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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단지’(전용면적 71㎡) 집주인 이모 씨(54)는 최근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려 은행 예금을 깼다. 2년 전 7억 원대로 치솟았던 전세 시세는 4억 원대로 주저앉았다. “차액을 돌려줘야 계속 살겠다”는 세입자에게 사정해 7000만 원만 돌려주는 선에서 겨우 합의했다. 그는 “세입자와의 협상 전후로 하락 거래가 이어져 계약이 깨질 뻔했다”며 “세입자 자녀가 인근 학교에 다녀 쉽게 이사를 못 하는 상황이라 계약을 가까스로 연장했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5건 중 1건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에게 받는 보증금으로는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 없어 갑자기 목돈을 마련해야 하고 세입자도 제때 보증금을 받아 이사 가기 어려워지는 ‘역(逆)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동아일보가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프롭테크 기업 ‘호갱노노’의 최근 3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2만3667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21.3%인 5050건이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26일부터 이날까지 신고된 전세가격과 2년 전 같은 기간의 평균 전세가격을 비교한 결과로 전세가격이 2억∼3억 원 떨어진 경우가 속출했다. 구별로는 강서구의 역전세 거래 비중이 28.1%로 가장 높았고 강동·양천(27.2%), 강북(27.1%), 영등포구(25.4%)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역전세난은 최근 전셋값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45% 하락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2.4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고금리로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며 전세 수요가 줄고 있다”며 “주택법 개정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고,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역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세입자가 3억 빼달래요”… 5채 중 1채 역전세 계약서울 아파트 역전세난집주인들, 세입자에 재계약 읍소전세금 내린 만큼 ‘역월세’ 주기도“전세 나가게” 수천만원 리모델링 #1. 서울 강동구 1000채 규모 단지 30평대(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보유 중인 40대 박모 씨는 최근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연장하며 매달 75만 원을 세입자에게 주기로 했다. 2021년 초 9억 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6억 원으로 빠지자 세입자는 차액을 돌려 달라고 했다. 현금 3억 원을 갑자기 마련할 길이 없었던 박 씨는 절반만 돌려주되 나머지는 세입자에게 전세자금대출 이자 명목으로 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역월세’인 셈이다. #2.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2년 전 분양받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에 올해 3월 입주하려다 포기했다. 현재 전세로 사는 서울 강서구 아파트 세입자를 못 구해서다. 보증금을 돌려받아 개포동 아파트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지만, 현 아파트 보증금이 5억 원에서 3억 원대로 떨어졌다. 집주인은 돈이 없어서 못 준다고 버텼다. 김 씨는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집주인에게 소송 등 강수를 써야 하는데 그 부담을 감당하긴 힘들었다”며 “개포동 아파트 세입자를 겨우 구해 잔금을 간신히 냈고 아이의 강남 전학은 2년 미루기로 했다”며 씁쓸해했다.● 2년 전 ‘갑’ 집주인, 세입자에 갱신계약 ‘읍소’ 대출금리 인상으로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고 전세 매물이 늘며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전셋값이 이전보다 수억 원 하락하는 ‘역전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개정 임대차법 도입 직후 전셋값이 급등하며 전세난을 겪었던 전세시장이 세입자 우위로 재편되며 집주인들이 갱신계약을 위해 기존 세입자의 전세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거나 대출까지 받아 갱신계약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세곡푸르지오 전용 84㎡를 보유한 최모 씨(37)는 기존 세입자와 갱신계약을 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모두 손해 보고 처분했다. 2년 전 8억5000만 원의 보증금을 끼고 집을 샀는데 최근 전세시세가 6억5000만 원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세입자가 “5000만 원만 돌려주면 재계약하겠다”고 해서 서둘러 돈을 마련했다. 그는 “이번엔 운이 좋았는데 이대로라면 2년 뒤에는 최소 2억 원은 더 내야 해 벌써 걱정”이라고 했다.● 세입자 모시기 ‘못 박지 말라’도 금기 세입자 구하기에 실패한 뒤 리모델링에 나서는 집주인도 있다. 서울 송파구의 준공 20년차 전용 39㎡ 아파트 주인인 김모 씨(63)는 “공인중개업소에서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세입자를 못 구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일단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고 이참에 수천만 원을 들여 집을 개보수하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1400여 채 규모 재건축 아파트의 전용 59㎡ 조합원인 장모 씨(41)는 최근 전세 세입자를 구하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완공 전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8억 원에 달했지만 입주 후 6억5000만 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보증금 2억50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으로 세입자를 구했다. 장 씨는 “잔금이 모자라 1억 원을 대출받았다”며 “이사 날짜도 세입자에게 맞추고, ‘못을 박지 말라’는 특약도 못 넣었다”고 토로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집주인이 조금이라도 깐깐한 것 같으면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한다”며 “세입자가 상전이라 집을 깨끗하게 써 달라는 말도 못 꺼낸다”고 했다. ● 고금리·대단지 입주로 ‘역전세난’ 지속 전문가들은 당분간 역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고금리로 전세 수요는 줄고 있는데 서울 주요 지역에서 대단지 입주가 이어지는 데다 집주인의 신축 아파트 실거주 의무도 없어지며 전세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당장 다음 달 서울에서 총 6213채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2월 대비 2배 가까이로 많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 8월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 2990채, 11월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6702채 등 올해만 1만3000여 채 입주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정부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도 주택법을 개정해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신축 아파트 상당수가 전세 물량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역전세난 심화로 전세 회전율이 떨어지면 이사 가야 하는 세입자나 갈아타기 하려는 1주택자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역(逆)전세직전 전세 계약보다 전세 보증금이 낮아진 전세. 집주인이 더 낮은 보증금으로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 전세 수요 감소나 전세 공급 과다로 세입자가 쉽게 구해지지 않는 경우도 포함된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세종시 대평동 해들마을6단지 ‘e편한세상 세종리버파크’. 이 단지의 전용면적 99㎡는 이달 5일 7억2000만 원에 팔리며 2021년 5월 최고가(14억 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 일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차로 10∼15분 거리로 금강 남쪽에 위치해 ‘세종의 강남’으로 불리며 집값 급등기 때 수요가 몰렸지만 지금은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지역에서 해제돼도 문의는커녕 매물만 더 쌓이고 있다”며 “대출, 세금 규제가 대폭 풀렸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규제 지역 해제와 분양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걷어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더 타격을 받으며 일부 지역 분양 아파트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세종의 주간 매매가격 누적 하락률(16일 기준)은 3.53%로 전국에서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대구(―1.95%), 부산(―1.71%), 경남(―1.63%), 대전(―1.62%)도 하락 폭이 컸다. 특히 지방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외지 투자 비중이 줄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매매량 28만359건 가운데 서울 거주자의 원정 매수 거래량은 1만9289건으로 6.9%였다. 2021년(8.9%) 대비 2.0%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12월 거래까지 합산하면 서울 거주자의 지방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19년(5.8%)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이 기간 21.3%로 전년(20.3%)보다 소폭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충북 청주시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청주지웰시티 2차 전용 84㎡는 이달 6일 4억5200만 원에 거래됐다. 