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건우

남건우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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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남건우 기자입니다.

woo@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사건·범죄27%
사회일반23%
검찰-법원판결17%
금융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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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CEO3%
노동3%
경제일반3%
인사일반3%
기타7%
  • 2금융권-증권사에 잠자던 7조5000억, 주인 찾는다

    제2금융권에서도 손쉽게 주거래 계좌를 갈아탈 수 있게 된다. 또 신용카드 자동납부 명세를 한 번에 조회하고 해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은행권에 이어 증권사 등에서도 ‘잠자는 돈’을 찾아 쉽게 다른 계좌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 거래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우체국 등 제2금융권 고객들도 계좌이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결제원은 2015년부터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페이인포’를 통해 은행 간 계좌이동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약 650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금융위와 금융결제원은 올해 하반기 제2금융권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제2금융권 이용 고객들도 주거래 계좌를 바꿀 때 자동납부 계좌를 일일이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신용카드의 자동납부 명세를 일괄 조회하고 필요하면 해지 또는 변경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주거래 카드를 바꿔도 손쉽게 자동이체와 납부 명세를 조회하고 바꿀 수 있게 된다. 조회 서비스가 올해 말 먼저 도입되고 해지와 변경은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비활동성 예금을 찾아주는 ‘숨은 금융자산 찾기’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 제2금융권과 증권사에 도입된다. 앞으로 소비자는 숨은 계좌의 잔액을 본인 명의의 다른 계좌에 이전하거나 서민금융진흥원에 기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약 1억1000만 개의 비활동성 계좌에 있는 7조5000억 원의 금융자산을 주인이 찾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거래 사유를 증빙할 필요가 없는 해외 송금 한도가 현재의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올라간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이 3일부터 시행된다고 2일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무인환전기기를 통한 환전 한도도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향된다. 또 해외 부동산 취급을 위한 계약금 송금액은 현재 20만 달러로 제한돼 있지만 이 한도도 폐지된다.남건우 기자 woo@donga.com}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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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금융권도 계좌이동 서비스 도입…‘숨은 금융자산 찾기’도 손쉽게

    제2금융권에서도 손쉽게 주거래 계좌를 갈아탈 수 있게 된다. 또 신용카드 자동납부 내역을 한 번에 조회하고 해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은행권에 이어 증권사 등에서도 ‘잠자는 돈’을 찾아 쉽게 다른 계좌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 거래 서비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으로 저축은행, 상호금융, 우체국 등 제2금융권 고객들도 계좌이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금융결제원은 2015년부터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페이인포’를 통해 은행간 계좌이동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약 650만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금융위와 금융결제원은 올해 하반기 중 제2금융권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제2금융권 이용 고객들도 주거래 계좌를 바꿀 때 자동납부 계좌를 일일이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신용카드의 자동납부 내역을 일괄 조회하고 필요하면 해지 또는 변경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주거래 카드를 바꿔도 손쉽게 자동이체와 납부 내역을 조회하고 바꿀 수 있게 된다. 조회 서비스가 올해 말 먼저 도입되고 해지와 변경은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비활동성 예금을 찾아주는 ‘숨은 금융자산 찾기’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 중 제2금융권과 증권사에 도입된다. 앞으로 소비자는 숨은 계좌의 잔고를 본인 명의의 다른 계좌에 이전하거나 서민금융진흥원에 기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약 1억1000만 개의 비활동성 계좌에 있는 7조5000억 원의 금융자산이 주인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거래 사유를 증빙할 필요가 없는 해외 송금 한도가 현재의 건당 3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올라간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이 3일부터 시행된다고 2일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무인환전기기를 통한 환전 한도도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향된다. 또 해외 부동산 취급을 위한 계약금 송금액은 현재 20만 달러로 제한돼 있지만 이 한도도 폐지된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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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신고자 정신병력, 공문 보내야 알아… 현장 경찰 ‘깜깜이 출동’

    경찰은 17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의 ‘묻지 마 방화·살인 사건’ 발생 7개월 전부터 지난달까지 피의자 안인득 씨(42)의 오물 투척 등 난동에 대한 112 신고를 8차례 받았다. 그동안 아파트 이웃 주민 등은 안 씨의 과격한 행태에 몸서리쳤다. 하지만 경찰은 여러 차례 현장에 출동하고도 그가 조현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이 현장 출동 단계에서 피신고자의 정신병력을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너무 무섭다”며 경찰에 5차례나 신고했던 안 씨의 윗집 주민 강모 씨(54·여)는 안 씨가 휘두른 흉기에 중상을 입었다. 강 씨의 조카 최모 씨(19)는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안 씨의 정신병력을 확인해 미리 조치를 취했다면 이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출동 경찰 정신병력 요청에 “공문 보내라” 현장 출동 경찰관들에게 피신고자의 정신병력은 중요한 정보다. 신고자나 경찰관들이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경기 광명시에서 60대 여성이 “미행을 당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여성이 김모 씨(64)의 미행 등 위협을 경찰에 신고한 횟수는 모두 5차례나 된다. 하지만 김 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경찰은 “내 갈 길을 가는 것이지 쫓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김 씨의 말을 믿고 사건을 종결했다. 결국 마지막 미행 신고 19일 뒤 신고 여성은 김 씨에게 살해당했다. 또 지난해 7월 경북 영양군에서는 피신고자의 정신병력을 모른 채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무엇보다 경찰이 출동 단계에서 피신고자의 정신병력을 파악하려고 해도 정신질환자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게 문제다. 전국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센터) 243개가 있지만 조현병 환자나 보호자가 병력을 센터에 제공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전체 정신질환자 가운데 센터에 등록된 비율은 19%(2017년 기준 추정치)에 불과하다. 또 센터에 피신고자의 정신병력이 있다고 해도 경찰은 쉽게 열람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센터는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경찰이 정보를 요청하려면 공문을 센터에 보내야 해 촌각을 다투는 출동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또 열람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센터가 기록을 제공할 의무가 없어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피신고자에게 전과가 있는 경우 경찰은 사건기록의 정신병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출동이 잦은 파출소·지구대 경찰관들이 사건기록을 열람하려면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건 현장의 초동 조치 단계를 거친 뒤 피신고자가 입건돼 범죄 혐의가 인정될 경우 경찰은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병원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정신병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와 피해자 인권 균형 맞춰야”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정신병력이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수집 및 열람이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묻지 마 살인’이 반복되면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현장 경찰이 정신병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병원에서 조현병 환자의 공격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임세원법)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개정 법에도 수사기관의 정신병력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내용은 없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그들에 의해 위험에 놓인 시민들의 인권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보건당국과 수사기관 간의 정보공유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지 eunji@donga.com·남건우 기자}

    •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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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총 “촛불정부 약속 지켜라” 주말 도심집회서 총파업 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13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왕복 6차로를 점거해 ‘특수고용노동자 총궐기대회’를 열고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촉구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업체에 소속돼 임금 근로자와 비슷하게 일하지만 법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고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는 직업군을 말한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인터넷 설치기사, 화물차 운전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날 약 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정권을 잡기 전부터) 국정과제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촛불정부’ 3년 차가 된 지금도 노동자 지위를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김정한 화물연대본부장은 “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는데, 이후 ‘1700만 촛불’을 향한 약속을 오랫동안 회피하고 있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근로자 개념에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남건우 woo@donga.com·구특교 기자}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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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고살길이…” 폐허속 눈물이 한숨으로

