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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센터’ 강다니엘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강다니엘은 보국전자 ‘보국 에어젯 서큘레이터’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보국전자 측은 27일 강다니엘의 광고촬영 스틸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사진 속 강다니엘은 우윳빛 피부에 달콤한 눈빛, 눈웃음을 선보이며 다정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보국전자 광고마케팅 담당자는 “대한민국의 대세 스타 강다니엘이 ‘보국 에어젯 서큘레이터’의 강력하고 신선한 바람을 표현하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모델로 기용했다”며 “앞으로도 강다니엘의 다채로운 매력 포인트들이 담긴 다양한 보너스 클립들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다니엘이 모델로 나선 광고는 오는 5월 1일부터 온에어 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신라 유적지인 경주 월성(月城·사적 제16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술품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달 12일부터 4월 8일까지 이상윤 배재대 교수, 양현모 사진작가, 이인희 경일대 교수가 월성 발굴 현장을 주제로 만든 ‘프로젝트전 월月:성城’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상윤 교수는 1부 ‘문라이트 오브 팰리스 앤드 미스터리’를 담당했다. 그의 작품은 월성에서 나온 토기를 촬영한 사진과 동물 뼈를 찍은 뒤 틀을 만들고 플라스틱 일종인 에폭시를 부은 설치 예술품이다. 양현모 사진작가는 2부 ‘토우, 레고와 함께 놀다’에서 흙으로 만든 인물상 ‘토우(土偶)’와 레고를 조합한 작품을 전시한다. 이인희 교수는 3부 ‘AD(기원후) 101로 떠나는 여행’이란 주제로 발굴 현장을 적외선 카메라와 3차원 입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서울대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1987’은 민주화의 기폭제가 된 6월 민주항쟁 과정에 참여한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묘사한 영화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이 많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48)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같은 독특한 장르 영화를 해왔는데, 현대사를 다룬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뭔가 운명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5번째 수정 원고까지 나와 있던 시나리오를 연출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처음엔 고민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분수령이었던 6월항쟁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삶에 대한 본질적, 실존적 고민을 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이슈를 등한시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결혼해서 일곱 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까 하는 부분도 점점 고민이 됐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첫 느낌은…. “굉장히 독특한 구조의 스토리였다. 대공수사처장 박처원이라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적대적 인물)를 하나의 축으로 놓고, 그 대척점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결국 영화를 본 관객에게 당신이 바로 이 시대의 주인공임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상상을 했다. 6월 민주항쟁은 누구 하나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일이 이뤄질 수 없었던 절묘한 사건이었다. 시나리오를 그렇게 억지로 쓰려 해도 어렵다.” “6월 항쟁은 기적 같은 드라마”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은데…. “영화를 만들 때 사실을 위주로,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종철, 이한열 열사가 죽어가고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같이 울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슬픈 대목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가 얼어붙은 강물에 아들의 유골을 뿌리는 장면이다. 소리 내 울지도 못하던 아버지가 ‘잘 가그래이! 철아! 아부지는 아무 할 말이 없대이’라고 통곡하며 던진 미안함과 설움이 담긴 한마디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 장면을 찍을 때 심정은 어땠나. “당시 계절을 재현하기 위해 임진강 얼음이 녹기 전인 2월에 촬영했다. 원래 설정은 유골을 모아서 하늘에 뿌리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려 포기해야 했다. 연출자로서 굉장한 패닉이 왔다. 그 대신 강물에 유골을 넣어서 보내드리는 것으로 설정을 바꿨다. 차가운 얼음물이라 유골이 흐르지 않고 뭉쳐서 떠다녔다.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가 얼음물 속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정신없이 찍었다. 나중에 촬영 화면을 본 컴퓨터그래픽(CG) 담당 스태프가 ‘와, 이거는 진짜 몇억 원짜리 미술인지 모르겠다. 너무나 슬프고 가슴 아픈 정서가 담겼다’고 말해줬다.” 장 감독은 당시 동아일보 사회면 현장칼럼 ‘창(窓)’에 실린 ‘철아, 잘 가그래이’(1987년 1월 17일자) 기사를 여러 번 읽고 이 장면을 구상했다고 한다. “사건기자가 쓴 ‘창’은 기사만 읽어도 눈물이 나왔다. 현장을 굉장히 객관적으로 스케치만 했는데도 너무나 감성적이고 글도 굉장히 좋았다. 기사 제목으로 뽑힌 ‘철아, 잘 가그래이’는 6월 민주항쟁 당시 플래카드로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인 반향이 컸다. 현장을 지키는 기자 정신이 사회를 얼마나 크게 변화시켰는지 우리 국민들에게 새삼 깨닫게 해주는 기회였다.”“보도지침 맞선 동아 기자들의 쾌거” ―영화 속에는 정부의 보도 통제에 맞서 고문의 진상을 밝히는 기자들이 나온다. 윤 기자(이희준)는 어떤 캐릭터인가. “동아일보 윤 기자는 경찰이 단순 쇼크사로 발표했을 때 치열하게 계속 끝까지 취재해 물고문 사망에 관한 진실을 밝혀낸 시대의 기자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조작 사건을 밝힌 특종은 고(故) 윤상삼 기자뿐 아니라 동아일보 사회부의 수많은 기자의 치열한 노력이 이뤄낸 쾌거였다. ‘1987’에는 검사, 교도관, 의사 등 워낙 많은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윤 기자’를 대표 캐릭터로 만들었다.” ―영화에 보면 사회부장(고창석)이 보도지침이 적혀 있는 칠판을 지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의 하나다. 이제까지 답답하게 옥죄고 있었던 정권의 언론탄압(보도지침)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순간이다. 영화 속 대사처럼 실제 동아일보는 부장의 지시로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고문 추방 캠페인 기사를 썼다.” ―당시 언론 상황은 어떻게 재현했나. “동아일보사 자료실에서 당시 수많은 지면과 사진을 통해 고증했다. 그중에는 윤상삼 기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취재했는지 집에 못 들어가 옥상에서 면도를 하거나, 반팔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 윤 기자가 면도하다가 와서 취재하는 장면도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다. 예산상의 한계 때문에 동아일보 편집국을 재현한 세트에서 미술 세팅을 바꿔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서 중앙일보 편집국 장면도 찍었다.” ―30년 전의 이야기라 직접 체험하거나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당시를 재현하는 영화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고전 사극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 영화는 팩트와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저거 가짜야’라고 보기 시작하면 드라마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시대의 분위기와 공기까지 그대로 담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장소 헌팅을 다녀보면 3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은 거의 없었다. 명동거리나 연세대 앞 같은 곳은 거대한 오픈세트를 지어서 촬영했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받았던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도 실제 가보니 너무 좁아서 촬영이 불가능해 세트를 제작했다.” ―박 처장은 중심축을 이루는 악역이지만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박 처장은 반공이라는 확고한 자기 신념이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는 히스토리가 있고, 바닥이 단단한 악인 캐릭터가 더 무섭다. 그가 북한에서 지주 집안 출신이었고, 혈혈단신 월남했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전쟁과 이념의 갈등 속에서 커다란 공포들을 체험해 왔다. 