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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라.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시인 고두현의 ‘처음 출근하는 이에게’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고난을 마주한 이들에게 불평 대신 감사를 떠올리게 하는 문구다. 프로농구 삼성의 주장 김시래(33·사진)도 처음에는 ‘불평’이 먼저 터져 나왔다. 지난해 12월 26일 오리온전에서 삼성이 8연패를 당했을 때다. 이날 김시래는 경기 종료 8초 전 턴오버를 범했다. 이 공이 상대 위닝샷으로 이어지며 팀은 64-66으로 역전패했다. ‘그냥 슛을 하지, 왜 패스를 했을까.’ 자책하는 마음에 같은 장면만 10번 넘게 돌려봤다. 이때 그는 자신이 열고 들어온 ‘문’을 떠올렸다. 경기 용인 명지대 뒤편에는 349m 높이의 함박산이 있다. 12년 전 명지대 농구부 2학년이었던 그는 오전 6시마다 이 산을 달려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키 178cm로 동료보다 왜소한 체구에도 1시간 20분 만에 완주하고 1등으로 돌아오는 건 늘 김시래였다. 주전 가드 기회를 잡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듬해 그는 농구대잔치에서 득점, 어시스트, 수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순위로 현대모비스에 입단했다. 벽이 문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18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김시래는 “맨 처음 꿈은 프로에서 뛰는 것이었다. 코트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며 “입단 당시를 떠올리니 어려운 순간도 견뎌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은 18일 현재 7승 25패로 리그 최하위다. 리그 10개 구단 중 승수 한 자릿수 구단은 삼성이 유일하다. 그 가운데 김시래는 경기 평균 어시스트 6.4개를 기록하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성적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허웅·허훈 형제에 이어 역대 최다 득표(11만2529표)로 3위에 올랐다. 김시래는 아직 이번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전인 장민국과 이동엽, 외국인 선수 아이제아 힉스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아직 남은 경기가 많다. 힉스 대신 영입한 토마스 로빈슨도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며 “주전 부상의 핑계를 대선 안 된다. 지금 멤버들도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한 김시래는 부상으로 6경기 소화에 그쳤다. 당시 6강 진입을 노렸던 삼성은 정규리그 7위에 그쳤다. 이때 기억은 그에게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4년간 굳게 닫힌 ‘봄 농구의 문’을 열 차례다.용인=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푸른 피의 사자’ 박해민(32)이 ‘붉은 피의 쌍둥이’로 옷을 갈아입었다. 옷 색깔이 보색에 가깝게 바뀌었지만 크게 티는 나지 않을 것 같다. 무엇을 입든 그의 옷은 늘 ‘황토색’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매일 달리고 슬라이딩했던 간절함이 묻어 있다. 데뷔한 지 10년, 그는 여전히 간절함을 보여주고 있다. 2021시즌 정규리그 선두 경쟁이 치열했던 9월 손가락 인대 파열이란 부상을 입었을 때도 그랬다. 병원에서는 ‘시즌 아웃’을 예고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2주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부기가 빠진 뒤 한 차례 주사 치료만 받은 그는 손에 붕대를 감은 채 다시 베이스를 향해 뛰었다. 돌이켜보면 그는 늘 가슴 한편에 간절함을 품고 살았다. 서울 영중초 1학년 시절 부모님을 설득해 야구를 시작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중학생 때는 작은 체구(키 147cm)에 힘을 키우고 싶어 밤낮으로 우유를 1L씩 마시다 일주일에 세 번은 구토를 하곤 했다. 어렵게 육성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2012년에도 그는 부진한 타격에 존재감 없는 선수였다. 오랜 시간 어둠을 겪었던 만큼 빛을 향한 간절함과 감사도 컸다.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스타 야구선수로 성장했다. 빠른 발로 2015시즌부터 4년 연속 도루왕에 오르는 등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고 2016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시작된 삼성의 암흑기에 2021시즌 주장을 맡아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그런 그의 이적 소식에 실망한 팬도 있다.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알려진 것과 달리 삼성에서도 40억 원보다는 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구단은 최선을 다해줬다”면서도 “조건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고, 선수로서 새롭게 성장할 계기도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변함없이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가장 큰 고민은 타격이다. 5년째 타율이 2할대 후반에 머물러 있다. 그는 “매년 타격은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NC에서 활약했던 이호준 LG 타격코치와 만나게 됐는데 새로운 타격법을 전수받아 3할대 타율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타격에 변화도 생겼다. 전 소속팀의 이영수 타격코치는 “한 경기가 아니라 한 타석마다 새롭게 시작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타석마다 일희일비하는 성격 탓에 ‘5타수 5안타’와 ‘5타수 무안타’를 극단적으로 오가는 그의 타격을 지적한 것. 경기마다 안정적인 타율로 타선을 순환시켜 줘야 하는 테이블세터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는 “조언을 들은 지 4년 만에 실천이 되더라. 기복이 줄어드니 팀 타선에 화력도 늘어났고, 매번 긍정적인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부상 회복 속도도 빠르다. 박해민은 다음 달 열리는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팬들은 2022시즌 붉은 새 유니폼에 잔뜩 흙을 묻히며 뛰어다닐 그의 새로운 활약을 기다리고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스노보드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가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7차례 월드컵을 종합 1위로 마무리했다. 이상호는 14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지몬회헤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7차 대회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16강에서 네빈 갈마리니(36·스위스)보다 2.64초 늦게 들어오며 9위를 기록했다. 