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더불어민주당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국회가 탄핵 소추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3일 발의했다.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 등에서 야권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한 김용원 상임위원을 겨냥한 법안으로, 민주당은 이 법안에 대해 “김용원 탄핵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이재명 전 대표가 연루된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이번엔 인권위 상임위원에 대한 탄핵 소추까지 추진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미화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7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상임위원에 대해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는 물론이고 정회 중에도 송두환 인권위원장에게 막말을 퍼붓고 소란을 피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위원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상임위원 3명 중 2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한다. 김 상임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차관급인 인권위 상임위원은 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임기 중 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에서 “자격 요건에 어긋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했을 경우에는 국회가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날 김병주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발언에 대해 “거친 언사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이 제기한 국민의힘 논평 속 ‘한미일 동맹’ 표현 자체를 두고는 “부적절하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가 아니다”란 지적이 나왔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한 총리는 “일본과 우리가 동맹 단계로 가는 것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여기 웃고 있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미일 동맹’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10월, 미국과 일본은 1951년 9월부터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한일 모두와 각각 동맹 관계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 등에 “3국 안보 협력(trilateral cooperation)” “3국 파트너십” 등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3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미일 동맹’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 표현은 지난달 2일 여당 논평에서 언급됐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를 비판하며 “계속되는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호 대변인은 통화에서 “정확한 표현은 한미일 군사 협력”이라며 “실무적인 실수”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김 의원이 강성 지지층의 표를 의식해 반일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날 김병주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발언에 대해 “거친 언사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이 제기한 국민의힘 논평 속 ‘한미일 동맹’ 표현 자체를 두고는 “부적절하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가 아니다”는 지적이 나왔다.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인 김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동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한 총리는 “일본과 우리가 동맹 단계에 가는 것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여기 웃고 있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을 했다”고 비판했다.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미일 동맹’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10월, 미국과 일본은 1951년 9월부터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한일 모두와 각각 동맹 관계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 한 총리 설명처럼 한일 관계는 과거사 문제로 여전히 얽혀 있어 국민들이 일본과의 안보 공조를 매우 민감하게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 등에 “3국 안보 협력(trilateral cooperation)”, “3국 파트너십” 등으로 표현한다.하지만 3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미일 동맹’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이 표현은 지난달 2일 여당 논평에서 언급됐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를 비판하며 “계속되는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호 대변인은 통화에서 “정확한 표현은 한미일 군사 협력”이라며 “실무적인 실수”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김 의원이 강성 지지층 표를 의식해 반일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공무원 경력이 있는 응시자가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노무사 등 전문 자격시험을 치를 때 일부 과목 시험을 면제 받는 ‘공직 경력 특례’ 제도가 사라진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국가자격시험 제도 운영 과정의 공정성 제고’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부처들은 이 권고를 받아들여 내년 6월까지 ‘공직 경력 특례’ 조항을 삭제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현행법상 공무원 경력이 있는 응시자가 일부 과목 또는 전체 과목 시험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국가전문자격시험은 총 15종이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변리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경비지도사, 관세사, 보세사, 보험계리사, 소방시설관리사, 소방안전관리자, 손해사정사, 손해평가사, 행정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테면 5급 사무관 이상의 공무원으로서 3년 이상 기업회계나 회계감사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는 전직 공무원은 회계사 1차 시험을 면제 받을 수 있었다. 