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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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병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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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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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이란에 ‘조심하라’ 했다”… 확전 우려에 개입말라 경고

    “우리는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벌어진 중동전쟁 개전 후 처음으로 직접 이란을 지목하며 개입을 경고했다. 현재 이란을 맹주로 하는 이슬람 ‘시아파 벨트’ 내 국가들이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는 상황에서 이란의 지원 가능성을 막으려는 것이다. 일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중동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전화를 자청해 전쟁 종식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란 지목해 ‘개입 말라’ 경고한 美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미 항공모함 전대를 동지중해로 이동시켰고 더 많은 전투기를 파견할 예정이다.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하마스 공격의 배후 의혹이 있는 이란에 대해 ‘현 상황을 이용하려는 적대 세력’이라고 에둘러 표현해 왔다. 본격적인 중동전쟁으로 번질지의 길목에서 미국은 확전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우리가 여기 왔다. 우린 어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은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대한 억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급파된 블링컨 장관의 최대 임무라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11일 “더 많은 피를 흘리게 하려는 모든 국가, 조직, 개인에게 단 한마디만 하겠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직접 참전하지 않더라도 무기 제공 등 무장단체를 지원할 경우 이번 전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도 검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이란 원유 수출대금 60억 달러의 재동결 법안 추진 의지를 밝히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무엇도 테이블 위에서 치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FT는 미국이 ‘제2전선’을 막는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이란, 국교 정상화 후 첫 통화 이란의 배후 의혹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핵심 지도자들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놀랐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이번 공격을 승인하는 등 개입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CNN에 “공격 시점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란은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 인지하고 ‘그린라이트’를 줬다”고 말했다.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은 외신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동맹국에 공격 시점은 알리지 않았다”면서도 “헤즈볼라, 이란, (저항의) 축과 공격 전후 최고위급 수준에서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중동 패권국 지위를 놓고 견제하던 사우디와도 접촉해 ‘이슬람권 연대’로 뜻을 모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전쟁 종식의 필요성과 이슬람 통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중재로 7년여 만에 양국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 처음 나눈 통화다. 하마스보다 전력이 강한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수준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참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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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탱크-헬기 접경 집결… 지상전 임박

    이스라엘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경계를 탱크, 장갑차 등으로 에워싸며 지상군 진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지상군이 투입되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악 그 자체(sheer evil)’라고 규정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11∼13일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보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우리 군에 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 전면적 공격을 가하겠다”며 지상군 투입을 시사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지구와 인접한 ‘232번 도로’를 지났고 군 헬리콥터가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 인근에 막사를 설치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9일 밤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 향후 72시간 동안 버틸 음식, 물 등을 충분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또한 지상전 임박을 알려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세계 곳곳에 있는 예비군 병력 36만 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확전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향후 전개될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전 개시로 민간인 안전이 우려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 이집트 등과 대피 통로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이날에도 시리아, 레바논 등 인접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또한 하마스 지원에 나서는 등 이번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 외교장관은 11일 쿠웨이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및 전쟁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과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배치 명령을 받은 미 항공모함 ‘제럴드포드’는 10일 목적지인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인질 구출 전문가 및 특수부대도 파견하기로 했다. 11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양측 합계 사망자는 최소 3775명을 넘어섰다.이스라엘 “영유아 시신 40구 발견”… 하마스, 집단학살 의혹 [중동전쟁]이스라엘軍, 가자 인접 집단농장서살해된 민간인 시신 발견 참상 공개하마스측 “아이들은 공격 목표 아냐… 거짓 이야기 믿으면 안돼” 부인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영유아를 포함한 민간인을 잔혹하게 집단 학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불과 3km 떨어진 ‘크파르아자’ 집단농장(키부츠)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났다며 참상을 공개했다. 하마스 측은 11일 알자지라에 “아이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는다. 거짓말과 비방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믿으면 안 된다”고 부인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장 수습에 동원된 이스라엘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키부츠에서만 최소 40구의 영유아 시신이 발견됐다. 이를 포함해 최소 100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키부츠에 들어간 미 뉴욕타임스(NYT) 취재진은 곳곳에서 시신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수색 과정에서도 아기 등 온 가족이 집 안에서 총에 맞아 몰살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다. 피 묻은 아이 옷과 유모차, 집 바닥의 흥건한 피 등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옷이 벗겨진 채 길거리에 버려진 여성 시신 또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버려진 시신들이 빠르게 부패해 일대에 악취 또한 진동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일부 시신은 아직 수습조차 되지 못해 겨우 담요만 덮은 채 눕혀져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서 머리가 잘린 아기 시체까지 발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도 떠돌고 있다. 하마스가 자신들의 습격을 피해 집 안으로 대피한 민간인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불태워 숨지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키부츠 내 집 여러 채가 그을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인근 베에리 키부츠에서도 최소 10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시신 수습을 진행한 현지 구호단체 ‘자카’ 관계자 또한 유아 시신이 발견됐다며 전쟁 범죄 의혹을 제기했다. 하마스는 침공 당일인 7일 두 키부츠를 포함해 20여 개 도시와 마을에 침투했으나 현재 대부분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생존 주민의 증언 및 동영상, 해당 지역의 방범 카메라 등을 토대로 이번 학살의 증거를 제시했다. 