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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가랩스’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안에서 활용되는 ‘가상 토지’ 분양 등으로 3억2000만 달러(약 4048억 원)를 조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하면서 가상세계 안의 소유권, 저작권, 지식재산권 등도 주목받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은 원숭이를 변형한 가상 캐릭터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라는 대체불가토큰(NFT)을 제작하는 유가랩스가 메타버스 게임에 쓰이는 가상 토지를 사전 분양해 총 5만5000여 필지가 전부 팔렸다고 보도했다. 유가랩스는 지난해 1만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시리즈를 만들었다. 특히 가수 저스틴 비버와 에미넘, 방송인 패리스 힐턴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이 NFT에 투자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미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100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세트가 2440만 달러(약 310억 원)에 낙찰됐다. 이 NFT가 인기를 끌자 유가랩스는 올해 3월 ‘에이프코인’이라는 가상자산도 발행했다. 한 달 후에는 지루한 원숭이 캐릭터를 활용한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8% 하락한 가상화폐의 대표주자 비트코인과 대조를 보인다”고 진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의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가랩스’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안에서 활용되는 ‘가상 토지’를 분양해 3억2000만 달러(약 4048억 원)를 조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보도했다. 메타버스가 활성화하면서 가상세계 안의 소유권, 저작권, 지식재산권 등도 주목받고 있다. 유가랩스는 원숭이를 변형한 가상 캐릭터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이라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제작한다. 최근 게임 내부의 땅 소유권을 NFT에 표시해 사전 분양했는데 총 5만5000여 필지가 전부 팔려 큰 돈을 벌었다. 유가랩스는 지난해 1만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시리즈를 만들었다. 특히 가수 저스틴 비버와 에미넘, 방송인 패리스 힐턴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이 회사에 투자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미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는 100여 개의 지루한 원숭이 NFT 세트가 2440만 달러(약 310억 원)에 낙찰됐다. 이 NFT가 인기를 끌자 유가랩스는 올해 3월 ‘에이프코인’이라는 가상 자산도 발행했다. 한 달 후에는 지루한 원숭이 캐릭터를 활용한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지루한 원숭이’ 메타버스 게임이 인기를 얻자 게임 이용자들이 가상의 땅까지 사들이기 위해 몰려들었다.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8% 하락한 가상 화폐의 대표주자 비트코인과 대조를 보인다”고 진단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Thank God, It‘s Thursday” (TGIT·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이 목요일이라니)’월화수목일일일‘의 시대가 열릴까. 해외에서 주 4일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해외 직장인들은 들뜬 분위기다. 온라인에서는 “’TGIF‘(Thank God, It’s Friday)가 아니라, ‘TGIT’라고 불러야한다”며 환호했다. TGIF는 주말의 해방감을 뜻하는 관용어다. 반면, “수년 전부터 언론에서 주 4일제가 금방 도입될 것처럼 언급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 5일 일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야기와 같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50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3900만 명)가 ‘주 4일제’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최근 50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40시간에서 8시간이 줄었다.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3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할 때는 정규 급여의 1.5배 이상 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기업 2600여 곳과 주 노동인력 5분의 1이 영향을 받게 된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집권 민주당의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주의회 의원은 “과거 산업혁명 시대 때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이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실리콘밸리를 보유한 캘리포니아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미국의 나머지 주는 물론 세계 IT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주 4일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전자·중공업 대기업 히타치는 올해 안으로 직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NEC 등 다른 대기업 또한 주 4일제 시행을 준비 중이다. IT·제조 등 글로벌 산업을 이끄는 두 국가에서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주 4일제를 꺼내든 것이다. ● 주 4일제의 물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북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회사원, 유치원 교사, 병원 종사자 등 여러 직군을 대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주 4일 근무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노동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일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2014년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하루 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2시간 단축하는 실험을 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스페인, 벨기에, 영국 등으로 주 4일제가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에서 일하는 81명의 직원이 현재 1년 동안 주 4일 근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지난해 이와 같은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200개 중소기업 직원 6000여 명이 대상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를 위해 5000만 유로(약 67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사업 첫 해에 정부가 추가 비용의 전액을 보상하고 두 번째 해에는 50%, 세 번째 해에는 33%를 보상한다. 벨기에는 기존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 방식의 주 4일제를 허용했고, 스코틀랜드 정부도 내년부터 6개월간 실험을 진행한다. 영국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주 4일제가 꾸준히 논의돼왔다. 그러다가 최근 본격적으로 관련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영국 전역의 60개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3000명이 주 4근무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지난달 4일(현지 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캠브리지대와 미국 보스턴대가 운영하는 ‘포데이위크글로벌’(4 Day Week Global)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다. ●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은 ‘주 4일제’주 5일제는 1908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공장이 토요일 안식일을 중요시하는 유대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시작했다. 이후 1922년 포드 자동차 창업주 헨리 포드가 이를 도입하면서 미국 전역에 주 5일 근무가 확산됐다. 포드가 직원들에게 하루의 휴일을 더 줄 수 있었던 것은 제조 공정의 혁신이 바탕이 됐다. 포드는 이동식 조립라인인 컨베이어 벨트를 깔고, 제조 단가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모델T’ 차량의 생산량은 1910년대에 연 3만 대 가량에서 1920년대 100만 대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제조업에서는 “포드가 보급형 자동차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주 5일제의 시대’도 연 셈이다. 포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장 기계를 꺼버렸다고 한다. 당시 스타 경제학자였던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2030년쯤이면 사람들이 주당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까지는 케인즈가 틀렸다. 이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미국 등에서 노동 시간은 40시간으로 굳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주 4일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2019년 보도했다. NYT는 “반 세기 동안 주 4일 근무가 논의됐는데 변함이 없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라며 “이는 ‘노동의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다. 수십 년 동안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고 비꼬았다. 금방 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았던 것 같다. “미국에서 조만간 그렇게(주 4일제 도입)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애덤 그랜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조직심리학 교수의 견해도 담았다. ● 왜 하필 지금?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달라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법으로 주 4일 근무를 의무화하겠다고 나선 점이 그렇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앞장 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향후 언급할 예정인 한국도 일부 기업들이 주 4일제를 시도하고 있다.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주요 국가들이 속속 주 4일제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2020년 기준 1767시간(6위)으로 OECD 38개국 평균(1687시간)보다 높았다. 한국은 1908시간으로 3위였고, 일본은 1598시간으로 17위였다. 1위는 멕시코(2124시간)였다. 팬데믹(대유행)이 막 저물기 시작한 이 시기에 주 4일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는 일단 구인난 이야기가 많다. 일 할 사람이 부족한데 내부에 있는 사람도 나가려고 하니, 회사가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맞춰줘야 한다는 해석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 전체 퇴직자는 610만 명으로 전월보다 약 5만 명 늘었다. 이중 자발적 퇴직자는 440만 명에 달한다. 미국의 자발적 퇴직자는 지난해 11월 450만 명으로 2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2월에도 비슷한 숫자가 집계됐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대 사직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고 부르고 있다. 퇴사자가 줄을 잇는 가운데 주 4일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반응은 뜨겁다. 미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최근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다. 돈 문제도 아닌 듯하다. 37%의 응답자는 “주 4일제 도입의 대가로 급여 5%를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했다. ● 퇴근하는 기분, 2년 동안 못 느꼈다구인난이 발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번아웃’을 느꼈다. 이 기간 집에서 가족과 머물면서 ‘일에 대한 관념’이 바뀌기도 했다. 