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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한미, 유럽연합(EU) 등 10개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포함한 북-러 군사협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정상적인 협력 관계의 본질을 왜곡하고 비방중상하는 공동성명”이라며 19일 반발했다.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주권 국가들의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하는 정치적 도발을 뛰어넘어 국제평화와 안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위협”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했다. 북한은 북-러 협력이 미국 등 위협에 맞서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한군 파병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이어 “조러(북-러) 관계에 대한 적대세력들의 반사적 광기는 자주적인 주권국가들사이의 강화된 협력관계가 미국과 서방의 악의적인 세력확장을 억제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데 필수적인 힘의 균형 보장에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반증해준다”고 주장했다. 또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향해 “제명을 다 산 현 미 행정부가 역사의 무대에서 수치스럽게 퇴장하면서 남겨놓은 외교적 유산이 누구에게 득이 되고 해가 되는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달라진 현실을 외면하고 시대착오적인 각본에 매달리는 한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하는데서 실패만을 거듭할 것”이라며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앞서 한미일, EU,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1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장에 투입(use)하기 위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포함해 북-러간 군사적 협력이 증대하는 것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힌 바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인 3일 밤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임무 요원들이 모여 대기했던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 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육군 제2기갑여단 구삼회 여단장도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구 여단장은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수개월 전부터 계엄을 설계한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호출로 정보사 사무실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과거 근무를 함께한 적이 있는 구 여단장에게 “김 장관이 국방부 태스크포스(TF) 관련 임무를 줄 것이니 정보사 판교 건물로 가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제2기갑여단 위치는 경기 파주시로 서울 도심과의 거리가 약 30km(직선거리 기준)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기갑부대다. 이를 두고 노 전 사령관이나 김 전 장관이 계엄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되거나 정치인 체포 등이 어려울 경우 이를 진압하려는 목적으로 구 여단장을 이용해 장갑차 등 기갑전력까지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노 전 사령관은 18일 구속됐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 요원 5명을 포함한 정보사 특수임무 요원 30여 명이 계엄 선포 4시간여 전인 3일 오후 6시를 전후해 100여단 건물에 모여 대기했을 당시 이 건물에 구 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육군 준장)도 도착했다. 구 여단장과 방 TF장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오후 10시쯤 정보사 부대원들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곧 계엄이 선포될 것”이라며 각자의 임무를 알려줬을 때도 별도의 사무실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영문을 모른 채 대기하다가 TV를 보고 계엄 선포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가결된 직후인 4일 오전 1시를 전후해 구 여단장에게 전화해 가라앉은 목소리로 “다 끝났다”며 이제 부여할 임무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지 않고 계엄 반대 시위가 격화될 경우 구 여단장에게 장갑차 등 기갑 전력을 출동시키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 구체적인 임무를 알려주지 않은 채 대기시킨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2기갑여단은 1979년 12·12쿠데타 당시 탱크(통상 전차를 의미) 35대를 동원해 중앙청과 국방부 육군본부 등을 무력으로 장악했던 부대다.“탱크부대장, ‘김용현이 임무 준다’며 정보사 대기 요구받아”[탄핵 정국] 계엄의 밤 탱크부대장도 있었다“노상원이 2기갑여단장 불러” 주장… 노, 김용현과 계엄 설계 의혹 받아2017년 계엄 문건엔 계엄군 편성… 軍안팎 “시민 탱크 진압 계획했나”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육군 제2기갑여단의 부대장인 구삼회 여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계엄 선포 4시간여 전부터 정보사 소속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 요원 등 특수임무 부대원들이 모여 있던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군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7년 작성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이른바 ‘계엄 검토 문건’에 계엄 실행 시 2기갑여단을 계엄군으로 편성한다고 돼 있어 관련성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서울 한복판에 장갑차를 보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무력 진압 계획까지 준비했거나 국회 등 주요 시설 장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엔 기갑전력까지 투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사 판교 회의’ 등장한 사복 남성들3일 밤 당시 문상호 정보사령관 주재로 열린 ‘정보사 판교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회의를 위해 모였던 HID 요원 5명 등 정보사 부대원들은 부대 내 대기실에 있던 사복을 입은 남성 2명의 정체를 몰라 의아해했다고 한다. 참석자 중 일부는 이들이 대기하는 곳에 들러 인사하는 과정에서 제2기갑여단의 구 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정보사 부대원들은 이날 오후 10시쯤 문 사령관 주재 회의에 참석했고, 구 여단장과 방 TF장 등 2명은 대기실에서 TV를 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후 10시 23분부터 비상계엄을 발표하는 담화를 시작한 뒤에야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여단장은 계엄 실행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 사령관과 육사 50기 동기다. 정보사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기갑여단장인 만큼 이날 정보사 사무실에 간 이유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이와 관련해 구 여단장은 최근 수사기관 조사에서 “몇 달 전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내게 전화해 진급 이야기를 하며 ‘김용현 장관이 네게 국방부 TF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에도 이 말을 하며 판교 정보사 사무실로 가 대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그 임무가 뭔지에 대해서는 “장관님이 알려주지 않는다”며 구 여단장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은 “장관님이 네게 조금 있으면 명령을 내릴 것이다”라는 말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여단장은 수사기관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그 임무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았다”며 “진급을 미끼로 임무가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계엄 이후 상황에 대비해 나를 묶어둔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선배이자 계엄 주동자인 김 전 장관을 도와 이번 계엄을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계엄사가 발표한 포고령 1호의 초안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 사령관, 정보사 대령 2명과 함께 계엄 선포 이틀 전인 1일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한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을 이끈 당사자이기도 하다. 군 일각에선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이 장기화될 경우 계엄 반대 시위 등에 대비해 전차나 장갑차 등의 전력을 이동시키기 위해 구 여단장에게 수개월 전부터 막중한 임무를 맡길 것이라고 말한 뒤 이날 그를 대기시킨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 여단장은 수사기관에 “노 전 사령관이 수개월간 ‘장관님이 너를 정말 귀하게 여기신다’는 말 등으로 나를 기만한 뒤 계엄에 이용하려 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12·3 비상계엄 같은 친위 쿠데타 성격을 가진 계엄의 경우 우선 군이 통제된 상태여서 많은 병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다만 시위대가 무장을 하는 등 저항이 거센 상황이 되거나 군인 중에서 친위 쿠데타에 반대하는 세력이 등장하는 경우, 정치세력에 대한 진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등에 한해 기갑전력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을 수 있다”고 했다. 