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김보라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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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보라 기자입니다.

purpl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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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젤렌스키 향해 “협상서 백기 들 용기있는 자가 강한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상황이 악화하기 전 협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수세를 겪고 있는 와중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는 분석이 나온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9일(현지 시간) 사전 공개된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며 “패배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협상할 용기를 갖는 것이 용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초 바티칸에서 진행됐으며 오는 20일 방송된다.교황은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 국가를 자살로 몰지 않는 것은 용기”라며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튀르키예(터키)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나라도 많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교황이 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백기(white flag)’나 ‘패배(defeated)’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 등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를 속속 장악하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미국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측은 교황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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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물림하는 가문정치”… 선거 치러도 이어지는 ‘현대판 왕조’ [글로벌 포커스]

    2024년이 ‘슈퍼 선거의 해’라는 건 이제 그리 낯선 얘기가 아니다. 다음 달 총선을 치르는 한국을 비롯해 76개국에서 올해 크고 작은 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어떤 나라들은 선거와 상관없이 권력자가 변하지 않고, 심지어 선출 공직이 핏줄로 대물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남아시아는 그런 의미에서 무척 유별나다. 세계 인구 순위 4위인 인도네시아(약 2억7753만 명)와 8위 방글라데시(약 1억7295만 명)를 비롯해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가 아들 혹은 딸이 권력을 물려받았다. 태국도 과거 총리의 여동생과 매제가 총리에 오르더니 이제 딸이 유력한 총리 후보로 등극했다. 이들 여섯 나라 인구를 합치면, 6억6200만 명이 넘는 동남아 국민들이 ‘세습 통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자그마한 소식도 소셜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세계로 퍼지는 시대에, 버젓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피의 대물림이 가능한 이유가 뭘까. 더구나 이들 나라 다수는 세습 가문이 국민적 지지가 높아 억압 통치를 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크랩트리는 “서구권 민주주의 국가수반들은 대체로 국민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동남아 지도자들은 집권 이후에도 인기가 놀랍도록 높다”고 평가했다. 세습이란 키워드를 통해 동남아 국가 특유의 정치문화를 살펴봤다.● 캄보디아-태국 ‘정치 왕조’가 권력 독점 최근 이뤄진 가장 극적인 세습 정치 사례는 캄보디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장남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고 물러났던 ‘아시아 최장수 지도자’ 훈 센 전 총리(72)가 1년도 안 돼 다시 정치 일선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여당인 캄보디아인민당(CPP) 의장을 맡고 있는 훈 센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상원의원 선거에서 CPP가 압승을 거두며 상원의장이 확실시 된다. 지난해 8월 장남인 훈 마네트에게 총리직을 물려준 지 6개월 만이다. 훈 센은 1985년 33세에 당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뒤 38년 동안 캄보디아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긴 세월 동안 그는 장남은 물론이고 온 가족을 권력 요직에 앉혀 ‘훈 왕조’를 만들었다. 3남인 훈 마니와 조카사위 네트 사보에운은 부총리이며, 차남 훈 마니트는 국방부 최고위 간부다. 훈 센은 심지어 3년 전 공개석상에서 “2023년 이후 총리의 아버지가, 2040년 총리의 할아버지가 되겠다”고 대놓고 말했을 정도다. 인도네시아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14일 대선에서 당선된 인물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73)이지만 실제 승리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이 거머쥐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장남인 기브란(37)이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오르기 때문이다. 프라보워와 조코위는 2014, 2019년 대선에서 두 차례나 맞붙었던 오랜 정적(政敵)이다. 하지만 권력을 위해 손을 잡으며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실 조코위는 임기 10년 동안 매우 인기 높은 대통령이었다. 자수성가한 서민 출신으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까지도 지지율이 70%대에 이르렀을 정도다. 하지만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고 선거법 개정 등 온갖 편법을 자행하면서 그간의 명성에 빛이 바랬다. 방글라데시나 싱가포르, 필리핀은 두 나라에 비하면 보다 ‘매끄럽게’ 세습이 진행 중이다. 방글라데시는 1월 총선에서 ‘국부(國父)의 딸’이자 2009년 총리에 오른 셰이크 하시나(77)가 5연임에 성공했다. 여기서 국부란 초대 대통령과 2대 총리를 지낸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을 일컫는다. 1975년 쿠데타로 일가족과 함께 살해당했지만, 당시 서독에 있던 딸 하시나는 1981년 귀국해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총리가 실권을 쥔 싱가포르에선 2015년 별세한 초대 리콴유 총리의 장남 리셴룽(72)이 2004년부터 집권 중이다. 지난해 그는 2025년 총선 전에 로런스 웡 부총리에게 권력 이양을 약속했지만, 현지에선 차남 리훙이(37)의 ‘3대 세습’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리핀의 경우 202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67)이 당선되며 20년간 철권통치를 했던 아버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에 이어 ‘부자(父子) 대통령’이 됐다. 함께 당선된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46)도 전직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이다. 태국에선 2001∼2006년 총리를 지낸 탁신 친나왓(75) 일가의 세습이 엄청나다. 매제와 여동생도 총리를 지냈으며, 그의 딸이자 현 집권당인 프아타이당의 패통탄 친나왓 대표(38)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다.● ‘가문 정치’ 익숙해 공사 구분 옅어 동남아에서 권력 세습이 잦은 까닭은 공과 사를 칼로 자르듯 구분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도 한 가지 주요 요인이다. 장준영 사이버한국외국어대 베트남·인도네시아학부 교수는 동남아의 ‘가문 정치’에 대해 “오랜 세월 관료제가 발달해온 동북아시와와 달리 동남아는 강력한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고 지역별 토착 세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는 근현대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은 역사도 세습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스페인 지배 시절 효율적 통치를 위해 소수 현지인에게 정치적 역할을 맡겼다. 이때 친스페인 가문이나, 반대로 독립운동을 했던 엘리트 가문들이 현재 필리핀 사회의 ‘정치 왕조’로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물과 가문의 ‘명성’이 곧 능력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동남아 문화의 특성이다. 박정훈 부산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명 정치인을 중심으로 재력가가 모이고 이권이 배분되면서 이들의 네트워크가 더 강하게 결집하는 순환이 되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던 박 교수는 “현지 유권자들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기 업적을 물려주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냐’고 하더라”며 “카리스마와 정치력이 대대로 이어지는 일종의 ‘유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짚었다. 국제 정세가 날로 급변하면서 정치 지도자로 ‘스트롱맨’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추세도 한몫했다. 인도 태생의 사회비평가인 살릴 트리파티는 “전투적인 성격의 프라보워는 ‘인도네시아는 다른 국가에 민주주의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어필했다”며 “이런 강한 모습이 유권자들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고학력자 적고 ‘틱톡’ 의존 큰 젊은층 동남아는 한국이나 일본,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의 나이대가 젊다. 