그것이 왜곡되고 변형돼 나타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1987은 우리의 오늘 비추는 거울” ―영화 속에서 이한열 열사(강동원)와 87학번 여대생 연희(김태리)가 연인으로 나오는데…. “이한열 열사의 이야기는 실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조금만 참고 기다려 주시면 6월항쟁이라는 큰 카타르시스를 만나게 되는 선물 같은 마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연희가 필요했다. 연희는 이 열사가 ‘나도 가족을 생각하면 그러고 싶지 않지만 마음이 아파서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두 사람 사이의 로맨스보다는 이런 얘기가 사실은 핵심이다.” 장 감독은 “처음에는 이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적처럼 영화가 만들어졌다”며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이렇게 작게 쓰면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내인 배우 문소리 씨도 영화에 도움을 주었나. “아내는 지난해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장편영화로 감독 데뷔한 바 있다. 군중 장면에서 연출에 많은 도움을 줬다. 스크럼을 짜고 구호를 외치고 하는 장면에서 본인의 경험을 살려 잘 디렉팅해 주었다. 마지막에 시청 앞 광장에서 연희가 버스 위에 올라가 군중을 볼 때 누군가 ‘호헌철폐’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선창하는데, 그게 아내의 목소리였다.” ―영화에 보면 유독 거울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 거울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영화가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거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1987년을 잘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순수하고 치열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용기를 보면서 2018년 우리의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6월의 광장에서 외쳤던 구호와 함성, 열사의 뜻을 우리가 과연 이루어냈는지. 30년 전에 비해 물질적으로는 부유해졌지만 마음도 그만큼 풍요로운지. 왜 이렇게 우리 삶이 팍팍하고, 쓸쓸하고, 외로운지. 왜 이렇게 서로 분열돼 날을 세우고 부딪치는지. 우리는 현재 어디에 서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이 영화를 통해 되돌아봤으면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1938년 10월 28일 바르셀로나. 누더기 제복을 입고 짝짝이 신발을 신은 병사들을 향해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이날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서 스페인 내전(1936∼1939)에 참전하기 위해 모인 국제여단의 고별 열병식이 열리던 날이었다. 이 책은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여한 세계 각국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페인 내전을 들여다본 책이다. 조지 오웰은 공화파의 편에서 무정부주의 조직의 민병대 소속으로 참전했고 귀국 후 그 경험을 ‘카탈루냐 찬가’에 남겼다. 생텍쥐페리는 파리의 일간지 특파원으로 내전을 취재했다. 헤밍웨이는 종군기자 자격으로 스페인 내전을 취재하면서 파시스트에 반대해 게릴라로도 활동했다. 뉴욕타임스의 두 특파원이었던 하버드 매슈스와 일리엄 카니는 각각 공화파와 프랑코 지지자로서 불꽃 튀는 취재경쟁을 벌였다. 저자는 유명인뿐 아니라 학생, 의사, 간호사, 일반인 등 다양한 의용병이 남긴 기록물을 통해 잊혀진 스페인 내전의 모습을 재구성했다. 스페인 내전은 공화파 인민정부에 맞서 쿠데타를 일으킨 프랑코 군대 간 전쟁이었다. 파시즘 성향의 프랑코는 히틀러와 무솔리니로부터 병력, 무기를 지원받았지만 공화파는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지원받은 것 외에는 다른 나라의 병력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전 세계 53개국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지식인 3만5000여 명이 일제 의용군 조직인 국제여단을 구성해 공화파를 위해 싸웠다. 스페인 내전에서 결국 공화파는 참혹하게 패하고 말았다. 그들에겐 제대로 훈련된 군대도, 무기도 없었다. 회고록을 쓴 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이 전쟁에 관해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음을 인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추구했던 이상은 거대했다. 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던 스페인 내전은 민주주의, 공산주의, 스탈린주의, 무정부주의 등 온갖 이념이 각축전을 벌인 20세기 최고의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을 안으로 삭여낸 애원성(哀怨聲)과 고고함이 깃들어 있는 청아한 목소리. 1세기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절창(絶唱).’ 1995년 타계한 만정(晩汀) 김소희 명창(1917∼1995)의 부음을 알린 동아일보 기사다. 예술에서나 일상에서 단아한 모습으로 국창(國唱)으로 추앙받던 만정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열린다. ‘만정김소희판소리선양회’(이사장 신영희)가 27, 2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주최하는 ‘김소희 선생을 기리는 국악인의 밤’ 무대다. 이날 무대에는 고인의 가르침을 받았던 신영희 명창(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를 비롯해 박계향 박윤초 안숙선 김일구 김영자 김수연 명창 등 만정의 제자들이 총출동한다. 또한 기악 명인인 김무길(거문고) 정화영(장단) 김청만(고법) 원장현(대금) 강정숙(가야금병창), 민요의 김혜란 이호연, 무용의 양길순 진유림 채향순 등 당대를 이끌어 가는 명인, 명창, 명무 등이 총망라된 공연이 펼쳐진다. 이 밖에 비나리 명인인 ‘이광수 민족음악원’이 동참하여 고인을 기리는 비나리를 선보인다. 이날 공연의 사회는 고인의 막내 제자였던 소리꾼 오정해가 맡는다. 만정은 1917년 전북 고창 출신으로 13세의 어린 나이로 당시 판소리 창시자 격인 송만갑 선생 문하에서 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65년 동안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워 국창으로 불렸다. 38세에 가산을 팔아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설립을 주도하는 등 한국 최초로 국악 교육을 제도권 공교육으로 전환시킨 국악 교육자이며, 판소리 사설(한문)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우전 신호열 선생께 한학과 서예를 사사해 국전 서예부문에 3회 입선한 서예가이기도 하다. 만정은 판소리 춘향가 ‘김소희제’를 창제하고, 인간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가 됐으며, 세계 순회공연을 통하여 한국의 역사 문화 예술을 널리 알렸다. 전통음악계에 큰 발전을 이룬 공로로 1962년 세계방송대상, 1973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4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등을 받았으며 1995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전석 초대. 관람 신청 02-424-4999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신문이 열 냥이면 만평은 아홉 냥이란 말이 있다. 암울하고 억눌렸던 시절, 동아일보 만화는 아홉 냥짜리 값을 해냈다.”(손상익 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 지령 3만 호를 맞은 동아일보의 역사는 한국 시사만화의 본류를 열었다. 촌철살인의 풍자는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던 독자들에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동아 만화의 막힘없는 붓끝은 1920년 4월 1일자 김동성 기자가 그린 창간호 만평에서부터 예견됐다. 동아일보를 상징하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가 손을 위로 뻗어 ‘단군의 건국이념’ 휘호가 쓰인 액자를 잡으려 하는 모습이다. 동아일보가 조선의 독립을 이루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담긴 만평이었다. 만화는 총독부의 악랄한 한민족 언로 말살에 맞서 누르면 누를수록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일본군으로 넘치는 한반도, 악마에게 물어뜯기는 조선 청년을 그린 만평이 총독부의 검열에 걸려 게재 금지 처분을 당했다. 삽화가 청전 이상범 화백은 1936년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의 주역이기도 했다. 광복 이후에도 날카로운 풍자만화는 계속됐다. 1955∼1980년 연재된 4컷 만화 ‘고바우영감’은 신문 시사만화의 전형이 됐다. 뭉툭한 코, 납작 머리에 머리카락 한 올의 ‘고바우영감’은 외모와는 달리 부당한 권력엔 깐깐하고 날카로웠다. 1958년 1월 23일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는 변소의 똥 푸는 사람마저 귀하신 어른 대접 받는다’며 자유당의 부정부패를 풍자해 김성환 화백은 시사만화가로는 처음으로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이후 ‘동아희평’(백인수) ‘나대로 선생’(이홍우) 같은 정치 시사만화뿐만 아니라 어린이 학습만화부터 성인용 연재물까지 다양한 만화가 등장했다. 2002년부터 연재된 허영만의 ‘식객(食客)’은 정치풍자 위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중적 장르 시도로 종합일간지 신문만화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바야흐로 송년회의 계절이다. 지난주 고교 총동문회 송년회에 갔다가 선배 가수의 라이브 공연을 보게 됐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었다. 1970년대 기발함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전설적 밴드인 산울림은 늘 생각해 볼 만한 가사와 편안한 멜로디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60대의 나이에도 그는 어쩌면 눈빛이 그렇게 맑고, 목소리는 여전히 개구쟁이 같은지…. “언젠간 가겠지∼” 하는 ‘청춘’을 함께 부를 때는 왠지 모를 애잔한 마음이 들다가도, ‘아니 벌써! 