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머지않아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도 나올 것”이라며 “제약과 생명공학 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시대도 머지않았다”며 바이오헬스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9번째 지역경제 투어의 일환으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정부 연구개발(R&D)을 2025년까지 연간 4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스케일업(scale-up) 전용 펀드를 통해 향후 5년간 2조 원 이상을 바이오헬스 분야에 투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친환경 자동차, 비메모리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을 3대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 우리에게는 바이오헬스 세계시장을 앞서갈 최적의 기회”라며 “세계시장 진출을 고려해 규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합리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기업의 도전과 투자는 국가의 자산”이라며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와 시설투자 비용에 대해선 세제 혜택도 늘리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도 이날 바이오헬스 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바이오헬스 연구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확보를 위해 최대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의료진이 원격으로 환자의 위험 신호를 포착해 병원 방문을 권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헬스기기 규제를 완화하고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지난해 1.8%인 우리나라의 제약 및 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6%로 높이고, 관련 일자리를 30만 개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조건희 기자}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2014년부터 복막 투석기에 의지해 살고 있는 A 씨(58)는 지난해 말 숨이 멎을 뻔했다. 집에서 복막 투석을 하던 중 몸 밖으로 빼내야 할 체액이 폐로 흘러들어간 것을 사흘이 지나서야 알았다. 당시 호흡곤란 증세로 응급실로 실려 간 A 씨는 응급 혈액투석을 받고서야 위중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A 씨를 치료하는 서울대병원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 2월 가정 내 복막 투석 환자의 상태를 매일 한 번씩 원격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로선 무용지물이다. 위험 신호를 포착해도 의료진이 환자에게 경고하면 현행 의료법상 금지된 ‘원격의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로 심근경색 재발 감시 가능 21일 오후 서울대병원 복막 투석실 모니터에는 가정 내 복막 투석 환자 6명의 상태가 표시돼 있었다. 그중 한 명의 이름 옆에는 ‘붉은 깃발’ 표시가 있었다. 몸속 노폐물을 걸러내기 위한 투석액이 필요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경고 표시였다. 김동기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모니터링 과정에서 정말 위급한 환자를 발견하면 처벌을 감수하고 환자에게 ‘어서 병원에 오라’는 전화를 건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 치료의 걸림돌로 지목돼온 불합리한 의료 규제(본보 2월 21일자 A24면 참조)가 일부 올해 안에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22일 충북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헬스기기로 측정한 환자 상태가 위급할 경우 의료진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연내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다.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실시간 관찰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급성심근경색을 앓은 환자가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헬스기기로 심전도를 측정해 병원으로 보낸 뒤 재발 위험 발생 시 응급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실시간 관찰 서비스에 시범적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해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의료진이 전화나 스마트폰 메신저로 환자의 상태를 상세히 문진하거나 가정 내 의료기기를 직접 조작하는 건 여전히 위법이 될 수 있다. 부정맥 환자의 심장 옆에 이식해둔 삽입형 심장충격기(ICD)를 의료진이 원격으로 작동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환자 빅데이터 100만 명분 구축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중점 투자하는 또 다른 분야는 의료용 빅데이터다. 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까지 희귀 난치성 질환자 등 2만 명의 유전체 정보와 진료 기록을 수집해 표적 항암제와 같은 맞춤형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계에 제공할 방침이다. 참가자는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무료로 받아보고 이에 맞는 치료제를 추천받을 수 있다. 2029년까지 총 100만 명분의 정보를 수집하는 게 목표다. 영국은 현재 500만 명분을 목표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IBM의 ‘왓슨 포 드러그 디스커버리’와 같은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해 신약 후보물질도 발굴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데이터 중심병원’을 지정해 현재 병원별로 축적된 대규모 임상진료 데이터를 질환 연구와 신약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에 투자할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 2조6000억 원에서 2025년 4조 원 규모로 늘어난다. 정부는 또 국산 신약을 시장에 빨리 내놓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롤링 리뷰’를 모델로 신속 심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의약품 허가를 위한 자료가 모두 완성되지 않아도 준비된 것부터 우선 검토하는 방식이다. 대상 질환과 관계없이 혁신 신약이라면 신속 심사 대상이 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시판까지 걸리는 기간을 2년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부실 심사 논란을 빚은 ‘인보사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유전자 치료제는 세포 동질성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 밖에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제약·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기관을 세우고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때 쓰는 세정제 등 원·부자재를 30% 이상 국산화하며 △병원 시스템을 수출할 때 수익성이 높은 줄기세포 연구실까지 패키지로 파는 방안도 추진한다.조건희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

#장면1. 자영업자 A 씨(66)는 이달 초 심장 대동맥이 찢어져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인공 혈관을 이어붙이는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일반실로 옮겨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17일 밤 돌연 혈압이 떨어지며 상태가 악화됐다. 집중 치료가 필요했지만 같은 병원 중환자실엔 빈 병상이 전혀 없었다. 의료진이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남 지역의 병원 중환자실까지 물색했지만 빈 병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A 씨는 5시간 동안 중환자실 복도에서 간이 장비에 의지해 숨을 이어가며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했다. #장면2. 같은 날 밤 A 씨가 치료받은 병원에서 8km가량 떨어진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병상엔 뇌경색 환자 B 씨(69·여)가 누워있었다. B 씨는 2013년 6월 뇌혈관이 막혀 쓰러졌지만 치료가 늦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후 5년 11개월간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콧줄(레빈튜브)로 영양을 공급받으며 연명하고 있다. 의료진은 B 씨에게 더 이상 해줄 치료가 없다며 소형 병원 중환자실로 옮기길 권했지만 환자 가족들이 거부하고 있다.○ 중환자실 장기 입원, 한 해 4000명 의학계는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석 달이 넘으면 대부분 집중 치료를 받아도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본다. 연명치료의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중환자실 입원 기간이 90일 이상인 환자는 모두 4164명이었다. 이 중 반년 이상 입원한 환자는 533명이었고, 수년간 입원한 환자도 33명이나 됐다. 전국 중환자 병상은 지난해 말 기준 1만229개다. 석 달가량 입원한 환자가 매 분기 1000명이 넘는 만큼 장기 입원 환자가 전체 중환자 병상 10개 중 1개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작 집중 치료가 시급한 응급 중환자들은 빈 병상을 찾아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실시간 종합 상황판’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 현재 서울의 내과 중환자실 22곳 중 빈 병상이 한 개라도 남은 중환자실은 13곳에 불과했다. 