메달 대신 월드컵 랭킹 포인트 29점을 더한 이상호는 이번 시즌 7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으로 종합 1위(434점)를 기록했다. 종합 성적이 가장 높지만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6, 7차 대회에서 각각 5등, 9등으로 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7차 대회에서는 종전 공동 2위 슈테판 바우마이스터(29·독일)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종합 406점) 물오른 기량을 과시했다. 바우마이스터는 5차 대회에서도 은메달을 따는 등 올림픽이 임박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림픽 이후 3월까지 네 차례 월드컵이 남은 만큼 향후 이상호가 시즌 랭킹 1위 자리를 바우마이스터에게 내줄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이상호의 기를 살려줄 좋은 소식도 있다. 이상호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혼성 평행대회전 3, 4위전에서 정해림(27·전북스키협회)과 함께 러시아의 안드레이 소볼레프-폴리나 스몰렌초바 조를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이징 올림픽 전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이상호는 2018 평창 올림픽 평행대회전 은메달에 이어 베이징에서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이상호 등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단은 17일 귀국해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재미교포 2세인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의 클로이 김(22·미국·사진)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클로이 김은 15일(현지 시간)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90.25점을 기록하며 오노 미쓰키(18·일본·89.00점)를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해 3월 미국 콜로라도주 애스펀 월드컵 이후 10개월 만의 월드컵 정상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이 부문 금메달을 땄던 클로이 김은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평창 올림픽 이후 열린 총 7차례의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출전만 하면 금메달’ 공식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부에 출전한 이채운(16·봉담중)이 출전 선수 46명 중 17위를 기록했다. 여자부에서는 이나윤(19·수리고)이 28위에 올랐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년 전 야구 유망주 조원빈(19·사진)이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쏘아올린 홈런이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까지 뻗어나갔다. 서울컨벤션고 출신 조원빈이 16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국제 아마추어 선수 계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KBO리그 1차 지명 대신 미국행을 선언한 뒤 약 5개월 만이다. 이날 세인트루이스는 조원빈을 “다재다능한 파워 히터”라고 소개하며 영입 소식을 알렸다. 포지션은 중견수, 계약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빅리그를 향한 조원빈의 도전은 2020년 시작됐다. 당시 그는 알링턴에서 열린 2021 파워 쇼케이스 주최 17세 이하 홈런 더비에서 최장 비거리 148m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졸업 전부터 MLB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고 온 셈이다. 조원빈은 KBO리그의 선배 나성범(33·KIA)을 생각하며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세인트루이스 관계자는 전 메이저리거 최희섭(43·LA 다저스·은퇴)을 떠올렸다. 최희섭은 MLB 통산 40홈런을 기록한 장거리 타자였다. 서로 생각한 인물은 달랐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구단은 거포형 야수를 원했고, 조원빈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조원빈은 키 190cm, 몸무게 91kg에 강한 힘을 가진 외야수로 평가받는다. 고교 통산 타율 0.362(130타수 47안타), 5홈런, 30도루, 29타점을 기록했다. 발도 빠르다.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최근 2년 사이 연속 최다도루상을 수상했다. 빅리그 데뷔 가능성은 온전히 본인에게 달려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MLB 해설위원은 “거포 자질이 충분히 있는 선수”라면서도 “미국의 외진 지역에서 기약 없는 마이너리그 시절을 견뎌낼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스즈키 이치로를 쫓아가며 성장했듯 조원빈도 롤모델을 찾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단 전 타지 생활에는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유영원 서울컨벤션고 감독은 “미국 음식도 입맛에 맞아 하고, 외로움을 타지도 않는다. 원빈이는 미국 생활을 즐거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40·삼성·2016∼2017년)과 김광현(34·2020∼2021년) 등 한국인 선수가 뛰었던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하게 돼 적응이 빠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원빈은 고교 진학 후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하며 석 달 만에 몸무게를 115kg에서 90kg까지 감량했다. 국내 지도자들로부터 “독하다”는 평가를 받은 그가 해외 지도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탁구는 지금 ‘제2의 신유빈’(18·대한항공)을 찾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손목 피로골절에 시달린 신유빈이 결국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 출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사진)이다. 김나영은 13일 충북 진천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대한탁구협회 2022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여자부 참가 선수 16명 가운데 6위(9승 6패)를 차지하면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나영의 가장 큰 장점은 ‘강자에게 강하다’는 것. 김나영은 선발전 1위(12승 3패)를 차지한 이시온(26·삼성생명)을 3-1로 이겼고, 귀화선수 인원(2명) 제한으로 탈락한 도쿄 올림픽 대표 최효주(24·삼성생명)도 3-2로 무너뜨렸다. 