집값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 11월(7억7700만 원) 대비 3억 원 넘게 떨어진 수준. 흥덕구는 2021년 11월 거래된 아파트 508채 중 180채(35.4%)가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아파트였을 정도로 외지인 매입이 많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지 투자자들이 사라지니 매수세가 거의 없다”고 했다. 부동산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등장한다. 올해 4월 입주 예정인 경북 포항시 남구 힐스테이트 포항 전용 84㎡ 분양권은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 원 떨어진 2억6000만 원대에 나오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층이 좋지 않은 아파트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방과 수도권 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본다. 수도권 규제를 대거 완화한 1·3부동산대책으로 수도권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고 지방 시장이 더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6일 조사 기준) 지방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6.9로 전주(77.1) 대비 더 떨어졌다. 수도권의 매매수급지수가 올 초부터 3주 연속 상승세인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입지에 대한 투자는 다소 살아날 수 있겠지만 지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지방에서 분양받거나 매수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경찰이 건설현장에서의 각종 불법 행위를 포착하고 19일 양대 노총 산하 건설노조를 포함해 전국 8개 건설 분야 노조 사무실 등 3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을 상대로 동시 압수수색을 진행한 건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는 118개 건설사가 노조로부터 1686억 원 규모의 노조 전임비 지급 등을 강요받았다고 발표했다. 전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노총 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정부와 노동계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공동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산노조) 지부 사무실 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밖에도 군소 노조 사무실 6곳과 압수수색 대상자 주거지 20곳 등 총 34곳에 대해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8개 노조 14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휴대전화 22개 등을 포함해 문서 파일 등 약 1만7000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입건된 민노총과 한국노총 전·현직 간부 20여 명 등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들이 건설현장에서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채용하지 않을 경우 금품을 요구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민노총과 한국노총 본부 및 건설노조 본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양대 노총의 경우 지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민노총 건설노조 본부 등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대대적으로 수사에 나선 건 건설현장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건설현장에 불법과 폭력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고 지적한 후 경찰과 국토부 등이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달 18일까지 건설현장 불법 행위와 관련해 929명(186건)을 수사하고 2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국토부는 대한건설협회 등 12개 민간 건설협회를 통해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1494개 현장에서 총 2070건의 불법 행위 신고를 접수했다고 19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진행됐는데 현재까지도 신고가 밀려오고 있다”며 “88개 업체가 이미 경찰에 개별적으로 고소했다”고 했다. 노조 측은 이날 대대적 압수수색에 대해 “전쟁은 선포됐다”(송찬흡 건설노조 부위원장)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다쳐! 다쳐! 막지 마세요!”(경찰 관계자) “밀지 마! 나가라고!”(노조 측) 19일 오전 9시 10분경.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 수십 명이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노조 관계자들은 출입문을 몸으로 막았고,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온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사무실 앞이 혼잡해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2명만 사무실로 들어오라”며 30분 가까이 경찰과 대치했고, 결국 경찰 10명만 참여하기로 하면서 오전 9시 40분에야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경찰은 이 사무실에서 강요 및 공갈 혐의를 받는 전·현직 건설노조 관계자 4명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양대 건설노조 사무실 등 34곳 압수수색 이날 경찰은 민노총 건설노조 산하 사무실 5곳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산노조) 사무실 3곳 등 총 34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 중 건산노조는 한국노총 산하였지만 지난해 7월 위원장 횡령 사건으로 제명됐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혐의는 제명 전 한국노총 산하에서 벌어졌던 사안”이라고 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 피의자는 약 20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2020∼2022년 건설 업체를 상대로 자사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 강요 및 공갈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건설현장 앞에서 소음이 큰 집회를 열거나 안전의무 위반 사항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압수한 1만7000여 점에 이르는 압수물 분석이 진행되는 대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건설현장 불법 행위 특별단속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까지 186건, 929명을 수사해 23명을 송치했다. 특별단속은 6월까지 이뤄지는 데다 국토교통부 등의 수사 의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사 대상은 10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00건 넘는 불법행위 신고 접수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2개 기관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 행위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국 1494개 현장에서 총 2070건의 불법 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건설사들이 노조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과 별도로 일종의 상납금인 ‘월례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사례가 1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A 건설사의 경우 2019년 1월∼2022년 11월 타워크레인 기사 44명에게 697회에 걸쳐 월례비 등으로 총 38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비를 강요당한 사례도 567건 접수됐다.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 밖에 △장비 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 거부 40건 순이었다. 입금 내역 등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한 118개 업체는 업체당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최근 3년 동안 이들의 피해를 합친 금액은 약 1686억 원이었다. 일부 현장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4개월 동안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불법 행위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발주처인 경우 공공기관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나 형사 고발 등 민형사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불법 행위로 인해 공사가 지연될 경우 영세한 하도급 업체에는 공기를 연장해주고,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다쳐! 다쳐! 막지 마세요!”(경찰 관계자) “밀지 마! 나가라고!”(노조 측) 19일 오전 9시 10분경.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 수십 명이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노조 관계자들은 출입문을 몸으로 막았고, 압수수색 소식을 듣고 온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사무실 앞이 혼잡해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2명만 사무실로 들어오라”며 30분 가까이 경찰과 대치했고, 결국 경찰 10명만 참여하기로 하면서 오전 9시 40분에야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경찰은 이 사무실에서 강요 및 공갈 혐의를 받는 전·현직 건설노조 관계자 4명의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양대 건설노조 사무실 등 34곳 압수수색 이날 경찰은 민노총 건설노조 산하 사무실 5곳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산노조) 사무실 3곳 등 총 34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 중 건산노조는 한국노총 산하였지만 지난해 7월 위원장 횡령사건으로 제명됐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혐의는 제명 전 한국노총 산하에서 벌어졌던 사안”이라고 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 피의자는 약 20명이다. 