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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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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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지금까지 오른 산봉우리만 1만 6000개…80세 산악인, 그가 산을 타게 된 계기는?

    1938년 생으로 올해 딱 80세가 된 예비역 육군 중령 심룡보 씨는 매주 5일, 한달에 20일 이상 산을 탄다. 1987년 10월 울릉도 성인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오른 산봉우리만 무려 1만6000개가 넘는다. 2014년 9월 1만 봉우리, 2016년 12월 1만3000 봉우리에 이어 최근 1만6000 봉우리에 올라섰다. 심 씨는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명산의 봉우리는 물론 전국의 전혀 알려지지 않는 산의 봉우리까지 섭렵하고 있다. 앞으로 1000봉우리를 더 오른 뒤 산을 더 탈지 고민을 하겠단다. 기자와 인터뷰를 한 8월 31일에도 경기도 포천의 산을 탈 예정이었다. “산의 개념이 아니라 봉우리 개념이다. 설악산에 많은 봉우리가 있듯 산의 봉우리를 오른다. 한 달에 20일 씩 오르더라도 1000 봉우리를 다 오르려면 4~5년은 걸린다. 그 때도 건강하면 다시 1000 봉우리를 더 오를 계획을 세우겠다.” 산을 타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떤 봉우리든 오르면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준다. “어쨌든 그 산의 제일 꼭대기에 오른 것 아닌가.” 심 씨가 산을 타게 된 계기는 건강 때문이 아니었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 산을 타지만 그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산에 간다. 그에겐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는 1959년 하사관으로 육군에 입대한 군인이었다. 1977년 영관급 장교로 다시 입대해 중령까지 올랐지만 더 이상 진급이 안돼 1990년 9월 전역하게 된다. “전역은 했지만 당시 50세 초반으로 뭘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려웠다. ‘오늘은 또 뭐하지?’ 고민 속에서 하루가 시작됐다.” 전역한 뒤 초기엔 주변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도 술 마시고 놀음을 하니까 주위에서 신고해 경찰에 잡혀간 적도 있다. 유치장에서 하루 자고 5만 원 벌금내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고민하던 중에 거인산악회를 알게 됐다.” 1990년대 초 거인산악회는 백두대간 종주를 하고 있었다. 공수부대에서 활약할 때 비행기 점프를 61회 할 정도로 도전적인 그에게 등산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몇 번 따라갔는데 너무 재밌었다. 그 때부터 계속 따라 다녔다. 57일 만에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다시 거꾸로 내려오면서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백두대간은 북한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말한다. 북한 부분을 제외하고 남한의 산줄기를 모두 타는 것을 백두대간 종주라고 한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8년 동안 1대간 9정맥을 완전히 종주했다. 백두대간엔 정맥 지맥 등이 있는데 거의 다 갔다 왔단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에 있는 산의 봉우리는 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는 주요 산은 물론 알려지지 않는 산도 타기 시작했다. 1만 봉우리를 넘게 가다보니 전국의 마을이라는 마을은 다 가봤다. 대한만국엔 산도 많고 골짜기도 많은데 사람이 안 사는 곳이 없었다.” 두 번 이상 간 산만 2000개가 넘는다. 두 번을 가건 10번을 가건 봉우리 정복 횟수는 1회로 친다. 단순 산술적으로는 심 씨는 봉우리 오르기로는 2만 번을 넘게 한 셈이다. 등반은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할 때도 있고 혼자 갈 때도 있다. 혼자 갈 때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함께 갈 땐 어울릴 수 있어 좋단다. “화요일에는 만산동호회, 목요일에는 강송산악회, 토요일에는 청산수산악회와 함께 산행을 한다. 그리고 혼자 주 2회 이상 산을 탄다.” 서울시에만 산악회가 1000개가 넘는단다. 혼자 가는 날에는 인터넷을 보고 특정 산악회가 자신이 가보지 않는 산으로 가면 신청해서 함께 가기도 한다. 화요일 함께 하는 동호회 만산동호회는 심 씨 등 1만 봉우리를 오른 3명을 기리기 위해 만든 동호회다. 그래서 ‘만산(萬山)동호회’다. “1만 개가 넘는 봉우리를 가려면 천둥번개에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산으로 가야 한다. 누가 보면 미친 줄 알 것이다. 그렇다. 미친 것이다. 일종의 병이다. 산에 안가면 죽은 것 같다.” 악조건 속에서도 산행을 하면 위험하지는 않았을까. “단 한번도 큰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대답. 하지만 “산은 언제 위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친구는 휴대폰을 보면서 산행하다 낭떠러지에 떨어졌다. 뇌수술을 받는 등 후유증이 커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나도 2004년 설악산을 오를 때 잠시 폭포를 구경하며 걷다가 나뭇가지에 왼쪽 눈 위를 부딪친 적이 있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내가 걸음을 계속 한쪽으로 쏠리게 걷더란다. 그래도 괜찮거니 하고 다시 등산 가려다 쓰러진 적이 있다. 뇌에 출혈이 생겼던 것이다. 결국 수술했다. 산에선 정말 조심해야 한다.” 여름에 비 오고 덮다고 방한복 안 가지고 다니면 큰일 날 수 있단다. 체온이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고. 무더운 여름에도 체온을 유지시켜줄 옷은 꼭 챙겨야 한단다. 겨울에는 말할 것도 없고. 이름 없는 산, 오르지 말라고 하는 산을 다녔지만 늘 조심해 아직 큰 사고 하나 없었다.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 3년 전 쯤. 제주도에 있는 오름 386개를 다 오르기로 하고 4명이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10일 씩 4회에 걸쳐 10여개를 빼고 다 올랐는데 한라산 밑 붉은 오름을 오를 때 관리인들이 “거긴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을 뿌리치고 간 적이 있었다. 결국 4명이 10만 원씩 벌금을 내고 끝났지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심 씨는 “제주도가 산행하기 좋다. 저가항공도 많고 새벽에 가면 1시간 이면 가고 바로 택시타고 산행하면 8시간은 산을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니지만 지역의 음식을 맛 볼 기회는 없었단다. “우린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가서 정상까지 다녀오는 시간을 정해놓고 산행을 한다. 산행을 마치면 함께 도시락 먹고 다시 서울로 오니 지역 맛 집은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지역의 특산물은 사가지고 올 때가 많다.” 해외 원정도 많이 다녔다. 1994년 대만 옥산, 그해 일본 다대마산, 1995년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그해 일본 북알프스, 1996년 백두산…. 하지만 최근엔 우리나라 산만 간다. “우리나라 산이 좋다. 먼 산보다 가까운 산이 좋은 법이다. 서울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북한산과 관악산은 정말 좋은 명산이다. 물론 지리산, 설악산 등 유명한 산들은 웅장하지만 자주 갈 수 없다.” 아직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우고 산행을 마친 뒤 소주를 최대 2병까지 마시는 데도 건강하단다.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은 없다. 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산에 올라서 그런 가 보다. 이젠 50대 60대 젊은 아이들을 따라가지는 못 하지만 아직 천천히 가면 충분히 완등할 수 있다.” 등산을 위해 다른 운동은 하지 않는다. 사실 다른 운동할 여가가 없다. 거의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산으로 향한다. 산행을 마치고는 산행 일지를 밤 12시, 새벽 1시까지 쓰고 자니 시간적 여유가 없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 6년 전까진 아내와도 함께 다녔는데 이젠 산행을 할 정도의 체력이 안 돼 혼자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한 때 함께 산을 다녀서 ‘산사람의 심정’을 알아서인지 새벽에 꼭 밥은 차려준다”며 웃었다. 산을 많이 오르다 보니 1년에 최대 등산화 5켤레를 사야 한단다. “3켤레를 사 번갈아 가면서 신는데 1년을 다 못 신는다. 5켤레는 있어야 버틴다”고 말했다. 심 씨는 “내가 1만 봉우리를 오르는 것을 보고 슈클리닉 사장님이 신발을 공짜로 고쳐줘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슈클리닉은 등산화 등 전문 신발을 고쳐주는 곳. 이곳 이민용 사장은 심 씨를 슈클리닉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후원하고 있다. “얼마 전 건강 검진을 받으니 술과 담배 줄이라고 하더라. 아직은 괜찮은데 100살까지 산에 가려면 이제 좀 줄여야겠다.” 심 씨는 “9월의 첫 날엔 강원도 양양의 산을 타러 간다”며 활짝 웃었다. 산이란 말소리, 산을 탄다는 생각만 해도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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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다이어트에 최고…자연 속 ‘인터벌트레이닝’은?

    등산은 산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건강은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다.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5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 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1시간 이상 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 보다는 5~8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있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엘리트 선수에게 지구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훈련이었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경우 100m를 자기 최고기록의 90%로 달리고 조깅해 돌아와 다시 달리는 횟수를 20회 정도 한다. 엄청난 강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축구 미니게임으로 인터벌트레이닝을 하기도 했다. 5대5, 7대7 등 미니 게임을 하며 5~7분 쉬지 않고 플레이를 하게 한 뒤 휴식을 주는 방식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불안전 휴식이 아니었지만 이는 한국선수들의 체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피트니스센터에서는 인터벌트레이닝을 다이어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터벌트레이닝을 하면 에너지소비가 많다. 운동생리학적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불완전 휴식을 반복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게 된다.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다. 하지만 우리 몸은 어느 시간이 지나면 그런 훈련 상황에 적응하게 돼 에너지 소비량을 높인다. 1시간 동안 10km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회 하는 게 에너지 소비엔 효과적일 수 있다. 다이어트 관점으로 보면 운동할 때 3가지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 기초대사량과 운동시 소비 칼로리, 운동 후 초과산소섭취량(EPOC)이다. 요즘 잘 알려져 있는 기초대사량은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와 관련하여 소비되는 칼로리다. 한마디로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소비되는 에너지다. 1일 에너지 총 섭취량의 약 60~70%를 차지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의 효과 때 지적했듯 근육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기초대사량이 높다. 근육은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써야 한다. 지방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근육세포가 에너지를 저장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에너지 소비 공장이기 때문이다. 근육량을 증가시키면 근육속에 글리코겐 저장량을 증가시키고 결국 기초대사량도 올라간다. 운동시 소비 칼로리는 연료(에너지)교차점(crossover)의 개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을 시작하고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 시스템에서 탄수화물을 태우는 무산소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운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 하며 소비 칼로리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어 다시 근육에 저장된 지방을 태워서 써야 하기 때문에 체중조절에 효과적이다. 과거 지방을 태우기 위해선 저 강도로 오래 운동을 해야 했지만 최근 연구 조사 결과는 일정 강도 이상으로 단 시간 운동해도 운동효과 및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나오고 있다. 천천히 오래 뛰는 것보다 빠르게 뛰고 조깅하는, 즉 인터벌트레이닝이 더 효과적인 셈이다. 운동 후 초과산소섭취량(EPOC)은 운동을 마친 회복에 대한 개념이다. 우리 몸에선 운동이란 스트레스로 인해 깨어진 항상성을 다시 복원시키는 기전이 일어난다. 운동할 때 체내에서 쓴 산소를 다시 공급해야 몸이 정상으로 돌아가는데 이 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운동 후에도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것이다. 운동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운동 후 6시간 이상 안정시 보다 높은 소비 칼로리를 쓴다. 결국 인터벌트레이닝을 하면 운동 소비 칼로리를 극대화 시킬 수 있고 단위시간당 우리 몸속에 저장된 지방을 가장 많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인터벌트레이닝은 강도가 높아 장시간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등산은 정당한 강도를 반복하면서 5~8시간 할 수 있다. 그러니 다이어트에 더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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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환갑에 마라톤 완주 도전…그녀의 건강 비결은?

