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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원에서의 탄핵소추안 부결 후 정치활동 재개 가능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와 역할은 물론 당의 향후 방향성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혀온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14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가 있는) 2022년에 흥분해 있다”며 “그는 앞으로 나아가며 공화당을 재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탄핵안 부결로 내란선동 혐의를 벗은 만큼 다시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는 탄핵에 찬성한 일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화가 난 상태라고 한다. 그레이엄 의원은 “다음주에 캘리포니아주로 가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그와 함께 향후 정치 일정 및 공화당 전략을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나는 그에게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움직임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나는 2022년에 상원(다수당 지위)을 되찾아오기를 원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없으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램 이메뉴얼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2024년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2년을 보복하는 데 쓸 것”이라며 “자신에게 나쁜 말을 하거나 자신에 맞서 표를 던진 모든 공화당 사람들을 쫓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38)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리처드 버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이 물러난 뒤 그 자리에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버 상원의원에게 분노한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지지자들이 결집해 트럼프 가문의 인사를 공천시킨다는 것이다. TV프로듀서 출신인 그는 2016년과 2020년 시아버지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일부 측근 인사들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공화당 의원들도 적지 않다. 더 힐은 “공화당이 트럼프 시대의 페이지를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중심에 없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난입 사건을 부추긴 책임이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일부 지지층은 유지되겠지만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견해차를 좁히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몇 주 내 타결이 임박했다고 CNN방송이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타결 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부터 한미 동맹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양국 관계 강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NN방송은 이날 관련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보도하면서 “합의안은 한국이 2020년 ‘가능한 최대 금액’으로 제시했던 대로 분담금을 기존보다 13% 인상하는 내용으로 다년(multi-year) 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최종 합의에는 한국 국방예산 확대와 한국의 군사장비 구매 등의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들은 최종 합의가 몇 주 안에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미 양국 협상팀은 2020년 한국 측의 분담금을 전년(1조389억 원) 대비 13%가량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년 대비 약 50% 인상을 요구했다. CNN은 “분담금 협상에 합의하는 것은 양국 동맹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는 동맹과의 관계를 회복해 ‘정상적 질서’로 복귀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외교가에서도 CNN 보도에서 언급된 ‘13% 인상안’ 타결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우리 측은 5년 다년 계약을 하되, 첫해 방위비 분담금을 13% 인상하고 향후 연간 7∼8%의 상승률을 적용하는 안을 미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첫해 분담금은 약 1조1739억 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협상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양국이 분명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최지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중 간 날 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두 정상은 양국 간 핵심 이슈에 대해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민감한 현안 놓고 2시간 기 싸움백악관은 통화 직후 낸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 관행, 홍콩 탄압, 신장 지역의 인권침해 및 대만을 포함한 지역 내의 독선적인 행동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첫 통화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홍콩, 대만, 신장 문제 등을 꺼내 든 것은 물론이고 ‘강압적’, ‘독선적’ 같은 날 선 표현들을 사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 다음 날인 11일 백악관에서 일부 상원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의 점심을 먹어 버릴 것(eat our lunch)”이라고 했다. 이 표현은 ‘상대가 우리를 이겨 버린다’는 뜻으로 미국에서 통용된다. 중국 측은 향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정상 간 통화 후 내놓은 발표에서 표현 수위를 다소 낮췄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이 지난 반세기 이상 국제관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미중 관계 회복과 발전을 꼽았다”며 “그는 우여곡절과 어려움 속에서도 (미중 관계가) 큰 성과를 거두고 행복하게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오늘 통화를 공동 관심사를 긴밀히 연계하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대만, 홍콩 등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라며 “미국 측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맞섰다. “미중 양측은 서로 정책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오판을 피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두 정상은 팬데믹(대유행), 기후변화 등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협력하겠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中이 이용한 낡은 포용정책 회귀 안 돼”미중 정상 간의 이번 통화에 대해 위마오춘(余茂春·미국명 마일스 위)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과 최고위급 커뮤니케이션을 재개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과거의 낡은 포용 방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위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책 핵심 설계자로 평가받는 중국 전문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을 지내며 대중국 강경책의 기본 틀부터 세부적인 전략, 전술까지 총지휘한 배후 인물로 평가받는다. 위 연구원은 12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이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서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가 중국과 협력해야 할 이슈는 기후변화 외에도 많다”고 지적했다. 