한다”고 했다. 단순히 영감을 얻는 수준 이상으로 AI의 글을 활용했다간 오히려 더 큰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남북전쟁은) 협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건 재앙이었다.”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아이오와주(州) 뉴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남북전쟁(1861~1865)이 불필요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북전쟁은 미국 역사상 노예제 종식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올해 대선 정국에서 남북전쟁 문제가 화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미 CNN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남북전쟁에 대해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협상했다면 아마도 당신은 링컨이 누구인지도 모를 것”이라며 링컨 전 대통령을 폄하했다. CNN은 “공화당원들은 전통적으로 링컨을 영웅으로 꼽는다”고 지적했다. 링컨 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었다.미국에선 남북전쟁 결과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가 마지막으로 노예 해방령을 선포하며 노예제가 종식됐다. 또 남과 북으로 갈라져있던 미국을 하나의 연방으로 통합한 계기가 됐다. 남북전쟁을 기점으로 현재 미국의 모습이 갖춰진 셈이다. 미국은 남북전쟁의 결과인 노예해방기념일 6월 19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역사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블라이트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역사적으로 무지하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또 그는 “남북전쟁은 이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 중 가장 분열적인 사건이며 서사적으로 중요하다”며 “트럼프의 발언은 이를 일종의 정치적 놀잇감으로 축소시킨다”고 했다.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X(옛 트위터)에 “내전의 어느 부분이 협상될 수 있었는가? 링컨의 당인 공화당원들에게도 질문이 있다. 당신들은 어떻게 이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이들 역사학자는 ‘트럼프 발작 증후군’에 시달리는 진보적인 민주당의 기부자에 불과하다”며 체니 전 하원의원에 대해서는 “명성 있는 소식통이 아니다”고 반박했다.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선거 유세에서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한 주민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였다”고만 답해 구설수에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흑인 인권 등을 강조하기 위해 2015년 백인 인권 우월주의자 총기 난사로 9명이 숨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교회를 8일 찾을 예정이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학교에서 총성을 듣자마자 아빠가 학생들을 지키려 자기 안위는 돌보지 않을 걸 직감했어요. 그게 원래 아빠거든요.” 4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현장에서 학교장이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보호해 지역사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교장은 수술을 받은 뒤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딸이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5일 “참사가 발생한 페리고교의 댄 마버거 교장(사진)이 자신이 위험에 빠지는 걸 알면서도 학생들을 대피시켜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전했다. 당시 피의자인 재학생 딜런 버틀러가 무차별 총격을 가하자, 마버거 교장은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 버틀러를 설득하며 나머지 학생들이 안전한 장소로 도망칠 시간을 벌었다. 아이오와주 공중안전국에 따르면 마버거는 1995년부터 교장으로 재직해왔다. 평소 ‘온화한 거인(gentle giant)’이라 불릴 정도로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책임감이 강했다. 교장의 딸인 클레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건 당시 아버지가 희생당할 수도 있겠단 걱정이 들었다”며 “평소 아버지의 품성을 보면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적기도 했다. 다른 교직원들 역시 아이들을 지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AP통신은 “옆 중학교의 애덤 젠슨 교감을 비롯해 여러 교직원이 아이들을 대피시키느라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사건으로 중학생 아미르 졸리프(11)가 목숨을 잃었으며, 마버거 교장과 학생 4명 등 7명이 다쳤다. 총격범 버틀러는 범행을 저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대선 출마 자격에 제동을 건 콜로라도주(州) 대법원 판결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콜로라도주를 포함해 14개 주에서 야당 공화당의 대선 경선이 동시에 열려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 5일 이전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집권 민주당 의원들은 강경 보수 성향 일부 대법관의 심리 기피를 압박하고 나섰다.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를 금지한 콜로라도주 판결을 심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구두 변론 일정은 다음 달 8일로 잡혔다. 당시 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선동한 것이 내란 가담자의 공직 출마를 금지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위배했다며 그의 경선 참여를 금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콜로라도주 판결 상고를 위해 대법원에 제출한 소송 적요서에 폭력적인 미 정치시위 역사를 감안할 때 ‘1·6 의사당 난입 사태’는 ‘반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폭력 시위도 많다는 의미다. 