    ‘마라톤 마니아’ 스테파니 오 씨(59·한국명 오영주)는 2019년 4월 열리는 제123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보스턴마라톤 완주로 환갑을 힘차게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성별 나이별 기준 기록이 있는 보스턴마라톤은 아무나 참가할 수 없어 마스터스마라토너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그는 올 3월 열린 2018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4시간5분대를 뛰어 ‘4시간10분 이내’란 보스턴마라톤 성별 연령별 기준기록도 이미 통과했다. “생각 만해도 가슴이 뛰어요. 환갑에 꿈의 무대를 달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뻐요. 전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해요.” 스테파니는 아버지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스포츠를 접하고 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영 평영 국가대표로 활약할 정도로 두각도 나타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스포츠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게 됐다. 중·고등학교 때는 테니스를, 대학 때는 스쿼시와 골프를 즐겼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다닌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푸나우 스쿨을 다녔고 보스턴 터프츠(Tufts)대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축구를 한 아버지. 농구를 한 어머니 밑에서 운동이란 유전자(DNA)를 물려받았다면 미국이란 스포츠천국 같은 환경에서 스포츠를 잘 즐길 수 있었다.” 미국은 초중고대학교에서 스포츠를 안 즐기는 게 이상할 정도로 스포츠가 생활화돼 있었다. 각급 학교에서 스포츠를 강조하고 있고 모든 학교에 체육관과 수영장, 운동장 등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스포츠든 즐길 수 있었다. “미국에선 어린아이들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 축구를 시작했다. 난 끌리지 않아서 안했지만 남자들의 경우도 축구를 시작한 뒤 미식축구와 야구, 농구 등으로 갔다. 미국에서 억척스러운 엄마들을 ‘사커맘(Soccer Mom)’이라고 한다. 그 정도로 축구를 많이 했다.” 스테파니가 대학에서 스쿼시와 골프를 한 이유는 대학 1,2학년 때 스포츠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이후 대학원은 물론 성인이 돼서도 스쿼시와 골프를 계속 즐기고 있다. 스테파니는 사회생활을 하던 30대 중반 달리기에 입문했다.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렸는데 3km, 5km, 10km를 달려도 전혀 힘들지 않았단다. “초등학교 때 수영을 해서 인지 폐활량이 좋았던 것 같았다”는 게 스테파니의 설명. 그러던 중 41세가 되던 2000년 친구들에게 “난 내년에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할 거야”라고 선언했다. 당시 보스턴에 살고 있었고 매년 열리는 보스턴마라톤에 열광하는 사람들 틈에 끼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선언했으니 약속을 지켜야했다. 그래서 한 여성 마라토너가 쓴 책을 샀고 1년간 그 책에서 시키는 대로 훈련했다. 그 땐 요즘 같이 GPS로 거리를 알려주는 기기가 없었다. 그래서 차로 거리를 재 표시를 한 뒤 일정 거리를 달리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그렇게 해서 2001년 보스턴마라톤을 완주했다.” 사실 스테파니는 기준기록이 없어 보스턴마라톤을 달릴 수 없었다. 당시에도 성별 연령별 기록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대회조직위에서 굳이 등록을 하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을 막지는 않았다. 그래서 4시간35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개인기록이지 공식기록은 아니다. “완주를 하고 왔는데 난리가 났다. 한국의 이봉주 선수가 우승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 때의 감격을 더 잊을 수 없었다.” 당시 이봉주는 한국선수론 51년 만에 세계 최고 전통의 보스턴마라톤을 제패했다. 1950년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1¤3위를 휩쓴 지 꼭 51년만의 일. 당시 세계 언론들은 ‘이봉주가 케냐군단의 11연패를 저지했다’며 대서특필했다. 스테파니도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 마라톤에 매진했다. 보스턴마라톤 기준기록을 깨겠다는 일념으로 달렸다. 2003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개인 최고기록인 3시간46분대를 달렸다. 당연히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할 수 있는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하지만 대회 출전 등록까지 마치고도 부상으로 달리지 못했다. 레이스 열리는 날 현장에서 가서 사진만 찍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 한동안 바쁘게 사느라 보스턴마라톤은 생각도 못했다. 워싱턴마라톤 시카고마라톤, 서울국제마라톤 등에는 출전했지만 보스턴마라톤에 다시 출전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8년 전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 한국으로 완전히 들어왔고 국내에서 외국인들 달리기 모임인 ‘서울플라이어스’에 나가 달리면서 다시 보스턴마라톤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2016년 기준기록을 세웠는데 일이 바빠 가지 못했다. 그 꿈을 내년에야 이루게 된 것이다. 스테파니는 일이나 약속 등이 없으면 평소 언제든 달릴 수 있는 복장을 하고 다닌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바로 달리기 시작한다. “엊그제 섭씨 37도일 때 오후 1시에 한강변을 달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내가 즐거운데 무슨 상관인가.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이상하다. 땀을 쫙 빼고 시원하게 샤워한 뒤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매주 5~6회 달린다. 대회를 앞두고는 주당 80km 이상, 평상시에는 주당 50~60km를 달린다. 서울 남산과 한강변이 달리는 주 코스. “개인적으로 남산이 가장 달리기 좋은 코스다. 1년 내내 너무 아름답다. 최소 주 2회는 남산을 달린다.” 그는 혼자도 달리지만 서울 플라이어스 회원들하고도 달린다. 200명이 모이는 서울 플라이어스는 화요일과 수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달린다. 스테파니는 토요일 날 함께 달린다. “혼자 달리며 다양한 생각과 명상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달리는 사람들은 다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절대 무리하지는 않는다. 피곤하면 달리지 않는다. 풀코스는 1년에 2회 이상 출전하지 않는다. 주로 하프코스를 달린다. 마라톤에 빠진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풀코스 완주는 20여 차례에 불과한 이유다. “풀코스를 완주한 뒤 울트라마라톤과 산과 들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도전 해볼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무릎 등에도 무리할 것 같아 시작도 하지 안했다. 오래오래 달리려면 몸을 아껴야 한다.” 스테파니는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살핀다. 웨이트트레이닝과 필라테스도 병행한다. 오래 달리려면 부상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골다공증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는데 ‘5년에 한번 씩 와서 검사 받아도 될 정도로 뼈가 튼튼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달리니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하다.” 달리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정신이 맑아진다. “솔직히 내일 모레 내 나이가 60세이지만 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 나이보다 훨씬 젊다고 느끼고 그렇게 살고 있다. 달리면서 내 몸에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운동이 뇌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스테파니는 일 때문에 밤을 꼬박 새도 피곤하지가 않다. 아직 10시간 정도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다. 달리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의 학생들을 미국 유명 기숙학교와 대학교에 보내는 유학원은 운영하는 그는 미국과 중국 등을 자주 오가는데 해외 출장지에서도 매일 달린다. 그래야 일도 잘 된다. 달려야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달리기가 스테파니 인생의 가장 중요한 활력소인 셈이다. “이런 거 있잖아요. 달리면 건강에 좋다 그런 게 아니라 안 달리면 행복하지 않다는 거…. 달릴 때 가장 행복하고 기쁘다. 마음 같아선 80세를 넘어 죽기 전까지는 달리고 싶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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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미국 명문대 ‘아이비리그’는 평생건강의 선순환을 만든다