국세 관련 행정 업무를 10년 이상 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세무사 1차 시험 전 과목이 면제됐다. 국세 행정 업무에 20년 이상 종사한 사람의 경우 1차는 물론 2차 시험 일부 과목까지 면제됐다. 권익위는 이번 권고 배경에 대해 “공직 경력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면서 ‘공정 문화 정착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김태규 부위원장은 “청년들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고 전문가 시장에도 활발히 진입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지금 칼 들고 구청으로 찾아가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 씨는 2018년 민원인으로부터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과거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적이 있는 민원인이었다. “아동학대 신고로 멀쩡한 내 가정이 파괴됐다”며 구청 직원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민원을 넣었던 이 민원인이 급기야 A 씨에 대한 살해 협박까지 한 것. 결국 A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은 민원인에게 A 씨에 대한 접근 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공무원들을 괴롭히는 악성 민원인들이 3월 기준 전국적으로 278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민권익위원회가 2일 밝혔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들이 극단 선택을 하는 일까지 잇따라 발생하자 권익위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다. 담당 공무원의 개인 전화로 수백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반복 민원을 넣은 민원인이 1340명(48%)으로 가장 많았다. 국토교통부의 한 부서에는 300명 넘는 민원인들이 “우리 지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놓일 수 있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달라”며 민원을 넣었다. “전동 킥보드가 도로에 방치돼 있으니 2∼3시간 내로 치우라”며 제한 시간까지 정해 서울시에 민원을 넣은 사례도 있었다. 이 민원인은 서울시가 2∼3시간 안에 킥보드를 치우지 않았다며 이를 문제 삼는 민원도 수천 건 제기했다. 공무원을 때리거나 협박한 민원인도 1113명(40%)에 달했다. 부산 북구에서는 한 민원인이 행정 처리를 문제 삼으면서 “염산을 뿌리겠다”며 공무원을 협박한 혐의로 고발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전북 전주시에선 교도소에서 출소한 한 주민이 복지 혜택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너무 많이 요구한다”며 공무원을 주먹으로 때렸다. 또 실명을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좌표 찍기’ 방식으로 공무원을 괴롭힌 민원인도 182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전체 공공기관 중 140곳(45.3%)은 최근 3년간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처 방식 등 교육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은 “권익위는 악성 민원에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한 교육과 컨설팅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 나진항 부두에 지난달 말 대형 선박이 정박한 사실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일 보도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가까운 나진항은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의 중심지로 지목해 온 곳이다. 지난달 19일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새 조약을 맺고 사실상 냉전 시대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킨 만큼, 이제 양국이 무기 거래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VOA가 미국 민간 위성 사진 업체인 ‘플래닛랩스’의 지난달 29일자 위성 사진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나진항 부두에는 길이 115m 정도의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었고, 그 앞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줄지어 쌓여 있었다. 이 선박의 이름이나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러 무기 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선박 ‘마리아호’(113m)와 비슷한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나진항에는 지난해 8월 26일∼12월 31일 총 26척의 배가 드나들었다. 산술적으론 일주일에 1, 2척꼴로 배가 오고간 것. 다만 3월 이후론 한 달에 1, 2척가량의 선박만 입항하는 등 입출항은 다소 둔화됐었다고 한다. 그러다 북-러 정상회담 열흘 뒤인 지난달 29일 대형 선박이 다시 나진항에 입항한 것. 이곳에서 대형 선박의 컨테이너 선적이 눈에 띈 건 18일 이후 거의 2주 만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번 컨테이너 선적은 북-러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거 무기 거래에 나선 정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위성 사진에 찍힌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진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러가 탄약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가 넘는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나진항에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 사진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그동안 무기 거래와 관련해 각종 증거나 정황이 쏟아졌지만 북-러는 이를 부인해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 나진항 부두에 지난달 말 대형 선박이 정박한 사실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일 보도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가까운 나진항은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거래의 중심지로 지목해온 곳이다. 지난달 19일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새 조약을 맺고 사실상 냉전 시대 동맹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킨 만큼, 이제 양국이 무기거래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VOA가 미국 민간 위성 사진 업체인 ‘플래닛 랩스’의 지난달 29일자 위성사진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나진항 부두에는 길이 115m 정도의 대형 선박이 정박해 있었고, 그 앞엔 컨테이너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줄지어 쌓여있었다. 