인도네시아는 유권자의 52%가 17∼40세일 정도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젊은 세대가 두꺼운 게 동남아에선 정치 세습에 보탬이 되고 있다. 중장년층은 이런 문화가 익숙한 ‘지지층’이고, 청년층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데다 교육 수준도 낮아 큰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젊은 유권자 중엔 정치 변혁을 주도할 만한 고학력 중산층이 적어 세력 결집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25∼34세 인구 중 대졸자 비율이 2022년 기준 1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등교육 이수 비율도 2022년 기준 캄보디아는 15%, 방글라데시는 23%, 필리핀은 35%로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소셜미디어 틱톡 사용자 수는 상위 10개국 절반이 동남아 국가일 정도다. 인도네시아는 젊은층에 인기 있는 틱톡이 선거전에서 핵심 홍보 창구였다. 이들은 철권통치기 경험이 없어 프라보워가 과거 민주화 운동을 유혈 진압했던 오점에 큰 관심이 없었다. 결국 유세 현장에서 막춤을 추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귀여운 할아버지’란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미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마트는 “비서구권은 소셜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며 “젊은 유권자들은 많은 허위 정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민주주의보단 실리가 중요” 인식도 동남아 유권자들이 민주주의라는 이념적 가치보다는 실리적인 측면을 더 중시하는 성향도 세습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바탕으로 삼아 ‘선대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도덕이나 규범적 하자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묵인해 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권력을 물려받은 이들이 앞으로도 ‘성공적으로’ 세습을 이어갈 수 있느냐이다. 인도네시아에선 프라보워와 조코위의 정치적 동맹이 ‘모래 위의 성’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FP는 “조코위의 아들은 아직 정치 경험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본인이 대통령에 오르기를 꿈꿀 것”이라며 “프라보워가 그를 정치적 위협 세력으로 여기게 되면 지금의 동맹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캄보디아 훈 마네트 총리는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한 이력 때문에 서구권에선 비교적 개방적인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조슈아 컬란치크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서방의 기대와 달리 훈 마네트가 캄보디아를 개혁할 의지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아버지 편이었던) 고위 관료와 재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면 더 많은 부정행위를 저질러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습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거란 기대는 어쩌면 독재의 역사를 가리는 헛된 꿈에 불과할 수도 있다.“세계 곳곳 권위주의 부활 징후”… 지난해 167개국 ‘민주주의 지수’ 역대 최악슈퍼 선거의 해, 슈퍼 민주주의 후퇴의 해 되나反자유주의 확산되고 있는 시기77개국 국민 52% 강한 지도자 원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장기 집권 및 세습 정치는 나름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근거 있는 명분’이라도 독재를 합리화시킬 순 없다.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에 위기가 도래했다는 징후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조사기관 EIU가 167개국을 평가해 집계한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에 따르면 지난해 민주국가는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으론 떨어졌다. △완전한 민주주의 △결함 있는 민주주의 △민주-권위 혼합 △권위주의 등 4등급 분류에서 완전한 혹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된 국가의 수는 1년 사이 2곳이 늘어 74개국이 됐다. 그러나 세계 민주주의 지수의 평균값은 10점 만점에 5.23으로 종전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5.29에서 더 떨어졌다. 이 가운데 올해 선거를 치르는 56개국을 보면 ‘완전한 민주주의’는 한국과 아이슬란드, 대만 등 7곳(12.5%)뿐이다. ‘결함 있는 민주주의’가 20개국이고, 10개국은 혼합 체제였다. 19개국은 권위주의로 분류됐다. 실제로 세계에서 권위주의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난해 77개국 설문조사에서 의회나 선거에 영향받지 않는 ‘강력한 지도자’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52%였다. 2009년 38%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4개국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권위주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평균 31%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슈퍼 선거의 해’인 올해가 ‘슈퍼 민주주의 퇴보의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선거들은 반(反)자유주의가 확산하고, 민주적 가치와 제도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실시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갈수록 정치 권력이 교묘해지며 유권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 편집장을 지낸 정치평론가 모이세스 나임은 “21세기 독재자들은 은밀하게 권력을 사유화하면서도 겉으론 민주주의자를 가장해 알아차리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유럽·유라시아 수석 분석가 마이크 스멜처 역시 “민주주의는 독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라며 “가짜 민주주의를 구별해낼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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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셔먼 前 美국무부 부장관 ‘수교훈장 광화장’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부장관(75)이 6일(현지 시간)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국권 신장 및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수교훈장 중 최고 훈장이다. 이날 미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서훈식에서 셔먼 전 부장관은 “한미 양국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인도태평양 지역 및 글로벌 현안을 함께 다루면서 군사안보, 경제안보,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등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공직 은퇴와 관계없이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미국의 동맹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도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훈식에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 킨 모이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정 박 대북고위관리 등이 참석했다. 과거 ‘한국 사위’로 유명한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 등도 광화장을 받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 입부한 셔먼 전 부장관은 1999∼2001년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냈다. 당시 미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2000년 10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때 동행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다가 지난해 7월 퇴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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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그리스 정상 탑승한 차량… 300m 떨어진 곳에 러 미사일 ‘쾅’

