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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차 제조사에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스스로 공개하라’고 권고하기로 했다. 또 과충전 방지 장치가 없는 충전기에 대해선 대당 최대 500만 원을 주는 예산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다. 1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번지자 처음 나온 범정부 대응책이다.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전기차 안전관리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국민 불안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먼저 정부는 국내 시판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정보를 모든 전기차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라고 권고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기차 제조사 및 수입사 14곳 중 11곳이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기로 했다. 특히 인천 화재 발화 차량 제조사인 벤츠코리아는 전날까지 “공급업체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뒤집고 이날 자사 전기차 8개 모델에 장착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화재가 난 전기차에는 알려진 대로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베터리 제조사 공개 방침을 밝히지 않은 테슬라, GM, 폭스바겐은 본사 협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정부는 또 과충전 방지 장비인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없는 전기차 완속충전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장비를 장착하면 배터리 충전 상태를 전기차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과충전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급속충전기에는 대부분 장착돼 있으나 완속충전기에는 거의 없다.현재 정부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업자에게 충전기 1대당 35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 중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일반형 완속충전기 지원에 총 740억 원을, PLC 모뎀이 있는 완속충전기 지원에 800억 원을 편성했는데 내년에는 일반형 완속충전기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방침이다.정부는 또 자동차 제조사에 전기차 특별 무상점검을 권고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이 이미 연중 상시 무상 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 벤츠가 이날부터 무상 점검에 들어갔다.소방시설 긴급점검도 추진한다. 인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지하 주차장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각 부처가 검토해 온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배터리 정보 공개 시 보조금 차등 지급 등은 추가로 검토한 뒤 다음 달 초 종합대책 발표 때 시행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 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헬기 이송 논란’ 사건을 맡았다가 숨진 김모 전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의 직속 상관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13일 이같이 밝히면서 “사직과 관련한 서류 절차는 (숨진) 김 전 국장의 순직 인정 절차가 마무리된 뒤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고인이 업무상 재해로 순직했다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전 국장은 올해 ‘디올백 수수 논란’ ‘헬기 이송 특혜 의혹’,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사건’ 등 3건의 조사를 잇따라 처리하면서 주변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한다. 정 부위원장은 당시 사무처 수장으로 조사 과정을 총괄한 책임자이고, 15명의 권익위원 중 한 사람으로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했다. 정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하던 중 공약집에 ‘오또케’라는 표현을 썼다가 ‘여성 혐오’ 논란이 일자 해촉됐다. 윤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 분과에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된다.다만 권익위 관계자는 김 전 국장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 수뇌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권익위는 권익위원들이 전원위원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합의제 기구라서 담당국장이 자기 의견을 내는 등 결정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이날 김 전 국장의 순직 인정과 유족 지원,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전담반을 구성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전세 보증금이 주택 가격의 90%를 넘는 경우에는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가입 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요청을 국토교통부가 16차례나 묵살하며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전세 보증보험이란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공사가 대신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받아내는 제도다.당시에는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보험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택가격의 90%가 넘는 높은 전세값에 계약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악성 임대인이 이점을 이용해 전세 보증금으로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무자본 갭투자 사기’도 이어지고 있었다.공사는 전세 보증보험이 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입 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국토부가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묵살한 것이다. 국토부의 늑장 조치로 최소 3조 9000억 원이 넘는 ‘전세 보증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국토부, “세입자 보호해야 한다”며 ‘전세 사기’ 방치감사원은 13일 공개한 ‘서민 주거 안정시책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는 2013년 9월 전세보증 보험을 출시하면서 ‘아파트 전세금이 주택 가격의 90% 이하 수준이어야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정했다. 그런데 공사는 2017년 2월 ‘아파트 전세금이 주택 가격의 100% 수준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있다’며 가입 범위를 확대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국토부가 내린 결정이었다.그런데 공사는 2020년 9월부터 총 16차례에 걸쳐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가입 요건을 ‘주택가격의 100%’에서 ‘90%’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공사는 2021년 5월 세 모녀가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등의 빌라 500여 채를 자기 자본 없이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인 뒤 보증금을 빼돌린 ‘세모녀 전세 사기’ 사건 이후로 국토부에 “전세보증이 전세 사기에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공사는 2021년 10월에는 “앞으로 전세보증 사고로 수조 원의 보증금을 공사가 세입자에게 대신 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했다.하지만 국토부는 “세입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막연한 이유를 들어 공사의 건의 사항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토부는 수도권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발생한 뒤인 2023년 2월에야 공사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한도를 ‘아파트 가격의 100%에서 90% 이하’로 낮췄다.감사원은 국토부가 2021년 10월에만 전세보증 한도를 강화했다면 최소 3조 9000억 원에 이르는 ‘전세 보증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와 공사가 전세 사기로 수사요청한 임대인 236명의 사례를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이들 236명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평균 전세 보증금은 주택 가격의 95.7%에 달했다. 국토부가 전세 보증금이 주택 가격의 90%를 넘는 경우에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제도를 손봤다면 이런 전세 보증금 사고를 막을 여지도 있었던 것이다.