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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에 모인 중장년 참여자들이 천천히 팔을 벌리고 발끝을 옮겼다. 처음 만난 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어느덧 그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군무(群舞)가 됐다. 인생 처음 발레를 해본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표정과 동작에 여유가 배어 있었다.“낯선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자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열렸어요.”“평생 춤이라고는 막춤밖에 춘 적이 없는데 로열발레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감을 끌어내 하나 되게 해 줬어요.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었어요.”지난달 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영국 로열발레, LG아트센터, 서울식물원과 공동으로 주관한 ‘중장년 대상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년 만에 내한한 영국 로열발레 소속 무용수들이 참여자들을 직접 지도했다.이번 프로그램은 현대 발레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던의 무용 ‘애프터 더 레인’을 모티브로 폭풍 뒤의 고요와 청량함을 담은 움직임을 통해 성찰과 치유의 감정을 몸으로 탐색하도록 구성됐다. 진흥원은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잊고 살아온 전업주부, 상실의 아픔으로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이들 등 중장년 15명을 공개 모집했다.영국 로열발레의 데이비드 피커링과 엘리자베스 포스터는 고난도 기술 대신,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신체로 표현하도록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해설사와 함께 서울식물원 주제 정원을 탐방한 후 식물에서 받은 인상을 동작으로 풀어냈다.참여자 류희자 씨는 “발레가 기술을 가진 전문가의 영역인 줄 알았는데, 내 몸으로 나의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삶의 전환기에서 크나큰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애경 씨도 “40여 년간 하던 일을 최근 그만두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공허함과 불안감이 밀려왔다”며 “식물을 보며 느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한 휴식을 경험했다”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은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을 결합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립과 외로움을 사회적 돌봄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로 어린 학생 대상의 예술 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영국 로열발레는 이번에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도 예술과 놀이, 협업, 포용의 가치를 전했다.로열발레 관계자는 “영국에서는 최근 예술 활동이나 동작을 통해 인지 능력을 활성화하는 ‘예술 치료’가 시작됐다”며 “자연환경과 춤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치유를 돕는 강력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GODIVA)의 ‘고디바 베이커리(GODIVA BAKERY)’가 국내 오픈 1주년을 맞았다.지난해 8월 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상륙한 고디바 베이커리는 불과 1년 만에 베이커리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디바 베이커리는 더현대 서울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한 이후, 지난 1년 간 전국 주요 도시에 총 7개 매장을 개점하며 빠르게 입지를 넓혀왔다. 다음달에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매장을 추가로 열며 전국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일상 속 진한 달콤함’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고디바 베이커리의 대표 상품 ‘소라빵’은 출시 1년 만에 100만 개 이상 판매를 달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하루 평균 약 3000개, 30초마다 1개씩 판매된 셈으로 고디바 특유의 진한 초콜릿 터치를 더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제품으로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고디바 베이커리는 1주년을 맞아 베이커리 전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1주년 기념 한정 소라빵 2종(▲초당 옥수수 크림 소라빵 ▲진한 녹차 크림 소라빵)과 신제품 소금빵 2종(▲딥트 초콜릿 소금빵 ▲딥트 초콜릿 크림 소금빵)과 식빵 2종(▲벨지안 더블 초콜릿 식빵 ▲벨지안 초콜릿 식빵)을 선보인다. 또 100만 개 이상 판매를 돌파한 대표 상품인 ‘고디바가 만든 소라빵’을 비롯한 고디바 소라빵 4종에는 1주년을 기념하는 로고 초콜릿을 추가해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 고디바 관계자는 “국내 첫 베이커리 매장이 1년 만에 큰 사랑을 받은 데 깊이 감사드린다”며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로서 차별화된 제품과 경험을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전했다.한편, 고디바는 1주년을 맞아 신제품 출시, 제품 리뉴얼을 포함한 기념 프로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디바 제품은 전국 35개 매장과 공식 홈페이지, 카카오 선물하기, 마켓컬리, 쿠팡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2025 OCI YOUNG CREATIVES’ 선정작가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과 허용성 작가의 ‘OCI 어게인:귀한 인연’ 전시를 9월27일까지 연다.올해로 16회를 맞는 ‘OCI YOUNG CRE ATIVES’는 만 35세 이하 한국 작가를 지원하는 OCI미술관의 연례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02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창작지원금 1000만 원, 큐레이터 기획, 일대일 평론 매칭, 전시 홍보 등을 지원한다. ‘2025 OCI YOUNG CREATIVES’는 6명의 신진작가를 선정해 4월부터 릴레이로 진행돼왔으며 이번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이 올해의 마지막 전시다.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허주혜의 개인전 ‘그 언젠가’는 수묵을 매체로 도시와 사물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과 감각의 층위를 산수화에 빗대 풀어낸다. 도시 속 수많은 건축물과 유물들이 자연의 산맥과 물줄기처럼 얽혀 하나의 풍경을 화면에 담는다.2층의 김우경 개인전 ‘여름 자리 펴고 선’은 만드는 행위에 응축된 감정과 감각을 탐구하며 완결보다 과정에 주목한다. 익숙한 오브제를 낯설게 조합해 형태와 의미, 물질과 감각, 현실과 심상 사이의 경계를 드러낸다.3층에서는 허용성의 개인전 ‘다시 쓰는 편지’가 열린다. 2013·2014년 OCI 창작스튜디오 입주 이후 미술관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그는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성을 융합한 인물화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무엇보다 고 송암 이회림 OCI설립자의 사저였던 OCI미술관이 꼭 가봐야 할 장소다. 송암은 1950년대부터 모은 값진 미술품 유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했다. 1989년 인천에 송암미술관을 지어 2005년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하고, 2010년에는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사저 터에 OCI미술관을 열었다. OCI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신진작가 발굴에 힘쓰는 이유를 느낄 수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이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2025 OCI YOUNG CREATIVES’ 선정작가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과 허용성 작가의 ‘OCI 어게인:귀한 인연’ 전시를 9월27일까지 연다.올해로 16회를 맞는 ‘OCI YOUNG CRE ATIVES’는 만 35세 이하 한국 작가를 지원하는 OCI미술관의 연례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102명의 작가를 배출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창작지원금 1000만 원, 큐레이터 기획, 일대일 평론 매칭, 전시 홍보 등을 지원한다. ‘2025 OCI YOUNG CREATIVES’는 6명의 신진작가를 선정해 4월부터 릴레이로 진행돼왔으며 이번 허주혜·김우경의 개인전이 올해의 마지막 전시다.1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허주혜의 개인전 ‘그 언젠가’는 수묵을 매체로 도시와 사물에 스며든 시간의 흔적과 감각의 층위를 산수화에 빗대 풀어낸다. 도시 속 수많은 건축물과 유물들이 자연의 산맥과 물줄기처럼 얽혀 하나의 풍경을 화면에 담는다.2층의 김우경 개인전 ‘여름 자리 펴고 선’은 만드는 행위에 응축된 감정과 감각을 탐구하며 완결보다 과정에 주목한다. 익숙한 오브제를 낯설게 조합해 형태와 의미, 물질과 감각, 현실과 심상 사이의 경계를 드러낸다.3층에서는 허용성의 개인전 ‘다시 쓰는 편지’가 열린다. 2013·2014년 OCI 창작스튜디오 입주 이후 미술관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그는 전통 기법과 현대적 감성을 융합한 인물화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무엇보다 고 송암 이회림 OCI설립자의 사저였던 OCI미술관이 꼭 가봐야 할 장소다. 송암은 1950년대부터 모은 값진 미술품 유산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했다. 1989년 인천에 송암미술관을 지어 2005년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하고, 2010년에는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사저 터에 OCI미술관을 열었다. OCI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신진작가 발굴에 힘쓰는 이유를 느낄 수 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식물원에 모인 중장년 참여자들이 천천히 팔을 벌리고 발끝을 옮겼다. 처음 만난 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어느덧 그들의 움직임은 하나의 군무(群舞)가 됐다. 