해가 솟았나’를 부를 때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헤드뱅잉을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모임이 끝나고도 계속 흥얼거리도록 맘속에 남았던 곡은 ‘어머니와 고등어’였다. 어머니가 냉장고 안에 준비해주신 소금에 절인 고등어,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겠네∼ 하는 행복감. 어린 시절 어머니는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갈치조림을 잘 해주셨는데…. 추운 겨울,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자글자글 끓어가던 어머니의 갈치조림 만드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1946년 정선공연에 김옥심 대신 한정자가 갔더라면? 명곡 정선아리랑은 태어나지 않았다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탄압받던 아리랑이 왜 일본에서는 유행했을까?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129호 아리랑에 숨겨진 이야기를 고음반과 재현으로 감상하며, 토크와 강연으로 풀어내는 인문학 콘서트가 열린다. 12월 1일 금요일 19시 서초동 정효아트홀과 12월 17일 일요일 1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각각 열리는 아리랑과 인문학의 만남(진행 김문성)은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아리랑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를 강연과 토크, 고음반 감상과 명창들의 재현으로 꾸민 무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후원하고 경서도소리포럼(대표 한윤정)이 주최하는 아리랑콘서트는 음악중심의 이전 아리랑 공연들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영역까지 범위를 확대해 아리랑을 살펴보며, 법조인과 언론인이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풀어내게 된다. 이날 공연은 크게 4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1세션 고음반, 아리랑을 품다에서는 유성기 음반에 녹음된 최초의 아리랑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당시 아리랑의 명칭이 ‘알영설’을 중심으로 ‘卵卵타령’ 혹은 ‘알알타령’으로 표기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리랑을 난생계통에 묶어두려는 식민사관이 갑자기 생겨난 이유를 고음반 감상과 함께 소개하게 된다. 이승은, 유근순, 홍순옥, 이춘자 명창이 옛 아리랑타령을 재현해 선보인다. 2세션 새옷입은 아리랑, 사라져간 아리랑에서는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로 소개된 신아리랑이 유행하면서 광풍처럼 번져나간 아리랑 창작의 모습을 살펴보게 된다. 진도아리랑, 대구아리랑 등 지역명이 붙은 아리랑이 생겨나고, 아리랑우지마라, 그리운아리랑, 마지막아리랑 등 창작 아리랑이 유행하던 시대의 명암을 소개하며, 차수연, 한대식 등 중견 명창이 창작 아리랑을 재현하고, 정남훈, 김혜영명창이 만담형태로, 천재 판소리 남매인 최재명, 최보길 학생이 창극 형태로 아리랑 무대를 빛낸다. 3세션 해외로 간 아리랑은 일본과 미국에서 대유행하며 다양한 형태의 음악으로 정착하는 아리랑의 모습을 음반 감상과 토크로 소개하는 코너이다. 특히 많은 해외 공연활동을 하며 아리랑 보급에 힘써온 최영숙, 이선영 등 아리랑 명창이 출연해 직접 정선아리랑 등을 불러준다. 4세션 시민속으로 간 아리랑은 아리랑이 단순히 음악적으로 기능하는데 머물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토크를 통해 확인하는 코너이다. 이날 토크에는 법조인과 언론인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12월 1일에는 법무법인 정성 대표 변호사이자 직장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문화이야기 대표인 양종윤 변호사가 토크에 참여해 아리랑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다. 특히 7,80년대 노동현장, 대학가에서 아리랑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연을 진행하는 국악평론가 김문성씨는 고음반을 주제로 활발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으며, 특히 고음반과 기생을 주제로 한 ‘반세기’ 공연은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문성씨는 ‘아리랑을 음악적으로 한정해 이해하거나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은 더 이상 대중과 소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공연을 기획해, 하나의 콘텐츠로 구축하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재현무대를 꾸밀 소리꾼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지난 11월 16일 재담소리 인간문화재가 된 최영숙 명창과 경서도소리를 가장 완벽하게 부른다고 평가받는 이선영 명창이 무대에 오른다. 가야금병창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차수연명창이 제주아리시리를 불러주며,정가분야에서 독보적인 소리로 인기많은 한대식명인이 일제강점기 명기 장일타홍의 아리랑우지마라와 선우일선의 꽃을잡고를 부른다. 재담소리의 두 젊은 주자 정남훈과 김혜영 명창은 만담 아리랑 레뷰를 재현한다. 일찌감치 국악신동으로 알려진 최보길(국악중)은 남자 송소희로 불리는 오빠 최재명(남원국악고)와 함께 사랑가와 진도아리랑 공연을 펼친다. 경서도소리포럼 한윤정 회장은 ‘지금은 사장된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많은 아리랑들의 가치가 저평가 되어 있는데, 이러한 토크쇼를 통해서 재현함으로서 아리랑 콘텐츠가 풍성해지며, 그것이 인문학 강의의 밑거름으로 역할하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더 많은 강의형 콘텐츠를 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연장을 방문한 관객에게는 진행자가 특별히 엄선한 아리랑들을 수록한 ‘김문성의 아리랑’ 음반을 무료로 나눠준다. 이 음반에는 전설적인 기생 출신 가수 왕수복의 명곡 ‘마지막 아리랑’, 일본의 명가수 고바야시 치요코의 ‘달아리랑’을 비롯해 가수 김정구의 친형이자 유명한 음악가인 김용환의 일본어 버전 ‘신아리랑’, 가수 이난영이 일본에서 오까랑꼬라는 이름으로 일본어로 부른 ‘아리랑’, 1930년대 말 일본 음악 교과서에 실린 이옥화의 ‘강원도아리랑’,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성악가로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박경희의 ‘아리랑’, 선우일선의 ‘긴아리랑’ 등 18곡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한국전쟁 참전으로 애인과 이별을 앞둔 미군의 심정을 노래한 1954년 발매된 잭플리스의 아리랑도 실려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탑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양현모 씨(54)가 이달 30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 달간 미국 뉴욕 맨해튼 소호의 ‘월터 위키저 갤러리’에서 ‘한국의 탑’ 사진전을 개최한다. 양 작가는 중앙대에서 사진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 대표 사진가인 구본창 작가(64) 조수로 활동했다. 이후 이탈리아 사진학교 ‘인스티튜토 이탈리아노 디 포토그라피아(Instituto Italiano di Fotograpia)’를 수석 졸업했다. 특히 그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동아일보에 본인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찍은 탑 사진들을 ‘한국의 석탑’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해 이름을 알렸다. 이번 뉴욕 전시 또한 이 때 연재한 사진 위주로 이뤄진다. 양 작가는 석탑 뒤에 검은 장막을 내려 탑이라는 피사체만 조명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한국 석탑의 단아함, 깨끗한 아름다움, 완벽한 비례미 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오롯이 나를 향해 빛나는 탑의 자태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며 “미국 관객에게도 한국 탑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월터 위키저 갤러리 주소는 210 Eleventh Ave. Suite 303, NY NY 10001이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1995년 1월 17일 발생한 일본의 고베 대지진은 도시 직하형 지진이라 피해가 컸다. 도시에서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도 고베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안전포럼’에 참가한 일본 지진 전문가 오키무라 다카시 고베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74)를 만났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고베시에서 ‘지진 시의 사면 불안정화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고베 대지진의 복구작업과 피해방지 연구를 진두지휘했다. 》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일본 간사이 지방 효고현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서는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다. 