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전 세계 76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과도한 선심성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주요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찍어내면 정부의 이자 비용이 증가해 해당 나라의 경제 성장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표방하는 정당이 집권하는 나라에서는 정부 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에서 올라프 숄츠 정권은 녹색 정책 등에 많은 예산을 쓰는 바람에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위헌 결정까지 내렸다. 이로 인해 일부 관련 예산이 취소되고 각종 세금이 오르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 각국 국채 발행 경쟁… ‘빚잔치’ 우려 9일 FT는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인용해 올해 세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은 올해 약 4조 달러(약 5280조 원)의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3조 달러였던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주요 대선 주자 또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공화당에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5년 말 만료될 개인소득세 감세 조치를 영구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새로운 재원을 찾지 않으면서 감세를 유지하면 재정적자 우려가 고조된다”고 비판했다. 영국 또한 올해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장관 출신으로 감세에 신중했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마저 최근 “감세로 (유권자의) 고된 노동을 보상하겠다”며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실시될 조기 총선을 앞두고 감세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채 순발행량 또한 한 해 전보다 18% 증가한 6400억 유로(약 923조 원)로 예싱된다. 이에 전 세계 상위 10개 경제대국의 올 국채 발행량 또한 1조2000억 유로(약 1732조 원)로 추산된다고 FT는 전했다.● “정부부채 급증 시 물가 부채질” 시장에선 주요국의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으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채 발행량이 늘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른다.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 주체의 이자 부담이 늘어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 짐 지엘린스키는 각국의 채권 발행 증가를 두고 “향후 6∼12개월 사이 국제 금융시장의 심각한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미 프린스턴대 교수 또한 6일 2024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현재 미국의 상황은 재정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채 일시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자로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늘고 있다. 의회 등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플레이션이 재정정책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부채 감소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문한 것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한 고물가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경제매체 ‘한델스블라트’는 숄츠 정권이 초유의 예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5월부터 항공 교통세를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항공권 가격 또한 오를 것이라고 9일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요즘 유럽 언론들은 올해 유로화 가치가 오를 지에 관심이 많다. 줄곧 ‘1유로당 1달러 이상’ 수준은 유지했던 유로화 가치가, 2022년 7월 이례적으로 무너지는 경험을 해서 더욱 그렇다. 미국 관광객들은 저렴해진 유로화 덕에 명품 쇼핑과 관광을 위해 유럽으로 물밀 듯 들어왔다. 이런 모습을 유럽인들은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지난해 유로화 가치는 전년에 비해 1유로당 1달러 이상으로 회복하며 안정을 찾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더 반등할 수 있을까.●굴욕의 과거 겪은 유로화1999년 탄생한 유로화에게 그런 2022년은 굴욕의 해였다. 그해 7월 유로화가 거의 20년 만에 처음으로 ‘1유로=1달러’란 패러티(Parity·등가)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초반엔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10% 넘게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유로화 출범 이후 극히 드문 일이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2000년 10월 사상 최저치인 0.82달러까지 떨어진 적이 있지만, 당시엔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유로화 지폐와 동전이 실제론 2002년 1월에야 도입됐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 유로화는 통화로만 존재하며 국가 간 거래 정산을 위한 회계 단위로만 사용됐다.유로화의 패러티 붕괴는 유럽 시장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유로화는 세계 통화준비금 중 미 달러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쓰이는 통화다. 유로-달러 일일 거래액은 하루 평균 6조6000억 달러(약 8700조 원)에 이르는데, 세계 통화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 규모다. 탄탄하던 유로화가 무너진 건, 그해 유럽 전역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하자 독일, 영국 등 유럽 경제대국 기업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고 물가가 치솟았다.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며 달러화의 매력이 높아졌다. 세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화를 찾으며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게 됐다.●유로화 강세 전망 많아굴욕의 과거를 보낸 유로화가 올해엔 체면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네덜란드계 ING그룹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미국 경제가 둔화되며 상대적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의 가치는 1.15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럽 지역 성장 약화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과 함께 금리를 내리면 유로화 가치 상승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올해 말까지 1.15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에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ECB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한 동안 저평가된 유로화를 피해 해외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이제 유럽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반면 미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향후 6~12개월간 1.02달러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봤다. 유럽은 소비 둔화와 재정 부양책 감소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선거, 긴축재정, 금리 등 변수 산재유로뉴스에 따르면 올해 유로화의 향방을 결정지을 변수는 유럽 곳곳에서 열릴 선거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벤트는 6월 6~9일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다. 유럽의회 의원 705명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유럽연합(EU)의 경제 정책이 뒤바뀔 수 있다.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책도 나올 수 있다. 여기에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가 각각 의회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또 다른 변수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긴축 흐름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에너지 지원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은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예산 600억 유로(약 86조 원)가 펑크나며 기존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ECB의 통화정책도 방향타가 된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돼 ECB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이 물가 상승세 둔화에 안도하며 그간 가동했던 물가 안정조치들을 완화하면 물가가 더 자극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전 세계 76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이 과도한 선심성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주요국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찍어내면 정부의 이자 비용이 증가해 해당 나라의 경제 성장은 물론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표방하는 정당이 집권하는 나라에서는 정부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에서는 올라프 숄츠 정권은 녹색 정책 등에 많은 예산을 쓰는 바람에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위헌 결정까지 내렸다. 