이날 양천구의 한 병원은 수술 환자를 입원시킬 공간이 없어 15km 떨어진 은평구의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했다. 이른바 ‘빅5 병원’에서도 내과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으면 외과 중환자실을 빌려 쓰는 ‘돌려 막기’가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실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중환자 병상은 2005년 1만2723개에서 2010년 1만547개로 줄어든 뒤 1만 개 안팎에 머물고 있다. 중환자실을 운영하려면 일반실보다 더 넓은 공간과 더 많은 의료 인력이 필요해 병원들은 최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거점 중환자실’로 숨통 틔워야” 전문가들은 당장 중환자 병상을 크게 늘릴 수 없다면 정부가 ‘거점 중환자실’을 만들어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형 종합병원에 적정 인력과 장비를 갖춘 중환자실을 지역마다 지정한 뒤 연명치료를 받는 비(非)응급 중환자들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빈 병상이 없어 응급 중환자가 제때 집중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장기간 회복하지 못해 또다시 오래 입원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필요하게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사람은 보험금을 깎자는 의견도 있다. 이는 미국 등이 도입한 제도다. 현재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막기 위한 ‘입원료 체감제’는 일반 병상에만 적용되고 있다. 입원료가 원래 하루 10만 원이라면 8만 원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데, 입원 31일째부터는 6만 원만 지원한다.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병원과 환자의 부담을 늘리는 식이다. 반면 중환자실은 장기 입원해도 병원이나 환자에게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환자단체도 중환자실 병상이 응급환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응급 환자는 소형 병원을, 응급 환자는 대형 병원을 이용하는 ‘의료 전달 체계’가 정착돼야 중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이 소형 병원을 신뢰할 수 있도록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하고, 환자 상태가 나빠지면 언제든 원래 입원했던 대형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10월 경북 문경시에서 교통사고로 중증외상을 입은 40대 환자가 발생했다. 가까운 곳에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병원이 없어 안동병원에서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 의료진이 출동했다. 하지만 환자를 태우기로 한 문경시 영강체육공원에는 사전에 통보되지 않은 체육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이착륙장엔 애드벌룬과 천막 등이 설치돼 있어 헬기가 내릴 수 없었다. 결국 닥터헬기는 영강체육공원에서 9km 떨어진 산북초등학교에 착륙해 환자를 태워야 했다.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한 시간은 예정보다 15분 늦어졌다.○ 닥터헬기 내릴 곳 없는 부·울·경 위기에 빠진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디든 날아가 소생 가능성을 높이는 게 닥터헬기의 존재 이유다. 이를 위해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전국 6개 병원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해 119구급대나 다른 병원으로부터 환자를 인계받을 수 있는 이착륙장인 ‘인계점’을 미리 정해두고 있다. 닥터헬기가 반드시 인계점에만 내려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가급적 다른 장소는 피한다. 인계점은 닥터헬기와 119구급차가 빨리 접근할 수 있고 행인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국의 인계점이 지난해 말 기준 828곳으로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10월 문경시의 사례처럼 인계점에 헬기가 내릴 수 없는 돌발 상황이 생기면 다른 인계점을 찾느라 수십 km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인계점이 없어 환자를 헬기에 태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017년 8월엔 전남 진도군 독거도에서 사고로 출혈이 심한 환자가 발생했으나 독거도에 인계점이 없어 닥터헬기가 출동하지 못했다. 그나마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전남과 인천 등 6개 시도는 인계점을 각각 90곳 이상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닥터헬기가 없는 경기와 충북, 광주, 대구 등 4개 시도는 모두 합쳐 인계점이 37곳뿐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나머지 7개 시도엔 아예 인계점이 한 곳도 없다.○ 고속도로-운동장 이착륙장 활용 시급 인계점을 시급히 확보해야 할 장소는 고속도로다. 대형 교통사고가 나면 정체가 심해져 119구급차가 사고 지점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2월 경부고속도로 판교분기점에서 교통사고로 중증외상 환자 3명이 발생했을 때도 교통 체증으로 구급차 접근이 힘들어지자 뒤늦게 닥터헬기가 출동했다. 현재 경북과 전북에는 197곳의 인계점이 있지만 고속도로에는 한 곳도 없다. 이 지역 고속도로 대부분이 편도 2차로로 헬기가 이착륙하기에 좁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사고 지점에서 가까운 휴게소를 인계점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헬기 이착륙 시 부는 강한 바람으로 주차된 차량 등이 파손될 수 있다. 이 경우 닥터헬기팀이 배상 부담을 져야 한다. 닥터헬기가 내리기 좋은 곳은 학교 운동장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 초중고교 1만1636곳 중 운동장을 닥터헬기에 개방한 곳은 148곳(1.3%)뿐이다. 이는 아직까지 닥터헬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결과로 보인다. 올해 1월 경기도가 도내 초중고교 2395곳 교장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837곳(76.7%)이 닥터헬기의 운동장 착륙에 찬성했다. 보건복지부도 초중고교 운동장을 닥터헬기 인계점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간 운항 위한 조명시설 필요 현재 닥터헬기가 출동할 수 있는 시간대는 ‘일출 후∼일몰 전’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야간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조명시설을 갖춘 인계점이 전국에 151곳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 지역은 인계점 92곳 중 조명시설을 갖춘 데가 한 곳도 없다.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닥터헬기가 일몰 전 환자 이송을 완료할 수 없어 출동하지 못한 사례는 288건에 이른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주축이 돼 올해 안에 도입할 일곱 번째 닥터헬기는 야간 운항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려면 그 전에 인계점마다 조명시설을 갖춰야 한다. 복지부는 올해 3월 소방청이나 산림청, 해경 소속 헬기가 쓰는 이착륙장에 닥터헬기가 내릴 수 있도록 새로운 운영 규정을 마련했다. 하지만 새 규정에 ‘가급적 축사나 양계장, 비닐하우스 등과 인접한 장소는 피하라’고 명시해 적극적인 환자 구조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민원이나 배상 요구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달 27일 오전 9시경 경북 안동시 상공. 조각구름을 헤치며 비행하는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30분 전 숨이 가쁘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119에 신고한 조모 씨(71)를 영양군에서 태우고 안동병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헬기는 16분 만에 가로질렀다. 헬기 안에 누워 있던 조 씨가 “숨이 가빠…”라며 신음을 냈다. 김남규 안동병원 응급의학과장(39)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급성 심근경색이 의심됐다. “12리드(심전도 검사)를 해보죠.” 김 과장의 지시에 응급구조사 서현영 씨(29·여)가 조 씨의 몸에 전극을 붙였다. 판독 결과 심장이 아닌 폐 질환으로 의심됐다. 김 과장은 이 결과를 곧장 스마트폰 메신저로 지상 의료진에게 전했다. 그 덕에 병원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은 조 씨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폐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중증 기흉을 밝혀 낼 수 있었다. 오른쪽 폐가 완전히 찌그러져 그대로 두면 사망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조 씨는 응급 시술 후 무사히 회복 중이다.○ 닥터헬기 근무는 긴장과 위험의 연속 경북지역을 책임지는 안동병원 닥터헬기는 2013년 7월 4일 도입된 후 올해 3월 말까지 총 2098차례 출동해 1961명의 응급환자를 실어 날랐다. 전국 닥터헬기 6대 가운데 출동 횟수와 이송 환자가 가장 많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달 25∼27일 지켜본 이 병원 닥터헬기팀은 위험과 긴장 속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헬기 안에서 환자를 응급 처치하는 의료진엔 부상의 위험이 뒤따른다. 25일 오전 9시 반경 문경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건설 기계에 부딪혀 복강 내부가 찢어진 A 씨(19)를 데려올 때가 그랬다. 정맥을 찾아 약물을 투약하고 수혈 팩을 갈아야 하는데 난기류 탓에 헬기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그 와중에도 의료진의 양손은 손잡이 대신 환자를 붙들고 있었다. 