● ‘무자본 갭투기’ 악성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 막을 수단도 마련 안해공사는 ‘무자본 갭투기’를 하는 악성 임대인의 전세 보증보험 가입을 막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 대신 갚아준 사례를 감사원이 점검한 결과 보증금 액수 기준으로 상위 10명의 임대인이 평균 305건(712억 원)의 ‘전세 보증금’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명은 평균 455건(899억 원)의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전체 민간 임대주택의 79%가 국토부나 지자체의 ‘전세 사기’ 관련 조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국토부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자체에 ‘3회 이상 공사가 전세금을 대신 납부한 경우’ 등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민간임대주택만을 점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임대주택이 많이 있는 서울시 강서구, 관악구, 인천 미추홀구 3개구를 점검한 결과 전체 4만 34건의 임대차계약 중 5090건(12.7%)이 구청에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감사원은 “전세 보증사고 급증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대규모 전세사기를 유발하거나 공사의 재정손실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국토부에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공사를 상대로는 “악성 집주인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보증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간부인 김모 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56)은 그에 앞서 6월 김 전 국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저는 생각이 다른데 이렇게 (윗선에서) 밀어붙여 그런 결정이 나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국장이 업무가 고돼 목숨을 끊은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페이스북에도 통화 내용 등을 공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국장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사건을 종결하려는 ‘윗선’과 생각이 달랐다는 게 이 이사장의 주장이다. 김 전 국장은 올 3월 전임 국장이 기조실장으로 승진한 뒤 공석이었던 국장 직무대리로 근무해왔다. 이 이사장은 6월 27일 오후 8시 45분 김 전 국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10분 가까이 통화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최재영 씨로부터 디올백을 수수했다는 신고 건에 대해 권익위가 조사를 종결 처분한 지 17일 지났을 때였다. 또 김 전 국장이 숨지기 이틀 전인 6일에는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도 나눴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에게 적용할 행동강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칼럼을 쓴 뒤 김 전 국장에게 보냈다고 했다. 당시는 권익위가 “국회의원은 행동강령 적용 대상이 아니다”란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등의 ‘헬기 이송 특혜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한 뒤였다. 이때 김 전 국장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라고 답했다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그가 10여 년 전 연세대 연구교수로 일할 당시 주관한 토론회에 김 전 국장이 참석했고, 그 뒤 두 사람이 친분을 이어왔다고 한다. 이 이사장이 있는 한국청렴운동본부는 권익위에 공익신고 지원 전문단체로 등록돼 있다. 이 이사장은 “권익위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의 단초를 마련하는 게 (김 국장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시작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국장은 최근 디올백 수수 논란, 헬기 이송 특혜 의혹,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청부민원 의혹 사건을 잇달아 처리하는 과정에서 힘들어했다”며 “권익위가 부패방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국회 등의 비판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권익위 고위 간부는 권력 남용의 희생자이며 그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자 권력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고인은 김 여사 사건뿐 아니라 이 전 대표의 응급헬기 이용 사건 조사를 지휘했다”고 반발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간부인 김모 전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56)은 그에 앞서 6월 김 전 국장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저는 생각이 다른데 이렇게 (윗선에서) 밀어붙여 그런 결정이 나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고 11일 밝혔다.이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국장이 업무가 고돼 목숨을 끊은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페이스북에도 통화 내용 등을 공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국장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사건을 종결하려는 ‘윗선’과 생각이 달랐다는 게 이 이사장의 주장이다. 김 전 국장은 올 3월 전임 국장이 기조실장으로 승진한 뒤 공석이었던 국장 직무대리로 근무해왔다. 이 이사장은 6월 27일 오후 8시 45분 김 전 국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10분 가까이 통화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최재영 씨로부터 디올백을 수수했다는 신고 건에 대해 권익위가 조사를 종결 처분한 지 17일 지났을 때였다. 또 김 전 국장이 숨지기 이틀 전인 6일에는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도 나눴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에 적용할 행동강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칼럼을 쓴 뒤 김 전 국장에게 보냈다고 했다. 당시는 권익위가 “국회의원은 행동강령 적용 대상이 아니다”란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등의 ‘헬기이송 특혜 의혹’ 사건을 종결처리한 뒤였다. 이때 김 전 국장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라고 답했다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이 이사장에 따르면 그가 10여년 전 연세대 연구교수로 일할 당시 주관한 토론회에 김 전 국장이 참석했고, 그 뒤 두 사람이 친분을 이어왔다고 한다. 이 이사장이 있는 한국청렴운동본부는 권익위에 공익신고 지원 전문단체로 등록돼있다. 이 이사장은 “권익위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의 단초를 마련하는 게 (김 국장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시작이었으면 한다”고 했다.권익위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국장은 최근 디올백 수수 논란, 헬기 이송 특혜 의혹,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청부민원 의혹 사건을 잇따라 처리하는 과정에서 힘들어했다”며 “권익위가 부패방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언론과 국회의 비판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도 했다.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권익위 고위 간부는 권력 남용의 희생자이며 그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자 권력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죽음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고인은 김 여사 사건뿐 아니라 이 전 대표의 응급헬기 이용 사건 조사를 지휘했다”고 반발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간부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8일 세종남부경찰서와 세종소방본부, 권익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세종시 종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권익위 소속 김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직장 동료로, 이날 김 씨가 출근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주거지를 직접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안방에서 숨진 김 씨를 발견해 경찰에 인계했다. 사고 현장에선 메모 형태의 유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힘들다’란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씨는 올해 2월부터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담당 부서인 부패방지국의 국장 직무대리 역할을 해왔다. 이 기간 김 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사건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송 특혜’ 의혹 사건을 조사하는 총괄 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김 씨는 최근 주변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명품백 조사 과정에서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나 국회의 주목을 받는 민감한 사건을 잇달아 여러 건 처리했다”며 “얼마 전 만났을 때도 업무 때문에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일련의 과정에서 권익위 내부 실무자들이 말하지 못할 고초를 당한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든다”며 “민주당이 진상 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역본부 차장 A 씨는 2021년 3월 ‘구찌 가방’을 구입할 때 230만 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썼다. 