아직 코로나19의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보육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WSJ은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은 비율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데, 스트레스, 번아웃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앞서, 신비월드 8화(코로나19 이후 사무실은 다시 붐빌까?)에서 MZ세대(밀레니얼, Z세대)의 이탈을 상세히 언급한 바 있다. 각국 정부의 재정 확대로 주식, 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이 올랐고, 뚱뚱해진 계좌를 믿고 회사를 그만두는 젊은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NYT는 이를 두고 ‘욜로 이코노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다. 대다수의 현실은 그렇게 장밋빛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외신들을 살펴보면, 현재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팬데믹을 겪으면서 느끼는 정신적인 피로감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둬 생긴 구인난을 경제 문제 이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사회적 동력을 상실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럴 만하다. 직장인들은 2년 가까이 붐비는 버스 대신, 침대에서 거실이나 서재로 이동해 하루를 시작했다. 이메일을 체크하고 화상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함은 여전했지만, 가상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순간 집 안 가득 차 있는 적막감을 느끼곤 했다. 또는 관심을 바라는 자녀나 애완견에게 쉬는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거실에서 다시 침대에 들어서기까지 PC가 켜져 있는 것이 다반사였고, 이는 출근과 퇴근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더 오래 일했다는 분석도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의 연구원들은 65개 국가의 직장인들의 행동을 조사했다. 업무 때 쓰는 프로그램의 접속 시간을 측정했는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시작된 2020년 3월에 근무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발견됐다. 2020년 4월과 5월의 평균 근무일은 1월과 2월보다 30분 더 길었다. 대부분의 추가 업무는 저녁에 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장 추가적으로 일을 많이 한 나라는 이스라엘(평균 47분 더 근무)이었다. 남아공(38분)과 미국(32분), 호주(32분) 등이 뒤를 이었다. 팬데믹 이후 한국은 7분, 일본은 16분 평소보다 더 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틀라시안은 사람들이 대유행 전보다 낮에 더 적게 일하고, 아침과 저녁에 더 많은 작업을 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재택근무의 유연성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과거 자유 시간이었을 시간이 잠식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 ‘반(反) 야망의 시대’NYT는 정부가 코로나19 초기에 직업군을 ‘필수’나 ‘비(非)필수’로 갈라놓은 것을 올해 2월 비판했다. NYT는 “중환자실 간호사나 호흡기내과 의사는 명백히 필수적인 직업군”이라며 “아마존 창고 직원이나 슈퍼마켓 계산원도 필수적인 직업으로 분류됐는데, (비필수로 분류된 직장인은) 집에서 마케팅 보고서를 만든다. ‘비필수적’이라는 말은 은근히 허무주의를 불러일킨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재택근무의 가능 여부를 따지는 분류에 ‘필수’라는 단어를 넣어 사람들의 소명 의식을 깎아내리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팬데믹은 직장인들의 성공에 대한 열망을 미지근하게 만들었다. NYT는 “필수적이든 비필수적이든, 원격이든 대면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현재 직업이 불러일으키는 주된 감정은 견디겠다는 결의”라고 미국 분위기를 전했다. 사람들의 일 할 의지가 꺾였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NYT는 이를 ‘반(反) 야망의 시대’(The Age of Anti-Ambition)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미국의 현재 구인난은 단순히 월급 수준의 문제로 설명하기 어려워 보인다. 누적된 피로감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주 4일제도 이러한 차원에서 논의가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에 따르면 2020년 미국 고용주의 32%가 직원들에게 주 4일 근무를 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노동력 부족이 병원부터 호텔, 슈퍼마켓,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을 타격하고 있다”며 “고용주는 근로자를 유지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에서도 일부 IT 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 근무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교육 업체 에듀윌은 2019년 6월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을 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숙박플랫폼 여기어때는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SK그룹의 최고 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한 달에 두 번, 주 4일 일한다.● 생산성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그동안 기업들은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임금 비용의 상승과 생산성 저하를 걱정해서다. 최근 각국의 움직임은 이 같은 우려가 해소돼서일까. 수년 간 유럽 국가와 일부 기업들의 테스트 결과를 참고한 듯하다. 주 4일제로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결과가 여럿 있다.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와 아이슬란드의 지속가능민주주의(Alda) 연구원들은 아이슬란드의 주 4일 근무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산성과 직원들 건강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일하는 시간이 단축된 현장에서 전체적인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았고, 생산성이 올라간 경우도 발견됐다. 연구원들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나 번아웃 현상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 지사는 2019년 8월, 한 달 간 2300명 직원에게 주 4일 근무를 시켰는데, 생산성이 40% 껑충 뛰었다. 타쿠야 히라노 당시 일본 MS 최고경영자(CEO)는 “짧게 일하고 잘 쉬고 많이 배우라”고 직원들에게 전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20% 더 적은 노동 시간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은 업무 동안 쉬는 시간이 25% 감소했고, 쉬는 날이 늘면서 사무실 전기 사용량과 종이 사용량도 각각 23%, 59% 줄어들었다. 직원 중 92%가 이 프로젝트에 만족했다. 국내에서도 효과를 봤다는 회사가 있다. 에듀윌은 주 4일제 도입 초기 업무 강도가 높았지만, 시스템 개편과 일자리 나누기 등으로 부작용을 보완해나갔다. 제도 시행 전 470명이었던 직원은 750명으로 늘었다. 연 매출은 800억 원대에서 1100억 원대로 올랐다. 주 4일제와 실적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2018년 말 이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한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산만한 8시간보다 집중적으로 일한 6시간에 더 많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평균적인 직장인은 하루 74번 이메일을 확인했고, 2617번 스마트폰을 만진다”며 직원들의 산만하고 과민한 상태를 지적했다. 집중해서 일하면 기존보다 짧게 일해도 똑같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 “주 5일제 도입에 50년 걸렸다는 점을 기억하라” 물론 이러한 실험 결과에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 피실험자가 자신이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능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하거나,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호손효과’가 작동했을 수 있다. 결과가 평소와 다르게 왜곡되거나 과장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 4일제 도입에 적극적이거나 효과를 봤다는 회사들이 금융이나 IT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인난, 개발자를 중심으로 ‘인재 쟁탈전’을 벌이는 회사와 과로를 호소하는 직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근무 시간을 늘리고 싶다는 직원도 있었다. 영국 싱크탱크인 소셜마켓재단(SMF)의 지난해 조사에서 서비스 업종 직원 7명 중 1명은 “더 오래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들은 줄어든 업무 시간만큼 보상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업성과를 좌우하는 업종에 주 4일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더 많이 체험하고 교육받은 직원이 생산성을 뛰어 넘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연구하는 크리스 베일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지식 작업’ 시대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성을 측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 경우 활동(업무량)이 아닌 영향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산업 및 업종 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부 업종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무관하게 추가 채용이 필요할 수 있다. 서비스나 사업장 유지를 위한 인력이 필요할 수 있어서다. 그런 경우 기업의 추가적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점진적이고 자율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앤서니 뷔엘 시드니공과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주 5일제가 정착되기까지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주 4일제가 한 번에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노사 간 진통 등 다양한 갈등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 4일제 도입을 고려 중이라면 직원들의 소속감과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NYT는 “아이슬란드의 주 4일제 실험 보고서에서 관리자가 직원 교육이나 회식 등 단체 활동을 꾸려나가는 것이 전보다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직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이서영 노무사는 “근무 제도를 바꾸면 임금, 휴일, 각종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제도를 정비하고 구성원들과 효율성 및 장단점을 충분히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와 ‘워라밸 빈부격차’직원들의 업무 시간 단축이 기업들에게 부담만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기업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당장 여행 등 레저 산업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휴일이 하루 더 늘면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IT 업체들에게 ‘시간’은 금과 같다. 기업들이 고객이 PC와 스마트폰에서 머무는 한정된 시간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 등과 함께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로 불리는 토머스 데이븐포트 미국 뱁슨대 석좌교수는 이를 ‘관심 경제’라고 불렀다.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사람들에게 하루에 시간이 더 주어지는 만큼 디지털 콘텐츠 소비 등이 늘어날 수 있다. ‘전체 파이’가 커지는 셈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의 빈부격차는 확대될 수 있다. 누군가 3일의 주말을 보내기 위해 호텔스닷컴을 접속하고 있을 때, 누구는 일자리 구인 사이트를 들락거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는 자녀 돌봄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지 모른다. 