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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공개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의 마지막 조항인 23조는 “이 조약은 무기한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다. 과거 양국이 맺은 조약들에 명시됐던 ‘10년’ 등 유효 기간이 사라진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선 이 조약이 “동맹관계를 100년 동안 보장할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강력한 동맹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1961년 북한-구소련 간 동맹조약이나 2000년 북-러 간 선린우호 조약 등은 모두 10년 동안만 유효하다면서 연장 불가 의사를 통보하지 않을 때만 5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 조약 23조는 “이 조약은 무기한 효력을 가진다. 쌍방 중 어느 일방이 이 조약의 효력을 중지하려는 경우 이에 대해 타방에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것. 이번처럼 효력을 무기한으로 규정한 대표적인 조약에는 북-중 우호조약과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통상 조약의 효력 기한이 명시돼 있어도 자동 갱신되는 만큼 무기한으로 명시한 건 선언적 성격도 있다”고 했다. 이번 조약에선 과거 조약들에 공통적으로 담긴 한반도 통일 관련 내용이 빠졌다. 최근 북한이 통일·민족 지우기에 나선 만큼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김 위원장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두고 “북-러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 대해 중국 측이 이례적으로 ‘우려’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중국 측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양측의 불법적인 군사 협력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 긴장 조성은 중국의 국익에도 반하는 만큼 중국 측에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이에 “북-러 교류가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중국이 통상 북-러 밀착에 대해 “관계 발전을 환영한다”, “양자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13일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 방북설에 대해 “양자 교류의 일로 논평하기 적절하지 않다. 원칙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의 관련 국가가 전통적 우호 관계를 공고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정상회담에 대한 브리핑에서도 “북한과 러시아는 우호적인 이웃으로서 교류와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한 수요가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냈다. 공개적으로는 자칫 북-러 회담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뺀 것이다. 중국은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를 먼저 제안했고, 북-러 정상회담 윤곽이 잡혔을 때도 날짜 변경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중국 지방정부 중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신창싱(信長星) 장쑤성 당서기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19일 방한했다.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노골적으로 밀착하는 북한을 향해 의도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북-러의 협력 강화를 경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 또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외교적 수단’이라고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4조)는 내용이 담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우리 두 나라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대외 관계 중 동맹 바로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1996년 폐기된 군사동맹 조약을 28년 만에 복원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양국이 밝힌 ‘상호 지원’ 조항은 1961년 동맹 시절 북한과 옛 소련이 맺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에 근접한 것이다. 당시 조항 1조에 “쌍방 중 한 곳이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다가 1996년 조약이 폐기됐고 2000년 북-러 조약은 “침략 위협 발생 시 지체 없이 접촉한다”고만 했다. 우리 정부는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완전한 부활이라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향후 자동군사개입으로 발전할 여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 충돌이나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한미의 반격 등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본토 공격 때 북한이 포탄 지원을 넘어 북한군 투입 등 직접 전쟁에 개입할 경우 한반도, 동북아 안보 차원을 넘어 국제안보 정세를 뒤흔드는 새로운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양국 관계를 3차례나 “동맹”이라고 표현한 것은 양국이 1961년과 2000년 북-러 간 체결된 조약을 대체하는 이번 협정을 실질적으로는 군사 동맹 조약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협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두 나라 지도부의 원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세기적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새 협정을 토대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해 온 북한에 반대급부로 향후 전략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전날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선 중국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북-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기색을 의도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北-러 관계, 옛 소련 혈맹수준 격상… 군사개입 여지 남겨[北-러 정상회담]北-러 ‘자동군사개입’ 조항 근접김정은 “조약적 의무에 충실할 것”… 푸틴 “北, 주권보호 조치 취할 권리”단독회담서 군사기술이전 논의한 듯… 한반도-국제안보 질서 격랑 예고“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양국 협정에 포함됐다고 밝히자 이렇게 강조했다. 양국은 공식적으론 러시아의 대외 관계 가운데 동맹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번 협정으로 북-러 관계가 냉전 시대인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조약으로 맺어졌다가 28년 전인 1996년 폐기된 양국 간 혈맹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김 위원장 스스로 선언한 것이다. ‘침략 시 상호 원조’ 조항으로 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상호 파병 길을 열어 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러 군사협력을 명문화한 것으로 향후 이번 협정을 바탕으로 1961년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으로 발전할 여지를 남겨준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밀착된 북-러 관계가 한반도·동북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국제 안보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 푸틴 대통령이 이날 밝힌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협정 4조)는 과거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의 동맹조약에 담긴 “쌍방 중 한 곳이 무력 침공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체 없이” “군사 원조”라는 표현은 없지만 침략당했을 때 상호 원조 군사 지원을 전제로 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소련 해체 뒤 폐기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2000년 북-러가 맺은 우호조약에서도 빠졌다. 당시 이 조약엔 “(유사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조항만 담겼다. 정부 소식통은 “확실히 이번 협정을 계기로 ‘준동맹’ 이상 수준으로 북-러 관계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동맹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의 전 행정에서 조약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며 ‘침략 시 상호 지원’이 문서상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조소(북-소련) 관계 시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았다”고 평가한 것도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맹’이라는 표현만 3차례 언급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 표현은 직접 하지 않아 김 위원장과 온도 차도 드러냈다. 