도시 밑바닥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도시직하형 지진이라 인구 집중지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총 6435명이 목숨을 잃었고 효고현 총생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10조 엔(약 11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당시 직접 지진을 겪었던 경험은…. “새벽에 잠을 자다가 큰 충격을 느꼈다. 집 전체가 크게 흔들린 뒤 거실로 나와 보니 냉장고가 넘어져 있었고, 피아노가 50cm 정도 움직여 있었다. 찬장이 쏟아져 그 안에 있던 커피잔과 접시가 다 깨졌다. 집안의 보물처럼 아끼던 값비싼 도자기도 깨졌다. 고베 지진 이후로 일본 가정집에서는 앞뒤로 열리는 ‘여닫이문’을 없애고 대부분 옆으로 여는 ‘미닫이 문’으로 바꿨다. 여닫이문은 지진으로 흔들리면 안에 있던 물건들이 문을 밀게 되니까 다 쏟아져버리기 때문이다.” “고베시 지하에 저류조 200개” ―당시에 정부의 지진대응은 어땠나. “고베 대지진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진 곳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고베 사람 중에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풍수해나 태풍에는 대비책이 갖춰져 있었지만, 지진에는 전혀 준비가 안 됐던 것이다. 10만여 채의 주택이 전파됐고, 사흘간의 화재로 약 7000동의 건물이 전소됐다. 그런데 소방수가 불을 꺼야 하는 데 물이 없었다. 소화용수를 공급하는 상수도관이 깨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소방헬기 창고가 무너져 헬기도 출동하지 못했다. 사망자 중에서는 즉사한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구호가 늦어서 유명을 달리했다. 구조대와 의사가 빨리 접근할 수 있었으면 많은 사람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고베 대지진 피해조사팀을 이끌었던 오키무라 교수는 “고베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도로와 철도, 항만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시설 복구에만 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고베시는 10년 동안 6개 분야 54개 테마로 나눠 고베 대지진 검증작업을 하고, 이를 토대로 459개 항목으로 대응방법을 정리했다고 한다. ―고베 대지진을 겪은 후 지진대비책은 어떻게 변했나. “‘레벨1’은 30년에 한 번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진 대비책이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지진이다. ‘레벨 2’는 수천 년에 한 번 일어날까 한 강도의 지진에 대비하는 시스템이다. 대지진 이후 도로, 철도, 항만 등 주요 인프라와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는 레벨2의 지진에도 견디도록 건물 구조를 강화시켰다.” ―지진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전에는 지진 재해를 막는 ‘방재(防災)’에 초점을 맞췄다면, 대지진 이후에는 ‘감재(減災)’가 목표가 됐다.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그 대신 우리가 할 일은 피해를 감소시키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장 큰 변혁이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베시는 지진 당시 무너져 내렸던 한신고속도로(오사카∼고베)의 철근 강도를 3배로 높이고 교각의 기둥도 폭을 2배로 키웠다. 건물 90%가 파괴되거나 불타버린 고베시 나가타(長田)구의 목조건물 밀집촌은 단단한 최신식 주택으로 바뀌었다. 효고현이 독자 개발한 ‘피닉스 방재시스템’에 따라 지진피해 규모 파악과 구조대 투입, 주민 대피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체계도 구축했다. 오키무라 교수는 “고베의 경험은 일본 전역의 도시 지진 재해구호 시스템 개선에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고베 지진 당시 무용지물이었던 소방시스템은 어떻게 고쳤나. “화재 진압용 소방용수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대용량 송수관을 두 줄기로 만들었다. 한 줄이 깨지더라도 나머지 다른 라인이 기능할 수 있게 했다. 만약 두 줄이 모두 깨지더라도 소방수를 긴급하게 끌어다 쓸 수 있는 지하저류조도 만들었다. 고베 시내 곳곳의 지하에 개당 100t짜리 방화 수조 200개가 설치됐다.”“학교, 최고의 내진설계해야” ―우리나라에서는 포항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학교 건물이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일본에선 학교가 가장 튼튼한 건물이다. 고베 지진 이후 학교 건물이 최고의 내진설계를 갖추도록 방침을 정했다. 왜냐하면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지진 발생 시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대피소로 쓰이기 때문이다.” ―한국 대도시엔 고층빌딩이 밀집돼 있는데 지진 대비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에 와보니 통유리로 장식된 멋진 초현대식 건물이 인상적이다. 건물의 뼈대나 벽체 구조는 튼튼해 보이는데 지진으로 흔들리면 유리창이 먼저 깨질 위험성이 크다. 만약에 그 길을 통과하는 시민이 지진을 만나게 되면 ‘글라스 샤워’(유리파편이 쏟아져 내리는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나면 전부 다 빌딩이 넘어가서 피해를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외벽이나 인테리어, 천장, 유리창 같은 비(非)구조물이 떨어져 발생하는 2차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 오키무라 교수는 “고베 지진 당시에도 고층 건물이 진짜로 넘어간 것은 한 동밖에 없었다”며 “그것도 지진이 온 후 이틀 뒤에 넘어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베에서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돼 죽은 사람은 17%에 불과하며, 70% 이상은 건물의 마감재가 떨어지는 바람에 사망했다는 조사도 있다. ―포항 지진에서 ‘필로티 건물’이 지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본에서도 지진 이후 1층에 기둥만으로 주차장을 만든 필로티 건물에 대한 지속적인 보강책을 마련해왔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경사재를 넣어 ‘X밴드’로 묶어두거나, 그 벽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필로티 건물 주차장에는 적어도 한 면에는 벽을 만들어주는 게 좋다. 내진 진단을 통해서 지진이 올 때 가장 힘을 받았던 아픈 곳을 찾아서 벽을 만들면 된다.” ―일본에서는 민간 건축물 내진설계 보강은 어떻게 진행하나. “지진이 발생하면 1주일 이내에 전문가가 응급 위험도 판정을 내린다. 이후 건물에 붉은색은 출입금지, 노란색은 경고, 녹색은 안전하다는 표시를 붙인다. 민간주택의 내진 진단 및 보강을 할 때는 주민이 약 30%를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공적보조금이 부담해줬다. 다만 집안의 가구 전도 방지대책은 주민 스스로가 100% 책임져야 할 일이다.” “지속적인 대피훈련 절실” ―포항에서는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었는데 왜 이렇게 피해가 컸을까. “지진의 규모는 발생하는 지점의 에너지이다. 같은 규모라고 해도 진원까지의 거리, 지반의 딱딱한 정도에 따라 다르다. 특히 지진파는 연약 지반을 만나면 증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규모가 똑같아도 연약한 지반에서는 피해가 큰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지진의 ‘규모’보다는 지표면에서 흔들리는 정도를 표시하는 ‘진도’를 더욱 중요시한다.” ―포항 지진 후 액상화 현상(지반이 반죽처럼 물러지는 현상)이 의심되는 곳이 나타났는데…. “고베 대지진 때도 액상화 현상이 심했다. 액상화는 지반이 연약한 매립지이거나 지하수 수위가 높은 곳에서 잘 발생한다. 연약 지반인 고베는 액상화로 암벽이 앞으로 이동하면서 항구시설이 바다 쪽으로 기울어 배들이 접안을 하지 못했다. 반면 고베 앞바다의 인공섬 두 군데는 액상화를 고려한 설계로 피해를 면했다.” ―부산에는 해변에 고층빌딩이 밀집돼 있는데…. “지반이 연약한 곳에 고층빌딩을 지을 때는 기초 말뚝을 아주 딱딱한 지반까지 완전히 내려서 지지를 해야 한다. 또한 지진 시 기초 기둥이 부러지지 않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1964년도 니가타 지진 당시에 지반 속에 세운 기둥이 부러져 아파트가 넘어간 적이 있다. 이 지진 이후 설계부터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다. 해안가 고층빌딩이라고 해도 기초를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본에서 지진으로 원전이 영향을 받는 적이 있는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에 의해서 원자로가 깨지거나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쓰나미로 인해 수해를 입어 원자로가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지진의 흔들림에 의한 시설물의 피해는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고베처럼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지진이라는 것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기록이 돼 온 것이다. 과거의 역사적 기록을 넘어서는 지진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강진이 많았던 일본에서는 어디서든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키무라 교수는 “방재의 최종적인 목표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재해로부터 생명을 살리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구조물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하드웨어다. 두 번째는 경계경보, 대피 시스템과 같은 소프트웨어다. 