    미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달리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달릴까. 필자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에서 그 원동력을 찾았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대해서 다소 혼동하는 점이 있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부 유명 사립대학교 간의 스포츠 교류 리그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명문대’를 지칭하는 의미로만 쓰이고 있지만 그 시작은 스포츠이며 지금도 아이비리그는 스포츠리그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아이비리그는 1945년 하버드 예일 브라운 컬럼비아 펜실베이니아 코넬 다트머스 프린스턴 등 8개교가 1년에 한 번씩 미식축구를 한 것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1954년 모든 스포츠로 확대되며 아이비리그가 탄생했다. 현재는 남녀 30개가 넘는 종목에서 매년 8000여 명의 선수가 경기를 벌인다.미국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스포츠를 중시한다.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 성적 외에도 과외활동, 품성 및 인성, 운동 능력 등 4가지 분야를 평가한다. 특히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은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다.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학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스포츠는 인간 본성을 잘 억눌러주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포츠(운동)가 인간에 어떤 영향을 줄까.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스포츠를 하다 보면 다양한 상황이 나온다. 경기 중에는 용기를 발휘해 밀고 나가야 할 때와 과감히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서로 협력해야 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게 리더십 등 인간의 인성을 키워준다”고 말한다. 스포츠는 자존감도 키워준다. R J 손스트룀과 W P 모건은 1989년 신체 능력 향상이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모형을 개발했다. 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벤치프레스의 무게를 올리면서 운동을 시키는 실험을 통해 근육이 생기고 힘이 좋아질수록 자존감이 상승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케네스 폭스는 이 모델을 더 발전시켜 1990년 스포츠 유능감과 근력, 지구력, 외모가 신체적 자존감을 상승시켜 결국 전체적인 자존감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김경원 서원대 교수는 2003년 ‘규칙적인 운동이 신체적 자기개념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에서 12주간 운동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운동한 그룹의 자존감 향상이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해 미국의 대학들이 이렇게 스포츠를 강조하고 있는 게 미국 사회 전체에 ‘평생건강의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비리그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명문 고교들도 스포츠를 필수 과목으로 정해 인성교육의 한 축으로 활용한다. 당연히 초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학생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스포츠를 즐긴다. 고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즐기며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지금도 농구로 건강을 다진다. 예일대 야구팀 출신 조지 부시 시니어 전 미국대통령도 야구를 평생 즐겼다. 김병준 교수는 “스포츠를 통해 몸을 건강하게 해 정신적인 탁월함까지 만들어내는 교육철학은 미국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미국에서 창의적인 도전이 계속 되는 배경에 스포츠를 통한 충만한 에너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떤가. 소위 ‘입시’라는 명목에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에서도 스포츠 및 운동은 경시되고 있다. 공부를 위해 학교 정규수업인 체육시간까지 희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100세 시대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20년도 못쓴다고 한다. 주기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재교육을 받고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 위해선 건강이 중요하다. 이젠 국내 대학도 공부만이 아닌 스포츠를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속칭 국내 명문대의 상징인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스포츠를 강조하면 미국의 아이비리그가 만들어내는 ‘평생건강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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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5세의 나이에 250km 고비사막마라톤 완주한 비결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올해로 만 75세인 이무웅 씨(구진피티에프이 대표)는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몽골에서 열린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했다.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이번엔 비까지 내려 더욱 힘든 레이스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참가자중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령이었다. 그에게 사막마라톤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기회였다. 그에게는 고통을 느끼는 순간이 살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뭐 그런 것 있지 않나. 내 몸을 극한으로 치닫게 한 뒤 그것을 이겨내면 밀려오는 쾌감, 언젠가부터 그것을 즐기고 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세계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이집트사하라, 고비, 아타카마, 남극)을 이루는 등 지구촌 극지마라톤을 16차례나 다녀왔다. 2번 이상 간 곳도 있다. 사하라는 섭씨 50도가 넘는 모래 위를 달린다. 모래바람도 이겨야 한다. 고비사막은 계곡과 산, 사막을 건넌다. 아카타마는 해발 4000m를 넘는 고지를 달려 ‘고산증’을 극복해야 한다. 한마디로 극한을 모두 모아 놓은 대회다. “고비사막마라톤이 중국 위구루 신장 쪽에서 열리다 올해부터 몽골 쪽에서 열렸다. 중국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코스는 쉬웠는데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했다.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달렸는데 그게 균형이 맞지 않았는지 허리가 너무 아팠다.” 뛸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속보로 걸었다. 중간에 비까지 내렸을 땐 포기할 생각도 했다. 약 40k를 달리는 셋째 날이 고비였다. “그날 오후에 비가 왔다. 당연히 배낭이 젖었다. 무거워서 통증이 배가 됐다. 허리 아파 먹은 약 때문에 배까지 아팠다.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끌고 갔다. 속도는 더디고 허리는 아프고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려니 달려온 게 너무 아까웠다. 3일째 레이스를 마치고 캠프에 들어가서 4, 5일 째 긴 거리를 달리는 롱데이 땐 비가 오면 그만둔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아침에 비가 안 오더라. 그래서 다시 달렸다.” 4일째도 오후에 폭우가 쏟아져 다시 포기할 생각을 했지만 다른 참가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멈출 수 없었다. 약 70km를 달리는 롱데이를 19시간에 완주했다. 그렇게 완주하고 나니 더 기뻤다. “아파서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었다. 사실상 내 체력으로만 버텼다. 그게 자랑스러웠다. 약 5km를 발목이 빠지는 습지를 달리기도 했다. 그런 극한을 이겨낸 뒤 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씨는 우연한 기회에 달리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골프에 입문해 열심히 훈련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그립을 못 잡을 정도였다. 그 때 무슨 운동을 할까 고민했는데 당시 김영삼 대통령(2015년 작고)이 조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옆 초등학교 운동장에 반바지에 테니스운동화를 신고 냅다 뛰었다. 그런데 150m인 운동장 트랙 절반도 못 돌고 숨이 막혔다. 허허, ‘한바퀴도 못 도내’하며 한탄하고 돌아섰다. 다음 날 또 달렸다. 또 한바퀴도 돌지 못했다. 그 때 알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냈다는 것을…. 천천히 달리면 되는 것을 냅다 뛰었으니…. 천천히 달렸더니 한바퀴, 두 바퀴 계속 달릴 수 있었다. 많이 달리니 땀이 흘렀고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게 여기까지 온 계기가 됐다.” 운동장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 외곽을 달렸다. 매일 달리니 한번에 뛰는 거리도 늘었다. 공식대회에서 검증을 받고 싶었다. 1998년 10월 춘천마라톤 10km에 신청했다. “당시 내 나이가 55세였다. 속칭 중늙은이였다. 혹시나 달리다 변이 생길까봐 아들과 딸을 데리고 갔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엔 심각했다.” 56분45초. 첫 완주 치고는 좋은 기록이었다. 1999년 3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동아마라톤에서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1시간56분51초. “솔직히 마라톤대회를 잘 몰라 10km 다음엔 15km, 20km 등 차근차근 출전하려 했다. 그런데 그런 대회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것이다. 이번에는 아들 딸 대신 회사 직원들과 야유회를 함께 가는 식으로 경주로 갔다. 역시 혹시나 잘못될까 두려웠다.” 풀코스는 전문적인 훈련하는 사람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꿈도 꾸지 못했다. 2000년 10월 춘천마라톤 하프코스를 달리려 했는데 그해부터 하프코스가 없어졌다. 낭패였다. 어쩔 수 없이 풀코스를 신청했다. “참가신청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프인 21.0975km를 달렸으니 그 거리 이상으로만 달리자는 생각으로 출전했다. 사실 미리 포기를 생각하고 간 것이다. 25km를 넘기고 마의 35km에선 모든 관절이 아프고 근육 경련이 일어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달려온 게 아까웠다. 걷다 뛰다를 반복해 결국 완주했다. 4시간56분48초. 그것도 제한시간인 5시간 이내 완주였다.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이 다 그렇듯 달린 땐 고통 속에서 ‘내가 다시 풀코스에 출전하면 바보다 바보’라고 하다가도 결승선만 통과하면 ‘내가 언제 그랬지’하며 다음 대회를 찾듯 이 씨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달렸다. 어느 순간 풀코스가 싱겁다고 느껴졌다. 좀 더 고통스러운 게 없나 찾았다. 100km 울트라마라톤이 보였다. “난 이상하게도 늘 좀 더 힘든 것을 찾았다. 하나에 만족하지 못했다. 더 힘든 것을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2002년 서울울트라마라톤 100km를 13시간30분48초에 완주했다. 제한시간 14시간 이내 완주다. 마라톤 풀코스하고는 완주 감동이 달랐다. ‘뭐 또 없나’하며 2003년 200km 울트라마라톤을 뛰었다.” 극한에 극한을 찾다 2004년 사막마라톤을 접했다. 당시 사막마라톤에 빠져 있던 유지성 극지마라톤 전문가(47)와 함께 했다. 사막마라톤은 약 250km를 6박7일간 달리는 극한마라톤이다. “풀코스도 훈련이 필요하지만 사막을 달린다고 하니 살아올 게 더 걱정이 됐다. 훈련을 아주 많이 했다. 매일 달렸다. 결국 2004년 3월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풀코스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3시간49분25초. 그리고 약 한달 뒤 모로코사하라사막 마라톤에 출전해 완주했다.” 사하라사막마라톤은 모로코와 이집트에서 열리는 게 있는데 사막마라톤 그랜드슬램은 이집트 대회를 인정해준다. 그래서 2005년 4월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한 뒤 10월 이집트사하라사막마라톤에 출전했는데 실패했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7월 아타카마사막마라톤을 먼저 완주 한 뒤 그해 10월 이집트사하라사막 마라톤까지 완주했다. 남극마라톤은 위 3대 사막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이 씨는 2007년 11월 남극마라톤까지 완주했다. 남극마라톤은 일정한 거리를 일정 시간 안에 완주하는 레이스. 이 씨는 20시간에 95km를 완주하며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이 씨는 2008년 ‘10km에서 남극마라톤까지 냅다 뛰었습니다’라는 책도 썼다. 이렇게 극한을 향해 달리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6·25 때 피난 길 기억 때문인 것 같다. 1951년 겨울 한강이 꽁꽁 얼었을 때 부모님 손 꼭 잡고 한강을 건너 경기 평택까지 피난을 간 적이 있다. 그 때 내 손을 잡고 끌고 간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었을까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이 씨는 6·25 때를 다시 떠올리기 위해 서울에서 평택까지 뛰어 가기도 했다. 교통 상황 등으로 완주는 못했지만 달리면서 부모님과의 피난길을 제대로 떠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이 달리는데 몸에 부작용은 없을까. “부작용? 난 기록과 완주 횟수를 의식하지 않는다. 내 몸 생각하며 달린다. 풀코스는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 때 한번 완주한 뒤에는 4시간에서 5시간 사이로 천천히 달린다. 내가 뛰는 이유가 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횟수도 늘리는 것도, 기록을 당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건강을 위해 달린다. 그러기 위해선 다치지 말아야 한다. 내 몸에 맞는 속도로 천천히 달린다.”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천천히 달렸는데도 2014년 허리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10년부터 기록이 떨어지면서 달리는 게 힘들었다. 걷기도 힘들 정도였다. 물론 그 때도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2014년 사막마라톤 입문 10주년을 기념해 모로코사하라사막 마라톤에 도전했는데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 그리고 9월 수술 받았다.” 이 씨는 “나이 들어 10kg 이상 배낭을 메고 달린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이 들면 키도 줄고 몸이 오그라드는데 10kg 이상을 메고 사막을 달렸으니 협착이 급격히 진행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척추 협착증 수술 이후 다시는 안 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놈의 ‘땀 맛’이 또 생각났다. 수술한 뒤 한달도 되기 전에 10km를 완주했다. 전혀 이상이 없었다. 하프, 풀, 100km 울트라…. 2015년 스리랑카 220km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했다. “완전히 내 몸이 과거로 되돌아갔다. 너무 기뻤다. 하지만 안 다치게 노력한다. 몸이 부드러워야 안 다친다. 몸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아침마다 요가를 한다. 근육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눈 뜨자마자 한다. 각 관절 및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그래야 오래 달릴 수 있다.” 이 씨의 운동 ‘제1 원칙’은 하체 강화. 다리가 튼튼해야 건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스포츠를 빛낸 선수들 잘 봐라. 축구의 박지성, 야구의 박찬호, 골프의 박세리,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세계를 호령한 선수들 모두 하체가 튼튼하다. ‘꿀벅지’로까지 불린다. 하체가 부실하면 절대 운동선수로 성공 못한다.” 이 씨는 유연성과 달리기 위주로 운동을 한다. 평소 주 2~3회 7km를 달린다. 주말엔 2~3시간 지속주(천천히 오래 달리기)를 한다. 산도 달린다. 산과 들을 달리는 ‘트레일런’ 대회에도 출전한다. 하지만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난 몸이 이상하면 바로 포기한다. 절대 무리해서 안 뛴다. 다음을 기약한다. 내 몸이 싫다고 하면 바로 멈춘다. 그래서 내 운동 수명이 긴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내가 울트라마라톤 하는 최고령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령이다. 그 자부심을 오래 느끼려면 천천히 욕심을 버리고 달려야 한다.” 이 씨는 “이젠 사막마라톤 같은 힘든 레이스는 하지 않겠다. 나를 더 이상 극단적 고통에 넣기 싫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울트라마라톤과 트레일런 등을 즐기며 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에 ‘향후 계획이 뭐냐’고 묻자 금세 눈을 반짝거리며 “내년 8월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이라며 “100km에 출전하느냐 170km를 달리느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UTMB는 울트라 트레일러닝(Trail-running)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트레일러닝은 포장길을 달리는 일반 마라톤과 달리 산과 들 계곡 사막 등 비포장 길을 달린다.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한 뒤 힘들어 더 달릴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눈은 울트라 트레일런의 최고봉인 UTMB을 향해 있었다. UTMB는 극지마라톤을 달리며 일정 점수를 획득해야 출전할 수 있는데 이 씨는 이미 다 채웠다. 유지성 씨는 “운동은 일종의 마약이다. 힘이 있는데 안할 수 없다. 이무웅 선생님이 더 이상 사막에 안 간다는 말은 거짓말이다”며 웃었다. “일반적으로 나이 먹으면 운동을 안 하려고 한다. 모든 게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을 즐겨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게 100세 시대를 살 수 있다. 난 힘이 있는 한 달릴 것이다.” 이 씨는 달린다는 생각 만해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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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특히 ‘이것’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07년 3월 26일자에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현명하게(Smarter)’ 라는 주제의 커버스토리를 대서특필했다. 존 레이티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쓴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을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당시 이 기사로 인해 레이티 박사의 저서는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 저서에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집대성 돼 있었다. 당시 필자도 이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해 직접 읽어봤고 각종 기획 기사에 참고했다.사실 사람들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말이 나온 그리스 시대부터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마치 진리처럼 믿어왔다. 하지만 추측일 뿐 과학적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뇌 탐색 도구 등 첨단 기계가 만들어지고 복잡한 생화학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운동능력이 정신력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란 추정은 진실로 밝혀지고 있다.운동을 하면 뇌신경전달 물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운동을 하면 근육이 IGF-1이란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단백질은 인체 내 신경전달물질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다. IGF-1은 피를 타고 흘러 뇌까지 이르는데 뇌 신경전달 물질인 BDNF를 포함해 다른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명령을 신경계에 보내는 것이다.정기적인 운동을 하면 우리 신체는 BDNF의 수준을 높여주고 뇌 세포는 가지치기를 시작해 서로 힘을 합치고 새로운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과정은 학습능력을 키워준다. 뇌에 BDNF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식 축적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이 얻은 결론이다. 운동이 머리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우울증은 물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배경에 위와 같은 과학적 결과물들이 있다.최근 운동, 특히 유산소운동을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어지고 있다. 한양대 스포츠과학부 남상남 임연섭 연구팀은 2017년 ‘유산소운동이 경증치매 여성노인의 BDNF 및 혈중지질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융합 연구’에서 운동이 BDNF를 활성화시켜 치매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물을 얻었다. 존 레이티 박사 이후 국내외에서 이런 결과물들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물론 운동을 중단하면 신경전달물질도 안 생긴다. 전문가들은 “새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연결부위는 수년간 탄탄하게 결속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그만두고 한 달이 지나면 아스트로사이츠가 감소하고 뉴런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몸을 방치하면 뇌도 그에 따라 기능이 쇠약해 질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뇌의 활성화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대 때 운동을 계속 한다면 70이 되서도 효과를 볼 것이다. 운동 습관이 향후 50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결국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땀을 배출하고 심장박동을 울리는 정상적인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어릴수록 좋다. 그래야 더 길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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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근육’ 키우면 ‘중형차’로 살수 있다