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시 미국의 핵전력으로 즉각 대응하는 확장억제(핵우산)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 전력을 보유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 파병이나 무기 지원 등 군사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국은 이번 조약 체결로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을 정당화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북한군이 동원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무기 일부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가운데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훈련 등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본토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침략으로 보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는 것. 향후 북-러가 연합 군사훈련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시간 반 밀담에서 러 군사기술 이전 논의 가능성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 협정을 토대로 북-러가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대북 핵미사일 기술 관련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북한은 스스로의 방어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날 양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통역관만 배석시킨 채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한 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은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이 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예고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 포탄 제공 확대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전략핵추진잠수함 등 ‘게임 체인저’급 러시아 군사기술 전수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우리 두 나라 사이 관계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양국 협정에 포함됐다고 밝히자 이렇게 강조했다. 양국은 공식적으론 러시아의 대외 관계 가운데 동맹 아래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번 협정으로 북-러 관계가 냉전 시대인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조약으로 맺어졌다가 28년 전인 1996년 폐기된 양국 간 혈맹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김 위원장 스스로 선언한 것이다.‘침략 시 상호 원조’ 조항으로 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상호 파병 길을 열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러 군사협력을 명문화한 것으로 향후 이번 협정을 바탕으로 1961년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으로 발전할 여지를 남겨준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이에 따라 밀착된 북-러 관계가 한반도·동북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 국제안보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조약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푸틴 대통령이 이날 밝힌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협정 4조)는 과거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의 동맹조약에 담긴 “쌍방 중 한 곳이 무력 침공당해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체 없이” “군사 원조”라는 표현은 없지만 침략당했을 때 상호 원조 군사 지원을 전제로 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소련 해체 뒤 폐기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은 2000년 북-러가 맺은 우호조약에서도 빠졌다. 당시 이 조약엔 “(유사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조항만 담겼다. 정부 소식통은 “확실히 이번 협정을 계기로 ‘준동맹’ 이상 수준으로 북-러 관계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북-러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불패의 동맹 관계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의 전 행정에서 조약상 의무에 언제나 충실할 것”이라며 ‘침략 시 상호 지원’이 문서상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소련 시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았다”고 평가한 것도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동맹’이라는 표현만 3차례 언급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 표현은 직접 하지 않아 김 위원장과 온도차도 드러냈다.단순 비교는 어려우나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시 미국의 핵전력으로 즉각 대응하는 확장억제(핵우산)처럼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전력을 보유한 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 파병이나 무기 지원 등 군사 개입 길을 텄다는 점에서 한국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양국은 이번 조약 체결로 북한군의 대러 무기 지원을 정당화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북한군이 동원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이 제공한 무기 일부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가운데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훈련 등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본토에 대한 서방의 공격을 침략으로 보고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길을 열 수도 있다는 것. 향후 북-러가 연합군사훈련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시간 반 밀담에서 러 군사기술 이전 논의 가능성푸틴 대통령은 이날 새 협정을 토대로 북-러가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러시아의 대북 핵미사일 기술 관련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북한은 스스로의 방어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장하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이날 양 정상은 금수산 영빈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뒤 통역관만 배석시킨 채 단독 회담을 진행했다. 당초 한 시간으로 예정된 회담은 두 시간 반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이 이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예고한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 포탄 제공 확대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전략핵추진잠수함 등 ‘게임체인저’급 러시아 군사기술 전수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두고 “북-러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 대해 중국 측이 이례적으로 ‘우려’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19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중국 측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양측의 불법적인 군사 협력 강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 긴장 조성은 중국의 국익에도 반하는 만큼 중국 측에 건설적 역할을 당부한 것이다.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은 이에 “북-러 교류가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중국이 통상 북-러 밀착에 대해 “관계 발전을 환영한다”, “양자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는 대조적이다.다만 중국 외교부는 19일 정상회담에 대한 브리핑에서는 “북한과 러시아는 우호적인 이웃으로서 교류와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한 수요가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자칫 북-러 회담을 견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을 뺀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지’나 ‘환영’ 대신 ‘필요’라는 단어를 쓰며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 개최를 먼저 제안했고, 북-러 정상회담 윤곽이 잡혔을 때도 날짜 변경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중국 지방정부 중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신창싱(信長星) 장쑤성 당서기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19일 방한했다.