    6일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항 오데사를 찾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큰 폭발음을 들었다. 항구 인프라를 향해 날아온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터진 것이다. 두 정상으로부터 불과 300m 떨어진 거리였다. 곧 연기로 뒤덮인 ‘버섯 구름’이 피어올랐고 요란스레 사이렌도 울렸다. 이날 공격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오데사항에 도착한 직후 발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에 탔을 때 큰 폭발음이 들렸는데 방공호로 갈 시간이 없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땅을 밟았다. 그는 “전쟁에 대해 신문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고 했다. 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매우 강렬한 경험이었다”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를 찾아 전쟁의 실상을 확인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해군 측은 이날 러시아가 오데사항 인프라를 노려 무인기(드론) 880여 대와 미사일 170여 발의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해군 드론 격납고를 공격했고, 목표가 달성됐다”면서 두 정상을 노린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땅을 찾은 서방 정상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한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은 어디든 상관하지 않고 공격한다”며 “더 많은 대공 방어망이 필요하다”고 서방의 대대적인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2022년 5월 오데사항을 찾았다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대피소를 찾았던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얼마나 비겁한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규탄했다. 오데사는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거점이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주요 기지도 이곳에 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 표적이 돼 왔다. 앞서 2일에도 시내 주거 건물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어린이 5명을 포함해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가 수도 키이우가 아닌 오데사를 찾은 것은 이 항구가 그리스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분석했다. 그리스가 오스만튀르크 제국에 대항해 독립전쟁을 일으켰던 19세기 당시 오데사의 그리스계 주민은 해당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직도 일부 그리스계가 남아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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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벅스, 중동서 직원 2000명 해고… 반미 불매운동 여파

    유대계 경영자가 오랫동안 경영한 스타벅스가 약 2000명의 중동 직원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이슬람권에서 대대적인 불매 운동에 직면한 여파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동 내 스타벅스 운영권을 소유한 쿠웨이트 유통기업 알사야그룹은 5일 “최근 6개월 동안 누적된 상황으로 인해 직원 수를 줄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약 20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감원 인원은 알사야 소속 스타벅스 전체 직원 1만9000명 중 약 10%에 해당한다. 알사야그룹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13개국에서 약 19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동에서는 KFC, 맥도널드, 피자헛, 펩시 등 미국의 대표적 요식업 브랜드들이 소비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만 두둔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대계 하워드 슐츠 전 최고경영자(CEO)의 입김이 강한 스타벅스는 이 중에서도 가장 큰 저항에 부딪혔다. 슐츠 전 CEO는 1987년 스타벅스를 창업주로부터 인수해 오늘날의 ‘커피 제국’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중동 소비자는 그가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폈다. 스타벅스 측의 부인에도 불매 운동은 계속됐다. 스타벅스는 미국 내에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전쟁 발발 직후 스타벅스 노조는 소셜미디어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유대계 및 보수 성향 고객들이 항의했고 회사 측도 노조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지지 성향 고객과 이스라엘 지지 성향 고객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내 스타벅스 또한 매출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최근 스타벅스는 올해 글로벌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0∼12%에서 7∼10%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미국과 카타르의 중재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3∼5일 진행된 휴전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10일부터 시작되는 이슬람의 금식 명절 ‘라마단’ 이전 휴전 합의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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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주의 논란속, 英왕세자빈 7주만의 외출

    올 1월 16일 복부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인 캐서린 영국 왕세자빈(42)이 약 7주 만인 4일(현지 시간) 처음으로 언론에 포착됐다. 미국 연예전문매체 TMZ는 이날 런던 인근 윈저성 부근에서 포착한 캐서린 왕세자빈의 사진을 공개했다. 약간 부은 얼굴로 선글라스를 쓴 그는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다만 사진의 진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2011년 윌리엄 왕세자와 결혼한 후 줄곧 공개 행사에 등장했던 캐서린 빈이 자취를 감추자 위독설 등 각종 소문이 난무했다.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여론 또한 높아진 가운데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영국 왕실 특유의 ‘비밀주의 전통’ 또한 비판받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캐서린 빈의 시아버지인 찰스 3세 영국 국왕(75)이 지난달 5일 암 투병 사실과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왕세자 부부가 거주하는 켄싱턴궁은 현재까지 “왕세자빈이 부활절인 이달 31일 전에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그가 퇴원했는지, 어디에서 요양하는지에 관한 설명도 없고 관련 사진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윌리엄 왕세자가 지난달 28일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열린 행사 직전 “개인적 사유로 불참한다”고 밝힌 것도 캐서린 빈의 건강 이상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스페인 언론들은 아예 “왕세자빈이 수술 후 위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그간 왕족의 신변에 관해 ‘불평하지 않되, 설명하지도 않는다(Never complain, never explain)’는 전략을 택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전통은 2022년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전 국왕 시절에나 통용된다”며 “왕세자 부부가 21세기에 적합한 버전을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실 일가가 쓰는 돈에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는 납세자에 대한 의무라는 뜻이다. 1995년 찰스 3세가 왕세자였을 때 그의 첫 부인이던 다이애나 빈은 공개적으로 남편의 불륜을 폭로했다. 2020년 왕실과 결별한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가 줄곧 왕실 내 불화를 공개한 만큼 더 이상 비밀주의 전통이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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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왕세자빈, 수술 7주만에 포착…왕실 비밀주의 비판 고조

    올 1월 16일 복부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인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42)이 약 7주 만인 4일(현지 시간) 처음으로 언론에 포착됐다. 미국 연예전문매체 TMZ는 이날 런던 인근 윈저성 부근에서 포착한 미들턴 왕세자빈의 사진을 공개했다. 약간 부은 얼굴로 선글라스를 쓴 그는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에 탑승한 채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다만 사진의 진위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2011년 윌리엄 왕세자와 결혼한 후 줄곧 공개 행사에 등장했던 미들턴 빈이 자취를 감추자 위독설 등 각종 소문이 난무했다. 추가 정보를 요구하는 여론 또한 높아진 가운데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영국 왕실 특유의 ‘비밀주의 전통’ 또한 비판받고 있다고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미들턴 빈의 시아버지인 찰스 3세 영국 국왕(75)이 지난달 5일 암 투병 사실과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왕세자 부부가 거주하는 켄싱턴궁은 현재까지 “왕세자빈이 부활절인 이달 31일 전에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다”고만 밝혔다. 