김나영은 ‘탁구인 2세’라는 점도 신유빈과 닮았다. 아버지는 대우증권 선수 출신인 김영진 한국수자원공사 감독(48)이고, 어머니 양미라 씨(51)도 ‘탁구 여왕’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한국화장품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사용하는 탁구채도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형으로 신유빈과 같다. 신유빈보다 4cm 큰 키(172cm)지만 체중 58kg으로 체형도 비슷하다. 전혜경 포스코에너지 코치는 “(김)나영이는 포핸드와 백핸드 드라이브를 원하는 코스와 박자로 구사해 상대의 타이밍을 잘 뺏어내는 장점을 갖고 있다. 어린 나이에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계속해 “공의 파워는 아직 신유빈만 못하다. 하체 밸런스 훈련으로 중심을 잡아주면 부상에서 복귀할 신유빈과 함께 한국 탁구를 이끌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팔꿈치 부상을 이겨낸 조대성(20·삼성생명)이 17승 1패로 출전 선수 19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팬 투표 전체 1, 2위에 오른 선수가 자기 이름을 걸고 팀을 구성해 치러지는 프로농구 올스타전. 이번 시즌엔 사상 처음으로 허웅(29·DB), 허훈(27·KT) 형제가 팀을 꾸려 16일 대구체육관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허훈이 시즌을 마치고 입대를 해 올스타전 ‘형제더비’는 당분간 보기 어렵다. 흥미진진한 모습을 ‘직관’하기 위한 팬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올스타전을 엿새 앞둔 10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3300석 티켓 예매는 단 3분 만에 매진됐다.》○ 허훈 “모든 면에서 내가 형보다 낫다” “형 앞에서 골을 넣고 보일 ‘비장의’ 세리머니가 있어요.” 올스타전을 나흘 앞둔 12일. 올스타전 콘텐츠 촬영 등 바쁜 하루를 보낸 허훈은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도 형을 도발할 준비는 끝났다며 웃었다. “기사 제목을 ‘허훈 팀 승리’로 써 달라”고도 했다. 이달 초 형제가 만나 치른 선수 지명에서 허훈은 1순위로 KCC의 에이스 이정현을 뽑았다. 역대 올스타전에서 이정현이 속한 팀이 한 번도 안 졌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 허훈은 “정현이 형만 뽑으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다. 전략은 없다. ‘막농구’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더 잘될 때가 있다”며 웃었다. 허훈이 구성한 팀은 요즘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유행하는 ‘스몰라인업’이다. 허훈 이정현을 비롯해 최준용(SK), 양홍석(KT), 문성곤(KGC)이 주전으로 나선다. 정통 센터가 없는 게 불안 요소. 허훈은 “다섯 명 모두 빨리 뛰고 3점 슛을 던져 상대의 혼을 빼놓겠다”고 자신했다. 허훈은 형의 장점으로 “득점이 좋다”면서도 “그 정도…”라며 말을 삼켰다. 단점을 묻자 “동생이 어떻게…”라며 계속 말을 삼키다가 “그 친구는 패스가 없지 않나…”라며 세게 ‘디스’했다. 이어 “모든 면에서 내가 낫다”며 또 한 번 형을 자극했다. 올스타전 형제더비에 대한 아버지 허재 전 남자 농구 대표팀 감독의 반응은 어떨까. 허훈은 “아버지는 올스타전 언제 하는지도 모르실 거다. 형이 팬 투표 1위가 된 사실도”라며 웃었다. 그래도 “아신다면 형제 모두를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스타전은 2년 만에 열린다. 허훈은 “하루에 춤 연습만 2시간 정도 하고 있다. 오래 기다려온 팬들께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웅 “아우야, 슛은 나한테 밀리잖아” “훈이가 까불까불한 면이 있죠.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어요.” 허훈의 도발을 13일 전해 들은 허웅은 웃으며 “여기서 굳이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경기장에서 되갚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뽑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허웅이 선발한 선수 구성은 치밀하다. 1순위로 팀 동료인 김종규(DB)를 지명했고 라건아(KCC), 이승현(오리온), 이원석(삼성) 등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골밑 자원들을 모두 수집했다. 라건아의 경우 먼저 허훈이 지명했지만 선수 교체 찬스를 놓고 내기 게임을 해 이긴 뒤 데려왔다. 허웅은 “지명 가능한 선수 중 유일한 ‘외국인 출신’이다. 선수 구성은 100% 마음에 든다”고 했다. 주전 라인업은 허웅을 비롯해 김종규, 라건아, 김선형(SK), 이대성(오리온)이다. 팀 허훈보다 라인업 구성에 짜임새가 있다. 허웅은 “‘허훈 팀 승리’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웅은 동생 장점에 대해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포인트 가드다. 그런 점은 내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단점을 묻자 “(선수치고) 키가 좀…”이라며 말을 아꼈다. 모든 면이 자기가 낫다는 동생을 향해 “슛에 관해서는 내가 한 수 위다. 초반에 몰아쳐서 점수 차를 크게 벌리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형제가 나란히 1, 2위에 오른 데 대해 허웅은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재미있는 경기로 보답하겠다. 이벤트 경기긴 하지만 과거 올스타전 때보다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팬 투표 전체 1, 2위 선수가 자기 이름을 내걸고 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형제인 허웅(29·DB), 허훈(27·KT)이 나란히 1, 2위에 올라 ‘팀 허웅’ 대 ‘팀 허훈’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올 시즌이 끝나면 동생 허훈이 입대할 예정이라 올스타전에서 펼쳐지는 ‘형제 더비’는 당분간 보기 힘들다. 흥미진진한 장면을 현장에서 담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10일 오후 3시에 시작된 대구실내체육관 3300석 티켓 예매는 3분 만에 매진됐다. 16일 올스타전에서 형제는 “내가 이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팬 투표 1위 내준 허훈, “허훈 팀 승리” “형 앞에서 슛을 넣고 쓸 비장의 세리머니가 있어요.” 올스타전 휴식기를 하루 앞둔 12일. 올스타전 콘텐츠 관련 촬영 등으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는 허훈은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면서도 형을 도발할 준비가 됐다며 웃었다. 약속을 지키겠다며 “미리 기사 제목을 ‘허훈 팀 승리’로 써 달라”고도 했다. 이달 초 형제가 만나 진행한 선수 선발식에서 허훈은 1순위로 KCC의 에이스 이정현을 지명했다. 이정현이 속한 팀이 올스타전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다. 허훈은 “정현이 형만 뽑으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했다. 