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노골적으로 밀착하는 북한을 향해 의도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문제의 ‘운전자’ 역할을 했던 중국이 북-러 밀착으로 러시아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미국은 북-러의 협력 강화를 경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간)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 또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외교적 수단’이라고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시 국무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은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와 북한이 가깝지 않았지만 둘 다 중국과 거리를 두려 애쓰고 있기 때문에 이상한 동맹(odd alliance)을 맺었다”라고 진단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확대 회담과 비공식 회담 등으로 진행되며 두 정상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러시아는 산책과 다도를 겸한 일대일 비공식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둘만의 밀담을 나누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 도착에 앞서 18일 김 국무위원장과 체결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초안을 승인했다. 19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서명이 이뤄지면 과거 북한이 옛 소련과 맺은 ‘혈맹’에 근접한 수준으로 양국 관계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준동맹’ 수위로 끌어올린 이번 협정을 통해 양국이 향후 군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밀착할 제도적 명분을 만든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과 맺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러 관계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 선물로 매우 민감한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 등을 내주는 대신 이 협정을 맺는 걸로 갈음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 24년 만에 동맹 바로 전 단계로 수직 상승 포괄적 전략 동반자는 통상적인 러시아의 대외 관계 유형으로 볼 때 동맹의 바로 전 단계다. 통상 러시아의 대외 관계는 ‘전략적 동맹’이 최상단에 있고, 그 아래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전략적(협력) 동반자 관계, 선린 우호 관계’로 내려간다. 전략적 동맹은 ‘러시아의 동생’으로 불리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등 옛 소련권인 독립국가연합(CIS) 등 몇몇 국가만 러시아와 맺고 있다. 특히 아르메니아와는 한미 관계처럼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의무도 있다. 냉전 시대가 끝난 뒤 러시아는 1996년 남북 균형 외교를 이유로 1961년 북한과 옛 소련 간 맺은 동맹 조약을 폐기했다. 이 동맹 조약에 유사시 자동군사 개입 의무 조항이 있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의 첫 방북이 이뤄진 2000년 체결된 조약은 러시아의 대외 관계 중 가장 하위 단계인 ‘선린 우호 관계’에 머물러 있었다. 러시아는 이번 북-러 협정이 1961년과 2000년 조약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24년 만에 이 관계가 격상된 것.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러 관계가 최소 2∼3단계 수직 상승해 향후 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를 포함해 대개 국가들은 상대국과의 관계에 있어 명시적으로 순위를 두진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동반자 관계→포괄적 동반자 관계→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한중·한러)→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한-호주)→포괄적 전략 동맹관계(한미)’ 순으로 파트너십의 강도가 높아진다.● 푸틴, 북-러 안보 분리 불가능 강조 이번 관계 격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국이 급격히 밀착하며 진행해온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안팎에선 북-러 관계 격상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우크라이나 무기 제공뿐 아니라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을 러시아로부터 비밀리에 이전·지원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사실상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정상은 비공개로 북한의 추가 포탄 제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북한은 180만 발에 달하는 포탄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추산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노동신문 기고글에서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안보) 구조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러시아와 북한의 안보가 이른바 “미국의 위협” 앞에 분리될 수 없는 한몸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1월 동맹이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벨라루스와 연합국가 창설을 논의하면서 “평등하고 불가분한 안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동맹이 아닌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을 밝힌 만큼 당장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부활시킬지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협정에 서명한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는 러시아 외교의 최상위 관계인 ‘전략적 동맹’의 바로 밑 단계다. 푸틴 대통령이 대러-대북 제재에 대한 공동 저항을 거론하며 양국 간 “분리 불가능한 안보 구조 건설”을 강조한 만큼 반미(反美) 전선을 고리로 북-러 관계를 ‘준(準)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에 앞서 18일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공동의 노력으로 쌍무적 협조를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 세우게 될 것”이라며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不可分離·뗄 수 없음)적인 안전(안보)구조를 건설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안보가 분리될 수 없다며 군사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정부는 1961년 북-소 조약에 포함됐다가 1996년 폐기된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조항 부활과의 관련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를 그동안 러시아에 제공해 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에 핵·미사일 관련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등 북-러 간 군사기술 거래를 노골화할 장치가 이번에 생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원하는 군사기술 등을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사실상 마련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개발로 세계 무역-금융 결제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제재를 받고 있는 양국이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대러 제재에 러시아가 더 노골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무력화시킬 뜻도 내비쳤다. 북한군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도착하기 전 이날 오전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휴전선(군사분계선·MDL)을 또 침범했다. 우리 군의 경고 사격을 받은 직후 돌아갔지만 9일 만에 또다시 휴전선을 넘으며 전방 지역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 군에 따르면 북한군 20∼30명중 일부는 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날 오후 서울에선 9년 만에 한중 ‘2+2’ 외교안보대화가 급을 격상해 재개됐다. 최근 중국과 관계가 냉랭해진 북한이 우리와 관계 개선에 나선 중국에 대한 불만을 한중 대화 당일 도발로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18일 한중 ‘2+2’ 외교안보대화가 서울에서 열린다. 외교·국방 라인에서 각각 양국의 차관·국장급이 회동하는 것으로, 2015년 이후 9년 만에 다시 개최된다. 