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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은(銀) 시장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멈출 줄 모르는 가격 오름세는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 대금이 코스피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과열돼 투기 열풍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달성하면서 시총이 글로벌 은 시장을 넘어섰다. 이날 비트코인은 사상 처음으로 7만2000달러를 돌파했다. 그에 따른 시총은 1조4200억 달러로 은(1조3870억 달러·9위)을 뛰어넘으며 주요 글로벌 투자 자산 가운데 8위로 올라섰다. 연일 치솟는 가격에 국내 가상자산 투자 열기도 뜨겁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일 낮 12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의 24시간 거래액은 17조292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 대금을 합친 규모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9조4490억 원)의 거의 2배에 달한다. 거래 시간이 제한된 주식 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24시간 거래가 가능하지만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포모 심리 때문에 섣불리 샀다가는 상투를 잡을 위험이 있다”며 “‘몰빵 투자’해 인생 역전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분산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비트코인 백만장자’ 하루 1500명 나와… “하락 대비” 경고도 비트코인 ‘1억원 시대’지난주 가상자산에 27억달러 유입… 최대운용사, 두달새 코인 20만개 사낙관론자들 “올해 4억원 육박 가능”… “수요 줄면 가격 떨어질것” 우려도 “요즘 주변에서 비트코인으로 차 한 대 값 벌었다는 얘기를 너무 자주 듣습니다. 배가 아파서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매일 고민합니다.” 직장인 김모 씨(38)는 올 초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소식이 한창 들리던 때 비트코인을 사지 않은 것을 평생 후회한다고 한탄했다. 김 씨는 당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현재 수익률이 약 70%에 달했을 거라고 했다. 이번 비트코인 상승장을 보면서 주식보다 가상자산을 선호하게 됐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직장인 서모 씨(32)는 “과거에는 가상자산이 변동성이 커서 못 믿을 자산이라 여겼는데 현물 ETF, 반감기 등 재료가 있으면 코인이 주식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른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가격이 떨어지면 바로 담으려고 거래소 계정도 미리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백만장자’ 매일 1500명씩 나온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가상자산 중심의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에 따르면 지난주 가상자산 시장으로 27억 달러(약 3조5370억 원)가 유입됐다. 이 중 26억 달러는 비트코인으로 흘러갔다. 연초 이후 약 3개월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는 약 103억 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2021년 연간 유입액(106억 달러)에 근접한 규모다. 2021년은 비트코인 가격이 당시 사상 최고가인 6만9000달러까지 치솟으며 ‘호황기’를 맞은 해였다. ‘비트코인 백만장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카이코리서치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 상당을 보유한 비트코인 지갑이 매일 약 1500개가 생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최고 기록은 1691개의 ‘백만장자 지갑’이 쏟아진 이달 1일이다.● 美 현물 ETF 승인 이어 금리 인하 호재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현물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다. 현물 ETF를 상장시킨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세계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이 두 달 만에 비트코인 약 20만 개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현물 ETF를 통해 전통 금융권에서 관리되던 자금이 손쉽게 가상자산으로 흘러 들어올 길이 뚫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비트코인 유통 개수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운용사들이 ETF를 위해 비트코인을 계속 사들이다 보면 품절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품절주가 가격이 뛰듯 비트코인도 수급이 몰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거시적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리 인하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금과 마찬가지로 달러를 대체할 수단으로 거론되는 가상자산의 가치는 오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내년 2억 원” vs “조정기 겪을 수도” 비트코인은 전날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최초로 1억 원을 넘어선 후 12일 오후 3시 25분 기준 1억68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1억 원 시대’를 맞은 가상자산 시장에선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 비트코인이 올해 12만 달러(약 1억5720만 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견했던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올해 초엔 비트코인이 2025년 20만 달러(약 2억6200만 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전망치를 높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비트코인이 올해 30만 달러(약 3억9300만 원)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상황에서 수급이 줄어들면 조정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수급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비트코인은 변동성도 높아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박에 최근 3년간 글로벌 100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에 포함되는 중국 기업의 수가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반도체 대장주 SMIC가 1000대 기업에서 퇴출당했고,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빅테크 업체도 순위가 크게 밀렸다. 중국 기업이 빠져나간 자리는 미국, 캐나다, 인도 등의 국가에서 채워 넣으면서 글로벌 시총 순위가 재편됐다. ● 공급망 재편에 글로벌 시총 ‘지각변동’ 11일 동아일보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ACWI)에 편입된 47개국 증시의 시총 상위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1000위 안에 든 중국 기업의 수는 8일 기준 94곳에 불과했다. 2020년 말 166개 업체를 1000위권에 진입시키면서 최고점을 찍었지만 3년여 만에 43.4% 줄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영향으로 희토류 등 소재 업체 등의 타격이 컸다. 현재 중국 소재 기업은 금·구리 생산 업체인 쯔진마이닝과 철강업체 바오산강철, 화학업체 완화화학 등 3곳만 글로벌 1000대 기업으로 살아남았다. 2020년 말(12곳) 대비 9곳이 사라졌다. 세계 1위 이차전지 분리막 업체인 창신신소재는 시총이 19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 안팎으로 3분의 1 토막이 나면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SMIC도 2020년 말 565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미중 무역 갈등의 직격탄을 맞아 1000대 기업에서 이탈했다. 중국 기업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글로벌 1000대 기업에 속한 미국 업체는 총 423곳으로 2020년 말(364곳)보다 59곳 늘었다. 내로라하는 10위권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4위)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 기업이 차지했다.