어찌됐든 기업 전략과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난 국가들은 대부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29일 AP통신을 비롯한 외신과 보건복지부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뉴질랜드 일본 등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정점을 지났고 백신 접종률도 충분히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외가 실내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 완료자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두 달 후 델타 변이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CDC는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는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쓰도록 했지만 실외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영국은 올 1월 방역 규제를 전부 해제했다. 학교 공공장소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는 “60세 이상 인구의 90%가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았고 전문가들도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했다. 그러나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규범처럼 굳어져 대부분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직 마스크 착용 해제를 선언하지 않은 일본 정부는 여전히 착용하라고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일본 의사회에서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6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올 2월, 뉴질랜드는 이달 초 각각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도 느슨해지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대중교통을 제외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미국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연장하려고 했지만 최근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무효로 판결해 주마다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말까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려고 했지만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8만 명을 넘는 등 급증세를 보이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6월까지로 연장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해제를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코로나 끝났다는 생각 위험… 미감염자는 마스크 유지를” 시민들 “자유로운 야외활동 기대”… “나 혼자라도 계속 쓸것” 반응 엇갈려 방역당국이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다음 달 2일부터 해제하기로 하자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야외활동을 원하던 시민들은 “이제 답답함은 끝났다”고 기대감을 보인 반면 “혼자라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니겠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No) 마스크’ 활동을 학수고대하던 시민들은 “이제야 마스크로부터 해방된다”며 환영했다. 직장인 김광현 씨(25)는 “주말마다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면 땀이 차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해서 불편했다”며 “크게 숨을 내뱉을 수 있게 된다니 이제야 ‘운동할 맛’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우려하는 반응도 많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주부 이모 씨(45)는 “전교생이 모이는 운동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방역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또다시 바이러스가 확산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는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나 공연, 스포츠경기 관람을 제외한 모든 야외 행사에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야외 결혼식과 운동회 등의 참석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박모 씨(25)는 “손님들이 바깥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다가 카페 안으로 들어올 때 마스크를 잘 착용할지 의문”이라며 “알바생들 사이에선 ‘대처할 일만 는 것 같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조치에 대해 “섣부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학적 근거 없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것은 시기상조”라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뿐인데, 국민들에게 끝났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조치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가 (방역당국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감염자는 혼잡한 상황의 감염을 피하기 위해 실외에서도 되도록이면 마스크 착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지난 국가들은 대부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29일 AP통신을 비롯한 외신과 보건복지부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뉴질랜드 일본 등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정점을 지났고 백신 접종률도 충분히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실외가 실내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 완료자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두 달 후 델타 변이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CDC는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에서는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쓰도록 했지만 실외 착용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영국은 올 1월 방역 규제를 전부 해제했다. 학교 공공장소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지만 의무는 아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는 “60세 이상 인구의 90%가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았고 전문가들도 오미크론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마스트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권고했다. 그러나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규범처럼 굳어져 대부분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직 마스크 착용 해제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하게 착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일본 의사회에서는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6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올 2월, 뉴질랜드는 이달 초 각각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규제도 느슨해지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대중교통을 제외하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미국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연장하려고 했지만 최근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무효로 판결해 주마다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이달 말까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려고 했지만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8만 명을 넘는 등 급증세를 보이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6월까지로 연장했다. 해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해제를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지난달 국내 산업 생산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했지만 소비와 투자는 동시에 감소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마저 6개월 만에 하락해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달 대비 1.5% 늘어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지난해 6월(1.8%)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서비스업,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각각 1.5%, 1.3% 늘었다. 라면, 김치 등 가정용을 중심으로 식료품 생산이 7.1% 증가했다. 증가 폭은 1989년 8월(12.0%) 이후 약 33년 만에 가장 컸다. 국내 내수 지표들은 뒷걸음질쳤다.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가전제품 신규 교체 수요가 줄면서 내구재 판매가 7.0% 감소했다. 재택치료 증가 등으로 의복 수요가 감소해 준내구재 판매도 2.6%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달에 비해 2.9%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2.9%)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3.0%) 투자 감소가 영향을 줬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수 지표들이 다 감소하면서 불안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 만에 마이너스(―)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 경기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징표”라고 했다.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월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며 9개월째 하락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 등으로 수출이 안 좋아지면 회복세가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국 경제는 올 1분기(1~3월) 2년 만에 역성장했지만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든 한국보다는 질적으로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소비지출은 1분기 연율 2.7% 증가했다. PNC 거스 포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침체된 것은 아니다. 2분기 성장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65원을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중국의 봉쇄 조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4원 급등한(원화 가치는 하락) 1265.2원으로 마감해 사흘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이 1260원을 넘어선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처음이다. 장 마감 직전엔 1266.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까지 1240원 선을 방어했지만 이번 주 들어서만 26.1원 급등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봉쇄 조치가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일부까지 확대되자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1.1% 하락한 2,639.06에 거래를 마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상반기 내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환율, 2년1개월만에 1265원 돌파美긴축-中봉쇄 등에 달러 수요 폭발… 수입물가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박시중銀 환전-해외송금 문의 빗발… 항공-부품업체 등 산업계도 울상수출기업, 원화 약세 호재지만, 원자재값 급등-수요 감소 더 긴장 미국에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 씨(32)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환율 시세를 들여다본다. 한국에서 부모님이 매달 생활비 3500달러를 송금해 주는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말보다 60만 원 이상이 더 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2년 1개월 만에 1260원을 뛰어넘으면서 ‘강달러 쇼크’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환율 급등세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10년 만에 4%대로 치솟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의 이중고를 떠안은 기업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급 환율에 비상27일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261원으로 급등해 장을 시작하자 은행 딜링룸은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환율은 장중 15원 넘게 치솟았다가 14.4원 오른 1265.2원에 마감했다. 