그가 퇴원했는지, 어디에서 요양하는지에 관한 설명도 없고 관련 사진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윌리엄 왕세자가 지난달 28일 런던 인근 윈저성에서 열린 행사 직전 “개인적 사유로 불참한다”고 밝힌 것도 미들턴 빈의 건강 이상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스페인 언론들은 아예 “왕세자빈이 수술 후 위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영국 왕실은 그간 왕족의 신변에 관해 ‘불평하지 않되, 설명하지도 않는다(Never complain, never explain)’는 전략을 택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전통은 2022년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전 국왕 시절에나 통용된다”며 “왕세자 부부가 21세기에 적합한 버전을 찾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실 일가가 쓰는 돈에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는 납세자에 대한 의무라는 뜻이다.1995년 찰스 3세가 왕세자였을 때 그의 첫 부인이던 다이애나 빈은 공개적으로 남편의 불륜을 폭로했다. 2020년 왕실과 결별한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가 줄곧 왕실 내 불화를 공개한 만큼 더이상 비밀주의 전통이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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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 vs 기물파손’ LA건물 그라피티 논쟁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5년째 공사가 중단된 초고층 건물이 길거리 문화의 상징인 그라피티로 뒤덮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덩그러니 방치됐던 건물이 예술의 힘으로 로스앤젤레스의 랜드마크가 될 거란 입장과 사유재산을 무단으로 망가뜨린 불법행위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로스앤젤레스에서 2019년 공사가 중단된 55층짜리 ‘오션와이드 플라자’가 길거리 아티스트의 그라피티로 뒤덮였다”며 “그라피티가 예술인가, 기물 파손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시켰다”고 전했다. 오션와이드 플라자는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 총 10억 달러(약 1조3400억 원)의 거금을 들여 3개의 타워 형태로 추진된 대형 건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개발업체가 자금난에 빠지며 공사는 중단됐다. 형태만 갖추고 있던 건물에 그라피티가 그려진 건 올해 1월 말부터. 직접 그림을 그린 한 아티스트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초고층건물 작업은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며 흥분했다. 해당 건물이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인근 중심가란 점도 그라피티 작가들을 더욱 자극했다고 한다. 이렇게 변신한 건물은 입소문을 타고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유명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로버트 프로벤자노는 NYT에 “그라피티의 예술 수준을 높여 놓았다”며 “건물 전체를 그라피티로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애리조나대의 스테퍼노 블로흐 교수도 “대규모 개발 실패에 대한 폭로라는 예술적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몰려들며 갈수록 ‘불법 놀이터’가 되고 있단 점이다. 건물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스테이크를 굽는가 하면, 지난달엔 옥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은 지난달 28일 무단 침입 혐의로 4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시의회도 개발업체에 보안 강화 등을 요청했지만, 파산 상태인 업체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센트럴시티협회는 최근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로스앤젤레스는 시 예산을 들여 자체 정화에 나설 계획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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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물파손” vs “예술”…그래피티로 뒤덮인 LA 건물

    미국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 5년째 공사가 중단된 초고층건물이 길거리 문화의 상징인 그래피티로 뒤덮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덩그러니 방치됐던 건물이 예술의 힘으로 LA 랜드마크가 될 거란 입장과 사유재산을 무단으로 망가뜨린 불법행위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LA에서 2019년 공사가 중단된 55층짜리 ‘오션와이드 플라자’가 길거리 아티스트의 그래피티로 뒤덮였다”며 “그래피티가 예술인가 기물 파손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을 재점화시켰다”고 전했다.오션와이드 플라자는 LA 중심가에서 총 10억 달러(약 1조3400억 원)의 거금을 들여 3개의 타워 형태로 추진된 대형 건축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개발업체가 자금난에 빠지며 공사는 중단됐다.형태만 갖추고 있던 건물에 그래피티가 그려진 건 올해 1월 말부터. 직접 그림을 그린 한 아티스트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초고층건물 작업은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라며 흥분했다. 해당 건물이 LA컨벤션센터 인근 도심 중심가란 점도 그래피티 작가들을 더욱 자극했다고 한다.이렇게 변신한 건물은 입소문을 타고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로버트 프로벤자노는 NYT에 “그래피티의 예술 수준을 높여 놓았다”며 “건물 전체를 그래피티로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애리조나대의 스테파노 블로흐 교수도 “대규모 개발 실패에 대한 폭로라는 예술적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문제는 사람들이 몰려들며 갈수록 ‘불법 놀이터’가 되고 있단 점이다. 건물에서 캠프파이어를 하고 스테이크를 굽는가 하면, 지난달엔 옥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경찰국(LAPD)은 지난달 28일 무단 침입 혐의로 4명을 체포하기도 했다.시의회도 개발업체에 보안 강화 등을 요청했지만, 파산 상태인 업체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LA센트럴시티협회는 최근 “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LA는 시 예산을 들여 자체 정화에 나설 계획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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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슨 황 “AI, 5년내 인간이 만든 모든 시험 통과할것”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이 향후 5년 안에 인간이 치르는 모든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황 CEO는 1일(현지 시간) 석사학위를 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을 ‘인간의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면 인간 수준의 인식을 가진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5년 안에 등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시험을 컴퓨터 사이언스 업계에서 치른다면 (AI가) 5년 안에 그 모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AI는 변호사 시험은 통과할 수 있지만 소화기 내과 등 전문 의학 시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5년 안에 이를 비롯한 모든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AGI의 구체적인 정의와 구현 시점에 대한 전망은 현재 엇갈리고 있다.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은 “인간과 동료로 일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규정했지만 오픈AI 측은 ‘인간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고도의 자율적 체계’라고 정의했다. 구현 시점에 대해선 올트먼 CEO가 ‘4, 5년 후’,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르면 2030년’으로 예상했다. 황 CEO는 이날 ‘AI 산업의 확대를 위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이 얼마나 더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장은 더 많은 팹이 필요하지만 AI 발전에 따라 필요한 반도체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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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가자주민 총격’ 역풍… “잔혹한 학살” 국제 비난 쏟아져