이 선박의 이름이나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러 무기거래에 관여한 혐의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선박 ‘마리아호’(113m)와 비슷한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나진항에는 지난해 8월 26일~12월 31일까지 총 26척의 배가 드나들었다. 산술적으론 일주일에 1, 2척 꼴로 배가 오고간 것. 다만 3월 이후론 한 달에 1, 2척가량의 선박만 입항하는 등 입출항은 다소 둔화됐었다고 한다. 그러다 북-러 정상회담 열흘 뒤인 지난달 29일 대형 선박이 다시 나진항에 입항한 것. 이곳에서 대형 선박의 컨테이너 선적이 눈에 띈 건 18일 이후 거의 2주 만이라고 매체는 전했다.이번 컨테이너 선적은 북-러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거 무기 거래에 나선 정황이란 분석이 나온다. 위성사진에 찍힌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진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러가 탄약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를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가 넘는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했다며, 나진항에 컨테이너 300여 개가 적재된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북-러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그동안 무기거래 관련해 각종 증거나 정황이 쏟아졌지만 북-러는 이를 부인해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27일(현지 시간) “동맹국들과 군사 협력 문제가 상당히 확대됐다”며 러시아 장거리 미사일의 동맹국 이전을 거론했다. 정부는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하는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검토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북-러 밀착에 맞서 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DNI)을 접견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럅코프 차관은 27일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로시야1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거리 미사일을 동맹, 파트너 국가에 이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동맹들, 전략적 파트너들과의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 문제가 상당히 확대됐고, 논의 영역도 지리적으로 넓어졌다”고 했다. 그는 “동맹과 전략적 파트너란 어느 나라인가”란 질문엔 “지도를 보라”며 “그걸 이해하기 위해 깊이 추론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반응하지 않겠다”며 “러시아 외교차관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과 실제 행동은 또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군 안팎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운용의 핵심인 다탄두 및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넘겨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순항 미사일인 ‘이스칸데르-K’를 넘겨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정보 수장’ 헤인스 국장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접견했다. 헤인스 국장의 방한은 2021년 10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러, 北과 본격 군사밀착 시사… 韓日 “지역-세계 안보 위협” “전략적 파트너와 협력 주제 확대”러, 北에 순항미사일 제공여부 주목尹-美 DNI 국장과 협력 논의 등정부,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최근 러시아와 동맹국, 전략적 파트너의 군사, 군사기술 협력 주제가 확대됐다. (군사 협력을) 논의하는 지역도 넓어졌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27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영 방송사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을 동맹국에 이전하는 협상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 북한은 최근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맺으며 군사동맹을 복원했다. 럅코프 차관이 북한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거나 기술을 넘길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밀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정보 수장’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도 오카노 마사타카(岡野正敬)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일 차관 전략대화를 갖고 북-러 군사 밀착을 “지역과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 “北에 미사일 제공 가능성 주시” 럅코프 차관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중거리 다연장 로켓 발사대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응하는 군사·기술적 조치가 필요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럅코프 차관은 ‘(군사 협력을 논의 중인) 동맹과 전략적 파트너가 정확히 어느 나라인가’라는 질문에는 “지도를 보라”며 “깊이 추론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럅코프 차관이 러시아의 장거리 미사일을 동맹국에 제공하는 방안을 언급한 건 이달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 직전인 18일과 당일인 19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파트너 국가와 장거리 무기 배치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도 북-러 회담을 마친 뒤인 20일 “초정밀 무기의 대북 공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지상 발사 순항 미사일인 ‘이스칸데르-K’를 넘겨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스칸데르-K’는 사거리가 500∼2500km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이 미사일을 북한에 제공한다면 북한은 북-러 국경 최북단에서 주한 미군기지는 물론 오키나와를 포함한 전체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안팎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토폴-M’이나 ‘야르스’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북한이 러시아판 GPS인 글로나스(GNSS)의 도움을 받아 ICBM의 타격 정확도를 높이려 할 수 있다”고 했다. 