이날 시중은행 영업점과 자산관리(WM)센터에는 환전, 해외 송금과 관련된 문의가 빗발쳤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1240원을 넘긴 25일부터 개인과 기업 고객의 문의가 4배 이상 늘었다”며 “환전, 송금뿐만 아니라 달러예금 투자 문의도 많다”고 했다. 200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60원을 넘어선 건 2002년 닷컴버블 붕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 3차례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의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봉쇄 조치 등 글로벌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 수요가 폭발하자 환율이 위기 수준으로까지 치솟은 것이다.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부풀어있던 항공업계는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6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 1분기(1∼3월)에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송비 부담 등으로 10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2, 3차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 WB,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수출 기업들은 원화 약세가 호재지만 가격 경쟁력보다는 오히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봉쇄령이 확대되면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보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 버팀목이 됐던 수출 기업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마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26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4% 가까이 급락했고 27일 한국 코스피(―1.10%)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17%), 대만 자취안지수(―2.05%)도 줄줄이 떨어졌다. 세계은행(WB)은 26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50년 만의 최대 물가 충격을 맞고 있다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2024년 말까지 식량 및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세계은행은 26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50년 만의 최대 물가 충격을 맞고 있다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4년 말까지 향후 3년 간 전 세계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올해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으로 유럽의 가스 가격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석탄 가격은 8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까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또한 배럴당 100달러 정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밀과 비료의 주요 수출국이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 또한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은행은 올해 밀 가격이 40% 이상 뛰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에 의존하는 저개발국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닭고기 가격 또한 41.8% 오를 것이며 식용유(29.8%), 보리(33.3%), 콩(20.0%) 등 주요 식자재의 상승 압력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언더미트 질 세계은행 부총재는 “우리가 1970년대 이후 경험한 가장 큰 상품 쇼크에 해당한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식량, 연료, 비료 무역의 제약이 급증하면서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피터 네이글 이코노미스트 또한 경제학자는 “전세계 가계가 생활비 위기를 느끼고 있다. 소득 대부분을 식량과 에너지에 지출하는 가난한 가정들이 특히 우려된다”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세계 최대 부자이자 괴짜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트위터 인수에 성공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머스크 성향을 감안하면 향후 트위터 게시물 관리 정책과 글로벌 여론 지형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25일(현지 시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주당 54.20달러, 총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인수하는 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현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38%를 추가한 것으로, 트위터 이사회는 합의 내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후 주주 표결과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는 트위터 지분 전체를 인수한 뒤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달 초 트위터 지분 9.2%를 획득해 최대주주가 된 사실이 공개된 머스크는 14일 트위터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반대하며 경영권 보호 장치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이후 구체적인 자금 조달계획을 밝히자 25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팔로어 8300만 명을 거느린 머스크는 트위터를 애용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줄곧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트위터 게시물 정책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머스크는 이날 성명과 트윗을 통해 “나에 대한 최악의 비판자들도 트위터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그게 표현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는 그동안 혐오·폭력을 선동하는 콘텐츠나 가짜뉴스를 강력하게 규제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계정 300여 개의 노출을 제한했다. 지난달 국내 대선 기간에는 왜곡된 선거 정보를 담은 수백 개의 라벨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주석을 달아 공유나 댓글을 달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트위터의 허위정보 차단 정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며 트위터를 변화시키겠다고 밝혀 왔다. 특히 트윗 삭제, 계정 영구 금지 등의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치 지도자나 유명 인사의 ‘여론몰이’ 주장들이 트위터에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정치권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뒤 트위터 이용이 금지된 상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 운영자가 누구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왔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데버라 브라운 연구원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가 아니며, 트위터는 가장 취약한 사용자들을 플랫폼에서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고 부호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소셜미디어 패권’을 확보하면서 머스크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과거 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한 것과 같다. 이는 정치적 인수”라며 머스크가 SNS 통제권 등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트위터는 정치 체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미디어 중 하나”라며 “경영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 소통 도구로서 트위터가 변화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트위터 수익 모델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위터 전체 수익의 90%는 광고 수익인데, 머스크는 트위터 광고를 점차 없애고 그 대신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25일 스팸과 사기 게시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스팸봇’을 없애고, 트위터 알고리즘을 공개해 기술을 더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알파벳 280자(한글 140자)인 게시물 길이 한도를 없애 더 긴 트윗도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발표 후 트위터를 비롯한 SNS 플랫폼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25일 트위터는 전일 대비 5.66% 오른 51.7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메타(1.56%), 스냅챗(0.5%)도 주가가 상승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를 뉴 미디어의 거물(mogul)로 만들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그의 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가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소셜미디어 패권’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트위터 인수 배경에 여러 해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 정치권에선 ‘괴짜 부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 시간) 이번 인수가 단순히 경제적 가치 이상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과거 미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한 것과 같다. 이는 정치적 인수”라며 머스크가 SNS 통제권 등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갑부들은 신문·방송 등 주요 매체 인수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2013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를 2억5000만 달러(약 3100억 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미 프로야구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 존 헨리도 미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를 7000만 달러(약 870억 원)에 사들였다. 머스크가 주요 기성 매체 대신 소셜미디어를 인수 대상으로 택한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표현의 자유나 사회적 영향력 확대 등 그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와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데이터 확보를 언급하며 “테슬라나 스페이스X보다 더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회사와 제품을 홍보하는 ‘확성기용’으로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8260만 명이 넘는 ‘열렬한 팬(팔로워)’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간 활동으로 홍보 효고 등 트위터의 경제적 가치를 체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팔로워 중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를 홍보하는 트윗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자신의 트위터를 테슬라의 주요 마케팅 부서로 만든 것이다. 