    “인자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되나요? 아들이랑 살기에 7평은 너무 좁네요.” 4일 강원 지역 산불로 집을 잃은 김길래 씨(68·여)는 사고 이틀 만인 6일 대피소인 강릉시 옥계면 한 마을회관에서 시청 직원에게 읍소하듯 말했다. 김 씨는 건강 문제로 일을 할 수 없는 30대 아들을 홀로 돌보며 농사로 생계를 이어왔다. 시청 직원은 컨테이너로 된 이동식 주택(23m²·7평)이나 소형 아파트(50m²·15평)에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김 씨는 막막하기만 했다. 김 씨는 다음 달 모내기철에 맞춰 집 앞의 밭에 감자를 심어야 해 집 주변을 떠날 수 없는 형편이다. 김 씨는 “집 근처에 살려면 컨테이너가 낫긴 한데 너무 좁고, 아파트로 가자니 너무 멀어서 내 아픈 무릎으로는 오갈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처럼 이번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은 약 530명.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한 달 이내에 제공하기로 했지만 대부분 농사를 짓는 이재민들은 집 가까이에서 살 수 있는 컨테이너 주택을 선호한다. 하지만 컨테이너 주택을 만드는 데까지 3개월가량 걸려 이재민들은 당분간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 이재민 상당수는 생계의 터전까지 잃었다. 강릉 옥계면에 사는 유모 씨(55)는 15년째 운영하던 양봉장이 통째로 불탔다. 벌통 102개에 있던 1억 원가량 하는 꿀벌 약 20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6일 유 씨의 양봉장은 꿀벌들이 검은 재에 뒤덮인 채 엉겨 붙어 있었다. 꿀 수확 시기를 한 달 앞두고 모두 타버려 유 씨는 당장 이달 치 생활비마저 마련하기 어렵게 됐다. ▼ 연기 뚫고 탈출한 임신부“배 속 우리 아기 어떡해” 잠 못이뤄 ▼강원 고성군 산에서 더덕 같은 약초를 캐 내다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차광주 씨(56) 역시 답답한 심정을 호소했다. 이번 강원 지역 산불의 여파로 캘 약초가 모두 타버린 것. 차 씨는 “약초는 벼와 다르게 몇 년을 기다려야 캘 수 있다. 귀한 약초는 10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이제 어떻게 먹고사느냐”고 했다. 강원 산불 이재민 중에는 지병이 있는 노인 등 노약자가 상당수다. 이들은 연기를 마시거나 대피하다 부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혈압 치료제처럼 꼭 먹어야 하는 약을 집에 두고 와버린 경우도 많다.○ 연기 마신 임신부 “우리 아기 어떡해요” 6일 고성군 임시대피소인 천진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김모 씨(78·여)는 산불이 집에 옮겨붙자 연기를 피하려고 기어서 탈출하다 돌에 부딪혀 다리가 멍투성이다. 김 씨는 “아직도 다리가 저려 잠을 못 이룬다. 사고 이후 혈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한다”고 말했다. 강릉시 옥계면에 사는 정모 씨(73)는 “신장(腎臟)이 좋지 않은 아내는 처방받은 약을 매일 먹어야 하는데 약이 다 타버려서 이틀을 못 먹었더니 그새 얼굴과 몸이 부었다”고 말했다. 2년 전 허리디스크 수술 후 유모차 비슷한 보행보조기구에 의지해야 걸을 수 있는 고성군 주민 김모 씨(84·여)는 급히 뛰어서 대피하느라 허리 통증이 극심해졌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지만 거동이 힘들어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임신부와 산모들은 당장 아기 건강이 걱정이다. 임신 6개월 차인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이모 씨(26)는 4일 불붙은 집에서 황급히 빠져나온 후 식사를 거의 못 하고 있다. 6일 속초의 한 대피소에서 만난 이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서워요” “우리 아기”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씨는 대피할 때 들이마신 연기가 혹시나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돼 제대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남편 변모 씨(39)는 “집이 다 타버려 아기가 태어나도 살 곳이 없을까 봐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말했다. 생후 12일 된 아들을 안고 탈출한 베트남 출신 도티구잉 씨(35)는 출산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채로 대피소에서 이틀을 보냈다. 신생아까지 자녀가 넷인 그는 “연기를 마셔서인지 복부에 통증이 있다”고 말했다.○ “눈만 감아도 불길 떠올라 잠 못 자” 화재 당시 받은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피해도 크다. 6일 대피소인 옥계면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봉연 씨(73·여)는 당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주먹을 쥔 채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눈만 감아도 그때 불타오르던 게 떠올라 한숨도 잘 수 없다”고 말했다. 고성군 토성면의 김모 씨(68·여)는 “누가 내 앞에서 담배만 피워도 무서워서 피한다”고 했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이 지역 이재민들이 수십 년을 살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려 일반 화재 피해자보다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옥계면에 사는 한 노인은 심리상담 전문 자원봉사자에게 “6·25전쟁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와서 60년 넘게 살아온 집이 타버렸다. 아버지가 남겨준 것을 못 지켰다”며 2시간가량 흐느꼈다고 한다. 대피소인 속초 청소년수련원에서 심리 상담을 하는 이승우 속초시 여성청소년과 계장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주민들은 스스로를 죄인처럼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민의 고통은 크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방안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각 대피소에서는 긴급복지나 주거 지원을 안내하고 있지만 가구 규모와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액이 달라지는 등 내용이 복잡해 나이 든 이재민들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강릉=김재희 jetti@donga.com·남건우 / 고성=박상준 기자}