럅코프 차관의 발언을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 등을 차단하기 위한 ‘협박 카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우크라이나 근처에 (서방의) 항공모함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정부 “러시아와 소통 결과 따라 대응 수위 정할 것”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실제 군사 기술을 이전하는 등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을 넘길지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주요 회담 후 관련국에 회담 내용을 공유하는 ‘디브리핑(Debriefing)’에 러시아가 회담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소통 결과에 따라 정부는 추가 강경 대응이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검토 등에 대한 수위를 조절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한미일이 대북 억제력 강화를 목표로 수상·공중·수중·사이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간을 정해 동시다발적으로 훈련하는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훈련은 27일에 이어 28일에도 이어졌다. 27일 시작된 이번 훈련은 29일까지 진행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사진)가 다음 달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해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 한중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는 등 한중 관계가 개선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싱 대사가 교체된 것이다. 후임으로 주한 중국대사관 부대사(공사참사관)를 지낸 천하이 주미얀마 대사 등이 거론된다. 2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싱 대사는 7월 10일까지 중국으로 돌아오라는 귀임 명령을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기 대사가 부임할 때까지 당분간 팡쿤(方坤)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가 대사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고위급 교류가 활발해진 시점에 싱 대사가 예정보다 일찍 귀임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전임 주한 중국대사들이 보통 3∼4년의 임기를 채웠던 전례를 감안하면 싱 대사 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1964년 11월생인 싱 대사는 올해 60세로 정년을 맞았다. 싱 대사는 2020년 1월 제8대 주한 중국대사로 부임해 4년 5개월 동안 활동했다. 20년간 남북 관련 업무를 맡아 한국어에 비교적 능통하다. 그러나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고 우리 외교부가 초치해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겠다”며 사실상 대사 교체를 요구했다. 여권에서는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싱 대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과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베팅 발언” 이후 싱 대사는 최근까지 우리 정부 당국자와 접촉하지 못했고 정부 주최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27일(현지 시각) “동맹국들과 군사 협력 문제가 상당히 확대됐다”며 러시아 장거리 미사일의 동맹국 이전을 거론했다. 정부는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하는 ‘레드라인’을 넘으면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검토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북-러 밀착에 맞서 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방한한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접견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랴브코프 차관은 27일 러시아 국영 방송사인 로씨야1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거리 미사일을 동맹, 파트너 국가에 이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의 동맹들, 전략적 파트너들과의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 문제가 상당히 확대됐고, 논의 영역도 지리적으로 넓어졌다”고 했다. 그는 “동맹과 전략적 파트너란 어느 나라인가”란 질문엔 “지도를 보라”며 “그걸 이해하기 위해 깊이 추론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거나 반응하지 않겠다”며 “러시아 외무차관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과 실제 행동은 또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군 안팎에선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운용의 핵심인 다탄두 및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넘겨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순항 미사일인 ‘이스칸데르-K’를 넘겨줄 가능성도 거론된다.윤 대통령은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정보 수장’ 헤인스 국장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접견했다. 헤인스 국장의 방한은 2021년 10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가 다음달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해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 한중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는 등 한중관계가 개선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싱 대사가 교체된 것이다. 2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싱 대사는 7월 10일까지 중국으로 돌아오라는 귀임 명령을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기 대사가 부임할 때까지 당분간 팡쿤(方坤)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가 대사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고위급 교류가 활발해진 시점에 싱 대사가 예정보다 일찍 귀임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전임 주한 중국 대사들이 보통 3~4년의 임기를 채웠던 전례를 감안하면 싱 대사 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1964년 11월생인 싱 대사는 올해 60세로 정년을 맞았다.싱 대사는 2020년 1월 제8대 주한 중국대사로 부임해 4년 5개월 동안 활동했다. 20년간 남북 관련 업무를 맡아 한국어에 비교적 능통하다. 그러나 싱 대사는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고 우리 외교부가 초치해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적절한 조치를 기다리겠다”며 사실상 대사 교체를 요구했다. 여권에서는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싱 대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증언과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베팅 발언” 이후 싱 대사는 최근까지 우리 정부 당국자와 접촉하지 못했고 정부 주최 행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후임으로 주한중국대사관 부대사(공사참사관)를 지낸 천하이 주미얀마 대사 등이 거론된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국으로 재난문자가 송출되는 지진 규모가 4.0이상에서 10월부터는 5.0이상으로 상향된다. 