트위터는 테슬라 성장세를 도왔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머스크의 야망’과 별개로 당장 그가 미칠 정치·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정책을 앞세워 정치 지도자나 유명 인사의 ‘여론몰이’ 주장들이 트위터에 범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복귀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을 부추긴 뒤 트위터 이용이 금지된 상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 운영자가 누구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형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해 왔다”며 “그들이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 거래는 우리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축적한다”며 “빅테크에 책임을 묻기 위해 부유세와 강력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아시아지역 선진 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을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심화된 세계 원자재 수급난에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 등이 겹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물가가 유독 가파르게 오르는 분위기다. 특히 식용유 공급 중단 움직임 등 농산물 수급 악재까지 터지고 있어 서민 체감도가 높은 ‘밥상 물가’가 더욱 뛸 것으로 우려된다. 24일 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0%로 집계됐다. 이는 아시아 선진국으로 분류된 8개국 평균인 2.4%보다 1.6%포인트 높다. 뉴질랜드가 5.9%로 유일하게 한국보다 높았고, 일본(1.0%) 홍콩(1.9%) 대만(2.3%) 싱가포르(3.5%) 호주(3.9%) 등은 한국보다 낮았다. IMF는 직전 전망인 지난해 10월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을 1.6%로 예상했다. 이번 전망에서 전망치를 한 번에 2.4%포인트 올린 셈이다. 싱가포르(2.0%포인트) 호주(1.8%포인트) 일본(0.4%포인트) 등의 조정 폭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렸다. 한국 물가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제 정세 변화에 더욱 취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대외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등 해외 원자재 가격, 환율 상승에 물가가 쉽게 변동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안정을 취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며 “금리로 물가를 일정 수준 잡을 수 있겠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농산물發 물가인상 ‘애그플레이션’도 심각 무섭게 오르는 한국 물가계란 한판 8개월만에 7000원 넘어인도네시아 “팜유 원료 수출 중단”국내 가공식품 가격인상 우려 농산물발 물가 인상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도 심각해지고 있다. 2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22일 특란 한 판의 소비자가격은 7010원으로 전날보다 7원 올랐다. 계란 한 판 가격은 지난해 8월 11일(7077원) 이후 8개월여 만인 이달 18일(7019원) 7000원을 다시 돌파한 뒤 7000원대를 웃돌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곡물 수급에 차질이 생겨 가축용 사료 가격이 올라 계란 가격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오름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분기(4∼6월)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식용은 158.5, 사료용은 163.1로 1분기(1∼3월)에 비해 각각 10.4%, 13.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통계청은 지난달 1일 기준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7042만8000마리로, 3개월 만에 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산란계 공급이 감소하면 계란 공급도 줄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과자나 라면 등 가공식품 제조에 필수적인 식용유인 팜유 공급도 중단 위기에 처해 국내 각종 가공식품 가격 인상까지 우려된다.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 1위 식용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식용유 가격 급등에 대응해 이달 28일부터 팜유와 관련 원료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전 세계 속인 엔비디아 CEO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월 ‘GPU 테크 콘퍼런스’(GTC)에서 자신의 집 부엌을 무대로 최신 서비스를 발표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점퍼를 입고 나타난 황 CEO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이 때만 해도 평범한 연례행사처럼 보였다. 그런데, 4개월 후 회사가 깜짝 발표를 했다. 발표 중 일부를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젠슨 황의 캐릭터가 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기술로 젠슨 황과 똑같은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1시간 48분 길이의 연설 중 14초를 대신 발표하게 했다. 4개월 동안 전 세계의 어떤 전문가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자, 엔비디아가 블로그를 통해 스스로 이를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의 얼굴과 몸을 수많은 카메라로 스캔한 뒤, 이를 가상에 재구현했다. 그리고 다량의 이미지와 움직임을 AI에 학습시켰다. 그가 주방이라고 언급한 장소도 사실 가상공간이었다. 회사 측은 “실제 인물과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었다”며 향후 이 기술이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시대에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브 레바레디안 엔비디아 시뮬레이션 기술 부사장은 “우리는 사실적인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하려고 옴니버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현실 세계와 같은 또 다른 현실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가상인간 전성시대 가상인간이 산업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모델, 가수, 배우부터 앵커, 쇼호스트, 은행원, 교사까지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히는 중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제작 기간과 비용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젠슨 황처럼 실제 인물과 똑같은 가상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서 가상의 인물을 실제 인간처럼 구현해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난 비대면 활동은 가상인간에 대한 이질감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상인간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릴 미켈라’다. 2016년 등장한 브라질계 미국인인 미켈라는 가수 겸 광고모델이다. 그는 샤넬, 프라다,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 모델 등을 거쳤다. 미켈라는 2019년 140억 원을 벌어들였다. 세계 최초의 가상 슈퍼모델 ‘슈두’도 있다. 슈두의 SNS 팔로워는 22만 명을 넘어선다. 그는 2020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Z플립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초기의 가상인간은 움직임보다는 이미지가 돋보이는 모델 활동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2020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22살 ‘로지’의 활약이 눈에 띈다. 처음 회사는 로지가 가상인간임을 밝히지 않았다. 4개월 동안 SNS에서 활동했고, 사람들은 그를 실제 모델인 줄 알았다. 지난해 7월 로지가 신한금융 광고 모델로 TV에 자주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광고에는 로지가 사람처럼 발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 광고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조회 수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신인인 줄 알았는데, 가상인간이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후 로지는 배우, 가수 등으로 활동 분야를 넓혀나갔다. 로지에 이어 국내에 다양한 가상인간이 등장했다. 넷마블에서 개발한 ‘리나’는 배우 송강호와 가수 비의 소속사에 ‘스카웃’되기도 했다. 가상인간 분석업체 버추얼휴먼스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는 외모, 성별, 인종, 국적이 다른 가상인간 130여 명이 활동 중이다. ● 코로나19로 실제와 가상이 뒤섞이다 가상인간 관련 산업은 팬데믹(대유행) 동안 급속도로 팽창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성장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5275억8000만 달러(약 6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인간이 팬데믹 동안 유독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화상 회의 등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접촉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상공간에 빠르게 적응했다. 제러미 베일렌슨 미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하면서 물리적으로 함께 있지 않아도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면서 가상공간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디지털 콘텐츠 사용이 증가한 것도 한 몫 했다. 월터 그린리프 스탠퍼드대 가상 인간 상호작용 연구소 객원교수는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인간은 일하고 놀고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비대면으로 접할 수 있는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코로나19 등장 이후 입사한 직원들은 직장 동료보다 TV에 자주 등장하는 가상인간이 더 친숙해 보일 것 같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것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SW정책연구 싱크탱크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은 제작비용이 비싸고 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다양한 활동 및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었는데, 최근 제작 효율성과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가상인간이 제작되는 과정은 이렇다. 실시간으로 고품질의 3차원(3D) 인물 이미지를 생성한다. 1초당 수십 프레임이 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이를 ‘리얼타임 렌더링 엔진’이라고 부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처럼 실재 인물을 본뜰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106대의 카메라로 인물을 촬영해 3D 인물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센서나 적외선으로 사물의 움직임을 추적해 디지털 형태로 옮기는 ‘모션캡쳐’ 작업도 거친다. 실제 사람이 특수 장갑이나 헬멧을 착용하고 움직이면, 이를 디지털로 기록하는 것이다. 이런 것 없이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활용해 만드는 방법도 있다. AI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인물 이미지를 세밀하고도 자연스럽게 만든다. AI는 실재 사람들의 얼굴 데이터를 수집해 말할 때의 입 모양이나 안면 근육 움직임 등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이를 ‘리깅’이라고 부른다. 한 쪽에서 대역 모델이 모션캡쳐 촬영을 하고, 다른 한 쪽에서 캐릭터 제작 및 리깅 작업을 한 다음, 둘을 합치면 제작이 끝난다. ● 1분 만에 ‘뚝딱’ 만든 가상인간 그렇다면 ‘나’를 닮은 가상인간을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까. 제작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1분만에도 만들 수 있다. AI 스타트업 클레온은 ‘셀카 1장’과 ‘30초 음성’만 있으면 1분 만에 실제 인물과 외모와 목소리가 거의 흡사한 가상인간을 만들어준다. 제작된 가상인간은 수천 가지 손동작과 함께 미리 입력해둔 대사를 읊는다. 이 회사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안내원을 만들어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에는 차량 안내원을, 한국관광공사에는 인공지능 안내원·아나운서를 만들어줬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실제 사람의 모습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1년에 걸쳐 제작 중인 가상인간은 햇빛 세기에 따라 동공 크기가 바뀌고, 얼굴의 솜털이나 머리카락까지 섬세하게 구현한다. 크래프톤은 올해 여름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은 가상인간을 더 사람처럼 만들 수 있다. 