    • 20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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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리 살랑살랑 애교부리던 복실이…” 산불은 수많은 동물들 생명도 앗아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애교를 부리던 복실이가 아직도 눈에 선한데…. 2년 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개가 죽은 모습에 저도 울고 서울에서 달려온 제 딸도 울었습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성천리에 사는 탁영일 씨(59)는 반려견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글썽였다. 탁 씨는 집 옆 자신의 공장에서 개 네 마리를 키웠다. 하지만 이번 불로 두 마리가 죽고 한 마리는 실종됐다. 6일 탁 씨 곁에는 불에 그슬려 털이 회색빛으로 변한 개만 맴돌았다. 탁 씨는 워낙 급하게 대피해 개들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그는 “묶어두지 않았으니 어디 도망가 살아남기만 바랐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 산불은 사람들의 터전뿐 아니라 수많은 동물의 생명도 앗아갔다. 주민들은 새까맣게 그을린 가축들 사체를 보고 혼자 탈출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토로했다. 5일 오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최모 씨(73·여) 집 축사에는 태어난 지 두 달 남짓한 새끼 흑염소 두 마리가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 살아남은 부모 염소는 죽은 새끼염소 곁을 맴돌았다. 사람이 죽은 새끼 곁에 다가가자 부모 염소는 구슬피 울었다. 최 씨는 대피할 때 축사 문이라도 열어두지 못한 일이 큰 후회로 남았다. 그는 “마당으로 불꽃이 떨어지는 모습에 휴대전화와 틀니도 못 챙기고 아들 차를 타고 허겁지겁 빠져나왔다”며 “내만 살라 한 게 미안하다(나만 살려고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김명만 씨(58)는 키우던 소 여섯 마리 중 다섯 마리를 잃었다. 죽은 소 네 마리는 송아지를 배고 있었다. 6일 오후 김 씨의 축사 주변에서는 소 사체가 부패하면서 악취가 나고 파리떼가 꼬였다. 일부 사체는 내장이 드러났다. 간신히 살아남은 소 한 마리는 바닥에 앉아 부들부들 떨었다. 등과 코는 불에 그슬렸고 엉덩이 살갗은 빨갛게 벗겨졌다. 김 씨는 “살아남은 한 마리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도저히 못 쳐다보겠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용촌리의 한 양계장은 불에 타 지붕은 온데간데없고 철골조만 남았다. 660㎡가량 되는 양계장 바닥에는 닭 약 1만 마리 사체가 숯덩이가 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나머지 양계장 세 곳도 상황은 같았다. 양계장 운영자 주모 씨(33)는 모두 4만 마리를 잃었는데 대부분 부화한 지 22일 된 어린 닭들이다. 주 씨는 “양계장에 있다가 불이 났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밖으로 나와 보니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며 “허둥지둥 대피하느라 못 챙긴 닭들에 너무 미안하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고성=김소영기자 ksy@donga.com강릉=남건우기자 woo@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1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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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채팅앱 10대들 꼬드겨 성관계 촬영… 단톡방서 돌려본 어른들

    “우리 애 휴대전화에서 이상한 게 나왔어요.” 지난해 9월 30대 여성이 다급히 경찰서를 찾았다. 초등학생 딸이 낯선 사람과 나체 사진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 학부모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미성년자들을 꼬드겨 나체 사진을 받아낸 혐의로 50대 남성 A 씨를 입건했다. 그런데 경찰이 압수한 A 씨 휴대전화에서 수상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 발견됐다. 미성년자의 성관계 장면이 담긴 ‘아동 포르노’ 영상 수천 건이 유포된 대화방이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이런 영상을 촬영하고 대화방에 유포한 아동 포르노 동호회장 B 씨(43)를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대화방에서 영상을 돌려보며 B 씨에게 제작비를 지급한 A 씨 등 3명은 성폭력 재발방지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들에겐 너무 쉬웠던 아동포르노 제작 대화방에 유포된 영상 대부분은 B 씨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서 촬영한 것이다. 그는 휴대전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13∼19세 미성년자들을 찾아 말을 걸었다. 무직인 B 씨는 자신을 기획사 보컬 트레이너로 소개하면서 미성년자들을 가수로 데뷔시켜줄 것처럼 접근했다. 이어 연인처럼 굴면서 성관계를 유도했다. 미성년자들에게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서류까지 받아냈다. 영상 속에 얼굴이 드러난 피해자만 25명에 달했다.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화방이 운영되는 동안 피해 미성년자 중 ‘성폭력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자신이 범죄 피해를 당한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아저씨를 사랑한다”며 면회를 온 피해자도 있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B 씨처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나체 사진을 받아내는 등의 성범죄(음란물 제작·유포)로 검거된 건수가 2017년 한 해에만 총 427건이었다. ○ 미성년자 가장해 채팅 앱 가입하자 수십 명 접근 본보 기자가 2일 ‘○○(11세)’란 이름으로 휴대전화 채팅 앱에 가입하자 30분 만에 40여 명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들은 친구 관계나 가정환경이 어떤지 묻고는 편하게 고민을 상담하라며 접근했다. 이어 ‘이런 채팅 앱은 위험하니까 만나서 얘기하자’ ‘얼굴을 볼 수 있게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신체 사진을 먼저 보낸 뒤 ‘왜 네 것은 안 보내느냐. 사기로 고소하고 학교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서혜진 변호사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외롭게 지내는 아이들이 온라인의 대화 상대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쉽게 유대감을 쌓는다”며 “많은 어린이들은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잘못됐다는 걸 모르고 응하곤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로부터 나체 사진을 받아낸 성인들이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성폭력을 저지르는 일도 있다. 중학생 C 양은 2017년 1월 채팅 앱에서 대화를 나누던 D 씨 요구로 나체 사진을 보냈다. 그런데 그는 순식간에 돌변해 사진을 유포하겠다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고 6개월간 괴로워하던 C 양은 결국 부모에게 알린 뒤 지난해 경찰에 신고했다. ○ “성적 의도 접근 자체도 처벌해야” 전문가들은 성인이 온라인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만나자고 하거나 성적 행위를 요구하는 것도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는 성인이 온라인을 통해 미성년자에게 성적 표현을 하거나 부모의 허락 없는 만남을 시도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미성년자를 꼬드겨 음란행위를 하도록 한 성인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유포 혐의는 최소 징역 5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다. 하지만 본보가 대법원 판결검색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이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의 1심 형량을 살펴본 결과 전체 79건 중 23건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원이 초범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직권으로 형량을 절반 가까이 깎고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때문이다. 고도예 yea@donga.com·남건우·김자현 기자}

    • 20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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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럽들 탈세하려 ‘음식점’ 등록… “적발 어렵다” 손놓은 구청

