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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가 다음 달 13일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다. 킹덤은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작품으로 뽑혔다. 지난해 1월 6부작으로 방영한 킹덤은 15, 16세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세자가 사람을 물어 죽이는 좀비 ‘생사역’을 물리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킹덤은 드라마 방영 전부터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시즌2 메인 포스터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생사역을 피해 지붕으로 대피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았다. 29초 분량의 예고편은 좀비로부터 백성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세자 이창(주지훈)과 탐욕으로 가득 찬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약초인 생사초의 비밀을 파헤치는 서비(배두나)의 생생한 모습을 공개했다.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생사역들의 비주얼은 더 강렬해지고 작품 규모도 시즌1에 비해 한층 커졌다”며 “역병의 근원을 쫓아 본격적으로 한양으로 향하는 이창의 여정과 조선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음모를 둘러싼 사투가 흥미롭게 그려진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들도 제복을 벗으면 똑같은 사람인데….’ 2017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본 노희경 작가(54)는 현장의 최전방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지구대 경찰의 고충을 다룬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노 작가가 소속된 드라마 제작사 지티스트의 이동규 대표(41)는 반신반의했다. “술 취한 사람들이 행패 부리는 것 말고 보여줄 게 있을까요?” 노 작가와 이 대표는 전국에서 가장 바쁘다는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에 도움을 청했다. 노 작가는 지구대에서 밤을 새웠고, 이 대표는 출동하는 순찰차를 자신의 차로 따라다녔다. ‘홍일지구대’ 경찰들의 성장기를 다룬 tvN 드라마 ‘라이브’는 미국 폭스사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리메이크한다.》“이런 소소한 이야기가 미국에서 먹힐까 걱정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문화권을 불문하는 공통의 정서라는 걸 느꼈죠.” 서울 마포구 지티스트 사옥에서 3일 만난 이 대표가 말했다. 10여 년간 배우 매니지먼트사에 몸담았던 그는 ‘운칠기삼’이 크게 작용하는 업계에 회의감을 느꼈다. 드라마 제작자로 전업을 결심하고 2013년 지티스트의 전신인 GT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매니저 시절 인연을 맺은 김규태 감독(52)이 영입 제안을 수락했다. 김 감독과 ‘그들이 사는 세상’ 등에서 호흡을 맞춘 노 작가도 합류했다. 지구대 경찰의 삶을 조명한 라이브처럼 지티스트는 ‘드러나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다. 지티스트의 첫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내년 하반기 방영하는 ‘히어’(가제)도 국제구호단체 직원들이 해외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한 명이라도 우리 드라마를 보고 생각을 바꾼다면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해요.” 소수자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확실한 흥행을 위해서는 화려한 캐스팅과 대규모 자본을 들여 대작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런 공식이 싫어서 지티스트를 차렸다”고 했다. 김 감독, 노 작가와 이 대표는 “돈보다 콘텐츠가 우선”이라는 면에서 의기투합했다. 철저한 취재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최대한 살린 드라마를 만들자는 지티스트만의 성공 방정식을 세웠다. 노 작가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하게 사전 취재를 했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만들 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과 가진 회의에서 약 이름까지 다 외우고 있는 노 작가를 의사 출신으로 착각한 사람도 있었다. “넷플릭스가 시청자들 눈높이를 확 높였어요. 이제 대작의 기준은 ‘왕좌의 게임’이 됐죠.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려면 캐릭터와 이야기의 세계관을 완벽하게 구축해 ‘구멍’이 드러나지 않아야 해요.” CJ ENM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이 회사 인수를 제안했을 때 이 대표의 고민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자본 걱정 없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드는 동시에 콘텐츠를 만드는 데 제약이 많아질까 조심스러웠다. 우려와 달리 노 작가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들은 ‘지티스트의 역량에 제한을 두지 말자’며 흔쾌히 동의했다. 이에 지난해 3월 지티스트는 스튜디오 드래곤의 자회사가 됐다. “수년간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등을 스튜디오 드래곤과 공동 제작하면서 저희와 CJ ENM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어요.” 지티스트는 작품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사극 ‘왕이 된 남자’와 판타지물 ‘호텔 델루나’를 제작했다. 이 대표는 “노 작가의 색깔을 담은 휴머니즘 드라마를 비롯해 장르물, 리메이크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티스트는 올해 하반기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도 선보일 예정이다. “여운이 남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 그림은 촌스러울지 몰라도 정서는 계속 살아있는 작품들이 있어요. 10대 때는 이해되지 않던 장면과 대사가 20대, 30대에 다시 보면 가슴에 와 닿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동규 지티스트 대표는…△1979년 출생△2003년 배우 매니지먼트 ‘싸이클론’ 입사. 정혜영 매니저△2011년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리퍼블릭에 이전시’ 이사.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 담당△2013년 드라마 제작사 ‘GT엔터테인먼트’ 설립.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 제작△2017년 회사명 ‘지티스트’로 변경. ‘라이브’,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 제작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오스카는 지역 축제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미국만의 축제라고 꼬집었지만 100년에 가까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할리우드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카데미상은 1927년 할리우드에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AMPAS의 사서였던 마거릿 헤릭이 트로피를 보고 자신의 삼촌 오스카와 닮았다고 말해 ‘오스카’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설과 함께 유명 칼럼니스트 시드니 스콜스키가 1934년 캐서린 헵번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언급하며 ‘오스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높이가 약 34cm인 아카데미 트로피는 전 세계 영화인들의 꿈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물자 부족으로 석고에 색칠한 트로피를 만들었어도 오스카에 대한 영화인의 열망은 변함이 없었다. 올해 92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전히 세계 영화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시상식이다. 오스카는 명성만큼이나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1940년(12회) 해티 맥대니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사상 첫 아프리카계 수상자가 탄생했지만 오스카 수상자들의 면면은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첫 아시아인 감독상은 2006년(리안 감독·브로크백 마운틴), 첫 여성 감독상은 2010년(캐스린 비글로 감독·허트 로커)에야 탄생했다. 2016년에는 제88회 시상식을 앞두고 ‘백인 위주의 오스카(#Oscars so white)’ 논란에 휩싸였다. 