이로 인해 일부 관련 예산이 취소되고 각종 세금이 오르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 각국 국채 발행 경쟁…‘빚잔치’ 우려9일 FT는 국제금융협회(IIF) 통계를 인용해 올해 세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2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은 올해 약 4조 달러(약 5280조 원)의 국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3조 달러였던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의 주요 대선 주자 또한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공화당에서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5년 말 만료될 개인소득세 감세 조치를 영구적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새로운 재원을 찾지 않으면서 감세를 유지하면 재정적자 우려가 고조된다”고 비판했다. 영국 또한 올해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장관 출신으로 감세에 신중했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마저 최근 “감세로 (유권자의) 고된 노동을 보상하겠다”며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실시될 조기 총선을 앞두고 감세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채 순발행량 또한 한 해 전보다 18% 증가한 6400억 유로(약 923조 원)로 예싱된다. 이에 전세계 상위 10개 경제대국의 올 국채 발행량 또한 1조2000억 유로(약 1732조 원)로 추산된다고 FT는 전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고조시장에선 주요국의 이 같은 행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등으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채 발행량이 늘어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른다. 정부, 기업, 개인 등 각 경제주체의 이자 부담이 늘어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 짐 시엘린스키는 각국의 채권 발행 증가를 두고 “향후 6~12개월 사이 국제 금융시장의 심각한 우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201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심스 미 프린스턴대 교수 또한 6일 2024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현재 미국의 상황은 재정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채 일시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정적자로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이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늘고 있다. 의회 등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플레이션이 재정정책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부채 감소 노력이 시급하다고 주문한 것이다. 이미 독일에서는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한 고물가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인다. 현지 경제매체 ‘한델스블라트’는 숄츠 정권이 초유의 예산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5월부터 항공 교통세를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항공권 가격 또한 오를 것이라고 9일 보도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연금 수급연령 상향, 이민법 개정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총리 교체를 비롯한 내각 개편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된 2022년 4월 직후 프랑스의 두 번째 여성 총리로 재직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8일 사퇴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9일 후임 총리로 가브리엘 아탈 교육장관을 지명했다. 그는 35세의 ‘젊은 피’다. 지난해 12월 말 이민법 개정에 반대한 장관 4명이 사의를 밝히는 등 최근 내각과 집권 르네상스당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 6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 7월 2024 파리 올림픽이란 국가 대사를 앞둔 마크롱 대통령이 내각 개편 카드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면 전환 위해 측근 총리 교체 마크롱 대통령은 8일 보른 전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였다. 보른 전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1기인 2017∼2022년 교통, 환경, 노동장관을 차례로 맡았다. 교통장관 때는 철도 개혁, 노동장관 때는 실업보험 개혁을 이끌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자 총리에 오를 정도로 핵심 측근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개월 만에 물러나는 보른 전 총리의 사임 발표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그와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사진을 올리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썼다. 하지만 보른 전 총리는 사임 서한에서 “개혁을 계속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자신의 의지로 사퇴하는 것이 아님을 드러냈다. 프랑스에선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지만 해임할 수는 없고 그 대신 사임을 요구하는 구조다. 보른 전 총리는 마크롱 정권이 각종 개혁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야권으로부터 여러 번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집권당이 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지난해 3월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의회를 무시하고 개혁을 추진했다는 반발 여론 속에 야권의 집중 타깃이 됐다. 최근에는 이민 문호를 대폭 좁히고 미등록 체류자를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한 새 이민법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졌다. 극우파의 요구가 대폭 반영돼 지난해 말 의회 통과에는 성공했지만 중도와 진보 진영은 상당한 불만을 표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자 임기를 3년 넘게 남긴 그는 국면 전환을 위해 총리 교체를 선택했다.● 35세 성소수자 총리 마크롱 대통령은 8일 X에 어깨에 권투 글러브를 걸친 채 권투를 하는 영상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올림픽이 200일 후에 시작된다. 올해 스포츠는 국가적 대의”라며 경호원들과 정기적으로 체육관에서 복싱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파리 올림픽 홍보를 앞세워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집권 르네상스당의 지지율은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에 최소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 전후 40%를 넘겼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는 아탈 장관이 총리로 지명되며 국정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성소수자인 아탈 장관은 마크롱 정권 1기에 정부 대변인을 지냈고, 집권 2기 초반 공공회계장관을 지내다가 지난해 7월 교육장관에 올랐다. 그는 취임 후 학교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 ‘아바야’ 착용을 금지했다.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76년 된 시험 제도를 개편하는 등 각종 교육개혁을 이끌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야당에선 의회에서 새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를 거쳐야 한다며 벼르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3인자인 살레흐 알 아루리 피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미사일 62발을 발사했다. 