    우리 몸에 근육을 입히면 ‘중형차’가 될 수 있다. 우리 몸은 자동차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인체기계 모터의 힘은 약 3마력. 모터 안에 있는 기통(Cylinder)은 근섬유로서 직경이 0.01~0.1㎜이며 길이가 1~40㎜ 정도다. 인체 모터의 연료는 당질과 지방질로서 효율성은 약 25~30%다. 인체가 가지고 있는 골격근의 수는 434개로 체중의 약 40~60%를 차지한다. 근육의 약 75%가 수분이지만 근육 단면 1㎠당 낼 수 있는 힘은 약 4~6kg이다. 인체기계 모터의 온도는 약 섭씨 37도. 인간이란 유기체는 자동차와 달리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도 직접 움직여 땀을 내지 않으면 절대 업그레이드 될 수 없다. 특히 800cc 경차로 사느냐 2000cc이상 급 중형차로 사느냐는 개인의 의지와 실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경차는 날렵하게 효율적으로 달린다. 걷기나 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열심히 해 살을 빼고 날렵한 몸매를 갖춘다면 효율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더 필요한 게 있다. 2000cc급 중형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처럼 파워 넘치는 주행을 하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유산소운동은 우리의 심폐기능을 좋게 해 지구력을 키워주고 살을 빼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힘을 키우는 데는 미흡하다. 웨이트트레이닝(WT)이 필요한 이유다. WT는 우리 몸의 파워를 키워주고 탄력 있는 몸매를 가꿔주는데 꼭 필요하다. 특히 WT는 다이어트와 다이어트 이후 날씬한 몸매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은 아무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 있다. 바로 기초대사량이다. 기초대사량은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에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활동 및 대사 작용에 꼭 필요한 열량이다. 기초대사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빠져나간다는 뜻으로, 상대적으로 살이 잘 안 찌게 만든다. 특히 근육은 기초대사량의 40%를 소모하는 곳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기초대사량도 늘어나게 된다. 즉 근육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들면 살이 안찌는 체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WT를 꾸준히 해주면 어느 순간 2, 3일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중에 큰 변화가 없다. 지방보다 근육이 많아 하루에 소비하는 열량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WT를 꾸준히 하면 파워와 탄력적인 몸매 그리고 다이어트(체중 유지)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WT는 근력운동이다. 말 그대도 자신의 체중이나 운동기구 등 중량(Weight)을 이용해 하는 운동이다. 간단하지만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해서 특정 근육을 집중적으로 다듬고 단련시킨다. WT의 장점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몸에 지방 대신 근육이 생긴다. 근육의 사이즈는 지방에 비해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신체 사이즈가 줄어든다. 둘째, 근육이 생기면 근육은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근육은 지방과는 상극이다. 셋째, 기초대사량이 늘어난다. 기초대사량은 활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우리 몸이 쓰는 에너지량이다. 근육은 지방보다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근육은 자체적인 생존을 위해 칼로리를 소모해야 한다. 그러니 근육량이 많으면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게 돼 결과적으로 지방이 감소하고 살도 빠진다. 또 칼로리 소비가 많기 때문에 같은 양의 식사를 해도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살이 덜 찐다. 넷째, 운동대사량도 올라간다. 운동대사량이란 움직일 때 소비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운동대사량이 올라가게 되면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에너지를 더 많이 쓰니 살은 빠지게 된다. 우리 몸이 자동차와 다른 점은 자동차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장이 잦아지고 낡게 돼 폐차 되지만 우리 몸은 잘 가꾸면 가꿀수록 더 원활하게 움직이고 더 튼튼해진다. 물론 노화에 따른 당연한 노쇠 현상이 나타나지만 우리 몸을 쓰면 쓸수록 더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쓰면 쓸수록 낡게 되는 자동차와는 다르다. 운동을 안 하면 20대에도 50대의 신체가 될 수 있고, 운동을 잘 하면 50대에도 20대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중형차급 파워를 발휘하며 살기 위해선 WT도 해야 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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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근육을 키웠더니 10년은 젊어보인대요 호호” 55세 주부 이현아 씨의 몸매 관리 노하우