무역 불균형, 지식재산권 탈취, 대북 제재 불이행 등이야말로 중국이 진지하게 관여하고 협력해야 할 분야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언젠가부터 중국과의 관계에서 ‘포용을 위한 포용’에 너무 집착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포용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이용하거나 갖고 놀려 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중단시켰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위협은 미국만의 문제나 동아시아, 인도태평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직면한 글로벌 도전”이라며 “중국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사이버 공간, 해양, 우주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분명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전략이 장기적으로 시 주석의 정권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시진핑 권력을 교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중국의 문제는 시 주석 개인이 아니라 그런 인물을 만들어내는 중국의 공산당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유재동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중 간 날 선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부터 신장과 홍콩, 대만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안들을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대중국 정책의 기본 방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대로다. 위마오춘(余茂春·미국명 마일스 위)은 트럼프 행정부 대중국 정책의 핵심 설계자로 평가받는 중국 전문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을 지내며 대중국 강경책의 기본 틀부터 세부적인 전략, 전술까지 총지휘한 배후 인물로 평가받는다. 국무부의 고위인사들에게서 ‘국보’, ‘중국 백과사전’이라고 불렸던 그의 중국 지식과 분석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워싱턴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 해군사관학교 교수 출신인 그는 최근 워싱턴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중국, 미국의 포용정책 이용했다”위 연구원은 12일(현지 시간)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과 최고위급 커뮤니케이션을 재개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과거의 낡은 포용 방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가 중국과 협력해야 할 이슈는 기후변화 외에도 훨씬 더 많다”고 지적했다. 무역 불균형, 지식재산권 탈취, 역내 이웃국가들에 대한 위협, 대북 제재 불이행 등이야말로 중국이 진지하게 관여하고 협력해야 할 분야라는 것이다. 위 연구원은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과 대화할 때 ‘공동의 관심사를 이야기하자’면서 막상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내정 간섭’이라고 역공격하며 논의를 차단해버리는 전략을 사용해왔다”며 “이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보여온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언젠가부터 중국과의 관계에서 ‘포용을 위한 포용’에 너무 집착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포용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이용하거나 갖고 놀려고 한다는 것을 간파하고 이를 중단시켰던 것”이라고 했다. 이후의 대중국 접근은 ‘불신하되 검증하라(distrust but verify)’ 기조로 진행됐다고 한다. 위 연구원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해 7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 연설 준비 작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있는 닉슨 도서관에서 진행된 이 연설은 1979년 닉슨 행정부가 중국과 정식 수교한 이후 미국이 지속적으로 취해왔던 중국 포용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중국을 적대적 경쟁자로 규정하는 새로운 대중국 정책 선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중국의 위협은 미국만의 문제나 동아시아, 인도태평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직면한 글로벌 도전”이라며 “중국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사이버 공간, 해양, 우주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분명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체제를 존중하지 않고 ‘약탈자적 행동(predator behavior)’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선출되지 않은 중국공산당, 중국인 전체 대표하지 않아”트럼프 행정부가 퇴임 직전까지 대중 제재를 비롯한 강경조치들을 쏟아낸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들을 마무리한 것일 뿐”이라며 “우리가 중국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그런 조치들을 중단했다면 지금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격자들을 단지 좋게 대해준다고 해서 그가 공격을 멈출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지난 50년 중국공산당과 우리 지도자들 간에 수없이 많은 대화와 만찬이 이뤄졌지만 바뀐 게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선출된 권력이 아닌, 맑시스트와 레닌주의 정치 엘리트 집단이 중국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중국공산당과 중국 국민을 별개로 대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에 대해 “현재의 미중 갈등은 미국이라는 제국이 쇠퇴하고 중국이라는 또 다른 제국이 부상하는 데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여전히 강하고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는 민주주의”라는 게 그가 이를 부인하는 이유다. 그는 미국의 대중 전략이 장기적으로 시 주석의 정권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진핑 권력을 교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중국의 문제는 시 주석 개인이 아니라 그런 인물을 만들어내는 중국의 공산당 시스템”이라며 “다른 어떤 중국 지도자가 권력을 잡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국 출신이면서 ‘중국 때리기’에 앞장서는 위 연구원을 향해 중국은 공개적으로 ‘간신’ ‘배신자’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중국 충칭의 모교에 세워진 비석이나 족보에서 이름이 삭제되는 수모도 당했다. 그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 뿐 아니라 가족들도 이메일과 편지 등으로 매우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중국의 영향력에 계속 끌려 다니면 안 돼”한국의 대중 전략에 대해서는 “한국이 추구하는 공동 목표가 무엇인지, 핵심 원칙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국제사회와 함께 움직이는 큰 그림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한미일 3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우려와 관련, 그는 “중국이 한국에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 또한 중국의 전략적 공급망에 의존해왔지만 더 이상은 이렇게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단호한 조치들을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과의 협력에 대해 묻자 그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중국이 그럴 의향이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과거 6자회담에서 국제적으로 그럴 듯한 장면만 연출했을 뿐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한 적이 없는 멤버”라며 다자적 접근이 아닌 북-미 양자 협상이 더 효율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상원이 퇴임한 대통령이라도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국회의사당 시위대 난입 사건과 관련해 내란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탄핵심판에서는 하원 소추위원들이 검사 역할을 맡아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과 법리를 다툰다. 상원 의원들은 배심원 역할을 맡는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탄핵 심리에 앞서 물러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상원 투표에서 56 대 44로 합헌 결정이 났다고 보도했다. 전체 100석인 상원은 집권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갖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서 6명이 탄핵심판은 합헌이라며 반란표를 던졌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 탄핵되려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화당 반란표가 최소 17표는 나와야 한다. 