확전 긴장감이 고조되자 미국과 유럽연합(EU) 외교수장이 각각 중동으로 출동해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하지만 직접 개입을 피하던 이란까지 ‘전면전’을 언급하고 이스라엘은 “전투가 올해 계속될 것”이라며 전의를 꺾지 않고 있어 개전 100일을 앞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가자지구, 홍해에 이어 레바논 본토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오전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에 미사일 6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마스 3인자인 아루리 등 6명이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쪽 외곽 하마스 사무실에서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데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레바논에서 메론 기지로 미사일 약 40발이 날아왔다고 확인했으나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로켓 공격에 책임 있는 테러조직에 대해 드론으로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남부 군사기지와 헤즈볼라의 기반시설 등 여러 목표물을 공격했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대원 5명이 숨졌다고 헤즈볼라 측은 밝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확전 우려가 커지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튀르키예와 그리스에서 중동 순방을 시작하며 연쇄 회동을 가졌다. 그는 “진짜 걱정 중 하나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국경”이라며 “긴장이 더 이상 고조되지 않게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레바논을 직접 찾은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레바논이 분쟁에 끌려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란까지 ‘전면전’을 언급하며 엄포를 놔 긴장감을 더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사령관은 이날 반다르아바스에서 열린 해군 함정 공개 행사에서 “오늘날 우리는 적(敵)과의 전면전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대응 중인 서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풀이했다. 이란은 1일 구축함 알보르즈함을 예멘 인근 바브엘만데브해협에 파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후티 반군이 하마스 지지를 위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한 뒤 이에 맞서 미국이 다국적 해상 안보 작전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수행 중인 가운데 나온 조치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군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 북부에서 하마스 해체를 완료했고, 이제는 가자 중부와 남부의 하마스 해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6일 “하마스 제거, 인질 전원 송환, 이스라엘을 향한 위협 제거라는 세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전쟁을 멈춰선 안 된다”며 전의를 꺾지 않고 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채용할 때 나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100세 시대에 한국에서 법정 정년을 60세로 묶은 것도 큰 실수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능력이다.” 인사·조직관리 전문가인 린다 그래턴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교수(69·사진)는 지난해 12월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 인공지능(AI) 붐 등으로 변화하는 일자리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진단하며 이같이 제언했다. 그는 “시니어들은 AI 시대 인간의 강점으로 꼽히는 공감력이 뛰어나고, 지식과 지혜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변화하는 일터에서 젊은층에게 멘토가 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턴 교수는 ‘일의 미래’, ‘100세 인생’ 등 저서와 강연으로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활발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싱커스(Thinkers) 50’에 수년간 선정됐고, 2017년 당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인생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자문위원으로 특별 영입하기도 했다. 그래턴 교수는 “AI 시대에 우린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면서 “인간만의 능력인 공감력, 협상력, 윤리적 의사결정 능력,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력-지식-지혜 갖춘 시니어, 인간다워야 할 AI시대 큰 가치” 〈2〉 ‘인사-조직관리 전문가’ 린다 그래턴 런던경영대학원 교수AI가 기계작업은 대체하겠지만… 돌봄-배려 분야는 더 중요해질것프리랜서 늘고 여러 직업 가질수도… 회사가 사고 싶어하는 기술 갖춰야韓, 노인 많은 역피라미드 구조… 정년 늘려 더 일하도록 독려해야 “미래 직업에서는 인공지능(AI)이 할 수 없는 일, 즉 사람을 돌보거나 배려가 필요한 분야의 일이 정말 중요해질 것이다.” 생성형 AI가 언젠가는 인간 일자리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인가.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활발하게 제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인사·조직관리 전문가 린다 그래턴 영국 런던경영대학원 교수(69)는 지난해 12월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 질문에 “AI는 인간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바꿔놓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기계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은 AI가 할 것이기에 AI 시대에 우린 더 인간다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턴 교수는 “흥미로운 점은 우리는 신기술로 미래에 어떤 직업이 파괴될지는 알지만, 어떤 직업이 창출될지는 알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직업은 우리가 모르는 시장이나 맥락에서 만들어져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일자리 변화에 대응하려면 ‘미래를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는 “성인이 돼서도 세상에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배울 수 있도록 아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직업이 창출될 분야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어려운 일이다. 예컨대 내 아들은 방사선 전문의가 되길 원했다. 그때 모두가 ‘잠깐만, X선 영상은 기계도 판독할 수 있어’라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사선 분야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렇게 우리 예측이 틀릴 때가 많다. 미래 일자리 창출 분야를 예측하긴 매우 어렵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평생학습을 이어가고 호기심을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계속 배우고, 지켜봐야 한다.” ―일자리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정부는 사람들의 기술 교육에 투자해 그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AI는 일자리를 파괴하지는 않는다. 직업을 구성하는 일부 작업을 없애는 것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일을 하려면 무엇을 더 배워야 하나’, ‘나에게 필요한 다른 기술이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해야 한다. 또 사람을 관리하거나 사람들과 협력하는 데 능숙해져야 한다. 기업들은 AI 책임자를 배정하며 AI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AI로 효과가 높아지는 게 무엇인지 확인해 관련 기술을 직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기업이 지금 당장 AI에 대한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하다.” ―AI 활용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나. “대화형 챗봇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 대화를 시도하고, AI의 답을 관찰한 뒤 내 취지에 맞게 조정한 질문을 다시 제기하는 과정을 반복해 보면 된다. 일종의 호기심과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강화된(augmented) 인간’이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동시에 AI는 단지 기계일 뿐이란 걸 알아야 한다. AI가 옳지 않은 정보를 알려줄 수 있고, 제시한 답을 다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우리는 ‘기술의 노예’가 되지 말고 ‘기술의 주인’이 돼야 한다.” ―미래 일하는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유연성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며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장소와 시간에 더 많은 유연성을 갖게 됐다. 다음 단계의 유연성은 고용 계약에서 나온다. 독립적인 프리랜서가 늘어나며 훨씬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정규직일 때보다 비정규직일 때 회사와 상호작용할 기회가 더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 이는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런 환경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회사가 사고 싶어 하는 일련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 회사는 당신의 발전 능력에 많은 중점을 둘 것이고, 이게 고용 계약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게 어떤 일이든 당신이 탁월하게 잘하고, 계속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이다. 