그해 아카데미의 남녀 주·조연상 후보 중 유색 인종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1963년 고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이후 꾸준히 오스카의 문을 두드려 왔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준익 감독의 ‘사도’,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등이 출품됐으나 한 차례도 최종 후보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생충’은 지금까지 출품된 한국 영화들과는 달리 할리우드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임에도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오스카 시상식의 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의 도전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시상식이 열리는 9일(현지 시간)이 기생충의 날이 될 수 있을까.오스카 트로피 제작과정오스카 트로피는 2016년부터 뉴욕주 주조소 ‘폴리치 탤릭스’가 3차원(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한다. 폴리치 탤릭스는 제프 쿤스, 리처드 세라 등 현대 미술가들이 작품을 의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3D 트로피 모형 위에 동과 순금을 덧입힌다. 순금이 벗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사용하는 특수 전기도금 기술이 사용됐다. 오스카 트로피 50개 제작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방탄소년단(BTS·사진)이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1위를 지킨 가수가 됐다. 빌보드는 3일(현지 시간) 방탄소년단이 소셜 50 최신 차트에서 통산 164주 1위에 오르며 최장 기간 1위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는 팝가수 저스틴 비버(26)가 2011년 3월 이래 지켜온 163주 기록을 깬 것이다. 테일러 스위프트(28주), 마일리 사이러스(21주), 리애나(21주)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소셜 50은 아티스트의 인터넷 영향력을 보여주는 차트다. 음악 데이터 분석업체 ‘넥스트 빅 사운드’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토대로 아티스트 페이지의 팔로어 수 증가세, 언급 빈도, 조회수 등을 분석한다. 넥스트 빅 사운드에 따르면 최신 집계 기간 방탄소년단 관련 페이스북 ‘좋아요’ 수는 3만2000건으로 69% 증가했고, 트위터 ‘멘션’은 총 1710만 건으로 29% 늘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치킨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 “저기 손님.” “네.” “여기서 500원 추가하시면 ‘사이즈 업’이 가능하십니다.” “사이즈 업요?” 손님의 “음…. 네”라는 대답과 동시에 우울한 멜로디는 빠른 비트로 바뀐다. 500원 더 내고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로 업그레이드하라며 상술을 펴는 직원과, 이에 말리지 않으려는 손님의 ‘대사 핑퐁’에 맞춰 멈춤과 재생을 반복하는 비트. 박자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다보면 어느새 3분 41초가 지나간다. 콘텐츠 제작사 ‘72초TV’가 지난해 선보인 ‘숏폼(짧은 형식)’ 드라마 ‘dxyz’의 에피소드 ‘두 여자와 햄버거’다. 옷 환불, 음주측정 등 일상을 소재로 한 dxyz는 지난해 에미상 ‘숏폼 시리즈’ 후보에 올랐다. 72초TV의 ‘신 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이 2018년 국내 최초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뒤 두 번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성지환 72초TV 대표(43)는 “리드미컬한 전개, 내레이션 위주의 대사, 일상적 소재”를 자기만의 색깔로 꼽았다. 수학을 전공한 성 대표는 ‘평생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공연 기획사 ‘인더비(In the B)’를 차렸다. 프랑스 숏폼 드라마 ‘bref’에서 영감을 얻어 1, 2분짜리 영상을 찍은 게 시작이었다. “회사를 창업한 2014년 말엔 숏폼이라는 말도 없었어요. 짧은 디지털 콘텐츠가 뜨겠다 싶어 무작정 뛰어들었죠.” 영상을 올리자 국내외 업체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광고를 붙여야 했지만 어려웠다. 3분짜리 영상에 15초 광고가 붙을 리 없었다. 콘텐츠 자체가 돈이 되기도 힘들었다. 지난 1년간 콘텐츠와 수익모델 간 연결고리를 찾았다.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아이 참, 김 대리.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시키는 일, 다 할 거야? 일의 우선순위가 있어야지.’ 성 대표가 휴대전화에서 파일을 재생하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음악 같죠? 아니에요. 음원으로 들어도 재밌는 숏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어요.” 30대 회사원의 일상을 다룬 대사에 비트가 깔려 마치 랩 같았다. 그는 또 한 번 세상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성과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 A사와 함께 숏폼 시트콤을 만드는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A사가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콘텐츠를 72초TV가 각색, 연출 및 편집한다. 성 대표는 “A사와 협업한다는 사실만으로 세계에 72초TV를 알릴 기회”라고 했다. 영화, 드라마로 기업을 광고하는 ‘브랜디드(Branded) 콘텐츠’ 제작에도 속도가 붙어 국내 기업과 드라마 형식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방영하는 계약도 맺었다. “‘그때는 72초다웠는데 지금은 아닌 것’을 가장 경계해요. 끊임없이 콘텐츠와 포맷을 바꿔가는 것. 72초TV의 정체성이죠.”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치킨버거 세트 하나 주세요.” “저기 손님.” “네.” “여기서 500원 추가하시면 ‘사이즈 업’이 가능하십니다.” “사이즈 업이요?” 고민하던 손님의 “음… 네”라는 대답과 동시에 배경에 깔리던 우울한 멜로디는 빠른 비트로 바뀐다. 500원 더 내고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로 업그레이드하라며 상술을 펼치는 직원과, 이에 말리지 않으려는 손님 사이의 ‘대사 핑퐁’에 맞춰 멈춤과 재생을 반복하는 비트. 박자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다보면 어느새 3분 41초가 지나 있다. 콘텐츠 제작사 ‘72초TV’가 지난해 선보인 ‘숏폼(짧은 형식)’ 드라마 ‘dxyz’의 에피소드 ‘두 여자와 햄버거’의 일부다. 길이는 4분 남짓, 등장인물은 단 두 명의 여성. 옷 환불, 음주측정 등 사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 dxyz는 지난해 국제 에미상 ‘숏폼 시리즈’ 후보에 올랐다. 72초TV의 드라마 ‘신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이 2018년 국내 최초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뒤 두 번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성지환 72초TV 대표(43)는 “리드미컬한 전개, 내레이션 위주의 대사, 일상의 소재”를 72초TV의 색깔로 꼽았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성 대표는 “평생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던 중 수학공식이 아닌 콘텐츠에서 길을 찾았다. 공연 기획사 ‘인더비(In the B)’를 차려 실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던 성 대표는 2014년 말 72초TV를 만들었다. 프랑스 숏폼 드라마 ‘bref’에서 영감을 얻어 1~2분짜리 영상을 찍은 게 시작이었다. “그 땐 ‘숏폼’이라는 단어도 없었어요. 짧은 디지털 콘텐츠가 뜨겠다 싶어 무작정 찍기 시작했죠.” 영상을 올리자 국내외 콘텐츠 업체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하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콘텐츠를 플랫폼에 유통하거나,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야 했지만 둘 다 어려웠다. 3분짜리 영상에 15초 광고가 붙을 리 없었다. 콘텐츠 자체가 돈이 되기도 힘들었다. 지난 1년은 콘텐츠와 수익모델 간 연결고리를 찾는 시간이었다. “살아남으려면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아이 참, 김 대리.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시키는 일, 다 할 거야? 일의 우선순위가 있어야지.’ ‘대체 불가능한 것’을 설명하던 성 대표가 들려줄 게 있다며 휴대폰에서 파일 하나를 재생하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음악 같죠? 드라마에요. 음원으로 들어도 재밌을만한 숏폼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어요.” 30대 회사원의 일상을 소재로 한 대사 내내 비트가 깔려 랩처럼 들렸다. 숏폼 콘텐츠가 전무하던 2014년 72초 드라마를 만들었던 성 대표는 또 한 번 세상에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다. 72초TV만의 색깔을 구축해온 성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72초TV는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숏폼 시트콤을 제작하는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각색, 연출, 편집 등 제작 전 과정을 72초TV가 맡는다. “이곳과 협업한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이름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에요.” 