지난해 11월 30일 발생한 경북 경주 지진의 경우 규모가 4.0이었음에도 수도권 등 지진동을 느끼지 못하는 지역까지 새벽에 긴급재난 문자가 발송돼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져서다.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안전관리위원회 겸 중앙지방안전점검회의’를 열고 ‘지진 재난문자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한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재난 문자가 때로는 과도하게 제공돼 국민들께서 불안과 불편을 겪으셨다”고 했다.이와 반대로 4월 22일 발생한 경북 칠곡 지진의 경우 규모 2.6이라는 이유로 실제 지진동을 느낀 지역 국민에게 정작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규모 5.0 이상 지진은 전국으로 긴급 재난문자를 송출하되 그 이하 규모 지진의 경우 재난문자 송출 지역을 기존 광역시·도 단위로 구분하던 것에서 앞으로는 시·군·구 단위로 세분화해 실제 지진동 영향을 받는 지역에 한해 보다 정확하게 송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미 국가정보국(DNI) 애브릴 헤인스 국장(사진)이 28일 서울에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DNI는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헤인스 국장이 방한하는 건 2021년 10월 이후 2년 8개월여 만이다. 당시엔 한미일 정보기관 수장 간 만남을 위해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 복원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하는 등 밀착 행보를 이어가는 만큼 헤인스 국장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헤인스 국장은 올 3월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2024 연례 위협 평가를 주제로 연 청문회에선 “북-러 관계 진전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담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여러 수사와 행동들은 더 도발적이며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헤인스 국장은 ‘정보 차르’로 불린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러 무기 거래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관 5곳과 러시아 선박 4척, 개인 8명을 7월 1일부터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27일 밝혔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은 러시아 선사인 트랜스모플롯, 엠 리징과 사이프러스 선사인 이벡스 시핑, 남오세티야 지역에 있는 유로마켓이다. 이 선사들이 소유한 ‘레이디 알’과 ‘마리아 1호’ ‘앙가라호’ 등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북한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실어 블라디보스토크 두나이항까지 드나든 사실이 파악됐다. 유로마켓은 러시아산 정제유를 북한에 불법 판매하는 데 관여한 혐의, 러시아 선박 4척은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북한에 유류를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괴뢰(한국을 가리킴)놈들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다.” 지난해 탈북한 남성 A 씨는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22세 농장원에 대한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처형장에서 재판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런 말을 읊었다고 증언한 것. 재판관으로 추정된 인물은 이 농장원이 7명에게 노래와 영화를 유포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27일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이 같은 탈북민들의 증언들이 빼곡히 담겼다. 북한은 대북 제재 장기화와 배급망 붕괴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한류’를 접한 주민에 대한 통제 수위를 최근 사형 수준으로 강화한 실태가 정부의 이번 공식 보고서로 처음 확인된 것. 북한 당국이 장마당 세대인 이른바 ‘북한판 MZ세대’를 겨냥해 전방위적인 사상문화 집중 통제에 나서는 모습도 확인됐다. ● “한국 드라마 보면 총살” 보고서에 따르면 사상·문화 통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정권 등 선대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 집권 초중반 때보다 더 강화됐다. 북한 당국은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을 잇달아 제정했다. ‘김정은 3대 악법’을 실제 적용해 지난해 남한 문화 유포자를 살인 등 강력범죄자와 함께 처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탈북민 A 씨는 “김정일 때만 해도 (남한 영상물 등을) 시청하면 단련대를 갔다”라면서 “법 시행 이후로는 시청만 해도 교화소를 간다”고 밝혔다. 또 “최초에 영상물을 들여온 사람은 무조건 총살”이라고도 했다. 단련대는 6개월∼1년의 노동단련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교화소는 1∼15년 이하 노동교화형이나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해진 사람을 수용하는 곳이다. 지난해 목선을 타고 동해로 귀순한 20대 여성 B 씨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 20, 23세 지인 3명이 지난해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처형당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이런 일들이 북한 전역에서 이뤄지는 “흔한 일”이라며 “남북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지니까 기본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면 무조건 총살”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탈북한 여성 C 씨는 “결혼식에서 신부의 흰색 드레스와 신랑의 신부 업어주기는 괴뢰식이라고 했고 선글라스 착용, 와인잔으로 와인 마시기, 여러 개의 장신구를 동시에 착용하기도 모두 반동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휴대전화 주소록이나 문자메시지에 ‘아빠’ ‘…님’ ‘쌤(선생님)’ 등 호칭이나 ‘했어요’ ‘빨리 와’ 등 한국식 표현만 써도 단속 대상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북송 수감자에 대한 성폭행, 강제 낙태 증언도 나왔다. 2013년 강제 북송돼 신의주 보위부에 구금됐던 한 여성 증언자는 “보위부 비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다른 수감자를 상대로도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남성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강제 낙태 당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증언자는 “담당 보안원이 ‘아이를 지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니 (의사가) 바로 배꼽 아래에 주사를 놓았다”며 “이후 죽은 아이를 낳았다. 