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균

길진균 기획위원

동아일보 출판국 주간동아팀

구독 13

추천

안녕하세요. 길진균 기획위원입니다.

leo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칼럼67%
정치일반13%
선거10%
정당7%
대통령3%
  • 野 “김무성은 특권자라 서면조사하는 것이냐”

    법무부 결산을 위해 7일 소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뤄진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검찰 소환 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서면조사하기로 한 데 대해 “이중적인 수사 태도”라고 비난했다. 친노(친노무현)계 핵심인 박범계 의원은 “김 의원은 특권자라서 서면조사하기로 한 것이냐”고 따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문 의원이 ‘나를 부르라’고 해놓고 막상 조사를 받고 나서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사건 본질에 대한 물타기”라고 비난했다. 권성동 의원은 “여당 의원이라고 봐줄 필요 없다. 김 의원을 소환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검찰과 소환 날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회의록은 멀쩡하게 잘 있다”고 했던 문 의원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무책임을 넘어 뻔뻔하다”고 했고, 심재철 최고위원은 “‘멀쩡하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문 의원이 회의록 원본을 삭제한 사초폐기죄, 수정본을 미(未)이관한 사초은닉죄 등의 죄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황금마차를 타고 여왕의 오찬에 참석하러 가는데 지난 대선 당시 제1야당의 대선후보는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느 역사학자는 집권 초기인데도 박정희 정권 말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22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권 주중대사와 김 의원의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검찰은 김 의원의 조사 방법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하지 않았다. 방법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김 의원 측이 “서면질의서를 송부받았다”고 밝히자 “서면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3-11-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통진 “정부 사기극, 끝까지 싸울것”… 의원 5명 삭발단식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로 존폐 위기에 몰린 통합진보당은 6일 규탄결의대회와 장외투쟁을 잇따라 벌이며 정부 여당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였다.○ 삭발에 단식까지… 통진당 김선동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의원은 오전 11시 2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당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삭발하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소속 의원 6명 가운데 구속 수감돼 있는 이석기 의원만 제외됐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통진당 해산 청구는 국가정보원과 군까지 동원한 총체적 부정선거를 뒤엎으려는 치졸한 사기극”이라며 “지난해 대선에서 (대선후보였던) 이정희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일파 다카키 마사오임을 전 국민 앞에서 폭로한 데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저열한 복수극”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간 이 대표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한국진보연대 등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는 유신 부활을 기도하며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진당은 이날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정부 비판 유인물을 배포했다. 저녁에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이틀째 촛불집회를 벌였다. 통진당의 종북주의를 비판해 온 진보 진영 인사들도 정부의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를 비판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는 성명서를 내고 “통진당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많이 지적해 왔지만 강령 등이 정당해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도 라디오에 나와 “비례대표 부정선거, 최루탄 투척 등이 정당해산 사유가 된다면 ‘차떼기’(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한 새누리당은 10번 이상 해산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7월 재·보선 최대 규모 될 수도 헌법재판소법은 정당해산 심판 사건 접수 후 180일 안에 결론을 내도록 하고 있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법조계에서는 정치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만큼 180일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직전인 5월 초 결론지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종북 논란이 지방선거 화두가 될 수 있다”며 “(정당해산 심판 청구 결정이 나온) 국무회의 상정과 처리 과정이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헌법재판소법 규정(180일)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종북세력 척결과 사회 안정을 위해 규정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민주당은 통진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재판(내란음모 혐의)이 마무리된 뒤 헌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해산 결정을 받아 ‘종북세력 진입 조력 민주당 책임론’을 이슈화하려는 새누리당과 선거 이후 결정을 원하는 민주당의 이해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정당해산이 결정될 경우 소속 의원의 신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지만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지역구 의원 4명도 자격을 상실해 이들 의원의 지역구가 재·보선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법조계 등에서는 나온다. 10월 말 현재 지역구 의원으로 1심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의원은 각각 1명과 9명. 민주당 한 의원은 “진행 중인 사건(10건)이 모두 당선무효가 확정되고 통진당 지역구 의원 지역(4곳)에 지방선거에 나서는 현역 의원의 지역구까지 포함될 경우 7·30 재·보선 규모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재·보선은 2002년 8·8 재·보선 때의 13곳이었다. 정부가 함께 신청한 가처분 소송 결과도 주목된다. 가처분은 사안의 긴급성을 고려해 빨리 결정 날 개연성이 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정당으로서의 활동이 정지되기 때문에 통진당은 의원총회도 열 수 없게 된다. 법무부는 가처분 대상에 11월 15일 수령 예정인 정부보조금 수령 행위도 포함시켰다.○ 북, “야당 해산 위한 모략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제2의 유신독재의 칼부림’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통진당 등 야당과 범민련 남측본부 등 합법적 단체들에게 ‘종북세력’ 감투를 씌워 탄압하거나 강제해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진당과의 직접적 관련성은 부정하면서도 남한 내 종북세력의 약화를 막기 위해 유신독재가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다는 식으로 포장해 우회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길진균 leon@donga.com·민동용·이정은 기자}

    • 2013-1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통진당은 종북세력” 56%…“아니다” 37%

    6일 동아일보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적절한 조치’라는 응답(60.1%)이 ‘부적절한 조치’라는 답변(28.5%)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은 것은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등 ‘종북 세력’에 대한 한국사회의 위기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30대 제외 전 연령층 ‘적절한 조치’ 답변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모든 연령층이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68.7%)와 60대 이상(62.7%) 등 고연령층은 물론이고 20대(63.6%)에서도 60%가 넘는 응답자가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을 내놨다. 40대 역시 58.6%의 응답자가 ‘적절한 조치’라고 답변해 ‘부적절한 조치’(33.4%)보다 많았다. 다만 30대의 경우 ‘적절한 조치’(47.7%)와 ‘부적절한 조치’(44.6%)란 응답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통진당이 북한을 따르는 종북 세력이라는 정부의 설명에 공감하느냐’란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6.2%)이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7.3%에 그쳤다. 다만 이 질문에서도 30대는 ‘공감한다’(45.3%)와 ‘공감하지 않는다’(52.3%)는 의견이 오차범위 안에 있어 사실상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층에서는 20대 53.3%, 40대 58.6%, 50대 65.6%, 60대 이상 58.1% 등으로 통진당이 종북 세력이라는 평가에 ‘공감’을 표시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30대는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비우호적인 응답을 내놓고, 진영 논리에서도 상대적으로 진보에 가까운 성향을 보인다”며 “그런 반정부적 성향이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통진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답변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20대의 경우 최근 탈이념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극단적인 종북 성향이나 이석기 의원 같은 주사파 논리에 반대하는 응답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에서도 30대는 유일하게 ‘긍정’(49.0%)과 ‘부정’(44.2%)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3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층은 모두 박 대통령에 대해 ‘긍정’ 응답이 더 많았다. ○ 지역과 지지 정당에 따라 의견 엇갈려 절반 이상의 국민이 통진당이 종북 세력이라는 인식에 ‘공감’을 표시하고 정당해산 청구 심판도 ‘적절한 조치’라고 답변했지만 지지 정당과 지역별 분류에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74.0%는 통진당이 종북 세력이라는 데 ‘공감’했고, 82.0%는 정당해산 청구 심판에 대해 ‘적절한 조치’라고 답변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0.7%, 정당해산 심판 청구가 ‘부적절한 조치’라는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62.7%는 통진당이 종북세력이라는 데 ‘공감하지 않는다’고 밝혀 ‘공감한다’(30.9%)는 응답의 두 배 이상이었다. 또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청구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조치’(54.0%)라는 의견이 ‘적절한 조치’(37.7%)보다 많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종북 세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도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북에서는 36.6%의 응답자만 정당해산 심판청구가 ‘적절한 조치’라고 답변했고 45.7%는 ‘부적절한 조치’라는 생각을 밝혔다. 통진당 의원들의 의원 자격 유지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지지자의 72.0%는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해야 한다’고 답변해 ‘지역구 의원을 빼고 비례대표 의원만 상실해야’(13.9%) ‘국회의원 자격 유지해야’(7.7%)보다 훨씬 많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해야 한다’는 응답은 23.2%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자의 38.6%는 ‘국회의원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비례대표 의원만 상실해야 한다는 응답은 35.0%로 나타났다. 연령별 차이도 두드러졌다. 50대에선 55.7%, 60대 이상에선 67.1%가 국회의원 자격도 상실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30대에선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해야 한다는 응답이 36.2%로 가장 낮았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3-1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민주 “통진 黨목적 분명하게 밝혀라”