전략은 잘 모르겠다. ‘막농구’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더 잘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허훈이 구성한 팀 허훈은 요즘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유행하는 ‘스몰라인업’이다. 선발이 허훈, 이정현을 비롯해 최준용(SK), 양홍석(KT), 문성곤(KGC)으로 다재다능한 선수들이지만 전문 센터가 없다. 허훈은 “(하)윤기가 있지만 선발로 내세우면 너무 우리 팀 사람으로 꾸린 것 같아서 뺐다”고 말했다. 그는 “다섯 명 모두 빨리 뛰고 3점 슛을 던지면서 상대 팀의 혼을 빼놓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보는 형의 장점에 대해 허훈은 “득점력이 좋다”면서도 “그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단점을 묻자 “동생이 어떻게 형을…”이라고 계속 말을 아끼다 “그 친구는 패스가 좀 없지 않나”라며 도발모드로 돌아섰다. 덧붙여 “모든 부분에서 형보다 내가 뛰어나다”라며 형을 자극하는 말을 했다. 올스타전에서 펼쳐질 형제 더비에 대한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의 반응이 어떤지 묻자 허훈은 “제가 보기에 아버지는 올스타전 언제 하는지도 모르실 거다. 형이 팬 투표 1위한 사실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신다면) 아버지든 어머니든 우리 둘 다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뚫고 2년 만에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허훈은 “하루에 춤 연습만 2시간 정도 하고 있다. 팬들께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 허허실실 허웅, “도발 대응 가치 없다”“훈이가 까불까불한 면이 있죠. 도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어요.” 하루 뒤인 13일. 허훈의 각종 도발을 전해들은 허웅은 웃으며 “여기서 굳이 말을 많이할 필요는 없고 경기장에서 똑같이 되갚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뽑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허웅이 선발한 선수 구성은 치밀하다. 1순위로 팀 동료인 김종규(DB)를 지명했고 라건아(KCC), 이승현(오리온), 이원석(삼성) 등 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골밑 자원들을 죄다 수집했다. 라건아의 경우 먼저 허훈이 지명했지만 선수 교체 찬스를 놓고 내기 게임을 한 뒤 이기고 데려왔다. 허웅은 “지명 가능한 선수 중 유일한 ‘외국인 출신’이다. 선수구성은 결론적으로 100%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선발 라인업은 허웅을 비롯해 김종규, 라건아, 김선형(SK), 이대성(오리온)이다. 팀 허훈보다 전체적으로 라인업 구성에 짜임새가 있다. 허훈은 “동생의 갖은 도발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동생의 ‘허훈 팀 승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생의 장점에 대해 허웅은 “남들이 모두 인정해주는 포인트 가드다. 그런 점은 내가 동생한테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단점을 묻자 “(선수 치고) 키가 좀…”이라며 말을 아꼈다. 동생과 비교해서 “슛에 관해서는 내가 동생보다 한 수 위다. 초반에 몰아쳐서 점수 차를 크게 벌려 놓겠다”고 말했다. 형제가 이번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나란히 1, 2위에 오른 데 대해 허웅은 “형제를 대표해 감사드린다.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재미있는 경기로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벤트 경기긴 하지만 과거 올스타전 때보다 치열한 모습이 나오게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큰 대회의 토너먼트 단판 승부에서는 기복 없는 실력자가 유리하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열릴 스노보드가 대표적이다. 올림픽을 앞둔 월드컵 성적은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가 기복 없는 실력자라고 말해주고 있다. 이상호는 11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바트가슈타인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6차 대회 알파인 남자 평행회전 8강에서 카를 베냐민(37·오스트리아)보다 1.2초 늦게 들어오며 5위를 기록했다. 랭킹 포인트 45점을 획득한 이상호는 시즌 월드컵 포인트 총 405점으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호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6개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땄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대회는 단 2개뿐. 여기서도 각각 5위, 6위로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을 거뒀다. 이상호만큼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없다. 12일 현재 총 306점으로 각각 2, 3위에 올라 있는 슈테판 바우어마이스터(29·독일), 드미트리 로지노프(22·러시아·대회전 열세)와 이상호는 99점 차이가 난다. 바우어마이스터는 6차 월드컵 15위에 그쳤다. 이번 월드컵 우승자 아비트 아너(25·오스트리아)도 지난해 딴 동메달 1개 외 나머지 대회에서 모두 10위권 바깥으로 밀려 나 시즌 7위(208점)에 올라 있다. 이상호는 이제 ‘월드컵 최강자’ 타이틀 사냥에 나선다. 14일 오스트리아 지몬회헤에서 열리는 7차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25위(6점)보다 높은 등수를 기록하면 2, 3위 바우마이스터와 로지노프가 금메달(100점)을 따도 시즌 1위 이상호를 넘어설 수 없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타율 0.012, 10표. 큰 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숫자의 공통점은 프로야구 롯데 전준우(36·사진)다. 2021시즌 전준우(0.348)는 단 0.012 차로 이정후(24·키움·0.360)에게 타격왕 자리를 내줬다.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에서는 구자욱(29·삼성·143표)과 단 10표 차로 상운이 갈렸다. 아쉬울 법도 한데 본인은 담담했다. 그에게도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목표를 세우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는 어느 순간부터 타율이나 홈런 등 새 목표를 세우지 않게 됐다. 그 대신 부상 없이 좋아하는 야구를 계속하기만을 바랐다. 2021시즌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144경기 전 경기를 소화했다. 상운만 따르지 않았을 뿐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전성기 수준의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 타율 0.348은 2008년 프로 데뷔 이후 14년간 최고 기록이다. 최다 안타에서는 192개로 KT 강백호(23)를 13개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에 ‘타격왕’을 놓친 게 더욱 아쉬울 수도 있었다. 