    “민간인들에게 총을 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다.”(프랑스 외교부) 지난해 10월 발발한 뒤 최근 일시 휴전 가능성이 열렸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즉각 비난에 동참했으며, 유엔은 규탄과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계기로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미국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수인종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행보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해명 납득 안 가” 휴전 협상 중단되나 AP통신 등은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해변에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는데, 이스라엘군이 혼란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발포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 총격으로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즉시 “이스라엘 점령군이 저지른 추악한 학살을 규탄한다”며 분개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나, 무고한 주민들이 숨진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끔찍하다.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한다”고 게재했으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아 숨진 주민은 10여 명뿐이고, 주민들이 몰리며 압사와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입장을 밝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초기 “총격 정황이 없다”고 했던 이스라엘군은 이후 여러 증거가 제시되자 “군인과 탱크를 향해 덤벼들어 불가피하게 발포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번 참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도 미궁에 빠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은 “책임 소재를 떠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에 악재”라고 보도했다. 라마단 전후로 약 40일간의 휴전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타결이 임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했던 4일까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미 협상이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엄청난 의견 차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소집, 美 반대로 성명 불발유엔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비난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은 “회의에서 알제리가 제출한 이스라엘 규탄 성명이 논의됐으나,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홀로 반대해 성명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회의 직후 “아직 모든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도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선 진보층과 청년층,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에 표를 던지는 운동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민주당 경선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한 유권자 13.3%가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졌다. ‘슈퍼 화요일’(5일)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미 의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국가는 뒤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랜즈먼 민주당 하원의원 또한 “외교 지도자들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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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발니, 의문사 2주만에 장례식… “영구차 취소 협박 받아”

    “나발니는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린 이 빛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익명을 요구한 한 추모객)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옥중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사진)의 장례식이 1일 모스크바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영구차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AP통신 등은 “장례식은 이날 오후 2시경 모스크바 마리이노에 있는 ‘우톨리 모야 페찰리’(내 슬픔을 달래소서) 교회에서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고인은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보리솝스코예 공동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나발니 측이 유튜브로 생중계한 영상에 따르면 장례식 약 2시간 전부터 교회 인근엔 시민 10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날 장례식엔 고인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만 모습을 드러냈으며, 해외에 체류 중인 부인 율리야 나발나야와 두 자녀는 참석하지 못했다. 영국 BBC방송은 “율리야는 귀국했다면 체포당했을 위험이 컸다”고 했다. 교회와 묘지 주변은 전날부터 많은 경찰들이 배치됐다. 주변 가로등들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장례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장례식 준비 과정도 험난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24일에야 시신을 인계받았으며, 러시아 당국은 ‘비공개로 치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족 대변인을 맡은 고인의 비서 키라 야르미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이 영구차 업체로 전화해 장례를 돕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비난했다. 인권단체 오비드인포(OVD-Info)에 따르면 나발니 사망 이후 러시아에선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 400명 이상이 정치 시위 명분으로 구금됐다. 나발니 측은 “장례식에서도 구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러시아 크렘린궁은 “장례식과 관련해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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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 올트먼에 소송 “인류 위한다더니 이익 추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샘 올트먼 CEO, 그레그 브로크먼 오픈 AI 사장을 고소했다.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인공지능(AI)을 개발한다는 오픈AI의 사명을 포기했다는 이유다.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일(현지 시간) “머스크 CEO가 전날 ‘오픈AI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회사 설립 목적을 위반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2015년 올트먼, 브로크먼과 함께 오픈AI를 공동 창립한 머스크 CEO는 “(공동 창립 당시) 단일 회사가 아닌 ‘인류의 이익’을 위해 비영리 회사를 추구하기로 합의했다”며 “하지만 오픈AI는 최대 기술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비공개 자회사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 코드를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오픈 소스로 만들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M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AI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했다는 설명이다.머스크 CEO는 올트먼 복귀 과정에서 이사회 멤버가 교체된 것도 문제로 삼았다. 그는 “인류의 이익을 위한 기술 개발이라는 원래 사명을 이행하는 스타트업 이사회의 대다수를 축출했다”며 “새 이사회는 AI 윤리와 거버넌스보다는 기업이나 정치 분야에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올트먼의 열렬한 팬”이라고 했다.머스크 CEO가 오픈AI를 공격하고 나선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8년 올트먼 CEO와 충돌하고 이사회에서 물러난 뒤, “AI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엔 “오픈AI의 경쟁자를 만들겠다”며 X.AI라는 새로운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자사의 모든 연구와 기술을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강제하고, 회사와 올트먼이 불법적인 관행으로 받은 돈을 포기하도록 법원이 명령하길 요청했다. 이에 대해 현재 오픈AI와 MS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건은 AI와 관련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가장 중요한 충돌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대규모 자금 모집과 국내외 불공정 조사를 앞둔 올트먼과 MS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고 평했다. WSJ도 “해당 소송이 오픈AI를 둘러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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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정적’ 나발니, 의문사 2주 만에 모스크바서 장례식