서 씨는 “출동 중엔 의식하지 못했는데 헬기에서 내리고 나면 머리나 어깨에 멍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출동 대기 중에도 닥터헬기팀은 긴장을 풀지 못한다. 골든타임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출동 요청이 언제 올지 몰라 병원 옆 별채 운항통제실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식사는 거르거나 컵라면으로 때우기 일쑤다. 운항통제실 책상 위엔 칼로리가 높은 간식과 인스턴트커피, 영양제가 잔뜩 쌓여 있었다. 지난해부터 닥터헬기팀에 합류한 정현진 간호사(26·여)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와서 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의료진 옆에선 운항관리사 김진수 씨(38)가 쉴 새 없이 갱신되는 기상정보를 확인하느라 기상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헬기가 출동한 뒤에라도 구름 높이가 450m보다 낮아지거나 안개가 짙어지면 회항시켜야 한다. 환자를 신속히 이송하는 것 못지않게 의료진과 조종사의 안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북지역엔 특히 일월산(해발 1217m) 등 높은 산이 많아 상공의 날씨가 수시로 바뀐다. 지난달 21일에도 봉화군으로 환자를 데리러 가던 중 기상이 갑자기 나빠져 임무를 중단했다. ○ 소음 민원에 헬기장 쫓겨나기도하지만 닥터헬기 운항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 안동병원 옥상 헬기장은 7개월간 폐쇄된 상태다. 병원에서 20m가량 떨어진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의 크레인이 옥상 헬기장보다 높이 솟아 헬기의 이착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닥터헬기로 실어온 환자는 200m가량 떨어진 헬기 계류장에 내린 후에 다시 응급실까지 앰뷸런스로 옮겨야 한다. 그만큼 응급 수술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닥터헬기를 도입한 초기인 2013년엔 이 계류장마저 쓸 수 없었다. 계류장에서 50m 떨어진 농장주가 “헬기 바람 때문에 작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실제론 헬기 바람이 농작물 밭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관할 지방항공청은 주민의 민원을 받아들였다. 안동병원은 민원이 멈출 때까지 6개월간 병원으로부터 2.7km 떨어진 한 운동장으로 환자를 실어 날라야 했다. 소음 민원 탓에 실제로 출동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2014년 3월 28일 중증 화상 환자를 데리러 가기 위해 시동을 건 닥터헬기를 한 주민이 자전거로 들이받으려 한 것이다. 정비사가 제지하자 이 주민은 계류장에 주저앉아 욕설을 하며 출동을 방해했고, 결국 해당 환자는 육로로 옮겨야 했다. 안동병원 닥터헬기팀 관계자는 “누구든지 언제 닥터헬기 덕에 목숨을 구할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국민들이 생업에 바쁘고 다소 불편하겠지만 잠시 소음을 견뎌주면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동=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인보사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일쯤 현장 실사를 벌이기로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코오롱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세포 성분이 바뀐 점을 인지했으면서도 고의로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고 누락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식약처 관계자는 “20일쯤 코오롱티슈진과 현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우시, 피셔 등을 방문해 인보사케이주의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를 실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다. 우시와 피셔는 인보사 제조용 세포주를 제조했거나 세포를 보관 중이다. 앞서 식약처는 세포가 바뀐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 주성분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자료 등에 대해 14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식약처의 현지 실사는 통상 조사관 2명이 한 조를 이뤄 진행하지만 이번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규모 조사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사의 초점은 인보사에 사용한 세포가 국내에서 허가받을 당시 기재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을 코오롱티슈진이 확인한 시점이다. 식약처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코오롱티슈진 측이 ‘기밀이므로 사외 반출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는 연구 및 보고 자료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앞서 3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개발한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수탁생산업체 론자로부터 2017년 3월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인보사 2액이 (인간유래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통지받았다고 공시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3월에 이미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는 부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2액에 신장세포가 들어 있다고 통지받은 시점은 인보사 판매 허가가 난 2017년 7월보다 4개월 전이다. 코오롱 측이 세포가 뒤바뀐 것을 알고도 고의로 통보하지 않았다면 현행법상 의약품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3일 공시 전까지 “인보사에 허가받지 않은 신장세포가 들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미국에서 유전자 검사를 한 2월”이라고 주장해왔던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아직 정확한 전후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시장과 기존 투약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에서 관련 실무를 담당했던 현지 연구원이 이미 퇴사한 상태로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신장세포 유입 사실이 왜 보고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정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이후 국내에서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총 3707명에 이른다. 이 중 일부는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황태호 taeho@donga.com·조건희 기자}

‘인보사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일쯤 현장실사를 벌이기로 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코오롱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세포 성분이 바뀐 점을 인지했으면서도 고의로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고 누락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식약처 관계자는 “20일쯤 코오롱티슈진과 현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우시, 피셔 등을 방문해 인보사케이주의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를 실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다. 우시와 피셔는 인보사 제조용 세포주를 제조했거나 세포를 보관 중이다. 앞서 식약처는 세포가 바뀐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 주성분이 연골세포에서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자료 등에 대해 14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식약처의 현지 실사는 통상 조사관 2명이 한 조를 이뤄 진행하지만 이번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규모 조사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사의 초점은 인보사에 사용한 세포가 국내에서 허가받을 당시 기재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을 코오롱티슈진이 확인한 시점이다. 식약처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코오롱티슈진 측이 ‘기밀이므로 사외 반출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는 연구 및 보고 자료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앞서 3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개발을 한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수탁생산업체 론자로부터 2017년 3월 생산 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인보사 2액이 (인간유래연골세포가 아닌)신장세포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통지받았다고 공시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3월에 이미 신장 세포임을 확인했다는 부분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2액에 신장세포가 들어있다고 통지받은 시점은 인보사 판매 허가가 난 2017년 7월보다 4개월 전이다. 