방 TF장이 회의에 간 것에 대해서는 계엄 실행 시 병력 운용 문제와 관련해 한미연합사령부와의 소통을 맡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는 “계엄 선포 준비 사실을 전혀 몰랐다. 김 전 장관이 해당 사무실로 파견 가라는 지시를 해 간 것으로 임무가 뭔지 몰랐다”는 취지로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계엄 문건’에 등장한 2기갑여단 2017년 작성된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에 2기갑여단이 계엄군 편성에 포함됐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의 이번 계엄 선포를 두고 군이 이 문건을 참고해 계엄 실행 계획을 짰을 수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시 문건은 ‘계엄군의 투입 시기 및 방법’으로 시위대 저항이 가장 적은 야간에 진입하며 기동로를 확보한 이후 차량 및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 투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육군 제2기갑여단 전력이 전방에서 빠져 계엄에 동원될 경우 전선에 큰 공백이 생긴다. 시민들과 충돌할 경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무것도 진전되는 게 없다. 그 누구도 지침을 주지 않는다.”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탄핵 정국으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계엄 후폭풍에 빠진 한국은 리더십 공백 속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최소 6개월간 국제사회가 한국을 ‘투명 국가’ 취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기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은 사실상 취임 후 빠른 시일 내 정상 회동을 목표로 진행됐다”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서 기존과 같은 목표를 갖고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코리아 패싱’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의회, 친(親)트럼프 성향의 싱크탱크와 언론, 트럼프 당선인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등을 전방위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과 반도체 같은 한국의 산업 역량,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란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올스톱’ 된 외교… 한미 산업협력도 위기무엇보다 한국의 ‘리더십 공백기’가 내년 1월 20일 시작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겹치면서 한미가 각종 정책에서 초기에 공조할 기회를 놓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2기 인사들에게 한반도 관련 정보와 정책 노선을 사전에 입력시킬 수 없게 됐다”며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이를 시도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이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특히 기업가 출신으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군함 건조·유지·보수를 포함한 조선업과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산업의 양국 협력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이 관심을 가지는 조선 등의 협상 패키지를 마련하려 했는데 (탄핵 정국으로) 어렵게 됐다”고 했다. 주변국과의 관계도 불안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약 2년 만에 만났다. 내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4년 방한했던 시 주석이 1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을 거론하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될 조짐이다. 윤 대통령이 10월 주중국 대사로 지명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부임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일본과의 외교도 어려움에 처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계엄 사태로 취소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만약 탄핵이 인용돼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미국이 아닌 중국 쪽으로 기운다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뒤 반년 가까이 정부의 준비 과정이 답보 상태였던 가운데, 탄핵 국면으로 더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APEC 준비 상황이 지난달 말에야 처음 윤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싱크탱크-SNS-이너서클 등 전방위 공략 필요” 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과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한국 입장을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나 헤리티지연구소 같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 의회 등과 적극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주류 언론을 불신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해 당선인이 만든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친트럼프 언론인 폭스뉴스와의 접촉을 늘리라고도 했다.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의 영적 조언자’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 등 ‘이너서클’과 접촉하려고 적극 노력해 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코리아 패싱’ 위험을 방지하려면 인적 채널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취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육군 제1군단 예하 제2기갑여단은 K1A2 전차 및 K200 장갑차 등을 운용하면서 북한의 대남 도발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휴전선 이북으로 진격해 평양 등 북한 핵심부를 타격하는 우리 군 국지전 핵심 부대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남침을 방어한 뒤 역습, 반격하는 상황에서 즉시 최전선에 투입되는 전력”이라고 전했다. 서부전선 전방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제2기갑여단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세력이 일으킨 군사반란 당시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점령에 동원됐다. 당시 하나회 멤버였던 이상규 2기갑여단장(준장)은 김호영 16전차대대장에게 병력 출동을 지시했고 김 대대장은 1979년 12월 13일 오전 2시 반 전차 35대와 병력 180여 명을 인솔해 중앙청으로 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의 심장까지 끝까지 기동하라!’는 부대 슬로건을 지닌 2기갑여단은 통상 ‘충성부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맹호’ ‘백호’ ‘야생마’ 등 예하 3개 전차대대와 ‘용호’ ‘불사조’ 등 2개 기계화보병대대, ‘번개’ ‘설악’ 등 2개 포병대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부대에서 운용되는 K1A2 전차는 최초의 국산 전차인 K1을 개량한 기종으로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개발돼 55t 중량에도 시속 60km 이상 속력을 낼 수 있는 기동성을 갖췄다. 전차에 달린 120mm 활강포는 3km 앞에서 이동하는 북한군 전차나 고정진지를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또 전차에 달린 12.7mm 기관총 등 중화기로 전차로 접근하는 보병 부대 타격도 가능하다. 유사시 적진으로 파고드는 임무를 담당하는 만큼 북한군의 대전차 고폭탄도 무력화할 수 있는 장갑을 갖췄고, 공병부대 도움 없이도 2m 수심 도하가 가능하다. 현재 기갑여단에 배치된 이 전차들은 K1 전차 개량형인 K1A1 성능에 더해 피아 식별 장치와 소형 카메라, 신형 컴퓨터 등 최신 디지털 장비까지 보강됐다. 전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병력 수송과 지휘, 정찰,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K200 계열 장갑차도 배치돼 유사시 전차 화력 지원도 가능하다. 장갑차에 설치된 총안구로 병력이 하차하지 않고 탑승한 상태에서 이동하면서 소총 등 화기 사격이 가능한 것. 예하 포병 대대에 배치된 K55A1 자주포는 사거리가 30km로 K9 자주포와 함께 최전방 일대에 배치돼 수도권을 겨냥하는 북한 장사정포 진지를 타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아무것도 진전되는 게 없다. 그 누구도 지침을 주지 않는다.”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탄핵 정국으로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계엄 후폭풍에 빠진 한국은 리더십 공백 속에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까지 최소 6개월간 국제사회가 한국을 ‘투명국가’ 취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기존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소통은 사실상 취임 후 빠른 시일 내 정상 회동을 목표로 진행됐다”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서 기존과 같은 목표를 갖고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전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코리아 패싱’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의회, 친(親)트럼프 성향의 싱크탱크와 언론, 트럼프 당선인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등을 전방위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과 반도체 같은 한국의 산업 역량,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란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올스톱’ 된 외교… 한미 산업협력도 위기무엇보다 한국의 ‘리더십 공백기’가 내년 1월 20일 시작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겹치면서 한미가 각종 정책에서 초기에 공조할 기회를 놓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2기 인사들에게 한반도 관련 정보와 정책 노선을 사전에 입력시킬 수 없게 됐다”며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이를 시도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이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특히 기업가 출신으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군함 건조·유지·보수를 포함한 조선업과 반도체 등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산업의 양국 협력 방안을 먼저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이 관심을 가지는 조선 등의 협상 패키지를 마련하려 했는데 (탄핵 정국으로) 어렵게 됐다”고 했다.