인생 처음 발레를 해본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표정과 동작에 여유가 배어 있었다.“낯선 사람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자 마음이 부드러워지면서 열렸어요.”“평생 춤이라고는 막춤밖에 춘 적이 없는데 로열발레 전문가들이 각자의 영감을 끌어내 하나 되게 해 줬어요. ‘우리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었어요.”지난달 1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영국 로열발레, LG아트센터, 서울식물원과 공동으로 주관한 ‘중장년 대상 도시숲 예술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년 만에 내한한 영국 로열발레 소속 무용수들이 참여자들을 직접 지도했다.이번 프로그램은 현대 발레 안무가 크리스토퍼 휠던의 무용 ‘애프터 더 레인’을 모티브로 폭풍 뒤의 고요와 청량함을 담은 움직임을 통해 성찰과 치유의 감정을 몸으로 탐색하도록 구성됐다. 진흥원은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이들,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을 잊고 살아온 전업주부, 상실의 아픔으로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이들 등 중장년 15명을 공개 모집했다.영국 로열발레의 데이비드 피커링과 엘리자베스 포스터는 고난도 기술 대신,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신체로 표현하도록 이끌었다. 참여자들은 해설사와 함께 서울식물원 주제 정원을 탐방한 후 식물에서 받은 인상을 동작으로 풀어냈다.참여자 류희자 씨는 “발레가 기술을 가진 전문가의 영역인 줄 알았는데, 내 몸으로 나의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삶의 전환기에서 크나큰 동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애경 씨도 “40여 년간 하던 일을 최근 그만두고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공허함과 불안감이 밀려왔다”며 “식물을 보며 느낀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진정한 휴식을 경험했다”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은 도심 속 자연과 예술을 결합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고립과 외로움을 사회적 돌봄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로 어린 학생 대상의 예술 융합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영국 로열발레는 이번에 한국의 중장년층에게도 예술과 놀이, 협업, 포용의 가치를 전했다.로열발레 관계자는 “영국에서는 최근 예술 활동이나 동작을 통해 인지 능력을 활성화하는 ‘예술 치료’가 시작됐다”며 “자연환경과 춤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치유를 돕는 강력한 조합”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궁금하다 생각했지만 그냥 지나쳤던, 하지만 알아두면 분명 유익한 것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적 사건일 수도 있고 최신 트렌드일 수도 있죠. 동아일보는 과학, 인문, 예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오∼ 이런 게 있었어?’라고 무릎을 칠 만한 이야기들을 매 주말 연재합니다.》경기 불황의 여파는 미술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작품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하며 투자 열풍이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판매가 줄고 경매 낙찰가도 하락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진정한 명화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고 말한다. 예술은 투자 대상이기 이전에 시대의 고통을 견뎌낸 감정의 기록이자 회복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클로드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 세계는 그런 점에서 깊은 위로를 전한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는 “두 거장의 명화들은 시대를 넘어 인간의 감정에 깊이 닿는다”고 말했다.빛을 쫓은 화가, 클로드 모네“제목처럼 인상적이다. 벽지 밑그림만큼도 안 되는 조잡한 그림이다.”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첫 인상파 전시에서 모네의 ‘인상-해돋이’(1872년작)를 두고 평론가 루이 르로이가 내린 혹평이다. 흐릿한 붓질과 공간감 없는 묘사는 ‘미완의 그림’이라는 조롱을 받았고 ‘인상주의’라는 명칭도 경멸에서 비롯됐다. 임산부가 보면 안 될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만평까지 나왔으니 인상주의는 철저한 비주류였다.150년이 흐른 지금, 모네의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예술의 대명사가 됐다. 2021년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모네의 ‘수련’은 7040만 달러(당시 약 805억 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같은 해 삼성가(家)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주제와 제작 시기가 유사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모네의 삶은 빛을 향한 고독한 투쟁이었다. 긴 무명 시절과 생활고, 평단의 외면, 가족의 죽음, 그리고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말년…. 그럴수록 그는 집요하게 빛에 집착했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야외에서 스케치한 뒤 실내에서 그림을 완성하던 당시의 관행과 달리, 모네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 속에서 붓을 들었다.그가 택한 전략은 ‘연작(連作)’이었다. 같은 풍경도 시간대와 계절,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는 점에 착안해 하나의 대상을 반복해 그렸다. 건초더미 연작으로 주목받은 이후 남은 생을 수련에 바쳐 250점을 남겼다. 그에게 수련은 내면의 심연을 비추는 창이었다.말년의 그는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8점의 대작 ‘수련’을 완성해 1918년 프랑스 정부에 기증했다. 이들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의 타원형 전시실에 영구전시돼 있다. 높이 2m, 총 길이 100m에 이르는 이 거대한 연작은 ‘인상주의의 시스티나 예배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장엄하다. 거장의 마지막 고독한 사색과 빛의 탐구 앞에서 관람객은 숙연해진다. 양 교수는 “명작이란 다른 이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라며, “모네의 수련 연작은 절망 속에서도 예술혼으로 일군 집념의 결과”라고 평가했다.최근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모네의 수련: 물과 빛의 마법’은 그 초격차를 확인할 기회다. 캐나다 논픽션 작가 로스 킹의 ‘광기의 마법: 클로드 모네와 수련 그림’을 원작 삼아 인상주의 창시자인 모네의 미학적 유산을 조명한다. 모네의 수련은 생의 끝자락에서도 빛을 붙잡으려 한 구원의 흔적이다. 서울 세종미술관에서는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전시도 열리고 있다.해바라기를 분신처럼 사랑한 고흐고흐는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팔았다. 그러나 1987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해바라기’가 3900만 달러(당시 약 300억 원)에 낙찰되면서 그는 세기말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재조명받았다. 수련이 모네의 영혼을 비췄다면 해바라기는 고흐 자신을 투영한 분신이었다. 양 교수는 “겨울이 길고 추운 네덜란드에서 자란 고흐는 태양을 동경했고 해바라기를 자신의 분신처럼 사랑했다”고 설명했다. 고흐의 해바라기에는 네덜란드 정물화의 전통, 즉 ‘바니타스(Vanitas)’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바니타스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싱싱한 해바라기뿐 아니라 시들어가는 해바라기까지 함께 그린 고흐의 작품은 인생의 유한함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가의 사유를 드러낸다. 고흐는 37년의 짧은 생애 중 화상(畫商)으로 7년, 화가로 10년을 살았다. 16세부터 23세까지는 학교에 다니는 대신 삼촌이 운영하던 화랑에서 그림을 사고 팔았다. 27세에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엔 경제적 궁핍과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10년간 무려 20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1888년부터 1년간 프랑스 아를에 머물며 ‘해바라기’를 7점 그렸다. 이 중 한 점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실돼 현재 6점이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 등에 소장돼 있다. 고흐는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선배 플랑드르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물감을 두텁게 쌓아 올리고 거친 붓 자국을 남기는 방식으로 회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밤도 아름답게 그렸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실제 밤하늘을 보고 그린 작품으로, 북두칠성의 배열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론강에 쏟아지는 별빛과 도시의 불빛이 물 위에 반사되는 장면은 고흐가 느낀 고요한 슬픔과 환희를 동시에 품고 있다. 평생 미술계의 외면을 받았던 고흐가 사후에 별처럼 빛날 수 있었던 건,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 덕분이다. 고흐가 세상을 떠난 다음 해에 테오도 요절하자 요한나는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와 고흐의 작품을 정리하고 전시하며 고흐를 미술사에 남겼다. 고흐의 삶은 애니메이션 영화 ‘리빙 빈센트’(2017년)로 조명됐다. 그의 작품 세계를 디지털 영상과 소리로 재해석한 몰입형 전시는 전 세계 수십 개 도시에서 순회 중이다. 최근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한여름 밤의 고흐’ 전시도 열리고 있다. 절망의 끝에서도 빛을 그린 두 거장의 명화는 오늘을 버텨내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고통은 지나가고 예술은 남는다.”QR코드를 스캔하면 31일 채널A에서 방송된 브레인 아카데미 ‘언어편’을 볼 수 있습니다. ‘미술편’은 8월 7일 오후 10시 방송됩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여행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많은 걸 준비하고 떠나는 자와 우연의 음악에 몸을 내맡기는 자. 이번 여행에서는 후자가 되어 보기로 했다. 