또 우리는 분명히 더 오래도록 일하게 될 것이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해야 하고, 휴식기를 가지며 배워야 한다.” ―기업에선 여전히 전문가보단 제너럴리스트가 중시되는 편이다. “맞다. 회사 전반에 대해 두루 지식을 갖춘 핵심 인물(제너럴리스트)은 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강력한 네트워크와 회사의 일반 기술을 갖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 필요는 없다. 회사 내 지배력의 원천은 이런 ‘내부 핵심’(제너럴리스트)들이지만, ‘외부 핵심’(전문가)들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위해 회사를 드나들 수 있다. 특정 분야에서 매우 숙련된 이들 말이다.” ―한국에는 숙련된 은퇴자들이 많지만 일할 기회가 적다. “기업의 ‘나이 차별’과 관계된 문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 출산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따라서 50세, 60세 이상의 사람을 무시한다면 엄청난 노동력 부족이 생긴다. 게다가 이들은 매우 숙련돼 있다.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노화되고 있기도 하다. 내 나이는 만 68세이지만 할머니 세대의 68세와는 전혀 다르다. 심지어 내 어머니도 현재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런던경영대학원 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교수 중 한 명은 80세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노화에 적응해야 한다.” ―한국에서 법정 정년은 60세다. “그건 큰 실수다. 이걸 전적으로 바꿔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은 젊은 사람은 적고 노인은 많은 역(逆)피라미드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젊은이들이 노인의 은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0세에 은퇴하고 100세까지 산다면, 이는 당신의 근로 기간보다 은퇴 기간이 더 길다는 걸 뜻한다. 그건 말이 안 된다. 국가가 어떻게 그런 은퇴자들을 부양할 돈을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가 (정년 연장으로) 국민들이 더 오래 일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신기술의 발전 속에 고령 은퇴자들은 대접을 못 받기 쉽다. “기업들은 나이 차별과 (60세에 은퇴시키는) 비현실적인 태도를 그만둬야 한다.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을 볼 때 주목해야 하는 점은 나이가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이다. 내가 일하는 런던경영대학원에도 정년이 없다. 이 외에도 꽤 많은 곳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경력을 바꾸기 쉬운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동시장이 훨씬 더 개방적으로 변해야 한다. 즉, 사람들이 30세, 40세, 50세에도 회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채용할 때 나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단지 그들의 성과를 봐야 한다. 시니어들은 AI 시대 인간 고유의 강점인 공감력이 뛰어나다. 많은 지식과 지혜도 갖추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젊은 사람들에게 멘토와 코치가 돼줄 수 있다.” ―경력 재설계의 좋은 사례를 소개해 달라. “전 세계에서 많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많은 회사와 정부 관련 기관에선 이제 50세를 대상으로 자신의 경력을 재검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0세가 되어도 사람들이 다음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격려 중이다. 그래서 영국 노동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일을 잘하는 나라가 드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매우 느리다. 대부분 ‘70년 숙성된 기술’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제발 믹 재거(록 밴드 ‘롤링스톤스’의 보컬)를 봐라.” ―한국은 저출산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해결하기가 어렵다. 여성들은 아이를 낳으면 제대로 된 직업을 유지하기 힘들고, 평생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이를 안 낳으려 한다.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0%를 넘는) 덴마크에서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다. 내 생각에는 우리 사회에 아이들을 평가 절하하는 뭔가가 있다. 이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린다 그래턴 교수■ 1955년 영국 리버풀 출생■ 1981년 리버풀대 심리학 박사■ 1989년 1월~현재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2008년 1월 HSM 컨설팅 설립■ 2011년 '싱커스 50(THINKERS 50)' 12위로 선정■ 2017년 일본 정부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 자문위원주요 저서'일의 미래'(The Shift·2011년), '100세 인생'(Th 100-year life·2016년), '일을 리디자인하라'(Redesigning Work·2022년) 등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올 크리스마스에 프랑스는 ‘노노’라 불리던 남성의 죽음으로 떠들썩했다. 노르딘 아초리(42)는 24일 늦은 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15구 거리를 걷다가 차에 탄 괴한의 총에 다리를 맞았다. 달아나려는 그에게 괴한은 여러 발을 더 쐈고 결국 아초리는 숨졌다. 몇 시간 뒤 마르세유 13구에서 괴한이 탔던 차가 불에 탄 채 발견됐다. 현지 언론은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고는 ‘액션영화가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아초리는 마르세유 지역 마약 갱단 두목이다. 경찰은 아초리 살해 사건이 올해 마르세유에서 일어난 48번째 마약 관련 살인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마르세유에서만 마약과 연루된 살인 사건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발생한 것이다. 마약 범죄는 프랑스 전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올 1∼11월 경찰에 보고된 마약 범죄자 살인 또는 살인미수 사건은 315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늘었다. 특히 유독 마르세유에서 마약 시장을 놓고 대형 갱단끼리 죽고 죽이는 살인극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르세유는 어쩌다 마약 도시가 됐을까. 파리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인 마르세유에는 대규모 항만이 있어 선박을 활용한 마약 밀매 역사 또한 길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세계 최대 헤로인 밀매 조직 ‘프렌치 커넥션’이 암약했다. 1971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이 조직을 붙잡으려 애쓰는 형사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영화를 제작할 정도였다. 마르세유 마약 갱단들은 중동이나 동남아시아산 양귀비를 들여와 헤로인을 생산해 미국 캐나다 등으로 수출하며 세를 키웠다. 이후 프렌치 커넥션은 결국 해체됐지만 뿌리째 뽑히지 않고 마약 밀매의 싹을 남겨 뒀다. 이 싹을 현재 상황으로 키운 자양분으로 프랑스 언론은 마르세유 지역, 특히 북부의 심각한 빈곤과 열악한 교육 그리고 인종차별을 꼽는다. 흔히 마약은 더 큰 쾌락을 맛보기 위해 한다지만 이 지역 빈민들은 가난을 잊기 위해 마약에 빠진다고 한다. 실업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빈곤한 청년들은 조금이라도 돈을 만질 수 있는 마약 밀매에 가담한다. 청년들에게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교육 여건도 부족해 이들은 마약 시장으로 떼밀려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1960년대부터 이 지역에 모여 사는 북아프리카계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이 만연해 교육 및 치안 인프라에서 소외된 영향도 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21년 마르세유 10대 소년들이 마약 범죄로 잇따라 숨지자 그해 9, 10월 연달아 마르세유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교육에 투자하고 치안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정치인들도 선거철이 되면 마르세유를 찾아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떠났지만 달라지는 건 크게 없었다. 오히려 마르세유 마약 조직은 더 번성하고 관련 범죄는 더 늘어났다. 빈곤, 교육, 치안, 인종차별 문제를 해소할 근원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에서 마약 범죄는 주로 연예인 같은 유명인의 투약 사실 중심으로 부각된다. 유명인이 연루돼야 언론과 사회의 주목을 끌어 수사 성과를 높이기 쉽다는 점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마약 범죄는 대중의 관심에서 먼 지역 소외된 이들에게 더 쉽고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10대 마약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마약 범죄를 키우는 빈곤, 교육 같은 사회 문제를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다.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삼성전자는 프랑스 최대 통신 사업자이자 ‘2024년 파리 올림픽’ 프리미엄 파트너인 오랑주와 함께 ‘갤럭시 Z플립5 파리 올림픽 번들팩’을 판매한다고 24일 밝혔다. 번들팩에는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Z플립5’와 배터리, 플립슈트 케이스가 포함된다. 플립슈트 케이스는 뒷면에 카드를 넣으면 이 카드와 연결된 영상이 케이스의 스크린에 나타난다. 