    23일 밤 1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 주점 안에 설치된 간이 무대에 여성 가수가 등장했다. 술에 취한 손님들은 무대 앞 10평 남짓한 공간에 몰려들었다. 기타 소리가 울렸고 손님들은 춤을 췄다. 색색의 조명이 무대를 비췄다. 직원은 주점 안의 젊은 남녀를 합석시키느라 바빴다. 이 주점처럼 술을 팔면서 손님들이 춤을 추는 공간까지 갖춘 곳은 현행법상 유흥주점으로 분류된다. 유흥주점은 신고만 하면 되는 일반음식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세금도 더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업소는 관할 구에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돼 있다. 영업 형태는 유흥주점인데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는 ‘꼼수 영업’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본보가 서울 강남구 일대 클럽 13곳과 라운지바 14곳 등 술도 마시고 춤도 출 수 있는 업소 27곳을 추려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결과 유흥주점으로 등록된 곳은 9곳뿐이었다. 라운지바는 단 한 곳도 유흥주점 허가를 받지 않았다.○ 사무실로 신고하고 룸살롱 영업 업주들이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는 이유는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음식점은 매출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낸다. 이에 비해 유흥주점은 부가가치세에 더해 사치성 업종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매출 10%)와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까지 내야 한다. 1년에 10억 원을 버는 클럽이 유흥주점으로 신고하면 최소 1억9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9000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문을 열 수 있는 지역도 넓어진다. 유흥주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일반상업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지만 일반음식점은 주택이나 학교가 있는 주거지역에도 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클럽은 유흥주점이 들어설 수 없는 아파트단지 인근에서 2017년 5월부터 1년 9개월간 불법 영업을 했다. 하지만 이 클럽은 일반음식점과 같은 2종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어 단 한 번의 행정처분도 받지 않았다. 본보 기자가 23일 찾은 청담동의 한 라운지바는 접대부를 고용해 룸살롱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업소는 관할 구에 사무실로 등록돼 있다.○ 지난해 행정처분은 18건에 불과 이런 ‘꼼수 영업’에 대한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단속 공무원이 업장을 방문해 위법 행위가 이뤄지는 현장을 적발해야만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는데 현장을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게 관할 구의 설명이다. 강남구 위생과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유흥 접객원을 고용하거나 손님들이 춤을 췄다는 등의 이유로 행정처분을 한 경우는 2016년 49건에서 2017년 36건, 지난해 18건으로 매년 줄었다. 강남구 위생과 관계자는 “최근엔 단속을 나가 업장 입구에서 공무원증을 보여주면 가드들이 ‘멤버십으로 운영된다’며 시간을 끌곤 한다”며 “그러다 주점에 들어가 보면 손님들은 모두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어 춤추는 현장을 적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놓고 유흥주점 영업을 하다 처음 단속되면 1개월, 두 번째는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세 번째 단속되면 업소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1년이 지나면 처분 기록이 남지 않는다. 결국 1년에 세 번 단속되지 않는 이상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구 위생과 관계자는 “단속에 걸려도 업주가 보는 불이익은 적은 반면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허위 신고해 누릴 수 있는 이득은 많은 상황”이라며 “단속을 엄격히 하고 적발 시 행정 처분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도예 yea@donga.com·남건우 기자}

    • 2019-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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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릴러 영화 같은 ‘청담동 주식부자’ 부모 살해사건

    “떴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 형사들은 17일 오후 1시경 휴대전화에 신호가 뜨자 다급히 뛰쳐나갔다. 체포영장을 받아두고 추적 중이던 김모 씨(34)가 경기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에서 휴대전화 전원을 켰다는 기지국 신호가 감지된 것이다. 형사들은 김 씨 사진을 돌려보며 기지국 반경 2km를 샅샅이 뒤지다가 파란 옷을 입은 남성이 편의점에 들어가는 걸 발견했다. “김○○ 씨 맞죠?” 형사의 질문에 얼어붙은 김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알린 이희진 씨(33·수감 중) 부모 살해 피의자인 김 씨가 범행 20일 만에 붙잡히는 순간이었다. 김 씨는 지난해부터 이 씨 부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고 실시간으로 동선을 감시해 왔다고 22일 경찰에 진술했다. 이 씨 아버지에게 빌려줬던 2000만 원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이 씨 부모가 아들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을 다녀온다는 걸 위치추적기로 파악하고 이들이 아들에게서 돈을 받아올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씨 부모 집에서 미리 잠복했을 가능성을 추궁했다. 체포 당시 김 씨는 1800만 원을 들고 밀항 브로커를 만나려던 참이었다. 김 씨가 밀항 직전에 검거되긴 했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 2000만 원 때문에 살인? 김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 51분 경기 안양시의 이 씨 부모 아파트 입구에 들어섰다. 9일 전 구인 사이트를 통해 경호원 역할로 고용한 중국동포 박모 씨(32) 등 3명과 함께였다. 15분 뒤 이 씨 부모가 검은색 스포츠 가방을 들고 집에 들어섰다. 가방에는 이날 오전 11시경 이 씨 동생(31)이 경기 성남시 수입차 전시장에서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을 20억 원에 팔고 매각 대금의 일부로 부모에게 건넨 5억 원이 담겨 있었다. 김 씨 측 주장은 이렇다. “이 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000만 원을 받으러 갔을 뿐 이 씨 동생이 이날 차를 팔았다는 건 몰랐다. 현관문을 여는 이 씨 부모를 뒤따라가 가짜 압수수색영장을 들이밀고 경찰을 사칭해 내부로 침입했다. 포박을 당한 이 씨 부모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동행한 중국동포 3명 중 1명이 둔기를 휘둘러 죽였다. 중국동포들은 그냥 위세를 과시하려고 데려간 건데 살인을 할 줄은 몰랐다. 중국동포들이 가방에서 7000여만 원을 들고 도망갔다.” 하지만 범행 직후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중국동포의 얘기는 다르다. 김 씨가 예상치 못한 살인을 해 깜짝 놀라 도망쳤다는 것이다. 공범 3명 중 1명이 20일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격)으로 “우리가 안 했다. 억울하다”고 한 내용을 경찰이 확보했다. 공범은 “경호 일인 줄 알고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해 급히 중국으로 왔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처음 만난 이 씨 아버지 A 씨(62)에게 투자 명목으로 빌려준 2000만 원이 범행 동기라고 했다. A 씨가 ‘내 아들이 이희진’이라고 말해주긴 했지만 이 씨 형제와 직접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 씨 형제 사기 행각의 피해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씨가 2000만 원을 빌려줬다는 차용증이나 계좌이체 명세는 없었다. 김 씨는 요트 거래 중개사업 투자자 모집 광고를 냈는데 이를 본 A 씨가 연락해 처음 만났다고 말한다. 김 씨 측은 이 씨 동생이 차를 판 돈 중 일부를 부모에게 건넨 당일 범행이 벌어진 건 우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씨 부모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달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계획범죄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돈가방엔 4억5000만 원, 수표는 태워버렸다” 김 씨가 A 씨 시신을 숨긴 경기 평택시 창고 뒤편에는 무언가를 잔뜩 태운 듯 새까맣게 탄 드럼통이 있었다. 김 씨 측은 창고 뒤편에서 증거를 인멸했다고 인정했다. 이 씨 부모 가방 속에 수표가 있었는데 발각되면 추적당할까 봐 태워버렸다는 것이다. 이 씨 동생은 수입차 전시장 측에 부가티 베이론을 20억 원에 팔면서 ‘15억 원은 내 회사법인 계좌로 입금하고 5억 원은 5만 원권 현금으로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전시장 측은 거래 당일 5만 원권 현금 5억 원을 검은색 스포츠 가방에 넣어 이 씨 동생에게 건넸다. 이 씨 동생은 ‘아버지가 청담동 사무실로 오면 건네주라”며 돈가방을 직원에게 맡겼다. 이 씨 부모는 청담동 사무실에 들러 돈가방을 받고 안양 아파트로 돌아온 직후 살해됐다. 이 씨 동생이 전시장에서 받아 와 직원에게 건넨 현금 5억 원을 이 씨 부모가 온전히 가져왔다면 수표를 태웠다는 김 씨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김 씨 측은 “당시 가방엔 현금과 수표가 섞여 4억5000여만 원이 있었고 이 중 수표는 태웠다”고 주장했다. 이 씨 동생이 현금으로 5억 원을 받아 왔다는 걸 알면서도 김 씨 측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이 씨 동생 사무실에서 자금이 세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범행 이후 주로 경기 화성시 동탄의 어머니 집에 숨어 지내던 김 씨가 밀항을 결심한 건 13일 이후였다고 한다. 김 씨는 밀항을 결심한 후 흥신소 직원을 고용해 벤츠 차량을 평택의 창고에 숨겨놓고 그 후로는 렌터카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이 씨 동생, 범인 만난 다음 날 경찰 신고 김 씨가 15일 수도권의 고깃집에서 이 씨 동생을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김 씨가 이 씨 어머니 B 씨(58)의 휴대전화로 B 씨를 사칭하며 이 씨 동생에게 ‘아버지 친구 아들이 사업을 하는데 한번 만나보라’고 메시지를 보내 성사됐다는 만남이다. 김 씨는 원래 이 씨 동생을 만나 범행을 털어놓고 사과하려 했는데 요트 사업 등 시시콜콜한 얘기만 하다가 헤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씨 부모를 살해한 범인이 밀항을 앞두고 피해자의 아들을 만나 사과하려 했다는 주장은 선뜻 믿기 어렵다. 일부 유가족 측은 “김 씨가 이 씨 동생마저 살해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씨 변호를 맡은 JY법률사무소 김정환 변호사는 “김 씨가 이 씨 동생을 해치려 했다면 누군가를 함께 데리고 갔을 텐데 당시 김 씨는 혼자 나갔다”고 반박했다. 이 씨 동생은 김 씨를 만난 다음 날인 16일 오후 4시경 서울 방배경찰서 남태령지구대를 찾아가 어머니 실종 신고를 했다. 이 씨 동생은 “어머니와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는데 평소와 말투가 많이 다르고 메시지는 주고받으면서 전화는 한사코 피한다”며 “부모님 집에 가봤는데 비밀번호도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 동생과 동행한 경찰이 16일 오후 6시경 안양 아파트의 문을 따고 들어가 집 안을 뒤지다가 방 장롱에서 비닐에 싸인 B 씨 시신을 발견하면서 김 씨 일당의 범행이 드러났다.조동주 djc@donga.com / 안양=김은지 / 평택·성남=남건우 기자}