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 캐나다와 인도 기업들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글로벌 1000위 내에 캐나다의 소재 업체가 2020년 3개에서 올해 6개로 두 배로 늘었다. 인도 최대 철강업체인 JSW스틸이나 타타스틸 등도 새롭게 이름을 올리는 등 약진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19개사가 1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순위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2020년 말 14위였던 삼성전자가 28위로 떨어지는 등 삼성그룹이 부진했다. ● “중국 경제 구조적 문제 드러나”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의 침체와 그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와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정치적 이슈도 증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1000대 기업에 속한 중국 금융사들은 2020년 말 46곳에서 최근 25곳으로 줄었고,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꼽히며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렸던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순위는 각각 29위, 66위로 밀렸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미국 대선 등의 변수도 크기 때문에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중반부터 이어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중국 기업 저평가 이슈로 인해 증시 회복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소장은 “올해 2월에만 10조 원이 넘는 외국인 투자금이 중국 증시에 몰렸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면서 금 관련 투자 상품들의 수익률이 일주일 새 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지난달 5대 시중은행에서 팔려나간 골드바는 66억 원어치가 넘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기준 금 펀드 12개(설정액 10억 원 이상)의 일주일 평균 수익률은 6.0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46개 테마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평균 수익률이다. 국내 유일의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 금 현물 ETF’의 일주일 수익률도 5.01%였다. 최근 국내외 금값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8일(현지 시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2161.55달러로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국내 금 가격도 최근 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9만 원을 넘어섰다.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8일 종가 기준으로 9만1740원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신흥국들의 금 매수세가 글로벌 금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 금을 사들이는 국내 투자자도 늘었다. 지난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골드바는 약 66억1922만 원어치였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10월(약 79억 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현재 사상 최고 가격을 경신하는 등 투자 과열 양상을 보이는 만큼 추가적인 금 매수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인의 금융 이해력이 39개국 중 8위로 조사됐다. 디지털 금융 이해력 분야에서는 평균에 못 미쳤고, 특히 디지털 보안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19∼79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7점으로 조사 대상 39개국 중에서 8위에 올랐다. 조사에 참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 중에서는 5위였다. 이번 조사는 OECD 산하 ‘금융교육 국제네트워크(INFE)’가 정한 기준에 따라 2∼3년에 한 번꼴로 실시한다. 금융지식, 금융행위, 금융태도 등 3개 부문에 대해 17∼18개 문항으로 나눠 질의한 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다. 부문별로 인플레이션이나 구매력, 복리 개념 등을 묻는 금융지식에서는 OECD 평균보다 9점 높은 76점을 받아 홍콩(91점), 독일(85점), 에스토니아(78점)에 이어 전체 4위였다. 가계 예산 관리나 장기 재무 목표 설정을 점검하는 금융행위(66점)는 OECD 평균(62점)을 웃돌았지만,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는지를 묻는 금융태도(56점)에서는 OECD 평균(58점)에 못 미쳤다. 직전 조사였던 2020년 대비 금융지식과 금융태도에서 각각 3점, 1점 오르면서 총점이 2점 올랐다. 다만 디지털 금융 이해력 분야에서는 43점을 받아 조사에 참여한 28개국 평균(53점)보다 10점이나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이해력 관련 질문 대부분이 디지털 활용 능력이 아닌 디지털 보안에 관련된 질문이었다”며 “향후 금융이나 경제 교육을 진행할 때 디지털 보안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의 민간 부채 수준이 14분기 연속 위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신용 갭은 지난해 3분기(7∼9월) 말 10.5%포인트로 2020년 2분기(4∼6월) 말 이후 3년 넘게 위험 수준인 10%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2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신용 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와 기업의 신용을 합한 민간 신용의 증가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다. 민간 신용의 상승 속도가 과거 추세보다 빠를수록 신용 갭도 커진다. BIS는 신용 갭이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2∼10%포인트면 ‘주의’, 10%포인트 이상이면 ‘경보’ 단계로 분류한다. BIS는 높은 신용 갭이 지속되면 금융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BIS 조사 대상 44개국 가운데 10%포인트를 넘는 국가는 일본(13.5%포인트)과 한국뿐이다. 고금리 여파에도 민간 신용이 계속 불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27.0%로 역대 최고치였다.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020년 1분기(1∼3월) 말(200.0%) 이후 15분기 연속 200%를 웃돌고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국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임금이 홍콩이나 대만 등 인근 국가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꼽히는 돌봄서비스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고 돌봄서비스업에 한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5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 따르면 2022년 내국인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임금은 1만1433원으로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임금(1721원)의 6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2797원)과 대만(2472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급과 비교해도 4배 이상으로 높다. 보고서를 쓴 채민석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미국, 일본, 독일, 호주 등도 산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있다”며 “돌봄서비스 부문은 인력난과 비용 부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차등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올해 중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간병인 고용에 월370만원, 자녀소득 60% 넘어… “외국인 활용을” 65세이상 가구 소득의 1.7배 “감당 못해”육아도우미 월264만원… 번 돈 52% 줘야돌봄 비용 상승폭, 임금 웃돌아 한숨 커져한은 “외국인 고용” 노동계 “분열 야기” “요즘 중국인 육아도우미를 구하려면 월 290만 원은 줘야 해요. 