경찰은 이들이 2020~2022년 건설 업체를 상대로 자사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노조 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 강요 및 공갈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건설현장 앞에서 소음이 큰 집회를 열거나 안전의무위반 사항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압수한 1만7000여 점에 이르는 압수물 분석이 진행되는 대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에 착수한 경찰은 현재까지 186건, 929명을 수사해 23명을 송치했다. 특별단속은 6월까지 이뤄지는데다 국토교통부 등의 수사 의뢰가 이어지고 있어 수사 대상은 1000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2000건 넘는 불법행위 신고 접수 이날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2개 기관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전국 1494개 현장에서 총 2070건의 불법행위 신고가 접수됐다. 건설사들이 노조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과 별도로 일종의 상납금인 ‘월례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한 사례가 12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A 건설사의 경우 2019년 1월~2022년 11월 타워크레인 기사 44명에게 697회에 걸쳐 월례비 등으로 총 38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전임비를 강요당한 사례도 567건 접수됐다. 월례비나 노조 전임비는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 밖에 △장비 사용 강요 68건 △채용 강요 57건 △운송거부 40건 순이었다. 입금내역 등 피해 입증 자료를 제출한 118개 업체들은 업체당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최근 3년 동안 이들의 피해를 합친 금액은 약 1686억 원이었다. 일부 현장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 4개월 동안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국토부는 불법행위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발주처인 경우 직접 공공기관이 손해배상청구나 형사고발 등 민형사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불법행위로 인해 공사가 지연될 경우 영세한 하도급 업체에는 공기를 연장해주고,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전혜진기자 sunrise@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최동수기자 firefly@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전국 공사현장 82곳에서 불법 행위 270건이 적발됐다. LH는 경남 창원 행복주택 건설 현장을 중단시킨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관계자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LH는 18일 전국 387개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82개 현장에서 불법행위 270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소속 노조원 채용 강요’가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 강요’(48건) ‘노조 전임비 지급 강요’(31건) 등이 뒤를 이었다. LH는 경남 창원시 명곡지구 행복주택 공사를 3주간 중단시켰던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하고 2월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 현장은 2024년 5월 완공이 목표였지만 노조원 채용 강요, 레미콘 운송 거부 등으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3주간 현장이 마비됐었다. 이번 조사에서 골조공사를 하는 하청업체가 건설노조의 채용 강요,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요구 등으로 공사를 포기해 공사가 2개월 지연된 사례도 나왔다. 노조가 건설장비 사용을 강요하며 현장 출입문을 봉쇄해 15일간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도 있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공공기관이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불법이익 환수 및 손해배상 청구 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경찰도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공동 공갈·강요 혐의로 민노총 광주전라타워크레인지부 전 지부장 정모 씨(56) 등 노조원 36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정 씨 등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아파트 건설현장 7곳에서 월례비를 주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방법으로 10억7780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 건설사들이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하자 현장소장을 상대로 “월례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확약서 작성을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올해 설 연휴 하루 평균 이동 인원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는 설 전날인 21일 오전과 설 다음 날인 23일 오후에 가장 혼잡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20∼24일) 기간 동안 이동 인원은 총 2648만 명으로 하루 평균 53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설보다 연휴가 하루 짧고, 일상 회복 흐름에 따라 일평균 예상 이동 인원이 지난해보다 22.7% 증가했다. 특히 전체 이동량 중 91.7%가 승용차로 소화될 전망이어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하루 평균 차량 대수는 지난해보다 23.9% 증가한 약 519만 대로 추정된다. 고속도로 이용 시 귀성길 최대 소요 시간은 △서울∼부산 8시간 40분 △서울∼광주 7시간 40분 △서울∼강릉 5시간 20분 △서울∼대전 5시간으로 예상된다. 귀경길은 △대전∼서울 4시간 15분 △부산∼서울 8시간 15분 △광주∼서울 6시간 35분 △강릉∼서울이 4시간 30분까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가용 이용 증가에 대비해 고속도로 휴게소·졸음쉼터 내 임시 화장실을 확충(703칸)하고 지원 인력을 약 2119명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또 경부선 안성휴게소 등 주요 휴게소 6곳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임시 선별검사소를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설 연휴 중 21일 0시부터 24일 밤 12시까지 나흘간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다.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광주·울산 등 지자체는 설 당일과 다음 날 시내버스와 지하철 막차 시간을 연장한다. 고속버스는 예비차량을 투입해 총 14만 석을 추가 공급하고, 철도는 하루 평균 2만4000석 늘어난 총 11만8000석을 추가 공급한다. 항공은 국내선 총 101편(2610편→2711편)을 늘려 총 1만5000석을 추가할 계획이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반대집회에 공금 약 1억 원을 증빙 없이 활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7일 은마아파트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 지난해 12월 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합동 조사를 벌인 결과 부적격 사례 총 5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4건은 수사 의뢰하고, 16건은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시정명령과 행정지도 처분도 각각 7건, 25건씩 내린다.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GTX C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지나가는 데 대한 반대 시위를 용산구 한남동 인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벌여 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는 2021년 GTX 반대 집회 비용을 아파트 관리비 중 잡수입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관리 규약을 근거로 입주민 과반수 서면 동의를 얻어 9700만 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동조사 결과 입주민의 서면 동의 결과를 증빙하는 자료가 없었다. 잡수입으로 집회 참가자에게 참가비를 지급했다고 했지만 이를 입증할 서류도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비 관련 모든 거래는 장부나 증빙서류를 5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라고 했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추진위는 GTX 집회 비용을 사용할 때 예산안 의결 없이 임의로 운영비 등을 집행한 후 예산안을 사후 추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추진위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 용역 계약 시 공고와 다르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업무추진비를 쓰고도 업무 관련성 증빙자료를 갖추지 않은 행위 등도 적발됐다. 