특히 이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크렘린궁이 발표한 만큼,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건설적 역할을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에 외교안보대화를 가동하는 방안은 중국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어느 정도 가시화된 상황에서도 중국은 (외교안보대화) 날짜 변경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그만큼 한중 협력 기류 속 북한과의 관계는 다소 냉랭해졌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19일로 예정된 신창싱(信長星) 장쑤성 당서기 방한 일정 역시 중국 측에서 변경을 요청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외교 채널에선 우리 측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 중국 측 쑨웨이둥(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수석대표로 나선다. 국방 채널에선 국장급 관료가 참석한다. 앞서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외교안보대화는 2013년과 2015년 국장급으로 두 차례 열린 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중 관계 경색으로 중단된 바 있다. 푸틴 대통령 방북 당일 외교안보대화가 가동되는 만큼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 북-러 정상 회동에 대해 어떤 속내를 드러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13일 ‘원칙적 환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식적으론 중국이 북-러 정상 회동은 양자 간 문제라는 기본 입장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례상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전격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00년 이후 24년 만에 과거 북한과 소련의 동맹조약 수준에 근접하는 새 조약을 맺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유력한 18일 정부는 중국과 2015년 이후 9년 만에 차관급으로 급을 높인 외교안보대화를 갖고 북-러 밀착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할 방침이다. 북한은 ‘한미일 대 북-중-러’, 이른바 신냉전 구도를 통해 체제 활로를 모색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에 적극 호응하지 않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북 선물에 사실상 ‘다걸기(올인)’하는 상황이다. 정부도 북-중-러 사이 균열을 만들기 위해 약한 고리인 중국과 외교안보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는 전략적 조치에 나서면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민감 기술 이전보다 새 ‘조약’ 선물 줄 듯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년 전 북-러가 맺었던 우호조약보다 좀 더 센, 동맹 비슷한 조약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00년 2월 북-러는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우호조약을 맺었고 같은 해 7월 방북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 후 이 조약을 토대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다만 여기엔 1961년 북한과 소련 동맹조약에 담긴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빠지고 ‘(유사시)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수준의 문구만 담겼다. 북한은 러시아와 ‘새로운 법률적 기초’ 위에 양자 관계를 재정립하겠단 입장을 표명해 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 새 조약이 과거 자동 군사 개입이 명시됐던 동맹조약에 근접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 동맹조약은 1996년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균형 외교를 추진하면서 폐기됐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자동 군사 개입까진 아니더라도 ‘유사시 즉각적이고 긴밀하게 협의한다’는 수준까지 북-러가 합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선물이 첨단 군사기술 이전이 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과 전략핵추진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등 ‘게임 체인저’ 무기 기술 전수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폭 지원한 김 위원장에게 빚을 갚아야 하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쉽게 러시아가 (기술 지원을) 해 줄 수도 없는 만큼 민감 기술 이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러시아가 군사정찰위성 등을 포함한 북한 우주 기술의 자립 능력을 돕는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북한이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에 러시아 기술 지원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북한에 대한 관련 기술 지원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 “러시아에 일정한 선 넘지 마라 경고성 소통” 정부는 향후 북-러 간 밀착 강도에 따라 맞대응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러시아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마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남북 중 어느 쪽이 중요한지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레드라인’으로 삼은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넘지 않았듯, 한국도 북한에 대한 핵심 군사기술 이전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선물이 김 위원장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 방문과 묶여 추진되는 이번 방북 일정이 한국전쟁 발발일(25일) 전에 이뤄지고, 최근 러시아가 연일 한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 푸틴 대통령은 5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은 한국에 대단히 감사하다”며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 19일 1박 2일에 걸쳐 평양을 방문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한중 당국은 외교안보대화를 18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다. 같은 날 한중과 북-러가 서울과 평양에서 따로 만나는 것.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4년 만,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9년 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며칠 안으로 다가온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전략대화가 있다”고 밝혔다. 한중 ‘2+2’ 외교안보대화에선 외교·국방 라인에서 각각 양국의 차관·국장급이 만난다. 우리 정부가 외국 정상의 방북 사실을 먼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이 대화 개최 사실까지 함께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등 북-러가 한층 밀착하는 데는 한중 협력 기류 속 최근 다소 껄끄러워진 북-중 관계 요소도 작용했다고 우리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중국의 관심을 끌어낼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정부는 북-러 관계를 견제하는 동시에 북-중이 다시 밀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한중 관계 개선 기류를 적극 부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중국과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핵심 우군인 중-러를 동시에 잃어 고립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판단해 빨리 만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북한 무기 수입 수요가 줄면 언제든 러시아가 냉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해 푸틴 대통령의 빠른 방북을 요청했다는 분석이다. 