맞벌이로 버는 돈의 절반을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직장인 김모 씨(40)는 아내의 복직에 맞춰서 육아도우미를 구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높은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씨는 “팬데믹 이후 육아 돌봄 비용이 20% 넘게 뛰었다”며 “급여가 더 높은 간병도우미로 수급이 몰리면서 애 키우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간병비 부담은 더 크다.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이모 씨(43)는 3개월 만에 간병비로만 1500만 원을 썼다. 이 씨는 “한국에선 간병비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서비스 만족도가 낮더라도 간병인끼리 텃세가 심해서 바꾸면 비용이 더 든다. 참고 쓸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간병비 370만 원, 자녀 소득의 60% 웃돌아 5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병원 등에서의 월평균 간병인 비용은 370만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65세 이상 가구의 중위소득(224만 원)의 1.7배이고, 자녀 가구인 40∼50대 중위소득(588만 원)과 비교해도 60%를 웃도는 수준이다. 육아도우미 비용도 264만 원으로 30대 가구의 중위소득인 509만 원의 51.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돌봄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이 가계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돌봄 서비스 비용 부담이 커진 데 대해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돌봄 관련 일자리에 대한 노동 공급은 줄어든 반면에 수요는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돌봄서비스 비용 상승 폭도 가파르다. 지난해 간병비 및 가사도우미 비용은 2016년에 비해 각각 50%, 37%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명목임금 상승률(2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급속한 고령화 현상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돌봄 서비스직의 노동 공급 부족 현상은 더 커지고, 비용도 증가한 것이다.● “돌봄 서비스에 차등 임금 도입을”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돌봄 서비스 인력난과 비용 증가를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를 돌봄서비스 부문까지 확대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돌봄서비스업에 한해 최저임금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도 조언했다.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면 국내외 관련 법령상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의 국가들이 이 같은 방법을 통해 한국의 15∼24%가량의 비용만 내고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의 제안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돌봄 재앙’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돌봄 근로자의 고용 확대와 차등 임금 도입은 단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 차별이라는 이슈에 휘말릴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돌봄 서비스 노동자들은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화 등 시장 논리만을 따르는 임시방편식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주애진 기자 jaj@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해외여행과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카드(신용, 체크) 사용 금액은 192억2200만 달러(약 26조 원)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2.2%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여행자가 늘어난 데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해외 직접 구매가 대폭 증가하면서 해외 카드 사용 금액도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2272만 명으로 전년(655만 명) 대비 247%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871만 명)의 80% 수준까지 회복한 셈이다. 온라인 쇼핑 해외 직접 구매액도 2022년 41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1억7000만 달러로 25%가량 증가했다. 2019년 191억2300만 달러였던 해외 카드 사용 금액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103억1000만 달러로 대폭 하락했다. 이듬해인 2021년 122억2700만 달러에서 2022년 145억4300만 달러로 회복세를 이어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한때 6만400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전 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파죽지세의 상승 랠리를 보이고 있다. 원화 기준으로는 이미 전 고점인 83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 9000만 원 선까지 터치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개당 6만4037달러(약 8540만 원)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가인 6만8982달러 경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은 2월에만 40% 넘게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월간 상승률 기준으로 202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원화마켓에서는 이미 전 고점인 8300만 원을 넘어섰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영향이다.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 47분께 역대 최고가인 9000만 원을 찍었다. 빗썸에서도 8970만 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최근 비트코인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1월 11일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를 포함해 총 11개의 현물 ETF가 뉴욕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 초기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주춤했지만, 이후 대규모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한 달 반 만에 7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최근 현물 ETF의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이날 IBIT는 9600만 주 이상 거래됐다. 이는 전날 기록했던 4300만 주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 피델리티의 현물 ETF인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 거래량도 2700만 주로 신기록을 썼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추가로 상장될 경우 상승 랠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화폐 플랫폼 FRNT 파이낸셜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오엘렛은 “항간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받은 투자자문사가 전체 20%가 되지 않는다는 추정이 있다”며 “앞으로 1년간 추가적인 승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월로 예정된 반감기(비트코인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가격 상승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 반감기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최소 수배에서 수십 배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 랠리에 대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가격에 반영된 데다 추가 현물 ETF 상장 승인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 현상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 랠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의 가격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포모 현상으로 인해 비트코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그간의 호재가 소멸되고, 금리나 지정학적 위험의 증가로 위험투자 회피 현상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지난해 글로벌 증시 호황에 힘입어 국민연금이 사상 최고 수익률을 거뒀다. 