    통합진보당 사태에 민주당은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통진당을 감쌀 수도, 거리를 둘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진당도 당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부도 국무회의 상정이나 처리 과정에서 조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정당 해산은 보편적 가치인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비론을 편 것이다. 종북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면서도 정부의 조치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가정보원 등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덮어버릴 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공안정국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신(新)야권연대’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김 대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무소속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양사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머리를 맞댔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최고위에서도 안 의원이 4일 주장한 국가기관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제안에 대해 “문제의식이 민주당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화답했다.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생각은 같다”며 안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에 이어 안 의원 측은 12일로 예정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 등을 위한 시민사회·종교계 연석회의’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국정원 개혁을 목표로 전국의 시민단체와 사회원로, 야권이 참여하는 기구로, 민주당 김 대표가 제안한 것이다. 통진당만 빼고 나머지 야권이 하나로 뭉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동용 mindy@donga.com·길진균 기자}

    • 2013-11-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누리 “이석기 의원 제명안 처리 강행”

    새누리당은 다음 주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회 제명 징계안 처리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5일 국무회의에서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청구안이 의결된 가운데 아예 의원직 자체를 박탈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염동열 의원은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징계안 처리를 머뭇거리는 것은 이 의원을 비호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면서 “강행을 해서라도 다음 주에 단독으로 윤리특위 전체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9월 6일 제명징계안을 소속 의원 153명 전원 명의로 윤리특위에 제출한 상태다. 징계안은 국회법에 따라 제출 후 50일이 경과한 10월 26일부터 전체 회의가 열리면 자동으로 상정된다. 현재 윤리특위 구성은 새누리당 8명, 민주당 7명으로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새누리당 단독으로도 전체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상정 이후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경우 90일간 전체회의에서 처리할 수 없으며 본회의에서도 의원을 제명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한편 청와대는 통진당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국가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는 추호의 양보도 없다”며 “법무부의 이번 심판 청구에 일체의 정무적 판단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어떤 원로 정치인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나라를 세운 이후로 가장 통쾌한 날이다’라고 했다고 한다”면서 “등 뒤에서 칼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세금을 내서 먹여 살린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통진당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1년여 전 했던 발언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6월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종북 논란에 처음 휩싸였을 때 박 대통령은 이 의원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또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는 발언을 내놓았다.고성호 sungho@donga.com·길진균 기자}

    • 2013-11-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당 국가보조금 작년 새누리 517억-민주 431억

    지난해 국내 정당의 총수입액은 2974억여 원이고 이 중 국가가 지급한 보조금은 1029억여 원(34.6%)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당적을 가진 당원은 전체 인구의 9.4% 수준인 478만여 명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공개한 ‘2012년도 정당의 활동 개황 및 회계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새누리당은 당비, 기탁금, 보조금, 차입금 등을 통해 1569억6600만 원의 수입을 거뒀다.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의 수입은 1143억1700만 원. 각 정당의 가장 큰 수입원은 국가 보조금이었다. 그 규모는 △새누리당 517억9500만 원 △민주당 431억5000만 원 △통합진보당 74억9400만 원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4억9900만 원 순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때 355억여 원, 대선 때 365억여 원 등 721억여 원이 선거보조금으로 각 정당에 지급돼 국고보조금 총액이 예년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당비 수입액은 국고보조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당비 수입액은 새누리당 229억1700만 원, 민주통합당 170억8300만 원, 통진당 85억7400만 원, 진보정의당 1억7000만 원이다.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 지난해 478만1867명으로 2011년에 비해 31만9717명 줄었다고 선관위는 밝혔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3-11-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재-보선 승리에 쏙 들어간 새누리 조기전대론

    새누리당이 10·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당 일각에서 거론되던 ‘조기 전당대회론’이 물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 현 지도부 체제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전제 아래 당권 주자들의 지역별 공동선대본부장 임명이 거론되고 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황우여 대표(사진)께서 잘하고 계시고 또 이번 선거도 압승으로 이끌었다”며 “조기 전당대회를 할 요인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는 그동안 내년 5월 14일로 2년 임기가 끝나는 황 대표 체제를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새 지도부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조기 전대론이 끊이지 않았다. 황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집권 여당의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기만 한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4·24 재·보선을 계기로 김무성 의원이 원내에 입성한 뒤 ‘힘 있는 대표론’이 제기되면서 조기 전대론은 더욱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10·30 재·보선 압승으로 조기 전대가 불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 지지가 확인됐고, 황 대표 체제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당 분열만 불러올 수 있는 조기 전대를 치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도 내년 지방선거까지 지금의 황우여 대표 체제가 유지되길 원하고 있고 그런 뜻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도 정권 초부터 ‘차기’가 부각되거나 자칫 당청 관계가 흔들리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내년 5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경우 2007년 7월부터 2년 동안 당을 이끈 강재섭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 이후 두 번째로 임기를 채운 대표로 기록된다. 변수는 황 대표가 내년 5월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되면 탈당과 함께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지방선거 때 전면에 나설 수 없게 된다”며 “내년 초가 되면 황 대표 스스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황 대표가 국회의장직에 나설 경우의 대비책도 거론되고 있다. 현 지도부는 공천권을 행사한 뒤 2선으로 물러나고 5월 초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 선대위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방안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내년 지방선거는 현 지도체제로 치르되 대권·당권 주자들이 모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각 지역에서 역할과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몽준 의원은 서울, 서청원 의원은 경기, 김무성 의원은 부산·경남(PK), 최경환 의원은 대구·경북(TK), 이완구 의원은 충청 등을 각각 맡아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무성 이완구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들 역시 “황우여 대표의 임기는 보장되는 것이 옳다”며 ‘조기 전대’보다는 현 지도부의 임기 ‘완주’를 주문하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3-11-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동산 활성화 핵심법안 국회통과 가능성은