두 가지 모두 행정기관이 앞장서야 할 대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휴먼웨어’라고 설명했다. “모든 건물을 완벽히 내진설계를 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또한 지진 정보나 경보를 내려줘도 주민이 대피행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 일본의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10년 전에도 지진 겪어봤는데, 괜찮겠지’ 하면서 피난을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휴먼웨어’는 주민들이 함께 긴급 대피를 하는 힘으로 ‘지역력’ 또는 ‘주민 방재력’으로 부르기도 한다.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당국과 주민 간의 지속적인 대피훈련이 필요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국ABC협회(회장 이성준)가 올해 일간신문 163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 결과 동아일보가 국내 일간지 중 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BC협회는 22일 인증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2017년(2016년 발행부수 및 유가부수 기준) 일간신문 163개사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인증 결과를 발표했다. ABC협회 조사 결과 동아일보의 유료부수는 72만9414부로 집계됐다. 이날 공개된 유료부수 현황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전체 언론사 중 2위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3만383부(4.04%)가 줄어들어 3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73만1788부에서 2374부(0.32%)만 줄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보다 유료부수가 1만2466부(0.98%) 줄어들었다. ABC협회 관계자는 “유료부수는 전체 발행한 부수 중 정기구독자, 가판 등에서 실제 판매된 부수를 집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163개 매체 유료부수 순위에서는 동아일보 자매지인 스포츠동아가 13위(12만2464부), 어린이동아가 19위(7만7801부)에 올랐다. 어린이동아는 어린이 대상 신문 중에서 발행부수 및 유료부수 1위, 스포츠동아는 스포츠신문 중에서 유료부수 2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ABC협회가 6월 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2017년 종합편성채널케이블TV 겸영 일간신문 23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심사’에서도 전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최근 ‘2016년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에서 신방 겸영 언론사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계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종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체 뉴스 매체를 합산한 ‘2016년 뉴스이용창구 기준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 결과 동아미디어그룹은 여론영향력 점유율이 7.1%로 포털 사이트(네이버, 다음)를 제외하면 KBS에 이어 전체 2위로 나타났다. 한편 ABC협회 조사 결과 전국 일간지 총발행부수와 유료부수는 각각 967만3885부, 713만5778부로 나타났다. 조성겸 ABC협회 인증위원(전 한국언론학회장)은 “세계적으로 종이신문의 유가 및 발행부수는 하락해 왔는데 한국의 경우는 유가부수가 소폭 감소세를 보여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하락세가 진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주꾸미 낚싯배 출항지로 유명한 충남 보령의 오천항 인근 한적한 바닷가에는 갈매못 성지가 있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프랑스 선교사인 다블뤼 주교, 오메트로 신부, 위앵 신부 등 5명의 천주교도인이 순교한 곳이다. 당시 대원군은 고종이 국혼을 앞두고 있어 한양에서 250리 떨어진 바닷가에서 처형하라는 명을 내렸다고 한다. 지난 주말 갈매못 순교 기념성당에 들렀다가 스테인드글라스(사진)에 비친 햇빛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붉은 핏방울이 방울져 내리는 모양의 유리 조각이 반짝이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핏방울 하면 슬프거나 끔찍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정반대였다. 최근 서울 돈화문 음악당에서 관람했던 음악극 ‘적로(赤露)’를 보고 난 느낌도 비슷했다. 이 작품의 실제 모델이었던 대금산조의 명인 박종기는 말년에 폐병을 앓았다고 한다. 어느 날 연주 도중 그의 대금에서는 붉은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고 한다. 그가 토해낸 핏방울이었다. 연주를 마친 후 그는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핏방울은 늘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때로는 영원한 예술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KBS 문제는 이제 KBS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습니다.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이 직접 나설 때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인호 KBS 이사장(사진)이 15일 임시이사회에서 자신과 고대영 사장의 퇴진이 방송의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날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 서야 합니다’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KBS가 사원 5000명, 연간 예산 1조5000억 원의 엄청난 인적, 물적 잠재력을 가진 조직임에도 방송인들 스스로가 자부할 만한 수준과 품격의 방송을 창출해 내지 못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 “KBS가 거대한 공룡처럼 스스로 몸도 가누지 못하게 된 지는 오래된 일”이라며 “이는 방송사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아내지 못하고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권력화함으로써 방송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기 시작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포괄적 구호 아래 국가권력을 무소불위로 동원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새노조는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국회가 나서 방송법을 서둘러 개정할 것과 정부가 KBS 사장·이사장·이사들을 범죄인으로 모는 행위를 중단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여야의 나눠 먹기식 이사 추천 방식과 일부 노조의 외부세력과의 연대 때문에 방송이 정치도구화하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다”며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내는 마지막 법적 보루”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용) 내역이 나와 있는 업무추진비를 세밀 감사하겠다며 무려 7인의 감사 요원을 4주간이나 투입하고, 접촉한 인사들의 실명과 상담 내용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권력을 동원한 이런 식의 정신적 압박과 모욕, 감사 대상 액수의 몇 배의 비용이 감사요원의 봉급과 활동비로 지출되는 혈세 낭비야말로 청산돼야 할 적폐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이사장은 끝으로 “양대 공영방송의 사장이 임기 전에 강제로 물러난다는 것은 방송 독립의 종언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인 법치의 무력화, 언론과 양심의 자유의 종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시청자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추천 이사인 권태선 이사는 이 이사장의 입장문에 대해 “겉으로 드러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을 회복하자는 노조의 주장이 어떻게 언론의 자유 침해인가”라고 반박했다. 한편 강규형 이사(명지대 교수)는 이날 “KBS 노조가 매일 이사직 사퇴를 요구하며 학교에서 시위를 벌여 한때 사의를 표명하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부당한 요구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raphy@donga.com·조윤경 기자 ▼ [전문] KBS 파업 관련 이인호 이사장 입장문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 서야 합니다’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며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하는 KBS 이사장으로서 무엇보다도 먼저 시청자-국민 여러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KBS 방송이 여러분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국민들 사이에서 공영방송의 앞날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사퇴하지 않고 대신 온갖 불법적이고 굴욕적인 폭압과 회유 앞에서도 자리를 지켜온 것은 임기 도중 사퇴는 KBS가 직면하고 있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이 나라 대표 공영방송 지킴이로 위임 받은 책임의 방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방송 파행은 KBS 노조가 지난 대선 이후부터 고대영 사장 퇴출과 그를 선임하고 지원한 이사장과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보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KBS가 사원 5,000명, 연간예산 1조 5,000억원의 엄청난 인적 물적 잠재력을 가진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국민이 기대하고 방송인들 스스로가 자부할 만한 수준과 품격의 방송을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방송문화의 견인차였던 KBS가 거대한 공룡처럼 스스로의 몸도 가누기 어렵게 된지는 훨씬 오래된 일입니다. 