주변국과의 관계도 불안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약 2년 만에 만났다. 내년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4년 방한했던 시 주석이 1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높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을 거론하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냉각될 조짐이다. 윤 대통령이 10월 주중국 대사로 임명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부임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일본과의 외교도 어려움에 처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계엄 사태로 취소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만약 탄핵이 인용돼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미국이 아닌 중국 쪽으로 기운다면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뒤 반 년 가까이 정부의 준비 과정이 답보상태였던 가운데, 탄핵 국면으로 더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 APEC 준비 상황이 지난달 말에야 처음 윤 대통령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싱크탱크-SNS-이너서클 등 전방위 공략 필요”전문가들은 리더십 공백과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한국 입장을 전달하라고 주문했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는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나 헤리티지연구소 같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미국 의회 등과 적극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또 주류 언론을 불신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해 당선인이 만든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친트럼프 언론인 폭스뉴스와의 접촉을 늘리라고도 했다.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간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의 영적 조언자’로 알려진 폴라 화이트 목사 등 ‘이너서클’과 접촉하려고 적극 노력해 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코리아 패싱’ 위험을 방지하려면 인적 채널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취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경찰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관련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을 지난주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위사업청과 국가정보원 등 정부 합동조사단으로부터 경찰이 3월 해당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9개월 만이다. 자국민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인니 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불만을 내비쳐온 것으로 전해졌다.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경찰청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과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인니 연구진 5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올해 1월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 파견된 인니 연구원은 KF-21 관련 자료가 담긴 미인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소지한 채 퇴근하다 적발됐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수사 과정에서 군사기밀 등 민감 자료 유출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K-방산 수출의 핵심 국가인 인니는 그동안 자국민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쳐왔다고 한다. 특히 국방장관을 지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10월 취임 전 순방 당시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하면서도 한국을 찾지 않았다. 정부 안팎에선 2011년 국정원의 ‘인니 특사단 호텔 잠입 사건’ 당시 인니 측이 해당 사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전례 등을 고려해 우리 정부의 수사 장기화에 불편한 기류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인니 측은 이 사건 이후에도 국산 고등훈련기(T-50)를 구매했다”고 전했다.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기술 유출 사건을 신속하게 마무리해 KF-21 첫 수출국이 될 수 있는 인니와의 방산 협력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니는 여전히 KF-21 공동개발이 완료된 이후 48대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니는 올해 4월 경제사정을 이유로 1조6000억 원의 공동개발 분담금을 6000억 원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우리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의 주중대사 임명 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10월 내정돼 중국 정부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까지 받은 김 전 실장 임명 문제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김 전 실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주중대사 공석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추진 등 대중국 외교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김 전 실장 임명 관련 절차는 일단 멈춰 선 상태”라면서 “권한대행 체제에서 공관장 임명 문제가 본격 논의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 전 실장이 주중대사로 부임하려면 대사 임명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한 권한대행의 신임장 수여 및 시 주석에게 신임장 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도 17일 기자들과 만나 “(신임장 수여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면서도 “과거 권한대행 시절에도 공관장 임명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직업외교관이 아닌, 특임공관장에 대한 임명 강행 선택지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법률상 한 권한대행에게 외교사절 임명 권한이 있음에도 야당에서 사실상의 인사권 남용으로 반발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의 국내 간첩 활동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 정부가 반발한 상황 등도 김 전 실장 임명 강행이 중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의 자진 사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권 소식통은 “김 전 실장이 탄핵소추안 가결 전 스스로 물러나야 되는지, 부임 시기를 기다리는 게 맞는지를 놓고 고위 인사에게 다각도로 상의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 부임하지 않으면 오히려 중국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당초 23일 부임할 예정이던 다이빙(戴兵) 신임 주한 중국대사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로 부임 시기를 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통일부가 16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최근 정세 및 상황의 민감성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를 준 것.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직무정지 이후 입장이 급선회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관계기관, 관련 단체, 접경지역 주민들과 긴밀한 소통 등 상황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12일엔 대북전단 살포 민간단체들에 관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사실상의 살포 ‘자제’ 요청으로 단체들도 현 상황을 고려해 수긍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앞서 7월 국회 외통위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대북전단 관련 법률 개정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임을 강조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풍선 도발에 나서며 긴장 수위를 높일 때도 통일부는 이 방침을 유지하며 민간단체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등 ‘로키(low-key)’ 대응을 지속했다. 