    박근혜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 등이 한목소리로 민생·경제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 계류돼 있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법안의 처리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법안은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 법안은 여야의 견해차가 커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일단 11월 초 국감이 끝난 뒤 진행될 법안심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생·경제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여당은 더 적극적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지금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인데 아직까지 한여름 옷을 입고 있어 감기몸살로 얼어 죽게 생겼다”며 “11월 초부터 주택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상임위별로 당정협의를 열고 하루빨리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당력을 집중하는 동시에 민생법안 처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투 트랙’ 전략을 갖고 있다. ‘싸움’만 하지 않고 ‘민생’도 챙긴다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 다만 민주당은 법안의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핵심 법안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 취득세 영구 인하, 리모델링 수직 증축 등이다. 이 가운데 취득세 영구 인하와 리모델링 수직 증축 법안은 민주당도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주당은 취득세 영구 인하로 줄어드는 지방세수를 100%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동의한다는 ‘조건부 찬성론’이다. 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해서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도 “서민들의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있는데 건설업계의 숙원사업을 들어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 대신 민주당은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입자가 희망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허용하되 집주인과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구체화할 경우 오히려 전월세 가격 폭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시각이다. 이처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전월세 상한제는 여야가 서로 반대하고 있어 연내 처리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전월세 상한제를 일괄 타결하는 ‘빅딜’론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침체로 서민·중산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여야가 부동산 관련 핵심 법안 처리에 손을 놓을 경우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부동산 관련 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길진균 leon@donga.com·민동용 기자}

    • 2013-1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산넘고 물건너 이념의 고향 찾아왔다”

    “비록 재선거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정국 안정과 새누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나가면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30일 경북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박명재 당선자(66)는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국회의원 교체가 아니라 지역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는 변화의 출발”이라며 이같이 당선 소감을 밝혔다. 박 당선자는 2006년 지방선거 경북도지사, 19대 총선 출마에 이어 세 번의 선출직 도전 끝에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사실 포항 재선거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은 처음부터 선거 결과보다는 박 당선자의 공천 여부에 쏠려 있었다. 포항 출신인 박 당선자는 행정고시 16회로 공직에 입문해 총무처와 내무부를 거쳐 청와대 행정비서관, 중앙공무원교육원장,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마지막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데다 2006년 경북도지사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력 때문에 지난해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입당이 거부되기도 했다. 박 당선자는 결국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가 낙선했고 이 같은 전력 때문에 공천 경쟁자들로부터 ‘철새’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산 넘고 물 건너 이념의 고향을 찾아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당원으로서 영원히 살 것”이라고도 했다.길진균 leon@donga.com / 포항=장영훈 기자}

    • 2013-10-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태경 “남극 장보고기지에 활주로 건설하자”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활주로를 만들면 선진국에 비해 100년 가까이 늦어진 남극 연구의 주도권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사진)이 30일 ‘남극 활주로 건설’이라는 이색 주장을 내놓았다. 하 의원은 “내년 초 준공되는 제2 남극과학기지인 장보고기지 인근에는 빙원이 아닌 땅위에 활주로 건설이 가능한 후보지가 있다”며 “만약 이곳에 활주로가 건설된다면 남극대륙에서 유일하게 연중 운영 가능한 육상 활주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보고기지의 활주로는 남극의 에어 허브가 되고 세계 각국의 남극활동을 주도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하 40∼50도를 오가는 남극대륙에 활주로가 들어서면 극지 탐사와 연구에 필요한 각종 보급품과 유류 수송뿐 아니라 일반인을 태운 중형 전세기도 뜨고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남극 킹조지 섬에 위치한 세종기지는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통해 보급품과 유류를 수송했고 항공편은 전적으로 다른 나라의 비행장에 의존해 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2013-10-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빚진 것 없다”… 朴대통령 선긋기에 해법 못찾는 黨靑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5만5689건’의 트위터 글 이후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다. 여론의 타깃이 점차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면서 사건 초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공정한 검찰 수사와 국정원 개혁에 치중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사태가 지금처럼 심각해진 원인을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여권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인식은 “국정원에 빚진 게 없다” “내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말인가요” 등의 발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야권의 주장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청와대 참모진과 새누리당 지도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했다는 것.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24일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며 “지금은 대통령의 숨소리 하나로 정국의 방향이 정해지는 정권 초기라 청와대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여권 핵심부가 검찰 수사팀을 불신하면서 사태는 꼬이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팀이 원 전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여권 핵심부에선 수사팀이 야권의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진영 논리’가 팽배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이 불거진 것을 두고 야권 등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공작’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도 그 연장선이다. 채 총장이 사퇴하고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수사에서 배제되면서 외압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검찰 내부 분위기도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벼려진 수사팀의 칼끝은 국정원의 폐부를 더욱 파고들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나올 경우 수사팀은 물론이고 검찰 지휘부가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 검사들이 죽기 살기로 수사하지 않겠느냐”며 “어차피 물이 엎질러진 상황인데 검찰까지 신뢰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고 진단했다. 청와대 내에는 “어차피 야당은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정쟁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언급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 “대통령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야당의 싸움에 말려들 뿐이다” 등 야당과의 기 싸움을 해야 한다는 논리만 파다하다. 그 가운데 정작 대선이 끝난 지 10개월 넘게 댓글 정쟁에서 허우적대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싸늘한 국민들의 시각은 염두에서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의 오버도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고 꼬집었다. 윤 수석부대표는 국정원이 올린 것으로 검찰이 파악한 5만5689건의 트윗과 리트윗의 수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는 “국정원이 한 트윗은 2233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숫자는 검찰에 체포됐던 국정원 직원 2명이 자백한 것으로 수사팀과 지휘라인만 알 수 있는 정보였다. 이번 사건이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 아니라 심리전단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인 것으로 포장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외압 논란으로 이어졌고, 국정원과 검찰 수뇌부가 여권 실세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특히 윤석열 전 수사팀장(여주지청장)과 각을 세웠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도 국정원이 트윗하거나 리트윗한 건수가 5만5689건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여권의 입지는 좁아지는 형국이다. 국정원 문제로 야당과의 관계도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지난달 박 대통령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국회 회동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였지만, 양측 모두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서울대 박원호 교수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 아니라 ‘댓글로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을 믿고 국정원 사건을 처리했다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길진균·동정민 기자 leon@donga.com}

    • 2013-10-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대선 관련 트위터글 122건 살펴보니