코오롱 측이 세포가 뒤바뀐 것을 알고도 고의로 통보하지 않았다면 현행법상 의약품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3일 공시 전까지 “인보사에 허가받지 않은 신장세포가 들어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미국에서 유전자 검사를 한 2월”이라고 주장해왔던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아직 정확한 전후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시장과 기존 투약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오롱티슈진에서 관련 실무를 담당했던 현지 연구원이 이미 퇴사한 상태로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신장세포 유입 사실이 왜 보고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정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7년 7월 이후 국내에서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총 3707명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법무법인을 선임하고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기 김포시는 지난해 12월 관내 모든 중고교생에게 한 명당 30만 원의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데 예산 21억 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10여 곳이지만 가정형편을 따지지 않고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는 건 김포시가 처음이었다. 학계에선 이 사업을 허용하면 ‘무상 급식’과 ‘무상 교복’에 이은 현금 퍼주기 경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김포시의 계획을 받아 든 보건복지부는 전문가 회의를 1차례도 열지 않았다. 협의 요청 접수부터 최종 동의까지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현금 복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이를 적절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협의를 거쳐 지난해 신설된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 사업(연간 예산 10억 원 이상)은 36건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2일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중 25건은 전문가의 공식 검토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규모가 상당한 사업조차 공무원의 자체 심사만으로 통과된 것이다. 나머지 11건은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축인 ‘협의지원단’ 회의를 거쳤다. 하지만 협의지원단 회의가 열린 시간은 안건 1건당 평균 16분에 불과했다. 18∼39세 도민이 취업 면접을 보면 재산과 무관하게 최대 30만 원을 주는 경기도 ‘청년 면접수당’ 사업을 검토할 땐 회의가 총 4시간 만에 끝났다. 같은 날 다른 안건 16건도 함께 심사해야 했기에 청년 면접수당 논의에만 할애한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도민 설문조사에서 찬성률이 46.4%에 그칠 정도로 논란이 컸던 사업을 겉핥기로 졸속 심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협의지원단을 통과한 사업 중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된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의 추가 검토를 거친 것은 강원도 ‘출산장려수당’(3세 이하에게 월 30만 원 지원) 등 3건뿐이었다. 문제는 이 회의에서도 정부나 지자체가 출연한 기관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다수를 이룬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하기 때문에 회의 시간이 짧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협의지원단과 협의회 회의록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에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박성민 기자■ 충남도 아기수당, 기존 아동수당과 대상 - 금액 겹치는데 ‘통과’ ■충남도는 지난해 만 1세 미만 아동 1만5500명에게 월 10만 원을 주는 ‘아기수당’ 사업을 신설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 중인 아동수당(만 6세 미만에게 월 10만 원)과 액수가 똑같고 지급 대상도 겹쳤다. 사회보장기본법상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제도와 중복되는 사업을 신설할 수 없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충남도로부터 협의 요청을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에 이 사업을 통과시켰다. 아동수당과 아기수당은 사업 목적이 각각 ‘아동의 권리’와 ‘저출산 대응’으로 엄연히 다르다는 논리였다. 충남도가 아기수당 협의 요청서를 제출하며 사업 목적을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과 같다”고 명시한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복지 제동권’ 포기 후폭풍 속출 복지부는 지난해 1월 사회보장제도 협의 지침을 바꿔 지자체의 신설 사업에 대해 정부가 내릴 수 있는 ‘부동의(不同意)’ 결정을 없앴다. 지자체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제동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요청에 정부가 최종 동의한 비율은 현 정부 출범 전 80.3%에서 출범 이후 91.6%로 높아졌다. 복지부는 신설 사업의 타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곳곳에서 부실 심사의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유급병가’ 제도다. 저소득층(중위소득 이하)이 질병으로 입원하면 하루 생활비 8만1184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예상 수급자를 1만4610명으로 내다보고 소요 예산을 62억 원으로 책정했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축인 ‘협의지원단’과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된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회’를 각각 한 차례씩 열어 이 제도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서울시는 90억 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새로운 계산 결과에 따라 복지부에 재협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당초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건보료를 기준으로 소득을 파악했는데 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수급 대상이 7만여 명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의 과정에서도 인지한 사실이지만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 건보료를 기준으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업의 협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 사례도 있다. 복지부는 연간 423억 원이 들어가는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산모 1명당 50만 원)을 전문가 회의도 열지 않고 통과시켰다. 이와 유사한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을 2017년에 강원 속초시 등 5개 시군이 신설하겠다고 했을 땐 동의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 선정 기준도 깜깜이 또 다른 문제는 누구에게 심사 검토를 맡길지 기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협의회 전문가 인력 풀(pool)’을 구성해 이 명단에 등재된 74명 중 관련 사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일정이 맞는 전문가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당 명단의 전문가 중 10명을 무작위로 인터뷰해 보니 7명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그런 인력 풀에 속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답했다. 아동 및 보육 전문가로 이름을 올린 A 교수는 “협의회가 뭐하는 기구냐”라고 반문했다. 과거 정부에서 2주에 한 번꼴로 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여러 차례 신설 복지 제도에 반대했던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1년간은 한 번도 소집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실한 협의 절차는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복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예산 10억 원 이상의 현금성 복지 제도를 신설한 지자체 중 강원도와 전북 완주군 등 7곳은 재정 자립도가 30%도 되지 않았다. 이런 부실 재정 속에서도 복지를 확대하는 이유는 인근 지자체로부터 인구를 끌어와야 정부가 주는 지방재정교부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시군구일수록 무리하게 복지를 확대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토를 내실화하고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송혜미 기자}