통일부의 이 같은 방침 변경은 남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우발적 충돌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라지만 내부에서도 다소 급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외통위에 제출한 현안보고에 과거 보고자료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던 북한 인권 관련 정책추진 사항들을 거의 담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10월 ‘평양 무인기 사태’로 접경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유지됐던 통일부 방침이 갑자기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 출석해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통일부가 16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 “최근 정세 및 상황의 민감성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를 준 것.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직무정지 이후 입장이 급선회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관계기관, 관련 단체, 접경지역 주민들과 긴밀한 소통 등 상황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12일엔 대북전단 살포 민간단체들에 관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사실상의 살포 ‘자제’ 요청으로 단체들도 현 상황을 고려해 수긍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통일부는 앞서 7월 국회 외통위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대북전단 관련 법률 개정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헌법적 가치임을 강조한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오물풍선 도발에 나서며 긴장 수위를 높일 때도 통일부는 이 방침을 유지하며 민간단체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등 ‘로키(low-key)’ 대응을 지속했다.통일부의 이 같은 방침 변경은 남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우발적 충돌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라지만 내부에서도 다소 급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외통위에 제출한 현안보고에 과거 보고자료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던 북한 관련 정책추진 사항들을 거의 담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10월 ‘평양 무인기 사태’로 접경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유지됐던 통일부 방침이 갑자기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 출석해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 대내외 관영매체들이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소식을 16일 보도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이틀 만으로 북한은 별다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이날 “괴뢰 한국에서 지난 14일 윤석열 괴뢰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며 “윤석열 괴뢰의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통신은 국회 표결에서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면서 “앞으로 괴뢰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통신은 다만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통신은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한 점도 언급했다. 통신은 “급해 맞은 윤석열 괴뢰가 12일 거짓과 억지로 엮어진 담화 발표라는 사기극을 벌여놓았지만 비상계엄 망동의 책임을 야당과 그 누구의 ‘위협’에 떠넘기고 광범한 군중의 탄핵 투쟁을 ‘광란의 칼춤’으로 모독한 것으로 하여 거센 반발과 분노를 야기시켰다”고 전했다.이어 “윤석열 괴뢰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부산, 대전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과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떨쳐 나와 환호를 올리였다”고 했다. 통신은 수사기관이 비상계엄 사태의 관련자들을 내란 혐의를 두고 수사하는 상황도 다뤘다.계엄사태 이후 북한이 혼란한 정국 등을 겨냥해 도발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특수부대를 대거 러시아로 파병한 상황에서 섣불리 도발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북한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북한은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동안 침묵하다 11일에야 관련 보도를 내놓았지만, 대체로 시위대의 구호와 외신 보도를 인용하는 형식을 택하는 등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절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 시간)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58·사진)를 북한 등을 담당하는 특별임무대사로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그리넬이 북한, 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한 전 세계 가장 뜨거운 곳(분쟁 지역)에서 활동할 것”이라며 “그가 언제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넬 지명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 코소보·세르비아 협상 특사 등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주독일 대사로 재직하던 2020년 6월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다”고 밝혀 큰 파장을 불렀다. 이런 그를 북한 등을 담당하는 특임대사로 임명한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직접 대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검토 사실을 공개했던 초강경 미국 우선주의자로 꼽히는 그리넬 지명자가 북한 문제를 담당하면서 권력 공백기를 맞은 한국을 패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5일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데 지난 열흘 동안 지장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가진 네트워크를 풀가동해서 필요한 동력을 만들고 정책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트럼프, 최측근 앞세워 北美대화 의지… 그리넬 “일하러 가자”그리넬 北특임대사 지명우크라戰 조기 종식 위해 北과 대화… ‘北문제 반드시 성과’ 의지 내비쳐그리넬, 美우선주의 동맹압박 첨병주한미군-방위비-통상 연계 가능성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북한과 베네수엘라 등을 담당할 특별임무대사로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58)를 지명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재개할 뜻을 밝혔다.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등 행정부처 중심의 북-미 대화에 나섰던 트럼프 1기와 달리 트럼프 2기에서는 최측근인 그리넬을 특임대사로 기용해 ‘북-미 대화를 직접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북한 문제가 트럼프 2기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북-미 대화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그리넬 지명자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메시지를 주요국 정상에게 전달하는 등 트럼프 2기 ‘섀도캐비닛(예비 내각)’의 핵심 인사로 꼽혔다. 다만 그가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동맹 압박의 첨병 역할을 해온 터라 ‘북-미 직접 대화’에 따른 한국의 패싱 우려 또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독-주한 미군 감축 주장그리넬 지명자는 이날 X에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인을 대표해 일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영광”이라며 “트럼프는 미국을 안전하고 번영시키는 ‘문제 해결사’”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할 일이 정말 많다. 일하러 갑시다(Let’s get to work)”라고 썼다.1966년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 등의 참모로 일했다. 2001∼2008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당시 주유엔 미국대사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본격적인 외교 경력을 쌓았다. 당시 북한은 한미일과 북-중-러가 참여한 ‘6자 회담’에서 핵 폐기를 약속했다. 그러나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2008년 영변 핵시설 복구로 6자 회담은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그리넬 지명자는 대북 제재의 강화를 줄곧 외쳤다.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주독일 미국대사를 지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미온적인 독일을 압박하기 위해 독일 주둔 미군을 기존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대폭 줄였다. 2020년 6월에는 “트럼프가 한국, 일본, 독일 등의 미군을 귀환시키고 싶어 한다”며 주한미군 감축 검토 사실을 처음 공개해 큰 파장을 불렀다.성소수자임을 공개했고 트럼프 당선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도 가깝다. 올 4월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멜라니아 여사를 초청한 외교 행사도 개최했다.