집 근처 대형마트와 부친의 시골 집 근처 마트에서도 300만 원에 가까운 상품권을 사용했다. 이렇게 A 씨가 사용한 상품권 중 최소 80만 원가량은 최초 구매자가 직무 관련 업체 2곳이었다. 그중 한 곳은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로, A 씨가 관리 감독을 하던 곳인 동시에 LH 퇴직자인 ‘전관(前官)’들이 다니는 업체였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 LH 직원, 전관들과 골프 여행 감사원은 8일 ‘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LH 직원들이 ‘전관’이라 불리는 퇴직자를 고리로 업체와 부정한 유착 관계를 맺어 온 실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직무 관련 업체에 다니는 LH 퇴직자들과 함께 베트남 다낭과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오가는 등 ‘골프 여행’도 다녔다. 골프장 이용비, 식대 등은 A 씨가 대부분 현금으로 지불했다. 다만 A 씨는 같은 시기 집과 회사 근처 현금 자동입출금기(ATM)에서 10차례에 걸쳐 총 4560여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했다. A 씨는 “아버지가 보훈수당과 기초연금을 명절에 내게 주셨는데, 이걸 보관하고 있다가 입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A 씨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산을 등록하면서 이 현금을 신고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업체로부터 현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감사 하루 전날 휴대전화를 바꿨고, 업체 측 관계자 등과 주고받은 메시지 기록 등이 없는 ‘깡통 폰’만 감사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A 씨에 대해 업체로부터 상품권 등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LH 측에는 파면하라고 통보했다. LH의 현장감독 직원인 B 씨 등 3명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와 골프를 치러 다녔다. 이들은 3년 동안 각자 30회 가까이 골프장을 다니며 많게는 99만 원에 달하는 식사 및 골프장 할인 혜택 등을 받았다. 감사원은 B 씨 등 3명에 대해선 LH에 정직 처분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퇴직 직전 290여만 원의 현금을 받은 LH 전 직원 C 씨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 무량판 적용 공공주택지구 22% ‘순살 아파트’ 감사원에 따르면 LH 충북지역본부는 2021년부터 충북 청주 지역 공공임대주택 조성 공사를 하면서 ‘설계 오류’로 설계변경 신청을 한 업체 4곳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벌점을 면제받은 업체 4곳엔 LH 퇴직자들이 8∼12명씩 다니고 있었다. LH는 20명의 LH 퇴직자가 재직 중인 한 업체에는 발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품질우수통지서’까지 발급해줬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LH가 발주한 전체 감리 용역의 90.6%, 설계 용역의 69.2%를 퇴직자가 다니는 ‘전관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무량판 구조’로 설계한 전국 공공주택 사업지구 5곳 중 1곳은 철근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사실도 이번 감사 결과 나타났다. LH가 건설한 전국 102개 공공주택 사업지구 중 23개 지구(22.5%)가 ‘순살 아파트’로 불린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와 같은 부실 시공 아파트일 수 있다는 것. 무량판 구조란 수평 구조 건설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 철근만으로 건물 무게를 지지하는 공법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근 대형 방산 기업의 협력 업체가 해킹 당해 우리 군 핵심 대북 공중정찰자산인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자료들이 상당수 유출됐고 우리 정부는 북한을 해킹 주체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는 군 장비 운용 및 정비 매뉴얼 등이 담긴 교범을 제작하는 곳인 만큼, 이번 해킹으로 백두·금강 정찰기의 기술 자료, 운용·정비 관련 내용 등이 북한에 유출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정찰기는 물론이고 군사정찰위성 등 대남 감시의 ‘눈’에 해당하는 정찰자산 확보 및 성능 개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북한이 이번 기술 탈취를 통해 자체 정찰 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우리 군 정찰 전력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복수의 방산업계·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업체는 물론이고 다른 중소 협력업체들에 대한 해킹 시도가 최근 집중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확인해 수사 중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북한 추정 세력의 해킹 공격으로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 자료 상당수가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해킹 피해를 당한 여러 업체들을 상대로 IP 추적 등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장비 관련 교범을 제작하는 업체 특성상 정찰기를 구성하는 주요 장비의 세부 제원 등 핵심적인 기술이 유출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독자적인 대북 정보 수집을 위해 1991년 도입 사업이 추진된 백두·금강 정찰기는 2002년 실전 배치된 뒤 20여 년간 우리 군의 핵심적인 대북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강 정찰기는 전방 일대 북한군 관련 영상정보(IMINT·이민트)를 수집한다. 백두 정찰기는 북한 전역의 신호정보(SIGINT·시긴트) 및 통신정보(COMINT·코민트)를 수집해 북한군 간 통신·장비 운용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백두, 금강이란 이름이 붙은 건 최고 1만3000m까지 상승해 신호정보는 백두산까지, 영상정보는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수집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이나 지상 전력 등에 비해 공중 감시정찰 능력이 한미에 크게 열세인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올해 초 ‘눈(정찰자산)’과 관련해 집중 해킹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실제 우리 정찰자산을 겨냥한 북한의 해킹 빈도도 올해 들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北 핵-미사일 잡을 ‘눈과 귀’ 기술 유출… 우리軍 ‘킬체인’ 타격[北, 대북 정찰자산 기술 탈취]한미, 공중정찰전력 압도적 우위… 백두-금강, 北움직임 실시간 감시北도발땐 선제타격 ‘킬체인’ 핵심北, 기술탈취해 감시 회피 의도… 대남 정찰전력 고도화도 겨냥최근 해킹 피해를 본 방산 협력업체는 군 장비 운용 및 정비 매뉴얼 등이 담긴 교범을 제작하는 곳이다. 특히 대북 핵심 정찰자산인 백두·금강 정찰기 관련 기술 자료가 이번에 탈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이를 손에 넣을 경우 우리 군 정찰 능력 파악 수준을 넘어 이를 자기들 기술로 재가공해 대남 정찰 능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설사 정찰자산의 전체 정보가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이를 구성하는 관련 기술 자료만 탈취하면 사실상 운용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유추, 파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공중 감시정찰 능력은 한미 양국 군이 북한군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분야다. 그런 만큼 최근 북한이 대남 감시정찰의 ‘눈’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향후 한미 대비태세에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올해 들어 보안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를 집중 해킹해 특히 항공, 위성, 함정 등 3가지 분야 무기개발 기술 수집에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미 탈취한 기술 일부에선 안보에 큰 위협이 될 만한 ‘게임체인저’ 관련 기술들이 포함됐을 가능성까지 있다고 정보 고위 당국자는 밝혔다.● 北 미사일 발사 신호 탐지 정찰기 기술 유출 경찰은 최근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의해 이 업체를 포함해 해킹 공격을 당한 여러 피해 업체를 현장조사하면서 업체 네트워크망에 접속한 IP주소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방산 협력업체 10여 곳이 북한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 안다리엘 김수키 등으로부터 해킹 피해를 입었던 만큼 사실상 북한 소행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총 8대가 운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유인 정찰기 백두·금강은 고고도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새매(RF-16) 정찰기와 더불어 대북 감시를 수행하는 핵심 자산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감지해 선제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눈’ 역할을 한다. 이 정찰자산들이 서로 감시 사각지대를 보완하면서 북한군 장비 이동, 통신 등 도발 징후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 백두는 500km 떨어진 북한 지역까지 전파를 감시하면서 북한 전역의 각종 신호정보(SIGINT·시긴트) 및 통신정보(COGINT·코긴트)를 수집한다. 특히 백두는 2018년 성능 개량으로 북한군 간 통신이나 핵 시설, 미사일 기지 내 전자장비 간 주고받는 신호 교환 정보인 계기정보(FISINT·피신트) 정찰 기능까지 추가됐다. 