기금적립금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국민연금 1000조 원 시대를 열게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말 기금적립금이 전년 말 대비 145조 원(16.3%) 늘어난 1035조795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국민연금이 출범한 1988년 이후 35년 만에 기금적립금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민연금이 투자 수익으로 벌어들인 돈은 127조 원으로, 수익률은 13.59%에 달했다. 이는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1999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로 직전 최고치는 2019년 11.31%였다. 지난해 자산별 수익률은 해외주식이 23.89%로 가장 높았고 국내 주식(22.12%), 해외 채권(8.8%), 국내 채권(7.4%), 대체투자(5.8%) 순이었다. 글로벌 증시 호황이 국민연금 수익률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경기 침체 우려에도 국내외 증시와 채권이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대표 글로벌 지수인 ‘MSCI 세계지수(ACWI)’의 연간 상승률은 22.63%, 코스피는 18.73%였다. 지난해 수익률이 급증하면서 국민연금의 누적 운용수익금도 578조 원으로 전년 대비 28.16% 늘었다. 전체 기금적립금의 55.8%가 운용수익금으로 채워졌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세계 투자환경은 지정학적 위험과 큰 변동성으로 녹록지 않았지만,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운용 전문성 강화 등으로 기금적립금 1000조 원 시대를 맞이했다”며 “앞으로도 자산 배분의 유연성을 강화하고 투자 원천을 확대해 기금운용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에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참여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회사 UBS는 이날 오후 2시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입찰 결과 제주항공을 비롯해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총 4곳의 LCC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4개 노선을 이관받는 티웨이항공은 인수전에서 빠졌다. 매각 측이 항공운송면허(AOC) 보유자로 입찰자격을 제한하면서 인수 후보가 LCC로 압축됐다. 매각 측은 조만간 쇼트리스트를 추릴 예정이다. 본입찰은 4월 말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해마다 조 단위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알짜 사업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누적 매출만 1조1345억 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엔 2조∼3조 원 규모의 연매출을 올렸다. 매각 예상금액은 5000억 원 이상으로 거론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내건 만큼 인수자 선정에 대해서도 EC와 논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매각 종료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올해 연초부터 이색적인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최근 유망 투자처로 떠오른 비만치료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를 비롯해 ‘투자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 자산을 추종하는 ETF까지 모두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고 출시됐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테마형 ETF에 운용사들의 차별화된 전략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졌다.올 들어 23개 ETF 상장… 지난해 2배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BSTAR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 ‘UNICORN 포스트IPO액티브’ 등 총 6개의 ETF가 상장됐다. 올해 들어 상장된 ETF만 총 23개로 1주일당 3개꼴로 새로운 상품이 출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2개 ETF가 신규 상장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1∼2월은 ETF 시장의 ‘비수기’로 평가되지만 자산운용사 간 신규 상품 출시 경쟁이 붙으면서 역대급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신상 ETF가 대거 출시된 가운데 ‘최초’의 수식어가 붙은 이색 ETF들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KB자산운용이 내놓은 ‘KBSTAR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은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와 이 회사가 투자한 대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ETF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상품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을 최대 27.5% 담고 나머지 72.5%는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주식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김찬영 KB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은 “ETF 상품 하나로 버핏의 투자 철학을 따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신규 기업공개(IPO)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ETF도 최초로 출시됐다. 현대자산운용이 내놓은 ‘UNICORN 포스트 IPO 액티브’는 신규 상장주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골라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상장 이후 15영업일 이후 180영업일 이전에 풀리는 기관 등의 보호예수 물량을 노리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도 이색적인 소재를 발굴하면서 주목받았다. 국내 첫 비만 치료 테마 상품으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선두 기업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등 비만치료제 관련 기업 10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국내 4대 연예기획사인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ACE KPOP포커스’도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 NH-아문디자산운용의 국내 최초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신한자산운용의 반도체 전·후공정을 나눈 ‘SOL 반도체전공정’ ‘SOL 반도체후공정’ 등도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국내 최초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 투자 상품인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는 은행 정기예금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차별화된 운용 전략으로 고객 확보 경쟁 ETF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차별화를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131조8361억 원이다. 