● 주한미군-방위비-통상 협상 연계 가능성트럼프 당선인이 그리넬 지명자를 발탁한 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최근 러시아 파병을 거론하며 “북한의 개입은 (전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라며 “난 김정은을 안다. 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낸다. 난 아마 그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선 북한과의 대화가 중요하단 것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그리넬 지명자 역시 북-미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올 7월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에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기자회견에선 김 위원장을 두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가 그(김정은)와 관여했다는 점을 사랑한다. 이는 트럼프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그리넬은 2018년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 비핵화 협상과 미중 무역협상을 연계해야 한다며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압박을 가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자는 취지다.이에 따라 그리넬 지명자가 트럼프 2기의 북-미 대화를 주도하면 주한미군 감축, 한국의 방위비 증액, 한미 통상 협상 등이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넬 지명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도 “미국의 보호를 원하면 청구서대로 지불하라”며 트럼프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동맹국을 압박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7000여 자 분량 대국민 담화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비상계엄 선포가 ‘야당의 망국적 행태’에 대한 경고성 차원이었다며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고 강변했다. 그는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주말을 기해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라며 “국회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병력 투입 등 일련의 조치가 불법적인 목적이 전혀 없는 ‘질서 유지’ 차원이었다며 불법 계엄의 정당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계엄 실행에 관여된 주요 관계자들의 폭로와 내란 혐의 수사로 사태의 전말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 “국회해산 목적 아냐” : “의원 끄집어내라” 폭로 윤 대통령은 “국회 관계자의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 전인 1일 국회 등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건물 출입구를 확보해 인원이 나오거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임무였다고 설명했다.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폭력을 불사하며 저지하라고 직접 지휘한 전말까지 드러났다. 곽 사령관은 국회에서 계엄 선포 이후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폭로했다. 윤 대통령 주장과 달리 계엄 선포 이후 경찰 통제로 우원식 국회의장 등이 담을 넘어야 했고 일부 의원들은 아예 국회 경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없었다고 했지만 ‘국회의원 체포 지시’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계엄 선포 직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② “국방장관과만 논의” : 계엄 3시간 전 경찰 수뇌부에 지시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김용현)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했고 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 외 복수의 관련자들이 계엄 선포 전 계엄 실행 관련 지시를 받은 정황들이 드러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불러 계엄 관련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10일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초여름부터 사석에서 여러 차례 계엄을 언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여 사령관은 동아일보에 “다 맞다”면서도 “나는 계속 반대했다. 그러나 막상 계엄이 선포되니 어쩔 수 없어 최대한 소극적으로 지시를 이행한 것”이라고 했다. ③ “계엄 뒤 병력 이동 지시” : 2분 만에 선관위 투입 윤 대통령은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 그 넓디넓은 국회 공간을 상당 기간 장악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윤석열내란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추미애 의원은 담화 직후 “국방부 공식 보고에 따르면 (국회 난입 병력은) 방첩사 등 일부 부대를 제외하고도 685명에 달한다”며 “전체 동원 병력은 1300명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장관에게 계엄령 발령 담화 방송으로 국민들께 알린 이후에 병력을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지만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이 계엄 선포 2∼3분 만에 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투입된 사실도 드러났다.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10일 국회에서 계엄 선포 전 인근에 요원들을 대기시키라는 김용현 전 장관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④ “실무장 안 해” : “지휘관이 실탄 보관” 또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김현태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장의 폭로로 출동 당시 헬기 1대에 탑승하는 8명의 실탄을 통합 보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상현 특전사 예하 1공수여단장도 언론에 “곽종근 사령관이 ‘실탄을 지역대장, 대대장이 통합해서 가져가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⑤ “국무회의서 알려” : 총리 “내가 국무위원 모으자고 한 것” 윤 대통령은 “내각 일부 인사에게 국무회의에서 알렸다”며 절차적 적법성을 강조했지만 애초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거치는 데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국회에서 “제가 국무위원을 모으자고 했다”며 “국무위원을 모아서 반대하고 이것이 초래할 일들에 대해 대통령을 설득하고자 했다”고 했다. 또 한 총리는 “많은 절차적, 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한미) 조기 정상회담은 힘들어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대미 외교 우선순위에 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이른 정상회담 추진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는 물론이고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핵 직거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정상외교 불능 상태로 인해 외교가에선 2016년 탄핵 정국으로 인한 ‘코리아 패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측은) 만약 새 대통령이 들어올 상황이라면 굳이 (정상회담을) 안 할 것”이라며 “지금 정부 상황이 미국에 영속성 있는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미 대선 이후 발 빠른 만남으로 임기 내내 밀월 관계를 형성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사례를 모델로 삼아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에 공을 들였지만 무산됐다. 통상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2, 3개월 내로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돼 왔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출범 전까지 윤 대통령 거취를 비롯해 정치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다음 달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였던 한국에 고위급을 연쇄적으로 보내 대북 경고 메시지를 냈던 1기 때처럼 집권 초기 한반도 정세 및 동맹 관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핵 위협이 점증하던 2017년 1월 집권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그해 2, 3, 4월 각각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한국에 보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정부가 동맹인 미국에 계엄 사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조율된 입장도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계엄 선포를 공유받지 못한 미측이 소통 채널을 총동원해 급히 상황을 파악하려 했으나 대응 방안이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아 우왕좌왕했다는 것.