미사일 발사대에 입력된 발사 추정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방 일대 북한군 관련 영상정보(IMINT·이민트)를 수집하는 금강은 주야간, 악천후를 가리지 않고 고성능 영상레이더를 통해 휴전선에서 80km 떨어진 북한 지역의 영상, 음성 정보를 탐지할 수 있다. 30cm 크기 물체까지 식별 가능하다. 두 정찰기는 대통령 전용기가 이륙하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이륙한다. 두 정찰기의 서울공항 이륙 등 운용 정보가 북한에 유출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입된 지 20여 년이 지났고 전 세계적으로 무인 정찰기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백두·금강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두·금강은 우리 군 대북 정찰의 상징이자 북한이 가장 성가시게 여기는 자산 중 하나”라며 “북한이 교범을 해킹했다면 우리 정찰 프로세스를 사전에 인지해 회피할 가능성 역시 커진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찰 프로세스 회피에 이용 가능성도” 북한은 해킹을 통해 무인기 등 정찰자산 고도화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탈취한 기술을 재가공해 무인기 전력 증강에 활용하거나 우리 정찰 프로세스를 파악해 회피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한미 자산의 감시정찰 능력과 비교해 조악한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북한은 지난해 7월 열병식에서 미국의 글로벌호크, 리퍼와 비슷한 외양의 무인정찰기(새별-4형), 무인공격기(새별-9형)를 공개했다. 방산업계에선 수차례 해킹 피해를 입으면서 망 분리 등 보안을 강화해온 대형 방산 업체에 비해 보안이 취약한 중소 협력업체들의 계속된 기술 유출 피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핵심 무기체계의 완제품을 설계하거나 생산하는 대형 업체에 비해 관련 부품이나 운용 매뉴얼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북한이 우회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기 때문. 윤오준 국가정보원 3차장은 앞서 7일 간담회에서 “최근 3, 4개월 동안 규모가 크지 않은 협력업체를 겨냥한 공격이 많았다”고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보안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도 있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역본부 차장 A 씨는 2021년 3월 ‘구찌 가방’을 구입할 때 230만 원 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썼다. 집 근처 대형 마트와 부친의 시골 집 근처 마트에서도 300만 원에 가까운 상품권을 사용했다. 이렇게 A 씨가 사용한 상품권 중 최소 80만 원가량은 최초 구매자가 직무 관련 업체 2곳이었다. 그중 한 곳은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로, A 씨가 관리감독하던 곳인 동시에 LH 퇴직자들인 ‘전관(前官)’들이 다니는 업체였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 LH 직원, 전관(前官)들과 골프여행 감사원은 8일 ‘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LH 직원들이 ‘전관(前官)’ 이라 불리는 퇴직자를 고리로 업체와 부정한 유착 관계를 맺어온 실태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직무 관련 업체에 다니는 LH 퇴직자들과 함께 베트남 다낭과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오가는 등 ‘골프 여행’도 다녔다. 골프장 이용비, 식대 등은 A 씨가 대부분 현금으로 지불했다. 다만 A 씨는 같은 시기 집과 회사 근처 현금 자동입출금기기(ATM)에서 10차례 걸쳐 총 4560여 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했다. A 씨는 “아버지가 보훈수당과 기초연금을 명절에 내게 주셨는데, 이걸 보관하고 있다가 입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A 씨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산을 등록하면서 이 현금을 신고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업체로부터 현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감사 하루 전날 휴대전화를 바꿨고, 업체 측 관계자 등과 주고받은 메시지 기록 등이 없는 ‘깡통 폰’만 감사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A 씨에 대해 업체로부터 상품권 등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LH 측에는 파면하라고 통보했다.LH의 현장감독 직원인 B 씨 등 3명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사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에 재취업한 퇴직자와 골프를 치러 다녔다. 이들은 3년 동안 각자 30회 가까이 골프장을 다니며 많게는 99만 원에 달하는 식사 및 골프장 할인 혜택 등을 받았다. 감사원은 B 씨 등 3명에 대해선 LH에 정직 처분을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직무 관련 업체로부터 퇴직 직전 290여 만 원의 현금을 받은 LH 전 직원 C 씨에 대해서도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 벌점 피하는 ‘LH 전관 프리패스’ 감사원에 따르면 LH 충북지역본부는 2021년부터 청주 지역 공공임대주택 조성공사를 하면서 ‘설계 오류’로 설계변경 신청을 한 업체 4곳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벌점을 면제받은 업체 4곳엔 LH 퇴직자들이 8~12명씩 다니고 있었다. LH는 20명의 LH 퇴직자가 재직 중인 한 업체에는 발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품질우수통지서’까지 발급해줬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LH가 발주한 전체 감리 용역의 90.6%, 설계 용역의 69.2%를 퇴직자가 다니는 ‘전관 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무량판 구조’로 설계한 전국 공공주택 사업지구 5곳 중 1곳은 철근이 제대로 설치돼있지 않아 무너질 위험이 있는 사실도 이번 감사 결과 나타났다. LH가 건설한 전국 102개 공공주택 사업지구 중 23개 지구(22.5%)가 ‘순살 아파트’로 불린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같은 부실 시공 아파트일 수 있다는 것. 무량판 구조란 수평 구조 건설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 철근만으로 건물 무게를 지지하는 공법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제공받아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스마트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금수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제공한 스마트폰을 북한 선수단에 배포한 것이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97호 7항에 따라 모든 산업용 기계류의 대북 직간접 공급,판매,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은 이에 해당하는 결의상 금수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당국자는 “정부는 안보리 결의가 철저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 하에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스마트폰을) 주느냐 마느냐는 IOC가 판단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이 사안은 올림픽을 담당하는 IOC에서 최종 답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IOC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선수들에게 배포한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6’을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자국 선수단을 위해 수령해갔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스마트폰 처럼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제품을 북한에 공급, 판매,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2000년 청주로 내려와 택시 기사로 일하며 노동조합, 진보정당 활동을 해왔음. 최근 괴산군 환경수도사업소 입찰 건 관련 뇌물공여 사건과 연루돼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의 지령에 따라 국내에서 활동한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의 구성원 윤모 씨는 2019년 7월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에게 이런 문건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A4용지 3장 분량의 문건에는 북한이 포섭 대상으로 정한 지역 정치권 인사 A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 사상 동향, 이력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윤 씨가 가지고 있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암호화된 이 문건을 찾아냈고, 검찰은 윤 씨를 간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윤 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북한 공작원에게 보고한 이 인물 정보 자료를 ‘국가 기밀’이라던가 ‘군사 기밀’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현행법상 간첩죄는 적국을 위해 국가 기밀, 군사 기밀을 누설한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1심은 “윤 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이 비록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죄나 간첩죄로 처벌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북한의 지령에 따라 행동하고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 “北 지령 받아 정보 넘겼는데도 ‘간첩죄’ 적용 못해” 이렇게 ‘적국’을 위해 국가, 군사 기밀을 누설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 