    “저를 뒤에서 보고는 다들 아직 20대 몸매라고 해요… 하하하.” 주부 모델 이현아 씨(55)는 외관상 최소 10년은 젊어 보인다. 몸매로만 따지면 20~30년은 적게 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아들 둘이 일찌감치 대학까지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다. 웨이트트레이닝(이하 WT)으로 잘 다져진 몸매 때문이다. 이 씨는 한 때 보디피트니스(보디빌딩) 계에서 잘 나가던 스타였다.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최근 ‘시니어 모델’과 대학원 공부에 집중하느라 대회출전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멋진 몸매를 과시하며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제 나이가 어정쩡해요. 30~40대 미시 쪽으로 가기도 그렇고 60~70대 시니어 쪽으로 속하기도 그렇고. 하지만 미시로 하기엔 더 무리가 있어 시니어 모델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시니어 모델협회에 가입도 했습니다. 제 인생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리는 무궁화국민대축제의 무궁화한복패션쇼에서 메인 모델로 나선다. 이 씨가 WT에 빠지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의 ‘모델 꿈’을 뒤늦게나마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2006년쯤이었어요. 첫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 뭐하면서 살아야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식을 잘 키웠다는 뿌듯함 속에서도 뭔가 허전했죠.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습니다. 결혼 전 꿈이 모델이었습니다. 결혼을 너무 일찍 하는 바람에 꿈을 잊고 살았죠. 육아와 살림하느라 생각도 못했던 모델 꿈을 다시 키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당시 30, 40대 미시 주부 모델들이 뜨고 있었다. 그래서 미시 모델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제가 몸은 날씬했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그 때 제 눈에 들어온 게 WT였습니다. 수영 볼링 등산 등 각종 스포츠를 즐겼지만 몸의 균형이 잡히진 않았습니다. 균형을 잡아주는 데는 WT가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WT 퍼스널트레이너(PT)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영역이라 전문가의 조언을 받기로 했습니다.” 목표를 정한 다음 날 바로 상담을 받고 WT를 시작했다. 이 씨는 정말 열심히 바벨과 덤벨을 들었다. 1년여가 지났을까. 주위에서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굳이 여자가 근육을 자랑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니 대회에서 입상하는 게 모델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면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선수 출신 PT를 소개받아 훈련했고 2008년부터 대회에 출전했다. 처음엔 한번만 나가려고 했다. 그래서 PT에게 한 번만 나갈 테니 꼭 1등 하게 해달라고 했다.” 2008년 열린 서울시 미스터&미즈 대회에 출전했다. 전국대회 나가기 위한 전초전이다. 공교롭게 대회가 열리는 날 첫째 아들이 군대에서 전역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이왕 하는 김에 아들에게 “너의 전역 기념으로 엄마가 우승 메달 걸어줄게”라고 미리 약속까지 했다. 더 열심히 하기 위한 일종의 배수진이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모든 연령대가 나온 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당시 첫째가 놀랐다.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줄 몰랐던 것 같다. ‘남들이 하기 힘든 것에 도전해서 이렇게 잘 하다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들도 공부를 열심히 해 장학금을 받았다.” 이 씨의 변신은 가족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들 둘도 운동 마니아로 살고 있고 술에 절어 살던 남편도 술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게 됐단다. 가족 모두가 ‘운동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20여 년간 주부로 살다 WT 엘리트 선수생활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운동은 얼마든지 하겠는데 음식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냥 몸을 만들 땐 먹으면서 운동했다. 하지만 대회에 출전한다고 하니 PT가 바로 저염식 식사를 하라고 했다. 대회 직전에는 사실상 무염식이다. 맛이라곤 하나도 없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3개월간 김치 한 조각도 안 먹은 적도 있다.” 미세한 근육을 잘 보이게 하려면 염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 염분을 섭취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체내에서 수분을 배출하는데 결과적으로 몸은 수분을 다시 섭취하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소변이나 땀도 최대한 적게 배출하려고 한다. 나중엔 몸이 붓게 된다. 그래서 근육이 쫙 갈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염분을 적게 먹어야 한다. 보디빌딩 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곤 수분 섭취를 극도로 줄이는 이유다. 이 씨는 몸매를 다듬을 땐 하루 유산소 운동 1시간, WT 1시간을 했지만 대회 출전을 위해선 오전 오후로 나눠 3시간 이상을 훈련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훨씬 무거운 중량을 들어 올려야 했다. 그냥 날씬했던 몸매는 어느 순간부터 탄력이 넘치는 몸매로 바뀌었다. 전체적인 밸런스도 좋아졌다. “사실 하체에 비해 상체가 약했는데 어깨를 넓히고 상체를 키우는 운동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내가 느끼기에도 멋진 몸매가 됐다. 대회 출전 때 마다 심사위원들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잘 갖췄다’는 평가를 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각종 대회에 출전해 수확한 트로피만 20여 개. 이중 절반은 우승 트로피다. 몸이 달라지면서 이 씨의 인생도 달라졌다. 자신감이 생겼다. 선수로 무대에 섰고 또 우승까지 거머쥐면서 성취감도 느꼈다. “결혼한 뒤 느낀 성취감이라는 게 남편 승진이나 아이들 공부 잘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직접 목표를 정하고 무언가 결실을 얻어내니 너무 즐거웠다. 특히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서 1위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그 사실이 내 자신을 더 대단하게 생각하게 됐다. 당연히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몸도 달라지고 마음도 달라지니 도전의식이 샘솟았다. ‘한 번만 대회에 나가겠다’는 당초 목표를 수정해 계속 대회에 출전한 한 이유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미시 모델도 됐다. 패션쇼 무대에서 섰고 광고도 찍었다. 당초 꿈이었던 패션모델 꿈을 이룬 것이다. 이 씨는 WT를 시작한 뒤 못다 이룬 또 다른 꿈도 성취했다. 학업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결혼하느라 대학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운동을 시작한 뒤 공부를 하게 됐다. 2009년부터 중앙대에서 학점은행제로 체육학을 공부했다. 운동을 하다보니 스포츠를 알아야했다. 스포츠를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하니 더 즐거웠다. 올핸 한양대 고령산업융합학과 석사과정에 들어갔다. “늦었지만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향후 지도자가 될 수도 있고…. 100세 시대가 됐다. 앞으로 살날이 많지 않나. 100세 시대에 걸맞은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하다” 2015년까지 대회에 출전한 뒤 이젠 대회에는 나가지 않는다. 선수생활에 집중하느라 당초 목표였던 모델 생활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70세, 80세에도 무대에 서고 싶다. 기회도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긴 싫다. 노력하고 있다. 연기학원도 다니고 있다. WT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100세 시대 무병장수 하기 위해선 가급적 일찍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00년을 사는데 아파서 20~30년 더 살면 무슨 소용인가. 건강을 잃고 시작하면 늦는다. 물론 그 때라도 시작하면 되지만 사람들이 빨리 운동이라는 ‘즐거운 중독’에 빠지길 바란다.” 이 씨는 요즘 WT 전도사라고 불릴 정도로 WT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내 몸에 근육이 많이 있으면 덜 피로하다. 요즘 많이 알려졌듯이 같은 양을 먹어도 근육이 많으면 기초대사량이 많아져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소화도 잘 된다. 무엇보다 몸매에 균형이 잡혀 외관이 달라진다.” 이 씨는 운동 시작 전에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무턱대고 하지 말고 멘토를 둘 것을 권유했다. “솔직히 난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WT는 내 전문영역이 아니다. 혼자 하면 실패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끌어 줄 사람을 찾았다. 난 바로 PT를 고용했다. 나도 혼자 했으면 못했을 것이다. 여유가 많아서 PT를 고용한 게 아니다. 나에 대한 투자다. 그동안 내게 투자를 안했다. 솔직히 아이들 키우느라 명품가방 하나 사지 않았다. 내게 좀 투자한다고 누가 욕할 것인가. 과감하게 내게 투자했다. 그 결과 이렇게 멋진 몸매로 살고 있다.” 이 씨는 혼자 할 경우 쉽게 포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WT는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혼자 하면 10에 9명은 한두 번 나가고 안 나간다는 것이다. “1년 반 열심히 했더니 달라졌고 주변에서도 반응이 왔다. 그래서 대회도 출전한 것이다. 방법을 제대로 배우면 쉽다. 방법을 잘 알면 혼자서도 가능하다. 우리는 꼭 병원 등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야 운동을 시작한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운동을 시작하면 근육도 더 잘 만들어진다.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이 씨는 “사람들이 내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하지만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내가 모델이란 목표를 세웠듯 개인적인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 무대에서 멋진 옷을 입고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운동이 즐겁지 않겠나. 장담하건데 6개월 하면 하지 말라고 해도 운동을 계속 할 것이다. 몸이 변하는 것을 실감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젠 남들의 변화에도 고민하고 있다. 2015년 자신 몸의 변화를 기록한 ‘2주에 한 사이즈 줄이기’란 책을 쓴 이유기도 하다. 여성들 사이즈로 77에서 66, 그리고 55사이즈까지 줄인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다.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데 못하는 주부들이 많다. 내가 그 역할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우리 나이면 갱년기라 아픈 사람이 많다. 난 전혀 아픈 곳이 없다. 또 할 일이 너무 많다. 건강하니 여기저기서 불러준다. 운동이 가져다 준 결실이다. 운동으로 몸이 좋아졌고 자신감이 생겼고 열정이 계속 솟아나고 있다. 몸이 건강하면 뭔가 계속 하고 싶다. 몸이 아프면 어떤가. 뭐든 하기 싫은 것 아닌가. 나이들 수록 몸이 중요하다. 건강해야 남은 인생도 즐겁다.” 이현아 씨의 즐거운 WT 방법.<1>목표를 설정하라. “나도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상상하라.<2>멘토를 둬라. 혼자하면 실패 확률이 높다.<3>6개월만 참고 견뎌라. 그럼 몸이 변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 뒤엔 중독이 된다.<4>잘 먹고 잘 쉬어라. 운동, 영양, 휴식 3박자를 잘 맞춰야 한다.<5>내 몸에 대한 과감한 투자,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라.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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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돌아가신 51세를 넘기는 순간…나는 페달을 밟았다”