    국가정보원이 ‘자체’ 파악한 심리전단 직원들의 트위터 글들은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했던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후보에 대한 비판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정원은 심리전단 직원이 직접 작성(트윗)한 것은 122건이라고 했다. 동아일보가 23일 입수한 122개 트위터 글을 분석한 결과 국정원 직원들은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관련 포함)’ 글을 40건으로 가장 많이 썼다. 이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 대한 비판 글을 각각 34건과 30건 작성했다. 박근혜 후보 및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또는 찬사 글도 6건 있었다. 국정원이 확인한 122개 트위터 글 중에는 “유신의 부활보다 더 급한 것은 종북좌파 부활을 막는 것이다. 종북좌파의 부활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좀먹는 대표적인 암 덩어리다”(12월 9일) 등 종북세력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문재인 후보가 전라도까징 싹쓸이? 안철수는 이제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할 듯하네요. 그러다 문재인 씨 낙동강 오리알 만들지 말고 ㅎㅎ”(9월 1일) “반성하면 박정희 묘역 참배할 용의가 있다고…참 특전사 출신이 쩨쩨하네…무슨 참배도 조건부냐?”(9월 18일) 등의 글을 썼다. 안철수 의원의 대선 출마가 구체화되던 지난해 9월에는 직원들이 쓴 69건의 글 가운데 30건이 안 후보에 대한 글로 채워졌다. 특히 안 후보가 대학원 시절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 입주권을 구입한 이른바 ‘딱지’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9월 4일에는 “‘딱지한 철수’라는 트위터 이름도 있네요. 부모님이 사준 자기명의 자기 집에 세든 안철수를 비꼬는 계정 속출” “안철수 저서 ‘부모에 손 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그럼 안철수 부모가 사준 딱지 아파트와 역삼동 아파트 2채는? 부모가 사준 이후 손 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긴가?” 등 하루 동안 10건의 글을 올렸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수위로 비난했다. “이정희 한미 FTA 폐기 없는 경제민주화는 공허…음주운전 반성 않는 남편 둔 사람의 공허한 헛소리?”(10월 11일) “종북당 미친×이 또 한번 미친 소리를 했군요. 이런 ×이 국개의원을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이 시끄러운 거 아닌가? 더럽다 퉤∼∼”(10월 13일) 등의 글을 썼다. 반면 박근혜 후보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찬사의 글이 이어졌다. 국정원 직원들은 박 후보에 대해 “문재인 공개지지 선언한 김기덕 감독을 진심으로 축하한 박근혜…역시 대인배다”(9월 11일)라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박정희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빨갱이들과 야당은 반대를 했다. 자가용 가진 일부 재벌들의 전용도로를 만드냐고 반대를 했다. 그래도 박정희는 뜻을 굽히지 않고 추진을 해서 오늘날의 경제대국을 이루었다”(11월 20일) 등으로 묘사했다.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 2013-10-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與 “文 대선불복 하나… 제 눈의 들보 먼저 보라”

    새누리당은 23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를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성급하게 대선 불복성 발언을 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정을 문란케 하는 것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국정원 대선 개입이라는 5만5000여 건의 트위터 글은 국내에서 4개월간 생산되는 트위터 글 2억2800만 개 중 0.02%에 불과하다”며 “극히 미미한 양의 온라인 댓글로 마치 대선 판도가 바뀐 것처럼 야당이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대선 불복 프레임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던 문 의원이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대선 불복의 마음을 가진 게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 ‘제가 몰랐던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며 “문 의원은 남의 눈에 낀 티끌보다 제 눈의 들보를 먼저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이번 사태가 더욱 확산될 경우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통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몽준 의원은 민주당의 대선 불복 움직임을 경고하면서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 여당의 책임이 크다”며 자성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신(新)관권선거’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을 겨냥해 총공세를 이어갔다.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사건을 10·30 재·보궐 선거 이슈로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에서 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도 박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한다”면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은 전 정권의 책임이지만 이번 국정원 댓글 수사팀 문제와 정권의 외압은 현 정권의 책임”이라며 박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다만 투쟁 수위를 높이자는 일부 강경파의 발언과 행동이 대선 불복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최원식 전략기획본부장은 “국감이 끝날 때까지 장외투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감장에서 최선을 다해 정부의 실정과 대선 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길진균·황승택 기자 leon@donga.com}

    • 2013-10-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여야 ‘부정선거’ 공방

    국가정보원 대북심리전단의 트윗과 리트윗(재전송) 5만5689건 사건과 검찰 수사 외압 의혹 논란으로 힘을 받고 있는 민주당은 22일 대여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특히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는가 하면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면서 강경 기류가 세를 얻는 양상을 보인다.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3선(選)의 설훈 의원은 ‘대선 불복종’ 운동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고, 신중대응론을 펴오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국정원, 군의 총체적 부정선거가 행해졌다. 심각한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의총 직후 박 의원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것이지 대선 불복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태도가 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세균 전 대표도 전날에 이어 트위터에 “옳은 것을 말하는데 대선 불복으로 비칠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고강도 투쟁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부정선거로 규정하는 건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인데, 부정선거와 대선 불복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겠나”란 얘기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하면서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선거 결과조차 부인하는 법외(法外)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웠다.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퇴 해임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국감대책회의에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부정선거 운운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트위터에서 “2002년 대선 때 친노(친노무현)와 검찰이 김대업을 내세워 병풍 공작으로 대선을 치러 50여만 표 박빙 승부를 했어도 우린 대선 불복종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 2013-10-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초선거 공천폐지’ 발빼는 여야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약속했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다. 공천 폐지에 대한 당론 채택을 미루고 있는 새누리당에선 폐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역시 내부적으로 반발 기류가 커지면서 이렇다 할 후속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국회 정치쇄신특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지난달 활동을 종료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기초선거 공천 폐지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해선 당론 결정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어야 하는데 안건이 상정되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공천 폐지를 반대하는 의원들은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면 최소한의 검증 장치마저 사라지고, 이름과 경력만 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내 영향력과 권한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여야 지도부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가 결정을 계속 미루자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결말을 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16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방이 너무 혼란스럽다”며 “우선 당론을 정하고 야당과 협상해 정기국회 안에 결말을 내자”고 말했다. 7월 전(全) 당원투표에서 찬성 67.7%로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역시 새누리당 눈치만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 “당론으로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결정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 회의석상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사라진 지 오래다. 민주당의 침묵은 이번 장외투쟁 과정에서 정당공천 폐지에 따른 위험을 실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외집회에 시의원과 구의원 등 기초의원의 참석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두고 민주당 호남지역 한 의원은 “예전에는 공천을 의식해서 모든 행사에 적극적이던 시의원들이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뒤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직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 의원들은 중앙당의 어정쩡한 태도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정당공천폐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노영관)는 15일 부산 송도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76차 전국시도대표회의’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기초의회 공천만 폐지하고 기초단체장 공천은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농촌 지역에서는 출마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기초선거 공천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길진균·황승택 기자 leon@donga.com}