다만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을 집회에 위법하게 썼는지 여부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추진위 측은 “입주민 서면 동의 증빙자료는 국토부 관계자가 ‘추후 연락하면 제출하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어떤 연락도 못 받아 제출하지 못했다”며 “보완할 사항은 개선하고 불복할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경찰이 건설노조 탄압한다. 현장을 장악하자! 장악하자!” 12일 오전 7시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건설노동조합 노조원 150여 명이 외치는 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30분 넘게 이어진 ‘릴레이 발언’을 마치고 나서야 느긋하게 작업장으로 향했다. 비(非)노조원 50여 명이 체조만 하고 일찌감치 현장에 투입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동안 노조원들을 바라보던 현장소장 A 씨는 체념한 듯 “(민노총 소속 근로자들은) 매일 다른 근로자들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작업을 시작한다”며 “작업 효율이 비노조원의 70%밖에 안 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착공한 이 현장은 공사 시작 전부터 노조의 채용 강요와 업무방해에 시달리고 있다. 민노총이 현장을 장악한 뒤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간부가 매일 찾아와 한노총 노조원도 채용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동트기 전인 오전 5시부터 확성기를 틀어놓거나 덤프트럭으로 출입구를 막기도 했다. A 씨는 “노조원 10명이 사무실에 쳐들어와 시위한다며 짜장면을 시켜 먹었는데 경찰을 불러도 제지가 안 됐었다”며 “요구를 안 들어주면 피말리도록 괴롭힘을 당하니 결국은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 건설현장이 건설노조의 불법 집회와 파업, 업무방해,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에 시름을 앓고 있다. 시행사나 시공사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이나 입주자 등 시민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 만연해진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건설 관련 단체 7곳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13일까지 약 2주간 국토교통부 요청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긴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총 843개 업체가 피해를 신고했다. 협회 관계자는 “노조 보복이 두려워 대부분 회사는 피해 접수를 꺼린다”며 “그런데도 2주 만에 800곳 넘는 회사에서 피해를 신고한 건 그만큼 많은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주요 피해 유형은 △채용 강요 △노조 장비 사용 강요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 지급 △노조 발전기금, 전임비 요구 △공사현장 출입 방해 및 현장 점거 △레미콘 기사 집단 운송 거부 등이다. 국토부는 피해 사례를 분류해 수사 의뢰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노조, 급행비 600만원-발전금 500만원 요구… 거절땐 공사 방해” 기업들 “노조가 채용-돈 강요”… 현장 1곳에 노조 수십곳 채용 압박“돈 줄때까지 지자체에 민원 제기”사진 찍고 드론 띄워 꼬투리 잡기도건설사들 “노조 두려워 신고도 못해” #1. 경북의 1300채 규모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골조공사를 총괄하는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는 지난해 타워크레인 기사 5명에게 월급과 별도로 총 6억 원을 지급했다. ‘월례비’ 명목으로 1명당 1억2000만 원씩 준 것.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하청업체에서 받는 월급 외 돈이다. 현장 근로자들에게는 일명 ‘급행비’로 통한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를 추가로 쥐여줘야 작업을 빠르게 해줘서 붙은 이름으로 엄연히 불법이다. 회사 현장소장 김모 씨(58)는 “월례비는 기본 매달 600만 원씩 지급하고 시간 외 추가 작업은 시간당 10만 원씩 더 지급해야 한다”며 “기사들이 작업을 천천히 하면 나머지 현장 노동자들이 일을 못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2. “노조 발전 기금을 내지 않으면 공사 못 한다.” 수도권의 한 공공공사 현장소장인 정모 씨(52)는 지난해 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관계자로부터 으름장을 들어야 했다. 해당 본부가 담당하는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발전 기금 명목으로 돈을 달라는 취지였다. 정 씨는 “조직 폭력배들이 관리하는 지역의 술집을 돌며 보호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것과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돈을 줄 때까지 지자체에 공사장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해서 협약서를 쓰고 500만 원을 줬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노조의 불법행위가 이어져 왔지만 현장에서는 노조의 보복과 반발을 의식해 신고조차 꺼려 왔다. 발주처나 시공사들이 당장 공사 지연과 비용 증가를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요구를 수락하고, 경찰이나 지자체도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면서 건설 현장에서는 ‘불법이 관행’이 되고 있다.● 채용·노조 전임비 등 강요… 불법이 관행으로 수도권 공공공사 현장소장을 2020년부터 맡고 있는 박모 씨(43)는 공사 초기 지반 공사를 마무리할 즈음부터 한노총으로부터 채용 압박을 받아 왔다. 박 씨는 한노총뿐만 아니라 수십 곳에 달하는 노조에서 명함을 주면서 비슷한 요구를 해오자 이를 모두 거절했다. 결국 노조의 업무방해로 계약상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 박 씨는 “노조가 고용노동부나 지자체에 현장 안전 관리가 허술하다는 등의 민원을 수없이 제기하며 공사를 방해해 발주처와 계약한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긴급 실태조사 결과 가장 많았던 피해 유형은 이 같은 채용 강요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나 한노총이 ‘소속 노조원을 채용해 달라’고 건설 현장에서 강요·협박하는 것. 수백만 원에 이르는 노조 전임비나 발전기금 요구도 당연시되고 있었다. 노조 전임비는 노사 협상 등을 전담하는 전임자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회사가 지급하는 비용. 건설현장에서는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전임자가 없는 등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노조가 전임비를 요구하며 돈을 받아냈다. ● ‘사진 찍고 드론 띄우고’ 집요해진 노조 건설사가 노조원 채용이나 전임비 요구 등을 거절하면 불법 시위나 업무 방해가 시작된다. 경기 과천에서 상업시설을 짓는 현장 소장은 “지난해 조합원 차량 40대를 동원해 현장 출입구를 막아버려 레미콘 타설이 막혔다”며 “현장 사무실 앞에 고음 스피커를 설치해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음악을 틀어 업무를 마비시켜 버렸다”고 했다. 업무방해 행위는 갈수록 집요해지고 있다. 경남 창원에서 건설사를 운영하는 이모 씨(58)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크레인 꼭대기에 올라가서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현장 사진을 찍는다. 최근에는 현장에 소형 드론을 띄우는 노조도 있었다”며 “현장 출입문을 벗어나기 직전 안전모를 벗는 모습까지 찍어 민원을 넣는다”고 했다. 태업도 빈번히 이뤄진다. 골조 건설현장에서 ‘갑(甲)’으로 통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특히 심하다. 전국 현장마다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작업 잘 부탁한다”며 월례비 형식으로 매월 500만∼600만 원을 지급한다.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한 임원은 “월례비를 안 주면 태업을 하기 때문에 하루 일하는 양이 평상시 50% 정도로 감소한다”며 “공사기간을 못 맞추면 지연 보상금을 내야 하고, 다른 공사가 진행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본다”고 했다. 이 같은 불법행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건설사나 현장 근로자들은 보복이 무서워 피해 신고조차 꺼린다. 이번 국토부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긴급 실태조사’에서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물어본 것도 ‘익명 보장이 가능하냐’였다고 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노조가 있는 대부분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현장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 신고조차 못 했다”며 “이번에도 절대 익명이 보장된다고 해서 겨우 피해 사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높였지만 막상 시중은행들은 여·수신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이전보다는 은행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된 데다, 금융당국도 대출자 부담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날 예·적금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 주에나 수신 금리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됐을 때만 해도 즉시 최대 1%에 이르는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이날도 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은 지난해 순이자 이익 등에서 여력이 있다”면서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 때문에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당국의 거듭된 압박으로 당분간 은행권의 예금, 대출금리는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크다. 