크파르아자에서 시신 수습에 나섰던 한 관계자는 NYT에 “이것은 전쟁이 아닌 대학살”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의 조부모 세대가 겪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하마스를 규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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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하마스는 惡 그 자체”… 시리아측, 이스라엘 공격 가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악(惡) 그 자체(sheer evil)’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전선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 시리아 등 인근 시아파 이슬람 국가들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레바논에 이어 시리아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포탄이 발사됐고, 이스라엘이 11일 포탄 등으로 이에 반격하는 등 교전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의 다른 아랍 국가나 무장단체들이 전쟁을 악용할 경우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며 미군의 직접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 “바이든, 가장 강경한 메시지로 연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악 그 자체가 세상에 풀려날 때가 있다”며 “피에 굶주린 하마스의 잔인한 공격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악의 광란 행위와 닮았다”고 비판했다. 약 10분간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악’ ‘역겹다’ ‘혐오스럽다’ 같은 강경한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을 향한 테러와 관련해 역대 미 대통령 연설 중 가장 강경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분노의 연설’은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이 전쟁에 추가 개입하거나 이란 등이 무기를 지원하는 양상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가 10일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한 데 이어 이번 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해역으로 추가 전개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대응)를 위해 항공모함을 움직이지 않았다”며 “전쟁을 확대하려는 국가나 행위자에 분명한 억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란 배후설’에 대해선 “이란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이번 공격에 공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내 다른 세력이) 현 상황을 악용한다면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아파 벨트’로 확전 조짐 미국의 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란, 이라크와 함께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레바논, 시리아 일대에선 확전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4차례 전쟁을 치른 ‘앙숙’ 시리아 영토에서는 10일 이스라엘로 박격포가 날아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대포와 박격포로 발사 원점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 발발 뒤 양측 간 교전은 처음이다. IDF는 11일에는 레바논 측의 대전차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 압델말리크 알 후티와 이라크 시아파 정치 단체 수장 하디 알 아미리도 10일 “미국이 가자지구 문제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공격한 바 있다. ‘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은 아랍권 국가들에 ‘반(反)이스라엘’ 진영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쿠웨이트 정부 측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가자지구 포위망을 허물고 더 심각하게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중동전쟁에 더 많은 아랍국이 개입하는 전선 확대를 요청한 것이다. 이번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하마스 양측을 비판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튀르키예도 “미국의 지원은 가자지구의 대량학살만 불러올 뿐”이라며 미국 비판에 가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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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 임박… 탱크 접경 집결

    이스라엘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경계를 탱크, 장갑차 등으로 에워싸며 지상군 진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지상군이 투입되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순전한 악(Sheer Evil)’이라고 규정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11일 이스라엘로 급파해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우리 군에 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 전면적 공격을 가하겠다”며 지상군 투입을 시사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지구와 인접한 ‘232번 도로’를 지났고 군 헬리콥터가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 인근에 막사를 설치했다.이스라엘 당국이 9일 밤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 향후 72시간 동안 음식, 물 등을 충분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또한 지상전 임박을 알려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세계 곳곳에 있는 예비군 병력 36만 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고 전했다.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확전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향후 전개될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에도 시리아, 레바논 등 인접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또한 하마스 지원에 나서는 등 이번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의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 의혹이 제기된 이란의 외무장관은 11일 쿠웨이트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지구 봉쇄와 전쟁 범죄에 심각한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이란 타스님 통신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과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배치 명령을 받은 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은 10일 목적지인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인질 구출 전문가 및 특수 부대도 파견하기로 했다. 11일 CNN 등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양측 합계 사망자는 최소 365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각각 1200명, 950명이 희생됐다. 이스라엘이 발견한 하마스군 시신 또한 1500명이 넘는다.바이든 “하마스는 완전한 악”… 시리아, 이스라엘 포격 가세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악 그 자체(sheer evil)’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전선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 시리아 등 인근 시아파 이슬람 국가들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레바논에 이어 시리아 영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포탄이 발사됐고, 이스라엘이 11일 포탄과 대전차로 이에 반격하는 등 교전이 벌어졌다. 미국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 다른 아랍국가나 무장단체들이 전쟁을 악용할 경우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며 미군 직접 개입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 “바이든, 가장 강경한 메시지로 연설”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악(惡) 그 자체가 세상에 풀려날 때가 있다”며 “피에 굶주린 하마스의 잔인한 공격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IS) 최악의 광란 행위와 닮았다”고 비판했다. 약 10분 간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악’ ‘역겹다’ ‘혐오스럽다’ 같은 강경한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을 향한 테러 관련해 역대 미 대통령 연설 중 가장 강경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분노의 연설’은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지하드(PIJ)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이 전쟁에 추가 개입하거나 이란 등이 무기를 지원하는 양상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 항공모함 ‘제럴드포드’가 10일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한 데 이어 이번 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 전단을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 해역으로 추가 전개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대응)를 위해 항공모함을 움직이지 않았다”며 “전쟁을 확대하려는 국가나 행위자에 분명한 억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란 배후설’에 대해선 “이란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이번 공격에 공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내 다른 세력이) 현 상황을 악용한다면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 ‘시아파 벨트’로 확전 조짐미국의 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란, 이라크와 함께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레바논, 시리아 일대에선 확전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4차례 전쟁을 치른 ‘앙숙’ 시리아 영토에서는 10일 이스라엘로 박격포가 날아왔다. 