수정헌법 14조 3항에 대해서도 “내란 가담 공직자가 맡을 수 없는 직책으로 대통령직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은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현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강경 보수 성향 대법관이 해당 심리를 기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수 성향 로비스트인 토머스 클래런스 대법관의 부인을 문제삼으며 토머스 대법관에게 “부인의 편견이 당신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믿기 어렵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올해에만 76개국에서 대선 및 총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7일 치러진 방글라데시 총선이 ‘슈퍼 선거의 해’의 문을 열었다. 야권이 유권자들의 투표를 만류하는 ‘선거 보이콧’ 속에 치러진 총선 결과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5선이 확실시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회의원 300명 중 선거가 연기된 1곳을 제외한 299명을 새로 뽑는 총선이 실시됐다. 방글라데시는 지역구 300석을 선출하고,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여성 의원 50석을 추가로 배분한다. 이번 총선은 야권의 거센 반발 속에 진행됐다.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과 일부 군소 정당은 “총리가 이전 두 번의 총선처럼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며 총리 사퇴와 중립 과도정부의 선거 주관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총선을 강행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BNP 등은 6일부터 48시간 동안 전국적인 선거 거부운동에 나섰다. 그 결과 이날 투표율은 투표 종료 1시간 전까지 27.15%에 그쳤다. 하시나 총리가 이끄는 여당 아와미연맹(AL)의 일방적 승리가 될 것으로 예상돼 유권자들이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총선 이틀 전인 5일부터 지금까지 전국 투표장을 겨냥한 방화 사건도 20건 이상 발생했다. 하시나 총리는 1996∼2001년 총리를 지낸 뒤 2009년 재집권에 성공해 현재까지 3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로 안팎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하시나 총리는 이날 투표를 마친 뒤 “선거의 신뢰성을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며 “중요한 건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여부”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학교에서 총성을 듣자마자 아빠가 학생들을 지키려 자기 안위는 돌보지 않을 걸 직감했어요. 그게 원래 아빠거든요.”4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현장에서 학교장이 목숨을 걸고 아이들을 보호해 지역사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교장은 수술은 받은 뒤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딸이 전했다.미 워싱턴포스트는 5일 “참사가 발생한 페리고교의 댄 마버거 교장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도 학생들을 대피시켜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전했다. 당시 피의자인 재학생 딜런 버틀러가 무차별 총격을 가하자, 마버거 교장은 곧장 현장으로 달려가 버틀러를 설득하며 나머지 학생들이 안전한 장소로 도망칠 시간을 벌었다. 아이오와주 공중안전국에 따르면 마버거는 1995년부터 교장으로 재직해왔다. 평소 ‘온화한 거인(gentle giant)’이라 불릴 정도로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책임감이 강했다. 공안국 대변인은 “그의 이타적 행동이 추가 피해를 줄이는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교장의 딸인 클레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건 당시 아버지가 희생당할 수도 있겠단 걱정이 들었다”며 “평소 그의 품성을 보면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적기도 했다.다른 교직원들 역시 아이들을 지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AP통신은 “옆 중학교의 아담 젠슨 교감을 비롯해 여러 교직원들이 아이들을 대피시키는데 몸을 아까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사건으로 중학생 아미르 조리프(11)가 목숨을 잃었으며, 마버거 교장과 학생 4명 등 7명이 다쳤다. 총격범 버틀러는 범행을 저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3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약 970km 떨어진 남부 케르만의 순교자 묘지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84명이 숨지고 211명이 다쳤다. 당시 이곳에서는 2020년 1월 미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다. 솔레이마니는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의 무소불위 조직 혁명수비대에서도 최정예 부대로 꼽히는 쿠드스군을 관장하며 시리아, 예멘, 이라크, 레바논 등 중동 각지의 시아파 친(親)이란 무장조직을 후원한 실세였다.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은 이번 테러에 대한 죗값을 치를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반면 미국은 시아파 맹주 이란과 대립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스라엘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솔레이마니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폭발의 후폭풍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은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과정에서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없었다. 이에 이란이 직접 개입하며 중동 전역으로 확전을 초래할 가능성도 커졌다. ● 이란 “배후는 이스라엘” 보복 천명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5분경 솔레이마니가 묻힌 순교자 묘지에서 700m 떨어진 도로에서 첫 폭발이 발생했다. 폭발은 ‘푸조 405’ 차량 안에 있던 여행 가방에 담긴 폭탄이 원격으로 터지면서 이뤄졌다. 20분 뒤 묘지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또 폭발이 일어났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고 곳곳에 시체가 넘쳐났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식을 열고 이번 폭발을 이스라엘이 배후인 ‘테러’로 규정하며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종말”을 강조했다. 참석한 군중 또한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사악하고 범죄적인 적들이 다시 재앙을 일으켰다. 신의 뜻으로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며 보복을 천명했다. 