이날 표결에 앞서 탄핵소추위원단은 의사당 난입 사건 당시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담긴 13분짜리 동영상을 보여줬다. 소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큰아들을 잃은 뒤 의회 난입 사건으로 막내딸과 사위마저 떠나보낼 뻔한 가족사까지 공개했다. 의사당 난입 사태 당일인 지난달 6일은 래스킨 의원이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아들 토미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이었다. 그의 막내딸 타비사와 맏사위는 래스킨 의원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의회를 방문했고 그때 의회 난입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의회 난입으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호소했다. 상의를 벗은 채로 뿔 모자를 쓰고 의회에 난입해 주목받았던 큐어논 회원 제이컵 챈슬리는 “의사당에 난입한 일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 다른 이들의 마음에 공포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8일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는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챈슬리는 불법 침입, 난동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상원은 10일부터 매일 탄핵 심판 심리를 진행한다. CNN은 증인 신문이 없다면 심리는 13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고 이르면 14일이나 15일에 최종 탄핵 투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외교안보와 무역, 인권 문제 등 다방면에서 빚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조사 결과로까지 옮아붙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중국 우한 기원설’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놓자 미국은 중국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측의 홍보전 승리”라며 조사 결과를 깎아내렸다. 중국 측은 “이제 WHO의 조사는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와 결과의 근거가 된 데이터를 미국 정부가 독립적으로 검토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WHO 조사팀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보다 몇 시간 앞서 WHO 조사팀은 “우한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우한에서 그동안 코로나19 최초 발생지로 의심받아온 수산시장 등을 조사해왔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팬데믹(대유행) 초기 상황과 관련이 있는 중국과 WHO의 모든 정보에 투명하고 완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분명히 중국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투명성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런 팬데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정보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가 내놓은 결과와는 별개로 미국이 수집된 정보와 데이터들을 넘겨받아 자체적으로 분석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거들었다. NYT는 “조사팀은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도 중국 측 주장의 중요한 대목을 그대로 승인했다”면서 “초기 바이러스 창궐을 숨기려 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중국에 ‘PR(홍보)’의 승리를 안겨줬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조사팀이 이해당사자(중국)가 제공한 정보만 검토했다면 상식적으로도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사팀이 공정한 조사와는 거리가 멀게 중국 정부로부터 관용 차량 등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WHO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미국을 정조준했다. 특히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미 육군 포트디트릭 생물실험실을 콕 찍어 이곳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텅쉰왕은 10일 “WHO 발표를 지켜본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모든 화살이 포트디트릭 생물실험실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그동안 생물무기 연구소인 포트디트릭에 2019년 6월 연구 중단 명령이 내려졌고, 폐쇄 직전 인근 요양원에서 호흡기 질환이 유행했다며 코로나19의 기원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난해 3월부터 주장해왔다. 텅쉰왕은 또 “지난해 1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확산했을 초기에 미국과 호주 등이 호들갑을 떨며 모든 것을 중국에 뒤집어씌우려 했다”면서 “당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모욕을 줬던 모든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중국이 WHO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일부 미국 언론의 주장은 허황된 망상에 불과하다”면서 “이제 WHO의 조사는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해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나빠져 한미일 3국의 정책 조율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무부 내에서는 한일 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과의 양자관계와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CRS는 이달 초 미일 관계에 대해 업데이트한 보고서에서 “한일 관계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에서 오는 민감한 역사적 문제들로 인해 지속적인 긴장이 있었다”며 “2018년 이래 이 관계는 수십 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18년과 2019년 무역, 안보, 역사 관련 논쟁을 포함해 양국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와 보복적 대응수단은 양국 관계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이는 한미일 정책 조율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미일 관계에 대해서는 “일본은 특히 안보와 무역 분야에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라며 “공동의 안보 목표는 점점 강력해지는 중국의 도전에 대처하는 것에서부터 북한의 위협 대응까지 다양하다”고 기술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 시간) 한일 관계와 관련해 본보에 “한국이 과거사에 머물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경색된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수십 년래 최악 수준까지 추락했다”는 평가 속에 양국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삐거덕댈 경우 미국은 한미일 3각 협력이 아닌 ‘쿼드(Quad)’ 등 한국이 제외된 다자협력체에 비중을 더 싣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달 2일 업데이트한 미일관계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악화해온 한일 간의 갈등을 지적하며 양국 관계가 ‘곤두박질쳤다(plummet)’고 했다. 이는 한미일 3국의 정책 조율을 ‘약화시켰다(erode)’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복원을 공언해온 사실을 환기시키며 “바이든 행정부는 더 효과적인 3자 협력 증진을 위해 두 동맹 간 신뢰를 촉진할 방법을 검토 중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CRS 보고서는 상·하원 외교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을 포함해 모든 의원과 보좌관, 전문위원들에게 배포되는 자료다. 분석 내용은 의회의 입법활동에 참고자료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작지 않다. 보고서는 미일관계를 두고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양국이 중국부터 북한까지 역내 다양한 안보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일본의 대중국정책에 대해서는 “중국과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 역내 다른 나라와의 연대를 강화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국방 협력 증진을 위해 미국, 인도, 호주와의 4자 협의체인 ‘쿼드’ 안보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도 평가했다. 