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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간) 유세장에서 벌어진 암살 시도로 총상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치료 차 입원한지 약 4시간 만에 퇴원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향후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사건 발생 약 4시간 뒤인 오후 10시경 트럼프 대선 캠프와 공화당 전국 위원회(RN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원 소식을 알리며 “15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예정대로 참석할 것”이라며 “그는 밀워키에서 여러분(지지자들)과 함께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47대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진행하겠다”며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 지명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비전을 여러분과 계속 공유하겠다”고 강조했다.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역 의료시설에서 간단한 응급 치료만 받은 뒤 당일 바로 병원에서 퇴원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트럼프는 정말 강인하다” “결단력의 화산”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퇴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밤 12시경 전용기를 타고 뉴저지에 있는 공항으로 이동했다. 인근에 있는 개인 골프클럽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밀워키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인 마고 마틴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걸어 내려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계단 손잡이를 잡은 채 혼자 걸어 내려왔다.현지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고령 논란이 커지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크게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는 이미 지지자들의 영웅이자 경외의 대상”이라며 “이번 사건은 끊임없이 적의 공격을 받는 투사의 이미지를 깊이 새겨 ‘트럼프 신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했다. FOX뉴스는 “사전 녹화로 찍은 트럼프 전 대통령 인터뷰를 15일 방영한다”고 예고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군중의 환호 속에 등장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유의 자신만만한 어투로 연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법 이민에 대해 “(국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차트를) 보자”며 살짝 고개를 돌리는 순간, 멀리서 가느다란 3번의 총성이 울렸다. 즉시 오른쪽 귀에 뭔 일이 벌어졌다는 걸 직감하고 손을 갖다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대로 연단 아래로 몸을 숨겼다. 경호원들이 부리나케 무대로 뛰어올라 그를 감싸자 놀란 청중들은 몸을 숙이며 비명을 질렀다.13일 오후 6시 11분(현지 시간) 순식간에 벌어진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을 향한 암살 시도는 축제와도 같던 현장을 순식간에 끔찍한 아수라장으로 바꿔 버렸다. 경호원 4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몸을 감싼 뒤에도 총성은 5번 더 이어졌다. 총격으로 연단 뒷편 오른쪽 청중석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은 머리에 피가 낭자한 채 쓰러졌고, 주위 사람들은 긴급히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축제의 유세장이 순식간에 지옥으로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는 15일부터 나흘 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최될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 행사였다. 지난달 29일 TV토론에서 승기를 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이번 유세는 당 대선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출정식이나 다름 없었다.유세 현장은 낮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가 쓰인 모자와 티셔츠 등을 걸친 약 1만5000명의 지지자로 열기가 넘쳐 흘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은 6시경에 나타났는데도, 유세 참석자들은 컨추리 음악 가수 리 그린우드의 노래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를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하지만 약 10분 뒤 암살 시도가 벌어지자 현장은 충격과 공포로 가득했다. 연단 밑으로 몸을 숨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1분 뒤 경호원들과 함께 일어섰을 땐 오른쪽 귀에서 흘러내린 피가 입 주변까지 번져 있었다.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대로 무대를 내려가지 않았다. 경호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채 “대통령님(Sir)”를 외치며 무대 아래로 데려 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벗겨진) 신발 좀 신겠다” “잠깐, 잠깐”을 반복하며 경호원들을 멈춰 세웠다. 그리곤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오른손을 높이 들어올리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그 순간, 공포에 질려있던 관객석에선 “유에스에이(USA·미국)”가 터져 나왔다. 잠시 뒤 무대 옆으로 내려가 경호원들이 쉐보레 서버번 차량에 태우는 동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한번 군중을 향해 돌아서 환호에 답했다. 그가 차를 타고 떠난 건 오후 6시 14분, 암살 시도 약 3분 뒤였다.● “트럼프, 역사에 남을 순간을 만들다”갑작스런 총격, 피투성이가 된 연사와 공포에 짓눌린 청중. 하지만 그들을 다시 환호하게 만든 트럼프의 몸짓은 또 하나의 “역사가 잊지 못할 순간”을 창조해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그(트럼프)의 본능이 만든 장면”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 사이의 강력한 유대감, 현대 미디어에 대한 그의 능숙함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순간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환호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나 보냈지만, 유세장에 남아있는 건 죽음의 그림자였다. 무대 주변에는 현장에서 총을 맞고 숨진 남성 1명과 중상을 입은 2명의 남성이 남아 있었다. 다친 2명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NYT에 따르면 유세 참석자들은 당시의 혼란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억했다. 한 시민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였다”며 울먹였고, “모르는 사람과 손을 잡고 주기도문을 외무며 기도했다”고도 전했다. “혼란을 피해 도망치고 싶었지만,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가로막아 나갈 수 없었다”고도 했다. 한 지지자는 유세장에서 “트럼프가 오늘 당선됐다. 그는 순교자다”고 계속해서 소리치기도 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13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니아 버틀러 유세현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격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사망했다. 이와 함께 유세 현장에 있던 참석자 중 한 명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CBS 방송 등 현지 언론들은 총격이 발생하고 1시간 쯤 지난 오후 8시 10분 경 “경호국에 의해 범인이 무장해제(neutralized) 됐다”고 전했다. 이는 범인이 제압됐거나 사망한 경우 쓰는 표현이다. 곧 이어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버틀러 카운티 지방검사의 말을 인용해 “두 명이 사망했고 이 중 한 명은 범인으로 확실시 된다”고 보도했다.현지 방송들은 제보 사진을 통해 유세 현장 주변에 있던 컨테이너 형태 건물 지붕 위에 죽은 채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는 모습을 전했다. 