이스라엘방위군(IDF)는 이날 “대포와 박격포로 발사 원점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 발발 뒤 양측 간 교전은 처음이다. IDF는 11일에는 레바논 측의 대전차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 지원을 받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 압델 말렉 알 후티와 이라크 시아파 정치 단체 수장 알 아미리도 10일 “미국이 가자지구 문제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레바논에 기반을 둔 헤즈볼라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점령지를 공격한 바 있다. ‘배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은 아랍권 국가들에 ‘반(反)이스라엘’ 진영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이안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쿠웨이트 정부 측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가자지구 포위망을 허물고 더 심각하게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사실상 중동전쟁에 더 많은 아랍국이 개입하는 전선 확대를 요청한 것이다.이번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하마스 양측을 비판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튀르키예도 “미국의 지원은 가자지구의 대량학살만 불러올 뿐”이라며 미국 비판에 가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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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 빅5 “이스라엘 지지” 밝혔지만… 美 무기지원, EU는 관망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동전쟁에 서방 국가들이 미묘하게 이견을 보이며 엇갈리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는 이스라엘에 대한 원칙적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무기 지원을 두고는 미국과 유럽이 온도차를 나타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금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돌연 이를 철회하는 등 분열하는 조짐도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한목소리를 냈던 서방 진영이 이번 전쟁에는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데 국제사회의 구심점이 돼야 할 유엔마저 즉각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스라엘 지원에 미-EU ‘온도차’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9일(현지 시간) 전화 회의를 한 뒤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으며 규탄 받아야 한다”며 “만행으로부터 자국과 국민을 보호하려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 무기 지원 등을 두고 미국과 유럽은 온도차를 보였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군수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 중부사령부를 포함해 이스라엘에 신속하게 제공될 수 있는 무기와 군수품 재고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미국인이 최소 11명 사망했다”며 “나는 우리 팀에 이스라엘 당국자들과 인질 위기의 모든 면에 대응해서 협력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유럽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주EU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유럽의 지원을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EU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올리버 바르헬리 EU 위원은 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6억9100만 유로(약 9859억 원)의 지원금 지급 여부를 검토하며 모든 지급을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EU는 이날 늦은 밤 보도자료를 배포해 “지원의 조정 여부를 동등하게 검토할 것이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된다”고 지급 중단 철회를 공식화했다. 프랑스 역시 10일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지원을 중단하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극성의 새 시대… 美, 지배세력 아냐”EU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이번 충돌을 두고 삐걱거리는 이유는 회원국 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주민의 자치권 수호 운동에 대한 지지가 미국보다 유럽 국가에서 높은 편이라 각 정권에서 여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여론조사 기업 유고브가 올 7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유럽인들이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한 축인 EU가 분열되는 와중에 유엔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일 성명을 통해 “즉각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을 석방하라”고 하마스에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발표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식 협의에서 참가국들은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민간인에 대한 모든 공격을 규탄한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부대사는 회의 직후 “분명한 것은 모두가 하마스를 규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규탄을 안 한 게) 누군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에 대해 “다극성이란 새로운 질서로 전환되는 가운데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지배적 세력이 아니다”라고 평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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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마스 “폭격땐 인질 처형”… 이 “가자 진입 불가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은 전방위 보복을 선언하며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격해 올 때마다 납치한 인질들을 1명씩 처형하겠다며 ‘인간 방패’ 전술을 실행할 태세여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9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하마스의 행태는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같다. 하마스는 가혹하고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암살 작전에 곧 착수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10일 기준 이스라엘에선 최소 900명이 사망하고 24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7일 기습 침투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약 150명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어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도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부상을 당해 양측 사망자가 16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마스는 인질 살해 협박으로 맞서고 있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우리 민간인을 공격할 때마다 붙잡고 있는 인질 중 한 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극단적인 보복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등 서방 내에서도 단일대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 정상들은 9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회원국이 입장 차를 드러내자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엔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도 우려된다”는 양비론 속에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도출에 실패했다.하마스 “폭격에 인질 4명 사망”… 이 “하마스 지휘부 제거할것”보복전 치닫는 이-팔 전쟁하마스, 인질 ‘인간 방패’ 내세워 위협… 이 “인간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어”가자지구 봉쇄… “전기-식량 없을 것”지상전 초읽기… 민간인 희생 등 부담 “하마스와의 대결은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다. 문명 세계가 이슬람국가(IS)를 패배시킨 것처럼 하마스를 패배시킬 것이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아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란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 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 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광영 기자 neo@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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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이스라엘, 관계 악화에 ‘정보전 참패’… 뒤늦게 “정보 공유 확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정보 참사’라는 지적을 받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보 공유 확대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에 이스라엘이 반대하는 등 양국이 갈등하며 정보 공유가 축소된 게 이번 실패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하마스에 구금된 미국인 인질과 관련해 “미 정부 전반에 걸쳐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 배치를 포함해 모든 측면에서 이스라엘 측과 협력하도록 우리 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NBC방송은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위성사진과 감청정보 등의 공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 정보기관이 정찰위성을 통해 수집한 이민트(IMINT·영상정보)와 시긴트(SIGINT·신호정보)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세계 최고 첩보기관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모사드는 물론 미 중앙정보국(CIA)이 하마스의 전면 공격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이번 정보전 실패 원인으로 양국 관계 악화를 꼽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정보기관은 협정을 맺고 도·감청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해 왔다. 