    “나발니는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린 이 빛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익명을 요구한 한 추모객)지난달 16일(현지 시간) 옥중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체재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이 1일 모스크바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서 치뤄졌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영구차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AP통신 등은 “장례식은 이날 오후 2시경 모스크바 마리이노에 있는 ‘우톨리 모야 페찰리’(내 슬픔을 달래소서) 교회에서 치뤄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고인은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보리소브스코예 공동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나발니 측이 유튜브로 생중계한 화면에 따르면 장례식 약 2시간 전부터 교회 인근엔 시민 1000여 명이 운집했다. 이날 장례식엔 고인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만 모습을 드러냈으며, 해외에 체류 중인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와 두 자녀는 참석하지 못했다. 영국 BBC방송은 “율리아는 귀국했다면 체포당했을 위험이 컸다”고 했다.교회와 묘지 주변은 전날부터 많은 경찰들이 배치됐다. 주변 가로등들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이터통신는 “장례식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장례식 준비 과정도 험난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24일에야 시신을 인계받았으며, 러시아 당국은 ‘비공개로 치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족 대변인을 맡은 고인의 비서 키라 야르미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이 영구차 업체로 전화해 장례를 돕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비난했다.인권단체 오비드인포(OVD-Info)에 따르면 나발니 사망 이후 러시아에선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 400명 이상이 정치 시위 명분으로 구금됐다. 나발니 측은 “장례식에서도 구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러시아 크렘린궁은“장례식과 관련해 어떤 압력도 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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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자주민 총격에 “잔혹한 학살” 비난…역풍 맞은 이스라엘

    “민간인들에게 총을 쏜 건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다.”(프랑스 외교부)지난해 10월 발발한 뒤 최근 일시 휴전 가능성이 열렸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팔레스타인 정부는 물론이고 서방 국가들도 즉각 비난에 동참했으며, 유엔은 규탄과 동시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계기로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미국도 “빨간불이 켜졌다”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소수인종의 지지가 절실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행보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스라엘 해명 납득 안가” 휴전협상 중단되나 로이터통신 등은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해변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주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는데, 이스라엘군이 혼란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발포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이 총격으로 최소 112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즉시 “이스라엘 점령군이 저지른 추악한 학살을 규탄한다”며 분개했다.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나, 무고한 주민들이 숨진 건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끔찍하다.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규탄한다”고 게재했으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성토했다.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총에 맞아 숨진 주민은 10여 명뿐이고, 주민들이 몰리며 압사와 교통사고로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입장을 밝혀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초기 “총격 정황이 없다”고 했던 이스라엘군은 이후 여러 증거가 제시되자 “군인과 탱크를 향해 덤벼들어 불가피하게 발포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이번 참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휴전 협상도 미궁에 빠졌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 등은 “책임 소재를 떠나 휴전 및 인질 교환 협상에 악재”라고 보도했다. 라마단 전후로 약 40일간의 휴전 등의 내용을 담은 협상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타결이 임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했던 4일까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하마스는 이미 협상이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협상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엔 엄청난 의견 차가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소집, 美 반대로 성명 불발유엔은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비난 성명은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은 “회의에서 알제리가 제출한 이스라엘 규탄 성명이 논의됐으나,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홀로 반대해 성명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회의 직후 “아직 모든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참사 뒤 바이든 대통령도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이번 참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선 진보층과 청년층,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에 표를 던지는 운동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시간주(州) 민주당 경선에서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한 유권자 13.3%가 지지 후보 없음에 표를 던졌다. ‘슈퍼 화요일’(5일)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미 의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민간인 사망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하는 국가는 뒤따르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랜즈먼 민주당 하원의원 또한 “외교 지도자들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을 끊임없이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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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디 머큐리 살던 런던 집, 500억원 매물로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살던 영국 런던 서부 부촌인 켄싱턴 지역의 이층 주택 ‘가든 로지(Garden Lodge·사진)’가 매물로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27일(현지 시간) “가든 로지는 머큐리가 1991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약 11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라며 “최근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가 3000만 파운드(약 500억 원)에 시장에 내놓았다”고 전했다. 머큐리는 1991년 세상을 떠나며 전 연인이자 친구였던 메리 오스틴에게 이 집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후 약 30년 동안 가든 로지에서 살았던 오스틴은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내 명의로 돼 있었을 뿐, 언제나 프레디의 것이었다”며 “난 이제 인생의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9월 집에 있던 물건 약 1500점을 경매로 내놓았으며, 수익금의 일부는 퀸 멤버들이 설립한 에이즈 관련 단체 등에 기부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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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디 머큐리 살던 런던집 500억 매물로…연인 오스틴이 경매 내놔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살던 영국 런던 서부 부촌인 켄싱턴 지역의 이층 주택 ‘가든 로지(Garden Lodge)’가 매물로 나왔다.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27일(현지 시간) “가든 로지는 머큐리가 1991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약 11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라며 “최근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3000만 파운드(약 500억 원)에 시장에 내놓았다”고 전했다.머큐리가 생전 “런던 도심의 시골집”이라고 불렀던 가든 로지는 1907년에 지어졌다.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작곡할 때 사용한 그랜드피아노가 있던 응접실과 일본에서 영감을 받아 꾸민 동양식 정원 등이 유명하다. 머큐리는 1980년 이 집을 구매한 뒤 당대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꼽혔던 로빈 무어 에드에 요청해 10년 동안 리모델링했다.머큐리는 1991년 세상을 떠나며 전 연인이자 친구였던 메리 오스틴에게 이 집을 유산으로 남겼다. 이후 약 30년 동안 가든 로지에서 살았던 오스틴은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내 명의로 돼 있었을 뿐, 언제나 프레디의 것이었다”며 “난 이제 인생의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9월 집에 있던 물건 약 1500점을 경매로 내놓았으며, 수익금의 일부는 퀸 멤버들이 설립한 에이즈 관련 단체 등에 기부했다.부동산 업체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든 로지의 세부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체 측은 “팬들이 구매자인 척 몰려드는 걸 방지하고자 구매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집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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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센 왕조 열렸다” 캄보디아 상원 與 압승