    ‘나는 페달을 밟는다. 고로 존재한다.’ 올 1월 직업전선에서 은퇴한 김건수 씨(61)는 거의 매일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하루라도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듯’ 찝찝하고 영 개운치가 않다. 그에게 자전거는 삶 그 자체다. 한마디로 자전거에 빠져 살고 있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프랑스의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 마라톤까지 제패한 ‘체코의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페크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생각해야 인간이고, 자토페크는 달려야 인간이라고 주장한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성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개개의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김 씨는 자전거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고 있다. 김 씨에게 자전거는 남은 인생의 희망이자 꿈이다. “은퇴한 뒤 남는 것은 시간 밖에 없다.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111년만의 폭염이 찾아온 요즘 그는 새벽과 저녁, 그리고 실내에서 운동을 한다. 새벽에는 주거지 근처인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가볍게 달린다. 그리고 낮엔 수영을 하거나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자전거를 탈 때 필요한 보조 운동을 한다. 저녁엔 장거리 사이클 라이딩을 한다. 40~70km를 달린다. ‘젊었을 땐’ 섭씨 35도의 무더위에도 자전거를 탔지만 이젠 그러다 쓰러질 수 있어 새벽이나 저녁에만 탄다. 8월25일 열리는 대관령 국제 힐크라임에 출전하기 위한 준비다. 오르막 산악 25km를 달리는 사이클 대회다. “그냥 도전하는 것이다. 완주를 위해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록이나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산악 25km 완주라는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 준비한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이런 과정이 내게 열정과 희망을 불어 넣는다.” 이미 전국 4대강 1857km 완주에 제주 둘레길, 남도 횡단, 일본 규슈 일주 등을 끝냈지만 그는 매번 다른 목표를 정한다. 대관령 국제 힐크라임이 끝나면 한반도 해안 4000km 질주, 그리고 중국 태향산, 몽골, 뉴질랜드, 유럽의 산티아고와 다뉴브강…. 궁극적으론 자전거로 세계를 일주하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 나이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야 목표가 생기고 희망이 생긴다. 나이는 꿈을 잃는 순간 드는 것이다. 난 자전거를 타면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 늘 설렌다. 자전거와 함께 매일 상쾌하게 문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자전거는 참 신기하다. 페달을 밟아도 원점으로 돌아가고 바퀴도 돌면 원점이다. 그런데 탄 사람을 새로운 장소로 옮겨준다. 무한한 원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은 물론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그 매력이 쏠쏠하다. 김 씨가 스포츠에 빠지게 된 배경엔 ‘가족력’이 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셨다. 고혈압 당뇨 등으로 일찍 세상을 뜬 것이다. “회사에 입사해 막 살다보니 몸아 망가졌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51세에 돌아가신 것을 되새기며 운동하기 시작했다.” 1984년 한국일보 사진기자로 입사한 김 씨는 약 3년 뒤부터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산을 탔고 테니스와 스키 등을 했다. 서울 김포공항 쪽으로 이사를 가면서는 안국동 회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버스를 타면 1시간30분이 걸렸는데 자전거로는 40분밖에 안 걸렸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했지만 회사일이 바빠 다시 한 10년을 흥청망청 살았다. 과음에 흡연, 그리고 운동부족…. 어느 날 산을 오르는데 호흡이 가빴다. 심폐기능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 위기가 온 1998년 무렵이었다. 경기도 고양 일산 신도시는 운동하기에 좋았다. 호수공원 등 달릴 곳이 많았다. 마라톤을 시작했다. 2000년 동아일보 주최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했다. 4시간10분. 그해 11월엔 뉴욕마라톤에도 출전했다. 모 스포츠단체에서 실시한 마라톤 수기 공모에서 당선돼 출전하게 됐다. 당시 3시간38분에 완주했다. 지금까지 풀코스만 10여 차례 완주. 최고 기록은 3시간24분이다. 달리기만 하다보니 지루했다. 2002년부터 철인3종으로 갈아탔다.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을 하는 철인3종은 아주 재미있었다. 하지만 대회 출전은 많이 하지 않았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은 계속 즐긴다. 핵심은 자전거다. “한 종목만 하면 지루하다. 크로스트레이닝(교차훈련)을 하면 한결 재미있다. 난 수영과 자전거, 마라톤을 섞어가며 운동한다.” “난 참 행운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51세를 넘기는 순간 ‘내가 운동을 시작 안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한다. 그 때 운동이라는 ‘신의 선물’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수 있다.” 건강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지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진 않는다. 김 씨는 ‘운동을 많이 하니 건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건강을 장담하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그는 “내가 날 어떻게 평가하나? 건강을 지향할 뿐이다. ‘나는 건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교만한 것이다. 그런 언어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죽는다.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운동은 늙어 가는 것에 대한 대체재라고 생각할 뿐이다. 100살을 넘게 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운동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솔직히 운동 때문에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2004년 회사를 떠나 막노동 등을 전전하다 프리랜서로 활약했다. 삼성전자 각종 행사 사진을 찍어주며 모 신문사 경기 북부지역 사진기자로도 활약했다. 삼성전자 행사로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그 때 자전거를 가지고 다니며 그 도시의 새벽과 밤을 사진으로 찍었다. 낮에는 행사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새벽과 밤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 도시를 구경할 절호의 기회를 행사 사진 찍는 것으로 놓칠 순 없었다. 거의 잠을 자지 못했지만 거뜬히 버텨냈던 게 운동을 생활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라톤과 자전거란 두개의 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통해 또 다른 꿈을 꾸고 있고 또 다른 결실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국내와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면 찍은 사진을 토대로 ‘풍륜(風輪), 사계를 연주하다’란 e-book도 출간했다. 국내외를 누비며 담은 사진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묶어 시적인 감수성으로 사계(四季)를 풀어냈다. 풍륜은 김 씨가 내건 자신의 ‘별명’이다.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으로 책을 낼 생각이다. “자전거는 문화다. 단순히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만 지킨다면 내 인생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시도 읽고 책도 읽고 이를 사진과 결부시키며 자전거 문화를 만들고 있고 싶다.” 사실 은퇴한 사람들 대부분 또 다른 생업을 찾아 나선다. 김 씨같이 스포츠에만 매진하는 사람은 드물다. 김 씨는 “이렇게 살기 위해선 좀 미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니아가 되지 않으면 이렇게 매일 운동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자전거를 타고 목표로 한 일주를 마치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 돈이 들어간다. 이런 투자를 하기 위해선 자기가 하는 행동에 미쳐야 한다. 미치면 길이 보인다. “운동을 하면 건강을 얻을 수 있다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면 금방 지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내느냐다. 결국 마니아다. 마니아는 삶의 모든 것을 투자하고 지속화 한다. 그래도 지치지 않는다. 마니아는 무시무시한 열정의 집합체다.” 미친 사람들끼리 모이면 더 쉽게 미칠 수 있다. 김 씨는 “자전거 마니아들끼리 밴드(네이버)에서 논다. 목표를 정하고 함께 질주하는 협의를 하고 함께 달리고 즐긴다. 그러면 훨씬 쉽다”고 말했다. 요즘은 밴드 등 인터넷 사이트가 동호회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씨는 10여 명의 골수 ‘사이클 마니아’들과 교류하며 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마니아가 되면 ‘돈 때문에 하지 못 한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마니아로 가는 길에서 비용은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우리가 모든 것을 사치를 할 수는 없다. 한가지만큼은 투자해도 되는 것 아니냐? 어떤 고가의 장비를 갖추면 효율적이면서도 기분도 좋다. 언젠가 세계적인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보면서 ‘어 저선수도 내 자전거를 타네?’라며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 선수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지향점은 같을 수 있다. 난 한양대 겸임교수하며 3년치 강의료 일부를 모아서 고가의 자전거를 샀다. 한 종목에 열정을 가지게 되면 결국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된다.” 김 씨는 60세를 넘기면서는 ‘초보자(뉴 비기너·New Beginner)’의 자세로 운동한다. “60세 이상은 새로운 출발이다.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옛날엔 잘했는데 지금 못한다고 창피해 한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쇠퇴한다. 나이와 체력에 따라 적당히 운동해야 한다.” 요즘 김 씨는 자전거 페달을 밟다 힘들면 쉰다. 몸이 피곤하면 그날은 수영이나 체조, 보조 운동만하고 휴식을 취한다. 자전거를 더 즐기기 위해선 회복이 중요하다. “한 때 하루에 자전거로 270km를 달린 적이 있다. 이젠 그렇게 못한다. 전성기는 지났다. 늙어가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면 역효과가 난다.” 초보자의 자세로 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자세로, 마라톤과 수영을 처음 하는 기분으로, 힘들면 쉬었다 하면 된다. “90, 100세까지 살 건데 지금 출발해도 충분하다. 성과? 기록? 소용없다. 천천히 가면 된다. 나도 최근 초심의 자세로 다시 시작했다. 이제 나에게는 시간에 관계없이 어디까지 길게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천천히. 길게.” 김 씨는 스포츠를 즐길 때 준비와 계획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떤 운동이나 스포츠를 할 때 ‘이것이나 한번 해볼까’라며 막연하게 도전한다. 그럼 백전백패다. 어떤 스포츠든 그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혀 준비 없이 계단을 3개씩 오를 수 있나? 하나씩 오르다보면 힘도 생기고 그게 쌓여야 3개씩 오를 수 있는 법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이 먹은 사람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즐겨야 오래 즐길 수 있다. 우리 몸, 특히 늙은 몸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바이블’ 같은 책을 권했다. 최근 너무 정보가 넘쳐나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정 스포츠에 대해 잘 정리된 책을 보는 게 중요하다. “난 마라톤을 시작하며 제프 겔러웨이의 ‘마라톤’이란 책을 수 십 번 읽었다. 마라톤 초보가 풀코스 완주하기까지 훈련법이 잘 설명돼 있다. 그리고 그 책을 따라 노력했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자신이 믿고 따를 책이 꼭 필요하다.” 김 씨는 다시 강조했다. “건강하게 100세를 향해 가는 길에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는 “나는 날마다 기도하듯 운동 한다. 기도하듯 흘리는 땀은 나를 즐겁게 한다”고 말했다. 61세 김건수 씨의 ‘초보자(뉴 비기너·New Beginner) 운동법 1. 과거 아무리 운동을 잘했어도 초보자의 자세로 운동에 임한다. 2. 몸이 힘들면 쉬어라. 회복해야 더 잘 즐길 수 있다. 3. 성과? 기록? 천천히 가야 오래 즐긴다. 4.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더 즐겁다.(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목표를 정해 정진하자) 5. 즐기려는 스포츠를 잘 정리한 책을 ’바이블‘로 삼고 공부하자.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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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내 몸 알고 운동 시작하자 ‘5가지 체크 리스트’

    한때 건강했다고 해서 계속 건강하다는 보장은 없다.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를 생각하고 무작정 스포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스포츠 상해나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운동을 시작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사실 기본적인 걷기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점점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을 위해선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 없다. 자세만 바르다면 몸에 크게 스트레스(부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걷기가 좋은 운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신체에 아주 가벼운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체내의 반응도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마라톤이나 사이클(로드 및 MTB), 축구, 농구 등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려고 할 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의 진단 없이도 스포츠를 맘껏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만의 하나 ‘내가 불행의 주인공’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따라서 반드시 격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포츠과학에 따라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해 주는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신체가 특정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스포츠과학에 운동부하검사와 운동처방이라는 것이 있다. 신체가 운동 강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운동부하검사고, 이 결과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제시해주는 게 운동처방이다.운동처방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1>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본적인 신체 검진(신체구성, 심박수, 혈압)을 한다.<2>운동부하검사(신체 특히 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를 실시한다. 심전도(ECG)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뒤 트레드밀(러닝머신)이나 에르고미터(고정식 자전거)에서 운동의 강도를 높이며 심장의 상태를 점검한다. 운동 강도(심박수로 측정, 보통 분당 180회가 최대 운동 강도)에 따라 심장의 반응을 알아본다. 이때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허혈, 부정맥, 혈압이상 등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버틸 수 있는 최대 운동 강도가 분당 심박수 120이 안될 경우엔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3>기초체력 테스트를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체력이 있는데 심폐지구력, 유연성, 근력, 근지구력 등 건강 체력과 민첩성, 순발력, 평형성 등 운동 체력으로 나뉜다.<4>신체의 구성 및 의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지방 분포와 근육의 양, 골격의 상태 등을 알아보고 혈액 검사를 통해 적혈구 백혈구의 수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 등을 알아본다. 질병의 유무도 확인한다.<5>이밖에 남녀노소, 체중, 신장 등의 차이에 따른 자세한 운동 능력을 테스트한다.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몸 상태에 대한 종합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운동처방사는 이를 토대로 피검자에게 적당한 운동방법과 양을 처방하게 된다. 검사과정은 꼭 초보자만 거쳐야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받아보면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 중년 이후 운동에 문외한이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꼭 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보다 베테랑들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초보자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만두거나 병원을 찾는데 베테랑은 ‘이러다 말겠지’ 하며 무시하다 불상사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이 아무리 튼튼해도 무리하면 이상이 오는 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말은 운동의 베테랑이라 해도 절대 몸 상태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요즘 각 종합병원엔 스포츠재활 혹은 스포츠건강클리닉이란 과가 따로 있고 대부분 운동부하검사 및 처방을 해주고 있다. 사설 스포츠건강클리닉에서도 운동처방을 해준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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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2부리그 이적 이재성의 감사 인사에 최강희 감독 감동