올림픽 마스코트 ‘프리지’와 파리 올림픽을 안내하는 시각물인 ‘룩 오브 더 게임’을 적용한 두 가지 유형으로 제작된다. 삼성전자는 구매자 중 추첨을 통해 50명에게 육상 결승, 럭비 4강 등 내년 파리 올림픽 주요 경기 관람권 2장씩을 제공한다. 번들팩 정가는 1319유로(약 188만 원)인데 오랑주 요금제에 가입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오랑주와 함께 주요 쇼핑몰, 지하철 등 프랑스 전역에서 올림픽 홍보를 진행 중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아라비아반도 서쪽 홍해에 이어 동쪽 인도양에서도 민간 선박이 이란에서 날아온 드론 공격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가와 보험료 등이 들썩거리고 있다. 10월 7일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통행하는 민간 선박을 잇달아 공격하는 와중에 민간 선박 공격 배후로 이란이 지목된 것은 처음이다. 석유 가스를 비롯한 물류 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인도 서부 해안에서 약 200해리(370km) 떨어진 인도양에서 라이베리아 국적 화학 유조선 ‘켐 플루토’호가 이란에서 발사된 공격용 드론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켐 플루토호는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주베일 항구에서 정제 제품을 싣고 인도 서부 망갈로르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과정에서 민간 선박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배후로 지목된 건 처음이라고 WSJ는 전했다. 일본 리오 브릴란테사 소유의 이 선박은 이스라엘 해운 재벌 이단 오페르와 관련된 네덜란드 에이스퀀텀 케미컬 탱커스가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후티 반군의 물류 위협으로 인한 국내 기업 수출 차질이나 국내 물가 상승 등 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망 차질로 국제 운임과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은 잠재돼 있다.예멘 반군 공격에 해운 운임 30~40% 상승 홍해發 물류대란 위기 선박들 아프리카 우회… 운송 지연장기화땐 유가-물가 동반 상승 우려 후티 반군은 홍해와 사우디 남쪽 아덴만에 이어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과 상선까지 공격하기 시작했다. 중동 전쟁 개시 후 14, 15차 공격이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후 3∼8시 홍해 남부를 순찰하던 아이젠하워 항모전단 소속 구축함이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서 출격한 드론 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오후 8시경 홍해 남부에서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고 있다는 민간 선박 2척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잇따른 선박 공격으로 인한 물류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해운 운임도 상승하고 있다. 21일 미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스위스 MSC는 인도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임을 30∼40%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한 달 전 인도∼미 동부 해안 노선의 운임은 2000달러에서 7000달러로 인상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상하이∼영국 노선은 2400달러에서 4배 수준인 1만 달러로 뛰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지난해 말 급격하게 하락한 해운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은 여력이 있지만 홍해 사태 장기화에 따라 심각성이 커질 수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에퀴노르 등 세계 석유회사들은 세계 해상 무역의 약 12%를 담당하는 홍해를 우회하고 있다. 지난 1주간 컨테이너 선박 33척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아가는 바람에 아시아에서 서유럽으로 향하는 운송이 60일가량 지연됐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유가 인상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석유는 홍해가 아니라 아라비아반도 동쪽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입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제적으로 운임지수와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덩달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영국이 이민자 문제로 몸살을 앓다가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단행했지만 지난해 이민자 수는 오히려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제한을 위해 브렉시트에 찬성한 이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브렉시트의 배신’이라 칭하고 있다. 다만 고급 인력 유입이 늘어나는 등 인적 변화 양상이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유입된 인구가 유출된 인구보다 74만5000명 많아 순이주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의 2배를 넘는 수치다. 이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브렉시트의 배신이 이제 완성되다’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17만4000명, 홍콩 출신 영국 해외 여권 소지자 12만5000명이 순이주 규모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영국은 브렉시트 전보다 인종적, 민족적으로 더 다양해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이는 영국이 2021년 1월부터 기술이나 자격을 갖춘 외국인들에게 이민 포인트를 주고, 일정 포인트 이상인 사람들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새 이민 제도를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 출신 저숙련 노동력은 줄어든 대신 동남아시아, 나이지리아, 중남미 등의 숙련 노동자가 늘었다. 같은 EU 시절 별도의 취업비자 없이 수도 런던 식당에서 일하던 이탈리아, 스페인 청년이 빠져나갔으나 인도나 필리핀 의사나 간호사는 늘었고, 폴란드 배관공은 줄었지만 나이지리아 대학원생은 늘어난 식이다. 브렉시트 초기 찬성론자인 리시 수낵 총리에게 이민자 증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단 부담이다. 이에 영국 내무부는 숙련 노동자의 동반 가족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민자 증가가 영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4일 “런던은 브렉시트를 잘 견뎌냈다. 팬데믹 기간 감소했던 런던 인구는 2040년까지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 증가가 사회 원동력이 된다고 짚었다. 일례로 미국 주요 도시에서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사무실 복귀가 지연되며 도심 빌딩이 텅텅 빈 반면 런던에서는 새 오피스 빌딩 건설 규모가 올 3분기(7∼9월)에 기록적인 수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의회에서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이민법이 통과된 뒤 혼란이 고조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사진)이 법 통과 하루 만에 엘리제궁에서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고 이민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초에 연금개혁을 강행한 데 이어 이민법까지 밀어붙이면서 재집권 1년 반 만에 ‘지지율 30%’를 기록했고, 조기 레임덕에 빠졌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일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프랑스5 생방송에서 전날 상·하원에서 가결된 이민법에 대해 “프랑스에 필요한 방패”라고 옹호했다. 프랑스를 불법 이민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가 될 것이란 얘기다. 마크롱 대통령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면서 “법에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법안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조항들도 있다면서 “법안을 헌법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는 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심사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혁에 이어 이민법까지 강행하며 지지율이 30%에 머물러 조기 레임덕에 빠졌다는 우려에 대해선 “내 임기는 3년 반이나 남았고 지금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 위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부가 이민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우파 성향 공화당(LR), 극우 세력인 국민연합(RN)과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좌파 진영 및 정부 일각의 비판에는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민법 추진에 반발해 사의를 밝힌 오렐리앵 루소 보건장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조항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국가에 유용한 법이라고 생각해 투표한 모든 다수파 의원에게 큰 존경심을 표한다”고 했다. 