지난해 6월 100조 원을 넘긴 지 8개월 만에 30조 원 이상 불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순자산총액이 10조 원 이상 늘었다. ETF 시장 규모가 2030년 3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하면서 고객들의 투자 다양성과 편의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비만치료제 ETF 등과 같이 해외 주식 직구를 어려워하던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주식을 선별해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 전·후공정 ETF처럼 고객들이 산업 사이클별로 나눠서 투자를 할 수 있게 상품을 세분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들어 상장된 ETF들이 소수 종목의 비중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와 KB자산운용의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각각 전체 52.02%, 56%에 달한다. ‘ACE KPOP포커스’도 국내 4대 기획사에 대한 투자 비중이 90%를 넘는다. 변동성을 높여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에 대한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투자만을 추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라며 “고객들의 투자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분화된 투자 상품을 찾는 경향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색 ETF가 시장에서 눈길을 끌고 있지만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이색 ETF 대부분 테마형 ETF 상품으로 단기에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테마형 ETF 대부분 한 차례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았던 종목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고점 투자 논란도 나오고 있다. 또 소수 종목 비중을 높인 ETF에 대해서 투자 안전성이 높다는 ETF의 장점이 다소 희석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반도체 수출 회복이 뚜렷해지면서 지난달 수출금액지수가 1년 전보다 15% 넘게 올랐다. 반면 수입금액지수는 8% 가까이 떨어지면서 교역 조건이 호전됐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잠정)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금액지수는 1년 전보다 15.7% 오른 128.2(2015년 100 기준)로 넉 달 연속 상승했다. 상승 폭도 지난해 12월(3.2%)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품목별로 컴퓨터·전자·광학기기(26.9%), 운송장비(18.3%), 농림수산품(12.0%) 등이 크게 상승했다. 수출물량지수(126.08)도 1년 전보다 17.1% 오르면서 5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난해 초 부진했던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수출금액지수와 수출물량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며 “반도체의 수출금액지수 증가 폭은 55.5%였는데, 이는 6년 1개월 만에 최대”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지난달 수입금액지수와 수입물량지수는 1년 전보다 각각 7.9%, 3.9% 하락했다. 개별 품목 중에서는 운송장비(―25.6%), 화학제품(―15.9%) 등의 수입 금액이 대폭 줄었다.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내려가면서 지난달 순상품교역지수는 87.24(2015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3.1% 올라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안녕하세요, 홍채 등록하러 오셨어요?” 27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 직원은 커피 주문을 받는 대신에 이렇게 물었다. 직원은 최근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개발한 월드코인(WLD)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페 손님보다 WLD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이곳에 비치된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를 통해 본인의 홍채로 살아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면 가상자산 지갑(월드앱)에 바로 10WLD가 지급된다. 현재 시가로 10만 원이 넘는다. 이후 2주마다 3WLD를 지급받아 1년간 총 76WLD를 받게 된다. 홍채 인식만으로 80만 원 상당의 코인을 공짜로 받는 셈이다. 생체 인증 정보를 넘기는 대가인 데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크게 거부감이 없는 분위기다. 이날 홍채 인식을 하러 온 유모 씨(43)는 “내 홍채를 팔아 돈을 번다는 게 맞는 말”이라며 “아직까지 홍채를 이용한 기술이 없어서 그런지 불안감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고 했다. 월드코인은 현재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해 36개국 2000곳에 오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0개의 오브가 설치돼 있다. 월드코인은 최근 AI 투자 붐에 힘입어 가격이 급등했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월드코인은 개당 8.03달러(약 1만69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처음 출시 이후 가격이 2달러 안팎에서 횡보했지만 오픈AI가 동영상 생성형 AI인 ‘소라(Sora)’를 출시한 15일 이후 가격이 2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월드코인의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트먼은 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나 취약계층의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월드코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활용되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불확실한 탓에 사기성 코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간에게만 월드코인을 지급하기 위해 홍채 인식을 요구하고 있지만 생체 인증 정보를 넘겨줘야 하는 탓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 우려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학과 교수는 “생체정보 수집 및 해외 반출에 대한 위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선 홍채 인식을 통해 WLD를 받을 수 없고, 거래도 불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법규상 가상자산 유통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당국에서 모범 규정을 만들고 있는데, 이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정부가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을 내놨다. 주기적으로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공시하는 상장사에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26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등과 함께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1차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상장사들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며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기업 가치 제고에 힘쓴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게 신규 지수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또 공시 우수기업에 표창을 수여하고, 대상 기업에는 세정 지원과 지수 편입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이번 방안이 한국 증시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일 대비 0.77% 하락한 2,647.08로 마감했다.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주가가 각각 5.02%, 4.5%씩 하락하는 등 대표적인 기업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던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대부분 급락했다.