스스로 결정해 아이를 지웠다는 확인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누구나 남한 영화 봐” 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의 한국 문화 소비는 이미 만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한 탈북민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여기가 공화국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남한 영화를 누구나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2020년 초 당국이 학부모들에게 ‘자택에서 자녀들이 불순 녹화물을 시청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했다는 것. B 씨는 기자들에게 ‘이태원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북한에서 접한 최신 한국 드라마와 가수들을 쭉 열거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2017∼2023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한 3553명을 심층 면담 방식으로 조사해 이 중 649명의 증언을 기반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엔 비공개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공개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국 당국이 다음 달부터 현지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불심검문을 강화하는 만큼 체류·여행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국가정보원이 27일 밝혔다. 또 “불심검문을 당했을 때는 중국 측 법 집행인과 언쟁을 삼가고, 즉시 외교부 영사콜센터나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 등에 알려 영사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올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국가안전기관 안전행정 집행절차 규정에 따르면 중국 공안기관은 국가 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신체와 물품 등을 검사할 수 있고 증거를 수집하거나 검사 현장에서 즉각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4월 중국 국가안전부는 휴대전화, 노트북 등 불심검문 권한을 명시한 이 규정을 발표했고, 7월 1일부터 이 규정이 시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중국 내 사용이 금지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공개적으로 이용하면 불심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중국 지도자와 소수민족 인권, 대만 문제 등 중국 측이 민감해하는 주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항만 등 보안시설이나 시위 현장을 방문해 촬영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어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는 종교인들을 상대로도 “종교 활동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여름철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큰 전국의 6만 9000여 곳 지역이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집중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숨진 경북 봉화군의 한 마을도 당국의 관리 대상인 ‘취약 지역’ 명단에서 빠져 있었다. 이 마을은 산지와 민가 간의 거리가 30m가 되지 않아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었다. ● 산사태 위험 큰데도 6만 개소 ‘취약지역’에서 누락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 대비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2012년부터 산사태 위험이 큰 곳을 미리 ‘취약 지역’으로 지정한 뒤 산사태를 막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설치하는 사업을 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2011년 66명이 다치거나 숨진 ‘우면산 산사태’가 계기가 됐다. 산림청의 용역을 받은 산림조합이 ‘취약지역’으로 지정할 대상을 정하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위원회 심의를 열어 ‘취약지역’으로 확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산림조합은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6만 9682개소를 과학적인 근거 없이 ‘취약 지역’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애초에 산림조합은 민가가 산지로부터 50m 이내의 거리에 있는 지역 12만 6464개소를 위험 지역으로 추렸다. 이 위험지역은 대부분 경북, 경남, 전북, 전남, 강원, 충북 충남, 경기, 서울, 세종 등 10개 지자체에 속해있었다. 그런데 산림청은 “92.4%가 10개 지자체에 편중돼있다”는 이유로 6만 9682개소를 임의로 제외하고, 나머지 5만 6782개소만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 결과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큰 지역들이 정부의 관리감독망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지난해 7~8월 집중 호우로 전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총 13곳이었다. 그런데 이중 정부에서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한 곳은 2곳 뿐이었다. 산림청은 각 지자체가 산사태 위험이 큰 지역을 ‘취약 지역’으로 확정하기 위한 위원회 심의를 몇년 째 미루고 있는데도 이를 점검하지 않았다. 2019~2021년 위원회 심의대상에 오른 ‘취약지역’ 대상은 3216곳이었는데, 이중 11.5%인 370곳에 대해서는 1년 넘게 위원회 심의 자체가 열리지 않아 ‘취약지역’으로 확정되지 못했던 것.남양주시는 실태조사 용역을 맡은 산림조합이 10곳을 취약지역 대상지로 정했는데, 관리부담을 느낀 담당 공무원이 이중 8곳을 배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산림조합은 공무원의 요구대로 8곳의 산사태 위험도를 낮게 조작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시는 토지주가 땅값 하락을 우려하며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원회 심의를 몇년 째 미뤄왔다. ● ‘산사태 위험 지역’에 위치한 대피소만 2000곳 넘어 이미 ‘취약지역’으로 정해진 지역에 대한 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취약지역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사방사업’ 공사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오자 산림청은 이미 공사가 돼있는 지역을 취약지역으로 지정하는 꼼수로 사방사업 실시율을 실제보다 부풀린 뒤 이를 국회에 보고했다.