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김보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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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보라 기자입니다.

purp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미국/북미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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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7%
국제정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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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英, 예멘반군 거점 때렸다… 중동 확전 위기

    미국과 영국이 11일 오전 2시 30분(현지 시간) 세계 물류의 ‘동맥’인 홍해를 공격해온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군사 시설을 기습 타격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영 연합군이 중동 지역에서 개시한 첫 무력 공습으로, 미국과 이란이 격돌하는 전면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영국군이 호주, 바레인, 캐나다, 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아 예멘 내 다수의 후티 표적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이번 공격에 대해 “필요하고 (후티 공격에) 비례적인 조치”라고 했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영 연합군은 잠수함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후티 반군의 근거지 16곳 60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중부사령부는 “항행의 자유에 대한 국제사회 약속을 강화하고 홍해에서 상업 선박에 대한 후티의 공격에 맞서는 다국적 공격”이라고 선포했다. 한국 등 8개국 정부도 지지 성명을 내놓았다. 한국과 호주, 바레인, 캐나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은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개별 및 집단 자위권에 따른 것”이라며 자국 선박의 보호 조치임을 강조했다. 기습 공격을 받은 후티는 AFP통신에 “이번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졌다. 미국 등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 역시 “예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를 지지하던 러시아도 공습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홍해를 유럽 시장의 길목으로 삼고 있는 국내 산업계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등에서 부품을 수급해 유럽 공장으로 운송하는 가전업계나 완제품을 수출하는 자동차·소재·석유화학업계 모두 영향을 받는다. 홍해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는 국내 가전업계 전체 해상 운송량의 1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국제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일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2.7% 오른 배럴당 73.9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다음 달 11일까지 독일 그륀하이데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대부분 중단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인 4명 포함 총 21명이 탑승한 한국 국적의 4만 t급 벌크선 1척이 공습 지역인 예멘 서안을 지나고 있다. 12일 오후 9시 현재 특별한 안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종합상황실에서 안전 점검 및 24시간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란, 美유조선 나포하자… 美, 친이란 예멘반군 ‘토마호크 맹폭’ [美-英, 예멘반군 공습]반군, 홍해 민간 선박 27차례 위협… 가자전쟁후 이란 지원속 ‘물류 봉쇄’美, 이란 개입에 직접 군사행동 나서… 반군 “우리도 美-英 기지 공습할 것” 미국과 영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인 ‘후티’의 근거지에 11일 새벽(현지 시간) 대대적인 포격을 가하며 중동 전역이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간 미국은 전면적인 전쟁 확대를 우려해 친(親)이란 세력들의 도발에 군사 개입을 망설여 왔지만, 후티 반군의 무력 행사와 홍해 봉쇄가 길어지자 결국 맞불 대응에 나섰다.● 후티 ‘홍해 봉쇄’로 물류대란 커지며 촉발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 19일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을 위협한 횟수는 지금까지 27차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맞서 팔레스타인을 돕는다는 명분이다. 이란은 그간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저항의 축’이란 이름을 내걸고 후티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 왔다. 미국 등이 공습을 결심한 데에는 최근 미 선박이 후티과 이란에 잇따라 공격을 받거나 나포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후티의 공격으로 세계 물류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자 미국은 지난해 12월 18일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 수호자 작전’을 창설해 군사 대응을 경고했다. 실제로 미 해군이 지난해 말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던 후티 반군 선박 3척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올해 첫날 홍해에 구축함 알보르즈호를 파견했으며, 11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의 유조선 세인트 니컬러스호를 나포했다. 이란이 세계 ‘물류 대동맥’의 통제권을 과시하자 미국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습 첫날 미 공군 중부사령관은 예멘 수도 사나를 포함해 후티의 거점 16곳을 타격했다. 여기엔 후티의 지휘통제 시설과 군수품 저장소, 방공 레이더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공격에는 전투기와 선박, 잠수함,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이 동원됐다. 토마호크는 비행속도가 시속 890km로 비교적 느린 편이지만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미 CNN은 “토마호크를 중심으로 공습해 ‘쑥대밭’을 만든 뒤 지상군을 투입하는 게 미국의 가장 ‘클래식’한 군사작전”이라고 전했다. 토마호크는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 주요 군사시설 파괴로 유명세를 떨쳤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등에서도 항상 등장해 ‘미 군사 개입의 신호탄’ 으로도 불린다.● “미 공격, 1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 미군이 예멘에서 후티 반군을 직접 타격한 것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16년 이후 미국이 후티 반군에 토마호크 미사일 세 발을 쏜 뒤로 최대 규모의 타격”이라고 전했다. 후티는 즉각 반발했다. 후티 고위 관계자인 압둘라 벤 아메르는 알자지라 방송에서 “미국과 영국이 군사 활동을 확대한다면 역내 그들의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압둘 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홍해와 아라비아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계속 표적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지난 수개월간 후티 반군과 평화협상을 벌여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성명을 통해 “사태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진정을 촉구했다. 미국 내에서는 후티 반군이 홍해의 긴장감을 크게 높여 군사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CNN 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후통첩이 무시당하자 중동에서 미국의 힘에 대한 신뢰도가 위태로워졌다”며 “어떻게든 억지력을 다시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해에서의 군사적 충돌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공습 직후 보고서에서 “공습이 한 차례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 선임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어셔도 블룸버그통신에 “후티 반군은 중동에서도 엄청나게 비타협적인 조직”이라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지는 아직 판가름하기 어렵다. 향후 이란 정부의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영 군사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반발했으나, 구체적인 대응은 언급하지 않았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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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 위한 韓美 단결 잊지 말자”… 워싱턴서 ‘미주 한인의 날’ 행사