中과 껄끄러운 김정은, 푸틴과 밀착… “中 불안하게 만들어”푸틴, 24년만에 방북 北, 러와 군사협력 명문화 시도할듯… 정상회담서 中자극 메시지 낼수도서방 대응-노동자 확보 시급한 러… 北과 이해관계 맞아 핵심 우군으로“‘우크라이나 전쟁 특수’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과 초조함이 북한에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서두른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군사협력을 이어가는 등 북-러 관계가 전례 없이 밀착됐지만 언제든 이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인식이고, 이에 정상회담을 재촉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1월 북한이 최선희 외무상을 모스크바에 보냈을 때도 늦어도 상반기엔 정상회담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최근 상대적으로 멀어진 중국을 자극하는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2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스팀슨 센터가 개최한 좌담회에서 북한의 대(對)러시아 관계 강화에 대해 “이는 중국을 불안(anxiety)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北, 러와 군사협력 제도화에 힘 쏟을 듯 혈맹인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북한은 이번 푸틴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러시아와는 확실한 관계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 간 핵심 의제는 군사협력인 만큼 이를 제도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24년 전인 2000년 3월 대선 승리로 장기 집권의 서막을 열었던 푸틴 대통령은 그해 7월 1박 2일 일정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뒤 조-러(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북-러 관계 복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 하지만 당시 북한의 요구에도 한국을 의식한 러시아의 반대로 이 공동선언에는 과거 동맹 시절 조약에 담겨 있던 ‘위기 시 자동 군사 개입’ 등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상호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수준으로만 문구가 담겼다. 이에 이번 방북에선 북한이 북-러 관계를 24년 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공동선언을 발표하거나 1961년 체결된 동맹 조약 정신을 계승하는 협정 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당시엔 공동 기자회견이나 선언문 발표 등은 없었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이 선언적 의미를 가졌다면 이번엔 북한이 양국 관계 강화 등을 문서로 남기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는 다소 냉담해지고 있다. 지난달 한중일 정상회의 당시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가 거론됐을 때 북한이 담화를 통해 반발하며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방문일이 유력한 18일에는 한중 2+2 외교안보대화도 예정돼 있다. 그런 만큼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하거나 자극하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선 대중 관계가 냉담하게 그냥 이어지는 상황이 최악”이라며 “안보든 경제든 중국이 주목할 만한 메시지를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담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러, 서방 세력 대응할 핵심 우군으로 北 염두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대북 정책 관련 질문에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라며 “양국 관계 발전의 잠재력이 매우 깊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전격 수용한 건 서방의 제재 속에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서방 세력에 맞설 세력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핵심 우군을 확보하고자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는 것. 푸틴 대통령은 이번 평양 방문에 앞서 이미 중국과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을 잇달아 방문했다. 또 다음 주 평양 방문에 이어 바로 베트남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북한 노동자 확보 등 시급한 현실적 상황까지 감안해 푸틴 대통령이 평양행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 소식통은 “특히 노동자 확보는 현재 러시아에 시급한 이슈”라며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이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주초 평양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방북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권하던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평양을 찾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는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지 9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북-러 정상회담이 다시 성사되면 가장 큰 관심사는 양국 간 군사협력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날린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공중에서 폭발해 실패한 만큼, 진전된 관련 기술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평양까지 가는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 등 무기 지원을 더욱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푸틴 환영 행사 관전 위해 구조물 등 설치” 정부 고위 소식통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방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18, 19일 1박 2일에 걸쳐 방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NHK방송도 러시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푸틴 대통령이 다음 주초 방북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현재 북한에서 푸틴 방북 준비가 임박한 동향을 포착해 주시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선 북-러 주요 인사들이 푸틴 대통령 환영 행사를 관전할 수 있는 관망대 등 구조물 설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소리(VOA)도 9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김일성광장 연단 바로 옆에서 전에 없던 흰색 물체를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11일 위성사진에선 광장 북쪽에 정사각형 모양의 흰색 대형 구조물 2개와 남쪽에 약 100m 길이의 흰색 대형 구조물이 정렬된 모습도 확인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규모 인파를 동원한 환영 행사 준비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푸틴 대통령 방문은 특히 북한이 더 강하게 요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1월에 최선희 외무상을 보냈을 때도 정상회담 세부 일정을 잡자고 거듭 (러시아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후 러시아도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3월 평양에 보내는 등 북-러 간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이어지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가시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혈맹(血盟)인 중국과 최근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진 만큼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러 관계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중국의 관심과 협력을 끌어낼 카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북한이 최근 ‘오물 풍선’ 등 집중 도발을 이어오다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대남 도발 수위 조절에 나선 것도 푸틴 대통령 방북을 의식한 숨 고르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푸틴 방북 강하게 원해” 정상회담이 열리면 핵심 의제는 크게 군사와 경제협력 등 두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협력을 꾸준히 이어온 만큼 이번엔 그 협력 강화를 확인하는 동시에 서로 필요한 ‘핀포인트’ 지원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 유사시 ‘긴밀하게 협의한다’ 수준의 군사협력 제도화가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찰위성 기술을 포함한 ‘우주 협력’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일부 기술을 지원받아 신형 엔진을 장착해 2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엔 정상이 직접 방문하는 만큼 북한은 러시아에 추가 기술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아예 엔진 완제품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미그-29 등 북한 전투기 개량을 도와줄 수도 있다. 북한 전투기의 기반은 러시아제여서 러시아 지원이 필수인데, 이미 러시아가 북한에 일부 지원한 정황은 우리 정부가 포착했다. 