    25일 치러진 캄보디아 상원 선거에서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압승을 거뒀다. 특히 198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38년간 장기집권했다 지난해 8월 퇴임한 훈 센 전 총리(사진)가 반년 만에 정계에 복귀에 상원의장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훈 센 전 총리는 퇴임 당시 3남 2녀 중 장남인 훈 마네트를 자신의 후임자인 현 총리로 만들었다. 이달 21일에는 3남 훈 마니 또한 부총리에 앉혔고, 차남 훈 마니트 역시 국방부 고위 간부로 재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훈 센 전 총리까지 상원의장에 취임하면 캄보디아 전체가 사실상 훈 센 전 총리 일가가 다스리는 ‘족벌 지배 체제’에 놓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지 매체 크메르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CPP는 비공식 집계 결과 총 58석 중 55석을 확보했다며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6년마다 치러지는 상원 선거는 하원인 국민의회 의원, 지방의회인 코뮌평의회 의원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간접선거로 진행된다. 공식 집계 결과는 4월에 발표된다. 2022년의 코뮌평의회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약 20%를 획득한 유력 야당 촛불당은 지난해 하원 선거에 이어 이날 상원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참여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야권의 NPP, 푼신펙당도 상원 선거에 참여했지만 야당 지지층 표가 분산돼 집권 CPP의 압승이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날 CPP 속 이삭 대변인은 “훈 센 전 총리가 조만간 상원의장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의장은 명목상 국가원수인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의 부재 시 국가원수 역할을 대행한다. 정부와 하원의 조정자 역할도 한다. 이에 훈 센 전 총리가 사실상 현 총리인 장남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며 ‘훈 센 왕조’ 시대를 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훈 센 전 총리의 장기집권 등을 비판한 책 ‘훈 센의 캄보디아’를 쓴 호주 언론인 서배스천 스트랜지오는 AFP통신에 “훈 센 일가의 권력이 더 강화된다는 신호”라며 “그가 상원의장이 되면 아들을 보호하고 가문의 권력도 지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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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정치인도 조작해내는 AI, 언어-체제 막론 선거판 흔든다 [글로벌 포커스]

    “2024년 선거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투표하러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8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의 개표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던 9일 저녁. 임란 칸 전 총리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엔 그의 승리 연설 영상이 올라왔다. 칸 전 총리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그가 이끄는 정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때 그는 연설은커녕, 영상을 찍으러 나올 수조차 없었다. 감옥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상 왼쪽 상단엔 ‘네 번째 공식 AI(인공지능) 음성’이란 안내가 나와 있었다. 수감 중인 정치인이 AI로 자신을 대신할 ‘가짜 임란 칸’을 만들어 선거에 활용한 것이다. 2024년은 이른바 ‘슈퍼 선거의 해’다. 한국을 포함해 76개 나라에서 약 42억 명이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른다. 특히 올해는 AI가 선거 유세에 적극적으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선거 흐름 자체가 바뀌는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여야 합의로 선거에 AI를 활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언어권과 정치 체제를 가리지 않고 AI가 진실에 기반해 유권자의 선택을 이끌어내야 하는 민주주의 선거의 본질을 위협할 수도 있다. 세계 곳곳의 선거판에서 AI를 놓고 벌어지는 ‘창과 방패의 싸움’을 들여다봤다.● 타계한 정치인까지 끌어내는 ‘AI 부활’ 칸 전 총리는 부패 및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해 8월부터 감옥에 갇혀 있다. 이 때문에 총선 유세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가을부터 AI를 이용한 연설로 지지를 호소해 왔다. 옥중에서 변호인에게 메모를 전달하면 이를 미국 스타트업 일레븐랩스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AI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정치 원로들을 AI로 부활시킨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4일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2008년 86세의 나이로 타계한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딥페이크 영상으로 제작했다. X에 올라온 약 3분 길이의 영상에는 “나는 인도네시아의 2대 대통령 수하르토”라고 말문을 여는 장면이 생전 모습 그대로 담겨 있다. 탁상 앞에 앉은 그가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내렸고, 표정을 지을 때마다 손가락과 미간 주름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물론 모두 AI로 만든 가짜다. 32년간 독재 집권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인권 탄압 등으로 비판받으면서도, 임기 동안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도 해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정치 기반이었던 골카르당은 그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유권자들을 노려 해당 영상을 만들었다. 골카르당의 에르윈 악사 부총재는 X에 영상을 올리며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 가져온 많은 성공을 존중하고 그의 봉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이 영상은 X에서만 47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틱톡과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퍼져 나갔다. 당연히 모두가 ‘부활한 수하르토’를 반긴 건 아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 그것도 독재자를 내세운 딥페이크 영상에 비판과 반발도 쏟아졌다. 한 시민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수하르토가 다시 살아났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나라에서 수하르토와 그의 독재 이념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두렵다”고 했다. 인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18년 94세로 사망한 유명 원로 정치인 무투벨 카루나니디 전 타밀나두주 총리의 연설 영상이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선글라스와 흰색 셔츠, 어깨의 노란 숄을 걸친 채, 약 8분 동안 현재 인도 동남부 타밀나두주를 이끄는 그의 아들 M K 스탈린을 칭찬하는 내용이었다. 카루나니디 전 총리는 인구 7000만 명이 넘는 타밀나두주에서 20년 동안 5번이나 총리를 지냈다. 이 때문에 아직도 이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하다. 영상을 제작한 것도 카루나니디가 속했던 DMK당이다. DMK당은 “해당 영상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며 올 4월 예정된 총선에서도 ‘AI 카루나니디’ 영상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굳이 세상을 떠난 정치인까지 AI로 부활시키는 의도는 뭘까. 유권자들, 특히 중장년층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성향이 있다. 특히 지난 시기 급속한 경제 성장을 경험한 지역일수록 이런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인도 정치평론가인 수만스 라만은 알자지라 방송에서 “사망한 지도자들이 살아 있는 정치인들보다 인기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이용한 정치 캠페인에 최근 정당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인 비키니 합성 등 악의적 영상도 자기 진영에 대한 지지나 호감을 얻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경우는 ‘양반’에 해당한다. 실제로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려 악의적으로 만든 가짜 AI 딥페이크 콘텐츠가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7일 총선을 치른 방글라데시에선 1개월 사용료 24달러(약 3만 원)인 싸구려 AI 툴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들이 지난해 내내 온라인에서 난무했다.