사진 속에 쓰러진 인물은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총격범은 오른편 건물 지붕 위에서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인이 사살된 만큼 범행 동기나 연루 조직을 확인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편, 총격범 외에도 유세 참석자도 한 명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CBS 방송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총에 맞은 희생자를 살리기 위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사망했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건 10년도 걸리지 않을 거고, 20년 안에 화성 도시가 생길 것이며, 30년 안엔 문명이 확립될 것이다.” 20년 넘게 화성 도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신의 로켓 회사인 스페이스X를 통해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스페이스X 직원들은 화성에 만들 돔 형태의 주거지와 우주복, 우주에서의 ‘인간 번식’ 방법 등을 연구 중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감도를 여러 장 만들었다. 스페이스X의 로켓을 노아의 방주처럼 활용해 식물과 동물을 운반하고, 화성에 온실을 건설해 식량을 재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에 자신의 ‘씨앗’을 뿌리고 ‘종(種)’을 자리잡게 하기 위해 정자까지 기증했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머스크가 운영 중인 6개 기업들도 실은 화성 정복에 대한 ‘집착’의 결과라고 NYT는 분석했다. 터널링 기업인 보링 컴퍼니는 화성 표면 아래를 파고들 장비를 준비하기 위해, X(옛 트위터)는 시민 주도 정부가 화성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테스트하기 위해, 강철 패널로 만든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화성 주민들의 탈 것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 역시 화성으로의 꿈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로켓을 사려다가 거부당하자 2002년 그가 직접 만든 회사다. 머스크는 10살 때 1951년 출간된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과학 소설 ‘파운데이션’을 읽고 화성에 매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은하계 전역에 식민지를 건설한다. 이런 생각은 대부분 이들에게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실제 그는 로켓과 전기차 등 결과물을 만들어 왔다. 1만2000명 규모의 스페이스X 직원들도 상당 수가 다른 행성에서의 삶을 믿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최근 그는 직원들에게 약 20년 안에 화성에서 100만 명이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월가의 투자 천재’로 불렸지만 2021년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60·사진) 씨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법원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배심원단 12명은 사기, 공갈 등 황 씨에게 제기된 11개 혐의 가운데 10개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올 10월 28일로 예정된 형량 선고 공판에서 그는 혐의별로 최대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이번 평결이 종신형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씨와 함께 기소된 패트릭 핼리건 아케고스 최고재무책임자(CFO·47) 역시 사기, 공갈 등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았다. ‘아케고스 마진콜’은 투자 천재로 불리던 황 씨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부터 자기자본의 5배가 넘는 500억 달러(약 70조 원)를 끌어들여 투자하다 이들 은행에 총 100억 달러의 손실을 끼친 사건을 말한다. 주가 하락으로 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마진콜)를 받게 되자 아케고스는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166년 역사의 스위스 은행 CS 또한 몰락했다. CS는 지난해 또 다른 스위스 은행인 UBS에 합병됐다. 미국 검찰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아케고스를 거짓으로 만든 ‘카드로 만든 집(house of cards·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집)’에 묘사했다. 금융 회사를 속여 거액을 차입한 뒤 이를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의 파생상품에 투자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를 통해 황 씨가 15억 달러 규모의 포트폴리오를 360억 달러 규모인 것처럼 부풀렸다고 봤다. 황 씨는 “그저 주식을 좋아해 매수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하루 반에 걸친 심의를 통해 그를 유죄로 평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황 씨는 평결이 낭독될 때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변호인 팀과 침착하게 악수도 나눴다. 황 씨는 고교 3학년이던 1982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거쳐 1990년 현대증권 뉴욕법인에서 일을 시작했다. 월가의 거물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의 눈에 들어 이후 승승장구했다. NYT는 “큰 주목을 끌었던 이 화이트칼라 재판은 월가 은행들이 엄청난 수수료를 받는 대가로 황 씨에게 기꺼이 수십억 달러를 빌려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9일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의 할렘강에서는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소방차가 불이 난 고층 건물에 물줄기를 쏘듯, 배들이 끊어진 ‘3번가 다리’ 주변에 모여 끊임없이 물을 쏴댔다. 이 장면은 최근 뉴욕에 닥친 기록적 폭염에 기인했다. 맨해튼과 브롱스를 연결하는 3번가 다리는 배가 지날 때마다 다리 중앙 부분이 열린다. 최근 화씨 100도(섭씨 37.8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몰아치자 이 다리가 작동을 멈춰 버린 것이다. 하필 통행이 많은 퇴근 시간대에 작동이 멈춰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다리는 해양 경비선들이 세 시간 반에 걸쳐 ‘냉수 마찰’을 한 후에야 다시 작동했다. 11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전역이 최소 일주일 넘게 역대급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7월 초지만 곳곳이 최고기온을 경신하며 세 자릿수 기온을 기록 중이다. 특히 남서부의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기온은 5일 연속 115도(46.1도)가 넘었다.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는 124도(51.1도), 인근 데스밸리 또한 129도(53.9도)를 찍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애리조나주 주민이 올린 ‘녹아내린 창문 블라인드’ 또한 화제였다. 곳곳에서 폭염에 따른 사망자 또한 속출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호수에서는 가족과 함께 보트를 탔던 4개월 된 여아가 고온으로 의식을 잃고 숨졌다.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에서는 3명,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는 오토바이를 타던 운전자가 128도의 고온에 노출돼 사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국립공원 같은 험난한 지형에서는 헬기가 필수 구조수단이지만 너무 뜨거운 날엔 공기가 희박해 날지 못한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미 전역에서 최소 28명이 극심한 더위로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에만 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4200만 명이 폭염 경보를 받았다. 버지니아주 등 동부 주요 주에서도 학교 및 방과후 야외활동이 잇따라 취소됐다. 주요 도시의 화상 전문 센터에는 실신하거나 넘어져 아스팔트에 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 중 약 20%가 노숙인이다. 