정부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국민연금 개편을 계속 논의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경사노위 차원의 논의를 위한 마지막 불씨를 살려보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2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개혁특위 간사단 회의를 열고 특위 활동 재개를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요청하기로 했다. 특위의 활동 시한 연장을 본위원회가 ‘추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특위는 활동 시한을 7월 28일까지 3개월 늦추기로 자체 합의했지만 이 안건이 지난달 29일 본위원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본위원회가 나중에라도 회의를 열어 연장안을 추인하면 특위를 되살릴 수 있다. 한국노총 측은 지난달 30일 저녁 경사노위 및 고용노동부 핵심 관계자를 만나 이런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본위원회의 근로자위원 중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대표 3명은 표결을 거부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이들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는데다가 본위원회의 의결 구조를 개편하려면 경사노위법을 개정해야 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달 16일 경북 김천제일병원 2층 산부인과 병동. 지난해까지 아기 침대 13개로 꽉 찼던 신생아실엔 침대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날까지 4월 들어 태어난 신생아는 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달 약 20명의 아이가 태어났지만 올 들어서는 신생아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지난해 말 김천시에 유일하게 있던 이 병원의 산후조리원이 문을 닫으면서 산모들이 인근의 대구나 서울로 분만 병원을 옮겼기 때문이다. 김천에서는 마음 편히 아이를 낳고 몸조리할 시설이 사라지면서 출산을 앞둔 여성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임신 24주 차인 박모 씨(37)는 “출산이 임박한 32주 차부터는 친정이 있는 전남 순천이나 서울의 분만 병원에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3월까지 김천시에 출생신고된 신생아 255명 중 228명(89.4%)이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 1025명 중 776명(75.7%)이 원정 출산한 지난해보다 산모들의 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98명까지 떨어지면서 지방의 출산 인프라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신생아가 한 명이라도 태어난 병원은 2013년 706곳에서 지난해 569곳으로 5년 새 19.4% 감소했다. 출산율이 떨어지자 운영이 힘들어진 산부인과는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고, 아이 낳을 곳이 부족한 여성들은 출산을 망설이거나 장거리 원정 출산까지 감수하는 것이다. 이런 원정 출산 비율은 전남과 경북이 가장 높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 지역 신생아 1만1200명 중 3981명(35.5%)이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다. 경북은 1만6100명 중 5171명(32.1%)이 타지에서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산 인프라가 없는 지역의 산모들은 주로 인근의 대도시에서 출산을 했다. 시도별 분만 수와 출생신고 수를 비교해 보면 전남은 분만 수가 출생신고 수보다 3981명 적은 반면 광주는 4237명 더 많았다. 산모들이 분만 병원뿐 아니라 산후조리원 등 출산 인프라가 갖춰진 곳을 찾아 원정 출산을 한 것이다. 정부는 분만 시설 이용이 어려운 지역을 ‘분만취약지’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분만취약지는 1시간 내 분만실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전국에서 시군 33곳이 그런 형편이다. 상주시, 영천시 등 기초지자체 11곳이 포함된 경북이 가장 많다. 지원 사업에 선정된 산부인과에는 시설비 10억 원과 6개월 기준 운영비 2억5000만 원이 지원된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이렇게 약 38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지원 대상 시군에서 태어난 신생아 5478명 중 해당 병원에서 분만한 경우는 1282명(23.4%)에 불과했다. 병원만 있을 뿐 산후조리원 등 다른 인프라가 없다 보니 가까운 병원이 있어도 외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만 수가 등 산부인과 운영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병원급 산부인과의 자연분만 기준 건강보험 수가는 약 40만 원 정도다. 응급 수술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갖춰야 하는데 현행 수가 체계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장이다.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는 소규모 병의원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24시간 운영하는 분만실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최소 3명 필요하고, 간호사 등을 합하면 12명 이상의 스태프가 필요한데, 지방에서는 인력 수급과 경영 흑자 유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의 출산 인프라를 단기간에 갖추기 힘들다면 원정 출산이 불가피한 산모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의원은 “타 지역에서 출산하는 산모들에게 출산 전 1∼2주가량 병원 주변에서 숙박할 수 있는 바우처 등을 지급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천=박성민 min@donga.com / 조건희 기자}
지난해 10월부터 국민연금 개편을 논의해 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국민연금특별위원회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설치 6개월 만에 29일 해산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특위의 활동 시한 연장안과 탄력근로제 확대안 등 7개 안건을 본위원회 위원 17명에게 보내 ‘서면 의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근로자위원 3명이 표결을 거부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경사노위법상 본위원회가 안건을 의결하려면 노사정 각 대표의 과반수가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근로자위원 4명 중 1명만 표결에 참여해 의결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표결을 거부한 3명은 탄력근로제 안건이 포함된 것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는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고 특위 재구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경사노위가 특위를 재구성하지 않으면 국회가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설치된 특위는 17차례 회의를 열고도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어 왔다. 특위는 최근 논의 시한을 3개월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되면서 이마저도 실패했다.유성열 ryu@donga.com·조건희 기자}

전북 전주시에서 한 여중생이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를 접종한 지 하루 만에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오전 5시경 중학생 A 양(14)이 호흡곤란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고 밝혔다. A 양은 전날 오후 2시경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며 C병원을 찾았다. 내원 당시 A 양의 체온은 37.2도였다. C병원 의료진은 A 양이 B형 독감에 걸린 것으로 진단해 정맥 주사형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처방했다. A 양은 페라미플루 30cc를 생리식염수에 희석해 15분가량 맞은 뒤 항생제 등을 처방받아 귀가했다. 이후 A 양은 29일 오전 1시 반경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A 양은 전주 D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오전 5시경 숨을 거뒀다. A 양의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건강한 아이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양의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A 양이 맞은 주사제와 진료기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하고 있다. A 양에게 페라미플루를 처방한 C병원 의사는 “(A 양이) 독감으로 확진돼 주사제를 처방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100여 명에게 같은 주사제를 처방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타미플루나 한미플루 등 오셀타미비르인산염 성분의 독감 치료제는 통상 닷새에 걸쳐 10회 복용해야 하지만 페라미플루는 링거 형식으로 15∼30분간 1회만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있어 일명 ‘원샷’으로 불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만 원 안팎의 약값을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런 간편성 때문에 페라미플루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페라미플루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7년 1만5491명에서 지난해 6만7518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1월엔 처방이 급격히 늘면서 페라미플루가 잠시 품절되기도 했다. 이 약에 들어간 페라미비르 성분은 미국 ‘바이오크리스트’사가 발견해 각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0년 8월 녹십자가 19세 이상 환자용으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엔 투약 허가 대상이 2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 페라미플루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고된 페라미플루의 이상 반응은 총 48건이다. 주로 울렁거림이나 발열, 두드러기 등이었다. 다만 2016년경 의약품 재허가를 위해 실시한 시판 조사 당시에는 일부 환자에게서 폐렴 등 호흡기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독감 치료제 복용 뒤 환자가 숨진 건 A 양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3월엔 11세 남자 아이가, 지난해 12월엔 13세 여중생이 각각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환각 증세를 보이다가 추락해 숨졌다. 페라미플루를 접종한 18세 남고생도 지난해 12월 7층 높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국은 페라미플루가 환각 등을 일으켰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독감으로 인한 것인지, 병원에서 처방받은 주사로 인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전주=박영민 minpress@donga.com / 조건희 기자}