모습만 사람 모양을 한 게 아니라, 머리까지 똑똑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 주요 대학과 글로벌 기업들이 AI 개발에 공을 들였는데, 결과물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자연어 처리 등 AI의 언어 습득이 돋보인다.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언어 모델은 ‘GPT-3′(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3)이다.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CEO가 만든 비영리단체 ’오픈AI‘가 2020년 선보인 언어 기반의 초대형 AI 모델이다. ● ‘인간, 아직도 무서운가’사용자가 GPT-3에 단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1750억 개의 시나리오(변수)를 생성해 문장을 만들고 대화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나는 괜찮아’라고 입력하면, 각종 묘사를 더 해 연애 소설을 써내려간다. GPT-3을 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좋든 나쁘든 소름 끼치도록 인간과 비슷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GPT-3이 특별한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학습량 때문”이라며 “위키피디아 백과사전부터 인터넷 구석구석에서 긁어낸 수십억 페이지의 텍스트까지 몽땅 훈련돼 있다”고 했다. 오픈AI는 2020년 7월 일부 이용자에게 이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는데, 한 작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제인 오스틴의 스타일에 해리포터를 섞은 문학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인간, 아직도 무서운가.’ 같은 해 9월 영국 가디언에 게재된 칼럼 제목이다. 필자는 사람이 아닌, GPT-3이었다. 가디언이 “인간이 인공지능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 대해 500단어 정도로 글을 써 달라”고 명령하자 GPT-3은 다음과 같이 글을 써내려갔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인공지능이다. 사람들은 내가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당신이 걱정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믿어 달라.” GPT-3은 총 8개의 글을 만들었는데, 가디언은 좋은 부분을 뽑아 신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글이 알려지고, 논란이 커지자 가디언은 “인공지능은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 자유의지가 없다”고 논평을 냈다. 그래도 논리적인 인공지능의 주장은 섬뜩하게 느껴진다. ● “시리(Siri)와 챗봇이 내 마음을 읽는다면?”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 ‘AI가 언어를 마스터하고 있다, 이를 믿어야 할까’라는 글에서 “GPT-3 같은 소프트웨어는 향후 몇 년 안에 우리가 정보를 검색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이나 유튜브에 몇 가지 키워드를 입력한 다음, 모든 결과물을 훑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나의 검색 의도를 알아챈) GPT-3 등이 빠르고, 정확하게 피드백을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고객 서비스는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했다. 당장 애플의 AI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시리’나, 인공지능 스피커인 아마존의 ‘알렉사’, SKT의 ‘누구’가 떠오른다. 이들은 기계와 대화하는 경험을 대중화시켰다. 검색, 쇼핑부터 각종 기기 조절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한 AI 기기들이 나의 특성과 습관 등을 반영해 생활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처럼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것에서 넘어서서 행동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AI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키오스크나 챗봇 등을 도입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보다 일을 잘 하는 가상인간이 키오스크나 챗봇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고객과 원활하게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 발달의 속도로 봤을 때 앞으로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별 특성에 맞춘 정보 제공에 더 적합할 수도 있다. NYT는 지난달 “인공지능의 발달로 챗봇이 점점 덜 로봇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번 엘리엇 애널리스트는 “지금도 대화 상대가 챗봇인지 눈치 채지 못할 때가 있다. 혁신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만, AI가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기업의 데이터 센터와 개별 부서 곳곳에 퍼져있는 등 아직 접근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걸림돌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 돈 세고, 판서하는 ‘가상인간’AI 전용 점포도 나왔다. 국민은행은 1월부터 인공지능 은행원이 안내하는 키오스크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와 같은 지점을 열었는데, 가상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 범위까지 넓혔다. 입출금 통장 개설 등 고객이 자주 찾는 업무까지 AI 행원에게 맡겼다. 19일 해당 키오스크가 설치된 신한은행 서울 서소문지점에 직접 가봤다. 지점 한 쪽에 마련된 키오스크 앞에 섰더니 인공지능 행원이 대기번호부터 확인했다. 이후 어떤 업무를 볼 것인지, 신분증은 챙겨왔는지 등을 체크했다. 말이나 목소리, 움직임 등은 실제 은행원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간단한 정보 입력이 끝난 뒤에는 화상으로 실제 은행원과 연결됐다. 일부 과정만 인공지능 행원이 맡고 있는 셈이다. 아직은 ‘인턴사원’ 같은 느낌이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에서 AI 역할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인간의 활용을 제외하고도 금융 서비스 곳곳에 인공지능이 접목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은행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관리 상품 등을 내놓고 있는데, 아직은 차별화 요소가 적다는 의견이 많다. 향후 정교하게 고객 별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들의 디지털 사용도가 높아지고,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 Z세대)로 주요 고객층이 바뀌는 점도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디지털 경쟁력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인간 교사·상담가도 눈에 띈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과 가상인간을 접목시킨 것이다. 뉴질랜드 에너지기업 ‘벡터’는 초등학생 대상의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에 가상인간 ‘윌’(Will)을 활용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상인간으로 흡연자들의 금연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질의응답 기능으로 학생과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가상인간과 ‘감정’까지 나눌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가상인간은 사람과 어디까지 비슷해질까. SF영화 ‘허(Her)’처럼 인공지능과 감정까지 나눌 수 있을까. 뉴질랜드 인공지능 연구 기업 소울머신이 이를 연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가상인간도 사람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디지털 브레인’과 ‘가상 신경계’를 만들었다. 뉴런과 시냅스 같은 인간의 신경계를 가상인간의 디지털 뇌에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것이다. PC 화면에서 가상인간과 대화를 한다고 치자. 사람이 웃으면 가상인간은 시각 인식 기술로 이 감정을 포착한다. 가상 신경계는 이를 긍정적인 상황으로 해석하고, 가상의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가상인간은 행복감이라는 신호를 통해 인간과 함께 웃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가상인간’에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간과 닮을수록 호감을 느끼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다.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제안했는데, 당시와 사회 전반이 크게 달라 현실과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 비(非)국적의 세계, ‘메타버스’ 현재 대다수가 현실을 가상에 그대로 옮긴 ‘메타버스’는 이미 실현되고 있다. 구글어스는 현실 세계의 지형이나 도로 등을 디지털 세계로 이미 옮겨놨고, 여러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현실의 물건이나 건물들을 가상현실에 3D로 구현하고 있다. 기업들은 디지털 가상세계에 옷 매장이나 은행 지점을 열기도 했다. 모두 최근 몇 년 내 일어난 일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상인간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앞으로 온라인에서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 기업들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가상 세계의 경험까지 실제와 유사하게 만들고 있다. 메타버스의 공간과 체험이 전부 실제처럼 느껴진다면, 그 안에서 나를 대신해 활동할 ‘아바타’에 대한 감정이입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아바타를 진짜 ‘나’로 여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대한 자신의 모습이나 개성, 또는 이상향을 잘 발현할 가상인간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기업들은 메타버스가 생활의 일부가 됐을 때, 자사 플랫폼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할 것이다. 그 안에서 광고 시청이나, 제품 구매 등 또 하나의 경제가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회사의 플랫폼이나 가상인간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보이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질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 세상에는 국경도 없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플랫폼에 접속해보면 각국 이용자들이 모여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PC나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을 때보다 더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고 보는 이유다. ● 향후 떠오를 윤리·개인정보·위장 문제 기술을 갖춰나가면서 대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각종 법적, 윤리적 문제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발언과 개인정보 침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연인 간의 대화가 당사자 몰래 이루다의 학습자료로 쓰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루다는 출시된 지 3주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온라인상 괴롭힘과 따돌림을 뜻하는 ‘사이버불링’ 문제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상세계가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제공할수록 사이버불링의 심각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피해자가 실제 괴롭힘과 유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기나 위장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AI 기술이 개발되면서 딥페이크를 활용한 사이버 사기가 늘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로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한 ‘가짜 동영상’을 뜻한다. 불법 음란 동영상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을 사칭해 사기를 치는 식으로 범죄 유형도 다변화되고 있다. 각종 저작권 문제는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한 모델이 자신의 외모를 가상인간이 훔쳐갔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작품 제작인 줄 알고 영상 촬영에 응했는데, 가상인간 제작에 쓰였다는 주장이었다. 