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 올라온 야당 여성 정치인 루민 파르하나와 니푼 로이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방글라데시는 이슬람 가치관이 지배적인 국가다. 여성 후보가 수영복을 입고 맨살을 드러내는 건, 이들의 정치 행보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사실확인기관 ‘루머스캐너’가 나서 “AI로 만들어진 가짜”라고 보도했지만, 해당 영상은 계속해서 퍼져 나갔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현지 온라인 매체 ‘BD 폴리티코’는 AI 앵커 ‘에드워드’가 “현 정권과 대립하는 미국 외교관들이 선거에 개입하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하는 뉴스 영상을 게재했다. 미 로스앤젤레스 AI 업체의 소프트웨어로 만든 영상이었지만, AI 앵커라는 안내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야당 BNP를 돕기 위해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까지 온라인 매체들을 중심으로 사실인 것처럼 확산됐다. AI를 활용해 교묘하게 선거법을 넘나든 사례도 있다. 인도네시아 게린드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캠프에서 초등학생 지원 공약을 홍보하려 AI로 어린이가 등장하는 TV 광고를 제작했다. 어린이의 정치광고 출연을 금지하는 법을 우회적으로 피해 가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AI로 만든 영상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아, 오히려 정치에 어린이를 이용했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게린드라당 대변인은 “기술이 진보해서 영상 속 아이를 실제 인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며 궁색하게 변명했다.● 16개국서 딥페이크 허위정보 빠르게 확산AI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지난해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년 동안 적어도 16개 국가에서 딥페이크 등 생성형 AI를 이용해 허위정보를 만들고 퍼뜨렸다. 이런 AI 콘텐츠들은 선거는 물론 일상적인 이슈에 대한 여론 형성에도 이미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연금개혁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에 참석했던 고령의 남성이 경찰에 둘러싸인 채 피를 흘리는 이미지가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당시 해당 사진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커지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한참 뒤에야 해당 남성 사진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다 보니 ‘AI 정치 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전도유망한 산업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인도 최대 정치컨설팅 회사인 자비스 컨설팅은 알자지라에 “광고 등 AI를 활용한 선거 콘텐츠 마케팅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올해 4∼5월 선거에서만 약 6000만 달러(약 8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AI 수하르토 영상을 올린 인도네시아 게린드라당의 악사 부총재도 “AI가 캠페인에 메시지를 전파하는 좋은 매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AI 딥페이크 영상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유심히 살피면 가짜라는 걸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조악한 경우가 많다. 칸 전 총리의 승리 연설 영상은 1분 34초 분량이지만, 그가 실제로 말하는 듯한 분량은 7초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여러 대목에서 음성과 입 모양이 맞지 않는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완성도가 높지 않은 영상이라도 상황에 따라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어버릴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며 “이미 진위 구별이 어려운 수준의 기술이 등장한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진짜 같은 가짜 AI 콘텐츠를 쏟아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 내다봤다. 각국 정부도 AI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인도 등은 허위정보 콘텐츠를 방관하는 플랫폼에 법적 책임을 묻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오히려 권위주의 정부에선 자칫 검열 수단으로 역이용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프리덤하우스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 검열이 강화되면 여당에 대한 비판과 독립적 보도가 잠잠해진다”고 지적했다.● 규제 약속한 빅테크, 실효성은 갸웃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계적 단속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을 보유한 빅테크들이 책임을 지고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기술적으로 복잡한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고, 글로벌 선거 관련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전략을 짜겠다”며 선거 담당 책임자를 임명했다. 소셜미디어와 생성형 AI 개발사들을 비롯한 20개 글로벌 빅테크들은 16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AI를 악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딥페이크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 같은 콘텐츠엔 라벨(꼬리표)을 붙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합의문에 정작 중요한 “딥페이크 콘텐츠를 금지하거나 삭제해야 한다”는 등의 문구는 담기지 않았다. 안 그래도 모호한 합의문이 구속력까지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약속한 딥페이크를 감지하고 막는 기술이 어느 정도나 효과를 거둘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기반 무료 이미지 제작 도구인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현재 정치인의 이미지 생성을 막고 있지만 허점이 크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라는 이름을 넣으면 생성이 거부되지만 “인도의 유명 정치 지도자”를 그려 달라고 하면 결국 모디 총리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최 교수는 “감지 기술이 개발되면 그것을 피해 가려는 기술도 또 만들어질 것”이라며 “서로를 넘어서는 기술을 계속 개발하는 데에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기술·미디어 감시단체인 프리프레스의 노라 베나비데즈 변호사는 “선거철마다 기술 기업들은 항상 모호한 기준을 약속해 왔고, 그마저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빅테크들의 조치는 비영어권의 AI 딥페이크 콘텐츠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빅테크들은 주로 정치광고 분야에서의 AI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서구권처럼 정치광고가 활발하지 않은 국가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사바나즈 라시드 디야 전 메타 임원은 “AI의 허점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들은 여전히 서구 중심적”이라며 “특히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식별하는 데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비판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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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스 3세 “멋진 쾌유 응원 많아 눈물 날 정도”

    “(쾌유를 비는) 멋진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5일 암 투병 사실을 외부로 공개한 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 왕실은 21일(현지 시간) 찰스 3세와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런던 버킹엄궁에서 접견하는 ‘수요 알현’을 사진과 영상으로 공개했다. 수요 알현은 매주 수요일 왕과 총리가 버킹엄궁에서 만나 국내외 정세 등을 논의하는 영국 왕실의 전통 행사다. 찰스 3세는 투병 공개 뒤 7일과 14일 알현을 전화 통화로 대신했다. 통상적으로 수요 알현은 비공개 행사지만, 왕실은 대중의 관심을 고려해 3주 만에 직접 대면한 모습을 공개하기로 했다. 공개 영상에선 수낵 총리가 “온 나라가 폐하를 지지한다”고 하자, 찰스 3세가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찰스 3세는 또 “훌륭한 암 자선단체들이 주목받았다고 들었다. 다수가 오랫동안 후원해 왔던 곳”이라 말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국왕의 목소리가 약간 쉬긴 했지만 대체로 건강해 보였다”고 평했다. 찰스 3세는 같은 날 상·하원 정치인들로 구성된 국왕자문기구 추밀원과의 회의에도 직접 참석했다. 영국 왕실은 “국왕은 치료 중 공개 일정은 가급적 피해 왔지만, 정부 문서 처리 등이 포함된 헌법이 부여한 임무는 계속 수행해왔다”고 밝혔다. 영국중앙은행(BOE)은 이날 “찰스 3세의 초상이 담긴 새로운 지폐가 6월 5일부터 유통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찰스 3세의 초상이 들어가는 화폐는 4종(5, 10, 20, 50파운드)이다. 새로운 지폐는 엘리자베스 2세에서 찰스 3세로 바뀌는 것 외에는 기존 도안이 그대로 유지된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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