의회뿐 아니라 행정부도 한일관계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 시간) 본보에 “우리는 ‘쿼드’ 협의체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 강화 방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듣는 것이라고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정신과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뿐”이라며 “세계적인 혁신국가인 한국이 북한이나 일본 문제에 관해서는 그 어떤 혁신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를 주요한 외교정책 방향으로 정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미일 3각 협력의 복원이 시급한 현안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이나 미사일 실험에 나설 상황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북한 도발보다 한국, 일본 같은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조율되지 않을 상황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경색된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수십 년래 최악 수준까지 추락했다”는 평가 속에 양국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삐거덕댈 경우 미국은 한미일 3각 협력이 아닌 ‘쿼드(Quad)’ 등 한국이 제외된 다자협력체에 비중을 더 싣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달 2일 업데이트한 미일 관계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악화해온 한일 간의 갈등을 지적하며 양국 관계가 ‘곤두박질쳤다(plummet)’고 했다. 이는 한미일 3국의 정책 조율을 ‘약화시켰다(erode)’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복원을 공언해온 사실을 환기시키며 “바이든 행정부는 더 효과적인 3자 협력 증진을 위해 두 동맹 간 신뢰를 촉진할 방법을 검토 중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CRS 보고서는 상·하원 외교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을 포함해 모든 의원과 보좌관, 전문위원들에게 배포되는 자료다. 분석 내용은 의회의 입법 활동에 참고자료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작지 않다. 보고서는 미일 관계를 두고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양국이 중국부터 북한까지 역내 다양한 안보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일본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중국과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 역내 다른 나라와의 연대를 강화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국방 협력 증진을 위해 미국, 인도, 호주와의 4자 협의체인 ‘쿼드(Quad)’ 안보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도 평가했다. 의회 뿐 아니라 행정부도 한일 관계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 시간) 본보에 “우리는 ‘쿼드’ 협의체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 강화 방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파트너로써 한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듣는 것이라고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정신과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뿐”이라며 “세계적인 혁신국가인 한국이 북한이나 일본 문제에 관해서는 그 어떤 혁신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를 주요한 외교정책 방향으로 정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미일 3각 협력의 복원이 시급한 현안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이나 미사일 실험에 나설 상황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북한 도발보다 한국, 일본 같은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조율되지 않을 상황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0일 ‘한국의 대북정책, 일미와 보조 맞출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이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일본 미국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 북한 비핵화 등에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의 미중 관계에 대해 “꼭 충돌할 필요는 없지만 극도의 경쟁(extreme competition)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르게 중국에 접근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서는 “민주주의적인 구석이 없다(doesn‘t have a democratic bone in his body)”며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방영된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중국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시진핑 주석에게 우리가 꼭 충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극도의 경쟁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시진핑)가 아는 방식이나 트럼프가 한 것 같은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규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대중국 관세폭탄과 경제적 봉쇄, 대규모 제재 같은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을 쓰는 대신에 인권, 민주주의, 지식재산권, 항행의 자유 같은 국제적인 기준을 근거로 중국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 대해 “매우 똑똑하고 거칠다”며 “비판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있는 대로 말하자면 그는 민주주의적인 구석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신장위구르족과 티베트, 홍콩의 인권운동가 탄압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현안들을 놓고 시 주석 개인을 정면 공격한 셈이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후 아직 시 주석과 통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와 대화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그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 시 주석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언급하면서 “시 주석과 개인적으로 24번인가 25번 만났고 1만7000마일을 함께 여행한 사이로, 그를 꽤 잘 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 호주, 유럽에서는 독일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동맹국 정상들은 물론이고 적대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통화했지만 시 주석에 대해서만큼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는 “(통화가 이뤄지면) 이야기할 게 정말 많다”며 정상 차원에서 다뤄야 할 양국 현안이 산적해 있음을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전략은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터지면서 취임 직후부터 시험대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퇴임 직전까지 쏟아낸 각종 대중국 제재와 관세 문제의 유지 여부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그는 앞서 4일 국무부 첫 방문 때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라고 부르며 “인권과 지식재산권, 글로벌 지배구조에 관한 중국의 공격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는 이후 이 발언을 따로 떼어내 공식 트위터 등에 올리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기를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베이징과 협력할 준비 또한 돼 있다”고 덧붙였지만 교집합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먼저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란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이란이 먼저 우라늄 농축을 멈춰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핵 협상의 공은 이란에 넘어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란 정부가 20% 