이란, 레바논을 비롯한 중동 주요 거점 휴민트(HUMINT·인간 정보망)가 붕괴되자 미국은 현장 정보원이 수집하는 테러단체 움직임 같은 기밀정보를 사실상 이스라엘에 의존하는 대신 광범위한 도·감청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타결 때도 반대했던 이란 핵협상을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복원하겠다고 내세우자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줄였다. 미 정부 당국자는 NBC에 “우리는 하마스 움직임을 추적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공격 임박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를 미국과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을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미뤘던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은 중동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들이 이란을 견제하도록 하는 역외 균형 전략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사우디의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으로 이 같은 방식의 중동 평화 구상은 수포로 돌아갈 처지다. 특히 미 정치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둘러싼 이견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중동 ‘최대 화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길어지면 유럽과 중동 2개 전선을 동시 지원해야 하는 미국은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야당 공화당이 일제히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며 이스라엘 지원을 촉구하고 나선 만큼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양면 전쟁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이번 혼란을 이용하기 위해 이란에 더욱 밀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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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 정보참사’ 논란 속 美-이스라엘 뒤늦게 정보 공유 확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정보 참사’라는 지적을 받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보 공유 확대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에 이스라엘이 반대하는 등 양국이 갈등하며 정보 공유가 축소된 게 이번 실패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하마스에 구금된 미국인 인질과 관련해 “미 정부 전반에 걸쳐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가 배치를 포함해 모든 측면에서 이스라엘 측과 협력하도록 우리 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미 NBC 방송은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위성사진과 감청정보 등의 공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 정보기관이 정찰위성을 통해 수집한 이민트(IMINT·영상정보)와 시긴트(SIGINT·신호정보)를 이스라엘에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세계 최고 첩보기관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모사드는 물론 미 중앙정보국(CIA)이 하마스의 전면 공격 움직임을 사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미국에서는 이번 정보전 실패 원인으로 양국 관계 악화를 꼽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정보기관은 협정을 맺고 도·감청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유해왔다. 이란, 레바논을 비롯한 중동 주요 거점 휴민트(HUMINT·인간 정보망)가 붕괴되자 미국은 현장 정보원이 수집하는 테러단체 움직임 같은 기밀정보를 사실상 이스라엘에 의존하는 대신 광범위한 도·감청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타결 때도 반대했던 이란 핵협상을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며 복원하겠다고 내세우자 미국에 대한 정보 공유를 줄였다. 미 정부 당국자는 NBC에 “우리는 하마스 움직임을 추적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이 공격 임박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를 미국과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중동을 외교정책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미뤘던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은 중동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들이 이란을 견제하도록 하는 역외 균형 전략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사우디의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으로 이 같은 방식의 중동 평화 구상은 수포로 돌아갈 처지다.특히 미 정치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둘러싼 이견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중동 ‘최대 화약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길어지면 유럽과 중동 2개 전선을 동시 지원해야 하는 미국은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야당 공화당이 일제히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며 이스라엘 지원을 촉구하고 나선 만큼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산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유럽과 중동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양면 전쟁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유럽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이번 혼란을 이용하기 위해 이란에 더욱 밀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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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평화 추진 이스라엘, 고립 우려한 하마스 ‘기만술’에 허찔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 하마스를 억제하고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방위 공격에 이스라엘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이 지역을 장악한 하마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이스라엘판 햇볕정책’의 효과를 과신하는 사이 평화 무드 속에 정치적 입지 위축을 우려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통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을 작전을 준비해 허를 찔렀다는 것이다.● 제재 완화 틈타 공격 준비한 하마스 이스라엘은 2021년 하마스와 무력 충돌한 ‘11일 전쟁’ 직후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완화하며 중동 평화 무드를 꾀했다. 이스라엘의 제재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이 궁핍해질수록 테러와 무력 도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였다. 우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1만5500개의 취업 허가를 내줘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월급은 가자지구 평균 임금의 4배에 달했다. 또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했던 전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하마스와 카타르의 연료 거래를 중개했다. 기대는 실현되는 듯했다. 지난해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등 이-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하마스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공격 계획을 감추기 위한 기만전술이었다. 하마스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하마스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고 믿었다”며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싸울 의향을 감추면서 대규모 작전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 기간에 아이언돔을 무력화할 로켓포 등 무기를 비축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모형까지 건설해 모의 침투 작전을 훈련했다.● 이스라엘 정치 혼란, 정보기관 취약하게 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허를 찔린 데는 첩보력과 군사력에 대한 과신도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전자 도청 시스템과 촘촘한 정보망을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하마스의 무기 거래를 수차례 사전 포착해 압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모사드 등 정보기관은 하마스 공격에 대해선 사전 첩보를 받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를 색출해낸 것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도감청 역량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내 정치적 혼란도 정보기관을 취약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사드, 신베트 같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엘리트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종교적이고 극우적인 정부에 크게 반발해 왔다”고 전했다. 올 초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산발적인 공격이 있었고 하마스 민병대도 최근 대규모 야외 훈련을 진행해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사전에 공격 징후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공격 당시 가자지구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음악축제가 열려 이곳에서만 사망자 260명이 속출하고 수십 명이 납치돼 안보불감증을 보여줬다. 이집트 정보기관 역시 이스라엘에 “조만간 뭔가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이 역시 간과됐다고 AP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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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이란 대리전’으로 번지는 중동전쟁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체를 흔드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안보조약을 맺은 이스라엘에 ‘철통 방어’를 약속하며 핵추진 항모전단 등을 급파하고, 그간 하마스를 후원해 온 이란이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승인했다는 등 배후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틀째인 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제럴드포드함과 5척의 순양함 및 구축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이스라엘로 파견했다. 