그의 타격왕 등극을 가로막은 건 홈런 욕심이었다. 2017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쳐온 터라 2021시즌을 시작하면서도 홈런 개수에 집착하게 됐다. 큰 것 한 방을 노리다 보니 타율이 떨어졌고, 도쿄 올림픽 공백기 이후에는 타격 감각을 크게 잃으면서 8월에는 월간 타율이 0.217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마음을 다잡았다. 숫자 대신 좋아하는 야구를 즐길 생각만 하며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데 집중했다. 9∼10월 타율은 0.412까지 치솟았다. 그는 “경험이 쌓이면서 생각만 갖고는 안 된다는 걸 배웠다. 야구를 부상 없이 즐기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따라온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새 시즌에도 개인 목표를 세우진 않았지만 주장으로서 지난 시즌 8위(65승 71패)에 머물렀던 팀 성적 향상에 대한 책임감은 갖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팀을 떠난 손아섭(34)의 빈자리를 메우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서도 새 시즌 가을야구 진출이 간절하다. 그는 “잘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뽑아왔다는 생각에 기대가 크다. 말을 많이 걸면서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5강 안에 들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준우에게 2021시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묻자 “모든 날이 좋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타율이 좋거나 나빠서 또는 적당해서 좋았다고 한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를 맞은 호랑이띠(1986년생) 전준우는 시즌이 끝난 뒤 “범 내려온다”고 노래 부를 수 있을까.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다른 나라에서 잘 자란 씨앗이라고 한국에서도 꼭 잘 크란 법은 없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매 시즌 사활을 걸고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9일 KIA의 션 놀린(33) 영입을 마지막으로 2022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라인업이 사실상 확정됐다. 두산이 호세 페르난데스(34)와 재계약을 남겨놓고 있지만 구단은 이미 쌍방이 계약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10개 구단 30명의 외국인 투타 포지션 중 17명(투수 9명, 타자 8명)이 새 얼굴인 만큼 국내에서 ‘잘 성장할 씨앗’은 누구일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수 쪽 새 얼굴 중 전문가들이 꼽은 기대주는 SSG의 이반 노바(35)다. 노바는 2010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해 빅리그 통산 90승 77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전성기가 지나면서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시속 150km의 투심 패스트볼 구사가 가능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MLB 해설위원은 노바의 투심을 놓고 “손승락(40), 송은범(38)이 전성기 시절 던졌던 투심보다 3∼4km는 더 빠르고 상하 낙차가 큰 공을 상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발 경험이 많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빅리그에서 뛴 240경기 중 227경기(94.6%)에 선발로 출전했다. KIA 놀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변화구가 다양하고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춰 KBO리그에 최적화된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품에 안긴 알버트 수아레즈(33)와 두산의 로버트 스탁(33)도 구위가 좋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선발 경험이 부족한 탓에 “이닝이터 역할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타자 쪽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야시엘 푸이그(32·키움)가 꼽혔다. 강한 어깨와 타격 시 파워, 주루 능력 등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탈KBO리그급’이라는 데 모든 전문가가 동의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푸이그가 자유계약선수(FA)로 소속 팀을 떠난 박병호(36)의 빈자리를 잘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인성 문제를 놓고도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쿠바 등 남미에서 온 선수들이 MLB보다 KBO리그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쾌활한 성격의 푸이그가 국내 선수들과 함께했을 때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화가 영입한 마이크 터크먼(32)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 위원은 “타구 판단, 파워, 주력, 외야 수비 등 모든 면에서 B+ 등급 이상은 하는 선수”라며 “국내에서 최소 20홈런 이상은 꾸준히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타격과 주력이 좋은 소크라테스 브리토(30·KIA)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새 시즌과 함께 각 구단이 옮겨 심은 새 씨앗 중 어떤 씨앗이 만개할지 기대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시즌을 함께 할 KBO리그 외국인 선수 라인업이 사실상 확정됐다. 9일 프로야구 KIA가 새 외국인 투수 션 놀린(33)을 영입하면서다. 두산이 페르난데스(34)와 계약을 남겨놓고 있지만, 구단 측은 이미 쌍방이 조건에 합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새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0개 구단 30명의 외국인 투·타 포지션 중 9명의 투수, 8명의 타자와 새 계약을 맺은 만큼 변화가 컸던 스토브리그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동아일보는 메이저리그(MLB)와 KBO리그에 정통한 야구 전문가들에게 활약이 기대되는 새 외국인 선수를 물었다. 새 외국인 투수 중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기대하는 선수는 SSG의 이반 노바(35)다. 