    미국 워싱턴에서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주최로 ‘미주 한인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KAGC는 미 법정기념일인 13일(현지 시간) ‘미주 한인의 날’을 이틀 앞둔 11일 연방 하원의원 회관인 롱워스 빌딩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정관계에 몸담고 있는 한인 및 친한파 하원의원 등 약 150명이 참석했다. 특히 영 김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과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민주·워싱턴주) 등 한국계 의원들과 남편이 한국계인 그레이스 멍 하원의원(민주·뉴욕), 친한파인 셰일라 잭슨 리 하원의원 (민주·텍사스) 등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여성·인권운동가 출신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온 리 의원은 인사말에서 “6·25전쟁에서 한국과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피를 흘렸다”며 “우리가 어떻게 단결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주 한인의 날은 미주 한인의 이민 100주년을 맞아 출범한 미주한인재단의 노력으로 미국 연방의회가 2005년 12월 기념일로 제정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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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 대책 마련보다 책임자 처벌에 매달리는 한국[글로벌 포커스]

    “한국의 긴급 상황 처리에 대한 준비 부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시사 주간지 타임 등 외신들은 지난해 10월 한국의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아 재난 이후의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오송의 지하차도 수몰 참사,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혼란 등을 거론하며 “참사 뒤에도 한국의 재난은 변함없이 반복된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도 “이태원 참사 1년 뒤 서울시는 참사 방지를 위해 인파 관리에 나섰지만 서울시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다. 구체적 발생 원인은 다르지만 사전에 경고등이 켜졌는데도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재해 대책 마련보다는 책임자 처벌에 몰두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문현철 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재난 시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안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노력 없이) 개인적 책임을 묻는 수사부터 들어가는 건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여름 충북 오송 참사 등은 지금까지도 재난 원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에 따르면 2014년 재난 원인 조사가 도입된 뒤 최근까지 사상자가 5명 이상 발생한 재난 86건 가운데 23건(27%)만 원인 조사가 이뤄졌다. 일본의 경우 축제에 모인 인파로 11명이 압사했던 2001년 아카시 참사 당시 조사위원회가 외부 재난 전문가를 중심으로 참사 열흘 만에 곧장 꾸려졌다. 6개월 뒤에는 재발 방지 대책이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 1년 뒤 경찰은 혼잡사고 방지 지침서를 발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혼잡경비’ 기능이 경찰 내부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져 2005년 11월 관련법이 개정됐다. 미국은 아예 상설 ‘재난조사위원회’가 마련돼 있다. 교통사고나 화학사고 등 재난 유형별로 특화된 조사위원회를 운영해 이와 관련해서 갈등이 벌어질 여지가 적다. 대통령 직속인 재난조사위원회는 분야별로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원인을 규명하고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권고 조치 권한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조직이 고속도로와 항공, 철도, 선박 등을 조사하는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다. 5일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알래스카항공의 여객기 도어 플러그 이탈 사고 역시 사고 다음 날부터 NTSB가 바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타임지는 지난해 10월 재난을 정쟁에 이용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은 “경쟁 정당의 어떤 실수도 도약의 기회로 간주되는 ‘복수의 정치’가 만연하다”며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는 (이태원 참사 등) 재난에 대한 대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관료 조직은 물론이고 국민 전체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재난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상만 한국재난기술원장은 “지자체에 대한 안전 평가 상시화 등을 통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도 지자체에 대응 능력이 없으면 무용하다. 지자체가 재난에 1차적으로 대응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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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 오셨다면 먼저 읽으세요”… 방재 매뉴얼 만들어 반복훈련[글로벌 포커스]