농도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이란 핵합의(JCPOA)를 이행한다면 미국도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한 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CBS방송 인터뷰 발언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중국은 미국의 발전을 막지 않고, 미국과 충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주권과 발전 이익은 확고히 지킬 것이다”라고 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미중 외교수장 간에 이뤄진 첫 통화는 앞으로의 험난한 양국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양국이 정상통화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전초전 성격으로 진행된 외교장관 통화에서 양측이 민감한 현안들로 직행하며 정면충돌한 것이다. 5일(현지 시간) 미국 국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양제츠(楊潔지)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게 춘제(春節·중국의 설) 인사를 전하며 통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중국의 위구르족 및 티베트, 홍콩 탄압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은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내 안정을 위협하고, 규칙에 근거를 둔 국제사회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문제에 책임을 묻기 위해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 견제에 나설 것임을 직접 알린 것이다. 이에 맞선 양 위원의 발언 또한 공격적이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이 6일 전한 중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양 위원은 “미국은 실수를 수정하라”고 몰아세웠고 “양국은 각자 선택한 정치제도를 존중하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각자의 국내 문제를 챙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회분열 등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내부 상황에나 신경 쓰라는 메시지다. 양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은 확고부동하게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추진할 것이며, 중화민족 부흥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정 문제에 대한 그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허용할 수 없다”며 특히 대만 문제를 강하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으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한 중국 측에 유리한 내용만 외교부 자료에서 짧게 소개됐다. 이번 통화로 볼 때 미중 간 협력할 부분에서는 협력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등과 충돌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4일 국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을 ‘미국의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부르며 “중국의 인권과 지식재산권, 국제 거버넌스에 대한 공격에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중국 환추시보는 “비록 다수의 이견이 있을지라도 외교 고위급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 개선의 긍정적 신호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한국이 300km 제한에 묶여있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외교전을 벌이던 2012년. 워싱턴의 인사들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거리 연장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에게 하나같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본은 뭐라고 하더냐.” 의외였다. 정부가 당시 우려했던 것은 사거리 반경에 들어오게 되는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었지 우방인 일본이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이 일본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이를 챙겨 물은 것이다. 배경을 궁금해하는 우리 측에 미국 관계자는 “워싱턴 내 일본 영향력의 뿌리는 이렇게나 넓고도 깊다”는 말을 대놓고 했다. 미국 내 일본의 입김이 센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양국의 밀착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듯하다. 일본이 워싱턴의 싱크탱크에 더 많은 돈을 뿌리거나 더 많은 외교 인력, 로비 자금을 투입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양적 퍼 나르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외교적 끈끈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최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성 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은 가장 먼저 일본 측 카운터파트와 대응책을 협의했다. 국무부는 대문짝만한 그의 사진과 함께 이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다. 한국보다 6일이나 앞서 이뤄진 미국과 일본 정상 간 통화는 말할 것도 없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나 ‘인도태평양’ 같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보도자료에는 담지 않았던 표현들을 사용했다. 역내 현안에 대한 논의에서 한국이 뭔가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서 일본의 위상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이 2016년에 쓴 ‘피벗(PIVOT)’이라는 책에는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을 지원할 주요한 동맹국으로서의 일본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반면 한국은 베트남, 호주, 필리핀 같은 다른 나라들과 한 묶음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반복된다. 지일파로 꼽히는 캠벨 조정관의 이런 인식이 앞으로 ‘아시아 차르’로 활동하게 될 그의 정책수립 과정에 반영되지 말란 법 없다. 일본은 영국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을 태세다. 일본, 호주를 거쳐 영국까지 주요 섬나라를 연결하는 라인은 ‘쿼드(Quad)’와 함께 미국의 중국 견제에 힘을 보탤 해상라인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일본의 ‘파이브 아이스’(서방 5개국 첩보공유 동맹) 합류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미일 동맹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금도 이미 진짜 강하다”고 했다. 워싱턴은 정부가 뒤늦게나마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움직임을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3각 협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한국이 깨닫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동맹의 개념은 이제 양자 관계를 넘어 미국이 그리는 보다 큰 그림 속에서 새롭게 짜이고 있다. 이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균형 잡힌 ‘한미일’ 3각 협력이 아닌 ‘미일+한’의 어정쩡한 구도로 끌려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를 피하려면 한미 동맹을 지금보다도 더 강하게 가져가야 한다. 비핵화에 앞서는 성급한 남북협력 추진으로 인한 미국과의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 요인을 최소화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더 세련되고 영리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일본이 미국에 갖는 영향력을 우리 국익에 맞게 역으로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업그레이드된 동맹’은 정상 간 말의 성찬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초부터 미중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 시간) 양제츠(楊潔지)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상견례 성격이었음에도 두 장관은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미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하고,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중국도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보도자료를 냈지만 내용은 크게 달랐다. 