    •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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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불법체류자 OK… 월 1000만원’ 범행 9일전 공범 인터넷 모집

    ‘깡 있는 분 우대. 불법체류자 지원 가능. 월 300만∼1000만 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33) 부모 살해 피의자 김모 씨(34)가 지난달 16일 재외동포 구인구직 사이트에 개인경호팀을 모집한다며 올린 글이다. 김 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9일 전이다. 김 씨는 서울·경기지역에서 활동할 팀원을 모집한다며 ‘군인과 운동선수 출신이나 20∼35세의 신체 건강한 남성을 우대하고 교포와 외국인도 지원할 수 있다고 적었다. 하게 될 일은 개인 신변 보호와 범죄 예방 등이라고 썼다. 중국동포를 염두에 둔 듯 중국어로 경호원을 뜻하는 ‘保표(바오뱌오)’도 적어 놨다. 김 씨는 자신을 ‘김 실장’이라 칭하며 휴대전화 번호도 남겼다.○ “중국동포가 살해” 김 씨 범행 부인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이 글을 본 박모 씨(32) 등 중국동포 3명이 김 씨에게 전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씨 등 3명과 김 씨는 범행 일주일 전인 지난달 18일 경기 부천에서 처음 만났고 이틀 뒤 서울에 모여 구체적인 범행을 공모한 뒤 지난달 25일 경기 안양에서 다시 만나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박 씨 등 3명이 범행 전에 인천공항발 중국 칭다오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는지 중국 항공사에 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비행기표를 미리 예약했다면 계획 범행에 무게가 실린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면서도 살인 혐의만큼은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씨 부모를 포박하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던 중 부모들이 소리를 지르자 중국동포가 살해했는데 말리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0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전에도 취재진에 “제가 안 죽였습니다. 억울합니다”라고 했다. 이날 법원은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김 씨가 이 씨 아버지의 벤츠 차량을 훔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범행 현장인 이 씨 부모 아파트를 떠날 때 대리기사를 부른 뒤 벤츠 차량을 몰고 자신의 렉스턴 차량을 뒤따라오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당일이 이 씨 부모가 이 씨 동생(31)으로부터 하이퍼카 ‘부가티 베이론’의 판매대금 20억 원 중 5억 원을 현금으로 받아온 날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 씨 동생이 이날 차를 팔고 부모가 5억 원을 받아 귀가한다는 것을 김 씨가 미리 알고 범죄를 계획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 씨 동생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의 수입차 전시장을 방문해 부가티 베이론을 20억 원에 팔았다. 이 중 15억 원을 본인 회사 명의 계좌로 보내고 5억 원은 5만 원권 현금으로 달라고 한 뒤 검은색 스포츠 가방에 담아 친구를 통해 부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 씨 아버지에게 빌려준) 2000만 원을 받으러 간 것이지 5억 원의 존재는 몰랐고 집에 들어간 뒤에야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범행 후 이 씨 동생 만나 김 씨는 범행 후인 3월 초 이 씨 어머니 A 씨(58)를 사칭해 이 씨 동생과 직접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이 씨 어머니 휴대전화로 이 씨 동생에게 “엄마가 일본 여행 중인데 아버지 친구 아들이 사업을 한다고 하니 한번 만나 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씨 동생은 고깃집에서 김 씨를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20일 만난 유족 지인은 “(김 씨가) 이 씨 동생까지 노리고 유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씨 변호인은 “김 씨는 범행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했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입이 안 떨어져서 미국 유학생활 등 개인적 얘기만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사건 당일 밤 10시경 김 씨의 전화를 받고 이 씨 부모 아파트에 왔다가 20분 만에 나간 한국인 2명은 김 씨 친구의 지인들로 조사됐다. 김 씨한테서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받은 친구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인 2명에게 대신 가줄 것을 부탁했다. 이들은 “단순 폭행사건인 줄 알고 갔는데 살인사건이라 ‘빨리 신고하라’고 말하고 바로 나왔다”고 진술했다.안양=김은지 eunji@donga.com·이경진 / 성남=남건우 기자}

    • 20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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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 엽기살해… 사기 복수? 채무 앙심?