남해에 가 보기로 한 것은, 귀촌 청년들을 연구하다가 그곳의 매력에 빠져 정착한 여성 건축가 지인의 일상이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남해에서 사귄 벗들과 논길을 달리고, 텃밭 채소들로 집밥을 만들어 먹고, 동네 서점에 가서 차를 마시고 뜨개질을 했다. 너무 꽉 짜인 일정엔 새로운 모험이 들어설 틈이 없지 않던가. 별 계획을 세우지 않고 남해로 향했다. ●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생각의 공간 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가 남해도서관이었던 것은 지역 문화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읍내에 자리 잡은 남해도서관은 작가 초청 강연과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풍성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도서관을 일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공공도서관이 잘 운영될수록 선진국일 것이다. 호젓한 바닷가 마을 도서관 사서의 삶이 문득 부러웠다. 남해도서관장의 추천으로 도서관 인근 ‘정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전복솥밥은 차림새가 단아하고 맛이 담백했다. 건너편 찻집 ‘오실재’는 테이블이 몇 개뿐이지만 차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 주인은 하필 이날 사정이 생겨 차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연신 미안해하며 막 딴 찻잎을 조금 담아 선물로 건넸다.경남도립남해대학 후문에서 100m쯤 떨어진 주택가에는 한옥 카페 겸 독립서점 ‘흙기와’가 있었다. 건축가 지인은 말했다. “고요하게 차 마시고 책 읽고 싶을 때 가는 곳이에요. 정원 옆 화장실을 꼭 가 보세요.” 한옥에 딸린 작은 정원에는 잔잔한 꽃들이 심어 있어 꼿꼿이 선 보라색 버들마편초가 유독 큰 키로 보였다. 화장실에 가 보니 손 닦는 용도로 날마다 빨아 쓴다는 작은 행주가 놓여 있었다. 환경에 대한 배려가 고맙게 느껴졌다. 몇 해 전 가족이 남해로 내려왔다는 책방지기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과 신간을 책장에 함께 꽂아 두었다. ‘책을 고르고 샀을 때의 감정과 이유, 생각을 뼈대 삼아 서가의 책들을 구분했습니다.’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라는 책이 마음에 들어왔다. 각자의 생존 방식으로 고립된 바다에서 공존하는 심해 해양생물을 떠올리는 시간. 남해의 서점이 준 생각의 선물이었다.● 다랑논과 당산나무가 있는 시크릿가든 남해군은 1973년 남해대교로 육지와 이어지기 전에는 남해도(南海島)라는 섬이었다. 섬 전역에 꽃이 많아 ‘꽃섬’으로 불렸다. 그중 상주면 두모마을은 단연코 남해의 ‘시크릿가든’이다. 봄이 되면 다랑논에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남해군은 농로가 좁은 다랑논에서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판단해 관광 명소화 사업에 나섰다. 그래서 올해 4월 문을 연 게 ‘파라다랑스’다. ‘파라다이스(paradise)’와 전통 농업을 상징하는 다랑논의 합성어로 남해군이 조성하고 두모마을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마을 공동체 기반 정원이다. 다랑논을 멋진 모델들이 줄을 지어 걷는 것을 상상해 봤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이 남해 다랑논에서 패션쇼를 연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두모마을에는 230세 된 당산나무가 있다. 그 나무 그늘 밑 평상은 마을 사람에게도, 외지인에게도 환대의 공간이리라.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저 평상에 대자로 누우면 나무가 바람결을 통해 답을 찾는 길을 안내하지 않을까. 상주은모래비치는 호수 같은 바다 앞에 은빛 가루를 뿌린 듯한 백사장이 2km나 이어졌다. 모래가 맨발에 닿는 감촉이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앵강만 해안길을 달려 숙소가 있는 선소마을로 왔다. 바다에 살포시 내려앉는 분홍빛 노을이 마음속에도 번졌다. ● “나답게 나이 들고 싶어 만든” 정원선소마을 지역 협동조합이 지난해 문을 연 ‘선소207’은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숙소였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앞 해안 산책로를 걷고 호박밭을 돌보던 마을 할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검색해 보니 차로 5분 거리 남해읍에 있는 ‘행복베이커리’가 매일 오전 6시 반에 문을 연다고 했다. 유자카스테라와 시금치빵을 샀더니 커피는 무료로 담아 가져가란다. 알고 보니 오랫동안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식이 아재’의 빵집이었다.이른 아침을 먹고 향한 곳은 ‘섬이정원’. 전날 남해도서관에서 만난 섬이정원 차명호 대표는 “정원은 이른 오전에 방문할수록 빛이 좋지요”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아침 햇살 비추는 섬이정원에서 만난 차 대표는 빛의 예술가 클로드 모네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 있는 아치형 다리를 본떠 만든 다리가 그곳에도 있었다. 서울에서 의류 사업을 하던 차 대표가 정원을 가꾸고 싶어 전국의 땅을 보러 다니다가 남해의 경관에 반해 정착한 게 2007년. 다랑논을 정원으로 바꾸고 섬이정원으로 이름 붙인 뒤 2016년부터 개방해 오고 있다. 매년 5만 명이 찾는 이 정원(약 2만㎡)을 그가 홀로 독학하면서 조성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낭만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저 “나답게 나이 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정원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속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은목서와 후피향나무 같은 난대 수종들이 수벽(樹壁)을 만들어 각 정원이 마법의 방 같다. 모네 정원, 하늘연못 정원, 물고기 정원…. 숲속 오두막, 뾰족 지붕 유리 온실,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까지 만나면 다음엔 또 뭐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차 대표가 “진짜 비밀의 공간을 알려드릴까요?”라며 3분여 차를 몰고 안내한 곳은 인근 편의점. 은청색 망망대해와 초록의 남해바래길을 내려다보며 먹는 메로나 아이스크림이 꿀맛이었다.● 바닷가 마을 속도로 마음속을 걷는 일 오랜만에 다시 가 본 독일마을에서는 가죽공방에 들어가 손바닥보다 작은 가죽지갑을 기념품으로 샀다. 하늘색 망토를 입은 작은 플라스틱 인형이 달려 있어 손에 쥘 때마다 행복감이 든다.처음 가 본 지족마을은 350m 길에 공방과 책방 등이 들어선 매력적인 장소였다. ‘기록의 밭’은 종일 머물고 싶은 소품 가게였다. 남해 각 계절 느낌들을 담은 사진과 글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삶을 입는 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순간을 사는 것’. ‘밝은달빛서점’에서 전시 중인 도기 인형은 빨간색 하트를 가슴에 껴안고 있었다. 작품 제목은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1인용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팥파이스’의 팥빙수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었다. 남해 여행은 곧 마을 여행이었다. 전국이 마을로 이뤄져 있지만, 남해에서는 유독 행정 주소가 아닌 ‘마을’이란 명칭이 쓰인다. 귀농, 귀촌으로 정착한 주민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 이야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공간 브랜딩, 지역 문화 기반의 콘텐츠 개발이 만나 남해 마을은 공간의 메시지를 담은 지명이 되었다.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낯선 곳에서 며칠간 살아 보는 것, 그 속에서 삶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과 사람들의 환대는 일상의 감각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꽃섬 남해의 정원과 책방, 다랑논과 바다, 빵과 팥빙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했다. ‘너는 지금 이대로 꽃이다’. 특별한 것을 계획하지 않았던 남해 여행에서 얻은 건 ‘조금은 틈을 갖고 살아도 괜찮겠다’는 확인이었다. 삶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의 속도에서 잠시 빠져나와 바닷가 마을 속도로 마음속을 걷는 일. 그것이 지금 필요한 삶의 점검이었는지도 모르겠다.글·사진 남해=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여행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많은 걸 준비하고 떠나는 자와 우연의 음악에 몸을 내맡기는 자. 이번 여행에서는 후자가 되어 보기로 했다. 남해에 가 보기로 한 것은, 귀촌 청년들을 연구하다가 그곳의 매력에 빠져 정착한 여성 건축가 지인의 일상이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남해에서 사귄 벗들과 논길을 달리고, 텃밭 채소들로 집밥을 만들어 먹고, 동네 서점에 가서 차를 마시고 뜨개질을 했다. 너무 꽉 짜인 일정엔 새로운 모험이 들어설 틈이 없지 않던가. 별 계획을 세우지 않고 남해로 향했다.●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생각의 공간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가 남해도서관이었던 것은 지역 문화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읍내에 자리 잡은 남해도서관은 작가 초청 강연과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풍성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도서관을 일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공공도서관이 잘 운영될수록 선진국일 것이다. 호젓한 바닷가 마을 도서관 사서의 삶이 문득 부러웠다.남해도서관장의 추천으로 도서관 인근 ‘정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전복솥밥은 차림새가 단아하고 맛이 담백했다. 건너편 찻집 ‘오실재’는 테이블이 몇 개뿐이지만 차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 주인은 하필 이날 사정이 생겨 차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연신 미안해하며 막 딴 찻잎을 조금 담아 선물로 건넸다.경남도립남해대학 후문에서 100m쯤 떨어진 주택가에는 한옥 카페 겸 독립서점 ‘흙기와’가 있었다. 건축가 지인(문주원 산토건축 소장)은 말했다. “고요하게 차 마시고 책 읽고 싶을 때 가는 곳이에요. 정원 옆 화장실을 꼭 가 보세요.” 한옥에 딸린 작은 정원에는 잔잔한 꽃들이 심어 있어 꼿꼿이 선 보라색 버들마편초가 유독 큰 키로 보였다. 화장실에 가 보니 손 닦는 용도로 날마다 빨아 쓴다는 작은 행주가 놓여 있었다. 환경에 대한 배려가 고맙게 느껴졌다.몇 해 전 가족이 남해로 내려왔다는 책방지기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과 신간을 책장에 함께 꽂아 두었다. ‘책을 고르고 샀을 때의 감정과 이유, 생각을 뼈대 삼아 서가의 책들을 구분했습니다.’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라는 책이 마음에 들어왔다. 