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3일 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상황 판단을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고)하고 싶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급박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외교 수장이 미 대사 전화를 피하면서 한미 간 소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백악관 등 우리 고위 당국자들과 소통 시도, 대부분 연결 안 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과 4일 새벽 골드버그 대사를 비롯해 미측은 백악관을 주축으로 전 채널을 동원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소통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연결이 안 되거나 명쾌한 상황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한 당국자가 거의 없다 보니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조율된 입장 자체가 없었다”며 “전화를 받은 사람들도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조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부 보고에서조차 외교적 표현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는 것. 당초 “외교적인 논의 세부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던 주한 미국대사관은 논란이 확산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다시 입장을 내며 진화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미국을 사실상 ‘패싱’하고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계엄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데 대한 미측의 불쾌감이 여러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례적으로 ‘오판’ ‘불법’ 등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정부 요청에 따라 조 장관과 골드버그 대사 면담이 5일과 8일 진행됐지만 골드버그 대사는 계엄 사태에 대한 미측 우려를 전달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한-한 공동정부 체제’ 구상 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사전에 몰랐고, 사후에 상황 관리가 안 됐기에 미국 대사 측에서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 장관도 “여러 가지 불투명한 상황에 대한 걱정도 했고 궁금한 것들을 서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 측 불만 커” 문제는 윤 대통령 거취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미측 우려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미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화 상대는 윤 대통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절차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어떠한 가치 판단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정부 입장에선 계엄 사태 때 부족했던 소통을 가감 없이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난 금요일 주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해 국제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6일 영어권 5개국 정보공유 협의체인 ‘파이브아이스’ 회원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주한 대사들은 비상계엄 이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보이콧하겠다는 결정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했다. 주한 영국대사관도 “제기된 (김 의원의) 주장은 부정확하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육군 중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비상계엄 이틀 전인 1일 이미 계엄 임무를 전달받았다고도 밝혔다. 당시 출동 표적엔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업체 ‘꽃’ 외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당사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군 주요 지휘관들이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이후 말을 맞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곽 사령관은 10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4일 0시 30∼40분경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가 왔다”며 “(윤 대통령이) 아직 (계엄 해제에 필요한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 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가 있었다고 처음 밝히면서도 내용 설명을 거부하다가 오후 국방위에서 공개했다. 이어 “하지만 707 특임단장 등 현장 지휘관들이 반대했고, 강제로 (문을)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 때문에 (출동 병력에) 들어가지 말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군 통수권자가 소총 등으로 무장하고 국회로 난입한 계엄군에게 폭력을 불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저지하라고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다. 곽 사령관은 앞서 6일 민주당 김병주 의원 등과의 면담 땐 “작전 수행 도중 윤 대통령의 전화를 한 차례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만 했다. 곽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일 이미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도 했다. 그는 1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전화로 국회와 선관위 3곳, 여론조사 ‘꽃’, 민주당사 등 6개 시설을 확보하고 경계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 곽 사령관은 앞서 6일 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선 “TV 뉴스를 보고 계엄 사태를 파악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곽 사령관은 뒤늦게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도 진술하지 않았다”며 “관계자들이 이미 말을 맞춰 놓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사령관과 지휘관들이 주저하지 않았다면 곧장 유혈 사태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비상계엄이 치밀한 계획하에 준비된 내란이자 친위 쿠데타다”라고 했다.“계엄 이틀전 ‘민주당사-국회 등 6곳 확보하라’ 김용현 지시받아”[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특전사령관 “설마 그럴줄은 몰라”방첩사 수사단장 “의원 구금시설로… 수방사 지하벙커 점검 지시받아”野 “누가 평양 무인기 침투 지시했나”… 드론사령관 “확인해 줄 수 없다”“국회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 내라.”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선포 직후인 4일 0시 30∼40분경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점이 확인된 것이다.● 뒤늦게 말 바꾼 곽 사령관곽 사령관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 번 전화가 왔으며, 707 특수임무단의 위치를 묻는 내용이었다”고 밝혀 왔다. 이날 두 번째 통화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쉬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답하던 그는 이날 저녁 뒤늦게 윤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계엄 이틀 전인 1일 미리 계엄 관련 임무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3곳, (더불어)민주당사,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6곳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임무는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비상계엄 당일인 3일 밤 뉴스를 보고 알았다던 입장을 뒤늦게 번복한 것이다. 곽 사령관은 “이틀 전부터 알았으면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를 안 했나”라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의 질의엔 “설마 (진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다”고 답했다.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곽 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등 계엄 관련 핵심 사령관 4인이 계엄 선포를 준비 중인 사실을 미리 알았고, 관련 임무도 부여받았지만 “선포 이후 알았다”고 말을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했다.다만 이날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 사령관은 곽 사령관의 폭로 이후에도 “(계엄) 당일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사령관도 “당일 오전 10∼11시 김 전 장관이 ‘해당 주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을 편성해 대기시켜라’란 지시를 해 대령 등 영관급 10명으로 팀을 꾸렸다”고 하면서도 계엄을 특정한 지시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 사령관은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이날 현안질의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그 역시 그동안 “당일에야 알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방사 지하 구금 시설 등 사전 확인이날 현안질의에선 국회의원 구금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처음 나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구금 시설 및 체포 관련 지시는 (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령관에게서 내가 직접 받았다”며 “B1 벙커(수방사 지하 전시지휘소)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B1 벙커는 방첩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김 수사단장은 “우원식, 김명수, 한동훈, 이재명, 조국, 박찬대, 정청래, 김민석, 조해주, 이학영, 김민웅, 양정철, 김어준, 양경수 등 14명이 체포 및 구금 대상이 맞느냐”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대략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계엄 당시 경기 과천시 선관위 전산실에 부대원들을 보냈던 문 사령관은 “3일 오후 5시 김 전 장관이 ‘오늘 야간 9시 과천정부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란 지시를 했다”며 “(계엄 선포) 속보가 나오면 선관위로 이동해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라는 임무도 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언급한 지 2분 만인 오후 10시 31분 정보사 부대원들이 계엄군 병력 중 가장 먼저 선관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10월 평양 무인기 사건도 이날 도마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기획한 것 아니냐는 것. 