다만 앞으로도 고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금리가 높아지지 않더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년 5개월 동안 3.0%포인트 오른 기준금리만큼 대출금리가 오른 것으로 가정했을 때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64조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 대출자의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200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도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8로 전주(64.1) 대비 0.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밑돌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금리가 올라 매수세 회복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 하락 압력과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높였지만 막상 시중은행들은 여·수신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이전보다는 은행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된 데다, 금융당국도 대출자 부담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날 예·적금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르면 다음주 중에나 수신 금리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됐을 때만 해도 즉시 최대 1%에 이르는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한 바 있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며 자금 조달 상황이 나아졌고 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령까지 내려져 있어 인상 여부와 폭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이날도 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은 지난해 순이자 이익 등에서 여력이 있다”면서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 때문에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당국의 거듭된 압박으로 인해 당분간 은행권의 예금, 대출 금리는 큰 폭의 변화가 없을 공산이 크다. 다만 앞으로도 고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금리가 높아지지 않더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년 5개월 동안 3.0%포인트 오른 기준금리만큼 대출금리가 오른 것으로 가정했을 때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64조 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 대출자의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은 약 200만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도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8로 전주(64.1) 대비 0.7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밑돌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금리가 올라 매수세 회복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 하락 압력과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부동산 시장 관망세는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1·3 부동산대책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매수 심리가 소폭 살아나고 있지만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큰 만큼 거래절벽인 상황이 회복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9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8로 전주(64.1) 대비 0.7포인트 오르며 2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있는 동북권이 63.2에서 65.2로, 은평·마포구 등 서북권이 지난주 58.5에서 이번주 60.2로 각각 올랐다. 반면 규제지역이 유지되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지난주 73.2에서 72.8로 소폭 낮아졌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매매수급지수는 2주 연속 올랐지만, 시장을 관망하려는 수요가 더 많은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금리가 올라 매수세 회복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집값 하락 압력과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1. 9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 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인근 상가. 집을 찾는 손님 3팀이 1층 공인중개업소를 연달아 찾았다. 지난해 말만 해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1·3부동산대책’ 시행 이후로 매수 문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5일 전용면적 59m²가 직전 최고가 대비 1억9000만 원 떨어진 5억1000만 원에 팔리자 ‘급매’를 찾는 전화도 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하루에 문의가 2, 3건씩 오고 있다”며 “다만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매수자도 여전히 금리를 부담스러워해 거래는 쉽게 안 된다”고 했다. #2.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이곳에도 급매를 찾는 전화가 잇따랐다. 이 단지 전용 77m² 매물 6건은 지난해 12월 18억∼19억 원대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인 26억3500만 원보다 7억∼8억 원 하락했지만 급매물이 소진되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다시 올리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호가를 4000만 원 내렸던 집주인이 최근 5000만 원을 올렸다”며 “급매물은 거의 소진됐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재건축, 세금, 대출, 분양 등 전방위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가격이 크게 내린 ‘급급매’가 일부 팔리는 것일 뿐 금리가 여전히 높고 경기침체 우려도 커 일시적 반등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이른바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는 최근 급매물을 찾는 문의가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하락 거래가 연이어 나왔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다시 매도 호가를 높이고 있다. 총 5678채 규모 잠실엘스 전용 84m²는 지난해까지 주로 19억 원대에 팔렸지만 현재 나와 있는 매물은 모두 20억 원이 넘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원하는 가격 차가 2억∼3억 원까지 벌어져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권에서 수요가 많은 마포구와 성동구도 비슷하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매수 문의가 규제 발표 전보다 2, 3배로 늘었다”며 “매수자들이 모두 급매를 찾는데 대출 이자 부담이 커서 계약까지 성사가 잘 안되는 편”이라고 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사는 “전용 85m² 매물 가격이 16억 원 선인데 가격이 11억 원까지 하락하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는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중저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반대로 매수세가 살아날 걸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는 모습도 보인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1764채 규모 남서울힐스테이트는 매물이 이달 3일 47건에서 이날 54건으로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갭투자를 한 집주인이 전셋값 하락을 감당하지 못해 매물로 내놓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로 심리가 일부 회복됐지만 매수세가 쉽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특히 그동안 아파트 매수세를 이끌었던 20, 30대 매수세가 사그라졌다.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 28만359건 중 20, 30대 매입 비중은 28.4%로 2021년(31%) 대비 2.6%포인트 감소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올 들어 적절한 매수 시점을 묻는 사람이 늘었지만 고금리가 문제”라며 “금리가 높은 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있어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반포3차·경남 통합재건축) 현장에서 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간 갈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에 공사비 증액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으면 일반분양 대금이 들어오는 통장의 사업비 인출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조합이 용역비 등 사업비를 통장에서 인출하려면 시공사 인감이 필요한데 이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 말 조합이 요구한대로 설계를 변경하고 커뮤니티 시설을 고급화하면서 추가로 투입된 공사비 1560억 원을 조합에 청구했다. 당초 조합은 공사비 증액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신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합장과 부조합장 간 갈등으로 지난해 9월 부조합장은 해임되고 조합장은 법원 결정에 따라 직무가 정지되면서 공사비 증액 협상도 중단됐다. 