‘기업 밸류업’ 공시 자율로… “규제 개선 등 빠진 미봉책” 지적 [정부, 증시 부양책]이르면 7월부터 年1회 공시우등생 모은 지수 개발-ETF 출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나서“실적 향상 방안 없어 실효 의문” 정부가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내놓은 것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세계 13위, 상장기업 수는 세계 7위로 양적인 측면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높이려는 노력 부족으로 만성적인 저평가에 시달리는 등 ‘덩치’에 상응하는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발표한 주가 밸류업 대책은 기업 실적 제고나 규제 환경 개선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 등 최근 총선을 앞두고 잇달아 발표된 또 하나의 증시 단기 부양책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온다.●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방안 자율 공시 정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4배로 미국(3.64배), 영국(1.71배)뿐 아니라 일본(1.4배), 중국(1.5배)보다도 낮다. PBR이 낮다는 건 상장사들의 주가가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의 연평균 배당성향(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도 26%로 선진국(49.5%)은 물론 신흥국(39.6%)보다도 낮았다. 기업들이 번 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데 인색했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상장기업들이 스스로 중장기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 공시하도록 했다. 다만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감안해 공시는 ‘의무’가 아닌 ‘자율’로 했다. 공시는 이르면 7월부터 매년 한 차례 회사 홈페이지나 한국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5월 중 공시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방안도 내놨다. 매년 우수 기업을 표창하고, 수상 기업엔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 등의 세정 지원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다만 세제 지원과 관련된 구체적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9월 수익성이 높고 시장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도 개발한다.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들의 수급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해 일반 개인들에게 투자 기회를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 “근본 처방 無, 총선용 단기부양책”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에 근본적인 처방이 빠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혁신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방안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천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실질적인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법인세와 상속세 부담이 크다면 강소기업이 탄생하거나 유지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기부양책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고질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 빠졌다”며 “증시 단기 부양과 다름없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기업의 지배 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관계를 합치시키려면 상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며 “특정 집단만을 위한 밸류업으로 남지 않으려면 상법 개정과 세제 개편 작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코스피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금융주와 유통·자동차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7%(20.62포인트) 떨어진 2,647.08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도에 나서면서 장중 1.4% 넘게 하락했지만 이후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0.13%(1.17포인트) 하락한 867.40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혔던 이른바 ‘저(低)PBR’ 종목들이 대거 폭락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정부 발표에 굵직한 세제 혜택이나 규제 개선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대거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보험업(―3.81%)이 가장 많이 떨어졌으며 금융업(―3.33%), 유통업(―3.05%), 증권업(―2.89%) 등도 코스피 하락을 부추겼다. 흥국화재(―11.93%), 한화손해보험(―11.17%) 등이 10% 넘게 급락한 가운데 KB금융(―5.02%), 신한지주(―4.50%), 하나금융지주(―5.94%), 우리금융지주(―1.94%) 등 4대 금융지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인터넷 종목 토론 게시판 등에는 “빈껍데기 밸류업” “밸류 다운(down) 정책” 등 비판 일색의 게시물로 도배됐다. 한 개인투자자는 “정부를 믿고 국내 증시에 투자한 게 잘못”이라고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지원 방안을 두고 기업을 향한 인센티브도 부족한데 강제성도 없다며 ‘당근과 채찍 없는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발표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기대감으로 올랐던 저PBR 종목에 대한 일시적인 주가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월 말 이후 배당락(주식의 배당 기준일이 지나 배당금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의 영향으로 저PBR 종목들의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 28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29일 KB금융, 우리금융, 현대차 등의 배당 기준일이 몰려 있다. 반면 정부의 후속 대책을 보고 난 뒤 평가해야 한다는 유보적인 반응도 있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명시하거나 외부 투자자와의 소통과 피드백을 공개적으로 명기하게 하는 등 중요한 내용들을 잘 반영했다”며 “추후 대책에서 장기 투자자 지원 방안이나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코스피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주목 받으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금융주와 유통·자동차 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7%(20.62포인트) 떨어진 2,647.08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도에 나서면서 장중 1.4% 넘게 하락했지만 이후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0.13%(1.17포인트) 하락한 867.40에 거래를 마쳤다.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혔던 이른바 ‘저(低) PBR’ 종목들이 대거 폭락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정부 발표에 굵직한 세제 혜택이나 규제 개선 등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대거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보험업(―3.81%)이 가장 많이 떨어졌으며, 금융업(―3.33%), 유통업(―3.05%), 증권업(―2.89%) 등도 코스피 하락을 부추겼다. 흥국화재(―11.93%), 한화손해보험(―11.17%) 등이 10% 넘게 급락한 가운데 KB금융(―5.02%), 신한지주(―4.50%), 하나금융지주(―5.94%), 우리금융지주(―1.94%) 등 4대 금융지주도 일제히 하락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인터넷 종목 토론 게시판 등에는 “빈껍데기 밸류업”, “밸류 다운(down) 정책” 등 비판 일색의 게시물로 도배됐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정부를 믿고 국내 증시에 투자한게 잘못”이라고도 했다.