이번 정상 방문을 계기로 그 지원 폭이 커질 수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씨로부터 명품 가방인 디올백을 수수했다는 신고 사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10일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조사를 종결 처리했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청탁금지법에 공직자의 배우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김 여사가 이 법을 실제 위반했는지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윤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해서도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최 씨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와 김 여사가 최 씨로부터 받은 디올백이 대통령 기록물인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라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신고 내용이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새로운 증거가 없을 경우나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 사건 종결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참여연대가 이 사건을 신고하면서 서울의소리의 의혹 제기 외에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과 최 씨의 직무 관련성도 확인할 수 없다며 판단을 사실상 미룬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민 권익과 공직자 청렴의 보루인 권익위마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174일 끌다 ‘디올백 조사 종결’… 野 “특검 필요”권익위 “제재 규정 없어”권익위는 이날 오후 5시 반에 이번 결과 발표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열면서 30분 전에 기자단에 공지했다. 또 기자단 질문을 받지 않은 채 1분여 만에 브리핑을 마쳤다. 권익위가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내·외부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선 사건 종결 여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내부적으로 수사기관에 해당 사건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고, 투표 끝에 다수결로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내렸다는 것.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빠져나가기 ‘일타 강사’를 자처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느낌도 있다”며 “결국 검찰에 맡길 수 없고 특검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 기관 등에 넘기지 않고 모두 종결하기로 한 권익위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19일 참여연대가 세 사람을 신고한 지 174일 만에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권익위와 별개로 디올백 수수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검찰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지난해 A 시의회는 여행사와 4000여만 원에 맺은 의원들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출장 위탁 계약을 출국 3일 전 취소했다. 법상 정해진 수의계약 금액 한도(2000만 원)의 두 배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다 취소한 결과 여행사에 전체 금액의 70%인 2800여만 원을 취소 수수료로 물었다.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간 지방 예산이 사용됐다. 지난해 같은 곳으로 출장을 다녀온 B 시의회 의원들은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할 결과 보고서 작성을 484만 원을 주고 여행사에 맡겼다. 이 출장의 목적은 ‘글로벌 마인드 제고’ ‘다문화 및 고령화 대응’ 등이었으나 의원들의 행선지엔 머라이언 공원, 야시장 등 유명 관광지가 포함돼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서 3∼4월 전체 지방의회의 약 2.8%인 7개 지방의회를 골라 해외 출장 운영 실태에 대한 현지 점검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실태가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권익위는 이달부터 9월까지 243개 전체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해외 출장 실태 점검에 착수한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2년 C 시의회는 독일·프랑스 출장을 계획하면서 공무와 관련 없는 베르사유 궁전 관광 일정을 넣고, 44만5170원을 들여 입장권까지 구매했다. 이후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등을 이유로 출장이 취소됐고 취소 수수료 전액이 예산으로 지급됐다고 권익위는 전했다. D 시의회의 경우 2022년 7박 9일의 네덜란드·프랑스 출장을 계획하면서 4일을 루브르박물관, 에펠탑, 센강 유람선 등 공무와 관련 없는 관광 일정으로 채웠다. 권익위 관계자는 “출장 취소 수수료를 예산으로 충당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 액수가 과다하거나 외유성 출장에 세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E 시의회의 경우 출장을 준비하며 현지에서 먹을 컵라면과 음료 27만3600원어치를 의회 법인카드로 구매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출장 실태 전반에 관한 전수 조사를 통해 더 많은 위반·부패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후 제도 개선 권고는 물론이고 필요시 배임·횡령, 허위 공문서 작성 등에 따른 수사 의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익위는 또 올해 86개 시군의 3649개 조례·규칙·훈령 등을 평가한 결과 지방의회의 예산, 의정활동 등에서 문제점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달 말까지 권역별 20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이해충돌방지제도 운용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의원 배우자가 대표인 업체와의 수의계약 체결 현황, 관용차 등의 사적 사용 여부 등이 주요 확인 대상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난해 A 시의회는 의원들의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4000여 만 원에 여행사와 국외 출장 위탁 계약을 맺었지만 출국 3일 전 이를 취소했다. 법상 정해진 수의계약 금액 한도(2000만 원)의 두 배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다 취소한 결과 여행사에 전체 금액의 70%인 2800여 만 원을 취소 수수료로 물었다. 시민들의 세금이 들어간 지방 예산이 사용됐다. 지난해 같은 곳으로 출장을 다녀온 B 시의회 의원들은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할 결과 보고서 작성을 484만 원을 주고 여행사에 맡겼다. 이 출장의 목적은 ‘글로벌 마인드 제고’ ‘다문화 및 고령화 대응’ 등이었으나 의원들의 행선지엔 머라이언 공원, 야시장 등 유명 관광지가 포함돼있었다.국민권익위원회는 앞서 3∼4월 전체 지방의회의 약 2.8%인 7개 지방의회를 골라 해외 출장 운영 실태에 대한 현지 점검을 진행한 결과 이같은 실태가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권익위는 이달부터 9월까지 243개 전체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최근 3년 간 해외 출장 실태 점검에 착수한다.권익위에 따르면 2022년 C 시의회는 독일·프랑스 출장을 계획하면서 공무와 관련 없는 베르사유 궁전 관광 일정을 넣고, 44만5170원을 들여 입장권까지 구매했다. 이후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등을 이유로 출장이 취소됐고 취소 수수료 전액이 예산으로 지급됐다고 권익위는 전했다.D 시의회의 경우 2022년 7박 9일의 네덜란드·프랑스 출장을 계획하면서 4일을 루브르박물관, 에펠탑, 센강 유람선 등 공무와 관련 없는 관광 일정으로 채웠다. 권익위 관계자는 “출장 취소 수수료를 예산으로 충당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 액수가 과다하거나 외유성 출장에 세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E 시의회의 경우 출장을 준비하며 현지에서 먹을 컵라면과 음료 27만3600원 어치를 의회 법인카드로 구매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출장 실태 전반에 관한 전수 조사를 통해 더 많은 위반·부패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후 제도 개선 권고는 물론 필요시 배임·횡령, 허위 공문서 작성 등에 따른 수사 의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익위는 또 올해 86개 시·군의 3649개 조례·규칙·훈령 등을 평가한 결과 지방의회의 예산, 의정활동 등에서 문제점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달 말까지 권역별 20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이해충돌방지제도 운용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의원 배우자가 대표인 업체와의 수의계약 체결 현황, 관용차 등의 사적 사용 여부 등이 주요 확인 대상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8∼9일 오물 풍선을 다시 날리면서 남남(南南) 갈등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이를 명분으로 오물 풍선을 날린 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하자 정치권에서도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남남 갈등을 노린 회색지대(그레이존)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오물 풍선으로 대응한 북한 도발에 대해 (대북) 확성기 설치와 방송으로 맞대응하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오물 풍선 도발은 대북전단 살포가 