현행 형법, 군형법상 간첩죄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실이 주최하고 자유민주연구원(원장 유동열)과 한반도인권과 평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주관하는 ‘현행 간첩법제 문제점과 혁신방안’에 대한 세미나 자료집을 입수했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이 세미나에 참석하는 대공수사에 종사해온 전직 경찰, 국가정보원 관계자들과 법학 교수들은 “1950년대 만들어진 낡은 형법, 군형법의 간첩 혐의를 손질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법에 따라 ‘간첩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려면 ‘적국’을 위해 국가 기밀이나 군사 기밀을 넘겨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형법(98조)은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사람, 군사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사람에 대해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군형법(13조)도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간첩을 방조한 사람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간첩단에 주로 적용되는 국가보안법위반 4조(목적수행)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거나 지령을 받은 사람이 군사 기밀 또는 국가 기밀을 탐지, 수집하거나 누설한 경우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간첩 혐의자가 북한이 필요로 하는 각종 개인 정보를 넘기더라도 국가 기밀이나 군사기밀로 인정되는 정보가 아니라면 법원에서 간첩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기 어렵다. 2007년 북한의 지령에 따라 군사 기지를 촬영한 뒤 사진을 공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놓은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사진작가 이모 씨에 대해 법원이 “공개된 자료”라며 무죄를 선고한 전례도 있다. 간첩 혐의를 인정받는 것이 어렵다보니 수사기관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정보를 넘긴 피의자에 대해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사례들도 목격되고 있다.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전지선과 접선하며 ‘암호 문건’ 등을 통해 교신한 혐의를 받는 하모 씨에 대해 수사기관은 국가보안법위반 회합통신 및 편의제공 혐의를 적용했고,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지령에 따라 국내 지역 정당 관련 정보를 수집해 전달한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범죄단체활동 혐의 등을 적용했을 뿐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현행법 체계는 안보 위해 세력을 제어하는 법제가 아니라 오히려 보호하는 법제로 전락하고 있다”며 “현행 간첩죄 관련 조항은 최소 32년, 최대 70년이 경과한 조항들인 만큼 안보 위해행위를 차단하는 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적국 아닌 우방국에 정보 넘긴 ‘스파이’에는 ‘간첩죄’ 적용 못해” ‘적국’이 아닌 우방국에 정보를 넘기는 ‘스파이 행위’를 간첩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현행법에 규정된 간첩죄의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 독일, 중국 등 주요국들이 ‘외국 정부’ 등에 기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 사정 당국은 북한이 아닌 다른 우방국 정부 또는 기업 관계자에게 군사 기밀 등을 누설한 피의자에 대해 간첩 혐의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혐의 등을 적용해 처벌해왔다. 유출한 정보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면 군사기밀보호법을, 군사기밀이 아닐 경우엔 출입국관리법, 산업기술보호법 등을 적용해 처벌해왔던 것이다. 일례로 예비역 공군 장교 A 씨는 2006~2007년 미 군수업체 관계자에게 군사기밀인 합동원거리공격탄 도입 관련 정보를 넘긴 군사기밀 보호법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군사기밀 31건을 국내외로 유출한 해군 장교 B 씨도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장석광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처벌 규정이 약한 국가에서 외국 정보기관은 자신의 간첩 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고 보다 적극적인 간첩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국현 전 국정원 방첩국장은 “ 미‧일‧중‧러 및 유럽 각국의 정보요원이 나 특파원‧상사원‧유학생‧연구원의 스파이행위가 적발되어도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스파이행위를 사실상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스파이활동의 수단과 방법들이 지능화‧첨단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간첩법제’는 냉전시대의 굴레를 못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이 올 상반기 국내 소규모 방산 협력업체를 겨냥한 해킹 공격을 집중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챗 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한반도 전문가를 알려줘”라고 묻는 등 해킹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정황을 파악한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AI를 이용해 해킹 수법을 진화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윤오준 3차장은 7일 경기 성남시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해킹 동향에 대해 “최근 3~4개월 방산업체 및 협력업체들에 대한 공격이 많이 있었다”며 “대상 기관을 직접 표적으로 삼기보다는 주변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침투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방산 관련 정보를 빼내기 위해 대형 업체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협력업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차장은 “최근에는 해킹 조직이 공격 대상을 명확하게 나누기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가 내려오면 한꺼번에 공통 목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한국어 등에 서툰 북한 해커들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피싱 이메일을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우리 당국은 AI를 이용한 피싱 메일 등을 감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차장은 2022년 11월 경기 성남시에 문을 연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의 이름을 ‘판교 캠퍼스’로 변경했다고 이날 밝혔다. ‘판교 캠퍼스’에는 국가·공공기관 15곳과 민간 정보보호업체 9곳에 소속된 6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북한을 비롯한 각국의 사이버 위협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정원은 올 9월 국가기관과 정보보호업체 뿐 아니라 통신·방산·의료·금융·전력 등 국가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사이버 파트너스’를 출범시키고 사이버 위협정보를 공유하는 ‘핫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인천 강화군이 지역 관광지에 모노레일 설치 사업을 하면서 민간 사업자가 내야 할 공사비 수억 원을 부당하게 군 예산으로 지원해 특혜를 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군 공무원들은 지방의회에 “군에 귀책 사유가 있어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허위 자료까지 제출하며 의회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6일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주요 재정투자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강화군 공무원 A 씨와 B 씨는 2021년 8월 강화 화개산에 모노레일을 까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자로부터 “전기 공사 등을 군 예산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수용했다. 앞서 강화군은 사업 공모지침서에서 기반시설 공사비를 ‘사업자 부담’으로 정했는데, ‘군 부담’으로 해달라는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 A 씨 등은 지방의회엔 “행정기관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고, 강화군의 귀책 사유도 있었다”는 자료까지 제출했다. 결국 강화군은 공사비로 5억 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해 사업에 투입했다. A 씨 등은 군에 손해가 될 수 있음에도 “(모노레일) 입장수익 3%를 공익발전기금으로 지급한다는 실시협약 내용을 바꿔 달라”는 사업자 측의 요구도 부당하게 받아들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 회사가 “손실이 발생했는데 발전기금을 내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자 군 공무원들이 “당기순이익 3%를 공익발전기금으로 낸다”는 내용으로 협약 내용을 바꿔 준 것. 