이민법을 두고 내각에서도 분열이 나타나는 가운데 좌파 성향 주지사가 있는 32개 주와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시장이 이끄는 파리시는 이민법 일부 조항을 적용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이날 밤 프랑스 북서부 렌에서는 수백 명이 도심에 모여 이민법 반대 행진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이민법 외에도 논란이 되는 현안들에 조목조목 견해를 밝혔다. 최근 ‘미스 프랑스 2024’에 선발된 여성이 짧은 머리 스타일로 비판을 받은 점에는 “머리가 짧다고 해서 사람들이 혐오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성추문 의혹으로 일각에서 국가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 박탈을 주장하는 국민배우 제라드 드파르디외에 대해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도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성인이 되면 국적을 자동으로 주던 제도를 없애고 외국인에 대한 주거 지원 요건을 강화하는 등 이민 문턱을 높인 이민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유럽연합(EU)도 이민자 수를 제한하는 개정 법안을 마련하면서 유럽의 이민 규제가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사진)이 핵심 과제로 추진한 이민법 개정안이 이날 상원에서 찬성 214표, 반대 114표로 가결됐다. 이어 하원에서도 찬성 349표, 반대 186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현재 프랑스에서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성인이 되면 프랑스 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지만 법 개정에 따라 자녀는 16∼18세 때 국적 취득을 신청해야 한다. 심사를 통과해야 국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외국인이어도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귀화할 수 없게 된다. 이중 국적자는 경찰 등 공권력을 쥔 사람을 고의로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프랑스 국적이 박탈된다. 외국인이 맞춤형 주거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자는 최소 3개월, 비근로자는 5년을 거주해야 한다. 다만 쓰레기 수거원, 건설 노동자 등 프랑스인들이 기피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불법 체류자는 범죄 전과 유무, 거주 기간 등을 따져서 한시적으로 특별 체류를 허가한다. 미성년자 외국인에 대한 금지 조항은 현행대로 유지됐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이데올로기적 승리”라고 환영했다. 보리스 발로 사회당 하원 원내대표는 “정부에 수치스러운 순간”이라고 비난하는 등 좌파는 반발하고 있다. 오렐리앵 루소 보건장관 등 4명의 장관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내각도 분열하고 있어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EU는 20일 입국자 수를 제한하는 새 이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법안에는 이민자의 심사, 망명 신청 절차 등이 포함됐다. 인도, 튀니지, 튀르키예 등 망명 허가 가능성이 낮은 국가에서 온 이들은 국경에서 구금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 대형마트 ‘모노프리’, ‘프랑프리’나 ‘나튜랄리아’를 거리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랑스 유통업을 대표하는 이 세 브랜드는 모두 카지노그룹이 소유하고 있다.1898년 프랑스 남동부 루아르 지방 생테티엔에서 탄생한 125년 역사의 이 ‘유통공룡’은 이제 내년 초 간판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65억 유로(약 9조2400억 원)에 달하는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위기 속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그룹의 몰락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유통업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세계적으로 유통기업들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가속화된 온라인 거래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다. ●파산 위기 속 새 주인 찾기프랑스 유통기업 카지노그룹은 프랑스에만 5만 명 이상, 세계적으로는 2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이미 125년 전 생테티엔에서 공장형 매장을 세워 초콜릿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고 와인 등을 거래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가족사업으로 꾸준히 성장하면서 1950년대 프랑스 최초로 유통기한을 표기해 식품의 질을 높이는 등 여러 혁신을 거듭했다. 과거엔 업계 선두를 점했지만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이 느려지며 지금은 프랑스 마트 점유율 7위다.프랑스 간판 유통기업이던 카지노그룹은 빚이 65억 유로까지 불어나며 상환 불능 위기에 처하자 올해 7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구조조정안이 발표된 직후 카지노그룹 주가는 31.5% 급락해 거의 휴지조각 수준이 됐다. 카지노그룹은 올 10월부터 법정 관리에 들어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카지노그룹은 18일(현지 시간) 경쟁 유통기업인 오샹, 엥테르마르쉐와 313개 매장 매각을 위한 독점 협상을 시작했다. 현지 언론들은 내년 1분기(1~3월) 내에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매각이 완료되면 모노프리, 프랑프리 등 브랜드명은 유지되더라도 카지노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공룡 기업의 몰락 여파는 상당하다. 카지노그룹 노동조합은 “그룹의 매장이 매각되면 카지노그룹이 해체된다”며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강경좌파 노조인 노동총연맹(CGT)의 소피 비네 대표도 마크롱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외형 확장 위해 과도한 빚 내”화려한 역사를 자랑했던 카지노그룹이 이 지경이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유통기업들이 수도 파리로 몰려와 출혈 경쟁을 벌이는데 인구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팬데믹 기간에 관광객들마저 줄어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이후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및 원자잿값이 급등하며 고물가가 이어진 점도 매출을 위축시켰다.여기에 최근 고금리 장기화도 주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전반에 걸쳐 기업 부도는 올해 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해 8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여기까지는 다른 기업들도 익히 겪었던 문제다. 현지 언론들은 카지노그룹의 전략적 오류를 패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선 지나친 외형 확장이 문제로 꼽힌다. 카지노그룹은 모노프리, 프랑프리, 나튜랄리아 외에도 비발, 스파, 리더프라이스 등 많은 브랜드를 끌어안았다. 현지 언론 라데페쉬는 “카지노그룹은 경쟁사를 인수해 ‘외부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빚을 내 인수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그룹은 이론적으로 외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거둔 이익으로 불어난 부채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가격 정책이 잘못됐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도 적극 할인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카지노그룹은 가격을 비교적 높게 설정했다는 것이다. 가격이 비싸니 고객이 줄고 매출이 줄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면서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사들은 매장 현대화 등 시설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지만 카지노그룹은 불어난 부채 탓에 투자에 나서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인플레, 유통 지형 뒤집나카지노그룹의 몰락을 계기로 대형 유통기업들의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고물가가 길어지면서 대형마트 대신 재고처리 매장 등 할인마트의 저가 공세가 위협적이다. 특히 기존 유통기업의 틈새를 비집고 성장하는 기업들은 네덜란드, 독일 등 외국 기업들이다.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독일계 할인마트 ‘니들’은 작년에만 약 20개 점포를 개장했다. 마찬가지로 독일계 경쟁사 ‘알디’는 2021년 기존 매장 554개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네덜란드계 재고처리 매장 ‘악시옹’은 10년 전 프랑스에 첫 매장을 연 후발주자이지만 현재 프랑스 매장이 720곳이 넘는다. 올해 한 조사에서 브랜드 인지도 1위를 점했다. 유럽 시장에서 악시옹의 회전율은 지난해 30% 증가했다고 라디오프랑스는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불거지는 경제 이슈가 부쩍 늘었습니다. 경제 분야 취재 경험과 유럽 특파원으로 접하는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유럽 경제를 풀어드리겠습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독일에서 반(反)이민을 내세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중소도시 시장을 처음 배출했다. 세르비아 총선에선 친러시아 우파 성향인 현 집권당이 승리했다. 유럽에서 난민 증가와 고물가에 따른 경제난이 계속되며 극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17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이날 AfD는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도시 지역 시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독일 동부 ‘작센주의 스위스’로 알려진 인구 4만 명의 도시 피르나에서 실시된 시장 결선투표 예비 집계 결과 팀 로흐너 후보(53·사진)가 38.5%의 득표율로 나머지 두 후보를 누르고 시장에 당선됐다. 