원인”이라며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도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면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에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힘을 실었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물 풍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북 확성기 재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한기호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은) 다시 오물 풍선이 날아온다면 2배, 3배 북한으로 되돌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민간단체가 전단 살포를 멈추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북한은 ‘전단을 날리면 풍선을 날리겠다’고 위협했다”며 “이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계산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 달란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기조를 고수할 방침이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도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모호한 수준의 중·저강도 도발인 ‘회색지대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응책을 두고 우리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8일 밤~9일 새벽 북한이 3차 살포한 ‘오물 풍선’은 330여 개로 이 가운데 80여 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졌다고 우리 군은 9일 밝혔다. 앞서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보낸 1000여 개의 오물 풍선보다 규모가 줄어든 것. 하지만 북한은 9일 오후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하자 이날 밤 오물 풍선을 또 살포했다. 북한은 앞서 2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면서도 대북 전단이 다시 살포되면 ‘100배의 휴지와 오물량’으로 맞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랬던 북한이 정작 3차 살포에선 오히려 오물 풍선 규모나 내용물 수위를 낮춘 건 남남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적 수위 조절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북 전단을 날린 탈북민 단체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 앞서 1, 2차 살포 때 북한은 거름 등 무게가 나가는 오물을 무차별적으로 넣어 보내 전국 각지에서 악취나 차량 파손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지만 3차 살포 풍선엔 종이 등 비교적 가벼운 쓰레기 위주로 보냈다. 민간 단체들이 6, 7일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자 북한이 보복 차원에서 8일 오물 풍선을 급하게 살포했지만 풍향 등 기상이 적합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규모를 줄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실제 북한이 3차 살포를 감행한 8일 오후 9시를 전후해 북한 지역엔 풍선을 남쪽으로 날리는 데 불리한 서풍이 불었다. 1, 2차 살포 땐 북서풍이 불어 풍선이 경상권을 포함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이랬던 북한이 9일 밤 4차 살포까지 전격 감행한 건 그만큼 대북 확성기에 대한 반발심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밤에도 남서풍 및 서풍이 불었다.24시간 이내에 두 차례에 걸쳐 풍선을 부양하는 등 북한의 풍선 도발 주기가 단축되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3차 살포 이후엔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서 풍선 발견 신고가 잇따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9일 오전까지 접수된 신고는 10개 구에서 39건이었다.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등 북부 지역에선 30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강원 춘천과 홍천, 인천 해안가와 연안부두 등에서도 오물 풍선이 발견됐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8일 밤~9일 새벽까지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이 330여 개로 이 가운데 80여 개가 우리 지역에 떨어졌다고 우리 군은 9일 밝혔다. 앞서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보낸 1000여개의 오물풍선보다 규모는 줄었다. 풍선에 매단 내용물도 앞서선 가축 분뇨 등까지 포함됐다면 이번에 북한은 종이 등 가벼운 쓰레기 위주로 보냈다.북한은 앞서 2일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면서도 대북전단이 다시 살포되면 ‘100배의 휴지와 오물량’으로 맞대응하겠다며 노골적으로 위협한 바 있다. 이랬던 북한이 정작 오물풍선 규모나 그 내용물 측면에서 이번에 수위를 오히려 낮춘 건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의도적 수위 조절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북 전단을 날린 탈북민 단체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하 의도라는 것. 앞서 1,2차 살포 때 북한은 무게가 나가는 오물을 무차별적으로 넣어 보냈고, 이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악취나 차량 파손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민간 단체들이 6, 7일 대북 전단을 날려보내자 북한이 보복 차원에서 오물풍선을 급하게 살포했지만 풍향 등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규모를 줄이는 등 수위 조절을 했을 수도 있다. 실제 북한이 대다수 풍선을 살포한 8일 밤 9시를 전후해 서풍이 불었고, 결국 풍선들은 주로 경기 북부와 서울 등에서만 관측됐다. 앞서 1, 2차 때 날린 풍선들은 충청·경상권에서도 확인됐다. 합참은 “풍선은 동해에도 수 개 정도 낙하했다”면서 “북한 지역으로 간 것도 있고 우리 측 관측범위를 벗어난 뒤 산악 지역과 바다에 떨어진 것도 다수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또 “효율은 좋지 않었다고 본다”고도 했다. 이번 오물풍선 살포 관련해 우리 인명 및 재산 피해는 없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서 풍선 발견 신고가 잇따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9일 오전까지 접수된 신고는 10개 구에서 39건이었다.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등 북부 지역에선 30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춘천과 홍천, 인천 해안가와 연안부두 등에서도 오물풍선이 발견됐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북한이 8~9일 오물풍선을 다시 날리면서 남남(南南)갈등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이를 명분으로 오물풍선을 날린 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하자 정치권에서도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남남갈등을 노린 회색지대(그레이존)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오물풍선으로 대응한 북한 도발에 대해 (대북) 확성기 설치와 방송으로 맞대응하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오물풍선 도발은 대북전단 살포가 원인”이라며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의 도발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면서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날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결정에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힘을 실었다. 조지연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물풍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대북 확성기 재개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또 민주당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지적한 것에 대해선 “오물풍선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당 한기호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은) 다시 오물 풍선이 날아온다면 2배, 3배 북한으로 되돌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정부 소식통은 “민간단체가 전단 살포를 멈추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북한은 ‘전단을 날리면 풍선을 날리겠다’고 위협했다”며 “이는 고도의 심리전이자 계산된 전략”이라고 말했다.