이르면 올해 말 72초TV의 이름을 단 숏폼 시트콤이 세계 시장에 나온다. 영화, 드라마 등으로 기업을 광고하는 ‘브랜디드(Branded) 콘텐츠’ 제작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한 기업과 드라마 형식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해 연간 방영하는 계약도 맺었다. 성 대표는 향후 브랜디드 콘텐츠가 광고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때는 72초다웠는데 지금은 아닌 것.’ 성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점이다. “모든 콘텐츠는 식상해지기 마련이에요. 끊임없이 콘텐츠와 포맷을 바꿔가는 것. 그게 72초TV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여인은 단풍나무 씨앗처럼, 가을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졌다.’ 북아메리카 대륙 탄생 설화인 ‘하늘여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늘에서 떨어져 거북섬으로 온 하늘여인은 ‘이민자’지만 토박이가 된다. 하늘여인 설화부터 나나보조의 설화 등 다양한 인디언 설화를 소개하며 인간과 대지가 공존할 길을 찾는다.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주민의 전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부서진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식물생태학자다. 미국 역사에서 소외됐던 인디언 부족 출신으로서 익힌 삶의 지혜와 철학, 원주민의 문화를 식물학적 지식에 접목시켰다. 대지에 뿌리 내린 식물의 목소리를 듣는 원주민, 고유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아홉 명밖에 남지 않은 부족을 직접 만나 강제 이주와 전통 말살 등 고난을 겪었던 선조의 역사를 더듬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인기 비결이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게 주효했죠.”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210만 명) ‘백종원의 요리비책’(336만 명), ‘워크맨’(385만 명)의 제작진과 출연자의 말이다.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31일 열린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서 자이언트 펭TV를 제작한 EBS 이슬예나 PD, 백종원 요리연구가, 워크맨을 만든 고동완 PD가 성공 비결을 밝혔다.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자이언트 펭TV가 1억8000만 회, 요리비책이 1억6000만 회, 워크맨이 약 2억8000만 회에 달한다. 개설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룬 성과다. 자이언트 펭TV는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 ‘펭수’의 채널이다. 요리비책은 백 씨가 요리를 하며 노하우를 전수한다. 워크맨은 방송인 장성규가 각종 아르바이트를 체험하는 내용을 담는다. 캐릭터들이 각본에 따르지 않고 즉흥적이고 솔직하게 행동해 사람들이 진정성을 느낀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이 PD는 “기존 어린이 캐릭터들이 정의구현과 같은 대의를 지향했다면 펭수는 ‘우주대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을 가진 10살 펭귄이다.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유다. 권력과 위계에 굴하지 않는 수평적인 화법도 인기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요리 과정에서 실수하는 것도 제작진에게 편집하지 말라고 한다. 욕 하는 것 빼고는 다 넣는다”며 웃었다. 고 PD는 “작가 없이 직업만 섭외하고 장 씨를 현장에 풀어둔다”고 밝혔다. 구독자와의 활발한 소통도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백 씨는 “해외에 사는 한국분들도 열심히 봐 주신다. 그 분들이 원하는 메뉴도 반영하기 위해 국내외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두루 살펴본다”고 했다. 자이언트 펭TV의 경우 채널 구독자 수가 2만 명이 채 되지 않았을 때 구독자 의견을 받아들여 펭수의 팬 사인회를 열었다. 이들의 올해 목표는 뭘까. 이 PD는 “펭수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백 씨는 “채널이 해외로 뻗어나가 한국음식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아카데미영화제 6개 부문 최종 후보까지…. 2019년은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해였다. 봉준호 감독(51)의 ‘기생충’이 국제영화제에서 갈아 치운 ‘최초’ 기록은 더 이상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 기생충의 성공으로 세계 영화 무대의 중심에 선 한국 영화의 2020년은 어떨까. 영화업계 전문가들은 유명 감독들의 귀환을 꼽았다.》○ 거장들의 귀환, 이면의 ‘빈익빈 부익부’ “강제규 류승완 양우석 연상호 이준익 이환경…. 대한민국 ‘천만 감독들’이 대거 출격해 자웅을 겨룬다. 이런 해가 있었던가?”(전찬일 영화평론가) 2020년 한국 영화계 거장들은 대작을 선보인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두 번이나 관객 1000만 명을 넘은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을 내놓는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으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은 ‘탈출: 모가디슈’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반도’로 돌아온다. 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본부 한국영화사업부 상무는 “올해는 단연 ‘네임드(named) 감독의 귀환’이 키워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거장의 귀환작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서복’과 영웅을 꼽았다. 서복은 ‘건축학개론’으로 한국 멜로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 이용주 감독의 SF영화다.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동명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영웅은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뮤지컬 영화다. 두 영화 모두 국내 영화에서는 드문 장르에 대한 도전이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외계인 이야기를 다룬 최동훈 감독의 신작(제목 미정),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까지 우리 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SF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이채롭다”고 말했다. 대작의 이면에 도사린 ‘빈익빈 부익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상승하는 제작비와 광고·마케팅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대형 제작·배급사를 등에 업은 영화가 스크린을 잠식할 것이라는 얘기다. 모성진 해그림 대표는 “대규모 예산 영화와 저예산 영화 사이의 제작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홍민 CGV 편성전략팀장은 “시각특수효과(VFX) 투자와 해외 로케이션 증가 등도 제작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확대로 전통 미디어와 신생 미디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영화업계도 소비자 눈높이에 걸맞은 작품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가 창작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어 유의미한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영화 같은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봉준호 이후는 누구? ‘포스트 봉준호’로 떠오를 신예로는 ‘불한당’ 등을 만든 변성현 감독이 가장 많이 꼽혔다. 변 감독은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 운범(설경구), 그를 돕는 천재적 선거 전략가 창대(이선균)의 선거전쟁을 그린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를 들고 온다. 2015년 데뷔작 ‘오피스’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른 홍원찬 감독은 청부살인 청탁을 받은 남성의 사투를 담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선보인다. 홍 감독은 ‘추격자’ ‘황해’ 등의 각색가였다. 소설 ‘아몬드’를 쓴 손원평 감독은 잃어버린 딸을 되찾은 가족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는 스릴러 ‘침입자’를 장편 데뷔작으로 내놓는다. 이충현 홍의정 조슬예 감독은 각각 ‘콜’ ‘소리도 없이’ ‘디바’를 만든다. 김수연 NEW 영화투자배급사업부 이사는 “한국 영화 향후 100년의 초석이 될 신예들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12명·가나다순) 강유정 영화평론가,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김수연 NEW영화투자배급사업부 이사, 김영진 영화평론가, 김홍민CGV 편성전략팀장, 모성진 해그림 대표, 문영우 에이스메이커 이사, 신희식 메가박스 편성전략팀장, 심재명 명필름 대표, 임명균 CJ ENM 영화사업본부 한국영화사업부 상무, 전찬일 영화평론가, 정경재 롯데컬쳐웍스 상무(한국영화부문장) 김재희 jetti@donga.com·이서현 기자}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이끄는 이들에게서 콘텐츠 제작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다각도로 들어보는 인터뷰를 싣습니다. 