    10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有明). 일본 최대 국제전시장인 ‘도쿄 빅사이트’ 옆에는 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다. ‘도쿄 광역 방재공원’이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수도권에서 대규모 지진 발생 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재해 대책본부로 쓰려고 조성한 공간이다. 평소 아이들이 뛰어노는 평범한 공원이지만 비상 상황에선 재해 구호 거점으로 탈바꿈한다. 이 때문에 공원에는 병원과 헬리콥터 착륙장 등이 마련돼 있다. 공원 한쪽에는 재난 체험 교육시설 ‘소나에어리어 도쿄’도 있다. ‘대비’를 뜻하는 일본어 ‘소나에(そなえ)’와 에어리어(area)의 합성어다. 규모 8.0 강진이 일어났을 때 도쿄가 어떻게 되는지, 시민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체험할 수 있다. 평일 오전인데도 지자체 부녀회나 초등학생 단체, 가족 등 60여 명의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70대 여성 마쓰모토 씨는 “일본은 언제 어디서라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나라”라며 “지진 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노토반도 규모 7.6 강진, 도쿄 하네다공항 항공기 폭발 등 연초부터 일본에서 대규모 재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잇따랐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노하우도 덩달아 주목받는다. ‘재해 왕국’이면서도 ‘재난 대책 선진국’인 일본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사전 대비책을 세워 왔다. 무엇보다 이를 현장에 적용해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철저한 매뉴얼 만들고 반복 훈련 거듭 “새로 이사 오셨나요? 이 책자를 꼭 읽으세요.” 일본에선 전입신고를 위해 구청을 찾으면 제일 먼저 건네는 게 있다. 재난 대비 매뉴얼인 ‘방재 핸드북’이다.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로 만들어 외국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쿄 시나가와구에서 제공하는 100쪽 분량 ‘방재 핸드북’을 살펴보자. 지진과 폭우, 화재, 쓰나미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지 자세히 안내돼 있다. ‘침실에선 베개나 이불로 머리를 보호한다’ ‘엘리베이터라면 모든 층 버튼을 누른 뒤 정지한 층에 내린다’ ‘정전 단수 발생을 전제로 피난용 생활용품을 비축한다’ 등 행동 요령 및 준비 사항을 자세히 담았다. 시나가와구 관계자는 “모든 주민, 특히 외국인은 재해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읽고 기억하도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재난 대책은 매뉴얼에 그치지 않는다. 도쿄에선 유치원, 초·중학교에서 연 11회 피난 훈련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초등학생들은 자신이 앉는 의자 등받이에 접이용 방재 모자를 끼워둬야 한다. 평소엔 등받이 쿠션으로 쓰지만, 비상 상황에 바로 손을 뻗어 머리에 뒤집어쓸 수 있는 모자다. 평일 수업 중간에는 물론 일요일에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에 학생을 소집해 훈련하는 매뉴얼도 마련돼 있다. 재해는 평일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처럼 유치원 때부터 재해, 사고에 대비하는 훈련을 꾸준히 받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재난에도 침착하고 질서정연하게 지시에 따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일본은 학교, 직장에서 훈련을 생활화하고 지자체가 재난안전체험관을 마련해 시민들이 쉽게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도쿄만 따져봐도 소방청이나 지자체, 기상청 등이 마련한 재난 체험관이 12곳에 이른다. 2일 하네다공항 일본항공(JAL) 비행기 화재 사고는 이런 ‘침착함’이 잘 드러난다. 착륙 당시 한 승객이 찍은 동영상을 보면 화재로 기내가 연기로 자욱해진 상황에서도 승객들은 승무원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아 허리를 숙이고 안전띠를 풀지 않았다. “진정하세요. 짐을 들지 마세요”라는 지시를 듣자 승객들은 비행기 비상구에 펼쳐진 슬라이드로 90초 만에 379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다. 미국 CNN은 1985년 8월 12일 도쿄에서 오사카로 가던 JAL기가 후지산에 추락해 520명이 사망한 최악의 항공 사고를 겪은 뒤 승무원들이 ‘90초 룰’을 엄격히 교육받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피로 쓴 교과서를 40년째 잊지 않은 결과”라고 보도했다. 반면 국내에선 비슷한 사고 당시 승객들이 승무원 지시를 무시한 경우가 있었다. 2016년 5월 27일 하네다 공항을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여객기의 엔진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들 상당수가 자기 짐을 챙겨 나와 논란이 됐다. 당시 한 승객은 방송 인터뷰에서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나 싶어 머리 위 짐칸을 열어 짐을 챙겼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항공사 승무원 팀장은 “돌이켜 보면 당시 사상자가 없었던 게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5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러시아 국영항공사 비행기 화재 사건에서는 짐을 챙기려 통로를 막은 승객들로 탈출이 늦어져 탑승객 78명 중 41명이 숨졌다.● “쉽게 확실하게” 강한 어조로 비상방송 노토반도에서 강진이 발생한 1일 오후 4시 6분, 일본 NHK방송은 자국 국가대표팀과 태국 대표팀의 축구 친선경기를 중계 중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 인터뷰를 하던 중, 속보 차임벨이 울리며 긴급 지진 속보 안내 자막과 자동 음성이 흘러나왔다. 별도 안내 없이 인터뷰가 중단된 채 화면은 스튜디오로 넘어갔다. 4분 뒤 재차 지진이 발생하자 그로부터 3분 뒤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됐다. 마이크를 잡은 야마우치 이즈미(山内泉)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격앙됐다. “쓰나미 경보입니다. 즉시 도망가세요”로 시작된 방송은 “TV를 보지 말고 도망가세요” “지금 당장 가능한 한 높은 곳으로 도망가세요” “동일본대지진을 떠올려 주세요”라며 피난을 재촉했다. 오후 4시 22분, 대형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자 “지금 당장 도망갈 것”이라며 존댓말조차 생략하고 소리를 질렀다. 화면에는 ‘대피 요망’ 같은 어려운 한자어 대신 ‘쓰나미! 도망쳐!’ 등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막이 나왔다.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이날 방송은 즉흥적인 대응이 아니다. 철저히 ‘NHK 재난방송 매뉴얼’을 따랐다. NHK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침착한 재난방송이 오히려 시청자에게 대피 필요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반성 아래 대대적으로 매뉴얼을 개편했다. 이때 재난방송 3원칙인 ‘확실하게 전파’ ‘시청자 행동을 촉구’ ‘가장 위험한 상황을 전달한다’가 세워졌다. 매뉴얼에 따라 NHK는 지진, 쓰나미 등이 발생하면 아나운서가 냉정함을 포기하고 강한 말투로 반복해 대피를 호소한다. NHK 아나운서들은 재해를 가정한 ‘긴급 보도 훈련’을 따로 받는다. NHK는 평소에도 홈페이지에 폭우, 폭설, 태풍, 폭염 등에 지자체, 기업, 학교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 방송 문장과 아나운서 음성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비상경보 등 다양한 전달 수단이 있어도, 일본은 긴급 재난 시 공영방송 NHK를 최우선 속보 전달 매체로 활용한다. 2019년 4월 KBS가 강원도 대형 산불 때 현장에 가지 않고 마치 간 것처럼 중계하고 재난 속보 대신 정규 프로그램을 내보낸 것과 대비된다. 노토반도 지진 때 드러났듯 재난으로 정전이 되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럴 경우 라디오 등 방송이 최후의 재난 소식 창구가 된다. NHK의 한 기자는 “NHK도 평소엔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청률에 신경을 쓰지만, 재난 때는 온 국민이 NHK를 본다는 생각으로 모든 조직이 특보에 임한다”고 전했다.● 재해 겪을 때마다 적극 법 규정 정비 일본에서는 큰 재해를 겪고 나면 어김없이 법 규정을 새로 만들거나 고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원장은 “일본은 재난이 있을 때마다 대응 체계를 만들어 왔고 예방과 대비에 초점을 맞춘다”며 “뒷북 대응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진이 일어나고 총리의 대응 지시가 나오는 데 불과 15분이 걸린 건 높이 평가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본 재난 매뉴얼의 헌법 격인 ‘재해대책 기본법’은 1959년 이세만(伊勢湾) 태풍이 계기가 됐다. 5098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60만 명의 이재민을 낳은 초강력 태풍을 겪으면서, 재해가 닥쳤을 때 정부나 지자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원칙을 담은 법을 제정했다. 한국에서 2004년 제정된 재난안전법에 큰 참고가 됐다. 노토반도 강진에 투입된 일본 경찰의 광역 긴급 원조대는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창설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뒤에는 재해부흥법이 제정돼 대규모 지원의 정책 체계가 마련됐다. 국내에선 일본 노토반도 지진 현장에 왜 총리가 가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일본은 재난 초기 구호에 집중하기 위해 고위 정치인이 현장에 가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야당 대표들이 5일 개최한 여야 당수 회동에서도 재해지 시찰을 당분간 자숙하자고 합의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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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군사개입 신호탄 ‘토마호크’, 다시 등장…“적국 ‘쑥대밭’ 전술”