정부는 일단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란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기조를 고수할 방침이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도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모호한 수준의 중·저강도 도발인 ‘회색지대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응책을 두고 우리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북한이 지난달부터 동해선 철로를 철거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앞서 우리 정부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 공사 명목으로 북한에 제공했던 차관을 둘러싼 논란도 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정부가 제공한 대북 차관은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공사를 포함해 식량, 경공업 원자재 등 3개 분야에서 9억3304만 달러(약 1조2800억 원)에 달한다. 계속 누적된 이자와 지연배상금까지 합하면 북한이 갚아야 할 차관은 10억8000만 달러(약 1조48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동안 차관에 대한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니 이젠 남북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다는 의도로 철로까지 철거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정부가 북한과 차관 제공 계약을 맺을 때 미상환에 따른 제재 조치 등 특별한 안전 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상환 의무가 있다는 점을 촉구하는 것 외에 과거 정부에서 맺은 남북 간 계약상 상환을 강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2002∼2008년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에 대한 철도·도로 및 역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와 공사 장비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1억3290만 달러(약 1824억 7000만 원)의 차관을 제공했다. 당시 우리 수출입은행과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계약에 따라 북한은 공사가 완료된 뒤 우리 정부가 제공한 장비 등을 반납하고, 이후 차관 금액을 최종 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철도 신호체계 공사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2008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공사가 중단돼 북한이 상환해야 할 차관의 총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경의선과 동해선 공사에 제공된 차관 액수를 따로 집계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경의선·동해선을 묶어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공사로 차관 제공 계약을 맺어 총액만 산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최근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선 철로 철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 철로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계기로 연결돼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실제 철로가 놓였다. 앞서 경의선·동해선 육상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봉쇄 조치에 나선 북한이 이번에 철로까지 철거하기로 한 건 남북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겠단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정부는 조만간 북한이 개성공단을 지나는 경의선 철로 철거에까지 나선 뒤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동해선 북측 철로 구간에 침목을 제거하는 동향이 있다”고 밝혔다. 침목은 선로 하부에 설치하는 구조물로 일정 간격으로 놓여 레일을 지지하고 철도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이처럼 철로 핵심 자재를 뜯어내는 움직임이 향후 더 이상 남북을 잇는 철도 운행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 상징적인 조치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동아일보 질의에 “최근 동해선 선로에 대한 일부 철거 정황이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지난달 일부 전방 부대에 비상경계 근무 명령을 하달한 정황도 포착됐다. 다른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같이 밝히면서 “일부 북한 전방 부대의 경계 시간이 늘거나 인원이 증가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일부 감시초소(GP)들에 무기를 최근 추가로 투입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정지안을 의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오후 3시부터 9·19 합의는 전면 효력이 정지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북한은 최근 며칠 사이에 오물을 실은 풍선을 잇달아 우리나라에 날려 보내는 등 지극히 비상식적인 도발을 해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9·19 합의 효력 정지에 따라 서북 도서에 배치된 K9 자주포와 천무(다연장로켓) 등 해병대 포병 전력이 이달 중 해상 사격 훈련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北, 육로 이어 철도 완전 단절… 경의선도 철거 나설듯 [남북 강대강 긴장고조]동해선 침목 철거김정은 ‘관계단절 조치’ 마무리 수순철도연결 차관 안갚은채 무단 훼손 북한이 지난달 철도인 동해선 일부 구간에 대한 철거 작업에 전격 착수함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연결하는 모든 길을 단절해 온 북한의 단계적 조치가 이제 마무리 수순에 돌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 각각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향하는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올해 3월부턴 이 길에 설치된 가로등까지 철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교전국’으로 규정하며 대남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또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경의선 우리 쪽(북측) 구간을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북남(남북) 연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단계별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관계 단절을 선포했다.북한은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대한 봉쇄 조치에 먼저 착수한 뒤 지난달부터 휴전선인 군사분계선(MDL) 인근 동해선 철로 철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DMZ 인근 이북 철로에 설치된 콘크리트 재질의 침목을 하나둘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경의선과 동해선에는 각각 2003년과 2006년 휴전선을 관통하는 철로가 놓였다. 실제 2007년 5월 북측 금강산역에서 남측 제진역까지 27km 구간에 대한 동해선 철도 시범 운행도 이뤄졌다. 이후 동해선은 실제 운행이 되지 못했다. 경의선의 경우 2007년부터 200여 회에 걸쳐 화물열차는 운행됐으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현지에서 피격 사망하면서 그해 말부터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이렇게 방치된 두 철로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살아날 것처럼 보였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부산∼두만강으로 이어지는 동해선을 시베리아 철도와 연계하고자 했다. 유라시아와의 북방외교를 강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본 것. 동해선 중 유일하게 단절된 구간인 강릉∼제진 철도 사업도 추진됐다.2018년 체결된 9·19남북군사합의에도 “쌍방은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반영됐다. 그해 12월 남북 공동조사단은 동해선 북측 구간인 금강산∼두만강 노선 800km에 대한 점검까지 마쳤다. 하지만 남북 철도 사업은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사실상 중단됐다.정부는 동해선 단절에 나선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경의선 철로까지 철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의 허리를 잇는 두 철로를 자르는 상징적 조치에 나선 뒤 이를 보란듯 공식 선언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이달 하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종료된 직후 해상국경선 설정, 남북기본합의서 폐기 등 헌법 개정 세부 내용이 확정될 최고인민회의를 연달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김 위원장이 지시한 남북 단절 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된 동해선·경의선 철로, 육로에 대한 조치 결과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크다.경의선·동해선 철로 및 도로 연결 사업은 과거 한국 정부 차관으로 이뤄졌고 북한은 이후 사실상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향후 북한이 철로 훼손 등을 공식화할 경우 비용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 철도와 도로, 역사 건설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 1억3290만 달러 규모의 현물 차관을 지원한 바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