    초호화 생활을 과시하며 유명세를 타다가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수감 중인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33)의 어머니 A 씨(58)와 아버지 B 씨(62)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A 씨는 살해를 당한 지 3주 만에 경기 안양시의 자택 아파트에서 16일 발견됐다. B 씨는 하루 뒤 경기 평택시의 한 창고에 보관된 냉장고 안에서 발견됐다. 붙잡힌 주범은 채무관계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 중 3명은 중국동포로 범행 직후 중국 칭다오로 도주했다. 경찰은 한국인 공범 2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행방을 쫓고 있다. 18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이 씨 동생(31)은 16일 오후 4시경 “부모님이 오랫동안 통화가 안 돼 이상하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 씨 동생은 형과 함께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해 11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씨 부모가 1년여 동안 살아온 안양의 아파트에 인기척이 없자 소방관과 함께 문을 강제로 열었다. 당시 집 내부는 살해 현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말끔했다. 집 안을 확인하던 경찰은 출입구 오른쪽 방 장롱 안에서 비닐에 싸인 A 씨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파트 1층 폐쇄회로(CC)TV를 통해 요트 임대업자 김모 씨(34)와 중국동포 남성 3명이 지난달 25일 오후 3시 51분경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그로부터 15분 뒤 이 씨 부모가 아파트 건물 내로 들어서는 장면을 포착했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이 미리 잠입해 이 씨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를 제외한 중국동포 3명은 아파트에 들어선 지 2시간 만에 밖으로 나온 뒤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칭다오로 달아났다. 이 셋이 나가고 4시간 뒤 김 씨의 전화를 받은 한국인 2명이 아파트로 들어가 김 씨와 함께 범행 현장을 정리했다. 김 씨의 친구인 둘은 20여 분 뒤 아파트를 떠났다. 혼자 남은 김 씨는 다음 날 오전 10시경 이삿짐센터 차량을 불러 사다리차를 통해 3층에서 1층으로 양문형 냉장고를 반출시켰다. 이 안에 비닐에 싸인 B 씨 시신이 들어 있었다. 그 직후 김 씨는 차량을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인근 CCTV를 차례로 추적한 경찰은 17일 오후 3시 17분 경기 수원시의 편의점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B 씨의 시신이 발견된 창고는 김 씨 일당이 지난달 말 보증금 1500만 원, 월세 150만 원을 주고 빌렸다. 경찰은 김 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 3명은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김 씨는 ‘B 씨가 투자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빌려갔는데 갚지 않아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동포 3명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경호원으로 고용했다’고 했다. 중국동포 3명은 한국에 살면서 수시로 중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이 씨 부모 아파트에 있던 현금 5억 원이 든 가방을 들고 도주했다. 이 돈은 이 씨 동생이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수입차량 전시장에서 처분한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 판매대금 20억여 원 중 일부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받을 돈 2000만 원 때문에 공범까지 끌어들여 살인을 저질렀다는 진술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이번 사건이 이 씨의 사기 행각과 연관돼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씨 동생이 풀려난 뒤 일부 사기 피해자들이 이 씨 가족에게 보상을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앙심을 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씨 형제를 믿고 지인들 돈까지 끌어 썼다가 4억 원을 잃은 피해자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안양=김은지 eunji@donga.com·이경진 / 평택=남건우 기자}

    • 2019-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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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승리 카톡방서 ‘경찰총장이 다 해결’ 언급… 철저수사”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씨(30)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과 대화방 참여자들 간의 유착이 의심되는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문제의 이 카톡 대화방에는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친 8개월간 업소의 불법 행위와 음주운전, 폭행 등과 관련해 최소 3건의 청탁이 경찰에 전달된 것처럼 보이는 문자가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의 친분을 내비치는 대화를 나누며 ‘경찰총장’(경찰청장의 오기로 보임) ‘팀장’ 등 구체적 직함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승리 친구 A 씨는 2016년 7월 28일 대화방에 “어제 B가 경찰총장이랑 문자한 것도 봤다.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이라고 적었다. 이에 승리가 “뭐라고 했는데”라고 묻자 A 씨는 “(문자가) 엄청 길었어, 어제 다른 가게에서 내부 사진 찍고 신고했는데 ‘총장이 다른 업소가 시샘해서 찌른 거니 걱정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는 식으로”라고 답했다. A 씨가 언급한 B 씨는 승리와 강남 클럽 ‘버닝썬’ 모회사인 유리홀딩스를 공동 창업한 유모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가 ‘내가 누구누구 통해 잘 해결했다’는 취지로 남긴 문자가 여러 개 있다고 한다. A 씨가 언급한 가게는 승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라운지바로 추정된다. 이 바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있다. 이런 대화가 오갈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인사는 “승리란 가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일면식도 없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A, B 씨를 조사해 대화방에서 언급한 ‘경찰총장’이 누구를 말하는지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 대화방에서는 아이돌 그룹 멤버 C 씨(29)가 2016년 2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을 당시 경찰을 통해 언론 보도를 막으려 한 정황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C 씨는 2016년 3월 “음주운전 걸렸을 때 기사가 날까 봐 걱정됐는데 D가 힘써줘 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D 씨는 대화방의 다른 멤버다. 이 대화에서 D 씨는 경찰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후 C 씨는 “팀장에게서 생일 축하 메시지가 왔다”며 자랑했다. 경찰은 C 씨가 언급한 ‘팀장’과 D 씨가 거론한 경찰이 C 씨 음주운전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C 씨는 2016년 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97%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화방 내용을 제보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40)는 대화방 곳곳에서 경찰과의 유착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멤버가 특정 사건 담당 경찰을 언급하며 “내가 그거 하느라 힘들었다” “내가 그분하고 얘기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승리의 탈세가 의심되는 대목도 있다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과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화 내용이 있어 경찰에 맡기기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분간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예 yea@donga.com·조동주·남건우 기자}

    •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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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사고 사비로 수습하던 20대 기사, 극단선택 왜?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0시 인천의 인적 드문 도로.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 운전사 장대영 씨(사망 당시 28세)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장 씨가 숨진 지 2개월여가 지난 11일 유족은 버스회사 대표 이모 씨와 버스회사 영업소 과장 한모 씨를 강요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회사가 교통사고 처리 비용 일부를 장 씨에게 떠넘겼고 이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장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유족 측 얘기다. 지난해 12월 7일 장 씨가 몰던 버스가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회사 측은 피해 차량 수리비와 운전자 치료비를 보험으로 처리했다. 그런데 숨진 장 씨의 계좌와 휴대전화에는 사고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에게 개인 돈으로 합의금을 물어준 정황이 남아 있었다. 장 씨는 승객들에게 ‘사고가 나서 죄송하다. 병원비 보내 드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지난해 12월 7일 이후 5명에게 모두 335만 원을 부쳤다. 장 씨의 한 달 급여 250만 원을 넘는 액수였다. 유족은 회사가 장 씨에게 승객들과의 합의를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씨의 동료 운전사 A 씨도 “회사에서는 보험료율이 오른다고 ‘사람이 다친 사고는 알아서 합의를 보라’고 했다. 장 씨가 지난해 12월 7일 사고 후 사비로 300만∼400만 원을 주고 합의를 했고 숨진 당일에도 (12월 28일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를 하려고 병원에 갔었는데 해결이 잘 안됐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장 씨가 지난해 12월 15일 한 승객에게 버스공제조합 보험사 연락처를 알려주며 “‘버스회사에서 보험 접수를 안 해 준다’고 말해 달라”며 신고를 부탁한 문자메시지도 확인됐다. 회사 측은 장 씨가 사고 피해자들과 개인적으로 합의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회사 측 정병은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운전사들에게 사고 비용을 부담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 “장 씨 과실로 사고가 났기 때문에 회사는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굳이 개별 합의를 종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사 운전사 B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사고를 냈는데 그달 급여는 사고 처리 비용을 제외하고 받았다”고 했고 운전사 C씨도 “사고를 낸 뒤 사무실로 불려갔는데 회사에서 이건 큰 사고라며 돈을 내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회사 측이 장 씨에게 사고 처리 비용을 강제로 떠넘겼는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부천고용노동지청도 조만간 이 회사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남건우 woo@donga.com·고도예 기자}