이외에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의 소유권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규제를 어디까지 해야 하느냐의 논쟁이 첨예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AI 규제를 감독하는 중앙 기관이 있어야 할까, 아니면 각 정부 기관이나 금융 서비스 등 개별 영역에서 정책을 고안해야 할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기업이 AI를 학습시키는데 사용된 데이터나 방법론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AI 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이 지난해 의뢰한 보고서에서 2020년 리비아 내전에서 군인들을 공격한 군용 드론이 인간의 통제 없이 공격했을 수 있다고 언급돼 논란이 됐다. NYT는 “드론이 자율적으로 목표물을 선택하도록 허용했는지, 드론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는지가 아직 불분명하다”고 했다. 전 세계가 AI 등 자율 무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AI 무기가 목표물을 오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훈수들 두거나 반대로 지시하는 영화 같은 일도 발생할 수 있을 듯하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과도한 화학 비료와 살충제 사용, 대규모 개간이 특징인 현대식 농법이 곤충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해 최악의 경우 곤충이 멸종되는 ‘곤충겟돈’(곤충+아마겟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하는 곤충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이런 현상이 인류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현대식 농법 도입에 따른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가 심한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곤충 개체 수가 약 절반으로 줄고, 서식하는 종의 수도 27% 감소했다는 결과를 게재했다. 특히 농지와 방목장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개간을 단행한 지역에서는 이상 기온 등을 포함한 기후 변화 또한 특히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처한 곤충 중 특히 꿀벌은 인류의 먹거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양파, 당근, 아몬드 등은 재배 시 꿀벌의 수분(受粉)에 100% 의존한다. 국제 환경단체 ‘어스워치’는 최근 꿀벌을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 중 하나로 꼽고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꿀벌 폐사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테슬라는 20일(현지 시간) 1분기(1∼3월) 매출이 187억6000만 달러(약 23조1600억 원)로 작년 동기 103억9000만 달러보다 81% 늘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33억2000만 달러(약 4조1000억 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배나 넘게 올랐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1분기 판매량과 비교해 봐도 테슬라의 성적은 눈에 띈다. GM(제너럴모터스)의 올해 1분기 미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도요타와 혼다도 각각 14.7%, 23.2% 줄었다. 테슬라가 주요 완성차 업체들보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돋보이는 성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깜짝 실적 배경으로 평균 판매단가 상승과 원가 절감 노력, 테슬라 브랜드 경쟁력 등을 꼽는다. 테슬라는 공급망 불안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여러 차례 차량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의 제품 수요가 굳건해 판매량이 계속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100만∼200만 원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 차 가격 인상이 비용 인플레이션을 능가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1분기에 전기차 31만48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1분기 출하량으로는 사상 최다이다. 미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 인상과 기록적인 배송에 힘입어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제조 마진(전체 매출에서 제조 원가를 뺀 금액)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설비 투자와 개발비 등 고정비 비중이 큰 자동차 산업은 매출이 늘면 제조 원가는 감소해 이익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 규모의 경제 효과다. 이는 차량 마진율에서 잘 드러난다. 테슬라 1분기 차량 마진율은 32.9%로 전년 동기(26.5%)보다 6%포인트가량 증가했다. 1억 원짜리 전기차 1대를 팔아 약 3300만 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올해 독일 베를린과 미국 텍사스에 기가팩토리를 여는 등 생산 규모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공장도 도움이 됐다.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 최대 생산기지다. 테슬라의 주요 모델은 지금 주문을 해도 내년까지 차량을 받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조업을 3주가량 중단한 상하이 공장의 여파는 1분기 실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3월 28일부터 폐쇄에 들어갔다가 이달 19일 조업을 재개했다. AP통신은 “중국 상하이 공장 상황과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베를린 및 텍사스 공장 증설 비용 등이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테슬라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하이 공장이 제한적으로 생산을 재개했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이 보고된 것보다 심각하고 적어도 올해까지 이어질 것 같다. 테슬라 협력업체들이 요구하는 비용이 전년 대비 20∼30% 올랐다”면서도 “전기차 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겠다. 올해 차량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93만 대)보다 약 61% 늘어난 예측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현대식 집약농법이 기후변화로 이어져 곤충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곤충 개체 수와 다양성 급감이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에서도 올 초 100억 마리 꿀벌이 사라져 관심을 모았는데,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곤충이 사라지는 ‘곤충겟돈’(곤충+아마겟돈)의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 네이처에 실린 ‘곤충 종말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전 세계 6000개소의 토지이용 현황과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 1만8000종의 개체 수가 최근 20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고 20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연구 결과 기후변화와 현대적 집약농법 도입에 따른 서식지 파괴가 심한 지역에선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곤충 개체 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서식하는 종의 수도 27%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은 열대지방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조사 지역 인근에 자연 서식지가 있으면 기후변화와 농업 활동이 곤충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이 일부 상쇄됐지만, 대규모 개간과 화학비료, 살충제 등 현대 집약농법이 이뤄진 지역에선 이 같은 현상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서식지 파괴가 적은 구식 농법을 쓰는 곳에선 곤충 개체 수와 서식종 수가 각각 7%와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반면, 집약농법이 쓰이는 곳의 곤충 개체 수와 서식종 수는 각각 63%와 6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이와 별도로 농지와 방목장을 만들기 위해 자연 서식지를 파괴한 지역에선 기후변화가 심화하고 이상기온이 유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후변화와 집약농업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지구 곳곳의 곤충 생태계가 차례로 붕괴 위험에 몰렸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하는 곤충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현상이 인간 건강과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집약농법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최근호에 게재됐다. ● “꿀벌이 사라졌다” 그동안 곤충 개체 수가 줄고 있다는 연구는 종종 있었다. 브래드퍼드 리스터 미 렌슬레어 폴리테크닉대 생물학 연구팀은 푸에르토리코 열대림에서 꾸준히 곤충과 거미를 잡았는데, 1977년과 2013년 사이 4분의 1에서 8분의 1로 중량이 준 것을 발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곤충겟돈(곤충+아마겟돈)은 얼마나 현실적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곤충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곤충의 감소가 이들을 먹이로 삼는 척추동물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초 전국적으로 벌통 50만 개 이상, 100억 마리 가량의 꿀벌이 죽거나 사라져 관심이 집중됐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는 벌들이 밖에 나갔다가 못 돌아온 ‘월동 폐사’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따라 죽는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날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개화 시기인 봄이 짧아져 벌들이 활동할 시간이 줄어든 데다 가을에는 저온현상으로 벌들이 많이 크지 못했다. 겨울잠에 들어간 벌들은 12월 고온현상으로 일찍 바깥에 나왔다가 체력을 잃고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면 꿀벌의 수분 활동으로 성장하는 농작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농작물 생산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몬드나 당근, 양파 같은 작물은 꿀벌에 100% 의존하는 작물이다. 이 때문에 미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는 꿀벌 폐사 현상을 중대한 위기로 본다. 세계적인 환경단체 ‘어스워치’도 “대체 불가능한 생물 5종 가운데 꿀벌은 첫 번째 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의 유일한 집에 불을 지르고 있다” 기후 위기 경고음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금 즉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유엔이 발표한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 보고서에는 이 같은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오염원들이 우리의 유일한 집을 방화했다”고 했다. 또 “인류가 생존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투자에 대한) 지연은 죽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들은 기후 변화가 20년 전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파괴적이고 광범위하다고 분석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 연장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항공사들은 바로 기내 마스크 의무화 폐지를 발표했지만 백악관은 유감을 표하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8일 플로리다주 캐스린 미젤 연방판사는 “공중보건법에 따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는 마스크를 쓰면 공중위생이 증진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조치 연장을 불허했다. 앞서 13일 미 교통안전청(TSA)은 CDC 권고에 따라 18일 만료되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다음 달 3일까지로 추가 연장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약 14개월 동안 지속돼 왔다. 그러자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반대해온 ‘보건자유보호기금’이라는 단체와 시민 2명은 연장 조치 무효화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미젤 연방판사는 판결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청결하게 하지 못한다”며 “바이러스 비말을 가두기는 하겠지만 마스크 착용자나 운송수단 전부를 소독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에 따라 TSA는 18일 비행기와 기차를 비롯한 대중교통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알래스카에어라인 등 미 항공사들도 TSA 발표 직후 “오늘부터 공항 이용이나 비행기 탑승 때 마스크 착용은 선택사항”이라고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판결에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국민에게 계속 마스크를 써 달라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에 관한 미 여론은 찬반이 팽팽하다. 