콘텐츠를 향한 또 다른 시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배용준이 대표로 있던 배우 매니지먼트사.’ 사람들이 ‘키이스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다. 틀린 건 아니다. 배우 손현주 우도환 정려원 주지훈 등이 소속된 손꼽히는 매니지먼트 업체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지만은 않는다. 2012년 콘텐츠 제작 전담 자회사 ‘콘텐츠K’를 세워 드라마 ‘응급남녀’ ‘보이스’ 시리즈, ‘밤을 걷는 선비’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배용준 회사’라는 딱지를 떼어낼 만한 작품을 배출하지는 못했다. 키이스트는 지금 한국판 윌리엄모리스인데버(WME)를 꿈꾼다. WME는 미국 최대 매니지먼트사 윌리엄모리스에이전시(WMA)와 인데버(Endeavor)가 2009년 합병해 탄생한 세계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연예인 소속사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방송서부터 책, 디지털 콘텐츠까지 제작하는 종합 콘텐츠 업체다. 한국의 WME로 가는 길을 닦고 있는 이가 박성혜 대표이사(50)다. 2018년 11월 취임한 박 대표는 키이스트의 콘텐츠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연예계에서 스타 매니저로 불렸다. 1990년대 초반 배우 김혜수의 매니저로 시작해 황정민 임수정 공효진 하정우 공유 등을 발굴하며 2000년대 첫 10년간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16일 서울 강남구 키이스트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의 머릿속은 온통 콘텐츠로 가득했다. 그는 다짜고짜 “케이팝이 왜 세계에서 인기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기자가 3초 정도 머뭇거리자 “보는 음악이라 그래요”라고 스스로 답했다. 그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댄서 수십 명이 차들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며 춤추는 ‘라라랜드’ 오프닝 같은 거요. 그런 스케일의 ‘케이팝 드라마’를 보여줄 겁니다.” 케이팝의 인기 요소인 이른바 칼군무, 화려한 의상 같은 시각효과를 최대로 살린 ‘케이팝 드라마’를 올해 제작한다는 구상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년을 이 같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대열을 정비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2011년 콘텐츠 제작사 ‘오보이 프로젝트’를 만들어 ‘꽃미남 라면가게’ ‘화랑: 더 비기닝’ 같은 드라마를 만들며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필요한 것들을 끌어들였다. 먼저 모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제작역량을 키이스트에 집중시켰다. SM 계열사인 ‘SM C&C’의 드라마 사업 부문을 가져왔고 ‘콘텐츠K’와 합병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PD,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PD 같은 실력파 제작진도 대거 영입했다. 토대가 갖춰졌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신호탄을 쏘아 올릴 때예요.” 키이스트는 올해 드라마 8편을 제작한다. 지상파 종편 넷플릭스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자체 제작 드라마 ‘하이에나’(SBS)가 다음 달 21일 첫 시험대에 오른다. 김혜수와 주지훈이 변호사로 나오는 법정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방영될 ‘보건교사 안은영’ ‘나의 위험한 아내’(MBN) ‘허쉬’(JTBC) 등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정통파 드라마만이 아니다. 최근 업계 트렌드로 등장한 ‘숏폼(짧은 형식)’ 콘텐츠 제작업체 ‘플레이리스트’와 손잡고 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 드라마를 만들 예정이다. 디지털콘텐츠 업체인 플레이리스트는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로 회당 유튜브 조회수 100만을 가뿐히 넘길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 공동 제작한 숏폼 드라마를 어떤 플랫폼에 올릴지 논의 중이다. 박 대표는 세계에서 먹히는 콘텐츠 제작이라는 큰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6부작으로 방영된 조선시대 좀비 드라마 ‘킹덤’은 그에게 모범답안 비슷하다. 킹덤은 세계적으로 팬덤이 탄탄한 좀비라는 소재에 동양적 색채를 가미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최근 WME 측과 미팅을 할 때도 킹덤 같은 드라마를 만들면 좋겠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 주류 무대에 서기에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콘텐츠 제작사의 경쟁력은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판 ‘어벤저스’, 저희가 못 만들라는 법 있나요?” 박 대표가 씩 웃었다.박성혜 키이스트 대표는…△1970년 3월 출생△명지대 영어학과 졸업, 홍익대 광고홍보학과 석·박사△1993년 ‘스타써치’ 입사. 염정아 김혜수 등 매니저△1999∼2008년 ‘싸이더스HQ’에서 활동. 임수정 황정민 공효진 하정우 공유 등 발굴△2011년 드라마 제작사 ‘오보이 프로젝트’ 설립. ‘꽃미남 라면가게’ ‘닥치고 꽃미남 밴드’ 등 제작 △2016년 8월 콘텐츠 제작사 ‘몬스터유니온’ 대표△2018년 11월 키이스트 공동 대표이사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요즘 트렌드는 ‘편리미엄’(편리함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합성어). 간편한 걸 추구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간편식 시장 매출액은 연간 4조 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온라인 최대 규모의 간편식 몰 D사의 간편식 제조 공장에 채널A ‘관찰카메라 24’가 떴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20여 명의 셰프와 100여 명의 직원들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300여 가지의 간편식을 만들어낸다. 전, 갈비, 잡채 등 난도 최상의 명절 음식을 5분 만에 내놓을 수 있는 비법을 공개한다. 간편식을 만들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재료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40도가 넘는 불 앞에서 네 시간 동안 음식을 젓지만 힘든 내색 하나 없는 간편식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편의점 이용 16년 차인 록그룹 백두산 멤버 김도균 씨는 ‘오늘의 8번 요원’을 맡아 간편식을 이용한 편의점 ‘꿀 조합’을 공개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다섯 살쯤 그 어느 평범한 날…. 그때는 저녁을 먹으면서 내가 푹 빠져 있던 만화 ‘카드캡터 체리’를 봤다. 그러면 나는 밥 먹다 말고 파리채를 들고 벌떡 일어나서 체리가 하는 것들을 흉내 내곤 했다.’ 대학생 김혜인 씨(22·여)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유치원 시절부터 현재까지 삶의 기록을 담은 자서전을 지난해 10월 출간했다. 제목은 ‘나(我)’와 ‘날(日)’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은 ‘아무 날 대잔치’(이분의일). 학교 선생님이던 엄마를 기다리면서 방과 후 학교 구석구석을 쏘다니며 탐정놀이를 했던 초등학생 때 추억, 연락이 끊긴 학창 시절 단짝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며 ‘인간관계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대학생의 고민…. 뇌리에 남은 작은 사건부터 머릿속을 스쳐간 상념까지 그의 22년 인생이 109쪽 분량에 담겼다. 김 씨는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만들 필요가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썼다”며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앞으로의 날들을 재미있게 맞이하겠다고 결심할 수만 있다면 자서전을 낸 목표는 충분히 이뤘다”고 말했다.○ “나의 20대를 붙잡아 두는 공간” 자서전(自敍傳). 작자가 자신의 일생을 소재로 스스로 짓거나 남에게 구술해 쓰게 한 전기다. 반세기를 훌쩍 넘게 살아온 노년의 회고록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20대 청춘도 짧다면 짧은 그동안의 삶을 자신만의 색깔로 버무린 자서전을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개인 자서전 전문 출판사 ‘꿈틀’에서 나온 ‘오늘, Haru’는 ‘하루’라는 필명을 쓰는 20대가 약 20년의 삶을 되돌아본 자서전이다. ‘어린 시절’ ‘나의 십대’ ‘청춘시대’ ‘전성기’ ‘앞날’로 구성됐다. 여느 자서전과 다른 점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상, 꿈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문을 연 꿈틀의 박범준 편집장(47)에 따르면 그동안 노년층이 주된 고객이었지만 최근에는 20, 30대가 자서전을 내고 싶다며 문의해 온다. 