또 최신예 전투기인 F-35 등 전투기 25대 안팎을 증파하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필요시 억지 태세를 추가로 강화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본거지이자 대대적 로켓 공격이 시작된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스라엘은 자국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에 인명 피해가 클 수 있어 그간 전면적인 지상전을 피해왔다. 수많은 사상자 발생은 물론이고 주변 아랍국가와의 확전을 각오하고서라도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 배후에 있다는 정황도 나타나며 전쟁이 미국과 이란 간 ‘강 대 강’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이란 지원 무장단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8월부터 격주마다 만나 이번 공격을 준비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방어를 지지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8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 지역 국가들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책임이 있다”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했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라이시 대통령이 앞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와 각각 통화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사상자는 연일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양측의 사망자는 9일 현재 1193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전쟁에서 희생된 이스라엘 민간인 수가 지난 20여 년 사이 희생된 규모보다 더 크다고 전했다. 부상자 수도 총 5050명을 넘어섰다.美, 항모전단 파견-전투기 지원 착수… “이란, 2일 하마스 작전 승인”[중동전쟁]美-이란 대리전 양상 본격화이, 지상전 앞두고 美에 무기 요청바이든, 네타냐후와 이틀 연속 통화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하마스를 돕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하는 조짐이다.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스라엘은 미국에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 요격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지원을 요청하며 전면전 채비에 나섰다. 미국은 대규모 항모전단까지 급파하며 추가 지원에 착수했다. 이란 정부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승인했다는 정황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추진 등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통해 친미 진영의 복원을 꾀해 왔다. 반면 이란은 중동의 ‘앙숙’ 사우디와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모두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미국과 이란이 각각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물러설 수 없는 대리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이스라엘 지원하는 美, 하마스 돕는 이란미국은 지상군 투입 등 전면전 채비에 나선 이스라엘의 지원 요청에 구체적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미국에 아이언돔 요격 미사일과 재래식 폭탄을 유도 기능을 갖춘 스마트 폭탄으로 바꾸는 합동정밀직격탄(JDAM), 기관총 탄약 등의 지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날 해군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함과 순양함 5척, 구축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을 이스라엘로 파견했다. 또 최신예 전투기 F-35를 비롯한 전투기 25대를 추가로 보내기로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틀 연속 통화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상황에 대한 안보팀 보고를 받은 뒤 추가 무기 지원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 의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1억 달러(약 1350억 원) 규모 대통령사용권한(PDA) 추가 무기 지원 예산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이란 지원 무장단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8월부터 격주마다 만나 이번 공격을 준비했으며 이란과 하마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사방에서 위협할 수 있는 다중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란은 하마스의 공습을 두둔했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돼 있지 않으며 순전히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한 것”이라고 배후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70년간 이어진 불법적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자행해 온 억압적 강점과 극악무도한 범죄들에 맞선 전적으로 합법적인 방어”라고 발표했다.● 미국발 ‘중동 데탕트’ 견제하려는 이란미국의 발 빠른 군사 지원은 이란이나 다른 무장단체가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오판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사태로 공을 들여온 중동 데탕트 구상이 타격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조약을 맺은 이스라엘을 ‘철통 방어’하겠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이란의 하마스 배후 지원 정황 등이 드러나며 이번 중동전쟁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전쟁은 최소 수주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대규모 항모전단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이란이나 다른 무장단체들의 하마스 무기 지원이나 직접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반면 하마스의 이번 공습 결정에는 미국 중재로 추진돼 온 사우디-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막으려는 전략적 목표가 주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권의 화해로 이른바 중동 데탕트가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 투쟁 노선을 고수해 온 하마스는 입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권의 밀착이 자국 안보와 지정학적 입지를 위협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 온 이란의 이해에도 부합한다. 이란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최소한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8일 ‘비공식 협의’를 긴급 소집해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안보리 협의를 앞두고 주유엔 이스라엘대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대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론전을 벌였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판 9·11 사태”라고 강조했다. 반면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대사는 “유혈사태를 중단하고, 봉쇄를 풀어야 할 때”라고 맞섰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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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했다 믿었지만 틀려”…하마스, 제재 완화 틈타 공격 준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 하마스를 억제하고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이스라엘군 관계자는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방위 공격에 이스라엘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이 지역을 장악한 하마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이스라엘판 햇볕정책’의 효과를 과신하는 사이 평화 무드 속에 정치적 입지 위축을 우려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통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을 작전을 준비해 허를 찔렀다. 하마스의 기만전술을 읽어내지 못한 ‘가짜 평화’가 이스라엘의 안보불감증으로 이어지면서 50년 만에 최대 안보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제제 완화 틈타 공격 준비한 하마스이스라엘은 2021년 하마스와 무력 충돌한 ‘11일 전쟁’ 직후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완화하며 중동 평화 무드를 꾀했다. 이스라엘의 제재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이 궁핍해질수록 테러와 무력 도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에 따라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전력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들에게 1만5500개의 취업 허가를 내줘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월급은 가자지구 평균 임금의 4배에 달했다. 이스라엘은 또 하루 12시간만 전기가 공급되던 가자지구에 전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하마스와 카타르의 연료 거래를 중개했다. 기대는 실현되는 듯 했다. 지난해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등 이-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격에 거리를 뒀다. 당시 하마스는 “이스라엘 점령에 대한 저항과 가자지구 주민들에 존엄한 삶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햇볕정책’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공격 계획을 감추기 위한 하마스의 기만전술이었다. 