강화군은 “군이 받기로 한 액수는 똑같다”고 의회에 거짓 보고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A 씨와 B 씨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지자체 추진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뒤 특정 업체와 재하도급 계약을 맺도록 알선한 전남 고흥군 공무원에 대해서도 검찰에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A 씨 등은 감사원에서 “군수의 지시에 따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에선 사업비 125억 원이 드는 해수탕 건설을 추진하던 고흥군이 관광객 수요를 부풀린 자료를 토대로 “경제성이 있다”고 결론 내린 뒤 사업을 추진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업 과정에서 고흥군의 팀장급 공무원 C 씨는 과거 함께 근무한 퇴직 공무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무자격 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불법 알선을 해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외교부가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최고 수준인 4단계 ‘여행금지’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란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인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가 암살되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피의 보복”을 예고하는 등 중동 지역의 확전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조치다. 외교부는 7일 오전 0시부터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역에 대해 ‘여행금지’를 발령하겠다고 6일 밝혔다. 여행금지가 발령되는 곳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인 ‘블루 라인’으로부터 북쪽으로 4km, 남쪽으로 5km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블루 라인’은 2000년 유엔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설정한 일시적인 경계선이다. 외교부는 이란에 대해서는 기존 여행 자제(여행경보 2단계)를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로 상향했다.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 지역에는 1~4단계 여행경보 중 현재 ‘출국 권고’를 뜻하는 3단계 적색 경보가 발령돼있다. 이번에 여행경보가 격상된 접경지역과 가자지구에만 ‘여행금지’를 뜻하는 4단계 흑색 경보가 발령돼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지역에는 우리 교민들이 머물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우리 국민이 여행금지가 발령된 이 지역에 들어갈 경우에는 여권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형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 여행을 계획했던 국민은 이를 취소하고, 체류 중인 국민들은 즉시 철수해 달라”며 “이란 방문을 취소 또는 연기하고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안전지역으로 출국해달라”고 당부했다. 6일 기준 우리 국민은 이스라엘에 550여 명, 레바논에 120여 명, 이란에 110여 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현지 교민을 비롯한 장기 체류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중동 지역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은 6일 기준 이스라엘에 550여명, 레바논에 120여명, 이란에 110여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이 현지 교민을 비롯한 장기 체류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중동지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지속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인천 강화군이 지역 관광지에 모노레일 설치 사업을 하면서 민간 사업자가 내야 할 공사비 수억 원을 부당하게 군 예산으로 지원하는 등 특혜를 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군 공무원들은 지방의회에 “군의 귀책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허위 자료까지 제출하면서 의회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감사원이 6일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주요 재정투자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은 강화군 공무원 2명에 대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 관련해 청탁을 받고 불법 재하도급을 알선한 고흥군 공무원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했다.감사원에 따르면 강화군의 팀장급 공무원 A 씨와 과장급 B 씨는 2021년 8월 강화 화개산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 사업자로부터 “전기 공사 등을 군 예산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강화군은 이 사업 공모지침서에서 전기 공사를 비롯한 각종 기반시설 공사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는데, 여기에 어긋난 사업자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A 씨 등은 지역 의회에는 “행정 기관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이고, 설계에서 강화군의 귀책 사유가 있었다”는 허위 자료까지 제출했다. 이후 강화군은 기반시설 공사비로 수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뒤 사업에 투입했다.A 씨 등이 강화군에 손해가 될 수 있음에도 “(모노레일) 입장 수익 3%를 공익 발전기금으로 지급한다는 실시협약 내용을 바꿔달라”는 사업자 측 요구도 부당하게 받아들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당초 강화군이 이 사업자와 맺은 실시 협약에는 “입장 수익의 3%를 공익 발전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돼 있다. 공익발전기금 액수는 20년 간 13억50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 회사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발전 기금을 내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자 강화군 공무원들이 “당기 순이익의 3%를 공익 발전기금으로 지급한다”는 시에 불리한 내용으로 협약을 변경해준 것. 강화군은 “협약을 변경하더라도 군이 받기로 한 공익 발전기금의 액수는 똑같다”며 의회에 허위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A 씨 등은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배경에 대해 “당시 군수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 당시 해당 전직 군수가 별세한 상태였기에 감사원은 A 씨 등 주장의 진위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등은 감사원에서 “업무 처리가 미흡했지만 모노레일 사업 결과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에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에 해수탕 사업을 추진하던 고흥군이 관광객 수요를 부풀린 왜곡된 자료를 토대로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뒤 실제 예산 125억여 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업에 앞서 “사업비를 지원해달라”며 고흥군이 의뢰한 투자심사에서 전라남도는 “경제성을 재검토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고흥군은 재검토를 진행하지 않고 군 예산을 들여 사업을 추진했다. 감사원이 이번에 이 사업의 경제성을 평가한 결과 경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흥군의 한 팀장급 공무원 C 씨가 무자격 업체가 재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불법 알선해준 사실도 드러났다. C 씨는 과거 군청에서 함께 일했던 퇴직 공무원으로부터 한 무자격 업체에 대해 철근 콘크리트 공사 재하도급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하도급 계약 체결을 위해 군청에 방문한 철근 콘크리트 공사 사업자에게 “내가 알고 있는 형틀 목공 작업팀이 있으니 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어떠냐”며 명함을 꺼내서 주는 등 재하도급을 알선한 것으로 파악됐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상금 지급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A 씨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올 2월경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 관계자와 면담에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이긴 A 씨는 일본 기업 대신에 국내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으로부터 배상을 받는 ‘제3자 변제’에 동의한 상태였다. 그런데 재단 측이 “재원이 부족하니 재원을 마련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6개월 가까이 흘렀지만 A 씨 측은 재단으로부터 배상금 지급 관련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가 재단의 재원 부족 때문에 잠시 멈춰선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120명에게 재단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5일 기준 총 133억여 원 수준인데, 재단에 남아 있는 돈은 필요 재원의 11%인 15억여 원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 133억 필요한데 남은 돈은 15억 원 5일 기준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124명(소송 원고 기준) 중 제3자 변제를 받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총 4명이다. 이들을 제외한 120명에게 재단이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총 133억 4232만여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원금이 59억여 원이고, 배상금 지급이 지연된 데 따른 지연 이자가 74억여 원이다. 동아일보가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1·2·3심 판결문을 입수해 원금과 지연이자 액수를 계산한 결과다. 