    • 2013-10-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소장 변경 신청서에 숫자만 있는 ‘5만5689건’ 실체 공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은 21일 국가정보원 SNS팀 직원들이 트위터에 올리거나 리트윗(재전송)했다는 대선 관련 글 5만5689건의 실체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5만5689’라는 숫자는 국정원 대선댓글 특별수사팀이 법원에 제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에 등장한다. 이 중 국정원 SNS팀 직원들이 직접 작성해 올린 글이 몇 건이고, SNS상에서 돌아다니는 글을 단순 리트윗한 게 몇 건인지는 분석되지 않았다.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에도 이는 적시돼 있지 않다. 새누리당은 검찰은 2233건만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은 2233건 중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이 직접 올린 글이 몇 건인지, 리트윗한 글이 몇 건인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국정원은 민주당 측이 ‘선거 개입을 한 트위터 글’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이나 신문기사 등을 개인적으로 단순히 리트윗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서 내용 2800쪽 중 몇천 개를 분석해봤더니 리트윗이 44%, 기사 포스팅이 47%, 나머지 8%는 리트윗도 아니고 기사도 아닌 것이었다”며 “트윗 5만5000여 개가 다 트위터로 작성해서 퍼뜨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20일 5만5689건을 자체 분석해 270건을 공개했다. 이 중 심리전단 직원들이 직접 쓴 글은 113건이고, 157건은 타인이 올린 글을 리트윗한 것이었다. 심리전단 직원들은 “문재인응(의) 대북관은 종북을 넘어서 간첩 수준”(11월 23일), “문재인은 종북정권이다. 노무현정권의 연장이다. 속지마라. 김일성왕조 치하에서 노예생활 하려면 속아라.”(10월 28일), “안철수, 노무현을 잇는 ‘적극적’ 반통일주의자”(11월 5일) 등을 직접 작성했다. 리트윗한 글 중에는 “문재인의 주군은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11월 2일), “안철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칭송하는 종북. 왜 안철수를 지지할까?”(9월 5일) 등이 포함돼 있다. 길진균·권오혁 기자 leon@donga.com}

    • 2013-10-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토요판 커버스토리]대한민국 폭탄주 30년