하마스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하마스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고 믿었다”며 “하마스는 전례 없는 정보전으로 이스라엘과 싸울 의향을 감추면서 대규모 작전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 기간에 아이언돔을 무력화시킬 로켓포 등 무기를 비축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모형까지 건설해 모의 침투 작전을 훈련했다.● 안전불감증에 뚫린 세계 최고 첩보망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허를 찔린 데는 첩보력과 군사력에 대한 과신도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전자 도청 시스템과 촘촘한 정보망을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하마스의 무기 거래를 수차례 사전 포착해 압수하기도 했다.그런데도 모사드 등 정보기관은 하마스의 전방위 공격에 대해선 사전 첩보를 받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를 색출해낸 것은 물론 이스라엘의 도감청 역량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이스라엘 내 정치적 혼란도 정보기관을 취약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사드, 신베트와 같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엘리트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종교적이고 극우적인 정부에 크게 반발해왔다”고 전했다. WP는 9·11테러 직전인 2001년 미국은 대선 개표 분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고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이 서로 반목하느라 정보전에 실패한 것을 예로 들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을 활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안보불감증도 문제였다. 올 초부터 서안지구뿐 아니라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산발적인 공격이 있었고 하마스 민병대가 이번 공격을 앞두고 대규모 야외 훈련을 진행한 만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사전에 공격 징후를 파악할 수도 있었다. 하마스의 공격 당시 가자지구에서 불과 5㎞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음악축제가 열려 이곳에서만 260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수십 명이 납치된 것도 안보불감증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집트 정보기관 역시 이스라엘에 “조만간 뭔가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이 역시 간과됐다고 AP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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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판 9·11”… 아이언돔-모사드 다 뚫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새벽 시간대 전방위 공격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방공망이 뚫렸다. 1973년 이집트,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 이후 50년 만의 전방위 공격으로, ‘이스라엘판 9·11테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공격에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유명한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 온 정보기관 모사드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며 전쟁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던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접경한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하며 ‘신(新)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오전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데이프는 “지구상의 마지막 점령을 끝내기 위한 가장 큰 전투의 날”이라며 ‘알아크사 홍수’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하마스TV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중·남부 일대 도시를 향해 미사일 7000발을 퍼부었다. 동시에 육로, 해상, 하늘을 통해서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해 민간인, 군인을 인질로 잡았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8일 현재 양측의 사망자가 최소 713명, 부상자는 4038명이라고 CNN,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하루 만인 8일 성명에서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쟁 돌입을 선언했다. 이어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며 철저한 응징을 예고했다. 직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고 긴급 연설에 나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정파라도 이 공격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반면 이란은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라며 하마스를 옹호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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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지원받는 헤즈볼라도 공격… 美 “이스라엘 최대한 지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전방위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8일에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박격포를 발사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는 모두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위해 추진해 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이란 대 미국 및 서방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앙숙’ 이란에는 미국과의 핵합의를 서둘러 복원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의 배후설 등으로 이 구상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7일 공격 직후 TV 연설에서 “아랍권 형제국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농장 일대에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미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이란에 돌려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에 지원했으며,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도 쓰였다는 논리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 타격미국 중재로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특히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우디와의 유대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 전반의 여론이 악화하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또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서방 주요국과 아랍권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요르단 외교장관 등과 모두 통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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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즈볼라까지 가세…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전방위 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8일에는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에 박격포를 발사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단체다. 셋 모두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 치적을 위해 추진해온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격렬히 반발해 왔다. 그런 만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이란 대 미국 및 서방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라는 또 다른 전선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이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든 ‘중동 데탕트’ 최대 위기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동시에 사우디의 ‘앙숙’ 이란에는 미국과의 핵합의를 서둘러 복원하라고 압박해 왔다. 이 같은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에서 부쩍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제어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란의 배후설 등으로 이 구상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7일 공격 직후 TV 연설에서 “아랍권 형제국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헤즈볼라는 8일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농장 일대에 박격포탄을 발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혁명수비대 장군 역시 7일 “팔레스타인이 해방될 때까지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하마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스티븐 쿡 미국외교협회(CFR) 고문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지도자인 에스마일 카니 장군이 올들어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 꾸준히 만나 왔다. 이번 공격이 그 결과일 수 있다”며 이란 배후설을 제기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미 내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한 지도자(바이든) 탓에 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최근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계기로 한국에 동결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대금을 이란에 돌려준 것을 문제 삼았다.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에 지원했으며,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도 쓰였다는 논리다.