각자의 생존 방식으로 고립된 바다에서 공존하는 심해 해양생물을 떠올리는 시간. 남해의 서점이 준 생각의 선물이었다.● 다랑논과 당산나무가 있는 시크릿가든남해군은 1973년 남해대교로 육지와 이어지기 전에는 남해도(南海島)라는 섬이었다. 섬 전역에 꽃이 많아 ‘꽃섬’으로 불렸다. 그중 상주면 두모마을은 단연코 남해의 ‘시크릿가든’이다. 봄이 되면 다랑논에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남해군은 농로가 좁은 다랑논에서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판단해 관광 명소화 사업에 나섰다. 그래서 올해 4월 문을 연 게 ‘파라다랑스’다. ‘파라다이스(paradise)’와 전통 농업을 상징하는 다랑논의 합성어로 남해군이 조성하고 두모마을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마을 공동체 기반 정원이다. 다랑논을 멋진 모델들이 줄을 지어 걷는 것을 상상해 봤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들이 남해 다랑논에서 패션쇼를 연다면 얼마나 근사할까.두모마을에는 230세 된 당산나무가 있다. 그 나무 그늘 밑 평상은 마을 사람에게도, 외지인에게도 환대의 공간이리라.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저 평상에 대자로 누우면 나무가 바람결을 통해 답을 찾는 길을 안내하지 않을까.상주은모래비치는 호수 같은 바다 앞에 은빛 가루를 뿌린 듯한 백사장이 2km나 이어졌다. 모래가 맨발에 닿는 감촉이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앵강만 해안길을 달려 숙소가 있는 선소마을로 왔다. 바다에 살포시 내려앉는 분홍빛 노을이 마음속에도 번졌다.● “나답게 나이 들고 싶어 만든” 정원선소마을 지역 협동조합이 지난해 문을 연 ‘선소207’는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숙소였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앞 해안 산책로를 걷고 호박밭을 돌보던 마을 할머니와 인사를 나눴다. 검색해 보니 차로 5분 거리 남해읍에 있는 ‘행복베이커리’가 매일 오전 6시 반에 문을 연다고 했다. 유자카스테라와 시금치빵을 샀더니 커피는 무료로 담아 가져가란다. 알고 보니 오랫동안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식이 아재’의 빵집이었다.이른 아침을 먹고 향한 곳은 ‘섬이정원’. 전날 남해도서관에서 만난 섬이정원 차명호 대표는 “정원은 이른 오전에 방문할수록 빛이 좋지요”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아침 햇살 비추는 섬이정원에서 만난 차 대표는 빛의 예술가 클로드 모네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 있는 아치형 다리를 본떠 만든 다리가 그곳에도 있었다.서울에서 의류 사업을 하던 차 대표가 정원을 가꾸고 싶어 전국의 땅을 보러 다니다가 남해의 경관에 반해 정착한 게 2007년. 다랑논을 정원으로 바꾸고 섬이정원으로 이름 붙인 뒤 2016년부터 개방해 오고 있다. 매년 5만 명이 찾는 이 정원(약 2만㎡)을 그가 홀로 독학하면서 조성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낭만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저 “나답게 나이 들고 싶었다”고 했다.그의 정원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속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은목서와 후피향나무 같은 난대 수종들이 수벽(樹壁)을 만들어 각 정원이 마법의 방 같다. 모네 정원, 하늘연못 정원, 물고기 정원…. 숲속 오두막, 뾰족 지붕 유리 온실,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까지 만나면 다음엔 또 뭐가 나올까 궁금해진다. 차 대표가 “진짜 비밀의 공간을 알려드릴까요?”라며 3분여 차를 몰고 안내한 곳은 인근 편의점. 은청색 망망대해와 초록의 남해바래길을 내려다보며 먹는 메로나 아이스크림이 꿀맛이었다.● 바닷가 마을 속도로 마음속을 걷는 일오랜만에 다시 가 본 독일마을에서는 가죽공방에 들어가 손바닥보다 작은 가죽지갑을 기념품으로 샀다. 하늘색 망토를 입은 작은 플라스틱 인형이 달려 있어 손에 쥘 때마다 행복감이 든다.처음 가 본 지족마을은 350m 길에 공방과 책방 등이 들어선 매력적인 장소였다. ‘기록의 밭’은 종일 머물고 싶은 소품 가게였다. 남해 각 계절 느낌들을 담은 사진과 글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편안한 옷을 입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삶을 입는 것.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순간을 사는 것’. ‘밝은달빛서점’에서 전시 중인 도기 인형은 빨간색 하트를 가슴에 껴안고 있었다. 작품 제목은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1인용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팥파이스’의 팥빙수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었다.남해 여행은 곧 마을 여행이었다. 전국이 마을로 이뤄져 있지만, 남해에서는 유독 행정 주소가 아닌 ‘마을’이란 명칭이 쓰인다. 귀농, 귀촌으로 정착한 주민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 이야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공간 브랜딩, 지역 문화 기반의 콘텐츠 개발이 만나 남해 마을은 공간의 메시지를 담은 지명이 되었다.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낯선 곳에서 며칠간 살아 보는 것, 그 속에서 삶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마을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과 사람들의 환대는 일상의 감각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꽃섬 남해의 정원과 책방, 다랑논과 바다, 빵과 팥빙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했다. ‘너는 지금 이대로 꽃이다’.특별한 것을 계획하지 않았던 남해 여행에서 얻은 건 ‘조금은 틈을 갖고 살아도 괜찮겠다’는 확인이었다. 삶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의 속도에서 잠시 빠져나와 바닷가 마을 속도로 마음속을 걷는 일. 그것이 지금 필요한 삶의 점검이었는지도 모르겠다.남해=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식물채집 사진 자료집 발간과 특별전시회 개최를 위한 ‘우리 식물의 잃어버린 기록을 찾아서: 이제 당신의 사진으로 이어갑니다’라는 대국민 사진 공모전(사진)을 30일까지 진행한다. 이번에 발간되는 자료집은 1917∼1918년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1876∼1930)이 미국 하버드대 아널드수목원 소속으로 한반도 각지를 탐사하며 촬영한 식물채집 사진과 자료를 집대성한 것이다. 특별전시회에서는 당시 식물 사진들이 공개된다. 윌슨은 금강산과 울릉도 등지에서 우리 식물을 수집했고 그중에는 한국 특산식물로 분류되는 만리화, 금강인가목, 노각나무 등이 포함됐다. 아널드식물원은 윌슨의 수집 식물을 포함해 한반도 자생 식물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립수목원은 이 중 12종을 국내로 들여와 현지 외 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국립수목원 누리집에 게시된 7개 장소(울릉도, 경기 포천, 제주, 지리산, 충북 단양, 청계산, 서울)와 같은 장소로 추정되는 곳의 사진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당선작은 특별전시회에 활용될 예정이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지난 세기의 기록과 오늘의 이야기가 만나 우리 자연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대구군위에 수목원인 ‘사유원’ 내 ‘갤러리 곡신’에서 8월 10일까지 사진가 민병헌의 개인전 ‘The Contemplation in Gray’가 열린다.민병헌은 40년 넘게 자연을 바라보는 고유한 태도를 정립하며 한국 현대 사진예술의 미학적 확장을 이끌어왔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아날로그 방식의 필름 사진과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촬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맡아 단 몇 점의 에디션만 제작한다. 단순한 풍경과 사물의 재현을 넘어 회화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섬세한 작품 세계는 ‘민병헌 그레이’로 불리고 있다.팔공산 자락 70만㎡ 대지 위에 자리잡은 사유원에는 세월을 견딘 고목들과 세계적 예술가들의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사유원의 깊은 자연성과 미학을 담아내기 위해 올해 4월 문을 연 새로운 전시 공간 ‘갤러리 곡신’은 첫 사진 전시 작가로 민병헌을 택했다.민병헌의 작품에서 자연은 오랜 시간 응시하고 머물며 닿은 ‘존재의 결’이다. 풀 한 포기, 바위 하나에도 작가의 깊은 사유가 깃들어 자연이 ‘내 안의 풍경’으로 변모한다. 사유원의 자연이 걷고 머물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듯, 민병헌의 사진도 낯선 사색과 고요 속으로 이끈다.국립현대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민병헌은 이번에 ‘Deep fog’(1999), ‘Snow land’(2010), ‘Waterfall’(2009), ‘남녘유람’(2020) 등 10점을 선보인다. 사유원 측은 “사진과 공간이 서로의 깊이를 비추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유의 방식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시치쿠 아키요(紫竹昭葉) 할머니…당신을 처음 사진으로 뵀을 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어요. 꽃장식 모자를 쓰고 정원 한가운데에서 화사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참 귀여우셨거든요. 당신이 손수 심고 가꾸고 사랑한 그 정원을 곧 찾아갑니다. 4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당신은 이제 꽃이 되어 정원 곳곳에 피어계시겠지요. “뿌리만 튼튼하고 기운이 있다면 언젠가 아름다운 꽃이 피어요. 사람도 꽃처럼 피어나요”. 당신이 남긴 이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할머니, 당신이 63세가 되던 어느 날 “어릴 적 들꽃 사이를 뛰놀던 풍경을 내 손으로 다시 만들고 싶다”며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이야기를 일본 책에서 읽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인간이 자연을 지키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결심 아래 남은 생을 온전히 정원에 바치셨지요. 나이를 핑계 삼아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이들의 마음에 당신은 꿈의 씨앗을 뿌리셨습니다.여행은 계획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요. 다음 달 떠날 일본 홋카이도 정원여행을 앞두고 제 마음은 벌써 당신의 정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여행길에서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지설레요. 당신은 “누구나 마음속에 피우고 싶은 꽃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피어난다”고 하셨죠. 30여 년간 6만㎡ 부지에 2500종 이상의 꽃을 가꿔 계절마다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시치쿠 가든. 