무인기 운용 부대인 드론작전사령부 김용대 사령관은 “누구에게서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 받았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군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 사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 대북 군사작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군의 일관된 원칙에 따른 메시지로 군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 내라.”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 선포 직후인 4일 0시 30~40분 경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전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점이 확인된 것이다.● 뒤늦게 말 바꾼 곽 사령관곽 사령관은 이날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윤 대통령으로부터 한 번 전화가 왔으며, 707 특수임무단 위치를 묻는 내용이었다”고 밝혀왔다. 이날 두 번째 통화 여부를 집중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쉬며 “확인해줄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답하던 그는 이날 저녁 뒤늦게 윤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계엄 이틀 전인 1일 미리 계엄 관련 임무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3곳, (더불어)민주당사,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6곳을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임무는 1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비상계엄 당일인 3일 밤 뉴스를 보고 알았다던 입장을 뒤늦게 번복한 것이다. 곽 사령관은 “이틀 전부터 알았으면서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를 안했나”라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 질의엔 “설마 (진짜)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안했다”고 답했다.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곽 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등 계엄 관련 핵심 사령관 4인이 계엄 선포를 준비 중인 사실을 미리 알았고, 관련 임무도 부여받았지만 “선포 이후 알았다”고 말을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했다.다만 이날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 사령관은 곽 사령관의 폭로 이후에도 “(계엄) 당일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사령관도 “당일 오전 10시~11시 김 장관이 ‘해당 주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을 편성해 대기시켜라’는 지시를 해 대령 등 영관급 10명으로 팀을 꾸렸다”고 하면서도 계엄을 특정한 지시인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 사령관은 검찰 수사를 이유로 이날 현안질의에는 나오지 않았으나, 그 역시 그 동안 “당일에야 알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방사 지하 구금 시설 등 사전 확인이날 현안질의에선 국회의원 구금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처음 나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구금시설 및 체포 관련 지시는(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령관에게서 내가 직접 받았다”며 “B1 벙커(수방사 지하 전시지휘소)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B1 벙커는 방첩사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김 수사단장은 “우원식, 김명수, 한동훈, 이재명, 조국, 박찬대, 정청래, 김민석, 조해주, 이학영, 김민웅, 양정철, 김어준, 양경수 등 14명이 체포 및 구금 대상이 맞느냐”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 “대략 맞는 거 같다”고 답했다.계엄 당시 경기 과천시 선관위 전산실에 부대원들을 보냈던 문 정보사령관은 “3일 오후 5시 김 전 장관이 ‘오늘 야간 9시 과천정부청사 일대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계엄 선포) 속보가 나오면 선관위로 이동해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라는 임무도 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직접 언급한 지 2분 만인 오후 10시 31분 정보사 부대원들이 계엄군 병력 중 가장 먼저 선관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10월 평양 무인기 사건도 이날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것. 무인기 운용 부대인 드론작전사령부 김용대 사령관은 “누구에게서 평양 무인기 침투를 지시받았냐”는 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군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 사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건 대북 군사작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군의 일관된 원칙에 따른 메시지로 군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국가적 혼란이 일주일을 맞았지만 여당과 정부가 정국을 수습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혼란을 키우는 ‘불확실성 리스크’가 경제, 외교, 안보의 총체적 위기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9일 금융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보다도 더 크게 휘청거렸다. 이날 코스피는 6일 종가 대비 2.78% 내린 2,360.58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5.19% 하락한 627.01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특히 개인투자자가 ‘패닉 셀’ 양상을 보이며 국내 증시에서 1조2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치솟으며(원화 가치 하락) 장중 한때 1438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달러당 1437.0원으로 6일 같은 시각에 비해 17.8원 올랐다. 내년 1월 20일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41일 앞두고 외교가에선 ‘정상외교 올 스톱’으로 인한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는 물론이고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핵 직거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선제적으로 밀착해야 할 정권교체 초기 한미동맹 정상 외교가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 정상 간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가급적 빠르게 추진하려던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정부 내부 우려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 측은 윤 대통령의 거취를 비롯해 정치 상황이 일단락, 안정화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전날 발언에도 9일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군 통수권은 현재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는 등 외교 안보 분야 국정 운영의 난맥상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군 통수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안보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은 한 대표가 내놓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국정 운영’ 구상이 위헌, 위법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9일에도 국정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해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환율과 증권시장,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분야에 돌이킬 수 없는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 압박을 계속하면서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예산을 탄핵 흥정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내년 1월 20일) 41일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에 따른 정국 혼란으로 대미 외교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기 때 보여준 전례를 토대로 정상 간 소통을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 성향에 맞춰 정부도 2기 출범을 대비해 왔지만 이 같은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것.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차례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동맹 청구서를 들이밀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황에서 계엄 선포 전보다 ‘트럼프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 설명이다. 