    《 한국인은 왜 끊임없이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고 있을까. 과도한 음주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숱한 사고를 낳았으면서도 폭탄주는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폭탄주가 우리나라 음주문화에 비집고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다. 술이 그다지 세지 못한 상당수 사람이 ‘불청객’으로 비난했지만 폭탄주는 어느덧 한국 사회 음주문화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양주와 맥주를 혼합한 ‘양폭’으로 시작된 폭탄주 문화는 ‘소폭’(소주 폭탄주)으로 이어지면서 저변을 확대했다. 이어 세대와 유행을 달리하면서 맥주 대신 에너지음료를 섞은 ‘에너지 폭탄’, 탄산수를 섞은 ‘페리에주’ 등으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폭탄주가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진 1980년대 초만 해도 폭탄주는 일부 계층이 비밀스럽게 향유하는 ‘그들만의 문화’였다. 하지만 2013년 현재, 폭탄주는 애주가 대부분이 공유하는 ‘우리들의 문화’가 됐다. 술은 ‘사회의 음식’이라 한다. 그 사회의 성격을 나타내는 측정기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술의 사회학’을 쓴 박재환 부산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술은 사회적 사실이고, 술에 대한 분석은 사회의 실존적 상황을 드러내는 출발점”이라고 했다. 》   ▼ 박희태, 군인들 양주만 콸콸 붓길래 맥주 탄게 시초 ▼2009년 LED TV 개발 당시 삼성 ‘29.9mm 초정밀주’ 돌려올림픽 선전 기원 ‘성화봉송주’ 공동체 지향 확인하는 자리로#1. 폭탄주는 집단의 음식※ 다이너마이트주=그룹의 모태가 한국화약인 한화 직원들은 1980년대부터 다이너마이트주를 마셨다. 양주는 뇌관(雷管), 맥주는 장약(裝藥)에 비유했다. 지금은 거의 명맥이 끊겼지만 한때는 사내 공식 행사에 다이너마이트주가 빠지지 않았다.혼자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사람은 드물다. 폭탄주는 여러 명이 모여서 즐기는 집단의 술이다. 탄생할 때부터 집단의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폭탄주의 유래 중 하나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제조설이다. 그가 1983년 춘천지검장으로 일하던 당시 지역 기관장회의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설이다. 군사정부 시절인 당시 춘천 기관장 회의에선 2군단장이 술자리를 주도했다. 군단장은 저녁 자리마다 위스키를 맥주잔에 가득 따라 돌렸다. 참석자 중 나이 많은 교육감은 기관장 회의만 다녀오면 다음 날 출근도 못할 정도가 됐다. 다들 “군인들 따라 마시다가 다 죽겠다”고 투덜거렸다. 마침 군단장이 교체되는 시점이 왔다. 이때 박 전 의장이 군을 제외한 멤버들에게 “위스키 반, 맥주 반을 섞어 ‘강원도민주’로 이름 붙이고, 새 군단장이 오면 여기선 이렇게들 마신다고 하자”고 제안한 것이 폭탄주의 시초가 됐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미 6·25전쟁 당시 미군들이 마셨다는 증언이 있는 걸 보면 이 땅에 폭탄주가 ‘출격’을 시작한 시기는 훨씬 오래전일 수 있다. 하지만 ‘맹폭’이 시작된 시기, 즉 폭탄주가 음주문화의 한 형태로 확산된 것은 1980년대 초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폭탄주는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경남 창원시에 있는 LG전자 냉장고 공장(제1공장)과 세탁기 공장(제2공장)에선 서로 다른 폭탄주가 이어져 내려온다. 냉장고 쪽 사람들은 ‘칸칸이주’를 마신다. 소주잔 2개를 준비해 그중 하나에만 얼음을 넣은 뒤 두 잔에 모두 소주를 채워 양손에 하나씩 쥐고 동시에 입에 대고 마시는 게 정석이다. 한쪽은 냉장실, 한쪽은 냉동실이라 해서 칸칸이주다. 이웃한 세탁기 공장엔 ‘통돌이주’가 있다. 양손에 소주병과 맥주병을 쥐고 동시에 따른다. 소주와 맥주가 섞이는 모습이 ‘통돌이 세탁기’에서 물과 세제가 섞이는 것을 연상시킨다고 해 통돌이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폭탄주는 법조계, 관계, 언론, 건설업계 등 특정 집단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며 강한 생명력을 길렀다. 제갈정 인제대학원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의 음주는 개인의 성향보다 조직 분위기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공동체의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이나 남성적 분위기가 강한 건설업계에서 폭탄주에 대한 애착이 특히 강하다”고 말했다.#2. 공동체정신을 일깨우는 제의(祭儀)※조폭주=폭탄주 제조법이라기보다는 마시는 방법 중 하나. 폭탄주 제조자가 “우리는”을 선창하면 모든 참석자가 “조직이다” 라고 외친다. ‘KKSS(까라면 까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나 ‘빠삐따용(빠지거나 삐치거나 따지면 용서하지 않는다)’도 있다. 특정 집단이 공유하는 폭탄주 문화에는 공동체의 지향점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제조업체나 연구소에서 두드러진다. 삼성전자 TV사업부에서는 ‘LED주’, ‘보르도주’ 등 TV 제품 브랜드를 딴 폭탄주가 유행했다. 2009년 두께가 29.9mm에 불과한 발광다이오드(LED) TV 개발과 함께 탄생한 LED주는 먼저 양주나 소주를 0.9mm 따르고 맥주를 29mm 부어 만든다. 제조 과정에서 소주나 맥주의 ‘정량’보다 많거나 적으면 벌주(罰酒)를 받아야 한다. 체육인들 사이에선 ‘성화봉송주’가 크게 유행했다. 빈 맥주병을 거꾸로 들어 손잡이로 쓰고 그 위에 빈 폭탄주 잔을 여러 개 겹쳐 쌓고 마지막 잔에 맥주와 소주를 섞는다. 성화대 정도로 쌓으면 생각보다 무거운 데다 중심을 잡기 힘들다. 이런 자리에선 으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善戰)을 진심으로 기원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사회학자들은 술을 마시는 것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임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해석한다. 집단의 술자리에서는 잊혀졌던 공동체의 의미가 복원된다. 너와 나를 넘어서는 초월적 존재로서 공동체를 인식하는 과정은 제사에 비유되기도 한다.    ▼ 상명하복-획일문화 악명… 억지 건배사 금지한 기업도 ▼‘병권자’에 예외 없이 복종… 위계질서 강한 조직서 확산“똑같이 마시니 좋지 않으냐” ‘평등주’로 예찬하는 시각도윤명희 서강대 강사(사회학)는 ‘알코올 연줄의 한국사회’라는 글에서 “모든 사회는 분리와 단절을 극복하고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음주 토템’을 갖는다”고 했다. 이를테면 LED주가 등장하는 삼성전자의 술자리는 경쟁 회사보다 슬림한 TV를 만들기 위해 숱한 야근을 감수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공동체의 목표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하려는 일종의 의식인 셈이다.#3. 노동과 술이 분리되지 않은 술자리※보일러메이커(boiler maker)=1900년대 초반 미국 부두, 벌목장, 광산의 노동자들이 고된 노역의 고통을 잊으려고 맥주에 독한 양주를 섞어 마신 술. 이 술이 미군에 전해졌고, 1980년대 미국에 특수전 훈련을 받으러 간 신(新)군부 인사들이 한국에 퍼뜨린 게 폭탄주가 됐다는 설이 있다. 근대 이전의 작업장에는 항상 술이 있었다. 농사일을 하면서 중간 중간 새참과 농주를 먹고 마시는 풍습처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근로자들은 육체노동의 피로를 술로 풀었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시작된 19세기 말 작업장의 효율성이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술과 노동은 분리됐다. 지금은 작업장 주변의 선술집이나 사무실 내의 커피 브레이크에서 술과 노동이 분리되기 전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폭탄주는 노동과 술이 분리되기 이전의 원형을 지니고 있다. 정헌배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폭탄주가 등장하는 회식이나 접대 자리는 노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자리에서 마시는 술은 효율적이어야 한다. 잔뜩 취해 피로를 잊거나, 허물을 벗고 친교를 맺는 결과물에 빠른 시간 내에 도달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폭탄주 문화가 싹터 빠르게 확산된 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 경제는 과도한 노동과 고속성장의 연관관계를 학습했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 자라났다. 일부 애주가 리더는 ‘농업적 근면성’으로 일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와 피로를 폭탄주로 달래며, 이를 경영학석사를 뜻하는 MBA에 빗대 알코올을 통한 관리(Management by Alcohol)라 부르기도 했다. ‘술의 사회학’의 공동 저자인 고영삼 박사는 이런 현상을 ‘조직의 재생산 메커니즘’이라 불렀다. #4. 폭탄주는 권력의 술이다※충성주=1990년대 말부터 유행한 폭탄주. 맥주잔 위에 젓가락을 놓고, 그 위에 양주잔을 올린다. 술 마실 차례가 되면 머리로 술상을 ‘쿵’ 박아 양주잔을 떨어뜨려 만든다. 조직폭력배들은 부하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해 단단한 대리석 술상에서 충성주를 강요하기도 했다.조직의 술인 폭탄주가 테이블에 오르는 순간 술자리엔 권력관계가 생겨난다. 한순간에 폭탄주를 제조하거나 분위기를 관장하는 ‘병권자(甁權者·폭탄주 제조 권한을 가진 사람)’와 그의 술을 받아 마셔야 하는 자로 갈린다. 이 시점부터 술 마시는 양과 방법은 병권자가 정한다. 나머지 사람들의 개별적인 대화는 ‘지방방송’으로 간주해 금지된다. 허시명 교장은 “폭탄주도 일종의 칵테일이지만 상대방 배려라는 관점에선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손님이 선택하거나 손님의 기분과 상태를 고려해 바텐더가 골라주는 칵테일과 달리 폭탄주는 제조자가 술의 형태와 양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형태를 띤다”고 분석했다. “폭탄주 술자리는 술값을 내는 사람이 진작부터 정해져 있는 때가 많죠. 연장자나 상급자, 접대하러 나온 ‘을(乙)’같이 권력관계의 상위나 하위에 있는 사람이 돈을 냅니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게 형성된 사람들끼리 모이는 술자리에서는 폭탄주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죠.” 폭탄주 술자리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관장하는 중앙집중형 구조다. 몇 년 전부터 삼성그룹에는 한 사람씩 일어나 돌아가며 건배사를 한 뒤 술을 마시는 풍습이 널리 퍼졌다. 