    미국과 영국이 12일 새벽 예멘의 수도 사나 인근을 공습했을 당시, 수도에 살던 주민들은 연달아 들리는 폭발음에도 전투기를 목격하거나 비행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AP통신은 “미군이 “목표물 타격을 위해 사정거리 1250~3500km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투용 도끼에서 이름을 딴 토마호크는 미국이 30년 넘게 여러 전쟁에서 사용해온 순항미사일이다.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 주요 군사시설 파괴로 유명세를 떨쳣고,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등에서도 항상 등장했다. 때문에 현지 언론은 “미 군사 개입의 ‘신호탄’ 역할”이라 부르기도 한다.토마호크는 시속 890㎞로 날아가 현대무기로는 느린 편에 속한다. 하지만 10발을 함께 쏘아도 절반 이상이 반경 1m 이내에서 떨어질 정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미 CNN은 “토마호크를 중심으로 공습해 ‘쑥대밭’을 만든 뒤 지상군을 투입하는 게 미국의 가장 ‘클래식’한 군사작전”이라고 전했다.CNN에 따르면 토마호크 미사일은 잠수함 USS 플로리다와 일부 구축함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USS 플로리다는 미 해군 함대가 4척을 보유한 ‘핵추진 유도미사일 잠수함(SSGN)’ 가운데 하나로 154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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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우체국 스캔들’ 오심 피해 700명 일괄 구제… 10년동안 정치가 못한 일, TV 드라마가 해냈다

    회계 시스템 오류 탓에 영국 우체국 종사자 약 700명이 억울하게 횡령범이 됐던 ‘우체국 스캔들’ 피해자들이 약 10년 만에 구제를 받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10일 “긴급 법안을 제정해 피해자들의 유죄 판결을 모두 무효로 하겠다”고 밝혔다. 수낵 총리는 우체국 스캔들에 대해 “영국 역사상 최대 오심 중 하나”라며 “피해자들은 명예를 되찾고 보상받아야 한다”고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영국에서 법정 판결이 일괄 무효가 된 사례는 처음이다. ‘우체국 스캔들’은 1999∼2015년 영국 전역의 우체국 지점장 및 직원들이 거래 잔액이 일치하지 않아 회계 부정 및 절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사건이다. 하지만 이는 우체국이 1999년 도입한 일본 기업 후지쓰의 회계 시스템 ‘호라이즌’의 오류 탓이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여파로 우체국 관계자 236명이 투옥됐으며, 4명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돈을 갚느라 파산한 이도 적지 않았다. 스캔들은 2009년 영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컴퓨터 위클리’가 문제를 지적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피해자 555명이 집단소송을 걸어 2019년 시스템 오류가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최근까지 판결이 번복된 건수는 93건뿐이며, 보상금도 일부만 지급됐다. 잊혀져 가던 사건은 이달 1일부터 영국 민영 ITV의 4부작 드라마 ‘미스터 베이츠 대 우체국’이 방영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아직도 법적 구제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되며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경찰은 회계 부족분을 채우도록 강요한 혐의로 우체국을 조사하기로 했고, 후지쓰에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영국 정부는 선제적인 구제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무죄 서약’을 받고 유죄 판결을 무효로 한 다음 1인당 60만 파운드(약 1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만약 실제 횡령이 드러나면 서약을 근거로 기소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014∼2019년 우체국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폴라 베넬스는 드라마 이후 “대영제국 사령관 훈장(CBE)을 취소하라”는 온라인 청원에 100만 명 이상 동참하자 9일 훈장을 반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 편의 드라마가 10년 동안 어떤 정치인도 하지 못한 승리를 거뒀다”고 평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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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무장 에콰도르 갱단, TV 생방송 중 난입

    마약 밀매 갱단으로 악명 높은 남미 에콰도르가 군병력까지 투입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나섰지만, 마약조직의 반발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대법원장 자택에 폭탄 테러가 벌어지는 등 혼란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에콰도르 경찰에 따르면 9일 현지 최대 도시인 과야킬의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갑작스레 무장괴한 13명이 들이닥쳤다. 얼굴을 가린 채 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이들이 방송 진행자 등을 위협하는 장면은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중계됐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사건 직후 긴급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군을 투입해 폭력집단에 맞서도록 명령했다. 무장 괴한은 현장에 출동한 에콰도르 군과 경찰에 의해 1시간여 만에 모두 체포됐다. 이번 사태는 7일 “에콰도르 역대 최악의 범죄자”로 불리는 갱단 ‘로스 초네로스’의 두목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하며 촉발됐다. 이에 노보아 대통령은 다음 날 “에콰도르인들이 평화를 되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갱단들이 이반 사키셀라 대법원장의 집 앞에서 폭탄 테러를 벌이는 등 전국에서 약 30건의 차량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 2명을 포함해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9일에는 로스 초네로스와 쌍벽을 이루는 ‘로스 로보스’의 두목 파브리시오 콜론피코까지 탈옥에 성공했다. 이를 전후로 6개 주에 있는 교도소에서 동시에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에콰도르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국가적 명운이 달렸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인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한 에콰도르는 수십 년간 마약을 운송하는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으며 갱단의 위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강력한 대선 후보였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건설운동당 대표는 지난해 8월 정치인과 범죄조직의 유착을 끊겠다고 선언했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7일 탈옥한 마시아스가 암살을 지시한 사건 배후로 알려졌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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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 첫 美 달착륙선, 연료 누출로 실패 위기