제대를 앞둔 군인, 세계 여행을 하다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갖게 됐다는 직장인도 있다. 꿈틀은 2018년부터 20대의 자서전 3편을 펴냈다. 풋풋한 삶 전반이 아니라 특정 순간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알바) 7개를 해본 자칭 ‘프로알바러’ 김수현 씨(22·여)가 펴낸 ‘알바 다녀왔습니다’(이분의일)가 대표적이다. 수제 버거, 피자, 공장, 호프집 등 자신이 거친 알바별로 장(章)을 나눠 근무 기간, 시급 같은 기본 사항에다 알바를 하며 느낀 서러움까지 가감 없이 담았다. 김 씨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 세상의 어두운 면을 많이 봤고 힘들었는데 그 순간을 글로 표출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면서 “수십 년이 지나면 혹시 그리워질 수도 있는 지금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기도 했다. 자서전은 나의 20대를 붙잡아 두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개인 자서전은 판매용이 아니라 소량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져서 제작 비용이 싸다. 출판사에 간단한 편집과 제본만 맡기면 10만 원 안팎이다. 자서전 출판사 ‘이분의일’ 방수영 대표(29·여)는 “노년층은 직원들이 인터뷰해 대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20대는 직접 원고를 쓰고 표지를 디자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짤방(짧은 편집 영상)이나 이른바 ‘어록’에 심취하는 요즘 젊은층이 왜 자서전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박 편집장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이든 블로그 글이든 젊은이들은 자신의 표현 욕구를 다양한 매체로 분출해 왔는데 자서전도 그중 하나”라며 “빠르고 짧게 감정을 표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세였다면 책을 통해 긴 호흡으로 자신의 삶을 표현하려는 아날로그적 취향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 2030 에세이집도 유행 20대의 자서전은 20, 30대 무명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출간이 늘어나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이들은 브런치 같은 온라인 텍스트 미디어나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팔로어의 호응을 얻으며 활발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사는 작가의 이야기’를 찾는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출판사 측에서 먼저 연락해 책을 만든다. 유튜버 서모니카 씨가 걸그룹 멤버, 온라인 쇼핑몰 경영 등의 실패담을 엮은 ‘저 아직 안 망했는데요’(마음의숲), 월급쟁이 삶의 단상을 그려 페이스북에 올린 9컷 만화를 모은 정재윤 씨의 ‘재윤의 삶’(미메시스) 등이 이 같은 출판 기획 과정을 거쳤다. 오연경 열린책들 기획편집팀 차장은 “SNS에서 인기 높은 작가들은 상당량의 원고를 작성해 놓았기 때문에 출판작업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말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손택균 기자}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처럼 연기하고, 개와 함께 흑염소를 취조하고…. 설 연휴를 겨냥해 기발하고 코믹한 동물 영화들이 극장가를 찾는다. 고릴라를 내세운 야구 영화 ‘미스터 고’(2013년)나 백두산 호랑이가 등장하는 ‘대호’(2015년) 등 기존 국내 동물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했으나 이번 작품들은 배우가 직접 동물을 연기하거나 동물과 액션 연기 호흡을 맞추는 시도로 이목을 끈다. 영화 ‘해치지 않아’(15일 개봉)는 폐업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를 살리기 위해 원장으로 부임한 변호사 태수(안재홍)와 수의사 소원(강소라) 등이 동물로 위장해 관람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과정을 그렸다. 안재홍 강소라는 물론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등 주·조연 배우 5명은 각각 북극곰, 사자, 기린, 고릴라, 나무늘보 탈을 쓰고 직접 동물을 연기했다. 동물 탈을 제작하는 데만 4개월이 넘게 걸렸고, 영화 촬영 도중 털 관리를 위해 제작진이 애를 먹었다고 한다. 탈을 썼다고 하면 대충 동물 흉내 낸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상을 보면 실제 동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손재곤 감독은 “동물 탈이 굉장히 무겁고 부피가 커서 배우들이 평상시 움직이는 것보다 동작을 훨씬 크게 해야 했다”며 “실제 동물처럼 보이기 위해 배우들이 각자 동물의 움직임을 집중 연구했다”고 말했다. 22일 개봉하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배우들이 동물과 액션 연기를 하며 호흡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국가정보원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는 동물과 교감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그는 개 ‘알리’와 함께 사라진 VIP를 찾아 나선다. 알리의 목소리는 신하균이 맡았다. 이성민과 알리는 흑염소를 상대로 취조하거나, 위기에 처한 알리를 이성민이 구조하는 액션신도 선보인다. 이성민은 영화 촬영 시작 3개월 전부터 알리의 훈련소를 찾아가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성민은 제작발표회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알리와 함께 이뤄져 호흡이 매우 중요했는데, 점점 친해지면서 서로 교감하고 있음을 느꼈다. 알리의 표정연기가 참 좋았다”고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6개 부문의 최종 후보로 오른 데 대해 봉준호 감독(51)이 13일(현지 시간) 미국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인셉션’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밝힌 소감이다. 이날 발표된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에 이름을 올린 기생충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 꿈처럼 느껴지는 건 봉 감독만이 아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은 기생충이 써내려 갈 ‘꿈같은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아카데미상 24개 부문 중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작품상 후보는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9편이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非)영어 영화 중 최초로,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1929년 첫 아카데미 시상식 이래 작품상 수상작은 모두 영어 영화였다. ‘거대한 환상’ ‘제트’ ‘우트반드라나’ ‘외침과 속삭임’ ‘일 포스티노’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바벨’ ‘아무르’ ‘로마’ 등 모두 10편의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작으로 호명되지는 못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은 여전히 백인이 다수여서 미국 배경의 역사 이야기인 ‘1917’이나 ‘원스 어폰…’이 유력 후보”라며 “하지만 최근 백인 위주의 영화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어 기생충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상 부문에서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와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토드 필립스(조커)와 겨룬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2007년 ‘디파티드’, 샘 멘데스는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할 경우 아시아에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리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생충은 이미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기 때문에 아카데미 회원들도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국제영화상 후보 중 ‘페인&글로리’가 남우주연상 후보, ‘허니랜드’가 다큐멘터리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게 전부”라며 “6개 부문에 오른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못 받으면 오히려 이상한 결과”라고 전망했다.미술상과 편집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이 사는 공간을 통해 빈부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상상공작소’ 한아름 미술감독은 “계층 차이를 수직적인 방법으로 확연히 드러냈다. 홍수로 기택의 집이 물에 잠겨 배우들이 반지하방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아카데미 회원 약 8000명은 3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부문별로 한 표씩 행사한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영화가 해당 부문을 수상한다. 