한 사람씩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다른 사람은 청중이 되는 건배사 문화는 모두가 참여하는 중앙집중형 술자리를 만드는 완벽한 무대장치다(획일적 집단문화를 없애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삼성은 지난해 건배사를 금지했다).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폭탄주 자리에서 제조권을 쥐며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강창희 국회의장이 조폭주를 만들어 돌리는 것을 보고는 “제 앞에서는 조폭 건배를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한 뒤 자신의 뺨을 만지며 “조폭 건배를 하려면 이 정도(2006년 서울시장 선거 유세장에서 테러를 당해 생긴 흉터)는 있어야죠”라고 농담을 던져 좌중을 휘어잡았다고 한다. 지난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제가 (폭탄주를) 마시는 것보다는 제조하는 걸 좋아한다”며 “제가 이공계 출신이라 정확하다. 비율을 잘 맞추고, 술 따르는 각도 중요하다. 손에서 적외선이 나와 잔을 잡는 것도 (폭탄주의 맛이)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폭탄주에는 평등에 대한 열망도 반영됐다. 과거 군대에서는 하급자가 상급자와 술을 마시려면 차상급자와 먼저 마셔야 하는 ‘결재주’가 유행이었다. 3명 중 막내가 최상급자와 술을 한 잔 마시려면 자신은 두 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군에서 폭탄주 문화를 받아들인 뒤에는 위아래가 같은 양을 마시는 ‘평등주’로 문화가 바뀌었다. 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쓴 남태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독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술을 섞는 타협점을 찾은 것처럼 폭탄주는 술자리의 권력 이동을 이끌었다”고 풀이했다. 폭탄주 전문가로 이름난 심재혁 태광산업 부회장도 2002년 ‘폭탄주에 관한 소고(小考)’라는 글에서 “초대자나 참석자나 같은 양을 마시는 아주 공평하고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5. 텐텐주(가득 따른 폭탄주)에서 반폭(반만 채운 폭탄주)으로※심통주, 바크만주=폭탄주의 대표주자로 이름을 날린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과 박만전 성남지청장(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조직에 남긴 폭탄주 이름. 제조법은 간단하다. 테두리에 표면장력이 생길 정도로 양주잔에 가득 양주를 채우고, 맥주도 가득 따르는 이른바 ‘10부 폭탄주’다. 1990년대 민주화 바람을 타며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다. 덩달아 폭탄주의 강도도 점점 약해졌다. 폭탄주와 인연이 깊은 집단인 검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검찰에선 상명하복(上命下服)과 연대의식 문화 때문에 폭탄주가 널리 퍼졌다. 검사 10명이 모이면 기본 100잔의 폭탄주가 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바쁜 탓에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자며 폭탄주를 돌렸다. 이들과 술을 마신 출입기자들은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뻗기 일쑤였다. ‘화합주’로 시작된 검찰의 폭탄주는 ‘심통주’ ‘바크만주’ ‘뿅주’ ‘드라큘라주’ ‘회오리주’ ‘타이타닉주’ 등으로 진화했다. 사고도 많았다.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대낮에 폭탄주를 마시고 “우리가 조폐공사 파업을 유도했다”는 발언을 해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검찰도 바뀌었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폭탄주 제조용 미니 술잔 세트를 맞춰 지인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유명하다.    ▼ 왜 폭탄 즐기나… 만드는 재미 29%, 빨리 취하려 26% ▼바쁜데 빨리 먹자는 ‘효율’에서 퍼포먼스 위주 ‘오락’으로 진화탄산수 섞은 ‘물폭탄’ 등장하고… 싸이-류현진도 폭탄 전도사로최근에는 검찰 간부들도 예전만큼 술을 즐기지 않아 탄산수에 양주를 넣어 마시는 폭탄주가 인기다. 기자 사회나 관가도 마찬가지다. 세종시로 이전한 한 부처의 공무원은 회식 분위기를 띄우려고 주스를 탄 폭탄주를 제조하려다 ‘억지로 흥을 내고 싶지 않다’는 동료들의 반응에 머쓱해져 그만뒀다고 한다.#6. 한국인은 왜 여전히 폭탄주를 마시는가※페리에주=2010년경부터 유행한 폭탄주로 페리에 등 탄산수에 양주나 소주를 타 마신다. 술을 물에 탄다는 점에서 ‘섞는다’는 행위만 남았을 뿐 고(高)알코올, 효율적으로 빨리 취하자는 경제성 등 폭탄주의 본질은 사라졌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씨는 자신의 글에서 “한국인이 폭탄주를 먹는 것은 빨리 취하고 싶어서”라며 “서로 할 얘기가 없으니 멀뚱멀뚱 마주보기가 두려운 것이고, 그 황당한 상황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폭탄주를 마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의 폭탄주는 ‘고알코올 술을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효율성과 경제성의 원칙을 중시하는 폭탄주에 재미 요소가 들어가며 본질이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동아일보가 취업포털 잡코리아를 통해 일반인 23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8.9%가 폭탄주의 장점으로 ‘재미’를 꼽았다. ‘빨리 취하고 술자리가 빨리 끝나니 좋다’는 답변(25.6%)은 근소한 차이지만 2위에 그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몇 년 전부터 유행한 ‘페리에주’,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 때 유행한 ‘줄기세포주’(줄기세포가 실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양주나 소주 대신 물을 넣어 만든 뇌관 없는 폭탄주)다. 취하는 것보다는 폭탄주 만드는 과정의 오락을 더 중시하는 게 공통점이다. 하이트진로는 몇 년 전 미리 제조한 폭탄주를 병에 넣어 파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폭탄주는 직접 만드는 과정에 의미가 있는 ‘DIY(Do It Yourself) 상품’이라는 생각에 결국 계획을 접었다. 한 맥주회사도 ‘한국인은 독한 맥주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도수가 높은 맥주를 상품화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백세주’를 소주에 타 마시는 주당이 많아지자 국순당은 아예 ‘오십세주’를 내놓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보다는 못하지만 ‘빨리 취하자’는 의도도 여전히 남아 있다. 20대 사이에서 에너지드링크나 이온음료를 넣어 흡수 속도를 높인 폭탄주가 빠르게 퍼지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7. 폭탄주는 한국인의 술이다※혼돈주(混沌酒)=18세기 선비들이 마셨다는 폭탄주의 조상. 막걸리에 소주를 조심스레 따르면 위로 맑게 떠오른다. 좋은 일이 생기면 이 술을 만들어 혼돈주라 부르며 즐겼다. 1990년대 초부터 폭탄주가 일반 대중에 확산된 데는 배타적 권력집단에 대한 선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86년 국회 국방위 국회의원과 육군참모총장 등의 술자리가 폭행사건으로 이어진 것이 화제가 되면서 이 자리에서 마셨다는 폭탄주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1980년대 후반 시작된 호황기에 흥청망청 술을 먹는 접대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1990년 양주 수입 개방조치는 이런 세태에 불을 댕겼다. 당시 소주 폭탄주가 아닌 양주 폭탄주부터 시작된 것은 당연했다. 1980년대 상류층 술 문화의 장(場)은 맥주를 파는 비어홀에서 양주가 주류인 룸살롱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때 두 술 문화가 융합되면서 폭탄주가 자리를 잡았다. 비어홀이나 룸살롱에는 서민의 술인 소주가 없었다. 자연히 양폭이 먼저였다. 경제가 고속성장하면서 빈부 격차는 심해졌다. 경쟁에서 밀려난 계층은 검사, 기자, 군간부 등 이른바 ‘끗발 있는 집단’을 욕하면서도 그들의 배타적인 술 문화를 따라 배웠다. 특히 소폭의 등장은 폭탄주의 대중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소폭은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려면 (수입) 양주를 적게 먹어야 한다”고 언급한 게 알려지며 본격적으로 확산됐다는 해석이 많다. 허시명 교장은 “이 시기 언론과 검찰 등 특정 집단이 끊임없이 폭탄주 이슈를 양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목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직장인은 물론이고 20대 대학생들의 술자리에도 소폭이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소폭은 양폭에 비해 값이 쌌다. 도수가 낮아 독한 술을 피하려는 웰빙 유행에도 맞았다. 양주+맥주의 공식이 깨지자 별의별 폭탄주가 등장했다. 대학생들은 폭탄주를 오락으로 받아들였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폭탄주가 재미있어서 마신다’는 비율은 직장인이 18.7%인 반면 대학생은 46.5%나 됐다. 박재환 교수는 “원래 (싸게 빨리 취하는) 경제적인 술인 폭탄주가 한국에 처음 소개될 때는 높은 양주 가격 등으로 인해 상류층의 우월한 문화로 변형됐다”며 “이후 대중화 과정을 거치며 경제성과 재미의 가치로 분화되는 궤적을 그렸다”고 분석했다. 해외에도 폭탄주가 있지만 한국인만큼 열정적으로 술을 섞어 마시는 민족은 없다. 그래서 폭탄주는 이제 한국 특유의 문화로 대접 받기에 이르렀다. ‘국제 가수’ 싸이는 유튜브 등을 통해 세계의 팬들에게, 데뷔 첫해 미국 프로야구를 호령한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는 동료들에게 폭탄주를 전파했다. 폭탄주가 이런 지위에까지 올랐지만 사실 폭탄주는 원형(原形)이 없는 술이다. 섞는 순간 원래의 술의 존재 형태와 의미는 무시된다. 술이 아니라 술 마시는 방법이라 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헌배 교수는 “블렌디드 위스키는 여러 오크통에서 숙성한 술을 40개 정도 섞은 술이다. 12년, 17년, 25년, 30년산(産)이라는 이름은 가장 ‘젊은’ 원액의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며 “여기에 3주 숙성한 맥주를 섞으면 30년산 양주가 21일산 양주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폭탄주가 ‘제대로 술을 즐기는 문화가 없는 천박한 현실’을 초래했다는 비난도 많다. 하지만 술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사회적 거울’이다. 30년을 대한민국과 함께한 폭탄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속 성장과 그로 인한 크고 작은 아픔과 기쁨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김용석·길진균·최예나 기자 nex@donga.com}