현재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 상황에선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처럼 공사 중단 사태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에 성실히 임해 달라는 것으로 우선 1월 중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해 달라고 했다”며 “공사는 우선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23개 동(지상 최고 34층), 2990채 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224채가 2021년 일반 분양됐다. 입주는 올해 8월 예정이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119안전센터가 너무 멀어 주민들이 꾸린 의용소방대가 소방관보다 5∼10분 먼저 도착해요.”(충남 보령시 의용소방대 관계자) 급격한 인구 감소로 ‘축소도시’로 분류되는 충남 보령시의 119안전센터는 총 5개다. 보령시 전체 면적(586.6km²)을 감안하면 센터 한 곳당 약 117.4km²를 담당한다. 외곽일수록 대처가 어렵다. 보령시 면적 92%에 인구 약 40%가 흩어져 살고 있다. 지역 소방 관계자는 “시골에서 불나면 20분 내 출동이 어렵다”며 “의용소방대가 먼저 도착해도 장비가 낡고 50대 이상인 경우가 태반이라 대응이 힘들다”고 했다. 전국 시군구 3곳 중 1곳 이상이 재난·사고(소방), 강력범죄(경찰), 중증 응급질환(응급의료) 등 위험 상황에서 골든타임 내 출동이 힘든 ‘골든타임 트라이앵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인구 감소로 소멸 위험에 직면한 지방 중소도시를 도시 기능을 압축해 거점 위주로 인구를 집중하는 ‘콤팩트 시티’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다. 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토연구원의 ‘인구감소·고령화 시대의 사회안전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 트라이앵글 조성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소방, 경찰, 응급의료 대응 수준을 분석한 결과 80개 지역(34.9%)이 ‘매우 미흡’ 판정을 받았다. ‘미흡’ 판정을 받은 지자체도 전체의 16.6%인 38곳이었다. 전체 시군구의 절반이 넘는 51.5%가 위험에 취약한 지역인 셈이다. 이는 화재, 교통사고, 강력범죄, 중증 응급환자 등 위험 발생 시 골든타임 내(소방 5분·경찰 5분·응급의료 15분) 출동 가능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을 분석한 결과다. 매우 미흡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미흡은 50% 이상이 이 사각지대에 거주한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 시군구의 40.2%인 92곳은 소방-경찰-응급의료 3개 분야 중 최소 1개 분야 이상에서 ‘중점 투자’가 시급하다고 분석됐다. 이는 위험 수준이 높은 반면 시설·인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구형수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위험 수준이 낮은 지역에 과잉 투자되거나 취약한 지역에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주거·직장·여가 등 도시 기능을 압축해 거점을 만들어 인구가 재배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콤팩트시티로 인구-시설 재배치, 의료-소방-경찰 사각 없애야” 〈3〉시군구 35%, 의료-소방-경찰 공백인구 급감 영주, 소방-경찰 과다 등지방 시군구 58곳이 ‘과잉 투자’ 판정 거점 중심 개발해야 도시에 활력 경북 영주시에서 23년째 사설 구급차를 운전하는 김봉수 씨(60)는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초조해진다. 시내 병원은 뇌출혈 등 중증 응급환자를 못 받아 결국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는 경북 안동시까지 가야 한다. 그는 “마을에 1, 2가구밖에 없을 땐 현장을 찾아가기도 힘들다”며 “안동까지 아무리 빨리 가도 25분이나 걸려 골든타임을 맞추기 힘들다”고 했다. 응급의료, 소방, 경찰이 골든타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골든타임 트라이앵글’ 분석에서 ‘중점 투자’가 시급한 지역은 전체 시군구의 40.2%인 92곳에 이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투자 축소’ 판정을 받은 지역도 이 중 20곳(21.7%)이나 된다는 점이다. 무작정 투자를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인구 감소에 따른 시설이나 인력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124개 시군구 가운데 46.8%(58곳)가 소방, 경찰, 응급의료 중 최소 1개 분야에서 투자 축소 판정을 받았다. 이는 화재, 교통사고, 강력범죄, 중증 응급환자 발생 건수 등 지역별 위험도와 위험 발생 시 골든타임 내 대처가 가능한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한 결과다. 이를 통해 각 지자체를 ‘중점 투자’, ‘현상 유지’, ‘추후 개선’, ‘투자 축소’로 분류했다. 투자 축소는 인구 급감 등으로 실제 위험도에 비해 시설과 인력이 과도해졌다는 의미다. 축소도시인 영주시가 ‘중점 투자’와 ‘투자 축소’ 판정을 받은 대표적인 지자체다. 영주시 인구는 지난해 12월 10만749명으로 2000년(13만1175명) 대비 23% 이상 급감했다. 응급의료 분야에서 중점 투자가 필요하지만 소방·경찰 부문은 투자 축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주소방서 전체 인력이 2013년 126명에서 지난해 말 212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이 기간 214명에서 234명으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영주시에서 소방, 경찰, 응급의료 분야에서 모두 골든타임 내 대응이 가능한 ‘골든타임 트라이앵글’에 사는 인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실제로 영주시 인구 4명 중 1명(2만5613명)이 몰려 사는 가흥1, 2동은 신도시가 들어선 지 10년 넘었지만 지구대·파출소와 119안전센터가 전무하다. 영주시의회 관계자는 “가흥동 주민 민원으로 구도심이나 읍면에서 이전을 준비 중인데 기존 지역 반발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영주시의 경우 응급의료 시설이 부족해서 문제라면 소방이나 경찰은 수요에 맞지 않게 배치돼 문제인 것이다. 이런 사례는 중소도시 곳곳에 많다. 축소도시인 경북 안동시 문경시, 충남 공주시, 전북 정읍시 등은 범죄 위험 대비 경찰 시설과 인력이 과도하게 배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 논산시와 전북 익산시, 강원 동해시 등은 응급의료 분야에서 시설과 인력이 과잉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방 중소도시 행정이나 인프라 비효율을 해결하고 공공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도시 기능 압축이 절실하다고 본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축소도시에서는 소방이나 경찰, 응급의료 말고도 학교나 도로 등 공공 분야 전반에 비효율이 커지고 있다”며 “예산이 한정된 특성상 지방 중소도시일수록 사람들이 모여서 생활할 수 있는 거점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직(직장)·주(주거)·낙(여가 및 문화) 기능을 교통 거점에 모으고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과 일자리 플랫폼을 만들면 도시에 활력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골든타임 트라이앵글위기나 재난 시 공공 인프라가 긴급 출동해 해당 지역 시민이 구조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소방과 경찰은 모두 5분 내, 응급의료는 15분 내 출동 가능한 지역을 일컫는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도야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토지 용도와 용적률, 건폐율 등의 규제를 없앤 ‘한국판 화이트 존(White Zone)’인 도시혁신구역이 도입된다. 민간 사업자가 기존 도시계획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아파트와 오피스, 쇼핑몰, 호텔 등이 어우러진 초고층 복합 단지로 개발할 수 있는 ‘도시계획 치외법권’ 구역이다.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등 대형 부지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용산 철도정비창 등 탄력국토교통부는 6일 주거·상업·공업 등 토지 용도와 밀도(용적률·건폐율)를 엄격하게 구분해온 기존 도시계획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도시계획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공간혁신 구역’을 도입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유지되어 왔던 기존 도시계획 체계는 토지의 용도별로 용적률과 건폐율이 정해져 있어 제조업 시대 위주의 낡은 잣대로 경직되게 운용됐다는 비판이 컸다. 최근의 첨단산업, 직주근접 등의 추세를 반영해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무분별한 개발을 막도록 공간혁신구역 개발 계획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하기로 했다. 도시혁신구역은 민간 사업자가 용적률과 건폐율, 토지용도 등에 제약받지 않고 창의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노후 항만 관광·상업·주거 등 초고층 복합단지로 개발해 글로벌 중심지로 거듭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1997년 이 일대를 화이트 존으로 지정해 민간 사업자에게 개발 권한을 부여했다. 한국도 2015년 ‘입지규제최소구역’이 도입됐지만 민간 사업자는 사실상 없었다. 전체 연면적 중 주거 비율이 40%로 묶여 있는 등 사업성이 낮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이번 도시혁신구역에는 전체 연면적에서 쇼핑몰이나 오피스(상업) 등 단일 용도 비율을 60%에서 70%로 올려 사업성을 높이기로 했다. 주거 비율도 기존 40%에서 ‘50%+α’로 올렸다. ‘α‘는 역세권 개발처럼 임대주택 등으로 공공이 개발 수익을 환수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등 대규모 부지가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이 일대 49만3000m²(약 15만 평)를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다 과감한 용적률을 부여해 사업자가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어 사업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 쇠퇴한 구도심 복합개발국토부는 쇠퇴한 구도심이나 영세 제조업체가 몰린 산업단지 등을 살리기 위한 ‘복합용도구역’도 도입한다. 