모두에게 불행한 그러한 사태의 연원에 대한 설명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방송사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아내지 못하고 권력을 견제한다는 명분 아래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권력화 함으로써 방송인들이 방송인으로서의 본문을 망각하기 시작한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KBS와 함께 공영방송의 양대 축이었던 MBC 김장겸 사장이 11월 13일, 임기 2년 반을 앞두고 강제퇴출 당한 것이 가장 비근한 사례입니다. 언론은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3부(입법, 사법, 행정) 밖에서 작동하는 제 4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론, 그 중에서도 특히 방송은 권력의 속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방송의 독립, 곧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은 방송인 누구나가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하는 가치라는 말입니다. 자유언론의 대표적 표상인 방송이 정치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오염되면 인체의 피가 오염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사회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 때문에 현행 방송법도 정당정치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는 방송사의 최고의결 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야 나눠먹기 식의 이사 추천방식과 일부 노조의 민노총 같은 외부세력과의 연대 때문에 방송이 정치도구화 되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서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KBS 사장의 임기 보장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지켜내는 데 필요한 마지막 법적 보루인 것입니다. 모든 권력은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으면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이 인류 사회의 보편적 역사적 체험에서 얻어낸 상식이며 문재인 정부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과거 정권들도 모두 방송장악을 시도했고 사장이나 이사장을 임기 중 퇴출시킨 사례가 많습니다. 그래도 그 때는 방송 노조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맞서는 모양새라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포괄적 구호 아래 옛 공산당의 ‘정적 숙청’을 상기시킬 정도로 국가권력을 무소불위로 동원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도 민노총의 산하기구인 ‘언론노조 KBS 본부’ 일명 새노조는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상황입니다. 언론은 거대 사건뿐 아니라 각종 권력의 뒷모습까지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조명함으로써 국민의 권익과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기간방송이 국가권력과 한편에 선다면 결코 완전무결할 수는 없는 새 정권이 잘못된 길을 갈 때 진실되고 공정하며 신속한 보도와 균형 있는 논평으로 국민을 일깨움으로써 나라를 바로잡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낼 힘이 어디에서 나올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KBS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큰 만큼 KBS 방송인들의 고충도 큽니다. 가속화하는 방송통신 관련 기술변화와 상승하는 제작비용 앞에서 파당정치에 볼모 잡힌 KBS 수신료는 38년째 2,500원에 묶여있고 방송 광고시장 규모는 위축되니 공영방송인 KBS조차도 시청자들의 생각과 취향을 선도하기 보다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해서 시청률을 높여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의 영향으로 2년이 멀다 하고 자주 바뀌는 사장과 집행부가 강력한 노조와 노동법 앞에서 경영합리화를 하는 데는 심한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에 사원들은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새 임원진과 강성 노조의 눈치를 번갈아 가며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능력과 소신껏 방송제작에만 몰두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꿈으로 가득 차고 탁월한 능력을 지닌 젊은 사원들 조차도 점점 더 냉소와 기회주의 풍토에 젖어 들게 되는 것이 KBS의 현실입니다. 현 KBS 사태는 그간 사원들 사이에서 누적되었던 불만과 불안, 의기소침 등이 민노총 산하기구인 새노조 집행부의 정치적 의도와 맞물리면서 고대영 사장 퇴출과 사장 선임과 해임권을 갖고 있는 이사장과 이사진 사퇴요구로 폭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에 대한 사원들의 불신임률이 높다 하더라도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사장과 이사진 퇴출로 해결될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사장이 노조나 정부의 압력으로 임기 전에 밀려나는, 방송의 자율과 독립성에 직접적으로 저해가 되는 나쁜 선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일 것입니다… KBS 문제는 이제 KBS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습니다. 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이 직접 나설 때입니다. 국민을 대표해서 입법권을 갖고 계신 국회의원들께 호소합니다. 방송법 개정을 서둘러 주십시오. 전문가적 능력뿐 아니라 도덕적 품격이나 지도자적 안목에서 사원들뿐 아니라 시청자-국민 전반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이사진과 사장이 정치권의 개입 없이 선출될 수 있게 선거인단 규모를 확대 개편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선출된 사람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호소합니다. KBS 사장과 이사장 그리고 일부 이사들을 강제 퇴진시키기 위해 그들 주변을 괴롭히거나 그들을 범죄자로 엮으려 하는 비열한 행위를 즉각 중단시켜 주십시오. 만약에 그것이 정부가 직접 연루된 일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이사장 포함 8인의 이사들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카드로 집행하여 이미 내역이 나와 있는 업무추진비를 세밀 감사하겠다고 무려 7인의 감사요원을 4주간이나 투입하고 접촉한 인사들의 실명과 상담내용을 밝히라는 부당한 요구까지 하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혀주십시오. 법 집행의 엄격성에도 공익성과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권력을 동원한 이런 식의 정신적 압박과 모욕 그리고 감사대상 액수의 몇 배의 비용이 감사요원의 봉급과 활동비로 지출되는 혈세낭비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적폐가 아닌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사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KBS에 대한 여러분의 충정과 현재의 고충을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빨리 파업을 풀고 일자리로 돌아 오십시오. 국민이 KBS를 보는 눈은 지금 곱지 않습니다. 고액의 연봉에 버금가는 수준의 일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KBS가 없어진다고 걱정할 것이 있느냐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려움 속에서라도 우리 모두가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를 반성해야 합니다. 국가적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며 사려 깊은 보도를 통해 재난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과 치유를 위해 국민을 격려하고 결속시키기 보다는 부정확하고 선정적인 방송으로 오히려 피해를 확산시키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한 면은 없지 않았는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말 지킴이어야 할 공영방송이 우리말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쓰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외래어나 비속어를 유포시킴으로써 “KBS가 우리말 파괴에 앞장서느냐”는 국내외 시청자들의 불평을 샀을 때 그 비판이 근거 없다고 대응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봅시다. 설사 사장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사장퇴출이라는 빈대잡기를 하다가 방송의 독립, 더 나아가서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라는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봅시다. 