하메네이는 4년 전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그를 아꼈다.● 폭발 주체 미궁…美, 확전 막으려 동분서주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이 필요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서둘러 종결짓고 싶어 하지만 이날 폭발과 하마스 3인자 살레흐 알 아루리 사망, 홍해에서 서구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 중인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스라엘의 소행이 아님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 정치매체 더힐에 “이번 폭발은 과거 IS가 해 왔던 종류의 공격”이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또한 “이스라엘이 개입했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에이머스 혹스틴 백악관 선임고문, 4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으로 급파해 일대의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분노는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는 아루리의 사망을 두고 “중대하고 위험한 범죄”라며 보복을 시사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3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약 970㎞ 떨어진 남부 케르만의 순교자 묘지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최소 84명이 숨지고 211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이 곳에서는 2020년 1월 미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다. 솔레이마니는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의 무소불위 조직 혁명수비대에서도 최정예 부대로 꼽히는 쿠드스군을 관장하며 시리아, 예멘, 이라크, 레바논 등 중동 각지의 시아파 친(親)이란 무장조직을 후원한 실세였다.폭발이 누구 소행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과 미국을 배후로 주목했다. 반면 미국은 시아파 맹주 이란과 대립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스라엘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폭발 원인이 불분명한 데다 솔레이마니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폭발의 후폭풍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은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밝혔다. 2일 하마스 3인자 살레흐 알아루리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데 이어 하루 뒤 대규모 희생자를 낳은 폭발까지 발생하면서 중동의 갈등과 긴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란 “배후는 이스라엘” 보복 천명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5분경 솔레이마니가 묻힌 순교자 묘지에서 700m 떨어진 도로에서 첫 폭발이 발생했다. 첫 폭발은 ‘푸조 405’ 차량 안에 있던 여행 가방에 담긴 폭탄이 원격으로 터지면서 이뤄졌다. 20분 뒤에 묘지에서 1㎞ 떨어진 곳에서 또 폭발이 일어났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고 곳곳에 사체가 넘쳐났다.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희생자 추모식을 열고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종말”이라며 폭발이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참석한 군중 또한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사악하고 범죄적인 적들이 다시 재앙을 일으켰다. 신의 뜻으로 강경 대응을 할 것”이라며 보복을 천명했다. 하메네이는 4년 전 솔레이마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그를 아꼈다. ● 폭발 주체 미궁…美, 확전 막으려 동분서주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 치적이 필요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서둘러 종결짓고 싶어 하지만 이날 폭발, 알아루리 사망, 홍해에서 서구 민간 선박을 잇따라 공격 중인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스라엘 소행이 아님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 정치매체 더힐에 “이번 폭발은 과거 IS가 해 왔던 종류의 공격”이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또한 “이스라엘이 개입했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 4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동으로 급파해 일대의 긴장 완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하지만 이슬람권의 분노는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는 알아루리의 사망을 두고 “중대하고 위험한 범죄”라며 보복을 시사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새해 첫날부터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 대형 항공기 충돌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2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던 일본항공(JAL)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강진 구호물자를 수송하던 해상보안청 비행기와 충돌해 대형 화재로 전소했다. 여객기에 탑승 중이던 승객 및 승무원은 무사히 탈출했으나,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타고 있던 6명 가운데 5명이 숨졌다. NHK에 따르면 홋카이도 지토세시의 신치토세 공항에서 하네다 공항에 온 JAL 516편 여객기가 오후 5시 47분경 활주로 착륙 과정에서 해상보안청 하네다항공기지 소속인 봄바르디아사 MA722 항공기와 충돌했다. 당시 JAL 항공기에는 승무원 12명과 승객 367명 등 모두 379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 중엔 어린이도 8명 포함됐다. 이들은 오후 6시 40분경까지 전원 바깥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6명 가운데 5명은 사망했다. 