로흐너 후보는 무소속이지만 AfD 후보 자격으로 선거에 나섰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소속된 독일 최대 야당 기독민주당(기민당·CDU) 후보 및 자유유권자연대(FW) 후보와 경쟁했다. AfD 후보가 인구 4만 명 규모의 도시 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DW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올 7월 작센안할트주에 있는 라군예스니츠 시장 선거에서도 AfD 소속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이곳은 인구가 9000명 수준이었다. 작센주 정보당국은 최근 AfD를 우파 극단주의 운동으로 분류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AfD가 시장을 배출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독일에서 AfD의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5명 중 1명은 AfD에 투표하겠다고 답해, CDU 다음으로 두 번째로 지지를 얻고 있다고 DW는 전했다. 동유럽의 세르비아에서도 사실상 대통령 재신임 여부를 묻는 총선에서 친러 극우 성향의 집권당이 승리를 선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17일 의회선거에서 개표가 76%까지 이뤄진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 세르비아혁신당(SNS)의 압승을 발표했다. 부치치 대통령과 SNS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국정 장악력이 더 커져 극우 정책을 한층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부치치 대통령은 증오범죄에 따른 사회적 혼란, 고물가에 따른 경제난 등으로 신뢰가 흔들리자 국면 전환을 위해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외모, 목소리와 똑같은 인공지능(AI)을 대면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는 ‘AI 푸틴’이 말하는 모습을 본 뒤 “이게 내 첫 대역(double)”이라고 말해 그간 그가 건강, 안전상의 이유로 대역을 내세운다는 일각의 의혹을 농담으로 받아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기자회견 겸 국민과의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4시간 4분 동안 기자·국민의 질문에 답했다. 행사 도중에 푸틴 대통령과 외모, 목소리가 똑같은 ‘AI 푸틴’이 화면에 나타났다. 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 영상으로 추정된다. ‘AI 푸틴’은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주립대 학생이다. 당신은 대역이 많이 있느냐. 그리고 AI의 위험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AI 푸틴’은 푸틴 대통령이 평소에 말할 때처럼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이 모습을 본 청중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순간 당황한 듯 잠시 눈을 크게 뜨며 ‘AI 푸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의 질문을 받아 적었다. 그런 뒤 “당신은 나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나 자신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쓸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건 나다”라고 했다. 이어 “그건 그렇고, 이것이 내 첫 대역이다”라고 덧붙였다. 71세인 푸틴 대통령은 건강이 안 좋거나 암살 위험이 있을 때 대역을 활용한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크렘린궁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농담으로 이 의혹을 에둘러 부인한 셈이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외모, 목소리와 똑같은 인공지능(AI)을 대면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는 ‘AI 푸틴’이 말하는 모습을 본 뒤 “이 게 내 첫 대역(double)”이라고 말해 그간 그가 건강, 안전상의 이유로 대역을 내세운다는 일각을 의혹을 농담으로 받아쳤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기자회견 겸 국민과 대화 ‘올해의 결과’ 행사에서 4시간 4분 동안 기자·국민 질문에 답했다. 행사 도중에 푸틴 대통령과 외모, 목소리가 똑같은 ‘AI 푸틴’이 화면에 나타났다. 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 영상으로 추정된다. ‘AI 푸틴’은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주립대 학생이다. 당신은 대역이 많이 있느냐. 그리고 AI의 위험에 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AI 푸틴’은 푸틴 대통령이 평소에 말할 때처럼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말했다.이 모습을 본 청중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순간 당황한 듯 잠시 눈을 크게 뜨며 ‘AI 푸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의 질문을 받아 적었다. 그런 뒤 “당신은 나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쓸 수 있다”며서도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나 자신처럼 말하고 내 목소리를 쓸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건 나다”고 했다. 이어 “그건 그렇고, 이것이 내 첫 대역이다”라고 덧붙였다.71세인 푸틴 대통령은 건강이 안 좋거나 암살 위험이 있을 때 대역을 활용한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크렘린궁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농담으로 이 의혹을 에둘러 부인한 셈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제국주의 상징’으로 통하는 일본 욱일기가 등장했지만 국내 누리꾼의 항의로 삭제된 사실이 알려졌다.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꾸준히 펼쳐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14일 페이스북에 “이달 13∼2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 홍보 프로모션 이미지가 FIFA 계정에 올라왔다”고 밝혔다. 일본 프로축구팀 우라와 레즈를 소개하는 이미지에서 유명 선수 나카지마 쇼야가 메인에 등장했고 그 뒷배경으로 욱일기가 쓰였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그런 뒤 한국 누리꾼이 댓글과 다이렉트 메시지(DM) 등으로 FIFA에 강하게 항의해 욱일기가 삭제되고 다른 이미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 작전 목표가 달성돼야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에서 거론되는 평화 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열린 ‘올해의 결과’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에서 러시아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와 비(非)군사화, 중립”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평화 협상에는 열려 있다면서도 “그들이 협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본질적으로 한 민족”이라며 이는 내전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2014년) 분쟁을 만들기 위해 쿠데타를 해야 했고 미국이 이 일을 벌였으며 유럽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며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계속 하던 억지 주장을 펼쳤다. ‘추가 병력 징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이미 50만 명이 자원 입대를 신청했다”며 “왜 더 징집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원에 대해서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짜로 받은 지원은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군사적, 재정적 지원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을 지목한 것이다. 러시아 주요 TV 채널이 생방송한 이날 행사는 전화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접수한 기자 및 국민 질문에 푸틴 대통령이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매년 12월 열리던 이 행사는 지난해에는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대반격을 막아내고 내년 3월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13일(현지 시간) 공식 출범한 폴란드 새 연립정부가 “이전 정부가 체결한 무기 도입 계약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 정권 교체에 따라 한국 방산업체들과 맺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 계약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상황에서 계약이 ‘묻지 마 파기’될 우려는 일단 덜게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전날 의회 국정연설에서 “군비 증강을 통한 군 현대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부패가 연루된 경우를 제외한, 전 정부가 체결한 모든 무기 도입 계약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투스크 총리는 13일 공식 취임했다. 새 총리의 발언에 따라 국내 방산업체의 무기 수출 계약은 그대로 이행될 확률이 높아졌다. 