주민 대피소로 지정된 2만 5384개 대피소 가운데 2164개소가 실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대피 안내를 받아 대피소로 이동한 주민들이 오히려 산사태 피해를 입어 매몰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경북 예천의 한 마을은 산사태 위험구역 안에 있는 마을회관을 대피소로 정하고 있었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총 413억여 원을 들여 산불감시용 폐쇄회로(CCTV) 1446대를 전국에 설치했지만 제대로 운용되고 있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전국에 설치된 1446대의 산불감시용 CCTV 중 801대로 절반 가량만 자동회전 기능이 있었던 것. 최근 3년간 발생한 산불 1,684건 중 CCTV에 의해 발견된 산불은 6건, 전체의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괴뢰(한국을 가리킴)놈들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다.”지난해 탈북한 남성 A 씨는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22세 농장원에 대한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처형장에서 재판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런 말을 읊었다고 증언한 것. 재판관으로 추정된 인물은 이 농장원이 7명에게 노래와 영화를 유포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주장했다고 한다.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27일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는 이같은 탈북민들의 증언들이 빼곡히 담겼다. 북한은 대북 제재 장기화와 배급망 붕괴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한류’를 접한 주민에 대한 통제 수위를 최근 사형 수준으로 강화한 실태가 정부의 이번 공식 보고서로 처음 확인된 것. 특히 북한 당국이 장마당 세대인 이른바 ‘북한판 MZ세대’를 겨냥해 전방위적인 사상문화 집중 통제에 나서는 모습도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독자 우상화에 나선 김정은이 청년층의 사상이 이완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고 했다.● “한국 드라마 보면 총살”보고서에 따르면 사상문화 통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정권 등 선대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 집권 초·중반 때보다도 더 강화됐다. 북한 당국은 최근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등을 잇따라 제정했다. 이같은 이른바 ‘김정은 3대 악법’을 실제 적용해 지난해 남한 문화 유포자를 살인 등 강력범죄자와 함께 처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탈북민 A 씨는 “김정일 때만 해도 (남한 영상물 등을) 시청하면 단련대를 갔다”면서 “법 시행 이후로는 시청만 해도 교화소를 간다”고 밝혔다. 또 “최초에 영상물을 들여온 사람은 무조건 총살”이라고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공개처형을 집행한 사례만 4건에 달했다.지난해 목선을 타고 동해로 귀순한 20대 여성 B 씨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 20, 23세 지인 3명이 지난해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처형당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이런 일들이 북한 전역에서 이뤄지는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지니까 기본적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면 무조건 총살”이라고 덧붙였다.보고서는 국가안전보위성, 사회안전성 등에서 파견된 인원으로 구성된 특별전담조직인 ‘연합지휘부’를 중심으로 당국이 불시 단속을 강화했다고도 전했다. 수색결정서를 제시하지도 않고 가택 수색을 하거나 길거리,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까지 하고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학생이라면 무조건 가입하는 청년동맹이나 거주지 단위의 ‘인민반’까지 다층 감시통제 시스템이 구축돼있다”고 했다. 지난해 탈북한 여성 C 씨는 “결혼식에서 신부의 흰색 드레스와 신랑의 신부 업어주기는 괴뢰식이라고 했고, 선글라스 착용, 와인잔으로 와인 마시기, 여러 개 장신구를 동시에 착용하기도 모두 반동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휴대전화 주소록이나 문자 메시지에 ‘아빠’ ‘~님’ ‘쌤(선생님)’ 등 호칭이나 ‘했어요’ ‘빨리와’ 등 한국식 표현만 써도 단속 대상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 “누구나 남한 영화 봐”보고서는 북한 주민들의 한국 문화 소비는 이미 만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한 탈북민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진) 여기가 공화국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남한 영화를 누구나 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2020년 초 당국이 학부모들에게 ‘자택에서 자녀들이 불순녹화물을 시청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했다는 것. B 씨는 기자들에게 ‘이태원클라스’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북한에서 접한 최신 한국 드라마와 가수들을 쭉 열거하기도 했다.통일부는 2017~2023년까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입소한 3553명을 심층 면담 방식으로 조사해 이 중 649명의 증언을 기반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엔 비공개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공개됐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중국 당국이 다음달부터 현지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불심 검문을 강화하는 만큼 체류·여행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국가정보원이 27일 밝혔다. 또 “불심 검문을 당했을 때는 중국 측 법 집행인과 언쟁을 삼가고, 즉시 외교부 영사콜센터나 주중 대한민국 대사관 등에 알려 영사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올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국가안전기관 안전행정 집행절차 규정에 따르면 중국 공안기관은 국가 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신체와 물품, 장소 등을 검사할 수 있고 증거를 수집하거나 검사 현장에서 즉각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4월 중국 국가안전부는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등 불심 검문 권한을 명시한 이 규정을 발표했고, 7월 1일부터 이 규정이 시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중국 내 사용이 금지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공개적으로 이용하면 불심 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중국 지도자와 소수민족 인권, 대만 문제 등 중국 측이 민감해하는 주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항만 등 보안시설이나 시위현장을 방문해 촬영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어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는 종교인들을 상대로도 “종교 활동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경기 화성시 공장 화재 현장을 찾아 “화재의 원인을 철저하게 정밀 