    •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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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혜원 동생 “누나, 차명 부동산 7건 더 있다…사실 아니면 날 고소하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동생 손현 씨(62)가 손 의원의 차명 부동산이 알려진 것 말고도 더 있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28일 서울 종로구의 자유민주국민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의원의 차명 부동산이 현재까지 밝혀진 24건 외에 7건 더 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에 7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면 나를 고소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씨는 손 의원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예품 판매점 ‘하이핸드코리아’에 납품하는 홍모, 김모, 조모 씨 등 7명이 구입한 부동산 내역 7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7건의 부동산이 손 의원의 차명 부동산이라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손 씨는 “이 사람들을 만나려고 두세 차례 찾아갔지만 만나주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통장 내역을 확인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손 씨는 “손 의원이 목포에서 1평(3.3㎡)당 30만~100만 원에 사들인 땅이 지금 150만~700만 원까지 올랐다”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지위를 이용해 얻은 고급 정보를 이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씨는 부친 고(故) 손용우 씨의 독립 유공자 선정 특혜 의혹과 관련해 “손 의원은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5~6년 가까이 아버지를 찾아 뵌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자신의 스펙에 독립유공자 자식이라는 한 줄을 넣기 위해 국가보훈처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손 씨의 이날 기자회견 주장에 대해 손혜원 의원실 관계자는 “대응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다. 단 하나도 사실인 게 없다”고 말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남건우 기자 woo@donga.com}

    •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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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맡긴 뒤 연락두절…펫호텔·펫시터들 난감

    울산에서 반려동물 호텔을 운영하는 김모 씨(38·여)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양이 입양하실 분’이란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수십 차례 올렸다.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된 고양이 두 마리 때문이다. ‘나흘 뒤 찾으러 오겠다’며 고양이를 맡기고 간 고객이 연락 두절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구청도 찾아가 봤으나 “고객에게 계속 전화를 해보라”는 답만 들었다. 일정 기간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펫호텔’ 관계자나 ‘펫시터(반려동물 돌보미)’들이 개나 고양이 등을 맡긴 채 연락을 끊어버리는 주인들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의 한 애견카페에서 일했던 박모 씨(31·여)는 지난해 10월 카페 앞에서 전신주에 묶여있는 푸들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푸들 옆에는 ‘펫시터 일을 했는데 주인이 강아지를 버리고 갔다. 부디 잘 길러 달라’는 쪽지가 놓여있었다. 부업으로 집에서 강아지를 맡아 기르는 펫시터 김모 씨(38·여)도 지난해 고객이 맡긴 뒤 데려가지 않은 푸들을 지난해 6월부터 기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행강 박운선 대표는 “펫시터나 펫호텔에 유기되는 동물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강아지 263마리가 있는데 주인이 애견호텔에 버리고 간 강아지만 40마리”라고 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버리는 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동물을 버린 주인에게 최대 300만 원 과태료를 물릴 수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동물을 유기한 주인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펫시터 등이 어쩔 수 없이 떠맡은 동물을 지자체가 위탁 운영하는 보호소에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주인이나 입양가정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안락사될 수 있다. 펫시터들이 유기동물을 보호소에 섣불리 보내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유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펫시터 등이 동물을 맡을 때 동물등록번호나 주인의 신분증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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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첨가물 가면 쓴 ‘마약풍선’ 가스, 인터넷서 무분별 유통

    지난해 3월 이모 씨(25·여)는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휘핑가스 캡슐을 샀다. 휘핑크림을 만들 때 쓰는 가스였다. 하지만 이 씨는 휘핑크림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는 캡슐과 고무풍선을 이용해 서울의 모 호텔에서 지인들과 함께 휘핑가스를 마셨다. 휘핑가스의 주성분이 아산화질소(N2O)라는 걸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아산화질소를 마시고 호텔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적발됐다. 아산화질소는 정부가 2017년 환각물질로 규정해 흡입을 전면 금지한 물질이다. 당시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담은 ‘해피벌룬’(마약풍선)이 젊은층에 유행해 환각파티가 성행하자 규제에 나선 결과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과 시행령은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기 위해 소지하거나 실제 흡입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구매자가 흡입할 목적으로 사들이는 걸 알면서 판매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아산화질소와 같은 성분인 휘핑가스는 인터넷으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식품첨가물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환각물질을 관리하는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아산화질소를 흡입할 목적으로 판매, 소지할 때만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휘핑가스를 사고파는 것만으론 흡입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판매를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에서 휘핑가스를 구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본보 기자가 7일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휘핑가스 캡슐 10개를 구입하는 데는 불과 2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하루 만에 배송됐다. 구매할 수 있는 수량도 제한이 없었다. 미성년자가 구입할 수 있는 제품도 있었다. 상품정보를 알리는 글에는 ‘용도 외 사용금지’라고 했지만 판매자가 구매자의 구입 용도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 심지어 ‘함께 구입할 수 있는 상품’ 목록에 고무풍선이 있었다. ‘휘핑가스 해피벌룬’으로 환각파티를 벌이다 처벌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생 황모 씨(27·여)는 휘핑가스를 구입해 집에서 해피벌룬을 만들어 마시고 소란을 피우다 이웃의 신고로 적발돼 지난해 1월 1심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강모 씨(34)는 노래방에서 분무기를 이용해 휘핑가스를 흡입한 혐의로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된 뒤 유흥주점이나 길거리에서 해피벌룬을 파는 일은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가정에서 휘핑가스를 흡입하면 사실상 단속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산화질소를 임의로 흡입하면 저산소증으로 온몸이 마비되거나 심지어 숨질 수도 있는 만큼 휘핑가스 유통과 판매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진국처럼 휘핑가스 판매기록을 점검하고 감독해 무분별한 아산화질소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은 뉴저지와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 많은 주에서 아산화질소를 판매하는 사람이 구매자 이름과 구매 수량 등이 들어간 판매기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주는 보건당국이 2년에 한 번씩 판매기록을 점검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판매허가증을 갱신해준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6년부터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아산화질소를 의료 용도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아산화질소를 의료용 마취 보조제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남건우 woo@donga.com·고도예 기자}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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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몸 마비되거나 숨질 수 있는데도…버젓이 유통되는 ‘휘핑가스 해피벌룬’