외교 소식통은 9일 “대트럼프 외교는 정상 외교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회담 조율의 기본인 정치적 안정성 측면에서 정말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회담 조기 개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정부는 발 빠른 만남으로 임기 내내 밀월 관계를 형성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사례를 모델로 취임 전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에도 공을 들였다. 통상 미국에서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2∼3개월 내로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지 못했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 달여 만인 2017년 6월 만났다. 정부는 ‘트럼프 2기’ 주요 정책이 수립되기 전 우리 정부 입장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트럼프 당선인 측 접촉에 외교력을 투입해 온 상황이다. 다만 백악관 및 내각 입성이 예정된 인사들이 민간인의 외교 교섭을 금지한 ‘로건법’에 따라 해외 정부 측과 접촉을 자제하고 있어 소통이 쉽지 않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 인수위가 꾸려진 마러라고로 향한 주미대사도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공식적으로 만나긴 어렵지만 행사에 가서 우연히 만나는 등 여러 경로로 소통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여러 경로로 강한 우려를 표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당선인 측은 신중한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일단 행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이런저런 얘기가 많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게다가 트럼프 2기 출범 후 북-미 간 직접 대화 기류가 형성될 경우 대북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 의존한 우리 정부가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다음 달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취임 첫 방한 일정을 우리 정부와 조율하던 일본 정부도 이번 계엄 사태 여파 등을 고려해 이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내정자(대장)가 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말 취임할 예정으로 취임시점을 2주 이상 남겨두고 비공개로 방한해 남북이 대치하는 최전방을 찾은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등 여파로 인한 한국 사회 혼란 및 대북 대비태세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브런슨 장군은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이미 방한해 JSA를 찾았다. 현재 북한은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로 비무장화했던 JSA에 대한 재무장화를 사실상 완료한 상태다. 북한군의 권총 착용으로 우리 경비대원들도 유엔사 승인 하에 권총을 휴대하고 있고, 북한은 철수했었던 JSA 내 초소들을 복구해 각종 화기들을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빈번하진 않지만 총구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브런슨 장군의 이 같은 행보는 차기 사령관 인수인계 차원으로 풀이되지만 동맹국인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대한 미 행정부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비상계엄 선포는 해제됐지만 미국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여러 소통 라인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폴 러캐머라 현 주한미군사령관도 4일 한국에 파견된 미군과 민간인 직원, 그 가족들에게 내린 지침을 통해 “한국 정부는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법의 지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의견 불일치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므로 (계엄 관련) 사태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나는 한국에서 어디를, 어떻게, 언제, 누구와 여행할지에 대해 모두가 개인적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앞서 9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명한 브런슨 장군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과정에서 “김정은이 미국이나 유엔사 회원국의 한반도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와 주한미군의 2만8500명 규모 유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1990년 보병 장교로 임관한 그는 특수작전 부대 등에서 다양한 참모 및 지휘 보직을 역임했으며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 참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보고했는지를 포함해 계엄 사태 이후 국정원 내부 상황을 두고 조 원장과 홍 전 차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홍 전 차장 폭로로 촉발된 이번 논란이 국정원 ‘투톱’의 진실공방으로 번진 것.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군이 계엄군을 투입한 것을 놓고도 관련 지휘관끼리 증언이 엇갈리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등 군도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계엄 및 탄핵 국면으로 어느 때보다 안보 환경이 엄중한 시기에 기강을 다잡아야 할 국정원과 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전 차장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윤 대통령 지시를 받았던 3일 밤 조 원장에게 윤 대통령의 지시를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7일 공개한, 홍 전 차장과의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대통령 전화 받았고 방첩사 협조하라는 지시 받았고 이재명, 한동훈 잡으러 다닌다고 보고하는데도 얼굴까지 돌리면서 ‘내일 얘기합시다’가 유일한 지침이고 답”이라며 “결국은 네가 알아서 하고 책임져라? 원장의 이런 뺀질이 성격을 뻔히 아니 대통령이 내게 직접 연락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 원장은 본보에 “홍 전 차장이 이재명, 한동훈 등 정치인들을 잡으러 다닌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면서도 “(정치인 체포 지시에 대해)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지침을 받은 게 없고 홍 전 차장이 대통령 지침을 받았다는 소리를 못 들은 상태에서 이게 무슨 얘긴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조 원장은 6일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본인이 경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박 의원에게 “그날 분명히 (윤 대통령이) 국정원(에) 지시했는데 한 놈도 안 움직였다니 배신감으로 충격 받았겠죠. 저를 당장 경질하라고 한 게 당연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계엄 해제 이후인 5일 오후 홍 전 차장이 조 원장에게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국정원장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국정원장은 이런 언행이야말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도 “이런 시기에 (이 대표에게) 전화를 하는 건 구체적인 정치적 의미를 가진 행동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혹시 몰라 홍 전 차장에게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홍 전 차장은 박 의원에게 “(조 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반대는커녕 우려만을 표했다네요. 계엄 동조 또는 방조입니다”며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계엄군 투입 과정에 연관된 군 지휘관들은 자신이 계엄 실행에 깊이 관여한 바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부하가 상관의 증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앞서 707특수임무단, 제1공수특전여단 등 예하 부대원들을 국회 등에 계엄군으로 보낸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6일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한 위법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이상현 1공수특전여단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령관님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안 되면 전기라도 끊으라는 말씀을 하시긴 했다”고 말했다.계엄 실행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3일 밤 홍 전 차장에게 주요 정치인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던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8일 “그거는 수사를 받아야 되기 때문에 말씀 못 드린다”거나 “솔직히 명단도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만 했다. 구체적인 명단을 언급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에 일단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회피하는 것이란 의혹이 증폭됐다. 다만 여 사령관 측의 한 관계자는 “계엄 선포 직후 여 사령관이 전화를 최소 200통 받고 걸고 했다고 한다”며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기억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