아직 7월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폭염 관련 사망자나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최근 몇 년간 더위에 따른 미국 내 사망자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에는 약 1600명이 더위로 숨졌고 2022년 1700명, 2023년 2300명으로 사망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사망자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2018년과 2019년 여객기 추락 사고과 관련해 미 법무부가 제시한 유죄 인정 및 추가 벌금 납부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천문학적 벌금을 내는 데다 향후 정부 방위산업 참여도 곤란을 겪게 됐는데, 유족들의 반발로 추가 재판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7일 “보잉이 이날 밤 미 연방항공청(FAA)의 보고서를 토대로 법무부가 제시했던 요구 조건을 이행하겠다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요구한 사항은 유죄 인정과 안전 규정 준수를 감시할 외부 컨설턴트 고용, 벌금 2억4300만 달러(약 3360억 원)의 추가 납부 등이다. 보잉은 2021년 기소유예 합의로 지불했던 2억4360만 달러까지 합치면 4억8660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게다가 보잉은 앞으로 3년 동안 규정 준수 및 안전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 4억55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로써 보잉은 2018년 사고 이후 지금까지 벌금 및 피해 보상, 안전 시스템 강화 등에 최대 25억 달러를 쓰게 되는 셈이다. 보잉이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은 건 2018년 인도네시아 보잉737맥스 여객기 추락 사고에 이어 2019년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사고까지 벌어지며 도합 346명이 숨진 직후부터였다. 법무부는 2021년 벌금 납부와 각종 안전기준 준수 등을 조건으로 보잉을 기소유예해 줬다. 당시 결정엔 보잉이 주요 방위산업 계약 업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보잉은 더 큰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잉은 지난해 미 국방부와 228억 달러어치의 방위산업 계약을 맺었지만 잇따른 사법 위험으로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기소를 유예해 줬던 법무부는 올해 1월 알래스카항공의 보잉737맥스9 여객기가 비행 중 덮개가 떨어져 나가는 등 또다시 사고가 잇따르자 보잉이 유예 합의 조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재조사했다. 법무부는 이번 재조사에서 보잉이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해 추가 제재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와 합의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유족들은 법무부와 보잉의 합의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해당 합의가 무효가 되면 형사 민사 재판까지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중국 직원들에게 9월부터 직장에서는 아이폰만 쓸 것을 요구했다. 이는 MS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는 중국에 있는 직원들이 직장용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로그인할 때 애플 기기만 사용해 신원을 확인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는 MS의 글로벌 보안 이니셔티브의 일부이며, 중국 본토 전역의 수백 명의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MS는 모든 직원이 MS 인증앱(Authenticator)과 아이덴티티 패스 앱을 사용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달리 중국에서는 구글 플레이를 사용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폰은 화웨이나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만든 자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MS는 이런 기기가 MS 자원에 접근하는 걸 막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최근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진 해킹 공격으로 곤혹을 치뤄왔다. 1월에는 러시아 관련 공격으로 국무부를 포함한 수십 개의 미국 정부 기관이 영향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국내로부터 보안을 개선하라는 강한 비판과 압력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미중이 지정학적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민감한 문제”라고 전했다. 한편, MS는 안드로이드폰을 사용 중인 전 중국 직원에게 아이폰15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뉴욕=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2018년과 2019년 여객기 추락 사고과 관련해 미 법부부가 제시한 유죄 인정 및 추가 벌금 납부 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천문학적 벌금을 내는 데다 향후 정부 방위산업 참여도 곤란을 겪게 됐는데, 유족들의 반발로 추가 재판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미 뉴욕타임스(NYT)는 7일 “보잉이 이날 밤 미 연방항공청(FAA)의 보고서를 토대로 법무부가 제시했던 요구조건을 이행하겠다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가 지난달 30일 요구한 사항은 유죄 인정과 안전 규정 준수를 감시할 외부 컨설턴트 고용, 벌금 2억4300만 달러(약 3360억 원)의 추가 납부 등이다. 보잉은 2021년 기소유예 합의로 지불했던 2억4360만 달러까지 합치면 4억8660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게다가 보잉은 앞으로 3년 동안 규정 준수 및 안전 프로그램 강화를 위해 4억55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로써 보잉은 2018년 사고 이후 지금까지 벌금 및 피해 보상, 안전 시스템 강화 등에 최대 25억 달러를 쓰게 되는 셈이다.보잉이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은 건 2018년 인도네시아 보잉737맥스 여객기 추락 사고에 이어 2019년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사고까지 벌어지며 도합 346명이 숨진 직후부터였다. 법무부는 2021년 벌금 납부와 각종 안전기준 준수 등을 조건으로 보잉을 기소유예해 줬다. 당시 결정엔 보잉이 주요 방위산업 계약업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보잉은 더 큰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잉은 지난해 미 국방부와 228억 달러어치의 방위산업 계약을 맺었지만 잇따른 사법 위험으로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당초 기소를 유예해 줬던 법무부는 올해 1월 알래스카항공의 보잉737맥스9 여객기가 비행 중 덮개가 떨어져 나가는 등 또다시 사고가 잇따르자, 보잉이 유예 합의 조건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재조사했다. 법무부는 이번 재조사에서 보잉이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해 추가 제재에 나선 것이다. 법무부와 합의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유족들은 법무부와 보잉의 합의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해당 합의가 무효가 되면 형사 민사 재판까지 치러야 할 수도 있다.뉴욕=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1912년 창립돼 한 세기 넘게 미국 영화산업을 대표해 온 파라마운트가 스카이댄스에 합병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설립된 스카이댄스는 오라클 공동창업자인 정보기술(IT) 거물 래리 엘리슨의 아들인 데이비드가 운영하는 미디어 제작사다. 미 언론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던 올드 미디어와 자본과 기술을 앞세운 ‘신생’ 미디어가 합쳐저 할리우드의 새로운 거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는 이날 합병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스카이댄스는 내셔널 어뮤즈먼트를 17억 5000만 달러(2조 4000억 원)의 지분가치로 매입한 뒤 파라마운트와 합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셔널 어뮤즈먼트는 파라마운트 의결권 주식의 77%를 보유한 회사로, 미국의 유명한 미디어 거물 섬너 레드스톤의 딸인 70세의 샤리 레드스톤이 이끌어 왔다. 