    미국에서 발사된 민간 최초 달 착륙선 ‘페레그린(송골매)’이 기술 결함으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당초 보고됐던 태양전지판이 태양 쪽으로 돌아가지 않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연료 누출이라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한 데 따른 것이다. 8일(현지 시간) 페레그린을 발사한 미 민간 우주기업 ‘아스트로보틱’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연료 누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통제할 수 없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목표는 달 착륙이 아니라 “페레그린이 전력을 잃기 전에 가능한 한 달과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달 착륙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날 오전 2시 18분 발사된 페레그린은 다음 달 23일 달 북위 35도 부근의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끈적임의 만)’에 착륙하는 것이 목표였다. 페레그린이 달 착륙에 성공한다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이며, 민간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될 예정이었지만 발사 7시간 만에 결함이 보고됐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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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민간 최초 달 착륙선, 실패 위기…“심각한 연료 손실 발생”

    미국에서 발사된 민간 최초 달 착륙선 ‘페레그린(송골매)’이 기술 결함으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당초 보고됐던 태양전지판이 태양 쪽으로 돌아가지 않는 문제는 해결됐지만 연료 유출이라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한 데 따른 것이다. 8일(현지 시간) 페레그린을 발사시킨 미 민간 우주기업 ‘아스트로보틱’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연료 누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통제할 수 없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의 목표는 달 착륙이 아니라 “페레그린이 전력을 잃기 전에 가능한 한 달과 가깝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달 착륙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날 오전 2시 18분 발사된 페레그린은 다음 달 23일 달 북위 35도 부근의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끈적임의 만)’에 착륙하는 것이 목표였다. 아스트로보틱에 따르면 연료 손실은 추진체 계통의 문제로 발생했다. 현재 연료 소비량 기준 자세 제어 시스템 추진기는 약 40시간 가량 작동할 수 있다. 페레그린이 달 착륙에 성공한다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이며, 민간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될 예정이었지만 발사 7시간 만에 결함이 보고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으로) 민간 기업, 특히 소규모 스타트업에 달 탐사를 의존하려는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의 전략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나사가 향후 탐사 임무를 연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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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할 뻔한 회사 ‘이 라면’으로 살린 며느리…“라면시장 뒤흔들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부회장(사진)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킨 ‘불닭볶음면’의 성공 주역으로 해외에서 주목받았다.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 시간)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시장을 뛰흔든 여성’으로 김 부회장을 집중 조명했다. WSJ은 “세계 라면시장은 5년 전보다 52%나 커져 지난해 약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며 “불닭볶음면은 미 월마트의 프리미엄 라면 중에서도 판매량이 우수한 제품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불닭볶음면 성공의 중심에는 김 부회장이 있다. 2010년 봄 딸과 서울 도심을 산책하던 그는 자극적인 맛으로 유명한 볶음밥 식당을 다녀온 뒤 ‘극도의 매운맛’ 라면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곧바로 슈퍼마켓으로 뛰어간 김 부회장은 모든 매운 소스와 조미료를 3개씩 사서 연구소와 마켓팅으로 보낸 뒤 나머지는 직접 집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닭 1200마리와 소스 2t을 투입하며 몇 개월 동안 노력한 끝에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 김 부회장은 옛 삼양식품 창업자인 고(故) 전중윤 전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자 1998년 입사해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 분석업체 CEO스코어의 김경준 대표는 WSJ에 “삼성과 LG, 현대 등 대다수 한국 기업은 남성 상속자들이 이끌고 있는데, 김 부회장은 며느리로서 기업을 회생시켜 이례적”이라고 평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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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인터뷰]“韓-호주, 인도태평양 공동 린치핀… 양국 군사협력 강화해야”