파업을 계속할 경우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온 국민, 아니 전 세계인들이 입게 될 손해와 봉급삭감으로 여러분들의 가족이 겪을 고충도 생각합시다. 정치권력의 개입을 전면 차단하는 쪽으로 방송법을 개정한 후에 사장을 교체한다고 큰일 날 일은 없습니다. 고대영 사장께 부탁합니다. 노조의 사장퇴진 요구가 아무리 부당하다 하더라도 사원들과 대화와 상호배려의 끈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특히 사원들이 고사장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자기들끼리 서로 반목하게 되는 후유증을 앓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KBS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양대 공영방송의 사장이 임기 전에 강제로 물러난다는 것은 방송 독립의 종언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인 법치의 무력화와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의 종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방송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방송의 주인인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챙기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의 대표방송인 KBS가 머지않아 특정세력의 정치도구로 전락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입니다. KBS가 새롭게 힘을 내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십시오.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바로서야 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KBS 이사장 이인호 2017년 11월 15일}

‘스리, 투, 원!’ 카운트다운과 함께 스키점프대를 출발한 스키어의 불빛이 청계천 폭포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횃불을 들고 성화를 봉송하고, 봅슬레이를 타고, 피겨스케이팅을 한다. 요즘 서울 청계천의 밤은 평창 겨울올림픽 주요 종목을 표현한 예쁜 등불을 사진에 담으려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19일까지 펼쳐지는 ‘2017 서울빛초롱축제’의 박재호 총감독(57)은 “올해 청계천 등축제의 주제는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며 “서울 한복판에서부터 평창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에는 청계천에 전통 한지등과 함께 최첨단 발광다이오드(LED)등불이 등장했다. 수호랑과 반다비가 알파인스키, 프리스타일스키,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스키점프, 휠체어 컬링, 루지, 봅슬레이 등 12개 종목의 경기를 하는 모습을 LED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박 감독은 “철사골조에 휘어지는 LED등을 붙여 무척 밝고 컬러풀한 색상을 자유자재로 표현한 최첨단 등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청계천 빛초롱축제가 끝나면 이 등은 강원 평창, 정선, 강릉 등 올림픽이 치러지는 도시의 경기장 앞으로 옮겨져 전시될 것”이라며 “눈이 많이 올 경우 전통 한지등은 찢어질 위험이 있는데 LED등은 어떤 날씨에도 끄덕없이 밝게 비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올해 9회를 맞은 ‘서울빛초롱축제’ 중 8번을 연출했고, 2016년부터 ‘정조대왕 능행차행렬’을 총감독하는 등 길거리 축제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전문 연출가다. 그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청계천 등축제는 연인원 250만∼300만 명이 관람하는 서울의 대표적 축제”라며 “그중 외국인이 70만 명 넘게 관람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을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예쁜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전 세계에 평창 겨울올림픽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고교 동창회에 몇십 년 만에 가보면 공부 잘했던 친구들은 그저 그렇게 월급쟁이나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말썽쟁이 친구들 중 몇몇은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고 술값을 도맡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은퇴를 하고 나면? 젊은 시절에 수재소리를 들었든 못 들었든, 미인이었든 아니든, 일류 기업에 근무했든 아니든 은퇴 후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끝난 사람’이 되고 나니 다 똑같았다. 일렬횡대다”라고 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형은행에 입사해 한동안 승승장구하다 임원 진급에 실패해 자회사로 좌천된 이후 정년을 맞이한 인물이다. 회사는 젊은 직원을 엘리트라고 한껏 띄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는 냉혹한 곳이다. 그에게 정년퇴직은 ‘생전에 치르는 장례식’과 다름없다. 그는 은퇴 후 모두가 똑같아질 것을 알았다면 자신이 왜 도쿄대 법학부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은행에서 출세하려고 아등바등 몸부림을 쳤던가 후회한다. 어느 선승의 말처럼 “떨어진 벚꽃, 남아 있는 벚꽃도 다 지는 벚꽃”인 세상이다. 그는 취미로 도자기를 굽는다든가, 수제 메밀국수를 만드는 일 따위로 허전함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끊임없이 일을 찾아 나선다. 삼시세끼 밥을 챙겨줘야 하는 아내의 따가운 시선, 문화센터에서 만난 여성과의 어설픈 로맨스, 대학원 공부, 젊은 벤처사업가의 뜻밖의 제안까지 좌충우돌하는 그의 삶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일본에서는 50대 이상의 독자들로부터 “나 자신이 벌거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로 무섭고 리얼하다”는 평을 받았다. 일본에서 2015년 출간돼 15만 부 이상이 팔린 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소설은 ‘품격 있는 쇠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60대가 넘어 복싱 심판으로 일하는 친구를 부러워한다. 그 친구는 자신보다 학벌도, 직장도 좋지 못했지만 40대 중반부터 취미로 즐기던 복싱 심판 자격증을 땄던 것이다. 이 책이 은퇴가 한참 남은 젊은 직장인이 읽어도 좋은 이유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송중기 송혜교 커플의 결혼식은 철저한 비공개로 치러졌다. 하루 전에 불의의 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서 하객들에 대한 포토라인 행사도 없앴다. 그런데 결혼식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하늘에 드론 2, 3대가 날아다니는 순간 주최 측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 드론은 중국의 인터넷매체가 띄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웨이보에는 드론을 통해 불법 촬영된 결혼식 장면이 생중계됐다. 신라호텔 등 서울시내 다중이용시설은 A급 비행금지 구역으로 드론 비행이 명백한 불법이다. 요즘 세계적으로도 ‘드론 파파라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4년 팝가수 리애나의 저택과 배우 앤 해서웨이의 비공개 결혼식이 드론에 찍혀 대중에게 알려졌다.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는 자택 위를 날고 있는 드론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영국의 다이애나 비는 죽을 때까지 파파라치 차량에 쫓겼다. 요즘엔 하늘에서 매의 눈으로 쫓아오는 드론까지 신경 써야 할 판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대금 산조 창시자 박종기와 김계선의 삶과 음악이 극으로 되살아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예술감독 김정승)은 자체 제작 브랜드 공연 ‘적로―이슬의 노래’를 11월 3∼24일 공연한다. 음악극 ‘적로’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 두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다. 박종기는 대금 산조의 창시자로, 진도아리랑을 창작했다. 김계선은 조선정악전습소 회원으로, 이왕직아악부의 간판스타였다. 그는 궁중의 악사 신분으로 민요, 무기반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배삼식 작가는 두 명인의 삶에 상상력을 덧붙이고, 가상 인물인 기생 산월을 더했다. 최우정 작곡가는 전통음악과 스윙재즈 등 당시 유행하던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배경은 1941년 초가을 경성. 젓대(대금) 연주로 명성이 자자하던 두 사람 앞에 십수 년 전 불현듯 사라져버린 산월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세 사람은 술잔과 음악을 주고받으며, 옛 시절과 인연들을 반추한다. 배삼식 작가는 “‘적로’는 방울져 떨어지는 이슬(滴露), 악기를 통해 흘러나온 입김에 의한 물방울(笛露), 예술가의 혼이 서린 악기 끝의 핏방울(赤露)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한 소리’를 찾아 평생을 떠돈 사람들, 필멸의 소리로 불멸을 붙잡으려 헤매며 한 생을 지나갔던 이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박종기 선생님은 항상 술에 취해서 녹음실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순간에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음악을 붙드는데 얼마나 멋쩍고 불편했겠어요. 