이 때문에 다음 달 9일 시상식 전에 예정된 미국 영화계 직능단체 주최 시상식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배우조합(SAG) 미국작가조합(WAG) 미국감독조합(DGA) 전미영화제작자조합(PGA)의 회원 일부가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이어서 이들 시상식 결과는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기생충은 18일 PGA 시상식을 시작으로 SAG 시상식(20일), DGA 시상식(26일), WAG 시상식(다음 달 1일)이 잇달아 예정돼 있다. “기생충은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영국아카데미상(BAFTA)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쇼트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게 쌓여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봉 감독은 1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쓸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정된다.김재희 jetti@donga.com·이서현 기자}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오스카) 총 6개 부문의 최종 후보로 오른 데 대해 봉준호 감독(51)이 미국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인셉션’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밝힌 소감이다. 기생충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 꿈처럼 느껴지는 건 봉 감독뿐만이 아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영화인들은 기생충이 써내려갈 ‘꿈같은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발표된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서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 등 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非)영어 영화 중 최초로,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아카데미상 24개 부문 중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여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작품상 후보는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원스 어폰) 등 총 9개다. 1929년 첫 아카데미 시상식 이래 작품상 수상작은 모두 영어 영화였다. ‘거대한 환상’, ‘제트’, ‘우트반드라나’, ‘외침과 속삭임’, ‘일 포스티노’,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바벨’, ‘아무르’, ‘로마’ 등 총 10편의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작으로 호명되지 못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은 여전히 백인이 다수여서 미국 배경의 역사 이야기인 ‘1917’이나 ‘원스 어폰…’이 유력 후보”라며 “하지만 최근 백인 위주의 영화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어 기생충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상 부문에서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아이리시맨)와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토드 필립스(조커) 등 네 명과 겨룬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2007년 ‘디파티드’, ‘1917’의 샘 멘데스는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할 경우 아시아에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리안 감독은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생충은 이미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기 때문에 아카데미 회원들도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국제영화상 후보 중 ‘페인 앤드 글로리’가 남우주연상 후보, ‘허니랜드’가 다큐멘터리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게 전부”라며 “6개 부문에 오른 기생충이 국제장편영화상을 못 받으면 오히려 이상한 결과”라고 전망했다. 미술상과 편집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이 사는 공간을 통해 이들의 빈부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아름 미술감독은 “계층 차이를 드러내는 미술적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수직적으로 이를 확연히 드러냈다. 홍수로 기택의 집이 물에 잠겨 배우들이 반지하방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번 아카데미상 후보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작품은 ‘조커’로 24개 부문 중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호아킨 피닉스) 등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리시맨,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3개 작품은 작품상을 포함해 총 1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기생충은 조조 래빗, 작은아씨들, 결혼이야기와 함께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은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영국아카데미상(BAFTA)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쇼트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게 쌓여 지금의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봉 감독은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쓸지는 다음달 9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정된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남들이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라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그럼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일 년 뒤에도 야구 모르는 게, 그게 진짜 창피한 거 아닙니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회식 때 야구 관련 책 읽으시는 걸 봤는데 사람들이 야구를 책으로 배운다고 막 비웃고 그러기도 하더라”는 운영팀 직원 재희(조병규)의 말에 백승수 단장(남궁민)은 이렇게 반문한다. 드라마 속 명대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는 직장인 양보람 씨(35·여)가 이 대사를 적은 게시물에는 1800여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프로야구를 직접 관람한 적 없는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양 씨가 스토브리그에 빠진 건 원칙과 소신에 따라 조직을 바꿔나가는 백 단장에게 크게 공감해서다. 양 씨는 “회사에서 남들 눈치 보느라 몰라도 아는 척하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적인 것부터 배우는 백 단장을 보며 나를 돌아봤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거세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만년 꼴찌 팀인 ‘드림즈’에 백 단장이 부임해 코치 간 파벌, 선수 스카우트 비리 등 조직에 깊게 뿌리내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1회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5.5%로 출발한 스토브리그는 11일 방영된 9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5.5%를 기록했다. 소재는 야구지만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오피스물’에 가깝다. 스토브리그 제작진은 “스포츠 프런트들이 겪는 일은 회사에서 경험하는 일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다. 회사원 윤유연 씨(27·여)는 백 단장이 야구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무시당하는데 이런 일이 회사에도 존재한다고 했다. 윤 씨는 “기업에도 동종업계 출신이 아닌 상사에 대한 텃세가 은근히 있다”며 “백 단장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 하듯 조직의 혁신을 위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부급 직장인들은 조직 운영에 대한 팁을 얻는다고 한다. 대기업 부장 송모 씨(47)는 감독 자리를 두고 파벌 싸움을 벌이는 코치들에게 백 단장이 “파벌 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제일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던진 일침을 곱씹는다고 했다. 