●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시도 타격미국 중재로 추진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자체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 배경에 대해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특히 관계 정상화의 대가로 미국과 방위 조약을 협상하고 있는 사우디와의 유대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 전반의 여론이 악화하면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또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서방 주요국과 아랍권의 시각 차이도 뚜렷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하마스의 공격 직후 사우디, 튀르키예(터키), 카타르, 요르단 외교장관 등과 모두 통화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미국의 기대와 달리 이스라엘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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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스라엘 지원” 이란 “하마스 전사들 지지”…서방 vs 아랍 대리전 조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감행한 전방위 공격을 두고 미국의 중재 아래 이뤄지는 중동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저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서방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반면 이란과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고 나서 이번 사태는 중동 전역으로 번질 조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까지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대외 정책에서 북핵 대응 등 한반도 사안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마스 ‘중동 데탕트’에 반발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는 이날 이스라엘 공격 이후 TV연설에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항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객체(이스라엘)는 누군가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랍권 형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알린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고 아랍 국가들에 무장 공격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지속적으로 이슬람권을 자극하며 적개심을 키운 것도 이번 사태의 요인 중 하나다. 극우 지도자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올 들어 3차례 이슬람교 3대 성지인 알아끄사 모스크에 공개 방문했다. 또한 국제사회 반대에도 팔레스타인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 확대 정책을 지속했다. 하니예는 이번 공격에 대해 “알아끄사 모스크를 지키기 위한 영웅적 싸움”이라고 했다.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8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레바논 남부 셰바농장 지대에 박격포 공격을 했다. 셰바농장 지대는 이스라엘 북부 골란고원과 맞닿은 곳으로 이스라엘은 1978년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뒤 2000년 철수한 뒤에도 이곳만큼은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돌려주지 않고 있다. ● 서방 vs 아랍 간 갈등 비화 조짐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에선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비판해온 이란의 배후 지원설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테러 선임국장을 지낸 자베드 알리 미시간대 교수는 “이란과 하마스의 오랜 관계, 공격 자금과 무기 등을 고려할 때 이란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긴급 연설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잇따라 이스라엘 지지에 나섰다.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인 라힘 사파비 이슬람 혁명수비대 장군은 “팔레스타인(하마스)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팔레스타인과 예루살렘이 해방될 때까지 우리는 팔레스타인 전사들의 편에 설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이란을 향해 “가자지구에 어떠한 방식의 개입도 미-이란 간 향후 협상을 위태롭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 ABC 방송은 전했다.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와 튀르키예, 카타르, 요르단 외무장관들과 연쇄 통화에 나섰지만 이들 국가들도 이스라엘 비판에 동참하면서 서방과 이슬람 국가들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 간 3자 협상을 탈선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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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판 9·11테러 발생”…하마스 공습에 50년 만에 이스라엘 본토 뚫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새벽 시간대 전방위 공습으로 이스라엘 본토와 방공망이 뚫렸다. 1973년 이집트, 시리아 등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욤 키푸르 전쟁’ 이후로 50년 만의 일로, ‘이스라엘판 9·11테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공습에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유명한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Iron Dome)’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해온 정보기관 모사도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스라엘은 즉각 “강력한 보복”을 천명하며 전쟁에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했던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접경한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시설 등에 대한 공격에 가세하며 ‘신(新)중동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7일(현지 시간) 오전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마드 데이프는 “지구상의 마지막 점령을 끝내기 위한 가장 큰 전투의 날”이라며 ‘알 아크사 홍수’ 작전 개시를 발표했다. 하마스TV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0분경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중·남부 일대 도시를 향해 미사일 7000발을 퍼부었다. 동시에 육로, 해상, 하늘을 통해서 무장대원이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해 민간인, 군인을 인질로 잡았다. 이번 기습 공격으로 이날 현재 이스라엘에서만 300명 넘는 주민이 숨지고 1500명 이상 다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하루만인 8일 성명에서 “우리는 길고 어려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쟁 진입을 선언했다. 이어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겠다”며 철저한 응징과 보복을 예고했다. 직후 가자지구에 공습을 단행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하마스,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중동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를 하고 긴급 연설에 나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어떤 정파라도 이 공격으로 이익을 추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반면 이란은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라며 하마스를 옹호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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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시진핑, 내달 美서 정상회담”… 반도체-대만 문제 담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대면 회담을 하기 위해 미중 당국이 실무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당국자는 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미중) 정상회담 성사가 확실시된다. 회담을 계획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의전팀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전 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에 “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회담 성사 여부는 이달 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 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시 주석과 두 번째 대면 회담이 된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핵, 대만 문제 등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지만 양측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한계선)’에 대한 인식을 교환하고 미중 협력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체 복원에 합의한 바 있다. 두 정상에게 이번 회담은 국내 정치적 리더십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정체로, 시 주석은 3기 출범 후 경기 침체와 측근들의 잇단 낙마로 위기에 놓여 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군사 분야 협력 재개를, 중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대중 견제 완화를 핵심 의제로 내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추가 반도체 수출 규제를 곧 발표할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전날 홈페이지에 ‘반도체 제조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법인 목록 수정’이라는 문서 제목을 올리며 조만간 발표를 예고했다는 것. 