적로는 빼어난 예술가의 업적을 기리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삶의 덧없음’을 마주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적로’는 돈화문국악당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내놓는 브랜드 공연이다. 돈화문국악당은 마이크나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음향을 들을 수 있다. 주인공 박종기와 기생 산월은 소리꾼과 가객(정가) 출신 배우인 안이호와 하윤주가 연기한다. 김계선 역에는 신예 정윤형이 발탁됐다. 박종기 명인의 고손자 박명규(대금)를 비롯해 한림(아쟁), 김준수(타악), 이승훈(클라리넷), 황경은(건반)이 연주한다. 전석 2만 원. 02-3210-7001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24일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위원장 유세경) 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체 뉴스 매체를 합산한 ‘2016년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에서 네이버가 20.8%로 1위, 다음이 9.3%로 3위로 나타났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들은 콘텐츠를 제공받아 진열하고 배치하는 유통사업자이기 때문에 기존 언론사와 동일한 차원에서 점유율 수치를 영향력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포털들이 광고시장을 지배하면서 선정적인 저널리즘을 부추기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광고학과 교수는 21일 한국언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포털 사업자가 언론사의 기사나 방송 콘텐츠를 제공받아 유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와 같은 광고 시장에서 수익사업을 하며 경쟁을 하는 것이 경업(競業) 금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포털을 제외하면 기존 언론사 중에서 매체 합산 여론영향력 1위는 KBS 계열(16.2%)이고 2위는 동아미디어그룹(7.1%)으로 나타났다. 동아미디어그룹의 여론영향력 점유율은 신방 겸영 언론사 중 1위이며 지상파 방송인 MBC, SBS보다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이용창구 기준 매체 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은 2014년과 비교할 때 변화의 폭이 컸다. 동아미디어그룹은 6.2%에서 7.1%로 0.9%포인트 상승했다. KBS 계열은 18.8%에서 16.2%로 2.6%포인트, 조선일보 계열도 9.0%에서 6.9%로 2.1%포인트 하락했다. MBC 계열은 7.2%에서 6.7%, SBS 계열도 6.5%에서 4.7%로 각각 떨어졌다. 중앙일보 계열은 4.2%에서 4.6%로 올랐다. 이 위원회는 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 네 가지 매체 중 어떤 매체가 전체적인 공론을 만드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해 3년에 한 번씩 공식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매체합산 여론 영향력을 산정할 때는 한국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통해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각 매체의 영향력을 토대로 ‘여론 영향력 가중치’를 산정한다. 종이신문보다 TV와 인터넷뉴스 부문에 3∼5배 더 큰 가중치가 주어진다. 위원회는 2010년부터 제1, 2기가 각각 3년씩 활동한 데 이어 제3기가 2016년부터 활동 중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하나의 미디어만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여론 영향력을 파악할 때는 신문열독률, TV시청률 같은 지표보다는 여러 매체를 아우르는 매체 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25일 발표한 입장 자료에서 “3기 위원회는 2018년 12월에 공식 보고서를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공식 보고서는 아니지만 이번 조사 결과의 팩트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동아미디어그룹이 2016년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에서 신방겸영 언론사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계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동아미디어그룹은 또 지상파 방송인 MBC와 SBS 계열보다도 여론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종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 등 전체 뉴스 매체를 합산한 ‘2016년 뉴스이용창구 기준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 결과 동아미디어그룹은 전체 4위를 차지했다. 포털 사이트(네이버, 다음)를 제외하면 KBS에 이어 전체 2위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동아미디어그룹은 동아일보, 채널A, 동아닷컴 등을 포함한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이 7.1%로 신방겸영 언론사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조선일보와 TV조선, 조선닷컴을 소유한 조선일보 계열의 여론영향력은 6.9%로 5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 계열은 2014년 9.0%를 기록했으나 2년 만에 2.1%포인트 하락했다. 매일경제 계열은 5.0%로 7위, 중앙일보 계열은 4.6%로 10위에 머물렀다. 지상파 방송인 KBS계열은 16.2%로 전체 2위를 차지했고, MBC계열은 6.7%로 6위, SBS계열은 4.7%로 9위를 차지했다.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21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에서 열린 게이오-연세 미디어앤커뮤니케이션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2016년도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이날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을 위한 새 알고리즘 개발’을 주제로 한국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분석했다. 윤 교수는 세미나에서 “동아일보의 경우 종이신문과 케이블TV, 웹사이트 등 다양한 출구로 유통되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통계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연구들이 조선일보가 영향력 면에서 넘버 원 신문이라고 하지만, 신문 케이블TV 인터넷 등 뉴스의 모든 유통경로를 전수조사할 경우 동아일보의 영향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동아미디어그룹 여론영향력이 높게 나온 것은 채널A의 여론영향력이 TV조선, JTBC 등 다른 종편 채널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매체합산 여론영향력을 계산할 때는 TV 보도프로의 영향력(시청률, 보도시간 등 기준)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다는 설명이다. 한편 2016년 여론영향력 점유율 1위는 포털사이트 네이버(20.8%)가 차지했다. 네이버는 2015년 여론영향력 점유율 18.1%로 KBS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한 이후로 점유율 격차를 더 늘렸다. 다음도 9.3%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윤 교수는 도쿄 학술대회에서 “네이버가 여론영향력 1위를 바탕으로 광고시장에서도 7000여 개의 신문(인터넷 포함)과 지상파방송 3사를 더한 것보다 큰 비율을 먹어치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에서 뉴스 유통이 늘어나면서 눈길을 끌기 위한 엔터테인먼트나 센세이셔널 뉴스, 편파적인 뉴스가 양산돼 퀄리티 저널리즘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포털 사이트는 뉴스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주장하지만 여론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현실”이라며 “흥미나 상업주의가 아닌 공공의 이익에 기반을 둔 고품질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는 2010년 출범한 정부 위원회로 매년 여론영향력 점유율을 조사해 3년에 한 번씩 공식 보고서를 낸다. 윤 교수는 2013년부터 3년간 제2대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두 달 전이었다. 지인이 추천해 준 ‘만보기 앱’을 계기로 걷기를 시작했다. 이 앱은 단순한 걸음 수를 측정해 주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와 일대일 대결을 펼칠 수 있고, 전체 사용자 중에 내가 랭킹 몇 %에 들어가는지 알려주는 앱이었다. 처음엔 별 관심 없었는데, 열심히 걷는 사람들의 랭킹을 보니 은근히 자극을 받았다. 새벽부터 개를 산책시키고, 출퇴근할 때 두 정거장 먼저 내려 청계천을 걷고, 점심시간에 또 걷고…. 아내와 친구, 직장 동료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다 보니 어느 날은 퇴근길에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넌 적도 있다. 요즘엔 하루 2만 보 이상 걸으며 도시의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베스트셀러인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에는 ‘습관’이란 뜻의 ‘하비투스(habitus)’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하비투스란 원래 ‘수도사들이 입은 옷’을 지칭했다고 한다. 수도사들이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기도와 노동, 식사)을 하기에 습관이란 뜻이 파생된 것이다. 처음엔 게임처럼 시작했지만, 두 달 이상 걷기가 몸에 배니 이제 ‘행복한 중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