시장가치가 82억 달러로 평가되는 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 픽처스 외에도 CBS 방송, MTV 채널 등을 보유한 대형 미디어 그룹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아마존과의 스트리밍 경쟁, 케이블 사업부진 등으로 막대한 부채 부담에 시달려 왔다. 2010년 설립된 스카이댄스는 억만장자인 래리 앨리슨의 자금력에 기술력을 더해 ‘미션 임파서블’ 후속작 및 ‘탑건: 매버릭’ 등을 대흥행시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인 ‘그레이스 앤 프랭키’의 제작사이기도 한 스카이댄스는 최근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양 사는 수 개월 간 이어져 온 합병 과정에서 갈등을 거듭하다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이르면 8일 합의 결정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자식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떻게 할까. 무엇보다 교육 뒷바라지를 열성으로 한다. 일단 의대부터 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나 교수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교·사대에 가서 임용고시를 보거나 대학에서 석·박사를 해야 가능하다. 결국엔 ‘교육’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에는 눈감은 채 누군가가 교사나 교수가 되길 바라는 정책이 있다. 바로 정부의 ‘장애인 고용촉진법 개정안’이다. 고용노동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행 3.4%에서 2024년 이후 3.8%로 상향하겠다는 개정안을 내놨다. 얼핏 보면 지극히 옳고, 진즉 그랬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 속을, 특히 교육 공공분야를 들여다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개정안대로라면 전국 공립 유초중고교 교사를 비롯해 국공립대 대학교수도 공무원인 만큼 3.8%로 상향될 장애교원 비율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교·사대에 진학하거나 석·박사 과정까지 밟는 장애학생이 턱없이 적은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장애교원을 더 뽑기 위해 매년 교원 신규채용의 6.8%(2020년 기준 858명)를 장애지원자에게 할당해도 의무고용률이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다. 앞으로 매년 900명씩 7년을 더 뽑아도 3.4%를 채울까 말까다. 그런데 목표치가 더 오른다니 교육계에선 ‘악’ 소리가 나온다. 교육계가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일종의 ‘벌금’ 격인 장애인 고용분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명이 미달될 때마다 연간 적게는 1300만 원에서 많게는 2150만 원을 내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장애교원을 뽑지 못해 낸 돈은 총 385억 원이다. 교육부문 장애인 고용이 전 분야 꼴찌다 보니 학생 교육에 써야 할 385억 원이 고용분담금으로 나간 셈이다. 국공립대도 장애를 가진 교수를 못 뽑으면 ‘벌금’을 낸다. 한 국립대는 지난해 교내 장애학생 지원에 8000만 원을 썼는데 정작 ‘벌금’으로는 1억2000만 원을 냈다. 이 돈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벌금만 늘어나니 결국 장애학생 지원금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교육계의 벌금은 장애인 고용기금으로 들어가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사업장 지원에 쓰인다. 고용부로서는 의무고용 목표치도 높이고 고용기금도 확보하니 실속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장애교원 고용을 늘리는 데 도움을 못 준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진실로 교육계에 장애교원을 늘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교육 분야의 ‘벌금’만큼은 고용기금이 아닌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기금에 쓰이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모든 장애학생이 집 근처에 있는, 원하는 특수학교에 진학해 질 높은 교육을 받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꿈을 제한하지 않도록 집중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그렇게 20년만 투자하면 교·사대에 진학하고 박사까지 끝낸 장애학생들이 다수 배출돼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럼 장애인 고용률 3.8%가 아니라 13.8%도 이뤄낼 수 있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어떻게 보면 선배님들이 후배들에게 너무 큰 짐을 남긴 거죠. 이건 뭐 방법이 없잖아요.” 언젠가 교육부 관계자가 이렇게 토로했다. 대학에 갈 학생 수는 하염없이 줄어드는데 대학만 남아도는 현실을 두고 한 얘기였다. 그가 말한 ‘선배님’이란 1996년 당시 김영삼 정부 기조에 발맞춰 일명 ‘대학설립준칙주의(준칙주의)’를 도입했던 교육부 관료들을 지칭한 것이었다. 준칙주의 도입 이전 국내에서는 까다로운 인가를 거쳐야 대학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계에 대졸 인력이 부족하고 재수, 삼수생이 넘쳐나니 대학을 더 만들자”는 논리에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준칙주의가 도입됐다. 지금 보면 황당할 정도로 근시안적인 이 제도로 인해 2011년까지 60개가 넘는 대학이 생겼다. ‘교육부 선배님들’은 대학 설립 문만 열었지 관리 감독은 뒷전이었다. 전국 곳곳에 등록금만 받고 교육은 뒷전인 ‘횡령대학’이 나와도 제대로 감사조차 안 했다. 아니, 오히려 일부 관료는 ‘교피아’(교육부 마피아)란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을 권력의 발판 삼아 뇌물을 받는 등 기생했다. 덕분에 부패 사학들은 더욱 세를 불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초저출산 시대가 열렸다. 계속 많을 줄 알았던 학생 수가 ‘반타작’ 났다. 지금 40대 초반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본 2000년 즈음엔 응시자 수가 87만 명에 달했다. 지난해는? 43만 명이 안 된다. 올해 지방대들은 그 타격을 온몸으로 받았다. 2년 전 7400명 수준이던 미충원 규모가 올해 4만 명대로 급증하며 충원율이 70% 밑으로 떨어진 지방대도 나왔다. 3년 뒤 미충원 규모는 10만 명을 넘게 된다. 지난해 신생아는 고작 27만 명. 이들이 대학에 가는 17년 후는 그야말로 ‘노답’이다. 뒤늦게 교육부는 20일 “지방대는 물론이고 수도권대도 정원 감축을 하라”고 칼을 빼들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학생들의 선택을 못 받는 경쟁력 없는 대학만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럼 지방대부터 죽는 게 문제다. 정부에는 무너진 지방대를 뒷감당할 능력이 없다. 학생들이야 인근 대학에 편입시킨다 쳐도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명인 교직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이들로 인해 돌아가는 지역 경제는 부양할 방도가 없다. 지방대가 무너지면 연금을 낼 교직원이 줄어 가뜩이나 ‘2029년 적자설’이 나오는 사학연금도 흔들릴 수 있다. 대학의 너른 부지와 텅 빈 건물도 골치다. 옛날부터 교육계엔 ‘대학 건물은 복도도 넓고 방도 많아 요양원으로 쓰기 딱’이란 우스개가 있었는데 20일 한계대학 청산 방안에는 정말로 대학을 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하는 안이 담겼다. 쪼그라드는 인구, 쪼그라드는 대학, 쪼그라드는 국가의 미래를 보며 ‘교육부 선배님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모두가 ‘고통 분담’을 강요받는 지금, 연금을 수령하며 잘 살 그들은 어떤 고통을 분담하고 있나. 정책실명제가 그때도 있었더라면 과연 얼굴이나 들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후세에 고통을 떠넘기는 정책을 만들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비서실장이 교육감인가.’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읽다가 든 생각이다. 보고서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특별 채용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정황이 상세히 담겨 있다. 그런데 여기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상으로 주연급 역할을 한 것으로 기록된 인물이 있다. 바로 조 교육감의 비서실장 한모 씨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2017년부터 조 교육감에게 자신들이 특정한 해직 교사들을 특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조 교육감은 특채를 추진하려 하지만 담당 국·과장들이 ‘그건 안 된다’며 반대한다. 그러자 조 교육감은 실무 직원에게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으라’고 말한다. 