그곳에서 8월에 만날 강렬한 색감의 다알리아를 특히 기다립니다.2021년 5월, 당신은 평소처럼 오전 6시에 정원을 돌보다가 꽃씨를 쥔 손을 내밀며 쓰러지셨다고 들었습니다. “꽃밭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정원처럼 살다가 정원에서 눈을 감으셨으니 삶의 마지막까지 당신답습니다. 저도 당신처럼 훗날 명랑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꽃은 정직하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주위를 치유한다고 하셨지요. 1956년 당신이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상실의 시간을 견디게 해준 게 정원이었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빗물을 받아 쓰며, 낙엽과 말똥을 흙으로 되돌려 건강한 생기를 품게 했던 당신의 손길과 철학은 ‘정원이란 무엇인가’를 말없이 들려줍니다.정원 안 레스토랑 ‘플라워 하츠’에는 지역 제철 재료로 만든 도시락이 인기입니다. 채소 중심 도시락 이름이 ‘꽃구경 벤토’라니 참 어여쁩니다. 이번에 방문하면 꽃구경 실컷 한 뒤 장미 향 나는 분홍색 소프트아이스크림을 꼭 맛보려고요.참, 10년 전 시치쿠 가든을 다녀온 춘천에 사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그때 할머니께서 “부산에 가 본 적이 있다”며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러 주셨다네요. ‘사이좋은 두 사람의 꽃 여행. 정말 기쁘네요’라고 책에 사인도 하셨고요. 그 부부는 지금도 당신의 그림이 담긴 명함을 꺼내 본다고 합니다. 등 뒤로 두 손을 모아 꽃을 들고 있는 당신은 누구에게 꽃을 건네시려던 걸까요. 시치쿠 가든을 걷다 보면 꽃무늬 옷을 입은 당신이 어느 모퉁이에서 나타나 그 꽃을 살며시 내밀 것만 같습니다.조만간 홋카이도 오비히로시 시치쿠 가든에서 뵙겠습니다, 시치쿠 할머니. 그리고 고맙습니다. 당신의 정원이 제 마음에도 여름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2025년 여름, 당신께 가는 길목에서.이밖에 가 볼 만한 홋카이도 정원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단순히 나이를 채우는 ‘골골백세’가 아닌 활력 있는 ‘생생백세’를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저당 식단과 고단백 식사같은 저속노화 실천이 일상 속에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식초를 마시는 습관도 최근 건강을 챙기는 방식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식초는 ‘자연이 준 기적의 물’이라고 할 만큼 예로부터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통했다. 그 중에서도 현미를 발효해 만든 흑초는 건강 성분이 풍부하고 맛과 향이 부드러워 ‘식초의 왕’이라 불린다. 흑초는 100% 현미를 천천히 발효해 현미 고유의 건강 성분을 고스란히 담은 식초에만 붙일 수 있는 이름으로, 일본 농림수산성에서는 일반식초와 흑초를 구분하기 위해 흑초에 대한 엄격한 규격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흑초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일본의 최장수 마을로 꼽히는 가고시마 지역에서 식후에 차(茶)처럼 흑초를 마시는 습관이 장수 비결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다. 국내에서는 샘표가 2005년에 ‘마시는 흑초’를 선보였다. 고(故) 박승복 선대 회장이 당시 일본에서 흑초를 처음 접하고 효능을 체험한 뒤 한국에 돌아와 연구소에 흑초 개발을 지시했다. 그는 2016년 95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하루 세 번 식후에 흑초를 꾸준히 마시며 흑초의 대중화에 힘썼다.샘표 흑초 ‘백년동안’은 독보적인 발효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미에서 유래한 건강 성분을 이끌어내는 독자적인 제조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다. 100% 국내산 생현미를 3단계 발효한 ‘순발효흑초 원액’과 ‘5년 항아리숙성 흑초’, 과일을 넣어 음용하기 좋게 만든 흑초 3종(산머루와 복분자,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산수유와 석류)이 있다.저당 트렌드에 맞춰 기존 흑초의 함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당 함량을 84% 낮춘 ‘샘표 흑초 저당 2종(산머루와 복분자, 자몽과 라임)’도 새로 선보였다. 1회 섭취량(25ml) 기준 당 함량은 0.5g, 열량은 5kcal 이하로 당과 칼로리 부담을 확 낮췄다. 흑초는 원액 기준 매일 54ml를 마시는 것이 좋고 기호에 따라 물, 탄산수, 우유 등에 1:1에서 1:5 비율로 타서 식후 꾸준히 섭취하면 더욱 좋다는 설명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대구군위의 수목원인 ‘사유원’ 내 ‘갤러리 곡신’에서 8월 10일까지 사진가 민병헌의 개인전 ‘The Contemplation in Gray’가 열린다.민병헌은 40년 넘게 자연을 바라보는 고유한 태도를 정립하며 한국 현대 사진예술의 미학적 확장을 이끌어왔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아날로그 방식의 필름 사진과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촬영부터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맡아 단 몇 점의 에디션만 제작한다. 단순한 풍경과 사물의 재현을 넘어 회화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섬세한 작품 세계는 ‘민병헌 그레이’로 불리고 있다.팔공산 자락 70만㎡ 대지 위에 자리잡은 사유원에는 세월을 견딘 고목들과 세계적 예술가들의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사유원의 깊은 자연성과 미학을 담아내기 위해 올해 4월 문을 연 새로운 전시 공간 ‘갤러리 곡신’은 첫 사진 전시 작가로 민병헌을 택했다.민병헌의 작품에서 자연은 오랜 시간 응시하고 머물며 닿은 ‘존재의 결’이다. 풀 한 포기, 바위 하나에도 작가의 깊은 사유가 깃들어 자연이 ‘내 안의 풍경’으로 변모한다. 사유원의 자연이 걷고 머물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듯, 민병헌의 사진도 낯선 사색과 고요 속으로 이끈다.국립현대미술관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는 민병헌은 이번에 ‘Deep fog’(1999), ‘Snow land’(2010), ‘Waterfall’(2009), ‘남녘유람’(2020) 등 10점을 선보인다. 사유원 측은 “사진과 공간이 서로의 깊이를 비추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와 사유의 방식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시치쿠 아키요(紫竹昭葉) 할머니, 당신을 처음 사진으로 뵀을 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어요. 꽃장식 모자를 쓰고 정원 한가운데에서 화사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참 귀여우셨거든요. 당신이 손수 심고 가꾸고 사랑한 그 정원을 곧 찾아갑니다. 4년 전 하늘나라로 떠난 당신은 이제 꽃이 되어 정원 곳곳에 피어계시겠지요. “뿌리만 튼튼하고 기운이 있다면 언젠가 아름다운 꽃이 피어요. 사람도 꽃처럼 피어나요”. 당신이 남긴 이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할머니, 당신이 63세가 되던 어느 날 “어릴 적 들꽃 사이를 뛰놀던 풍경을 내 손으로 다시 만들고 싶다”며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이야기를 일본 책에서 읽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인간이 자연을 지키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결심 아래 남은 생을 온전히 정원에 바치셨지요. 나이를 핑계 삼아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이들의 마음에 당신은 꿈의 씨앗을 뿌리셨습니다.여행은 계획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요. 다음 달 떠날 일본 홋카이도 정원여행을 앞두고 제 마음은 벌써 당신의 정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여행길에서 어떤 분들을 만날지 설레요. 당신은 “누구나 마음속에 피우고 싶은 꽃이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피어난다”고 하셨죠. 30여 년간 6만㎡ 부지에 2500종 이상의 꽃을 가꿔 계절마다 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시치쿠 가든. 8월에 피어날 강렬한 색감의 다알리아가 특히 기다려집니다.2021년 5월, 당신은 평소처럼 오전 6시에 정원을 돌보다가 꽃씨를 쥔 손을 내밀며 쓰러지셨다고 들었습니다. “꽃밭 속에서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정원처럼 살다가 정원에서 눈을 감으셨으니 삶의 마지막까지 당신답습니다. 저도 당신처럼 훗날 명랑하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꽃은 정직하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주위를 치유한다고 하셨지요. 1956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당신이 상실의 시간을 견디도록 해준 게 정원이었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빗물을 받아 쓰며, 낙엽과 말똥을 흙으로 되돌려 건강한 생기를 품게 했던 당신의 손길과 철학은 ‘정원이란 무엇인가’를 말없이 들려줍니다.정원 안 레스토랑 ‘플라워 하츠’에는 지역 제철 재료로 만든 도시락이 인기입니다. 각종 채소를 정성스럽게 요리한 도시락 이름이 ‘꽃구경 벤토’라니 참 어여쁩니다. 이번에 방문하면 꽃구경 실컷 한 뒤 장미 향 나는 분홍색 소프트아이스크림을 꼭 맛보려고요.참, 10년 전 시치쿠 가든을 다녀온 춘천에 사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그때 할머니께서 “부산에 가 본 적이 있다”며 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러 주셨다네요. ‘사이좋은 두 사람의 꽃 여행. 정말 기쁘네요’라고 책에 사인도 하셨고요. 그 부부는 지금도 당신의 그림이 담긴 명함을 꺼내 본다고 합니다. 등 뒤로 두 손을 모아 꽃을 들고 있는 당신은 누구에게 꽃을 건네시려던 걸까요. 시치쿠 가든을 걷다 보면 꽃무늬 옷을 입은 당신이 어느 모퉁이에서 나타나 그 꽃을 살며시 내밀 것만 같습니다.조만간 홋카이도 오비히로시 시치쿠 가든에서 뵙겠습니다, 시치쿠 할머니. 그리고 고맙습니다. 당신의 정원이 제 마음에도 여름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2025년 여름, 당신에게 가는 길목에서.<이밖에 가 볼 만한 홋카이도 정원>●도카치 천년의 숲‘천년을 살아갈 숲을 오늘 심는다’는 비전을 실감할 수 있는 곳. 대지의 정원(Earth Garden)은 언덕 자체가 정원이 되고, 숲 정원은 자생식물 생태계를 예술처럼 연출한다.●토카치힐스영국 조경가 댄 피어슨의 디자인이 깃든 언덕 위 정원. 유기농 채소와 허브가 어우러진 키친 가든과 들꽃길이 조화를 이루며 공예 전시관도 함께 운영된다.●우에노팜홋카이도의 기후와 식생에 맞춘 북유럽풍 코티지 가든. 온실과 자작나무 숲, 야생초 정원이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카제노가든‘바람의 정원’이라는 뜻. 같은 이름의 TV 드라마 무대이자 삶과 죽음, 가족의 화해를 꽃으로 이야기하는 정원. 여름이면 450여 종의 꽃이 바람 따라 흐드러진다.