앞서 이번 연립정부를 주도한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이 10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전 정부가 서명한 합의는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밝히며 국산 무기 수입 계약이 제대로 이행될지 우려가 제기됐다. 새 정부 국방장관 물망에 오른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농민당(PSL) 대표도 “(전 정부가 10월 15일 총선 이후 체결한 계약들에 대해) 분석과 평가를 거칠 것”이라며 이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다만 국내 방산업체의 향후 무기 수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폴란드 새 정부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사안은 면밀히 재검토하면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 대한 높은 방산 의존도를 재고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이 “전 정부가 (총선에서 패배한) 10월 15일 이후 서명한 합의는 파기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총선 이후 성사된 계약은 파기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7월과 10월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한국 방산업체로부터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 등을 구매하겠다는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폴란드와 17조 원 규모의 ‘1차 실행 계약’을 맺었고, 이달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4000억 원 규모의 ‘2차 실행 계약’을 맺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7일(현지 시간) 낮 프랑스 파리 튈르리 공원 크리스마스 시장.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매년 열리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지만 점심시간인데도 ‘먹거리 장터’ 쪽이 유독 한산했다. 전통 음식인 뱅쇼, 크레페 등을 파는 분식 매장 6곳 중 사람들이 보이는 곳은 2, 3곳뿐. 그마저도 한두 명씩 서 있을 뿐 대기 줄이 길지 않았다.이곳을 지나던 주부 앙젤리크 상셰즈 씨는 “크리스마스 만찬 음식을 만들 식재료는 가격이 할인되는 크리스마스 전날 장을 볼 것”이라며 “미리 사면 오히려 비싸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대목 이후 가게들이 남은 상품을 세일할 때 알뜰하게 장을 보겠다는 얘기다. 파리 도심은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치장했지만 정작 파리지앵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노력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2년 내내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프랑스 소비자물가는 올해 10월 전년 대비 4.0% 올라 전달(4.9%)에 비해 둔화되고는 있다. 하지만 식품 물가 지표는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올 10월 식품 가격 상승률은 7.7%였다. 현지 언론 ‘프랑스앵포’가 조사한 결과 같은 달 설탕값은 1년간 53% 뛰었다. 같은 기간 식용기름류는 15%, 쌀은 16% 올랐다. 식품 물가 고공 행진 유동인구가 많은 파리의 유명 백화점 갈르리 라파예트 오스만점의 이날 분위기 또한 다르지 않았다. 1층 로비에 화사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들어서 쇼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지만 지하 식품 코너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양말, 모자, 벨트 등을 사서 나오던 시민 장 자크 씨는 “식품은 백화점에서 절대 사지 않는다. 여긴 식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이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직접 확인해 본 물가 수준은 자크 씨의 말이 사실임을 보여줬다. 작은 책 크기만 한 초콜릿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반값 할인’을 하고 있는데도 60유로(약 8만 원)에 달했다. 성탄절 만찬 식탁에 디저트로 오르는 샴페인 젤리는 스마트폰 절반 크기였음에도 15유로(약 2만 원)였다. 많은 파리지앵은 프랑스의 식품 물가가 유럽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 불만을 표한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소비자 전문 매체 ‘LSA’가 지난해 1월∼올해 8월 유럽 각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가 17.9%로 1위였다. 스페인(17.2%), 영국(16.7%), 이탈리아(16.4%), 독일과 벨기에(각각 15.5%)보다 높다. 프랑스의 식품 물가 상승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대형마트와 납품업체 간의 독특한 가격 협상 체계가 꼽힌다. 르피가로는 “다른 유럽 국가는 대형마트와 납품업체가 1년 중 수차례 협상을 진행하지만 프랑스는 연 1회만 하기에 상승률이 한꺼번에 높게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연 1회 협상은 작황, 기후변화 등 매년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을 반영할 수 없으므로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한 구조다. 고물가가 잦아들지 않자 미식가로 알려진 파리지앵들은 식비마저 줄이고 있다. 최근 네슬레프랑스재단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식량 불안을 겪고 있는 국민이 2015년 이후 3배로 늘었는데, 이 중 36%는 식비를 줄였다. 현지 언론 또한 크리스마스를 맞아 만찬 식비를 줄이는 팁을 소개하고 있다. 만찬 식탁에 자주 오르는 훈제 연어 대신 비교적 저렴한 훈제 송어, 값비싼 샴페인 대신 비슷한 식감이지만 훨씬 싼 주류인 크레망 등으로 대체하라는 식이다. 할인매장서 ‘반값 쇼핑’ 허리띠를 더 조이려는 소비자들은 백화점 대신 할인마트로 향한다. 실제 이날 찾은 파리 외곽의 재고 처리 매장 ‘악시옹’에는 쇼핑객이 끊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다는 공 모양 장식품은 백화점에선 1개에 7유로(약 9900원)였지만 이곳에선 0.99유로(약 1400원)에 불과했다. 세일 중인 장식품 매대는 이미 상품이 다 팔려 텅 비어 있었다. 특히 파리 도심에서 이런 할인마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대표적인 할인마트 ‘니들’은 작년에만 약 20개 점포를 개장했다. 경쟁사 ‘알디’는 이미 2021년에 기존 매장 554개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프랑스앵포는 “인플레이션은 할인매장의 성장세를 방해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주로 서민들의 단골인 할인마트가 식재료 품질에 민감한 파리지앵들의 마음을 산 비결은 식품 코너의 고급화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보통 할인마트는 식품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의식한 할인마트들은 특히 제빵, 신선식품 분야의 품질을 높이는 데 공들였다. 마케팅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도 통했다.ECB 조기 금리 인하설 당국은 장바구니 물가를 통제할 뾰족한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정부는 올 8월 유통기업과 납품기업 간의 연례 가격 협상 시기를 앞당겼다. 당시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제품 수를 5000개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판촉 행사를 적극적으로 늘릴 것을 유통기업들에 당부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식품 가격 상승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국의 강력한 가격 통제 정책이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시사매체 ‘레제코’ 또한 같은 맥락에서 헝가리를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헝가리는 2021년 10월부터 돼지갈비, 치킨가스, 해바라기유, 파스타, 빵 등 주요 식품 가격을 통제하다가 올 8월에야 가격 통제를 풀었다. 그 여파로 2022년 12월 헝가리의 물가 상승률은 49.6%를 기록했다. 그간 꾹꾹 억눌렸던 가격 상승세가 한꺼번에 반영된 여파로 풀이된다. 즉, 당국이 특정 물품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통제할 수는 있어도 영원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어떤 식으로든 시장 왜곡을 초래해 상당한 후폭풍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독일 등 경기 침체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유럽 주요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시장 예상보다 일찍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ECB는 고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올 9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각국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물가 상승세 또한 잦아들자 올 10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브라이언 마틴 글로벌 경제 헤드는 다우존스에 “ECB가 내년 3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또한 ECB가 내년 6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아직 불씨가 꺼졌다고 보기 어려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또한 과도한 금리 인하 전망을 경계했다. 그는 최근 “지금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라며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면 다시 (통화 긴축)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