공업지역에 아파트나 백화점 등이 들어서는 등 기존 용도지역에선 불가능했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전면 재개발을 안 해도 점진적으로 융합 개발할 수 있다. 항만 물류창고를 주거·업무시설·공원 등을 갖춘 지역으로 개발한 미국 보스턴 혁신지구가 대표 사례다.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주거·상업시설을 짓는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도 도입된다. 대학교, 체육센터, 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을 복합화·지하화하면 종합병원이나 국제회의장 등 기존 도시계획상으로 금지됐던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또 15분 내에 관공서와 병원, 기업 등에 접근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와 같은 ‘n분 생활권’도 ‘생활권 도시계획’으로 제도화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입체적인 도시계획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국토교통부가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청약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중도금대출과 실거주 의무, 전매제한 등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다시 청약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데다 집값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청약시장도 입지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 총 3만2083채가 분양될 예정이다. 자치구별로 동대문구가 9522채로 가장 많고, 송파구에서도 3943채가 나온다. 이어 △은평구(3259채) △서초구(2619채) △강동구(2592채) △강남구(1858채) 순으로 굵직한 물량이 예정돼 있다.○ 강남3구 알짜입지 청약 나와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6월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원페를라’가 공급된다. 총 1097채 가운데 497채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방배6구역은 서리풀공원, 국립현충원 등 단지 주변 환경이 우수하다. 서울 지하철 4·7호선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도 가깝다. 강남구에서는 청담삼익 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청담르엘’이 이르면 상반기(1∼6월) 일반분양에 나선다. 총 1261채 규모로 176채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고 지하철 청담역도 걸어서 7∼8분 거리다. 송파구에서는 문정동에서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이 올해 7월 입주자를 모집한다. 1265채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296채다. 위례신도시와 인접해 인근 상권을 이용할 수 있다.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는 올해 말 2678채 중 578채가 일반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단지들은 규제지역으로 남아 있지만 분양규제 완화로 전매제한이 3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주택법이 개정되면 실거주 의무가 폐지돼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고 분양가와 상관없이 중도금대출(5억 원 한도)도 가능하다. 분양가가 9억 원이 넘어도 특별공급 물량도 나온다. ○ 동대문·은평구 등 대단지 청약 비(非)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청약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다음 달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일반분양 710채)를 비롯해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일반분양 454채), 서대문구 영천동 ‘서대문영천반도유보라’(일반분양 108채) 등이 공급된다. 3월에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을 재개발한 ‘이문아이파크자이’가 입주자 모집을 준비 중이다. 총 4321채 중 일반분양 물량으로 1641채가 나온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1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라그란데’는 4월 입주자를 모집한다. 3069채 가운데 920채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은평구에서는 5월 대조1구역을 재개발한 ‘힐스테이트 메디알레’가 공급된다. 2451채 중 483채가 일반분양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 단지들은 이날부터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다. 전매제한 기간도 1년으로 줄어든다. 분양가와 상관없이 중도금대출이 가능하고, 특별공급 물량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등 수도권 일대 인기 지역과 사업지에 청약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중도금 집단대출 이자가 7%대를 기록하는 등 대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청약 수요자들은 자금 계획을 잘 세워 청약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전셋값 하락세가 올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여파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입주 물량이 평소보다 많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신축 아파트 단지에 실거주 의무가 해제되면서 신축 단지에서도 전세 물량이 대거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의 월세화’도 가속화되면서 올해 ‘월·전세 시대’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동아일보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에게 올해 전·월세 시장 전망을 자문한 결과 “전셋값 하락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1년 말 대비 5.23% 하락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올해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대부분은 상반기(1∼6월)와 하반기를 가리지 않고 전셋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부동산 시장은 매매와 전세를 가리지 않고 침체될 것”이라며 “이자 부담이 치솟은 탓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도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입주 물량이 예년보다 늘어난다는 점도 전셋값 하락의 요인으로 점쳐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총 554개 단지 35만2031채(임대 포함)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33만2560채)와 2021년(28만6447채)보다 각각 5.9%, 22.9% 증가한 수치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신축 단지의 실거주 의무(2∼5년) 규제를 폐지한 점도 전셋값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입주 시점에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이 가능해진 만큼 전세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세 수요는 감소하는데 물량은 증가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뿐이었다. 그마저 기준금리 인상세가 주춤해질 것을 전제로 하반기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올해 더 뚜렷해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전세대출의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어설 정도로 치솟으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감당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달 5일 기준)은 9만565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월세 거래량(22만5846건)의 42.4% 규모로 월세 거래 비중이 40%를 넘긴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면서 월세의 가격 상승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월세에 기초한 전·월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으로 ‘깡통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집)나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봤다. ‘빌라왕’ 사망 후 세입자 수백 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과 비슷한 사고가 잦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세입자 알 권리 강화, 악성 임대인 정보 공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기엔 한계가 있다”며 “세입자들은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국토교통부가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자 4일 아파트 본보기집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규제 완화 폭이 큰 데다 소급 적용되는 사항이 많아 청약 당첨자와 대기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최장 5년인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분양가 12억 원까지만 가능한 중도금 대출을 분양가와 관계없이 받을 수 있게 된다. 분양가가 9억 원이 넘어도 특별공급 물량이 나오고, 분양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줄어든다. 헷갈리기 쉬운 바뀐 분양 제도를 Q&A로 정리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84m² 당첨자다. 