노바는 2010년 뉴욕 양키스에 데뷔해 빅리그 통산 90승 77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2013시즌에는 커리어하이인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는 등 빼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최근 구속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도 여전히 시속 150km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하고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MLB 해설위원은 “손승락(40), 송은범(38)이 전성기 시절 던졌던 투심보다 3~4km는 더 빠르고 상하 낙차가 큰 공을 상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발 경험이 많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빅리그에서 뛴 240경기 중 227경기(94.6%)에 선발로 출전했다. KIA가 영입한 놀린도 기대주다.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변화구와 경기 운영 능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KBO리그에 최적화된 투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 품에 안긴 알버트 수아레즈(33)와 두산의 로버트 스탁(33)도 구속과 구위가 좋다는 분석이지만, 선발 경험이 적어 꾸준한 이닝이터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타자 부문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야시엘 푸이그(32·키움)가 꼽혔다. 강한 어깨와 타격 시 파워, 주루 능력 등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탈 KBO리그급’”이라는 데 모든 전문가가 동의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소속팀을 떠난 박병호(36)의 빈자리를 잘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걱정은 ‘소프트웨어’ 문제에서 나오고 있다. ‘악동’이란 별명이 붙은 만큼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인성 문제를 얼마만큼 해결했는지, 구단에서 푸이그를 어떻게 길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쿠바 등 남미에서 온 선수들이 MLB보다 KBO리그에서 잘 적응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며 “쾌활한 성격의 푸이그가 국내 선수들과 함께 했을 때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예측했다. 푸이그를 길들이기 어렵다고 보는 일부 전문가들은 기량과 인성 등 종합적 측면에서 한화가 영입한 마이크 터크먼(32)의 활약을 내다보기도 했다. 송 위원은 “터크먼은 타구 판단, 파워, 주력, 외야 수비 등 모든 면에서 B+ 등급 이상은 하는 선수”라며 “국내에서 최소 20홈런 이상은 꾸준히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에 입단한 리오 루이즈(28)와 KIA의 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0)의 활약을 점치기도 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루이즈는 MLB 볼티모어 중계 당시 직접 봤던 선수인데, 그때 KBO리그에 오면 더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국내에서 중거리 이상을 치는 활약과 함께 좋은 스피드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푸이그가 거포형 타자라면 브리토는 타격과 주력이 좋은 선수다. 새 시즌에는 브리토가 여기저기서 도루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청산(靑山)은 우리 보고 불만 없이 살라 하지만 백산(白山) 위에서는 불만이 미덕이 될 때가 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향하는 ‘배추 보이’ 이상호(27·하이원·사진)의 모습이 딱 그렇다. 이상호는 8일(현지 시간) 스위스 스쿠올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5차 대회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3, 4위 결정전에서 미르코 펠리체티(30·이탈리아)에 0.44초 앞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이날 랭킹포인트 60점을 추가하면서 시즌 랭킹 1위(360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러나 경기 후 이상호는 잘한 것보다 못한 걸 먼저 생각했다. 이상호는 “많이 아쉬운 대회였다. 슈테판 바우마이스터(29·독일)와 맞붙었던 준결승이 가장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예선을 2위로 마친 이상호는 준결승에서 예선 6위 바우마이스터와 만났다. 예선 성적에서 앞선 이상호에게 코스 선택권이 있었지만 0.17초 차로 결승 진출 티켓을 내주고 말았다. 이상호에 이어 랭킹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바우마이스터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랭킹포인트 80점을 더해 총점 290점을 기록하면서 이상호를 추격했다. 결승에서 바우마이스터를 물리친 드미트리 로지노프(22·러시아)도 랭킹 포인트 277점으로 랭킹을 3위까지 끌어올리면서 올림픽 메달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상호는 2018 평창 대회 때 스노보드 평행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종목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러나 2019년 1월 어깨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뒤 위기를 맞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2위에 그치는 등 좀처럼 기량이 돌아오지 않았던 거다. 이상호는 “마음속에 불만이 쌓일 때면 수양록을 쓰면서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불만을 다스리자 실력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이번 시즌 1차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컵 금메달을 따낸 이상호는 5일 뒤 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역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한국 첫 올림픽 설상 금메달을 향해 오늘도 불만을 쌓고 또 쌓아 가고 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호주프로야구(ABL)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제너비브 비컴(17·멜버른 에이시스·사진)은 8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열린 애들레이드와의 이벤트 경기에서 0-4로 뒤진 6회에 등판해 1이닝 동안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주는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ABL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2022시즌을 개최하지 않는 대신 최근 이벤트성 경기를 열고 있다. 이날 1-7로 패배한 멜버른의 피터 모일런 감독은 “우리는 비컴을 이벤트성으로 영입한 게 아니다. 