    • 2013-10-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국적 포기 유영익 아들, 공기업 美지사 근무”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사진)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17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유 위원장의 인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유 위원장의 아들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유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유 위원장은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자동 취득했다”며 “한국에서는 취직도 안 되고 적응을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래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안 의원은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들이 한국에서 취직도 안 되고 적응을 못해 미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유 위원장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유 위원장의 아들은 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한국의 명문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으며 당시 서울에 있는 방송사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5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10월경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진흥원에 채용됐고 지금은 한국콘텐츠진흥원(2009년 문화진흥원과 콘텐츠진흥원이 통합) 미국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안 의원은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고 미국에서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자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나라를 지키기 싫으면 국적을 포기하라’고 가르칠 것인지 답해야 한다”며 “역사인식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격 없음이 드러났다. 그만 버티고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유 위원장은 15일 교문위 국정감사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친북이었으며 ‘미국에 당당해야 한다’고 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미(反美)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사퇴 공세를 받았다. 민동용·길진균 기자 mindy@donga.com}

    • 2013-10-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준비 안된 국감… 첫날부터 증인-자료제출 문제로 삐걱

    2013년도 국정감사 첫날인 14일. 여야 모두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을 강조했지만 예상대로 정쟁과 설전 속에 곳곳에서 정회가 속출하는 등 파행을 반복했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오전 내내 본질의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증인채택 공방을 벌였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업무보고를 중간에 저지한 데 이어 여야 의원들은 관련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의사진행발언만 거듭하다 오전 일정을 마쳤다. 오후 들어 민주당 의원들이 A4 용지에 ‘친일독재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 검정 취소’라는 문구를 적어 노트북에 붙이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좌편향 왜곡 교과서 검정 취소’라는 문구를 적어 붙여 대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학용 위원장이 오후 2시 58분 속개를 선언하자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이렇게 문구를 붙이고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냐. 몇 년째 교육 국감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라며 “이럴 거면 다 깹시다”라고 언성을 높인 뒤에야 의원별 질의가 진행됐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도 통신비원가 자료 제출 문제로 20분간 정회 소동을 겪었다. 유성엽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감에서 “지난해 법원에서 정보공개 청구 관련 요금원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추가보수 산정자료, 이동통신 3사의 제출 근거자료, 적정성 심의평가 자료 등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있었는데 왜 아직 공개를 안 하고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이 자료는 정보공개 여부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재판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서 관련자료의 열람은 가능하나 제출은 어렵다”고 답했다. 여야의 정쟁 속에 부실 국감이 ‘예고’되는 대목도 있다. 2010년 1월 창설된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15일 처음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을 받는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위협으로 떠오른 사이버 안보에 대한 논의는 아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은 사이버사령부가 대선기간 댓글 작업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사이버사령부 국감 때 ‘국가정보원 댓글 국감’을 다시 집중 부각시킨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감이 파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국감 자료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군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기밀누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창설 이후 3년 동안 한번도 국감을 받지 않은 사이버사령부까지 찾아가 여야 의원들이 정쟁을 벌이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댓글 공방이 벌어지면서 존재 자체가 기밀로 유지되는 사이버심리전단 조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군 당국은 사이버심리전단의 존재가 외부로 유출된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길진균·김희균·손영일 기자 leon@donga.com}

    • 2013-10-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靑 “공공기관장 15명 안팎 인선 곧 발표”

    양건 전 감사원장과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후임 인선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공공기관장 인선이 미뤄지고 있어 정부 정책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일부 공공기관장 인선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검증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1차 검증 결과를 순방에서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곧 보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박 대통령이 그 결과를 받아들여 당장 임명할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인선 상황에 대해 “100곳 정도의 인선이 필요했다. 이 중 70%는 이미 임명 절차가 끝났고, 20%는 후보 추천이 끝나 검증 단계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면서 “나머지 10%는 공모나 후보 추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기업(30개), 준정부기관(87개), 기타 공공기관(178개) 등 295개 정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24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지났는데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마사회,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5개 기관의 수장이 공석이다. 공기업뿐 아니라 준정부기관 4개와 기타 공공기관 4개 역시 기관장이 없어 모두 13개 공공기관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 임기가 끝난 기관장이 그 역할을 이어 가고 있는 공공기관도 11개(공기업 1개, 준정부기관 3개, 기타 공공기관 7개)에 이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현재까지 기관장이 새로 취임한 공공기관은 69개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15명 안팎의 기관장 인선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장 등의 인선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당에서 (명단을) 갖다 드렸는데 아직 피드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인영 의원은 “보은 성격의 낙하산 인사를 강행할 경우 지금의 공공기관에 대해 요구되는 무거운 과제들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길진균·동정민 기자 leon@donga.com}

    • 2013-10-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