    《“한국과 호주는 인도태평양의 공동 ‘린치핀(linchpin·핵심축)’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충돌이 발생하는 지금, 두 나라가 힘을 합쳐 원칙과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개방적이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만들어야 합니다.”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10일 한국을 떠나는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54)가 동아일보와 마지막 한국 언론 인터뷰를 갖고 “국제 정세가 어느 때보다 혼란한 지금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 등을 중시하는 두 나라가 특히 군사 협력을 강화해 중견국 지위에 걸맞은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 일부 강대국의 대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차나 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아 고정시킨 ‘린치핀’이 해당 바퀴의 안정을 담보하듯 한국과 호주 모두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핵심 국가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그는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은 2021년 1월 최초의 여성 주한 호주대사로 부임했다. 전임자 17명이 모두 남성이었던 데다 그의 외조부가 6·25전쟁 당시 호주 해군 호위함 ‘와라뭉가’를 타고 한강 유역의 경계 및 병참을 담당했던 참전용사여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집무실에서 가졌던 취임 초 인터뷰와 달리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성북구 주한 호주대사관저에서 이뤄졌다. 서울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경의 관저 거실에서 만난 그는 “부임 직후 첫 인터뷰를 동아일보와 했는데 마지막 인터뷰도 하게 되어 감사하다. 귀국 후 (호주) 외교부에서 통상 업무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하다. “두 개의 전쟁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분쟁과 충돌은 국제 질서와 규범을 따르지 않는 세력이 많아져 생긴 일이다. 일부 국가는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을 넘어 아예 파괴하려고 한다. 이에 따른 혼란과 갈등을 일부 강대국의 노력만으로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과 호주 같은 중견국이 질서를 수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국제 규범을 지키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이를 지키지 않는 나라도 줄어든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3년째 맞설 수 있는 것은 미국이 뒷배가 돼줄 뿐 아니라 한국, 호주 등 중견국이 직간접적인 군사,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했기에 가능했다. 최근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역내의 핵심 중견국인 한국과 호주가 더 협력해야 한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북부의 린치핀, 호주는 인도태평양 남부의 린치핀이다.” ―양국의 전략적 협력, 특히 군사 협력이 강화됐다. “지난해 가을 양국 해군이 ‘해돌이(한국 해군의 돌고래 캐릭터)-왈라비(호주 상징인 캥거루과 동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한국군은 호주에서 실시된 2023년 ‘탈리스만세이버’ 연합 훈련, 2022년 ‘피치블랙’ 공군훈련 등에도 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의 최신식 무기를 보내 상호 운용성과 작전 역량을 강화했다. 호주는 한국산 무기의 수입을 늘렸다. 지난해 말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 129대를 24억 달러(약 3조1380억 원)에 구입하기로 했고 2021년 K9 자주포 ‘AS9’도 사들였다. 전 세계에 ‘K방위산업’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호주가 일익을 담당했다고 본다. 군사 협력의 활동 범위 또한 넓어졌다. 두 나라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에서 지뢰 제거를 위한 ‘랜더세이프’ 작전을 같이 했다.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 경험이 풍부한 한국군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들었다. 이런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로 2013년부터 시작된 양국의 격년 국방·외교장관 회의 ‘2+2’를 꼽고 싶다. 양국 관계의 주요 뼈대로 두 나라의 협력은 물론 삼자, 다자협력의 틀도 제공한다. 최근 한국, 호주, 일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와의 해양연계성 포럼을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5월 호주에서는 노동당 소속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취임하며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인도태평양 중시 등 외교안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전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계속 집행하고 안보 정보는 다른 정파와도 반드시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뿌리내렸다. 호주는 2021년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에 가입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핵추진잠수함(SSN)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에 2030년부터 최대 5척의 SSN을 도입할 예정이며 이를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 구입 결정 당시 일각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꼭 이 역량을 확보해야 하느냐. 다른 분야에 쓸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제는 사회 전반에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 ―호주는 북한 제재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한 직후 한국, 호주, 미국, 일본 4개국이 이에 연루된 북한 주민과 단체 등을 겨냥한 공동 제재를 단행했다. 4개국이 최초로 공동 대북 제재에 나섰다는 것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준다. 호주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북핵은 인도태평양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며 호주 국익과도 직결돼 있다. CVID를 위해 한국, 미국 등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다른 파트너들과도 대북 제재 등의 협력을 계속할 것이다. 일부 국가가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참전용사의 외손녀로서 6·25전쟁에 관한 여러 업무를 수행했다. “한국과 호주는 2019년 제4차 ‘2+2’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호주 참전용사의 유해 발굴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7월 맷 키오 호주 보훈장관이 한국을 찾았고 석 달 후에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호주로 건너가 생존 중인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방문했다. 이런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뜻깊은 경험이었다. 나의 외조부는 6·25전쟁 당시 한강 일대의 경계 및 병참 업무를 담당했다. 최근 외조부와 비슷한 시기는 아니지만 같은 함정에서 근무했다는 생존 용사를 만나 정말 기뻤다. 자신의 생명을 건 그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의 오늘이 가능했고 나 또한 이곳에 대사로 부임할 수 있었다. 열 살 때 돌아가신 외조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늘 아버지인 외조부를 그리워하시는 어머니를 대사 재직 중 한국에 모시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는 늘 한국에 오고 싶어 하셨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령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30년 차 외교관이다. ‘좋은 외교관’의 정의는. “‘매력(charm)’과 ‘집요함(persistence)’을 갖춘 사람. 외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행위다. 강압을 가해선 안 되며 반드시 매력과 설득을 통해 상대방을 사로잡아야 한다.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닌 만큼 노력을 거듭해야 한다. 외교뿐 아니라 인간의 일상생활, 국가 관계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임기 중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고 양국 관계의 ‘포괄적전략동반자(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관계 격상에 기여해 영광이다. 한국이 2022년 말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것 또한 인도태평양을 중시하는 호주에 큰 의미가 있다. 한국에 호주만 한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최초의 여성 주한 호주대사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도 많아 감사했다. 미약하지만 나의 존재가 더 많은 여성이 지도자로 거듭나는 데 ‘역할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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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만화책’ 美서 내주 출간… 데뷔 이후 성장 이야기 담아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의 성장 및 입대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사진)이 1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출판된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출판사 틸다웨이브는 BTS를 주인공으로 한 22쪽 분량의 만화책을 ‘페임(FAME)’ 시리즈의 신작으로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가수 비욘세와 테일러 스위프트, 배우 제니퍼 로런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인의 일대기를 만화로 소개한다. ‘페임: BTS’에는 BTS가 수많은 히트곡을 내고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며 세계적인 팝스타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또 2022년 맏형 진을 시작으로 한 멤버들의 입대 과정을 통해 이들이 팝스타에서 군인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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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발로 24㎞ 걸어 7차례 매복 피했다”…이스라엘 청년 생존기