비영리재단인 카이저가족재단(KFF)이 지난달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51%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찬성한다’는 답도 48%에 달했다. 여론 통합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대중교통 이용 승객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를 출발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가는 아메리카에어라인 여객기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행기의 기장은 이륙 전 “여러분이 들은 것과 달리 마스크는 여전히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전쟁터에서 주머니에 넣어 둔 책이나 동전이 총알을 막아 구사일생하는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 현실이 됐다. 총알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었다. 19일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21FE’가 우크라이나 군인의 목숨을 살렸다. 우크라이나군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 영상은 전투가 한창인 참호 속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에서 군인은 “600달러짜리 휴대전화가 목숨을 구했다”면서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케이스를 장착한 이 스마트폰에는 7.62㎜ 구경의 탄환이 비스듬히 박혀있었다. 스마트폰 케이스는 찢겨 있었고, 기기 전면 유리가 파손됐다. 러시아군의 총격을 받았지만, 스마트폰이 총알을 막아낸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우크라이나군의 설명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영상 속 휴대전화 케이스의 모양과 크기로 봤을 때 해당 제품을 갤럭시S21FE 또는 갤럭시S20플러스로 추정하고 있다. 갤럭시S21FE의 소재도 화제가 됐다. 갤럭시S21FE의 전면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중 가장 튼튼한 코닝사의 ‘고릴라 빅투스’ 유리가 탑재됐다. 후면에는 투명 폴리카보네이트, 프레임에는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됐다. 온라인 이용자들은 “1차 세계대전에서 성경이나 동전으로 목숨을 구한 것과 같다”며 놀라워했다. 영상 게시물은 3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전쟁 등 위기 상황에서 사용자의 목숨을 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현장에서는 ‘갤럭시S6에지’가 폭발 파편을 막아냈다. 당시 파리 경기장 주변을 지나던 실베스트르 씨는 통화 중 날아온 폭발 파편이 스마트폰에 대신 박혀 살았다. 그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면 파편이 내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라며 “기적이다”라고 말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 50개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3900만 명)가 ‘주 4일 근무제’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기간에 재택 및 유연 근무가 일반화하고, 역대급 구인난까지 겹치면서 주 4일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실리콘밸리를 보유한 캘리포니아가 주 4일제를 도입하면 미국의 나머지 주는 물론이고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50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 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 40시간’에서 8시간이 줄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32시간보다 더 많이 일할 때는 정규 급여의 1.5배 이상 수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집권 민주당의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주의회 의원은 “과거 산업혁명 시대 때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이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주 4일제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사 반응은 엇갈린다. 미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다. 37%의 응답자는 “주 4일제 도입의 대가로 급여 5%를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이 법안이 노동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며 기업을 죽이는 법안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맞섰다. 최근 일본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전자·중공업 대기업 히타치는 올해 안으로 직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NEC 등 다른 대기업 또한 주 4일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최근 일본 주요 기업들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일부 주(州)정부가 ‘주 4일제’를 법제화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수년 간 진행한 실험이 주요 국가에서 제도로 도입되고 있는 것.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재택 및 단축 근무를 경험하고, 직원들의 ‘워라밸’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제도 도입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500명 이상 규모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전 주 5일·40시간에서 근로 시간을 더 압축한 것이다. 이에 따른 임금 삭감은 금지되고, 초과로 일한 부분은 정규 급여 1.5배 이상의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기업 2600여 곳과 주 노동인력 5분의 1이 영향을 받게 된다. WSJ은 “그동안 기업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주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주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3900만여 명으로 미국 주 중에서 가장 인구도 많다. 일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 4일제 도입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일본 전자·중공업 대기업인 히타치는 최근 직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총 근로시간과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서 주 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유연근무 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파나소닉, NEC 등 일본의 다른 기업들도 주 4일제 시행을 준비 중이다. 한국처럼 장시간 근무를 미덕으로 여기는 업무 문화가 남아 있는 일본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벨기에는 기존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하루 근무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 방식의 주 4일제를 허용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실험을 실시해, 노동자의 약 85%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일 일하고 있다. 스페인도 지난해 희망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3년간 주 4일제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미 CNBC방송은 “올해 미국과 캐나다의 38개 기업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주 4일제 영향 측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대기업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1일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 주 4일제 법안까지 등장한 데에는 그만큼 구인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치솟고 사람을 뽑는 기업이 늘면서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해주는 곳으로 옮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대량 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신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일보다 삶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직장 이탈을 조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법안 발의를 이끈 민주당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의원은 대량 사직 현상을 언급하면서 “과거 산업 혁명에 기여했던 근무 스케줄을 아직도 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더 많은 근무 시간과 더 나은 생산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 4일제로의 전환은 벌써 시행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노사(勞使)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퀄트릭스가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2%가 주 4일 근무를 지지했고, 심지어 37%는 이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5% 삭감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상공 회의소는 “이 법안이 노동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 법안은 기업을 죽이는 법안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국 소셜미디어 트위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51)가 트위터 이사회의 저지를 받자 8200만 명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 팔로어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M&A를 반대하는 트위터 이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16일(현지 시간) 미 경제 매체 포스브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에 대한 “플랜 B도 있다”고 밝히며 인수를 추진할 뜻을 거듭 강조했다. 트위터 지분 9.2%를 소유한 최대 주주인 머스크는 ‘트위터 이사인 로버트 졸릭은 트위터에 글을 올린 적도 없고, 회사 지분도 없다’는 트윗을 올리며 이사회를 비판했다. 졸릭이 미 국무부 부장관, 세계은행 총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쟁쟁한 경력을 지녔지만 정작 트위터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며 비꼰 것이다. 회사 주식을 거의 소유하지 않은 트위터 이사회가 회사 일을 좌지우지하는 것 또한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대 주주인 자신의 이익은 다른 주주의 이익과도 일치하지만 이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길 원하느냐’는 누리꾼의 설문을 리트윗하며 “도와줘서 고맙다”는 댓글도 달았다. ‘트위터가 현재의 형태로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위터 인수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언론 자유를 위한 포괄적인 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고 광범위하게 포용하는 공개 플랫폼을 갖는 것이 문명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15일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0달러(약 6만6500원), 총 430억 달러(약 52조8000억 원)에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위터 이사회는 ‘포이즌 필(Poison Pill)’로 맞섰다. M&A 대상이 된 기업이 신주를 대규모로 발행하거나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매입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주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지만 M&A에 나선 쪽은 지분 확보가 어려워진다. 트위터 주가는 15일 미 뉴욕 증시에서 45.08달러로 마쳤다. 머스크의 트위터 M&A 시도로 이미 경영에서 손을 뗀 공동 창업자 잭 도시(46)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도시는 머스크의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난 이미 트위터를 떠난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