이때부터 담당 과장, 국장, 부교육감 등 중간간부를 모두 ‘패싱’한 특채가 시작된다. 한 비서실장은 전교조 간부 출신으로, 2016년부터 서울시교육청에 들어와 정책보좌관, 선거본부장 등 다양한 자리를 오갔다. 감사원은 그에 대해 직무상 채용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데도 인사담당 직원을 직접 지휘했고, 심사위원 구성조차 절차를 무시한 채 자신의 지인들로 채워 넣었다며 경징계 이상을 요구했다. 어떻게 비서실장이 이럴 수 있나.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비서실장이 논란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5년 전에도 조 교육감의 최측근인 조모 비서실장이 급식시설 공사와 관련해 특정 학교에 특별교부금 22억 원이 배정되게 하고 담당 건설업체로부터 5000만 원의 뇌물을 받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결국 징역 6년형을 받았다. 당시 더 논란이 된 건 비서실장의 ‘의원면직’(사표 수리) 과정이었다. 원래 공무원의 사표는 비리나 징계에 연루돼 있지 않은지 사전 조회한 뒤 이상이 없어야 수리가 된다. 그런데 조 비서실장은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이라고 서울시교육청에 통보를 했는데도 면직 처리가 됐다. 알고 보니 인사 담당 여직원은 해당 공문을 받고도 이를 담당 과장과 부교육감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중간간부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면직을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일은 조 교육감이 핀란드 출장 중일 때 일어났다. 교육감이 ‘꼬리 자르기’를 한 건지 아니면 정말 몰랐던 건지, 또 교육감이 없는 동안 이 모든 걸 지휘한 자는 누구인지를 두고 교육계의 뒷말이 무성했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묵인했거나 지시했다면 조 교육감도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었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일련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맞나 싶을 정도다. 조직의 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나 원칙이 작동하지 않고, 교육감의 방조 아래 전교조나 진보 정치권에서 넘어온 몇몇 ‘실세’ 간부의 월권이 횡행하는 곳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매년 10조 원의 예산과 10만 명의 교직원 인사를 관장하는 서울시교육청의 민낯이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한국수학교육학회는 초중고교생의 수학 성취도를 확인하고 이공계 우수 인재의 육성을 돕기 위한 제42회 한국수학인증시험(KMC 예선)이 6월 13일 시행된다고 14일 밝혔다.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KMC는 초3부터 고3 학생까지 응시할 수 있으며, 상위 15% 학생에게는 한국수학경시대회(KMC 본선) 진출권이 부여된다. 또 결과에 따라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이 수여되며 최우수학교장 및 지도 교사에게는 동아일보 사장상이 수여된다. 원서 접수는 다음 달 2일(일)까지 진행되며 전국 종로학원하늘교육 학원이나 인터넷에서 가능하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올해 서울 A대 신입생이 된 김모 씨의 ‘대학 생활’ 이야기가 짠하다. 3월 개강 후 그의 하루는 대체로 이렇다고 한다. 일단 집에서 밥을 먹고 노트북 컴퓨터를 챙겨 집 앞 카페로 간다. 거기서 동네 친구들을 만난다. 이들은 함께, 그러나 각자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 접속해 수업을 듣는다. 그러다 다시 집으로 헤어진다. 말이 대학 생활이지 거의 ‘동네 생활’ 내지는 ‘가정 생활’이다. 일생에 한 번뿐일 대학 새내기의 봄이 이렇게 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이 시대의 캠퍼스 라이프를 그야말로 ‘동결 건조’시켰다. 대학의 목적이 전공 공부를 하고 학점을 따는 것에만 있다면 차라리 쉬웠을지 모른다. 세련된 동영상 강의를 ‘버벅거림’ 없는 초고속 랜선에 올려 태우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란 공간을 입시 전문 단과학원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대학의 진짜 의미는 ‘인간 확장’에 있다. 대학은 스무 살이 돼 어른의 문을 연 청년들이 처음으로 내가 속한 교실, 내가 다니던 학교,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는 곳이다. 기존에는 만날 수 없던, 다양한 곳에서 온 다채로운 배경의 인간 군상을 만난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생경한 사투리 속에 서로 다르게 살아온 각각의 배경과 사연을 알아가며 내가 몰랐던 인생의 스펙트럼을 이해한다. ‘스스로의 알을 깨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대학에서 얻는 가장 소중한 가치다. 대학에서 맺은 관계는 때로 평생 인연이 된다. 학문적 내용을 함께 이해하고 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같이 하며 ‘솔메이트’, ‘학문적 동지’, ‘사업 파트너’ 등 다양한 관계가 생성된다. 실제 대학을 매개로 태어난 기업은 셀 수 없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대학의 사회적 가치다. 코로나19가 대학 교육에 끼친 가장 나쁜 영향은 이 같은 인간과 사회의 화학적 발전을 파괴한 데 있다. 최근 본보와 인터뷰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 역시 “대학은 사회적 교류도 중요한데 학생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는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죽하면 서울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신속 분자진단 검사 등을 써서라도 대면수업을 늘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사 신뢰도 논란에다 대학 내 집단감염마저 계속되고 있어 언제 대면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백신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초여름까지 모든 성인이 백신을 접종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 그렇게 되고 있다. 덕분에 미국 대학들은 요즘 가을학기 계획 짜기에 한창이다. 코넬대, 브라운대, 럿거스대 등 여러 대학이 대면수업을 전제로 모든 학생에게 가을학기 시작 전 백신 접종 완료를 요구했다. 접종을 증명하면 기숙사 입소를 허용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를 면제해 주겠다는 대학도 있다.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한 한국에서 대학들의 가을 상황은 어떨까. 여전히 대학생들이 달랑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동네 생활을 이어가는 건 아닐까. 대학이 미래의 국력이라면, 두 나라의 미래는 아주 달라질 수밖에 없다.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엄마! 지금 몇 분이야?” 초2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 씨는 요즘 속이 탄다. 아이가 올해 2학년이 됐는데도 아직 시계 읽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시계 읽기는 초1 수학에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를 거의 못 갔고 아이는 여전히 분 계산을 헷갈려 한다. 맞춤법도 심각하다. ‘눈아(누나)’, ‘노랏따(놀았다)’, ‘개산(계산)’…. 강 씨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과외를 알아봐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본보가 지난해 보도한 ‘코로나가 바꾼 학교―중간이 사라진 교실’ 시리즈에서 “지금 아이들 학력격차가 큰일이니 교육당국이 빨리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게 이미 8개월 전이다. 하지만 올해도 학부모들 태반은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새 학기 들어 등교 일수와 실시간 수업 시간이 늘긴 했다. 하지만 그뿐. 지난 한 해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과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특히 수학처럼 위계가 있는 학문은 앞을 모르면 뒤를 배울 수 없는데도 그렇다. 예컨대 초등의 경우 초1 때 수 개념을 익히고 두 자릿수까지 덧셈 뺄셈이 돼야 초2 때 나오는 세 자릿수 계산 및 곱셈을 이해할 수 있다. 초2 과정을 모르고 초3으로 넘어오면 연달아 이어지는 나눗셈 곱셈 및 시간 계산, 분수와 소수를 소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올해 정책은 지난해 생긴 교육 구멍까지 메워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 학부모는 “며칠 전 줌(Zoom)으로 열린 학부모 총회에서 선생님도 ‘막상 2주 수업을 해보니 너무 심각해서 고민’이라고하더라”고 전했다. 