비컴은 우리 구단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비컴은 “누군가 여자 선수들에게 원하지 않는 ‘소프트볼을 하라’고 강요해도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당신이 간절하게 원하고, 노력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컴은 2일 멜버른과 2022∼2023시즌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다. 비컴은 2020년에도 ABL 하위리그 격인 VSBL 2019∼2020시즌 시니어리그에 로열스 팀 소속으로 출전했다. 이 리그에 출전한 여자 선수 역시 비컴 한 명뿐이다. 그는 2018년 16세 이하 호주야구리그에 합류한 첫 여자 선수이기도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여성 선수가 출전한 경우는 없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결승은 누구에게나 손 떨리는 무대다. 프로당구(PBA) 선수들도 128강, 64강에서는 5, 6점대 에버리지를 올리다 결승 무대에만 오르면 1, 2점대에 그치곤 한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PBA에서 그간 3점대 결승 에버리지를 볼 수 없었던 이유다. 5일 이 불문율이 깨졌다. 프레드릭 쿠드롱(54·웰컴저축은행·벨기에)은 이날 경기 고양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 결승전에서 조재호(42·NH농협카드)에게 에버리지 3.550(20이닝 71득점)으로 4-1(15-6, 15-3, 11-15, 15-1, 15-12)로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PBA 개막 뒤 945일 만에 나온 첫 3점대 에버리지다. 에버리지란 선수가 한 경기에서 낸 득점을 이닝 수로 나눈 수치다. 한 세트를 15이닝 동안 15득점을 내며 이기면 에버리지는 1.000이 된다. 전날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NH농협카드 결승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가영(39)의 결승 에버리지가 1.000이었다. 김가영은 이날 총 52개의 공타를 범했다. 쿠드롱에게도 3.550의 에버리지는 놀라운 기록이다. 이날 PBA 역대 최초로 2회 연속 우승을 기록한 쿠드롱은 직전 대회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1.750의 에버리지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에버리지였던 하비에르 팔라존(33)의 기록(2021년 1월·2.857)과 격차도 크다. 그는 “100%의 컨디션과 경기력이 따라줘서 ‘모든 걸 이룰 수 있겠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쿠드롱은 이날 승리로 우승 상금 1억 원, 랭킹 포인트 10만 점을 챙겼다. 시즌 누적 상금 랭킹에서 2억650만 원으로 종전 4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2위 다비드 마르티네스(31·스페인·1억1650만 원)보다 약 1억 원 많다. 또 쿠드롱은 통산 4회 우승으로 PBA 역대 최다 우승자가 됐다. LPBA 최다 우승자인 이미래(4회)와 타이다. 쿠드롱은 50대 노장이지만 스무 살 청년 못지않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 흡연이나 술을 하지 않고 평소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고 밝힌 그는 “나이가 들면서 경험을 통해 멘털을 잘 컨트롤할 수 있기에 20대보다 지금이 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래 당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카이리 어빙(30·브루클린)이 자신의 복귀전에서 맹활약하며 3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냈다. 브루클린은 6일 미국 인디애나 게인브리지 필드하우스에서 열린 인디애나와의 방문경기에서 129-121로 승리했다. 케빈 듀랜트(34)가 39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폭발시킨 가운데 어빙은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22득점을 더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듀랜트, 어빙과 공포의 삼각편대를 이루는 제임스 하든(33)도 18득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문제로 어빙 없이 시즌을 치러온 브루클린은 최근 3연패에 빠지며 동부콘퍼런스 선두인 시카고(25승 10패)와 승차가 벌어졌다. 어빙은 방문경기에만 출전하는 조건으로 이날 코트에 복귀했고, 어빙의 복귀전에서 승리를 거둔 브루클린은 시카고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경기 후 어빙은 “이 정도 수준의 리그에서 몇 달간 쉬고 복귀하면 많은 불확실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말 긴장됐지만 이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다”며 “첫 슈팅을 할 때 공이 들어가길 간절히 원했다. 그동안 많은 복귀전을 해봤지만 오늘은 특히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는 5일 오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황대헌(23·한국체대)의 500m 레이스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황대헌은 이날 오후 이렇게 답했다. “주 종목을 500m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대한체육회는 평창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지도자와 선수들의 이탈 및 귀화 등을 이유로 금메달 1개 또는 2개의 예측을 내놨다. 반면 한국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 선수들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훈련량에 기초한 자신감이다. 4년 전 평창에서 500m 은메달을 딴 황대헌은 중국의 텃세로 한국 대표팀이 불리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 불리함을) 이겨내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훈련했던 모든 걸 보여주고 나온다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텃세를 감안해도 중국 대표팀을 압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표팀은 현지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시청각 자료까지 활용 중이다. 선수들이 빙상 위 주행 훈련을 시작하면 코치진은 훈련장 내 스피커를 튼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당시 현장의 관중 함성과 중국어 중계, 배경 음악 등이 흘러나온다. 훈련 뒤에는 화면을 모니터링하며 개선점을 논의하기도 한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최민정(24)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월드컵 때 겪어보니 베이징의 빙질은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빙질”이라며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역시 한국의 쇼트트랙’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정은 최근 네 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9개를 쓸어 담은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과의 다관왕 경쟁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스휠팅과 마찬가지로 나도 (베이징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금메달 획득 개수를) 정해놓지는 않았다. 