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지원방안을 두고 기업을 향한 인센티브도 부족한데 강제성도 없다며 ‘당근과 채찍 없는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발표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기대감으로 올랐던 저 PBR 종목에 대한 일시적인 주가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일각에선 2월말 이후 배당락(주식의 배당 기준일이 지나 배당금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의 영향으로 저PBR 종목들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 28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29일 KB금융, 우리금융, 현대차 등의 배당기준일이 몰려있다.반면 정부의 후속 대책을 보고난 뒤 평가해야 한다는 유보적인 반응도 있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명시하거나, 외부 투자자와의 소통과 피드백을 공개적으로 명기하게 하는 등 중요한 내용들을 잘 반영했다”며 “추후 대책에서 장기 투자자 지원 방안이나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열풍이 글로벌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미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유럽과 일본, 대만 증시까지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벽에 가로막혀 전 세계적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장보다 2.11%(105.23포인트) 오른 5,087.03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도 1.18% 상승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나스닥지수도 2.96% 올랐다.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한 엔비디아는 이날 16.4% 급등하면서 뉴욕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770억 달러(약 368조 원)나 늘어났다. ‘엔비디아 효과’로 22일 유럽과 일본 증시가 나란히 최고점을 뚫고 대만 증시는 23일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지만 이날 코스피는 0.13% 오르는 데 그쳤다.엔비디아發 글로벌 증시 훈풍… 혁신기업 부족한 韓증시는 소외‘AI대장 효과’ 日-대만 고점 경신국내선 HBM 공급 하이닉스만 수혜“과거 MS-애플 뛰어넘는 영향력”젠슨 황, 하루새 자산 10조원 늘어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혁명이 글로벌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엔비디아 효과’로 미국과 반도체 동맹 전선을 구축한 일본과 대만 증시도 고점을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한국 증시만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우려를 키우고 있다. ● AI 랠리에서 소외된 한국 증시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3% 오르는 데 그치며 2,667.70에 마감했다. 전날에도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대만 등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0.4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대만 자취안지수는 0.19% 더 오르며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는 일왕 탄생일로 휴장했다. 국내 증시에선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칩(HBM)을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만 수혜를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5.03% 급등한 데 이어 이날 3.13% 오른 16만14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오히려 0.27% 하락했다. 한국 증시가 엔비디아발 훈풍에서 소외된 것에 대해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AI 관련주에서 빠져 있는 영향이 크다”며 “SK하이닉스 외에 특별한 수혜주가 없다는 것이 우리 증시의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세계 시장을 선도할 혁신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증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은 엔비디아와 TSMC 등 AI 및 반도체 기업들의 활약이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형태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해서는 혁신 기술과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본 대만 등은 ‘반사이익’엔비디아의 실적 호조는 글로벌 증시 전체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오르면서 미국 내 경쟁자인 AMD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고,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기업 등이 수혜를 입으면서 일본 증시도 힘을 받고 있다. 대만 자취안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도 엔비디아의 협력사이자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주가 상승이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는 당분간 반도체 시장과 글로벌 증시에 대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력도 높지만 AI 칩 설계를 위해 엔비디아에서 만든 GPU 전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CUDA)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점”이라며 “당분간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세계 20대 부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간) 황 CEO의 자산 가치는 80억 달러 이상 늘어나 총 681억 달러(약 90조 원)로 집계됐다. 황 CEO는 지난해 초만 해도 128위였지만 AI 열풍 등에 힘입어 이날 21위까지 도약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고금리·고물가의 여파로 국내외 소비자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올 상반기(1∼6월) 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2월 이후 9번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상반기 금리 인하에 선을 그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도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한미 모두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높였다.● “글로벌 물가 울퉁불퉁한 길 내려오고 있어”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내에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기존 의견을 유지한다”면서 “상반기 이후 상황은 5월에 경제 관련 숫자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이날 연 3.5%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평탄한 길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다”며 “국내외 변수가 많기 때문에 물가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내려가는지 확인하고 금리 움직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그는 “한은의 중요한 역할은 금리 정책을 잘못해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가 돼 금리를 내릴 때도 부동산 가격이 자극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간의 교훈”이라고 했다.