    지난해 3월 이모 씨(25·여)는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휘핑가스 캡슐을 샀다. 휘핑크림을 만들 때 쓰는 가스였다. 하지만 이 씨는 휘핑크림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는 캡슐과 고무풍선을 이용해 서울의 모 호텔에서 지인들과 함께 휘핑가스를 마셨다. 휘핑가스의 주성분이 아산화질소(N2O)라는 걸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아산화질소를 마시고 호텔에서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적발됐다. 아산화질소는 정부가 2017년 환각물질로 규정해 흡입을 전면 금지한 물질이다. 당시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담은 ‘해피벌룬’(마약풍선)이 젊은층에 유행해 환각파티가 성행하자 규제에 나선 결과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과 시행령은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기 위해 소지하거나 실제 흡입한 사람을 3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구매자가 흡입할 목적으로 사들이는 걸 알면서 판매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아산화질소와 같은 성분인 휘핑가스는 인터넷으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식품첨가물로 분류된다는 이유에서다. 환각물질을 관리하는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는 아산화질소를 흡입할 목적으로 판매, 소지할 때만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휘핑가스를 사고파는 것만으론 흡입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판매를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에서 휘핑가스를 구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본보 기자가 7일 인터넷 오픈마켓을 통해 휘핑가스 캡슐 10개를 구입하는 데는 불과 2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하루 만에 배송됐다. 구매할 수 있는 수량도 제한이 없었다. 미성년자가 구입할 수 있는 제품도 있었다. 상품정보를 알리는 글에는 ‘용도 외 사용금지’라고 했지만 판매자가 구매자의 구입 용도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 심지어 ‘함께 구입할 수 있는 상품’ 목록에 고무풍선이 있었다. ‘휘핑가스 해피벌룬’으로 환각파티를 벌이다 처벌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생 황모 씨(27·여)는 휘핑가스를 구입해 집에서 해피벌룬을 만들어 마시고 소란을 피우다 이웃의 신고로 적발돼 지난해 1월 1심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강모 씨(34)는 노래방에서 분무기를 이용해 휘핑가스를 흡입한 혐의로 지난해 4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된 뒤 유흥주점이나 길거리에서 해피벌룬을 파는 일은 줄어들었다”면서 “하지만 가정에서 휘핑가스를 흡입하면 사실상 단속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산화질소를 임의로 흡입하면 저산소증으로 온몸이 마비되거나 심지어 숨질 수도 있는 만큼 휘핑가스 유통과 판매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진국처럼 휘핑가스 판매기록을 점검하고 감독해 무분별한 아산화질소 유통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은 뉴저지와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 많은 주에서 아산화질소를 판매하는 사람이 구매자 이름과 구매 수량 등이 들어간 판매기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 주는 보건당국이 2년에 한 번씩 판매기록을 점검해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판매허가증을 갱신해준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6년부터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아산화질소를 의료 용도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아산화질소를 의료용 마취 보조제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남건우기자 woo@donga.com고도예기자 yea@donga.com}

    •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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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C방은 집같은 곳인데… 나도 당할수 있을 것 같아 섬뜩”

    《 “PC방에 자주 가요. 좁은 공간에 아르바이트생과 손님들이 늦은 밤까지 함께 있다 보니 크고 작은 마찰이 종종 생겨서 ‘저러다 싸움이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가해자, 피해자 모두 원래는 저처럼 평범한 20대였을 텐데 자제력을 잃으면서 벌어진 일 같아 안타까워요.”-서상혁 씨(27·취업준비생) 동아일보 조사에서 20대들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10대 뉴스 가운데 2위로 꼽았다. 1위로 선정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는 여러 개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회현상으로 확대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 사건으로는 PC방 살인사건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자신의 삶과 밀접한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을 관심 뉴스로 선정한 20대들은 PC방에 얽힌 경험을 갖고 있었다. 대학생 서민준 씨(25)는 “20대 남자에게 PC방은 자기 집 같은 곳인데 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일 같아 두렵다”며 “예전엔 PC방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에게 ‘조용히 하라’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가만히 있는다”고 말했다.○ “PC방 살인사건, 내 경험과 비슷” 20대들이 선정한 10대 뉴스 하나하나에는 고단하고 막막한 일상에서 어떻게든 행복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의 삶과 경험이 녹아 있다. PC방 살인사건에는 본인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은 ‘을(乙)’로서의 경험, 공권력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 외면 당한 경험이 투영됐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최혜민 씨(24·여)는 “술 취한 남자 손님이 자꾸 나를 노려보고 때릴 것처럼 위협해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PC방 살인사건 때처럼 출동한 경찰은 손님을 데리고 나갔을 뿐이었다. 몇 분 안 지나 그 손님이 다시 들어와 ‘네가 신고했느냐’며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알바세대’인 20대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몸소 실감하는 당사자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10대 뉴스 가운데 네 번째로 꼽힌 이유다. 군 제대 후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백동우 씨(22)는 “입대하기 전에는 10시간 일하면 5만 원 벌었는데 지금은 8만 원 번다”며 “어른들은 고민이 많은 모양이지만 아르바이트하는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기분 좋은 뉴스”라고 말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는 처지인 20대도 있었다. 대학생 김정훈 씨(27)는 “아버지는 자영업을 하고 나는 코인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친구들은 시급이 올라서 좋다고 하지만 나는 아버지 생각이 난다. 하는 것 없이 앉아 있는 시간에는 사장에게 괜히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워라밸 희망 취업을 앞둔 20대에게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되는 이슈다. 일자리 증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현에 대한 기대가 주를 이뤘다. 취준생 박경난 씨(26·여)는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일한 시간만큼 수당을 받는데 일찍 퇴근하는 날이 많아져 급여가 줄었다고 걱정하더라”며 “내 입장에서는 어쨌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실제 예전보다 사람을 더 뽑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경은 씨(23·여)는 “이미 취업한 친구 중 일주일에 35시간만 일하는 친구가 있다. 취업 뒤에도 ‘워라밸’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 뉴스를 보며 부모의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20대도 있었다.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일터에서 늦은 밤까지 일했던 50, 60대다. 대학생 최윤정 씨(21·여)는 “아버지가 원래는 매일 오후 8시는 돼야 퇴근했다. ‘주 52시간제’ 이후로는 오후 6시엔 집에 오고 개인 약속을 잡거나 여가 생활을 즐긴다”고 말했다. 과로로 인한 아픔을 겪은 응답자도 있었다. 서민준 씨는 “아버지가 주 6일, 하루 평균 12시간씩 일하시다 5월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생 일만 하고 사신 아버지가 불쌍하고 안타까웠다. 더 이상 일하다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주 52시간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미투’ 열풍에 남녀 시각차 미투 열풍은 20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00명의 응답자 중 여성은 53명이었는데 이 중 28명(52.8%)이 미투를 올해 주요 뉴스로 꼽았다. 남성(47명) 역시 미투를 주요 뉴스로 꼽은 응답자가 20명(42.6%)에 달한다. 여성 응답자들은 실제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을 설명하며 미투 폭로자들에게 공감을 표했다. 구모 씨(22·여)는 “인턴 할 때 상사가 나를 이성으로 대하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싫었지만 ‘인턴 끝날 때까지 3개월만 더 참자’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응답 중에는 미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대학생 이모 씨(25)는 “여학생들과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어깨를 두드리거나 하이파이브를 하곤 했는데 미투 이후로는 머뭇거리게 됐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논란도 20대의 눈길을 끌었다. 온·오프라인에서 젠더 갈등을 겪은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임재민 씨(26)는 “혜화역 시위(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나 워마드(여성 우월주의 사이트)를 둘러싼 논쟁이 인터넷에서 워낙 ‘핫’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윤다빈·남건우·최수연 기자 ※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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