송 씨는 “회사 내 파벌 싸움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세력 다툼이 아니라 긍정적인 경쟁심으로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팀장인 김주형 씨(36)는 “백 단장이 실력은 있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는 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하고, 병역기피를 했지만 열정과 실력이 있는 창주(이용우)를 용병으로 데려오는 결단을 내리는 걸 보며 인력관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리더십의 유형은 바뀌지만 원칙을 따르는 리더십이 성공하는 건 변함이 없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은 “실력 중심의 팀 구성, 성과는 좋지만 팀워크에 해가 되는 선수는 방출하는 과감한 결정 등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나 박항서 감독이 ‘현실판 백승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남들이 비웃는 게 무서워서 책으로라도 안 배우면 누가 저한테 알려줍니까? 그럼 사람들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까요? 일년 뒤에도 야구 모르는 게, 그게 진짜 창피한 거 아닙니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회식 때 야구 관련 책 읽으시는 걸 봤는데 사람들이 야구를 책으로 배운다고 막 비웃고 그러기도 하더라”는 운영팀 직원 재희(조병규)의 말에 백승수 단장(남궁민)은 이렇게 반문한다. 드라마 속 명대사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는 직장인 양보람 씨(35·여)가 이 대사를 적은 게시물에는 1800여 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프로야구 직접 관람한 적 없는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 양 씨가 스토브리그에 빠진 건 원칙과 소신에 따라 조직을 바꿔나가는 백 단장에 크게 공감해서다. 양 씨는 “회사에서 남들 눈치 보느라 몰라도 아는 척 하다보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기초적인 것부터 배우는 백 단장을 보며 나를 돌아봤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거세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만년 꼴찌 팀인 ‘드림즈’에 백 단장이 부임해 코치 간 파벌, 선수 스카우트 비리 등 조직에 깊게 뿌리내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1회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5.5%로 출발한 스토브리그는 10일 방영된 8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4.9%를 기록했다. 소재는 야구지만 조직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오피스물’에 가깝다. 스토브리그 제작진은 “스포츠 프런트들이 겪는 일은 회사에서 경험하는 일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도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다. 회사원 윤유연 씨(27·여)는 백 단장이 야구선수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무시당하는데 이런 일이 회사에도 존재한다고 했다. 윤 씨는 “기업에도 동종업계 출신이 아닌 상사에 대한 텃세가 은근히 있다”며 “백 단장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 하듯 조직의 혁신을 위해 새로운 시각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부급 직장인들은 조직 운영에 대한 팁을 얻는다고 한다. 대기업 부장 송모 씨(47)는 감독자리를 두고 파벌싸움을 벌이는 코치들에게 백 단장이 “파벌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하면, 그게 제일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던진 일침을 곱씹는다고 했다. 송 씨는 “회사 내 파벌싸움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세력 다툼이 아니라 긍정적인 경쟁심으로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팀장인 김주형 씨(36)는 “백 단장이 실력은 있지만 팀 분위기를 망치는 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하고 병역기피를 했지만 열정과 실력이 있는 창주(이용우)를 용병으로 데려오는 결단을 내리는 걸 보며 인력관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대에 따라 각광받는 리더십의 유형은 바뀌지만 원칙을 따르는 리더십이 성공하는 건 변함이 없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은 “실력 중심의 팀 구성, 성과는 좋지만 팀워크에 해가 되는 선수는 방출하는 과감한 결정 등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히딩크나 박항서 감독이 ‘현실판 백승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올해도 디즈니 제국에 ‘포스’가 함께할 수 있을까. 지난해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거둔 성과는 역대급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들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디즈니 작품이 상위 10위 안에 7편이나 포함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킹’ ‘겨울왕국2’ ‘캡틴 마블’ 등 영화 7편이 거둔 수익을 더하면 97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말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 개봉하자마자 단숨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국내에서 이달 8일 개봉한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의 지난해 작품 수익은 지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디즈니에 지난해는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수년간 꾸준히 벌여온 인수합병(M&A)이 꽃을 피운 해였다. 글로벌 흥행작의 면면을 보면 △루커스필름(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픽사(토이스토리4) △마블(어벤져스, 캡틴 마블)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골고루 안배돼 있다. 디즈니가 올해 국내 극장에 처음 선을 보인 작품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1977년 ‘스타워즈’가 세상에 나온 지 42년 만에 ‘스카이워커 사가(saga·대서사시)’를 마무리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지난해 디즈니가 국내 극장가에서 일군 전무후무한 성적을 고려하면 다소 심심한 시작처럼 보인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에서는 대중문화의 신화 같은 존재로 사랑받은 데 반해 국내에서는 시리즈의 최고 흥행 성적이 320만 명(‘깨어난 포스’·2015년)에 그치는 등 마니아들의 작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북미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지난해 말 일제히 개봉한 데 비해 국내에서는 11월 개봉한 ‘겨울왕국2’에 밀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폭스와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올해 ‘더 뉴 뮤턴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폭스 영화들이 디즈니의 우산 아래 본격적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고 ‘뮬란’ 등 실사 영화가 개봉 예정이지만 지난해 수준의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극장을 벗어나 디즈니의 전체 사업을 보면 올해가 한 세기에 이르는 디즈니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이 케이블TV를 해지하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가는 ‘코드 커팅(code-cutting)’을 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거장 감독들과 손잡고 작품성이 뛰어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후발 주자인 애플TV플러스도 드라마 ‘더 모닝쇼’로 올해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도처에서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선보인 OTT ‘디즈니플러스’가 올해 디즈니 디지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조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의 표현처럼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한편 디지털 리더로서 자신의 유산을 굳건히 하는 계기’인 셈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콘텐츠 업계는 지난해 말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봤지만 11월 한 달 만에 2400만 명을 가볍게 넘겼다. 회당 제작비 160억 원 규모의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만달로리안’이 북미 관객들을 끌어들인 마중물이 됐다. 