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밝히면서 민간의 체감 경기는 더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면서 기업의 체감 경기도 이달 들어 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한은이 민간 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한 것도 내수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유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빨리 중단했고, 기준금리 자체도 미국 등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올해 4분기(10∼12월)에야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美 연준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 경계 미 연준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가 자칫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연준이 21일(현지 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초과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회의록은 “2023년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에 대부분 근접했지만,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완화가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어느 정도 무게를 뒀다”며 “물가를 낮추는 데 상당한 차질이 생기면 금융 상황이 긴축돼 완화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물가가 추가 상승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록이 공개되기 전 미셸 보먼 연준 이사 역시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지만,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자신이 있진 않다”며 “확실히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NH투자증권이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합병 이후 최초로 2월에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증권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국면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인 증권사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상황에서 올해 성과급의 지급 시기를 오히려 앞당겼기 때문입니다. NH투자증권 직원들은 빠른 성과급 지급에 회사 측에 감사를 표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이레적인 성과급 지급에 다른 의도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기도 합니다.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0일 오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전체 성과급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 대비해서 5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불어난 영향입니다. 대부분 타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대손 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이 감소한 것과 달리,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72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2% 늘어났습니다. 통상 성과급이 목표 초과 달성 분의 10~20% 정도를 지급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적 상승분이 고스란히 성과급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이 늘긴 했지만 절대 금액은 적은 편이라는 볼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NH투자증권 직원은 “2022년 실적이 목표치를 밑돌면서 지난해 성과급이 10분의 1토막이 났다”라며 “올해 성과급이 지난해 대비 증가하긴 했지만, 평년 대비해서 절대 액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의 불만의 목소리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적은 금액이더라도 성과급이 지급돼서 다행이라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금감원에서 증권사를 상대로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를 한 뒤 일부 증권사들이 성과급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실제 한 대형 증권사는 최근 성과급 규모를 예상치의 10분의 1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성과급과 관련해 여의도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입니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성과급 조기 지급이 정 사장이 임기 전에 제 식구를 챙기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성과급은 직원 대상으로 지급된 건으로, 정 사장과 주요 임원 등 집행 임원 40여명의 성과급 지급을 위한 ‘임원 성과급 보수위원회’는 예년과 같이 3월 말~4월 초쯤 열릴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이번에 지급되는 직원 성과급에 대해서 이연 혹은 지연 지급 정책도 이미 마련하는 등 대규모 성과급 파티는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한 달 만에 49%, 1년 새 200% 상승. 이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아니라 최근 나타난 귤 가격 변화다. 과일값이 폭발적으로 오르는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판매자 입장에서 본 상품 가격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도 두 달 연속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물가 중에서도 과일값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귤은 1년 전보다 배로 올랐다. 21일 제주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제주 노지 감귤 5kg당 도매가격은 평균 2만 원을 웃돌고 있다. 1만5000원대였던 지난달과 비교하면 30% 이상 올랐고 8000∼1만 원 수준이던 지난해 2월보단 2배 넘게 비싸졌다. 지난해 말부터 감귤 도매가격은 조사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감귤은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제주 노지 감귤 생산량을 42만6400t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말연시 우박과 이상고온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실제 생산량은 2만∼2만5000t 적은 40만 t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사과와 딸기 등 다른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귤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른 점도 크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부사 품종) 가락시장 경락가격은 10kg에 7만4924원으로 한 달 전(1월 22일 기준) 6만4595원보다 16% 올랐다. 1년 전인 2023년 2월 21일(2만1382원)과 비교하면 3.5배로 비싸졌다. 감귤 소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날 aT에 따르면 20일 기준 감귤 상품 소매가격은 10개에 5778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9일(4436원)보다 30.3% 올랐다. 1년 전(3472원)과 비교하면 66.4% 상승했다. 감귤출하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감귤 재배 면적 규모는 큰 차이가 없으나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현저히 줄었다”며 “이달 들어 제주도에 일주일 넘게 비가 오면서 저장성도 크게 떨어져 현재 시장 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5분의 1 토막이 났다”고 설명했다. 귤, 사과 등 급등한 농산물 가격이 지수 상승을 부추기면서 국내 생산자물가지수는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80(2015년 100)으로 지난해 12월(121.19)보다 0.5% 상승했다. 지난해 12월(0.1%)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세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재만을 다루지만 생산자물가지수는 소비재뿐 아니라 자본재와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원재료 및 중간재도 포함한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3.8% 오른 151.26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농산물은 지난해 12월 9.3% 오른 데 이어 1월에도 8.3%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감귤이 전월 대비 48.8%, 사과가 7.5% 올랐다. 김(6.8%), 냉동 오징어(2.8%) 등의 물가가 오르면서 수산물도 0.2% 상승했다. 신선식품도 지난해 12월(13.9%)에 이어 1월에도 10.0% 올랐다.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도 뒤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보니 당분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일반적으로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