분양가가 12억 원이 넘는데 향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나. “가능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월 중도금 대출 보증이 가능한 분양가 상한 기준(12억 원)을 폐지하기로 했다. 둔촌주공과 같은 기존 분양 단지도 소급 적용된다.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기존 5억 원)도 사라진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단지에 당첨돼 중도금을 2회차까지 납부했다. 남은 중도금은 대출이 가능하나. “조합(시행사)과 대출 금융회사가 협의하면 된다. 분양가가 높아 HUG 보증을 받지 못하고 건설사 자체 신용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은 곳도 다시 HUG 보증을 받을 수 있다. HUG 보증을 받으면 대출 이자도 낮아질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2024년 8월 입주 때 전세를 놓을 수 있나. “법이 개정되면 가능하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인데 개정 전에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당첨자도 개정 법률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아 입주한 청약 당첨자도 법이 개정된 이후면 거주 의무 기간이 남아도 전세를 놓을 수 있다.” ―지방에 사는 1주택자다. 서울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나. “앞으로는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거주지 요건도 지난해 12월 폐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토부가 2월 중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면 청약 시스템 준비를 거쳐 올해 2∼3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분양가격 9억 원이 넘어도 특별공급 물량이 나올 수 있나. “분양가와 상관없이 특별공급이 나오게 된다. 국토부는 2월까지 관련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분양가가 높은 서울 강남권에도 특별공급 아파트가 나올 수 있다.” ―지난해 경기 과천시 공공택지에서 공급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전매제한 기간이 10년인데 이번에 줄어드나. “3년으로 줄어든다. 국토부는 3월부터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매제한 완화 방안을 이전 단지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바뀐 규제에서 수도권은 공공택지나 규제지역이 3년, 과밀억제권역이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을 적용받는다. 과천시는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지만 해당 단지가 공공택지에 지어졌기 때문에 3년으로 줄어든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여부를 확인하려면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참고하면 된다. 지방은 전매제한이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이 1년, 광역시(도시지역)는 6개월이 될 예정이다.” ―1주택자인데 청약에 당첨됐다.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이 올해 말까지인데 팔아야 하나. “이제 팔지 않아도 된다. 국토부는 2월 관련 규칙을 개정해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폐지하고 기존 청약 당첨자에게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부가 3일 부동산 규제 대폭 완화에 나선 것은 분양시장 침체가 건설 경기와 주택 공급 위축 등 부동산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를 분양받아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거주 의무가 없어져 입주 즉시 전세를 놓을 수 있는 등 자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전매제한 기간도 최장 10년에서 최장 3년으로 줄게 된다. 이날 당첨자 계약을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등 대단지 아파트 분양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고금리로 규제 완화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고금리 상황이 끝나면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분양가 12억 넘어도 중도금 대출 이날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3년 업무계획은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를 이끄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접어들었지만 집값 상승기에 도입된 각종 규제가 대출, 실거주 의무 등 전 분야에 걸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1월 기준 5만8027채로 국토부가 판단하는 위험 수준(6만2000채)에 근접했다. 미분양이 늘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의 우려도 커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3일 브리핑에서 “집값 급락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경착륙 방지 장치를 썼다”고 했다. 우선 정부는 2∼5년의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를 없애기로 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유지되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분양한 아파트도 입주 때 실제 거주하는 대신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주택법 개정 사항으로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법 개정 이전에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 단지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내년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구 래미안 원베일리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만 법 개정까지 야당 협조가 필요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 검토 후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부동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안을 무조건 반대하기 어렵다는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과 별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해제되면 5일부터 실거주 의무가 없어진다. 둔촌주공이 위치한 서울 강동구도 이번에 분상제 적용 지역에서 벗어난다.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당첨자가 많았는데 실거주 의무가 폐지돼 계약률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 분양가 12억 원이 넘는 청약 당첨자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게 된다. 국토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의해 중도금 대출 보증이 가능한 분양가 상한 기준(기존 12억 원)을 폐지하기로 했다. 중도금 대출 보증 인당 한도(기존 5억 원)도 사라진다. ○ 전매 제한 기간 줄고 유주택자도 ‘줍줍’ 가능 전매제한 기간도 수도권은 기존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지방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대폭 줄어든다. 수도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공공택지나 규제지역이 3년, 과밀억제권역이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을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과밀억제권역)의 전매제한 기간은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둔촌주공 입주 예정일은 2025년 1월로 입주 전에라도 분양권을 팔 수 있게 된다. 분양가 9억 원까지만 가능했던 특별공급도 앞으로는 분양가와 상관없이 나오게 된다. 국토부는 올해 2월까지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을 하는 단지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특공은 분양가 규제로 소형 평형 위주로 공급됐는데, 중대형 평형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합 보유 물량이나 계약 취소분 등 ‘줍줍’ 물량으로 불리는 무(無)순위 청약은 무주택 요건이 폐지돼 다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1주택자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도 폐지되면서 기존 주택을 팔지 않고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2월 규칙을 개정해 상반기(1∼6월) 시행할 계획이다. 기존에 청약에 당첨돼 처분 의무가 있는 당첨자도 소급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 규제 완화 등으로 청약시장 수요가 일부 살아날 수 있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를 돌파하는 등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의 청약 흥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2일 기준 5.27∼8.12%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알짜 무순위 청약이나 서울 주요 입지로 청약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중도금 집단대출 이자가 7%가 넘는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향후 집값 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만큼 투기는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성용 한국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나 1주택자들이 이제 슬슬 저점 매수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들이 매입에 뛰어들 경우 시장이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시장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