전국 교실마다 이렇게 새 학년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아이들이 존재하는데 왜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 어느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지 않을까. 교육부는 언제나 “초중고 교육은 교육청 소관”이란 입장이다. 한번쯤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법도 하건만 교육계의 수장은 어디로 갔는지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교육청은 현장에서 원치도 않는 협력교사 몇몇을 보내고 생색을 내거나 “학교 자치”를 외친다. 학교들은 “현장은 코로나19 대응만도 벅찬데 무슨 소리냐”고 답답해한다. 많은 맞벌이 가정과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교 수업 전후로 돌봄교실을 이용한다. 이때를 활용해 교사들이 돌아가며 보충수업을 해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돌봄은 돌봄교사가 할 일’이라는 교직사회의 선 긋기는 철벽처럼 공고하다. 덕분에 아이들은 홀로 색칠공부를 끼적이거나 색종이만 접는다. 교육계 어른 중 누구 하나 내 자식처럼 붙잡고 챙기려는 이 없는 개탄스러운 현실 속에 안쓰러운 아이들만 배움의 터전 밖에 덩그러니 남았다. ‘코로나 교육 구멍’을 방치한 후유증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수년 후 아예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학교생활을 놔버리는 아이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 가서 아이들을 탓하지 말라. 아이들이 학교를 버린 게 아니다. 공교육이 아이들을 버린 것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인촌기념회(이사장 이용훈)는 2021학년도 1학기 장학생으로 대학생 34명과 고교생 12명을 선발해 4일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인촌기념회는 일제강점기 민족교육운동을 벌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리기 위해 1967년부터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과 고교생은 3880여 명에 달한다. 이 이사장은 장학생들에게 “우리 민족이 어려웠던 시기 인촌이 이룬 업적은 경탄스러운 것”이라며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공부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인촌장학생동문회(회장 오세정)는 회원들이 모금한 장학금 530만 원을 이날 인촌기념회에 전달했다. 대학 시절 인촌기념회에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한 인촌장학생 동문들은 2011년부터 매년 기부금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글로벌영재학회가 주관하고 동아일보·성균관대가 후원하는 ‘제41회 전국 초중고교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가 5월 2일 전국 각 고사장에서 실시된다. 영어와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본 시험은 초1부터 고3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영어는 초3부터 응시 가능하다. 참가 원서는 이달 8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인터넷 또는 전국 하늘교육 영재교육원에서 제출하면 된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횡단보도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잠시 뒤 초록불이 켜지자 길을 건너기 시작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이 10m 떨어진 곳에 하얀 페인트로 새 횡단보도를 그린다. 그리고 말한다. “이봐, 당신! 횡단보도는 여기야. 왜 무단횡단을 하는 거야?” 황당해진 사람이 말한다. “제가 길을 건너기 시작할 땐 분명 여기가 횡단보도였는데요?” 그러자 경찰은 말한다. “지금 더 나은 교통 환경을 만들겠다는 내 뜻에 반항하는 거야? 역시 문제적 인간이군. 당신은 통행 실격이야!” 이게 웬 콩트인가 싶지만 때로 우리 사회에서 콩트는 현실이 된다. 단, 사람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로, 횡단보도를 자사고 평가지표로, 경찰을 서울시교육청으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하면 수년간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8일 서울행정법원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이 배재고와 세화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이 두 학교를 포함해 총 10곳의 자사고가 ‘평가점수 미달’이라며 지정을 취소한 바 있다. 법원은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평가를 하면서 갑자기 예고도 없이 기준을 바꿨고 원래 제시한 커트라인보다도 10점을 올렸다. 이는 교육감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 “자사고는 국가가 고교 교육 다양화가 필요하다면서 만든 것인데 갑자기 이를 바꾸면 국가의 교육시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자사고가 문제라면 제대로 운영되게 이끌라”는 취지의 제언도 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사법부 따윈 아랑곳없는 입장문을 내놨다. “퇴행적 판결”이라는 격한 표현과 함께 “고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나의 교육철학은 법보다도 우월하다’는 초법적 세계관마저 느껴졌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두 달 전 학부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경원중 혁신학교 전환 논란’을 포함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무리한 혁신학교 확대 전략도 이해가 간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이럴진대 교육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진 학생, 학부모의 의견이 뭐 대수겠는가. 당시 학부모들은 “우리가 원치 않는데 혁신학교 전환이 웬 말이냐”고 반발했지만 전환은 강행됐고, 급기야 학부모들은 칼바람 속에 거리에서 연판장을 돌리고 경찰이 둘러싼 가운데 밤샘 대치까지 벌였다. 학교 앞에 붙어 있던 ‘니들 자식 과고·외고 내 자식은 혁신학교’라는 플래카드는 진보 교육의 이중성을 꼬집고 있었다. 진보 교육이 아무리 소중한 가치를 지향해도 이를 표방하는 이들이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무조건 나쁘다’는 극단적 흑백논리와 자기확신, 우월주의에 빠져 정책을 밀어붙이면 교육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 좋다는 모든 정책에서 ‘내 자식은 빼고’라는 이중성까지 드러낸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마음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학교든 그 안엔 똑같이 소중한 학생들이 있다. 교육정책이 사람을 잊은 정치싸움이 되면 안 된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차장 imsun@donga.com}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지난해 10월부터 100일 간의 취재를 통해 전한 ‘환생: 삶을 나눈 사람들’ 시리즈 보도가 9일로 마무리 됐다. ‘환생’은 취재진에게도 기자이기에 앞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감사와 사랑, 존경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기획이었다. 1화부터 6화까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장에 설 때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또 어떻게 떠날 것인가’에 대해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보면 환생은 우리 모두가 매일 해야 하지만 잊고 사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환생 1화를 통해 소개된 손봉수·현승 형제의 사연을 따라갔던 첫날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한 달여의 사전취재를 거쳐 히어로팀의 보도주제를 장기기증으로 최종 결정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가을날이었다. 취재 협조를 요청해뒀던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코다)에서 급히 전화가 왔다. “기증의 모든 과정에 대해 취재를 허락한 기증 유가족이 있다. 이런 경우는 10년 만이다. 바로 부산으로 갈 수 있느냐”는 전화였다. 사실 정식 현장취재에 들어가기 전 진행했던 여러 사전 인터뷰에서 대부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보도 취지는 좋은데 과연 취재가 될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의 장기기증 발생 자체가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다 설령 기증이 이뤄지더라도 유족들이 언론 취재에 전면 동의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뭔가에 이끌리듯 정신없이 KTX를 타고 부산으로 달렸다. 