감식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후 7시경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화재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한 뒤 피해 및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남화영 소방청장에게 화재 원인 규명을 지시하고 “화학물질에 의한 화재는 기존 소화기나 소화전으로 진화가 어렵다”며 “전문가들과 함께 화재 조기 진화를 위한 종합적 대책을 연구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에겐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며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행안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는 인명 수색·구조 및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소방관 등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한 총리는 또 사상자나 실종자 중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관련 국가 공관과도 협조 시스템을 즉시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오후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정부는 범정부적 대응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중대본부장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낮 12시 36분 중대본 회의를 열어 관계기관과 신속한 사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화재 발생 현장을 찾아 “피해자별로 일대일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심리 치료 등 피해 가족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는 한편 부상자들을 신속하게 치료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원 확인도 아직 안 된다는데….” 24일 오후 9시경 경기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리튬전지 제조공장 앞. 이날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희생된 외국인 근로자 유족들이 애타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사망한 중국 국적 여성 근로자의 남편도 신원 파악이 안 돼 빈소도 찾아가지 못한 채 공장 바로 옆 골목 귀퉁이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화재로 고립됐던 근로자 20여 명은 화재 발생 약 8시간 만인 오후 6시 35분경 모두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한 외국인 20명 중 중국 국적 외국인은 최소 18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시신 5구가 안치된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 송산장례문화원에도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촌누나 2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직접 장례식장을 방문했다는 중국 국적 강모 씨는 “누나들이 전화기가 꺼져 있다. 이곳으로 오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며 “작은누나는 중국에 딸이 한 명 있다”며 망연자실했다. 강 씨는 결국 시신 확인도 못 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사망자 22명 중 20명은 외국인 실종자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실종자 중 22명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중 한국인은 2명, 외국인은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여성은 1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2층에서 리튬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거나 포장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특히 납품 일정이 몰린 탓에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사무소 등에 따르면 이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일대 전지 공장들은 포장과 조립 업무 등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상당히 많이 고용했다고 한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이날 처음 출근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와 실종자 중 불법체류자가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사망자 22명의 시신은 화성시내 5개 병원 등으로 분산돼 안치됐지만 신원 확인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일부 시신은 훼손이 심해 성별 특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후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발만 동동 구른 가족들 화마(火魔)가 가족의 일터를 덮쳤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공장으로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오른 불길과 까맣게 그을린 외벽을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듯 리튬전지에서 타오른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아서다. 이날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한 한국인 여성은 “(화재 소식 후) 회사에 아무리 연락해도 받지 않아 택시를 타고 급하게 달려왔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여성은 “애들 아빠 어떻게 하냐, 어떻게 해”라며 오열하다 이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실종자의 자녀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도 “우리 아빠 어딨는 거야, 아빠 어딨어”를 하염없이 외쳤다. 이번 화재에서 가장 먼저 사망 판정을 받은 김모 씨(52)의 빈소가 차려진 화성 송산장례문화원엔 김 씨의 부인이 두 눈이 벌겋게 부은 채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김 씨는 평소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이 공장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온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르거나 손으로 연신 얼굴을 쓸어내렸다. 정부는 사망자들의 국적 등 신분이 확인되는 즉시 피해자의 국가에 사고 사실을 긴급 통보하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에 주재 중인 각국 대사관이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를 지원하면 외교부는 대사관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화성=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화성=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화성=서지원 기자 wish@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