양 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각자 선택한 정치제도를 존중하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주권 및 영토와 관련된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라며 “중국의 내정이며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회원국인 일본과 호주, 인도와 4개국 온라인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이 7일 보도했다. 기존의 ‘쿼드 외교장관 회담’을 정상 간 회담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으로, 개최 시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한미 관계는 북핵 대응 등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국무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보의 질의에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이와 관련된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권오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미중 외교수장 간에 이뤄진 첫 통화는 앞으로의 험난한 양국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양국이 정상통화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전초전 성격으로 진행된 외교장관 통화에서 양 측이 민감한 현안들로 직행하며 정면충돌한 것이다. 5일(현지 시간) 미국 국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에게 춘제(春節·중국 음력설) 인사를 전하며 통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중국의 위구르족 및 티벳, 홍콩 탄압 등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은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내 안정을 위협하고, 규칙에 근거를 둔 국제사회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문제에 책임을 묻기 위해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겠다”는 뜻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을 규합해 중 견제에 나설 것임을 직접 알린 것이다. 이에 맞선 양 위원의 발언 또한 공격적이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이 6일 전한 중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양 위원은 “미국은 실수를 수정하라”고 몰아세웠고 “양국은 각자 선택한 정치제도를 존중하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각자의 국내 문제를 챙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회분열 등으로 혼란스러운 미국 내부 상황에나 신경 쓰라는 메시지다. 양 위원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은 확고부동하게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추진할 것이며, 중화민족 부흥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정 문제에 대한 그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도 허용할 수 없다”며 특히 대만 문제를 강하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으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한 중국 측에 유리한 내용만 외교부 자료에서 짧게 소개됐다. 이번 통화로 볼 때 미중 간 협력할 부분에서는 협력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등과 충돌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4일 국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을 ‘미국의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부르며 “중국의 인권과 지식재산권, 국제 거버넌스에 대한 공격에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다만 중국 환추시보는 미중 관계 전문가를 인용해 “비록 다수의 이견이 있을 지라도 외교 고위급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중 관계 개선의 긍정적 신호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통화에서 “포괄적인 대북 전략의 조속한 마련에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강조한 것은 미국과 대북 정책 조율을 빨리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전략” 채택을 공식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폐기를 시사하자 서둘러 미국과 조율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북-미 협상 재개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백악관은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조속한”이라는 표현 없이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서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성급하게 정책을 결정하기보다 한국과 이견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무리하게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시절의 ‘싱가포르 북-미 합의’ 존중을 설득하려 할 경우 한미 간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靑 “포괄적 대북 전략의 조속한 마련” 강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자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 자료에는 청와대가 밝힌 ‘포괄적인 대북 전략’이나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과 같은 구체적인 표현이 없었다.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북한 체제 보장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병행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선뜻 동의하지 않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과 관련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통화 후 백악관은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美, 한미동맹에 ‘인도태평양’ 대신 “동북아 린치핀” 백악관이 통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핵심축)인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한 대목도 눈에 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통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도태평양” 표현을 쓰면서 “중국 대응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스가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미일 동맹을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코너스톤)”이라고 표현했고 백악관은 “중국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전하는 발표에 중국 논의 대목은 없었다. 백악관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가리키는 ‘인도태평양’ 대신 ‘동북아’라고 표현하자 일본 호주 등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인 ‘쿼드’ 참여 국가와 달리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 쿼드 참여 등 중국 압박에 미온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심국이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민주주의·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핵심축”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밝혀 백악관과 온도차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레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린치핀 정도가 아니라 수레 위에 한미동맹이 같이 올라타 있는 더 업그레이드된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이 미얀마의 민주주의 즉각 복원을 위한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했다. 