기장 1명만이 화염을 뚫고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NHK는 “여객기 화재는 기체 엔진 쪽에서 시작된 불이 동체 전체로 이어졌다”며 “창문에서는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공항 소방청은 소방차 70여 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오후 7시 30분이 넘도록 이어지며 항공기는 전소했다. JAL 항공기는 오후 4시경 신치토세공항을 이륙해 오후 5시 40분경 하네다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항공기 기종은 에어버스 A350이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1일 강진 피해를 입은 지역 가운데 하나인 니가타현으로 물자를 수송할 예정이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5분경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피해자 구호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피해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네다공항은 이날 사고로 안전을 이유로 오후 6시경 즉각 공항을 폐쇄했다. 이로 인해 김포공항에서 오후 4시 16분 출발한 하네다행 대한항공 KE2103편은 나고야공항으로 회항해 오후 7시 10분경 착륙했다. 오후 7시 35분 김포공항에서 이륙해 하네다공항으로 향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OZ1065편은 출발이 오후 9시로 1시간 25분 지연됐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앞으로 한국 군대가 맞이할 가장 큰 적(enemy)은 바로 낮은 ‘출산율’이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한국 군대의 새로운 적, 출산율(population math)’이란 기사에서 “한국군은 현재의 출산율 0.78명으로는 50만 명에 이르는 기존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저출생 문제로 인해 한국의 국방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한국은 지금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해마다 20만 명의 입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남녀 통틀어 25만 명에 그쳤다. CNN은 “(신생아) 남녀 비율이 같다고 가정하면, 20년 뒤엔 12만5000명만 입대할 수 있다”며 “게다가 통계청은 출생아 수가 2025년 22만 명, 2060년 15만6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저출생 문제는 즉각적인 한국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주변에 중국과 대만, 북한 등이 포진해 지정학적으로 갈등 요소가 산재한 위치에 있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한 병력조차 충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2006년 67만4000명이었던 현역 군인을 지난해까지 50만 명으로 줄였다. CNN은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에 근거해 작지만 정예화된 군대를 육성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술 중심의 정예화된 군대라도 어느 정도의 병력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이다. 영토 유지는 물론이고 전장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운영 감독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CNN은 “국방부는 전체 병력 중 간부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임관 지원자는 2018년 약 3만 명에서 2022년 1만9000명으로 수년간 줄어들었다”고 짚었다. 미 주요 매체는 최근 잇달아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해 12월 초 칼럼을 통해 “한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속도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유럽에서 인구가 감소했던 때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앞으로 한국 군대가 맞이할 가장 큰 적(enemy)은 바로 낮은 ‘출산율’이다.”미국 CNN방송은 지난해 12월 29일(현지 시간) ‘한국 군대의 새로운 적, 출산율(population math)’이란 기사에서 “한국군은 현재의 출산율 0.78명으로는 50만 명에 이르는 기존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저출생 문제로 인해 한국의 국방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전했다.CNN에 따르면 한국은 지금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해마다 20만 명의 입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출생아 수는 남녀 통들어 25만 명에 그쳤다. CNN은 “(신생아) 남녀 비율이 같다고 가정하면, 20년 뒤엔 12만5000명만 입대할 수 있다”며 “게다가 통계청은 출생아 수가 2025년 22만 명, 2060년 15만6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저출생 문제는 즉각적인 한국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주변에 중국과 대만, 북한 등이 포진해 지정학적으로 갈등 요소가 산재한 위치에 있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한 병력조차 충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국방부는 2006년 67만4000명이었던 현역 군인 숫자를 지난해까지 50만 명까지 줄였다. CNN은 “한국 정부는 북한의 위협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제에 근거해 작지만 정예화된 군대를 육성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는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문제는 기술 중심의 정예화된 군대라도 어느 정도의 병력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다. 영토 유지는 물론 전장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 등 최신 기술을 운영 감독하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CNN은 “국방부는 전체 병력 중 간부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임관 지원자 수는 2018년 약 3만 명에서 2022년 1만9000명으로 수년 간 줄어들었다”고 짚었다.‘여성 징병제’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적 논란이나 출산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비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전 세계가 한 세대 만에 가장 격동적인 한 해를 맞고 있다.” 제니퍼 웰치 미국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 분석가의 말이다. 