전북 전주시에서 한 여중생이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를 접종한 지 하루 만에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29일 오전 2시경 중학생 A 양(14)이 호흡 곤란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고 밝혔다. A 양은 전날 오후 2시경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며 C병원을 찾았다. 내원 당시 A 양의 체온은 37.2도였다. C병원 의료진은 A 양이 B형 독감에 걸린 것으로 진단해 정맥 주사형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처방했다. A 양은 페라미플루 30cc를 생리식염수에 희석해 15분가량 맞은 뒤 항생제 등을 처방받아 귀가했다. 이후 A 양은 29일 오전 1시 반경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A 양은 전주 D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오전 5시경 숨을 거뒀다. A 양의 부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건강한 아이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양의 사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A 양이 맞은 주사제와 진료기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분석하고 있다. A 양에게 페라미플루를 처방한 C병원 의사는 “(A 양이) 독감으로 확진돼 주사제를 처방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100여 명에게 같은 주사제를 처방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타미플루나 한미플루 등 오셀타미비르인산염 성분의 독감 치료제는 통상 닷새에 거쳐 10회 복용해야 하지만 페라미플루는 링거 형식으로 15~30분간 1회만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있어 일명 ‘원샷’으로 불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만 원 안팎의 약값을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런 간편성 때문에 페라미플루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페라미플루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7년 1만5491명에서 지난해 6만7518명으로 급증했다. 올해 1월엔 처방이 급격히 늘면서 페라미플루가 잠시 품절되기도 했다. 이 약에 들어간 페라미비르 성분은 미국 ‘바이오크리스트’사가 발견해 각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0년 8월 녹십자가 19세 이상 환자용으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엔 투약 허가 대상이 2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 페라미플루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고된 페라미플루의 이상 반응은 총 48건이다. 주로 울렁거림이나 발열, 두드러기 등이었다. 다만 2016년경 의약품 재허가를 위해 실시한 시판 조사 당시 일부 환자에게서 폐렴 등 호흡기 이상 반응이 나타났다. 독감 치료제 복용 뒤 환자가 숨진 건 A 양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3월엔 11세 남자 아이가, 지난해 12월엔 13세 여중생이 각각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환각 증세를 보이다가 추락해 숨졌다. 페라미플루를 접종한 18세 남고생도 지난해 12월 7층 높이에서 떨어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국은 페라미플루가 환각 등을 일으켰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독감으로 인한 것인지, 병원에서 처방받은 주사로 인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동작구에 사는 황모 씨(38)는 7세, 4세인 두 자녀를 지난 한 주간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나란히 인플루엔자(독감)에 걸려 열이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에도 기침을 하는 아이들이 대기실을 가득 메워 치료제를 처방받는 데만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봄 독감 유행세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7∼13일 전국 표본감시 의원 2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42.1명으로, 전주(32.2명)보다 10명 가까이 늘어났다고 24일 밝혔다. 독감 감시를 시작한 2004년 이래 4월 의심환자가 40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6년 4월 첫째 주(32명)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영유아와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독감 유행이 특히 심하다. 7∼12세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127.5명으로 독감 유행이 절정이던 지난해 12월 둘째 주(112.3명)보다 많다. 13∼18세에선 88.3명, 1∼6세에선 50.4명이었다. 용산구 I유치원은 최근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열고 4월로는 이례적으로 22, 23일 이틀간 부분 휴업을 했다. 부산 J어린이집에선 보육교사까지 독감에 걸려 자가 격리를 실시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환자의 침방울로 전파된다. 이 때문에 통상 12월경 한 차례 크게 유행한 뒤 초중고교 방학이 시작되면 잠잠해졌다가 개학철에 다시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처럼 유행곡선이 쌍봉낙타 모양을 그릴 정도로 개학 이후 다시 대유행을 맞은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독감 유행을 앞두고 늦가을에 접종한 독감 백신의 항체가 봄이 되자 기운을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은 11월 16일로, 신종플루가 발생한 2010년(10월 1일) 이후 가장 빨랐다. 최근 5년간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 시점은 2015년 1월 22일에서 2017년 12월 1일로 점차 앞당겨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독감 백신의 항체가 6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지금 백신을 다시 맞을 것을 권하지 않고 있다. 항체 형성에 2, 3주가 걸리는 데다 두 차례 접종이 과연 효과적인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으며 △증상 발생 후 5일, 해열제 없이 체온 회복 후 48시간까지 등교하지 않는 예방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조유라 기자}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상원농장의 한 비닐하우스에선 12일 오후 호박꽃이 봉오리를 터뜨리려 하고 있었다. 호박의 꽃가루받이(수분·受粉)를 위해 풀어둔 꿀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비닐하우스 안을 날아다녔다. 농장주 이상원 씨(80)는 “처음엔 꿀벌에 많이 쏘였는데 지금은 (꿀벌들도) 주인을 알아보는지 안 쏜다”라며 웃었다. 이 씨가 비닐하우스에 꿀벌을 들인 것은 몇 해 전이다. 그 전엔 호르몬제와 붓을 사용해 인공적으로 꽃가루받이를 시켰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에 따라 호르몬제를 포함한 농약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자 꿀벌을 활용한 자연친화적인 꽃가루받이 방식을 택했다. 이 씨는 해충을 잡기 위해 농약을 쓸 때도 혹여 PLS에 어긋날까 봐 농협이 무료로 배포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본다. 어떤 작물에 무슨 농약을 쳐야 하는지, 농약을 몇 배로 희석해 농작물의 어느 부위에 뿌려야 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를 어겼다가 허용치를 초과한 농약이 농산물에서 검출되면 당장 판매한 농산물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 씨는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많이 쓰는 게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주니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토양 환경이 곧 건강’ 농약 기준 강화 PLS는 농산물마다 써도 되는 농약의 종류와 양을 정해두고, 이 기준과 다른 농약 성분이 0.01ppm만 나와도 해당 농산물을 회수해 폐기하는 제도다. 기존엔 정해진 기준이 없는 경우 비슷한 농산물의 기준을 준용해 부합하면 통과시켰다. 예컨대 더덕에 사용하게끔 등록되지 않은 농약이 더덕에서 검출되면 그와 비슷한 뿌리채소 중 기준이 가장 낮은 도라지의 기준에 따라 판정하는 식이었다. 0.01ppm은 농산물 1kg에 잔류 농약 0.01mg을 뜻하는 극미량이다. 쌀에 비유하면 80kg짜리 25가마니 중 쌀알 1개에, 화물로 따지면 1t 트럭 100대에 실은 물품 중 1g에 해당한다. 사실상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사용 금지라고 볼 수 있다. 식약처는 2016년 12월 밤 아몬드 등 견과류와 참깨 등 유지종실류, 바나나 등 열대과일류에 우선 PLS를 적용했다. 올해 1월 이후엔 모든 농산물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농약 사용을 이처럼 엄격히 관리하는 이유는 농약의 화학성분이 토양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막고, 궁극적으로는 먹거리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농약의 화학성분은 당장은 해충을 쫓거나 잡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정량 이상 쓰면 농산물에 그대로 남아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등 독성으로 작용한다. 