피해자 상당수는 ‘제3자 변제’를 받아들여 재단으로부터 배상을 받겠다는 뜻을 재단 측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연락이 닿는 피해자 가족들을 상대로 의사를 확인한 결과 90%에 가까운 인원이 “제3자 변제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재단에 남아 있는 돈은 15억여 원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이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국내외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총 41억 6345만여 원인데, 재단은 이중 25억여 원을 징용 피해자 11명에 대한 배상금으로 지급한 상태다. 재단은 2018년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징용 피해자 15명 중 11명에 대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했고,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법원에 배상금을 맡기겠다며 공탁을 신청했다. 법원이 재단의 공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재단이 이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법원이 재단의 공탁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에는 공탁금으로만 총 12억여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탁금을 제외하면 재단의 가용 현금은 3억여 원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재단은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잠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에 남아 있는 돈으로는 최대 2~3명에 대해서만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전체 피해자 중 특정인에게만 배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배상금 지급 약속이 이행되지 않자 일부 피해자들은 최근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에 “약속한 배상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민원까지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한 피해자는 최근 가까운 지인에 “판결을 기다리는 것이 차라리 더 나았다”는 얘기를 전달했다고 한다. ● ‘제3자 변제’ 1년 5개월 넘겼지만 포스코 제외 한일 기업 기부는‘0’ 이런 일이 벌어진 건 한일 기업의 기부금으로 재단의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정부와 재단의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3월 정부는 재단의 재원을 국내의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 발표 직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인 포스코가 재단에 40억 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년 5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은 기부금을 출연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기업의 기부도 없었다. 기업들은 “한일 청구권 협정 이후로 합병과 분사를 거듭했고, 이 때문에 협정의 수혜기업인지 분명치 않다”, “충분한 법적 근거 없이 기부금을 출연하면 향후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출연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연 이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불어난다. 재단이 ‘제3자 변제’를 위해 필요로 하는 재원의 액수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제3자 변제’가 계속 미뤄져 재단이 올 12월 31일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총 금액은 133억여 원(8월 5일 기준)에서 136억여 원(12월 31일)으로 늘어난다. 일본 기업의 국내 특허권, 주식 등을 매각해 배상금으로 지급해 달라며 피해자들이 법원에 낸 ‘특별현금화 매각명령’ 소송도 최소 10건 중 7건이 취하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와 유족들이 ‘제3자 변제’를 수용한 뒤 법원에 소 취하를 신청한 건수는 3건에 불과했다. 법원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매각해 징용 피해자에 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현금화 결정’을 막기 위해 정부와 재단이 ‘제3자 변제안’을 고안해 냈지만, 막상 ‘현금화’라는 한일 관계의 시한 폭탄은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의 위협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역내에 영향을 미칠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호주는 한국과 함께 우려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가까운 파트너들과도 결속할 것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30일 서울 주한호주대사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웡 장관은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정세에 대해 “북한의 도발 행위와 비도덕적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규범과 질서가 시험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호주 정부는 한국 국민이 매일 마주하는 위협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무력 공격에 맞서고, 이웃국의 안보를 재확인하기 위해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호주는 유사 입장국” 여러 차례 강조 50분 간 짧게 이뤄진 여성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웡 장관은 3차례에 걸쳐 한국과 호주의 관계에 대해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y)’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협력 파트너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웡 장관은 “한국과 호주의 뜻이 일치하는 이유는 양국 모두 슈퍼 파워가 아닌 중진국이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와 예측 가능한 무역협정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역내 그리고 전 세계에서 변화가 있는 만큼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뜻이 같은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IP4(인도 태평양 4국)이라 불리는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가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입장을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중진국의 안정을 저해하는 두 국가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낸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웡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 불법 무기 거래를 하고,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무를 중단시킨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대북제재 이행)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국제사회의 ‘CCTV’ 역할을 하던 전문가 패널이 해산된 뒤 우리 정부는 미·일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유엔 안팎에 별도의 감시기구를 꾸리는 방안을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주 외교 수장도 강력한 지지의 뜻을 밝힌 것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3자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의 ‘필러(pillar2·기둥)’ 분야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웡 장관은 한국 참여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 상황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오커스 기존 회원국들 사이에 향후 필러2가 어떻게 전개돼 나갈지에 대한 협의와 고려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양국의 협력은 ‘필러2’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국방, 경제, 기후,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을 제외하고 한국이 외교 국방장관 2+2 회담을 개최하는 국가는 호주가 유일한데 이는 양국의 상호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오커스는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자율무기·극초음속미사일·사이버안보 등 8개 분야에서 첨단 군사 역량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로 구분된다. 그는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오커스’를 비롯한 동맹 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오커스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 초당적인 지지가 있다”며 “호주와 미국은 어떤 정당이 집권하던지 양국 관계를 심화시켜왔다”고 했다. ● “한-호주 초빙 교수 프로그램 신설…인적 교류 강화” 호주와 중국은 2018년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무역 분쟁’을 극복하고 관계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웡 장관은 “대중 외교의 원칙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협력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은 반드시 표출하고 국익에 기초해 대중국 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남중국해 분쟁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근거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은 호주와 한국이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무역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호주와 중국은 2018년 반중 성향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집권 이후로 무역 갈등을 겪어왔다. 