백악관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며,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 중국 측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정상회담인 만큼 대만 해협의 안정과 남중국해 분쟁, 북-러 무기 거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 등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위반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해왔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WP에 “두 정상 모두 국내 이슈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국제적 위기를 피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누구도 실질적 양보를 할 마음이 없는 만큼 긴장 완화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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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새 핵미사일 성공”… “방사포 필요한 러, 최근 北과 대량거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최후의 심판(doomsday) 무기’로 불리는 사거리 무제한의 대륙 간 핵추진 핵순항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3년간 중단해 온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동력을 확보하자 핵 위협 수위를 높이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분열하는 서방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 포탄 등 무기를 지원해 온 북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 중 하나인 122mm 방사포(다연장로켓포)를 이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핵 위협 카드로 분열하는 서방 압박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회의에서 “러시아는 더욱 공정한 세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전 지구를 사정거리로 한 순항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니크(Burevestnik)의 마지막 시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부레베스트니크는 핵추진 로켓을 탑재해 사거리가 무제한인 핵미사일로 푸틴 대통령이 2018년 공개한 6대 신(新)전략무기 중 하나다. 특히 지상 50∼100m의 고도로 저공 비행해 현존하는 미사일방어망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만큼 푸틴 대통령의 주장대로 미사일 시험에 성공했다면 미국과 서방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공격하면 그 누구도 생존할 수 없다”며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국제 핵실험 금지조약을 언급하며 “우리가 실제로 핵실험을 재개할지는 말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했지만, 의회 비준을 받지 않은 미국처럼 러시아도 핵실험 금지조약 비준을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다. 러시아는 1990년, 미국은 1992년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핵실험금지조약 비준을 철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다음 날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국가두마 의장은 6일(현지 시간) 텔레그램에서 “국가두마는 다음 회의에서 CTBT 비준 취소 문제를 반드시 논의할 것이다. 이는 러시아 연방 국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핵 위협 수위를 높인 것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서방 국가들의 균열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선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둘러싼 여야 대립 속에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로 추가 지원 예산 확보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北, 러에 대포 이전”… 122mm 방사포 가능성 북한은 미국의 경고에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CBS는 5일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대포 이전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무기 지원이 북-러 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조치인지, 북한이 얻게 될 대가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고 CBS는 전했다. 이 보도에 대해 미 국방부는 “국방부 대변인과 부대변인의 기존 발언 외에 추가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3일 “러시아가 최근 빠르게 대포를 늘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북-러 무기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BS 보도와 관련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일 동아일보에 “최근 북-러 간 대량으로 물자가 자주 오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지원해 온 구체적인 정황은 우리 정부가 수개월 전 이미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22mm 방사포까지 수출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에서 러시아에 가장 시급한 무기 중 하나가 122mm 방사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에도 러시아 측이 김 위원장에게 122mm 방사포 지원을 요청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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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시진핑, 내달 美서 정상회담 전망… 1년 만의 재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대면 회담을 하기 위해 미중 당국이 실무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정부 당국자는 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미중) 정상회담 성사가 확실시 된다. 회담을 계획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중국 의전팀이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전 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다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에 “회담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회담 성사 여부는 이달 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 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시 주석과 두 번째 대면 회담이 된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핵, 대만 문제 등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지만 양측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한계선)’에 대한 인식을 교환하고 미중 협력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체 복원에 합의한 바 있다.두 정상에게 이번 회담은 국내 정치적 리더십 회복을 위해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정체로, 시 주석은 3기 출범 후 경기 침체와 측근들의 잇단 낙마로 위기에 놓여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군사 분야 협력 재개, 중국은 반도체 수출통제 등 대중 견제 완화를 핵심 의제로 내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추가 반도체 수출규제를 곧 발표할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전날 홈페이지에 ‘반도체 제조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 법인 목록 수정’이라는 문서 제목을 올리며 조만간 발표를 예고했다는 것. 백악관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 방안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며,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 중국 측에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또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정상회담인 만큼 대만 해협 안정과 남중국해 분쟁, 북러 무기거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미국은 북러 무기 거래 등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위반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해왔다.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WP에 “두 정상 모두 국내 이슈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국제적 위기를 피하려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누구도 실질적 양보를 할 마음이 없는 만큼 긴장 완화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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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터차, 美의회서 “北미사일 선제타격 검토해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로 발사 징후가 있을 경우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나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가 4일(현지 시간) 개최한 ‘한반도 안보’ 청문회에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포함한 새로운 선언적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는 우리가 일본이나 하와이, 미 서부로 향하는 미사일을 격추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이는 발사된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일 수도 있고, 발사대를 공격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차 석좌는 또 “한국에 핵을 재배치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핵무기 재배치를 위한) 인프라 측면의 전제조건이 무엇이 될지 실무적인 대화를 한다면 북한뿐 아니라 동맹국에 대북 억제력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밋 롬니 상원의원(공화·유타)은 이날 청문회에서 “핵무기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북한과 맞붙어 있는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내가 한국에 산다면 (전략적) 균형이 맞지 않는 것에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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