    “그제인가? 독일로 떠나기로 결정한 뒤 찾아왔다. 손에 직접 쓴 2장짜리 편지를 들고 왔다. ‘감독님께 감사하고’ ‘전북에 와서 행복했다’ 등 구구절절 이재성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이런 선택을 내리는 것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냥 꼭 안아줬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홀스타인 킬로 이적한 제자 이재성(26)이 손수 쓴 편지로 최강희 전북 감독(59)을 감동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 감독은 27일 이 사실을 밝혔다. “솔직히 이재성이 더 좋은 팀으로 가야 했는데 아쉽다. 지난해 중동에서 연봉과 이적료를 훨씬 더 많이 준다는 팀이 있었는데 포기했었다. 러시아 월드컵을 잘 치르고 유럽으로 당당히 떠나겠다고 했는데….” 최 감독은 이재성을 독특한 제자로 기억했다. “다른 선수 같으면 연봉을 몇 배 더 준다면 그냥 떠났을 텐데…. 지난해 재성이는 버튼만 누르면 이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포기했다. 돈보다는 유럽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최 감독은 더 아쉽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재성이 제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뛰었지만 멕시코 경기 막판 손흥민(26·토트넘)의 골을 도운 것 외에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다. 최 감독은 “전북에서 한 활약의 50%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빅리그에서 이재성을 데려가겠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홀스타인 킬은 달랐다. 홀스타인 킬은 이재성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분데스리가 2부 개막전(8월 4일)부터 이재성을 뛰게 하겠다는 자세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최 감독은 “재성이가 한 일주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얘기 안 했지만 주위에서는 ‘2부인데 왜 가려 하느냐’고 했나 보다. 하지만 결정을 내렸다. 그의 결단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성은 최 감독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우선순위도 아닌 자유계약으로 고려대 출신 이재성을 뽑았고 곧바로 주전으로 발탁했다. 이재성은 2014년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주도하며 그해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5년에도 전북을 우승시키며 K리그 신인상을 받았고, 2017년에도 전북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 상을 수상했다. 2016년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주도했다. “이런 선수가 어디 있나. 매년 우승하고 상 받고…. 일부에서 재성이가 행운아라고 하는데 아니다. 진짜 열심히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독일에서도 결실을 얻길 기대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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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7억 원 벌금 내고 옥살이 면한 호날두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사진)가 탈세 혐의에서 벗어나는 데 1890만 유로(약 247억 원)의 벌금과 집행유예 2년이란 대가를 치르기로 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7일 호날두가 스페인 세무당국과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호날두는 자신에게 제기된 탈세 혐의를 시인하고 1890만 유로에 해당하는 벌금과 미납 세금, 이자를 내기로 했다. 그 대신 징역형 형량을 당초 예상보다 줄어든 2년으로 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는 판사가 초범에 한해 2년 이하의 징역형은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2년형으로 합의하면서 호날두는 감옥살이를 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이 기간 스페인에서 다른 세금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으면 수감된다. 스페인 검찰은 지난해 호날두가 초상권 수익을 신고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2011∼2014년 총 1470만 유로(약 192억 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며 기소했다.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던 호날두는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무렵 검찰과 형량에 잠정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에 세무당국과도 합의하면서 ‘탈세 혐의’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최근 호날두는 스페인 프리메리리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로 이적했는데 탈세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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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의 동아마라톤’ 첨단소재 티셔츠 드립니다

    10월 열리는 동아일보 2018 경주국제마라톤과 공주백제마라톤 기념품 티셔츠가 공개됐다. 코오롱스포츠가 제작한 티셔츠는 폴리에스테르 흡습속건(吸濕速乾·습기를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소재를 채택했다. 코오롱은 “원단의 표면적이 넓어서 습기를 빨리 흡수하고 빨리 건조시킨다”고 설명했다. 마라톤과 등산 등 야외 스포츠 활동에 적합하다. 사이즈는 85부터 110까지 다양하며 파란색 바탕에 옆구리 절개 부분에는 흰색 메시 소재를 사용해 산뜻함과 기능성을 동시에 살렸다. 경주국제마라톤은 10월 21일 오전 8시 경주시민운동장을 출발해 경주시내를 돌아오는 코스, 공주백제마라톤은 10월 28일 오전 9시 공주시민운동장을 출발해 공주시내를 돌아오는 코스에서 각각 열린다. 두 대회 모두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 등 4개 부문에서 열린다.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코스 참가자에게는 스포츠 티셔츠를 제공하고 5km 참가자에게는 하얀색 스포츠 양말을 제공한다. 스포츠 양말도 흡습속건 소재로 만들었다. 경주국제마라톤과 공주백제마라톤 참가 신청은 대회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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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루페, 육상계 1호 귀화선수 된다

    ‘서울국제마라톤의 사나이’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0·케냐·청양군청)가 육상선수로는 처음으로 특별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체육회는 17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에루페의 특별귀화에 대한 심의를 통과시켰다. 체육회는 ‘에루페가 마라톤에서 특출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법무부에 특별귀화를 추천했다. 충남 청양군청에서 법무부로 올린 특별귀화 요청에 법무부에서 체육회에 심의를 의뢰한 것이라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오주한(吳走韓)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고 있는 에루페는 2015년 청양군청에 입단해 활동해 왔다. 대한육상연맹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도 에루페의 특별귀화를 추진했지만 2012년 말 말라리아 약을 먹고 도핑에 걸린 일이 문제가 돼 당시 체육회 특별귀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에루페는 “치료 목적으로 약을 먹었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꾸준히 국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귀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서 이번 심의를 통과했다. 에루페가 특별귀화 하면 육상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육상연맹은 황영조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이봉주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후 침체한 한국 남자마라톤 부흥을 위해 노력해 왔다. 육상연맹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마라톤에서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복주 육상연맹 전무이사는 “에루페의 귀화는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루페가 귀화하면 도쿄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가능성이 열린다. 이봉주가 2000년 세운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도 곧바로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공정위원회 투표 결과 7-6이 말해주듯 반발도 있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계속 귀화하면 국내 선수들이 밀려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에루페는 한국 마라톤과 인연이 깊다.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하는 등 서울국제마라톤에서만 4번 우승했다. 2012년 대회에서 2시간5분37초로 국내 대회를 통틀어 첫 2시간5분대 기록을 세웠고 2016년에는 2시간5분13초로 대회 최고기록이자 역시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2011, 2012, 2015년 정상에 올랐다. 에루페는 케냐에서 10월 21일 열리는 2018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 통산 4회 우승을 준비하고 있다. 에루페의 훈련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케냐를 찾은 오창석 백석대 교수(56)는 “에루페가 심의 통과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한국마라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에루페를 발굴하고 지원해 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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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승전 주심은 영화배우 출신… “연기하지 마 다 보이니까”

    16일 열리는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주심은 ‘전직 영화배우’ 네스토르 피타나(43·아르헨티나)로 결정됐다. 피타나 심판은 1997년 개봉한 아르헨티나 영화 ‘라 푸리아(La Furia)’에서 교도소 간수 역할로 영화배우로 데뷔했던 인물. 하지만 본업은 현직 체육 선생님으로 축구심판을 보고 있다. 2007년 아르헨티나 1부 리그 경기에서 주심으로 데뷔한 피타나 심판은 2010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 심판을 맡았으며 월드컵 본선에서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 주심을 맡았다. 한국이 속한 F조의 멕시코-스웨덴전에서도 휘슬을 불었다. 피타나 심판은 크로아티아, 프랑스와도 인연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와 덴마크의 16강전,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8강전 심판을 봤다. 피타나 심판은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러시아-한국, 미국-포르투갈, 온두라스-스위스의 조별 예선 세 경기의 주심을 맡았다. 당시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경기 때 파울이 나올 때는 어김없이 옐로카드를 많이 꺼내는 심판이었다. 영화배우 출신이라 선수들의 어설픈 ‘할리우드 액션’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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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길 감독과 흙길 감독, 누가 앞길 밝히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전.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은 그라운드에서 주장으로서 크로아티아를 무너뜨리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당시 크로아티아 대표팀 멤버가 아니었던 즐라트코 달리치는 관중석에서 크로아티아가 프랑스에 패해 탈락하는 모습을 씁쓸히 지켜봐야 했다. 데샹은 결국 프랑스를 정상으로 이끌며 환호했다. 같은 시대에 서로 판이한 길을 걸어온 두 사령탑이 정상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50)과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52) 얘기다. 17세의 나이로 프랑스 프로축구 1부 리그에 데뷔한 데샹의 경력은 화려하다. 마르세유 소속으로 2회 연속 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프랑스 클럽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이탈리아 프로축구 명문 유벤투스로 둥지를 옮겨 세 번의 리그 우승과 또 한 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는 ‘레전드’로 통한다.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21세 때부터 2000년 대표팀을 은퇴할 때까지 A매치 103경기를 뛰면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33세의 이른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데샹은 AS모나코에서 프랑스 리그컵 우승, 리그 준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거머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부터는 프랑스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 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16 준우승의 성적을 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를 나폴레옹에 빗대 “5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에서 절망을 맛본 나폴레옹과 달리 단 23명으로 그 이상의 성과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달리치 감독은 현역 시절 단 한 번도 국가대표로 뽑혀본 적이 없는 무명 선수였다. 크로아티아 프로축구 하이두크 스플리트에서도 고작 38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다보르 슈케르, 즈보니미르 보반 등이 주축이었던 크로아티아의 ‘황금세대’의 활약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했다. 그런 그가 루카 모드리치를 주축으로 한 ‘신(新) 황금세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지도자 경력에서 내세울 것은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에서의 성공이 전부였던 그는 월드컵 유럽예선 플레이오프(PO)로 떨어진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소방수로 부임해 팀을 본선에 올려놓았다. 본선에서는 교체 투입을 거부하는 선수를 과감히 대표팀에서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을 장악해 크로아티아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올려놨다. 두 감독의 공통점도 있다. 모두 현역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며 사령탑이 된 현재 대표팀에서 애용하는 전형도 중원을 두껍게 한 4-2-3-1이라는 점이다. ‘원 팀’을 중시하는 지도 철학도 유사하다. 과연 누가 웃을까.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 2018-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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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유만만 브라질 vs 번개역습 멕시코… 2일 밤 16강 격돌