그는 세계 주요국에서 대선 및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4월 한국 총선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대만 인도 등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칠 선거가 몰려 있어 ‘슈퍼 선거의 해’로 꼽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세계 76개국에서 42억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세계인은 특히 내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주목한다. 현재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하다.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해 동맹국과도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이 대(對)중국 정책 기조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돌리며 더욱 중국을 옥죌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말했지만 북한의 기존 핵무기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톱다운(Top-down·하향식)’ 담판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어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중대한 변동이 예상된다. 대만,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세계 정치·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거가 치러진다. 지구 전반에 걸쳐 생산 공급망과 안보 지형으로 촘촘히 연결된 한국으로서는 모든 선거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1월 대만 총통 선거 미중 대리전 슈퍼 선거의 해 출발은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입법위원 선거다. 대만은 세계 패권을 놓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 경쟁의 최전선이다. 미국에 대만은 중국 군사력의 태평양 진출 저지선이자 반도체 공급망 핵심 파트너다. 최근 대만의 방어 역량 확대를 지원하는 2024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킨 미국은 대만에 친중(親中) 정권이 수립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흡수하려는 중국은 친중 정권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조국은 반드시 통일돼야 하며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판세는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여당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가 친중 성향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대만 언론 메이리다오뎬쯔보(報)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는 38.9% 지지율로 허우 후보(29.4%)를 앞섰다. 허우 후보는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4) 후보와의 단일화를 노렸지만 단일 후보 선정 방식 등을 둘러싼 이견 탓에 허사로 돌아갔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달에만 중국 정찰풍선이 수차례 대만 상공에서 포착됐고,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와 군함 등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오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 약 120만 명이 총통 선거에 참여할 경우 허우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기업인과 그 가족이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 강준영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상으로는 집권 민진당이 다소 앞서지만 대만 ‘샤이(shy) 국민당’ 성향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투표 직전까지 매우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 후보가 승리해 친미(親美) 성향 정권이 수립된다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압박 수위를 더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왕짜이시(王在希) 전 중국 국무원(정부 격) 대만사무판공실 부주임은 23일 중국 관영 환추시보 개최 포럼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하면) 중국과 대만의 군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만 유권자 다수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점에서 라이 후보가 승리해도 양안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3월 러시아 대선 ‘스트롱맨’ 푸틴 독주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1)의 사실상 종신 집권을 확정하는 대관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79.3%로 집계됐다.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푸틴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서 이기면 78세가 되는 2030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30년까지 30년간 현대판 차르로 군림하게 되는 그는 개헌으로 두 차례 더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게 돼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푸틴 대통령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온 미국은 올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 재선 레이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정권 교체기로 들어가고 대만에도 불안이 증폭될수록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며 “종신 대통령이 유력한 푸틴이 이런 유리한 환경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인정받고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재선하면 올 9월 푸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정상회담 이후 시작된 북-러 ‘신(新)밀월 관계’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북한에서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대반격을 막아내고 있다. 