미얀마 얘기는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이 한국에 반중(反中) 연대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권오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 통화에서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 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다만 미 백악관은 한미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조속한”이라는 표현 없이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32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한미가 역내 평화 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 인권과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전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과 협력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강조된 것. 청와대는 “두 정상이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통화에서 “포괄적인 대북 전략의 조속한 마련에 공감했다”고 청와대가 강조한 것은 미국과 대북 정책 조율을 빨리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전략” 채택을 공식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폐기를 시사하자 서둘러 미국과 조율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북-미 협상 재개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백악관은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조속한”이라는 표현 없이 “두 정상은 북한 문제에서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성급하게 정책을 결정하기보다 한국과 이견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무리하게 미국에 트럼프 시절의 ‘싱가포르 북-미 합의’ 존중을 설득하려 할 경우 한미 간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靑 “포괄적 대북 전략의 조속한 마련” 강조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자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 자료에는 청와대가 밝힌 ‘포괄적인 대북 전략’이나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과 같은 구체적인 표현이 없었다.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북한 체제 보장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병행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과 구상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선뜻 동의하지 않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과 관련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통화 후 백악관은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美, 한미동맹에 ‘인도태평양’ 대신 “동북아 린치핀” 백악관이 통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린치핀(핵심축)인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약속을 강조했다”고 한 대목도 눈에 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통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도태평양” 표현을 쓰면서 “중국 대응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스가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미일 동맹을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코너스톤)”이라고 표현했고 백악관은 “중국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문 대통령과 통화를 전하는 발표에 중국 논의 대목은 없었다. 백악관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을 가리키는 ‘인도태평양’ 대신 ‘동북아’라고표현하자 일본 호주 등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인 ‘쿼드’ 참여 국가와 달리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은 쿼드 참여 등 중국 압박에 미온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심국이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넘어 민주주의·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미 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핵심축”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밝혀 백악관과 온도차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레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린치핀 정도가 아니라 수레 위에 한미동맹이 같이 올라타 있는 그 업그레이드된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이 미얀마의 민주주의 즉각 복원을 위한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했다. 미얀마 얘기는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이 한국에 반중(反中) 연대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로버트 말리 이란특사에게 이란과의 핵협상 팀을 꾸리라고 지시하며 협상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북핵의 경우 아직 미국 측 협상대표조차 지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우선 순위에서 이란보다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간)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의 이런 지시에 따라 말리 특사는 앞으로 외교관과 이란 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상팀을 꾸리게 된다. 미-이란 핵협상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달 29일 임명된 말리 특사는 2015년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 웬디 셔먼 정무차관과 함께 이란 핵협정(JCPOA) 타결에 깊숙이 개입했던 인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담당 책임자를 지낸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란의 핵개발을 우려하는 중동국가들 사이에서는 말리 특사가 이란에 너무 유화적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블링컨 장관은 말리 특사에게 “이란에 대해 더 강경한 인물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말리 특사는 협상팀 구성 및 전략 수립과 함께 유럽 쪽 카운터파트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그는 이스라엘부터 걸프지역의 중동 국가들까지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기존 핵 협정 틀은 유지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시퀀싱(이행 순서)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은 이란이 협정을 먼저 이행해야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제재부터 해제하라고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 협정 파기 이후 이란도 우라늄 고농도 농축을 재개하며 맞불을 놓은 만큼 기존의 핵 협정으로 돌아가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더 강경해진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은 북한과의 핵협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스티븐 비건 전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후임이 될 후보들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어 협상 본격화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상케 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검토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고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인선도 아직 최종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정책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인권 문제를 주요한 요소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3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과 폐쇄된 국가(북한)에서 인권 존중을 촉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인권과 노동권을 증진하고 인권 유린과 침해를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리기 위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북한에 정보를 자유롭게 유입하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에 대해 미국 