농약 성분이 토양 내 유기물을 소멸시켜 땅을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농약이 오염시킨 토양 환경은 다시 깨끗해지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 2017년 8월 ‘살충제 잔류 계란’ 파동 땐 살충제를 쓴 적이 없다는 산란계 농장 2곳의 계란에서 금지물질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기준치보다 많이 나왔다. 국내에서 1979년 이후 DDT 판매가 금지된 점을 감안하면 거의 40년 전에 뿌린 DDT 성분이 다 분해되지 않은 채 토양에 남아 있다가 산란계의 모이를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PLS는 우리 세대의 먹거리 안전뿐 아니라 미래의 환경을 고려한 제도인 셈이다.○ “친환경 먹거리에 소비자도 만족” 농민들이 PLS를 따르지 않았다가 허용하지 않은 잔류 농약이 검출되면 그 사실을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취한다. 고농도 농약을 반복해서 치면 농약관리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거나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용인시 포곡농협은 매주 관내 농산물 10건을 무작위로 수거해 농약 잔류검사를 하고 있다. 농민 김교진 씨(80)는 “지금은 무작위 검사에 걸릴까 봐 다들 농약 사용 자체를 줄이는 분위기”라며 “애초에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농산물’이라고 생각해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선 농협의 농약 사용 교육을 3차까지 이수하고 현장 검사를 통과하면 농협 하나로마트 내 ‘로컬푸드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할 자격을 얻는다. 12일 포곡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매장에 진열된 상추와 오이 등 농산물엔 농장주의 얼굴 사진과 휴대전화 연락처뿐 아니라 잔류농약 정밀 검사표가 일일이 부착돼 있었다. 소비자 최순경 씨(56·여)는 “농약검사가 철저히 이뤄지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하고 구입한다”며 만족해했다. 이 때문에 PLS를 반기는 농민이 적지 않다. 예전엔 농약을 적절한 수준으로만 치고 싶어도 정확한 양을 몰라 무분별하게 사용했는데 PLS 도입과 함께 교육이 강화된 후 농약을 사는 데 쓰는 비용 자체가 줄기도 했다. 또 로컬푸드매장에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어 농가들의 매출도 늘었다. 김미희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북부농업기술상담소장은 “로컬푸드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민들은 도매시장에 팔 때보다 수입이 평균 1.3배로 늘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기 용인시 포곡읍 상원농장의 한 비닐하우스에선 12일 오후 호박꽃이 봉오리를 터뜨리려 하고 있었다. 호박의 꽃가루받이(수분)를 위해 풀어둔 꿀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비닐하우스 안을 날아다녔다. 농장주 이상원 씨(80)는 “처음엔 꿀벌에 많이 쏘였는데, 지금은 (꿀벌들도) 주인을 알아보는지 안 쏜다”라며 웃었다. 이 씨가 비닐하우스에 꿀벌을 들인 것은 몇 해 전이다. 그 전엔 호르몬제와 붓을 사용해 인공적으로 꽃가루받이를 시켰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농약 허용물질목록관리(PLS)’ 제도에 따라 호르몬제를 포함한 농약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지자 꿀벌을 활용한 자연 친화적인 꽃가루받이 방식을 택했다. 이 씨는 해충을 잡기 위해 농약을 쓸 때도 혹여나 PLS 제도에 어긋날까봐 농협이 무료로 배포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본다. 어떤 작물에 무슨 농약을 쳐야 하는지, 농약을 몇 배로 희석해 농작물의 어느 부위에 뿌려야 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를 어겼다가 허용치를 초과한 농약이 농산물에서 검출되면 당장 판매한 농산물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 씨는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많이 쓰는 게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주니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토양 환경이 곧 건강’ 농약 기준 강화 PLS는 농산물마다 써도 되는 농약의 종류와 양을 정해두고, 이 기준과 다른 농약 성분이 0.01ppm만 나와도 해당 농산물을 회수해 폐기하는 제도다. 기존엔 정해진 기준이 없는 경우 비슷한 농산물의 기준을 준용해 부합하면 통과시켰다. 예컨대 더덕에 사용하게끔 등록되지 않은 농약이 더덕에서 검출되면 그와 비슷한 뿌리채소 중 기준이 가장 낮은 도라지의 기준에 따라 판정하는 식이었다. 0.01ppm은 농산물 1㎏에 잔류 농약 0.01mg을 뜻하는 극미량이다. 쌀에 비유하면 80㎏ 짜리 25가마니 중 쌀알 1개에, 화물로 따지면 1t 트럭 100대에 실은 물품 중 1g에 해당한다. 사실상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사용 금지라고 볼 수 있다. 식약처는 2016년 12월 밤과 아몬드 등 견과류와 참깨 등 유지종실류, 바나나 등 열대과일류에 우선 PLS 제도를 적용했다. 올해 1월 이후엔 모든 농산물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농약 사용을 이처럼 엄격히 관리하는 이유는 농약의 화학성분이 토양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막고, 궁극적으로는 먹거리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농약의 화학성분은 당장은 해충을 쫓거나 잡초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정량 이상 쓰면 농산물에 그대로 남아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등 독성으로 작용한다. 농약 성분이 토양 내 유기물을 소멸시켜 땅을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농약이 오염시킨 토양 환경은 다시 깨끗해지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 2017년 8월 ‘살충제 잔류 계란’ 파동 땐 살충제를 쓴 적이 없다는 산란계 농장 2곳의 계란에서 금지물질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기준치보다 많이 나왔다. 국내에서 1979년 이후 DDT 판매가 금지된 점을 감안하면 거의 40년 전에 뿌린 DDT 성분이 다 분해되지 않은 채 토양에 남아 있다가 산란계의 모이를 오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PLS 제도는 우리 세대의 먹거리 안전뿐 아니라 미래의 환경을 고려한 제도인 셈이다.● “친환경 먹거리에 소비자도 만족” 농민들이 PLS 제도를 따르지 않았다가 허용하지 않은 잔류 농약이 검출되면 그 사실을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회수 및 판매중지 조치를 한다. 고농도 농약을 반복해서 치면 농약관리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거나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용인시 포곡농협은 매주 관내 농산물 10건을 무작위로 수거해 농약 잔류검사를 벌이고 있다. 농민 김교진 씨(80)는 “지금은 무작위 검사에 걸릴까봐 다들 농약 사용 자체를 줄이는 분위기”라며 “애초에 ‘나와 내 가족이 먹을 농산물’이라고 생각해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선 농협의 농약 사용 교육을 3차까지 이수하고 현장 검사를 통과하면 농협 하나로마트 내 ‘로컬푸드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할 자격을 얻는다. 12일 포곡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매장에 진열된 상추와 오이 등 농산물엔 농장주의 얼굴 사진과 휴대전화 연락처뿐 아니라 잔류농약 정밀 검사표가 일일이 부착돼 있었다. 소비자 최순경 씨(56·여)는 “농약검사가 철저히 이뤄지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안심하고 구입한다”며 만족해했다. 이 때문에 PLS 제도를 반기는 농민이 적지 않다. 예전엔 농약을 적절한 수준으로만 치고 싶어도 정확한 양을 몰라 무분별하게 사용했는데, PLS 제도 도입과 함께 교육이 강화된 후 농약을 사는 데 쓰는 비용 자체가 줄기도 했다. 또 로컬푸드매장에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어 농가들의 매출도 늘었다. 김미희 용인시 농업기술센터 북부농업기술상담소장은 “로컬푸드매장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민들은 도매시장에 팔 때보다 수입이 평균 1.3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깐깐해진 수입농산물 검사 ▼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유해물질분석과 실험실. 미국산 레몬, 중국산 말린 표고버섯, 영국산 차(茶) 등 수입 농산물이 각기 다른 검체수거 봉투에 담겨 있었다. 며칠 전 국내에 들어와 서울 시내 보세창고에 보관 중인 제품들로 잔류농약 검사를 앞둔 것들이다. 연구원은 검사를 위해 가장 먼저 농산물을 분쇄했다. 이를 병에 담아 정제 및 농축 과정을 거쳐 잔류허용 기준을 초과한 농약이 남아있는지 확인한다. 잔류허용 기준은 씻지 않고 평생 먹어도 안전한 수준이다. 식품의약품약안전처 관계자는 “적합 판정을 받아야만 유통이 가능하며, 부적합 농산물은 전량 폐기되거나 수출국으로 반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모든 농산물을 상대로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를 시행하면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가 더 깐깐해졌다. 시행 이전에는 잔류허용 기준이 없는 농약이 나와도 적합 판정을 받을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적으로 측정 가능한 최소 농도(kg당 0.01mg)만 초과해도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사실상 아예 농약이 검출되지 않아야 적합 판정을 받는 것이다. PLS 기준에 맞추려면 농약 사용을 최소화해야 해 토양 오염을 막는 효과도 있다. 오염된 토양은 거기서 자란 농산물과 축산물을 거쳐 인간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PLS와 유사한 기준을 두고 있는 이유다. PLS 시행 3개월 만에 부적합 수입농산물들이 잇달아 퇴짜를 맞았다. 1월 중국산 양송이에서 살균제 ‘클로로탈로닐’이 kg당 0.04mg 검출돼 수입이 취소됐다. 