우리는 현장에 도착해서야 현승 씨의 형 봉수 씨가 양산부산대병원의 폐 이식 전문의임을, 기증 전 과정 공개라는 쉽지 않은 결정이 그래서 가능했음을 알게 됐다. 동생과의 이별 앞에서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던, 의사로서 마음의 중심을 지키려 애썼던 교수님이 없었다면 환생을 보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손 교수님은 보도가 나간 뒤에도 “환생 보도를 통해 기증에 관한 인식이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존경과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취재팀의 절반이 부산에서 현승 씨의 이별을 취재하는 동안, 나머지 기자들은 서울의 곳곳에 흩어져 이식대기자 선정 과정과 이식수술 준비 과정, 수혜자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했다.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절박한 현장을 취재해 연결하고, 장기와 의료진을 따라 뛰고 또 뛰면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새벽까지 전력을 다해 달리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 3화(환생-세 번째 이야기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에서 보도했던 심장이식 수혜자 고영희 씨의 말처럼 “삶과 죽음은 비닐막 한 장 차이”였다. 현승 씨가 떠나고 한달 여가 돼 가던 때 다시 부산에 갔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현승 씨 묘소에 비석이 세워지는 날이었다. 이름 없던 묘에 손현승이라는 이름 석자가 적힌 돌덩이가 올려지자 어머니는 다시 현승 씨를 수술실 앞에서 떠나보냈던 그날로 돌아갔다. “현승아, 니가 왜 여기에 있노. 내 아들 현승아….” 덤덤한 표정으로 비석을 세우는 인부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그 때 그날처럼 펄펄 뛰며 오열했다. 환생을 취재하고 기사를 정리하는 내내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히 기록하려 노력했다. 기자의 감정이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과 생각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묘원에 와 아침부터 밤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아들 곁을 지키는 두 노부부의 수척한 등을 바라보며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어머니는 “내 아들은 추락 사고를 당해 이렇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곳으로 가고 없는데, 사고가 벌어졌던 롯데 시그니엘 부산 호텔은 아무런 사과도 없다”며 원통해 했다. 시간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을 슬픔을 괴롭게 삼키는 유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은 곳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 말미에 독자들이 남긴, 현승 씨의 명복을 비는 수천 개의 공감과 위로의 댓글이 현승 씨의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랬다.훈훈한 소식도 많았다. 환생 5화에서 보도한 조귀금 씨는 기사가 나가고 얼마 뒤 취재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남편의 장기를 기증한 귀금 씨는 현재 서울 북부지검에서 환경미화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귀금 씨는 “기사를 우연히 보신 북부지검장님이 직접 연락하셔서 ‘어떻게 이렇게 어렵고 숭고한 결정을 하셨느냐, 지검 내 여러 직원들에게 이 기사를 공유하며 함께 읽었고 감동을 나눴다’며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고 했다. 또 “주변의 많은 이들로부터 큰 위로와 귀한 사랑을 받고 보니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그때 기증을 결정한 것이 정말 잘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다”고 했다. 환생을 취재하는 100일 동안 취재팀은 현승 씨 외에도 여러 기증자의 이별을 마주했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이별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지난 12월 10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심장, 폐, 간 등을 환생의 씨앗으로 남긴 정수아 양이다. 수아를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수아의 기증이 어린 수아의 소망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아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 질병을 갖고 태어나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서울아산병원 소아병동에 자주 오랜 기간 입원해 있었다. 수아 부모님은 그 곳에서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세상과 작별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고 한다. 수아 아버지는 “그래서 나라도 장기이식을 해야지 생각했었는데 몇 년 전 기증 후 유족들에게 시신을 가져가라고 홀대했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을 접은 터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아빠와 함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던 수아가 먼저 이런 얘길 꺼냈다. “아빠. 나도 저거 할 거야. 나는 천사가 될 거야. 천사는 남들 생명을 살려주는 좋은 사람이야.” 수아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너는 몸이 아파서 못해’라고 했더니 수아가 아쉬워했어요. ‘나도 저렇게 좋은 일 하면 좋은데….’라고 말하면서.” 그 일이 있고 반년 쯤 지난 작년 11월, 수아 아버지는 회사에서 울면서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애가 이상하다. 표정이나 이런 게 수아가 아닌 것 같다. 이상하다. 느낌이 안 좋다는 전화였어요.” 회사에서 뛰쳐나온 아버지는 수아를 태우고 집이 있는 충북 충주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달렸다. 아침, 점심 잘 먹고, 아침에 출근할 때 웃으며 인사한 수아가 낮잠 한숨 자고난 뒤 그렇게 됐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늘 그랬듯 ‘별일 없어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퇴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수아가 깨어나지 못했다. “암모니아 수치가 너무 높아 투석을 했는데 하루가 지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동공반사도 없고, 통증반응도 없고…. 의사선생님께 여쭤보니 뇌가 손상된 것 같다고….” 수아가 중환자실로 들어간 뒤 부모님은 수아를 만날 수조차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지면서 중환자실 면회가 일절 금지됐기 때문이었다. 실제 취재과정에서 너무나 가슴 아팠던 것은 코로나19로 일반 중환자실은 물론 소아중환자실이나 신생아중환자실까지 대형 병원의 모든 면회가 전면 금지됐던 점이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픈 자식의 손조차 잡아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 곳 저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수아 부모님은 열흘 가까이 낮에는 중환자실 앞을 서성이다 밤에는 지하주차장에서 쪽잠을 자는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가 했던 ‘천사가 되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다. “주차장에서 아내에게 기증 얘기를 꺼냈어요. 아내는 ‘아직은 그런 거 판단하지 말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날 저녁 아내가 울면서 그러더군요. 수아가 다른 사람 살리고 몸의 일부라도 다른 사람에게 가서 살고 있으면, 어딘가에서 살아 있겠지란 생각이 들 것 같다고.” 그렇게 수아는 뇌파검사를 받고, 뇌사판정위원회에서 뇌사판정을 받은 뒤 기증할 수 있는 장기들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 “예전에 봤던 기증인 홀대 기사가 마음 쓰였는데 막상 해보니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과는 반대였어요. 어린아이인데도 장례 절차 밟을 때 존칭 써주시고, 옮길 때도 세심하게 해주셨고요. 의료진들도 ‘예쁜 딸 두고 이런 결정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함께 울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들 나 몰라라 하지 않고 함께 신경 써 주신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됐어요.” 