    “총소리를 듣고 무작정 맨발로 달렸다. 발에 가시가 박혔지만 개의치 않았다.”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 첫 날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 인근 ‘노바 음악축제’ 현장에 있었던 이스라엘 남성 나다브 하난(27) 씨의 생존기가 4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실렸다. 그는 당시 7차례에 걸친 하마스 대원의 공격을 피해 맨발로 약 10시간 동안 24㎞를 걸어 살아남았다. 축제에 참가했던 360여 명의 다른 젊은이는 희생됐다.당시 오전 6시쯤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되자 하난 씨는 즉각 차로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대부분의 도로가 막혀 있었고 차를 타고 추격하는 하마스 대원도 상당수였다. 결국 차를 버리고 들판을 가로질러 도망가기로 했다. 당시 샌들을 신고 있던 그는 더 빨리 도망치기 위해 신발을 벗어던졌다. 맨발로 달리는 도중에도 곳곳에서 총소리가 들렸고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 뒤에서 총을 쏘는 하마스 대원도 만났다. 일부 대원은 이스라엘 경찰복까지 입고 민간인을 노렸다. 발에 가시가 세 개나 박힌 채로 24km를 걸은 그는 약 10시간이 흐른 당일 오후 4시에야 안전한 곳에 도착했다.약 넉 달이 흘렀지만 하난 씨는 여전히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조차 총소리처럼 들린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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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해 막혀 삼성-LG 물류비 먹구름… 유가 하루새 3% 상승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산업계 긴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항로인 홍해가 막힌 영향으로 물류비와 유가가 오르며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홍해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12개국은 공동성명을 내고 “후티가 계속 지역의 중요한 수로에서 생명과 세계 경제,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현지 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홍해와 수에즈 운하 인근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막히면서 유가와 물류비가 널뛰고 있다. 이날 런던 ICE 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일 대비 3.1% 오른 배럴당 78.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물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해 12월 29일 일주일 새 40.2% 급등한 1759.57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약 2000억 달러(약 262조 원) 규모의 무역량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으로 크게 돌아가는 우회 항로를 택했다. 이 경우 운송 기간은 15일에서 한 달가량 늘어난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항로에서 약 10%를 차지한다. 특히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주요 항로다.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이집트, 폴란드 공장이 있는 LG전자의 경우 수에즈 운하를 통해 중국, 동남아 등지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우려된다. 2021년 에버기븐호 수에즈 운하 좌초 사건 당시 일주일 만에 운하가 복구됐지만 공급망 정상화에는 시일이 소요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스폿성 운임은 올라간 상태”라며 “분기·반기별 운임은 아직 계약 전이지만 벌써 인상 요구를 해오는 업체가 있다”고 말했다. 유가도 변수다. 브렌트유 운송 차질로 향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의 동반 상승과 유럽 내 생산기지의 에너지 비용, 육로 운임 증가 등이 우려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시 에너지 가격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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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앞 美도 정치폭력… ‘트럼프 출마 제동’ 콜로라도 대법원서 총기 난사

    올해 전 세계 76개국이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정치 테러가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극단주의와 음모론이 힘을 얻으면서 민주주의 본산이라는 서구 선진국에서조차 전례 없는 수준의 정치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각 진영의 강경 발언과 음모론이 판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내전 수준의 정치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강성 지지층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강경 발언을 일삼으며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각국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 등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주 덴버 경찰은 2일(현지 시간) 주 대법원 건물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한 44세 남성 브랜드 올슨을 체포했다. 그는 자진 투항했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2024년 대선 경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덴버 경찰은 “총기 난사가 주 대법관에 대한 이전 위협과 관련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경선 자격 박탈 판결에 찬성한 주 대법관 4명을 살해하겠다는 극우 성향 인사들의 위협 글이 확산되고 있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참여 자격에 제동을 건 메인주에서도 주 국무장관의 자택에 최근 괴한이 침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후 현재까지 발생한 정치 폭력은 총 213건이다. 지난해 8월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한 70대 남성이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일부 극단주의자는 아예 폭력을 당연시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3%는 ‘미국을 정상 궤도로 돌리기 위해 애국자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회사 내비게이터의 최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향후 정치 폭력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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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곳곳서 정치테러 기승… 트럼프 출마자격 박탈한 州대법 총기난사

    올해 전 세계 76개국이 선거를 치르는 상황에서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정치 테러가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극단주의와 음모론이 힘을 얻으면서 민주주의 본산이라는 서구 선진국에서조차 전례 없는 수준의 정치 폭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각 진영의 강경 발언과 음모론이 판을 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내전 수준의 정치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강경 발언을 일삼으며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각국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출마 자격 박탈한 州대법원서 총기 난사CNN 등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주 덴버 경찰은 2일(현지 시간) 주 대법원 건물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한 44세 남성 브랜드 올슨을 체포했다. 그는 자진 투항했고 인명피해는 없었다.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2024년 대선 경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덴버 경찰은 “총기 난사가 주 대법관에 대한 이전 위협과 관련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경선 자격 박탈 판결에 찬성한 주 대법관 4명을 살해하겠다는 극우 성향 인사들의 위협 글이 확산되고 있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참여 자격에 제동을 건 메인주에서도 주 국무장관의 자택에 최근 괴한이 침입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후 현재까지 발생한 정치 폭력은 총 213건이다. 지난해 8월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한 70대 남성이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대치하다 사살됐다. 또 2022년 10월 집권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자택에 침입한 40대 괴한이 펠로시 의장의 남편을 둔기로 폭행해 충격을 줬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아예 폭력을 당연시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23%는 ‘미국을 정상 궤도로 돌리기 위해 애국자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회사 네비게이터의 최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향후 정치 폭력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日-佛-英도 폭력 증가다른 선진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2022년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 중 피격돼 숨졌다. 지난해 4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유세 현장에서도 폭발물이 터졌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2년 4월 재선 성공 직후 파리 외곽의 서민 주거지 세르지를 찾았다가 토마토에 맞을 뻔 했다. 2018년에도 마크롱 대통령을 흉기로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운 극우 성향 온라인 단체 회원들이 체포됐다.2019년 5월 영국의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도 유세 현장에서 밀크셰이크를 맞았다. 지난해 1월 브라질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2022년 대선 패배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의회, 대법원, 대통령궁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다.미 메릴랜드대 마이클 젠슨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극단주의가 주요 정치인들에 의해 주류로 올라서고 있고,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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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최대 원전 저장조 한때 유출… 냉각펌프 정지도