●롯카노모리홋카이도 제과 브랜드 ‘로카테이’가 자사(自社)의 포장지에 그려진 여섯 송이 꽃을 심어 만든 정원. 에조엔류, 하마나스 등 지역 자생화를 만날 수 있다.●마나베가든자연석과 흙길, 풀 한 포기까지 ‘정원은 남겨지는 것’이라는 철학을 실현한 정원. 시간이 머무는 풍경을 조용히 보여준다.●다이세쓰 모리노 가든대설산 자락의 자생식물 정원. 초지의 결, 바람의 흐름, 이슬의 양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초지의 색감은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한 ‘야생 정원’의 이상을 구현한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일본 홋카이도(北海道)가 정원 애호가들 사이에서 여름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동서 250km에 걸쳐 홋카이도 대표 정원 8곳을 잇는 ‘홋카이도 가든 가도(Hokkaido Garden Path)’가 입소문이 나면서 국내 여행업계도 관련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2009년 브랜드화한 홋카이도 가든 가도는 아사히카와에서 후라노를 거쳐 도카치 지역까지 이어지는 홋카이도 정원 관광의 핵심 코스다. 각 정원은 기후와 지형, 식생이 달라 계절마다 색다른 감각의 풍경을 보여 준다.●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정원들‘다이세쓰 모리노 가든’은 ‘신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다이세쓰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히말라야 블루포피와 캄파눌라 같은 고산식물이 풍성하게 피어나는 이 정원에 딸린 레스토랑에서는 홋카이도 출신 세계적 프렌치 셰프 미쿠니 기요미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우에노 팜’은 자연주의 정원 디자이너 우에노 유키가 영국 유학을 마치고 고향 아사히카와로 돌아와 조성한 정원이다. 영국식 정원 철학을 북방 식물과 홋카이도 자연조건에 맞게 섬세하게 재해석했다. 정원 안 카페와 헛간을 개조한 상점도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든다. 후라노 ‘바람의 정원’은 2008년 방영된 동명의 일본 TV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신후라노 프린스호텔에 있는 이 정원은 450여 종의 다년초와 장미가 어우러진 화단이 중심을 이룬다. 방문객들은 정원뿐 아니라 촬영에 사용된 집 내부도 둘러볼 수 있다. 홋카이도 남동부 도카치 지역은 5개 정원이 모여 있는 가든 가도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영국의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 댄 피어슨이 설계한 ‘도카치 천년의 숲’은 1000년 후 인류에 남겨줄 숲을 목표로 설계된 프로젝트형 정원이다. 초지 정원과 숲 산책로, 예술 작품 등이 어우러져 생태 복원과 감각적 체험이 동시에 가능한 장소다. 1800종 넘는 침엽수를 보유한 마나베 가든, 정원에서 기른 허브와 과일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도카치힐스, 일본의 타샤 튜더(미국의 유명 정원가)로 불린 고(故) 시치쿠 아키요 여사가 가꾼 시치쿠 가든, 홋카이도 과자 브랜드 롯카테이가 조성한 롯카노모리가 홋카이도 가든 가도의 품격을 완성한다.● 국내에도 시작된 정원 여행 트렌드 홋카이도 가든 가도는 이미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도 주목받는 정원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산과 평야, 정원을 따라 이어지는 여름의 홋카이도 여행은 자연의 장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정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정원 인근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지역 특산 재료로 만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여행의 큰 매력이다. 최근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취향 기반의 테마 여행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원은 자연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감각적 공간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숲을 걷고 꽃을 바라보며 감각을 여는 경험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진관광 구윤교 과장은 “정원이 단순히 꽃을 보는 공간을 넘어 자연과 인생이 만나는 장소로 인식되면서 젊은 층과 중장년층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취향 커뮤니티로 발전하는 정원 여행은 향후 유럽 같은 다른 지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마음이 쓸쓸했던 몇 해 전 초여름 어느 날, 일본 교토 근교 우지(宇治)의 사찰 정원에서 흐드러지게 핀 수국밭을 만났다. 작은 꽃송이가 중심에 알알이 맺히고 헛꽃이 레이스처럼 두른 산수국이었다. 단아한 형상인데도 깊은 남보라빛이라 어쩐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힘이 있었다. 그날 이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때의 산수국과 어느 산문집의 제목을 함께 떠올린다.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최근 경기 가평군의 주택정원에서 교토에서만큼이나 위로를 건네는 남보라빛 산수국을 만났다. 사업가 정구선 씨(㈜건교산업 대표)가 17년 전 집을 짓고 정성으로 일군 정원에서였다. 수국이 가득 피어난 언덕에서 그가 말했다. “이 남보라빛 수국을 보고 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고 행복해요. 미리 가보는 천국 같아요.”그를 처음 만난 건 사단법인 한국정원사협회 모임에서였다. 그야말로 정원에 ‘진심’인 회원들이 정원들을 답사하는 자리였다. 정 씨는 웃으면서 “우리 집은 특히 수국 필 때가 예쁘니까 그때 오세요”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수국 정원이 이렇게 대단한지 미처 몰랐다.그의 정원은 단지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니었다. 꽃과 나무에 바쳐진 인생의 풍경이자 한 사람의 꿈이 현실로 피어난 공간이었다. “어릴 적 소원이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거였거든요.”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사택을 옮겨 다니며 살았던 그는 늘 마당 있는 집을 꿈꿨다. 서른두 살이 되던 해, 처음 번 돈으로 강원 화천의 계곡 옆 2000평 땅을 사서는 사과나무 100주, 배나무 100주 등 과실수를 셀 수 없이 심었다. 서울 반포에서 주말마다 두 딸을 데리고 화천으로 향했지만 꿈은 그저 꿈인 것 같았다. “약을 치지 않고는 뭐 하나 제대로 자라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 땅은 그냥 버려지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정년퇴직한 뒤 30년 가까이 가꿨다. “지금도 화천 집은 그대로 있어요. 엉망진창이지만….” 그 말이 지난 시간을 온전히 다 품은 듯했다.가평으로 온 것은 2008년. 2300평 대지에 150평 집을 짓고 가꾼 정원에는 저마다 매력을 뽐내는 나무 100여 그루가 들어서 있다. 황철쭉, 황목련, 수양벚꽃, 팥꽃나무, 풍년화, 미산딸나무, 마가목, 낙상홍…. 나무들 사이로 피어난 플록스와 접시꽃, 에키네시아와 블루베리가 바로 지금의 계절감을 드러낸다. 이제껏 먹은 블루베리 양보다 더 많은 블루베리를 이날 정원에서 따먹은 것 같다. 정 씨는 말했다.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도 꽃을 만지고 있으면 금세 날아가요. 꽃은 그 자체로 응답해 주는 존재니까요.”그는 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 극심한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 “남들은 뭘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냐고 했지만 그때 저는 숨 쉴 수조차 없었어요.” 일찍 남편을 여의고 두 딸을 키워낸 사업가 엄마는 강했지만 약하기도 했다. 2008년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딴 것이 그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나무를 심고 가지치기 등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곳이 마땅하지 않은 게 안타까워 지인들과 ‘파라가든’이라는 정원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천국(파라다이스)과 정원을 합친 말이다. 나중에는 함께 나무를 키워 이익이 생기면 공동 분배하는 실험도 해보고 싶단다.정원 뒤쪽 오솔길 따라 오르는 언덕이 산수국 꽃길이다. 15년 전 화천에서 세 포기 가져온 산수국을 꺾꽂이해 조성한 수국 동산이다. 그는 꺾꽂이로 주변에 아낌없이 묘목을 나눈다. 그해 나온 나뭇가지가 목질화할 때 한 마디씩 잘라 거름기 없고 배수가 잘되는 땅에 물을 말리지 않고 꽂으면 한두 달 후 뿌리가 내린다고 한다. 장마철을 환하게 밝혀주는 고맙고 사랑스러운 꽃이 수국이다. 수국은 산성 땅에서는 푸른 빛, 알칼리성 땅에서는 붉은빛을 띤다. 색에 따라 꽃말도 다양하다. 분홍은 사랑과 감사, 빨강은 열정과 용기, 파랑은 신뢰와 사과, 보라는 꿈과 희망…. 정 씨의 수국 정원에서 나는 꿈과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수국은 슬픔을 닮은 이에게 말없이 웃어주는 꽃이라는 것을, 슬픔도 나누면 언젠가는 기쁨이 되어 피어난다는 것을….가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진작부터 보고 싶었지만 최근에야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4월부터 열려온 ‘겸재 정선’ 전시 이야기입니다.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이 손잡고 선보이는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특별전이 오늘 막을 내린다니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겸재 탄생 350주년인 내년에 대구간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열린다니 또 보고 싶습니다.실은 이번 전시가 시작될 무렵 온라인에서 도록부터 샀습니다. 일이 몰려 전시장에 갈 엄두를 못 냈기에 혹여 전시를 못 볼 경우를 대비한 마음의 보험이었다고나 할까요. 뒤늦게나마 귀한 전시를 볼 수 있었던 건 축복입니다.미술관 1층에서 겸재 정선(1676~1759)이 그린 금강산 구경을 하고 2층에 올라 옛 서울을 그림으로 여행하는 내내 놀랍고 흐뭇했습니다.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MZ세대까지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며 진지하게 감상하더라고요. 일제 강점기 우리의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았던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과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1910~1987)이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기뻐할까 짐작해 봅니다. 둘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이 깃든 이 전시에는 15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겸재의 진경산수화는 전란의 혼란이 수습되고 사회가 안정을 찾아가던 18세기 조선의 여행문화의 흐름과 맞물려 탄생했습니다. 