언니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길 들은 동생의 첫마디는 “이제 언니 하늘나라 가면 안 아파?”였다. 몸이 아플 때도 항상 동생과 놀아주던, 여러 꿈 가운데 마지막 꿈은 ‘아기들 고쳐주는 소아과 의사’였던 수아의 이야기를 많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수아 아버지의 소망처럼, 아픈 몸 때문에 평범한 애들처럼 실컷 놀지 못했던 수아가 하늘에서는 낚시도 가고, 수영장도 가고, 여행도 다니며 신나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환생 2화를 통해 보도한 고홍준 군은 사전취재 단계부터 왠지 모르게 자꾸만 떠오르던 아이였다. 취재팀은 장기기증 기획을 준비하며 최근 5년간 언론에 보도됐던 모든 기증 사례를 확인했다. 그 가운데 유독 홍준이의 기증 사실이 담긴 짧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이기 이전에 엄마로서, 해맑게 웃는 홍준이 사진을 보며 ‘엄마라면, 아빠라면 홍준이의 기증 이후 소식이 얼마나 그리울까. 만약 홍준이의 일부가 어디선가 잘 지낸다는 걸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위안이 될까’하는 생각을 했다. 장기기증 관련 제도를 파악하던 중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에 일종의 예외조항이 있음을 확인했다. 장기이식법은 장기기증인 유족과 이식 수혜자가 서로를 알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공익적 목적이고 양 당사자가 동의할 경우 제한적 정보 제공을 허용하고 있었다. 사실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의 상호 정보는 이전까지 국내에서 어떤 형태로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수혜 아동을 확인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울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설령 관련 정보를 얻어 연락을 취한다 하더라도 수혜아동 부모님이 취재에 선뜻 응해 주실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식수혜자들의 경우 ‘이식인’이란 꼬리표가 평생 따라붙고 취업 등 사회생활에서 각종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를 숨기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었다. 그래도 홍준이 부모님을, 더 나아가 홍준이 부모님과 같은 처지의 기증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수혜아동의 소식을 꼭 확인해 전하고 싶었다. 홍준이 아버지와 취재팀의 첫 인터뷰에서 잊을 수 없는, 아버지의 진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워딩이 있었다. 기사에도 담겼던 이 부분이다. “그냥 건강한지만이라도 알고 싶지요. 이름도 사는 곳도 몰라도 됩니다.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초등학생인지만이라도. 그냥 우리 애 생각이 날 때마다, 홍준이의 일부를 지닌 아이라도 떠올려보고 싶어요. ‘내년엔 중학교에 가겠구나’ ‘올해 수능을 보겠네’ ‘아이고 이제 군대에 갔겠구나’. 그냥 우리 아이 커가는 것처럼···. 솔직히 욕심을 부리면, 한 번만 보고 싶죠. 한 번만 안아보고 싶죠. 그저 바람일 뿐이죠.” 부모의 마음은 다 같으니까, 진심을 다하면 통하리라 믿고 수혜자 정보를 가진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코노스)과 코다에 어려운 부탁을 드렸다. 거듭된 논의 끝에 수혜자 취재는 해당 수혜자 부모님이 동의할 경우에만 진행하며 보도는 익명을 전제로 한다는 조건 하에 마침내 심장을 받은 현우(가명)와 신장을 받은 민준이(가명) 부모님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사실 현우와 민준이 부모님으로서는 취재라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러우셨을 것이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취재에 응해주시고 요청 드린 심전도 그래프와 심장 초음파까지 전해주신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말씀을 드린다. 남들에게는 그래프 종이 한 장, 흑백의 초음파 영상 하나일지 모르지만 홍준이 부모님은 그 안에서 홍준이를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다른 많은 기증 유가족들 역시 홍준이와 현우, 민준이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가족을 다시 만난 느낌을 받으셨길 바래본다. 보도가 나간 뒤 홍준이 아버지는 취재팀에 홍준이의 생전 예쁜 모습들을 여럿 보내주셨다.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사진들이다. 홍준이가 갓난쟁이일 때부터 초등학교에 간 이후까지…. 그 중 바다에서 낚시하는 사진은 홍준이가 쓰러지기 3일 전 모습이라고 했다. 모든 장면에서 홍준이는 밝고 행복해보였다. 비록 홍준이는 이 세상에 짧게 머물다 갔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떠났다 여겨졌다. 환생을 취재한 100일은 당연한 듯 여겨지는 아무 일 없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후회 없는 인생이 되려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눠야 함을 새삼 깨닫는 기회였다. 좀처럼 사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요즘,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문득 환생의 위로가 떠오를 수 있다면 큰 보람일 것이다. 기증인과 기증인 유가족, 이식수혜자와 이식대기자, 코디네이터와 의료진, 그리고 이들을 응원해준 모든 독자와 우리 사회의 숨은 히어로들에게 환생을 바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취재하는 과정에서, 또 보도가 나간 뒤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히어로콘텐츠팀(히어로팀)이 대체 뭐냐’, ‘왜 장기기증을 보도주제로 선정했냐’는 것이었다. 동아일보 히어로팀은 지난해 동아일보가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일종의 프로젝트팀이다. 히어로팀은 각 부서에서 차출된 4~5명의 소수정예 기자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히어로팀에 소속되는 즉시 현업부서를 떠나 오직 히어로팀 보도 주제만을 취재하게 된다. 보도주제 선정이나 취재기한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다. 기자들로서는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여건 상 심도 있는 장기취재가 불가능했던 보도주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히어로콘텐츠는 이 같은 취재기자 외에도 전담 사진기자, 일러스트·그래픽 등을 맡을 뉴스디자인 담당 기자, 별도 사이트 구축을 위한 기획 기자 및 디지털 전문가, 신문 레이아웃을 위한 전담 편집기자가 함께 협업해 만들어진다. 처음 팀이 결성됐을 때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나 보도주제 선정이었다. 취재팀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는 것, 또 하나는 히어로팀이어야만 가능한 보도주제를 정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짧은 기간 안에 취재가 가능하다거나 모두가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현안이라면 굳이 히어로팀이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명의 기자가 △동시에 움직이며 △장기간의 깊이 있는 취재를 할 수 있는 만큼 이 소중한 기회를 헛되지 않게 할 보도주제를 선정하려 고심했다. 팀 내에서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모두 중요하고 가치 있었다. 그러나 3주 간의 열띤 회의와 토론, 기초 취재 끝에 우리는 장기기증을 최종 보도주제로 선정했다. 애초에 기사를 통해 ‘장기기증을 해야한다’는 말을 하려던 건 아니다. 다만, 날이 갈수록 사는 게 힘들고, 외롭고, 각박하게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을 때조차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나눈 사람들의 숭고함을 알리고 싶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죽음 앞에서만큼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순 없다. 아무리 낙심한 상황이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만큼 애끊는 순간은 없다. 그 모든 어려움이 더해진 상황에서조차 남을 위해 나누는 결정을 한 사람들.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직 살만한 곳임을,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우리는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 기댈 수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