    1일 규모 7.6 강진이 발생한 일본 서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는 일본 내에서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직후 이시카와현 시카 원전 1호기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있는 물이 쏟아져 냉각 펌프가 일시 정지됐다가 30분 뒤 복구됐다. 2호기 역시 변압기 부근에서 ‘폭발음과 함께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화재 흔적은 없고 자동 소화 설비가 가동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카 원전을 담당하는 호쿠리쿠전력은 “강진에 따른 흔들림으로 변압기 내부 압력이 높아지자 압력을 배출하기 위한 장치가 돌아갔다”며 “이로 인해 폭발음 같은 소음이 발생했고 소화 설비 장치가 작동했다”고 했다. 1, 2호기 모두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물이 유출됐으나 건물 내에 남아 있어 외부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시카와현과 가까운 니가타·후쿠이현에도 원전이 다수 있지만 지금까지 중대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세계 최대 원전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2, 3, 5, 6호기는 “연료 저장조에서 냉각수가 일부 유출됐지만 처리를 완료했다”고 관리업체인 도쿄전력이 전했다. 노토반도 인근에서는 2020년 12월부터 지진 활동이 활발해졌다. 최근 3년간 진도 1 이상 지진이 506회나 이어졌으며, 지난해 5월에도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다. 사타케 겐지 도쿄대 지진연구소 교수는 NHK에 “일주일 정도는 최대 진도 7의 흔들림을 수반하는 지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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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대에 피 빨리며 연구”… WSJ, 김주현 교수 조명

    “처음에는 (부모가) 딸의 직업 선택을 걱정했지만 이제 그 딸은 국가적 영웅이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간) ‘흡혈 곤충의 대모, 국가의 빈대 전쟁에서 공격을 계획하다’는 기사에서 김주현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사진)를 조명하며 이같이 묘사했다. 올해 상반기 팬데믹 종식 선언 이후 해외여행이 활발해지자 유럽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빈대 확산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때 효과적인 빈대 퇴치법을 고안해 낸 과학자가 바로 김 교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가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빈대 퇴치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위생곤충학회지에 게재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키우는 이나 빈대에 직접 자신의 피를 빨아먹도록 했다. 보통은 적십자에서 비(非)수혈용 혈액을 기증받아 흡혈 곤충들에게 먹이지만 모자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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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대에 직접 피 내주며 연구”… WSJ, 韓 ‘흡혈곤충 대모’ 조명

    “(김주현 교수) 부모님이 처음에는 딸의 직업 선택을 걱정했지만 이제 그 딸은 국가적 영웅이 됐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간) ‘흡혈 곤충의 대모, 국가의 빈대 전쟁에서 공격을 계획하다’는 기사에서 김주현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사진)를 조명하며 이같이 묘사했다.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고 해외여행이 활발해져 빈대가 수하물이나 옷에 달라붙어 퍼지면서 유럽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도 빈대 확산이문제로 떠올랐다. 이때 효과적인 빈대 퇴치법을 고안해 낸 과학자가 바로 김 교수다.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가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빈대 퇴치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미국 위생곤충학회지에 게재했다. 이미다클로프리드와 피프로닐은 이미 동물 구충제 등으로 쓰이고 있어 상용화가 쉽다.WSJ에 따르면 그는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서 키우는 이나 빈대에게 직접 자신의 피를 빨아먹도록 했다. 보통은 적십자에서 비(非)수혈용 혈액을 기증받아 흡혈 곤충들에게 먹이지만 모자랄 때도 있다는 것.흡혈 곤충으로 박사 논문을 쓴 이후에도 계속 연구를 이어가 박사후 지도교수였던 미국 애머스트대 존 마샬 클라크 교수는 김 교수를 ‘빈대 공주’라고 불렀다. 김 교수 박사 과정 지도교수인 이시혁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교수는 “대학원생들에게 흡혈 머릿니를 연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김 교수만 손을 들었다”며 “흡혈 곤충 대모’가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 WSJ에 전했다.김 교수는 현재 환경부 의뢰를 받아 빈대 퇴치에 가장 효과적인 살충제를 찾기 위한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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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는 인도 증시, 홍콩 제치고 세계 4위로

    인도 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26일 기준 3조9890억 달러(약 5164조 원)를 기록해 홍콩 주식시장의 시가총액(3조9840억 달러)을 넘어섰다고 CNN비즈니스가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인도 주식시장의 이 같은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인도 주가 지수의 상승세도 무섭다. 인도의 30대 주요 기업들이 속한 센섹스 지수(Sensex index)는 올 한 해 16% 넘게 상승했고, 인도의 또 다른 대표 주가 지수로 더 많은 기업을 추종하는 니프티 50 지수(Nifty 50 index)는 17% 이상 올랐다. 인도 주식 시장의 급성장은 인도 경제의 성장과 잠재력에 따른 것이라고 CNN은 짚었다. 경제 규모 세계 5위인 인도는 올 3분기(7∼9월) 7.6% 성장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이에 비해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과 부동산 시장 위기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7%가량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약 19% 하락했다. 다만 내년 4, 5월에 치러질 총선이 인도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는 선거 관련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해 향후 3∼6개월 동안 (인도로의) 해외 자금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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