평창 때보다 출전 종목이 많아졌고, 경험도 쌓인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진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진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각자 개인 목표를 갖고 훈련하기에 외부에서 설정한 목표를 의식하지 않아요. 더 많은 메달이 나올 것 같습니다.”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팀 이유빈(20·연세대)은 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G-30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 수가 1, 2개이고 종합순위가 15위로 역대 최하 수준으로 예상된 것과 달리 선수들은 투지에 불타 있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금메달을) 더 따면 좋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예상인 것 같다”고 말하자 선수들은 너도나도 “그것은 외부 목표일 뿐”이라고 했다. 여자 컬링대표팀의 김선영(29·강릉시청)은 “목표를 1, 2개로 잡았다고 해서 우리가 메달을 못 따는 게 아니다.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우리가 할 것에 집중하면 된다. 실망하지 않는다. 준비한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29·강원도청)도 “선수들은 누구나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대회를 준비한다. 외부에서 설정된 목표는 선수들에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날 행사는 다음 달 4일 개막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체육회가 신년 훈련 개시식을 겸해 열렸다. 대표팀 선수들은 그동안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빈틈없는 방역으로 선수촌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는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들로 실전 경험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을 강력하게 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줄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1500m 메달(동)을 획득한 김민석(23·성남시청)은 “지난해 월드컵 대회를 치르고 귀국한 뒤 자가 격리를 하며 리듬이 끊겼다”고 말했다. 평창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보름도 “계속 경기에 출전한 외국의 경쟁 선수들이 과거보다 기량이 좋아진 것 같다. 올림픽을 앞두고 잘 준비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한된 상황이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한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곽윤기(33·고양시청)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치러진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 쑥스럽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곽윤기는 “베이징에서 열린 1차 월드컵 때 우리에게 실격 판정을 좀 더 쉽게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험을 토대로 조금의 실격 여지도 주지 않으려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진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진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그럴 수도 있어.’ ‘당구 여제’ 김가영(39·신한금융투자·사진)은 4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여자프로당구(LPBA) NH농협카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강지은(29·크라운해태)에게 3세트를 내준 뒤 계속해서 이 말을 되뇌었다. 실수가 나온 건 김가영이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 가던 3세트 10-10 동점 상황이었다. 공격 기회를 잡은 김가영이 1점만 올리면 3-0으로 앞서갈 수 있던 상황. 그러나 김가영은 자기 수구인 하얀색 공 대신 상대 노란색 수구를 치는 ‘오구 파울’을 했다. 어부지리로 세트를 끝낼 기회를 잡은 강지은이 점수를 올리면서 김가영은 2-1로 쫓기게 됐다. ‘그럴 수도 있다’는 주문은 곧바로 힘을 발휘했다. 4세트 때는 6이닝 만에 일방적인 승리(11-1)를 가져왔고, 5세트 때는 이날 가장 짧은 5이닝 만에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가영은 결국 4-1(11-6, 11-6, 10-11, 11-1, 11-6) 승리를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가영이 LPBA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2019년 SK렌터카 챔피언십 이후 이날이 748일 만에 처음이었다. 그 사이 LPBA 최다 준우승(3회)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까지 세웠다. 김가영은 이날 우승으로 상금 3000만 원, 랭킹포인트 2만 점을 챙겼다. 김가영은 “나는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는 편이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 컨트롤이 어려워진다”면서도 “머리로는 받아들여도 몸으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3년 동안 했던 모든 노력과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에 앞서 중국 전역을 돌아다녀야 할 성화(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껏 움츠러들었다. 지난해 10월 20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올림픽 성화는 4일 현재 베이징 올림픽타워에 보관돼 타고 있다. 다음 달 2일부터 3일 동안 주자 1200명이 경기가 열리는 장소인 베이징 중심부부터 베이징 교외인 옌칭구와 허베이성 장자커우만을 달린다. 왕복 거리로 따져도 300km 안팎이다.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당시에는 주자 2만1880명이 5개 대륙 세계 19개 도시를 포함해 13만7000km를 누볐다. 최근 올림픽과 비교해도 봉송 규모가 크게 줄었다. 도쿄 여름올림픽에서 성화는 지난해 3월 25일 후쿠시마를 시작으로 121일간 1만 명의 주자와 함께 일본 열도 2000km를 돌아 도쿄로 돌아왔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에는 2017년 11월 1일부터 101일 동안 7500명의 주자가 17개 시도와 강원도 시군 전체를 돌아 2018km를 달렸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