특히 조선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했던 곳은 불교 성지이자 동아시아 명산인 금강산이었다죠. 당시 경제적 부담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이들은 겸재가 사실적으로 그린 금강산 그림을 집에서 누워서 보며 대리만족했다고 합니다. 그 시선이 머문 자리엔 쉼과 위로가 깃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문화는 곧 복지입니다.뒤늦은 관람이어서 오히려 뜻밖의 기쁨이 있었습니다. 한국 정원의 우아함을 대표하는 호암미술관의 정원, 즉 희원(熙園)의 초여름 풍경을 마주했거든요. 지금 중앙 연못에는 분홍 연꽃이 막 피어나고 있어요. 프랑스 예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황금 장미’와 ‘황금 목걸이’ 작품이 있는 관음정 앞 연못은 노랑어리연꽃이 수면을 덮어 소박하면서도 찬란합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네요.초롱꽃, 까치수염, 애기기린초처럼 잔잔한 식물들이 피어난 초여름의 희원은 초승달처럼 은은한 매력을 풍깁니다. 작약처럼 화려한 꽃은 이미 피고 졌지만 풀꽃들이 조화를 이루며 저마다의 존재감을 빛내는 지금의 희원에서는 모두가 주연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조연입니다.그래서일까요. 이번 전시에 나온 겸재의 초충도(草蟲圖)와 화훼도(花卉圖)에 유독 마음이 끌렸습니다.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를 한눈에 담은 국보 ‘금강전도’나 시원한 폭포수가 시선을 사로잡는 ‘박생연’ 같은 작품들에 비하면 소소한데도 말예요.이를테면 ‘자위부과도’(간송미술문화재단)는 오이밭에서 고슴도치가 오이를 따 짊어지고 도망가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는데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 ‘요화하마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속 여뀌 아래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개구리는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요. 우리도 그런 호기심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요. 그림 속에서 풀벌레 소리와 풀 향기가 스며 나오는 듯합니다.겸재 전시는 오늘 끝나지만 희원은 언제든 갈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정원입니다. 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1997년 문을 연 희원은 ‘밝고 환한 정원’이란 뜻입니다. 6만6000㎡ 대지 위에 정자와 물이 어우러지고 꽃나무와 석물이 조화를 이루는 거대한 작품입니다. 한국의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이 전통정원의 요소를 창의적으로 재현한 이 공간은 겸재의 붓끝과 닮았습니다. 겸재가 금강산의 절경을 현실에 끌어당겨 진경산수화라는 독창적 장르를 구축했듯, 희원 역시 현실의 땅에 전통정원의 이상을 구현한 풍경 회화입니다.무엇보다 겸재의 작품을 지켜내고 정영선이라는 조경가에게 기회를 준 ‘기업의 힘’을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예술과 자연을 보전하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내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기업의 품격 있는 사회 환원 아닐까요. 겸재가 그린 자연과 정영선이 수놓은 정원은 모두 한 시대를 넘어선 풍경입니다. 풀향기 나는 싱그런 초여름의 희원을 꼭 만나보세요.용인=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높다란 메타세쿼이아 아래 수국이 몽글몽글 피어 있었다. 마치 초여름 야외 결혼식의 생화 장식처럼 탐스럽고 싱그러웠다. 그 길을 시민들이 환한 얼굴로 거닐고 있었다. 여기는 13일부터 22일까지 ‘2025 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진주시 초전공원이다. ● 황무지에 피어난 희망지금은 꽃과 웃음이 넘치지만 처음부터 이곳이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1978년부터 16년간 가로 30m 길이 1km 높이 40m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진주시는 2000년대 중반 이 폐허에 도시재생의 씨앗을 심었다. 2010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실내체육관을 품은 초전공원으로 거듭났고 이제는 반려견 전용 화장실까지 갖춘, 시민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공간이 됐다.이번 박람회를 통해 초전공원은 ‘정원의 도시 진주’라는 새로운 비전을 꽃피우는 무대가 됐다. 15년 전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2년 전 수국을 심은 건 ‘신의 한 수’였다. 과거 산불로 그을린 월아산에 시민들이 돌을 쌓아 되살린 ‘월아산 숲속의 진주’ 수국 축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박람회 기간 셔틀버스가 두 공간을 오간다. 초전공원 경관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 대나무숲에 산책로를 새로 만들고 보라색 버들마편초를 심었더니 공원 저수지를 볼 때 차경(借景)이 된다. 하대 강변 2만 ㎡ 터에는 꽃양귀비와 버베나가 한들한들 춤을 춘다. 어느 노랫말처럼 진주 모습이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온다. ● 모두가 뜻을 모은 정원 특히 눈길을 끈 건 ‘동행정원’이다. 경남진주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바탕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한국남동발전의 ‘빛과 바람의 정원’은 요즘 정원박람회에 자주 등장하는 동행정원의 모범 사례다. ‘빛뜰’ ‘바람뜰’ ‘숨뜰’이라는 세 개 공간에 재생에너지 기업의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운행을 멈춘 오래된 기차역에서 가져온 침목은 시간의 숨결과 기억을 묵묵히 전한다. 빛뜰에는 에메랄드빛 침엽수와 숙근 샐비어 사이에 직사각형 거울들이 놓여 있었다. 거울이 반사한 부드러운 햇빛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와닿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동행정원은 ‘바투 정원: 가까운 자연’이다. 자연이 주거지 옆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있는 수려한 공원 환경에 백당나무와 함박꽃나무처럼 수형이 자연스럽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관목들을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곡선의 데크길을 천천히 걷는 느낌이 좋았다. 진주시민정원사협회가 만든 ‘키친 가든’은 박람회 주제인 ‘정원과 함께 하는 삶: 생활 속 실용정원’을 잘 보여 준다. 시민 정원사들이 아이를 돌보듯 정성스레 채소를 심고 가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은퇴 후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정보와 영감을 준다.● 정원에 담은 한국의 멋산림청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정원 디자인 경연행사인 ‘코리아가든쇼’의 올해 주제는 ‘한국의 멋’이다. 초전공원에 조성된 6개 당선작 중 대상은 진주 출신 김태원 작가(29)의 ‘삼삼원’이었다. 사라진 금천구곡(琴川九曲)의 풍경과 감성을 재해석해 전통 조경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를 나와 조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 작가는 “한국의 멋이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딱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 조경의 구곡(九曲·물길이 아홉 번 굽이친다는 뜻으로 이상향을 의미) 개념을 통해 진주의 옛 경관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글로만 남은 자연을 상상하며 선비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사람들은 진주를 더욱 아름답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원에 질문을 써놨습니다. ‘당신의 구곡은 어디입니까’.” 고요하게 사색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정원도 있다. 국립수목원이 모델 정원으로 제시한 ‘서식처 정원’이다. 여러 생물체가 흙과 돌, 썩은 나무 사이에서 공존하는 정원이다. 소박한 매력을 지닌 자생식물들이 돌, 고사목 등과 어우러져 있어 별안간 숲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진주 남강을 표현한 이끼는 지리산 기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세계적 희귀식물 진주바위솔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의 대표 명소는 진주성과 진양호공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문을 연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누적 방문객 120만 명을 넘기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초전공원을 지나 월아산에 이르면 또 하나의 축제가 펼쳐진다. 22일까지 열리는 ‘월아산 수국 축제’다. 만개한 수국으로 뒤덮인 산길 곳곳에는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마’ ‘수국수국 설레는 여름’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 노동자까지 어울려 즐기는 풍경은 진정한 축제의 한 장면이었다. 챙 넓은 모자와 원피스 차림 여성들이 찾아와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원의 여름날을 찬란하게 했다. 월아산은 1995년 대형 산불로 숲 대부분이 잿더미가 된 아픈 기억이 있다. 진주시와 시민들은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 함께 돌을 쌓고 나무를 심으며 생명을 되살려 냈다. 생태 숲과 자연휴양림, 최근엔 정원이 들어서며 월아산 숲속의 진주로 다시 태어났다. 숲속 어린이도서관과 ‘맨발로숲’ 같은 공간은 시민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이번 박람회는 도시가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정원을 돌보는 관계의 선순환을 보여 주었다. 산업적 시너지도 더욱 커지기를 기대한다. 진주는 진주목걸이를 걸친 여성처럼 우아한 품격이 흐르는 도시다. 그 안엔 역경을 딛고 되살아난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이 정원 여행이 진주의 또 다른 보물 같은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가볼 만한 곳◇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 출신 재불(在佛) 화가 이성자(1918∼2009)와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심포니: 우주의 대화’와 특별전 ‘은하수 아틀리에’가 22일까지 열린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이 화백의 프랑스 남부 작업실 ‘은하수’를 ‘주목할 만한 현대 건축물’로 지정했다. 한국 작가 작업실이 프랑스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황포냉면 진주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입소문 난 냉면 맛집이다. 