국방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연합훈련의 성격에 대해 ‘도발적이지 않다(non-provocative)’는 표현까지 이례적으로 써가며 훈련 실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3일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한미 훈련 연기” 이인영에 美 반박2일(현지 시간) 존 서플 국방부 대변인은 이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연합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한 본보의 입장 질의에 “군사적 준비태세는 국방부의 최우선 순위”라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한반도와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의 훈련은 연합 동맹 준비태세를 보장하는 주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훈련들은 도발적이지 않고 완전히 방어적이며 오늘밤에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도록 동맹의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그는 “연합훈련의 규모와 범위, 타이밍에 대한 결정은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한미) 양측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불가피한 이유가 아니라면 군사훈련을 연기 혹은 축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이미 시작하지 않았느냐”며 “이 장관 같은 인사들이 훈련 연기 주장을 내놓은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3일에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군사훈련 문제가 한반도에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도, 북한도 지혜롭고 유연하게 대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연한 대처’를 강조해 재차 연기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이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밝힌 추가 대북 제재 구상에 대해 “추가 제재를 이야기하려면 그동안의 제재가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는가, 이런 점도 한 번쯤 평가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 이 장관은 “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란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 국방부는 한국 국방부가 2일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일본을 기존의 ‘동반자’에서 ‘이웃나라’로 격하해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서플 대변인은 “한미일 삼각 협력은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해 역내 평화와 번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공유된 관점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공유된 위협에 맞서기 위한 협력 확대의 모든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정의용은 美 회의적인 “종전선언 논의” 정 후보자는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의 일부로서 종전선언 논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점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입구로 삼을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 달리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 후보자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전략”을 거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북 정책 폐기를 시사한 상황이다. 정 후보자는 “4·27 판문점선언, 9·19 공동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서명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이보다 더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권오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에 대한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로의 전환과 법치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또 “미국은 지난 10년간 민주주의를 향한 진전에 따라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철회했다”며 “이런 진전을 뒤집는 것은 제재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하며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앞서 백악관 대변인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관련 성명을 냈는데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유엔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 검토를 언급하면서 쿠데타 세력에 대한 조치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제재를 단행할 경우 이에 반발하는 미얀마 군부와 중국 간 결탁을 강화시켜 중국의 입김만 더 세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얀마 내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대중(對中)연대 구축에도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한 배경에는 미얀마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이 내놓은 세 차례 성명에 ‘쿠데타’라는 표현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도 미국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군부에 의한 권력 장악’(military’s seizure of power)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는 순간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미 해외원조법은 정당하게 선출된 국가수반이 군부에 의해 강제로 물러났을 경우 해당 국가에 대한 원조를 제한하도록 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국무부는 미얀마 군부의 정권 탈취를 쿠데타로 명명하는 것을 두고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내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폴리티코에 “당국자들이 당황했다. 타이밍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국내외적으로 이 사안을 조율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혼선이 있다”고 전했다. 한 인사는 내부 분위기를 “혼돈(chaos)”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던 아시아의 파트너 국가들도 이번 사태를 놓고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는 쿠데타 비난에 동참하지 않았고 태국은 “(미얀마) 국내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필리핀도 “미얀마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른 역내 국가들을 규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초반부터 확인된 셈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이 출범 직후 터진 미얀마 쿠데타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핵심 동맹인 일본과의 조율을 중심으로 상황 관리에 나섰다. 국무부는 1일 성 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이 일본 외무성 차관보인 이치가와 게이이치 북미국장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양국의 우려를 공유하고 구금자의 즉각적 석방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미국의 강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쿠데타 후속 조치들을 이어가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전날 저녁 국영TV를 통해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위를 박탈하고 국방, 외교, 재무, 내무 등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수지 고문이 관저에 구금돼 있으며 건강한 상태이고 관저에서 자주 산책하기도 한다”고 밝혔다고 2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이 보도했다. 전날 군부가 구금했던 NLD 소속 의원들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쿠데타 이후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는 생필품 사재기 등이 벌어졌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