올해는 마블의 시리즈 ‘완다비전’과 ‘팔콘 앤드 윈터솔져’,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핀오프인 ‘몬스터스 앳 워크’가 예정돼 있다. 해외 진출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1∼6월)에 서유럽, 일본을 시작으로 인도와 동남아, 10월에 유럽과 남미, 내년에 홍콩과 대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2024년까지 디즈니가 목표로 하는 가입자는 최대 9000만 명. 이를 위해 2024년까지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에 투입할 콘텐츠 제작비는 연간 25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출범 석 달째인 디즈니플러스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유료 OTT들이 ‘더 재미있게, 더 편리하게’를 위한 경쟁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작품을 알파벳순으로 나열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없는 데다 ‘만달로리안’을 제외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미국 매체 시넷은 이를 지적하며 질문을 던졌다. “‘만달로리안’ 시청자들에게 이를 대체할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타워즈’뿐인데, (북미에서) 스타워즈를 안 본 사람이 있나?”▼내년 대만-홍콩과 함께 서비스 예상… 통신 3사 물밑협상 치열▼ 한국 팬들은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를 언제부터 즐길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내년 대만 홍콩과 함께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디즈니를 잡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치열한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복수의 업체와 동시에 계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TT 사업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 있기 때문에 통신사가 디즈니플러스를 잡는 것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즈니의 콘텐츠는 각 통신사 인터넷TV(IPTV)에서 볼 수 있지만 경쟁력을 높이려면 디즈니가 자체 제작해 OTT에서만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OTT ‘웨이브’를 만들었고, KT는 최근 OTT 플랫폼을 ‘시즌’으로 개편했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올해도 디즈니 제국에 ‘포스’가 함께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거둔 성과는 역대급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들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디즈니 작품이 상위 10위 안에 7편이나 포함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킹’, ‘겨울왕국2’ ‘캡틴 마블’ 등 이들 영화 7편이 거둔 수익을 더하면 93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 개봉하자마자 단숨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국내에서 이달 8일 개봉한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의 지난해 작품 수익은 지금도 계속 커지는 중이다. 디즈니에게 지난해는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수년 간 꾸준히 벌여온 인수합병(M&A)이 꽃을 피운 해였다. 글로벌 흥행작의 면면을 보면 △루카스필름(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픽사(토이스토리4) △마블(어벤져스·캡틴 마블)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안배돼 있다. 디즈니가 올해 국내 극장에 첫 선을 보인 작품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1977년 ‘스타워즈’가 세상에 나온 지 42년 만에 ‘스카이워커 사가(saga·대 서사시)’를 마무리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지난해 디즈니가 국내 극장가에서 이룬 전무후무한 성적을 고려하면 다소 심심한 시작처럼 보인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에서는 대중문화 아이콘을 넘어 신화 같은 존재로 사랑받은 데 반해 국내에서는 시리즈의 최고 흥행 성적이 320만 명(‘깨어난 포스’·2015년)에 그치는 등 마니아들의 작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북미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지난해 말 일제히 개봉한데 비해 국내에서는 11월 개봉한 ‘겨울왕국2’에 밀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폭스와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올해 ‘더 뮤턴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폭스 영화들이 디즈니의 우산 아래 본격적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고 ‘뮬란’ 등 실사 영화가 개봉예정이지만 지난해 수준의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극장을 벗어나 디즈니의 전체 사업을 보면 올해가 한 세기에 이르는 디즈니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케이블을 해지하며 OTT서비스로 넘어가는 ‘코드 컷팅(code-cutting)’을,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거장 감독들과 손잡고 작품성 뛰어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후발주자인 애플TV플러스도 드라마 ‘더 모닝쇼’로 올해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도처에서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선보인 ‘디즈니 플러스’가 올해 디즈니 디지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조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의 표현처럼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한편 디지털 리더로서 자신의 유산을 굳건히 하는 계기’인 셈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말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 콘텐츠 업계의 예상치를 비웃듯 11월 한 달 만에 가입자 2400만 명을 가볍게 넘겼다. 회당 제작비 160억 원 규모의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만달로리안’이 북미 관객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마블의 시리즈 ‘완다 앤 비전’과 ‘팔콘 앤 윈터솔져’,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핀오프인 ‘몬스터스 앳 워크’가 예정돼 있다. 해외진출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서유럽, 일본을 시작으로 인도와 동남아, 10월 유럽과 남미, 홍콩 대만은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2024년까지 디즈니가 목표로 하는 가입자는 최대 9000만 명. 이를 위해 2024년까지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에 투입할 콘텐츠 제작비는 연간 25억 달러(약2조9000억 원)에 이른다. 출범 두 달 째인 디즈니플러스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유료 OTT서비스들이 ‘더 재미있게, 더 편리하게’를 위한 경쟁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알파벳순으로 나열한 직관적이지 못한 정렬방식과 ‘만달로리안’을 제외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미국 매체 씨넷은 이를 지적하며 질문을 던졌다. “‘만달로리안’ 시청자들에게 이를 대체할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타워즈’ 뿐인데, (북미에서) 스타워즈를 안 본 사람이 있나?”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한국 팬들은 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를 언제부터 즐길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내년 대만 홍콩과 함께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디즈니를 잡기 위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치열한 물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복수의 업체와 동시에 계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TT 사업의 성패는 콘텐츠에 달려있기 때문에 통신사가 디즈니플러스를 잡는 것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즈니의 콘텐츠는 각 통신사 인터넷TV(IPTV)에서 볼 수 있지만 경쟁력을 높이려면 디즈니가 자체 제작해 OTT에서만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OTT ‘웨이브’를 만들었고 KT는 최근 OTT 플랫폼을 ‘시즌’으로 개편했다.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한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