메밀 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적절히 배합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다른 식당보다 두 배 가까이 넉넉한 양도 인상적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장점을 모두 살린 ‘특미냉면’은 새콤달콤한 양념, 잘게 썬 육전 고명,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져 근사한 맛의 조화를 보인다.글·사진 진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높다란 메타세쿼이아 아래 수국이 몽글몽글 피어 있었다. 마치 초여름 야외 결혼식의 생화 장식처럼 탐스럽고 싱그러웠다. 그 길을 시민들이 환한 얼굴로 거닐고 있었다. 여기는 13일부터 22일까지 ‘2025 대한민국정원산업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진주시 초전공원이다.● 황무지에 피어난 희망지금은 꽃과 웃음이 넘치지만 처음부터 이곳이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1978년부터 16년간 높이 40m, 길이 1km에 달하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진주시는 2000년대 중반 이 폐허에 도시재생의 씨앗을 심었다. 2010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실내체육관을 품은 초전공원으로 거듭났고 이제는 반려견 전용 화장실까지 갖춘, 시민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공간이 됐다.이번 박람회를 통해 초전공원은 ‘정원의 도시 진주’라는 새로운 비전을 꽃피우는 무대가 됐다. 15년 전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2년 전 수국을 심은 건 ‘신의 한 수’였다. 과거 산불로 그을린 월아산에 시민들이 돌을 쌓아 되살린 ‘월아산 숲속의 진주’ 수국 축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박람회 기간 셔틀버스가 두 공간을 오간다.초전공원 경관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 대나무숲에 산책로를 새로 만들고 보라색 버들마편초를 심었더니 공원 저수지를 볼 때 차경(借景)이 된다. 하대 강변 2만 ㎡ 터에는 꽃양귀비와 버베나가 한들한들 춤을 춘다. 어느 노랫말처럼 진주 모습이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온다.● 모두가 뜻을 모은 정원특히 눈길을 끈 건 ‘동행정원’이다. 경남진주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바탕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한국남동발전의 ‘빛과 바람의 정원’은 요즘 정원박람회에 자주 등장하는 동행정원의 모범 사례다. ‘빛뜰’ ‘바람뜰’ ‘숨뜰’이라는 세 개 공간에 재생에너지 기업의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운행을 멈춘 오래된 기차역에서 가져온 침목은 시간의 숨결과 기억을 묵묵히 전한다. 빛뜰에는 에메랄드빛 침엽수와 숙근 샐비어 사이에 직사각형 거울들이 놓여 있었다. 거울이 반사한 부드러운 햇빛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와닿았다.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동행정원은 ‘바투 정원: 가까운 자연’이다. 자연이 주거지 옆에 있는 느낌을 내기 위해 시설물을 최대한 배제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버드나무 등이 있는 수려한 공원 환경에 백당나무와 함박꽃나무처럼 수형이 자연스럽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운 관목들을 배치했다. 군더더기 없는 곡선의 데크길을 천천히 걷는 느낌이 좋았다.진주시민정원사협회가 만든 ‘키친 가든’은 박람회 주제인 ‘정원과 함께 하는 삶: 생활 속 실용정원’을 잘 보여 준다. 시민 정원사들이 아이를 돌보듯 정성스레 채소를 심고 가꿨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은퇴 후 텃밭 가꾸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정보와 영감을 준다.● 정원에 담은 한국의 멋산림청이 주최하는 국내 최대 정원 디자인 경연행사인 ‘코리아가든쇼’의 올해 주제는 ‘한국의 멋’이다. 초전공원에 조성된 6개 당선작 중 대상은 진주 출신 김태원 작가(29)의 ‘삼삼원’이었다. 사라진 금천구곡(琴川九曲)의 풍경과 감성을 재해석해 전통 조경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를 나와 조경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김 작가는 “한국의 멋이라는 주제를 듣자마자 딱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 조경의 구곡(九曲) 개념을 통해 진주의 옛 경관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글로만 남은 자연을 상상하며 선비의 마음을 떠올린다면, 사람들은 진주를 더욱 아름답게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원에 질문을 써놨습니다. ‘당신의 구곡은 어디입니까’.”고요하게 사색하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정원도 있다. 국립수목원이 모델 정원으로 제시한 ‘서식처 정원’이다. 여러 생물체가 흙과 돌, 썩은 나무 사이에서 공존하는 정원이다. 소박한 매력을 지닌 자생식물들이 돌, 고사목 등과 어우러져 있어 별안간 숲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진주 남강을 표현한 이끼는 지리산 기슭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세계적 희귀식물 진주바위솔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199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의 대표 명소는 진주성과 진양호공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문을 연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누적 방문객 120만 명을 넘기며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초전공원을 지나 월아산에 이르면 또 하나의 축제가 펼쳐진다. 22일까지 열리는 ‘월아산 수국 축제’다. 만개한 수국으로 뒤덮인 산길 곳곳에는 ‘오늘 볼 수국을 내일로 미루지 마’ ‘수국수국 설레는 여름’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남녀노소, 외국인 노동자까지 어울려 즐기는 풍경은 진정한 축제의 한 장면이었다. 챙 넓은 모자와 원피스 차림 여성들이 찾아와 즐겁게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원의 여름날을 찬란하게 했다.월아산은 1995년 대형 산불로 숲 대부분이 잿더미가 된 아픈 기억이 있다. 진주시와 시민들은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 함께 돌을 쌓고 나무를 심으며 생명을 되살려 냈다. 생태 숲과 자연휴양림, 최근엔 정원이 들어서며 월아산 숲속의 진주로 다시 태어났다. 숲속 어린이도서관과 ‘맨발로숲’ 같은 공간은 시민 일상과 맞닿아 있다.이번 박람회는 도시가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정원을 돌보는 관계의 선순환을 보여 주었다. 산업적 시너지도 더욱 커지기를 기대한다. 진주는 진주목걸이를 걸친 여성처럼 우아한 품격이 흐르는 도시다. 그 안엔 역경을 딛고 되살아난 자연과 인간의 생명력이 조용히 숨 쉬고 있다. 이 정원 여행이 진주의 또 다른 보물 같은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가 볼 만한 곳>①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 출신 재불(在佛) 화가 이성자(1918~2009)와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 ‘심포니: 우주의 대화’와 특별전 ‘은하수 아틀리에’가 22일까지 열린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이 화백의 프랑스 남부 작업실 ‘은하수’를 ‘주목할 만한 현대 건축물’로 지정했다. 한국 작가 작업실이 프랑스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②황포냉면: 진주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입소문 난 냉면 맛집이다. 메밀 전분과 고구마 전분을 적절히 배합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다른 식당보다 두 배 가까이 넉넉한 양도 인상적이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장점을 모두 살린 ‘특미냉면’은 새콤달콤한 양념, 잘게 썬 육전 고명, 시원한 육수가 어우러져 근사한 맛의 조화를 보인다.진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롯데백화점이 ‘와인 페어링(조합)’을 전문으로 하는 초대형 와인 다이닝 ‘더 페어링(The Pairing)’을 선보인다. 최고의 요리에 궁극의 와인 페어링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철학을 이름에 담았다.1일 롯데에비뉴엘 잠실점 6층에 185평 규모로 오픈한 ‘더 페어링’에서는요리에 따라 개인별 취향에 따른 1000여종의 와인을 제안한다. 병 단위의 와인을 선택해야하는 일반 와인 다이닝과는 달리 각종 요리에 맞춰 잔 단위의 와인을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함을 갖췄다.‘더 페어링’은 와인 페어링 취향의 다변화 추세를 반영했다. 기존에는 레드와인에는 육류, 화이트와인에는 해산물이나 치즈 등 페어링 음식에 대한 선호가 선명했으나 와인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틀을 깬 이색 페어링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정상급 셰프 4명의 요리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흑백 요리사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르몽뒤뱅의 윤병준 셰프, 모와의 문원기 셰프, 사브서울의 장한이 셰프, 무드서울의 김정한 셰프 등이 런치와 디너 세트, 단품 요리 등 총 18종의 메뉴를 재해석해 선보인다.메인 디너 코스의 경우 도미 카르파쵸를 시작으로 철광어 구이, 한우 채끝 스테이크 등으로 구성된 10개의 각 메뉴마다 ‘파이퍼 하이직’, ‘팔머 블랑 드 블랑’, ‘제나토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등 각 요리에 어울리는 잔 단위의 와인을 제공한다. 2020년 소펙사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출신인 롯데백화점 소속 최준선 소믈리에가 추천 와인을 선정했다.‘더 페어링’에서는 전국의 유명 셰프 및 와이너리와 협업한 ‘정기 컬래버레이션 디너’도 진행한다. 6∼8월에는 제나토(Zenato), 안티노리(Antinori), 에라주리즈(Errazuriz) 등 글로벌 와이너리의 초청 행사도 열 계획이다.매장 오픈 기념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프리미엄 와인 및 샴페인을 30% 할인 판매하고, 식사 주문 시 ‘팔머 브뤼 리저브’ 샴페인 한 잔을 웰컴 드링크로 선착순 한정 제공한다. 이달 말에는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5대 샤토 와인의 약 20여 빈티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스페셜 페어링 디너도 선보일 계획이다.최형모 푸드부문장은 “맛과 분위기뿐만 아니라 와인 페어링의 취향을 찾는 재미까지 선사할 수 있는 와인 미식의 성지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