호주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압박 정책에 동참하면서 중국이 2020년 5월부터 호주의 대중 주력 수출품인 보리나 와인 등에 대해 고율 관세를 물리거나 수입을 중단한 것. 양국 갈등은 2022년 5월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 정권이 출범한 뒤로 해빙 분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웡 장관은 내년부터 호주 측의 전액 지원으로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호주 대학의 초빙 교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한국과 호주의 인적 교류도 강화된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간 이미 굳건한 인적 협력이 광범위하게 공고화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호주 측이 전액 지원으로 초빙 교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미국 하버드, 일본 동경대에 이어 서울대가 세 번째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부 예산 1220억여 원을 투입해 개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발이 제대로 완료되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도 보건복지부가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했다고 감사원이 30일 밝혔다. 예산을 반납하지 않기 위해 복지부가 이같이 했다는 것. 이 시스템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사회보장급여 수급자 2200만 명에게 매년 40조 원 넘는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2022년 9월 개통됐다. 하지만 시스템이 개통된 지 한 달 동안 9만 건 넘는 오류가 발생하고 급기야 ‘먹통’까지 되는 등 수당 지급에 지속적으로 차질이 빚어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고, 장모 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추진단장을 징계 처분하라고 복지부에 통보했다. 또 이 과정에 관여한 복지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 단장은 2021년 10∼12월 시스템 운영·관리에 관여한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정보원) 관계자들과 시스템 개통 문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복지부는 총 4차례에 걸쳐 시스템을 순차 개통하기로 했지만 당시 이미 핵심 시스템을 포함한 ‘2차 연도 개발’이 지연되고 있었다. 하지만 장 단장 등은 개발 지연 사실을 알면서도 회의에서 “2차 연도 계약이 이행 완료됐다고 하자”고 결정했다. 시스템이 개발 완료된 것으로 처리하고 추후 보완하자는 것이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은 “국가계약법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정보원 실무진이 “장 단장이 책임은 복지부가 안고 간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이후 복지부는 2022년 9월 시스템을 개통했다. 정보원은 이 시스템에 141건의 개통 부적합 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합’ 의견이 담긴 검사 확인서를 발급했다. 개통을 나흘 앞둔 시점까지도 3884건의 결함이 보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후 시스템이 개통된 후 첫 달에만 9만 건, 6개월 동안 30만 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시스템 개통이 미뤄질 경우 이미 지급받은 해당 연도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장 단장이 무리하게 개통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관 직무대행이었던 복지부 1차관은 개통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정기용 전 주모로코 대사(사진·현 외교부 인도·태평양 특별대표)가 30일 모로코 모하메드 6세 국왕으로부터 우위쌈 알라위트 지휘관계급 훈장을 수여받았다. 정 특별대표는 대사 재직 시절인 2022년 모로코에서 6·25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등 한·모로코 관계 발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모로코 청년들이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은 역사에 기록돼있었지만 한국전쟁 참전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었다. 정 특별대표는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박사를 취득했다. 제27회 외무고시로 1993년 당시 외무부에 입부해 주모로코대사,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 주미국공사참사관 등을 역임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보건복지부가 정부 예산 1220억여 원을 투입해 개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개발이 제대로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예산을 반납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시스템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노인 등 사회보장급여 수급자 2200만 명에게 매년 40조 원 넘는 수당을 지급하는 데 쓰였다. 시스템이 개통된지 한 달 동안 10만 건 넘는 오류가 생기고 급기야는 ‘먹통’이 되면서 당시 취약계층에 대한 수당 지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감사원이 30일 공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보고서에는 복지부의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추진단장이었던 장모 국장 등이 2022년 9월 무리한 시스템 개통을 추진한 사실이 담겼다. 감사원은 장 국장에 대해 징계 처분하고, 이 과정에 관여한 한국 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주의 요구하라고 복지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장 국장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시스템 개발에 관여한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관계자들과 시스템 개통 문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복지부는 총 4차례에 걸쳐 이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개통하기로 했는데, 당시에는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들이 사용하는 핵심 시스템을 포함한 ‘2차 연도 개발’이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그런데 장 국장 등은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회의에서 “2차 연도 계약이 이행 완료됐다고 검사하자”고 결정했다. 더이상 시스템 개통을 미룰 수 없으니 일단 ‘2차 연도 개발’ 시스템을 개통하고 보완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은 아직 시스템 테스트가 제대로 완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국가계약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실무진은 “장 국장이 ‘책임은 복지부가 안고 간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복지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시스템에서 141건의 개통 ‘부적합’ 사항을 확인하고도 ‘적합’ 의견이 담긴 검사 확인서를 발급했다. 복지부는 2022년 9월 예정대로 시스템을 개통했다. 2차 개통을 나흘 앞둔 시점까지도 이 시스템의 3884건의 결함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당시 사업 추진단장이었던 장 국장이 시스템 개통이 미뤄질 경우에 이미 지급받았던 해당 연도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무리하게 부실한 시스템 개통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국장은 “2차 연도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검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비 예산을 불용처리하고 국고에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렇게 되면 2차 개통이 더 늦어지거나 사업단이 계약 이행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감사원에서 진술했다. 장관 직무대행으로 최종 결정권자였던 복지부 1차관은 장 국장으로부터 개통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복지부가 무리하게 시스템을 개통해 일선의 지자체 공무원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복지 서비스 대상자인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시각이다. 이 시스템이 2022년 9월 개통된 첫 달에만 10만 건, 6개월 동안 30만 건의 민원이 발생했던 것이다. 시스템 오류로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한부모가족 증명서, 장애인 증명서가 원활하게 발급되지 않아 당시 대학 입학 수시 전형에 지원해야 하는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고, 결국 교육부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 사실을 알리며 제출서류 접수 기한 연장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