    세계 최강이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 독일이 탈락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는 브라질과 프랑스, 스페인으로 압축되고 있다. 각종 우승 예상 후보 사이트에서는 브라질과 프랑스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월드컵 최다인 5회 우승국 브라질이 2일 오후 11시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다툰다. 역대 월드컵에서 3승 1무, 역대 전적 23승 7무 10패로 브라질이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대부분 전문가가 브라질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F조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2-0으로 완파했듯 ‘축구장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브라질은 E조 첫 경기에서 스위스와 1-1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코스타리카와 세르비아를 각각 2-0으로 완파하며 조 1위로 가볍게 16강에 올랐다. 월드컵 본선에서 역대 최다인 13회 연속 2라운드 진출이다. 특히 월드컵 직전 컨디션 난조를 보이던 특급 스타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매 경기 좋은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또 필리피 코치뉴(26·FC 바르셀로나)도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다. 멕시코는 F조 마지막 경기에서 스웨덴에 0-3으로 패한 뒤 한국이 독일을 잡으면서 ‘어부지리’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멕시코는 전광석화 같은 역습을 바탕으로 독일(1-0)과 한국(2-1)을 꺾고 7회 연속 본선 16강에 올랐다. 작은 완두콩 ‘치차리토’로 불리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와 이르빙 로사노(23·PSV 에인트호번) 등 ‘역습의 귀재’들이 6회 연속 16강에서 머문 ‘징크스’를 떨쳐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한 일본은 ‘황금세대’가 버티고 있는 벨기에와 3일 오전 3시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맞붙는다. 벨기에는 G조에서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에덴 아자르(27·첼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파괴력 있는 공격수들을 앞세워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를 1-0으로 꺾는 등 3연승으로 16강에 안착했다. 16강 이후 이번 대회 우승 후보 4위로 꼽히고 있다. 일본은 폴란드와의 H조 3차전에서 마치 경기를 포기한 듯한 플레이로 0-1로 지고도 16강에 오르며 쏟아진 비난을 털어내야 한다. 같은 시간 세네갈이 콜롬비아에 0-1로 지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 상대 전적까지 똑같은 세네갈에 파울 수가 적어 ‘페어플레이 점수’로 앞선다는 판단을 하고 경기를 포기했다는 비난이었다.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32·FC 파추카), 가가와 신지(29·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베테랑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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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아레스-카바니, 더 이상 잘 어울릴 수 없다

    전반 7분 페널티 지역 왼쪽을 파고들던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31·FC 바르셀로나)는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로 반대쪽으로 날카롭게 크로스를 올렸다. 골 지역 오른쪽으로 달려들던 에딘손 카바니(31·파리 생제르맹)는 그 볼을 절묘하게 머리로 받아 넣었다. 그 순간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우루과이의 수아레스-카바니 투톱이 호날두를 울렸다. 1일 러시아 소치 피시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두 콤비는 선제골을 합작하며 포르투갈을 2-1로 꺾는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프랑스의 벽에 막혀 짐을 싼 데 이어 또 다른 슈퍼스타 호날두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관심이었던 경기. 카바니는 1-1이던 후반 16분 호날두의 ‘월드컵 우승 꿈’을 날려버리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의 진영을 향해 길게 넘어온 골킥을 받은 로드리고 벤탕쿠르(21·유벤투스)가 넘긴 패스를 카바니가 절묘하게 감아 차 골네트를 가른 것이다. 수아레스-카바니의 활약에 비해 호날두는 우루과이의 철벽 수비 앞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최전방에서 뛰던 호날두는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거의 공도 잡지 못하며 침묵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왼쪽 측면으로 변하자 기회는 더 많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골은 잡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카바니(3골)와 수아레스(2골)는 이번 월드컵 4경기에서 5골을 합작했다. 두 선수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부터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골을 기록하며 우루과이를 이끌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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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통방통 申… 지휘봉 ‘유종의 미’?

    “당신이 진짜로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58)과 닮았다고 생각하나요?”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기자회견의 첫 질문자로 나선 독일 기자는 신태용 감독(48)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신 감독이 “세계 최고 감독과 비교된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하자 독일 기자들은 냉소에 가까운 웃음을 보였다. 신 감독은 딱 달라붙는 셔츠 등 뢰프 감독과 비슷한 옷을 입을 때가 많아 ‘닮은꼴’로 불려 왔다. 하지만 27일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은 뒤에 더는 독일 기자들의 웃음을 보기 힘들었다. 신 감독은 승리 소감으로 “기분은 좋지만 뭔가 허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의 가능성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선수들에게 투혼을 얘기했다. 독일이 방심할 것으로 보고 역으로 준비한 부분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날 신 감독은 사령탑치고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우리가 조직력을 가지고 상대해도 독일이라는 벽은 쉽게 넘지 못할 것 같다.” 백기를 든 듯한 발언에 기자회견에 동석한 손흥민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골키퍼 조현우는 “우리도 처음에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의아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선수들을 모아 놓고 ‘독일이 어떻게든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 한 말이다’라고 설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상대가 생각보다 덜 위협적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독일의 경기력이 떨어져 운이 좋은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일단 이겼으니 계획대로 잘됐다고 볼 수 있다. 상대 전력을 분석하며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지만 수비 땐 5-4-1로 변용하는 훈련을 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 줬다. 볼 점유율은 뒤지겠지만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 예상했다. 상대가 심리적으로 급하게 나올 것이고 그것을 잘 이용하면 우리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잘됐다”고 답했다. 2패를 당했을 때 쏟아진 비난에 대해서는 “속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것만으로 결론을 짓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속도 상했다. 하지만 우리도 잘 준비했고 잘 이겨내면 나중엔 국민들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독일을 이기면서 한 줄기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가 심리적으로 급하기 때문에 그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역습을 노린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유종의 미’를 거둔 신 감독이지만 조 3위(1승 2패)에 그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신 감독의 계약 기간은 월드컵 본선까지다.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29일 귀국하면 사실상 신 감독의 임기는 끝난다. 이에 따라 향후 신 감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의 김판곤 위원장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신태용호’와 동행하며 신 감독을 지켜봤다. 신 감독은 월드컵 직전까지 선수 실험에 몰두하면서 조직력 강화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올인’을 선언한 스웨덴전(1차전·0-1 패)에서 역습 위주의 전략을 쓰면서도 스피드가 떨어지는 김신욱을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했다는 비판도 있다. 당시 대표팀은 유효 슈팅 0개의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창훈, 이근호 등 주축 선수가 월드컵 최종 엔트리 소집 직전에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술 변경이 불가피했고, 이에 따라 전술에 맞는 선수들을 실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역대 대표팀 사령탑 중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계약을 연장한 사례는 없다. 독일전에서 승리하며 국민의 응원 소리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축구협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많다. 협회로서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분위기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신 감독이 재계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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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장 뢰프 “쇼크… 실력 없어서 졌다”

    “한국에 패해서 나도 쇼크를 먹었다.” ‘전차군단’ 독일의 요아힘 뢰프 감독(58)은 한국에 패한 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몇 시간 더 생각해봐야 제대로 알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뢰프 감독은 이날 패배를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너무 실망이 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을 몇 차례 반복했다. 2006년부터 독일을 이끌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등 세계 최강으로 이끌던 뢰프 감독이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한국에 0-2로 완패하며 독일은 1938년 이후 80년 만에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뢰프 감독은 현실을 받아들였고 한국전 패배가 실력이 부족해서였다고 인정했다. “멕시코, 스웨덴에 축하한다. 한국과의 3차전은 우리가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실력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 스웨덴이 이긴다는 것을 알고 한국을 압박해야 하는 걸 알았지만, 쉽게 경기를 풀지 못했다. 골 결정력도 많이 부족했다.” 디펜딩 챔피언이 탈락한 것은 수치가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훈련에서는 준비를 잘했다. 진짜 다시 챔피언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평상시 했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패했다”고 말했다. 독일 국민들의 분노와 라커룸 분위기에 대해 묻자 그는 상당히 쇼크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말하기가 어렵다. 몇 시간 동안 충분히 생각을 해야 한다. 나도 쇼크 상태다. 한국을 이기지 못한 것 자체가 쇼크다. 선수들이 경기 전에 부담을 많이 받았다. 스웨덴과의 경기도 잘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차분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너무 실망했기에 나중에 생각하겠다.” 이날 토마스 뮐러 등 핵심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아 한국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뮐러는 앞선 두 경기에서 잘하지 못해 선발로 나오지 않았다. 경고 누적과 부상 등을 고려해 몇몇 선수를 바꿨다. (결과는) 내 책임이다”라고 했다. 뢰프 감독은 “한국이 예상대로 나왔다. 공격적이고, 많이 뛸 거라고 생각했다. 수비가 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장거리 슛도 많았다. 한국에 빠른 역습 선수가 3, 4명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충분히 예상한 부분이다. 하지만 공을 놓치는 것이 미드필드에서 몇 번 있었다. 그래서 한국이 더 쉽게 공격했다. 우리가 앞서갔다면 더 기회가 있었을 수 있지만, 한국이 계속 전진하며 공격했다. 빈 공간이 없었다. 한국은 너무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한 골을 더 넣을 정도였다”고 분석했다. 김영권의 골과 관련한 비디오판독(VAR)에 대해서는 “독일 선수 다리에 맞지 않았다면 오프사이드가 맞다. VAR가 정확하게 봤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이 이번에 조별리그에서는 탈락했지만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독일 축구의 암흑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카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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