이는 허용치(kg당 0.01mg)의 4배다. 2월 태국산 바질에서도 기준치의 1628배에 달하는 클로로탈로닐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3월 호주산 렌틸콩, 이달 초 중국산 생강에서도 잔류허용 기준이 없는 농약이 잇따라 검출돼 수입이 막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을 처방받은 대로 먹어야 하는 것처럼 농약도 정해진 종류와 방법대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게 PLS의 취지”라며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약 오남용에 따른 생태계 위협을 줄이려면 PLS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교복을 입은 한 남성이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행인이 제지하자 ‘교복남’은 “(당신이) 담배를 사 줬느냐”며 반문한 뒤 행인을 향해 담배 연기를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내뿜는다. 교복남의 정체는 인기 유튜버 이모 씨(25). ‘교복 입고 담배 피우는데…’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이 씨가 지난해 6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지금까지 50만 명이 넘게 봤다. 영상은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은 어른한테 대들지 말고 숨어서 해결하자^^”라는 문구로 끝난다. 또 다른 유튜버가 올린 동영상은 제목부터 ‘신분증 없을 때 담배 등 미성년자 판매 불가 상품 사는 꿀팁’이다. 미리 외워둔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불러주고 본인이라고 우기라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 같은 유튜브 ‘연방(煙放·흡연방송)’ 실태를 22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담배를 반복적으로 다룬 인기 유튜브 채널 11곳(구독자 1000명 이상)에 게재된 영상 1612편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이 중 1172편에서 담배와 흡연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18세 미만 이용자가 보지 못하도록 연령 제한이 설정된 영상은 4편뿐이었다. 99.7%에 해당하는 나머지 1168편은 전부 성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연방’ 유튜버의 공통점은 청소년 흡연을 꾸짖는 척하면서 사실은 조장하는 것이다. 새로 나온 담배가 어떤 맛인지, ‘민짜’(미성년자를 뜻하는 비속어)가 티 안 나게 담배를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청소년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조회 수는 곧 돈이다. 흡연 조장 동영상은 청소년의 수명을 빼앗아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도둑질보다 더 악랄한 행태다. 유튜브와 담배 회사도 공범이 아닌지 의심된다. 유튜브는 선정성과 폭력성 등이 심각한 동영상엔 연령 제한을 설정한다지만 말뿐이라는 게 정부 조사로 드러났다. 일부 유튜버는 방송 중 “담배 리뷰 덕에 광고가 들어와 먹고살 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불법 광고다. ‘연방’ 유튜버들은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동영상이라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동영상을 많이 클릭한 시청자의 연령대는 유튜버 본인이 더 잘 안다. 중고교생 흡연율은 2015년 7.8%에서 2016년 6.3%로 감소하는가 싶더니 2017년 6.4%, 지난해 6.7% 등으로 다시 늘고 있다. 유튜브 확산 시기와 일치한다. 우연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해 보니 흡연으로 인해 추가 발생한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6년 한 해에만 2조2484억 원에 달했다. 이 돈을 차곡차곡 아끼면 2026년으로 예정된 건보 재정 고갈을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유튜버가 ‘연방’으로 벌어들인 돈을 한 푼도 빠짐없이 환수해 건보 재정에 보태면 어떨까.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여성은 이혼에 대해 남성보다 더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20∼44세 미혼 남성 1140명과 미혼 여성 1324명을 조사한 결과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낫다”는 견해에 대해 남성은 64.5%가 찬성한 반면 여성은 80.9%가 찬성했다고 21일 밝혔다. 2015년 조사 때보다 남녀 각각 4.1%포인트, 6.6%포인트 높아진 결과다. 15∼49세 기혼 여성 1만1207명 중에선 72.2%가 ‘갈등으로 인한 이혼’에 찬성했다.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한 찬성률도 미혼 남성(58.2%)보단 미혼 여성(77.4%)과 기혼 여성(67.1%)이 더 높았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지난해 월급이 오른 회사원 876만 명은 이달 건강보험료를 평균 14만8000원씩 더 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직장가입자의 월급과 성과급 등 보수 변동분을 반영해 총 2조1178억 원의 건보료를 추가로 걷는다고 18일 밝혔다. 회사원의 건보료는 전년 보수를 기준으로 부과한 뒤 이듬해 4월 보수 변동을 확정해 최종 정산한다. 성과급 등이 연말 전에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어 이듬해에 정산하는 것이다. 결국 직장가입자들은 지난해 건강보험료를 2017년 보수를 기준으로 낸 다음 지난해 보수가 올랐다면 건보료를 덜 낸 만큼 이달 25일 추가로 보험료를 내고, 만약 보수가 줄었다면 건보료를 더 낸 만큼 돌려받는 식이다. 예컨대 연봉이 450만 원 올랐다면 여기에 지난해 건보료율(6.24%)을 곱해 총 28만800원의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이 중 절반은 가입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사업장이 낸다. 반대로 연봉이 450만 원 줄었다면 회사원과 사업장이 각각 14만400원씩 돌려받는다. 정산 대상자인 1449만 명 중 보수가 늘어난 876만 명(60.5%)은 가입자와 사업장이 각각 1인당 평균 14만8000원을 더 내야 한다. 반면 보수가 줄어든 297만 명(20.5%)은 가입자와 사업장이 각각 1인당 평균 8만 원을 돌려받는다. 추가 납부하는 건보료는 이달 25일 고지돼 다음 달 10일까지 내야 한다. 여러 차례 나눠 내려면 다음 달 10일까지 관할 건보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추가로 낼 건보료가 이달 치보다 많으면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5차례에 걸쳐 나눠 내게 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회사원 강모 씨(32·여)는 최근 한국이 앞으로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인근 해역의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결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장을 볼 때마다 가급적 일본산 수산물을 멀리했지만 음식점에선 자기도 모르게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먹게 되지 않을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WTO 판결을 계기로 이미 국내에 들어온 일본산 수산물은 어떻게 방사능 오염 여부를 검사했는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와 거리가 있는 해역에서 잡힌 일본 수산물은 연간 2만 t가량 수입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산 감천항을 통해 일본에서 들여온 수산물을 검사하는 과정을 참관했다. 동행한 소비자단체 회원과 대학생 20여 명도 ‘매의 눈’으로 검사 과정을 지켜봤다. 식약처는 일본산을 포함한 모든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기준치(kg당 100베크렐·Bq)를 초과하면 반송 조치를 한다. 일본산의 경우엔 1Bq이라도 검출되면 허용치 이내여도 수입업체에 스트론튬 등 추가 핵종(核種) 검사 자료를 요구한다. 이날 감천항 수산물시장 1층 통관 구역인 검사소에선 홋카이도(北海道)산 명태가 냉장 상태로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관들은 무작위로 고른 박스에서 명태 대여섯 마리를 꺼내 검체 봉투에 넣었다. 바로 옆 13번 수조에선 활(活)가리비 20여 마리를 수거했다. 정확하게 검사하려면 수산물마다 2∼3kg의 검체를 수거해야 한다. 검체 봉투는 ‘바꿔치기’를 막기 위해 케이블타이와 스티커로 봉인했다. 이 구역에선 폐쇄회로(CC)TV가 24시간 가동된다. 수거한 검체는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시험분석센터로 옮겨졌다. 검사실에선 비린내가 진동했다. 연구관들이 수거한 수입 부세(민어과 물고기)를 잘게 분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쇄한 검체를 곧장 고순도 게르마늄 검출기에 넣었다. 모니터의 그래프가 잠잠했다. 세슘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날 수거한 검체는 모두 세슘으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런 검사 작업은 한밤에도 계속된다. 검사를 신속히 마쳐야 통관구역에 있는 수입 수산물들을 도매시장에 넘길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1년 3월 14일부터 이달 4일까지 수입된 일본산 수산물은 총 4만8694건(17만9145t)이다. 이 가운데 세슘이 허용치를 초과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허용치 이내 미량 검출은 136건(0.3%)이 있었다. 다만 2015년 이후엔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된 적이 없다. 검사 과정을 지켜본 소비자단체 회원들은 대체로 “철저히 검사하는 것 같아 안심”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불안을 거두지 않았다. 부산녹색소비자연대 이자영 사무처장은 “표본 검사인 만큼 아무리 철저히 해도 허점이 있을 수 있다”며 “원산지 표기를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부산=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