그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에서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서도 내년 3월 31일 대선이 예정돼 있다. 2019년 당선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5월 말까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여서 모든 선거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계엄령을 일시 해제하고 대선을 치를지, 아니면 선거를 연기하거나 일정을 새로 잡을지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일단 대선을 연기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범을 보이라면서 예정대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선 모디 총리 ‘다극 세계 질서’ 주도할까 올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 총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해 총선이 한국의 대선 격이다. 유권자가 9억 명에 달하는 인도는 지역별로 투표 날짜가 달라 내년 4월 30일을 시작으로 5월까지 총선을 치른다. 이번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73)의 3연임이 매우 유력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50%대로 높다. 인도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모디 총리의 행보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인도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인 6.3%로 내다봤다. 모디 총리는 “세 번째 임기 안에 (미국, 중국에 이어) 경제 3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내놓으면서 표심을 잡고 있다. 모디 총리의 정경유착 의혹과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그를 대신할 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모디 총리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야당 26곳이 이례적으로 결집해 인디아(INDIA) 연합을 결성했으나 정치적 구심점이 약해 총리 후보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신흥국)’ 리더로서 입지를 노리고 있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줄타기 외교’ 실력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4자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중국이 이끄는 신흥국 협의체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과 중국이 각각 주도하는 협의체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서 극우 돌풍 이어지나유럽도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다. 2020년 1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다. 유럽은 최근 이주민 대량 유입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민족주의, 반(反)이민, 외국인 혐오 등을 앞세워 수년간 빠르게 세력을 키워 온 극우 정당이 대약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우 정당이 득세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축소, 기후변화 목표 조정 등 국제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U에서 나와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영국은 내년 봄 또는 가을 총선이 유력하다. 영국은 현행법상 늦어도 2025년 1월까지는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유권자들의 조기 총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보수당을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와 정권교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올 초 물가상승률이 10%에 이르면서 기준금리가 5.25%까지 오르자 고금리로 인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 상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영국 내에서 “이토록 가난했던 때가 없었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6월 2일 치러지는 중미 멕시코 대선에선 사상 최초로 여성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집권 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과 야당 연합의 후보 모두 여성이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남성주의적 ‘마초 문화’가 지배하는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여권 신장에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내년 3월 1일 총선을 실시한다. 지난달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 후보 중 28% 이상이 자격을 잃었고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선거 과정에 파행이 우려된다. 인도와 국경 분쟁 중인 인구 2억4000만 명의 핵보유국 파키스탄도 내년 2월 의회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된 아프리카 튀니지는 내년 10월경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日 기시다 지지율 추락 ‘포스트 기시다’ 주목 사실상 자민당 1당 독식 체제인 일본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6) 현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취임 2년 2개월 만에 지지율 10%대로 추락한 가운데 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내년 3월 혹은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리는 9월 전에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새로 선출된 총재가 사실상 차기 총리가 된다. 누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는지는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노 다로(河野太郎·60) 디지털상은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며 부친은 ‘고노 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하원) 의장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6) 전 자민당 간사장은 주요 정치인 중 과거사 등 한일 관계에 가장 진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2) 경제안보담당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보다 극우 성향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